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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오늘 재판할 때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재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6번째 재판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심의관 출신 4명의 현직 법관들 가운데 처음으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법정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법정에 나오게 됐으니 재판은 시작부터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9일 첫 재판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오전 10시에 재판이 시작됐고 첫 현직 법관 증인인 김민수 부장판사가 10시 27분에 증인석에 섰다. 검찰의 주신문이 오후 7시를 넘겨 끝났다. 김 부장판사는 검사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배경설명과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세히 풀어놨다. 김 부장판사가 심의관으로 일하던 때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밤 11시까지 계속되자 11시 5분쯤 양 전 대법원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침 10시부터 13시간째 재판을 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13시간째 증인의 증언을 듣고 판단하다 보니까 판단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여기 앉아있을 수가 없고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반대신문을 다 하더라도 최소한 5시간 이상은, 예정 시간만 해도 3시간씩입니다. 그 때까지 제 체력이 견딜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재판부가 하시는 이 재판을 방해하기는 싫습니다. 제가 없어도 변호인도 있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따가 법정에서 오히려 폐를 끼칠 것 같습니다. 제가 없어도 여기 공판에 아무 지장받지 않고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재판장께서 퇴정 명령을 해 주시면 일단은 퇴정을 하고 재판은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체력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퇴정 명령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승태 “13시간째 재판…머리아파 못 앉아있는다, 내보내달라” 오후부터 변호인들이 잇따라 “반대신문을 오늘 다 마치지 못할 것 같다”며 재판 일정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을 열기 바로 전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휴정을 잠시 하겠다고 하자 “진행에 대해 알려주시긴 해야 하지 않나. 오늘 일정이 어디까지 하실 예정이신지를 알려주셔야 그걸 가족에게도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호소했다. 그리고는 양 전 대법원이 직접 요구를 한 것이다. 10분 가까이 휴정을 한 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퇴정 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인지가 좀 불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을 이유로 호소한 만큼 증인신문을 다음 재판을 한 번 더 잡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형사소송법 277조의 2를 보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갑자기 이렇게 재판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는 이상 피고인이 없는 상태로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석을 거부해 증인신문 등 여러 공판절차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 양승태 피고인의 주장의 부적절성에도 공판절차가 흔들림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만 법정에서 나간 뒤 김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파서 몸이 안 좋다 그래서 퇴정하게 배려해 달라고 말하는 게 그게 재판 거부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변호인은 이어 재판부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피고인 몸이 설령 건강하다 하더라도 재판을 지금, 밤 11시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소한 소송관계인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야간재판이 진행되는 거라고 저는 지금까지 알아왔다. 만약 재판장님의 지휘대로 소송관계인의 반대가 있더라도 강행하시는 게 가능하다면 검사님들은 야간 조사에 대해 피의자 동의를 왜 받나? 재판장님은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피의자들은 조사 동의 안 받고 검사들의 판단에 의해 피의자 신문권이 있으니 밤새 조사해도 된다는 취지이신가? 동의할 수 없다.” ●검찰 “양승태의 ‘재판 거부’” vs 변호인 “야간 재판 시 동의받아야” 감정이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검사가 ‘재판 거부’니 이런 말 붙이는 것 자체가 그럴 상황도 아니고, 한 가지 팩트를 지적해 드리면 오늘 검찰의 주신문 예정 시간은 3시간이었다. 아까 아무리 늦게 잡아도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몇 시에 끝났나? 저녁 7시에 끝났다. 증인신문이 이렇게 늦어진 거에 대해서 검찰이 이렇게 얘기하실 수 있는 상황인가?” 검찰은 “‘재판 거부’라는 표현 때문에 이의제기를 하셨는데, 재판장님께서 증인신문을 어디까지 하겠다고 분명히 소송지휘를 하셨다. 그런데 양해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퇴정 명령을 내달라고까지 발언했다. 이런 피고인을 제가 본 적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박·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들도 모두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해 결국 재판은 끝나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달 5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됐다. 변호인이 재판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자정을 앞두고 끝난 이날 재판은 시작부터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재판부의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 지난 17일 재판에서 “보석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양승태 피고인에 대해서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어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는 자체에 대해서도 검찰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법률 규정상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든지 아니면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저희 의견입니다. 구속 취소로 인한 석방 결정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고 설령 보석결정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조건 여부를 판단할 때 그와 같은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피고인의 사정을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거지 외의 외출 제한이나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재판부 “22일 보석 관련 결정” 변호인은 주거지·보증인 확인 안 해줘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한 쌍방 의견은 충분히 진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주거지가 첫 공판기일에 확인한 경기 성남시 자택 주소가 여전히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면 좋겠다”며 답을 피했다. “변호인 의견은 충분하게 들었다고 보고 재판부도 거기에 대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확인을 해달라고) 지난번 공판에 말씀드렸는데 이번 의견서에 없어서 보증금에 갈음하는 보증을 서줄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다시 재판부가 물었지만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하실 방법이 있으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보석을) 신청을 한 게 아니라 확인 가능한 방법으로 특히 직권으로 어떤 결정을 한다면 재판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변호인의 의견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정보제공을 명하시거나 협조요청을 하신다면 피고인과 상의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주거지 제한 및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석방 가능성이 높아보이자 아예 주거지와 보증을 서줄 가족의 인적사항조차 확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재판부는 “최대한 협조해주시고, 구속 피고인의 직권 보석 여부를 심리해 왔는데 다음주 월요일(22일)에 구속 피고인에 대한 직권 보석에 관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이 재판의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세 명의 전직 사법부 고위법관들은 16회에 이른 재판 과정에서 각종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거듭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 다뤄지지 못한 각종 원칙과 규정들을 꺼내 재판의 정석을 새삼 알리고 있다. 22일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보석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선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이 재판의 증인석에 선 첫번째 현직 법관인 김 부장판사는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매우 차분했다. 