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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는 ‘선’이 있다. 한 건물에 머무는 선후배 법관들의 업무가 재판과 사법행정으로 나눠지면서 이들 사이엔 벽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연 완벽한 분리가 가능했을까. 식사를 같이 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참고하도록 보고서를 주고받으면서 경계가 흐려지진 않았는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법정은 많은 전·현직 법관들에게 이 부분이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많은 판사들은 식사와 메일, 전화통화, 가벼운 대화 속에서도 선은 넘어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1회 재판에서는 지난달 25일 증인으로 출석했던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홍 부장판사는 2013~2016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일했다. 그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던 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 관련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줘야한다며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등 재판 관련 언급이나 관련된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이 지난 증인신문에서도 쟁점이 됐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 ‘재판’이 오고가며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검찰은 물었고 홍 부장판사는 그런 영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이날 홍 부장판사와의 증인신문을 통해 대법원 재판이 영향을 받았거나 특히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영향을 주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증인께서는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의 선고가 나면 보고를 해달라고 한 지시를 들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들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회부에 주저하거나 전합에 회부하는 게 맞으니 내 뜻대로 해야한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까?” (변호인) “그런 적은 없으셨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근무하는 동안 양승태 피고인이 증인이나 다른 재판연구관에게 전합 사건이 아닌 다른 특정사건의 검토를 지시한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으로서 전합 사건 외의 대법원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특정 재판의 결과와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를 결부지어서 언급하는 것을 듣거나 전해들은 기억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강제징용’ 재상고 주심 대법관의 ‘말씀정리’ …유일하게 잃어버린 메일 1통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에는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이던 김용덕 대법관을 상대로 외교부 의견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3년 8~9월쯤 접수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의 주심은 2014년 6월에야 김 대법관으로 지정됐다. 피고인 전범기업 측의 상고이유서가 그해 5월에서야 접수됐기 때문이다.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에게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거나 국제법적으로 문제될 것’이라며 사건의 방향과 결론을 언급해 김 전 대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이 지적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그 근거 중 하나로 2014년 12월 김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이었던 황진구 부장판사에게 건넨 2012년 판결의 재검토 지시를 제시했다. 그 뒤 행정처에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가 도입됐고, 외교부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낼 것을 기다리며 재판이 2년 넘게 지연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 부장판사가 홍 부장판사에게 2014년 12월 31일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에 담긴 첨부파일 속에 김 전 대법관의 2012년 판결 재검토 지시 방안이 들어있는 만큼 홍 부장판사도 이미 강제징용 사건의 파기환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홍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관의 지시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이 이 사건을 공동조(특정 대법관에 전속된 재판연구관이 아니라 여러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사건을 공동으로 검토하는 재판연구관)에서 검토하라는 지시를 듣고 ‘대법관님께서 의문을 갖고 계시는구나, 사건처리가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했을 뿐”, “보통 공동조에 보내지면 심층검토를 할 것이고, 그럼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일반적인 내용만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메일을 삭제하지 않아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7000여개의 메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했다. 행정처에서 메일 서버의 보존을 위해 ‘메일함을 정리하지 않으면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될 것’이라는 취지의 공지를 하며 주기적으로 메일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한 차례도 삭제하지 않고 모든 메일을 그대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전체 메일을 검사와 함께 확인했다. 이 가운데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메일을 선별해 임 전 차장을 비롯해 17명과 주고받은 이메일 1487개가 추출됐다고 한다. 검찰은 홍 부장판사와 함께 1487개의 메일을 일일이 열어보며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상황 등을 맞춰보며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홍 부장판사가 기억하지 못한 메일의 내용은 해당 메일의 발신인이나 수신인의 메일함에 담겨있던 메일과 그들의 진술로 퍼즐이 맞춰졌다. 그런데 1487개 메일 가운데 2014년 12월 31일자, 황 부장판사가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 딱 하나만 퍼즐이 맞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의 메일함에도, 홍 부장판사의 기억에도 해당 메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평소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은 증인이 유독 이 이메일만 삭제한 것은 그만큼 너무나 부적절하고 이례적인 이메일이어서 그대로 놔둔 것은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삭제한 것 아닌가?” 물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은 제가 황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쟁점을 공개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개변론을 열어 각게각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고 기재해서 그게 저한테는 유리한 내용이 있다”며 자신이 메일을 삭제하지 않았고 검찰의 메일 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부장판사가 보낸 메일 속 첨부파일의 문건에는 김 전 대법관이 언급한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들과 함께 홍 부장판사의 의견이 말미에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황 부장판사에게 ‘청구권협정 관련 환송 판결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움’, ‘환송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원고들(강제징용 피해자)이 직접 일본국이나 일본 회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숙제임. 방법을 찾아보아야 함’, ‘소멸시효 문제를 어떻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필요가 있음’ 등의 검토 지시를 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이 없었으면 오히려 제가 곤란해졌을 것”이라며 메일을 지울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일상적인 제목도 아니고 대법관님 말씀을 파일로 정리했다는 내용의 메일인데 제목을 보는 순간 열어보겠고, 본문을 보는 순간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김 전 대법관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 수 없어 당연히 주의깊게 열어봤을 것 같은데 아니었나”라는 검찰의 물음에도 “재판연구관이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것을 제가 (대법관에게 전달하기 위해) 꼼꼼하게 읽고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치밀하게 검토하는데, 보고서가 오기 전에는 쟁점이 뭔지 읽어볼 필요도 없다. 실제로 강제징용 사건 보고서가 저에게 오지도 않았고, 검토하지도 않을 사건의 쟁점을 미리 제가 열심히 읽어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식당에서 대법원 사건 얘기 안 한다”면서도 “임종헌 언급 이례적인 건 아냐” 홍 부장판사가 ‘크게 관심을 갖지도, 깊이있게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대충이나마 내용을 알고 진행방향을 짐작하고 있던 건 임 전 차장 때문이었다. 임 전 차장이 ‘절차적 만족감’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수 있다’는 등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이야길 꺼낸 것이 대법원 전용 구내식당 또는 전화통화에서였다고 홍 부장판사는 말했다. 식당에서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홍 부장판사는 행정처 실장과 부장판사급 심의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 14명만 드나드는 전용식당에서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의 이야기를 평소에는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4명 중 행정처 인사가 12명이어서 그 안에서 대법원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 드문 일 중 두 번이 임 전 차장에게서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홍 부장판사는 “두 번이지만 간격이 8개월인가 그랬다”면서 “식당에서 법률적 쟁점도 제가 얘기했을 수도 있고, 대법원에서 돌아가는 사건이 아니면 궁금해하는 쟁점이나 견해를 물어볼 수도 있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장시간 하는 이야긴데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과의 증인신문에서는 식당에서조차 ‘선’이 지켜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업무와 재판 업무 사이가 모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까?” (변호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홍 부장판사) “정보가 서로 간에 많이 오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사적으로 인사하고 식당을 같이 이용하지만 업무적으로 연락할 일이 없는 상태라면 경계가 명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변호인) “연구관들은 자기 사건 보고서를 쓰고 그 때 심의관들과 상의할 일은 없고요. 기수도 차이가 나고 해서 행정처와 논의할 일은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대법원 건물 안에 행정처도 같이 있고 식당이 한 군데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면 증인이나 선임재판연구관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직급이고 그에 맞춰 행정처 실장이 고등부장 판사급이어서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식사하시면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행정처 관계자는 정책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변호인) “행정처 부장, 실장이 훨씬 많고 행정처 간부가 10여명이고 대법원 간부가 2명입니다. 대부분 대화는 행정처 사담이겠죠. (대법원 간부인) 두 사람이 대법원 사건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홍 부장판사) 다만 홍 부장판사는 민사사건 가운데 등기나 호적, 공탁과 같은 실무적인 사건 처리에 대해선 행정처 심의관들이 훨씬 전문적이고 능숙해서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행정처에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행정처 심의관 가운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 논문을 작성하거나 깊이 연구를 했다면 그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재판연구에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재판연구관이 현안 자료를 얻기 위해 행정처에 연구자료를 요청한 것이 특이하고 이례적인가“라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질문에 “요청한 경우가 꽤 있었다. 검토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는 것이 법관의 보편된 자세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부장판사는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6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대법원은 홍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고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홍 부장판사의 징계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거론됐다. “동기 법관들은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고 증인은 법원 내부의 인사순위에서 법원장 발령의 선순위에 있던 것으로 아는데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물음에서부터다. 홍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법원장으로 보임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도 발령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비재판 업무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그래도 재판 업무를 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내년에도 법원장 보직을 희망하지 않고 계속 재판부에서 일할 생각입니다. 차장님의 전화를 받고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자신을 법원장으로 발령 내지 않는) 취지가 저를 보호하는 취지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방법원장(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이 특별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된 게 없는 데도 언론에서 상당히 공격을 받고 사직한 상태였고 바로 그 인천 자리에 제가 가야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음에 (법원장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차장님이 설명했고 저도 그 말씀을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홍 부장판사가 징계에 넘겨진 것은 이른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된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2017년 1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의 주재로 열린 회의(처장회의)에서 연구회를 최초에 가입한 연구모임 외에는 중복으로 가입하지 못하도록 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축소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홍 부장판사는 징계에 넘겨졌지만, 이 회의에서 자신이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반대했다는 게 밝혀져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판사들이 많이 싫어할 것 같고, 탄압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그 자리에서는 그나마 강한 반대 목소리였던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고 전 대법관은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을 밝히려 했다. “당시 회의에서 고영한 피고인이 ‘무슨 논리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하지 않았나”, “정 조치를 해야한다면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가 끝나고 3월 이후에 하자고도 했다던데” 등의 질문을 변호인이 이어갔지만 홍 부장판사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다만 “처장님이 많이 망설인 건 맞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해 5월 법원행정처장 임기를 끝낸 고 전 대법관의 환송 만찬에서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이 “처장님 말씀을 들었으면 이런 사태가 없었을 텐데 죄송하다. 임 전 차장이 주장하는 것마다 모두 하지 말자고 해서 임 전 차장의 면이 너무 서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중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가장 시행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만찬에 임 전 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이 고 전 대법관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은 들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법서라] 공소장으로 재구성한 타다 논란…“콜택시” vs “렌터카 공유”

