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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같은 아동 모델, 왜 계속 나올까

    성인 같은 아동 모델, 왜 계속 나올까

    “이목 집중… 결국 수요 있으니 반복돼” “아이들, 성적 접근 괜찮다 생각할 우려”선명한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 찡긋거리는 코끝, 아이스크림을 묻힌 입. 지난달 28일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공개한 새 광고의 아동 모델을 둘러싸고 불거진 성적 대상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살짜리 아이가 옷과 화장을 성인처럼 연출하고, 입술과 눈빛을 부각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1일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아동 모델에 대한 성 상품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아동 모델을 성인처럼 보여 주는 광고가 곧잘 도마에 올랐다. ‘여아 아동복’, ‘아동 수영복’ 등을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에서 아동 모델이 단순히 아동복을 입고 단정하게 촬영한 게 아니라 다리를 꼬거나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 다리를 벌리는 모습, 성인 모델처럼 팔을 위로 뻗어 올려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모습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속옷 모델 관련 처벌 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4만명 이상 동의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더 독특하고 눈에 띄는 광고를 원하니 성인보다 더 어린 모델을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킨다”면서 “아동의 성적 측면을 두드러지게 묘사하면 시장에서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은근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에서 해당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광고 표준 기준을 만들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디어에서 아동이 진한 화장을 하거나 하이힐을 신고 오피스 룩(직장인 복장)을 입는 등 과잉 성애화한 모습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일부 성인들이 ‘아동에게도 성적으로 접근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실제 많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이 ‘어린아이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30년 된 보호관찰제도… ‘1명이 128명 관리’ 여전히 인력난

    30년 된 보호관찰제도… ‘1명이 128명 관리’ 여전히 인력난

    ‘전자발찌’ 개선 행정력 낭비 줄일 필요 마약·음주운전 재범률 큰폭 감소 ‘성과’1989년 재범 억제를 위해 소년범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보호관찰제도가 3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가정폭력·성매매·아동학대·마약·음주운전 등으로 보호관찰 범위를 확대해왔고, 특히 마약사범과 음주운전 사범은 재범률이 7분의1에서 10분의1까지 줄어드는 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일선 보호관찰 현장에선 여전히 고질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보호관찰관 1명이 맡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12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27.3명의 4배가 넘는 숫자다. 전국 57개 보호관찰소 직원 1522명이 19만여명의 보호관찰 대상자를 관리하면서 보호관찰·사회봉사 등을 실시한 건수는 지난해에만 26만 2444건에 달한다. 직원 1인당 연간 170여건을 처리한 셈이다. 인력 부족은 보호관찰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방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한 보호관찰 관계자는 “지방의 작은 보호관찰소는 야간 당직에 1~2명밖에 세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한밤중 여러 상황이 동시에 터지면 중요한 순서대로 취사 선택해 출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충원이 쉽지 않다”면서 “결국 예산의 문제”라고 말했다.인력 수급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보호관찰을 위해 전자감독(전자발찌) 제도 준수사항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자감독은 성범죄자 등을 일정 기간 전자발찌 장치를 통해 실시간 감시·감독하는 보호관찰의 일종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전자감독에서의 준수사항의 법적 성격과 효과’에 따르면 일선 보호관찰관들은 ‘특정지역·장소 출입금지’, ‘특정인 접근금지’ 등 준수사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유아·청소년 시설에 출입을 제한하는 출입금지 명령은 시설에 사람이 없는 야간 시간대에도 경보가 계속 울리거나, 아동 성범죄와 관련 없는 대상자에게도 일괄적으로 부과돼 행정력이 과도하게 낭비된다는 고충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원은 보호관찰 전담 판사제도를 운영하고, 양형 기준과 같이 ‘준수사항 부과 기준’을 신설해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준수사항 부과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형민 연구위원은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보가 계속 울려 행정력이 낭비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서울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제도 시행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법무부는 보호관찰제도를 통제·관리 중심에서 치료·재활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인적·물적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성인 같은 아동 모델, 왜 계속 나올까…“로리타 콤플렉스 갇혀 이미지 소비”

    성인 같은 아동 모델, 왜 계속 나올까…“로리타 콤플렉스 갇혀 이미지 소비”

    배스킨라빈스 광고 논란…하루 만에 사과하고 영상 삭제전문가들 “이목 집중…수요 있으니 반복” “시민·소비자 단체에서 불매운동하고 광고 가이드라인 정해야”선명한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 찡긋거리는 코끝, 아이스크림을 묻힌 입. 지난달 28일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공개한 새 광고의 아동 모델을 둘러싸고 불거진 성적 대상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살짜리 아이가 옷과 화장을 성인처럼 연출하고, 입술과 눈빛을 부각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에 배스킨라빈스 측은 해당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은 “해당 어린이모델의 부모님과 소속사를 통해 충분한 사전 논의 후 제작했다. 광고 영상 촬영은 모델의 부모님 참관 하에 일반적인 어린이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을 했으며, 평소 모델로 활동했던 아동복 브랜드 의상을 착용한 상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재는 사과문이 삭제된 상태다. 1일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아동 모델에 대한 성 상품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아동 모델을 성인처럼 보여 주는 광고가 곧잘 도마에 올랐다. ‘여아 아동복’, ‘아동 수영복’ 등을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에서 아동 모델이 단순히 아동복을 입고 단정하게 촬영한 게 아니라 다리를 꼬거나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 다리를 벌리는 모습, 성인 모델처럼 팔을 위로 뻗어 올려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모습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속옷 모델 관련 처벌 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4만명 이상 동의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아동 모델 성 상품화 논란은 큰 이슈다. 2017년 중국에서는 한 대형 쇼핑몰에서 4~6세 아동을 모델로 내세운 란제리 쇼가 열려 비난을 샀다. 런웨이 행사에 짙은 화장을 한 아이들이 꽃, 날개, 깃털 등으로 장식된 속옷을 입고 모델로 섰다.2010년 프랑스에서는 패션잡지 보그에 진한 화장을 한 채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10세 모델의 화보가 문제가 됐다. 당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폴 밀러 교수 등은 “어린이에게 어른의 이미지를 투영한 패션산업은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그릇된 미적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2013년 프랑스에서는 16세 미만 소녀의 미인대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더 독특하고 눈에 띄는 광고를 원하니 성인보다 더 어린 모델을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킨다”면서 “아동의 성적 측면을 두드러지게 묘사하면 시장에서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은근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에서 해당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광고 표준 기준을 만들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어린 아이를 성숙한 어른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성인 여성을 순종적인 아동인 것처럼 보여주는 방식과 함께 ‘로리타 콤플렉스’에 갇혀 여성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이다”라면서 “미디어에서 아동이 진한 화장을 하거나 하이힐을 신고 오피스 룩(직장인 복장)을 입는 등 과잉 성애화한 모습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일부 성인들이 ‘아동에게도 성적으로 접근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많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이 ‘어린아이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미디어에서 아동 모델을 대상으로 규율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단속 걸린 운전자, 경찰과 다투다 골절에 4억 국가배상 논란

