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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청소년을 法파라치로부터 지키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열린세상] 청소년을 法파라치로부터 지키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유니세프가 세계 29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새로운 유형의 스트레스가 등장한바 일부 로펌이 청소년들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처벌을 고지하는 내용 증명이나 이메일을 보내 겁을 주고 합의금을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7년 11월 15일에는 실제로 학업에 몰두해야 할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에서 소설을 내려받은 행위에 대한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고민하다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1957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권리침해 구제 방법과 관련해서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원칙이었으나 2006년 저작권법 개정에서 일부 저작권 침해행위가 비친고죄로 변경되면서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 즉 합의금을 노리는 자들의 형사고발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140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경우를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종래 저작권법이 친고죄를 원칙으로 했던 것은 저작권의 인격적 성격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침해행위는 개인적 또는 사적 이용을 위해 일회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작권이 산업화되고 침해행위도 반복적,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비친고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게 됐고, 2007년 4월에 타결된 ‘한·미 FTA 협정 제18.10조 제27항 바호’에서도 ‘고의에 의한 상업적 규모의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하여는 형사 처벌과 관련하여 당사국은 권리자 기타 관계자의 고소 또는 고발 없이도 직권으로 형사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40조를 친고죄로 개정하지 않는 한 본 조항은 우리의 청소년들을 포함해 수많은 저작권 이용자들을 법파라치들의 먹잇감이 되게 하는 민생 악법임을 직시해야 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 저작권법 위반 사건 접수는 2만 6440건으로 그중 학생에 대한 고소 건수도 1257건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 로펌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고용해 조금이라도 침해의 의심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한 뒤 정해진 가격에 합의를 요구하고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전과자로 만들겠다며 협박을 가해 폭리를 취해 왔다. 당시 알려진 합의금 가격표는 청소년 50만~80만원, 대학생 80만원, 성인 100만원 정도였다. 저작권법 제140조 비친고죄 조항은 저작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저작물 이용자들을 예비 범죄자로 규정할 소지가 있어 형벌권의 남용을 초래하고 있다. 법파라치들과 일부 로펌들이 저작권자로부터 제대로 위임도 받지 않고, 저작권 위반 사례를 마구 뒤져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 고발하겠다고 협박을 한 후 합의금을 받아 내는 장사를 해오고 있는 현실을 좌시해선 안 된다. 일반 범법 행위와 달리 저작권의 경우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는 손해배상만 받으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제3자의 고발권을 인정하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의의나 저작권의 인격권적 성격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자가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부와 수사기관이 일부 로펌과 저작권자들의 합의금 장사에 이용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피해가 매우 경미함에도 수많은 청소년을 예비 전과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범죄는 저작권 침해 금액이 180일 이내 2500달러, 경범죄는 1000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 檢 포스코 수사 5개월 만에 ‘빈손’ 마무리 수순

    5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으로 막다른 길을 만난 상황이다. 이번 수사의 ‘정점’인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직접조사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검찰로서는 출구전략마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올 3월 13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는 크게 네 갈래로 진행돼 왔다. 수사의 발단이 된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코스틸과의 거래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성진지오텍 고가 특혜 인수 의혹 ▲동양종합건설 공사 발주 특혜 의혹 등이다. 동양종건의 대주주인 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정 전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 회장은 ‘TK(대구·경북 지역) 숨은 실세’로 불리며 이명박(MB) 정권의 실세들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MB시절 ‘비정상화된 포스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동안의 (공사) 수주는 포스코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이뤄졌다. 내년이면 끝난다.”는 취지의 배 회장 발언(동양종건 내부 문건) 등이 검찰이 확보한 관련 정황증거 중 하나다. 배 회장에 대한 지난 22일 법원의 영장 기각이 정 전 부회장에 대한 두 차례 영장기각(5월 23일, 7월 27일) 이상으로 수사팀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실제로 검찰은 배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에 모두 7가지 죄명의 범죄혐의를 적으면서 신병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의 영장이 두 번 기각됐기 때문에 배 전 회장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발부 가능성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금까지의 의혹수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거래업체 코스틸이 지난 10년간의 가격조작으로 1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나 지난 2010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지분을 2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인 일 역시 정 전 회장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코그룹 관계자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 정 전 회장의 직접 연관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도 산업은행 전직 부행장은 지난달 17일 구속기소됐지만 포스코 쪽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이 때문에 동력을 회복할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기업활동 방해라는 여론도 강해 다음달 초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MB 측근인 정 전 회장을 보고 들어간 수사가 결국 빈손으로 끝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 전 회장을 딛고 정·관계로 이어지는 비자금 의혹의 핵심과제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줌 인 서울] ‘창신·숭인지구’ 1년 성과… 도시재생 급물살

    [줌 인 서울] ‘창신·숭인지구’ 1년 성과… 도시재생 급물살

    ‘박원순표 도시재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의 성패를 가를 ‘창신·숭인 지구’의 도시재생이 시행 1년 만에 상당한 윤곽을 드러냈다. 17일 종로구에 따르면 창신·숭인 도시재생 사업 총 19개 중 16개 사업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머지 3개는 내년에 추진한다. 창신·숭인 지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걸었던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점이다. 2013년 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서울에서 가장 먼저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사업은 크게 ▲주거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역사·문화 자원화 ▲주민역량 강화 등 4가지 분야로 나뉜다. 2017년까지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상권과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사업비는 이달 기준 총 727억 2100만원이 투입된다. 마중물 사업 12개에 국·시비가 각각 100억원 투입되고 나머지 7개 사업은 민간투자를 받아 실시한다. 사업 수가 총 9개로 가장 많은 주거환경 개선 분야가 특히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구에 따르면 ‘공동이용시설 조성’은 4개 동(洞)에 대한 토지매입 계약과 실시설계가 완료된 상태다. ‘낙후지역 도시경관 개선’은 숭인1동이 설계를 마쳤다. 노후화된 도로 정비와 범죄예방 디자인이 핵심이다. 범죄예방 사업에는 방범 폐쇄회로(CC)TV와 미러시트(반사필름) 설치, 보안등 교체 등이 포함된다. ‘희망의 집수리 사업’은 저소득층 가구 40채를 대상으로 민간 투자로 진행한다. 노후된 상하수도관 정비는 시와 구가 내년부터 추진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제외한 3개 분야의 공공작업장과 봉제박물관 부지 매입 등을 완료했고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이 진행 중이다. 19개 사업 중 2개 사업은 새로 추가됐다. 그중 하나는 ‘백남준 기념공간 조성’이다. 토지 계약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자투리땅 쉼터 조성’은 2016년 발주 예정이다. 새 사업이 추가돼 봉제박물관 건립과 마을탐방로 기반 조성 등에 투입되는 비용은 삭감된다. 구는 이런 내용으로 18일 오후 구민회관에서 전체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변동 사항과 앞으로의 일정을 알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오는 28일까지 동별 주민설명회도 이어 갈 예정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창신·숭인 지구가 서울의 첫 도시재생 사업지역으로 성공하기 위해 주민 참여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용어 클릭] ■미러시트 현관문 등의 뒤편을 볼 수 있게 부착하는 반사필름.
  • [광복 70년] 냉철하게 살펴본 동북아 군사력 -가공할 일본

