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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철저한 수사만이 ‘NLL발언’ 1년 공방 끝낸다

    검찰이 오늘부터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과 관련해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소환 조사한다. 18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한 뒤로 꼬박 1년 만에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실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국가정보원의 전격적인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이어졌고, 곧바로 회의록의 진위가 논란이 되면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의 자료 열람과 회의록 부재 확인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검찰은 관련자 소환 수사를 통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어야 할 정상회담 회의록이 어떤 연유로 청와대 전산시스템인 ‘e지원’에서 삭제됐는지, 삭제 작업에는 누가 간여했는지 밝혀내 위법 여부를 따지고 이에 맞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서 지난 7월 국회가 재적 3분의2가 넘는 여야 의원들의 찬성으로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공개하기로 의결한 만큼 검찰도 적절한 시점에 복구된 회의록 초본을 공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NLL 발언의 실체 또한 명명백백히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먼저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자세를 바로 해야 한다. 검찰이 회의록 삭제 사실을 가까스로 밝혀낸 지금까지도 이들은 모르쇠와 군색한 반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결국 회의록은 있고, NLL 포기 발언은 없지 않으냐”는 억지 주장까지 내놓았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누구의 지시에 따라 누가 회의록을 삭제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국민 앞에 밝히고 상응한 벌을 청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 또한 빈집에 소 들어온 양 설레발칠 일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저자세’ 발언을 남기지 않으려고 회의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가설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논리라면 왜 국정원이 보관 중인 회의록은 놔두었는지가 풀리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단정지을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차제에 정상회담 대화가 녹음된 국정원 음원을 당장 공개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이 또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추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14일부터 늦깎이 국정조사가 시작된다. 회의록 미스터리는 부질없는 말싸움이 아니라 수사로 가리고, 법리로 따질 일이다. 검찰은 마지막까지 철저한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풀고 더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야도 제 앞가림을 위한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현안에 천착하기 바란다.
  • [회의록 삭제 파문] 檢 회의록 수사 3대 쟁점

    [회의록 삭제 파문] 檢 회의록 수사 3대 쟁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이유와 회의록의 법적 성격, 삭제된 회의록에 대한 판단 등이 향후 수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회의록의 법적 성격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참여정부 측 인사들은 향후 법리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 측 공동 변호인단의 이광철 변호사는 3일 “대통령기록물이어야 처벌이 가능한 건데, 이지원에 탑재된 것만으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가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지정 행위가 있을 때 대통령기록물이 될지, 현행법상 구성요건만 갖추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것인지, 된다면 어느 시점부터인지 등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참고인인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이날 “정상회담 회의록을 ‘통상 지정기록물’로 정하는 것을 권유했지만 (결과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주부터 참여정부 측 인사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여 회의록 생산, 접수, 관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과 참여정부 측 모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관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회의록 1부를 남겨놨기 때문에 나머지는 폐기토록 했을 것이라는 설, 처리 과정에서 실수로 누락됐을 것이라는 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다. 실무관들이 기록관에 넘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들까지도 빠짐없이 넘기라고 독려했다”면서 “2007년 4월 기록물법이 통과됐고, 이후 1년 동안 지난 4년간의 모든 기록들을 넘기느라 다들 힘들어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기록에 손도 댈 수 없는 시스템이라 급하게 자료를 넘기는 과정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수를 바로잡을 장치가 없어 제도상의 미비로 이관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차기 정부가 보기 편하도록 국정원에도 남긴 자료를 기록원에 일부러 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못 박았다. 검찰이 삭제된 회의록을 복구했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참여정부 측 인사들은 ‘삭제’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처음에 푼 녹취록은 실무적으로 참고하기 위해 만든 초안이라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치다 보면 빠진 것이 있으니 다시 천천히 들으며 완성본을 만들면 초안을 정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경영상 판단’ 인정 안해… 배임액수 줄어들듯

