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범죄 산업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투게더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지하철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TV 토론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국감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01
  • G20 정상회의 폐막성명…각국 ‘합의와 이견’ 총정리

    G20 정상회의 폐막성명…각국 ‘합의와 이견’ 총정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각국은 자유무역·시장개방·대테러전 등에는 의견 일치를 파리기후협정·인신매매범 제재 방법·난민 등에는 이견을 보였다.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회원국들이 발표한 폐막성명은 각 의제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실천여부는 각국에 달렸지만 이 공동 성명이 각국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G20 각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자유무역·시장개방·대테러전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회원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한동안 위축됐던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주제는 과거 G20 정상회의 때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세계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매번 등장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역 상대국이 이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합법적인 방어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과도해진 철강 제품 생산을 줄이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특히 가격을 낮춰 다른 생산업자들에 부담을 지우는 중국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테러와의 전쟁’도 중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각국 정상들은 인터넷 공급업자들이 극단적인 게시물을 감지하고 이를 제거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G20은 미국이 빠진 파리기후협정에 대해서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밀수꾼과 인신매매범 등의 범죄자에 대한 제재와 난민 문제에서도 뜻을 모으지 못했다.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미국이 협정 탈퇴 선언을 한 만큼 “미국의 탈퇴 결정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제외한 각국은 파리협정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프리카·중동에서 유럽으로 사람을 몰래 들이는 밀수꾼·인신매매범 등 범죄자들에 대해 자산 동결이나 여행 금지 등과 같은 유엔 제재를 가하려는 유럽연합(EU)의 노력도 성사되지 않았다. 난민·이주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EU는 이 같은 제재를 추진하려 했으나 몇몇 국가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술보다 중독성 낮은 마리화나, 연 60만명 단속하느니 세금 걷는 게 낫다?

    술보다 중독성 낮은 마리화나, 연 60만명 단속하느니 세금 걷는 게 낫다?

    지난 1일 0시(현지시간). 도박과 유흥의 도시로 알려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상점 앞에 수백 명이 줄을 서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시간부터 네바다 전역에서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됐기 때문이다.줄 선 사람들은 21세 이상 성인이라는 신분증을 제시한 뒤 1온스(약 28.3g)의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었다. AP통신은 이날 네바다에서 마리화나를 구입한 사람 중 3분의2가 관광객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구매자들은 이를 자신의 집에서 흡입해야 하며 카지노, 바, 음식점과 같은 공공 장소에서 흡입하다 적발되면 600달러(약 69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네바다주의 이 같은 조치는 미 전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마리화나의 합법화 논란에 다시 불을 불였다. 미국에서는 서부의 워싱턴주가 2012년 12월 처음으로 오락용 마리화나 사용을 공식적으로 합법화한 이래 콜로라도, 오리건, 네바다,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메인, 매사추세츠주 등 8개 주와 수도 워싱턴DC 등 9개 지역에서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돼 있다.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29개 지역에 이른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2013년 마리화나 문제는 각 주의 법에 따라 어린이와 마약 조직의 손을 거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재량권에 맡기겠다고 천명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 연방 정부 차원에서 다시 오락용 마리화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대마초’라고도 알려져 있는 마리화나는 환각성 때문에 몸과 마음을 좀먹는 마약으로 여겨졌다. 흡입은 주로 담배 종이에 말아 피우거나 ‘봉’으로 불리는 물 담뱃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혹은 주스나 음식에 넣어 섭취하기도 한다. 마리화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4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 가운데 주로 THC(Tetra Hydro Cannabinol)라는 성분 때문이다. 마리화나를 피울 경우 THC가 폐를 통해 혈관 속으로 들어가 두뇌와 몸 전체로 퍼지면서 1~3시간 동안 쾌감을 느끼게 된다. THC는 쾌감, 기억, 생각, 주의 집중, 시간 개념과 관련된 두뇌 부위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는 CBC(Cannabinoid Receptors)와 결합한다. 일반적으로 THC를 통해 긴장이 완화되고 웃음과 쾌감을 유발하지만, 그만큼 시간 감각이 없어지며 몸의 균형 감각이나 반응 행동이 느려지는 등 복잡한 업무나 운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과도한 마리화나가 몸에 들어가면 흥분 상태에서 망상을 하기도 하며 이 같은 흥분이 사라지면 졸음이 오거나 우울해지고 때로는 불안이나 두려움, 불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미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마리화나 흡입자 가운데 9%가 중독 성향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술(15%), 코카인(17%), 헤로인(23%), 담배(32%)보다 낮은 수준이다. 마리화나 합법화 찬성론자들은 마리화나가 오히려 술과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다는 점을 합법성의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마리화나는 의학적 측면에서 진통제, 각종 경화증, 만성질환으로 인한 식욕부진, 발작 질환 등의 치료제로 쓰이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법 약물로 분류할 수 없다는 논리다. 2014년에는 THC가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세포의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산을 줄여 치매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마리화나가 위험하다는 주장의 논거 가운데 하나로 마리화나를 피우기 시작하면 더 강한 중독성 약물을 찾게 된다는 ‘입문용 마약’설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 과학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소는 1999년 이 같은 논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한 해 60만명이 넘는 마리화나 소지자들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만 할 뿐 실익이 없으니 차라리 담배처럼 높은 세금을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0일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마리화나는 담배와 알코올 같은 공중 보건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는 개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마리화나 흡입을 범죄로 다뤄 범죄자를 양산하기보다는 이를 허용하되 사람들이 마리화나에 대해 좋은 정보를 얻고, 만약 중독된다 하더라도 쉽게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리화나 산업 연구기관인 아크뷰 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마리화나 산업 매출은 지난해 6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5년 내 연매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투자은행 코웬앤코도 2026년까지 마리화나 산업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지난해 9월 관측한 바 있다. 야후뉴스와 매리스트가 지난 3월 미국의 성인 1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는 마리화나를 피워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피워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4%, 전체 응답자의 22%는 지금도 계속해서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했다. 지금도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응답자의 52%는 1980년대 출생자가 주축인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였다. 정치 성향으로 보면 민주당 지지자가 43%, 무소속 42%, 공화당 지지자가 14%로 파악됐다. 마리화나를 피워 봤다는 응답자의 65%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었으며, 아직도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응답자의 51%도 부모였다. 이는 마리화나가 일부 공화당원을 제외하고는 미국인들에게 보편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료용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압도적인 83%의 지지를 받았으나 오락용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는 데는 찬성 49%, 반대 47%로 의견이 팽팽했다. 이 밖에 서베이USA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6%가 트럼프 정부가 현재 주정부들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성공한 인물 중 상당수가 청년 시절 마리화나를 흡입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 클레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는 여전히 마리화나를 헤로인, 코카인, LSD와 같이 오남용 위험이 큰 ‘스케줄 1’ 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미 식품의약국(FDA)은 화학 요법을 받는 암 환자의 구역질을 치료하고 심각한 체중 감소를 겪고 있는 에이즈 환자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몇몇 마리화나 기반 약제를 승인한 바 있다.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미국에 국한돼 있지 않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의 자유당 정부는 2018년부터 오락용 마리화나를 캐나다 전역에서 합법화하는 법률을 지난 4월 발의했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2018년 6월부터 캐나다 국민은 집에서 마리화나를 4포기까지 재배할 수 있고, 면허를 받은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다. 18세 이상의 캐나다인은 마리화나를 30g까지 소지하는 것도 허용된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마리화나를 팔거나 주는 것은 불법으로 최장 14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캐나다 정부의 마리화나 합법화 방침은 음성적으로 거래되며 많은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마리화나를 양성화함으로써 마리화나 이용 한도와 유통 경로를 명확히 규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판매업자들은 면허를 발급받아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된다. 법안에는 흡입 후 2시간 이내 운전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돼 각종 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우루과이는 2013년 12월 마리화나의 재배 및 판매, 사용을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우루과이 정부도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이를 정부의 통제하에 둘 수 있어 지하시장의 불법 거래를 줄이고 마리화나 사용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얼 블루머나우어 미 연방 하원의원(오리건주)은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같은 인근 국가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함으로써 미국인들의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며 마리화나의 합법화가 이제 대세임을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년만에 완성한 복공판 설계편람… 세계 최초임을 알고 자부심”