    [광복 70년] 냉철하게 살펴본 동북아 군사력 -가공할 일본

    일본 제국주의의 군홧발 밑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빛을 되찾은 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1945년 광복의 기쁨도 잠시, 일제의 군홧발이 물러가고 곧이어 공산주의자들의 총칼이 우리 민족을 또 한 번 유린했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세계 10위권 선진국의 문턱까지 달려왔다. 5,000만이 넘는 인구와 3만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2위의 국방예산 규모와 63만 명에 달하는 상비병력 등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명실 공히 ‘선진국’이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65년간 전쟁이 없었고 눈부신 경제발전이 가져다 준 태평성대 속에서 국민들은 불과 100여 년 전 있었던 경술국치(庚戌國恥)의 치욕과 일제 치하 35년간의 고통을 잊어버린 듯하다. - 일본 연이은 군국주의 부활 선언 서양 격언에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말이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그렇다. 100년 전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대한제국이 열강의 총칼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것처럼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힘이 있을 때마다 주변국을 침략해왔던 국가였고, 이러한 침략행위가 사죄하고 반성해야 하는 범죄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국가였다. 일본 군국주의라을 붙잡아 놓고 있던 것은 미국과 평화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라는 맹수가 등장하자 미국은 일본을 붙잡고 있던 줄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고, 일본은 평화헌법이라는 족쇄를 아예 끊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패전 70주년과 관련해 3가지 의미심장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에 일본 해상자위대 가노야(鹿屋) 항공기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 공격으로 유명했던 제로센 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 복원 비행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선봉에 섰던 이 전투기는 우리나라에만 사과를 거부한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했으며, 일본 태평양 침략의 상징이자 일본 제국주의의 자존심과 같은 항공기이다. -인과관계 외면하고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만 8월 하순에는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의 코마키 미나미(小牧南工場) 항공기공장이 있는 나고야 공항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기술실증기 ATD-X(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or-X)의 첫 시험비행 일정이 계획되어 있으며, 8월 27일에는 요코하마에 있는 전범기업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石川島播磨重工業) 조선소에서 24DDH로 명명된 항공모함 진수식 일정도 잡혀있다. 일본은 앞서 건조한 항공모함 22DDH의 함명을 독도를 관할구역으로 삼는 행정구역의 옛 지명인 이즈모(いずも)로 삼아 논란을 일으켰는데, 24DDH의 유력한 함명으로 제국해군의 상징과도 같았던 야마토급 전함 3번함시나노(しなの)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함으로 건조된 시나노는 추후 항공모함으로 개조되었는데, 27일 공개되는 실제 함명이 시나노로 확정될 경우 해상자위대는 과거 제국해군으로의 회귀를 드러내놓고 선언한 격이 된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재래식 군사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재래식 군비 강화는 물론 핵무기 보유를 위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아베 신조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희생자 추모식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자신들의 태평양 침공과 전쟁범죄, 그리고 옥쇄 전략 때문이었다는 피폭에 앞선 인과관계는 철저히 외면하고 오로지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중했다. 그는 지난 19년간 역대 총리들이 매년 언급해왔던 비핵 3원칙(핵무기의 생산ㆍ보유ㆍ반입 금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추모식 하루 전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핵무기를 일본으로 들여올 수도 있다”고 발언한 내용과 맞물려 일본의 비핵 3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47톤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명분은 플루토늄 혼합산화물(MOX : Plutonium-uranium mixed oxide)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 방식의 신형 원자로 연료 확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보유한 전체 원전 48기 가운데 플루서멀 방식은 불과 4기에 불과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이 방식의 원자로는 추가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어 추가적인 플루토늄 소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밀어 붙이고 있다. 심지어 핵탄두 8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640kg 가량을 은닉해 보관하다가 IAEA에 적발되기도 했다. -다음 수순 '핵무장' 준비 착착 일본의 핵무장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족쇄는 핵확산방지조약(NPT :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하에 합법적으로 이 족쇄를 풀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해 놓고 있다. 일명 ‘센카쿠 트리거'(Senkaku trigger)와 ‘북한 트리거'(North Korea trigger)가 그것이다. 일본은 최근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 지역 분쟁에 대비해 오키나와 나하(なはし) 비행장에 전투기와 정찰기 전력을 2배 이상 증강 배치시켰으며, 이 일대를 초계하는 군함의 수도 대폭 늘리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군함이 일본 정찰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조성되기도 했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필요 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보이며 ‘북한 미사일 또는 미사일 파편의 일본 열도 추락 가능성‘을 들고 나와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것도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 도쿄 시내 한복판의 공원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극대화시켰다. 중국과 북한을 이용한 의도적 긴장 조성을 통해 일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NPT 탈퇴이다. NPT는 제10조에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당사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결정된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센카쿠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추진체가 일본 영토 또는 영해에 떨어지면 일본은 이를 일본에 대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므로, 일본은 이러한 비상사태를 이용해 NPT 탈퇴를 선언하고 즉각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이 확보되어 있으며,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구면 폭발 기술이나 중성자 제어에 관련한 제반 기술 여건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H-II/III는 물론 M-V 등 언제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대형 로켓도 구비되어 있다. 정부가 핵무장을 선언하면 한 달 이내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다는 것이다. -日 군국주의 칼날이 겨눈 대상은... 점차 봉인이 풀려가고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칼날이 겨누고 있는 것은 한반도다. 동북아시아 최약체인 대한민국은 부활한 일본 군국주의가 ‘복귀전’ 상대로 유린하기에 가장 만만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일본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도발 명분도 충분하다.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이 격화되고 한미 동맹이 약화되었을 때 미국만 용인해준다면 군사력 과시를 통한 대중국 경고 메시지 전달을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후 최초로 건조한 항공모함형 호위함인 휴우가(ひゅうが)를 독도를 관할하는 제3호위대군에 배속시키고 여기서 미 해병대의 MV-22B 수직이착륙 수송기를 이용한 강습상륙훈련도 실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제3호위대군이 보유하고 있는 7척의 구축함 가운데 6척을 최신형 중대형 구축함으로 교체했으며, 이 가운데는 1만톤급 이지스 구축함 아타고(あたご), 7,000톤급 ‘일본판 이지스함’ 후유즈키(ふゆづき)도 있다. 독도에서 불과 157km 떨어진 오키(隱岐) 제도의 도고(島後)섬에는 일본 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등급 공항인 오키 공항이 건설되어 있다. 오키 제도 180여개 섬 전체 주민은 1만 5000여 명, 이 제도를 왕래하는 인원은 연간 15만 명에 불과해 공항에 취항 중인 노선은 75인승 여객기 1대 뿐이지만,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노선을 유지시키고 지속적으로 비행장 확장 공사를 실시해 왔다. 취항 중인 노선이 없고, 인근 지역에 대한 대규모 관광산업 개발 계획도 없는 곳에 대형 활주로와 주기장을 정부 주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 비행장이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오키 비행장의 활주로와 주기장에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1개 비행단급 수준인 60대 이상의 전투기 전개가 가능하다. 평시 독도를 관할하는 우리 해군 제1함대는 압도적인 전력 열세 때문에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을 상대로 제대로 된 교전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군이 출격하더라도 독도 인근에 전진 기지를 마련해 놓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의 지원을 받으며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항공자위대를 제압하는 것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공격부대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세팅해 놓은 일본은 최근 한국해군의 증원 함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준비까지 마무리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최신형 12식 지대함 미사일 16기 전량을 규슈(九州) 지역의 구마모토(熊本)현 겐군(健軍) 기지의 제5지대함 미사일 연대에 모두 배치하고, 쓰시마섬 남단의 후쿠오카(ふくおかし) 공군기지에 공대함 미사일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F-2A/B 전투기로 무장한 제8전투비행단을 배치했다. 중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지만,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기지 위치를 고려할 때 이들이 노리는 곳은 '대한해협'이다. 유사시 부산과 진해,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에서 출동해 독도로 향할 우리 해군 증원함대를 대한해협에서 대량의 미사일로 수장시켜 버리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한창인 시기에 대외정책 기조가 중국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게 된다면 미국은 11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한반도를 포기했던 것처럼 대한민국과의 안보 협력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시퀘스터 여파에 따른 군비삭감 속에서 주한미군 전력은 지속적으로 감축시키고 있는 반면, 주일미군 전력은 점차 증강시켜 나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남들이 총칼을 갖추며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릴 때 공자 왈 맹자 왈만 외치며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를 지킬 힘은 기르지 않은 채 내부 정쟁에만 여념이 없었던 조선은 왕과 왕비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국권을 유린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당한 105년 전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주변국이 최신예 전투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든 항공모함을 건조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국방예산을 삭감해 지역구 챙기기 선심성 예산과 포퓰리즘적 복지놀음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국제앰네스티 “성매매 처벌 말자”… 전 세계서 비판 속출

    “여성이 자유롭게 성매매를 택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건 신화다. 포주와 성 매수자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계적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11일(현지시간) 성매매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들끓고 있다.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성 매수자와 알선업자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초래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은 “앰네스티가 (성매매에 관한) 여러 주장을 섞은 것이 우려스럽다”며 위와 같이 비난했다. 앰네스티는 이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70여개국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의원총회(ICM)를 열고 성매매를 처벌하지 말자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살릴 셰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오늘은 앰네스티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쉽게, 빨리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이를 위해 2년 동안 국제보건기구(WHO),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등의 기구와 상담, 연구를 거쳤다. 앰네스티가 성매매 비범죄화 결론에 이른 것은 성인끼리 합의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매춘업 종사자들이 경찰의 임의적인 체포, 구금 등 빈번한 인권탄압에 노출됐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셰티 사무총장은 표결 직후 “성 노동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 중 하나로 차별, 폭력, 학대를 지속적으로 겪어 왔다”며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뿐 아니라 미국 전직 대통령,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앰네스티의 결정에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앰네스티의 방침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 정부의 인권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표결을 하루 앞둔 10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 단체에 서한을 보내 성 매수자의 처벌을 주장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호소했다.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CATW)도 같은 날 공개서한을 띄워 ‘명성에 먹칠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서한에 메릴 스트리프, 케이트 윈즐릿, 에마 톰슨 등 유명 여배우를 포함해 여성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8500명이 서명했다. 반대론자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가난, 폭력, 강압에 의해 매춘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무시하고 포주 등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성매매 합법화로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여성 인신매매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단체인 매춘폐지연합은 “앰네스티가 여성을 성적 학대에서 보호하는 대신 포주와 성 매수자 처벌 면제를 택했다”며 앰네스티와의 협력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AFP는 올해로 설립 54년을 맞은 앰네스티가 이번 결정으로 신뢰 추락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캐서린 머피 앰네스티 정책고문은 “많은 오해가 있다”면서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광복 70주년, 한반도가 다시 위험하다](上) - 일본 군국주의 부활, 손놓은 한국