    단속 걸린 운전자, 경찰과 다투다 골절에 4억 국가배상 논란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가 단속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다 다친 데 대해 국가가 4억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일선 경찰 내부망에는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판사를 파면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에는 1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 판사를 파면해 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오후 5시 현재 이 청원글에 동의한 사람은 1만 5000명(1만 5182명)을 넘어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4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2년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도로에서 끼어들기가 허용되지 않는 차로로 끼어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관 B씨의 요구에도 10분 이상 면허증을 제시하지 않다가 뒤늦게 넘겨준 A씨는 경찰관이 범칙금을 발부하려 하자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빼앗기 위해 B씨의 제복 주머니와 어깨 등을 붙잡았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목을 감싸 안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경찰관 B씨는 이 일로 상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A씨는 부상으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이에 대해 청원인은 “경찰의 공권력에 힘으로 대항할 경우 경찰은 반드시 이를 제압해야 한다”면서 “그건 경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밀 로봇이나 신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경찰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필요한 정도로 제압만 하고 다치지는 않도록 적절하게 힘을 사용해서 제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공권력에 힘으로 대항하는 사람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압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이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범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혔다가는 직업도 잃고 거액의 배상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런데 누가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국민들의 몫”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 통신망에도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관은 “당초에 상해죄 유죄를 받게 된 것부터가 잘못 끼워진 단추”라면서 “공무집행 중인 직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책임감, 사명감을 요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단속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경찰관은 “‘길거리 단속’은 교통사고 위험이 크고 위반자들과 시비가 붙기 십상”이라면서 “길거리 위반 차량 단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 경찰관은 교통순찰차나 지구대·파출소 순찰 차량에 탑재형 단속시스템을 설치해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각종 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방식의 비대면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고달픈 乙들의 아귀다툼…공감없는 이해는 공허하다

    고달픈 乙들의 아귀다툼…공감없는 이해는 공허하다

    외국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최 과장은 비정규직 혜미를 보면 연민과 짜증을 동시에 느낀다. ‘하는 일이 없다’며 혜미를 자르라는 사장 말에는 안쓰러움이 떠오르지만, 근태 불량에 ‘알바몬에서 봤다’며 따박따박 대꾸하는 모습엔 정나미가 떨어진다.(‘알바생 자르기’)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한 공장에서 사람들은 ‘죽은 자’와 ‘산 자’로 나뉜다. ‘죽은 자들’의 점거 탓에 공장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자, 어제의 동료였던 ‘산 자들’은 ‘폭도들로부터 공장을 되찾자’며 직접 무기를 들고 나선다.(‘공장 밖에서’) 목 좋은 지하철역 100m 남짓 되는 거리에 경쟁적으로 들어선 빵집 세 곳. “저희 집이나 이 집이나 장사 잘되면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그러면 여기 장사 잘되는 곳이구나, 하고 옆에 빵집 또 생겨요.” 호황을 바라고 들어선 곳에 장사가 잘되면 안 되는 모순이 이곳에선 현실이다.(‘현수동 빵집 삼국지’)●편들지 않는 시선 10편… 혼재된 선인·악인 서울시 마포구 현수동에서 일어나는 10편의 비극. 연작소설 ‘산 자들’(민음사)은 일간지 기자 출신 작가가 직조한 한국의 경제 현실에 관한 10회 짜리 기획기사다.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 경제문제 속 온갖 고단함, 그 와중에서도 ‘갑과 을’에 비해 덜 조명됐던 ‘을과 을’ 사이의 아귀 다툼이 도드라지는 소설들이다. 그 어느 하나 편들지 않는 글, 언론사 데스크한테는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가 없다”고 한 소리 들을 법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만난 장강명(44) 작가는 “어중간하게 나쁜 놈이면서 딱한 놈도 있고, 더 딱한데 착한지 나쁜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다”며 “도저히 한 문장으로는 축약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감 없는 이해·이해 없는 공감 모두 지양해야 그래서 작가는 이해 당사자 양쪽의 사연을 다 넣으려 노력했다. “기사 제목만 보고 악플들을 달잖아요. 기사 끝까지만 봐도 악플을 못 다는데 말이죠. 기사보다 더 길게 사연을 보다 보면 감히 누구를 비난하겠어요.” 그는 ‘한국 사회 살기 힘들다’, ‘어느 현장을 가도 다 사연이 있다’는 느슨한 야마 두 가지만 가지고 접근했다. 그렇게 1부 ‘자르기’에서는 비정규직과 대기발령, 대규모 구조조정 같은 해고 이야기를, 2부 ‘싸우기’에서는 직장에 포함되지 않아 해고가 되려야 될 수 없는 자영업, 재건축, 취업 이야기를 담았다. 3부 ‘버티기’에서는 모두가 친절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분화된 시스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제 침묵보다 저렴해진 ‘음악의 가격’ 등 그로테스크한 현실 진단이 이어진다. 초판 3000부를 찍고 사흘 만에 재쇄 3000부를 또 찍은 책은 작가의 예상과 달리 ‘힐링된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초고를 읽어보니까, 너무 우울하더라”는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느낀 건 ‘무력감’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에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앞에서 빵집을 하다 접은 분이 ‘위로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기가 겪은 일이라든가, ‘내 일이다’ 싶은 걸 읽으면 그런가 봐요.” 모두가 느꼈으되 언어화하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들을 책 속에서 발견한 덕일 테다. 을과 을이 엉겨붙어 싸우는 고달픈 현실 속,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공감 없는 이해, 이해 없는 공감 모두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자본주의지, 어쩌란 말이야. 공산주의 하자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그 논리만 옹호하면 그건 잔인한 거죠. 반대로 ‘여기 사람이 죽고 있다’ 그 구호 이상의 아무것도 없이, 왜 이런 톱니바퀴가 돌아가는지 이해를 않거나 거부한 채로 그 자리에서 통곡만 하는 건 공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길게 얘기한 셈”이라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시스템의 억압에 새 감각 얻는다면… ‘산 자들’과 함께 작가는 SF 단편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아작)도 같이 펴냈다.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그에게 SF를 쓰는 근육과 극사실주의 소설을 쓰는 근육은 ‘같은 근육’이다. 그는 공유차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빗댔다. ‘공유차 서비스 기술이 나와서 궁지에 몰린 택시 기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10년 전에 썼으면 SF이지만, 지금이라면 ‘산 자들’에 들어갈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가가 아니라 시스템이 개인을 억압해서 저항을 하지 못하고,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개인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두 책은 다를 게 없다는 그는 같은 맥락에서 다음 작품은 ‘유일하게 시스템을 벗어난 인간’인 범죄자에 관한 얘기라고, 살짝 귀띔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현병 환자도 사람입니다

