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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美 팝 솔 스타 프리스턴 타계

    미국의 팝 솔 가수이자 작곡가인 빌리 프리스턴이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59세. 신장 이상으로 고생하던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의 의료 센터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 최고의 스타 건반 주자로 평가받는 빌리 프리스턴은 싱글 앨범인 ‘아우터 스페이스’(Outta Space)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또 영국의 블루스 가수 조 코커의 히트곡인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을 작곡했다. 프리스턴은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두 그룹과 모두 작업한 몇 안 되는 뮤지션 가운데 한 명이다.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 롤링스톤스의 ‘에그자일 온 메인 스트리트(Exile on Main Street)’ 등의 음반 작업을 했다. 그는 1969년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에도 연주자로 참여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어린이책꽃이]

    ●동물과 놀아요(스테파니 르뒤 엮음, 권지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에서부터 이국적인 것들까지 161종을 서식지별로 보여준다. 표정이 생생한 천연색 동물사진들이 돋보이는 동물백과.4세 이상.1만 3000원.●꼬꼬의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주드 위즈덤 글·그림, 윤지영 옮김, 작은책방 펴냄) 암탉 꼬꼬네 텃밭의 채소가 없어졌다. 범인은? 옆집에 사는 늑대, 아니면? 콜라주 기법의 그림이 유쾌한 생활동화.4세 이상.8500원.●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유혜자 옮김, 비룡소 펴냄)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로 경제동화 붐을 일으킨 지은이의 신작. 인류최초의 경제활동인 농업혁명에서부터 최근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경제역사의 발전과정을 요약했다. 초등5학년 이상.1만 2000원.●배꼽(신형건 시, 남은미 그림, 푸른책들 펴냄) 평범한 일상에서 시어를 길어낸 시인의 보석 같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부러진 연필심’‘비누’‘배꼽’ 등 흔해빠진 일상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지은이는 초등교과서에 동시 5편을 실은 인기 동시작가. 초등생.8800원.
  •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제4회 지방선거 투표가 31일 실시된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3867명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광역단체장 16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655명, 광역비례 78명, 기초의원 2513명, 기초비례 375명 등이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40%대 초·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 이상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거의 유일한 격전지라는 대전과 제주에 갔을 때다. 대전시장·제주지사로 누구를 뽑겠냐고 물으면 열에 일곱, 여덟 정도는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탄한 뒤 “그러니까 열린우리당은 죽어도 싫고,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답했다. 누가 지역을 위해 적임자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 대 정당으로 치르는 선거가 된 듯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답변만 나와 적잖이 당황도 했다. 한나라당에는 돈 받은 국회의원, 성추행한 국회의원까지 있다고 말했더니 “의원 한 명의 잘못일 뿐, 한나라당 전체 잘못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대전의 한 택시기사는 “돈을 받은 게 뭐 잘못이냐. 그래도 전에 한나라당이 (정권을)잡았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아주 좋아 지지한다는 말은 별로 없었다.‘다 같은 정치인’이라는 말은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지독한 불신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보자 공약을 살피거나 정책을 뜯어볼 여력은 없고 중앙 정치권 무대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 아쉬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대전에서는 “(열린우리당)염홍철 후보는 (한나라당을)속인 사람”이라면서 “또 당선되면 국민을 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일 다시 제주로 가는 길. 김포공항까지 가면서 택시를 탔다.6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박 대표를 만나면 꼭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복을 열 가지 얻으면 아홉은 남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당연히 크게 이기겠지만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 피습 사건의 피의자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원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박 대표를 찌른 범인이 매달 여당에 2000원씩 낸 당원이 아니냐.”고 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 “그런 줄 몰랐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찍어야 될 사람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무려 6명을 뽑는 선거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포역 앞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한꺼번에 6명씩이나 뽑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투표는 해야겠고 그냥 좋아하는 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이 있다.’고 한 유권자들도 정당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공약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특별히 없다.”고 했다. 선거 이후 정국에 대해 묻는 유권자들도 의외로 많았다. 부천 소사역 근처 성가시장의 한 상인은 “어차피 판세는 한나라당이 우세한데, 선거 끝나고 나면 다른 정당들은 어떻게 되느냐.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 않으냐.”고 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 공산이 크다.”는 말들이 나왔다. 광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 이원영 의원의 ‘5·18 군부대 투입’,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 등이 혼재돼 어수선했다. 택시기사에서부터 장터에서 고추를 파는 아주머니, 학생들까지 선거 얘기를 꺼내면 10분 이상씩 소신을 밝힌다. 높은 정치 관심도를 실감했다.5·18을 기념해 광주로 올인한 정치권을 향해 ‘정치 과잉’을 비판하는 목소리부터 높았다. 이면에는 여전히 광주만의 의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몰표와 탄핵 이후 4·15 총선의 압승을 이루게 해준 이른바 광주의 전략적 판단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일만 구혜영 박지연 황장석기자 oilman@seoul.co.kr
  • 빈집 컴퓨터 전문 털이범 “메신저덕에…딱 걸렸어”