    [법서라] 공소장으로 재구성한 타다 논란…“콜택시” vs “렌터카 공유”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타다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는 법이 곧 통과되는데, (검찰이) 사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검찰의 타다 기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쏘카 이재웅(51) 대표와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34) 대표가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공유경제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부처까지 나서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택시업계에선 두 손 들고 검찰 결정을 환영하고 있고요. 이 와중에 대검-법무부-국토부 간 엇박자까지 드러나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 : ‘타다 기소’ 놓고 엇박자 이어가는 정부...대검 “사전 보고” 국토부 “몰랐다”) ▶[핫뉴스] ‘타다 기소’ 놓고 엇박자 이어가는 정부…대검 “사전 보고” 국토부 “몰랐다” 정부는 ‘정책적 조율’ 필요성을 내세우며 검찰 기소가 성급했다는 입장이고, 검찰은 사법처리를 미뤄달라는 정부 요청에 충분히 응했지만 불법을 계속 방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역시 검찰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성명을 계속 이어가고 있죠. 그렇다면, 정책적 판단을 논하기 이전에,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한 법리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맞선 쏘카 측 논리는 무엇일까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토대로 재구성해보겠습니다.■쏘카 “타다는 렌터카 공유다” 쏘카는 타다 사업을 시작할 때도, 지난 2월 택시업계 고발을 당했을 때도,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지금도 똑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타다는 ‘렌터카 공유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검찰이 적용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을 작성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자동차대여사업자는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해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해선 안 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대여 차량을 콜택시처럼 활용해선 안된다’는 취지죠. 여기서 쏘카는 ‘예외 조항’을 이용했습니다. 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에선 규정된 알선 허용 범위 가운데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이 적시 돼 있습니다. 타다가 승용차가 아니라 11인승 이상 승합차로 운영되는 이유입니다. 나아가 국토부 면허가 필요없는 이유도 ‘11인승 승합차와 운전자 모두 쏘카 소속이 아니다’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쏘카는 승합차는 렌터카로 대여하고 있고, 운전자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인력공급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있습니다. 기사를 직접 고용해 운용하는 택시회사와 달리, 쏘카는 그저 운전기사와 승객을 알선만 해주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국토부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쏘카의 주장과 달리 타다를 ‘콜택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검찰 “타다는 콜택시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에게 ‘타다 운영을 불법이라 판단한 가장 큰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타다를 타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타다를 탑승할 때 ‘콜택시’라고 생각하고 타는지, ‘렌터카’라고 생각하고 타는지 되물었습니다. 실제 이용자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실제로 다수의 이용자들이 콜택시라고 인식하는 이상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죠. 서울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5쪽짜리 타다 공소장에 따르면, 쏘카는 국토부 장관 면허를 받지도 않았고, 불법으로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했습니다. 검찰은 쏘카가 지난 6월 말 기준 268억원 상당의 여객을 운송했다고 기재했습니다. 검찰은 쏘카가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운전자들을 실제로 ‘관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전자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식시간, 운행 차량, 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지역’까지 쏘카가 관리·감독했기 때문입니다. 결제도 타다 어플리케이션에 미리 저장된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지고요. 이러한 정황상 타다는 사실상 ‘콜택시’와 다를 바 없이 운영됐다는 것이 검찰이 내세우는 근거입니다.■법조계 의견도 분분 법조계에서도 이번 기소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리적으로 첨예한 상황이죠.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변호사)는 “검찰이 법률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타다가 정당한 법률적 근거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 변호사는 “검찰은 타다가 마치 택시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데, 법에 허용된 예외조항을 이용해 마치 택시처럼 운행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걸 불법이라 볼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법적으로 렌터카로 운영되는 점이 중요하지, ‘사실상 콜택시처럼 운영된다’는 논리가 법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취지죠.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검찰이 이용자 인식을 얼마나 통계적으로 분석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법원에서 실제 소비자 인식, 실태조사와 같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타다를 불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판사 출신인 여상원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은 개인이 여유시간에 차를 나눠 쓴다는 개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타다는 개인이 나눠 태우는 개념이 아니라 시내를 돌아다니며 ‘택시’처럼 운영되고 있으므로 공유자동차로 보기 힘들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의로 자동차를 제공하고 약간의 실비를 변상받은 것이냐, 실제 영업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냐가 관건인데, 재판에서도 후자로 판단해 유죄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영희 전 대한변헙 수석대변인도 “유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노 대변인은 “운전자까지 껴서 승합차를 빌려 운영하는 형태가 운송사업 예외조항을 만든 법 취지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면서 “면허를 받지 않고 택시와 똑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이상 불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재판부의 손에 달린 결론 이미 검찰 기소는 이뤄졌습니다. 이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난상을 해결할 열쇠는 재판부가 쥐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불법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리면 정부에서도 행정제재를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택시와 타다 간 상생안을 찾던 정부 구상에도 금이 가겠죠. 반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쏘카의 손을 들어주면 오히려 공유경제 논의가 가속화될 여지도 큽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신사업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오롯이 사법적 판단에 떠맡겨진 점이 아쉬운 마음입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하고 해산 결정을 했다. 당장 통진당 소송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가 쟁점이 됐고,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전주지법에 의원직 지위확인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행정소송을 맡은 일선 재판부에 소송과 관련된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가운데 대표적인 재판 개입 의혹으로 꼽히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만 잃은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정당 해산의 후속 조치로 통진당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진당 중앙당 및 각 시·도당을 관할하는 법원에 통진당이 보유한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인복 대법관이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0회 재판에서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사법지원실 심의관을 지낸 최우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과 관련해 행정처의 입장이 일선 법원에 전달된 과정을 설명했다.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된 뒤 통진당 각 시·도당에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보전처분(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소송이 확정되거나 집행되기 전 법원이 하는 잠정적인 처분),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느 것이 가능하고 적정한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청와대가 법원의 의견을 받아보기로 하면서 당시 김종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에게 연락해 “통진당 잔여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가압류나 가처분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자료를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이 사법지원실을 통해 검토자료를 만들고 일선 재판부에 전달하게 했다는 게 박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이다. 2014년 12월 22일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 기획법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국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사건이 많은데 검토를 해보니 가압류 신청이 부적절하고 여러 쟁점이 있으니 행정처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요청이 이어졌다. 