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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수기’ 사외이사론 경제체질 못 바꾼다

    사외이사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91개 상장 계열사는 2151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었다. 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사외이사는 14명으로 전체 341명의 4.11%에 불과했다. 그중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전체 사외이사의 95.89%는 대주주의 불합리한 경영행위를 단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외이사는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을 장치로 외환위기 이후에 도입된 제도다. 재벌 총수가 순환출자로 수십 개 계열사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초래되는 독단적 지배와 부실 경영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재벌들은 권력기관 출신이나 그룹과 관계있는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채워 거수기나 방패막이로 활용해 왔다. 권력기관들은 그들대로 이런 구조를 활용해 낙하산 사외이사를 내려 보내는 데 한몫했다. 사외이사 제도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선임 과정에도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후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게 되는데 추천위원의 절반은 경영진이 차지함으로써 경영진의 입맛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해 왔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10대 그룹의 사외이사들은 적게는 3400만원에서, 많게는 95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재선임을 바라게 되고 회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예 입을 다무는 것이다. 회사가 망할 상황에 빠져도 마찬가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해체된 STX그룹과 동양그룹의 사외이사들도 경영에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거나 회의에 불참했다. 이래서야 사외이사는 인건비만 축낼 뿐 무슨 존재의 의미가 있는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사외이사 추천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정경유착을 부르는 선임 과정의 권력기관 개입도 차단해야 한다. 연임과 재임 기간도 제한해 재선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관한 상법개정안의 심의도 진척시켜 소액주주의 권한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김일수 樂山樂水] 다시 엄벌주의로의 귀환인가

    [김일수 樂山樂水] 다시 엄벌주의로의 귀환인가

    최근 들어 엄벌주의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음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첫째, 조직폭력배들을 통제하기 위한 ‘범죄와의 전쟁’ 선포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13일 한국 형사법 사상 처음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 전쟁선포에 즈음하여 “이제 흉악범과 누범자에 대해서는 온정주의적 형사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외근순찰 경찰을 무장시켰고, 이례적인 속결재판과 함께 확정 사형수에게 조기 사형집행을 지시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 따라 흉악범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하고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초중구금교도소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은 5공 출범 초기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따라 실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은 범죄전쟁선포 직후 대법원장을 찾아가 해당 흉악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과 중형선고를 요청했고, 대법원장은 즉시 하급법원에 그 요지를 하달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0년 12월 31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법률 제4295호)이 제정되어 엄벌주의 기류가 제도의 틀 위에 형성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엄벌주의가 한동안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범죄증가율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1979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1480명이었다. 1987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2274명이었다. 그러나 1992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2837명까지 증가했다. 중범죄 및 흉악범죄에 대한 전쟁선포와 함께 취했던 일련의 엄벌주의 조치들은 유감스럽게도 범죄예방의 관점에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대량구속과 함께 강화된 의법처단이 범죄율의 지속적인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강벌적 조치가 범죄심리를 억지하고, 사회적 불안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편견 때문에 형사정책입안자들은 강벌주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2010년도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3795명으로, 전년도 4356명보다 감소추세로 돌아섰지만, 그 해 형사정책당국과 입법자들은 형벌위하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종전 유기징역형 상환을 15년에서 30년으로, 또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는 종전 25년에서 50년으로 대폭 상향하는 형법개정조치를 취했다. 둘째, 거듭되는 가석방기간의 연장 시도이다. 현행 형법은 자유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 가운데 개선 의지가 현저한 자를 무기형의 경우 20년,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하면 보호관찰부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가석방은 수형자를 조기석방시키는 제도이다. 이것이 범죄피해자 및 국민의 법 감정과 상충하는 일면이 있어, 법집행의 공정성 제고와 정의이념 충족의 측면에서 정책당국은 가석방의 조건인 복역기간을 더 연장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2분의 1이나 3분의 2를 경과한 후, 무기형의 경우 25년을 경과한 후로 변경하여 조건을 더욱 까다롭고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박한 일반인들은 징역형으로 구금된 범죄자가 조기 석방됨으로써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범죄자들은 일정 복역기간이 지나면 석방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 없이는 교도소내에서 재생의 길을 원만히 걸어갈 수 없다. 재사회화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시설내 구금만큼 문제점이 많은 행형제도도 없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고위험 범죄문제를 풀기 위해 정책당국들은 너무 손쉽게 엄벌주의에 흐르는 경향이 있다. 엄벌주의는 고단위 항생제 같아서 최후수단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주 쓰면 사회안전 생태계를 사막화시킬 수 있다. 형법정책과 형사정책은 결코 법적 인기영합주의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가형벌권은 인권보장과 적법절차를 따른 절제된 범죄통제수단이지, 인권침해도 불사하는 과도한 범죄통제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대 명예교수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법률상 배우자의 강간행위 ‘간음’ 성립 여부는 다툼 소지…강간죄 객체 ‘사람’으로 변경, 동성 간 강제 성행위도 처벌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법률상 배우자의 강간행위 ‘간음’ 성립 여부는 다툼 소지…강간죄 객체 ‘사람’으로 변경, 동성 간 강제 성행위도 처벌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는 일부개정(2012.12.18 개정, 2013.6.19 시행)으로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됐다. 이미 판례가 인정한 바 있지만 이제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입법적으로 해결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처가 강간죄의 객체인 ‘사람’에는 당연히 해당되지만 강간 행위인 ‘간음’의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음을 이 판결의 소수 의견처럼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제한 해석하면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는 것이다. 형법 일부개정 전의 사건인 이 판결에서는 법률상 배우자가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포함돼 간음 행위라고 볼 수 있는가가 문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남편이 강제로 처를 간음했다 해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례(대판 1970.3.10 70도29)를 변경해 부부간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거의 반세기 만의 판례 변경이다. 종전에도 부부간 강간을 인정한 사례(대판 2009.2.12 2008도8601)가 있긴 하지만,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어 실질적인 부부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다수 의견은 형법 해석에 있어서 법 규정의 의미와 목적, 변화된 보호법익을 고려한 ‘체계적·목적론적 해석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강간죄를 규정한 제297조를 담고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이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1995.12.29 개정)로 바뀐 이유가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 감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없고,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법 문언이나 문리에 충실한 문언 중심적 해석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법률상 처’를 제외시키는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하고 있다. 간음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음’이고, 강간은 ‘강제적인 간음’을 의미하므로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부 아닌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를 맺는 경우 성립한다는 것이다. 강간죄는 부녀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결국 강간죄는 그 문언상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인이 아닌 부녀에 대해 성관계를 맺는 죄’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석해야 형법제정 당시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를 강요당한다는 침해적 요소를 고려해 강간죄의 형량을 중하게 정한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부녀의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에 처도 남편과의 성관계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독일 형법은 형법개정에 의해 강간죄와 성적 강요죄를 강간죄로 통합해 행위객체를 여성에 제한하지 않고 ‘타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혼인 외의 성행위’라는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부부간에도 성적 강요죄나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나 영국도 판결로 부부 강간을 인정하고 있지만, 일본은 아직 배우자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태도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존엄과 가치, 양성평등,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보장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부부 강간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아주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장애인 강간 등에서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으로 본 판례들은 있었지만, 이 판결은 강간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논지를 펼치면서 명확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판례다. 20여년 전 형법개정 논의에서 학계 다수는 제32장의 제목을 ‘성적 자기결정에 관한 범죄’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대법원 판례의 변경으로 부부 강간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법적 요구가 해소됐다. 또 강간죄의 객체를 ‘사람’으로 변경해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동성 간의 성행위도 처벌 대상이 됐다. 하태훈 교수는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고려대 법학과 ▲독일 쾰른대 법학 박사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이사 ▲대검 검찰제도개혁위원회 위원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 車 리스 등 금융용역 부가세 낸다