    ‘경영상 판단’ 인정 안해… 배임액수 줄어들듯

    대법원이 26일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의 일부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하면서 사건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의 빚을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3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다시 한번 재판을 받게 됐다.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 만큼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심리와 판단이 다시 이뤄지면 김 회장의 형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그룹 차원의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 행위가 경영상 판단 원칙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김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인정했다. 대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 행위,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없고 배임죄로 처벌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일부 배임행위의 유·무죄 판단과 관련해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파기된 부분은 부실계열사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부당지급보증과 계열사에 부동산을 헐값으로 넘긴 부분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김 회장에 대한 배임 액수는 항소심이 유죄로 판단한 1797억원에서 400억원 낮아진 1400억원가량이다. 재판부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다른 부실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것과 관련해 중복 산정 등으로 배임 액수가 160억원 정도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미 지급보증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빌리는 데 계열사가 다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면 두 지급보증 행위에 대해 별도로 배임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지급보증 행위가 여러 번 이뤄졌다 하더라도 각각 배임 행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묶어서 하나의 배임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배임 액수 중복 산정과 관련해 기존 대출금 변제가 아니라 새로운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지를 평가한 뒤 손해액에서 제외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부당지급보증 액수를 과다 산정한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배임 액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파기환송심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또 한화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다른 위장 부실계열사에 헐값으로 넘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며 파기했다. 재판부는 “배임죄 성립 여부 및 배임액 산정기초가 되는 부동산 감정평가가 관계법령에서 요구하는 요인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의 위법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저가 매도로 인한 배임 여부가 문제되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한 채무이전행위나 이를 자산으로 가진 회사의 인수·합병 등도 별도의 배임이나 횡령행위에 해당하는지 새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행위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손해액 산정에 있어 엄격하고 세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고려감정평가법인의 평가를 토대로 해당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713억원으로 평가한 반면 검찰은 이를 674억원으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검찰 평가액의 오류를 제거할 경우 해당 토지의 시가가 448억원이므로 김 회장 측의 주장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 부분은 핵심 혐의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형 확정이 미뤄지면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파기환송심을 받게 된다.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는 오는 11월 7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大法 “김승연 배임 다시 심리하라”

    大法 “김승연 배임 다시 심리하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는다. 대법원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그룹 차원의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 행위가 경영상 판단 원칙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전제했다. 다만 “일부 배임 행위의 유무죄 판단과 관련해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 또는 심리 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며 김 회장에 대한 유죄 부분과 일부 무죄 부분을 파기했다. 원심에서 파기된 부분은 부실 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부당 지급보증 부분과 계열사에 부동산을 헐값에 넘긴 부분이다.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아 주려고 3200여억원의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는 등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로 2011년 기소돼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형 확정이 미뤄지면서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는 오는 11월 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기소] 내란음모 합의·실행계획 등 쟁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같은 당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4명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등의 혐의에 대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내란음모 혐의는 형법상 가장 무거운 죄라는 특성상 엄격한 증명이 필요해 검찰이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판례에 비춰 보면 내란음모는 ‘2인 이상이 범죄실행에 대해 합의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인정돼 피고인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는지, 구체적이고 치밀한 실행계획을 마련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북한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르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체제를 위협했거나 위협하려 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그동안 판례를 보면 이적행위 목적의 존재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원지검 차경환 2차장 검사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 5월 RO 비밀회합뿐 아니라 회합에 이르기까지의 다수 녹취록과 동영상, 제보자들의 진술 등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변호인단과 진보당은 RO모임 참석자들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 외 다른 증거의 존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확보한 증거가 녹취록뿐이라면 검찰의 혐의 입증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반면 국정원은 녹취록 외에 다른 증거가 있다고 확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국정원과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거부해 온 이 의원 등이 법정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국정원의 내부 조력자로 알려진 이른바 ‘RO’의 일원이 증인으로 세워질지 등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수원지법은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의 관심 등을 고려해 가능한 한 빨리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곽노현 학생인권조례 공포 적법”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2011년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것은 절차상 하자 없이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시의회 의결 뒤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20일로, 이 기간을 넘겨 교육부 장관이 재의 요구를 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학생인권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실체적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헌재 결정을 계기로 대법원의 관련 사건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공포한 시·도는 경기·광주·서울·전북 등 4곳이며 이 가운데 서울·전북 교육청은 조례 내용의 적법성을 놓고 대법원에서 교육부와 법리 다툼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인권옹호관을 설치하거나 학생과 보호자의 포괄적인 학교기록 정정·삭제 요구권을 인정한 학생인권조례는 상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면서 “이런 내용을 담아 서울·전북 교육감을 상대로 청구한 조례무효확인 소송이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간 기싸움은 여전하다. 경기·광주 학생인권조례는 2010~2011년 적법 절차를 밟아 공포됐지만, 교육부가 상위 법령을 개정해 일부 조항 효력을 없앤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소지 여부, 학교생활규정 개정 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학교 규칙 사안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소지품 검사 등을 금지시키는 내용의 조례 조항은 무력해졌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사설] 한화 정도경영, 하급심 엄정함 주문한 대법