    조현병 환자도 사람입니다

    지난 4일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예비신부를 숨지게 한 화물차 기사 박모(40)씨,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방화·살인 사건을 벌인 안인득(42), 지난해 12월 임세원 교수에게 칼을 휘두른 박모(31)씨.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조현병 병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병력은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짧은 기간 반복된 강력범죄 탓에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었다. 하지만 조현병은 관리·치료를 잘 받으면 비(非)질환자들보다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 서울신문은 조현병을 앓았지만 꾸준히 약을 먹으며 치료·상담을 받아 온 환자 5명과 이들을 돕는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3명을 지난 28일 만났다. 이들은 자신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솔직한 속내를 들어 봤다.●“10대에 병 생겨 40년간 약 먹으며 관리” “가족마저 ‘집에 있으라’고 할 때가 있어요. 온종일 집에만 박혀 있다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10대 때 조현병이 발병해 40년 동안 약을 먹고 있는 조호연(53)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조현병을 앓아도 관리만 잘하면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조현병’ 딱지를 붙이고 격리시키려고만 한다”고 했다. 정신장애동료 지원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조씨는 세브란스병원 봉사상, 서울시장 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들을 싸잡아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표현하는 온라인 기사 댓글을 보며 좌절한다고 했다. 강시환(33·가명)씨는 “조현병 환자들도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도 당연히 안다”면서 “환청이 따갑게 들려 스스로를 해치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려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선(46·가명)씨도 “조현병 환자는 남을 해치기보다 오히려 속앓이를 하거나 우는 등 소극적 반응을 많이 한다”면서 “조현병 환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때 병을 떠나 사람 자체의 공격적 성향이나 고의성 여부, 환청 등 영향을 두루 따져 봐야 하는데 사람들은 병력만 본다”고 속상해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조현병 환자들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 혼자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살인 등 범죄 저지르는 건 치료 공백 탓 일부 조현병 환자들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건 치료 공백 탓이 크다. 치료 중단 배경에는 본인의 의지 부족도 있지만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하며 강제 입원을 시킨 주변에 대한 배신감, 병원에 대한 공포·거부감, 약물 부작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음지로 숨어든 일부 환자는 관리 사각지대에서 범죄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조현병은 약을 끊으면 수개월 안에 환시, 환청, 망상 등 증상을 보이며 쉽게 재발한다. 이때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오해하고 자기 방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개인 성향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 조현병을 얻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일부 의료진의 차가운 태도나 병원 치료 과정에서 느낀 실망감 탓에 치료를 멈추기도 한다. 20년째 조현병을 앓는 김미현(43·여)씨는 “한창 힘들 때 상담 중 ‘수목원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의사는 싸늘하게 ‘그럼 가면 되지’라는 말만 했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잠시 약을 끊었지만 환시 현상을 다시 경험하고 다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대표는 “강압적으로 치료하거나 약을 먹여 재우기만 하는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남아 병원을 기피하는 환자도 있다”면서 “다른 질병으로 입원하면 환자가 갑인데 정신병원은 환자가 을 중 을”이라고 말했다. 김영선씨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 탓에 시설 입원을 망설이게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직장생활을 그만둔 이후 충격이 너무 커 스스로 입원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만류했다”면서 “입원하면 의료 기록이 낙인처럼 남을 텐데 차라리 그냥 견디며 사회에 적응해 보라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김씨는 주변의 적극적 도움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며 조현병을 이겨냈다.환자들은 약물·입원 외에 공인된 방식은 아니지만 나름의 치료법으로 조현병을 이기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강시환씨는 “환청에 이름을 붙여 대화로 잠재운다”고 말했다. 그는 극심한 환청 탓에 한때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충동도 심하게 느꼈었다. 특히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욕하는 환청이 매일 그를 괴롭혔다. 한 주먹씩 약을 입에 털어 넣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영국 히어링보이스 무브먼트’라는 자조모임 겸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본인만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모임은 환청과 대화하며 트라우마성 기억과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강씨 역시 자조모임에서 배운 대로 환청들에 이름을 붙였다. 그가 붙인 환청의 이름은 ‘악마소리꾼’. 강씨는 “악마소리꾼과 대화하며 그 목소리가 하는 얘기를 탐구해 보고 있는데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권우민(36·남)씨는 자신의 진단명인 ‘강박 장애’에 새 이름을 붙였다. ‘일 미완성 미래 불안형’이다. 단순히 병명만 붙이면 본인 스스로를 환자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본인이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인지를 인식하고 증상에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권씨는 “증상을 해결해야 된다는 접근보다는 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서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정직원 전환 뒤 1년 계약 때도 월 20만원 조현병을 오래 앓다 보면 가족들에게도 상처받는다. 가족들은 이웃이 알까 봐 쉬쉬하기까지 한다. 조호연씨는 “가족 결혼식 날에도 어머니가 돈 만원을 주고 ‘집에 있으라’ 했다”면서 “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얘기하지 마라, 동네 소문 난다’고 입을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들은 직업을 마음대로 택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조현병 환자에게 열려 있지만 월급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조씨는 “2년 동안 한 달에 9만원 받고 일했다”면서 “정직원 전환 뒤 1년 계약했을 땐 월 2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월급 액수가 적힌 쪽지를 보여 주면서 “월급이 너무 적어서 쪽지를 보관해 뒀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했는데 고작 이 액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질 나쁜 일자리조차 못 구하는 환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편견 때문에 사업장에서 환자들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따도 사회복지사업법상 결격사유 등 여러 조건에 걸려 실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 진단이나 병력을 밝히기 전과 후에 대우가 천지차이로 달라지기도 한다. 직장에서 조현병 이력을 밝히면 허드렛일을 주거나 심하면 해고되기도 한다. 김영선씨는 양로원에서 일하던 중 조현병 이력이 알려져 한순간에 잘리기도 했다. 그는 “조현병 이력을 숨기고 일할 땐 아무 말이 없었는데 조현병으로 상담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바로 잘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병을 숨기고 편의점 알바를 7년 했는데 조현병 환자인 걸 알고 야간 수당, 추가 수당을 못 받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병을 알고 악용했다고 생각해 고발한다고 말하니까 그제야 퇴직금을 주더라”고 말했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소속 이한결(25) 활동가는 “정신질환의 문제를 떠나 아무도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삶을 함께 고쳐 나갈 친구나 동반자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장기간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그사이 변한 사회에 적응하기도 어렵다”면서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환자들이 궁지에 몰려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유병률 1%… 100명 중 1명은 걸릴 수 있어 조현병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지역, 인종, 문화에 관계없이 1% 정도라고 한다. 우리 주변의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을 앓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현병 환자들은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다”면서 “서로 인정하고 돕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선씨 역시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친하게 지내고 어울릴 수 있는 편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신석철 대표는 “조현병에 대한 벽을 깨려면 범죄자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오해가 가장 먼저 풀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현병 환자 모두를 다 착하고 온순하고 여기고, 무조건 온정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범죄자는 범죄자로서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해 달라는 게 당사자와 지원 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승훈(34) 활동가는 “조현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당사자에게 접근하려면 일단 서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음지에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시진핑, 아베에게 “북일회담 추진 뜻, 김정은에 전달” 밝혀

