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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층빌딩·유흥음식점·러브호텔 등 주민80% 반대땐 못짓는다

    주민A 이봐, 우리 동네에 러브호텔이 자꾸만 들어서는데 더이상은 안되겠네. 아예 러브호텔 신축을 막아버리자고. 주민B 좋은 생각일세. 어서 이웃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하세. 주민C 이참에 주택 조망권을 막는 고층 빌딩의 건립을 반대하는 서명도 함께 받읍시다. 잘하면 앞으로 이런 대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3일 지역주민 대부분이 동의하면 유흥업소나 고층빌딩이 해당지역 안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협정제도’를 도입키로 합의한 것이다. 건축협정제도란 특정 행정구역 안에 주택이나 땅을 소유한 주민 3명 이상이 해당지역 주민 80% 이상의 동의로 신규 건축물의 사업용도와 규모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색채 등 건축기준을 정해 시·군·구 자치단체장에 신청하면 유흥업소가 들어설 수 없게 하거나 10층 이상 건물의 신축을 불허할 수 있다. 지역민 스스로 건축물 고도제한과 건물 색깔 등을 규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 공익시설에 대해 토지보상법상 토지 수용권이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역주민간 건축협정이 불가능하도록 정했다. 당정은 이 제도를 규정한 건축법 개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야당과 여론이 이 제도에 반대하지 않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경우 이르면 6개월 뒤인 올 연말부터 제도가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빚어질 소지도 있어 법 시행을 100% 장담하긴 이르다. 새 제도의 적용 행정구역과 동의 절차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논란이 예상된다. 적용 행정구역은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광역시나 도까지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흥업소나 고층건물에 새 제도를 소급 적용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현재로선 개괄적인 내용만 논의됐을 뿐 구체적인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희선의원 ‘골리앗 변호인단’

    불구속 기소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김 의원측은 지난 18일 기소되자마자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이종걸·최용규·문병호·양승조·우윤근·이상경·이원영·정성호·최재천 의원 등 같은 당 소속 율사 출신 의원 10명과 한강, 유·러, 이산, 한결 등 4개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변호인은 모두 28명. 이원영 의원은 20일 “같은 당 의원이 법정에 서는데 무료로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김 의원이 송모씨로부터 받았다는 1억 9000여만원 가운데 배임수재죄가 적용된 1억원의 성격. 검찰은 공천헌금으로 보고 있는 반면 김 의원은 ‘빌린 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 돈을 공천과 관계된 것으로 보는 이유는 김 의원이 송씨에게 2001년 8월 1억원을 빌린 뒤 현재까지 이자를 준 적도 없고, 변제요구나 약속을 한 적도 없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송씨의 진술 등을 감안하면 2002년 3월 동대문구청장 후보 공천과 지지를 대가로 탕감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법원이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그대로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서 따져보겠다는 것. 반면 김 의원측은 “지구당 사정이 어려워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것이며 아직 갚지 않았을 뿐 채무는 유지되고 있다.”고 항변해 왔다. 검찰은 “김 의원의 수사기록을 1차 공판기일 전에 제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수사기록의 비공개를 시사하고 있다. 또 공판검사 대신 김 의원을 직접 수사했던 검사가 법정에 나설 방침이어서 김 의원의 변론에 나선 열린우리당 율사 의원들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기석의원 일부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11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열린우리당 김기석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의원의 형이 이날 확정되지 않아 여당은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형이 나올 때까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17대 의원 가운데 열린우리당 이상락·오시덕, 한나라당 이덕모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어 열린우리당은 전체 재적의석(295석)의 50.2%인 148석을 보유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피고인이 ‘우리산악회’란 사조직을 설립한 것에 대해 ‘사조직 설립금지 조항’과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모두 적용, 가중처벌했다.”면서 “이는 법리를 오해, 잘못된 법령을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설립한 점은 유죄로 인정되지만, 회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직접 사전선거운동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까지 적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사조직 설립 금지조항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김 의원은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간부 등과 함께 ‘우리산악회’란 사조직을 설립하고 버스 12대를 동원, 유권자 500여명에게 선운사 관광과 식사 등 1800여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김충환·김희선의원 영장방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는 10일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법리검토 등을 거쳐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2년 민주당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업인 송모씨로부터 2억여원의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 의원을 이날 오후 두번째 소환,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김 의원은 귀가하면서 “대질조사를 통해 송씨에게 따져보려고 했지만 조사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 출두해 이날 새벽까지 조사받다 귀가한 뒤 오전 10시에 다시 검찰청사에 나온 한나라당 김 의원은 “검찰이 신빙성 없는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2003∼2004년 강동시영아파트 재개발사업과 관련, 철거업체인 S산업 대표 상모씨로부터 공사수주 등 청탁 명목으로 1억여원을 받았는지 캐물었다. 특히 김 의원이 구청장 퇴직 이후 17대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씨한테서 불법 자금을 받았는지 집중 추궁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한나라 농성파 “행정도시법 연기” 압박