그는 피고인석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곧바로 재판부를 바라보고 서 양 전 대법원장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폐지 추진 방안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은 보고서들을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징계위원회로부터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검찰이 진정성립(문건의 작성자인지, 조서의 진술자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을 하는 데만 한 시간 남짓이 걸렸다. 피의자 신문조서만 14회. 그리고 김 부장판사가 작성한 각종 보고서와 이메일이 모두 그가 진술하고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긴 시간이 소요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이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을 비롯해 대법원의 긴급조치 판례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한 김기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 사법행정위원회 추진에 대해 반대를 한 송모 판사에 대한 대응방향 검토 등 이른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추진하는 사법행정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에 대한 ‘전략’을 세워 보고서에 담은 배경과 그에 대한 김 부장판사의 생각이었다. 법원 내부에서 행정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과 관련,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다음의 보고서들을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차OO 판사 게시물 관련’(2015년 8월 18일자) -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판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대외비)’(2015년 9월 22일자)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김기영 당시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한 대책을 담은 보고서. (※보고서 중 ‘대응 방안’으로 항소심에서 심리가 지연되면 사회적인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신속한 처리가 되도록 ‘사건 신속처리 트랙(패스트트랙) 개발’ 방안을 담음. 또 ‘법관연수 강화’ 방안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개인적 양심을 앞세워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하급심 판사들에게 자신의 판결이 법관연수에서 강의 및 토론자료로 사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일정한 ‘시그널’로 줄 수 있음’이라고도 기재) ·‘송OO 판사 건의문 검토’(2016년 2월 2일자) -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는 취지의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지글이 코트넷에 올라간 뒤 이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올린 송 판사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2016년 2월 24일자) -송 판사 이후에도 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2016년 3월 28일자) ●첫 현직 법관 증인신문 “임종헌 차장님 지시, 임종헌 차장님의 생각”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고 주요 내용들도 임 전 차장이 불러준 그대로를 적은 게 많다고 했다. 또 애초에 지시를 받을 때부터 임 전 차장 윗선에 보고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행정위원회 관련된 보고서들의 작성을 임 전 차장이 지시한 배경을 설명하는 그의 발언이 유달리 들렸다.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 가운데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으로 사법행정위원회 출범 의의가 크게 반감될 우려 존재. 소수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이 다수 일반 판사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차단하고 핵심그룹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음’이라는 내용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차장님 생각에는 같은 정책이라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 한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님이 하시는 정책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당시 생각했던 것 같다. 임종천 차장님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현 대법원장님께서 하시는 정책은 전부 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당시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같이 모여서 그런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을 핵심그룹이라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치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문구의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임종헌 차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는 현재 대법원장님께 자꾸만 대립하려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했다”고 답했고, 그게 국제인권법연구회였냐는 물음에도 “그런 분들이 주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어떤, 임종헌 차장님이 보시기에 문제되는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했다. ‘(위원회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출되는 게 아니라 특별한 목적·의도가 있는 사람이 선출되는 결과가 우려됨. 특정 소수세력이 장악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기재 중 특정 소수세력이 뭐냐는 질문에는 “일단 기존의 다른 보고서가 하나 있는 것을 내용이 임종헌 차장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내용이 있어서 복사해서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헌 차장님 생각으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님께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법행정위원회 반대글에 대해) 임종헌 차장님께서 취지가 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는 식의 답변들이 이어졌다. 동료 판사들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문건으로 만들어낸 그의 판단과 생각이 잘 들리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6회]양승태 “구속 만기 채우겠다...(조건부) 보석 안원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6회]양승태 “구속 만기 채우겠다...(조건부) 보석 안원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15차 공판 지상중계법원 직권 보석 가능성 놓고 줄다리기 팽팽 17일을 기준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구속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앞으로 남은 날들은 24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의 직권 보석 가능서이 높아지자 검찰은 이날 재판이 시작하자 마자 재판부를 향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붙일 것을 요청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얼마 남지 않은 구속기간을 꽉 채우고 아무 조건 없이 석방될 수 있도록 보석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5회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 14회 재판에서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속기간 만료와 관련한 의견을 내라고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영장전담판사가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재판부도 증거인멸 우려가 타당하고 적시재판(신속히 재판을 해야하는 사건)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구속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 측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고 구속기간(2개월)도 갱신했다”면서 “구속 기간 