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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법원, 수어 법률용어 새로 만든다…“청각장애인 재판 방어권 보장”

    [단독] 대법원, 수어 법률용어 새로 만든다…“청각장애인 재판 방어권 보장”

    대법원 ‘형사절차 법률용어 수어집’ 입찰2018년 9월 사법발전위원회 권고 사안재판서 ‘항소’를 ‘황소’로 잘못 통역하기도기존 법률수화 실용성 없어 새롭게 정비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대법원이 형사절차 법률용어 수어집 발간에 나섰다. 사법부 차원에서 법률용어 수어를 체계화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1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용어 수어집(동영상 포함) 개발’을 위한 입찰 공고를 게재했다. 지난해 9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발간 사업은 사법시스템을 이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받는 불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간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수어통역사조차 법률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의미를 전달할만한 적절한 수어 단어가 없어 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 이어졌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 인권보장 방안’ 토론회에선 수어통역사가 법률용어를 알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거나, 청각장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통역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특히 수어통역사가 법정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하는 법률용어인 ‘항소’를 발음이 비슷한 ‘황소’로 잘못 통역한 사례는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법률용어를 표현하는 기존 수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2007년 발간된 한국수화사전 별책 ‘법률수화’는 집필 과정에 법률가가 참여하지 않아 중요 법률용어의 의미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고, 민사·형사 등의 절차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가나다’ 순으로 나열해 실용성이 떨어졌다. 대법원 측은 “발간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나 수어통역사에 의해 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새로운 법률용어 수어집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청각장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진술거부권 고지, 증거동의 등 재판에서 실제 쓰이는 주요 법률용어 수어를 표준화하고, 향후 형사 뿐만 아니라 민사·행정 등 다른 절차의 법률용어도 순차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절차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정당한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현직 법관과 장애인 단체 활동가 등 외부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사법지원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스티브 유(유승준) 17년만에 입국 허용될까…대법 최종 판단

    스티브 유(유승준) 17년만에 입국 허용될까…대법 최종 판단

    1·2심, 청구 기각…“선량한 사회 질서 저해 우려”‘비자 발급’ 전화 통보·무기한 입국 적법성 쟁점 보충역 입대를 공언했다가 돌연 출국, 한국 국적을 포기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스티브 승준 유(한국 활동명 유승준·43)씨에게 우리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이 위법한지를 놓고 대법원이 11일 최종 판단을 내린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2001년 8월 징병검사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아 4급 보충역(당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그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그간 ‘바른 청년’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2001년 그는 입대 전 미국에 사는 가족에게 인사를 한다는 사유 등을 내세워 해외로 출국했다. 출국 전 그는 지인 2명의 보증을 받았고, 병무청은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그의 출국을 허가해줬다. 그러나 2002년 1월 18일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고, 대한민국 LA 총영사관을 찾아가 대한민국 국적 상실 신고를 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 국적 포기에 대해 “입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가수로서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군대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에서 계속 가수 활동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후폭풍은 엄청나게 거셌다. 병무청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입국금지 조치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이 경제·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돼도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2002년 2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유씨는 입국이 거부됐고, 약 6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입국이 거부된 뒤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우리 정부가 비자 발급 거부 사실을 유씨의 부친에게 전화로 알린 것이 ‘행정처분은 문서로 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인지, 애초 유씨에게 내려진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비자발급 거부도 위법한 처분에 해당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2심은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은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발급 거부를 전화로 통보한 것은 외국인에 대한 송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화로 발급 거부를 통보했어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 사이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씨의 입국이 ‘사회의 선량한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적법한 비자 발급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2심은 정부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 위법하다는 유씨 측 주장도 “조치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왕래를 할 수 있는 비자(C-3)가 아닌 굳이 F-4 비자를 고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4 비자를 취득한 사람은 투표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적 권리가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하게 주어진다. 즉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한 비자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유씨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병역 기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버젓이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할 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유씨는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생방송을 진행, 그간의 심경 고백을 하면서 무릎을 꿇고 대중에게 용서를 빌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이 끝나지 않은 사실을 몰랐던 제작진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면서 욕설을 주고받는 음성이 송출되면서 더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또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연습하는 상황까지 폭로되면서 여론에 호소하려던 그의 복귀는 무산됐다. 2002년 1월 12일 출국한 뒤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유씨가 17년 6개월 만에 대법원 최종 판단으로 입국할 수 있을지 또는 영원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박선숙·김수민 무죄 확정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박선숙·김수민 무죄 확정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홍보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선숙(59)·김수민(33)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일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김 의원 등 7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의 광고·홍보전문가들이 참여한 선거홍보TF(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에서 2억162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TF팀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받은 돈을 실제 광고제작이나 기획, 정당 이미지(PI) 개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랜드호텔과 비컴·세미콜론 간 계약이 허위라는 점이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유해용 재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검찰 질문에 잇따라 “증언 거부”

    유해용 재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검찰 질문에 잇따라 “증언 거부”