    “2년만에 완성한 복공판 설계편람… 세계 최초임을 알고 자부심”

    #지난 2015년 5월 불량 복공판이 대형 공사장에 사용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한동안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석촌호수 근처 지하철 9호선 공사와 김포도시철도, 인천~김포 민자고속도로 등 전국 14개 대형 공사장에 불량 제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진 것. 이를 납품한 업체는 중국산 품질미달 복공판을 품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지하철, 터널, 교량 등 전국 대형 건설공사에 대거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일반인이 듣기엔 생소할 수도 있는 복공판. 복공판은 지하철, 상수도, 도로, 철도 등의 지하 공사를 할 때 지상 위로 차량과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의 역할을 하는 가설재의 일종이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상부를 오가는 시민과 차량 안전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내구성 등의 품질기준이 엄격해야 한다. 건설 공사장에서 불량 복공판으로 인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는 아직까지 복공판에 대한 명확한 한국산업표준(KS) 규격과 품질관리 기준이 없는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불량 중국산 복공판과 안전·환경 등이 뒤떨어진 국내산 제품이 공사현장에 설치돼 안전을 위협하는 것. 정부(국토교통부)의 가설공사표준시방서와 지하철 철도공사 가시설구조물(노반편)에는 ‘복공판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공사 기간 중 재하되는 어떠한 하중에도 강도와 강성을 갖는 구조여야 한다’고 정의돼 있다. 하지만 현재 복공판 기준은 30년전의 것으로, 공사장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그때와 비교해 성능이 향상된 만큼 무게도 무거워졌다. 또한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복공판이 아래로 5㎜ 휘어질 때 최소 13.44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는 여전히 국내 복공판 최소 품질기준인 13.44톤의 하중을 견디면 적합 판정을 내리고 있다.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국제수준과 현실에 맞는 설계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복공판 제조업체로는 최초로 유로 인증을 받은 국내 복공판 기업 평안철강이 주목받고 있다.안산에 본사를 둔 평안철강은 여주에 8000여평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철강 유통·가공, 강구조물 제작 등을 하며 복공판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업체는 복공판 제조업체 최초로 유럽 CE 제품인증 및 용접인증을 취득해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주관으로 건축·토목구조기술사들 및 교수·박사진들과 함께 ‘복공판 설계편람’ 연구에 제작 참여했다. 평안철강의 복강판은 모두 이 복공판 설계편람의 내용을 충실하게 적용해 생산된다. 윤태감(58) 평안철강 대표는 “국내산 복공판 중 품질기준이 설정된 것은 평안철강 복공판이 유일해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산업이 선진화·글로벌화됨과 동시에 각종 관련 안전 기준과 규격도 국제수준으로 요구되면서 평안철강의 ‘우수 복공판’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에 수출 물량이 늘어나며 지난해 300억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700억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 회사도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과거 평안철강의 모기업인 만복철강 시절 복공판 생산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기준으로 제작된 제품(채널 복공판)을 쿠웨이트 건설 현장에 수출했다. 그런데 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복공판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결국 수출 판로가 막히며 큰 손실을 봤다. 윤 대표는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았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한 것.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평안철강을 설립해 복공판 제조 전문업체로 나섰다. 곧바로 복공판 연구를 의뢰하기 위해 관련 단체, 기관 등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만 당했다. 결국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를 어렵게 찾아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도와 달라”며 수차례 설득한 끝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토목 전문가, 교수진 등과 세계 여러 나라 복공판에 대해 2년여 동안 연구해 복공판 설계편람을 만들었다. 이 연구서는 세계 최초의 복공판 설계편람으로 현재 평안철강 복공판의 생산 표준이 되고 있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79년 인천 소재의 남창철강 입사부터 지금까지 철강산업의 외길인생을 걸어왔습니다. 2000년 만복철강을 설립해 1000억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현재 복공판 전문 제조 업체인 평안철강을 이끌고 있습니다. →평안철강은 어떤 기업인지요. -철강 유통·가공업체인 만복철강의 계열사로 2015년 11월 1일 설립해 현재는 모기업보다 더 앞서나가는 복공판 제조사로서 해외에서 더 호평받고 있습니다. 현재 본사는 안산에 있고 생산 공장은 여주에 8000평 규모로 있습니다. 품질경영인증(ISO 9001), 환경경영인증(ISO 14001), 유로용접인증 및 유로강구조 면허, CE제품인증 등을 취득했습니다. →복공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복공판은 지하철과 도로 등의 지하 공사를 할 때 그 위로 차량과 보행자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철판을 말합니다. 많은 분이 지하철이나 도로 공사 현장을 걷다가 바닥에 놓인 철판을 보셨거나 직접 밟고 지나기도 했을 겁니다. 버스나 승용차로도 지나다닌 경험이 있으실 테고요. 요즘 복공판의 안전 문제로 자주 신문 등에 보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고도 빈번하게 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량 복공판으로 시공한 김포 지하철 공사현장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럼 평안철강만이 가진 안전에 대한 특별한 복공판 기술력이 있나요. -평안철강의 복공판 기술력은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로인증코드를 가지고 있고 제품인증을 받은 업체입니다. 국내에서는 경제성 논리로 공사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지만 일본 건설업체들이 진가를 알고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태국, 싱가포르, 두바이 등 동남아 공사 현장과 중동 등에 수출 또는 수출 상담을 하고 있고 일본 공사 현장에는 한국 업체 최초이자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특히 안전 기준이 까다로운 나라 아닌가요. -그렇죠. 안전을 우선시하는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특히 일본 공사 현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제품이 우수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나 업적이 있으신지요. -평안철강으로 새롭게 시작하려던 시절 본격적으로 복공판 연구를 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단체, 학교 등을 수소문하며 찾아갔는데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무척 상심이 컸죠. 그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도 처음에는 자신의 소관이 아닌 토목구조기술사회 소관이라고 거부했는데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님의 결정으로 어렵게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국내 건축·토목 기술사님들과 교수님, 박사님들이 2년간 힘들게 연구·실험하여 복공판 설계편람을 만들게 되었죠. 나중에 그 복공판 설계편람이 세계 최초라는 사실을 알고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민간 주도로 복공판 최초의 설계 기준을 연구·제시하셨다는 게 놀랍습니다. -자리를 빌려 복공판 설계편람에 참여하신 모든 석학에게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복공판 제작설계에 있어 세계 유일하게 체계를 갖추게 된 시초입니다. 이를 토대로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한국산업표준(KS) 규격이 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표님의 열정이 평안철강을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경영하시면서 힘들 때도 있으실 텐데요. -국내 공사 현장에서 외면받을 때 힘듭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사용하는 주재료가 수입품이라는 이유로 납품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강사가 생산한 무늬H빔 철강재를 갖고 만들면 규격 및 노면 접지력의 문제 즉 안전 문제로 수출할 수 없을뿐더러 수출하는 복공판 사이즈의 무늬H빔 철강재도 생산되고 있지 않아 힘들죠. 또 국내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 우선이 아닌 국내 제강사가 생산한 철강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사 현장에 납품을 목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철강재로 만든 복공판을 공사 현장에 판매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기에 평안철강은 국내 무늬H빔 철강재로 만든 복공판을 포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조업체의 마지막 도덕적 양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면에는 그런 애로가 있으시군요.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안전 면에서 우수한 평안철강 복공판이 우리나라 공사현장에 사용된다면 국내 제강사들도 선진국 수준에 맞는 무늬H빔을 생산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정부도 기업 논리가 아닌 국민의 안전 논리로 국가건설경영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평안철강도 승승장구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어려운 시기도 있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2015년 모기업인 만복철강이 중국산 저질 불량 제품을 판매했다는 죄목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당했죠. 당시 많이 힘들었고 400억이라는 매출 손실을 봤습니다. 이 사건은 경범죄 수준인 건기법위반으로 결론이 나 3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죄목으로 건설기술진흥법, 사기, 대외무역법, 사문서위조, 관세법위반 등 온갖 것들을 다 갖다 붙였더군요. 특히 ‘수입제품의 성능시험 불이행’이란 부분이 있었는데 실제로 저희는 모든 외산 철강재를 시험기관에 위탁해 시험성능을 모두 마친 상태였습니다. 공권력의 잘못된 수사로 인해 추락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고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당시 벌금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사건을 겪으며 ‘수입한 좋은 제품을 팔아도 공권력의 횡포에 이런 취급을 당하는구나. 그럼 제일 좋은 제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수출하자’는 맘을 먹었고 당시 쿠웨이트에 수출한 복공판 문제도 있고 해서 ‘제일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평안철강을 설립해 복공판 제조 전문업체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평안철강의 시작이기에 현재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가 기대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전을 우선하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평안철강이 세계 복공판의 표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공사 현장의 공정과 기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될 수 있도록 제품 품질 향상에 끊임없이 힘쓸 계획입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지식재산권 침해는 혁신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는 혁신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조상품 문제는 더이상 샤넬, 루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전자제품에도 있죠. 위조상품 거래로 인한 세수감소는 결국 정부의 투자재원 확보도 어렵게 합니다. 위조상품같은 지식재산권 침해행위 단속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위조상품 거래가 만연하게되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게 되고 결국 이는 혁신 저하로 이어집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내 지식재산권위원회의 스벤-에릭 바텐버그 부장의 지적이다. 바텐버그 부장은 지난 2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본지에서 얼마 전 소개한 기사(▶“네이버는 왜 다른 온라인 중개업체와 달리 불법판매 단속에 소극적인가요?”)를 본 ECCK측에서 요청해 이뤄졌다. 암스테르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바텐버그 부장은 EU 소속 기업들의 국내 활동을 돕기 위해 세워진 경제 단체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한유럽상공회의소를 소개해달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201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의 정식인가를 거쳐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BNP, 벤츠, 포르세, 셀, 필립스, 하이네컨 등 340개의 회원사가 있다. ECCK는 한국 정부 기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지향하며,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 조성과 동시에 한국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기위한 각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위원회라는 기구를 둘 정도로 지재권에 관심이 많은 것같다. 지식재산은 경제에서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U만 하더라도 지재권과 관련된 기업의 일자리 수는 8200만개로 측정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EU 고용율에서 38.1%를 차지한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은 EU의 전체 GDP에서 4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덧붙여 지재권과 관련된 기업들은 그렇지 않는 기업들과 비교하여 46% 가량 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이해하기 쉽게 지재권 보호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지식재산이 제대로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창작자들의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상들은 계속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 유럽의 경우, 지재권 침해 단속을 위해 한개 기업이 연간 소비하는 금액이 1억여원이다. 만약 기업이 적절한 지재권 보호로 인하여 다른 분야로 더 투자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날 것이며 기업과 사회 전체의 이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입장에서도, 불법행위(지재권 침해)로 얻은 이익 때문에 피해보는 세수감소를 막을 수 있게 됨은 물론, 지재권 침해방지 및 단속에 들일 돈과 시간을 다른 분야, 예를 들면 환경이나 복지에 더 투자할 수 있게된다. -ECCK 지식재산권위원회는 지재권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지재권위원회는 ECCK내 여러 위원회 중 하나로 지재권보호, 특히 위조 산업 근절에 노력하고 있다. ECCK 지재권 위원회는 설립 이후 ‘Seoul Low Visibility Project’ 라는 위조품 길거리 판매근절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와 중구청에 노점상을 통한 공공연한 위조상품 판매의 심각성과 이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으면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후 서울시와 중구청은 위조상품 단속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특별사법경찰단을 설립했구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울시내 노점상을 통한 위조상품 판매는 크게 줄었다. 특히 명동에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위조 상품 판매가 거의 근절되었다. 과거에 벨트, 가방 및 옷을 팔던 노점상분들이 대부분 음식을 팔거나 합법적인 물품을 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재권 침해 행위는 세계적 문제 아닌가. 위조 상품과 같은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들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서 한 나라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적 거래율이 높아지는 만큼 위조 상품 거래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역의 2.5%가 위조상품에 관한 거래라고 한다.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 유통이 증가추세인가. 그렇다. 최근 국제적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 유통이다. 한국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율이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5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따라 온라인내에서의 위조 상품과 같은 불법 상품 거래율도 증가추세다. 위조품 거래가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점을 일으키는데 웹사이트가 있는 국가(서버)와 실제 판매행위가 이뤄지는 국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위조상품 판매가 이루어진 웹사이트의 서버가 중국에 있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는 관할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위조상품 거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온라인에서의 위조상품 거래에 대한 조치는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최근 유럽의회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불법상품에 대한 유통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서를 제출했다. -위조상품 판매 처벌과 별개로 생계때문에 위조상품을 다루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위조 상품 판매는 매우 큰 수익성을 띄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내 위조상품을 판매한 노점상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한달만에 9000만원의 이익을 만든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침해범들은 주로 투자에 비하여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범죄를 이어 나가고 이는 높은 재범율을 낳게 된다. -위조상품에 대한 소비자 의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 5월 20일, 부산 어울마당축제에 ECCK가 참가하여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조상품 의식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비자들의 위조상품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발전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결과에서는 49%의 응답자들이 위조상품 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지난해에는 41%로 내려갔으며, 올해도 41%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 구매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2015년 결과에서는 노점상을 통한 구매가 35%로 1위를 하였던 반면에, 2016년에서는 31%로 온라인이 1위를 하고, 2017년도 역시 38%로 온라인이 1위를 하고 있다. 위조상품 산업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70%가 넘는 응답자들이 위조상품 산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처럼 구매자 역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의사·변호사·공무원, 산재 심사비리 한통속