갱신의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는 현재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피고인이 재판 단계에 이르러 수사 과정에서 다투지 않은 서류증거들의 동일성까지 다투는 것을 보면 진술조작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더욱 높아 피고인을 보석으로 석방할 사유는 찾기 어렵고 남은 구속기간에라도 최대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보석조건 MB처럼 엄격하게” vs 변호인 “그냥 석방되도록” 검찰은 “다만 피고인을 석방하되 증거인멸의 우려를 최소화할수 있는 합리적 조건을 부과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에서 그렇게 보석 석방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고, 그렇다 하더라도 20여일 남은 시점에서 핵심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속히 진행한 다음 구속기간 만료에 근접했을 때 보석을 허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준비 절차만 석 달이 걸렸고, 정식 재판이 열리고도 서류증거 조사 및 검증절차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지금까지 법정에 나와 신문절차를 가진 증인은 겨우 두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나와야 할 증인은 210명이 더 있고,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현직 판사들은 자신들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거듭 법정에 나오길 미루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을 보석하더라도 증거인멸을 방지할 수 있는 엄격한 조건을 걸 필요가 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외출 제한 뿐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과 일체 연락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걸었는데 피고인도 증거인멸 가능성과 재판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나 연락을 할 수 없는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을 통한 제3자 접견 금지 및 재판 출석을 당부할 장치로 주거 및 출국제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가장 걱정되지만 피고인 측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면 어떤 보석조건도 제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향후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 뿐이 대안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주 2회 재판이 진행됐지만 다수의 증인들의 출석 기피로 미뤄지고 있으니 주 3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승태 측 “구속기한 다 채우고 아무 조건 없이 나오겠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최종 의견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형사소송법상 규정이나 취지에 비춰 현 상황에서 보석 결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면서 “어떤 조건이 붙든 안 붙든 구속기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적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 3월 보석심문 기일 당시 피고인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블랙박스 SD카드를 없애려고 시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핵심이었는데 분실경위 등 검찰이 파악한 기록을 검찰이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재판부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인멸을 했는지, 아니면 검사가 그런 상황을 이용해 피고인이 마치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견강부회식 무리한 주장을 했고 피고인이 구속까지 이르게 된 게 아닌지를 검토해주시는 게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의 신병을 해지하는 방법이 반드시 직권 보석이어야 된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건 아니고 여러 방법이 있다”면서도 “구속해지 방법으로는 직권 보석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관련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1심 구속기간(6개월)이 다 끝나기 전 7~10일 정도 전에 보석을 하기도 한다. 유죄 판단 시 법정 구속을 하게 되면 항소기간인 일주일간의 구속기간도 1심의 구속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보석을 결정해도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10일까지 구속기간을 꽉 채우고 어떠한 조건도 붙지 않은 자유의 몸으로 석방되는 게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가장 좋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보석 조건과 이를 양 전 대법원장이 받아들일지가 앞으로 재판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보석조건을 두고 날이 선 검찰과 변호인은 곧바로 증거를 놓고 또 한 차례 부딪혔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제시할 문건 가운데 이메일 출력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이메일 원본과 대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였다. 검찰은 “(한 변호사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지난 12일에 다뤄졌어야 했는데 그 때는 안 했던 증거능력 주장을 또 하는데, 계속 끊임없이 새로운 주장을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지해 주시는 게 타당하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원본과 대조를 해봤으면 하는 게 못할 주장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새로운 게 아니고 당연한 권리”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원본이 아닌 증거들에 대해선 변호인이 원본 확인을 요구하면 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법원행정처·외교부 면담 배석한 사무관 “법정 밖 소통 너무 놀라워” 이날 오후 3시에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외교부 국장의 면담에 배석한 김모 전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무관은 변호사로 일하다 2013년 민간경력자 채용을 통해 2016년까지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6년 9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과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면담을 갖는 자리에 배석했다.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 3명, 조 전 차관 등 외교부 관계자 3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 외교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 전 사무관은 당시 면담 자리에 대해 검찰 조사 때부터 “매우 놀라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보통 재판을 하면 법원에 의견을 낼 게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제출을 한다든지 하는 과정이 대부분 법정 안에서 이뤄지지 않나.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직접적인 당사자라든지 관계인과 만남이 있는 것이 그냥 좀, 뭐라고 할까요.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만남의 자리가 일종의 사건 절차에 대해 진행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을 제가 알게 됐고 기존의 일반적인 재판할 때 과정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이제 법정이 아닌 곳에서도 협의들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좀 놀랍다고 생각했다.” 김 전 사무관은 검찰 조사에서는 “그날 자리는 쌍방향 소통 자리였고 제 기본 관념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어른들 말처럼 세상이 이랬구나 하고 무너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정에서 다시 묻자 김 전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제 상식에서 벗어난 것 같아서. 제가 전후사정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단편만 봤을 때 법원 같은 경우 공정하고 그런 식의 노력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본 것 같아 그렇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사건의 당사자 또는 관계자들과 법정 밖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이 법조인인 그의 상식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업무의 담당자는 아니고 당시 배석만 했던 김 전 사무관은 원래 담당자였던 정모 사무관에게 면담자리에서의 논의내용을 전달해주며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차례 배석한 실무진의 ‘기본 관념’을 무너뜨린 일. 그러나 그날의 면담은 강제징용 사건의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 연방대법원의 역사 스티븐스 별세