    [광복 70주년, 한반도가 다시 위험하다](上) - 일본 군국주의 부활, 손놓은 한국

    일본 제국주의의 군홧발 밑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빛을 되찾은 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1945년 광복의 기쁨도 잠시, 일제의 군홧발이 물러가고 곧이어 공산주의자들의 총칼이 우리 민족을 또 한 번 유린했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세계 10위권 선진국의 문턱까지 달려왔다. 5,000만이 넘는 인구와 3만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2위의 국방예산 규모와 63만 명에 달하는 상비병력 등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명실 공히 ‘선진국’이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65년간 전쟁이 없었고 눈부신 경제발전이 가져다 준 태평성대 속에서 국민들은 불과 100여 년 전 있었던 경술국치(庚戌國恥)의 치욕과 일제 치하 35년간의 고통을 잊어버린 듯하다. - 일본 연이은 군국주의 부활 선언 서양 격언에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말이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그렇다. 100년 전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대한제국이 열강의 총칼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것처럼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힘이 있을 때마다 주변국을 침략해왔던 국가였고, 이러한 침략행위가 사죄하고 반성해야 하는 범죄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국가였다. 일본 군국주의라을 붙잡아 놓고 있던 것은 미국과 평화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라는 맹수가 등장하자 미국은 일본을 붙잡고 있던 줄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고, 일본은 평화헌법이라는 족쇄를 아예 끊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패전 70주년인 8월 15일을 전후해 3가지 의미심장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8월 셋째 주에 일본 해상자위대 가노야(鹿屋) 항공기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 공격으로 유명했던 제로센 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 복원 비행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선봉에 섰던 이 전투기는 우리나라에만 사과를 거부한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했으며, 일본 태평양 침략의 상징이자 일본 제국주의의 자존심과 같은 항공기이다. -인과관계 외면하고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만 8월 하순에는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의 코마키 미나미(小牧南工場) 항공기공장이 있는 나고야 공항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기술실증기 ATD-X(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or-X)의 첫 시험비행 일정이 계획되어 있으며, 8월 27일에는 요코하마에 있는 전범기업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石川島播磨重工業) 조선소에서 24DDH로 명명된 항공모함 진수식 일정도 잡혀있다. 일본은 앞서 건조한 항공모함 22DDH의 함명을 독도를 관할구역으로 삼는 행정구역의 옛 지명인 이즈모(いずも)로 삼아 논란을 일으켰는데, 24DDH의 유력한 함명으로 제국해군의 상징과도 같았던 야마토급 전함 3번함시나노(しなの)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함으로 건조된 시나노는 추후 항공모함으로 개조되었는데, 27일 공개되는 실제 함명이 시나노로 확정될 경우 해상자위대는 과거 제국해군으로의 회귀를 드러내놓고 선언한 격이 된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재래식 군사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재래식 군비 강화는 물론 핵무기 보유를 위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아베 신조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희생자 추모식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자신들의 태평양 침공과 전쟁범죄, 그리고 옥쇄 전략 때문이었다는 피폭에 앞선 인과관계는 철저히 외면하고 오로지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중했다. 그는 지난 19년간 역대 총리들이 매년 언급해왔던 비핵 3원칙(핵무기의 생산ㆍ보유ㆍ반입 금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추모식 하루 전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핵무기를 일본으로 들여올 수도 있다”고 발언한 내용과 맞물려 일본의 비핵 3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47톤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명분은 플루토늄 혼합산화물(MOX : Plutonium-uranium mixed oxide)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 방식의 신형 원자로 연료 확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보유한 전체 원전 48기 가운데 플루서멀 방식은 불과 4기에 불과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이 방식의 원자로는 추가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어 추가적인 플루토늄 소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밀어 붙이고 있다. 심지어 핵탄두 8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640kg 가량을 은닉해 보관하다가 IAEA에 적발되기도 했다. -다음 수순 '핵무장' 준비 착착 일본의 핵무장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족쇄는 핵확산방지조약(NPT :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하에 합법적으로 이 족쇄를 풀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해 놓고 있다. 일명 ‘센카쿠 트리거'(Senkaku trigger)와 ‘북한 트리거'(North Korea trigger)가 그것이다. 일본은 최근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 지역 분쟁에 대비해 오키나와 나하(なはし) 비행장에 전투기와 정찰기 전력을 2배 이상 증강 배치시켰으며, 이 일대를 초계하는 군함의 수도 대폭 늘리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군함이 일본 정찰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조성되기도 했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필요 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보이며 ‘북한 미사일 또는 미사일 파편의 일본 열도 추락 가능성‘을 들고 나와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것도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 도쿄 시내 한복판의 공원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극대화시켰다. 중국과 북한을 이용한 의도적 긴장 조성을 통해 일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NPT 탈퇴이다. NPT는 제10조에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당사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결정된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센카쿠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추진체가 일본 영토 또는 영해에 떨어지면 일본은 이를 일본에 대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므로, 일본은 이러한 비상사태를 이용해 NPT 탈퇴를 선언하고 즉각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이 확보되어 있으며,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구면 폭발 기술이나 중성자 제어에 관련한 제반 기술 여건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H-II/III는 물론 M-V 등 언제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대형 로켓도 구비되어 있다. 정부가 핵무장을 선언하면 한 달 이내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다는 것이다. -日 군국주의 칼날이 겨눈 대상은... 점차 봉인이 풀려가고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칼날이 겨누고 있는 것은 한반도다. 동북아시아 최약체인 대한민국은 부활한 일본 군국주의가 ‘복귀전’ 상대로 유린하기에 가장 만만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일본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도발 명분도 충분하다.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이 격화되고 한미 동맹이 약화되었을 때 미국만 용인해준다면 군사력 과시를 통한 대중국 경고 메시지 전달을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후 최초로 건조한 항공모함형 호위함인 휴우가(ひゅうが)를 독도를 관할하는 제3호위대군에 배속시키고 여기서 미 해병대의 MV-22B 수직이착륙 수송기를 이용한 강습상륙훈련도 실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제3호위대군이 보유하고 있는 7척의 구축함 가운데 6척을 최신형 중대형 구축함으로 교체했으며, 이 가운데는 1만톤급 이지스 구축함 아타고(あたご), 7,000톤급 ‘일본판 이지스함’ 후유즈키(ふゆづき)도 있다. 독도에서 불과 157km 떨어진 오키(隱岐) 제도의 도고(島後)섬에는 일본 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등급 공항인 오키 공항이 건설되어 있다. 오키 제도 180여개 섬 전체 주민은 1만 5000여 명, 이 제도를 왕래하는 인원은 연간 15만 명에 불과해 공항에 취항 중인 노선은 75인승 여객기 1대 뿐이지만,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노선을 유지시키고 지속적으로 비행장 확장 공사를 실시해 왔다. 취항 중인 노선이 없고, 인근 지역에 대한 대규모 관광산업 개발 계획도 없는 곳에 대형 활주로와 주기장을 정부 주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 비행장이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오키 비행장의 활주로와 주기장에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1개 비행단급 수준인 60대 이상의 전투기 전개가 가능하다. 평시 독도를 관할하는 우리 해군 제1함대는 압도적인 전력 열세 때문에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을 상대로 제대로 된 교전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군이 출격하더라도 독도 인근에 전진 기지를 마련해 놓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의 지원을 받으며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항공자위대를 제압하는 것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공격부대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세팅해 놓은 일본은 최근 한국해군의 증원 함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준비까지 마무리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최신형 12식 지대함 미사일 16기 전량을 규슈(九州) 지역의 구마모토(熊本)현 겐군(健軍) 기지의 제5지대함 미사일 연대에 모두 배치하고, 쓰시마섬 남단의 후쿠오카(ふくおかし) 공군기지에 공대함 미사일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F-2A/B 전투기로 무장한 제8전투비행단을 배치했다. 중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지만,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기지 위치를 고려할 때 이들이 노리는 곳은 '대한해협'이다. 유사시 부산과 진해,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에서 출동해 독도로 향할 우리 해군 증원함대를 대한해협에서 대량의 미사일로 수장시켜 버리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한창인 시기에 대외정책 기조가 중국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게 된다면 미국은 11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한반도를 포기했던 것처럼 대한민국과의 안보 협력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시퀘스터 여파에 따른 군비삭감 속에서 주한미군 전력은 지속적으로 감축시키고 있는 반면, 주일미군 전력은 점차 증강시켜 나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남들이 총칼을 갖추며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릴 때 공자 왈 맹자 왈만 외치며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를 지킬 힘은 기르지 않은 채 내부 정쟁에만 여념이 없었던 조선은 왕과 왕비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국권을 유린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당한 105년 전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주변국이 최신예 전투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든 항공모함을 건조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국방예산을 삭감해 지역구 챙기기 선심성 예산과 포퓰리즘적 복지놀음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편에 계속>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광복 70주년 ‘제2의 경술국치 없다’ 장담할 수 있나 (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광복 70주년 ‘제2의 경술국치 없다’ 장담할 수 있나 (上)

