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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총기난사, 2020년 미 대선 변수 될까…버지니아로 쏠린 눈

    잇단 총기난사, 2020년 미 대선 변수 될까…버지니아로 쏠린 눈

    지난 주말 31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두 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총기규제 이슈가 2020년 미국 대선과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이목이 쏠린 가운데 오는 11월 실시되는 버지니아주 의회 선거가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격 사건이 총기규제 논의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가 증오범죄를 방조했는 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면서 3개월 뒤 치러질 버지니아주 선거가 유권자 표심을 확인할 첫번째 정치적 시험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2007년 버지니아텍에 이어 지난 5월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단지에서 일어난 총기참사로 45명이 숨졌다. 민주당 소속인 랄프 노섬 주지사는 지난달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8개 총기규제 법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화당에서도 직접 총기규제 법안을 제출하는 등 과거와 달리 초당적 합의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법안 제출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아무런 성과 없이 90분 만에 논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에서 총기규제가 미뤄져 온 가장 큰 요인은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영향력 탓이다. 전·현직 대통령과 관료, 의원, 법관 등 여론 주도층 500만명을 회원으로 둔 NRA는 대관 로비와 홍보에만 연간 수억 달러를 지출한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대표적 인사다. 2012년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에도 NRA의 로비로 규제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NYT는 미 최대 로비단체로 군림해온 NRA가 최근 내홍을 겪으며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총기 반대 단체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어 총기규제 이슈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기에 맞서 행동을 요구하는 엄마들’ ‘건스 다운 아메리카’ 같은 단체들은 민주당 의원들과 협력해 총기규제 법안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운영하는 총기 반대 단체는 최근 버지니아주 선거를 위해 25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3회] ‘법관 해외 파견’과 강제징용 거래?…현직 판사 “그냥 아이디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3회] ‘법관 해외 파견’과 강제징용 거래?…현직 판사 “그냥 아이디어”

    “혹시 금요일 재판을 대법정에서 해주실 수 있으실지요. 다른 법정은 너무 덥고 열악해서…” 지난 7일 재판이 끝날 무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급히 일어나 재판부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 법정 크기에 따라 냉방과 환기의 차이가 크다 보니 좀 더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재판장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려해보겠다고 하고 재판을 마쳤다. 그리고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2회 공판에서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법정을 바꾸는 이례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날 원래 재판이 열린 곳은 311호 중법정이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주로 열리는 재판은 수요일은 대법정, 금요일은 중법정을 사용했다. 두 법정 모두 일반 형사재판이 열리는 소법정에 비하면 매우 넓은 규모이지만 냉방에 차이가 났다. 이날 재판이 열리자마자 재판부는 “법정을 알아봐 달라고 하셨는데 417호 법정 사용이 가능한지 보니 어제 기준으로 오늘하고 8월 16일, 10월 이후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자, 오늘도 사용이 가능하긴 한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검찰은 “(준비된) 양이 많지 않아서 저희는 특별히 문제는 없다. 재판부 뜻대로 하시라”고 했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저희는 기온이 높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옮겨서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법정을 옮기기 위해 재판이 멈춰졌다. ●양승태 측 “다른 법정은 너무 덥고 열악” 재판 도중 법정 옮겨 오전 10시 10분 417호 법정에서 다시 재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국제심의관으로 일한 김모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국제심의관 재직 기간 동안 법관 재외공관 파견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대법원은 2006년부터 사법 교류를 목적으로 한 ‘사법협력관’ 제도를 두고 해외에 판사를 파견했지만 2010년 중단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 파견을 재개하기 위해 외교부를 설득하고 그 대가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등에 외교부의 편의를 봐주는 이른바 ‘재판 거래’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주 유엔대표부와 주 제네바대표부,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 법관 파견이 재개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김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법관 재외공관 파견과 관련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 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추진 검토’(2015년 7월 2일자)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돼 있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 관련)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나지만 기존 보고서가 계속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편집하는 건 의미가 없어서 제가 추가해서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법관의 해외 파견 관련 검토는 국제심의관들의 기본적인 업무였기 때문에 관련된 보고서가 매년 있었는데 여기에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법관 해외 파견이 중단됐으니 이를 재개하기 위해 행정처에서 꾸준히 관련 검토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가 작성한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추진 검토’ 보고서에는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최근 외교부 본부에 법관 파견 요청→재외공관의 요청을 계기로 우리 측에서 법관 파견을 검토하는 형식으로 추진’한다는 내용과 함께 추진방안(4쪽)으로 ‘보고라인: (외교부) 장관-1차관-기획조정실장-인사기획관-인사제도팀장’, ‘외교부 고위인사에 대한 접촉. 1단계: 외교부 기조실장 면담 추진 - 과거 주미대사관에서 사법협력관과 같이 근무하면서 법원에 대한 좋은 인상 보유하고 있다고 함. 2단계: 기조실장을 우군으로 포섭한 후 인사기획관, 인사제도팀장에게 영향력 행사 가능. 1차관 면담추진’ 등 구체적인 외교부 접촉 방안이 담겼다. (※보고서가 작성되기 전인 2015년 6월 25일 임 전 차장은 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주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에 대해 요청했고 조 전 차관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검찰이 질문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그런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前국제심의관 작성한 해외공관 파견 검토 보고서에 ‘신일본제철 사건’ 명시 특히 이 보고서의 5쪽에는 ‘외교부 추가 설득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신일본제철 사건: 외교부 측 입장을 절차적으로 최대한 반영(정모 판사 활용)’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이 부분의 의미와 이 문구가 들어가게 된 경위를 거듭해서 물었지만 김 부장판사는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고만 답했다. 검찰이 이 문장의 의미를 묻자 김 부장판사는 “의견서 제출제도가 생겼으니 제가 알기로는 외교부에서 의견을 제출하고 싶다고 들어서 내고 싶으면 내 보라는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문장은 임 전 차장이나 다른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다만 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사건을 특정해서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 증인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취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법관 재외공관 파견에 활용하는 추진방안을 수립해보라는 취지였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런 지시 받은 기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그해 1월 28일자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나 외부 기관이 재판과 관련해 참고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를 시행했다. 검찰은 이 제도 역시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외교부가 재상고심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고자 한다면 행정처의 협조 없이도 제출이 가능한데 어떤 의미로 절차적으로 최대한 반영한다는 건가?”라고도 물었지만 김 부장판사는 “기존 설득방안이라는 보고서가 수년간 누적돼 있었고 새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지 사법협력관들로부터 기존 그 양반들의 성과를 듣고 새롭게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고 구체적으로 이걸 어떻게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징용 재상고 담당 재판부에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느냐”는 검찰의 질문과 이후의 “이를 토대로 외교부와 어떤 거래를 하고자 검토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는 모두 “그런 인식은 없었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 법관 해외공관 파견 검토 지시는 없었다” 변호인들은 김 부장판사에게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특정 사건의 재판과 관련한 내용을 설득방안으로 넣게 된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보고서(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추진 검토)가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죠?”라면서 “기조실 국제심의관으로서 (법관 파견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증인의 고유업무에 속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알지 못했고, 자신의 업무라고 생각한 것이 맞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읩 변호인은 “법원이 재외공관에 법관을 파견하는 것은 사법부 기관의 이익이라기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맞느냐”고도 물었다. 김 부장판사도 “저는 그렇게 인식한다”고 답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런 질문도 했다. “행정처 관계자 분들이 일본과의 분쟁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안이 회부되는 경우와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국제사법재판소에 아시아 지역 출신 재판관의 TO(정원), 할당된 재판관 수가 3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출신 재판관이 한 명도 배출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ICJ 재판관으로 선출될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을 판사 출신 중에서라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당시 공유되고 있었는지에 대해 증인의 기억은 어떤가요?” 최근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두고 일본과 극심한 대립을 겪는 상황을 빗대 법관들의 해외 파견을 확대하는 데에는 국제사법 관련 전문가를 키운다는 목적도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질문으로 해석된다. 김 부장판사는 “앞 부분은 얘기할 게 아닌 것 같다”면서 “ICJ는 우리나라가 가입이 안 돼서 재판관 자체가 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까지 옮겨가며 진행된 이날 재판은 김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끝으로 오후 1시쯤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고졸 신화’ 김동연 나온 덕수상고 사라진다