    “제 형사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쓰일 우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잘 모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의 신문에 대부분 이렇게 말하며 사실상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는 8일 유 전 연구관의 3회 공판에 임 전 차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임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전 차장은 유 전 수석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은 증인석에 서자마자 재판장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증언거부권과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줄줄이 설명하자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는 없다”고 말한 뒤 증인선서를 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의 주신문이 시작되자 과거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공소사실과 관련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특허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당시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전해듣고 이를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전달했느냐”고 묻자 “(김영재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씨 관련 사건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고 제 진술이 제 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청와대와의 접촉 경위나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 심의관들이 작성한 행정처 보고서가 청와대로 넘어간 과정 등을 잇따라 물었지만 그는 “같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한다”고만 반복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증인의 진술이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 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재판장께서 아는 대로 진술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마치 피고인신문 같은 증인신문이라 과연 적절한 신문인지 모르겠다”며 검찰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오후에 진행된 유 전 수석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증언거부 대신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답변을 이어갔다. 유 전 수석의 변호인이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증인은 법관 및 기술심리관 정원 증원, 법관 재외공관 파견 확대 등을 위해 청와대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받아내려 피고인(유 전 수석)과 공모한 걸로 돼있다”면서 “공모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임 전 차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주제와 관련해 피고인과 논의한 적이 있나”, “기술심리관 좌석 배치니 특허법원 소송대리인 공정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한 번도 논의해 본 일이 없나” 등의 질문에도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김영재·박채윤 부부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후 3시가 넘어서 끝났지만 그의 입에서 유 전 수석의 공소사실과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이나 혐의를 반박하는 해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2일 자신의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법원에 낸 뒤 한 달 이상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 전 차장은 지난 5일 서울고법에 다시 심리해 달라며 항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출세의 길’ 고등고시 첫 시험(행정과)은 1950년 1월 6일 시행됐다. 역사학자인 위당 정인보 선생이 고시위원으로 나와 “그 문제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걸”이라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고 한다. 사법과는 같은 달 26일 치러졌는데 여성 응시생 5명은 51세의 부인을 포함해 모두 고관의 부인들이었다(동아일보 1950년 1월 27일자). 전쟁의 혼란 중에도 고시는 치러졌다. 1954년 5회 시험에서는 편모슬하의 극빈 가정에서 초등학교만 나온 김항식씨가 독학으로 합격했는데, 두 동생도 보통고시(주사급 선발 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형제들이었다. 1955년 7회 고시 사법과에는 고 전용성 변호사가 합격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개업의로 44세의 나이에 일곱 번 만에 사법, 행정 양과에 합격했다. 판사가 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의료 판례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57년 고시 사법과에는 3000여명이 지원해 불과 4명이 합격했고 행정과에는 7명이 합격했다. 엄격한 절대평가의 탓도 있었고 응시생들의 전반적인 수준 미달 때문이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사바사바’(뒷거래)로 충분히 출세할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고시를 보겠느냐는 말이 나돌았다(경향신문 1957년 1월 26일자). 고시 11회 사법과 시험(1959년)에서는 커닝을 한 응시생이 처음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해에 이런 일도 있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남편을 10여년 동안 빵 장사를 하며 뒷바라지했던 여인이 막상 남편이 검사가 된 후 버림받았다고 진정서를 내 사회면 토픽으로 다뤄졌다. 1961년 고시 사법과 13회에는 역대 최연소 고시 합격자가 나왔는데 고 장기욱 변호사로 당시 18세였다. 1962년에는 가짜 합격자 소동이 있었다. 300쪽짜리 법률 서적을 네댓 시간 만에 독파하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워 사법과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리경찰서 사환 유무종씨 스토리가 알고 보니 허위였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로 분리된 후 1963년에 시행된 사시 1회 수석은 대법관을 지낸 서성 변호사였다. 사회면에는 인터뷰 기사와 함께 300점 실력으로 당구를 치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함께 합격한 강구진씨는 이듬해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6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 교수가 됐다. 그는 198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1965년에는 30대 유부남 김모(고시 8회) 검사가 세 살 연상의 다방 마담과 서울 우이동 산장에서 동반 자살을 해 사회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쪽지에는 “사랑엔 변함없소”라고 적혀 있었다(동아일보 1965년 5월 31일자). sonsj@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3회] 양승태 측 “증인들 압박하지 말라”…위법수집증거 주장은 또 배척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각종 파일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겼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메시지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최근 재판에서 이같은 임의제출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심의관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고 이들을 임의제출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5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2회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도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도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그날도, 이날도 “최종 판단은 아니고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통해 내놓은 현재까지의 결론”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이날 행정처에서 임의제출된 정다주·박상언 전 기획조정심의관 작성 문건들의 일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파일과 출력물의 동일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문건들에 대해서다. 여기에도 재판부는 “문자 정보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문자정보의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으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앞서 ‘임종헌 USB’ 속 파일들에 대한 검증이 한참 진행되던 지난달 26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행정처 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처음 문제삼았다. 검찰이 행정처에서 보고서를 임의제출 받을 때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처럼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문건들에 법관들의 사생활이나 재판 관련 비밀사항들이 담겨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가 검찰에 임의제출 되는 데 대해 작성자들이 동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당사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임의제출 시에도 적용됐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열흘 만인 이날 판단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압수수색 당사자가 영장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규정은 압수수색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집행받는 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라면서 “그러나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임의제출의 경우까지 이러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는 압수물 취득 과정에서 강제력이 행사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영장에 의한 압수보다는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의 적법성은 임의성을 엄격히 판단하거나 제출자에게 제출권한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서 충분히 결정할 수 있고 현행 법상 명문에 근거가 없는 당사자의 참여권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 ‘위법 수집 증거’ 아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에서 임의성 부분을 살펴보면 검찰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변호인이 주장하는 보고서 등을 제출받음에 있어 그 범위와 방법에 관해 행정처와 사전에 충분히 검토와 협의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제출의 임의성이 보장돼야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보고서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처 공용 PC를 이용해 작성하고 저장했던 문건들”이라면서 “행정처가 압수물의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임의제출자로서의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 뒤에는 검찰이 신청한 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박찬익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있었던 박 전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조서를 증거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2013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의 증거 신청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곧바로 반발했다. “검찰은 주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과거 다른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한 바가 있느냐’는 신문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도신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증인에게 자연스럽게 직접 질문하며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임종헌 재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죠?’라고 질문하면 과거 재판에서의 증언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임종헌 재판 신문조서 증거 신청…변호인들 “유도신문 하지 말라” 검찰과 변호인의 서로 다른 주장의 쟁점은 형사소송규칙 75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신문에서는 유도신문을 해선 안 된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반면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과 함께 ‘증인이 종전의 진술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는 때에 그 종전 진술에 관한 신문의 경우’ 유도신문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전에 다른 곳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유도질문”이라면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이게 허용되면 다음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사건 재판에서 한 진술이 다룰 경우, 그리고 공소사실 입증이 어려울 경우 ‘수사기관에서 증언한 게 맞는 것 아닌가요?’라는 식의 질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유도신문을 넘어서 증인에 대한 압박이고 자유로운 증언을 막는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의) 증인신문 조서 없이 하자는 것이 재판부 의견이었지만 검찰이 추가 증거신청을 했으므로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시진국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는 결국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늘 출석을 하지 못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봐서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시 부장판사는 두번째로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당직 법관이라는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사유서를 냈다. 시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오는 26일로 미뤄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2회] 양승태 석방 앞으로 한 달

    “담당 재판때문에” “야근 때문에” 현직 법관들 계속 증인 출석 미뤄재판부 별다른 대응 안하고 일정 순연··· 검찰 ‘속터진다’ 강한 성토“현재로서는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8월 석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2월 11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기간(6개월)은 다음달 10일 끝난다. 검찰이 다른 혐의를 더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지금의 방침을 유지하면 다음달 11일 자정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서게 된다. 구치소가 아닌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피고인들이 서는 법정은 서두를 이유가 확 줄어든다. 재판이 열리지 않는 날 누구와 연락하고 만나는지 법정은 알 길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증인은 211명이나 된다.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당초 지난달 21일부터 3일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현직 법관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었다. 해당 법관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각각 근무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보고서)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지난달 14일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검증절차도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제시할 문건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임 전 차장의 USB에 담겨 있던 문건과 같은 것인지, 이들이 사용한 이메일 속 파일과 같은 문건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다.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6일,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각각 진행하려고 했지만 네 사람 모두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다시 5일부터 7월 중하순쯤으로 증인신문 일정을 차례차례 조정했다. ●시진국 부장판사의 두 번째 불출석 사유 “당직근무 때문” 그런데 5일 오전 10시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이번에는 다른 이유를 들어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당직 법관으로 지정돼 있어 출석이 어렵다.’ 지난달 26일 예정된 증인신문 일정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재판 때문에 어렵다고 해 재판부는 시 부장판사의 재판이 없는 5일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직 때문이라는 게 출석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됐다. 각 법원에서는 법관들이 순번을 정해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 영장 업무를 도맡아 하는 당직제도가 있다. 주로 경력 15년 미만의 단독 또는 배석 판사들이 하던 업무였는데 젊은 판사들이 줄어들면서 부장판사들도 하게 됐고, 과거에 비해 순번이 빨리 돌아오게 되자 매해 사무분담 시기가 되면 법원마다 당직 법관의 대상과 순번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있을 정도다. 시 부장판사의 불출석 사유는 쉽게 말해 ‘야근이라 재판에 못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 내부 규정까지 확인하며 시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검찰은 “대법원 규칙인 ‘법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에는 당직 지정을 받은 법관이 출장·휴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 근무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지체 없이 당직 지정자에게 신청해 당직 근무일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같은 규칙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당직 법관 사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이튿날에 당직을 대행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재판의 증인 출석은 출장·휴가와 같이 규칙에 있는 사유 못지 않게 더 불가피하다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금요일(지난달 21일) 증인신문 기일이 지정되자 다음날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고, 그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자신의 재판이 있다며 불출석했다. 증인신청된 법관들의 재판 기일과 준비기일, 당직근무 일정까지 모두 고려해 일정을 지정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는 게 검찰 지적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부에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증인이 회사에서 본인 대신 다른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 또는 당직 근무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한 경우 이를 불출석하는 합당한 사유로 보는지 의문이다.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기준을 이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반인들도 당직근무로 불출석 되나…원칙 동일하게 적용” 형사소송법 151조에는 법원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의) 결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이후에도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결정으로 증인을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한두 번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처분을 받는 게 아니다. ‘정당한 사유’와 ‘결정으로’라는 문구는 오롯이 재판부의 몫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반발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리고는 4명의 법관을 비롯해 추가 증인신문 일정 계획을 설명했다. 오는 19일 오전 10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은 지난달에 잡혔고 이 다음 일정을 박남천 부장판사가 읊기 시작했다. “(앞 부분 생략) 7월 23일 오전 10시 박상언. 7월 24일 오전 10시 정다주.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또 필요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번주 금요일에 시진국을 신문하지 못한다면 시진국은 7월 26일 오전 10시.” 시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출석이 가능하다고 밝힌 날짜다. 핵심 증인들과의 대면이 미뤄진 법정에서는 다시 ‘디테일’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임종헌 USB’ 속 파일에 대해서는 변호인들이 검찰청에서 직접 원본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절차를 줄이긴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양만큼 법원행정처나 외교부 등에서 임의제출 받은 문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늘어났다. 심의관이나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검찰이 해당 기관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작성자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검찰은 2018년 7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목적 아래 임의제출의 범위 및 방법을 협의했고, 심의관들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을 받아 포렌식 등을 거친 다음 현직 심의관들이 추출된 파일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심의관들이 업무상 작성한 문건들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행정처 컴퓨터에 보관된 뒤 행정처에서 소지, 관리하는 문건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작성자가 아닌 기관 측의 동의를 받고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작성자인 전직 심의관들의 임의제출 과정에서의 참여권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임의제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USB 담은 봉인지 ‘누가 처음 붙였다 뗐나’ 확인 공방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처를 명확히 하고 실제 검찰이 임의제출받은 각종 파일들과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흠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검증이 또 종일 이어졌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제시될 외교부 문건들에 대해 검증할 때는 지난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USB를 감싼 봉인지가 언제 처음 붙었다가 언제 떼여졌다가 또 언제 다시 붙여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있었다. 검증을 위해 USB를 실행해야 했는데 그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USB를 봉인해 두었다가 포렌식 작업과 분석을 하기 위해 USB를 사용했다가 다시 봉인해두고 그 외에 USB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최초 봉인지를 해제한 그곳에 부착되어 봉인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인들, 이 봉인지를 해제하기 전에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면…”(재판장) “최초에 봉인을 해제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게 될 텐데 최초에 있는 외교부 사무관을 참여하도록 했다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확인돼야 할 것 같고 봉인해제 한 날짜를 지난해 8월 6일로 했는데 누가 이 봉인을 해제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 봉인 해제한 검찰 관계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오갔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의문이 해소되자 박 부장판사는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봉인을 해제하기 전에 이 상태로 사진을 한 장 찍도록 하겠습니다”라며 USB를 꺼내기 전 봉투의 모습까지 법원 직원을 통해 사진으로 남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스티브 유(유승준) “입국 허가해달라” 소송…대법, 11일 최종 판단