    의사·변호사·공무원, 산재 심사비리 한통속

    장해등급 조작… 거액 수수료 브로커·공단직원 등 39명 기소산업재해 환자들이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장해등급을 조작해 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장해등급 조작에 가담한 산재 브로커 김모(48)씨를 포함해 산재지정병원의 의사와 원무과장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직원, 자문 의사 등 39명을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가운데 전문 브로커 10명과 근로복지공단 직원 4명, 자문 의사 2명 등 16명은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 브로커들은 먼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들에게 금품을 주고 환자를 소개받아 높은 장해등급을 받도록 해 주겠다고 접근했다. 장해등급은 1∼14급까지 14단계로 구분되며 1급에 가까울수록 보상금이 커진다. 이후 원무과장들을 통해 의사들로부터 높은 장해등급의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원무과장들은 대가로 브로커들이 환자에게서 받은 수수료의 약 30%를 건네받았다. 이런 허위 진단서를 받은 브로커들은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서 공단 직원과 자문 의사에게 다시 진단서 내용대로 장해등급을 결정해 달라고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 지사의 이모(35) 차장이 3명의 브로커에게 총 1억 2900만원을 받는 등 6명의 공단 직원이 총 2억 5500만원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공단 직원들은 원하는 대로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몰래 새로 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지인에게 브로커 활동을 권유하고 자문의를 소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산재지정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 자문의들도 청탁받은 내용대로 심사하고 그 결과를 브로커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전 대학병원 의사인 정모(46)씨 등 5명의 자문의는 대가로 건당 50만∼100만원씩 총 1억 15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장해등급을 높이는 데 성공한 브로커들은 환자가 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를 수수료로 챙겨 모두 76억여원의 불법 이익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장해등급 조작은 제도의 공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험료를 낸 사업주와 국가의 부담을 키워 결국 모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보다 높은 보상금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조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면 처벌하기는 어려우나, 근로복지공단에서 등급 재심사와 환수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노조 파괴’ 나쁜 기업 안 봐준다