    빈집을 돌며 컴퓨터를 훔쳐 수천만원대의 이익을 챙기던 절도범이 인스턴트 메신저 덕분에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회사원 박모(28)씨는 직장에서 메신저에 접속하려다 이상한 알림문구에 놀랐다. 자신의 메신저를 누군가가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집의 컴퓨터를 켜면 메신저가 자동접속되도록 설정했으나 당시 박씨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퇴근 후. 집에 있던 컴퓨터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었다. 박씨는 낮에 일어났던 이상한 상황과 함께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신고받은 영등포경찰서는 곧바로 메신저회사에 협조를 요청, 박씨의 메신저 접속기록을 확인했다. 박씨 주장대로라면 범인 등이 훔친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순간, 메신저는 자동접속될 것이고 IP주소를 추적하면 범인위치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여간의 추적 끝에 메신저 접속기록이 확인된 곳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컴퓨터 수리점. 장물인 컴퓨터를 손보던 컴퓨터 수리상의 실수로 경찰의 위치추적에 걸린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9일 상습적으로 컴퓨터를 훔친 김모(39)씨를 절도 혐의로 붙잡아 구속하고, 컴퓨터를 매입한 수리상 김모(29)씨도 장물 취득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언론,‘오버’하지 마세요/최광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지난 20일 토요일 저녁에 일어났다. 불행한 일이었다. 신문사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고약한 시간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 날짜 신문이 없는 날이니 이 소식을 전하려면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다. 월요일 아침 신문을 받아든 독자들은 그 소식이 얼마나 구문이었겠는가. 그래도 이 사건은 신문이 독자의 관심을 끌 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 선거를 10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대표였다는 점, 현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매김돼 버린 이미지 연출의 상징적 부위인 얼굴에 자상(刺傷 )을 당한 점,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 등등. 인포테인먼트성 기사에 길들여진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2일 월요일자 모든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했다.4∼5개면에 걸쳐 적게는 15꼭지, 많게는 20꼭지가 넘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이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전했다. 신문들은 소설식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1면에 컬러사진과 섬뜩할 정도로 자상부위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함께 실은 자칭 ‘유력 신문’도 있었다. 박 대표에게는 불행이지만 5·31 지방선거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정당의 싹쓸이 가능성을 즐기는 듯했다. 흥분한 한나라당의 목소리를 검증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그 정점이 정당 대표의 경호문제였다. 현행법으로는 정당대표가 경호대상이 아니라는 법적인 허점을 짚은 신문은 많지 않았다. 박 대표가 병상에서 말했다는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말은 언론에는 먹혀들지 않았다. 한 신문은 기구한 박 대표 집안사를 소개하면서 1971년 4월25일 장충단 공원에서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7대 대통령선거 유세 때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유세장의 위험성은 박 대통령이 이듬해 대통령 간선제를 포함하는 유신헌법을 택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오버’였다. 또한 범인 지충호(50·구속)씨 지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도, 제2, 제3의 파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습이었다. 언론보도는 단순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경우 취재원의 거짓말에 속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흥분된 취재원일 경우 이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번 경우와는 다르지만 취재원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면 언론의 임무가 끝나는 것으로 생각한 때도 있었다. 저널리즘사의 오점으로 기록돼 있다. 바로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 상원의원의 ‘빨갱이’ 발언을 단순 전달한 보도가 그것이다. 다행히 서울신문은 22일자 1면 머리기사에 박 대표가 상처부위를 왼손으로 감싸며 고통 짓는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처리하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맨몸’으로 대중에 노출된 정치인의 테러 위험성을 심도 있게 분석, 고민한 흔적을 보여줬다. 다음날인 화요일 1면에서도 보호관찰제도의 문제점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점도 돋보였다. 금요일(26일)자 사회면에 “지씨 친구들 말 한마디에 ‘들썩’”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선거판에 번지는 ‘지충호 나비효과’를 전함으로써, 신중한 보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나 서울신문도 ‘오버’하는 경우 있었다.24일 수요일자 1면,“지씨 지인 30∼40명에 용돈 받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연녀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 이번 범행의 동기가 됐을 것이라는 진단을 기사에 넣은 것은 아무래도 견강부회였다. 지충호는 한나라당에 호감을 가지지는 않은 것 같다. 구속은 면했지만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으로 유세장에서 행패를 부렸던 박모씨와 더불어 ‘오버’해서 한나라당을 도운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한 신문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어느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80%가 넘었다.‘오버’가 남긴 교훈이다. 언론도 ‘오버’의 교훈을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장
  • 핀란드 태권도 사범 799건 성폭행