    경기상고와 통폐합… 서울 첫 사례 전통의 덕수상고(현 덕수고 특성화계열)가 경기상고와 통합된다. 서울에서 특성화고 통폐합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성화고의 인기 하락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다. 8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덕수고 특성화계열을 폐지하고 종로구 청운동의 경기상고와 통폐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두 학교 모두 공립이다. 서울교육청은 2024년부터 덕수고 특성화계열을 경기상고와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덕수고 특성화계열은 2023년까지 현 위치에서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1910년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로 개교한 덕수상고는 2007년 인문계열이 생기면서 한 학교에 특성화 및 인문계열이 동시에 운영되는 ‘종합고’로 운영됐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재연 대법관 등이 덕수상고를 졸업했고, 이용규(한화이글스)·민병헌(롯데자이언츠) 등 프로야구 선수들도 다수 배출했다. 그러나 최근 학생수가 줄고 특성화고 인기 하락으로 인해 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덕수고 특성화계열 3학년은 196명이지만 올해 입학한 1학년은 129명에 불과하다. 서울 70개 특성화고 중 절반이 넘는 38개교(54.3%)가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덕수고 특성화계열과 통합 예정인 경기상고 역시 학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학년당 10학급 정원인 경기상고는 현재 5학급만 운영 중이다. 덕수고 일반계열은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 2021년부터 일반고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특성화고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어 다른 특성화고 통폐합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 21차 공판 지상중계김앤장 전관 출신 중심으로 청와대·사법부 소통전범기업과 논의 공개는 “변호사 윤리 위반”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대법관 사무실과 대법원장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서울 강남의 고급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나 식사도 했다. 자신이 소송 대리를 맡은 대법원 사건에 대해 서슴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궁금점과 의견을 말했다. 오랜 친분이 있었고 만나서 “사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로펌과 법원의 창구 같은 역할을 했다. 그가 속한 로펌에서는 판사 출신은 물론 고위 관료를 지낸 ‘전관’들로 구성된 대응팀을 만들었다. 서울대, 전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모이니 정부와 사법부가 움직였다.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1회 공판에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변호사는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독대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지목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네 기수 후배이고 같은 판사 출신에 1994년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어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날 오전 10시 8분쯤,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법정에 들어선 한 변호사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려 재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의 방청석에서는 도무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강제징용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한 변호사의 출석으로 휴정기에도 절반 가까이 찬 방청석에 있던 모든 이들이 법정 앞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법정 경위가 한 변호사의 앞에 놓인 마이크를 그의 입에 더 가까이 대기도 하고, 증인석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느라 왔다갔다 분주했다. ●김앤장 변호사, 전범기업과의 논의 내용 묻자 “변호사윤리장전 어긋나” “변호사가···의사교환에 대해 ···”, “제시된···윤리장전···의사교환 내용들을···없습니다” 검찰이 김앤장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한 변호사 작성의 메모나 문건들에 대해 진정성립 절차를 갖고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자 한 변호사는 연신 이렇게 답했다. 그가 증언을 거부한 메모나 문건들은 신일철주금과 논의한 내용들이었다. 의뢰인과 주고받은 내용을 밝히는 것은 변호사의 비밀준수 의무를 어기는 것이라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2015년 9월 8일자 한 변호사의 메모를 검찰이 제시하며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 지 묻자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이 “그럼 이 메모에 있는 필적이 증인의 필적이 맞는가”라고도 바꿔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의 변호인 의견서를 보면 한상호 증인을 비롯한 김앤장 관계자 증언에 대해 이들의 증언이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형사처벌받거나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른 윤리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증인으로서의 진술은 공익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정상이고 증언거부권을 증인의 권리여서 기밀누설죄가 성립이 안 돼 업무상 기밀누설이라는 이유로 증인이 작성한 메모에 대한 진정성립을 따지고 있는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인의 증언을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매우 중요한 공익상의 법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소송 지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변호사를 가운데 두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공방이 몇 차례 오가다 재판부가 3분 휴정을 한 뒤 “증인의 필적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선 증인의 증언거부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한 변호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실 발견을 위해 감사드리고···저도 계속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말씀드렸다시피···(변호사)윤리장전에 해당돼···많은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필적은 제 필적이 맞습니다.” 그러면서 거듭 강조했다. “저는 재판에 협조하러 나온 사람입니다.” 그나마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신일철주금과의 논의 과정을 제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작은 목소리로나마 답변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이나 양 전 대법원장의 의견 등 이른바 ‘재판 거래’와 관련된 혐의와 직결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의 희미한 기억과 목소리로도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움직임, 그리고 전범기업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대응과정이 다시 확인됐다. 한 변호사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과 그의 답변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양승태 “강제징용 왜 소부에서 선고했는지” 불만 드러내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가 1·2심 모두 패소로 결론났던 강제징용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선고 이틀 뒤인 26일 오전 김앤장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영무 대표와 한 변호사, 김용갑·권오창·조귀장 변호사 등이 모였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올해 5월 14일 윤 전 장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특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한 변호사는 “잘 생각이 안 난다”며 참석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 회의를 통해 한 변호사는 재상고심까지 신일철주금 측 소송 대리를 맡기로 했다. 그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에도 한 변호사는 대법관 사무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났고,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사무실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파기환송이 선고된 날로부터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인 시절에 15번 정도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가 모두 기억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2013년 3월,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김능환 전 대법관의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이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 퇴직한 뒤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김 전 대법관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이 (파기환송으로) 선고될 때 알고 계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 전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줬다”면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선고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2012년) 강제징용 판결은 선례에도 어긋나고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일청구권 협정을 뒤집는 것”이라는 의견도 슬쩍 내밀었다. 다만 검찰이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적정성에 대한 대화도 있었느냐”고 묻자 한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적정 여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눈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5월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재상고심과 관련해 연락이 왔다. “새로 제출된 증거를 근거로 소부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남은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하니 김앤장에서 법무부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한 변호사는 “정확히 기억 못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이 제시한 한 변호사가 듣고 전달해 김앤장에서 작성된 문건에는 ‘5/14 법원 동향. 