    새달 ‘부당노동행위’ 집중 단속 정부가 전국 47개 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전담반’을 편성해 노동조합 가입 방해, 단체교섭 거부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쉬운 해고 등을 담은 양대지침 도입으로 파탄을 맞은 노동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부당노동해위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이날부터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업주가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나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노동조합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 건수는 511건이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979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우선 다음달을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기간으로 정하고 47개 지방청에서 집중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감독할 계획이다. 또 노사분규가 빈번한 사업장 등 부당노동행위 감독 대상 사업장은 기존 100곳에서 올해 150곳으로 확대한다. 고용부는 중앙본부와 8개 광역본부, 47개 지역 전담반을 연결해 부당노동행위를 체계적으로 적발하고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또 부당노동행위 판례 등을 분석해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분류하고 맞춤형 수사기법을 담은 ‘부당노동행위 수사매뉴얼’을 마련해 지방청에 배포하기로 했다. 증거 은폐를 막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등 최신 수사기법도 적용한다. 그동안 부당노동행위는 혐의 입증이 어렵고 일반 형사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의해 형량을 높이거나 과징금 부과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 마련한 ‘사이버 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 기능을 활성화하고 익명 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인사청문회] 송영무 “국방개혁 계획 새로 짜겠다… 전작권 환수도 추진”

    [인사청문회] 송영무 “국방개혁 계획 새로 짜겠다… 전작권 환수도 추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8일 “국방개혁 계획을 새로 짜고 이를 토대로 군사력 수준을 높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시대에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국방 건설로 문제를 일거에 다 해결할 수 있는 국방개혁을 다시 만들려고 하는 중”이라고 답했다.송 후보자는 또 2025~2026년쯤 예상되는 전작권 환수와 관련, “전작권은 국방개혁을 완전히 다시 설계한 다음 (군사력이) 웬만큼 수준을 갖췄을 때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국회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법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송 후보자는 위장전입 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아 지적한 내용이 법적으로는 맞다”고 인정했다. 논문 표절 여부는 “당시가 1984년 7월이었고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수기(手記)로 쓰려다 보니 한자 각주 다는 게 어려워 한두 개 빠지게 됐다. 죄송하게 됐다”며 머리를 숙였다. 야당 의원들은 송 후보자의 음주운전 논란과 퇴임 후 고액 자문료 논란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11%가 나왔는데 군에서 아무런 조치를 한 게 없고 경찰에서도 면허 취소를 하지 않았다”면서 “완전범죄를 위해 은폐·파쇄·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청문회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송 후보자는 “진해경찰서에서 음주 측정을 받았고, 그 이후에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송 후보자는 조사자료를 은폐하거나 경찰을 매수했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송 후보자의 추가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했지만, 송 후보자는 “제가 음주운전하지 않았다. 옆자리에 있는 동료가 술을 마셨고 그 뒤처리를 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는 송 후보자의 ‘동기 해군 음주운전 무마’ 의혹에 대한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로 한때 정회되는 등 공방을 거듭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또 송 후보자가 19·20대 총선을 준비했고 2012년 대선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렇게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에 대해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송 후보자는 퇴임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33개월간 월 3000만원의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경위에 대해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구체적인 자문료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후배 장성들이 (법무법인에) 간다면 적극 권해서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퇴직 이후 방산업체 영입 대상으로 인식되면 나라를 지킬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송 후보자 ‘엄호’에 노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6·25 이후 북한과의 전쟁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장군에 대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안 된다고 하는 것에 모멸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인준된 고위직들이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받은 액수를 공개하며 송 후보자의 급여가 최고액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쌓여 있는 ‘민감 사건’… 오해살까 손 못 대는 檢

    쌓여 있는 ‘민감 사건’… 오해살까 손 못 대는 檢

    검찰이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일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장기간 수사를 벌이고도 결과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경찰 간부들에게 제기된 살인미수 혐의 고발 건은 18개월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및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자리를 비운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수사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평이 나온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가장 많이 쌓인 곳으로 서울중앙지검이 꼽힌다. 형사3부(부장 김후균)에는 백남기 농민 건이 배당돼 있고,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지난 정부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보수 단체 지원 및 관제데모 지시 사건을 맡고 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과 관련해 늦장 수사 의혹이 일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및 장향진 전 차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실시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보였으나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며 조만간 결과 발표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전직 고위 경찰 간부들이 대거 기소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관제데모 의혹과 관련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사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박근혜(65·구속 기소)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가 드러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검찰은 지난 5월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이 밖에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KBS의 세월호 보도를 통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5월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1년째 수사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5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 자금을 지원하도록 산업은행에 압력을 넣었다며 참여연대가 고발한 건도 해를 넘긴 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정부와 연관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연시키는 경향을 계속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수사 결과를 줄줄이 발표하는 것도 수사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AI 판사가 나를 단죄한다면…

    AI 판사가 나를 단죄한다면…

    # 2013년 2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총격사건에 사용된 차를 운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에릭 루미스(34)의 항소 이유서는 특별했다. 루미스의 변호인은 “검사가 미국 스타트업 회사인 노스포인트가 만든 인공지능(AI) 기기 컴퍼스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컴퍼스는 “루미스의 폭력 위험과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고 검사는 이를 인용해 중형을 구형한 것이었다. 루미스 측은 “인간이 아닌 AI 기기의 알고리즘을 이용한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AI 알고리즘 자료를 근거로 한 선고는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컴퍼스의 보고서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법률 영역에서 AI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장착한 AI가 전 세계 바둑계 고수들을 연이어 꺾으면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AI는 일상생활에도 파고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인공지능 투자컨설팅 및 자산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포털 등도 AI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 등 AI 비서 서비스도 등장했다. 법률서비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와 있다. 미국 법률 자문회사 로스 인텔리전스는 IBM사의 AI ‘왓슨’에 법률과 판례를 정리하는 변호사 보조 역할을 맡기고 있다. 최근에는 판결예측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컴퍼스처럼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변호사나 검찰, 판사도 수학과 통계학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인공지능은 법조인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을까 AI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AI가 법조인들을 돕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법조인을 아예 대체할 수 있을까. 런던대와 셰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해 개발한 유럽인권재판소의 과거 판결 사례들을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런던대 등 연구진의 AI는 유럽 인권협약 3조 ‘고문의 금지’, 6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8조 ‘사생활 및 가족생활 존중에 대한 권리’ 등에 관한 584개의 판결 사례를 학습했다. 특히 인권 침해 때 자주 나오는 특정 문장이나 사실, 정황 등을 학습해 실제 판결 5개 중 4개에서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런 덕분에 이 프로그램에는 ‘AI 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오스 알레트라스 런던대 교수는 “AI가 복잡한 재판의 판결 패턴을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프로그램이 법적인 가치 평가가 필요한 사건을 다뤄 실제 판례를 대략 79%의 확률로 예측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계인국 사법정책연구원 박사는 “이 실험은 단순 법률 적용의 문제를 넘어서는 ‘법적 가치평가’가 개입돼야 하는 사건들에 대해 AI가 법관과 80% 정도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라면서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실제 판결과 AI의 예측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조인의 핵심적 사고까지는 불가능할 것” 반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AI가 법조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주어진 상황에서 법률적 쟁점을 떠올리거나 가치 판단을 하는 일은 AI가 모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1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법’ 학술대회에서 고상영 대전지법 판사가 발표한 ‘인공지능의 법률 분야에서의 응용사례’ 발표문에 따르면 법률가들은 한 사람의 행동이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기까지 ▲쟁점이 될 만한 법 조항을 찾고 ▲비슷한 판례들을 찾아 분석한 뒤 ▲주어진 사례가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한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흥분해 칼로 피해자를 찔러 부상을 입힌 사건에서 법률가는 형법의 특수상해죄와 살인미수죄를 곧장 떠올린다. 이후 관련 판례들을 검색해 피해자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식이다. 바둑기보를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한 AI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수를 찾아낸다. 하지만 특정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다른 문제다.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와 환경 등은 무한대에 가까운 데다 전례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고, 여기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 판사는 “쟁점이 주어진 상태에서 판례를 찾는 것은 AI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가능하다”면서도 “판사로서도 핵심쟁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것을 AI가 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문제가 된 사례가 기존 사건들의 집합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통찰력이 필요한 지적 작업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컴퓨터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AI를 이용한 해외의 법률 서비스도 기존 판례를 검색하고 판결 방향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임영익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인간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대부분의 미래학자와 AI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여긴다”면서 “먼 미래에는 복잡한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놀라운 알고리즘이 등장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낮은 수준의 판단 기술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AI 판사를 신뢰할까 향후 기술의 발전으로 AI 판사가 등장한다면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부정적이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법적 판단을 기계에 맡기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고 판사는 “만일 컴퓨터가 법률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기계에게 내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 등의 판단을 맡길지 의문”이라며 “일정한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작업을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컴퓨터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은 “사법 불신이 큰 당사자는 ?사람보다 AI 체계를 신뢰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당사자는 그래도 인간 법관이나 인간 배심원을 더 선호하지 않겠나”라며 “일정 시기 이후에는 인간과 AI ?중 당사자가 희망하는 대로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응해 법조계가 좀더 ‘인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강진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재판관은 지난해 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는 것인 만큼 법률가는 창조성과 감성을 더 키워야 한다”며 “한국 법률가들이 그동안 창조적이고 인간적인 문서를 작성했나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법률서비스· 전자 소송 시스템 사업 추진 우리 법조계에서도 AI 기술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1일 국내 첫 대화형 생활법률지식서비스인 ‘버비’를 내놨다. 주택·상가 임대차, 임금, 해고 등 3개 분야에 대해 이용자가 질문을 하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 주는 AI 법률서비스다. 대법원도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소송 도우미와 대화형 안내 서비스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인텔리콘 메타연구소가 개발한 AI 변호사 시스템 ‘아이리스’는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법률 경진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법조인들의 판단을 도와주는 도우미 개념으로 AI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손해배상금 자동 판정기나 형량 판정기, 형사사건 판결 확률 판단기, 판결문 자동 작성기 등이 그 예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실용화된다면 AI는 판사의 업무를 줄여 주고 정교한 판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법률 AI는 산업적으로 가치 있을 뿐 아니라 기술과 법률 자체의 지식이 동시에 필요한 융합 분야인 만큼 이를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토양과 시스템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초·중·고 ‘원스톱 학세권’ 단지 인기 이유는?