    美 연방대법원의 역사 스티븐스 별세

    미국 연방대법원의 살아 있는 역사로 평가받는 존 폴 스티븐스 전 대법관이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99세.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1975년 공화당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임명돼 2010년 90세에 사임해 35년간 미 사법부 최고 위치에서 활동했다. 그는 독립적이고 강한 개성의 소유자로 동성애와 총기 제한, 낙태 권리 등을 옹호한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가짜약사에서 촉발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22일 결론날듯

    가짜약사에서 촉발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22일 결론날듯

    올초 경찰 자료에 검찰 “위반 소지”경찰 출석 불응...수사심의위 소집수사심의위, 첫 수사계속여부 판단심의 결과에 촉각...후폭풍 불 수도울산에서 촉발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대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계속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그간 주요 사건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낸 경찰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오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회의실에서 울산지검이 부의한 ‘울산경찰청 피의사실 공표 금지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새롭게 도입한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가짜 약사 사건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울산지검은 지난달 초 울산경찰청 자료 등 언론에 공개한 내용이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위반된다”며 담당 경찰관 2명에 대해 출석을 통보했다. 경찰관들은 출석에 불응했다. 대신 경찰청이 지난달 13일 대검에 “공보 규칙의 기준을 통일·재정비하기 위한 수사협의회를 개최하자”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대검이 “수사공보준칙은 법무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대검) 소관 사항이 아니다”는 취지로 경찰청에 회신하면서 수사협의회 개최는 무산됐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21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객관적 의견을 받아보자는 취지였다. 지난 2일 울산지검을 포함해 부산고검 산하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14명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이중 9명이 찬성하자 울산지검은 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22일 수사심의위에는 담당경찰관과 주임검사 모두 출석해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계속 여부와 함께 기소·불기소 여부까지 판단을 받기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가짜 약사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낸 것”이라면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를 계속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달라는 입장이다. 울산지검 측은 “형법이 무력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심의 결과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출석 위원(10~15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회의만 주재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사심의위 판단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검찰 손을 들어줄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통계청 국가지표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1심 무죄율은 0.71%다. 거꾸로 보면 유죄율이 99.29%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중국 99.9%, 러시아 99.8%, 일본 99%로 나온다. 이들 나라에서 재판을 받으면 거의 다 유죄 선고를 받는다. 반면 미국 59~84%, 영국 80~87%, 이스라엘 71.5%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유죄율이 높은 이유가 검찰의 수사능력이 유달리 뛰어나서가 아니다. 법원이 행정부의 판단, 즉 검찰의 수사기록과 기소결정에 의지하려고 할수록 유죄율도 올라가게 돼 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행정부 친화적이다. 사법부가 수시로 입장을 바꾸다 보니 국민은 사법부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 것인지,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사 때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그간 소임을 다하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반성했다. 2011년 취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협조하며 재판 결과를 논의하다가 구속됐다. 후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1월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해 사과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과거사 해결 의지가 강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선임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한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바뀌면 사법부의 성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개국 가운데 39위였다. 우리보다 사법부 신뢰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와 칠레(19%), 우크라이나(12%)뿐이었다. 1위는 덴마크와 노르웨이(83%)였고 OECD 평균은 54%였다.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잃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부가 일부 고위 법관의 일탈로 그간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법부는 쌓아온 명성 자체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신뢰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 음주운전 판사 고작 ‘견책’…또 솜방망이 징계 논란

    음주운전 사범을 처벌하는 법관들은 정작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경징계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대전지법 A(35·사법연수원 40기)판사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16일 전자관보에 공개했다. 대법원은 “(A판사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면서도 경징계 중에서도 수위가 가장 낮은 견책을 택했다. 견책은 서면으로 훈계하는 처분이다. A판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11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음식점 앞 도로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6% 상태로 승용차를 200m가량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A판사는 지난 3월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A판사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는 ‘상승기’에 음주 측정에 응해 처벌 기준을 근소하게 넘게 된 것”이란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혈중알코올농도 0.092%의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에서 경기 시흥까지 약 15㎞를 운전하다 적발된 서울중앙지법 B부장판사(52·26기)에 대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음주운전 법관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법원은 “법관의 음주운전 징계 양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공무원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반면 검경은 최근 징계 수위를 강화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중징계인 ‘강등’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2회 적발 시에는 징계 중 가장 강력한 ‘파면’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검찰도 두 차례 이상 적발되거나 사망 또는 뺑소니 사고를 내면 파면까지 가능하다. 검찰 공무원은 물론 검사에게도 적용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음주운전 현직 판사 견책 처분…판사만 유독 가벼운 징계 논란

    음주운전 현직 판사 견책 처분…판사만 유독 가벼운 징계 논란

    법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현직 판사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의견이 여론의 큰 공감을 받으면서 단속 기준과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음주운전 사범의 처벌을 결정하는 법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징계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대전지법 A 판사(35·사법연수원 40기)를 견책 처분했다. A 판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11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로에서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6% 상태로 승용차를 200m가량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법원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면서 A 판사를 견책 처분했다. 견책은 법관에 대한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다. 견책은 징계 사유에 대해 서면으로 훈계하는 처분이다. 법관징계법에 따라 판사 징계에는 정직·감봉·견책 등 3가지가 있다. A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는 술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는 상승기에 측정해 처벌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경우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들어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검사나 경찰에 비해 너그러운 편이다. 대법원은 올해 2월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092% 상태로 약 15㎞를 운전한 B 부장판사에게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반면 경찰은 처음 적발시 정직, 두번째부터는 혈중알코올농도와 사고 여부 등에 따라 강등부터 최고 파면까지 이르는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검찰에서는 지난 4월 음주운전에 세 차례 적발된 현직 검사가 해임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 2 윤창호법’ 시행에 맞춰 징계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 11일 개정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은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으로 적발되면 감봉 또는 정직, 0.08% 이상이거나 음주측정에 불응한 경우 강등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두 차례 이상 적발되거나 사망 또는 뺑소니 사고를 내면 파면까지 가능하다. 이 기준은 검사에게도 적용된다. 법원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예규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으로 처음 적발된 경우 최소 견책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기준은 없다. 법원공무원 징계 기준을 포함해 다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면서 “혈중알코올농도와 음주 경위 등을 참작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판사 날인 없는 영장으로 압수… 대법 “증거능력 인정”

    “절차상 결함 있지만 피의자 인권 무관” 판사 날인이 누락된 채 발부된 영장에 따라 압수된 증거물도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59)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자동차 변속기 검사장비 제작업체에서 기술영업이사를 지낸 강씨는 2013년 7월 영업기밀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씨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영업비밀을 경쟁회사에 누설했을 뿐 아니라 (중국 업체로) 이직한 후에도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해 죄질이 나쁘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2015년 3월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에 판사 날인이 빠진 게 문제가 됐는데, 2심은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기해 발부된 것”이라며 “이 영장은 유효하고 이에 따라 수집된 증거도 위법수집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영장은 법관의 서명 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하게 발부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심이 이 사건 영장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수사기관은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다고 신뢰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고 이러한 절차상 결함이 강씨의 기본적 인권보장 등 법익 침해 방지와 관련성도 적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높은 압수물(파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1000억원 줘도 못 내놓는다”던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강제회수 가능할까

    “1000억원 줘도 못 내놓는다”던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강제회수 가능할까