    시진핑, 아베에게 “북일회담 추진 뜻, 김정은에 전달” 밝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뜻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지난 27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지난 20~21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아베 총리에게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을 전달했다”고도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의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는 이달 초 대변인을 통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면서 천연스럽게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발바닥 같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홍콩에서 범죄자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하에서 기존의 자유로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해역에서 활동을 자제할 것을 시 주석에게 요청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자치광장] ‘안심이 앱’ 귀갓길 안전 책임진다/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자치광장] ‘안심이 앱’ 귀갓길 안전 책임진다/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서울시가 밤길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 운영 중인 ‘안심이 앱’을 통해 얼마 전 성 범죄자를 현행범으로 검거했다. 혼자 귀가 중인 여성에게 한 남성이 접근해 음란행위를 하자, 평소 안심이 앱을 이용하던 여성이 앱을 켜고 긴급 신고해 10분 만에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신규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다. 현재 안심이 앱은 약 10만명이 설치, 이용하고 있다. 안심이 앱은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 4만여대와 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자치구별 통합관제센터를 앱으로 연계한 스마트 안심망이다. 무엇보다 25개 자치구 통합관제센터에는 상주 경찰이 있어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비상상황에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CCTV를 통해 피해자 위치, 현장 상황 등을 파악함과 동시에 상주 경찰이 근처 경찰에 바로 출동 요청을 할 수 있어 신고에서 출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안심이 앱은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특히 늦은 밤길 혼자라서 무섭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폰에 ‘서울시 안심이’ 앱을 내려받기하고 개인정보 수집 없이 닉네임과 전화번호만 입력해 가입하면 된다. 그리고 늦은 밤 나 홀로 귀가할 때 앱을 미리 실행하면 된다. 집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앱이 자동 종료된다. 만약 집에 가는 길에 비상상황이 발생해 ‘긴급신고’를 누르거나, 스마트폰을 여러 번 흔들면 관제센터에 긴급 호출이 들어가 상황에 맞는 조치를 빠르게 취한다. 실수로 잘못 누른 경우에는 5초 내에 ‘취소’하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관제센터에서 상황 파악을 통해 실수를 가려낸다. 안심이 앱에서는 서울시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안심귀가 스카우트’도 신청할 수 있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25개 자치구, 452명의 스카우트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늦은 시간 귀가하는 시민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주는 서비스다. 우리 모두는 희망한다. 이런 서비스 없이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근본적으로는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당장 오늘 나의 안전을 위해 서울시 안심이 앱을 설치하시길 권해 본다.
  • 권익위, 국·공립학교 교장 재산 등록 추진…교원단체는 반발

    권익위, 국·공립학교 교장 재산 등록 추진…교원단체는 반발

    정부가 국·공립학교 교장도 공직자 재산 등록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는 “학교장을 잠재적 범죄자로 폄훼하는 것”이라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2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국민권익위가 마련한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 방안과 관련해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교에 의견을 묻는 질문을 했다. 권익위는 교장이 인사, 예산 등 학교 행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지만, 심의·의결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견제·예방 수단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교장을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또 국·공립학교장에게 4급 상당 이상의 예우를 하는 만큼 재산 등록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공립학교장을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국·공립학교장은 지난해 교육통계 연보 기준 9768명이다. 교총은 이에 대해 “모든 학교는 교육지원청, 시·도 교육청 등 상급기관의 정기·수시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면서 “교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교장직은 학교 행정 전반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운영·학생교육과 관련된 것이며, 외부와 결탁해 이익을 취하는 것과는 무관한 자리”라면서 권익위가 “교장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해 왜곡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교장 재산 등록 방안이 시행되면 교장의 사생활 침해 등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재산 등록 방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순천 선배 약혼녀 강간살인 대책…전자발찌 착용자 야간외출제한 금지 추진

    순천 선배 약혼녀 강간살인 대책…전자발찌 착용자 야간외출제한 금지 추진

     최근 순천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선배의 약혼녀를 강간살인하는 등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가 모든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외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27일 모든 전자발찌 착용자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고 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 전에는 전자발찌 착용자 중 재범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에 대해 법원에 야간외출제한(밤 11시~새벽 6시) 특별준수사항 부과를 요청할 방침이다. 실제 전자발찌 착용자가 저지르는 재범의 절반 정도가 야간 시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야간에는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많은만큼 야간 시간대 위험경보나 준수사항 위반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전담직원과 무도실무관으로 전자감독 신속대응팀을 구성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무도실무관 15명을 증원했다. 7월부터는 전자감독 전담 보호관찰관 45명을 증원해 야간에 상습적으로 귀가하지 않거나 재범위험성이 높은 대상자에 대해서는 현장에 출동해 귀가지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전자감독 대상자의 이동경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도 집중관제팀을 신설해 재범위험성이 높은 상위 3%, 약 100명을 선별해 이동경로를 정밀 탐색하는 등 집중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전남 순천에서 A씨(36)가 직장 선배의 약혼녀를 상대로 강간을 시도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두 차례 성범죄로 모두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A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 오전 5시 30분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족이 범인을 사형시켜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21일 A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음주로 인한 재범도 관리한다. 야간시간대 상습 음주자에 대해 귀가지도를 실시하고, 상습적으로 귀가지도에 불응하거나 재범위험성이 높은 경우 법원에 야간 외출제한명령을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음주상태에서 범행한 전력이 있거나, 상습적으로 음주하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일정량 이상 음주를 금지하는 특별준수사항 부과를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음주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전자발찌도 개발한다.  현재 3057명이 전자발찌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 미성년자 대상 유괴, 강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착용한다. 법무부는 기존에 월 1~3회 실시하던 전자발찌 착용자와 면담을 주 1회 이상으로 늘려 심리상태와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수집도 강화한다.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상습 음주자는 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관리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하려던 40대男 9시간 만에 석방 논란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하려던 40대男 9시간 만에 석방 논란