전국 다수의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신청됐는데 각 법원별로 결론이 달라지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니 행정처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쟁점을 검토해서 일종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당황해서 ‘조치’ 이야기하는데 무슨 조치인지 어려워 통화의 세부적 내용은 생각을 못했다”고 최 부장판사는 기억했다. 그는 “전화와서 말한 내용 자체가 당황스러워서 뭐를 해야할지 막막했고 말 그대로 무슨 조치를 해야하는지 생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당 사건의 쟁점이 문제인 것 같고 해서 일단 행정처 차원에서 조치를 하기 보다는 연구회 등에서 개별적으로 쟁점을 올려서 토의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면 어떻겠냐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잔여재산 환수 착수…일선 법원 “혼란” 그런데 같은 날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판사에게서도 일선 재판부가 혼란스러워한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의) 전화를 끊고 나니 각급 법원에서 재판에 혼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행정처의 검토를) 요청한 건데 내가 그대로 묵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면서 “사건이 뭔지 파악하기 위해 검색을 해 실제로 전국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잔여재산에 대한) 보전 처분 사례가 없어서 고민을 한 시간 정도 한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천안지원의 다른 판사가 같은 취지의 건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인 전지원 대전고법 부장판사에게 전국 법원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됐고 일선 법원에서 혼선을 겪고 있으니 행정처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전 부장판사는 “일단 사건 내용을 파악해보라”고 한 뒤 윤성원 당시 사법지원실장(전 인천지방법원장)에게 보고를 하러 자리를 떠났고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연락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게 해당 사건의 검토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그날 저녁 무렵 최 부장판사는 전 부장판사에게 “부장판사 재판연구관들에게 사건 검토를 부탁했으니 쟁점을 보내주고, 부장들의 의견을 구한 뒤 각 쟁점 검토 내역을 일선 법원에 알려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시를 받았고, 다음날 부장 연구관들에게 의견을 받아 검토문건을 최종 정리했다. 부장판사인 재판연구관들이 검토한 내용은 통진당 예금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이었고, 이는 최 부장판사가 작성한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 담겼다. ‘징수위탁은 유효한 집행방법이 될 수 없으므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보전처분에 의할 수밖에 없고, 국고귀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도당이 당사자 능력과 적격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는 견해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며, 국가의 해산정당에 대한 권리는 특정물에 대한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그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되어야 할 것’.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되거나 논의된 전례가 없었고 참고할 수 있는 판결례 등도 없었으며, 각 쟁점과 관련, 예상되는 상반된 견해들도 각각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특정한 결론이 가장 적합하다는 식의 판단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행정처 보고양식 뺀 일반 문서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공유된 것처럼” 최 부장판사가 일선 법원들에 보낸 보고서는 기존의 행정처 내부 보고서와는 양식이 달랐다. ‘대외비’ 등의 단어가 빠졌고 제목을 표기하는 방식 등이 달랐다. 또 전달 방식도 조금 독특해 보였다.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요청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겐 직접 메일로 이 보고서를 전달했고, 나머지 법원에는 신청 사건을 맡은 단독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법에서 신청 사건을 맡고 있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일선 법원의 신청 단독을 맡은 판사들에게 배포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이러한 전달 방식에 대해 최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되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최 부장판사는 보고서를 보내면서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식도, 전달 방식도 남달랐던 데 대해 최 부장판사는 “행정처 표시가 나는 보고서를 보낼 경우 행정처에서 검토한 걸로 오해가 될 수 있어서 (기존 양식을) 지우고 보냈다”고 말했다. “우리(행정처)가 검토한 게 아니고 쟁점도 대전이나 천안지원 판사들이 검토한 것을 정리하기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행정처가 공식적으로 내려보낸 보고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처의 조치를 요청한 해당 판사들이 분석한 쟁점 정리를 토대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세 명의 결론 정리가 이뤄졌고 자신은 이 모든 내용을 취합해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처 공식입장이 담긴 문건은 아니고 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내용이 되길 바랐다. “증인은 당시에 법원행정처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리한 검토 자료를 일률적으로 배포하지 않았다면 1심 재판의 결론이 다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검찰의 이 물음을 시작으로 검찰과 최 부장판사 사이의 약간의 신경전이 법정에서 오갔다. 최 부장판사가 “그 부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검찰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최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저 역시 통진당 잔여재산 1심 재판의 결론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정 내용의 법리 오류가 있을 때도 비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부장판사는 “그 조서를 작성할 때 검사와 오래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단언하게 진술한 것은 아닌데 최종적으로 검사가 저렇게 말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말한 거였다”면서 “판사들이 어떻게 검토할지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다양한 결론이 나왔을 때 어떤 비난을 받을지 우려는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몇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주 다양하게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 문건 일선 판사들에 배포한 판사… “그 상황에선 괜찮은 방안” 이어 검찰이 “증인은 당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검토 자료를 일선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거절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네. 행정처 내 외부 전문지식이 있는 부장판사들로부터 검토 의견을 받아서 결과를 취합해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해주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막연한 생각으로는 행정처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 중에선 그 상황에서는 가장 괜찮을 수 있겠다, 문제가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건을 검토해서 배포하는 게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검사) “가장 적절했다는 취지가 아니고 당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최 부장판사) “검토 자료 작성 및 배포 지시에 대해 재판에 공정성과 독립을 침해할 수 있어 부적절한 지시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 (검사)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최 부장판사) “전혀 하지 않았나?” (검사) “네.” (최 부장판사) “검찰 조사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검찰의 지적이 이어졌다. “조사 당시에도 (지시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해서 다시 물었다. ‘(앞선 조사에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자료를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부적절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유가 뭔가‘ 물으니 ‘일단 재판 기록을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한 자료를 심의관인 제가 전달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재판을 지원한다는 순수한 의도를 설명해도 자료를 받는 판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거고 행정처가 부당하게 관여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전달 자체가 부적절하다. 