    초·중·고 ‘원스톱 학세권’ 단지 인기 이유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한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거주지가 인기다. 최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나 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단지에서 걸어서 초·중·고 등의 교육시설을 통학할 수 있는 원스톱 학세권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여건은 자녀를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이 주택 구매 시 고려하는 우선사항 중 하나로 교육여건이 좋을수록 높은 집값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세권 단지는 인근에 유해시설 등 단속기준이 엄격해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보니 원스톱 학세권 단지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충남 천안 봉명동 일대에서 초·중·고등의 학교시설을 모두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원스톱 학세권 아파트가 분양 중에 있어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봉명2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봉서산 아이파크’를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4층 8개동 전용면적 49~109㎡ 총 665가구로 이중 일반분양물량은 총 429가구다. 특히 천안에서는 보기 드문 초소형 주택형이 공급되는 것을 비롯해 일반분양 물량의 85% 가량이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천안 봉서산 아이파크는 교통·교육·편의·녹지 등의 생활인프라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우선 단지 맞은편으로 봉명초, 계광중, 천안고 등이 있는 것을 비롯해 봉서초, 봉서중, 천안서여중 등 8개의 학교시설을 걸어서 통학이 가능해 자녀들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갖췄다. 또한 1호선 봉명역을 걸어서 이용 가능한 역세권 단지인데다 1호선 천안역, KTX 천안ㆍ아산역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천안시 동서를 연결하는 오룡지하차도가 개통돼 천안시내는 물론 1번 국도 및 경부고속도로 천안IC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도보권에 봉서산 둘레길, 하천 산책로 등이 있어 등산이나 산책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비롯해 롯데마트, 이마트, 천안역 상권, 천안아산역상권 등의 편의시설도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순천향대병원 옆으로 서울 이남지역에선 최대규모인 순천향대 천안제2병원이 개원할 예정에 있어 병원종사자들의 배후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계약금은 500만원 정액제이며, 중도금 전액 무이자혜택이 제공돼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췄다. 모델하우스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에 마련돼 있으며, 입주는 오는 2018년 하반기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IT 강국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버 보안/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교수

    [열린세상] IT 강국에 어울리지 않는 사이버 보안/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교수

    누군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침입한 뒤 가족 중 하나를 인질로 삼아 돈을 요구하는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잡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범인과 협상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는 방안이 있다. 만약 경찰이 범인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인질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택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웹 호스팅 업체 하나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고객사 3400곳의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 회사는 인질로 잡힌 데이터를 복구해 주는 조건으로 해커에게 13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는데 작년 랜섬웨어 범죄자들이 요구한 금액이 평균 1077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버 인질극의 몸값은 엄청난 것이었다. 협상을 비난하는 의견도 있지만, 경찰 등이 해커를 검거해 피해를 복구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만을 비난하기도 어렵다. 통상 사이버 공격은 국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범인 색출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사이버 공격에 대한 사전 예방과 공격 직후 즉각적인 피해 확산 방지, 피해 복구가 중요하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지수는 2015년 이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 전자정부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ICT 인프라 구축 및 정보통신 서비스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의 악성코드 감염률도 세계 최고다.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었다는 것은 역으로 사이버 공격에도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도 취약하기 짝이 없다. 먼저 사이버 보안에 대한 거버넌스 이슈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래 사이버 공격이 벌어지면 공공부문은 국가정보원, 민간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맡는 식으로 시스템이 이원화돼 있었다. 더욱이 공공부문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 사이버 안전관리 규정에 근거하고 있어 법적 근거마저 미흡하다. 비록 2015년부터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단일한 통합법에 의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2015년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했고, 일본도 2014년 사이버시큐리티기본법을 제정한 것과 비교된다. 우리도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사이버위협 대응 체계를 구축해 사이버 공격을 예방하고 사이버 공격 발생 때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 신속히 대처하려면 조속히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사이버 안보 업무에 대한 국회 통제의 강화, 개인정보 침해의 방지, 주요 기관 간 역할 분담을 염두에 두고 법체계의 통합, 재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다음 아직도 국민과 기업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이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랜섬웨어 사례에서와 같이 영세한 업체는 백업이나 물리적 망 분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매출액 등이 일정 규모 이하인 업체에는 보안 조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법령 때문이다. 또 다른 사이버 공격의 특성은 메르스 같은 전염병처럼 악성 코드에 감염된 PC가 좀비처럼 다른 PC를 공격하는 것이다. 개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사이버 보안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우리가 직장과 집의 안전을 위해 현관에 비밀번호를 걸어 두고 24시간 경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사이버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 더욱이 많은 고객이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더욱 강한 사이버 보안 조치를 하도록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능화된 사이버 공격이 국경을 넘어 공공, 민간 부문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사이버 위협에 대비해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고 보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물리적 보안이 국민 생존의 기본 조건인 것처럼 사이버 보안은 디지털 경제의 신뢰성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사이버 보안은 단순한 컴퓨터 데이터의 파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의 근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차원의 이슈가 되고 있다.
  • 전남경찰, 레미콘 규격 미달로 306억원 챙긴 6명 구속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일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미달하는 레미콘을 규격품으로 속여 공사현장에 납품해 310억원을 챙긴 레미콘 제조업체 회장 A(73)씨와 레미콘 배합비율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임원 B(48)씨, 규격미달 레미콘 생산을 지시한 임원 C(49)씨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불량 레미콘을 생산한 후 공사현장에 납품한 품질관리 직원 2명과 4개 법인에 대해서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남지역 4개 레미콘 업체를 운영 중인 회장 A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건설사들과 약정한 배합비율보다 시멘트 함량을 줄이는 수법으로 업체별로 40억∼137억원 등 30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품질시험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다. 원래 계약한 양만큼 시멘트가 투입된 레미콘을 생산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후 배합설계표나 변조된 자동생산기록지(배치리스트)를 해당 건설사들에 제출해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레미콘 배합비율 조작행위가 업계에 만연된 것으로 보고 점검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표준원에 통보할 것”이라며 “현장소장 등 건설회사 측과 공모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갑질’에 관용 없다… 제자 인건비 가로챈 교수 실형