기조실장과 (외교부) 법률국장이 직접 만났음. 기조실장은 외교부 의견서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 vs 대국제법률국장은 대법원의 정식 요청이 있어야 제출가능하다는 입장. 대법원은 새 증거 근거로 파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칙대로 전합이 회부키로 함’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임종헌, 김앤장 변호사에 “의견서 내달라” 요청 후 절차 상의 같은 문건에는 ‘5/18 법원 동향. 기조실장 왈 협의 완료됐다. 민사소송규칙은 언급 안 할 예정’이라고도 적혔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전 차장에게 “재상고 사건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임종헌 기조실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논의 끝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양승태 피고인의 결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말씀을 한 건 (대법원장의 결심이) 어느정도 감안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대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기도 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이러한 의견서를 받았다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말했는지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사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에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거듭 질문하자 “(김능환) 전 대법관 말씀이 나왔을 때 이 사건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그런 차원에서 임 실장님께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알려드린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 뒤에도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재차 “그래서 만난 것은 아니다. 꼭 그렇지 않다. 오가며 사적인 자리에서 말씀은 드리려고, 관심이 있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후 의견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임 전 차장과는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에서는 기존 송무팀과 별도의 대응팀이 꾸려졌다. 한 변호사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최건호·조귀장 변호사가 포함됐다. 대응팀은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기로 했다. 정부, 특히 2012년 파기환송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반한다고 판단해 반감이 큰 외교부의 입장을 근거로 대법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 법원과 원활한 소통이 되는 한 변호사에게도 역할이 요구됐다. 대응팀은 정부와 청와대, 사법부 등 전방위적으로 정보를 취합했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 학자, 전·현직 관료들이 모인 ‘한일 현인회의’를 주도하며 일본의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번갈아 만나며 강제징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관 출신 ‘김앤장 대응팀’ 전방위 로비… ‘외교부 움직여 대법원 설득’ 시도 2014년 11월쯤 현 전 대사가 유 전 장관과 한 변호사를 불러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가 보고를 했고,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법원에 직접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는 설명이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같은 의견임을 확인한 김앤장은 이들과 더욱 활발히 소통했다. 현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긴 메모 ‘10월 11일 유명환 식사, 대통령 주재 회동. 연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확인. 신영철 전 대법관 유 장관 법과 대학 동기. 12년 판결 문제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고바야시 검사’에는 특히 ‘※법무부로부터 들었는데 연말에 전합으로 하기로. 적어도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일(2015년 6월 22일) 전에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이 이 같은 정보를 2014년 11월 13일 접하고 일본 관계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냐고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오전에 말씀드렸듯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김앤장 조귀장 변호사가 미쓰비시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이 있다며 질문을 계속했다. ‘※클라이언트 반응. 대법원 심사숙고. 매스컴, 식자층 등 반성 여론으로 재상고심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음. 다만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기가 부여돼야 가능성 높아짐. 청구권 협정의 일방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긍정적 입장 표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지금까지는 준비서면 등으로 법률적 주장을 했으나 외교부 등 외부에서도 대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르익었음’이라는 문건 속 문장들이 읽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증인이 증언거부 하고 있는 내용을 왜 밝히느냐”며 항의했다. ●양승태 직접적인 입장이나 재판거래 혐의는 “기억 안 나” 함구 이날 검찰로부터 제시된 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들에는 이런 내용들도 있었다. ‘(2015년 11월) 지난 토요일 조 차관(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과 미팅. 대법원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없나. 혼네(本音·본심에서 우러나온 말)로 문제 없다. 지난번 장관 미팅 때 10월 30일 전후로 추진. 한일 정상회담 OK, 개각 전에 해야 하지 않겠나? 외교부가 먼저하는 게 좋겠다. 대법원이 조심스러워진 건가? 윤 장관이 VIP(대통령)와 논의해야’(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 ‘(2015년) 11월 17일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전화. 외교부, 위안부 문제 진전 전까지 곤란하다. 대법원이 이니셔티브(주도권)을 쥐고 먼저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유명환, 대법원 시작하면 외교부는 따라올 것으로 예상. 대법원 외교부 설득해 진행되도록’(한 변호사가 곽 전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적은 메모) ‘곽 프로(곽 전 비서관) 오찬. 곽 부장도 조심스런 반응. 위안부 문제도 있는데 이 시점에 꺼내든다는 게 헌법재판소 사건에 제출된 의견서 언급하며 외교부 초안, 헌재 의견서 보완 방안 언급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 늦어질 가능성 대비 필요’(한 변호사 작성 메모) ‘외교부 장관→BH(청와대) 실장→외교안보·민정수석→법원행정처→대법원’ (한 변호사 작성 메모 ※본인의 상상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 “증인은 양승태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 등 소송 대응에) 소극적이라 걱정이라 말했더니 양승태 피고인이 ‘외교부 요청으로 시작된 일인데 외교부가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느냐”고도 검찰은 물었다. 한 변호사는 “거기에 대한 공감을 표시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자신은 없지만 그런 취지로 답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지만 사적 대화를 하다가 재판에 대해 가볍게 말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사적인 대화, 가벼운 언급으로 강제징용 사건은 피고 측 대리인과 대법원장 사이에 지속적으로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김앤장과 소통했고, 김앤장은 정부와 청와대,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어 대응했다. 재상고심이 결과가 나오는 데만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과정에는 이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9월 대법원은 민형사 소송규칙 개정안을 시행해 판사가 변호사 등 소송 관계인과 법정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 변론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전관예우 근절을 강조하며 법관들에게 경계를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다음달 18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된다. 증인신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가 한 기일 더 부르기로 하고 재판을 서둘러 마친 이유에서다. 한 변호사는 건강 문제로 9월 초에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추석 연휴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인들이 말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주면 향후 재판 진행이 제대로 될지 의문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대법원 “원심 판단 잘못된 바 없어”양씨 “비슷한 피해자들에게 힘되길”‘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25)씨 등 여성 모델들을 성추행하고 사진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재판 받아온 최모(45)씨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간의 관련기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비공개 조건으로 촬영된 양씨의 노출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등 유출하고 2016년 8월에는 양씨의 속옷을 들추는 등 모델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최씨는 사진 촬영과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부인해 왔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 모델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함으로써 공공연히 전파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양씨는 판결 직후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 결국 단 한번의 패소없이 이겼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판결이 힘이 되고, 이번 판례가 잘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을 상습 성폭력한 연극연출가 이윤택(67)씨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받는 등 지난해 초 확산된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 때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처벌 수위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양지운 “세 아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 파킨슨병 원인