    내년부터 자동차 리스, 금고 대여, 재테크 자문 서비스 등 일부 금융용역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내세웠던 ‘금융용역에 대한 부가세 과세 범위 확대’ 방안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9일 모든 금융기관의 권역별, 업무별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오는 8월 발표할 ‘2014년 세법개정안’에 금융용역 부가세 확대 방안을 담겠다고 밝혔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과세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예금 입출금, 계좌 이체, 환전 등에 붙는 수수료는 부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금융사 본연의 업무에서 발생한 수익이고, 부가세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특성이 있어 국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보험, 증권사의 주식거래 중개 서비스 등도 금융사 본연의 업무라는 점에서 부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는 세무, 부동산 자문 수수료 등 부수적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익에만 단계적으로 과세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새로 부가세가 부과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만큼 부과 대상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2년 정부의 용역 과제로 수행한 ‘중장기 부가가치세 과세구조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보험 관련 서비스 전반에 부가세를 매길 경우 2010년 기준으로 연간 총 6059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부담이 늘어날 금융권과 일부 소비자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병원 진료비 뻥튀기… 5년간 232억 꿀꺽

    병원이 진료비를 부풀려 환자에게 부당 청구하는 일이 아직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온 문제지만 조금 개선됐을 뿐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일 병원의 진료비 과다 청구 사실이 확인돼 지난해 환자들이 돌려받은 진료비가 모두 30억 54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진료 수가에 이미 포함된 비용을 임의로 청구해 환불된 금액이 12억 2000만원(39.9%)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반검사, 의약품 등을 비급여로 처리해 환불된 금액도 11억 2000만원(36.6%)에 달했다. 전년보다 32.8%가 감소하긴 했지만 환자 대부분이 과도한 의료비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병원들은 지난 5년간(2009~2013년) 이런 식으로 진료비를 뻥튀기했다가 적발돼 232억 4900만원을 토해냈다. 진료비 확인은 진료비 영수증을 지참한 신청자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의 횡포에 의한 환자들의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료비가 과도하게 나와도 심평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심사 기준을 봐도 전문적인 용어가 많다 보니 내가 받은 진료가 급여에 해당되는지, 비급여에 해당되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환자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해도 병원이 압박을 가하거나 환자 스스로 진료상 불이익을 우려해 민원을 취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만 민원 취하율은 2009년 23.9%에서 2013년 9.5% 포인트 낮아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진료비 부당청구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매달 현지조사를 나가고 있지만 8만 5000여개나 되는 요양기관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환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심평원 직권으로 진료비 청구 적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보험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中 양회 모레 개막, 최대 이슈는 스모그

