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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침대 없다” 손 부러진 응급환자, 대기실서 8일 기다리다 ‘퇴원’

    “빈 침대 없다” 손 부러진 응급환자, 대기실서 8일 기다리다 ‘퇴원’

    손이 부러진 노인이 급히 병원을 찾았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은 "남은 침대가 없다"는 이유로 노인을 대기실로 내려보냈다. 노인은 휠체어에 앉은 채 꼬박 8일을 기다려야 했다. 중미 코스타리카의 알라후엘라 지방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이다. 나이와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노인은 왼손에 골절상을 입고 산라파엘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병원은 병동이 없다는 이유로 싸늘하게 노인을 문전박대(?)했다. 기다려보라는 말을 들은 노인은 대기실에서 8일을 기다렸지만 끝내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진 못했다. 1주일이 넘어가자 지친 노인은 결국 부러진 손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노인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도대체 병원을 어떻게 감독하길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코스타리카 대법원은 노인의 손을 들어줬다. 코스타리카 대법원은 "병원이 노인을 즉각 치료하지 않은 건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대법관 7명이 전원 이런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노인을 대기실에 8일간이나 방치한 건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시한 것"이라며 행정부에 철저한 사건조사를 명령했다. 할아버지의 치료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구체적인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즉각 노인이 검진을 받도록 하고, 수술 등이 필요할 경우 15일 내 날짜를 잡도록 하라"고 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술 취해 잠자다가 실수로 후진시켰다면?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만취 상태로 차에서 잠이 들었는데, 운전장치를 잘못 건드려 차가 움직였다면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4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6월 새벽 부산의 한 공원 앞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3m가량 후진하다가 주차된 다른 차에 충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1%였으며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김씨는 재판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달아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차가 자기 차를 들이받고 도망간 것으로 생각해 스스로 보험사에 연락하고 경찰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다. CCTV상으로는 김씨가 주차된 차에 타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차량이 갑자기 후진했고, 사고가 난 후 한참 동안 김씨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김씨가 시동이 걸린 차 안에서 잠들었다가 실수로 기어 등을 건드려 차량이 움직인 것이지 음주운전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부고]

    ●이규성(전 재정경제부 장관)규승(전 충남대 농대학장)규홍(전 대법관)규방(전 국토연구원장)규왕(명지대 교수)씨 부친상 조순교(혜인E&C 부사장)씨 장인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2)3010-2263 ●김영완(삼성엔지니어링 책임엔지니어)씨 부친상 이태훈(삼성SDI 차장)씨 장인상 24일 대전성모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 (042)220-9870 ●정종원(전 한국편집기자협회 사무국장·전 스포츠서울 편집부 기자)씨 부친상 장덕호(덕호농장 대표)김기준(세차처럼 대표)씨 장인상 22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25일 오전 7시 (02)923-4442 ●이상식(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병식(사업)광식(중국 거주)씨 부친상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5일 오전 8시 (02)2227-7500
  • [영장전담판사들의 세계] 형사재판 경험 필수 조건… 한 사람이 年 1000건가량 맡아… 서울중앙지법엔 샤워시설 갖춘 방도 있지요