    양지운 “세 아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 파킨슨병 원인

    양지운이 파킨슨병 원인을 언급했다. 7일 밤 방송된 TV조선 교양프로그램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성우 양지운(71)이 자신의 파킨슨병 투병과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세 아들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양지운은 지난 201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5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날 제작진은 “모든 병은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질문했고, 이에 양지운은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양지운은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과거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아들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로 인해서 감옥에 가고 전과자가 됐다. 셋째 아들도 병역거부 문제로 재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제가 스트레스가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지운은 “특히 아들들이 실형을 받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양지운은 “밖에 나가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법정으로 감옥으로 다녔다”며 “아내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내 윤숙경씨는 “내가 스트레스를 더 받았을 것 같은데 왜 당신이 병에 걸렸을까. 나도 같이 많이 울었다. 면회 가면 울고 집에서 울고 그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윤숙경씨는 “이민 가자고 했다. 그 이른 나이에 제가 갱년기를 앓으며 힘들었는데 10년 후에 둘째 아이가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막내아들까지 감옥에 보낼 수 없었다”면서 “차라리 내가 죽어야 그만할까 싶었다”고 했다. 윤숙경 씨는 종교적 신념이 강하다고 해도 막내아들을 절대 감옥에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양지운의 두 아들은 감옥살이를 했다. 셋째 아들도 두 형이 갔던 길을 따라 1·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양지운의 가족은 아내 윤숙경 씨와 3남 2녀의 자녀를 뒀다. 첫째와 둘째 아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미 수감생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운의 주치의는 “양지운은 이미 휠체어, 지팡이에 의존했어야 했다. 하지만 굳건한 의지와 배우자의 노력으로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이날 카라 출신 김성희도 깜짝 등장했다. 양지운의 장남 양원준은 김성희와 한 종교단체에서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2007년 카라로 데뷔한 김성희는 원년 멤버다. 한편 1968년 TBC 공채 성우로 입문한 양지운은 1976년 KBS에서 방영한 미국 TV 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성우 배한성과 성우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며 외화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외화 더빙에 참여했으며 ‘체험 삶의 현장’ 20년, ‘생활의 달인’ 10년 등 TV 교양 프로그램의 내레이션도 오래 맡아 대중에 친숙하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日징용 기업 변호사 “양승태 여러번 만나 상황 전달”

    “梁, 2012년 전원합의체 회부 못해 불만” “임종헌에 재상고 관련 연락받아” 인정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서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측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재상고심 진행 상황을 알려 줬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상호 변호사는 2013년 3월 양 전 대법원장과 만나 당시 퇴임한 김능환 전 대법관에 대해 대화를 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을 선고하면서) 나한테 귀띔도 안 해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12년 파기환송된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다.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중요한 사안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小部)에서 선고했다”며 불만스러워했고 자신은 “(파기환송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집는 내용으로 선례와 어긋나고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사안이라서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담을 나누다 흘러나온 거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판사 시절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매년 법원 안팎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날 만큼 친분이 있다. 이후 한 변호사는 2015년 5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고, 대법관들을 설득하려면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한데 김앤장에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해 11월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 의견서 준비 등 소송 대응 상황에 대해 알렸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건이 전합에서 심리된 배경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결심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별도로 2014년 11월 김앤장 강제징용 대응팀이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사건 관련 조치를 취하라고 해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법원에 직접 대통령의 뜻을 전달할 만큼 청와대가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았다고도 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김앤장의 대응 과정과 신일철주금과 논의한 정황들에 대해서도 거듭 질문했지만 한 변호사는 “비밀준수 의무를 규정한 변호사윤리장전에 위배된다”며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그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 변호사는 아주 작은 목소리와 웅얼거리는 말투로 답변을 이어 가 재판부로부터 “마이크 좀 가까이 대고 답하라”는 지적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靑 ‘아동성폭행범 감형 판사 파면’ 청원 답변 “조치 어렵다”

    靑 ‘아동성폭행범 감형 판사 파면’ 청원 답변 “조치 어렵다”