    中 양회 모레 개막, 최대 이슈는 스모그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3일 개막한다. 양회는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국정자문회의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말한다. 정협은 3일, 전인대는 5일 시작돼 관례적으로 보통 열흘씩 열리지만 올해는 9일로 단축돼 13일에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을 끝으로 폐막한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인들은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치명적인 문제로 꼽히는 스모그 퇴치와 매해 두자릿수로 불어나고 있는 국방비 증액 규모, 경제 정책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가 최근 네티즌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스모그 퇴치를 핵심으로 하는 ‘환경오염 정비’가 양회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고 28일 보도했다.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스모그 형성 주범인 석탄 연료 사용 감축에 초점을 맞춘 대기오염방지법 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 연속 최대 관심사였던 반부패는 스모그에 밀려 두 번째로 떨어졌다. 이번 양회에서 반부패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입안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유파 인사들은 진정한 반부패를 위해 공직자 재산 공개, 반부패법 제정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 실제 입법화 가능성은 낮다. 구호성으로 나오는 정치개혁 논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전인대는 올해 예산을 확정하면서 국방비 증가 규모를 공개한다. 중화권 언론들은 중국의 국방예산이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7920억 위안(약 138조 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2012년 11월 당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 안보와 발전 이익에 부응하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것이 전략적 임무”라며 국방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은 자체 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무기 수입에도 열을 내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방위장비 수입국이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컨설팅업체 IHS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의 방위장비 수입액은 전년보다 52.6% 증가한 23억 달러로 이 지역 최대 방위장비 수입국인 한국을 제쳤다.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국가안전위원회의 공식 역할도 이번 양회에서 규정된다. 국가안전위는 민족갈등으로 인한 테러 등 중국 내 안전 문제뿐 아니라 사이버안보, 서구의 이데올로기 공세 등 국가안보 문제 전반을 다룰 것으로 전해진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공개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7.5%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구조 개혁을 외치는 리 총리는 경제성장률의 상한선은 통화팽창을 유발하지 않도록 9%로, 하한선은 안정적인 성장과 취업률을 보장할 수 있는 7%로 규정한 바 있다. 산업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보다 서비스업 부문을 확대하는 산업 구조조정도 거론될 전망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공무원 일 반만 하면 규제개혁 성공한다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공무원 일 반만 하면 규제개혁 성공한다

    올해 정부의 최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는 규제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때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화두다.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라.”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괜찮죠?”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면 약간 생뚱맞지만 작심하고 던진 멘트들이다. 부처마다 규제완화 정책이 대거 쏟아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규제개혁은 정권마다 약방의 감초였다. 하지만 속 시원히 해결한 정권은 없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1만 5007개로 규제 등록제도가 도입된 1998년 말 1만 372개보다 되레 44.7% 늘어났다. 왜 지금껏 큰 성과를 못 냈을까. 이번에는 뭔가 이뤄낼 수 있을까. 물론 답이야 뻔하다. 가능하다. 다만 어떤 접근방식으로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첫째, 정부는 인식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 규제개혁이라는 게 정부가 기업들에 마음만 내키면 줄 수 있는 시혜성 정책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가게 돼 있는 규제의 속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규제개혁은 기득권을 없애고 시장에 경쟁의 힘을 불어넣는 경제 엔진으로 인식해야 한다. 규제가 없어지면 경쟁이 유발되고 대안이 생긴다. 규제개혁으로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게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역설적이긴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일을 반만 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관치(官治)와 인치(人治)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지금도 인·허가 및 관리·감독권 등을 무기로 업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정부 규제의 3분의2 이상이 법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럴진대 공무원들이 권한을 조금씩 내려놓지 않으면 규제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기업이 비뚤어진 길을 가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 정부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기업이 엉뚱한 짓을 하면 시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기업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들을 구워삶으면 된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민감하고 폭발적인 고난도의 규제는 장관들이 직접 총대를 메야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회·경제적 갈등과 규제 등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부처 간, 또는 이해집단 간 이해 상충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런 만큼 장관들의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논쟁의 장이든, 토론의 장이든 장관이 판을 벌이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그릇도 깨고,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뜨거운 감자’를 해결하는 데는 더러 무리수가 뒤따른다. 이럴 때 소위 ‘지분 있는 장관’이 직(職)을 걸고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지 장관’이 해결사로 나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규제개혁=일자리 창출’이 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지 말아야 한다. 툭하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규제개혁에 나설 테니 투자는 얼마나 할 건가, 고용은 몇 명이나 할 건가 등을 따져 묻는 식은 그만둬야 한다. 구태다. 규제개혁이 기업을 상대로 한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이다.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될 때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게 기업의 속성이다. 멍석만 깔아주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기업들 멋대로 하도록 손을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잘못하거나 탈세를 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가장 위험한 게 정부’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늘 ‘시장실패’가 아닌 ‘시장성공’에 자신감을 갖는 자기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경쟁의 마지막 카드다. 정부는 경제를 옥죄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규제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출발점이다. bcjoo@seoul.co.kr
  • ‘13월의 보너스’는 없다