    핀란드의 유명한 태권도 사범이 무려 799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핀란드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폭행 사건으로 규정했다. AP 통신은 26일 핀란드 오울루의 유명 태권도 사범인 사미 그레우스(32)가 10대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중앙법원에 기소됐다고 전했다. 그레우스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다수의 10대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주로 여성들을 상대로 태권도를 가르쳐 왔으며 피해 여성에 제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우스는 지난 1월부터 경찰에 의해 구금 상태로 지내 왔다. 오울루 지방 검사인 파이비 마르쿠스는 “핀란드 사법 사상 희대의 성폭행 사건”이라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마르쿠스 검사는 이어 “현재까지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나선 12명의 여성 대부분이 16∼17세 소녀였다.”고 덧붙였다. 그레우스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그에게는 최대 6년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 ‘최대 규모의 성폭행’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재판은 오는 6월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600㎞ 떨어진 오울루 지방법원에서 비공개로 열린다.오울루는 인구 11만명으로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인 노키아 등 핀란드 정보기술(IT) 산업 단지가 구축된 첨단 도시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열린세상] 폭력은 안된다/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22일자 조간신문 1면에서 보고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선거 유세 중에 정치인의 생명이 위협을 받은 일은 타이완에서 있었고 미국에서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없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열일곱 바늘을 꿰맸다더니 60 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고 아마 흉터 없이 나을 것”이라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 모임 대표 노혜경씨의 글이 구설에 올랐다. 사석에서 한 말도 아니고 공식 홈페이지에 모임 대표로서 쓴 글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글로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되기 쉽도록 표현되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범인인 보호관찰대상자 지충호씨는 현장에서 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보호관찰대상자란 언제 어디서 다시 범행할지 모르니까 항시 경찰이 주시해야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도, 그가 제1야당 대표의 연설 장소에 가 있다는 것을 경찰이 몰랐다. 문구점에서 그가 예리한 물건을 산 것도 알 리 없다. 보호관찰대상자들을 충분히 감시하기에 예산과 인력이 모자란다면, 정부는 국민이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을 방관하지 말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몇 안 되는 야당 대표의 신변 안전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가 관리를 좀더 잘해야 한다. 이 사건이 불러오는 것은 불안감과 공포감이다. 이 사건 자체도 그러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날 수 있게 한 분위기가 두렵다. 언제인가부터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갈등 증폭과 대립 심화를 부추기면서 보복의 마음을 전함으로써 사회 갈라놓기를 예사로 한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들고 시위하는 군중들에게 군인들이 죽봉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밀려나고 숙영지까지 짓밟히는,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에 대한 미지근한 처리도 이상하다. 법과 상식, 포용과 화합이 증발한 사회를 본다. 크거나 작거나 모든 사고나 사건에 돌발적인 것은 없다. 결과에는 원인이 반드시 있다. 안전장치가 돼 있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나고, 사건이 일어날 토양이 되어 있으면 사건이 생긴다. 민주정치를 해치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으면 하루빨리 조치해야 한다. 법과 상식이 막히는 곳이 있다면 뚫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할 일은 대립과 갈등의 조장이 아니다. 국민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을 퇴치해야 한다. 나이 든 분들 이야기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 좌우가 대립하던 8·15 직후의 혼란상을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설마하니 그 정도까지일 리는 없겠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상식을 뒤엎는 폭력은 불안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노리는 세력이 있다면 민주정치를 파괴하려는 세력이므로 밝혀내어 뿌리를 뽑아야 한다. 야당 대표 피습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찍었다. 폭력은 민주정치의 적이다. 시민이 폭력집단이 되어 전경을 구타하면 민주주의를 학대하는 것이다. 시민이 군인을 두들겨 패면 국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시위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저지선을 넘은 시위자를 경찰이 곤봉으로 가차없이 후려치는 것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고 너무하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다. 이런 장면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경찰관이나 군인이 시위 군중에게 얻어맞는 사태도 있어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 일각에 폭력에 대한 둔감, 생명에 대한 경시의 분위기가 번져 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웬만한 폭력사태에 무디어진다는 것, 남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게 된다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마저 폭력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위험하다. 작은 폭력의 용인은 큰 폭력을 부른다. 작은 폭력이라도 폭력은 절대 안 된다.
  • [박근혜대표 피습] “장기복역 불만 범행” “박대표 생명 노린것”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택순 경찰청장의 ‘피의자 음주’ 발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독범행인가, 조직범행인가” 한명숙 총리의 지시에 따라 설치된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우선 단순범행인지, 조직범행인지를 규명해내야 한다.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모씨가 사회에 대한 불만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박 대표를 주먹으로 때리려 한 박모씨와는 모르는 사이라는 게 경찰의 초기 판단이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은 사건에 가담한 3명(1명은 도주) 외에도 3∼4명이 연단 주변에서 박 대표를 비방하는 구호를 외치는 등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당 ‘박근혜 테러사건’의 진상조사단장인 김학원 의원은 “단독범행이 아닐 것이란 게 목격자들의 일치된 얘기”라며 “범인이 자상을 가할 때 ‘박근혜 죽여라.’ 하는 소리가 나왔다고 하더라. 단순 우발범이나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석연찮은 범행 동기 경찰은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씨가 교도소에서 장기 복역한 데 대한 억울함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됐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가 벌인 우발적 돌출행동인지, 아니면 명백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정치 테러’인지가 가려지는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배후세력은 없나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니라 조직범행이라면 배후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피의자 박씨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씨와의 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살인의도 있었나 한나라당은 “경찰이 단순 상해·폭행·선거법 위반 등으로 몰아가려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박 대표의 생명을 노린 명백한 살인미수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범인 지씨가 단순히 위협이나 상해를 가하려 했다면 흉기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을 텐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며 “군중이 밀집한 상태에서 살해의도를 갖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말했다.●지씨, 한나라당에 잇단 가해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씨의 정치인 대상 폭력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17일에도 한나라당 K의원과 당원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아 풀려나온 그가 한나라당에만 해를 가한 데 대한 의문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존치 국민이 선택” “절대적 종신형을”

    법무부가 올해 초 밝힌 변화전략계획에서 사형제 존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각계 논의가 활발해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1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형;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춘계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 연구원 강석구 박사와 조준현 성신여대 법대교수, 동아대 허일태 법대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조준현 교수는 발제문에서 사형제도를 둘러싼 법률적·이론적 검토에 대해 비판했다. 조 교수는 “사형존치론과 폐지론은 인간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논쟁”이라면서 “폐지론이 인간성에 대한 이념적 완성을 지향하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사형의 존치를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흉악범죄 억제효과나 인과응보적 보복으로서의 기능을 고평가할 필요도 없고, 거의 발생하지 않는 오판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그는 오히려 “사형은 결국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허일태 교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뜻하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추천했다. 절대적 종신형은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핵심 내용이며, 법무부도 지난 2월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사형제 존폐 설문조사를 해도 절대적 종신형을 전제조건으로 하면 사형제 폐지 찬성 비율이 높아진다.”면서 호의적인 여론을 소개했다.그는 이어 “현행 형법상 무기형을 유지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을 병행해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석구 박사는 사형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위조통화를 유통시키거나 마약을 불법거래해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사형대상 범죄를 국민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된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어 사상범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조항도 삭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광범위한 사형대상 범죄 규정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한 절대적 법정형 폐지 의견 ▲사형대상 범죄를 모두 형법전에 편입해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 ▲군형법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소개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베리타스·한국법학교육원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자료해석-자료의 경향성