제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진술했다.” (검사) “저것도 마찬가지로 오랜시간 검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에는 지금 (법정에서)한 것처럼 말했는데 검사가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말하고, 나는 전체 상황은 모르는 가운데 어쨌든 검사가 ‘재판에서 문제되는 쟁점에 대해 행정처 문건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이어갔고 그에 대해 반박했지만 검사가 보는 입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니까,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조서에 정리되는 것을 확인하고 날인했다.” (최 부장판사)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나, 없나.” (검사) “그 멘트는 검사가 한 멘트이고 내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부담스럽다고 내가 이야기했더라도 그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거지, 지시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아니었다.” (최 부장판사) 최 부장판사는 자신이 쓴 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된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도 강조했다. 지시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자신이 일선 판사들에게 보고서를 배포할 때에도 청와대로 건네질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되는 무렵, 전 부장판사는 선관위를 통해 ‘채권 가압류 신청 제기 상황’ 자료를 받아 최 부장판사에게 건넸다. 가압류·가처분과 같은 신청 사건은 밀행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법원의 규정 때문에 어떤 재판부의 누구 판사가 맡는지 행정처에서는 파악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료는 윤 전 실장이 선관위원장인 이 전 대법관에게 문의해 확보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신청 사건 당사자인 선관위에 자료 요청…재판부 ”이상하지 않았나?“ 증인신문이 끝날 무렵 좌배석 판사가 최 부장판사에게 “윤 전 실장이 이 전 대법관을 찾아가 사건 전체 현황과 내부검토 자료를 요청하면서 사법지원실에서 검토가 완료되면 보고하겠다고 한 것을 증인은 자세하게는 몰랐다고 했는데 눈치는 챘던 건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그 무렵 전 부장판사가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니까’라며 변경된 내용을 보고서에 반영해서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처장님이나 차장님께 보고하거나 아니면 선관위에 보고될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만 최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전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신청사건의 당사자인데 보고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최 부장판사는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해서… 최근에는 규칙이 개정돼서 안 되지만 (이전에는) 가처분 신청할 때 직접 당사자와 연락해서…(할 수 있어서) 그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당시 문제의식을 갖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가장 마지막 질문을 보탰다. “네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분위기가 어땠는가?” 앞선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부장판사가 검찰에서의 진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설명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추궁이라면 추궁이고요. 일단은 처음에 소환됐을 때 이 건 관련이라고 들었고 이 건이 외부에 행정처 문건으로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정처에서 가장 고민하면서 처리했던 문제입니다. 다만 (행정처 문건을 일선 재판부에 보낸 것의) 범죄성립 여부 관련해서 간단하게 이 사건은 제가 경험한 것은 크게 문제 없이 받아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길래 제 얘기를 들어봐달라고 하면서 기억나는 이야길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나 조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스탠드 잘 잡으라’(※최 부장판사는 이 말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이어진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의 질문에 설명했다) 하고 청와대 얘길 했습니다. 그 때는 (청와대 얘기는) 거기서 처음 듣는 거라 제가 어떤 일에 끼어서 한 건지 가늠이 안 가고 위축되는 게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검사님은 그 외 부분에서는 친절하게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의견을 물을 때는 저도 초반에 적극적으로 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일정도 있고 서울에서 잘 곳도 없어서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으로 조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했고 완전히 제가 얘기한 것과 다른 취지의 기재된 것만 수정했고 다 반영했습니다.” 자신이 취합해서 정리한 보고서가 과연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대체 자신이 어떤 사건에 엮였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하며 증언을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서울광장] 위기는 ‘거울 속 내 모습’ 이다/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는 ‘거울 속 내 모습’ 이다/장세훈 논설위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개혁을 매개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혼란스럽다. 마치 ‘양립 불가’인 사안처럼 간주된다. 표현이 폭력으로, 의견은 선동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고 했지만 요즘 여야를 보면 정치적 인간이 동물처럼 느껴진다. 언어의 품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을 밀려 정치 행위와 국민 생활이 유리된 지 오래다. 경제가 곤두박질치지만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변명으로 일관하니 듣기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수많은 갈등 과제가 쌓이고 있다. 갈등은 언제쯤 눈 녹듯 사라질까. 현재로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탓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설득의 핵심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메시지 내용보다 맥락 세팅이 더 중요한 이유다. 기업들이 브랜드를 중시하는 것도 일종의 맥락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갈등 이슈로 자리를 잡으면 합의 이슈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사람들은 또 객관적인 사실보다 자신의 신념을 더 중시한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쓴 ‘열두 발자국’을 보면 사회심리학자인 울릭 나이서는 지난 1986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지호가 폭발할 당시 이 소식을 누구와 들었는지 쓰도록 하고 2년 6개월 뒤에 다시 묻는 ‘기억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설명이 일치하는 비율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25%는 전혀 다른 설명을 했고, 기억이 증거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비율도 높았다. 기억은 쉽게 왜곡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신념과 맞닿은 갈등 과제가 산적한 현 상황은 그래서 위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무수한 사례에서 증명된다. 예를 들어 검찰 조사나 재판을 앞둔 재벌 총수나 유력 정치인 등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는 데 인색한 게 대표적이다. 법리(무죄 추정)와 심리(유죄 추정)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보다 법적 책임을 더 신경쓰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을 신경쓴다고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 관리에 실패하면 크나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직언이 필요한 시점에서 직언을 들을 수 없다면 더 큰 문제다. 한때 총수가 사회적 논란에 휘말렸던 한 재벌그룹의 임원은 미숙한 대응 방식을 의아해하는 질문에 “해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게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내 주요한 의사 결정이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지는 ‘청와대 정부’라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와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의 신’이라고 불리고 미국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헨리 키신저는 “무시된 이슈가 위기를 부른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제 위기론은 근거가 없다”면서도 정작 국회에는 경기 대응이 시급하다며 513조 5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들이밀고 있다. ‘두더지 잡기’ 식으로 쏟아내는 후행적 규제가 주거 안정이라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선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12년 만에 최고를 찍은 원인이 통계 조사 방식 변경 때문이라는 정부 해명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편 가르기에 기반한 정책이 여전히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데, 경제의 막혀 있는 혈을 뚫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정부가 수많은 갈등 과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이슈부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창밖 풍경’처럼 여길 게 아니라 ‘거울 속 모습’으로 간주해야 한다. 위기를 딛고 빠르게 다시 올라서는 ‘실패 회복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자기 확신부터 버려야 한다. 정책 전환에 따른 매몰비용에 대한 걱정도 접어야 한다. 곧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위기를 더이상 낭비해선 안 된다. shjang@seoul.co.kr
  •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국회방송 2차 압수수색…남은 수사 박차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국회방송 2차 압수수색…남은 수사 박차