    스티브 유(유승준) “입국 허가해달라” 소송…대법, 11일 최종 판단

    1·2심, 청구 기각…“선량한 사회 질서 저해 우려” 보충역 입대를 공언했다가 돌연 출국, 한국 국적을 포기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스티브 승준 유(한국 활동명 유승준·43)씨에게 우리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이 위법한지를 놓고 대법원이 11일 최종 판단을 내린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고 4일 밝혔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2001년 8월 징병검사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아 4급 보충역(당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그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그간 ‘바른 청년’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2001년 그는 입대 전 미국에 사는 가족에게 인사를 한다는 사유 등을 내세워 해외로 출국했다. 출국 전 그는 지인 2명의 보증을 받았고, 병무청은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그의 출국을 허가해줬다. 그러나 2002년 1월 18일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고, 대한민국 LA 총영사관을 찾아가 대한민국 국적 상실 신고를 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 국적 포기에 대해 “입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가수로서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군대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에서 계속 가수 활동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후폭풍은 엄청나게 거셌다. 병무청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입국금지 조치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이 경제·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돼도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2002년 2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유씨는 입국이 거부됐고, 약 6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입국이 거부된 뒤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 사이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씨의 입국이 ‘사회의 선량한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적법한 비자 발급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왕래를 할 수 있는 비자(C-3)가 아닌 굳이 F-4 비자를 고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4 비자를 취득한 사람은 투표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적 권리가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하게 주어진다. 즉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한 비자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유씨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병역 기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버젓이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할 때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씨는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생방송을 진행, 그간의 심경 고백을 하면서 무릎을 꿇고 대중에게 용서를 빌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이 끝나지 않은 사실을 몰랐던 제작진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면서 욕설을 주고받는 음성이 송출되면서 더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또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연습하는 상황까지 폭로되면서 여론에 호소하려던 그의 복귀는 무산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판깨스트] ‘위법수집증거=무죄’, 힘 없는 자도 적용되나요

    [판깨스트] ‘위법수집증거=무죄’, 힘 없는 자도 적용되나요

    채용비리 의혹 권성동 무죄방산 직원들도 항소심 무죄“사소한 절차 흠” 검찰 머쓱고법, 자료 내고 자체 평가도판사는 판결로만 얘기하는데“다른 목적 있나” 의혹 제기형사 사건도 같은 잣대 필요최근 법원이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의 정점에 서 있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혐의가 벗겨진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2심에서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검찰의 위법한 증거 수집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순형)는 지난해 3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집한 서류들이 권 의원의 혐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별건 압수’라고 판단했습니다. 권 의원 측 변호인이 “영장주의에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한 내용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판결문에는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 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2016년 대법원 판결 등 관련 법리와 함께 검찰이 압수한 서류가 왜 권 의원의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지에 대한 판단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증거 채택과 관련한 ‘독수독과’(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 판결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서울고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권 의원 무죄 판결이 나오고 사흘 뒤인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직원 A씨 등 6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별도 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외장하드, 서류철의 포괄적 압수는 위법하고 증거능력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안성준)가 무죄 선고를 내릴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가 2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외부에 알리면서 금새 뜨거운 사건이 됐습니다. 앞서 강원랜드 사건 판결과 함께 ‘상승 효과’를 낸 것입니다. “설령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절차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소한 절차상 흠에 불과하다”는 검사의 항소 이유는 무색해졌습니다. 재판부는 4차례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이 모두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도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작심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직권으로 위법 사유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은 새로운 법리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고, 대법원 판례에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미 10년 전인 2009년 3월 김태환 전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압수수색 절차를 밟지 않은 압수물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면 법원의 탓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이 엄격하게 지켰다면 검찰의 별건 수사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관들이 사법농단 수사를 받으면서 그동안 형사소송법이 느슨하게 적용됐다는 것을 인식한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최근 법원에서 이 원칙을 전면으로 들고 나왔지만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판사는 판결로만 얘기하는데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자료까지 내면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자체 평가까지 한 것은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법수집증거를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논의가 살인 사건 등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회의적”이라면서 “형사 사건 피고인들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감히 주장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왕 법원이 이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으니 힘 있는 자 뿐 아니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1회] ‘양승태 재판’ 변곡점…법원 “‘임종헌 USB 압수수색’ 위법 없었다” 판단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1회] ‘양승태 재판’ 변곡점…법원 “‘임종헌 USB 압수수색’ 위법 없었다” 판단