    청와대는 7일 아동성폭행범 감형 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대해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재판관 파면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공개한 답변에서 “사법권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국가권력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앞서 청원인은 ‘미성년 아동을 강간한 가해자를 합의에 의한 관계 그리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감형한 판결은 상식을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해당 판사를 파면시킬 것을 요구했다. 지난 6월 14일 시작된 청원은 한 달 만에 2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2018년 4월 보습학원을 운영 중이던 가해자는 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당시 10세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가해자에게 징역 8년에 정보공개 5년, 취업제한명령 10년, 보호관찰 5년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6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1심 형량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모두 상고한 상태로,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재판을 수행하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청와대가 법관의 파면 청원에 대해 답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과 관련, 재판장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강 센터장은 “삼권분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점, 청원에 참여해 주신 국민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증가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력 및 성범죄가 한국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적극 대응하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관련 정부부처에 다시 한번 전달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는 일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 추천받은 청원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 사법농단 공판팀… 공소유지 주력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이 강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공판팀이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 꾸려지며 본격 가동됐다. 2차장 산하 부서는 공안 수사 및 공판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6일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을 비롯한 전국 일선 수사지휘 라인이 전면 교체된 가운데 앞서 특수1부장 시절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이끌어 온 신봉수(49·29기) 신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특별공판팀 팀장 역할을 맡았다. 특수1부 부부장에서 각각 부천과 성남지청 형사4부장으로 승진 전보된 박주성(41·32기)·단성한(45·32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파견 형식으로 남아 공소 유지를 이끈다. 특수1·3·4부 소속 검사 16명도 2차장 산하 공판부로 인사이동시켜 사법행정권 남용 공소 유지 전담으로 투입됐다. 다만 특수3부 부부장에서 기업금융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의 형사6부장으로 승진 전보된 조상원(47·32기) 검사는 특별공판팀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및 공소 유지를 하던 인력의 일부분이 아닌 19명을 대거 남겨 전력투구를 이어 가게 됐다. 기존 공판부(부장 포함 35명)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사법농단 사건 공소 유지는 기존 인력을 그대로 운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법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례 없는 재판인 만큼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공소 유지는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한동훈(46·27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총지휘한다. 앞서 특수3부장으로 특수1부장과 함께 사법농단 수사의 두 축이었던 양석조 검사도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승진했다. 윤 총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검사 인사가 이뤄졌지만 사법농단 공소 유지는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 사법농단 공판팀 구성…“공소유지 주력”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 사법농단 공판팀 구성…“공소유지 주력”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이 구성하도록 지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공판팀이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 소속돼 공소유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2차장 산하는 공안 수사 및 공판 업무를 전담한다.법무부는 6일자로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에 대한 인사발령을 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을 비롯한 전국 일선 수사지휘 라인이 이날을 기점으로 전면 교체됐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할 때부터 이어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공소유지는 19명 규모의 특별공판팀 형태로 기존 인력을 그대로 운용할 방침을 세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법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례 없는 재판인 만큼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특수1부장 시절부터 수사를 이끌어온 신봉수(49·29기) 신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특별공판팀 팀장 역할을 맡고, 각각 부천과 성남지청 형사4부장으로 승진전보된 박주성(41·32기)·단성한(45·32기) 부장이 서울중앙지검에 그대로 남아 공소유지를 이끈다. 검찰은 특수1·3·4부 소속 검사 16명도 2차장 산하 공판부로 인사이동시켜 공소유지 전담으로 투입했다. 다만 기업금융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으로 승진전보된 조상원(47·32기) 부장은 특별공판팀에 참여하지 않는다. 송경호(49·29기) 신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특수2부장 시절부터 진행해온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를 전두지휘한다. 검찰 인사이동으로 사실상 ‘일시정지’됐던 삼바 수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검토부터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이후에도 검찰은 재청구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공소유지와 삼성바이오 수사는 모두 한동훈(46·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총지휘하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고위 검사 인사가 이뤄졌지만,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이어온 주요 수사는 연속성을 가지고 챙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신자용(47·28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한석리(50·28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도 이날부터 출근해 형사사건 및 여성아동사건, 과학기술범죄사건 등의 지휘 업무를 시작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두세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법원이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갔다. 매주 2~3차례씩 열리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도 지난 한 주 숨을 고른 뒤 5일 열흘 만에 다시 열렸다. 늘 규모가 큰 법정에서 진행되다가 소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니 법정의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0회 공판에는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두 번째로 법정에 나왔다. 지난달 19일 현직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밤 11시까지 재판이 이어지자 양 전 대법원장이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급히 마무리됐던 증인신문을 다시 이어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의 주신문과 고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에 이어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열흘 만에 재판 재개···소법정이라 재판 밀도 높아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여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돼 검찰의 피의자신문만 최소 14차례 받았다. 그가 작성한 문건들 중에는 동료 법관들을 겨냥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추진한 각종 사법행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반감을 드러낸 판사들에 대한 ‘대응’, 일종의 견제 또는 압박을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주로 임 전 차장이 불러준 대로, 임 전 차장의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작성한 것이라는 등 문건을 작성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증인신문에서 많이 다뤄졌다. 이날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을 통해서는 당시 사법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판사들을 바라보던 시각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들이 기획조정실 명의 문건들로 만들어졌고, 김 부장판사는 ‘전문분야 연구회 개편방안(2016년 3월 8일자)’,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방안(2016년 4월 7일자)’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했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에 이어 이날 법정에서도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2003년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주도한 ‘사법파동’ 때 당시 행정처 차장이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심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 차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김명수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렇게 진술한 게 사실이냐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이 “임 전 차장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사법파동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부장판사의 진술과 동일한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 당시 임 전 차장이 그 워딩을 사용한 게 정확한가”라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정확하다.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4차 사법파동으로도 불리는 2003년의 사법파동은 당시 서울지법 북부지원의 박시환 판사가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기수·서열에 따라 대법관을 인선하는 관행에 항의한 것을 시작으로 판사 160여명이 이에 동의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건이다. 김용담 대법관이 관행에 따라 예정대로 인선됐지만 사법파동으로 인해 열린 전국법관회의 이후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이 되며 대법관 인선 관행이 크게 달라졌다. ●양승태, 2003년 4차 사법파동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떠나특히 그해 8월 열린 전국법관회의에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참석했고,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대표로 회의에 들어가 양 전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이행정처를 떠나 특허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행정처 총무국장이던 박 전 대법관도 행정처에서 나왔다. 이를 계기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모두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임 전 차장에게 들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대법원장이 된 다음달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다.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하던 사법행정위원회와 상고법원 도입에 잇따라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판사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소속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행정처 내부에서 “(인사모를) 단속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김 부장판사 스스로도 상급자들의 인사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갈수록 더 심각하게 체감했다고도 밝혔다. 기획조정실에 함께 근무한 박상언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법원장님께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제 임기 중 정리하겠다, 후임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뒤 2017년 2월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온 이탄희 판사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는데 놀라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것이 추진돼 왔고 그것이 자신의 업무이기도 하다는 점에 놀라 사표를 던졌다. 이 일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등 행정처 수뇌부가 갖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사모를 와해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서너 차례 오가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김 부장판사에게 물었다. “증인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입니까?”, “네”,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을 시작한 이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한 처분을 받거나 불이익한 대우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제가요? 없습니다.”2016년 초 양승태 사법부가 사법행정위원회(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의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송모 판사에 대해서도 기조실 차원의 검토 및 대응 문건이 만들어졌다. (2016년 2월 2일자 ‘송OO 판사 관련 검토’) 당시 이민걸 기획조정실장은 김 부장판사와 최모 부장판사를 불러 화를 내며 “송 판사는 어차피 1년 뒤면 행정처 심의관으로 올 사람인데 조용히 유학이나 갔다오지 왜 그런 글을 올려 재를 뿌리느냐”고 말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말했다. “왜 기조실장이 우리를 혼내지? 의문이 들면서도 그만큼 대법원장이나 차장님 입장에서 사법행정위원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봤다”고도 설명했다. 송 판사도 인사모 회원이었다.●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부정적 인식 있던 인사모 정리 입장 보여 “대법원장이 임기 안에 인사모를 정리하겠다고 했다”는 말들이 전해졌고, 구체적인 와해 방안이 추진됐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부터 잘 알려진 ‘중복가입 해소 조치’가 실행됐다. 판사들에게 연구회나 커뮤니티를 하나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에서 탈퇴하는 법관들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 부장판사는 “처장님(고 전 대법관)의 구체적 워딩은 들은 바 없고 결정된 사항을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으니 기존에 허용됐던 연구회 중복가입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17년 2월 13일 이민걸 당시 기획조정실장과 고 전 대법관의 승인으로 전산정보관리국(전정국)에 연락해 국장 명의로 코트넷에 중복가입 금지 관련 공지글을 올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가진 9차 피의자신문에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는 이 전 상임위원이 임 전 차장의 지시라면서 (저에게) 지시했다. 전정국 심의관과 기술적인 사항을 통화하면서 검토를 부탁하니 ‘이제 피바람이 부는구나’라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여 전정국도 (지시 내용을) 알고 있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 등의 조사로 이 문제가 거듭 제기되자 임 전 차장이 보인 반응도 김 부장판사를 통해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다 한 것이라고, 박 부장판사가 알아서 법원 조사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 취지였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솔직히 임 전 차장이 대법원장님에게 원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반대신문과 이어진 김 부장판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인신문조서 등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들이 차례로 반박하는 의견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2월 9일자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대면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행정처 내부의 보고서 작성 시스템에 대해 좀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보고서라는 게 누가 기안해서 누구의 생각을 올리면 고유 업무에 관한 것들은 윗분들에게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닌 정무적 사안에 관한 것들은 임 전 차장의 스타일도 그렇고 세세하게 어떤 방향을 주면 저희가 문서화하는 작업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고서는 판결과 달리 반드시 실행을 하려고 작성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능한 방안을 전부 정리해서 드리는 게 심의관의 역할이고 결국은 부장 회의든 차장 주재 회의든 실장 주재 회의든 거기서 논의돼서 실행하기로 하면 정말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옵니다.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연구회) 중복 방지 관련 공지글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중략) 기본적으로 다들 이대로 실행된다고 생각 안 하는 게 보고서의 특성임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위 심의관들이 물어봐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변호인 “정무적 성격 보고서 구별이 중요, 대법원장 보고, 승인 없어”변호인은 “이걸 말씀드리는 이유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고유 업무에 대한 보고서와 정무적 성격을 띤 보고서를 구별해야 하고, 심의관이 최초로 작성한 보고서와 실행을 전제로 한 보고서가 어떻게 구별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김민수 증인이 대법원 조사과정에서 가장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의관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모두 대법원장에게 보고됐거나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아 실행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소법정에서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증인과 더욱 가까이 마주해야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줄곧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질끈 힘주어 감고 있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이따금씩 김 부장판사를 빤히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만 이날 증인신문에서 김 부장판사는 기획조정실장 외에 법원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자에게 직접 지시를 받지도, 직접 보고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중복가입 해소 조치 관련, “(인사모에 대한) 견제 목적을 알고 있어 고민이 깊었으나 법원 예규에 근거하고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지시된 것으로 지목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2015년 9월 22일자) 등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은 피고인이 지시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엘리베이터서 마주친 여성 강간·살해…무기징역 확정