    - 일본 연이은 군국주의 부활 선언 일본 제국주의의 군홧발 밑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빛을 되찾은 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1945년 광복의 기쁨도 잠시, 일제의 군홧발이 물러가고 곧이어 공산주의자들의 총칼이 우리 민족을 또 한 번 유린했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세계 10위권 선진국의 문턱까지 달려왔다. 5,000만이 넘는 인구와 3만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2위의 국방예산 규모와 63만 명에 달하는 상비병력 등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명실 공히 ‘선진국’이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65년간 전쟁이 없었고 눈부신 경제발전이 가져다 준 태평성대 속에서 국민들은 불과 100여 년 전 있었던 경술국치(庚戌國恥)의 치욕과 일제 치하 35년간의 고통을 잊어버린 듯하다. 서양 격언에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말이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그렇다. 100년 전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대한제국이 열강의 총칼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것처럼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힘이 있을 때마다 주변국을 침략해왔던 국가였고, 이러한 침략행위가 사죄하고 반성해야 하는 범죄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국가였다. 일본 군국주의라을 붙잡아 놓고 있던 것은 미국과 평화헌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라는 맹수가 등장하자 미국은 일본을 붙잡고 있던 줄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고, 일본은 평화헌법이라는 족쇄를 아예 끊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패전 70주년인 8월 15일을 전후해 3가지 의미심장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8월 셋째 주에 일본 해상자위대 가노야(鹿屋) 항공기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神風) 공격으로 유명했던 제로센 전투기(零式艦上戰鬪機) 복원 비행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선봉에 섰던 이 전투기는 우리나라에만 사과를 거부한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했으며, 일본 태평양 침략의 상징이자 일본 제국주의의 자존심과 같은 항공기이다. -인과관계 외면하고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만 8월 하순에는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의 코마키 미나미(小牧南工場) 항공기공장이 있는 나고야 공항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기술실증기 ATD-X(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or-X)의 첫 시험비행 일정이 계획되어 있으며, 8월 27일에는 요코하마에 있는 전범기업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石川島播磨重工業) 조선소에서 24DDH로 명명된 항공모함 진수식 일정도 잡혀있다. 일본은 앞서 건조한 항공모함 22DDH의 함명을 독도를 관할구역으로 삼는 행정구역의 옛 지명인 이즈모(いずも)로 삼아 논란을 일으켰는데, 24DDH의 유력한 함명으로 제국해군의 상징과도 같았던 야마토급 전함 3번함시나노(しなの)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함으로 건조된 시나노는 추후 항공모함으로 개조되었는데, 27일 공개되는 실제 함명이 시나노로 확정될 경우 해상자위대는 과거 제국해군으로의 회귀를 드러내놓고 선언한 격이 된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재래식 군사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재래식 군비 강화는 물론 핵무기 보유를 위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아베 신조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희생자 추모식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자신들의 태평양 침공과 전쟁범죄, 그리고 옥쇄 전략 때문이었다는 피폭에 앞선 인과관계는 철저히 외면하고 오로지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중했다. 그는 지난 19년간 역대 총리들이 매년 언급해왔던 비핵 3원칙(핵무기의 생산ㆍ보유ㆍ반입 금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추모식 하루 전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핵무기를 일본으로 들여올 수도 있다”고 발언한 내용과 맞물려 일본의 비핵 3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47톤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명분은 플루토늄 혼합산화물(MOX : Plutonium-uranium mixed oxide)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 방식의 신형 원자로 연료 확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보유한 전체 원전 48기 가운데 플루서멀 방식은 불과 4기에 불과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이 방식의 원자로는 추가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어 추가적인 플루토늄 소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밀어 붙이고 있다. 심지어 핵탄두 8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640kg 가량을 은닉해 보관하다가 IAEA에 적발되기도 했다. -다음 수순 '핵무장' 준비 착착 일본의 핵무장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족쇄는 핵확산방지조약(NPT :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하에 합법적으로 이 족쇄를 풀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해 놓고 있다. 일명 ‘센카쿠 트리거'(Senkaku trigger)와 ‘북한 트리거'(North Korea trigger)가 그것이다. 일본은 최근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 지역 분쟁에 대비해 오키나와 나하(なはし) 비행장에 전투기와 정찰기 전력을 2배 이상 증강 배치시켰으며, 이 일대를 초계하는 군함의 수도 대폭 늘리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군함이 일본 정찰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조성되기도 했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필요 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보이며 ‘북한 미사일 또는 미사일 파편의 일본 열도 추락 가능성‘을 들고 나와 안보 불안을 조성하는 것도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 도쿄 시내 한복판의 공원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극대화시켰다. 중국과 북한을 이용한 의도적 긴장 조성을 통해 일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NPT 탈퇴이다. NPT는 제10조에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당사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결정된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센카쿠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추진체가 일본 영토 또는 영해에 떨어지면 일본은 이를 일본에 대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므로, 일본은 이러한 비상사태를 이용해 NPT 탈퇴를 선언하고 즉각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핵무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이 확보되어 있으며,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구면 폭발 기술이나 중성자 제어에 관련한 제반 기술 여건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H-II/III는 물론 M-V 등 언제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대형 로켓도 구비되어 있다. 정부가 핵무장을 선언하면 한 달 이내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이 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다는 것이다. -日 군국주의 칼날이 겨눈 대상은... 점차 봉인이 풀려가고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칼날이 겨누고 있는 것은 한반도다. 동북아시아 최약체인 대한민국은 부활한 일본 군국주의가 ‘복귀전’ 상대로 유린하기에 가장 만만한 국가 중 하나이며, 일본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도발 명분도 충분하다.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이 격화되고 한미 동맹이 약화되었을 때 미국만 용인해준다면 군사력 과시를 통한 대중국 경고 메시지 전달을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후 최초로 건조한 항공모함형 호위함인 휴우가(ひゅうが)를 독도를 관할하는 제3호위대군에 배속시키고 여기서 미 해병대의 MV-22B 수직이착륙 수송기를 이용한 강습상륙훈련도 실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제3호위대군이 보유하고 있는 7척의 구축함 가운데 6척을 최신형 중대형 구축함으로 교체했으며, 이 가운데는 1만톤급 이지스 구축함 아타고(あたご), 7,000톤급 ‘일본판 이지스함’ 후유즈키(ふゆづき)도 있다. 독도에서 불과 157km 떨어진 오키(隱岐) 제도의 도고(島後)섬에는 일본 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등급 공항인 오키 공항이 건설되어 있다. 오키 제도 180여개 섬 전체 주민은 1만 5000여 명, 이 제도를 왕래하는 인원은 연간 15만 명에 불과해 공항에 취항 중인 노선은 75인승 여객기 1대 뿐이지만,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노선을 유지시키고 지속적으로 비행장 확장 공사를 실시해 왔다. 취항 중인 노선이 없고, 인근 지역에 대한 대규모 관광산업 개발 계획도 없는 곳에 대형 활주로와 주기장을 정부 주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 비행장이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오키 비행장의 활주로와 주기장에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투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1개 비행단급 수준인 60대 이상의 전투기 전개가 가능하다. 평시 독도를 관할하는 우리 해군 제1함대는 압도적인 전력 열세 때문에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을 상대로 제대로 된 교전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군이 출격하더라도 독도 인근에 전진 기지를 마련해 놓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전자전기의 지원을 받으며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항공자위대를 제압하는 것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공격부대의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세팅해 놓은 일본은 최근 한국해군의 증원 함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준비까지 마무리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최신형 12식 지대함 미사일 16기 전량을 규슈(九州) 지역의 구마모토(熊本)현 겐군(健軍) 기지의 제5지대함 미사일 연대에 모두 배치하고, 쓰시마섬 남단의 후쿠오카(ふくおかし) 공군기지에 공대함 미사일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F-2A/B 전투기로 무장한 제8전투비행단을 배치했다. 중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지만,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기지 위치를 고려할 때 이들이 노리는 곳은 '대한해협'이다. 유사시 부산과 진해,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에서 출동해 독도로 향할 우리 해군 증원함대를 대한해협에서 대량의 미사일로 수장시켜 버리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한창인 시기에 대외정책 기조가 중국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게 된다면 미국은 11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한반도를 포기했던 것처럼 대한민국과의 안보 협력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시퀘스터 여파에 따른 군비삭감 속에서 주한미군 전력은 지속적으로 감축시키고 있는 반면, 주일미군 전력은 점차 증강시켜 나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남들이 총칼을 갖추며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릴 때 공자 왈 맹자 왈만 외치며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를 지킬 힘은 기르지 않은 채 내부 정쟁에만 여념이 없었던 조선은 왕과 왕비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국권을 유린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당한 105년 전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주변국이 최신예 전투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든 항공모함을 건조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국방예산을 삭감해 지역구 챙기기 선심성 예산과 포퓰리즘적 복지놀음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편에 계속>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일자리’가 없어지면 인간은 어떻게 되나?

    ‘일자리’가 없어지면 인간은 어떻게 되나?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인간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지역이 있다. 미국 시사 잡지 ‘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한때 철강 도시로 번성했지만 이제는 유령 도시로 변해버린 미국 오하이오주(州)의 ‘영스타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사라진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0세기 대부분 기간에 영스타운에 있는 제철소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영스타운은 다른 미국 도시들보다 높은 평균 소득과 주택보유율을 자랑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적 모델로 많은 사람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철강 제조 시설이 점차 해외로 이동함에 따라 영스타운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몰렸고 1977년 9월에는 미국을 대표하던 철강업체인 영스타운 시트앤튜브가 공장 중단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불과 5년 만에 도시에 사는 노동자 5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영스타운은 경제적 혼란에 대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붕괴에도 대응할 수 없었다. 불경기로 도시에서는 학대와 자살이 만연했고 정신건강센터의 담당건수는 10년간 3배나 증가했다. 범죄의 증가로 1990년대 중반까지 4개의 감옥이 새로 생겼다. 노동 연구자인 존 루소 영스타운주립대 교수는 “영스타운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없어지면 그 지역의 문화적 관계가 파괴된다는 점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사례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리고 이런 문화적인 붕괴는 경제적인 붕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 데이터를 관찰하면 주기적인 경기 회복 사이클에 의해 숨겨진 위험한 조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아마존의 드론 배달과 같은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빼앗는’ 징조로 보는 경제학자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인 발전으로 기계에 일을 빼앗겨버린 미래’를 구상하는 것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30년 전후 일어난 세계 대공황 시대에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2030년까지 기술진보로 1주 근로 시간은 15시간까지 줄어 풍부한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팔로알토의 시장으로부터 “산업 기술의 진보로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이 우리의 문명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의 보급으로 실업의 공포를 안고 수공업자와 노동자들이 일으킨 ‘러다이트 운동’도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미래’를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한 운동으로 잘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생산성 향상과 고용 감소의 원인은 기술의 진보”라고 단언하며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의 기술과 조직이 따라 지 못하므로 사람들이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컴퓨터가 계속해서 발전하면 컴퓨팅 단가도 내려가고 생활필수품과 사치품의 가격도 하락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소 교수의 말처럼 “일이 사라지면 문화적인 붕괴를 초래한다”가 사실이라면, 기계의 발전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의 사회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브린욜프슨 교수의 견해에 정면으로 맞서 “거시적으로 보면 기술은 결코 고용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이 점은 변함없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데이비드 앳킨슨과 같은 인물도 있다. 사진=더 애틀랜틱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노년층 ‘욱 범죄’ 심상찮다