    첫 재판이 열린 지 꼬박 한 달, 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두 자릿수에 접어들었다. 서류증거의 실체적 내용이 아닌 출처와 형식 등을 따지는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던 재판은 10회째 접어들면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이날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0회 공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검찰이 압수수색한 과정은 적법했다는 판단을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의 임 전 차장 재판에서도 USB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된 피고인들은 잇따라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주장을 내놨다. ●재판부 “‘임종헌 USB 압수수색’ 적법했다” 첫 판단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할 때와 같은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현재까지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조사 결과에 의한 재판부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여러가지 판단 근거를 기초로 해서 현재까지는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절차에서 검사의 위반행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변호인들은 지난해 7월 검찰의 임 전 차장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 전반에 대해 문제삼았다. 임 전 차장이 자신의 재판에서 “식탁에 검사와 마주보고 앉았고 앞에 영장이 놓여있어 열람은 했지만 메모를 하지 못하게 했고, 영장을 보면서 계속해서 대화를 걸어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처럼 압수수색을 시작할 때부터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이 적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이 압수됐으며 영장에 기재된 ‘전용공간’이 아닌 공용사무실에 있던 USB를 압수했다는 주장이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USB 5개 가운데 혐의와 관련된 내용만 복제할 수 있는데도 USB 자체를 압수했고 압수한 파일의 상세목록도 교부하지 않아 적법한 압수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들은 “임 전 차장이 사후에 임의제출 동의서를 제출했더라도 증거수집 절차의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USB 파일 8635개 가운데 1142개를 양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기 전에 검사가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시했고 임 전 차장은 영장의 내용을 검토해서 그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당사자에게 적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된 범죄 사실과 관련되는 물건’이 기재됐고 검사가 압수한 8635개의 파일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리고 임 전 차장 진술에 의해서 압수할 물건이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법무법인 사무실도 압수수색 영장에 따른 수색 장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압수조서 속 ‘김백준 주거지’는 단순 실수” 압수수색 집행 당시 작성된 압수조서에 ‘김백준의 주거지’라고 장소가 표시된 데 대해서도 변호인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증거들이나 압수수색에 참여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에 비춰보면 단순한 실수나 오기 정도로 볼 수 있겠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임 전 차장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검사가 ‘PC 및 USB 추출목록.html’ 파일을 복사하는 방법으로 상세 목록을 교부한 것으로 볼 수가 있는데 그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면 파일 목록의 속성에서 바뀐 날짜가 2018년 7월 21일 오후 6시 28분 08초로 압수수색을 종료한 시점인 오후 6시 40분쯤과 상당히 근접한 시간으로 보여 (상세 목록을) 복사해서 줬다는 검사의 주장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혐의와 관련된 일부만 USB에서 복제해 가져가지 않고 USB 전체를 압수한 이유에 대해 검찰은 임 전 차장이 136개의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있었고 일부 파일명을 마치 변호사가 된 뒤 최근에 맡은 사건인 것처럼 파일명을 바꿔놓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임 전 차장이 USB 5개 중 명함형으로 된 한 개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원 파우치에서 발견됐는데 검찰은 이것 역시 임 전 차장이 핵심 증거인 USB를 감추려 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설명을 받아들여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검사가 압수한 USB 전체에 대해 이미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고 당시 휴대하고 갔던 장치로는 현장에서 전체를 이미징하기는 곤란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 ‘원본 반출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 임 전 차장의 변호인도 참여를 했고 임 전 차장도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USB에 대한 이미징 등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수사팀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아 압수수색 절차를 마무리하는 과정도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으로 변호인들이 강하게 다퉜던 ‘임종헌 USB’의 압수수색 과정에 대해서는 일단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임종헌 USB 속 파일들과 검찰이 제출한 출력물 사이의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한 검증은 법정 밖에서 이뤄지고 있고, 변호인들은 임종헌 USB 외의 다른 출처의 문건 파일들에 대해서도 모두 출처를 문제삼고 있어 여전히 증거능력을 위한 다툼은 지속될 전망이다. ●변호인들 “행정처 임의제출 문건 증거능력 부정” 앞서 오전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지난 재판에서 “검토 중”이라며 예고했던 법원행정처로부터 검찰이 임의제출 받은 문건들에 대한 증거능력도 문제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찬익 전 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의 검찰 조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진술자가 조사된 전 과정이 기재되지 않은 조서로, 조서에 기재된 내용과 달리 신문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내용이 누락된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임의제출된 문건들에 대해서도 법관이 발부항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경우에도 문서 작성자든 관련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거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한데 영장에 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기관 자체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문서와 관련된 사람의 참여나 동의 없이 제출하는 것은 더더욱 위법 요소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은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고 변호인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피조사자의 모든 진술을 조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것은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변호인의 의문을 줄이기 위해 설명하면, 형사소송법 244조 4항에 따라 박찬익 전 심의관의 조사 시작 시간과 마친 시간을 정확히 기재했고 그 밖에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 장소와 도착시간, 시작시간에 따라 본인의 보고서를 확인했다고 기재했다”면서 “지난 4월 24일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박 전 심의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는데 검찰 조서에 문제가 있다는 진술은 없었다. 신빙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낼 의도로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행정처에서 임의제출한 문건이나 이메일 등에 대해서는 검찰과 변호인들이 지난 재판에서 ‘임종헌 USB’ 검증 방식으로 논의했듯이 검찰청에 직접 변호인들이 찾아가 참관하면서 검찰이 파일 원본의 속성을 변호인들에게 확인해주는 방식으로 법정 밖에서 검증을 하기로 겨우 의견을 모았다. “아주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고 말하는 재판장의 얼굴에 간만에 옅은 화색이 돌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대법 “인구조사 때 ‘시민권 질문’ 안돼…게리맨더링은 주의회에 맡겨야”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대장정의 막을 올린 가운데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간) 내년 인구조사 때 시민권 보유 여부를 질문 항목에 추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18개 주가 낸 소송에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이 소송은 인구조사 결과가 연방 하원의원 수와 선거구 조정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시민권 질문이 이민자들의 인구조사 참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민주당 측 논리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셈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5명이 원고 측을 지지했으며 4명은 정부 편에 섰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주장은 불충분했다”며 시민권 질문이 소수 인종 등 마이너리티의 투표권 보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시민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인구조사 응답률을 낮출 위험이 있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이번 법적 다툼은 상무부가 내년 인구조사 때 미국 시민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포함하겠다고 지난해 3월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상무부는 “투표법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법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195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 질문을 부활했지만 일부 주들이 반발해 소송을 냈다. 이들 주는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구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국은 약 200만 가구 이상,약 650만명 이상의 인구가 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 인구조사는 헌법과 연방법에 따라 10년 주기로 이뤄지며 인구조사일은 4월 1일이다. 법무부는 인구조사를 토대로 연방 하원의원 수와 하원 선거구를 조정한다. 민주당 단체장이 이끄는 지역과 이민자 단체 등은 정부 방침이 수백만 명의 히스패닉 및 이민자의 선거 참여를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고결과를 즉각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우리 정부와 실제로 국가가 매우 비용이 들고 상세하고 중요한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에 대한 기본적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은 또 이날 이른바 ‘게리맨더링’으로 불리는 자의적 선거구 획정에 대해 주 입법체가 결정할 일이지 법원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판시해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주 입법체가 그들의 지역구에서 (선거구를 가르는) 선을 긋는다면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도,그것은 법원이 중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CNN은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게리맨더링에 사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표면적으로만 보면 양당에 균등하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향후 10년간 공화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소송에서 문제가 된 주는 민주당이 게리맨더링을 한 메릴랜드와 공화당이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한 노스캐롤라이나이다. 그러나 이 판단을 확장해보면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절대 유리하다. 더구나 공화당은 22개 주의 경우 상하 양원을 장악한 것은 물론 주 정부까지 손에 쥐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의회와 주 정부를 모두 장악한 주는 14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공화당이 장악한 주는 텍사스처럼 광활한 곳이 많아 게리맨더링을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내년 선거와 2022년 중간선거가 있지만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구가 한 번 획정되고 나면 2030년까지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공화당으로서는 ‘10년 농사’를 지을 땅을 확보한 셈이 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고법 부장판사, 검찰 별건 압수수색 또 지적

    고법 부장판사, 검찰 별건 압수수색 또 지적

    원세훈 사건 재판장, 28일 입장문“검찰 사법농단 수사 때 별건압수”최근 서울고법·지법 판사에 이메일위법 수집 증거 다룬 판결문 보내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재판장을 맡았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이메일로 사전 교감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검찰의 별건 압수수색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7차례에 걸쳐 사무실과 이메일을 압수 수색할 당시 제시한 영장 범죄사실에 기재된 피의자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서 “압수된 이메일 자료 역시 피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가 아니라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의 재판심리를 위해 주고받은 것으로 ‘별건 압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김 부장판사는 이후 사법농단 사건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이후 법원 내부 게시망 또는 법관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다. 지난 2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김 부장판사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판사들에게 이 사건 판결문을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 수집 증거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문이라는 점을 알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0회] ‘임종헌 USB’ 검증 보류…대신 법원행정처 문건·이메일도 “출처 검증”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0회] ‘임종헌 USB’ 검증 보류…대신 법원행정처 문건·이메일도 “출처 검증”