    대법원이 15일 훈민정음 상주본의 국가 강제회수 권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씨의 반응이 주목된다. 배씨는 지난 2008년 조선 세종때 쓰여진 훈민정음 상주본을 언론에 공개했다가 소유권을 둘러싼 송사가 벌어지자 모처에 상주본을 숨긴채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상주본의 법적 소유자인 문화재청이 서적 회수를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배씨가 입을 열지 않는 한 회수는 불투명하다. 배씨는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주본을 국가에 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그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주본이) 국민에 공개돼서 민족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 공감하느냐”고 묻자 “당연하다”면서도 “저 같은 국민이 잘 갖고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문화재청에 1조원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적은 없고 문화재청에서 최소 1조원 가치가 나간다고 감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사례금으로는 감정가의 “10분의 1 정도인 1000억원을 제시한 적이 있다”면서도, “1000억원 받아도 주고 싶은 생각이 사실 없다”며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 사는 고서적 수집판매상인 배 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해례본(간송미술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 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이에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져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민사판결을 근거로 배씨에게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에 불복했다. 배씨는 지난 2017년 4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을 때 훈민정음 상주본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을 보면 상주본은 아래 부분이 불에 그슬렸고 전체적으로 얼룩이 심해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배씨는 2015년 3월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당장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배씨가 스스로 상주본을 내놓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충남 당진 시민대책위 대법원 앞에서 땅 수호 시위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종식 등 5명)는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당진·평택항(당진항) 매립지 충남 귀속 결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공동위원장 전원은 이날 ‘당진·평택항 서부두 매립지는 충남 땅’이란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게 “정치적인 관여를 배제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아산만 해역에서의 해상 경계선은 행정구역 경계선이라고 인정했는 데도 행정안전부가 관할구역 경계를 무시하고 충남도 관할구역 일부를 경기도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매일 아침 대법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당진·평택항 매립지는 2004년 헌재 결정에 따라 아산만 해역의 도 경계선이 정해졌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2015년 5월 4일 행자부 장관의 결정으로 당진 등 충남 관할 상당 부분이 경기(평택) 관할로 귀속됐다. 이에따라 충남도와 당진시, 아산시가 공동으로 대법원에 행안부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합법 판결났지만 행방 오리무중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집행’ 합법 판결났지만 행방 오리무중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유한 고서적 수입판매상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강제집행을 통해 상주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상주본을 둔 곳을 아는 인물이 배씨뿐이어서 회수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회수에 나서려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상주본 소유권 논란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씨는 2008년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면서 상주본을 처음 세상에 공개했지만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이에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져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민사판결을 근거로 배씨에게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에 불복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그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그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 앞선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고, 이 같은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배씨만이 상주본 소재를 유일하게 안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환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배씨는 지난 2017년 4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을 때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한 바 있다. 배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상주본은 아래 부분이 불에 그슬렸고 전체적으로 얼룩이 심해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배씨는 2015년 3월 집에 불이 났을 때 일부가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대법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했어도 기습 키스는 추행…무고 아냐”

    대법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했어도 기습 키스는 추행…무고 아냐”