    서울의 한 연구원에 다니는 김모(52)씨는 올해 연말정산 환급액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는 100만원 정도를 돌려받았지만 올해는 거꾸로 100만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말정산으로 돈을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세금을 더 내야 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회사에서 세법에 따라 월급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만원 정도를 한 달 월급에서 모두 뗀다고 하는데, 당장 신용카드 결제대금, 생활비 등이 모자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도 지난해에는 150만원 정도를 환급받았지만 올해는 환급액이 70만원가량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서울에 있는 종업원 40명 규모의 중소기업의 경리팀장은 23일 “우리 회사에서는 올해 연말정산에서 직원의 70% 정도가 지난해보다 환급액이 줄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환급액이 크게 줄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연말정산이 더 이상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13월의 세금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소득공제 규모는 총 9조 8629억원(잠정)으로 지난해 10조 1345억원보다 2716억원(3%)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우선 2012년 이후로 혜택이 끝난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876억원)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소득부터 적용되는 1인당 2500만원의 특별공제 종합한도로 인해 보험료(1399억원), 신용카드(967억원), 의료비(305억원) 공제도 줄어든다. 기재부는 올해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든 것은 2012년 9월에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조정해 소득세 원천징수세액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기재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늘리고자 직장인 월급에서 매달 떼가는 원천징수 근로소득세액을 평균 10%가량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비과세, 감면혜택을 줄이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 연말정산 환급액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춘호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그러나 “2013년 세법개정안은 올해 소득부터 적용되므로 이번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든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2012년에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을 깎아주면서 2013년에 매달 월급에서 소득세를 덜 징수한 만큼 이번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금액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에 따르면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더 내야 할 경우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3월 중 한 달 월급에서 전액 차감된다. 월급에서 100만원 이상의 큰돈을 세금으로 내야 할 경우도 몇 개월 동안 분할 납부할 수가 없어서 직장인에게 큰 부담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직장인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까지 분납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재건축 규제 완화… 서민 주택난도 살펴보라

    정부가 지난해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한 데 이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 완화가 핵심이다. 의도대로 주택시장 활성화에 가시적인 도움을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바로미터 성격을 띤다. 그런 만큼 ‘대못 규제’들을 뽑는 데는 위험 부담도 뒤따른다. 8·28 전·월세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주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78주 연속 올랐다. 규제 완화로 인한 과실이 특정 계층에게만 돌아가고 서민층의 어려움은 더 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국에서는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부동산 규제들을 두는 것은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주택을 거주가 아닌 소유 개념으로 여기거나 재정비보다는 재건축을 하는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한 것이 4~5년 전의 일이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에게 적용했던 양도세 중과 제도나 재건축 전후 주택가격 상승 폭이 3000만원을 웃돌 경우 이익의 일부를 토해내게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 때 도입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면 금융 규제 말고는 대부분 없어진다. 국회 법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집값 띄우기 정책은 시장에 일관성 있는 신호를 보내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리는 전략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국의 주택가격은 지난주까지 25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도권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대상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컸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 1000조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460조원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주택 거래가 이뤄지면 가계부채 해소와 내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싼 이자로 주택구입 자금을 대출해 줘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혼동을 일으키게 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베이비 부머의 본격적인 은퇴 등으로 집값이 과거처럼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집값도 물가 등락률 범위에서 움직이는 시대가 와야 한다.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동향을 예의주시하기 바란다. 부동산114 는 규제 완화로 강남4구 63곳을 포함해 전국 재건축단지 442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는 전·월세금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임대주택 공급은 대폭 줄어 2~3년 뒤 서민 주택난이 우려된다.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임대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 어떤 계약이라도 미래 사정 다 반영 못해… 예측 불허 사태 발생시 이행 강요는 부당

    어떤 계약이라도 미래 사정 다 반영 못해… 예측 불허 사태 발생시 이행 강요는 부당

    종래 학설상으로는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사정 변경의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는데 위 판결은 이러한 학설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대법원이 일반론으로서는 사정 변경의 원칙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은 타당하다. 원칙적으로 계약은 준수돼야 하고, 사정의 변경이 있었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계약의 이행을 약속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계약이라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다 반영해 체결될 수 없고,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계약은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계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매우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사정 변경의 원칙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 그 효과로서 종래에는 주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1차적으로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하는 법원에 의한 계약 내용의 수정을 인정하고, 계약 내용의 수정으로는 더 이상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계약의 해소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법무부에서 구성한 민법개정위원회에서 마련한 민법개정안은 대체로 위와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계약 내용의 수정과 계약의 해소 사이에 우선순위는 두고 있지 않다. 이 판결이 이 사건에 관해 사정 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부정한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사건 토지상의 건축 가능 여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토지상에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공매 예정가격의 5배가 넘는 가격에 이 사건 토지를 낙찰받았다. 그리고 피고도 토지의 매수인이 그 지상에 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를 요청했다고 짐작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토지상에 건축이 가능하다는 점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공개매각 조건 등에는 행정상의 제한 등이 있을 경우에 피고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계약이 이행된 후의 사정 변경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일 뿐 계약이 이행되기 전에 그러한 사정 변경이 있어도 고려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매매계약이 모두 이행된 뒤에 이 사건 토지가 공공 공지로 지정되었는데, 이처럼 계약이 모두 이행된 뒤의 사정 변경은 원칙적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계약이 이행된 후에도 계약이 해제될 가능성이 계속 존재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매매계약이 이행된 후에 매매목적물에 관해 생긴 위험은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위 공개매각 조건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이 이 사건에서 행위기초론의 적용을 부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대법원은 일반론으로는 사정 변경의 원칙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접 사정 변경의 원칙을 인정해 계약의 해제를 인정한 사례는 없다. 가령 지난해 대법원에서 9월 26일 선고된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은행과 기업이 맺은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에서 원·달러 환율이 계약 체결 후 급등해 기업이 많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해도, 이러한 환율의 변동은 ‘계약의 내용 그 자체에 해당한다’며 환율이 당사자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졌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것은 계약 자체의 내용에 어긋나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윤진수 교수는 ▲1955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민사판례연구회 회장 ▲한국민사법학회 수석부회장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장
  • “작년 세제개편 면세자 축소 효과 없어”