    (예제)경찰서에서 목격자 세 사람이 범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A:영희가 범인이거나 순이가 범인입니다. B:순이가 범인이거나 보미가 범인입니다. C:영희가 범인이 아니거나 또는 보미가 범인이 아닙니다. 경찰에서는 이미 이 사건이 한 사람의 단독 범행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 진술은 거짓이고 나머지 두 진술은 참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어느 진술이 거짓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음 중 반드시 거짓인 것은? (1)영희가 범인이다. (2)순이가 범인이다. (3)보미가 범인이다. (4)보미는 범인이 아니다. (5)영희가 범인이 아니면 순이도 범인이 아니다. 정답은 (2) (해설) 참이거나 거짓인 진술이 하나만 있을 경우에는 진술 간의 모순관계를 활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목격자 진술 간의 모순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영희가 범인인 경우, 순이가 범인이 경우, 보미가 범인인 경우로 나누어 A,B,C 진술의 참과 거짓을 판별한다. (ㄱ)영희가 범인인 경우:B의 진술만 거짓. (ㄴ)순이가 범인이 경우:A,B,C의 진술이 모두 참. (ㄷ)보미가 범인인 경우:A의 진술만 거짓. 따라서 범인은 영희와 보미 중 한 사람이다. (예제)다음 포유동물에 대한 진술이 모두 참이라고 가정하자. 꼬리가 없는 포유동물 A에 관한 설명 중 반드시 참인 것은? ○모든 포유동물은 물과 육지 중 한 곳에서만 산다. ○물에 살면서 육식을 하지 않는 포유동물은 다리가 없다. ○육지에 살면서 육식을 하는 포유동물은 모두 다리가 있다. ○육지에 살면서 육식을 하지 않는 포유동물은 모두 털이 없다. ○육식동물은 모두 꼬리가 있다. (1)A는 털이 있다. (2)A는 다리가 없다. (3)만약 A가 물에 산다면,A는 다리가 있다. (4)만약 A가 털이 있다면,A는 다리가 없다. (5)만약 A가 육지에 산다면,A는 다리가 있다. 정답은 (4) (해설) 마지막 진술의 대우로부터 꼬리가 없는 포유동물인 A가 육식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1)A가 물에 사는 경우에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며, 육지에 사는 경우에는 확실히 거짓이다. (2)A가 물에 사는 경우에는 확실히 참이나, 육지에 사는 경우에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3)제2진술에 다리가 없다고 되어 있으므로 확실한 거짓이다. (4)A에게 털이 있다는 것은 육지에 살지 않고 물에 산다는 의미이므로 A는 확실하게 다리가 없다. (5)A에게 다리가 있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방재훈 베리타스 한국법학교육원
  • [사설] 집값 담합 처벌 법규 마련해야

    청와대는 그제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라는 특별기획물을 통해 서울 강남 3개구(강남, 서초, 송파)와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7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규정했다.2004년 이후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26%로 전국 평균 상승률 5%의 5.2배에 달한다는 근거에서다. 지금 집값이 꼭짓점에 이르면서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이들 7개 지역이 사실상 원흉이라는 말도 된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세가 이들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집값 대란의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틀린 말도 아니다. 최근 이들 지역과 이웃한 산본신도시에서 평당 1500만원 이하 매도 금지 사발통문이 나돌면서 산본의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의 10배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별 부녀회가 중심이 된 집값 끌어올리기 열풍이 지역 단위로 광역화되고 있는 것이다. 담합 가격이 집값을 왜곡시키면서 집값 공시마저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가 수준으로 높여 보유세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엄포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값에 관한 한 정부가 ‘아줌마’에게 밀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법률적인 검토를 한 결과, 부녀회는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어렵고 업무방해죄 적용도 쉽지 않다는 핑계로 집값 담합 행위에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극화 심화와 국가경쟁력 잠식의 주범인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위헌 논란이 있는 제도의 도입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정신이라면 집값 담합 행위도 제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기존 법률의 적용이 어렵다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서라도 집값 담합 행위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 정부홍보 맡은 민간전문가들 현주소