    보호관찰소 “전자발찌 규정 위반에도석방은 있을 수 없는 일” 경찰 비판전자발찌를 찬 채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성범죄자가 현행범으로 붙잡혔지만 경찰이 검거 9시간 만에 석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없고 자해를 시도해 인권을 고려해 석방한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26일 여수경찰서와 순천보호관찰소에 따르면 25일 오전 1시쯤 여수시의 한 모텔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A(41)씨가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성범죄 전과로 복역한 뒤 출소해 지난해부터 전자발찌를 찬 채 보호관찰을 받아왔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이 금지됐고, 모텔 등 유흥업소에도 출입할 수 없다. 순천보호관찰소는 A씨가 24일 오후 11시가 넘어도 귀가하지 않자 현장 대응팀을 보내 위치를 추적해 다음 날 새벽 1시쯤 경찰과 함께 모텔에서 붙잡았다. 발견 당시 A씨는 자해를 한 상태였고, 술에 취해 함께 있던 여성에게는 폭행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전자감독법 위반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다음 날 25일 오전 3시쯤 유치장에 입감시켰다. 경찰은 A씨에게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자 25일 오전 10시쯤 석방했다. 이는 검거 9시간 만에 풀어준 것이다. 경찰은 A씨가 자해를 해 치료가 필요하다 보고 풀어줬지만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어 동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호관찰소는 A씨가 석방되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전자발찌로 위치를 추적했다.이 과정에서 보호관찰소는 경찰에 A씨가 추가로 자해를 할 가능성이 있는 등 위험할 수 있으니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술에서 깬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성폭행을 하려 하자 저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결국 경찰은 25일 오후 7시쯤 A씨를 불러 2시간가량 조사하고 귀가시킨 후 강간미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호관찰소는 A씨가 전자발찌 준수사항을 4번이나 위반하는 등 매우 위험한데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모텔에서 체포될 당시 성폭행 시도 가능성이 있었고, 4번이나 전자발찌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경찰이 석방한 것은 국민 보호 차원에서 있을 수 없다”면서 “경찰에 항의했지만 곧바로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집행했다며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자해를 했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고, 인권 부분도 고려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석방했다”면서 “늦게나마 피해자가 진술해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정황을 확보했지만 A씨가 도주할 우려가 없어 긴급체포하지 않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왓쳐’ 안길호 감독X한상운 작가 “본 적 없는 ‘감찰’ 소재”

    ‘왓쳐’ 안길호 감독X한상운 작가 “본 적 없는 ‘감찰’ 소재”

    ‘WATCHER(왓쳐)’가 국내 최초로 감찰을 소재로 한 본격 심리 스릴러의 새 장을 연다. ‘보이스3’ 후속으로 오는 7월 6일 방송되는 OCN 새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연출 안길호, 극본 한상운,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이하 ‘왓쳐’)는 비극적 사건에 얽힌 세 남녀가 경찰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리수사팀이 되어 권력의 실체를 밝혀내는 내부 감찰 스릴러다. 경찰을 잡는 경찰, ‘감찰’이라는 특수한 수사관을 소재로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치밀하게 쫓는 심리 스릴러를 그린다. 그동안 수사물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머물렀다면, ‘왓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조명된 적 없는 ‘감찰’을 전면에 내세워 사건 속에 숨겨진 인간 군상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경찰 동료에게는 영원한 ‘내부의 적’이자 모두를 철저히 의심해야 하는 외로운 감시자, 비리수사팀의 시선으로 사건에 얽힌 이해관계를 파헤치고 권력의 실체에 다가선다. 소위 정의를 지켜야 하는 이들의 욕망과 신념의 대립을 들여다보며 선과 악, 정의에 대해 날카롭게 짚는다. 무엇보다 완성도를 담보하는 안길호 감독과 한상운 작가의 의기투합은 차원이 다른 심리스릴러의 탄생을 기대케 하며 드라마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디테일한 연출력의 대가로 손꼽히는 안길호 감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비밀의 숲’부터 증강현실 게임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표현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어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국내 최초 미드 리메이크작 ‘굿와이프’에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녹여내며 호평을 받은 한상운 작가 역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치밀하고 섬세한 ‘디테일 장인들’이 본격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만나 발산할 시너지는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기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상운 작가는 “지금까지 다룬 적 없는 ‘감찰’을 소재로 한 본격 심리 스릴러다”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여러 수사물에서 ‘감찰’은 일선 경찰의 피를 빨아먹는 고위층의 수족, 혹은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각성시키는 도구로만 등장했을 뿐 극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었다. 수사와 비리의 경계선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많은 선악의 갈림길에 서는 경찰. 이들을 ‘감찰’의 시선으로 내밀하게 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안길호 감독 역시 “사건보다 사람과 그 관계성에 집중하는 드라마”라고 밝혔다. “기존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중심이 된 적이 없었던 감찰부서의 이야기이자, 캐릭터도 목적도 다른 세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사건과 상황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차별점이 흥미로운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거미줄처럼 얽힌 사람들의 욕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심리 스릴러’를 잘 표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점을 둔 부분은 각 인물 간의 관계성이다. 안길호 감독은 “사건에 사람이 매몰되지 않고, 그들의 내면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한상운 작가도 “인물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인물 간의 반목과 충돌에 중점을 둔 심리스릴러다. 욕망은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들을 각 인물의 상황과 성격에 따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지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도 목적도 다른 세 주인공 치광, 영군, 태주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협력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기존 장르물과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안길호 감독과 한상운 작가는 서로에 대한 신뢰 역시 끈끈하다. 안길호 감독은 “장르물이지만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드라마다. 사건을 치밀하게 쫓으면서도 관련된 사람들의 내밀한 감정선과 서사를 놓치지 않는다. 매 회가 궁금해지는 대본”이라고 극찬했다. 한상운 작가에게도 안길호 감독은 천군만마다. 한상운 작가는 “안 감독님은 뛰어난 비주얼 감각을 가졌고, 단순히 멋진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쓸 줄 아는 연출자다. 디테일하면서 정확하고, 또 이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최고의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대본의 빈 공간을 감독님이 꽉꽉 채워주실 거라 믿는다”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OCN 내부 감찰 스릴러 ‘왓쳐’는 ‘보이스3’ 후속으로 오는 7월 6일 토요일 밤 10시 20분 첫 방송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입김에 흔들리는 홍콩의 ‘아시아 허브’ 위상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입김에 흔들리는 홍콩의 ‘아시아 허브’ 위상