    [영장전담판사들의 세계] 형사재판 경험 필수 조건… 한 사람이 年 1000건가량 맡아… 서울중앙지법엔 샤워시설 갖춘 방도 있지요

    Q. 영장전담판사는 보통 어떤 법관이 맡게 되나요. A. 각 법원 법원장 판단에 따라 결정되지만 몇 가지 조건은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형사재판 경험이 필수입니다. 유무죄와 양형 판단에 익숙해야 영장 발부 여부도 정할 수 있으니까요. 기본적인 체력이 받쳐 줘야 할 것 같고, 입이 무거운 것도 중요하죠. 큰 법원의 경우 영장전담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워낙 많아 힘들지만, 오히려 적극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Q.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나면 검찰과 싸우기도 하나요. A. 요즘에는 검찰에서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물론 언론 등을 통해 섭섭함을 드러내는 일이 간혹 있기는 하죠. 지난번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처럼요. 과거에는 담당 판사한테 직접 찾아와 항의하거나 술에 취해 전화해 따지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에요. 검찰은 재청구를 할 수 있잖아요. 보완 수사를 잘해서 재청구하면 더 중요한 혐의를 찾아내 구속시키는 경우도 많죠. Q. 영장을 발부해 구속된 피의자가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입장이 난처하겠어요. A. 정말 괴롭죠. 오판을 해서 무고한 사람을 구속시켰다는 생각도 들고요. 형사 보상 청구 등을 통해 일정 보상은 받겠지만 물질적 보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건 일부분이잖아요. 물론 본안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구속 사유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는 변수가 많으니까요. 영장전담판사는 영장 청구 시점까지의 기록만 보고 판단하는 한계가 있죠. 반면 본안에서는 증거에서 배제되는 것들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각각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Q. 힘들기로 소문났던데 여성 영장전담판사도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 만인 2007년 서울서부지법과 인천지법에서 첫 여성 영장전담판사가 탄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011년 이숙연 판사가 최초였습니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사건이 적은 지방법원에서는 일찍부터 여성 법관이 재판 업무와 병행해 영장 업무를 맡곤 했습니다. Q. 구속영장이 주로 밤늦게 혹은 새벽에 발부되는 건 왜 그런가요. A. 전국 1심 법원 중 사건이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법은 다른 법원보다 많은 3명의 영장전담판사가 있습니다. 한 주에 2명이 구속영장 업무를 맡으면 다른 한 명은 압수수색 영장을 처리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일합니다. 한 명이 1년간 다루는 건수가 거의 1000건 가까이 됩니다. 사건 하나하나의 기록도 방대하고, 특히 복잡한 사건이 있는 날에는 밤을 새우며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Q. 언론 등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영장전담판사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의 기록을 보게 됩니다. 검찰과 경찰마다 어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보안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온갖 사건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 자기도 모르게 정보가 흘러나올 수 있죠. 그러면 수사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잖아요. 예컨대 어디를 압수수색한다는 얘기가 새어 나가면 그쪽에서 증거인멸을 할 기회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Q. 샤워 시설을 갖춘 영장전담판사 방도 있다지요. A.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그렇습니다. 항간에는 물고문을 하는 시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서초동 법원종합청사는 1988년 문을 열었는데 이후 각급 법원이 통합·이전하며 옛 법원장실 중 일부를 현재 영장전담판사들이 쓰게 된 겁니다. 법원장실에는 방마다 욕조가 구비된 화장실이 따로 있었죠. Q. 영장전담판사들만의 비법서가 있다면서요. A. 매년 2월 전국 법관 인사를 통해 법원마다 영장전담판사가 정해지면 이 일을 처음 경험하는 법관들이 하루 정도 모여 공부를 합니다. 그때 업무에 참고할 내용이 담긴 책자를 받습니다. 구속영장은 인신 구속에 관한 거라 작은 절차 하나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죠. 내용은 대외비라서 말씀드릴 수 없고요. Q.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일정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죠. 본안 재판을 할 때는 맡고 있는 사건 전체를 적당히 배분해 기일을 정하고 일정을 조율할 수 있지만, 영장전담판사는 수사기관에서 매일 들어오는 사건에 따라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정해집니다. 최대한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죠.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A. 어떤 사람은 산책을 하고,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기도 하죠.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술로 풀겠죠. 활동적인 분들은 주말에 등산이나 운동으로 재충전한다고 하네요.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인문학 힐링의 파워 판사의 변신은 無罪

    “괴물하고 싸우다 괴물처럼 된다는 말 있죠? 각종 분쟁과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를 매일 다루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판결을 고민하면서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의문도 들고요. 인문학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통찰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서부지법 6층 소회의실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형사1부 김형훈(48) 부장판사는 인문학 강연을 듣는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른 점심을 마친 판사들과 직원들이 몰려들면서 50개 좌석은 금세 찼다. 총 6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만 열리는 ‘연세대·서부지법 인문학 아카데미’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2주차 주제는 ‘인문학의 가치와 토론의 힘’이었다. “여러분,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날 강연을 맡은 송지은 연세대 미래교육원 강사는 회의실 앞 펼쳐진 스크린을 가리키며 수강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문제였다. 송 강사가 갑자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참석자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답을 찾는 모습이었다. 판사들 스스로가 왜 인문학적 사유의 가치가 중요한 지를 자문하고 자답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멸종되고 있는 문(文)·사(史)·철(哲)이 각 지방법원에서는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3년 전 인문학 강연이 도입된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올해부터는 인천·대구·광주 등 전국 13개 법원이 무료 강연을 개설했다. 인문학 자체가 판사들에게는 ‘힐링’이 된다. 특히 2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부장급 판사들이 꼽는 장점이다. 민사14부 이종언(51)부장판사는 “일주일에 40~50건, 1년에 수백건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각종 범죄와 분쟁, 다툼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매너리즘에 빠진다”며 “검사는 평소 대화를 취조하듯 하고, 판사는 만사를 유무죄 판결하듯 한다고 법조인끼리 서글픈 농담을 하는데 인문학을 접하다 보면 협소한 사고가 확장되고 환기되는 변화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법관들의 판결에도 인문학은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범행의 동기와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도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민사2부 이인규(52)부장판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자라온 세대보다 지금 세대는 그만큼 다양성이 커졌다”며 “각 행동들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 개개인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느냐와 양형이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예를 들면 절도를 당해본 판사가 절도범에 대한 양형이 높다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인문학은 개별적 경험이나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장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퇴임 고위 법관 보수 90% 지급 법안’ 논란