    한나라 농성파 “행정도시법 연기” 압박

    여야가 지난달 23일 합의한 ‘행정도시 특별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실시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3%가 반대,3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4일 전국의 성인 17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 63%가 이번 합의에 반대해 당 지도부는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이 조사에 힘입어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농성중인 의원들은 2일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과 본회의 처리 ‘결사 저지’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휴일인 1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와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잇따라 의원들이 농성중인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다. # 장면1:농성파 “4월에 처리하자” 김문수·이재오·박계동·배일도 의원 등 행정도시특별법안에 반대하며 7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1일 법안 저지 의지를 불태웠다. 농성 의원들은 ‘강온 양면전’을 펼칠 태세다. 먼저 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반대입장을 강력하게 펼친 뒤 오전 10시부터 위헌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법사위에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와 전기성 서울시립대교수를 야당측 공술인으로 추천했다.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 저지에 총력전을 편 뒤 오후 본회의도 결사적으로 막을 예정이다. 배일도 의원은 “농성에 참가한 의원 4명은 소수지만 투쟁 경험이 많은 분”이라며 “200여명이 아니라 5000명이라도 막을 자신이 있다.”고 전의를 보였다. # 장면2:박 대표 vs 농성파 3·1절 기념식에 참가한 박근혜 대표는 오후 2시께 느닷없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재오 의원이 “공휴일인데 좀 쉬시죠.”라고 말문을 열자 박 대표는 “누구 때문에 못 쉬잖아요?”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금방 썰렁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이번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짧아 국민들이 찬반을 결정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3대 쟁점법안을 4월 임시국회로 연기했듯이 ‘행정도시 건설특별법안’ 처리도 4월로 미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는 “입에 맞는 떡이 없듯 정치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합의의 불가피함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박계동·심재철 의원 등이 “합의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면서 ‘4월 연기론’에 가세했고 안상수 의원은 “여론의 반대에도 내일 표결을 강행한다면 박 대표가 대권욕에 기인한 것”이라는 날선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박 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기로운 판단’을 당부했다. # 장면3:손 지사 vs 농성파 최근 여야 합의안에 지지 입장을 표명한 손학규 경기지사도 농성장을 찾았다. 이재오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아닌 경기 지사가 이번 합의에 대해 ‘다행’이라고 표명한 것은 말이 되느냐?”면서 “대권 주자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손 지사는 “저라고 이번 결정에 흡족하겠느냐?”면서 “다만 언제까지 지지고 볶고 할 수는 없고 어느 선에서 타협하고 안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어 “대권을 의식했으면 합의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다수 의원의 입장에 서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상수 의원은 “이번 합의는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면서 “여야 상생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쪼개서야 되겠느냐.”면서 ‘여론 수렴 거친 뒤 4월 처리’라는 농성파 의원들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법원이 변화한다-공판중심주의 2년] 검찰 “수사기록 제출 거부”

    검찰은 공판중심주의를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재판이 길어져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모든 증거를 법정에서 재생한다는 원칙은 우리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처럼 피고인과 증인 20∼30명을 법정에 세우면 관련자 모두가 고통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또 수사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 수사기록을 증거로 삼지 않아 피고인이 빠져나갈 구멍을 키우면서도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보완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과학수사가 발달했고,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나 함정수사 기법도 허용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뇌물 등 부정부패 사건이 넘쳐나도 자백 이외에 객관적 물증이 없어 형사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남기춘 부장은 필요에 따라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의자 진술조서만 변호인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피고인이 수사기록을 보고 새로운 논리를 개발, 검찰조서를 뒤집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혐의를 부인하는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을 맡기로 했다. 공판검사도 늘릴 계획이다. 과학수사기법의 개발도 활발하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남부지검 등 4개 지검에 녹음·녹화제 등을 도입, 신개념 조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죄협상제도에 대한 법리검토도 진행 중이다. 공판중심주의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변호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동기 변호사는 “과거 재판은 유죄심증을 가진 판사에게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서 “공판중심주의가 헌법이 보장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확립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데 대해 김영갑 변호사는 “1997년 헌법재판소가 기소 후 검찰은 피고인에게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이 국가기관에 동등하게 맞서 방어하도록 수사기관은 수집한 모든 자료를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주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87% “내기골프 도박맞다”