    ‘아시아의 허브(중심지)’로 자처하던 홍콩의 위상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의 민주적인 사법시스템 안에서 누리던 홍콩이 점점 ‘중국의 입김’이 커지면서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채널 CNBC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으로 대규모 시위에 따른 업무 마비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곳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홍콩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 타라 조셉 홍콩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몇몇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아시아 본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홍콩에 아시아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것은 홍콩이 ‘법의 지배’를 받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과 별개로 독립적인 사법시스템과 자본시장 친화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 본토와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갈수록 ‘입김’이 확대되는 바람에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홍콩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환경 여건에 민감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산당과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하는 중국 본토식으로 경영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서방은 ‘중국의 홍콩화’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홍콩이 중국처럼 바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되면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하는 영국 지엔(Z/Yen)그룹의 평가에서 홍콩의 세계 금융 허브 순위는 3위로 4위인 싱가포르를 앞선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는 1억 달러(약 1163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가 싱가포르의 2배를 넘는 853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홍콩에 대한 중국 공산당 및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면 홍콩의 순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게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지엔그룹은 금융 허브 순위를 다섯 가지로 평가하는데, 첫 번째가 비즈니스 환경이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적 안정성이다. 홍콩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자치권과 정치적 자유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엔그룹은 전했다. 특히 홍콩 당국이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면서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 9일 100만 명의 시민이 시위에 나선데 이어 16일에는 2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28~29일)에 앞서 27일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8시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이 때문에 송환법 추진은 보류됐으나 홍콩 정부의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면서 홍콩 정국은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람 장관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홍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송환법이 다시 추진된다면 홍콩은 법의 지배가 아닌 공산당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근의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대체지로 보고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판국에 중국 정부는 서방 세력들이 홍콩 문제에 뻗친 “검은 손을 거두라”고 경고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은 19일 홍콩에서 범죄자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조례 연기를 결정한 것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서방에 화살을 겨눴다. 그는 “매우 경계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일부 서방 세력이 이 문제를 이용해 풍파를 일으키고 대립을 조장하고 있으며, 홍콩의 안정을 해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파괴하려 한다”며 “당신들의 검은 손을 거두라고 외치고 싶다. 홍콩 사안은 중국의 내정이고 홍콩은 당신들이 날뛸 곳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시위 이후 중국 최고위 관리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 도리어 홍콩의 정치적 불안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 싱가포르 등 홍콩 밖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홍콩 재벌들의 일부가 개인 재산을 싱가포르로 빼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공산당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 재벌이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서 싱가포르 씨티은행 계좌로 1억 달러 이상을 송금했다고 홍콩 금융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른 자산가들도 이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를 도피처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홍콩에서 93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등 상당수 기업들이 홍콩 시위를 이유로 현지에서 계획했던 행사를 줄줄이 연기했다. 부동산개발업체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홍콩 사회 동요와 경제 불안정을 이유로 14억 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 계획을 접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사무소를 싱가포르 등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던 기업들의 상장 연기도 줄을 잇고 있다.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李嘉誠) 일가가 거느리고 있는 CK허치슨 그룹 산하의 제약업체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는 당초 20일 홍콩거래소에 추가 상장하려고 했으나 이를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연기 배경에 대해 ”최근 시장 불안 속에서 상장을 위한 적절한 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환법에 대한 대규모 시위도 투자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는 시가총액이 35억 달러에 이르는 암 치료제 개발업체로 이번 홍콩 상장을 통해 5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다. 물류·부동산 개발업체인 ESR 케이먼 역시 “현 시장 상황”을 이유로 홍콩증시 상장을 연기했다. 이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12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었던 만큼 올해 아시아 지역 최대의 IPO로 시장의 주목받았다. 중국 핑안(平安)보험그룹의 핀테크 기업 진룽이장퉁(金融壹賬通·One Connect)도 홍콩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뉴욕증시로 방향을 돌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이 회사는 지난해 자금 조달 때 75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부동산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BI는 홍콩의 대부업체 골딘파이낸셜이 “최근의 홍콩의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불안정” 탓에 111억 홍콩 달러에 낙찰받은 상업용지를 포기했다. 홍콩 정부도 13일로 예정됐던 17억 달러 규모의 옛 공항 부지 매각을 연기하기도 했다. 매각 연기 이유에 대해 도심 시위로 전날 정부청사가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가 겹치면서 입찰자가 적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홍콩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홍콩이 싱가포르나 도쿄 등 라이벌보다 중국 본토와의 근접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금융회사인 킹 앤 우드의 로널드 아큘리 수석 파트너는 “다른 금융 허브가 홍콩의 위상을 넘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홍콩, 싱가포르, 도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도쿄는 영어권이 아니다. 결국 싱가포르와 홍콩이 남는다. 이중 중국 본토에 더 가까운 홍콩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보이스3’ 권율→이용우→박병은, 이진욱에 집착하는 이유 “네 안에 그것”

    ‘보이스3’ 권율→이용우→박병은, 이진욱에 집착하는 이유 “네 안에 그것”

    ‘보이스3’ 권율, 이용우, 박병은은 왜 이진욱에게 집착할까? 그들의 집착 이유는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히며 시청자들의 추리력을 풀가동 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도강우(이진욱)를 끝까지 괴롭혔던 ‘닥터 파브르’ 운영자 방제수(권율).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네 기억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 사람은 나였다”며 끈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집착은 OCN 토일 오리지널 ‘보이스3’(극본 마진원, 연출 남기훈, 제작 키이스트)에서 후지야마 코이치(이용우)와 카네키 마사유키(박병은)로 이어졌다. 방제수는 그가 자신과 같은 부류일 것이라 생각했고, 미호의 친오빠 코이치는 28년 전 미호를 살해한 사람이 도강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명분은 있었다. 그렇다면 마사유키는 무슨 이유로 도강우에게 집착을 보이는 걸까. 방제수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것은 도강우의 각성이었다. 그의 바람대로 고시원 폭발 사고로 인해 도강우는 과거의 일부를 기억해내면서 각성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때 현장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사람은 마사유키로 드러났다. 방제수의 후원자라던 의문의 노인은 마사유키에게 “코우스케(이진욱)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방제수는 면회를 온 도강우에게 “아마 넌 너도 모르는 사이에 선생의 개가 됐겠지. 네 안에 그거 때문에”라며 손목에 있는 문신, ‘사메타(깨어났다)’를 가리켰다. 현재 닥터 파브르 회원들을 처단했던 ‘선생’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마사유키다. 교수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코이치 역시 죽기 전, 그를 ‘센세(선생)’라고 불렀다. 무엇보다 도강우와 마사유키의 손목엔 동일한 문신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만약 마사유키가 속포 대안학교의 ‘선생’이어서, 방제수는 물론 닥터 파브르 회원들을 키운 거라면, 방제수를 통해 속포 대안학교를 알게 된 도강우와는 어떤 연결점도 없다. 도대체 그들만의 연대를 상징하는 ‘사메타(깨어났다)’란 문신이 도강우에게도 새겨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도강우의 악한 본능은 범죄자에 국한되어 있었고, ‘피가 흐르는 귀’가 각성 포인트였다. 그러나 지난 12회에서 도강우는 사건 현장에서 전조 증상이 찾아왔고, 결국 “나 지금 사람 죽일 뻔했어. 범죄자 놈도 아니고 각성 포인트도 없었는데 방금”이라며 스스로 경찰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를 지켜보던 마사유키는 “타고난 기질을 거스르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면서 왜 참는 거지?”라며 의아해했다. 이렇게 도강우와 마사유키의 관계, 그리고 마사유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보이스3’의 최대 난제로 남은 상황. 현재 도강우에게는 과거 일본에서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고시원 폭발 사고 이후 문신이 새겨지기 전 일주일의 기억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마사유키가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제작진 역시 “도강우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가 ‘보이스3’이 중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내일(22일) 방송되는 13회분부터 도강우가 어떤 인물인지, 마사유키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 서서히 밝혀지게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보이스3’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20분, OCN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동영상] 조슈아 웡 주도, 홍콩 시위대 경찰본부 에워싸고 “송환법 철회”