    “지금 얘기하는 의견들이 공판준비 절차에서부터 처음부터 의견 진술이 돼서 해결이 다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공판준비 절차에선 없었다가 새롭게 제기된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증거능력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절차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3월 25일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지 꼬박 석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다섯 차례의 준비절차가 있었고 5월 29일부터 정식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재판장은 거의 매 재판마다 “준비기일 때 정리했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매번 새로운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늘어나기만 하는 주장의 핵심은 결국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방식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9회 공판 초반에도 변호인들은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대한 검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임의 제출한 문건들에 대해 문제삼은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법원행정처에서 임의 제출된 파일들도 임의 제출 자체가 증거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힘들 수 있다”면서 “행정처가 임의 제출한 문서가 개인의 사적 영역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면, 작성자의 동의를 안 받고 제출됐을 경우 증거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들 “법원행정처, 前심의관들 동의 없이 임의제출했다면 문제” 이전 재판에서도 거듭 검찰에 원본 파일을 제공해 달라고 변호인들이 요구하자 검찰이 문건 내용 가운데 법관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이유로 파일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자 작성자들의 사생활 관련 내용이 노출되는 데 대해 작성자들이 동의했는지를 문제삼는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최소한의 동일성을 저희가 이의 제기를 안 할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다른 두 전직 대법관들의 변호인들은 어떤 입장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박 전 대법관 측은 “동일하다. 어느 정도 검찰에서 입증하셔야 한다”고 했고, 고 전 대법관 쪽에서도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거라 다른 피고인들과 같은 의견”이라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USB에 대한 검증은 이날 재판에서 보류됐다. 지난 14일부터 다섯 기일에 거쳐 쳇바퀴 돌 듯 검증절차를 진행했는데 변호인들이 이번에는 내용이나 형식이 아닌 파일을 언제 작성하고 수정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의 시작은 박 전 대법관 측에서 검찰이 파일을 그대로 복사해 주도록 재판부가 지휘해 달라는 내용의 열람등사허용 신청을 내면서였다. 지난 재판에서도 박 전 대법관 측은 원본 파일의 제공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도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임종헌 USB 파일에는 사건관계인들의 명예나 사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가 포함됐고 법령상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제공할 수 없는 자료에 해당한다”면서 “현재 임종헌 USB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어 열람등사를 신청해서 얻을 실익도 없다”며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강조했다. 검찰은 재판의 증거가 되는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파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USB 파일은 전자정보에 해당해 복제가 쉽고 휘발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파일의 열람을 넘어서 교부해줄 경우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비밀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첫번째다. 임종헌 USB 파일에는 특정 판사의 재산 관계 등을 분석한 문건과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게시글을 작성한 판사들의 평소 성향과 그들이 쓴 게시글을 요약한 문건,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위원 후보자 명단에 그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한 것들이 있다. 해당 파일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전·현직 법관 등의 사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 ●”검찰청에서 변호인들이 직접 출력 보게 해달라“ 요구 이어 검찰은 “변호인들이 유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유 대상자의 착오, 오류 등으로 삽시간에 외부에 유출될 수 있고 명예와 비밀이 침해되는 주체가 현직 법관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재판의 공정성이나 법관의 신뢰에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이런 위험성을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이유로 검사가 지난해 7월 24일 법원에 동일한 전자파일 열람허용을 신청했는데 행정처도 지속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처에서 법관들의 명예나 사생활, 재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해당 문건 파일의 공개를 거부한 그 논리 그대로 검찰도 변호인들에게 파일 원본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판부께서 파일에 대해 열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하신다면 ‘이규진 일정표’ 파일을 확인했던 것처럼 검사 사무실에 변호인들이 오셔서 확인하신 뒤 파일을 그 자리에서 출력해서 받는 방식으로 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저희가 임종헌 USB의 원본을 봐야된다는 건 재판부도 보셔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동일성에 대한 다툼은 별론으로 하고 심의관이 작성한 파일 자체를 원본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헌 USB를 원본으로 보면 심의관들이 작성한 날짜와 USB에 포함된 1000여개의 문서를 수정한 날짜를 보면 심의관이 작성한 날짜를 확인할 수 있어 임종헌 USB 파일 자체를 변호인과 재판부가 보는 것이 문서의 수정된 날짜를 확인해서 진정하게 심의관들이 작성한 건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의 “지금 얘기하는 의견들이 공판준비 절차에서부터 처음부터 의견 진술이 돼서 해결이 됐어야 하는데 새롭게 제기된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준비절차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하는데…”라는 말과 함께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변호인들이 새로운 주장을 냈으니 무작정 배척할 수도 없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은) 파일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 하니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검사가 파일에서 출력을 하고 출력물을 받는 방법으로 하고 대조 결과 여전히 동일성과 무결성 검증이 필요한 부분을 특정해서 계속 검증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떤가”라고 검찰과 변호인단에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들이 잠시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다. “변호인들이 참관한 가운데 검사가 출력하면 변호인이 의견을 제기하는 것처럼 증거를 출력해서 신청하는 단계에서 (검사가) 파일을 건드린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박 부장판사가 한 번 더 물었다. ●검증 제안한 박병대 측 “검증 너무 많은 시간 걸려 의미 없어” 양 전 대법원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저희의 의견은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으로 가고, 다만 ‘이규진 일정표’도 같은 방식으로 했는데 이규진 파일 해시값과 검사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의 해시값을 비교해서 동일성을 확인한 다음 그 파일에 문서 속성에 대한 정보를 별도 표기했다. 그 뒤 프린트해서 가져왔다”고 답했다. 가장 처음 모든 파일의 검증을 요구했던 박 전 대법관 측에서도 “저희는 사본을 확인하기 위해 원본을 달라는 거였지만 사실은 검증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많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검사님들도 출처를 확인하고. 그래서 검증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검찰청에) 가서 문서정보와 해시값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갈음하면 기일을 적어도 한두 기일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거들었다. 변호인들의 요구는 이랬다. 검찰에 직접 가서 변호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증절차를 아직 거치지 않은 임종헌 USB 속 문건 파일들을 열어서 ‘문서정보’ 메뉴에 담긴 파일 수정 날짜와 해시값을 직접 확인한다. 법정에서 일일이 한글 파일을 열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스크롤을 넘겼던 검증작업에 일단 약간의 효율성을 더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검증의 늪’ 트라우마인지 검찰은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분명히 폰트(글자체)나 날짜 등 외형이 다른 게 분명히 있을 텐데 또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다시 검증절차로 돌아가야 하는데 정확히 거기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고 정리하지 않으면 저희가 다시 편의제공을 할 필요가 없다.” 변호인들이 몇 차례 상의 끝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저희가 확인하고자 한 게 그간 검증에서 많이 확인됐다. 출력일자와 폰트 문제는 저희도 납득한다. 나머지 파일들에 대해서도 (외형상의 차이점은 다투지 않고) 원본과의 동일성을 인정하겠다.” 드디어 법정에서의 검증은 속도를 내는가 싶었다. 매 기일마다 새로운 주장이 튀어나온 데 대한 트라우마 탓인지 재판장은 그 이후 같은 문구를 몇 차례 반복해 언급했다. 변호인이 신청한 열람등사신청을 허용한다는 결정문의 문구를 정하는데 양쪽이 더 이상 새로운 다툼을 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러면… 다시 정리를 하면, 문서정보하고 해시값을 출력한 출력물을 교부하는 것은 검증신청서 첨부2에 있는 전체 파일에 대한 것이고 출력물까지 다 받는 것은 아직 검증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 출력물을 교부받는 방법으로 허가한다. 대조 결과 여전히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출력물을 특정하고 특정한 이외의 나머지 출력물에 대해서는 다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1000여개 파일 정보 일괄 추출할 수 있다는데도 “한글 파일 다 열어야” 검찰이 “저희가 기술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파일 창을) 하나하나 띄워서 문서정보를 캡처해서 출력해 드리는 게 있고, 기술적으로 그 정보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가급적 후자로 원하는 대로 드릴 수 있고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00여개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문서 속 메뉴에서 문서정보를 클릭하고 다시 해시값을 캡처하느니 일괄적으로 문서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더욱 효율적인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이를 거부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기술적으로 편리한 절차가 있는 것은 동의하는데 재판장님의 정리는 향후 이의 제기할 여지를 없애자는 취지여서 조금 불편하셔도 창을 띄워서 문서속성을 한 번씩 확인하는 방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인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변호인들이 불편할 수 있어 방법을 제안한 건데 싫으시면 저희도 뭐 굳이 발전시켜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결국 1000여개의 한글 파일을 검찰 사무실에서 다시 하나씩 열어서 모든 문서정보를 캡처하고 그걸 출력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생각하듯 기술적으로 일괄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안 된다, 파일별로 다 열어서 캡처하고 추출하고 그걸 원한다는 거죠?”라고 되묻고 “하…” 짧은 탄식을 뱉었다. 법정에서는 일단 멈춰졌지만 검증의 속도가 좀 더 빨라질지는 오는 3일 재판에서나 확인이 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임종헌 USB 외 행정처에서 임의제출한 문건들과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이메일 등 여전히 변호인들이 출처를 문제삼는 증거는 산더미 같이 남아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도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 심의관 출신 법관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이메일 속 첨부파일을 일일이 여러보는 방식이었다. 메일 속 첨부파일이 검찰의 출력물과 동일한지, 또 조작의 흔적은 없는지. 쳇바퀴는 여전히 돌고 있고 늪의 출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승산 낮아도 법정 간다… ‘깡’세진 바람난 남편들