    검찰,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방송 2차 압색한국당 소환 불응에 증거 확보 주력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30일 국회방송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며 여야 의원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조광환)는 30일 오전 9시 45분쯤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정관에 있는 국회방송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영상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관련 충돌사태 전후인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상황이 담긴 영상자료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8일에도 국회방송을 한 차례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당시 여야 정당 의원총회, 규탄대회 영상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 110명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특수감금, 폭행 등 혐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앞서 경찰로부터 1.4TB(테라바이트) 분량의 폐쇄회로(CC)TV 등을 넘겨받은 바 있다. 검찰의 잇따른 압수수색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전히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해 혐의 입증에 정확성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이날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후 소환조사 등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직 의원은 모두 110명으로 자유한국당 60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문희상 국회의장) 등이다. 검찰은 앞선 경찰의 소환 요구에 한번도 응하지 않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최근 출석 요구서를 전달한 상태다. 다만, 법리상 검찰의 입증 증거가 확실한 경우 피의자 소환 조사 없이 사건을 기소할 수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경찰 “검찰이 고위직 검사 고소·고발사건 영장 기각…수사 어려워”

    경찰 “검찰이 고위직 검사 고소·고발사건 영장 기각…수사 어려워”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전·현직 고위직 검사들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각각 고발·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기각해 기초자료 확보조차 어렵다고 28일 밝혔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로부터 사건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이 안 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로부터) 거부돼 기초 조사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재신청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조기룡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현 서울고검 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고위직 검사들이 지난 2015년 12월 부산지검 검사 A씨가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고 위조한 사건을 알고서도 A씨 징계를 미뤘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시 부산지검은 A씨를 감찰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A씨의 사표를 수리했다. 현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발장 접수 후 지난 5월 임은정 부장검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법무부와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총 세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 자료를 검찰로부터 받지 못해 지난달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된 범죄 혐의가 법리적 측면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기각했다.서지현 부부장검사는 2010년 10월 안태근 전 대구고검 차장검사(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한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지난해 알렸지만 권모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이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았고 문모 당시 법무부 대변인은 언론 대응 과정에서, 정모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이들 3명을 각각 직무유기·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5월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맡고 있다. 경찰은 서지현 부부장검사가 안태근 전 차장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법무부에 알린 뒤 검찰과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 법무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자 경찰은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검찰공화국’ 비판한 임은정에 현직 검사 “검찰 매도 말라”