    억대 내기 골프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자 도박과 오락의 법적 해석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정서나 사회 통념과 어긋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의 무죄 선고 배경은 화투나 카드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된다면 도박이지만 운동경기인 내기 골프는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승패를 좌우해 도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법 246조는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로 도박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화투와 포커뿐만 아니라 바둑, 장기, 투견 등도 도박성이 강하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유죄를 인정했다.2003년 10억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혐의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 대해 유죄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내기 골프가 도박이냐 아니냐를 법리적으로 쟁점화해 논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판례에서 일관되게 도박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과거 내기 골프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은 모두 내기 골프는 도박임을 규정하고 일시오락 및 상습성 여부만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박 회장 사건의 경우 당시 변호사조차도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논리가 아닌 일시오락과 상습성에 대해 항변했다.”면서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내기 골프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법리적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정서나 입맛에 맞게 판결한 것이 아니라 법리 검토에 따라 판단했다.”면서 “비판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지만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참여 네티즌의 90.2%가 “운동경기만 도박에 예외일 수 없다.”며 판결에 반대했다. 네티즌들은 “‘상금’과 ‘판돈’을 구별 못하는가. 튀는 판사의 자의적 판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골프전문 사이트인 ‘golfsky.com’이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87.2%가 “도박이 맞다.”고 답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골프 역시 요행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내기 골프로 돈을 의도적으로 잃어주거나 재산을 양도하는 편법 행위도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사법적 판단이 항상 상식이나 통념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며 중세 마녀재판이나 갈릴레이 재판처럼 상식과 통념이 완전하거나 옳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지배적 가치에 따라 판결한다면 상식의 결함이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잃게 되고 법관의 역할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발언대] 새만금논쟁 이제 끝내자/허유만 국제관개배수위 부회장·농공학박사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민관위원회를 만들어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 범위를 결정하고, 그 기간동안 방조제를 막지 말라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새만금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정책으로 결정돼야지 사법부가 판단하고 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사법부는 행정행위의 위법성이나 부당성, 절차상 하자 등 법리판단에 치중해야 했지만 이번 조정권고안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 법원은 새만금 담수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우려가 있어 추가적인 수질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부는 2001년 친환경 순차개발 방침을 정하면서 종합환경대책을 마련, 차질없이 추진해 왔다. 환경부가 201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만경강 수질 목표가 이미 달성됐다. 법원은 또 간척지의 용도가 불명확해 이를 조속히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목적이 대규모 우량농지 조성인데 쌀이 남아도는 지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간척지 면적이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관광이나 물류단지로 개발한다 해도 당장은 농지조성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사업으로 조성된 개펄땅이 굳어져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데도 20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사업을 중단하고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해야 하는 것인가. 20년 후의 토지용도는 다음 세대가 시간을 갖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20년 전 농지였던 분당, 일산이 이렇게 변할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제 와서 새만금사업을 원점에서 논의한다면 엄청난 국가재정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방조제 공사를 서둘러 마무리해 추가적인 재정 손실을 막아야 한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땅을 두고 미래 용도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1조 7000억원이 투입된 방조제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 허유만 국제관개배수위 부회장·농공학박사
  • 기무사령관 주내 교체·南총장 소환 가능성

    군 검찰의 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법정 증인 신청과 국군기무사령관의 조기 퇴진 등 최근 민감한 사안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군 내부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전례없는 일인데다, 수뇌부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군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안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남재준(육사 25기) 총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현재 심리를 맡고 있는 재판부(재판장 이계훈 공군 소장)의 고유 권한이다. ●남 총장 법정 설까 군 검찰은 지난 28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남 총장과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진급 대상자 15명 중 10명이 올해 사전 내정돼 진급됐으며,(남 총장과 관련된) 사조직 관련자들도 다수 진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 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육군 변호인측은 남 총장이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최근 “군내에 사조직은 없다.”고 밝힌 윤광웅 국방장관을 방어권 차원에서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일단 군 주변에서는 재판부가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군의 ‘수장’을 법정으로 부르기엔 다소 부담스러워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순수한 법리적인 판단을 통해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윤 장관에 대한 증인 신청 가능성도 없지 않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진급비리 재판 등으로 군내가 어수선한 가운데 느닷없이 군내 최고의 정보기관 수장인 기무사령관이 전역지원서를 제출, 뒷말이 무성하다. ●기무사령관은 왜, 이런 시기에… 국방부는 최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송영근(육군 중장·육사 27기) 기무사령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번 주중 후속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29일 “송 사령관이 후배들을 위해 전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다음 주중에 후속 인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후임으로는 중장 진급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육사 29기의 L·K·C 소장 및 또 다른 K 소장 등과 현 군단장 C 중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기가 오는 10월까지인 그가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놓고 군 안팎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남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송 사령관은 장성진급 심사 과정에서 기무사가 비위 첩보를 제공한 것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기무사가 추천한 장성 진급 대상자가 지난해 청와대 재가 과정에서 탈락하자 조직장악을 못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엔 남 총장과 송 사령관의 ‘동반사퇴설’이 나돌기도 했다. 한편 그의 퇴진으로 4월로 예정된 군 수뇌부 정기인사가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이부영씨 비서관 우선소환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을 소환하기에 앞서 비서관을 지낸 C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2002년 대생 인수과정에서 한화가 조성한 비자금 87억원 가운데 이 전 의장측에 채권으로 흘러들어간 3000만원을 C씨가 받았다고 주장함에 따라 먼저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C씨가 한화측에서 채권을 받은 경위와 이 전 의장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8일 “비서관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음식점을 내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화 직원에게서 돈을 빌렸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C씨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 전 의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대생 인수 때 한화가 호주기업 매쿼리와 맺은 이면계약이 입찰 방해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2001∼2002년 매쿼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대생 인수 출자금 2000만달러와 제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대생 운용자금 3분의1인 10조원에 대한 운영권을 주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한화가 이면계약을 미끼로 실제 투자의사가 없었던 매쿼리를 끌어들여 대생 인수에 참여,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한화측은 이면계약은 외국자본의 투자위험을 보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합작투자약정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검찰과 한화측의 팽팽한 법리공방은 법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효 내세워 국가범죄에 면죄부”최광준교수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인 최광준(40) 교수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국가범죄에 면죄부를 줘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 즉각 항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법부가 이번 판결처럼 국가 손배소의 소멸시효를 산정한다면 국가는 소멸시효 제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국가 범죄는 언제나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판결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정권 이후에는 소송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으며 이는 박 정권 이후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살아온 모든 분들이 증언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재판부가 소멸시효 산정 시점으로 본 1988년에도 검찰에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진정만 했을 뿐이지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밝힐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약한 국민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어떻게 소송을 낼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울러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의 공소시효는 철폐됐지만 민사사건에 대한 시효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사건에서 시효가 걸림돌이 되어 승소하지 못한 결과를 볼 때 입법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박연철 변호사도 “소멸시효에 대한 재판부의 이론적 설명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정의를 구현하는데 이론이 장애가 돼 다른 이론은 적용하지 못한 법리론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오늘 우리가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오늘 판결에 항소할 것이고 결국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X파일’ 연예인, 제일기획 등 고소