    엘리베이터서 마주친 여성 강간·살해…무기징역 확정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 여성을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무자비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된 강모(41)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전 7시 40분쯤 부산 연제구의 한 빌라에서 술을 사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이웃 여성 A(당시 59세)씨를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강씨는 2017년 1월 전자발찌 부착 해제 명령을 받은 지 1년 4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으로 평소 서로 얼굴은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씨는 A씨의 시신을 자신의 집 냉장고 뒤에 숨긴 뒤 휴대전화를 끄고 현관문을 잠근 채 도주했다. 1·2심은 “이미 다른 성범죄 3건으로 10년 이상 복역한 피고인은 출근 중이던 피해자를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참혹하게 살해했다”면서 “참혹한 범행과 책임 정도 등을 고려해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하고 참회·속죄하도록 해야 옳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문기관에 강씨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결과 성욕이 과다하며 사이코패스 고위험군에 재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견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강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한 전직 장관이 2010년대 장관이 될 때 그의 딸은 직장을 관뒀다. 대기업 계열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들어갔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의 공세로 회사 전체에 신분이 노출됐고 의혹이 뒤따랐다. 딸은 “아빠는 장관이 돼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은 뭐냐”고 항의하고는 유학을 떠났다. 2000년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 전직 장관에게 왜 입각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장관 한 번 하면 됐지 뭐하러 자식들 신상 다 공개되는 인사청문회를 하려느냐’며 극구 반대했다고 답했다. 해외 유학 시절 태어난 자식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 돼야 할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가문의 굴욕이 되곤 한다. 인사청문회가 싫어 장관 후보를 고사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문이다. 2000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으로 시작된 인사청문회 대상은 2005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은 물론 장관 국무위원과 장관급 후보자로 확대됐다. 20년 된 인사청문회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직자들은 행여나 싶어 아들을 군대에 보냈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올해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가짜·부실 학회에 참가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철회됐다. 주무 부처 관련 의혹이나 공직자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은 후보자가 장관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는 유효하다. 후보자들에 따르면 청문회 요청 서류에는 며느리의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4촌 이내 친인척의 해외여행 기록과 경비 출처, 사돈의 성적 증명서 등도 있었다. 후보자들이 낼 수 없는, 아니 내야 할 필요가 없는 서류들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심보는 뭘까. 어차피 임명될 사람,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최대한 흠집을 내보자는 의도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급) 16명의 임명이 강행됐다. 문 대통령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인사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까지 했다. 인사청문회를 우습게 만든,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야당도 어차피 임명될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는지 막판에는 민원성 질의를 쏟아 낸다. 이달 중으로 개각이 발표되고 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의 3기 내각인데 지금까지 행태로 보아 이번 인사청문회도 대단히 지루할 거다. 그간 청와대는 후보자들의 도덕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응답해 국민들에 더 큰 고통을 주었다. 그동안 인사 검증에 실패한 민정수석이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되려나. 그러나 ‘회전문식 인사’가 있는 데다 혹여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답정너’(답이 정해졌으니 너는 답만 해)식 임명 강행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치에만 능하고 미래 비전이나 정책 능력은 없는 장관, 그 장관의 입맛에 맞춘 정책들이 난무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고쳐야 한다. 의원 겸직 장관이 여럿 나왔으니 본인들도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무엇이 가장 아픈지, 무엇이 가장 억울한지 다 알 거다. 공직 수행에 악영향을 피하려면 억울한 내용은 비공개로 하면 어떤가. 현재 인사청문회법에도 후보자 등의 보호를 위한 비공개 청문회 조항이 있다. 이번에 실험해 보자.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청와대가 제시한 병역 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의 7대 원칙은 지킨 후보여야 한다. 국민이 지키는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서야 밀린 세금을 내고,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이 된 뒤에야 주식을 파는 등의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 노릇도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알고도 후보로 내세웠다면 국민에 대한 우롱이요, 몰랐다면 무능이다. 사생활과 정책 수행 능력을 분리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14년 재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사생아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프랑스 국민은 미테랑 전 대통령이 아닌, 이를 보도한 주간지를 비난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높은 도덕성이 정책 수행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은 곤란하다. 추궁과 검증의 내용과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lark3@seoul.co.kr
  • 대법원 “변희재, 김미화 ‘명예훼손’ 1300만원 배상하라”

    대법원 “변희재, 김미화 ‘명예훼손’ 1300만원 배상하라”

    ‘친노종북좌파’ 칭하며 논문 표절 의혹 제기성균관대 “논문 표절 아니다”…명예훼손 소송 변희재(45)씨가 언론 보도를 통해 방송인 김미화씨를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13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2부(부심 박상옥 대법관)는 김씨가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총 1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변희재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인터넷 언론사 미디어워치는 2013년 3월 김미화씨를 ‘친노 종북좌파’로 지칭하며 성균관대 석사 논문에 표절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변희재씨는 트위터에 같은 내용을 올려 김미화씨를 비방했다. 이후 성균관대는 같은 해 10월 “김미화씨의 논문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표절 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김미화씨는 명예훼손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보도)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미디어워치를 발행하는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와 변희재씨가 총 1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항소 과정에서 선정당사자 자격과 관련해 법리 논쟁이 일면서 1차 상고심 재판과 파기환송심 재판이 추가로 이어졌다. 두번째 상고심 재판에서도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면서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해 수입 허가 판결을 낸 데 반발해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31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21만 4439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리얼돌에 대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리얼돌 수입을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원인은 리얼돌에 대해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가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면서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맞춤) 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반문했다. 또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뜬 것이 주였으면 남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떴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한달 이내에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청원은 7월 8일 시작돼 8월 7일이 청원 종료일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태원 SK회장 내연녀 악플러, 벌금 확정..김희영 이사장 누구? “상당한 미모”

    최태원 SK회장 내연녀 악플러, 벌금 확정..김희영 이사장 누구? “상당한 미모”