    ‘검찰공화국’ 비판한 임은정에 현직 검사 “검찰 매도 말라”

    임은정 검사에 고발당한 현직 검사검찰 내부망에 입장문 올리고 반박윤모 검사 사표 수리 경위도 밝혀표창장 위조 건과 비교 “이해 안돼”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에 포함된 현직 검사가 임 부장검사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최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이 재차 기각된 사실이 알려진 뒤 검경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데 이어 고발 검사와 피고발 검사의 ‘장외 설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조기룡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2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부장검사 고발사건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사건을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면서 검찰 전체를 매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4월 조 부장검사를 비롯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처리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징계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이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찰이 또 기각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히 경찰 따위가 어찌 검찰을 압수수색할 수 있겠나”면서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썼다. 이에 조 부장검사는 “두 차례에 걸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조직 감싸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임 부장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 영장 업무를 처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도 고발된 범죄 혐의가 법리적 차원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조 부장검사는 이 사건이 분실 기록을 복원하던 과정에서 생긴 일이고, 사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며 원칙대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재차 고소장을 제출받더라도 각하 처리됐을 것이란 점을 근거로 중징계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 윤 검사의 사표 수리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검사가 이 사건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 위조 사건과 비교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 부장검사는 “범행 동기나 경위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두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면서 윤 검사의 범죄가 훨씬 중하며, 중징계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임 부장검사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법무부와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3차례에 걸쳐 요청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일반 사건에 비해 검찰 관련 사건은 수사 진행이 어려운 것은 현장에서 수사하는 경찰들이 모두 느끼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재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재판…형량 늘어날까

    이재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재판…형량 늘어날까

    대법, 최순실에게 준 말 3마리도 뇌물로 판단이 부회장 뇌물 혐의 36억→86억원으로 늘어파기환송심에서도 치열한 법리다툼 벌일 듯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주는 등 국정농단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25일부터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이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오는 것은 지난해 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었다. 파기환송심에서도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올해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34억원어치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2심보다 뇌물 액수가 불어났기에 파기환송시에서 이 부회장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봤지만, 말 구입액과 영재센터 지원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으로 뇌물 등 혐의액이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었다. 최순실 씨가 뇌물을 요구한 것이 강요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대법원에서 판단한 점 역시 이 부회장의 양형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말 3마리와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던 만큼, 이 부회장 측에서도 이를 토대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은 점과 비교해 형평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이 부회장 측은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 부회장의 재판에 이어,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주역인 최순실 씨의 파기환송심은 닷새 뒤인 3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 심리로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도 맡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검찰, ‘임은정 고발사건’ 경찰 신청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범죄 소명 어려워”

    검찰, ‘임은정 고발사건’ 경찰 신청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범죄 소명 어려워”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해당 의혹이 제기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재신청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는지를 묻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검찰에서 (법원에) 불청구했다. 청구 안 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 9월에도 경찰이 낸 부산지검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12월 당시 부산지검 윤모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하고도 아무런 징계 없이 사표를 받은 것과 관련해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윤 검사는 당시 민원인이 접수한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5월 임 부장검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법무부와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세 차례에 걸쳐 걸쳐 요청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일부 감찰 관련 자료를 검찰로부터 회신받지 못했고 지난 9월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국감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며 영장 기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승대)에서 “이 사건은 고발된 범죄 혐의(직무유기)가 법리적 측면에서도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으로 강제수사에 필요한 범죄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며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같이 밝히며 “확립된 법리 및 판례에 의하면 직무유기죄는 ‘그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시’에만 성립하는데, 이 사건은 피고발인들의 위와 같은 직무 처리의 적정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피고발인들이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 검사의 비위사실이 파악된 뒤 2016년 4월쯤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중 윤 검사가 사직서를 내자 감사원 등 관계기관에 의원면직이 제한되는지를 조회하는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를 했기 때문에 직무유기죄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따라서 고발인(임 부장검사)의 2회에 걸친 진술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은 고발된 범죄 혐의가 법리적 측면에서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검찰, ‘임은정 검사 고발사건’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검찰, ‘임은정 검사 고발사건’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재차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는지 묻자 “검찰에서 (법원에) 불청구했다”고 답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부산지검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 단계에서 또 기각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에도 경찰이 부산지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그는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로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영장 기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승대)는 “이 사건은 고발된 범죄 혐의(직무유기)가 법리적 측면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강제수사에 필요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경찰도 검찰 관련 사건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건에 비해 검찰 관련 사건은 수사 진행이 어려운 것은 현장에서 수사하는 경찰들이 모두 느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정경심 교수 구속영장 발부한 송경호 부장판사는 누구?

    정경심 교수 구속영장 발부한 송경호 부장판사는 누구?

    “‘튀는 판단’ 없고 법리에 따라 판단” 평가‘버닝썬 경찰총장’ 윤 총경에 구속영장 발부‘윤석열 협박’ 보수 유튜버 김상진도 구속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송경호(49·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경호 부장판사는 이날 0시 18분쯤 “범죄 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제주 출신인 송경호 부장판사는 제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 대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직전 부임지인 수원지법에서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일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선 올해 초부터 영장 업무를 맡았다. 송경호 부장판사의 구속영장 발부·기각 사례를 보면,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즉 법리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튀는 판단’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 법관이다. 그는 지난 10일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총경은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서 협박성 방송을 한 보수 성향 유튜버 김상진(49)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4월엔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정경심 교수의 주된 혐의 중 하나인 ‘증거인멸’과 관련한 그간의 구속영장 기각·발부 사례들에서도 일정한 경향성은 보이지 않는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로는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 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 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같은 혐의를 받은 김모·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앞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은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에 대해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檢, 수사 동력·대외 명분까지 확보… 조국 소환 ‘초읽기’

    檢, 수사 동력·대외 명분까지 확보… 조국 소환 ‘초읽기’

