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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맞댄 정의장·與野원내대표…“올림픽처럼…” 교착정국 물꼬

    “남미에서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데 국회에서는 좋은 소식이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12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연일 전해지는 우리 대표선수들의 낭보가 화제에 오르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추가경정 예산안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정 의장은 이날 회동 모두발언에서 “남미에서는 열심히 뛰는 좋은 선수들이 있어 국민이 더위를 잊을 수 있는데 국회에서는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아 국민이 매우 덥게 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대표선수들처럼 국회에서도 국민에게 낭보를 전해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이었다. 하지만 회동 초반 만해도 여야 원내대표간 기싸움은 팽팽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야당에서 먼저 건의했고, 구조조정과 일자리·실업 대책 등이 담긴 그야말로 민생추경”이라며 “하루 속히 처리돼 폭염 속 국민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번에 국회로 넘어온 추경안은 더민주가 우려한 대로 졸속으로 짜여졌다”며 “애초 정부·여당이 얘기했던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현장이 아비규환이니 어떤 경우에도 빠른 시일 내에 추경안은 통과돼야 한다”면서 “서별관회의 등 이런 청문회에 대해선 과감하게 양보해 최소 오는 25일까지 추경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자”며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정 의장과 여야 3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는 정쟁에 골몰한 채 경제와 민생 관련한 현안 처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 1시간 만에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서명이 나란히 적힌 합의서에는 오는 22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2015년도 결산안 및 대법관후보동의안과 함께 2016년도 추경안을 처리키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 여야, 추경안 22일 처리·서별관청문회 23∼25일 개최 합의

    누리과정예산 정책협의체 구성해 예산확보방안 모색 여야 3당은 오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또 조선·해운산업 부실화 책임규명을 위한 청문회는 오는 23∼25일 관련 상임위에서 실시키로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더민주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는 이에 앞서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했으며, 예산결산특별위도 추경안 심사에 즉각 착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제출된 추경안이 이달 내 국회를 통과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예산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22일 본회의에서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함께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청문회는 기획재정위에서 23∼24일, 정무위에선 24∼25일 실시되며, 대우조선에 대한 국책은행의 4조2천억원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청와대 서별관 회의도 청문 대상에 포함됐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과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선체조사 활동은 계속하되 조사주체와 조사기간 등 구체적인 사안은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이는 조사기간 연장 시 조사주체에 대해 새누리당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야당이 세월호 특조위를 각각 주장하는 상황에서 일단 최종 협의를 미룬 셈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에 대해선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으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예산확보방안을 도출키로 했다. 야당이 애초 추경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해소를 요구한 반면,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정책협의체를 통해 일단 출구를 마련한 셈이다. 정책협의체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 문제와 함께 영유아보육법의 소관부서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 법적 제도적 장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와 함께 검찰개혁 방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여야의 이번 합의에 대해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20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을 3당이 받들어 협력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런 협치의 정신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사실상 야당이 국민과 한 민생국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백번 양보한 협상으로, 추경 본회의 일정을 잡았다고 해서 일자리 예산이 전체 추경이 7%에도 못 미치는 ‘속빈 강정’ 추경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추경 통과 전 청문회 개최를 양보한 것은 박 원내대표의 통 큰 결정”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책은행의 부실을 야기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고 추경 예산도 현미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씨줄날줄] 역풍 맞은 트럼프의 막말/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역풍 맞은 트럼프의 막말/구본영 논설고문