    강제추행 신고사실에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도 피해 신고자가 ‘무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직장상사 B씨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고, 길을 걷다가 강제로 손을 잡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처분했고, 이에 B씨가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도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려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와 B씨가 서로 호감 갖는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6대 1 의견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가 배심원들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고소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상을 넘는 신체접촉에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피고인이 직장동료로부터 기습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그 자체를 무고를 했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지난 10일 첫 증인신문이 시작되고 약간의 속도가 붙는 듯 했던 재판이 간만에 시작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외교부에서 압수수색된 USB의 증거능력을 놓고 언성이 높아진 것을 시작으로 양측이 내내 예민했고,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 만료 전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4회 공판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증인신문 대신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한상호 변호사가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출석사유서를 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의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검찰은 “가급적이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등을 감안해서 다음달 7일에 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주십사 한다”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리고 또 불출석할 경우 김앤장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 전에 가급적이면 강제징용 관련 핵심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지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을 비롯한 변호인들은 김앤장에서 압수된 자료들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다. 재판부가 임종헌 USB에 이어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놨지만 변호인 측은 여전히 검찰의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노파심에서 일부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면서 한 변호사의 증인신문에서 제시할,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들에 대해 말을 열었다. 그는 “한 가지만 지적하면 압수물에 대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만 기재했는데 검찰의견서에는 그 증거들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과 동시에 진술서의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두 가지 성격이 다 있는 이상 해당 증거를 조사하려면 당연히 진술서, 전문증거, 진술증거로서의 능력이 부여된 뒤에야 조사가 가능한 게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호 불출석으로 증인신문 무산…또 ‘증거능력’ 다툼 형사소송법에 따라 특정 문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할 때 이런 문건이 있다는 그 자체만을 증거능력으로 삼는 ‘증거물인 서류’와 문건 속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증거 서류’로 증거의 성격을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많은 형사재판에서는 몇 년 전 특정 사건이 있었음을 보도한 언론기사의 경우 주로 해당 날짜에 그런 기사가 있다는 것이 증거가 되는 ‘증거물인 서류’로 주로 채택되고 사건에 당사자가 직접 말한 내용이 담긴 문건의 경우 그 내용이 맞는지 인정되는 ‘증거 서류’로 쓰인다. 증거 서류의 경우 피고인 측에서 증거로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한 사람을 법정에 불러 본인이 한 말이 맞는지를 확인받은 뒤에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 법정에서 보여질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한 변호사를 법정에 부르기 전에 관련 문건들을 증거조사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주장에 “모든 문건들은 모두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이미 밝혔고, 다만 그 중 일부는 증거 서류로서 경우에 따라 내용의 진실성까지 입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변호인은 과연 입증하고자 하는 게 기재 내용의 진실성인지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그건 이후 한 변호사 증인신문에서 입증하면 된다”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검사님이 기분 나쁘실지 몰라도 증거능력제도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난 주장이라 이게 받아들여지면 강력히 이의제기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검사님의 취지는 입증취지를 어떻게 편의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전에 증거조사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당연히 검사님 주장을 받아들일 거라 믿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재판부에도 호소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완전히 결정된 다음에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엔 공감하고 있다”며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임종헌 USB’이어 이번엔 ‘외교부 사무관 USB’ 위법수집증거 주장 그러나 곧 이어서 검찰이 외교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뒤 확보한 USB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외교부 사무관이 소유한 USB를 검찰이 압수한 게 적법한 건지에 대한 검찰의 증거를 발겨할 수 없고 USB를 압수하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없는 파일까지 압수된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리고 해당 사무관에게 USB 포렌식 또는 파일 분류, 추출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됐는지 의문”이라며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의심을 밝혔다. 검찰은 USB 압수절차에 위법성이 없었음을 거듭 설명하며 “변호인은 지난 기일에 (임종헌 USB) 검증 결과 동일성 등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직접 확인하고도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내려고 이런 주장하는 걸로 보인다”며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마치 저희 주장이 검찰 수사를 흠집내는 걸로, 이유가 없다는 걸로 말하는 것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변호인들이 좀 화가 나신 것 같은데 변호인의견서에도 ‘검사가 모르고’라는 등의 마찬가지의 표현이 많다. 상호 인격과 품격, 양식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 부분은 각자 주장하고 화가 나셨으면 화를 풀어달라”고 검찰이 달래자 이번엔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의심하는 의미로 서로 표현이 오간 건 맞지만 법정에서 말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감정적인 설전은 정리됐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이어 외교부 사무관의 USB를 두고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USB 소유자인 사무관을 법정에 불러 신문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 “양승태 석방해도 재판 공정성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이후 서증조사가 이어졌고 오후 4시쯤이 되자 재판이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때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다”면서 “저희들이 지금까지 한 주도 빼지 않고 꾸준히 재판을 해왔는데 구속기간 제한으로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건의 내용이나 증거의 방대함 때문에 남은 기간 아무리 서둘러 재판을 한다고 해도 판결을 선고까지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다들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그 기간 이후에도 상당히 불확정한 기간 동안 심리해야 할 중요사안이 너무 많이 남기도 해서 현재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보긴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나 주장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검찰이 “정확히 말씀의 취지를 이해 못해서 묻는다”며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형사소송법상 (석방)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의견을 구하시는 건 직권 보석을 고려하시는 건가“라고 묻자 재판부는 “직권 보석 말씀은 안 드렸고 현 시점 이후 구속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라고 했다. 여러가지를 가정해서 의견을 제출하셔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석방이고 만료되기 전에도 석방되는 것이 있는 걸로 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 전에 양 전 대법원장을 보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형사재판에서도 1·2심 선고 후 항소·상고기간(일주일) 등을 고려해 구속기간이 완전히 다 끝나기 일주일~열흘 전에 피고인을 직권으로 보석하거나 피고인이 이전에 신청한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주는 일이 종종 있다. 다음달 10일만 기다렸을 양 전 대법원장은 서증조사 내내 눈을 질끈 감고 뒤로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세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 하원 최초로 깜짝 통과된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미 하원 최초로 깜짝 통과된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미국 하원 전체회의에서 최초로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가 통과됐다. 민주당 소속 로 카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해 ‘국방수권법 수정안’(NDAA amendment 217)으로 제출된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 조항이 이날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다루는 하원 전체회의 구두 표결에서 가결된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외교적 방식으로 대북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전쟁의 공식 종식을 추구하자는 결의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 카나 의원은 표결에 앞서 제안 취지를 설명하며 “초당적인 노력으로 북한과의 대결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찾을 때가 왔다”며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고 69년간 지속된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속적이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 노력을 추구하도록 했다.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 조항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9년 만에 미 연방 의회에서 정전상태를 공식적으로 끝내자는 결의가 최초로 동과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를 가져온 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노력이 컸다. 이 의원은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야에 북한과의 대화 회의론을 전환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라는 곳은 결국 의회가 만들어가는 국가다. 의회가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최소한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의 조항이 구상된 건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2018 국제 평화포럼’에서 한국 측에서는 이 의원과 함께 홍익표 의원 등이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를 눈여겨봤던 미국 평화운동·여성운동 시민단체와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이 의원에게 연락했고 이후 이 의원 등이 올해 3월과 6월 미국을 찾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로 카나 의원과 함께 결의 조항을 만들게 됐다. 이 의원은 “로 카나 의원의 지역구가 소위 말하는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가 아니다. 그런데 전임이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의원이었고 혼다 의원을 꺾고 당선됐지만 한반도 평화 문제에는 입장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결의 조항 작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결의 조항이 의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조금이라도 보여줘야 대화를 할 것처럼 하는 분위기가 강한 데다 미국 내 싱크탱크는 특히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 3월 로 카나 의원을 비롯해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만난 데 이어 6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홍익표 의원 등과 함께 로 카나 의원과 브래드 셔먼 의원을 만나 결의 조항을 만들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이 의원은 “문 특보가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이었던 셔먼 의원을 설득했던 게 결정적이었다”며 “셔먼 의원과 소신이 뚜렷한 의원인데 문 특보가 장시간 대화해 셔먼 의원을 설득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미국 시민단체의 역할이 컸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시민단체가 전체회의 전날 밤까지 각자 지역구 의원들 찾아가 설득했다”며 “이 밖에도 우리 대사관에 국회입법관이 파견됐는데 그분도 계속 정보를 제공해주는 등 이번 결의 조항 의결은 시민단체, 학계, 의원 등 모두가 합작해 만들어진 성과”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못 듣는다고 ‘항소’를 ‘황소’라니… 대법원, 수어 법률용어집 만든다