    #1.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주인 강모(74·여)씨는 불이 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강씨 뒷머리와 얼굴에서 둔기로 맞은 흔적과 멍 자국이 발견됐다. 범인은 강씨와 친하게 지내던 세입자 박모(75)씨였다. 박씨는 “평소 강씨가 나를 무시했고 사건 당일에도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2. 올해 2월 경기 화성. 70대 남성이 엽총으로 80대 친형 부부를 총으로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도 노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피의자는 종종 형을 찾아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노인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생계형 절도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살인, 강간, 방화, 강도 등 강력 범죄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에서 할머니 2명이 숨진 이른바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도 80대 여성이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전체에서 3.3%에 불과했던 노인 범죄율(60대 이상)은 2013년 7%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사회 구조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노인 인구가 자체가 늘었다는 게 1차적 분석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강력 범죄마저 덩달아 늘었다는 점이다. 4대 범죄(강도·살인·강간·방화)의 경우 2009년 837명에서 2013년 1699명으로 200% 이상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의 강력 범죄들 중 계획적 범행도 있지만 대부분 쌓이고 쌓인 분노가 우발적으로 터지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식 호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산업화를 일군 노인 세대는 자신이 부모에게 한 만큼 자식세대에게 기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었다”며 “가족, 사회로부터 소외받는데다 돈까지 없으니 자포자기 상태가 되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소외, 은퇴 후 박탈감 등을 노인 범죄 배후에 도사린 정서로 꼽았다. 특히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8.0%로 전체 연령의 빈곤율(13.7%)보다 3.5배나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6%의 4배 수준이다. 강덕지 전 국과수 범죄심리과장은 “죄명은 전부 달라도 범죄 요인은 대부분 밥 먹고 사는 문제와 성적 욕구로 귀결된다”며 “특히 노인범죄는 더 단순한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우발적으로 일으키는 경향이 짙어진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피해자가 되거나 같은 가족 내 가해자가 되는 존속폭행과 살인 등도 경제적 문제가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곽대훈 충남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받지 않는 이상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갈등이 커지면 존속 폭행이나 친족 살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노인 일자리 창출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들 대부분이 대단히 저임금 노동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빈곤이 오히려 박탈감을 불러와 범죄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노인들이 전문성을 살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우리 사회에 생산적인 동력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커버스토리] 형님 대신 회장님… 명함 파는 조폭들

    [커버스토리] 형님 대신 회장님… 명함 파는 조폭들

    깍두기 머리에 검은 정장. 금목걸이를 목에 건 조직폭력배 수십명이 유흥가를 무대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버젓한 회사 명함을 갖고 다니며, ‘형님’ 호칭은 “부장님”, “이사님”, “회장님” 등 평범한 직함으로 바꿔 부른다. 그렇다고 조폭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적으로 216개 폭력조직 계파 소속 5300여명이 활동한다. 서울 진출 3대 호남 패밀리라 불리는 서방파·양은이파·OB파도 건재하고, 대구 동성로파, 부산 칠성파 등 토호 조직도 세는 여전하다. 대한민국 조폭은 합법적으로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탈세, 횡령·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는 쪽으로 선회했다. 기업 인수합병(M&A) 등 수백억~수천억원대 대형 금융 범죄도 이들의 사냥감이다. 불법에서 합법으로 활동을 전환했지만 그 피해는 소액투자자와 경쟁업체 등으로 이전보다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지난 4월 구속기소된 범서방파 두목급 김모(45)씨. 그는 기업 인수합병 전문브로커 최모씨 등과 협력해 2012년 11월 위조지폐감별기 제조사 S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회사 돈 200억여원을 빼돌려 빚을 갚는 데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3년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양아들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알짜배기 코스닥 상장사였던 S사는 이듬해 상장폐지됐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빌린 돈으로 지분을 인수해 바지사장으로 경영진을 바꾸고, 양도성예금증서(CD) 등 회사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고서 몰래 지분을 매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알빼먹기’라는 방식으로 조폭들이 기업을 인수해 망가뜨리는 것은 이 바닥에서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 나이트파 출신인 김모(47)씨는 2010년 290억여원으로 유명 속옷 브랜드 ㈜쌍방울을 인수해 회장직에 올랐다. 역시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5월 300억원대 불법 사채업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쌍방울 회장’이라는 명함을 내밀며 외친 말이 바로 “나는 조폭이 아니라 사업가”라는 항변이었다. 최근 탈퇴 조직원을 청부살해하려 해 구속기소된 봉천동식구파 두목 양모(48)씨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주유소 26곳을 운영하는 업주로 밝혀졌다. ‘주유소 재벌’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조폭이 진출한 사업 분야는 규모도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검찰이 지난해 조폭 운영 업소 383곳을 분석한 결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나 식당이 61.4%(235개)로 여전히 많았지만 건설 및 제조업14.4%(55개), 유통업 8.9%(34개), 프랜차이즈업 2.6%(10개), 주유소 1.3%(5개) 등으로 세분화됐다. 2013년 1월 서울 현대아산병원.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씨의 빈소에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성 10여명이 2열로 서 조문객을 맞았다. 범서방파뿐 아니라 칠성파와 양은이파 등 30여개 계파 수백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조폭들이 공개적으로 경조사에 참여하는 일은 과거에는 단속 대상이었지만 2009년 9월 이후에는 활발해졌다. 대법원이 단순 경조사 참여 등은 조폭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 간 집단 난투극인 이른바 ‘전쟁’이나 칼부림은 크게 줄었고, 오히려 다른 계파 경조사에 조직원 수십여명을 이끌고 참석해 행사장 주변에 도열시키면서 세를 과시한다”고 말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조직 간 평화 협정을 맺는 일도 있다. 최근에 조폭들의 새로운 사업으로 뜬 해외 원정 도박 사업의 경우엔 서로 지역을 처음부터 나눠 충돌 자체를 차단한다. 범서방파는 마카오, 파라다이스파는 필리핀, 영산포파는 캄보디아를 맡는 식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상대 조직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 ‘역시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 지난해 11월 전주 월드컵파 조직원들이 오거리파 조직원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2013년 2월 국제PJ파 부두목 조모(54)씨가 범서방파 두목급 나모(48)씨를 납치·폭행한 사건 모두 이권 다툼이 전쟁으로 번진 결과다. 조씨가 나씨 사업에 투자한 수억원을 날릴 처지가 되자 전쟁을 벌인 일이었다. 해외 연계 ‘주먹들’… 日 야쿠자 간부 필로폰 10㎏ 들고 서울 활보하기도 검찰은 최근 일본 야쿠자와 미국 마피아 등 해외 폭력조직과 연계한 국내 조폭의 마약거래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최근 한국에 들어와 필로폰 10㎏을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구속한 일본 야쿠자 간부급 조직원 A씨(34)와 국내 조폭과의 연계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33만명 투약이 가능한 분량인 10㎏은 지난해 수사당국이 압수한 필로폰 총량(47㎏)의 21%에 이르는 양이다. 검찰은 A씨가 이 정도 필로폰을 들고 서울을 활보한 대담성에 비춰 야쿠자들이 이전에도 한국에서 필로폰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에만 전북지역 정읍식구파, 아파치파, 충북의 조가파, 파라다이스파, 전남 사거리파 등 많은 조직이 마약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요즘 트렌드는 조직원이 수백 명이라도 활동은 소규모 그룹 단위로 쪼개는 식이 대세다. 일부 불법 행위가 적발돼도 조직 전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능화된 셈이다. 부산 칠성파의 경우, 칠성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온천장 칠성’, ‘서동 칠성’, ‘기장 칠성’, ‘서면 칠성’ 등의 분파로 활동한다. 실제 지난해 범죄 행위에 가담한 조폭 수를 분석해 보면 사건당 20명 이하인 경우가 71%로 나타났다. 반면 40명 이상 대규모 사건은 5%에 그쳤다. 국내 조폭의 활동 양상이 달라진 계기로는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가 손꼽힌다. 원래 국내 조폭은 정치권과 유착된 ‘정치 깡패’가 출발점이다. 1957년 자유당 사주를 받은 동대문파 행동대장 유지광 등이 서울 장충단공원에서 야당이 주최한 시국 강연회장에 난입해 참가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에 향락 문화 확산과 부동산 투기 열풍을 등에 업고 폭력조직들이 크게 성장한다. 호남 3대 패밀리도 이때 등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맨주먹으로 싸우던 조폭들은 회칼 등을 쥐게 됐고, 경쟁 조직과 ‘전쟁’을 벌이는 경우도 잦아 사회 혼란을 일으켰다. 1975년 오종철파 행동대장이었던 조양은(64)씨가 서울을 장악하던 신상사파의 명동 사보이호텔 신년회에 난입한 ‘사보이호텔 사건’이나 1986년 서울 역삼동 서진룸살롱에서 진석이파 조직원들이 맘보파의 출소 축하연에 난입해 4명을 살해한 ‘서진룸살롱 사건’등 굵직굵직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전국 175개 조직 2만 4000여명이 구속된 뒤 변화가 뚜렷해졌다. 여러 조직이 재건되는 과정에서 합법 위장 기업형 조직이 등장하는 등 음성화·지능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덩달아 검·경 수사 방식도 기업 수사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의 탈세, 횡령·배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조폭 수사에도 특수·금융 수사 기법이 도입됐다”며 “이제는 범죄 수익금 환수 등 불법 행위의 ‘밑천 제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경남 어민 “현실적 조업 경계구역 설정을” 해상 시위

    경남 어민 “현실적 조업 경계구역 설정을” 해상 시위

    경남 지역 어민들이 법원의 ‘해상조업 경계구역 존재’ 판결에 항의해 22일 남해에서 대규모 해상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창원·통영·사천·거제시와 고성·남해·하동군 등 경남 7개 시·군 어민 1000여명은 이날 남해군 미조면 남해군수협 제빙냉동공장 앞에서 ‘경남연근해조업구역대책위’ 출정식을 한 뒤 어선 500여척을 몰고 남해군과 전남 여수 사이 해상에서 3시간여 동안 시위를 했다. 이날 시위는 경남 기선권현망 어선 34척이 2011년 7월 전남 해역에서 조업,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1973년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해상 경계선’을 근거로 들어 지난달 11일 기각한 데서 비롯됐다. 이 판결로 경남과 전남 사이 해상 경계가 경남 쪽으로 5㎞쯤 들어오게 됐다. 어민들은 “현행법에는 해상 경계를 정한 법이 없고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며 “조업 구역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해 해상조업 경계구역을 조속히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성민 경남연근해조업구역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실적인 판단이 아니며 행정자치부도 어업인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도록 국제법에 따라 도 경계를 정확히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대법원 판결로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됐을 뿐 아니라 범법자로 몰리게 됐다”며 “경남도와 협력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필요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여상규(남해·하동·사천) 의원은 “이 문제는 어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경남 출신 국회의원과 당 지도부가 힘을 모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법제화 추진을 약속했다. 행자부는 2007년 해상조업 경계구역 법제화를 추진하다가 해상 경계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모호하고 지자체 간 갈등이 심해 멈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세계 각국 전문가 선정 ‘최고의 미국영화 100선’