    미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순위는 정해져 있다. 건국의 아버지 격인 초대 조지 워싱턴을 제외하면 공화당 출신으론 에이브러햄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등이 상위 순번이다. 민주당에선 전무후무한 4선 위업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가 연례 여론조사에서 늘 앞자리다. 이는 이들이 재임 중 두드러진 업적이나 암살 등 극적인 역정으로 강한 임팩트를 줬기 때문이다. 이런 당연한 요인 말고 사후에도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탁월한 유머와 긴 여운이 남는 ‘긍정의 언어’를 구사했다는 공통점이 그 비결이다. 즉 이들은 정적의 ‘네거티브’에 막말 응수보다 유머를 섞어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상대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링컨이 그랬다. 링컨이 선거에서 그와 여러 차례 격돌했던 거물급 정적 스티븐 더글러스가 “당신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공격하자 “그렇다면 이런 못생긴 얼굴로 나왔겠나”라고 웃어넘긴 일화를 보라. 미 대선 레이스의 판도가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도 넘은 막말로 역풍을 맞으면서다. 그는 최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암살까지 암시했다는 ‘오해’를 자초해 코너에 몰려 있다. 지난 9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가 화근이었다. 그가 “힐러리가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2조를 폐기하려 한다. 그녀가 당선돼 연방 대법관을 지명하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다만 총기 소유 옹호자들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폭력 조장성 멘트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 때부터 인종차별로 비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거나,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게 대표적 사례다. 1980년대 미 대학가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번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캠페인은 성·인종·종교상의 소수자 차별 표현을 삼가자는 게 근본 취지다. 트럼프는 그런 금기를 깨면서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의 심금을 건드리는 선거전에 승부를 건 꼴이다. 결국 고삐 풀린 그의 막말은 부메랑이 됐다. 무슬림 출신 미군 전사자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에 이어 힐러리에 대한 폭력을 사주하는 듯한 멘트가 결정타였다. 한때 힐러리를 앞섰던 지지도는 시쳇말로 ‘폭망’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오죽하면 공화당원 19%가 그의 중도 사퇴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겠나. 물론 ‘막말 본색’의 트럼프와 ‘깨끗하지 못한’(Crooked) 이미지의 힐러리 간에 누가 덜 비호감인가를 놓고 겨루는 대선인지라 또 어떤 반전이 있을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상대에 대한 지나친 비방보다는 비전으로 승부를 건 정치인이 역사의 승리자로 기록된다는 게 동서고금의 철칙이라는 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아재연합 연구사무국 한국 유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상설사무국 유치에 성공했다. 헌재는 10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재연합 3차 총회 이사회에서 아재연합 연구사무국을 한국에 두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태국, 몽골 등 아시아 지역 16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재연합은 연합사무국에서 헌법재판이론과 인권 신장에 관한 중·장기 연구를 기획·수행한다. 일반적인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사무국은 자카르타에 설치된다. 아재연합 연합사무국은 올 하반기 준비 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연구사무국 주관으로 내년 1월 서울에서 아재연합 헌법재판관과 대법관들이 주축이 되는 첫 번째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총기 소유 지지자 클린턴을 막아라” 트럼프 암살 선동?

    민주 측 “트럼프의 살해 협박” CNN “모호한 발언 논란 촉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68)에게 위협을 가하도록 선동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총기 소유를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총기 소유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며 폭력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트럼프의 잇따른 막말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유세에서 “힐러리는 근본적으로 (총기 소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려고 한다”며 “그녀가 (대선에서 승리해) 연방대법관들을 임명하게 된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 집권할 경우 진보 성향의 연방대법관들을 임명해 수정헌법 2조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수정헌법 사람들(지지자)이 여기 있지만, 난 모르겠다”(Although the Second Amendment people-maybe there is, I don’t know)고 덧붙였다. 총기 소유자들이 클린턴에게 무엇인가 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트럼프 “다른 어떤 해석도 없다” 이 같은 발언에 청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석자 상당수는 클린턴에게 야유를 보냈지만 일부는 트럼프의 폭력 조장 발언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누군가에게 클린턴을 죽이도록 제안한 것”이라며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수사를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럼프가 살해 협박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지지자들의 “단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는 수정헌법 2조 지지자들이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언급했을 뿐”이라며 “지지자들에게 관련 법이 폐지되지 않도록 그들의 집단적 영향력을 행사해 클린턴을 반대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총기 권리 운동의 힘을 언급한 것이지 다른 어떤 해석도 없다”며 “유세 현장에 있던 사람 중 누구도 내 발언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의 모호한 발언이 클린턴의 생명을 위협한 것인지 아니면 클린턴 저지를 위한 정치적 행동 강화를 촉구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3대 승부처’ 지지율 앞서 이런 가운데 대선 승패를 가를 ‘3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에서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1~10%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액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은 52%를 얻어 42%에 그친 트럼프를 10% 포인트 앞섰고 플로리다에서도 1% 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 논란으로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에게 역전당했으나 한 달 만에 재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용어 클릭] ■수정헌법 2조 1791년 제정된 무기 소지권. “규율이 잘 서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 새누리 ‘보수개혁’ 주장 포도모임 결성… “보수정치 환골탈태해야”

    새누리 ‘보수개혁’ 주장 포도모임 결성… “보수정치 환골탈태해야”