    퇴직한 고위 법관들에게 현(現) 법관 보수연액의 90%에 달하는 활동비를 지급하고 비서와 사무실, 차량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국민 혈세를 투입하면서까지 지원금을 제공해 또 다른 ‘전관예우’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지난 15일 ‘전직 대법원장 등의 공익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전직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대법관·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해 각각 해당 위치에 있는 법관의 보수연액 9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보수연액이란 연봉을 매월 지급되는 금액으로 나눈 값의 8.8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현직 대법관의 연봉이 1억원이라면 퇴직 대법관은 보수연액의 90%인 6637만여원을 매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은 공무원에 취임하는 경우 지원금 지급을 정지하도록 규정했다. 또 법안이 통과되면 전직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은 5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비서관 1명과 9급 상당의 비서 1명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교통·통신시설 및 사무실도 마련된다. 김 의원은 “전직 법관들이 영리 목적으로 로펌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대신 공익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매년 지급되는 전직 고위 법관 활동비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특혜 제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측은 “세금 부담이 있더라도 전직 법관들이 공익 활동을 강화하면 더 큰 사회적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씨줄날줄] 유서 대필 ‘조작’ 사건/문소영 논설위원

    유대인 드레퓌스 프랑스 포병대위는 1894년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가 대두하던 시기다. 간첩 혐의의 유일한 근거는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빼낸 정보 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작가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군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드레퓌스는 정의롭지 못한 힘에 자유를 빼앗긴 평범한 시민이다. 전 프랑스 앞에서, 전 세계 앞에서 나는 그가 무죄라고 맹세한다. 나의 40년간의 역작, 그 역작으로 얻은 권위와 명성을 걸겠다’고 했다. 이런 옹호로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여론전에서 유리해진 드레퓌스는 1899년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8일 발생했다. 이날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건물 아래로 투신했다. 숨진 김씨의 양복 상의에서 유서 2장이 나왔는데, 검찰은 유서를 강기훈씨가 대신 썼고,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필적 감정이었다. 강씨와 재야 운동권은 ‘사회혁명을 위해 친구의 자살을 방조한 패륜적 운동권’으로 낙인찍혔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가 쇠파이프로 강경 진압하던 경찰에게 맞아 사망한 직후에 ‘유서대필사건’이 터졌으니, 당시 재야 진보단체들은 ‘정부의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명을 질렀다. 아무도 듣고자 하지 않았다. 시인 김지하와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은 에밀 졸라와 다른 길을 갔다. 김지하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통쳤고, 박 총장은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라고 음해했다. 지난해 2월 고법에서 무죄로 됐을 때 강기훈씨는 “(사건 관련자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당시 관련자 중 강신욱 강력부 부장검사는 대법관을 역임하고,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조직에서 활약했다. 곽상도 검사는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씨가 당시 검찰을 지휘하던 법무부 장관이었다. 모두 출세했다. 이들은 “검찰은 수사기관이니 법원에 물어봐라”고 떠넘기거나 침묵했다. 그사이 27살의 강기훈은 50대 중반으로 간암투병 중이다. 검찰이 상고한 탓에 무죄 확정이 1년 더 늦어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박상옥 전 검사가 여당 단독 처리로 대법관이 되는 시대에 무슨 정의를 기대하겠나 싶다가도, 드레퓌스 사건의 결말을 떠올린다. 특사로 풀려나고서도 법정 투쟁을 벌인 드레퓌스는 1906년 최고법원에서 무죄가 됐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는 공화정의 기반을 다졌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뒤집힌 국과수 감정 결정적… ‘눈물의 24년’ 사죄하는 이 없다