    정부홍보 맡은 민간전문가들 현주소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책홍보 강화와 홍보 다양화 차원에서 민간인 출신 홍보전문가들이 대거 공직에 진출했다. 지난해 4∼6월에만 4∼6급 69명을 충원했고, 이후 몇몇 위원회에서 뽑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홍보 정책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선발한 민간전문가들은 대부분 2년 계약을 했고,3년 동안 연장을 할 수 있다. 안착한 사람도 많지만 적응을 못해 이직을 고려하는 이도 꽤 있다.‘정부 PR맨’의 경험담과 이들에 대한 안팎의 평가를 들어본다. “홍보를 제대로 하려면 소통이 필요한데 현업 부서와 홍보 부서의 의사소통이 안 돼 어려움이 많습니다.” 기자로 활동하다 사회부처 홍보담당자로 변신한 A씨가 밝힌 지난 1년의 소회이다. 그는 “직원들이 ‘칸막이 의식’이 워낙 강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직원들마다 자기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부서간, 직원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부서인 PR업무의 특성상 일선 정책담당부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현업부서에선 ‘홍보는 홍보부서에서 하는 일’이라며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정책홍보’를 내세우면서 ‘정책담당자가 홍보도 책임지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머리를 흔들었다. 특히 “언론과의 접촉은 홍보팀을 통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팀은 정책의 입안이나 추진 과정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홍보든, 공보든 다른 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시 기자 출신의 B씨는 “계약직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일반직인데 홍보팀원 등 일부만 계약직이다 보니 ‘굴러온 돌’또는 ‘서자’취급을 받는 느낌이란다. 일반 직원들은 단기교육이나 국외 교육 대상자에 해당되는데 항상 ‘계약직은 제외’라는 말을 듣고 신분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일반 공무원이나 자신이나 “공직사회에 영원히 있을 사람이 아니라 곧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대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떠날 사람이니까 키울 필요가 없고, 그냥 써먹으면 된다는 식의 소모품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는 것이다.“불미스러운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정보를 유출한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면서 “홍보맨은 때론 조직과 언론 양쪽으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회의 때문에 그는 더 이상 공직에 머물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민간업체의 홍보 경험도 있는 기자출신 C씨는 “기자 출신이 홍보전문가로 많이 진출했지만, 언론관계는 강점이 있는지 모르지만 다른 영역은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언론관계말고도 온라인이나 이메일 홍보, 홈페이지 관리, 국정홍보처 리플달기 등 홍보의 다양화를 요구하는데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학박사인 D씨는 “홍보 전문가를 영입한 이상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계약직 홍보팀장은 승진할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을 고칠 것을 제안했다.2∼3급의 홍보관리관 자리를 개방형으로 전환해 능력이 있으면 홍보팀장을 홍보관리관으로 발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홍보전문가는 4·5급이고, 국장급 홍보관리관엔 홍보에 경험이 없는 일반직이 앉아 있다 보니 업무처리에 한계도 있고 전문성도 훼손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칸막이가 높아 정보 취득이 어렵다는 불만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기자 출신인 E씨는 “부처의 분위기에 따라 민간인 출신 홍보요원들이 활동하기 쉬운 곳도 있고, 어려운 곳도 있다.”면서 “모두 일반화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조직이 작은 곳은 안착을 하는 분위기지만, 큰 조직이거나 관료적인 분위기가 강한 곳은 ‘텃세’가 심하다는 것이다.E씨는 또 “정부 홍보를 하러 들어왔는데 필요 이상으로 오보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여서 언론을 상대하는 데 부담이 많다.”고 강조했다. 사회부처에 5급으로 진입한 F씨는 “모두 고전을 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기관장이 얼마나 홍보마인드를 가졌느냐에 따라 민간전문가들의 활동폭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공직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홍보마인드는 40점 정도”라면서 “이 때문에 상당수 기관에서는 민간인 홍보전문가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체서 일하다 들어온 G씨 역시 “어떤 조직이건 외부에서 들어가면 텃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우리 조직에서는 변화를 요구했고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H씨는 “‘블루 오션’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했지만, 초창기에는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홍보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하는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공직사회의 마인드 전환을 촉구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언론·광고·학계출신順 포진 민간에서 수혈된 각 부처 홍보전문가에 대한 지난 1년 동안의 평가는 평균 B학점으로 조사됐다. 서울신문은 최근 국정홍보처의 협조를 얻어 홍보전문가를 채용한 45개 부처를 대상으로 ‘채용인력에 대한 내부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속 상관인 정책홍보관리관이 평가한 만족도는 82.8점이었다. 또 부처별로 2명씩 무작위로 선발한 일반 정책부서 직원들의 평가는 81.9점이었다. 정부가 정책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한 민간 홍보전문가들에 대한 내부 평가는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이후 현재까지 채용된 각 부처 민간 홍보전문가는 4급 34명,5급 34명,6급 1명 등 모두 69명이다. 전·현직 기자 등 언론계 출신이 34명(4급 23명,5급 11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재정경제부 남대희(전 한국일보 차장) 홍보기획팀장과 산업자원부 이강윤(전 문화일보 기자) 홍보기획팀장, 공정거래위원회 김주혁(전 서울신문 부국장) 정책홍보팀장, 국가청렴위원회 김덕만(전 헤럴드경제 기자) 공보담당관, 해양경찰청 한혜진(전 경향신문 기자) 정책홍보담당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처럼 기자들이 대거 기용된 데는 까다로운 지원조건과 언론시장의 환경악화, 그리고 정부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광고·홍보업계 출신이 21명으로 뒤를 이었다. 행정자치부 최혜경(전 한국까르푸 홍보담당이사) 기획홍보팀장과 정보통신부 전제경(전 에이컴 대표) 홍보담당관, 여성가족부 박한규(전 GS칼텍스 홍보팀장) 홍보담당 등이 이 범주에 든다. 또 국방부 서수연(서강대 홍보학 박사)씨를 비롯, 언론학 박사나 연구원 등 학계 출신도 14명에 이른다. 이밖에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대변인을 맡았던 신동민씨가 공정위에서 홍보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이색 경력자들도 눈에 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홍보는 정부의 취약분야일 뿐만 아니라, 홍보전문가 채용 대상기관도 65개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도 채용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신분 불안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공무원·언론 평가는 정부 홍보맨에 대한 평가는 부처에 따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 공무원들은 ‘전문성은 높지만 공직경험 부족’을 한계로 꼽았다. 반면 기자들은 ‘일반 홍보 전문가는 언론을 몰라서, 기자 출신은 너무 잘 알아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경제부처의 홍보관리관은 “홍보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안면트기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기자출신 팀장과 함께 나가면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사회부처 서기관은 “공직 내부를 모르니 정책흐름과 정보 등에서 소외되는 것 같다.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같은 부처 사무관도 “일반 공무원은 사무 처리에 능숙한데 민간 출신은 교육이 덜 된 느낌”이라면서 “아무리 전문가라도 공직에서 제 역할을 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점쳤다. 다른 부처의 과장급은 “홍보 전문가를 선발할 때 부처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홍보를 강화하려면 기자 출신이 낫지만, 참여정부가 요구하는 홍보 다양화 측면에서는 민간에서 활동한 홍보전문가가 더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출입기자들은 기자 출신 PR맨에 ‘기대반 부담반’이다. 한 사회부처 출입기자는 “기자출신이 홍보 실무를 맡으면서 자료 제공이 훨씬 깔끔해졌다.”고 평가했다. 경제부처 출입기자도 “자료요청 등 일부 업무처리는 공무원 출신보다 늦거나 불편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처의 다른 기자는 “껄끄러운 일을 가지고 선배 기자 출신인 홍보팀장과 만나면 자유롭게 기사를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불편해했다. 실제 몇몇 부처에서는 기자출신이 기자를 상대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홍보활동을 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단다. 다른 사회부처 출입기자는 “홍보팀장이 때로는 기관장 앞에서 지나치게 자기과시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관에서는 기자출신들을 홍보업무 전면에 내세우려 하지만 출입기자쪽에서는 언론을 너무 많이 알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토요영화]