    정부가 전체 근로자 가운데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을 줄이겠다며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했지만 실제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지난해 세법개정안으로 연소득 6000만원부터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소득세제 개편과 계층별 소득세 부담률’ 논문에서 근로소득 세액공제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정부의 의도대로 면세자 비율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귀속소득 기준 근로소득자 1577만명 가운데 32.7%인 516만명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소득세제 개편안 발표 시 근로소득공제를 줄이면서 소득구간이 낮은 층도 세 부담을 늘리려는 지향점을 뒀는데 실제로는 세액공제가 크게 확대되는 바람에 오히려 아래층은 세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으로 소득공제가 크게 줄어 과세표준이 늘어난 만큼 산출세액이 늘고, 여기에서 계산되는 근로소득 세액공제 액수가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산출세액의 50만원까지 50%, 그 이상에 대해서는 30%를 적용했던 것을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66만원까지, 55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는 63만원까지로 바꿨다. 김 교수는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중산층에 대한 증세라고 비판받았던 정부가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당초 의도와 달리 소득 하위층의 세금 부담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내년 고소득자 세금공제 줄어든다

    올해 하반기에 장애인, 70세 이상 경로우대자 등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 인적공제 등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공제받는 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일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세입 기반을 늘리는 차원에서 지난해 했던 근로소득세제의 소득공제 조정 작업을 올해도 계속 이어 갈 것”이라며 “세액공제 전환 확대 계획을 오는 20일 신년 업무보고에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법개정에서 기재부는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보장성 보험료 등 8개 특별공제 항목과 다자녀, 6세 이하 자녀 양육비, 출산·입양 등 추가 인적공제 4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정부가 올해 세액공제로 바꾸려고 검토 중인 것은 장애인, 경로우대자, 부녀자, 한부모 등에 대한 추가 인적공제 항목이다. 현재 장애인은 1명당 200만원, 70세 이상 경로우대자는 100만원, 부녀자는 50만원, 한부모는 100만원을 공제받는다. 이를 다자녀 추가 공제처럼 1명당 15만~20만원씩 정액으로 세액공제하는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또 연 400만원을 소득공제하는 우리사주조합 출연금과 투자액의 10% 범위에서 종합소득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해 주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투자공제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장기주택저당 차입금 이자 상환액 등 주택자금 관련 5개 특별공제 항목 중 일부도 세액공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총급여에서 특정 항목에 쓴 돈을 비용으로 인정해 빼 주는 방식이다. 소득이 많은 근로자일수록 연말정산 환급 혜택이 많은 이유다. 반면 세액공제는 총급여를 그대로 소득으로 인정하고 산출된 세액의 일부를 돌려준다. 소득이 많을 경우 환급액이 소득공제보다 낮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액공제 전환 항목과 규모는 향후 세법개정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월급 600만원 이상 땐 새달부터 소득세 더 낸다

    월급 600만원 이상 땐 새달부터 소득세 더 낸다

    다음 달부터 월급을 600만원 넘게 받는 근로자들의 월급 봉투가 쪼그라든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연봉 7000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매달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세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세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로 세율, 과세대상, 감면기준 등 세부 사항을 규정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23일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24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입법예고를 하고, 부처 협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21일부터 시행된다. 이미 세법 개정안에서 일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고, 38%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대상이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확대되면서 고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늘게 됐다. 기재부는 월급여액, 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월급에서 떼는 소득세액을 정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간이세액표’를 개정했다. 새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식대, 숙직료, 여비, 벽지수당, 취재수당 등 비과세 소득을 뺀 월급여액이 60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월급을 600만원 받는 근로자는 매달 3만원씩, 연간 36만원의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월급이 700만원인 근로자는 가족 수에 따라 1인 가구는 3만원, 3인 가구 이상은 6만원씩 세부담이 는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급여액에 따라 1000만원인 근로자는 13만원, 1200만원은 13만원, 1500만원은 19만원, 2000만원은 39만원씩 매달 소득세를 더 떼인다. 새 간이세액표는 다음 달 21일부터 적용된다. 2월분 급여를 20일에 받는 근로자는 기존 세액표대로 소득세가 원천징수되고, 25일에 받는 근로자는 새 세액표를 적용받아 세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세금이 늘어난 만큼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년도 연말정산을 통해 더 많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원천징수에서 소득세를 적게 떼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더 낼 수 있고, 원천징수로 세금을 더 많이 내면 연말정산 환급금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세부담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세부담도 늘어난다. 그동안 비과세됐던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재외근무수당에도 2015년 1월부터 소득세가 과세된다. 다만 재외근무수당 중에서 생활비 보전액을 비롯해 자녀수당, 학비수당, 특수지근무수당 등 실비변상적 수당은 계속 비과세하기로 했다. 쌀 등 식량작물 이외에 채소 등을 재배해 연간 10억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민에게는 2015년부터 10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된다.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1가구 1주택자의 범위가 확대된다. 1개의 조합원입주권을 보유한 개인이 상속으로 1주택을 받은 후에 입주권으로 집을 샀다면 전환한 주택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8년 이상 농사를 지은 농지를 양도할 때는 양도세가 100% 감면되지만 올해 7월부터는 농업 소득 이외에 37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농지 소유주의 경우 사실상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인정돼 세금이 부과된다. 중소기업, 영세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늘어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과세요건을 완화해주고, 중소기업 간 매출이나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을 목적으로 국내에 제품을 판매한 간접수출액은 과세대상에서 아예 빼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15~29세 청년에만 적용됐던 소득세 감면 혜택이 60세 이상 노년층과 장애인에게도 적용된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앞으로는 자녀 외에 며느리, 사위에게 가업을 물려줘도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하우스 맥주를 파는 소규모 술집은 기존에는 맥주를 가게 안에서만 팔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외부 유통이 허용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경제 블로그] 소득항목 ‘종교인 소득’ 신설 가능할까