    연예인 사생활을 담은 이른바 ‘X-파일’에 등장하는 연예인 125명 가운데 59명이 21일 허위정보를 담은 자료를 배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파일제작에 관여한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대표 등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는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근거없는 정보들을 사실확인 절차없이 회사 안팎의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했다.”며 “상업적 이익을 위해 개인신상 자료를 수집, 사용해 연예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이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소 대리인인 법무법인 한결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피해를 입었으나 형사 법리상 책임을 묻기 곤란한 연예인들은 민사소송에서 같이 참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노조·위원장 이경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연기자는 점수 매겨지는 상품이 아니다.”며 “연예기획사들과 공조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司試수석합격기] (상)D-30부터 판례 집중 공략

    [司試수석합격기] (상)D-30부터 판례 집중 공략

    지난해 사법시험 수석합격자 홍진영(23)씨는 서울대 법학과 4학년 재학중에 사시에 합격, 수험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공부만 하느라 덜 자란 채로 시험에 합격한 자신이 두렵기도 하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신구중, 대원외고를 나온 그는 특히 법여성학에 관심이 많다. 시험준비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수석으로 합격한 그만의 노하우를 1·2차 과목별로 2회에 걸쳐 소개한다. 1차 다양한 시험은 객관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이해의 깊이보다는 넓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중요 부분을 깊이 있게 완전히 이해하기보다는 그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골고루 눈에 익히는 방법을 택했다. 또 이론문제는 애매한 지문이 나오면 틀릴 가능성이 높아 판례문제에 주력했다. 최소한 판례문제만큼은 확실하게 맞춰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시험을 한 달 정도 남기고서는 강의 테이프를 병행하며 판례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또 매일 조금씩이라도 문제를 풀면서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파악해 나갔다. ●다양한 문제 접하는데 교수 문제집 도움 민법의 경우 김형배 교수의 저서와 이정우 판례집, 정일배 객관식 민법판례를 6개월간 공부했다.1차 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두고는 유정 조문판례로 조문과 주요 판례를 정리했다. 민법은 개별적인 판례의 사실관계를 확인한다기보다는 기본적인 법리를 판결 요지를 통해 재확인하는 정도로 점검해 나갔다. 미묘한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다른 부분이나 아주 중요하게 꼽히는 것만 따로 정리를 했다. 교수가 집필한 문제집을 푸는 것이 안전할 듯싶었지만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12월 중순부터 한 달간은 기본서를 3회독하고 판례만 따로 1회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모자랐다. 때문에 학원가의 진도별 모의고사로 대신했고, 시험을 열흘 남짓 남기고는 전범위 모의고사를 매일 1회씩 풀었다. ●형법, 판례 최종 죄목 일일이 확인 형법은 신호진 형법요론을 정리서로 삼고 총론은 임웅, 각론은 이재상 교수의 교과서를 발췌해 공부했다. 판례는 이인규 판례집과 신호진 형법판례총정리로 정리했다. 문제집은 한국법학원과 한림법학원의 진도별 모의고사, 그리고 김일수 교수의 문제집을 참고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무슨 교수 문제집이냐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접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 특히 형법은 이론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에 1월 말에 판례강의 테이프로 1회독을 하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판례집을 다시 정독하는 방식으로 복습했다. 사실관계를 알 수 있는 판례에서는 반드시 결론적으로 무슨 죄인지를 확인하고 넘어갔던 것이 효과가 컸다. 헌법은 황남기 헌법을 정리서로 삼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권영성 교수와 허영 교수의 저서를 참고했다. 판례집과 부속법령집은 정회철 변호사의 것을 보았다. 문제집은 민경식 객관식 헌법과 한국법학원의 진도별 모의고사를 보았다. 헌법 1차 시험은 딱히 방법론이 잘 잡히지 않는 과목이라 암기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시험 직전에 전범위 모의고사를 매일 1회씩 풀면서 자신없는 부분을 3개씩 택해 그 부분만 다시 책을 보며 정리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부분은 간략하게 메모를 해 두었는데 그 분량이 헌법만 노트로 네 페이지가 넘었다. 이 노트는 시험장에 가져가 쉬는 시간에 활용했다. ●정해진 시간에 문제 푸는 연습 병행 선택과목은 노동법을 택했다. 신문 등을 통해 노동 관련 분쟁을 접할 기회가 많아 다른 선택과목보다는 좀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깊이 있는 공부는 하지 못했다. 시험을 3개월 정도 앞두고 노동법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원의 무료특강을 들으며 중요내용을 중심으로 암기했고 두문자를 많이 활용했다. 교재도 조문과 판례 중심으로 정리돼 있는 콤팩트한 교재를 택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노동법을 너무 편법으로 공부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과목별로 전범위 모의고사를 풀면서 노동법에는 매일 한 시간 반 정도를 투자해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병행했다. 막상 시험장에서는 공부가 부족한 듯해 긴장이 됐지만 민법을 제외하고는 두 번씩 검토를 하며 답안지를 메웠다. 당일 저녁 채점을 해보니 평균 92점 정도가 나와 합격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사설] 진실규명이 軍명예 살리는 길

    육군의 장성진급 비리 의혹을 둘러싼 군 내부의 대립 양상이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군 검찰은, 육군이 진급 대상자를 내정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갖가지 수단을 동원했음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면 육군은 이에 대한 반박 회견에서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군 검찰의 이해부족에서 나온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경에 이르니 국민은 이제 답답한 심정을 넘어서 군의 장래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우리는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이 난국을 풀어나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다시금 강조하며 몇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군 검찰의 발표에 의해 쟁점 사항은 정리됐으므로 이제는 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음주측정 거부 사실과 진급심사 녹화자료의 폐기 등 대부분의 발표 사항이 기술적으로, 또는 관계자 증언을 통해 사실 확인이 가능한 것이므로 그 결과에 주목한다. 육군 수뇌부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해야 한다. 지시의 정당성 여부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다음에 판단할 문제이다. 자칫 지시를 받은 자만 있고 지시한 사람은 없다는 식의 결론이 나온다면 누구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양쪽이 치열하게 법리 공방을 벌이게 될 군 법정은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이미 군 내부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섰다. 국민의 의혹을 푸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됐다. 이번 사태로 군의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군의 명예도 상당부분 실추됐다. 명예회복과 지휘체계 확립의 길은 군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군 당국은 진실 규명에 온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육군 수뇌부와 군 검찰 양쪽이 모두 잘했다는 식의 결론이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연쇄살인범 수사 교본 ‘유영철 백서’

    검찰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수사 및 재판기록 등을 총망라한 ‘유영철 백서’를 발간한다. 검찰은 오는 13일 유영철에 대한 1심 판결이 끝난 직후 판결문까지 포함한 ‘유영철 백서’를 발간, 유사 사건의 수사 등에 이용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이동호 형사3부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만큼 수사과정의 노하우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면서 “발생 초기 수사팀 구성에서부터 전문가들에게서 구한 자문, 법리적 쟁점 등 유사사건 처리의 교본이 될 백서를 다음주 중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지난해 대구 지하철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수사 백서를 발간했으며, 강력사건에 대한 백서는 1994년 지존파 사건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백서가 앞으로 유사사건 처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도 ‘지존파 백서’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A4용지 200∼250장 분량으로 발간될 백서에는 경찰에서 10일간, 검찰에서 20일간 유씨를 수사한 내용과 약 4개월에 걸쳐 공소를 유지하는 과정을 망라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공안검사 XX가…” 법사위서 몸싸움·욕설