    ‘갑질’에 관용 없다… 제자 인건비 가로챈 교수 실형

    학생연구원에게 줄 4억 빼돌려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 “우월한 지위 악용… 엄벌 불가피” 제자들의 인건비를 가로챈 양심불량 대학교수들에게 잇따라 실형이 선고됐다.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파렴치한 범죄에 법원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대 교수 A(47·여)씨와 국립대 교수 B(64)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참여 연구원들에게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편취한 돈 상당 부분을 개인 용도로 쓰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초범이라고 하지만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와 B 교수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발주한 의료정보서비스 관련 7개 연구과제를 공동 수행하며 연구원에게 줄 인건비 등 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자금 유용 방지를 위해 공동 관리가 금지된 학생연구원 인건비 통장을 교수가 직접 관리하며 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배정된 인건비 20∼30% 정도만 연구원에게 지급했다. 일부 학생 연구원은 인건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과제 수행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편취한 보조금은 비자금 형태로 조성돼 신용카드 결제, 주식투자 등 개인용도, 회식비 등으로 쓰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윤민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연구개발 산실인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들이 ‘갑’의 지위에서 학생 연구원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를 빼돌려 불법적인 이득을 취득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벌을 내린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도 부산지법 김주관 판사가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학생들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지원비를 가로챈 부산대 김모(58) 전 교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교수는 2011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산학협력단에서 관리하는 11개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연구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학생 13명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 1억 4500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춘천, 집창촌 폐쇄 성공… 아산은 생계비 월100만원에 ‘시큰둥’

    춘천, 집창촌 폐쇄 성공… 아산은 생계비 월100만원에 ‘시큰둥’

    13일 낮에 찾은 충남 아산시 온양1동 온천9통 ‘장미마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주민 한두 명이 가끔 허름한 골목길을 오갈 뿐이다. 폭 4~5m에 불과한 골목길의 포장도로는 여기저기 깨져 마을의 남루함을 더했다. 골목길 양옆으로 ‘오렌지, 황금, 캔디, 앨리스…’ 등 촌스러운 간판을 매단 집들이 늘어섰다. 간판이나 벽은 알록달록했다. 이런 풍경만으로 이곳이 오랜 전통의 집창촌임을 알기는 힘들었다. 마을에 있는 충남여성인권상담센터 관계자는 “밤이 되면 집집마다 불빛을 내뿜는다”며 “아산시가 탈(脫)성매매 지원에 나섰는데 정작 그걸 모든 성매매 여성이 아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자치단체가 집창촌과의 ‘소프트 전쟁(?)’에 나서고 있으나 그 작업이 녹록지 않다. 경찰의 지속적 단속과 다양해진 성매매 패턴으로 갈수록 쇠락하는 집창촌의 탈성매매 여성에게 지원 방안을 내놓고 고사작전에 돌입했으나 질긴 생명력을 보인다. 지자체 뜻대로 될지, 이른바 ‘풍선효과’만 낳고 말지 관심이 높아진다. 아산시는 지난 3월 6일 ‘성매매 피해 여성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만든 뒤 지난달 15일 시행규칙까지 공포해 제도적 절차를 모두 끝냈다. 조례는 탈성매매 여성에게 1년간 매달 100만원씩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주거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600만원을 주도록 했다. 또 사회적기업 등에 취업하면 다달이 최대 64만 7000원까지 지원해 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게 했다.안현숙 시 주무관은 “(공포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아직 탈성매매를 신청한 여성은 없다”면서 “성매매 여성들은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습관이 인이 박혀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것부터 힘들다. 사회 진출 두려움도 무척 크다”고 전했다. 장미마을의 성매매 여성은 80여명이다. 나이는 30~50대로 성매매 경력이 3~10년에 이른다. 안 주무관은 “보통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했던 여성이 많다”며 “탈성매매를 신청하면 자활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권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시는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지난 1월 장미마을의 핵심 업소가 있는 5층짜리 ‘세븐모텔’을 13억 2000만원에 매입했다. 집창촌의 맥을 자르려는 전략이다. 모텔에 업소 3개와 객실 21실이 있었다. 장미마을 업소는 22곳에서 19곳으로 줄었다. 시는 오는 8월까지 건물을 리모델링해 북카페, 청년카페, 청년창업공간으로 바꾼다. 안영민 시 마을만들기팀장은 “외지인이 많이 찾는 온양관광호텔 뒤 도심 한복판에 집창촌이 있어 교육도시 이미지를 크게 해친다”면서 “장미마을 옆 온천천을 서울 청계천처럼 만들어 놨는데 시민들이 가길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세븐모텔의 변신이 장미마을 폐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집창촌의 꼼수(?)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충남여성인권상담센터 관계자는 “세븐모텔에 있던 업소 3곳 중 한 곳은 장미마을 다른 점포로 옮겼고, 두 곳은 업주가 장미마을에 2개씩 업소를 가진 사람이어서 하나로 합쳤다. 성매매 여성들도 그대로 옮겨 갔다”며 “단 한 명도 탈성매매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자발적 결정일 수 있지만 업주가 가로막아 그런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집창촌 폐쇄가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장미마을은 인근 싸전(쌀 등을 파는 시장) 때문에 생겼다. 현금이 잘 돌자 술집이 속속 들어섰다. 손님을 끌기 위해 여성을 고용하는 집이 갈수록 늘었다. 1960~80년대에는 ‘방석집’(요정의 비속어)으로 발전했고, ‘작부’(酌婦)는 몸을 팔았다. 당시 아산은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의 인기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신혼여행지였는데도 집창촌 또한 호황이었다. 장미마을이 유명해지자 당진, 예산 등 인접지에서 추수를 끝낸 농민이나 먼바다에 갔다 온 뱃사람들이 ‘원정’을 왔다. 일본인의 매춘 관광도 적지 않았다.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 중 장미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아는 이는 없었다.1990년대 들어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잠시 위축됐지만 1997년 아산이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된 뒤 더 호황을 누렸다. 규제받지 않고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까닭이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도 장미마을의 호황을 부추겼다. 경찰에 쫓겨난 대전 유천동 ‘텍사스촌’ 업소들이 이전해 왔다. 10여개에 그쳤던 업소는 30개 가까이 됐다. 아산시 관계자는 “장미마을 토박이 업소는 10여명의 아가씨를 데리고 있었는데 유천동에서 온 업소들은 더 젊은 아가씨를 30~50명씩 데리고 영업하니까 양쪽 간에 싸움이 잦았고,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요즘은 산업단지가 급증하면서 주 고객이 노동자 등으로 바뀌었다. 외국인 노동자도 많이 찾지만 성매매 수법이 다양해져 집창촌이 예전 같지 않다. 김상용 대전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최근 성매매는 알선자가 오피스텔을 얻어 놓고 채팅 등을 통해 손님과 성매매 여성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개인 여성이 같은 방법으로 직접 대상자와 만나는 음성적인 형태로 이뤄진다”면서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간판을 붙이고 영업하는 집창촌은 신분 노출 위험이 커 꺼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계장은 “집창촌이 쇠락해 업주의 저항력이 작아진 것도 자치단체가 접근할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장미마을 폐쇄를 놓고 주민들은 찬반이 엇갈린다. 정순희 아산시 여성정책팀장은 “장미마을이 있는 온천9통 12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니 찬반이 반반씩 나오더라”라면서 “세탁소, 미용실, 슈퍼마켓 등을 하는 주민은 ‘집창촌을 없애면 굶어 죽는다’고 반대하고 찬성하는 주민은 ‘부끄럽다. 모르고 이사 왔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다음달부터 ‘자갈마당’ 집창촌 여성을 상대로 탈성매매 신청에 들어간다. 시는 지난해 9월 조례 제정에 이어 이달 말 시행규칙을 공포한다. 탈성매매 지원은 매달 생계유지비 100만원(10개월간) 등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줘 아산과 비슷하다. 한때 100개 업소, 성매매 여성 500여명에 달하던 자갈마당도 현재 39곳, 110~160명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장일환 시 가족권익팀장은 “업주의 반발과 110명만 신청해도 22억원이나 되는 예산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지난 3월 자갈마당 폐쇄 반대 집회를 열고 지난 7일 폐쇄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여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섰다. 일제강점기 때 기생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소리가 나도록 자갈을 깔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자갈마당이 대구시의 ‘햇볕정책’으로 문을 닫을지는 미지수다. 전북 전주시는 오는 8월부터 ‘선미촌’ 집창촌 탈성매매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4월 조례를 만들고 현재 보건복지부와 시행규칙을 협의하고 있다. 지원은 1년간 매달 생계지원비 100만원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40개 넘는 업소에 성매매 여성 80여명이 있다고 한다. 전주도 선미촌 내 성매매 업소 건물 2채를 사들였다. 2022년까지 68억원을 투입해 문화예술촌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엄선옥 시 주무관은 “생각보다 진척이 더디다”고 걱정했다. 선미촌 업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생계가 걸린 문제다. 급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밝혀 힘든 작업이 될 것을 예고했다. 강원 춘천시는 2013년 8월 국내 처음으로 탈성매매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집창촌을 폐쇄하는 데 성공했다. ‘난초촌’으로 불렸던 춘천역 인근의 이곳은 공영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시는 건물 29채를 모두 사들였고, 성매매 여성 52명에게는 생계비로 1인당 1000만원씩 지원했다. 1951년 미군기지 때문에 생긴 이곳이 문을 닫으면서 춘천은 집창촌 없는 도시가 됐다. 당시 난초촌 폐쇄를 주도한 홍문숙 춘천시 장수건강과장은 “처음에는 업주나 성매매 여성들이 문도 안 열어 줘 집창촌 안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짓고 일했다. 짐도 들어 주며 2년여가 지나니 마음을 열었다”며 “그래도 말을 안 들어 ‘현행범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업주를 협박하고, 성매매 여성은 끝없이 설득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홍 과장은 “업소에 부지나 건물을 빌려준 주인들을 계속 밀어붙여 건물을 하나둘 사들이니까 더 버티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무너져 갔다”고 회고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시론] 일자리 창출, 고용 없는 성장구조 바꿔야/권혁세 숙명여대 겸임교수·전 금감원장