    [경제 블로그] 소득항목 ‘종교인 소득’ 신설 가능할까

    지난 1일 올해부터 적용되는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종교인 소득세 과세’ 방안은 또다시 계류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약 10년 전부터 줄기차게 추진해 왔지만 올해도 종교계의 반발에 막혔습니다. 당초 기재부는 목사, 승려, 신부 등 종교인이 매달 받는 수입에 대해 일반 직장인이 받는 월급과 같이 ‘근로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성직자들이 신성한 종교 활동을 수행하고 받는 대가를 직장인의 월급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종교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소득을 근로, 이자, 배당, 사업, 연금, 퇴직, 양도, 기타소득 등 8개로 구분합니다. 8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습니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을 비롯한 7개 소득 이외의 소득으로서 상금, 복권 당첨금, 원고료, 강연료(특강), 뇌물 등 주로 비정기적으로 생기는 소득입니다. 기재부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에 포함되는 ‘사례금’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또 일부 종교계에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에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종교인이 받는 수입을 복권 당첨금이나 뇌물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종교인들의 자존심을 구긴다는 이유입니다. 종교계의 반대가 계속되자 새누리당은 지난달 세법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8개 소득항목에 더해 ‘종교인 소득’을 추가로 신설하자는 방안을 제안했고, 현재 기재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해 여당과 기재부는 2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방침입니다. 다음 달 열릴 국회에서는 ‘세금에는 성역(聖域)이 없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바로 세워질지 관심이 갑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與, 박원순 ‘협동조합 프로젝트’ 견제 나서

    새누리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동조합 프로젝트’에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권이 협동조합을 통해 밑바닥 정치세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시장은 지난해 2월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확대하고 협동조합의 경제 규모를 지역총생산(GRDP)의 5% 규모인 14조 3700여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5일 “협동조합이 전국에 걸쳐 촘촘한 그물망처럼 번지면, 수십, 수백만명의 야권 지지 세력이 결집해 각종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이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당 차원에서 협동조합법 개정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창조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모델 정비를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협동조합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는 내용을 지방선거 공약에도 포함할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용태 의원도 “부당한 지원을 차단하는 내용의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박정희때 탄압받았던 교수,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박정희때 탄압받았던 교수,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김철수(81)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헌법학의 태두로 불리는 김 명예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고초를 당했던 인물로 딸인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에 향후 새로운 헌법 질서를 논의할 중요한 임무를 띠게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2일 의장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학자, 전직 정치인·관료, 법조인 등 13명으로 구성될 헌법자문위는 이번 달 중순 출범하며 강 의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까지 활동하면서 헌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강 의장은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은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게 옳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 논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채택된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가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독점 구조에 대한 비판론 속에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구조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1972년 서울대 법대 교수이던 시절 유신헌법을 찬양하는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혹독한 고초를 치른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5월 ‘명사가 걸어온 길’ 기획 시리즈를 통해 김 명예교수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2회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 김 명예교수가 밝힌 박정희 대통령 및 유신독재와의 인연에 관한 대목 가운데 발췌한 부분이다.    (전략) 하지만 캠퍼스의 소소한 낭만도, 학자 김철수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도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1972년 10월 박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선포한다. 박정희 정권은 김철수에게 유신헌법에 근거한 탄압에 앞서 유신헌법 제정 공신이 되기를 강요했다.  “정권이 유신헌법 만들려고 여러 가지 작업을 했어요. 몇몇 교수는 해외에 보내서 자료 수집을 담당하게 하고 나를 포함한 야당 성향 교수들도 법무부 자문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그걸 하라고 강요했죠. 나는 절대로 못한다고 했더니 정부 쪽에서는 쉽게 말해 까불지 말라는 식이었고 일부는 참여를 거부하면 항명죄라며 협박까지 했죠. 그게 다 나중에 유신헌법이 각계의 자문위원들이 참여해 만든 것이라는, 정당성 부여를 위한 계략이었던 거죠.”  김 교수는 갖은 협박성 설득에도 학자의 양심을 지켰다. 하지만 이어 유신헌법 홍보에 나서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말이 제안이지 명령과 강압이었다. 정권은 중정을 통해 김 교수가 방송과 라디오에서 유신헌법 홍보를 맡도록 압박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갔는데 식사 마치고 저를 TBC(동양방송) 앞에 내려주더군요. 방송에 출연하라는 뜻이었죠. 결국 정문으로 들어가 바로 후문으로 빠져나갔죠. 방송은 저 대신 다른 분이 출연했는데 중정에서는 방송 펑크 냈다고 난리가 났고, 그때 제대로 찍혀 저에 대한 탄압도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 교수는 한 언론사의 논설위원을 겸하고 있었다. 역시 유신헌법을 찬양하는 글을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김 교수는 학자의 양심에 반하는 글은 쓸 수 없었다. 결국 해당 언론사의 정치부장이 찬양 글을 대신 썼다. 이후 김 교수를 대신해 유신을 찬양했던 한 인사는 국회 배지를 달았고, 또 한 인사는 장관까지 올랐다.  반면 김 교수에게는 정권의 보복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저술 활동이 금지됐다. “청와대 쪽 사람들과 법학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저한테 ‘절대로 책 쓰지 말라. 책 쓰면 큰일 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이미 제3공화국에 관한 헌법책을 다 써놨고 유신헌법이 나오면서 유신헌법의 문제점까지 다 정리한 상태였거든요. 출간을 강행했죠. 그게 1973년 1월 10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출간 즉시 전량 몰수됐고 김 교수는 중정에 끌려갔다. 일주일간 회유와 압박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을 ‘독재적인 대통령’, 유신헌법을 ‘현대판 군주제’라고 비판한 대목에 대해서는 북한과 내통한 것 아니냐는 억지도 부렸다. 결국 김 교수는 정권이 문제 삼은 부분의 수정을 약속하고 풀려났다. 1년간 집필이 금지됐고, 연구비도 끊겼다. 김 교수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독일 등지의 방문 교수를 지원해 국외를 떠돌며 박정희의 시대가, 유신의 시대가 저물기만을 바랐다.  철권(鐵拳) 같았던 박정희의 시대가 저물고 1980년 ‘서울의 봄’이 찾아왔다. 유신헌법으로 유린된 헌법을 바로잡을 논의가 시작됐다. 이때 김 교수도 헌법 개정에 참여했다. 김 교수 등이 제안한 개정안은 최규하 당시 대통령도 만족했다. 그러나 곧 전두환이라는 걸림돌을 만나 헌법도 정치적 의도로 변질됐다. (후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출구전략에 시장 ‘출렁’ 증세논란에 민심 ‘요동’