    승산 낮아도 법정 간다… ‘깡’세진 바람난 남편들

    홍상수 등 혼인 파탄 책임자 소송 증가 법원 유책주의 유지 속 일부 변화 조짐 간통죄 위헌처럼 판결 변화 기대 심리 결혼 생활에 영향없어 소송 자체 방점규범과 현실 괴리 속 판결 거부 바람도성형외과 의사 A씨는 최근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스무 살 연하의 여성과 바람이 났기 때문이다. A씨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여서 이혼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런데 최근 A씨처럼 ‘유책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었다.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고집하는 사이 사람들 인식에는 결혼 생활을 누가 깨뜨렸는지 상관없이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파탄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유책 배우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남자, 경제적으로 부유한 경향을 보인다. 홍상수(58) 영화감독의 이혼 소송이 기각된 이후에도 비슷한 사유로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거나, 바람난 남편에게 소송을 당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2015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책주의가 유지되고 있지만, 당시에도 7대6으로 간신히 유지된 만큼 향후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에서는 바람난 남편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파탄주의´ 판결도 종종 나온다.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대법관 구성이 진보적으로 바뀐 만큼 ‘조만간 판례가 바뀔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찾아온다”며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것처럼 유책 배우자들도 유책주의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 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 홍씨의 이혼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사유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혼외자 존재 사실과 별거를 인정하면서 2017년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유명 인사인 이들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혼 판결보다 이혼 청구에 의의를 두는 경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가정법원의 판결이 결혼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소위 ‘호적에만´ 영향을 미치는 한계점 때문이다.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예전에는 쉬쉬했던 외도 문제를 밝히고 소송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규범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법원 판결에 대한 거부운동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예외 사유를 점차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상대 배우자가 이혼할 생각이 있는데도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거부하는 경우만 예외 사유로 인정했지만, 이제는 판사가 유책 배우자의 책임 정도, 구체적인 생활 관계, 별거 기간 등을 고려해서 예외 사유를 인정한다. 유책 배우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판결보다는 조정으로 이혼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정법원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 후 생활비를 지급하는 조건을 달거나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많이 해 주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조정에 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노인을 차별하는 나라/김상연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노인을 차별하는 나라/김상연 정치부장

    올해 67세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얼마 전 자진해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인터넷에서는 그의 기대와 달리 “당신은 운전해 주는 기사가 있으니 괜찮겠지만, 운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 그 여론에 십분 공감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나는 이런 의문도 들었다. ‘운전할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공직은 어떻게 수행할까. 복잡다단한 국정을 총괄하려면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 순발력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총리직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성차별, 학력차별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나이차별은 별 죄의식 없이 한다. 나이차별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 본질은 똑같다.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인간을 재단한다는 점에서 모든 차별은 파시즘적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년제도는 대표적인 나이차별이다. 61세의 A가 51세의 B보다 건강하고 일을 잘해도 단지 60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A는 무조건 직장을 나가야 하는 게 지금의 정년제도다. 믿기지 않겠지만, 미국엔 정년제도가 없다. 나이차별도 인종차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차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에서는 다리 힘이 풀린 노교수가 의자에 앉아 손자뻘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로한 대법관이 산소통을 메고 법정에 들어섰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정리해고를 할 때 나이 어린 순서대로 자르는 직장도 많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늦게 입사한 만큼 업무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명분을 댄다. 정년 제도에 따라, 즉 타의에 의해 직장을 나온 사람의 행복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은퇴를 부끄럽게 여기고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반면 정년제도가 없는 사회에서 자의에 의해 직장을 나온 사람은 사회적 시선 앞에서 떳떳하고 행복지수도 높다. 다시 운전 얘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노인이 사고를 내면 원인을 무조건 나이 탓으로 돌린다. 반면 젊은이가 사고를 내면 운전자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린다. 70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운동이 일어나지만 20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나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노인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보다 위험하다는 근거는 박약하다. 오히려 난폭운전, 보복운전을 일삼는 젊은 운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령 운전자에게만 깐깐한 신체검사를 적용하는 도로교통법도 폭력적이다. 그렇게 차별적인 신체검사를 받는 나이에 접어드는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우울하고 불쾌할까.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신체검사를 엄격히 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모든 연령대에 공평하게 적용하는 게 야만적이지 않다. 미국 워싱턴 근교의 유서 깊은 감리교회에 다니던 90대 할머니 수전은 직접 차를 몰고 예배당에 왔다. 5년 전 얘기다.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부축을 받으며 걸었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품위 있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지팡이를 조수석에 비스듬하게 올려놓은 뒤 시동을 켜는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병상에 눕기 직전까지 손수 운전을 했던 그녀가 얼마 전 별세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그녀의 부고는 “95세의 나이에 평화롭게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생전의 수전에게 지금 동방예의지국에서 노인 운전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무례함에 대해 말해줬다면 무척 놀랐을 것이다. carlos@seoul.co.kr
  • ‘사법농단’ 법관들, 징계 중단해달라 요구했지만 거부당해

    ‘사법농단’ 법관들, 징계 중단해달라 요구했지만 거부당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징계 심사 중인 현직 판사 10명이 재판 진행을 이유로 징계 절차를 정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관징계위원회는 24일 심의 기일을 열었다. 위원회는 지난달 9일 징계 청구된 현직 판사 10명에 대한 1차 심의를 진행한 결과, 법관징계법 20조에 따른 ‘징계 절차 정지’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관징계법 20조 2항에 따르면 징계가 청구된 법관의 징계 사유에 대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재판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 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다. 징계 청구된 현직 판사 10명이 이 조항에 따라 징계 절차 정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징계 절차를 반드시 정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해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위원회는 이 판사들에 대한 형사재판의 증거조사 진행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 일정을 검토한 뒤 다음 심의 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현재 징계 심사를 받는 현직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이다. 이 중 5명은 지난 3월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별거 중 아내 살해한 남편 징역 25년 확정…심신미약 불인정