    세계 각국 전문가 선정 ‘최고의 미국영화 100선’

    20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세계 각지 영화 평론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한 ‘최고의 미국 영화 100선’을 발표했다. BBC는 영국, 중동, 인도, 남미, 호주, 미국 등에서 일하는 영화관련 신문·잡지 기자 및 저술가 62인의 참여로 이번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여타 단체나 매체에서 발표했던 ‘최고의 미국영화’ 리스트는 대부분 미국 영화산업 내부 인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BBC는 이번 조사의 취지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 영화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다양하게 반영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 리스트에서 지칭하는 ‘미국영화’란,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말한다. 따라서 다른 국적 감독이 제작했거나 미국 이외 국가에서 촬영된 영화도 포함된다. 실제로 선정 영화 중 32편은 미국 이외 국적 감독의 작품이다 BBC는 우선 평론가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미국영화 1~10위를 꼽게 했다. 그 뒤에 각각의 1위 영화에는 10점, 다음 순위부터는 1점씩 감해 점수를 부여했고 이 점수를 합산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BBC는 평론가들로 하여금 각 영화가 지니는 '중요성'을 고려하는 대신 자신의 순수한 기호에 따라 영화를 선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영화 100편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00. 비장의 술수(Ace in the Hole, 1951)99.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98. 천국의 문(Heaven’s Gate, 1980)97.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96.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95. 식은 죽 먹기 (Duck Soup, 1933)94. 25시 (25th Hour, 2002)93. 비열한 거리 (Mean Streets, 1973)92. 사냥꾼의 밤 (La noche del cazador, 1955)91.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90.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89. 고독한 영혼 (In A Lonely Place, 1950)88.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87.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86.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4)85.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84. 서바이벌 게임 (Deliverance, 1972)83.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82.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81.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80.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Meet Me In St. Louis, 1944)79.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78.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77. 역마차 (Stagecoach, 1939)76.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75.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74.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73. 네트워크 (Network, 1976)72. 상하이 제스처 (The Shanghai Gesture, 1941)71.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70. 밴드 웨곤 (The Band Wagon, 1953)69. 코야니스카시 (Koyaanisqatsi, 1982)68. 오명 (Notorious, 1946)67.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66. 붉은 강 (Red River, 1948)65. 필사의 도전 (The Right Stuff, 1983)64. 자니 기타 (Johnny Guitar, 1954)63. 사랑의 행로 (Love Streams, 1984)62. 샤이닝 (The Shining, 1980)61.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60. 블루 벨벳 (Blue Velvet, 1986)59.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58. 모퉁이 가게 (The Shop Around The Corner, 1940)57. 범죄와 비행 (Crimes And Misdemeanors, 1989)56.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55. 졸업 (The Graduate, 1967)54.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 1950)53. 그레이 가든 (Grey Gardens, 1975)52.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 1969)51. 악의 손길 (Touch Of Evil, 1958)50.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His Girl Friday, 1940)49. 천국의 나날들 (Days Of Heaven, 1978)48.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1951)47. 마니 (Marnie, 1964)46.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45.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1962)44. 셜록 2세 (Sherlock Jr., 1924)43.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1948)4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41. 리오 브라보 (Rio Bravo, 1959)40. 오후의 그물 (Meshes Of The Afternoon, 1943)39.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 1915)38. 죠스 (Jaws, 1975)37.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1959)36.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Star Wars, 1977)35. 이중 배상 (Double Indemnity, 1944)34.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33.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1974)32. 레이디 이브 (The Lady Eve, 1941)31. 영향 아래 있는 여자 (A Woman Under The Influence, 1974)30.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1959)29. 성난 황소 (Raging Bull, 1980)28. 펄프 픽션 (Pulp Fiction, 1994)27.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26. 양 도살자 (Killer of Sheep, 1978)25. 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 1989)24.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1960)23. 애니 홀 (Annie Hall, 1977)22. 탐욕 (Greed, 1924)21.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20.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19.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18.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17. 황금광시대 (The Gold Rush, 1925)16.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 1971)15.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14. 내쉬빌 (Nashville, 1975)13.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12. 차이나타운 (Chinatown, 1974)11. 위대한 앰버슨가 (The Magnificent Ambersons, 1942)10. 대부 2 (The Godfather Part II, 1974)9.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8. 싸이코 (Psycho, 1960)7.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6.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5. 수색자 (The Searchers, 1956)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3. 현기증 (Vertigo, 1958)2. 대부 (The Godfather, 1972)1.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부동산 플러스]

    [부동산 플러스]

    ‘양주 e편한세상’ 761가구 공급 대림산업은 경기 양주시 옥정동 양주신도시 시범단지에서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 아파트(조감도) 761가구를 분양한다. 84㎡ 이하 중소형으로만 설계됐다. 양주신도시는 16만명을 수용하는 5만 8000가구가 들어선다. 단지 옆으로 중심상업·복합시설이 들어서고 중학교가 개교한다. 근린공원과 대규모 호수공원 등 친환경 휴식공간도 가깝다. 거실과 주방의 바닥 차음재를 일반 아파트보다 두 배 두꺼운 60㎜로 시공한다. 피트니스센터, 골프 연습장 등을 설치한다. 2017년 하반기 입주 예정. (031)840-9700. 동탄2신도시 ‘사랑으로’아파트 분양 ㈜부영주택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사랑으로’ 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A23블록은 60㎡형 144가구, 84㎡형 1172가구. 분양가는 60㎡가 2억 8200만원, 84㎡는 3억 6840만원선. A31블록은 84㎡형 390가구, 85㎡형 274가구, 147㎡형 54가구 등 718가구. 84·85㎡형 3억 9270만원, 147㎡형 6억 2060만원 정도. 판상형으로 설계, 채광·통풍·조망이 좋다. 84·85㎡는 방 세 칸과 거실을 일렬로 배치한 4베이 설계를 도입했다. KTX(2016년)·GTX(2021년) 동탄역이 들어선다. A31블록은 2016년 10월, A23블록은 2017년 1월 입주 예정. (031)898-6034. ‘시흥 목감 신안인스빌’ 576가구 분양 신안은 경기도 시흥 목감지구에서 ‘시흥 목감 신안인스빌’ 아파트(조감도) 576가구를 분양한다. 수요층이 두꺼운 69, 84㎡ 중소형으로만 구성됐다. 목감지구는 174만㎡에 1만 2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택지지구. KTX광명역과 신안산선(2019년 완공)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4베이 설계와 천장 높이도 기존 아파트보다 5㎝ 높게 설계한다. 초·중·고교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단지 옆에 9만㎡ 규모의 근린공원이 조성된다. 에너지효율 2등급 예비인증을 취득했다. 범죄 예방 생활환경 디자인 인증과 초고속 정보통신 특등급 예비인증도 받았다. (02)899-9130.
  • 세계의 금수저들, 역사를 삼키다