    ●프리즈 프레임(KBS2 밤 12시25분)‘큐브’(1997)나 ‘메멘토’(2000)처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누명 때문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는 강박증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다. 독특한 설정에다가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퍼즐 스토리가 눈여겨 볼 만하다. 숀 베일(리 에번스)은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또 다시 누명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은 물론, 집에 90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10년 동안 자신의 모든 일과를 기록한다. 카메라 기록만이 자신의 생존 방법이 되어버린 숀은 범죄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털도 밀어버린다. 숀은 어느 날 경찰로부터 5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당시 알리바이를 증명할 테이프가 사라지는데….2004년작.99분. ●피오릴레(EBS 오후 11시) 세계 영화계를 들여다보면 공동 작업을 하는 형제 감독들이 많다.‘바톤핑크’(1991)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코언 형제,‘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아메리칸 파이’(1999)의 웨이츠 형제 등이 유명하다.‘피오릴레’를 연출한 비토리오(1929∼), 파올로(1931∼) 타비아니 형제는 이들보다 훨씬 앞선 세대로 이탈리아 뉴시네마의 거장.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출발한 이들은 1962년 ‘불타는 남자’로 장편영화 신고식을 치른다.‘파드레 파드로네’(1977)로 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비평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세계 거장 반열에 올랐다.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관점을 네오리얼리즘과 결합시키는 한편 르네상스 시대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화면을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네데티 집안의 어린 남매는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베네데티 가문에 얽힌 전설을 듣는다. 황금에 얽힌 비극은 1797년 시작된다. 나폴레옹 군대에서 금화를 운반하던 장(마이클 바르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농부의 딸인 엘리자베타(갈라테아 란치)와 사랑에 빠지지만 엘리자베타의 오빠가 금화상자를 훔쳐 달아나고 장은 총살당한다. 장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타는 오빠가 범인임을 모른 채 복수를 맹세하지만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다. 엘리자베타의 맹세는 100년이 넘은 세월이 흐른 뒤 훔친 황금으로 부자가 된 베네데티 가문에서 실현되는데….1993년작.11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작년 런던테러 알카에다와 무관”

    영국 정보기관은 7·7 테러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알 카에다가 테러에 관여하지 않은 ‘자생적 테러’라는 공식 결론이 나왔다. 영국 더 타임스와 미국 CNN 방송 등은 11일 지난해 런던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의회 정보·안보위원회와 내무부의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사건 발생 후 10개월 만에 나온 정부의 공식 견해이다. 런던 테러는 지난해 7월7일 도심 지하철역과 버스정거장 등에서 발생,52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정보국인 MI5는 테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또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사전에 인지한 테러 용의자 모하마드 시디크 칸도 추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 보고서는 MI5의 주장대로 영국에서 성장한 자살폭탄 테러범 4명이 오사마 빈 라덴의 영향을 받았으나 알 카에다가 직접 테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명의 자살폭탄 범인들과 알 카에다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을 실었다. 내무부 보고서는 7·7 테러의 배후 조종 세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영국 정보기관에 대한 비판적인 논쟁도 일고 있다. 테러 리더격인 모하마드 시디크 칸이 테러 전 정보망에 포착됐지만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것은 의문이라는 점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2년전 부천초등생도 내가 살해”

    서울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은 용의자 정모(37)씨가 지난 2004년 발생한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자신이 해당 사건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영등포 경찰서에 진위 여부를 수사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은 지난 2004년 1월 초등학생 A(13)군과 B(12)군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집 근처에서 실종된 뒤 16일 만에 인근 야산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이로써 정씨가 자백한 범행은 19건으로 피해자는 사망 10명, 중상 15명 등 25명으로 늘었다.김준석기자 kkirina@seoul.co.kr
  • ‘3차원 영상’ 우리 곁으로

    ‘3차원 영상’ 우리 곁으로

    #1: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는 허공에 입체적으로 나타나는 스크린상에서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 범인의 정보를 탐색한다. 옛 집에 도착해서는 허공에 레이저를 쏘아 만든 죽은 아들의 입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2:영화 ‘토탈 리콜’에서 샤론 스톤은 입체 텔레비전을 보면서 실감나게 에어로빅을 배운다. 적진 깊숙이 침투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자신의 ‘가짜’ 모습을 공중에 비춰 적군을 감쪽같이 속이며 무찌른다. SF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같은 입체 영상 기술은 ‘홀로그래피(Holography)’이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이같은 장면이 이제 우리 코앞에 있다. 과연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은 어떠한 원리로 가능한 것일까?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빛의 간섭’이용한 홀로그래피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바깥으로 전달돼 나간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도 이와 같은 형태로 서로 부딛혀 굴절돼 ‘간섭 현상’을 일으키면서 파동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빛은 더 밝아지거나 더 어두워지거나 하는 간섭무늬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물체가 반사한 빛이 간섭을 통해 나타내는 파장과 진폭 등에 대한 정보를 인식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홀로그래피 기술이다. 파장은 색깔을 나타내고 진폭은 명암을, 위치 차이는 올록볼록한 입체감으로 구현된다. 우리가 보통 찍는 일반 사진은 빛의 파장과 진폭만 기록한다. 때문에 2차원의 평면으로 보인다. 만약 위치 차이까지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한다면 사진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홀로그래피 기술이며,‘제품화’한 것이 ‘홀로그램(Hologram)´이다. ●미래에는 ‘오감만족’입체 영상까지 텔레비전을 켰을때 멋진 배우가 입체 홀로그래피 영상으로 툭 튀어나와 연기를 한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일까. 하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신용카드 등에 삽입된 ‘정지 영상’의 홀로그램이 아닌 ‘동영상’ 홀로그램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홀로그래피를 촬영·재생하는 광학기술, 홀로그램을 기록·저장하는 기술 등이 실용화할 단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레이저를 이용하는 홀로그래피 기술의 한계를 자연광으로 극복해낸 입체 영상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자연광을 통해 간섭 현상을 일으켜 평면 영상을 입체 영상으로 도드라지게 보이게 만드는 원리다. 기술을 개발한 광운대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연구센터’ 김은수 교수는 “레이저를 쏘아 빛의 간섭을 만드는 ‘순수한’ 홀로그램은 디스플레이 장치 등이 개발되지 못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신 자연광을 이용해 평면 영상을 공중에 띄워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대체 기술이 개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공중 부유 기술은 TV,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과 가상현실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지 않아 홀로그래피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 등지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눈앞에서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오감만족 입체영상 디스플레이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새영화] 공필두-감초 이문식 유쾌한 주연