    출구전략에 시장 ‘출렁’ 증세논란에 민심 ‘요동’

    경제에는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숫자와 특정 현상을 지칭하는 키워드가 일반인의 뇌리에 크게 각인되는 것도 그래서다. 올 한 해 내내 ‘출구전략’ 시행 여부에 따라 세계경제가 일희일비를 거듭하며 출렁거렸다. 국내에서는 증세(增稅) 논란, 동양그룹 사태, 공공기관 방만경영 등 이슈가 계속 불거졌다. 0%대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으로 나타나고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2.50%에서 동결하는 등 정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오르는 경기지표에 비해 가라앉아 있는 체감경기의 격차도 두드러졌다. 올 한 해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한 해였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인 ‘양적완화’에서 벗어나 ‘출구전략’을 실행할지 여부가 경제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지난 5월 22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뒤 신흥국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를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이들은 ‘5대 취약국’으로 명명됐다.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채권매입 축소(테이퍼링)를 내년 1월부터 단행하겠다고 발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5월 2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가치가 29.39% 떨어졌고 브라질 헤알화(-16.48%), 터키 리라화(-13.10%), 인도 루피화(-11.83%), 남아공 랜드화(-8.18%)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10월 말 현재 582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배 수준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은행 전망치인 62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1월 말 현재 외환 보유액은 3450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1%대 성장을 기록, 최소한 경제지표는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연준의 출구전략 언급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30일 연중 최고치인 2059.58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최장 매수 행진을 보인 덕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인 1051.0원까지 내려갔지만 미 연준의 출구전략 발표로 다시 오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져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4엔을 넘어선 상태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1006.28원까지 떨어지기도 해 우리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저성장·저금리 국면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 0.8%로 0%대로 내려앉은 뒤 10월 0.7%, 11월 0.9%를 각각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5월 0.25% 포인트 인하된 뒤 7개월째 2.50%가 지속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대로 낮아져 199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금리도 사상 최저로 낮아졌지만 9월 말 현재 99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가계부채는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살림살이는 팍팍한데 정부가 증세 기조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민심이 출렁거렸다. 지난 8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근로소득자에게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이 포함됐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 깃털 살짝 뽑기’라면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파문이 더 커졌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중산층 짜내기’, ‘사실상 증세’, ‘대선 공약 번복’ 등 역풍이 급속히 확산됐다. 결국 정부는 4일 만에 당초 안을 철회, 증세 기준을 5500만원으로 높였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국회가 이를 논의도 하기 전에 뒤집힌, 전례 없는 경우다. 중산층을 화나게 한 ‘불완전 판매’도 올해의 키워드에 오를 만하다. 동양그룹은 9월 말과 10월 초에 걸쳐 ㈜동양 등 5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법정관리 신청 전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된 계열사 기업어음(CP)에 개인투자자 4만여명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사의 CP가 개인 투자자에게 어떻게 팔렸고, 금융감독 당국은 왜 이를 막지 못했는지가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 정부의 개혁작업 본격화로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1명당 복리후생비가 저소득층의 한 해 연봉과 맞먹는 1488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파티는 끝났다”면서 방만경영 근절을 선언했다. 정부는 마사회 등 20개 공공기관을 방만경영 집중관리 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개 공공기관을 부채감축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격동의 2013년이 끝나 가는 즈음, 지구촌 정치판은 여전히 시끄럽다. ‘아랍의 봄’ 물결이 지구촌을 뒤흔든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태국과 우크라이나가 뜨거운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있다. 태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총리 잉락 친나왓 정부가 반대 세력의 거센 반정부운동에 직면해 있고,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외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거리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권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 내막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두 나라 사정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외견상으로는 두 나라 내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잉락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화합법안과 헌법개정안에 대한 야당과 반대세력들의 거부 움직임이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좌초되면서 현 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둘러싼 의견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근원은 늘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서 유래한다. 태국 정부의 국가화합법안은 2006년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해외로 도피한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태국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헌법개정안도 반대 세력에게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의 틀을 수정하여 왕실 모독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고, 군부의 면책특권을 제거하면서 정당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누그러뜨리려는 개헌 시도는 태국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0년 대선 당시 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야당지도자 율리아 티모셴코가 부패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2005년 이후 두 차례나 총리직을 맡았던 티모셴코는 문호개방을 통해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바람을 위해 유럽연합 가입을 적극 모색해 왔다. 이런 노력이 현 정부에 들어와 틀어지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망명 중인 탁신과 복역 중인 티모셴코의 그림자가 두 나라의 정치적 혼란의 핵심에 어른거리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 초년병으로서 두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 국가나 외부의 분위기 역시 이들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은 탁신정권 당시의 태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후 탁신 세력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잉락의 정치적 승리를 적극 환영했다. 미국으로서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는 데 있어 태국이라는 중요한 포스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주변 국가들 사이에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일찌감치 동방동반자계획을 통해 구공산권 국가들을 끌어안으려는 구상을 펼쳐 왔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주변 국가들을 포함하는 경제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러시아 다음으로 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박과 회유를 반복해 왔다. 단순한 경제통합의 이슈를 넘어 정치적·전략적 세력권 다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나라의 민주화나 경제발전 등 대내적인 문제가 자국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주위의 견제와 시비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만큼 역사의 경로 의존성과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은 작은 나라들이 극복해야 할 힘겨운 과제다. 태국과 우크라이나 두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회갈등 현상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만은 아닐 게다. 헌법과 의회라는 정치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민사회운동이 거리로 확산되는 지금, 태국과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우리 자신을 걱정한다면 과연 기우일까.
  • 여야, 합의문 아전인수식 해석… 충돌 불씨 여전