     새누리당내 ‘보수개혁’을 지향하는 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약칭 포도모임)’이 10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포도모임은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보수개혁을 통한 포용적 보수를 지향하는 포럼으로, 4선의 나경원 의원이 대표를 맡았고 총 17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한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환영사를 통해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새누리당이 신뢰할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면서 “이를 위해 친박과 비박을 넘어서고 계층, 세대, 지역의 격차를 넘어서는 포용적 새누리당과 포용적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새누리당에 바란다’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 ‘포용적 보수’의 방향에 대해 “통일시대를 여는 정당, 국가개조를 하는 정당을 만들려면 첫째로 이념과 가치의 깃발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보수 정치권에 대해 “근대적 정당이 없다. 붕당, 사당적 요소가 많고 모래 위의 성 같다”면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정당성과 정통성, 헌법적 가치를 확실하게 지지하면서 동시에 반대세력과 싸워 순화시킬 각오가 있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헌법관과 역사관을 바로잡아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개인 지도자 중심의 정당을 조직 중심의 정당으로 만들고 당을 개방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다행히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 호기”라면서 “이럴 때 멀리서 당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발제를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황영철 의원이 전날 열렸던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결과에 대해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한 견해를 묻자 박 교수는 “도로 친박당이 될 것이냐,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당 개혁, 정치개혁에 앞장서서 거대한 중도 보수를 끌어안을 것이냐는 앞으로 새 지도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너무 일찍 실망할 필요도, 기대할 필요도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포도모임에는 강효상, 경대수, 김세연, 김종석, 나경원, 오신환, 이종배, 장제원, 전희경, 정양석, 정운천, 정종섭, 황영철 의원 등이 참여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In&Out] 남용되는 배임죄 기업 위축시킨다/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In&Out] 남용되는 배임죄 기업 위축시킨다/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누구한테 일을 맡겼는데 그 사람이 배신을 했다면,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여기서 그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우리 형법 제355조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로 처벌한다. 다른 사람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다. 혹시라도 일을 맡긴 사람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모르게 배임죄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 배임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요건의 추상성으로 볼 때 장담할 수만은 없다. 배임죄에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배임죄 규정이 기업경영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경영자’이고 본인은 ‘회사’이다. 개인 간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지만 경영자와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어렵다. ‘회사’도 법적으로는 사람, 즉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주주, 채권자,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경영판단으로 주주는 이득을 봤지만 다른 이해관계인들이 손해를 본 경우, 주주는 손해를 봤는데 채권자가 이득을 본 경우, 단기성향의 주주들에게는 손해지만 장기성향의 주주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경우 경영자가 ‘회사’에 대한 임무를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경영 판단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할 때는 회사의 가치평가 또는 회사의 본질에 관한 경제학적 논쟁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회사에 현실적 손해를 발생시킨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영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만 한다.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법관의 사후확신편향성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해 버리는 인간의 보편적 편향성을 뜻한다. 경영판단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사전적으로 내려진다. 반면 배임죄 해당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실패한 결과를 두고 사후적으로 내려진다. 법관들은 그것이 경영자의 잘못된 경영판단에서 초래된 것으로 보아 책임을 물으려는 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회사가치 평가의 어려움과 인간의 보편적 편향성 때문에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신중하고 자제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럽모범회사법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으므로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해 경영자에게 민사적 책임을 묻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사적 책임을 넘어 형사책임까지 묻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현행 형법상 배임죄 규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해 경영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때 적용해야 한다.
  • 새 선관위원장 김용덕 대법관

    새 선관위원장 김용덕 대법관

    대법원은 다음달 대법관 임기 만료와 함께 퇴임하는 이인복(6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후임 중앙선관위원으로 김용덕(59) 대법관을 내정했다고 8일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으로, 선관위원 호선으로 선출되는 중앙선관위원장은 통상 대법원 추천 대법관이 맡아 왔다. 이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김용덕 대법관이 제19대 중앙선관위원장으로 호선돼 내년 대선 등을 관리하게 될 전망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르면 9일 국회에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 대법관은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법원행정처 법무담당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2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원은 “김 내정자는 법률이론과 사법행정 능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30여년간 합리적이면서도 공정한 재판을 해 왔기 때문에 선거관리 직무도 훌륭하게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무인텔 청소년 혼숙 방조한 주인… 대법 “막을 의무 법규 없어 무죄”