    [새영화] 공필두-감초 이문식 유쾌한 주연

    한국영화를 ‘그가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분류시켰던 감초조연 이문식. 그의 원맨쇼에 기댄 주연작 ‘공필두’(제작 키다리필름)가 11일 개봉한다. 지난해 첫 주연작 ‘마파도’로 전국관객 300만명을 끌어모았던 스타조연의 에너지가 또 먹혀들 수 있을지, 기대어린 시선들이 충무로에 가득하다. 제목이 말해주듯 ‘공필두’는 극중 형사 공필두의 활약상에 집요하게 시선을 고정시킨 코믹액션이다. 레슬링 동메달리스트로 강력계 형사에 특채된 공필두(이문식)는 기대와 달리 함량미달의 인생을 산다. 피해자와 범인조차 분간하지 못해 엉뚱한 사고를 치기 일쑤. 빚보증을 잘못 서 신용불량자로 몰렸는가 하면 11년째 홀아버지(변희봉)의 수발을 받는 한심한 노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치고만다. 조폭 태곤(김수로)의 술수에 비리형사로 내몰려 검사(유태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기실 이 영화에선 낯선 감상포인트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여지는 많지 않다. 이야기 소재가 이색적인 것도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새로울 것도 딱히 없는 게 사실이다. 지방 조폭들, 그들과 엎치락 뒤치락 긴장관계를 엮는 형사 이야기로 채워지는 영화에는 잔재미가 많다. 무엇보다 자잘하지만 입체적으로 돋을새김되는 다양한 캐릭터 군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루할 틈새를 없애준다. 공필두를 쫓으며 스크린을 긴장시키는 냉혈 조폭 두목 만수(박정학), 태곤의 여자 민주(김유미)와 얼떨결에 도망자 신세가 돼버린 홈쇼핑 모델 용배(이광호), 사채업자(김뢰하) 등 십시일반의 코믹 에너지 위력이 만만찮다. 쫓고 쫓기는 인물 먹이사슬,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과 조각 맞추기에 점수를 준다면 건강한 형사코믹물 범주에 무난히 들어갈 만하다. 남발되는 욕설, 한두 템포쯤 늦은 유머감각, 세련미 없는 편집 등 ‘소품’코미디의 조악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락스톡투스모킹 배럴즈’ 계보의 영화들을 수시로 오버랩시키는 시나리오의 아이디어가 단점들을 상당부분 눈감아주게 한다.‘키다리 아저씨’로 데뷔한 공정식 감독이 연출했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大法 “법원 직권적용 금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전과 2범 이상이 3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두배로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에 사는 최모(55)씨는 생리 때마다 도벽 충동을 느끼는 ‘생리증후군’을 앓고 있어 이미 절도전과로만 12범인 상습절도범이 되어 있었다. 최씨는 역시 절도죄로 징역9개월을 선고받고 나온 지 3개월 만인 2005년 6월 또다시 백화점에서 10만원짜리 남성용 벨트를 훔치는 등 같은해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120여만원어치의 의류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1심 재판부는 최씨가 생리전 증후군을 앓고 있고 피해액수가 적으며 이미 피해자에게 배상한 점 등을 감안,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최씨가 절도 전과가 있고 특가법에는 상습 절도로 2차례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형을 마친 뒤 3년 이내에 같은 죄를 지으면 형량의 두배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조항을 직권으로 적용했다.A씨의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최소 징역 6년을 선고받을 수 있었지만 2심 재판부도 최씨의 생리증후군 등을 인정,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3일 원심판결을 깨고 부산지법으로 사건을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특가법의 누범규정은 검찰이 기소할 때 적용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문화마당] 9회말의 ‘기적’/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영화는 우리 삶의 현재를 반영한다. 관객이 많이 든 영화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할 개연성이 크다. 냉전시대의 흥행작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적과 동지로 선명히 나뉜다. 그러나 냉전이 무너지자 세상을 선과 악으로 가르는 이분법은 설자리를 잃었다. ‘더 록’(1996년)이 이를 증언한다. 냉전시대 적을 겨누었던 특수부대원들의 총부리는 그들을 도구로 쓰다 버린 국가를 정조준한다. 심지어 그들은 수백만 생명을 일순간에 앗아갈 화학가스를 가득 채운 미사일을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던 조국의 대도시를 향해 발사한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묘사한 ‘공동경비구역JSA’(2000년)는 우리가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준별할 수 없는 복합성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신이 지배하던 시절 개개의 인간은 무력한 존재였다. 차라투스트라가 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후 사람들은 백년 후에 일어날 일식과 월식도 알 수 있다고 자만했다. 하나 우리 이성의 금자탑 슈퍼컴도 바람에 흩날리는 물방울 포말이 어디로 날아갈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인간은 공포에 전율한다. 흡혈귀 드라큘라는 인간의 피를 빠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한다.1931년에 처음 영화화된 이래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흡혈귀 영화들은 신자유주의 독이빨에 물어뜯기고 있는 우리들의 두려움을 대변한다. 내신(학교)·수능(학원)·논술(대학)이 쳐 놓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지금 고등학교 2학년들은 ‘저주받은 1989년생’이란다. 그들 눈에 비친 2008년도 대학입시는 마치 드라큘라와 같이 공포 그 자체다. 그들에게 ‘주만지’(1995년)라는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려 보길 권한다. 게임판에 새겨진 지시에 따라 던진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듣도 보도 못한 괴수들이 튀어나오지만, 영화 속 아이들은 주사위에 운명을 걸길 두려워하지 않고 정글의 법칙에 맞서 싸우지 않더냐. 우리 시대 영화들은 말한다. 네 운명은 너의 손에 달렸으니 맞서 싸우라고. 세기말을 앞두고 종말론이 우리를 겁먹게 하던 1998년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위기상황을 가상한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에서 신은 더 이상 인류의 구원자가 아니다.