    어제 대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파기환송은 그룹 총수라 하더라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게 되면 배임죄로 처벌된다는 점을 재계에 재확인하는 한편 배임 적용 시 손해발생 유무에 대한 판단을 법리에 맞게 해야 함을 일선 법원에 깨우쳐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고법은 김 회장의 부동산 저가 매도에 대한 배임액 등 파기환송된 대목을 다시 따지게 된다. 김 회장의 양형에도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항소심은 김 회장이 법정구속 이후 사비를 들여 1186억원을 공탁한 점을 감안해 1심 재판부보다 1년 낮은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배임에 따른 이득액을 1797억원으로 정한 상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횡령·배임죄의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권고형량 5~8년에, 감경해도 4~7년으로 하게 되어 있다. 집행유예 가능성 여부도 관심사다. 형법 제62조는 집행유예 선고요건을 징역 또는 금고 3년 이하 형이 선고된 경우로 하고 있다. 김 회장 측은 배임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 ‘경영상 판단’인 데다 개인적 치부가 아니라는 점을 재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으로서는 전과까지 있는 김 회장에게 집행유예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파기환송은 재계나 일선 법원에 적지 않은 의미를 던지고 있다. 재계로서는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명목 아래 부실 계열사 지원을 위해 다른 계열사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일을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개별 회사마다 고유한 주주의 이익이 있고 이를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선 법원으로서도 배임 적용 시 손해발생 입증 책임이 강화된 만큼 배임죄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재벌총수 재판에 있어 사법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온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양형기준에 따라 들쭉날쭉이던 판결 성향을 바로잡고 있으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법과 양심에 충실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 새누리 ‘국회선진화법’ 위헌 검토 착수

    새누리당이 26일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 첫 회의를 열고 국회선진화법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첫 회의에는 팀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간사 김진태 의원, 김재경, 권성동, 이철우, 김재원, 경대수 의원 등 율사 출신으로 구성된 위원 7명에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의의 핵심은 ‘선진화법이 헌법 제49조에 위배되느냐’의 문제였다.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일 때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전체 의원의 60%(재적 5분의3) 이상 찬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날 회의에서 “선진화법을 악용하는 게 문제지만 위헌까지는 아니다”라는 일부 의견도 나왔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법률 요건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법 개정을 하려고 해도 선진화법에 가로막혀 있어 힘든 상황이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생각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위헌법률 심판제청까지 갈 수 있는지, 제청하고 나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등을 집중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새누리, 국회 선진화법 수정 속앓이