    의사 소통 문제로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대법원이 형사절차 법률용어 수어집 발간에 나섰다. 사법부 차원에서 법률용어 수어를 체계화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용어 수어집(동영상 포함) 개발’을 위한 입찰 공고를 게재했다. 지난해 9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발간 사업은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받는 불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간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수어통역사조차 법률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일부 법률용어의 의미를 전달할 만한 적절한 수어 단어가 없어 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 인권보장 방안’ 토론회에선 수어통역사가 법률 용어를 알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거나, 청각장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통역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다수 언급됐다. 수어통역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를 발음이 비슷한 ‘황소’로 잘못 통역한 사례도 있었다. 그간 법률용어를 표현하는 수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2007년 발간된 한국수화사전 별책 ‘법률 수화’는 집필 과정에 법률가가 참여하지 않아 중요 법률용어의 의미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또 민형사 등의 절차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가나다’ 순으로 나열해 실용성이 떨어졌다. 대법원 측은 “발간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실제 청각장애인이나 수어통역사에 의해 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새로운 법률용어 수어집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진술거부권 고지, 증거동의 등 재판에서 실제 쓰이는 주요 법률용어 수어를 표준화하고, 향후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행정 등 다른 소송 절차의 법률용어도 순차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절차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정당한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현직 법관과 장애인 단체 활동가 등 외부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사법지원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4회]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시나리오 쓴 판사… “적절한가” 고민 담은 보고서 속 흔적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사건 재상고심을 청와대·정부와 ‘거래‘를 한 정황으로 지목된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이 보고서에 포함시킨 문구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르면서도 일부 상황들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고서에 소극적이고 우회적으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10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3회 공판기일에서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지 44일 만에 첫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증인으로 꼽힌 정다주·박상언·김민수·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직 부장판사)들이 모두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이 재판의 첫 증인은 행정처 사법정책지원실 심의관이었던 박찬익 전 부장판사(현 변호사)가 됐다. 박 전 심의관은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일하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 관련 보고서들을 작성했다. 대부분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4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심의관이 스스로 판단해 몇몇 보고서에 있던 문구를 빼거나 새로운 문구를 추가한 정황들이 확인됐다. ●“외교부 오해할까봐”… ‘재판 독립’ 우회적 강조 2013년 9월 30일자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이 문건을 작성하기 전 임 전 차장은 그보다 일주일 전인 9월 23일 ‘일제 강제징용사건 판결 요약 검토’ 보고서를 쓴 박 전 심의관에게 추가적인 사항에 대해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대법원 결론이 외교적 문제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면 우리가 질 거라고 한다”, “심리불속행으로 바로 끝내기는 어려운 사건 아니겠느냐. 한 번 정리를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특히 “외교부에 대한 절차적 배려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박 전 심의관은 “국제법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의견을 듣고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셨기 때문에 보고서에 외교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검토한 내용을 담았다”면서 “같은 결론을 내리더라도 외교부 의견을 경청했다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에 맞춰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보고서 가운데 ‘3. 외교부를 배려하여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의 가장 앞부분에 ‘가.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기관으로 실체적 판단에는 관여할 수 없음에 대한 이해 구함’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검찰은 보고서를 완성하기 전날인 9월 29일 오후 9시쯤 문서에는 ‘가’항의 이 문구가 없었다면서 “보고서를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서 포함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심의관은 “시간상 그렇다면 그게 맞을 듯하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첫번째 방안으로 이 내용을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가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는 ‘나. 외교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서면으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제출하는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임을 설득’, ‘마. 간접적 방법을 통한 사실상 의견제출에 협조 가능. 상고이유서나 외교부의 입장을 담은 각종 서류를 간접 제출하는 방안’, ‘바. 현재 사건처리 절차사항 등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정보 제공, 관련 사건 정보 제공’등이 적혔다. 박 전 심의관은 이 부분들은 임 전 차장이 전해준 방안들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마’항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피고 소송 대리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박 전 심의관은 “주선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실 이 무렵 외교부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실현되기 어려운 안이긴 하지만, 다른 건 제도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가능하지만 외교부에서 실제로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기재했다”면서 “처음에 이것 저것 썼다가 다 안 되니까 사실상 가능한 걸 써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의견 반영되도록…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 마련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를 얻고, 법관들의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한 외교부의 협조를 얻으려고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을 정부의 입장에 맞게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지연시킨 이른바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상고심에서 배상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심각한 외교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외교부의 입장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고,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도 서면으로 의견서를 재판부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대법원 규칙개정안으로 참고인 서면 의견서 제출제도가 만들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전 보고서를 통해 “전원합의체나 소부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임 전 차장이 외교부를 절차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란 지시를 다시 내리자 9월 30일자 보고서 ‘나’항에 참고인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외교부에 설득하는 방안이 있다고 적었다. 2013년 11월 8일자 ‘강제동원자 검토(대외비)’ 보고서에도 박 전 심의관만의 소심한 표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4개 단체가 강제징용 관련 입장표명한 기사를 언급하고 외교부 문건을 주며 이를 반영해서 이전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에서 작성한 2013년 9월 23일자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설명자료’를 전달받은 박 전 심의관은 외교부 문건에 있던 우리 외교부의 입장과 일본 측 움직임,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의 강제동원 피해조사 결과 20여만건의 피해자들이 잠정적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의 내용을 11월 8일자 보고서에 담았다. 특히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 가운데 ‘외교부 입장’ 부분에 ‘대법원 상대로 외교적 문제 설명, 신중한 판결의 필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며 외교부에서 선고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다. 이어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뒤 판단’ 등의 표현을 담았다. 그는 법정에서 “심리불속행은 접수한 지 4개월 내에만 할 수 있는데 당시 국외송달로 송달이 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20일이고 제출 후 대법관이 검토하고 판단하는 데 적어도 10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당시 한 달밖에 안 남은 상태였는데 한달 이내에 송달이 이뤄져 상고이유서 제출, 검토 및 판단까지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객관적 상황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최종 확정돼선 안 되고 판단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임종헌, ‘심리불속행 기간 지나고 판단’ 보고서 재판연구관 전달 지시 박 전 심의관은 다만 임 전 차장이 이 보고서를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자 “보내드려도 될까요”라고 되물은 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안’과 심리불속행 관련 문구들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그런(전달)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떤 의견을 표했느냐”는 질문에 박 전 심의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곤 “대부분의 보고는 행정처 내에서만 이뤄졌던 거라 연구관실에 보낸 경험이 없어 제가 보내드려도 될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은 임 전 차장에게 ‘민사총괄재판연구관이 부담 느낄 수도 있는데 이거 보내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었느냐”고 재차 확인했고 박 전 심의관은 “제가 임 전 차장에게 직접 했는지 그 당시 그 말이 제 마음 속에 있었던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보내드려도 되냐고 여쭸던 건 기억나고 앞부분에 민사총괄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전 차장은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이 (민사총괄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니 그를 통해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동기 판사들끼리 참고자료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주라는 것이다. 박 전 심의관은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보고서를 직접 전달하길 꺼린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검찰의 물음에 “ICJ나 조약에서의 중재 내용에 대해서는 별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심리불속행에 대해서 검토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건 연구관실에 보내드리는 게 예의에도 어긋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주저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도 “심리불속행 검토 부분을 보내면 그런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주저돼 그 부분은 삭제했다”고 답했다. “결론이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과 연관된 것”이라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 제도와 관련된 내용 외에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박 전 심의관도 자신이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행정처로부터 보고서를 전달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심의관이 작성해 재판연구관에 보내진 보고서에는 ‘대법원에 신중한 판결의 중요성을 알려 조기 선고되지 않도록 노력’이라는 외교부 입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박 전 심의관은 “그 당시 심리불속행에 대해 검토한 부분을 삭제해야겠다는 게 최우선이었던 것 같고 이 부분은 깊게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양승태 측 “보고서 전달한 게 범죄는 아니지 않느냐” 이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실에 전달할 때 일부를 삭제하고 나머지를 전달한 것을 보면 보고서를 전달해도 이것이 꼭 위법한 범죄가 된다는 생각을 안 가졌을 것 같은데 맞느냐”, “‘심리불속행’을 뺀 것도 그 부분이 들어간 상태에서 전달되면 위법하지만 빼면 괜찮다는 게 아니라 재판연구관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겠다는 정도가 아니었는지” 등의 질문을 하며 단순히 사건과 관련된 검토 보고서를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박 전 심의관은 “예의도 아니었고 적절한 건지 의문이 있었다”고 부적절한 상황이었음을 거듭 설명했다. 박 전 심의관은 이밖에도 ‘독일의 기억책임 미래재단 검토’, ‘장래 시나리오 축약’ 등 강제징용 사건의 예상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들을 다수 작성했고 대법관들에게 대면보고도 했다. 2013년 11월쯤 권순일·차한성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대면보고한 상황에 대해 박 전 심의관은 “권순일 대법관은 기억나지 않고 차한성 대법관은 보고드리러 갔을 때 강제징용사건이라고 하니 ‘이 사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소멸시효를 얘기하니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시효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너무 많다며 “언론에서도 이게 문제라 머리가 아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대법관은 그해 12월 1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서 열린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재판 지연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유승준 눈물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감사..사회에 도움될 것”[전문]