    “공안검사 XX가…” 법사위서 몸싸움·욕설

    막말과 욕설, 고성이 난무하는 속에 겨우 열렸던 국회 법사위는 끝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거부했다. 3일 법사위는 여야가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핵폭발’은 시간문제였다. 열린우리당은 대공세의 최전방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내세웠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민법개정 관련 공청회만 예정됐지만 열린우리당이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제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막말은 점입가경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점심식사를 이유로 속개 시간도 정하지 않은 채 서둘러 정회를 선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최재천 의원은 “법이 중요합니까, 밥이 중요합니까.”라며 “아침에 의사일정변경동의를 신청했는데 왜 처리하지 않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왜 길을 막아.”라고 맞서며 회의장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몸싸움에 이어 고성과 막말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졌다. 특히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난타전’을 벌였다. 주 의원이 “왜 낮술을 먹고, 술 취해가지고 와서….”라며 핀잔을 준 게 기름에 불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발끈한 이 의원은 “싸가지 없는 새끼, 인권탄압하는 공안검사하던 새끼가….”라고 맞받아쳤다. 대치 상황은 결국 최 위원장이 “오후 4시30분에 속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일단락됐다. 하지만 속개된 회의에서도 여야의 대립은 계속됐다. 열린우리당측은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국회 의무조차 내팽개치는 것’이라면서 일단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측은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답게’ 법리 논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열린우리당이 국회법 71조(의사일정변경동의안 상정)를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77조(이유서 첨부 필요)로 맞받았다. 그러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측은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는 경우 다수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50조5항으로 공세를 거듭했다. 그러나 양측의 감정이 격해지자 최 위원장은 1시간40분만에 정회를 선언했고, 지루한 대치와 반복되는 설전, 여당측의 속개 공식요구 끝에 결국 밤 11시30분쯤 법사위는 속개됐지만 몇 차례의 논박이 오간 뒤 최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하며 끝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측은 4일 오후 2시 다시 상임위를 열어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시도할 예정이다. 유일한 비교섭단체 위원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내일 다시 상임위 개회를 요청한 뒤 위원장이 내일도 회의진행을 거부할 경우 1시간쯤 기다렸다가 국회법에 따라 여당의 간사가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제는 여당도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여야를 동시에 압박했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 [사설] 2심서도 패소한 ‘도롱뇽 소송’

    경부고속철 울산 울주군∼경남 양산시 구간(천성산 구간)의 늪지대 훼손 여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도롱뇽 소송’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졌다. 소송당사자로 내세운 도롱뇽에 대해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나머지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인에 대해서는 권리 침해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천성산 내원사 지율스님의 목숨 건 단식투쟁 등으로 9개월여 동안 중단됐던 이 구간의 터널공사가 갈등을 잠재우지 못한 채 법리적인 판단만으로 공사 재개에 돌입하게 돼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도 안타까움을 표시했지만 공사를 재개하되 6개월간 전문가 조사를 실시하자는 법원의 조정안을 환경단체가 수용하는 게 옳았다고 본다. 대한토목학회 등 전문가들도 부정하는 환경피해를 앞세워 18조원 이상이 투입된 국책공사를 저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전문가 조사를 통해 터널공사가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했더라면 환경파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환경단체는 대법원에 재항고하는 한편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공언하지만 단식이나 실력저지 등을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사 지연에 따른 연간 손실액이 2조원에 이른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의 주장을 상쇄할 만큼 구체적인 환경피해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정부도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갈등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강구해야 한다.
  • [종교플러스] 선암사 부속유물등 7건 보물 지정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암사 석마모니괘불탱 및 부속유물 일괄(보물 제1419호)과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자 및 백자류 등 7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또 해외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수월관음도’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와 함께 경북 경주시 인왕동 및 교동 일원에 있는 ‘경주 일정교지·월정교지’를 사적 제457호로 지정하는 한편,‘밀양 고법리 박익 벽화묘’를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 [중병 걸린 국가시험] (上) 책임 떠넘기는 정부