    [동영상] 조슈아 웡 주도, 홍콩 시위대 경찰본부 에워싸고 “송환법 철회”

    수천 명의 홍콩 시위대가 21일 경찰본부를 에워싼 채 송환법(범죄자 인도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원들이 입법원 바깥에 모이기 시작했다. 헬리어 청 영국 BBC 홍콩 특파원에 따르면 여느 날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던 시위 양상은 며칠 전 풀려난 2014년 우산 혁명 지도자 조슈아 웡이 나타나 경찰본부 앞으로 행진하자고 요구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홍콩의 여러 대학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설정한 시한인 전날까지 정부가 송환법을 완전 폐기한다고 발표하지 않은 것을 규탄하며 경찰본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다시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물러날 것을 구호로 연호하기 시작했다. 웡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전 시위 도중 체포된 이들에 대한 기소를 하지 말 것을 경찰에게 요구했다. 또 스테픈 로 홍콩 경찰청장에게 “(건물 밖으로) 내려와 민중과 마주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자진 해산을 종용하며 그들이 포위한 것 때문에 긴급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점심 때만 해도 시위대는 최근 몇주 동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보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홍콩 시위는 가장 많을 때 200만명 정도까지 운집했다. 또 지난 12일 진압 경찰과 학생과 시위 군중이 가장 격렬한 충돌을 빚어 32명이 체포됐으며 그 가운데 5명이 봉기 혐의로 기소댔고, 8명은 훈방됐다. 람 장관은 송환법 무기한 보류를 선언하며 주민들에게 사과했지만 물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그녀가 물러나고 송환법 완전 폐기를 선언해야만 시위나 소요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람 장관을 지지하고 있으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정신질환 범죄자 치유 방법 고민…법원 ‘치료적 사법 실험’ 통할까

    극단적 선택하다 자녀 살해한 아내 석방 “남은 자녀 돌봐야”… ‘회복적 사법’ 시도 “피해자도 치유될 수 있는 방안 고민해야” 정신질환 등으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을 치유하는 한편 피해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법원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보석 제도를 활용한 ‘치료 구금’을 피고인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법원의 실험이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라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앞으로 다루게 되는 다수의 사건들에 대해 치료적 사법 및 회복적 사법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양형 부당으로만 항소가 이뤄져 사실 관계와 유무죄를 다투지 않는 사건에 한해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9일에도 아내를 살해한 치매 환자 이모(67)씨와 술을 마시고 가족들을 때린 알코올중독자 박모(64)씨에게 치료 구금을 제안한 바 있다. 재판부가 구현하려는 ‘치료적 사법’은 법조계 안팎에서도 꾸준히 논의가 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의 개념과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다만 치료적 사법에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무작정 구속돼 있는 것보다 우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범죄의 재발을 막고 당사자나 가족들도 원만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겼다.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사흘 만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박씨의 경우 19일 법정에서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며 흐느꼈다. 재판부는 박씨가 쓴 1심 반성문까지 큰소리로 읽게 하며 질책을 하고는 그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는 치료 과정을 직접 챙겨 보기로 했다. 격리병동 입원 동의서와 입원치료 계획서를 내면 직권 보석을 허가하고 재판부가 직접 병원을 찾아가 치료 과정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치료기관을 찾는 것부터 비용 부담까지 져야 하는 가족들의 고민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하도록 하는 ‘회복적 사법’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할 계획이다. 지난 14일에는 자녀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자녀 한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 가운데 아이 엄마에게 직권 보석을 허가해 석방했다. 범죄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남은 두 자녀를 위해서다. 재판부는 아이 엄마에게 “앞으로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향후 구직 활동 및 채무 청산 등 양육을 위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할 계획을 보고하도록 했고, 안전을 위해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머물지 말라고 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복적 사법을 두고 형벌의 위협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형사재판의 핵심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이뤄졌다면 단순히 몇 년 형을 선고하느냐를 넘어 피고인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피해자도 치유될 수 있는 방안을 법원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대법 “명의 빌려 등기한 부동산, 소유권 인정”…기존 판례 유지

    대법 “명의 빌려 등기한 부동산, 소유권 인정”…기존 판례 유지

    부동산실명법이 무효로 규정한 ‘명의신탁 부동산’을 인정해 비판을 받아 온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명의신탁이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사람이 대내적으로는 그 물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타인의 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동산 소유자 A씨가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부동산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명의신탁 약정과 이 약정에 따른 물권 변동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9월 당시 대법원은 명의신탁 약정은 법에 따라 무효지만 그 약정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날 공개한 결정은 기존 판례를 유지한 셈이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채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이상으로 부동산 원 소유자의 재산권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쳐 채택되지 않았다. 앞서 농지를 상속받은 A씨가 농지의 등기 명의자인 B씨를 상대로 소유권 등기를 자신에게 이전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명의신탁은 범죄자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민법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의 등기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2월 한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결국 대법원은 명의신탁 부동산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기존 판례를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왓쳐’ 한석규X서강준X김현주, 연기 내공 빛나는 촬영 현장

