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한국판 해밀턴 프로젝트가 없다/우득정 논설위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제공약을 평가해달라는 물음을 던졌다. 범여권 후보가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이어서 먼저 한나라당 두 후보의 공약부터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따져보자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답변은 ‘해독 불능’이었다. 목표 수치만 있지 원인 진단과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 공약은 ‘7-4-7’ 플랜으로 축약된다. 매년 7% 성장,10년 후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과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다. 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단다. 법인세율 20% 인하, 준조세 정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규제일몰제….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 질서 세우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2012년까지 매년 7% 성장,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경쟁력 10위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작은 정부, 큰 시장’을 통해 연간 60만개씩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이 해독불가란 말일까. 두 후보의 공약에는 현상 진단과 실천로드맵이 없다. 참여정부의 경제에서 무엇이 문제여서 이를 어떻게 구조조정해 최종적으로 성장률 7%와 일자리 60만개 창출로 완성하겠다는 기본 흐름도가 빠진 것이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명은 진단하지 않은 채 정상인 이상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고 처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서 환자나 가족들에게는 무조건 믿고 맡기라고 한다.
두후보가 내세우는 7% 성장론을 보자. 참여정부가 4년 평균 4% 성장이라는 실적밖에 거두지 못한 것은 잠재성장률이 4% 중반에 머물 정도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성장잠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장률의 처방은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과 인적자원개발 등 사회적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이 후보),‘국가지도자가 경제리더십을 발휘하면’(박 후보) 등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이 후보는 법인세 20%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 5조 5000억원을 경기 활성화로 일자리가 늘면 세수 기반이 확대돼 충당할 수 있다지만 재정적자 확대나 복지 축소로 귀결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박 후보의 연간 일자리 60만개 창출은 ‘신이 내려와도 달성하지 못할 공약’(손학규 후보)이다. 성장률의 일자리 기여도가 날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서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강심장이다. 차라리 이 후보의 경부운하와 박 후보의 열차페리 공약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이 양심적이다.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집권 경제전략 ‘해밀턴 프로젝트’를 보면 부시 행정부의 핵심정책방향인 ‘오너십 사회’를 철저히 분석, 비판하는 바탕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급경제학에 기초한 오너십 사회의 병리현상을 부문별로 분석하면서 인적자원투자, 저축과 보험, 혁신과 인프라, 정부역할 등 4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정책과제를 관통하는 기본철학은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제 성장’이다.
이·박 후보 진영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뻥튀기노믹스’는 있어도 한국판 해밀턴 프로젝트는 없다. 전문가집단의 한계인가, 한국정치의 한계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