    별거 중 아내 살해한 남편 징역 25년 확정…심신미약 불인정

    청와대 청원 올라왔던 ‘구월동 살인사건’딸들이 ‘아빠 심신미약 주장 반대’ 호소남편 측, 난치병 이유로 심신미약 주장법원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 건재” ‘아빠의 심신미약 주장 반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게 된 ‘구월동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25년형이 확정됐다.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한 40대 남성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모(4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7월 별거 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A(40)씨를 찾아가 흉기로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던 고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쟁점이 됐다. 고씨는 “범행 당시 난치병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씨의 딸이자 피해자 유족인 B씨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빠라는 사람이 제 생일날 끔찍하게 제 눈앞에서 엄마를 해쳤다”면서 “내가 어릴 때부터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고 엄마를 폭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신미약으로 벌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면서 “지은 죄만큼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글을 계기로 심신미약을 통한 감형에 대한 공분이 재차 일어나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기도 했다. 결국 1·2심에서 “지병으로 치료를 받은 건 인정되나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고씨의 죄질을 살펴본 결과 징역 25년이 마땅하다’면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근혜 문고리 3인방’ 이재만, 형기 만료로 오늘 출소

    ‘박근혜 문고리 3인방’ 이재만, 형기 만료로 오늘 출소

    박근혜 정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이 전 비서관은 23일 0시쯤 수감돼 있던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검은 양복 차림에 짐 꾸러미를 한 손에 들고나온 이 전 비서관은 출소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 이 전 비서관 사건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4일 이 전 비서관의 구속 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23일 자로 그를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형기를 다 채운 탓에 풀려나는 것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2016년 9월 국정원장들에게서 특활비 35억원을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국고손실 방조)로 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의 경우 1심과 2심은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지원받아 쓴 것이 예산 전용에 해당하지만, 뇌물로 보긴 어렵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안봉근 전 비서관은 개인 비리까지 더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35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3년간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20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가운데 1명이었던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앞서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도 다음 달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죠. 연수원 후배인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들을 비롯한 많은 19~22기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검사들의 ‘줄사퇴’가 예고된 상황입니다.사실,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검찰총장 인사 시즌마다 늘 있어왔으니깐요. 2017년 문무일(58·18기) 현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에도 이명재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문 총장의 선배·동기 검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직을 떠났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윤 후보자의 경우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낮기 때문에 검찰에 남아있는 선배·동기 검사들이 통상보다 더 많을 뿐이죠. 일각에선 젊은 검사들이 고위직에 올라오면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험 많은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퇴하는 문화가 아쉽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른바 ‘조폭 문화’에 비유하며 경직된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도 많고요. 왜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마다 ‘줄사퇴’ 문화가 반복되는 것일까요? ■검찰의 조직문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 원칙적으로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 1명이 나머지 모든 검사를 지휘하는 구조입니다. 검찰청법 제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론 검찰총장-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부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체계 속에서 지휘명령 하달 및 승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수원 몇기까지는 부장검사 승진 대상, 몇기까지는 검사장 승진 대상, 이렇게 승진 후보군도 철저하게 기수에 따라 구분됩니다. 이렇듯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선 검찰총장·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된 연수원 선배가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배 입장에서 선배를 지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검찰과 같이 상명하복(上命下服)이 뚜렷한 조직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당시 특별수사팀이 대검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자 즉각 ‘항명 사태’로 규정되기도 했죠. 이것이 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보다 선배인 19~22기 고검장·검사장들이 대부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나아가 동기를 지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동기 기수까지도 스스로 사퇴하는 편입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귀띔했습니다. “선배 입장에선 남아있고 싶어도 후배 검찰총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후배 총장 입장에서도 남아있어 달라하고 싶어도 막상 지휘하기는 불편하고. 결국 선후배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선배가 조직을 떠나는 것 뿐이지.” ■경찰은 ‘4기 후배’가 ‘2기 선배’를 지휘…기수보단 계급 그렇다면 다른 조직은 어떨까요? ‘기수’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법조직으로 경찰, 법원을 꼽을 수 있겠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검찰만큼 기수를 엄격히 따지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우선 경찰 간부는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 ▲일반(순경) ▲고시(행정고시·사법시험)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옵니다. 사법연수원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검찰 조직과 다르죠. (최근 로스쿨 출신 검사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검찰 간부 중엔 없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경찰청 간부 대부분은 경찰대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당연히 그들에게도 기수가 있고 학교 선후배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경찰은 ‘기수’보다 ‘계급’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수에 크게 얽메이지 않습니다.실제로 민갑룡 현 경찰청장은 경찰대 4기지만, 바로 밑에 있는 임호선 경찰청 차장은 2년 선배인 경찰대 2기입니다. 일선 경찰청 국장들도 2~4기로 다양하게 분포해있죠. 오히려 민 청장보다 후배인 경찰청 간부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기수가 아닌 계급으로만 따지고 보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경찰청 차장-치안정감, 경찰청 국장급-치안감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검찰 기준으로 볼 때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고 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죠. “경찰은 기수 문화가 없습니다. 워낙 조직이 크고, 입직 경로로 다양하기 때문에 기수를 하나하나 신경 쓰면 경찰처럼 거대한 조직은 운영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급’으로만 따지는 거죠. 경찰대에선 후배였다고 해도 계급상 상관이니 지휘를 받는 것에 불만이 없습니다. 사석에서야 형님 동생할 수 있겠지만요.” 덧붙여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생계 문제를 무시 못하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검사는 그만두면 변호사로 개업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죠. 그러니 경찰은 후배가 먼저 승진했다고 무조건 그만 두거나 하지 않고, 대부분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지휘 관계’ 없는 법원…원로법관 제도도 한 몫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법연수원을 거쳐오는 법원에도 후배 기수가 대법관, 대법원장에 오른다고 해서 줄사퇴하는 문화는 전혀 없습니다. 검찰과 달리 상명하복 지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연수원 15기이지만,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은 훨씬 선배인 11기입니다. 지난해 대법관 자리에 새로 오른 김상환 대법은 20기고요. 이처럼 기수가 다양하게 분포해있지만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을 ‘지휘’하진 않기 때문에 기수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일선 법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이는 법관 개개인이 하나의 법률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사 과정을 상관의 결재를 맡아야 하는 검찰과 달리, 법원에선 수석부장판사, 법원장이라 해도 판결에 함부로 개입할 순 없죠.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요.) 법원이 운영하는 ‘원로법관’ 제도도 기형적인 줄사퇴 문화가 없는 데에 한몫을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원로법관 제도란 법원 고위직 판사들이 정년 안에 지방 1심 법원에서 근무하는 제도로, 대법관이나 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계속 일선에서 법관 일을 이어갈 수 있죠. 한 법원 관계자는 “판사는 설사 고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속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검찰은 고검장·검사장까지 올랐는데 더는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면 검찰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원로검사가 경험을 살려서 법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대법관을 구성할 때도 박상옥 대법관처럼 검찰 출신 1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죠. 그러나 ‘원로검사’ 활용 방안은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줄사퇴’ 반복될까 그래서, 이번에도 관행을 따라 윤 후보자의 선배·동기들이 모두 조직을 나갈까요? 이미 사의를 표명하거나 예고한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는 검사장들도 많습니다.현재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장급은 21명, 동기 검사장급은 9명이 있습니다. 모두 30명으로, ‘줄사퇴 후보군’으론 상당히 많은 숫자죠. 다만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자가 기수에 비해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선배를 지휘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윤 후보자는 21~22기 선배들을 대상으로 ‘검찰에 남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하죠. 이들이 한꺼번에 나갈 경우에 조직 운영이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장들은 그대로 검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배들이 남는다면 윤 후보자의 동기들도 대부분 남을 수 있겠죠. 특히 신임 검찰총장의 동기가 남는 것은 선례가 없지 않습니다. 연수원 7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임명될 당시엔 일부 동기들이 대검에 그대로 남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죠.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일본은 ‘자동 승진’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수 문화를 가진 일본 검찰은 전통적으로 최고위급인 도쿄고검장이 검사총장(우리나라의 검찰총장)으로 자연스럽게 승진하기 때문에 ‘줄사퇴’ 문화가 없습니다. 대부분 검사들이 정년까지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미국은 별도 직책을 두지 않고 법무부 장관(Attorney General)이 검찰총장 직권을 함께 행사합니다. 또한 검찰이 연방검찰(Attorney‘s Office), 주검찰(State Attorney General’s Office), 지방검찰(District Attorney‘s Office) 등 3개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분할돼 있어 우리나라의 ‘검사동일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호견제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있을 수 없죠. 이번 우리나라 검찰 인사에선 ‘전원 사퇴’가 실현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총장 인사가 날 때마다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고 나가는 문화가 국민의 시선에선 탐탁지 않아 보입니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면 정상적인 인사를 통해 이루어야 하지, 단지 후배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모두 나가버리는 것은 총장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법기관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죠.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9회] “이러다 40주간 검증만” vs 7·8월 한여름 기다리는 양승태?