    세계의 금수저들, 역사를 삼키다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존/존 캠프너 지음/김수안 옮김/모멘텀/648쪽/2만 5000원 사람은 누구나 부와 명예를 갖고 싶어 하고 이왕이면 부호가 되고 싶어 한다. 돈과 권력을 거머쥔 최고 부호, ‘슈퍼리치’가 탄생할 때마다 관련기사와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슈퍼리치는 어떻게 탄생하고 슈퍼리치를 돕는 요인은 무엇일까.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는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최고 부호들을 추적한 책이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특파원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펴낸 책의 출간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인을 포함해 위기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왜 법적 처벌을 피해 갔느냐는 의문이 시초였다. 의문을 풀기 위해 2000년간 사람들의 뇌리에 남은 ‘슈퍼리치’들을 샅샅이 추적, 부와 영향력 패턴을 정리한 슈퍼리치 보고서인 셈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최근까지의 슈퍼리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권력과의 결탁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적 요구나 변화의 탁월한 경제적 해석과 실행이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상관관계가 간단치 않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맨 먼저 소개된 ‘역사상 최초의 부동산 재벌’인 BC 1세기 로마공화정 시대의 마르쿠스 크라수스를 보자. 크라수스는 역사가 플루타르코스가 ‘로마의 대부분이 크라수스 수중에 들어갔다’고 쓸 정도로 부동산 자산을 사업과 정치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 체제를 이끈 크라수스는 상원에 대거 진출한 귀족과 하위 기사 계급에게 토지를 싼 값에 빌려주는 후의를 베풀었다. 그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표결을 조장하거나 출세한 그들이 식민지 정벌에서 얻은 수익을 나누는 식으로 투자 수익을 쓸어 모았다.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나 평생 사치 속에 살아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권력 자체였다면 이탈리아의 코시모 데 메디치와 잉글랜드 노르만 정복시기의 알랭 르 루, 에스파냐의 프란체스코 피사로, 네덜란드의 얀 피터르스존 쿤, 영국의 로버트 클라이브는 권력자의 결핍을 채워 준 대표적인 슈퍼리치들이다. 메디치가 교황의 돈 관리를 도맡아 부를 축적했다면 알랭 르 루는 왕을 도와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며 피사로와 쿤, 클라이브는 신대륙 모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들이다. 현대의 부동산 관련 슈퍼리치인 중국의 완다 그룹 회장 왕젠린은 군인을 거쳐 공무원으로 재직 중 골칫덩어리 정부 주도 토지사업을 성공시킨 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잡은 인물로 독일의 알프레드 크루프와 미국의 앤드루 카네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의 크루프는 다른 국가, 특히 영국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유럽 전역에 스파이 네트워크를 운영했던 인물. 제1차 세계대전 등 전쟁특수로 회사를 세계 최초의 다국적 기업으로 키운 크루프를 놓고 저자는 “상대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제품을 판매해 재산과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고 쓰고 있다. 카네기는 남북전쟁 때 파괴된 시설물을 복구하면서 돈을 벌고 전쟁 이후에는 철로 건설을 통해 해안에서 내륙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엄청난 자산가로 섰다. 책은 황금을 나눠 줘 전 세계 금값을 떨어뜨린 황금제국 왕 만사 무사,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월스트리트·시티오브런던의 금융인들, 중국·러시아에서 급부상한 신흥 슈퍼리치 올리가르히도 추적하고 있다. 각각의 인물을 독립적으로 열거했지만 이들의 행적을 통해 슈퍼리치의 인생 궤적과 행동양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게 도드라진다. ‘모든 거부의 뒤에는 범죄가 있다’는 발자크의 말대로 저자는 슈퍼리치의 어두운 그늘도 가리지 않고 들춰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많은 부호들이 공통적으로 평판 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슈퍼리치들은 세상의 주목을 받지만 부를 쌓는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좋은 평판은 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크루프는 히틀러 치하에서 나치에 부역했던 오점을 지우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들은 홍보회사를 고용해 불편한 과거 숨기기에 혈안이 됐다고 한다. 도서관·박물관을 지었던 앤드루 카네기를 비롯해 21세기의 슈퍼리치들은 한결같이 기부 약속에 동참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21세기 슈퍼리치가 거둔 승리는 2000년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간단히 정리된다. ‘슈퍼리치들은 어느 순간 벼락부자처럼 등장한 게 아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집중적인 단속, 교통시설 개선 효과가 사상자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고의적인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보복운전, 음주운전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과 교통안전공단은 주요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리고 지역별 교통안전 취약점을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6회에 걸쳐 싣는다. 14일 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교통안전 실태와 대책에 대해 먼저 들어봤다. →최근 보복운전이 사회문제로 번졌다. -보복운전은 일반 교통사고와 다르다. 실수나 부주의에 따른 일반 교통사고가 아니다.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지르는 고의성 있는 범죄행위다. 국토부도 보복운전에 대한 위험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 경찰의 단속이 지속되지 않으면 근절되지 않는다. 보복운전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과 경찰의 집중 단속이 시작된 만큼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978년 이후 최초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4000명대로 낮아졌다. 4000명대가 적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魔)의 5000명대를 깨는 데 37년이나 걸렸다. 1970년대에는 자동차등록대수가 50만대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630명이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른 감소율을 보였다. 올해 목표는 450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펼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교통안전은 인적요인, 도로요인, 자동차요인이 함께 개선될 때 가능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적극 참여하고 언론이 적극 나서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한 덕분이다. 졸음쉼터를 늘리고 생활도로구역(주택가 주변도로 30㎞/h 제한) 확대로 도로 안전성을 개선한 것도 주효했다. 속도제한장치 설치 의무화 등 자동차 안전기준 강화도 대형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아직도 교통안전의식 수준은 선진국의 꼴지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배가 넘는 2.4명으로 OECD 32개 회원국 중 31위이다. →교통안전의식 수준, 특히 안전띠 착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안전띠 착용률은 교통안전의식 수준의 바로미터다.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2%에 불과하다. 독일(97%)이나 영국(89%), 미국(74%)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모든 자리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입법예고됐다.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생명벨트라는 생각으로 착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중요하다. 고령 인구비율은 12.2%(2013년 기준)인데,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38%를 차지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500명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고가 많은 고령자 등 보행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노인보호구역(Silver Zone)의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속 단속장비,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을 늘리고 있다. 고령 보행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노인보호구역도 확대 중이다. 생활도로구역을 전면 확대하고, 국도 내 마을 인접 구간에 빌리지존(Village Zone)을 지정해 속도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의 안전 준수도 강화해야 하지 않나. -교통안전 제도를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도록 운전자 주의 의무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령 운전자의 인지, 신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성검사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사업용 자동차의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뒷좌석에 안전띠 경고장치 장착 의무화를 제도화하고,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유도하고 있다. 사고발생 시 자동차 스스로 사고정보를 전송토록 하는 시스템 연구를 시작하고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사업용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5.8%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체의 18.1%를 차지한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비사업용보다 4배 높다. 안전점검을 내실 있게 운영, 개선 권고에 그치고 있고 실제 권고 사항의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개선하려고 한다. →사업용 자동차 사고는 무엇보다 인적 요인이 크지 않은가. -사망 사고 등 중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수종사자에 대한 안전체험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다. 운수업체에 운전자 고용 시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통안전 체험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중대 교통사고 유발자는 교통안전체험교육(8시간)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이수에 따른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 운영에 따른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따른다. →디지털 운행기록만 제대로 분석, 활용해도 운행 행태가 개선되지 않을까. -버스나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기를 모두 달고 운행한다. 화물차는 98% 정도 달렸다. 문제는 분석 능력이다. 현재 하루 20만~30만대의 기록기를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50만~60만대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100% 분석이 가능하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자동차 검사 때 운행기록기를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첨단 미래교통시장이 뜨고 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 아닌가. -선진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의 뛰어난 기술을 활용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2009년부터 첨단안전자동차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뿐만 아니라 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의 공공기관, 학계(서울대학교), 자동차제작사(현대모비스) 등 ‘정부-학계-산업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자동차안정성제어장치, 자동비상제동장치, 차선유지지원장치 등을 시연했다. 첨단 안전장치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는 자동비상제동장치 20%, 차선유지지원장치 15% 등으로 우수하다. 이들 장치 장착을 점차 의무화할 방침이다. →교통안전, 계도로만 가능할까.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수가 상반기에 19% 감소했다. 졸음운전 위험성 홍보가 주효했다. 하지만 점검과 단속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서울 행당동 CNG버스 내압용기 파열사고 이후 공단의 철저한 사전 검사로 단 한 건의 파열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점검 결과 공단 검사 불합격률은 19%이고, 민간 검사기관 불합격률은 9%다. 공단이 깐깐하게 검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단이 출장 서비스를 늘려 시행하도록 했다. 철저한 검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단속도 계속돼야 한다. 교통사고를 분석, 맞춤형 단속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교통안전 당부사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은 기본이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안전띠 착용은 행복을 지키는 습관이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배 높다. 6세 미만의 자녀들은 안전띠를 착용하고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은 운전자의 시각적 분산을 가져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글 사진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韓·日관계 위해 日반성 필수… 양 국민 올바른 역사인식 절실”

    [새로운 50년을 열자] “韓·日관계 위해 日반성 필수… 양 국민 올바른 역사인식 절실”