    자판기로 결제하면 투숙할 수 있는 ‘무인모텔’의 경우 청소년이 이성과 함께 숙박하는 것을 운영자가 방지해야 할 의무를 담은 법규가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모텔 운영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7일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방조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숙박업자 고모(47)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에서 무인모텔을 운영한 고씨는 15세 여중생이 30대 남자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갖도록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 2심과 대법원 모두 “고씨가 청소년 이성혼숙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고 무인모텔은 투숙객의 신분증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출신인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무인모텔이 청소년 성 보호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입법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오피스텔 ‘성매매’ 현직 부장판사 체포… 법원, 사직처리 보류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A(45)씨를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A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오후 11시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마침 이 건물에 단속을 나온 경찰에 적발됐다. A부장판사는 지인들과 간단히 술자리를 가진 후 귀갓길에 성매매 홍보전단을 보고 해당 업소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A부장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성매매 당시 일행 없이 혼자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부장판사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3일 새벽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을 단속하던 중 A부장판사를 적발해 현장에서 체포했다”며 “성매매 사실을 부인하지 않아 혐의 입증을 위해 간단히 조사한 뒤 귀가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강남경찰서와 송파경찰서 등이 합동으로 테헤란로 주변 등의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성매매 합동 단속 중이었다. 경찰은 단속 현장에서 검거된 성매매 여성 B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A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법원행정처에 사의를 밝혔으나 법원행정처는 사직 처리를 보류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혐의가 제기된 이상 사직 처리는 적절하지 않으며, 일단 보직을 변경한 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법관징계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새누리 당권주자 ‘공약’ 분석] “하반기 준비…대선후보 내년 초 등판케”

    [새누리 당권주자 ‘공약’ 분석] “하반기 준비…대선후보 내년 초 등판케”

    이정현 “여론조사후 한명씩 탈락” 이주영 “안철수·손학규도 영입” 정병국 “지도부회의 주자들 동참” 한선교 “내년 재·보선 주자 투입” 주호영은 ‘조기 등판론’ 부정적 차기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경선 관리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 후보를 발굴하고 경선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게 곧 정권 재창출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공정한 경선 관리를 외치면서도 대선 관리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특히 후보 5명 중 4명이 내년 초 대권 주자들이 등판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대선 준비 체제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의원은 ‘슈퍼스타K’ 방식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내년 1월부터 주자들을 모아 지역별로 합동토론회를 가진 뒤 4, 5월쯤부터 열흘에 한 명씩 여론조사를 통해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이주영 의원은 “대표가 되면 곧바로 조기 대선체제로 전환하겠다”면서 “누구에게든 당의 문호를 개방한 뒤 공정하게 경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당내 주자들로 꼽히는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은 물론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입당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의 영입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병국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형식으로 당 지도부 회의에 매주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함께하는 회의체를 만들어 현안을 함께 논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잠재적 주자들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6, 7월쯤 선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한선교 의원도 “내년 1월부터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수 있다”면서 “그전까지 정기국회에 충실하면서 대선 경선에 필요한 규정을 만드는 준비위원회를 갖출 것”이라면서 “공정하고 뜨거운 경선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체제에 접어드는 시기로 밝힌 내년 1월은 반 총장의 퇴임 시기와도 맞물린다. 한 의원은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대선 주자들을 ‘간판’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주호영 의원은 “너무 빨리 대선 체제로 들어가면 국정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조기등판론’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주 의원은 “참신한 인재를 공정하게 선출하겠다는 구상은 누구나 비슷하다”면서 “현재 당헌 당규에 있는 대선 관리 규정을 제대로 잘 지키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國調 중 옥시 배상안 확정… 피해자 측 “일방적” 반발

    國調 중 옥시 배상안 확정… 피해자 측 “일방적” 반발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31일 발표하고 1일부터 배상 신청을 받는다.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1·2등급(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 또는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은 옥시 제품 사용자에 대한 배상안이다. 옥시 측은 3·4등급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들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옥시는 5월 20일, 6월 18일과 2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 설명회를 열고 피해자의 과거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등을 배상하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최고 3억 5000만원(사망 시)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유아·어린이의 사망·중상의 경우 일실수입 등을 계산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총액 기준 10억원(위자료 5억 5000만원 포함)으로 일괄 책정했다. 경상이거나 증세가 호전된 어린이는 성인처럼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을 따로 산정한다. 이날 발표한 최종 배상안은 기존 안과 대부분 내용이 같지만 법률 지원 비용을 늘리고 가족 가운데 2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추가 위로금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옥시 측은 피해자 및 가족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옥시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7월 안에 발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고쳐질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오늘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시는 1일부터 배상 신청을 접수하고 세부 내용을 홈페이지(www.oxy.co.kr)에 공개한다. 한편 지난 15일 민사법관포럼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의 위자료를 최대 11억 2500만원까지 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성추행 징역형’ 서장원 포천시장직 상실…박기춘 정자법 유죄 징역 16개월 확정