    정 교수, 혐의 부인·건강 문제 제기했지만 송경호 영장판사 발부 사유 47자로 간결 PC 반출 등 ‘증거인멸 우려’ 핵심 근거로 ‘공직자윤리법 위반’ 조국 수사에 가속도 부부 구속 가능성도… “무리수” 지적 많아“범죄 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 24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유는 단 47자로 간결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며 11개 혐의를 모두 완강히 부인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지금까지의 수사경과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보면 대부분 혐의점이 있다고 봤다. 자택이나 학교 연구실 PC 반출이나 노트북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았던 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의 핵심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 21일 정 교수에 대해 11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죄질,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게 주어진 혐의는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비리, 그리고 증거 조작 혐의 등 세 갈래로 나뉜다. 검찰은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사실이 대부분 중대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입시 비리와 관련해 “정 교수와 그 가족이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허위로 스펙을 쌓고 입시에 부정하게 활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모펀드 비리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민정수석의 배우자임에도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게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다음 이들의 불법에 가담해 불법적 이익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 교수 측의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혐의를 덧씌웠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범죄 수익을 은닉한 부분은 정 교수 외에 다른 사람의 책임을 물을 성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 측은 입시 비리와 관련해서 “어느 수준까지를 이른바 ‘허위 스펙’으로 봐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고,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특히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며 “방어권을 행사하거나 구속을 감내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검증한 결과 구속 상황을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를 구속하면서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동력뿐만 아니라 대외적 명분까지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법원도 정 교수에 대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발 빠르게 조 전 장관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에게 주어질 수 있는 혐의 가운데 하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와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의 직접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아내 정 교수가 차명으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부양한 사실을 조 전 장관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 수사 경과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부부 모두를 구속하는 시나리오가 ‘무리수’라는 해석도 만만찮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 부부 중 한 명을 구속하면 배우자는 거의 구속하지 않는다”며 “이미 부부를 떼어놓은데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된 아내를 접견해도 모두 녹음되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에 의한) 구속 필요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 구속…법원 “혐의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 구속…법원 “혐의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4일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자정을 넘긴 뒤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후 5시 50분까지 6시간 50분 가량 이어지면서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는 데도 한참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교적 빨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송 부장판사가 한 줄로 정리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정 교수에게 주어진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관련 의혹, 증거 조작 등 세 갈래의 11가지 혐의가 지금까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 등을 토대로 봤을 때 혐의점이 있다고 소명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 교수가 자택과 학교 연구실에서 PC를 옮기거나 노트북의 행방이 묘연한 등 증거 조작과 관련된 혐의도 받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다. 정 교수 측은 앞서 23일 심문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완강히 부인했고, 특히 건강 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구속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 교수는 심문을 마친 뒤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오전 법정에 들어갈 때는 안대를 쓰지 않았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개인의 질환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이어진 심문이 정 교수에게 무리가 됐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졌다. 송 부장판사도 이날 정 교수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심문 도중 점심시간을 갖는 등 두 차례 휴정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해 충실히 반박했고 법리적으로 무죄이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정에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검찰 수사로)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면서 “한 가족으로, 시민으로서 온전히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의 이런 호소에도 송 부장판사는 “구속의 상당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던 정 교수는 그대로 입소 절차를 밟았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의 칼 끝은 이제 조 전 장관을 향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새벽 조 전 장관의 동생인 조모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강도나 방향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비판을 받은 검찰은 정 교수의 구속으로 수사 동력과 명분을 동시에 얻게 됐다.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검찰총장도 정치적 부담을 다소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본 뒤 조 전 장관을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의 11가지 혐의 가운데 최소 4개 이상은 조 전 장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 채용비리 및 허위소송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의 어머니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도 소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 전 국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강제수사 58일 만에 정경심 구속…檢 칼끝 조국 향하나

    강제수사 58일 만에 정경심 구속…檢 칼끝 조국 향하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4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지 58일 만이다.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가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0시 20분쯤 “구속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딸 조모(28)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11개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7시간에 걸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과 검찰은 사실관계 및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사회적 지위를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변호인은 자녀의 인턴 활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어느 수준까지를 ‘허위 스펙’으로 봐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들이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혐의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판단 아래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근 뇌종양·뇌경색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 교수의 건강 상태도 주요 변수였지만 법원은 양측이 제시한 의료 기록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했다. 정 교수가 수사 착수 직후 자산관리인을 시켜 PC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는 등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 등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 발부는 지난 두 달 간 대대적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정 교수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검찰은 그간의 수사 정당성 논란을 다소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두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은 조 전 장관이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대 20일간의 구속 수사를 벌인 뒤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기게 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경심 구속” vs “영장 기각” 또 갈라진 서초동

    “정경심 구속” vs “영장 기각” 또 갈라진 서초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 진행된 가운데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정 교수 구속 찬반 집회가 열렸다.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정경심 교수 응원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경심 교수님 힘내세요’, ‘정치검찰 OUT’, ‘설치하라 공수처’ 등의 피켓을 들고 “무사귀환 정경심”, “검찰개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필리버스터 형식으로 진행됐다. 집회 주최 측은 정 교수에 대한 영장 기각 소식이 나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방송인 노정렬은 “조 전 장관은 (재임한) 35일간 그 어떤 법무부 장관도 70여년 간 못한 검찰개혁을 해냈다”며 “이는 촛불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해 무죄 추정 원칙과 피의사실공표 금지는 오간 데 없이 실시간으로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의혹만 제기하고 하나의 팩트도 제시하지 못했다. 해방 후 70년간 우리를 지배한 못된 권력과 언론의 거짓 선동에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연대, 반대한민국세력 축출연대, 행동하는 자유시민 등은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서울중앙지법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법원은 정 교수를 구속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11개 혐의를 보면 혐의 하나하나 구속되고도 남을 사안이라 정경심의 구속 여부를 재고할 필요도 없다”며 “송경호 판사는 눈치 보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발언대에 선 이형규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대전고 대표는 “정경심은 조국과 공범”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정경심 구속이 아니라 조국 구속”이라고 주장했다.한편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주식 작전세력에 가담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수사 과정이 불공정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전체가 과장 또는 왜곡됐으며 법리 적용도 잘못됐다”며 11개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심문을 마친 정 교수는 영장 발부 여부가 전해질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24일 새벽 결정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경심 변호인 “檢 수사는 ‘기울어진 저울’…불구속 필요”

    정경심 변호인 “檢 수사는 ‘기울어진 저울’…불구속 필요”