    [시론] 일자리 창출, 고용 없는 성장구조 바꿔야/권혁세 숙명여대 겸임교수·전 금감원장

    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이고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상황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서다.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거의 20여년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청년실업과 가계부채, 양극화와 같은 수많은 경제·사회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자 킹핀(king pin)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도 최근 ‘국민은 일자리 잘 만드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주제로 글을 쓴 적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 모두 일자리 창출에 의욕을 보였지만 고용 없는 성장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일자리가 늘지 않는 원인은 주로 구조적인 것인데 대책은 중장기적인 구조 개혁보다 단기 경기대책인 대증요법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 지속은 잘못된 교육제도로 인한 인력수급 불일치, 대기업·제조업·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에 주로 기인한다. 집권 5년 동안 긴 호흡으로 경기대책과 경제구조 개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추경이나 조세·금융지원을 동원한 경기대책으로, 성장률을 높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아래 추진이 힘든 구조 개혁은 소홀히 해 왔다. 그 결과 효과가 일시적이고 실효성도 낮았던 것이다. 둘째, 국민 세금 안 들이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묘약이 있는데 제대로 안 썼기 때문이다. 바로 규제 철폐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과잉 규제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종류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이 음식·숙박·도소매에 집중돼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것도 규제로 새로운 분야의 창업이 어려워서다. 규제 철폐가 어려운 이유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 논쟁과 기득권 사수에 발목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규제 문제만큼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처럼 실용주의 관점에서 적극적이다. 그 결과 미래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핀테크 산업이나 빅데이터 산업과 같은 신산업이나 의료, 보건, 금융, 교육과 같이 고용효과가 크고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서비스산업이 금산분리나 개인정보 보호, 영리법인 불허와 같은 규제에 막혀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정부가 발표한 각종 일자리 대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번번이 사장됐다. 여소야대 국회는 물론이고 여대야소 상황에서도 발생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협치를 통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동일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이런 3가지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경기 대책과 구조 개혁을 병행한다면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고용 없는 성장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 방법과 관련해 민간이 주도하느냐 정부가 주도하느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일자리를 늘려 나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대책도 미래지향적이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정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안전을 위한 노후시설 교체, 범죄 예방이나 환경감시·복지강화를 위한 인력 증원,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산 및 세금 탈루 적발 시스템 구축,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앱 개발, 자영업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경쟁지도 마련,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프라인 데이터 거래소 설치 등 정부나 정부와 민간이 매칭펀드를 구성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분야는 무수히 많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정책 지원이나 평가의 기준도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우선을 두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 [커버스토리] 나, 서울 아니여~ 전라도랑께

    [커버스토리] 나, 서울 아니여~ 전라도랑께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대규모 인사가 예고된 관가에선 ‘고향 찾기’가 한창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직 인사의 ‘지역 차별’을 적폐로 지목했고, 실제 취임 뒤 총리와 장·차관 및 청와대 비서진 인사에서 지역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각 부처 요직을 차지했던 이른바 대구·경북(TK) 출신보다는 호남, 충청, 부산·경남(PK) 출신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TK 출신들은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던 호남 출신들은 기대에 부푼 분위기다. 충청, 강원, PK 출신들은 걱정보다는 기대가 커보인다. 물론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일선 공무원들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 웃지 못할 출신 세탁… ‘서울에서 고향으로’ 정권교체 뒤 관가에서는 웃지 못할 ‘출신 세탁’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 출신’이라고 밝혀 왔던 중앙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A씨는 최근 들어 자기가 ‘전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A씨는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했던 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고향이 전남이라는 걸 숨긴 게 절대 아니다”라고 겸연쩍은 웃음을 보였다. 최근 정부부처 차관이 된 한 호남 출신 인사도 박근혜 정부에서 자신의 출신지가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이런 모습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주로 ‘민망하다’는 반응이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정권 교체기에 고향을 드러냄으로써 바뀐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주미대사, 무역협회 회장을 거친 한덕수(67) 현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영삼 정부 말기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었던 한 전 총리는 원래 경기고를 나온 서울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출범 즈음에 한 전 총리의 고향이 전주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관가에서는 한 전 총리가 공무원 인사카드의 고향을 서울에서 전주로 바꿨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및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낸 뒤 무역협회장에 올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까지 무탈하게 임기를 마쳤다. 한 중앙부처의 국장급 간부 B씨는 “요즘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의 데자뷔(기시감)를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호남 출신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 B씨는 “축하 인사를 받는 상사가 ‘아이고, 아닙니다’라며 연신 손사래를 치면서 당황해하길래 정권 교체와 연관해 생각하지는 못하고 선배의 생일인 줄로만 알았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원래 서울 출신이라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 출신지를 영남으로 바꿔 승진한 고위공무원도 있다. 서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와 서울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던 C씨는 국장급이었던 지난 정부 때 출신지를 고향인 경남으로 바꿨다. 이후 유력했던 호남 출신의 선배를 제치고 먼저 1급 승진에 성공했다. # 정보 공유를 위해… 檢·警, 출신 가장 따져 사실 관가에서 출신과 고향을 따지는 것은 정무적으로도 ‘지역 안배’가 필요한 고위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대다수 부처에서 국장급 승진 이전 단계까지 출신지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신입 시절부터 유독 출신지를 따지는 곳들이 있다. 범죄 수사와 정보를 다루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들이 주로 그렇다. 검사장 출신 D변호사는 “수사와 범죄정보를 믿고 공유할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지연, 학연을 따지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끈끈하게 믿을 수 있기로는 고교 선후배가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동향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TK가 검찰을 장악하자 처가까지 들먹이면서 출신지를 바꿔 포장한 후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는 지난 9년 동안 한직을 떠돌았던 호남 출신들이 다시 요직을 차지하고, 영남 출신들은 ‘찬밥신세’가 될 거란 소문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한 경무관급 경찰 간부는 “고위직 인사는 지역 안배를 하니까 밖에서 보면 탕평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본청 및 시경 계장급 인사, 청와대 파견 등 외부에서 티 안 나는 요직의 경우는 정권에 따라 특정 지역 출신은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본적·증조부 고향은?… 뿌리까지 묻는 건 적폐 사정기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기획재정부 예산실도 관가에서 출신지를 따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돈을 만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백조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기재부 예산실장 자리는 민주화 이후에도 대부분 대통령과 출신지가 같은 인사에게 맡겨졌다. 현재 박춘섭(충북 단양) 실장이 거의 유일한 예외 케이스다. 예산실의 국장급인 5개의 심의관 자리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예산을 담당하는 과장에 대한 인사 때도 출신지가 고려된다. 예산실 과장 E씨는 “예산 업무를 하다 보면 지역 안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예산안 세부 항목에 조금만 신경 쓰면 자기 출신 지역에 어렵지 않게 더 많은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다행히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런 행태가 ‘적폐’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예산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아예 다른 부처로 옮긴 서기관 F씨는 “예산실 막내로 들어갔는데 ‘본적이 어디냐’고 묻길래 ‘서울’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증조부 고향은 어디냐’고 묻더라”면서 “덕분에 생전에 뵙지도 못했던 증조부가 이북 출생이란 사실을 알게 돼 고맙긴 했지만, 21세기에도 그런 걸 따진다는 게 너무 싫었다”고 털어놨다. 한 경제부처 과장급 G씨는 “출신지 따지는 것을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것 같아 서글프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확실하게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정유라 새벽 귀가… ‘崔게이트’ 재수사 차질 불가피