    최태원 SK그룹 회장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벌금형을 확정받은 사실이 화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원직급을 없애고 본부장, 그룹장 등 직책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희영 씨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벌금형을 확정받은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엄 모(59)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엄 씨는 지난 2016년 김희영 씨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출석을 요구받자 그 어머니가 대신 출석했다는 단독 기사를 비롯해 3건의 악성 댓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엄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사실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1·2심 재판부는 “해당 방송은 흥미 위주의 예능프로그램”이라며 “댓글 내용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이어 “김 씨는 공인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며 “댓글 내용 자체만으로도 피해자들의 관계를 비하하고 경멸하는 내용이고, 반복적으로 비방목적의 거짓 사실을 게재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앞서 방송된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는 김희영 이사장이 40대이지만 흡사 연예인처럼 상당한 동안 미모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재미교포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김희영 이사장이 ‘몸짱 아줌마’로 불렸으며, 유명 연예인 친구들도 다수 있다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뉴스부 seoulen@seoul.co.kr
  • 대법원 “토렌트 파일도 음란물”…8402개 올린 50대 징역형 확정

    대법원 “토렌트 파일도 음란물”…8402개 올린 50대 징역형 확정

    음란물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는 ‘토렌트 파일’도 음란물에 해당하고 이를 웹사이트에 올리면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노모(5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음란물 영상의 토렌트 파일을 웹사이트에 게시해 불특정 다수가 무상으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한 행위는 음란한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다. 노씨는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에 음란한 영상 8402개의 토렌트 파일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토렌트 파일은 파일을 내려받을 때 필요한 파일의 이름이나 크기, 파일 조각의 정보 등의 메타정보(자료 식별 정보)를 말한다. 토렌트 프로그램으로 실행해 해당 콘텐츠를 보유한 사람들로부터 동시에 파일 조각을 전송받아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 파일을 얻는 방식으로 음란물 영상 파일 자체와는 구별된다. 노씨는 “토렌트 파일은 그 자체로 영상 파일이 아니라 공유정보가 저장된 데이터 파일에 불과하므로 토렌트 파일을 올린 것만으로는 음란물 유포가 아니다”라며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고, 비용이 무료이며 절차나 시간 면에서 특정 사이트에 업로드된 콘텐츠 파일을 직접 내려받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며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음란물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열린세상] 종북과 전봇대/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종북과 전봇대/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전봇대를 뽑아 이쑤시개로 쓴다는 사람을 만났다. 허무맹랑한 뻥이었다. “전봇대 같은 이야기하고 있네” 그렇게 응수할 뻔했다. 전봇대 아래 곱게 잠든 중년의 남자를 자주 보았다. 술이 과해진 새벽녘에 자기 집 대문 전봇대 걸쇠에 상의를 걸쳐 놓곤 했다. 벗어 둔 구두가 단정했다. 그의 옆구리에 발길질을 했더라면 잡혀 갔을 것이다. 말질은 어땠을까. “야 전봇대야” 혹은 “전봇대 같은 인간아”라는 말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했을까? 한국에서 명예는 법의 보호를 두텁게 받는다. 세계적으로 이례적이다. 헌법 조문에 명예를 훼손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두었다. 거짓에 대해서만 법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서구 사회와 달리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다. 피해를 입은 사람의 고소가 없어도 명예훼손 발언을 한 사람을 을러대 처벌할 수 있다. 운수가 사나우면 자칫 7년간 징역을 살 수 있다. 명예훼손과 사촌쯤 되는 모욕의 경우도 엄하게 다스려진다. 모욕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나라가 드물지만 욕을 했다는 이유로 1년까지 감옥에 가둘 수 있는 나라는 더욱 드물다. 엎드려 공격을 준비하는 치명적인 사자의 발톱 앞에서 우리는 태연히 왜바람 같은 욕을 해대며 살고 있다. 날마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일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언론은 무사할까? 웬만해서는 괜찮다. 법률에 언론을 면책하는 규정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법부가 언론을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들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한 진실한 언론보도는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올림픽을 치렀던 1988년 한국 대법원은 ‘진실 오신의 상당성’이라는 법리를 채택했다. 올림픽 축구 금메달에 견줄 만한 소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진실성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취재보도 과정에서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했다면 언론인에게 명예훼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기준이었다. 2002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한국은 독일에 졌다. 그해 대법원은 공적인 인물에 대해 언론이 명예훼손 보도를 했더라도 어지간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언론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을 해야만 민주주의가 오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후 대법원은 공직자나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 보도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니면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을 게을리하거나 의도적으로 그릇된 보도를 일삼은 언론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부분의 성실한 언론인들은 치열한 취재보도의 일상에서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대법원의 태도는 확고하고 일관적이다. 2018년 한국과 독일은 월드컵에서 또 붙었다. 한국이 독일을 낙낙하게 물리쳤다. 이해 10월 대법원은 명예훼손 소송사에 길이 남을 격론을 벌였다. 대법관 여덟 명의 다수의견은 “표현의 자유 보장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나 극좌, 종북이나 주사파, 보수우익과 같은 말의 외형적 표현에 갇히지 말자고 제안했다. 누군가를 종북, 수구꼴통이라고 불렀더라도 무조건 법적 책임을 추궁하지 말고 반박과 논쟁을 통해 문제를 풀어 보자는 취지였다. 소수의견은 견해를 달리했다. 종북의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겪어야 할 잔인한 처벌의 현실적 고통을 주목하자고 호소했다. 이후 판결에서 소수는 다수의견을 수용했다. ‘종북’은 거리마다 숱한 전봇대 정도의 용어로 쓰임새가 바뀌는 중이다. 공직자나 정치인은 종북이나 꼴통수구로 공격당할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혹여 언론이 자신더러 그렇게 부르더라도 ‘전봇대 같은 이야기’라며 그냥 넘어가는 편이 낫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아무런 맥락이나 근거도 없이 누군가를 종북이나 꼴통의 수구라고 부르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그럴 때 말은 칼보다 더 예리하고 훨씬 잔인한 무기다.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이념의 말대포를 쏘아대고 싶을 때 우선 전봇대를 뽑아 이쑤시개로 써 보자. 수구나 종북이라는 포탄 대신 ‘전봇대 어쩌구 저쩌구’를 날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덜 유해하고 법적으로 더 안전할 것이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0회] ‘우병우 바이패스→궤도 수정‘ 靑설득전략 보고서… “양승태에 보고됐다고 들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0회] ‘우병우 바이패스→궤도 수정‘ 靑설득전략 보고서… “양승태에 보고됐다고 들어”