    여야, 합의문 아전인수식 해석… 충돌 불씨 여전

    여야 지도부가 어렵게 국회 일정 합의안을 마련해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충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비난을 의식한 지도부가 부랴부랴 절충점을 찾았음에도 벌써부터 합의문에 대한 해석 차가 생겨나 언제든 다시 여야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생관련 법안은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를 완료한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연내처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연내가 아니라 심도 있게 논의해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민생관련 법안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연계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연내에 ‘합의해 처리한다’고 했지만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은 창조경제를 위한 예산 삭감을, 새누리당은 정부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등 예산안에 대한 이견도 크다. 부자 감세 논란을 빚는 세법개정안 등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 차가 적지 않다.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이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빚어질 수 있다. 여기에 양당 강경파의 반발도 변수다. 여야는 4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4자회담’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의원총회는 30여명이 발언에 나서면서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초선인 김기식 의원은 의총에서 특검이 빠진 합의안에 반발하면서 “지도부가 내일부터라도 다시 협상에 나서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김한길 대표는 “특검·특위 동시 수용은 물러설 수 없는 일이지만 민생이 고단하다는 한숨 소리도 크게 들렸기에 우선 국회 정상화를 택했다”면서 “그러나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우리 당 의지엔 조금의 변화도 없다”면서 의원들을 달랬다. 지도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당 일부에서는 ‘이면합의’로 지도부가 특검을 포기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4자회담 사전협상에 참여했던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면합의는 절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합의사항을 추인했다. 하지만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은 “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가 중추 정보기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으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우리가 합의해 준 특위는 개혁 특위가 아니라 ‘국정원 무력화 특위’”라며 반발했다. 한편 국회는 안전행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를 열어 예산안과 부수 법안 심의를 재개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고 새해 예산안을 상정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국민 63% “피부미용시술 부가세 반대”

    국민 63% 이상이 ‘피부미용수술·시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10% 부과’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입안해 추진 중인 이 세법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양악수술과 지방흡입, 제모 등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시술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최근 입법예고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이와 관련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63.4%가 반대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인식조사는 한국갤럽이 22일 전국(제주 제외) 만 16~69세 남녀 503명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내년 1월부터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피부미용수술·시술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8.7%가 ‘몰랐다’고 답변했다. 또 관련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3.4%가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56.6%는 세법개정안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향후 병의원에서 피부미용수술·시술을 받을 의향이 있는 사람 중 73.5%는 세법개정안을 ‘반대’했으며, 65.0%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평가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그런가 하면 응답자 60%는 향후 세법개정안이 확정되면 수술·시술 의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국민들이 의료비 증가에 반발하는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가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인 미용·성형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등 의료체계가 왜곡되는 마당에 부가가치세 부과로 환자가 줄어 과잉경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의료 활성화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가세 부과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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