    6시간 50분에 걸친 구속심사를 받고 나온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변호인이 “검찰 수사 과정이 기울어진 저울과 같았다. 재판 과정만은 공정한 저울이 되려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59·사법연수원 19기)는 23일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해 충실히 반박했고, 법리적으로 무죄이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정에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20명 이상의 검사가 60일 가까이 70군데를 압수수색하는 등 방대한 수사가 이뤄졌기에 이제 법정에선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건강에 어려움이 있고, 자료도 방대하기에 변호인이 피고인과 충분히 협의해 재판을 준비하면 비로소 ‘공정한 저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7시간 가깝게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심사를 받았다. 정 교수 측은 입시비리, 사모펀드 관련 비리,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무죄이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전면 부인했다. 우선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과장되고 왜곡됐다”며 “분명히 인턴 활동을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일 때 허위라고 말 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안 됐으며 어떤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인지도 합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준을 세워야 할 문제이지 구속 수사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선 “사실관계도 잘못됐고,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자체가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거래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법률 위반인지 취지를 따지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증거인멸과 관련해선 법리적으로 증거은닉·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우며 고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구속심사 때) 구속을 감내하기에 정 교수 건강 상태가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면서도 구체적 진단명 등은 개인정보라는 점을 고려해 언론에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며 “한 가족으로, 시민으로서 온전히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승합차를 타고 변호인단보다 앞서 법원을 떠난 정 교수는 “혐의를 충분히 소명했나”, “건강 상태는 어떤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했을 때와 달리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대법원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도 친자”

    대법원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도 친자”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아이도 남편의 친자로 추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 판결이 23일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판결에서 원고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어떤 사건인가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1993년 타인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 시술로 첫 아이를 낳고 친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A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나은 것으로 착각, 둘째가 자신과 혈연 관계가 있는 친생자인 것으로 알고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2013년 부부 갈등으로 협의이혼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가 아내의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혼 과정에서 양육비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자 남편 A씨는 둘째뿐만 아니라 첫째까지도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민법은 부모-자녀 간 혈연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이 사건은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한 자녀가 아버지와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도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규정한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대신 남편은 아내가 낳은 자식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자식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친생 부인(否認)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친생 부인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내가 낳은 자식은 민법 844조에 의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이 확정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에 해당할 때는 남편이 자식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 친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A씨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한 것이다. 현재 판례는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런 예외 사유를 남편과 자식의 유전자가 달라 혈연 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된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금까지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 1심은 A씨가 낸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비동거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친생자로 추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2심은 1심 판단과 결론은 같았지만 새로운 법리를 내놨다. 첫째 아이가 타인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이지만 이를 A씨가 동의했기 때문에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둘째는 유전자형이 배치돼 친자식으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친자(법정 혈족) 관계가 유효하다고 인정돼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왜 주목 받았나 대법원은 1983년 7월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 추정 예외를 인정해 왔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증명 곤란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이러한 판결의 근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형 배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사회 인식도 변해 친생 추정 예외의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다만 이미 형성된 사회적 친자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 가족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부양의 의무와 상속에 적잖은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나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9명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 동의를 받아 제3자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낳은 경우 민법상 남편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은 혼인과 가족 생활을 보호하는데, 인공수정 자녀를 둘러싼 가족 관계도 헌법에 기초해 형성됐으니 다른 자녀와 차별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어 “인공수정 자녀 출생과 이를 둘러싼 가족 관계의 실제 모습을 봐도 친생 추정 규정 적용이 타당하다”면서 “남편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 친생 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 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인공수정에 동의해서 친생자 관계를 맺어놓고선 나중에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의를 번복하고 친자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 또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해 출산한 자녀라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친생 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했을 뿐, 혈연 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면서 “혈연 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관계를 정하면, 친자 관계 관련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친자 감정을 하거나 부부 간 비밀스러운 부분을 조사하는 과정에 내밀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과 달리 예외사유가 아니라고 결론 냈지만, ‘원고 패소’라는 재판 결과가 2심과 같아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파기환송이 아닌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명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남편의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판단엔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 관계도 다른 친자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확정되게 해 친자·가족관계의 법적 안정을 확보하고, 혈연 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 추정 규정 적용 범위를 정할 순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자녀가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음이 증명되고, 사회적 친자 관계가 형성되지 않거나 파탄된 경우엔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민유숙 대법관은 둘째 자녀에 관해 “비동거뿐 아니라 외관상 명백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친생 추정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파기환송을 주장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美ITC “SK이노 중요 문서 누락… 포렌식 조사”

    SK “LG화학, 합의 파기” 추가 소송 내 LG “ITC에 낸 소송은 다른 특허” 반박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가 중요 정보를 담았을 가능성이 있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포렌식 조사 명령을 내렸다. SK이노는 LG화학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3일 SK이노에 포렌식을 명령했다. 앞서 SK이노의 특정 컴퓨터 휴지통에서 980개 문서가 들어 있는 엑셀파일이 발견되자 LG화학이 포렌식 명령을 요청했고, ITC가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 포렌식을 통해 이 소송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증거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SK이노는 이날 “LG화학의 ITC 제소는 분리막 특허와 관련해 향후 10년간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기로 한 2014년 합의를 깬 것”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LG화학은 “ITC에 제기한 소송은 별개의 특허”라면서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부산 태양다방 사건 다시 원점으로 …재상고심서 피고인 무죄 원심 확정

    장기 미제였다가 경찰 재수사로 사건 발생 15년 만에 붙잡혀 재판을 받은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2년 5월 부산의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A(당시 22세)씨가 괴한에게 납치돼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만에 마대에 담긴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사건은 10여년간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2015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예적금을 인출한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2017년 재판에 넘겼다. 앞선 1, 2심 당시 양씨와 함께 시신이 든 마대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유력 증거였으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수사기관 정보를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부산 태양다방 사건 다시 원점으로 … 재상고심서 피고인 무죄 원심 확정

    장기 미제였다가 경찰 재수사로 사건 발생 15년 만에 붙잡혀 재판을 받은 부산 태양다방 여종업원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2년 5월 부산의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A(당시 22세)씨가 괴한에게 납치돼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만에 마대에 담긴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사건은 10여년간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2015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예적금을 인출한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2017년 재판에 넘겼다. 1, 2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중대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한 치의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1, 2심 당시 양씨와 함께 시신이 든 마대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유력 증거였으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수사기관 정보를 자신의 기억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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