    정유라 새벽 귀가… ‘崔게이트’ 재수사 차질 불가피

    법원 “구속사유·필요성 인정 어렵다” “난 몰라·엄마 책임” 전략 통한 듯 법원이 3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강제송환된 정씨는 즉각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다.서울중앙지법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씨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강 판사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도 정상 학점을 취득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의 부탁으로 당시 최경희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이대 핵심 보직 교수들이 주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씨를 체육 특기생으로 합격시키고, 출석하지 않고 과제물도 내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담고 재학 당시 승마협회 명의로 허위 공문을 내 공결 처리를 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정씨는 이대 부정 입학과 학사 비리, 청담고 허위 공문 제출 등 혐의와 관련해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벌인 일로 자신은 전혀 사정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최씨나 기소된 이대 관계자들과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영장 기각으로 ‘이대 비리’ 피고인들과 부정 입학·학사 비리를 공모한 적이 없다는 정씨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밖에도 검찰은 정씨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지만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이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인인도의 근거가 된 체포영장에는 업무방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란 3가지 혐의가 적시됐는데 인도 당시와 달리 추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면 덴마크 정부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 강원도 평창 땅과 최씨 예금을 담보로 당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총 38만 5000유로를 대출받아 독일 슈미텐의 주택을 사는 등의 용도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 더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삼성 승마 지원금을 정상적인 재산으로 둔갑시키려고 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뇌물수수 공모 여부 등을 추가로 수사하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재수사 필요성을 피력한 가운데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가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전면 재수사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영장 기각으로 재수사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정씨를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정유라 “돈도 실력,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 원망해”…촛불민심 도화선

    정유라 “돈도 실력,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 원망해”…촛불민심 도화선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정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인 지난해 9월쯤 한 시민에 의해 이 글이 온라인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글은 삽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퍼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글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결정하는 시대상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금수저·흙수저’론이 광범위하게 회자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국민적 분노를 자극했다. 연령과 계층을 넘어 ‘촛불 민심’이 불타오르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씨는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모친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학창 시절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교육 농단’의 중심인물로 거론된 배경이다. 정씨는 승마 특기생으로 서울 청담고에 재학하던 시절 수업시간에 출석하지 않고 수행평가에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체육교과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일부 교사는 정씨의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허위 기록하기도 했다. 학사·출결관리, 성적처리, 수상 등 전방위적인 특혜가 주어졌다.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 승마 종목에 지원한 정씨는 규정을 어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을 봤다. 그는 전체 면접자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입학 이후에는 수업을 빼먹고 시험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학점을 취득하는 특혜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해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대학 고위층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박영수 특별수사팀 수사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의 권세를 등에 업은 최순실씨가 딸을 위해 이들을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대한승마협회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을 좌천시킨 것도, 삼성그룹을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눌러 앉혀 거액의 승마훈련비를 지원하도록 한 것도 그 중심에는 정씨가 있었다. 국정농단이 딸에 대한 최씨의 모성애에서 비롯됐다는 일각의 분석도 이런 정황에 터 잡은 것이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정씨는 승마 종목 최초의 한국인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어릴 적 꿈을 접고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속 여부를 떠나 어쨌건 재판에 넘겨져 모친인 최씨와 함께 법정에서 얼굴을 맞대야 하는 참담한 순간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정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도 정씨의 처벌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식모 학대

    [그때의 사회면] 식모 학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웬만한 부잣집에는 식모와 식모 방을 따로 두고 있었다. 70년대 초에 서울 사람의 31%가 식모를 두고 있었다는 조사가 있다. 당시 서울 시내의 식모 수는 무려 24만 6000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도 있다. 1960년대 중반에 식모의 월급은 400~500원가량, 중등교사의 초임은 3500원 정도, 쌀 한 가마니 값은 2500원쯤 됐다. 그러니까 식모 월급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10분의 1 수준으로 박했다. 침식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적은 월급을 주고 값싼 노동력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밑바닥 인생 ‘식모살이’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성한 손발밖에 없는 여성들이 선택했다. 사연도 구구절절했다. 학대를 받아 집을 뛰쳐나온 여성, 남편에게 버림받은 오갈 데 없는 여성.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워 무단가출한 농촌 소녀. 식모는 노비제도가 사라진 뒤에 새로 생겨난 신종 노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모살이는 고되고 비참했다. 주인들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구타를 당하기 일쑤였고 월급을 제때 받지도 못했다. 휴일도 거의 없었고 밥도 주인 식구들과 같이 먹지 못했다. 신세를 비관한 식모들의 자살 사건도 잇따라 심심찮게 신문 지상의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식모의 인권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식모를 가정에 두지 말자는 식모 폐지론도 나왔다. 식모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더러 있었다. 범죄는 멸시하고 학대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과 보복 심리가 원인이었다. 주인집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다 절도죄로 처벌받거나 주인집 아이를 유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화난 주인들은 식모를 잡아다가 감금해놓고 두들겨 패거나 굶기고 심지어는 불로 지지는 사형(私刑)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주인집에 함께 기거하다 보니 주인이나 그 아들로부터 능욕을 당하는 사건도 흔했다. 성폭력을 당한 식모들이 가는 길은 결국 윤락업소나 호스티스 등 유흥업소 종사자 같은 밑바닥 생활이었다. 영화화된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는 영자가 시골에서 올라와 식모를 하다 주인집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안내양을 거쳐 창녀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시절 서울역 앞에는 영자와 같은 운명에 빠질 수도 있는 시골 소녀들이 보따리를 들고 방황하고 있었다. 식모가 점차 줄어든 것은 산업화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 구조 변화와 핵가족화도 식모의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적은 가족이 생활하도록 설계된 현대식 아파트는 식모 방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식모라는 명칭은 1985년 12월 당시 총무처의 ‘한국직업명칭개선안’에 따라 가정부로 바뀌었다. 사진은 식모 학대 기사가 실린 1965년 10월 29일자 경향신문.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MB특보 때 지인 특혜 강만수 1심 징역 4년… 대우조선 비리는 무죄

    MB특보 때 지인 특혜 강만수 1심 징역 4년… 대우조선 비리는 무죄

    영향력을 행사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게 한 강만수(72·구속 기소) 전 산업은행장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19일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전 행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행장의 ‘스폰서’ 역할을 한 고교 동창 임우근(69) 한성기업 회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민원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지인들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해 정부 지원금 66억원을 지급받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특보였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임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현금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다. 이 밖에 2011년 임기영 당시 대우증권 사장에게서 산업은행장 취임 축하금 1000만원을 현금으로 받고, 2012년 한 플랜트 설비업체에 시설자금 490억원을 부당 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가 나왔다. 반면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묵인한 대가로 거액의 투자를 종용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관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명예롭게 퇴진하게 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리를 묵인해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