    새누리당이 국회 선진화법 수정을 놓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당내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론, 법 개정론 등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인 25일 황우여 대표와 남경필 의원 등 선진화법 통과 주역들이 ‘선진화법 수호’ 총대를 메고 나섰다. 황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여야가 선진화법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원내 지도부로서 때로는 너무 힘이 들고 어떤 때는 강경한 야당에 부닥쳐 무력감마저 느낄 테지만 (선진화법은) 선진 국회의 꿈과 원숙한 의회민주주의의 성취를 위해 어렵사리 탄생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 일각의 개정론을 들면서 “대화와 토론, 타협과 양보의 국회를 위해 여야 대타협으로 이뤄진 게 국회선진화법”이라면서 “야당이 여당의 발목을 잡고 투쟁 도구화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원내지도부는 위헌 여부 법리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가운데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이 법을 악용하려 든다면 절대 좌시할 수 없다”면서 “법 개정에 60%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몽준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선진화법은)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일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개인적으로 이 법안은 몸싸움을 방지하는 것뿐 아니라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개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일지라도 독자 입법이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국회의 입법 불임증(不妊症)이 우려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같은 기만행위는 국회 몸싸움보다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에서 선진화법 처리를 주도했던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선진화법을 식물국회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단 한 번도 이 법 때문에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적이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대통령 입이 아니라 국민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석기 보도, 균형 지켰지만 대안 제시 못 해”

    “이석기 보도, 균형 지켰지만 대안 제시 못 해”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제61차 회의를 열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논란과 민주당 국정원 개혁요구’를 주제로 서울신문의 관련 보도를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서울신문이 팩트 중심의 사실 보도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 것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뚜렷한 방향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재원이 주로 정치권에 치우쳐 다양한 관점 제시가 부족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서울신문이 전체적으로 이 의원의 내란음모 논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독자를 고려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위원은 “서울신문만의 목소리보다 대체로 검찰 수사와 양쪽 정당의 입장을 속보성으로 전달하는 데 치우쳐 독자로서는 속시원하기보다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사태와 국정원 개혁 문제는 다양한 관점이 드러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임에도 정치적 관점에서만 다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전범수(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위원은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논란 등은 법률적 사안임에도 정치적 관점만 부각됐다”며 “법리적 해석 등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권 연대의 해체 가능성이나 판세에 대한 예측 보도는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차분하고 재미있게 제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위원은 “오피니언면의 이슈&논쟁 코너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관계 전문가나 일반인도 다양하게 섭외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준하(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 위원은 “사설에서 국정원 개혁 요구 등을 일관된 논조로 피력한 것은 좋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의 장외투쟁 이후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대한지적공사 사장) 위원장은 “이 의원 내란음모 논란과 국정원 개혁 요구가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사건 때문에 다소 밀려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중요한 내용의 주제”라며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를 당부했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종북 문제와 대북 문제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이를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면서 “종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사회적 통념과 법적 문제 등을 과감히 지적하고, 대북 문제를 다룰 때는 상대를 자극하는 보도에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국회 선진화법 운명 이번 정기국회에 달렸다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도 전에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식물국회’를 만드는 법인 만큼 손을 보겠다는 태세다. 이에 민주당은 “물리력과 날치기가 난무하는 국회로 후퇴하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몸싸움 방지법’으도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은 만들어진 지가 불과 1년이 조금 넘었다. 새누리당 스스로가 발의해 지난해 5월 국민들의 박수 속에서 이 법을 처리해 놓고 국회 운영에 어려움이 나타나자 위헌 소송까지 거론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이 법의 맹점을 활용해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정략적 계산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 개정에 나선 새누리당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쟁점 법안의 경우 국회의원 5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 민주당이 발목을 잡는 한 그 어떤 법안도 처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새 정부 출범 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생고생을 한 여당 입장에서 보면 의사 일정 마비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하는 이 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 법안들을 줄줄이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선처’만을 기다려야 한다면 집권 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법에 다수결 원리를 무시한 법리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시행도 하지 않고 고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사실 이 법 제정 때부터 ‘식물국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도 박근혜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법 처리를 밀어붙인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처리 시도와 이를 저지하는 야당 간에 쇠사슬과 해머까지 동원해 몸싸움을 벌이던 후진적인 국회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인 주문이 있었다. 일방적인 수(數)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해 만든 법이 바로 국회 선진화법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 법을 사실상 대여 투쟁의 수단으로 삼을 기세다. 혹여 민주당이 이 법을 방패 삼아 정부·여당의 입법 저지에 올인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 법의 운명은 어찌 보면 민주당의 대승적인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 역시 야당과 더 소통해 합의 정치를 이끌어내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이 천년만년 야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도 언젠가는 야당이 될 수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이 법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내길 바란다.
  • 불륜 잡으려다 눈 맞아 성관계…강간죄·간통죄 모두 성립?