    ‘성추행 징역형’ 서장원 포천시장직 상실…박기춘 정자법 유죄 징역 16개월 확정

    서장원(왼쪽·58) 경기 포천시장이 징역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박기춘(오른쪽·60) 전 의원도 정치자금법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9일 강제추행과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 시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확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시장직도 박탈됐다. 서 시장은 2014년 9월 박모(52·여)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핵심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법 유죄를 확정했다. 박 전 의원은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명품시계와 안마의자, 현금 등 3억 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2억 7868만원이 확정됐다.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받은 명품시계와 안마의자 등은 정치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녀에게 장미가 아니라 벼룩을 바친 시인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녀에게 장미가 아니라 벼룩을 바친 시인

    시인이라면 잊지 못할 연애시 한편은 남기고 죽어야 한다. 내가 읽은 가장 재미난 연애시는 존 던(1572~1631)의 ‘벼룩’(The Flea)이다. 이 벼룩을 좀 보아요, 그리고 그 속에서 당신이 날 거절함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보세요. 이놈은 먼저 나를 빨고, 이제 그대를 빨아, 이 벼룩 속에 우리의 두 피가 섞였지요 이것은 죄도 아니고, 수치도 아니며, 처녀성의 상실도 아님을 당신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이놈은 구혼하기도 전에 즐기며 두 사람의 피가 하나로 된 것을 실컷 먹어 배가 불렀지요, 그러니 이는, 아 정말이지, 우리가 하고 싶은 것 그 이상이네요 오 멈추세요, 한 마리 벼룩 속의 세 목숨 해치지 마세요, 이 속에서 우리는 거의 결혼, 아니 그 이상을 했지요. 이 벼룩은 당신과 나,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결혼 침대이며, 혼례식을 올린 성스러운 곳이요; 비록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고, 당신도 내켜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만났고, 이 흑옥(黑玉)의 살아 있는 벽 속에 숨어 있지요 비록 당신은 나를 죽이는 습관이 있지만 거기에 자살을 추가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셋을 죽여 세 가지 죄를 짓는 신성모독을… 하하-.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벼룩’을 이용하다니! 남들은 징그러워 오래 쳐다보지 않는 벌레, 무서운 전염병을 옮기는 벼룩을 보며 남자와 여자의 피의 ‘혼인’을 떠올린 참신한 발상에 나는 탄복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두 대상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이 상상력이다. 하긴 사랑도 전염병이니, 벼룩과 연애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곤 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를 만난 적은 없으나, 존 던은 무척 귀여운 남자였을 것 같다. 벼룩을 보며 웃을 여자가 있을까. ‘벼룩’을 읽으며 웃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이렇게 재치 넘치는 언어로 구애하는 남자한테 안 넘어갈 여자가 있을까. ‘여자를 웃게 하면 그녀의 침대에 반쯤은 걸터앉은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의 피가 하나로 된 것을 실컷 먹어 배가 불렀지요’(pampered swells with one blood made of two)는 임신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두 번째 연을, 무심코 벼룩을 때려 죽이려는 애인을 말리는 구어체 감탄사인 “Oh stay,”(오 멈추세요)로 시작해 극적인 긴장감을 높였다. ‘흑옥(黑玉)의 살아 있는 벽’은 벼룩의 검은 몸체를 말한다. ‘벼룩’처럼 재기발랄한 연애시를 쓴 사람이 훗날 세인트폴 대성당의 사제가 되었으니, 존 던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한편의 시대극이다. 던은 1573년 런던의 유서 깊은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던이 세 살 때 죽었고, 던의 어머니는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의 조카딸이었다. 토머스 모어는 헨리 8세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되었으나 반역죄에 몰려 처형당한 가톨릭 성인이다. 수장령을 선포한 헨리 8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의 재위 기간에 가톨릭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던의 생이 순탄할 리 없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3년 공부했지만 가톨릭 신앙 때문에 영국 성공회의 충성맹서를 하지 않아 학위를 따지 못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도 공부만 하고 학위를 따지 않았다. 1593년 가톨릭 신부를 도와주다 체포된 동생 헨리가 감옥에서 죽자, 던은 가톨릭 신앙에 회의를 품게 된다. 상속받은 상당한 유산을 여자와 여행으로 탕진하고, 런던으로 돌아온 던은 당대 정계의 실력자인 토머스 에저튼 경의 비서관이 되었다. 에저튼의 후원 아래 착실한 경력을 쌓던 던은 스물여덟 살 되던 해에 에저튼의 조카딸인 열여섯살의 앤과 사랑에 빠졌다. 1601년 앤과의 비밀결혼이 발각되어 던은 해고되고 결혼식의 증인이었던 신부님과 함께 투옥되었다 곧 풀려났다. 앤의 사촌이 젊은 부부를 위해 시골에 피난처를 제공했고 부유한 친척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결혼축시를 써 주거나 법률 자문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 앤은 15년의 결혼생활 동안 12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6명만 살아남았다. 사십 세가 되도록 가난을 면치 못하던 던은 1615년에 성직에 들어갔다. 제임스 1세에 의해 성공회 사제로 임명되며, 드디어 오랜 돈 걱정이 끝났는데 1617년에 부인 앤이 열병을 앓다 사망한다. 던은 ‘가장 잘 선택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여인, 가장 귀엽고 순결한’ 아내를 기리는 비석을 세워 앤의 죽음을 애도했고 다시 결혼하지 않았다. ‘하나님 밑에서 그의 유해와 그녀의 유해가 합쳐져 새로이 결혼할 것을 서약하노라’는 비명(碑銘)이 말해주듯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의 짝이었다.
  • 본지 김양진·강신 기자 이달의 법조기사상 수상