    뒤집힌 국과수 감정 결정적… ‘눈물의 24년’ 사죄하는 이 없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51)씨가 마침내 24년에 걸친 기나긴 한을 풀었다. 정권의 폭력이 만들어낸 ‘유서 대필’ 사건에서 완전히 결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검찰이나 사법부의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는 현재 간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24년 전 유죄 선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筆跡)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본 원심이 정당하다고 확인했다. 이 사건은 1991년 ‘분신 정국’에서 비롯됐다. 그해 4월 명지대 1학년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집단구타를 당해 숨졌다. 공권력의 폭력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가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일이 잇따랐다. 그 중 한 사람이 그해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인 채 투신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당시 26세)씨였다. 당시 박홍 서강대 총장은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며 김씨의 죽음을 매도했다. 검찰은 전민련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 배후로 지목했다.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 내지 종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나이 27세. 공안당국의 수사 결과 발표에 민주화 진영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정국은 반전됐다. 강씨는 이듬해 징역 3년이 확정돼 만기까지 복역해야 했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뒤에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으로 억울함을 풀 기회를 잡았다. 개시 과정도 순탄치 않았던 재심 결과를 180도 바꾼 강력한 근거는 공교롭게도 국과수의 새로운 감정 결과였다. 국과수는 2007년(과거사위 의뢰)에 이어 2013년 재심 과정에서 두 번째 감정 결과를 내놨다. 뒤늦게 발견된 김씨의 노트·낙서장을 감정한 결과, 유서의 필적과 일치한다고 결론지은 것. 재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관련 증인의 진술과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유서는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심 대상이 아니었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이미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되지 않는다. 진실 규명 결정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도 8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 간암을 앓게 된 강씨는 이날 대법원 선고를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 선고 3~4일 전부터 주위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이 짧게 낭독되자 오랜 세월 강씨를 지지해 왔던 30~40명이 함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사법당국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김상근 목사는 “진실을 덮은 어둠을 빛이 이기기까지 24년이 걸렸다”며 “그동안 이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한 검찰과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교 변호사는 “검찰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재심 과정에서도 계속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냈다”며 “이 사건은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배상 청구 등 국가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1890년대 필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독일에 군사기밀을 팔아넘긴 반역자로 몰려 온갖 고초를 겪었던 프랑스 장교 사건을 말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대법원 입장 보니?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강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복장 자유·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적법” 첫 대법 판결 나왔다

    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 금지 등을 규정한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과 효력에 대해 실체적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경기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전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이번 판결로 더욱 확산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교육부 장관이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권조례는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학생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구체적인 내용도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북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과정에서 체벌 금지 ▲복장·두발의 개성 존중 ▲소지품 검사 최소화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강제 금지 등 내용으로 2013년 7월 전북도의회에서 의결됐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조례는 초·중등교육법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전북도교육청에 의회 쪽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그대로 공포되자 소송을 냈다. 행정력을 갖춘 기관끼리의 법적 다툼은 대법원의 단심 재판으로 끝난다. 한편 2012년 교육부 장관은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각하된 바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자살방조죄 누명 벗어” 억울한 옥살이 보상은?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자살방조죄 누명 벗어” 억울한 옥살이 보상은?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강 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대법원 입장 보니?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대법원 입장 보니?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대법원 입장 보니?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강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왜?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왜?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필적 감정 결과 신빙성 없다” 왜?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강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잘못된 필체 감정이 원인” 24년 만에 결론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잘못된 필체 감정이 원인” 24년 만에 결론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잘못된 필체 감정이 원인” 24년 만에 결론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강 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 확정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사건 발생 24년 만에 뒤바뀐 판결 ‘유서대필 사건 왜?’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사건 발생 24년 만에 뒤바뀐 판결 ‘유서대필 사건 왜?’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 씨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이른바 ‘김기설씨 유서대필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한 강기훈(51)씨에 대한 재심에서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2년 당시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지 23년 만이다. ’유서대필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가 그해 5월 분신자살한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대필해 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을 말한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는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경찰에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해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같은 해 5월 서강대에서 분신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가 유서를 대신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을 권고했고, 강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 개시를 청구해 2009년 9월 인용 결정을 받았다. 지난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1991년의 국과수 감정은 일반적인 감정 원칙에 어긋나고, 글자를 잘못 판독해 신빙성이 없다”며 “강씨가 아니라 김씨가 유서를 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이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선고 6일 만에 상고 의사를 밝혔으나, 이날 대법원은 23년 만에 판결을 뒤집었다.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사진 = 서울신문DB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간암으로 건강상태 좋지 않아 ‘유서대필 강기훈 무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직원에게 안마 요구, 강제추행 무죄 “폭행 또는 협박 없었다”