    불륜 잡으려다 눈 맞아 성관계…강간죄·간통죄 모두 성립?

    피해자가 기혼자인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강간죄 외에 간통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간통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간 피해자가 기혼자인 경우 그 성관계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에게 간통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가해자에게도 강간죄 외에 간통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자백을 근거로 강간죄와 간통죄가 모두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을 뿐 아니라 A씨와 피해자 사이에 실제 성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도 다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9월 B(여)씨의 불륜이 의심된다며 남편 쪽 조카로부터 불륜 장면을 촬영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600만원 상당의 카메라세트를 받았다. A씨는 B씨를 계속 따라다녔으나 별다른 불륜 장면을 잡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B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세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받았다. B씨는 또 남편과의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A씨와 짜고 마치 납치되어 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꾸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B씨 남편의 고소로 두 사람은 기소됐다. B씨는 그러나 “A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으며 오히려 A씨에게 납치돼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가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 실제 3차례 성관계가 있었다고 보고 간통죄를 인정했다. A씨에게는 징역 10월이, 무고 혐의까지 인정된 B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3차례의 성관계 중 모텔에서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두 번의 관계는 여러 정황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차 안에서의 성관계는 꾸민 것이 아니라 A씨가 강제로 성폭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기혼자인 여성을 강간했으므로 간통죄와 강간죄가 함께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이중 기소된 혐의인 간통죄를 적용,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B씨는 간통과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간통죄와 강간죄를 함께 적용한 원심의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사건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현갑의 시시콜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박현갑의 시시콜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추석 등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에 제출됐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이 법안을 포함해 통합채산제 적용 제외, 통행료 감면 및 면제 등을 골자로 한 유료도로법 개정안 13건이 계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통행료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료도로법을 살펴봤다. 법리 구성이 엉성한 부실 법안이다. 이 법 16조 3항은 통행료 총액이 도로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같은 법 시행령 10조는 한국도로공사가 30년의 범위 안에서 통행료 수납기간을 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18조는 전국을 하나의 노선으로 간주, 모든 고속도로 이용자에 대해 동일한 요금체계에 따라 수납기간에 관계없이 통행료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통합채산제다. 이에 따라 통행료를 징수한 지 30년이 지난 경인선·경부선·울산선 등 8개 노선 이용자는 지금도 통행료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된 법이라면 16조 3항과 18조 중 하나는 없어야 한다. 상충적 법 조항으로 인해 13건의 개정안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행료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이 법을 손질해야 할 이유다. 사용료·수수료는 이용자 부담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통행료는 통합채산제라는 공익추구 논리에 이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다. 국토부는 통합채산제를 통해 기존 노선의 유지 관리 및 신규노선 신설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통행료 징수기간 30년이 지난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는 언제 이용할지 알 수 없는 다른 도로 건설비를 여전히 내야 하는 식이다. 도로의 공공성을 감안해 통합채산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과 도로법 16조의 입법정신을 감안하면 30년 넘은 도로 이용자에 대해서는 다른 요금부과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본요금과 주행요금으로 구성된 통행요금 중 기본요금은 부과하지 않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통행료 감면법안은 차종(화물차, 장애인차, 경차)과 운행시간대(명절, 심야, 교통정체)에 따라 여러 안이 나온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6월부터 폐지된 하이패스 할인제는 고속도로 이용편리성 향상과 교통개선효과 증진이 그 시행 취지로, 도로공사 운영에 도움을 준 만큼 부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차 할인제는 경차 보급 확대에 있었으나 할인제로 경차 보급이 늘었다기보다는 고유가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조정이 필요하다. 출·퇴근 할인제의 경우, 교통수요 관리정책과 배치되는 만큼 대중교통수단 확충 등 대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남산 1, 3호 터널에 대한 터널이용료 징수 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KTX처럼 지연운행 시 요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하는 시스템을 고속도로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국회선진화법 어쩌면 좋을까요] “새누리가 만든 법… 남탓 말고 정치력 보여라”