    [중병 걸린 국가시험] (上) 책임 떠넘기는 정부

    국가시험이 중병(重病)을 앓고 있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외무고시 등 엘리트 공무원을 선발하는 국가고시뿐 아니라 회계사·변리사·중개사 등 각종 자격시험을 치를 때마다 크고 작은 시비로 논란을 빚고 있다. 복수정답 시비와 문제유출 의혹, 난이도 조절 실패 같은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돼 왔지만 정부는 그 때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 최근 치러진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파문은 이같은 국가시험제도의 난맥상이 일부 터져 나온데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시험의 실상과 정부의 대응실태, 국가시험의 정비방안 등을 2회에 걸쳐 점검한다. 엄정해야 할 국가시험의 공신력이 휘청거리고 있으나 정부 당국은 책임전가에 급급해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출제오류의 책임은 출제위원 등에게 있을 뿐”이라는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한다. 국가시험의 공신력 상실이 아니라 미봉책에 급급한 정부 당국의 문제인식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리도 않고 책임도 안진다?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재정경제부 등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출제오류가 발생하면 자신들은 출제방향만 정할 뿐이라고 강변한다. 지난 14일 치러진 공인중개사 시험이 대표적 사례다. 난이도 조절 실패와 복수정답 등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24일 “출제위원들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높은지 등을 우리가 따질 방법이 없다.”고 발뺌했다. 심지어 “시험문제에 공단이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출제위원, 선정위원, 검정위원을 거치는 등 외부 전문가들이 시험 출제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인문학은 다수설, 소수설 등 학설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제오류의 일상화 지난 1998년 이후 실시된 행정·외무·기술고시 등 고등고시와 사법시험·공인회계사·감정평가사·변리사·공인중개사·법무사 등 대표적인 자격증 시험에서만 100여 문제의 출제오류가 발견됐다.2000년 사법시험의 경우 10문제,2001년 행정·외무·지방고시의 13문제 등 출제오류가 두 자리 숫자에 이를 정도다. 이밖에 의사·한의사·약사시험과 위험물관리기능사 등 다른 자격증 시험까지 따지면 출제오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2년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 전에 시험문제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을 둬 복수정답을 발표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험오류로 이중고 겪는 수험생 잘못된 문제로 불합격 처분된 수험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이 전부다. 그러나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은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기간 동안 수험생은 소송준비뿐 아니라 다음 시험도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설사 소송에서 이겨 1∼2년이 지난 뒤 합격하더라도 금전적인 손해배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최근 잘못된 출제로 불합격됐더라도 국가에 배상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은 “정부 당국이 문제를 잘못 내 억울하게 불합격 처리되고, 이 때문에 동기생보다 늦게 공무원이 되거나 자격증을 얻게 됐는데도 국가는 아무런 보상을 해줄 것이 없다니, 그럼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과 고통은 누구에게 보상받느냐.”고 항변했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출제오류 주요 사례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의 오류는 행정·외무고시 등 고등고시뿐만 아니라 사법시험·공인회계사·법무사 등 각종 자격증 시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해당 시험을 주관했던 관계기관이 스스로 오류를 인정해 탈락자의 일부를 구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탈락자들은 몇년 동안 행정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힘든 법적 싸움을 거친 뒤에야 뒤늦게 합격하는 실정이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 1차의 경우 무려 7문항에서 출제오류가 법원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 사법시험 출제를 주관했던 행정자치부는 2년 뒤인 2000년 말에 가서야 불합격 처리됐던 수험생 800여명을 뒤늦게 합격처리했다. 행자부는 2000년 사법시험 1차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10개 문항에서 복수정답이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모씨 등 수험생 15명은 행자부가 발표한 10개 문항 외에도 추가 1개 문항이 잘못 출제됐다면서 소송을 냈다. 결국 대법원은 2002년 12월 김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80여명이 2년 여 만에 추가합격됐다. 