    여직원에게 안마 요구, 강제추행 무죄 “폭행 또는 협박 없었다” ‘강제추행 무죄’ 사장이 속옷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고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라고 요구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2013년 한 업체에 취직했다. 취직 1주일 여 만에 사장 B씨는 교육을 해주겠다며 A씨를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 들어선 A씨에게 사장은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라고 한 뒤 더우니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느냐고 묻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앉았다. 얼마 뒤 사장은 고스톱을 쳐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며 A씨를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내기에서 이긴 사장은 A씨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켰고, 종아리를 주물러 주자 오른쪽 다리를 A씨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는 “더 위로, 다른 곳도 주물러라”라고 말했다. 강제추행죄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1심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반성하는 기색이 부족하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곳도 만지라고 말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강제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98조에서 정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폭행 또는 협박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직장 상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B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다리를 A씨의 허벅지에 얹은 것만으로는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B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강연재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대변인은 “법원에서 강제추행은 물리적 강제성을 필수로 보고 있고 심리적 강제성을 잘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심리적 강제성도 물리적 강제성과 다를 바 없으므로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한 부분도 여성으로서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봐야 한다”면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하는 스킨십은 모두 추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5월 국회, 더이상 민생을 외면하지 말라

    11일부터 5월 국회가 한 달간 일정으로 시작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여야의 정쟁으로 4월 임시국회가 식물국회로 막을 내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처리를 높고 극한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명기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애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더불어 민생·경제 관련 법안 등 1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6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한 건만을 처리했다.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외쳤던 여야는 아직도 서로 약속을 어겼다고 ‘네 탓’만 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5월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사안은 연말정산 추가 환급 길을 여는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638만명의 근로소득자들에게 되돌아갈 4580여억원이 묶여 있다. 재정산에 대비해 사전 정리에 나선 기업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 무상보육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도 화급을 다툰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영세상인 보호 장치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인정되지 않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해 218만명으로 추산되는 상가 세입자가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은 만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 확보책이다.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 예산난으로 지원이 끊기는 점을 감안,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을 허락하는 조치다.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처리가 시급했던 지방재정법 개정안도 무산됐고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됐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허송세월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고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주요 민생법안을 공무원연금 등 정치적 이슈와 연계해 볼모로 잡고 있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직시하고 협상은 협상대로 하되 민생법안 통과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5월 국회에서도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보여 주지 못하는 한 지지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4·29 재보선 참패 직후 ‘뼈를 깎는 자성’과 과감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국민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보듯 여당의 국정 난맥에도 비판적이지만 야당의 정치 행태에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여당의 실패와 오류를 정쟁의 꼬투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정쟁보다는 정책 대안을 통해 국정에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 본 기능은 입법에 있다. 민생법안조차도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그 많은 특권과 보수, 보좌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새겨야 할 것이다.
  • 대법 “야간 주거침입 절도 가중처벌 위헌 소지”

    야간 주거침입 절도와 관련해 형법 조항과 내용은 같으면서 형량만 높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장발장법’으로 불린 특가법의 상습절도 관련 조항을 위헌 결정한 것과 맞물려 특가법 전반에 대한 개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마약사범과 국내 통화 위조범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특가법 야간 주거침입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해 8~10월 모두 11차례에 걸쳐 현금 90만원과 79만 5000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번에 현금 40만원과 자전거 1대 정도를 제외하면 훔친 현금과 물건들은 대부분 소액이거나 커피믹스, 양초세트, 음료수, 과자 등에 불과했다. 하지만 범행 시간이 야간이었고 상습 범행이었다는 점 때문에 특가법이 적용됐다. 일반 형법상 야간주거침입 절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지만 특가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된다. 대법원은 “사건 조항은 형법과 달리 무기징역이 추가돼 있을 뿐 아니라 유기징역의 하한도 3년으로 정하고 있어 형벌 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법정형만 늘리면서 법 적용은 오로지 검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사 재량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만큼 헌법의 기본원리나 평등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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