    [국회선진화법 어쩌면 좋을까요] “새누리가 만든 법… 남탓 말고 정치력 보여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안 된다고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라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24일 새누리당의 국회 선진화법 수정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개정 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검토되고 있는 모든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은 새누리당이 스스로 만들자고 한 법을 스스로 고치자는 자기부정으로 새누리당의 단견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아울러 선진화법 개정도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의 경우 상임위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선진화법에 따라 처리돼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법리 문제는 둘째로 하더라도 헌재의 일관된 판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런 판례를 감안하면 위헌법률 결정이 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헌재는 국회에서 처리된 ‘날치기 법안’들에 대해서도 본회의를 통과한 이상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데 하물며 국회 선진화법은 날치기도 아닌 여야의 합의로 적법하게 통과된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정치의 근본은 협의로, 야당을 윽박지르거나 협박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합의 통과한 법안을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정당의 존립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국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만 했을 뿐 진지하게 의사 일정 협의를 요청하는 등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 본부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민생을 팽개치고 있다고 하더니 우리가 정작 정기국회에 참여한다고 하니 민생과 전혀 상관없는 국회 선진화법만 얘기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포기하는 것처럼 새누리당도 스스로의 원칙과 신뢰를 내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국회선진화법 어쩌면 좋을까요] “민생 볼모로 잡아… TF 구성해 위헌 본격 검토”

    [국회선진화법 어쩌면 좋을까요] “민생 볼모로 잡아… TF 구성해 위헌 본격 검토”

    “국회선진화법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리 검토를 위해 원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습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권성동·김진태·경대수 의원 등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TF를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4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킬 때 이미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개인적으로도 반대했지만 ‘국회 폭력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묻혔다”면서 “당장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 민생법안이 쌓여 있는 상황인데 선진화법 때문에 민생이 볼모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헌 검토 배경에 대해 그는 “쟁점법안 본회의 상정 때 ‘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을 명시한 조항은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본회의 의결 요건으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폭력 방지법이 통과돼 선진화법 제정 당시와는 상황이 또 달라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의 개정 역시 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수석부대표는 선진화법을 ‘뒤떨어진 소프트웨어(후진적 정치문화)보다 한 발 앞서 나간 하드웨어’에 비유하면서 “국회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법, 국회마비법”이라고 했다. “폭력으로 얼룩진 정치문화를 바로잡아 보자는 당초 취지는 좋았지만 성숙한 타협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국회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 상식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문화가 형성되어 있나. 야당이 이렇게까지 곳곳에서 발목을 잡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는 “당내 분위기도 개정론이 압도적이다”면서 “선진화법을 주도했던 황우여 대표 역시 ‘(현 상황이) 국회 선진화가 아니라 국회 효율화를 생각해야 될 때’라고 법 개정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정원 “안소희, 내란음모 혐의 아니고 국보법 위반”

    국정원 “안소희, 내란음모 혐의 아니고 국보법 위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은 24일 오전부터 통합진보당 안소희 파주시의원 자택과 시의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의 부인이다. 당시 국정원은 이 지부장의 자택을 한 차례 압수수색했지만 이번에 다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안 의원 신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오전 7시 30분께부터 안 의원 입회하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안 의원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뒤 파주시의회로 이동했다. 오후 2시 현재 시의회 안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시의원 5명이 함께 쓰는 공동사무실이다. 안 의원에게는 ‘내란음모’ 혐의 없이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만 적용됐다. 안 의원은 올 5월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RO(Revolution Organization) 비밀회합에 참석, 북한을 찬양·동조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안 의원에게는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오늘 오전 일부 언론에 ‘안 의원에게도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됐다’고 확인해줬지만 착오였다”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만큼 어느 정도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앞서 이 의원 구속영장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내란음모 사건 관련 피의자들이 정당이나 사회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어 그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혁명을 일으키려 한다면 국가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안 의원은 녹취록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5월 비밀회합에 두 차례 참가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달 이영춘 지부장 압수수색 당시 국정원이 안 의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이 지부장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압수해 간 점으로 미뤄, 노트북에서 안 의원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같은 강연(비밀회합)에 참석했는데도 일부에겐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국가보안법 위반’만 적용됐다”며 “국정원이 기초적인 법리검토도 없이 남편과 아내를 따로따로 압수수색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민단체들 “진상 밝혀달라” 수사 의뢰