1998년 치러진 제33회 공인회계사 1차시험도 법원의 판결로 출제오류가 확인된 사례다. 문제가 된 경영학시험 6번에 대해 한국경영정보학회 소속 교수들이 심사를 벌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끝에 이모씨 등 90여명이 뒤늦게 합격처리됐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출제오류가 되풀이돼 온 대표적인 자격증 시험이다. 해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자 시험 주관기관을 건설교통부에서 자격시험의 노하우가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옮겼지만 출제오류는 여전했다.2002년 제13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출제오류는 모두 6문제다. 이중 1개 문항은 수험생들이 국무총리실에 행정심판을 제기,1년 뒤인 지난해 6월에서야 출제오류가 확인됐다. 결국 국무총리실의 결정으로 1571명이 추가 합격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시험만 치르면 ‘불복소송’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 파문은 사실 예견됐던 사태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공인중개사 시험뿐 아니라 사법시험, 법무사시험 등 각종 국가자격시험에서 툭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출제오류 시비다. 그 가운데 복수정답 시비가 가장 잦고, 문제 사전유출 의혹, 난이도 조정 실패, 시험지 부족 등 문제점도 각양각색이다. ●꼬리무는 사전유출 의혹 올해 사법시험은 문제유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월 실시한 1차 시험에서 한 사설학원 모의고사 기출문제가 그대로 출제돼 수험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주관부처인 법무부는 “시험관리를 철저히 해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당 출제위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선에서 파문을 덮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난 6월 실시된 2차시험이 또다시 유출시비에 휘말리면서 무색해져 버렸다. 서울의 한 법과대학 고시반 모의고사 문제와 2차 시험의 형사소송법 문제가 같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된 것이다.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도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모 방송사 공개강의 교재에 실렸던 문제가 똑같이 출제되는 등 5문제가 시중 문제집 기출문제와 유사해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난이도 조절 안돼 무더기 과락사태 일관성이 확보돼야 할 국가시험이지만 해마다 난이도 조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난이도 조정 실패는 곧 무더기 과락사태로 이어져 수험생들의 혼란을 초래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사시 2차시험이다. 당시 응시생의 82%가 과락(40점 기준)으로 불합격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무더기 과락으로 합격자 수가 당초 선발예정인원보다 100여명이나 모자라 수험생들의 반발이 대단했다. 합격자 발표를 보름여 앞둔 올해 법무사 시험 역시 무더기 과락사태가 예상된다. 지난해 변리사 1차시험에서도 과락률이 72%에 육박했었다. 이 때문에 ‘과락만 면하면 합격’이란 말이 수험생 사이에 ‘금언’이 되고 있다. ●복수정답 시비는 통과의례 복수정답시비는 이제 국가시험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다. 시험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단순한 실무착오도 있지만 대부분은 법리해석을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된다. 사시의 경우, 지난 2000년 11문제,2001년 5문제,2002년 3문제,2003년 4문제 정답을 복수로 인정했다. 또 2002년에는 사시 1차 헌법과목에서 ‘한국방송공사법 36조1항’을 ‘35조1항’으로 표기, 오타논란을 빚었다. 행정고시도 마찬가지. 지난 2001년 행정·외무·지방고시에서 11문제가 복수정답 처리됐고,2문제의 정답이 바뀌었다. 또 기술고시에서도 6문제가 복수정답,2문제가 정답없음으로 처리됐다. 이같은 출제오류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추길 뿐 아니라 당초 계획보다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게 되는 문제를 낳는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합격자가 예년의 2배 수준인 2만 8000여명이나 됐던 것도 복수정답 때문이다. ●시험지 부족 등 관리부실 시험지가 모자라는 소동도 일어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인중개사시험 대행을 맡던 지난 2002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시험지 부족으로 현장에서 문제지를 복사해 배부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건설교통부도 이달 주택관리사보 시험을 시행하면서 문제지와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답안지를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시험지는 건교부에서, 답안지는 시·도에서 따로 제작해 착오가 빚어진 것이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서울광장]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육철수 논설위원