    유승준 눈물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감사..사회에 도움될 것”[전문]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우리 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는 11일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임상혁 변호사는 오늘(11일) 동아닷컴에 “유승준과 가족들이 이번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모든 생활의 터전이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 전전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기회를 갖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지만, 유승준이 그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다.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며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오전 유승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고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2001년 8월 신체검사 당시 4급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고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둔 시점에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면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법무부는 유승준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다고 보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유승준은 2003년 장인 사망으로 일시적으로 입국한 것을 제외하고 17년째 입국 금지상태다. 지난 2015년 유승준은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 비자의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고, 이에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상고심 판결에서 유승준은 한국으로 돌아올 기회를 결국 얻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번 판결에 유승준과 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 유승준 측 법률대리인 전문> 유승준 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송 대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법률대리인은 유승준 본인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전달해드립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2002년 2월 1일 입국이 거부된 이후로 17년 넘게 입국이 거부되어 왔습니다. 유승준은 자신이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던, 그리고 모든 생활터전이 있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절한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그 동안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에 깊이 감사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승준이 그 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동안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국정원 돈 받았으면 할복” 최경환 유죄 확정

    “국정원 돈 받았으면 할복” 최경환 유죄 확정

    대법원, 징역 5년·벌금 1억 5000만원 원심 확정경제부총리 시절 국정원 예산 늘려주고 뇌물받아뇌물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과거 인터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최 의원에 대해 징역 5년 및 벌금 1억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 의원은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 예산 472억원을 늘려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검찰은 2년 전 수사 과정에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당시 최 의원은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최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혀 그런(국정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말했다. 할복은 검으로 배를 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일본 무사 계급 사무라이들의 ‘명예 자살’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속보]대법원 “유승준 입국비자 발급 거부 위법”

    [속보]대법원 “유승준 입국비자 발급 거부 위법”

    병역 기피 논란으로 17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의 입국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미국 영주권자 신분으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유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입국이 거부된 후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내리 패소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국정원 1억 뇌물’ 최경환 징역 5년 확정…의원직 상실

    ‘국정원 1억 뇌물’ 최경환 징역 5년 확정…의원직 상실

    국가정보원의 예산증액 요청을 승낙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4)에게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한 최 의원은 2014년 10월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내년 예산은 국정원 안대로 편성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의원은 재판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 정부청사에서 뇌물을 받겠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 2심은 “피고인은 기재부 장관으로서 국정원을 포함해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안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었다. 피고인도 본인의 그런 영향력 때문에 1억원이 지원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하고 1억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이 옳다며 항소심이 선고한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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