    ‘왓쳐’ 한석규X서강준X김현주, 연기 내공 빛나는 촬영 현장

    ‘WATCHER(왓쳐)’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의 연기 내공이 빛나는 리허설 현장을 포착했다. ‘보이스3’ 후속으로 오는 7월 6일 방송되는 OCN 새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연출 안길호, 극본 한상운,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이하 ‘왓쳐’)는 비극적 사건에 얽힌 세 남녀가 경찰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리수사팀이 되어 권력의 실체를 밝혀내는 내부 감찰 스릴러다. 경찰을 잡는 경찰, ‘감찰’이라는 특수한 수사관을 소재로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다면성을 치밀하게 쫓는 심리스릴러를 그린다.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디테일한 연출로 사랑받는 안길호 감독과 ‘굿와이프’에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녹여내며 호평을 받은 한상운 작가가 의기투합해 차원이 다른 내부 감찰 스릴러의 탄생을 예고한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참신한 작품으로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해 온 OCN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심리 스릴러라는 점이 드라마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왓쳐’는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기존 수사극과는 달리, 그 이면에 얽힌 다양한 인간 군상을 파헤치는 심리스릴러다. 부패를 목격한 경찰 도치광(한석규 분)과 살인을 목격한 순경 김영군(서강준 분) 그리고 거짓을 목격한 변호사 한태주(김현주 분)까지. 한 팀이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견제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관계성을 지닌 인물을 그려내야 하는 만큼, 세 배우의 호흡은 ‘왓쳐’를 기대하게 만드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이에 카메라 밖에서도 쉬지 않고 뜨거운 에너지를 쏟아내는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다. 공개된 사진 속 한석규는 캐릭터에 완벽 몰입한 모습이다. 예리하게 빛나는 눈빛은 사람의 감정을 믿지 않는 냉철한 감시자 ‘도치광’ 그 자체. 명불허전 존재감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 없는 한석규지만,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촬영 직전까지 대사와 감정선을 곱씹으며 대본을 탐독하는 그의 치열함은 신뢰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열혈파 순경 ‘김영군’으로 장르물에 도전하는 서강준의 강렬한 에너지도 현장을 뜨겁게 달군다. 그의 깊어진 눈빛은 한층 성숙해진 연기 변신에 기대를 높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김현주의 카리스마 역시 압도적. 잘나가는 엘리트 검사에서 범죄자를 변호하는 뒷소문 무성한 변호사로 변모한 비밀스러운 한태주를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한 시도 몰입을 잃지 않으려는 베테랑 배우 김현주의 노련한 포스가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세 사람이 빚어내는 시너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머리를 맞대고 꼼꼼하게 대본을 살피는 한석규와 서강준. 예리함이 닮은 반전의 콤비 플레이가 벌써부터 설렘을 유발한다. 촬영장 어디서든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감정선을 쌓아가는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의 열띤 분위기는 비리수사팀의 활약을 기대케 만든다. 수사와 비리 경계선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많은 선악의 갈림길에 서는 경찰. ‘왓쳐’는 사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파헤치고 권력의 실체에 다가서는 비리수사팀을 통해 소위 정의를 지켜야 하는 이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선과 악, 정의에 대해 짚는다. 믿었던 선배의 비리를 목격하고 외로운 감시자의 길을 선택한 치광과 과거의 사건으로 얽힌 영군, 태주의 운명적 재회가 어떤 진실을 눈앞에 꺼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왓쳐’ 제작진은 “각자의 캐릭터를 치밀하게 구축해 시너지를 증폭하는 세 배우의 호흡이 대단하다. 특수한 관계성을 가진 이들이 비리수사팀으로 뭉쳐 진실을 쫓는 과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심리스릴러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OCN 내부 감찰 스릴러 ‘왓쳐’는 ‘보이스3’ 후속으로 오는 7월 6일 토요일 밤 10시 20분 첫 방송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단독] 살해한 사실도 잊어버린 피고인… “치료경과 지켜본 뒤 판결”

    “엄마는 어디 갔냐” 묻는 중증 치매환자 ‘구속 후 사회 복귀는?’ 고민에서 시작 검찰 “중대 범죄자 처벌 간과해선 안 돼 병원 구금할 근거 명확하지 않아” 지적 치료감호기관 1곳뿐… 체계적 치료 한계 아내를 살해한 사실도 잊고 “엄마는 어디 갔느냐”고 묻는 중증 치매환자. 법원은 이 사람에게 과연 형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했다. 몇 년 구속됐다 나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19일 시도해 보겠다고 선언한 ‘치료 구금’은 이런 고민에서 비롯됐다. 중증 치매와 과대망상 증상이 있는 이모(67)씨 측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대신 양형이 무겁다는 이유로만 항소했다. 아들은 “단순히 형량이 높다, 낮다는 게 아니라 질병이 있는 환자 입장에서 재판을 받는 게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 달라는 뜻으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 주소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곧 잠을 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들은 피해자의 자녀들이기도 하다”며 치료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이씨 자녀들의 복잡한 심정에 공감했다. 또 “2017년 9월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를 밝혔고 국가에서도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씨 또한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치매환자임을 강조했다. 5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구속돼 있다가 석방되면 오히려 가족관계는 물론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다만 치료 구금이 실행되기까지는 여러 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부터 반발했다. 검사는 “치료도 중요하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나 범죄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치료 감호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치료 감호는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여 판결 선고와 함께 명령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한 치료감호기관으로 많은 질병을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치매는 치료감호 대상 질환이 아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치매 환자도 치료감호가 가능한지를 먼저 알아볼 것을 요구했다. 국가가 도울 수 없다면 가족의 힘으로 이씨가 치료를 받도록 하자는 게 재판부의 생각이다. 대신 관리가 가능하도록 보석제도를 활용해 판결 선고 전에 일반 병원에 피고인을 사실상 구금하고 재판부가 병원과 소통해 치료 과정을 지켜본 뒤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회복적·치료적 사법’ 개념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법제도를 단순한 처벌에만 활용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치유해 사회로 온전하게 복귀시켜야 한다는 개념이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부천지원장을 지내던 2013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충분한 사과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하는 취지의 ‘형사 화해제도’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이씨 가족에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씨의 아들은 “여러 병원을 물색해 봤지만 아버지의 범죄 사실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며 재판부에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단독] 법원, 아내 살해 중증 치매환자에 “병원 입원”…‘치료 구금’ 첫발 뗐다

    [단독] 법원, 아내 살해 중증 치매환자에 “병원 입원”…‘치료 구금’ 첫발 뗐다

    중증 치매와 과대망상 상태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에게 법원이 구치소가 아닌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구금 방식을 처음 시도하기로 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 범죄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법원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를 단순히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과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사법’ 또는 ‘회복적 사법’ 개념을 재판에 적용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9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모(67)씨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집중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감 생활 동안 치매의 정도가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객관적 증거가 있는 이 사건을 시범적으로 ‘치료 구금’의 개념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은 중증 치매환자는 가족이 돌보는 데 한계가 있고 국가도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면서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증 치매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환자라는 이유로 아무 치료 없이 석방되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자녀도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면회를 가면 “엄마는 왜 오지 않았냐”고 물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은 이날 법정에서 “아버지는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아버지가 치유되고 남은 가족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선의의 판결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에는 일부 정신질환이 있는 피고인들에게 판결을 선고할 때 검찰이 청구한 치료감호를 법원이 명령하는 것 외에 치료 구금이라는 개념은 법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확립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절차를 최대한 활용해 그 한도 안에서 진행할 것”이라면서 “입원 치료를 조건으로 직권 보석을 허가해 석방 즉시 치매전문병원에 입원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 대신 가족들이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보증서를 제출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씨 사건 다음에 열린 알코올중독자 박모(64)씨의 사건에도 치료 구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박씨는 술에 취해 아내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3일 만에 같은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가족이 입원 치료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해 사실상 구금하고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미국의 정신건강법원과 같은 역할을 시도해 보겠다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면서도 “다만 치료시설 연계 문제와 인력과 비용 문제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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