    시민단체들이 채동욱 검찰총장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할 방침이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되면 채 총장 불법 사찰 여부 등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혀 채 총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7일 “법리 검토를 거쳐 추석 연휴 이후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채 총장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해당 아동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언론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지난 16일 채 총장 사퇴 외압 및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 등에 대한 수사요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검찰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23일 이후 고발장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채 총장을 둘러싼 쟁점은 ▲혼외 아들 의혹 당사자인 임모(여)씨와 아들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 ▲청와대, 국가정보원의 채 총장 불법 사찰 여부 등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채군의 가족관계증명서, 학교생활기록부, 혈액형, 출입국 기록 등의 개인 정보가 불법으로 취득돼 유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일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얻었다면 정보를 제공한 자와 제공받은 자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밝히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수사 착수 때 의혹의 진원지인 청와대를 정조준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 내에서는 “고발장이 접수되면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청와대 배후설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혹만 갖고 청와대와 정면충돌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채 총장 혼외 아들 의혹의 진위는 법원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은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은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진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채 총장도 “법무부 감찰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고 사인(私人)이 되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면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심층 토론이 열렸다. 직접적으로는 갑을오토텍의 임금 및 퇴직금 관련 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판결하려는 시도다. 실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GM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청함에 따라 핫이슈가 된 건이다. 현재 이 문제로 전국 130여 사업장이 소송 중이다. 기업 측은 이 소송이 총 38조원의 추가 부담(30만개 정도의 일자리 재원)을 지울 수 있다며 비용 부담론을 편다. 반면 노동계는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풀고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판례대로 하자고 한다. 논란이 뜨겁다. 원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기본급에다 ‘정기적·일률적’ 성격의 수당을 합친 것이다. 현 논란의 핵심은 과연 정기 상여금(보너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다. 연장근로나 야간근로가 많은 한국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회적 파장은 클 것이다. 사실 한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검증받듯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만, 그 기회를 틈타 초국적 기업 대표가 일국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도 기분 나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이 문제로 한국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나왔는데도, 기업 이익 때문에 법마저 바꾸라는 주문 아닌가? 이건 통상적 내정간섭 이상이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나 노동법을 직접 건드리는 행위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GM(전 대우자동차)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흘러왔는가. 2002년에 한국GM은 연봉제를 시행하며 1년에 일곱 차례 지급하던 상여금을 인사평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업적연봉’ 형태로 바꾸었다. 이로써 많은 수당들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분노한 노동자 1025명은 2007년 3월 (임금채권 유효가 3년인 점을 감안)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의 업적연봉 및 조사연구·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시간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라며 제소했다. 1심 재판부는 “업적연봉은 근로자의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돼 고정 임금이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노사 모두 항소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와 GM 회장의 요구가 있었다. 그 뒤 7월 말 서울고등법원은 “업적연봉도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결정되고, 최초 입사자에게도 지급되며, 연초에 정해진 업적연봉은 12개월로 나누어 지급될 뿐 고정돼 있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갑을오토텍 사건 해결을 위한 대법원 토론도 사실상 이 한국GM 건의 연장선이다. 최종 결정엔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픈 것은 노사정 모두 ‘삶의 질’ 차원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세계 최장의 노동을 한다.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나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연극이나 영화를 보거나 좋은 교양 도서 몇 권이라도 볼 시간이 없다. 옆 사람이나 다른 회사를 팔꿈치로 밀쳐야 자기 생존이 보장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심신이 지친다. 3년이 가고 5년이 가도 삶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잘하면 잘할수록 “더 잘하라”는 말만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조’ 경제나 ‘품질’ 경영이 어렵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해야 가슴 뛰게 하는 제품이 나온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도 결국 인문학을 접할 삶의 여유 문제를 제기한다. 이제 발상을 전환하자. 하루 8시간 이하를 일하고도 생계 걱정 없는 세상, 늘어난 여가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삶의 풍요를 느끼는 사회,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이 차별 없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미래, 바로 이게 희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통상임금 논란도 단순한 월급봉투의 두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가 삶의 질 차원에서 도약해야 할 시금석이 아닐까? 잡스 식으로 “나머지 인생을 장시간 노동으로 채우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꿔 놓을 혁신을 하고 싶습니까?”
  • 초유의 총장 감찰… 채동욱 “사퇴”