    본지 김양진·강신 기자 이달의 법조기사상 수상

    서울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서울신문 사회부 김양진(왼쪽)·강신(오른쪽) 기자가 단독 보도한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5년 만에 지옥을 털어놨다’<6월 28일자 10면> 기사를 제5회 ‘이달의 법조기사상’으로 선정하고 27일 시상했다. 서울신문은 김모(21)씨 등 22명이 2011년 당시 중학생이던 피해자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고 구속영장 등이 신청됐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이들 중 일부를 최근 기소했다. 서울변회는 “서울신문이 정론직필의 자세로 공정하고 시의적절하게 이 기사를 보도하여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건전한 법률문화 창달에 기여해 이 기사를 이달의 법조기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의 ‘SKY는 S등급…사립로스쿨 출신대학 카스트제’ 기사와 동아일보의 ‘현직 대법관 이념성향 분석’ 기사도 이달의 법조기사상을 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르면 주내 ‘공수처’ 신설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검찰과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패 척결을 위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권의 단일 공수처 신설 법안은 이르면 이번 주중 발의할 예정이다. 더민주에 이어 국민의당은 공수처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고 법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 공수처 태스크포스팀(TFT)은 지난 25일 공수처 신설 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26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 공개 간담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2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 법안 개정 초안은 더민주와 마찬가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기로 했다. 수사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급 공무원, 국회의원, 광역지자체장, 법관과 검사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 개시 요건, 수사처장의 자격 요건 등과 관련해서는 야권이 인식 차를 보이고 있어 법안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는 지난 21일 공수처 신설 법안 발표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인지나 고소·고발이 없어도 국회 교섭단체가 요구하면 공수처가 반드시 수사하도록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공수처가 범죄 행위를 인식했을 때 외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연서로 요청이 있는 때 등으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국회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의 연서 또는 국감법상 조사위원회의 의결로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처장의 자격 요건을 법조인이 아닌 다른 전문 분야 인사까지 확대시키는 더민주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최소한의 법조인의 자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영주시 ‘소백산면’ 개명에 대법원 4년만에 제동, 충북 단양군의 이익 침해해