    헌에는 국민의 4대 의무가 명시돼 있다. 국방·교육·납세·근로의 의무다. 대한민국 땅에서 국민 대접 받으며 살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도리는 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일 것이다. 기자의 경우, 현역으로 군대갔다 와서 예비군 훈련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직장민방위대에서 활동 중이니, 이쯤이면 국방의 의무는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 이상 받았고 소득세·양도소득세 꼬박꼬박 다 냈으니 교육·납세의 의무도 그만하면 됐고,20년 가까이 직장생활하며 나름대로 성실히 일했으니 근로의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헌법이 요구하는 ‘표준형 국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결격사유가 거의 없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사회 분위기로는 이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이른바 개인의 ‘색깔’도 요구받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색이 다르면 대화가 껄끄럽고 다양한 인간관계의 형성에 벽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색깔’은 양극사회에서 요구받는 또 다른 중요한, 암묵적 잣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호불호, 투표성향, 정치·경제·사회적 시각, 특히 미국과 북한에 대한 관점이 개인의 색깔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말이 나왔으니 기자의 색깔도 한번 가려보자.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나라이니 지지성향을 밝히기는 곤란하고,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때는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반대로 기울었으니 결국 친정권 쪽에 선 것이며, 수도이전에는 반대했으니 반정권 쪽에 선 셈이다. 호주제·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나, 요즘 논란거리인 과거사 규명,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언론법 개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여권과 생각을 약간 달리한다. 기업에는 일부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으나 대체로 우호적이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기자와 같은 성향의 정치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색깔이 분명치 않을지 모르나, 기자는 ‘중도보수’로 자평한다. 언젠가 노 대통령이 모대학 강연에서 “별 놈의 보수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을 땐 그래서 세게 열받았다. 돌이켜보건대, 이 땅에서 표준형 국민으로 살아가기란 쉬운 것만도 아니었다. 군인 출신 대통령 때는 군대식 무거움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바빴고, 민주투사 출신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이념논쟁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모셨더니 사사건건 법리 논쟁거리여서 골치아픈 헌법책 들여다보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최근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겼는데, 서울 강남(송파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살림에 착실하게 저축해서 정착지가 된 것인데, 여권 일각에서 걸핏하면 강남주민을 들먹이니 마음이 썩 편치 않다. 여당의 모 국회의원이 그제 국회 상임위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대부분 강남에 살아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투로 말했다는 부분에선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강남에 사는데 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공개적으로, 시시때때로 적개심을 표출한다면 그것이 과연 선량으로서의 도리인지 되묻고 싶다. 암울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목숨걸고 민주화 투쟁을 한 많은 인사들이 참여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그들의 소신을 펼치고 있다. 모든 것이 민주화된 마당에 마땅히 사라졌어야 할 집단시위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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