    이만열(77)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서울 필운동 집 지하 서재의 벽 한쪽은 책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50년이 넘도록 역사학자로 살며 연구해온 이의 서가라 보기에는 의외로 듬성듬성했다. 서재 건너편 자료실에도 신문, 잡지, 문건 등 각종 자료들로 빼곡해야 할 공간이 성기다 못해 휑하다. “얼마 전에 당장 읽을 책들 일부만 남겨 놓고 3만여권의 책과 각종 자료들을 성산동에 있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로 기증했어요. 글 쓰거나 필요할 때 가끔 건너가서 보면 돼요. 이 집은 이미 팔기로 했고, 그 근처로 이사갈까 생각 중이에요.” 서서히 후세 연구자 및 뒷세대들과 교감하고 소통할 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원로 사학자의 한국현대사에 대한 회억은 개인의 삶과 어우러져 또렷하면서도 명징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때 맞은 해방의 기억은 생생한데, 오히려 1965년 한·일회담 때는 큰 의미도, 특별한 기억도 없다”면서 “한·일회담 반대 운동이 치열했듯 국민의 호응이 없이 진행됐으며 별 기대도 없었고, 아니나 다를까 일본의 사과 한마디 못 받고, 범죄 인정도 못 받은 단순한 수교의 결과만 나왔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사실 1965년 한·일 수교는 경제개발계획의 대규모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한국, 잉여자본의 해외진출을 꾀하던 일본의 이해관계가 각각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을 뛰어넘어 미국의 입장에서 억지로라도 한국과 일본을 수교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이뤄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어 막대한 전비를 투여하던 미국은 한국에 전과 같은 원조를 계속할 여력이 없었다. 한국전쟁 군수물자 조달을 통해 경제가 재부상한 일본에 그동안 자신들이 맡고 있던 한국 원조를 상당 부분 떠넘기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동아시아 반공 삼각동맹이라는 미국의 대외전략과도 맞물려 있었다. 그는 “당시 받은 8억 달러는 포항제철을 짓고, 고속도로를 놓는 등 산업화의 종잣돈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긍정적 역할에 대해 평가했다. 하지만 “그중 2억 달러는 차관, 3억 달러는 상업차관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었고, 나머지 무상 3억 달러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10년 동안 연 2500만 달러씩 계획서를 받아 물품으로 준 것으로서 식민지 강점 시 독립군 학살 등에 대한 사과 한마디 못 받고,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강제징용 노동자 등에 대한 배상책임도 묻지 못하게 한 데 대한 대가였다”고 현재까지 문제를 지속시킨 원인이 된 회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5·16 군사쿠데타가 없이 4·19의 가치와 정신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한·일회담이 진행됐다면 최소한 식민지배 사과 등은 들어가는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회한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가 한·일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현실적 걸림돌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명예교수는 일본의 아베 체제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다. 그는 “나중에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2차대전 일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라는 정치인은 총리까지 지냈는데, 그는 1952년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면서 “그를 외조부로 둔 아베 신조 총리는 외조부가 못다 이룬 정책과 입장을 현실화시키고 있어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단순히 정치 지도자 개인의 문제만을 떠나 동일본 대지진의 파장, 중국의 부상, 북한의 핵 위협 등 일본 내에서 극우세력이 준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고, 일반 시민들도 불안함 속에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원하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일본 내부 언론, 시민사회, 학계 등 지한파·친한파들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졌다”고 일본 내부의 부정적 조건을 걱정했다. 그렇다고 한국의 상황이 일본 탓만 하고 있을 만큼 녹록한 것도 아니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민들의 표피적인 반일 정서, 반일 의식도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성적 접근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이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조성하는 등 감정적인 측면의 국민운동으로 반일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말했다. 냉철한 역사인식보다는 감정적 반일의식이 만연했던 배경에 대한 지적이다. 또한 그는 “역사학계에서도 1987년 6월 항쟁 등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일제시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될 수 있었다”면서 “그전에는 식민지 강점기에 대해 책을 쓰거나 연구하다보면 자칫 끌려가곤 했던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 측 대응도 그렇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독도에 찾아가서 사진 찍고 이벤트하는 방식이 당장 국민 감정 측면에서는 통쾌할 수 있지만, 좀 더 긴 호흡에서는 더욱 차분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일관계에 있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우리 정부의 무능과 무지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 연원을 짚어나갔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조약에 독도의 영토 귀속 문제가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 측 참사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독도에 대해 의견을 구했지만, 그는 독도의 위치도 모르고 제주도 밑의 파랑도와 독도를 헷갈려 하며 엉뚱한 얘기를 했고, 결국 1~5차 회담까지 한국의 영토로 정리되어가던 독도가 결국 한·일 어떤 나라에도 귀속 규정 없이 조약이 명문화된 것이지요.”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올바르게 역사인식을 갖고 정부 차원을 뛰어넘는 교류 활동을 펼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1982년부터 일본이 역사 교과서 왜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한국 역시 검인정해오던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겠다고 난리를 피웠다”면서 “이 밖에도 정·재·관계에서 친일파 후예가 득세하는 한국의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어렵고 힘들어도 갈 길은 가야 한다. 이 명예교수는 한·일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관련 문제, 어업자원 문제를 비롯해 엔저 상황에서 우리 수출 어려움 등 한·일 간에 조정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우리에게도 반드시 역사적 명분이 필요합니다. 위안부로 대표되는 식민지배 반성이 일단 선행되어야 하겠죠. 시민사회와 학자들의 분발은 기본이고요.”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경남 함안 출생으로 마산고, 서울대를 나와 같은 대학 국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숙명여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한국기독교사연구회장, 국사편찬위원장,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사의 대표적 연구자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근대역사학의 이해’, ‘단재 신채호의 역사학 연구’, ‘한국기독교와 역사의식’ 등이 있다.
  • 국경 넘은 100만명 ‘노동의 자유’ 얻는다

    국경 넘은 100만명 ‘노동의 자유’ 얻는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신장을 위한 소송 제기 10년 만에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불법 체류 외국인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사실상 이번 확정 판결은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15세 이상 외국인은 125만 6000명이며, 이 가운데 취업자는 85만 2000명이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 20만 8000여명(2014년 12월 기준)을 더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명을 넘는다. 하지만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노조 설립이 허용되지 않아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차별과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법적 권리는 요구하지 못했다. 특히 불법 체류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들의 신분을 악용한 사업주들의 횡포가 구타·감금 등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이주노동자 노조의 소송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승소 소감을 밝히며 “산업재해와 차별로 고통받던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이주 노동자 노조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 노조가 낸 노조 설립신고서를 재검토해 신고증 교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노조 설립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 노동자 노조가 정식 설립되면 우선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비전문 취업자 24만 7000여명의 노동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들은 정부 허가에 따라 기본적으로 3년간 국내 노동을 보장받고, 이후 추가로 최장 4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지만 사업장 이전에 제약이 따른다. 고용허가제 규정에 따르면 노동자가 사업장 이전을 원할 경우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규정 때문에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는 노동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주 승인이 없는 한 사업장을 바꾸기 힘들다 보니 휴식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 모멸감을 주거나 임금체불 등을 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조 합법화의 길이 열린 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주노조는 더욱 활발한 조직화의 길이 열리고 처우 개선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불법 체류자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은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단독] [19대 국회 평가] 깨어 나라 국회

    [단독] [19대 국회 평가] 깨어 나라 국회

    19대 국회가 3년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각 상임위에는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낮잠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국정운영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입법계획에 따른 주요 핵심 법안뿐만 아니라 상임위별로도 해묵은 과제들이 산적한 모습이다. 국회법 개정안 관련 ‘거부권 정국’에 대한 우려로 이들 법안의 처리는 더욱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안’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크라우드펀딩법), 산업재해보상법, 금융위원회설치법, 하도급거래법,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의료법 등이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법과 하도급거래법, 산업재해보상법 등 3개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왔고, 나머지는 소관 상임위에 게류 중이다. 야당에서는 세입자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경제민주화 관련 집단소송법안과 상법 개정안 등을 중점 법안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여당의 협조 없이는 ‘낮잠’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임위별로 상황을 살펴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안전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논의조차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여야 의원들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여러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여객선과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검사하도록 하는 선박안전법 개정안 등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구성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실질적 활동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 개정안도 계류 상태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19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시행령 논란으로 특별조사위원회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우려에서 발의됐다. 개정안은 특별조사위의 활동기간을 2016년 7월 31일까지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 폐지안을 담은 지방교육자치법도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이다. 과도한 선거 비용이 발생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갈등으로 교육정책 통일성이 떨어진다는 게 발의 배경이다. 연이은 토론회 등으로 공론화는 되고 있지만 여야 견해가 엇갈리면서 현재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정부가 제출한 학생안전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성안됐다. 학교 반경 200m 이내를 학교 학생안전지역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촉각을 다투는 법이 아니다 보니 여야 모두 논의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가장 ‘뜨거운’ 법안이다. 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 목적일 경우에 한해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법에 반대하고 있어 현재 법안소위에 상정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인상 승인안도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 방송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을 승인하는 내용이다. 현재 KBS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5년째 동결 상태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KBS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휴대전화 기본요금 폐지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놓고도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야당은 통신요금 인하 차원에서 폐지에 찬성하고 있지만, 여당은 통신사 재무구조가 열악해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람 대체할까?…로봇 입국심사관 공개

    사람 대체할까?…로봇 입국심사관 공개

    앞으로는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제복을 입은 심사관 대신 로봇을 만나게 될까? 미래 공항의 모습을 바꿔놓을지 모르는 두 종류의 첨단기술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15일 열린 파리 에어쇼에 참가한 프랑스 대표 방위산업체 탈레스그룹과 사프란이 각자의 입국심사 장비를 공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스는 생체인식(홍채나 지문 등 개인의 독특한 생체정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 업계의 베테랑으로 프랑스를 포함한 25개 국가에 생체인식 기술이 들어간 여권, 신분증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에 공개한 장비는 여권을 스캔하고 탑승권을 출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승객의 사진을 실제 얼굴과 대조해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다. 탈레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비가 보급될 경우 장비 4~5대 당 담당자를 1명씩만 배치해도 전체 시스템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 탈레스그룹의 라이벌 이라고 할 수 있는 사프란 또한 위험인물을 식별해 내는 첨단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번에 사프란이 공개한 시스템은 자회사 ‘모르포’(Morpho)에서 개발한 것이다. 모르포는 범죄자 신원확인 시스템 설계에 있어 선두를 달리는 기업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여러 조직에 시스템을 공급·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230여 개 항공사에서 1년 동안 수집하는 약 1억 명의 승객들에 대한 데이터를 한 데 모아 분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모르포의 이번 시스템은 승객이 과거에 ‘위험 행동 징후’를 보인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 위험인물을 가려낸다. 또한 인터폴 및 기타 경찰 데이터를 참고해 해당 승객이 과거 계획범죄 및 테러범죄에 연루된 적은 없는지 확인해준다. 이 시스템은 올해 9월 프랑스에서 시범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 ⓒ AFPBBNews=News1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檢 ‘성완종 의혹’ 노건평·김한길·이인제 소환 통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인 김한길(62) 의원과 이인제(67) 새누리당 의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수사팀은 또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73)씨를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정치인 2명은 의혹 내용이 서면 조사로 그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소환이 불가피하다”면서 “특사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확인된 것을 토대로 꼭 확인해야 할 내용이 생기는 등 (수사에)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야권 정치인 중 첫 번째로 소환 대상이 된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 자주 등장한 데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4월 8일 서울 장충동의 냉면집에서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야권 로비 대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검찰의 출석 요구서를 오늘 받았다”며 “당 지도부와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성 전 회장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원은 당시 선진당 소속이었다. 이 의원 측은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고 금전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환 대상자들이 모두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는 점에서 사법 처리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환은 범죄 혐의 확인이 아니라 기존에 제기된 의혹 확인 및 수사 정리 차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전모(50) 전 재무담당 이사를 횡령 혐의로, 김진수(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경남기업 경영 비리 및 금융권 특혜 의혹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사망한 성 전 회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그의 부인 동모씨는 입건유예됐다. 한 전 부사장은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성 전 회장과 공모해 대아레저산업 등의 계열사를 통해 대출받은 자금 등 1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났다.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해서는 2013년 시중은행 대출과 3차 워크아웃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결과적으로 경남기업에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지원되도록 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부원장보의 윗선인 조영제(58) 전 금감원 부원장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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