    경북 영주시가 단산면의 행정구역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대법원이 4년의 심리 끝에 막았다. 영주시는 대법원 1부(대법관 이인복)가 지난 22일 영주시장이 소백산면 개명을 제지한 옛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이행명령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영주시가 일방적으로 소백산 명칭을 선점해 사용할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해다. 영주시와 시의회는 2012년 1월 단산면 주민들의 청원에 따라 단산면의 행정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바꾸는 조례안을 추진했다. 단산(丹山)이 단양군(충북)의 옛 이름인 데다 ‘붉은 산’이란 이미지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소백산 국립공원 322㎢의 51.6%가 영주시에, 17%는 단산면에 걸친 점도 고려됐다. 이에 소백산 국립공원의 47.7%를 점유한 충북 단양군이 “소백산은 단산면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영주시의회는 같은 해 2월 개명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단양군은 곧바로 중앙정부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단양 군민들은 영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현지에서 릴레이 1인 시위까지 했다. 당시 안전행정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개명은 지자체 조례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의결하고 영주시에 조례를 다시 바꾸라는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영주시는 이에 불복해 그해 7월 대법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4년간의 심리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단양과 영주가 협력과 상생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소장 등 책임자 7명 실형·금고 확정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소장 등 책임자 7명 실형·금고 확정

    2014년 5월 사망자 9명을 포함한 6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터미널) 화재 발생 책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터미널 관계자들의 형사 처벌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양터미널 지하 1층 가스배관 작업반장 조모(56)씨와 터미널 방재담당 연모(47)씨, 터미널 관리소장 김모(50)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도급업체 현장소장은 징역 1년 및 벌금 100만원, 도급업체 실질대표와 하도급업체 현장소장은 금고 1년이 유지됐다. 터미널 공사를 발주한 CJ푸드빌의 직원 박모(44), 양모(37)씨와 터미널 건물 관리업체 ‘쿠시먼’ 소속 직원 신모(58), 홍모(32)씨는 원심대로 무죄로 판단됐다. CJ푸드빌 법인도 무죄였다. 앞서 2014년 5월 26일 오전 9시쯤 고양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터미널 이용객 등 9명이 숨지고 60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해 피해를 입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은 CJ푸드빌 푸드코트 입점을 위해 지하 1층에서 가스 배관 용접작업을 진행하던 중 일어났다. 다른 작업자가 밸브를 밟아 새어 나온 가스에 불꽃이 튀어 발화한 뒤 가스 배관 77㎝ 위쪽 천장 ‘우레탄 폼’으로 불이 옮겨붙으며 확산했다. 당시 맹독성 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연기가 에스컬레이터 공간을 타고 지상 2층까지 58초 만에 급속히 퍼져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화재 시 85% 이상 진화를 담당하는 스프링클러엔 물이 빠져 있었고 지하 1층 전원이 모두 차단돼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화재를 감지해 알리는 장치는 수동으로 전환돼 경보발령과 대피방송도 뒤늦었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무자격자에게 공사를 맡기는 등 발주에서 시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 단계마다 법규를 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가스배관 공사와 터미널 관리 담당자, 발주처 직원 등 18명과 법인 7개가 업무상 과실치사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다른 층에 많은 이용객이 있어 세심하게 안전을 배려해야 하는데도 설정된 짧은 공사 기간을 맞추려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며 18명 중 1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은 1심의 유·무죄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며 일부 형만 감형했다. 검사와 일부 피고인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화재 발생, 피해 확산 경위, 피해 내용, 피고인들의 지위의 업무, 공사 도급관계, 작업 진행경과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의 사실인정이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톡스 맞으러 ‘치과’ 가요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다’는 법원의 기존 입장이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환자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 정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허용하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는 의료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이 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비해 환자의 생명과 공중보건상 위험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름을 치료하기 위해 2차례 보톡스 시술을 했다가 기소됐다. 1·2심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었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항소심은 정씨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됐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판사 - 변호인 아는 사이… 정운호 재판부 교체

    법조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회삿돈 횡령·배임 사건 재판부가 최근 교체됐다. 판사와 변호인 간의 친분 관계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원래 심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에서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로 지난 15일 재배당됐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는 배당된 사건을 처리할 때 크게 곤란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재판장이 그 사유를 적어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장과 정 전 대표 측 변호인이 학교 선후배인 데다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라면서 “재판장이 재배당을 요구해 사건을 다시 배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대표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은 원래 예정됐던 다음달 8일에서 나흘 앞당겨진 4일 새 재판부 심리로 열리게 됐다. 현재 법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사건의 경우 ‘전관예우’ 관행을 막기 위해 재판장과 변호사가 학연으로 엮였거나 사법연수원 동기 등 관계가 있을 때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의 법인자금 18억원, 계열사 SK월드 등 법인자금 90억원 등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 6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확정받은 정 전 대표는 원래 지난 6월 5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으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커지면서 재수감됐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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