    법정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에 앉았다. 지난 5월 29일 첫 재판이 열린 날 가득 메워진 법정은 서류증거 조사에 돌입하자 바로 휑해졌다. 가장 넓은 대법정과 그보다는 작은 중법정에서 재판이 열리면 방청석에는 기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런데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8회 재판에는 1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재판 첫 날 부엉이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재판을 지켜보던 ‘두눈부릅 사법농단 재판방청단’에서 온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에서 중요한 증인신문 일정이 있을 때 참관하자며 모집한 시민 방청단이다. 당초 이날은 오전부터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정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혀 첫 번째 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정 부장판사의 증언을 듣기 위해 법정을 찾은 두눈부릅 방청단은 매 재판마다 반복된, 증거조사를 비롯한 재판 진행방식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으로 오전 재판이 거의 통째로 쓰여지는 장면을 지켜봤다. ●첫 증인신문 무산…절차 공방으로 또 오전 재판 소모 지난 19일 7회 공판에서는 변호인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의 압수과정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 “임종헌 USB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을 위해 증인신문 전에 바로 결정돼야 할 쟁점“이라면서 “오늘 조사할 증거들을 포함해 혹시라도 더 낼 제출할 의견이 있다면 늦어도 월요일(24일) 오전까지는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예정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 전에 임종헌 USB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USB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해 변호인들이 많이 주장했지만 또 논의하다 보면 새로운 위법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26일 수요일을 언급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의 마이크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자 변호인은 “그럼 화요일까지만…하루만 늦춰주십사…”라고 말했다. “충분히 주장을 냈고, 입증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주장할 게 남았냐”고 박 부장판사가 되물었다. 검찰도 “변호인이 또 뭘 검토하시겠다는지 잘 모르겠다. 공방이 충분히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이뤄졌고 의견서로도 충분히 이뤄졌는데 자꾸 미루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재판장이 제시한 24일까지 의견서를 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저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피고인들에게 기회를 드리겠다. 의견서 제출기한은 화요일(25일)까지로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의견이 일리가 있지만 워낙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쟁점이라 철저하게 확인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검찰 ”변호인 말만 듣고…검사 의견 안 받아들이나“ 반발 다음은 검찰이 준비한 서증설명서에 대해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부적절하다 하셨던 부분,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부실하게)할 수 있는 부분의 시정을 요청하셨는데 47~48페이지만 보더라도 양승태 피의자신문조서에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이나 일정표를 캡처한 게 그대로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5월 31일 2회 공판 때 증거로 신청해 증거조사를 할 자료들의 간략한 내용과 입증취지를 요약한 서증설명서를 냈다. 그런데 설명서에 변호인들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변호인들이 문제삼아 재판부는 제출받았던 서증설명서를 곧바로 검찰에 돌려줬다. 법관에게 예단을 형성하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동의되지 않은 증거를 재판부가 미리 봐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또 같은 지적을 하자 박 부장판사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곧바로 서증설명서를 검찰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검찰은 반발했다. “이번에는 재판장님이 지휘하신 사항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다 수정한 걸 제출했고 쟁점과의 관련성, 입증취지에 대해서는 다른 증거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해서 그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변호인이 말한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인데 반환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어떠한 의견진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로 보여서 부당하다고 검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증설명서를 재판부에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인 주장만 듣고 반환을 결정했는데 다음에는 변호인이 주장하는 우려가 있는지 봐주신 다음에 결정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어 변론 내용 기초로 결정한 것이니 양해해달라”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검찰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증거능력 제도를 형해화시키기 위해 저희로서는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데…”라고 말하자 검찰은 “형해화시키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자제해 주십시오. 근거가 무엇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증만 하다 양승태 구속기간 만료“ vs ”시간끌기 아냐“ 잠시 뒤에는 검증과 증거방식을 놓고 또 부딪혔다. 지난 14일 4회 공판부터 재판에서는 임종헌 USB나 다른 방법으로 확보된 문건들의 파일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출력물이 같은 것인지, 누군가 임의로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동일성과 무결성을 따지는 검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보니 검찰은 한 사람을 증인신문할 때 그에게 제시할 같은 문건이 여러 개라면 그 중에 대표순번을 정해 그것만 먼저 검증하고서 증인에게 제시하는 방식을 재판부에 제안했다. 검사는 “현재 증거의 5%를 검장하는 데 4회 기일을 소요했다. 이 속도면 80회 기일, 40주 동안 검증만 하고 어떠한 본안 심리도 없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한(8월 10일)이 끝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증절차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파일과 문건이 다른 것이) 페이지가 다른 경우, 글자체(폰트)가 달라진 경우, 출력물에 수기를 적은 경우, 문서작성일이 달라진 경우가 있었는데 출력한 컴퓨터 버전에 따라 달라진 것이고, 파일을 출력한 뒤 수사기관이 문서 위에 수기로 기재한 것이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증거파일을 일일이 검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아직까지는 실익이 없이 재판의 진행만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건이 한 사람이 작성해서 완료된 게 아니라 심의관이 하나 작성해서 임 전 차장이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심의관에게 보내 수정을 하는 식으로 수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추가된 버전이 달리 있기 때문에 검사가 입증하려는 ‘피고인 등이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로서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서는 그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무엇인지 확인해서 제시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검사님 입장에서는 시간끌기로 보이지만 당연히 상식적으로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부장판사는 “갑자기 재판부가 예정했던 것과 다른 진행에 관한 의견이 나와서 즉시 대답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후 재판에서도 계속해서 검증이 이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 전 대법원장의 머리는 벽에 가까워졌다. 틈틈이 열심히 자료를 훑어보고 메모를 하던 박·고 전 대법관도 잠시 손을 놓고 멍한 듯한 표정이 늘어갔다. 지난 재판에서 더해져 1180개의 파일을 일일이 열어 글씨체와 날짜, 간인과 형광펜 자국, 페이지수를 모두 확인하고 있는 검증절차를 애초에 요구한 변호인들도 앞서 피고인 세 사람은 검증절차 동안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정해진 공판기일과 다른 검증기일을 따로 잡아 출석에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게 그만큼 고역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금 하고 있는 검증은 공판기일에서 하는 검증으로 생각하면 된다. 검증을 하다 재판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검증기일을 별도로 지정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고 부담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이르면 7월 대법 선고’ 보도에 양승태 측 ‘촉각’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오후 5시 30분쯤 휴정을 하고 한 시간 뒤 다시 법정에 모였을 때, 재판부가 들어서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뒷줄에 앉은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국정농단…전합…7월달…보도는 그렇습니다.” 한 시간 전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의 상고심에 대한 심리를 마쳤다고 알렸다. 이어 이르면 다음달 세 사람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변호인이 설명한 것이다. “그게 일단 애매한 게…박 대통령…블랙리스트…다른 주장이긴 한데…직권남용…”의 단어들이 방청석으로 흘렀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의 판단이 특히 주목되는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가 뇌물로 인정되느냐로 꼽힌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쟁점은 바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1·2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따라 직접 블랙리스트를 총괄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김 전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쟁점이 남아있어 좀 더 심리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사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등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된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 조치를 했다는 혐의가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 외에도 주요 혐의들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직권남용죄에 대해 중요한 판례가 될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판단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사람이 양 전 대법원장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변호인의 작은 목소리에 박·고 전 대법관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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