‘아마겟돈’에서 인류의 운명을 판돈으로 건 신의 주사위 장난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이는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이다. ‘딥 임팩트’는 한 술 더 뜬다. 더 이상 영웅은 지구를 구하지 못한다. 두 조각난 혜성은 그대로 지구로 돌진해 엄청난 해일을 일으킨다. 여자 친구를 오토바이 꽁무니에 태우고 어마어마한 높이로 엄습하는 물기둥에 정면으로 맞선 소년의 응전을 보여주며 영화는 속삭인다. 살고 싶다면 너도 네 눈앞의 해일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 되라고 말이다. 토인비가 말했듯이, 도전의 거센 물살에 당당히 맞서 싸워 살아남는 자는 분명 소수다. 하나 이들 창조적 소수자에 의해 인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물결에 쓸려 갈 것인가, 타고 넘을 것인가.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거센 물살에 쓸려 내려간다고 느낄 때 이승엽과 송대관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홈런타자 이승엽도 3할 타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범인들은 열 번 중 두 번, 아니 한 번만 안타를 쳐도 된다는 이야기다. 자 투수의 손을 떠난 볼을 매섭게 노려보며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러보자. 기회는 삼세번이라지 않는가? 기회가 1회에 올지 9회 말에 올지 누가 알겠는가? 20대에 활짝 핀 나훈아보다 한 살 많은 송대관은 50줄에 접어들어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지 않나. 바람과 서리를 견디며 늦게 핀(late blooming) 꽃이 더 오래도록 아름답게 피어 있기에, 도전과 응전의 세상에서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 [열린세상] 정치빈곤이 부른 憲裁 과부하/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헌법재판소가 너무 바쁘다.1988년 9월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1만 2717건이 접수되어 그중 1만 1902건이 처리되었다. 한 달에 50건 정도의 결정이다.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한 위헌결정(한정위헌, 한정합헌 및 헌법불합치결정 제외)만 해도 106건(조항수로는 112건)에 이른다. 미제사건도 2004년 말 현재 548건에서 815건으로 늘었고, 앞으로 상당한 기간은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과부하는 출범 이후 계속된 현상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특히 심해졌다.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을 비롯하여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이라크파병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등 국가와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중대 현안들이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광화문 촛불의 열기를 타고 종로로 밀려 왔다. 이른바 ‘개혁입법’ 차원에서 논란 끝에 개정된 사립학교법, 신문법을 비롯한 언론관계법 등도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의 전성시대이다. 헌법과 정치의 관계구도에서 가치규범, 정치규범인 헌법의 핵심기능으로 정치규율과 사회통합기능을 상정한다면 그것은 정치부재 또는 적어도 정치의 빈곤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하나의 모든 헌법소송사건들은 가치배분의 기준과 방법, 그것을 정하는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고, 그 쟁점들은 대부분 개인의 주관적인 기본권보장의 차원을 넘어서 단체나 직역, 계층별로 집단화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생활의 기본질서를 형성하는 객관적인 차원의 문제들이다. 베버의 말대로 통치자의 카리스마나 전통이 절대적인 권위를 이미 상실하였고, 오늘날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는 합리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의 다원주의사회에서 합리성의 탐색과 창출에 대한 책무는 일차적으로 정치의 몫이다. 정의에 대한 절대유일의 가치판단기준이 부인되고, 다원화된 동위의 상대가치들이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집단간의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얽혀서 표출되는 사회적 갈등의 문제는 ‘논증의 원칙’에 따른 확인과 해명의 대상이 아니라,‘합의의 원칙’을 준거로 하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만 접근될 수 있는 조화와 조정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의 호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치판단과 배분의 정당성에 관한 쟁의가 헌법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것은 법치국가질서의 확립에 대한 유력한 증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헌법(재판)실증주의의 시대라 해도 헌법전이 경전이 될 수 없고, 재판관들이 신을 대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추론의 공화국’(republic of reasoning)에 주소를 두고 있는 헌법과 헌법재판이 ‘타협의 예술’인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정치적 상상력과 수사학의 세계는 헌법의 논증세계와 단절되어 있지 않지만 사용언어와 ‘게임의 법칙’이 다르다.‘인간의 존엄성’을 정점으로 하는 공감의 가치질서체계가 헌법이라면, 그 테두리 안에서 좋은 ‘삶의 질서’를 구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규범적 요청이다. 그러나 헌법이 자유와 평등의 조화, 개인과 공동체의 꿈과 희망을 담론하는 마당이지만, 담론 자체는 온전히 정치에 의해서만 이끌어질 수 있다. 헌법이 정치의 내재적인 야만성을 제어하고 순화할 수는 있지만, 역동적인 야성의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헌법의 한계는 고스란히 헌법재판의 한계로 이어진다. 헌법해석과 헌재결정의 설득력의 한계는 무조건의 신뢰를 요구하는 신도, 화려한 수사학을 구사하는 정치인도 아니고, 신통한 솔로몬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재판관의 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최근에 주요 정치현안들이 줄줄이 헌재로 이첩되는 것은 헌법의 적정한 외연확장이 아니라 정치빈곤의 악순환에 따른 과열현상일 뿐이다. 모든 법과 송사가 그렇듯이, 헌법과 헌법재판도 과유불급이다. 건강한 야성정치의 역할회복을 기대한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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