    초유의 총장 감찰… 채동욱 “사퇴”

    채동욱(54) 검찰총장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6일 조선일보에서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지 7일 만이다. 채 총장의 전격 사퇴 표명은 청와대·여당 내 채 총장 비토(거부) 세력의 지속적인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 총장은 오후 2시 30분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저는 오늘 검찰총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은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리를 적용했으며 그 외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둔다”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 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검찰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소중한 임무를 수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앞서 오후 1시 20분쯤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 독립 감찰관을 임명,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오후 1시 50분 조상철 대변인을 통해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발표했다. 법무부 내의 감찰 조직이 현직 검찰총장을 감찰토록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정작 감찰을 담당해야 할 안장근 감찰관은 이날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찰을 지휘할 책임자가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먼저 감찰 착수를 알린 것이다. 법무부 발표를 전후해 채 총장은 대검 간부들과 회의를 가진 뒤 숙고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 대검 간부들은 사퇴를 만류했지만 채 총장은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단 하루라도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법무부의 감찰 착수 공식 발표 40분 만에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나왔다. 조 대변인은 “사의 표명을 한 거지 종결된 것은 아니어서 확답할 순 없지만, 검찰 조직에서 물러나면 감찰 대상이 안 되기 때문에 감찰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사법연수원 14기로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수사,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에 참여한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이다. 지난 4월 4일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지만 5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황 법무가 총대 멨나… 靑·與·국정원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說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황 법무가 총대 멨나… 靑·與·국정원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說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비록 짧지만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4월 4일 취임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청와대·여당·국가정보원의 전방위 퇴진 압박에 채 총장이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6일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제기가 채 총장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청와대·여당·국정원의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의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 러시아·베트남 출국→6일 조선일보 혼외 아들 의혹 보도→11일 박 대통령 귀국→여당의 채 총장 사퇴 청와대 건의→법무부, 채 총장 감찰 지시’ 순으로 채 총장 사퇴를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는 논리다. 채 총장 사퇴는 지난 6월 14일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이미 예정된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검찰 발표가 야권에 정권 성토를 위한 촛불집회의 빌미를 제공, 여권 수뇌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검찰 수사 발표를 전후해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 ‘채 총장이 통제가 안 된다’, ‘몰아내야 한다’ 등 강경론이 대두됐다”면서 “채 총장 사퇴는 시점이 특정되지 않았을 뿐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수뇌부는 지난 11일 청와대 핫라인을 통해 채 총장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여당 수뇌부는 총장의 도덕성과 인사청문회 때 재산 은닉 등 허위 신고를 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추석 전에 청와대 핫라인을 통해 채 총장 사퇴를 비공식적으로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채 총장 사퇴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특별 감찰 지시가 결정적이었다. 황 장관이 법무부 내 감찰 조직을 동원해 채 총장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총장 사퇴의 총대를 멨다. 사상초유의 일로, 법무부 감찰이 현직 총장을 소환해 조사하겠다며 사실상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채 총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리를 적용했으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도 본인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그 배경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황 장관의 감찰 지시에 대해 사정기관 총수로서 채 총장이 느꼈을 모욕감은 엄청났을 것”이라며 “황 장관의 감찰 지시는 총장에게 대놓고 물러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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