    ‘입법추진 BH(청와대) 현황. 전반적으로 견제 분위기이고 전임 비서실장의 영향에 따른 부정적 분위기 고착된 상황, BH 핵심보좌진의 친(親)검찰 구성 변화 없음. 공식 창구는 민정수석실, 6월 임시국회까지 적극 협조 획득 사실상 불가능. - 원인 1. 민정수석 경찰 경험 2. 문고리 권력 행사하며 사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전달+사법부 부정적 영향 확대 시도. 이에 따라 발상의 전환, ‘바이패스(bypass·우회로)’ 전략 필요’ 2014년 상고법원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못하자 대법원은 본격적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전략’을 세운다. 2015년 3월 26일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된 ‘상고법원 BH 대응전략’에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협조가 어렵다며 우 전 수석이 아닌 다른 우회로를 접근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한 청와대와의 공식 창구는 민정수석실이지만, 우 전 수석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생각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26일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9회 공판에서는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시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기획제2심의관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기획제1심의관으로 일하며 직속 상사인 임종헌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받아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날 재판은 고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과는 관련이 없어 고 전 대법관은 변론이 분리돼 증인신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상고법원 BH 대응전략’에 우 전 수석을 피해 접촉할 우회로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목됐다. 이 전 비서실장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의 법원의 협조 노력 또는 공감 의사 피력. 최대 관심사-한일 우호관계의 변화 등. 주일대사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시 삼계탕 1500봉지를 들고 후쿠시마 피해자들을 방문해 한일 양국에서 큰 호응’이란 부분이 별도로 기재됐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 사건의 파기환송을 예상한다는 내용이 이 전 실장에게 공감의 뜻을 피력하는 방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보고서의 최종 작성자인 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靑설득전략 ‘우병우 피해 이병기 접촉’…이병기 관심사안인 ‘강제징용’ 언급 다만 시 부장판사는 이러한 ‘바이패스’ 전략이 실행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의 영향력이 청와대 내에서 너무 강해서 바이패스 전략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해 7월 20일~28일 사이 몇 차례 수정됐다가 7월 28일자로 완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보고서에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서술내용이 빠졌다. 7월 20일자 보고서에는 ‘바이패스 전략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대해 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2015년 7월쯤 이병기 실장이 힘이 없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건재하다고 판단해 바이패스 전략에 대해 궤도수정을 하자고 했다”, “2015년 7월까지도 우병우의 장악력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아 ‘이병기 우회 전략’이 큰 쓸모가 없다고 판단돼 폐기됐다”고 검찰 조사에서 각각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부장판사는 그렇게 진술한 게 맞다고 이날 법정에서 확인했다. 그해 7월 20~24일 사이 임 전 차장은 시 부장판사에게 “(박병대) 처장님 지시”라며 메모를 하나 전달했다고 한다. 메모에는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으로 ‘정부 협력 사례, 과거 왜곡의 광정, 과거사 사건’이 적혀 있었다. 정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판결,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 제시 등 키워드가 적힌 한 장짜리 메모였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보고서를 보고받고 수정을 지시한 내용을 메모로 넘겨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월 20일자와 28일자 보고서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사건 재판과 관련 ‘현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원세훈 사건은 파기환송심에서 실체 판단의 문제가 남아있다’는 내용도 구체적인 설득방안으로 담겼다. 또 7월 말까지 민정수석실과 회동하고 우 전 수석과의 면담 일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시 부장판사는 7월 28일자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보고서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완성된 다음날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처장님과 대법원장님께 잘 보고되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고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상고법원은 당시 대법원의 역점사업이었기 때문에“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해 8월 초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에 작성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국정 운영 협력 사례를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 만든 것이지 재판 개입이 있었다는 사례로 해석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2014년 11월 10일자로 작성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검토’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문건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경우까지 상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문건을 만들면서 재판개입 우려를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진술했다. 시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들은 주로 상고법원과 관련됐다. 상고법원 입법의 협조를 얻기 위해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을 작성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하는 방안을 세웠다. 특히 여기에는 판사 출신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국회의원이 된 서기호 전 의원에 대해 ‘법안심사1소위 심사에서 고립시켜 서 의원의 반대의견을 부기하고 법안 자체는 통과시키는 최후의 방법도 염두’라는 내용도 적혔다. 또 서 전 의원의 재임용 탈락소송을 신속히 종결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 역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적은 부분이라고 시 부장판사는 말했다. “상고법원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대의 뜻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소송을 계기로 투사 이미지를 하고 있으니 신속히 종결시키자”는 게 임 전 차장의 말이었다고도 전했다. ●”재판 거래·재판 개입 생각지도 못해…보고서 대부분 실현 안 됐을 것“ 그러나 시 부장판사는 “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일선 법원에서 재판 중인 재판을 신속히 종결시키겠다고 한 계획은 재판의 개입이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당시 임 전 차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제가 이해한 것은 임 전 차장이 사건이 오래됐기 때문에 종결단계가 왔다, 끝날 것 같으니 그러면 달라지겠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그리고 임 전 차장의 당시 지위가 기획조정실장인데 일선 재판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상조차도 못하고 인식도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이 서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 전 의원의 행정소송을 빨리 종결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을 했다면 부적절한 일이 맞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심의관들이 작성한 다수의 보고서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맞춰 작성된 것일 뿐 대부분 실현이 안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지난 24일 법정에 나온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도 자신이 쓰는 보고서가 모두 헌법적·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적절하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14일자 ‘‘이판사판 야단법석’ 다음 카페 현황 보고’ 문건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뒤에 보고도 하지 않고 “뭉갰다”고 밝혔다. 상고법원 추진을 반대하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임 전 차장은 법관들이 모인 익명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됐고 현황과 대응방안을 작성해 보라는 지시를 시 부장판사에게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활동하는 익명 카페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심의관의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대응방안’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페를 자진 폐쇄하거나 탈퇴하도록 하는 방안 등 여러 대응방안을 써내긴 했지만 “결과물을 내야하니 임 전 차장이 좋아할 만한 표현을 머리를 짜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어본 것”이라면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고드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가운데 다른 판사가 같은 주제로 보고서를 보고한 것을 알게 됐고 속으로 잘됐다 생각하고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고서를 썼다는 말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가장 마지막에 시 부장판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박 전 대법관이) 아까 증인에게 제시한 5개의 문건을 검토하여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성이다. 증인이 그 문건을 작성해 보고할 때 의무없는 일을 한다는 인식이나 느낌이 있었느냐?” 그러자 시 부장판사는 “명확하게 그런 인식을 하고 작성한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밤 10시 가까이에 증인신문을 마치고 시 부장판사의 검찰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조서에서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내용들은 대부분 추측이고 결과적으로 오늘 법정 증언상 대부분은 보고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한 부분(2015년 7월 28일자 보고서)도 만약에 임 전 차장의 진술이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면 오늘 증인의 그 부분 진술은 재전문진술이 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승환 전북교육감 유죄 확정… 행정력·도덕성 타격

    김승환 전북교육감 유죄 확정… 행정력·도덕성 타격

    공무원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기소된 김승환(66) 전북교육감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돼 그동안 청렴성과 적법성을 강조해 온 그의 행정력과 도덕성에 큰 상처가 났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 교육감은 정상적인 근무평정이 이뤄지기 전 주관적 판단에 따라 특정 공무원 순위와 점수를 상향하도록 지시했다”며 “임용권자가 특정 공무원 근평 순위를 변경, 조정하면 법령에 반한다는 점을 알았으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교육감은 승진 임용 관련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지방공무원법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4차례 근무평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5급 공무원 4명의 승진후보자 순위를 자신이 지정한 순위에 맞춰 높이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4명 가운데 3명은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김 교육감이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공무원 근무평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2017년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1심은 “김 교육감의 행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임용권자 권한을 남용해 승진임용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서울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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