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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TV 하이라이트]

    ●아시아 5개국 특별전 스리랑카-거대한 파도(EBS 오전 10시25분) 2004년 12월26일 유례없는 규모로 스리랑카의 남동부 해안을 강타했던 쓰나미의 영향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으로 쓰나미가 스리랑카 전역에 가져다 준 고통과 상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스리랑카인들의 힘겨운 노력과 전세계의 관심을 화면에 담아낸다. ●여왕의 조건(SBS 오전 8시30분) 상국은 어려운 상황을 탈피하려 예전에 쫓겨난 이 부장을 부른다. 폐인처럼 변해가는 광수는 갈수록 영주 때문에 망했다는 생각에 빠진다. 매장을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한 영주는 성우의 투자 제안을 받지만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거절한다. 광수는 이 부장에게 사업 제안을 듣고, 난주는 이래저래 괴롭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로봇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로봇 기술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로봇올림피아드 전국대회가 지난 15일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렸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스스로 만든 로봇으로 실력을 겨루는 로봇 올림피아드 전국대회 현장을 찾아간다. ●특선다큐(MBC 오전 11시) 자연재해 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 영동 산간지역은 해마다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극심하다. 그러나 홍수 피해에 가려져 있으면서 홍수 범람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는 게 있다. 강원 산간 지역을 시작으로 마을과 하천, 바다까지 온통 위력을 떨치고 있는 자연의 경고, 그것은 바로 토사로 인한 재해이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의사는 의술에 관한 모든 학리와 함께 마사지도 습득하라.’고 말했다. 마사지는 고대부터 의술과 함께 질환 치료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접촉에 숨겨진 놀라운 기적과 터치를 이용한 다양한 건강법을 소개하고, 해외에서 불고 있는 터치 열풍도 함께 취재했다. ●웨딩(KBS2 오후 9시55분) 승우는 대출을 받아 담보로 잡힌 고향집 문제를 해결하고, 세나와의 만남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간다. 승우가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 위해 나온 걸 모르는 세나는 감기로 아프면서도 꾹 참는다. 승우는 더욱 자신들의 차이를 절감하게 되지만, 세나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미처 하려던 말은 못한다.
  • [발언대] 웰빙시대 ‘친환경 농산물’ 알고 먹자/방효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평택출장소장

    지금 시대의 화두는 건강이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우리는 웰빙과 마주치게 된다. 웰빙은 말 그대로 건강한(Well) 삶(Being)을 사는 것,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복지 등으로 정의되지만 ‘삶의 질’을 강조하는 용어다. 흔히 웰빙족은 고기 대신 생선과 유기농산물을 즐기고 슬로 푸드를 먹는다. 이런 웰빙 열풍에 편승해 친환경농산물이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정부는 2010년까지 친환경농산물 10%를 목표로 친환경농산물 생산농업인에게 각종 보조금 및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올해 추진 목표를 전체 농산물중 친환경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전년 2.5%에서 3.5%로 늘려 정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의 친환경농산물 시장 진출과 함께 대형유통업체 및 백화점에서도 친환경농산물 코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뒤질세라 유기농마을, 올가, 새농 등 친환경농산물 유통체인점이 생겨났다. 친환경농산물의 유통량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이 범람하면서 일반농산물이 마치 친환경농산물처럼 팔리기도 하고 친환경농산물이 모두 유기농산물인 것처럼 통용되기도 하여 친환경농산물이 무엇인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친환경농산물은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3년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유기재배 농산물’,1년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전환기 유기재배 농산물’,1년동안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무농약재배 농산물’, 농약의 안전사용기준의 2분의1을 준수하여 재배한 ‘저농약재배 농산물’로 구분한다. 옛말에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생활에서 식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몸에 좋은 것,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먹는 요즘 시대에 친환경농산물이 무엇인지, 친환경농산물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웰빙시대 진정한 웰빙족이라 하지 않겠는가. 방효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평택출장소장
  • 산불·홍수…유럽 최악 자연재해

    한쪽에선 가뭄으로 인한 산불이, 다른 한쪽에선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유럽 곳곳이 기상이변의 몸살을 앓고 있다. 최악의 폭염과 가뭄, 이로 인한 산불은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 일부 등 지중해 연안을 덮쳤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알제리까지 망라한다. 가장 피해가 심한 나라는 포르투갈. 유럽연합(EU)에 공식 지원을 요청해 소방관 3600여명이 투입됐지만 포르투갈 25곳 이상에서 강풍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산불은 지금까지 14만㏊의 산림을 집어삼켰고,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1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산불은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196㎞ 떨어진 인구 15만명의 도시 코임브라까지 위협해 이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BBC가 23일 전했다. 코임브라의 한 소방관은 “불길이 시내 중심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고 CNN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스페인도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섭씨 40도를 웃도는 최악의 폭염과 가뭄, 산불이 겹쳐 자원소방관 11명이 숨졌다. 프랑스는 남부와 서부에 가뭄이 계속돼 농작물에 물을 주는 것까지 금지됐다고 BBC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지난 20일 남동부 아르데슈 지방의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비행기가 추락, 조종사 2명이 숨지기도 했다. 반면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중·동부 유럽과 터키에는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고 있다. 루마니아는 지난주 계속된 홍수 사태로 18명이 숨지고 500개 마을 2만여 가구가 침수됐다. 도로도 1000㎞가 유실되고 교량도 곳곳에서 파괴됐다. 스위스는 지난 주말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비상근무 중이던 소방관 2명이 숨지는 등 모두 4명이 수마를 입었다. 알프스를 통과해 남부와 북부를 잇는 A2 고속도로도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산간 지역 주민 수백명은 고립돼 구명보트로 구조되고 있다. 이번 비는 이날 그쳤으나 도로와 철도의 두절, 호수의 범람, 가옥 침수로 1억 스위스프랑(7900만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정경기자 외신 olive@seoul.co.kr
  • “수표교 이전복원 어려울것”

    현재 장충단공원에 있는 수표교를 원위치인 청계천에 옮겨 복원하면 하천이 범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재 상태도 불량해 복원 과정에서 밑받침돌의 36%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수표교 이전 복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시가 문화재청의 권고에 따라 2004년 4월 시 유형문화재 18호인 수표교를 원위치에 이전 복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같은해 8월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수표교 기본설계 용역’에 따른 것이다. 시 문화재위원회는 이달중 수표교 이전 복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2일 시에 따르면 수표교를 3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으로 50년·200년 빈도의 최대 폭우 때를 실험한 결과 많은 비가 내리면 수표교가 물 흐름을 방해해 수표교가 완전히 물에 잠기며, 청계천이 넘쳤다.50년 강우빈도에 청계천 수위는 24.28m로 복원되는 수표교 높이(23.56m)를 넘어섰다.200년 강우빈도의 경우에도 청계천 수위는 24.67m로 높아졌다. 수표교의 45개 교각의 두께가 총 6.3m로 복원된 청계천의 폭인 23m의 27%를 차지해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이같은 병목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표교 주변의 200m구간의 폭을 중구쪽으로는 9m, 종로구쪽으로는 5∼6m 넓혀야 한다. 비용만도 청계천 복원사업 비용의 20%안팎인 8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설치한 통수(通水)상자도 다시 뜯어내고 새로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문제도 따른다. 옮기는 과정에서 석재 훼손은 불가피하다. 구조적으로 중요한 하부 교각석 45개 가운데 36%인 16개 돌이 심한 풍화에 의해 내구성 문제가 예상되거나 구조적으로 균열이 생기는 ‘불량’ 등급 평가를 받았다.육안으로 보기에 흙으로 덮여 있는 하부 교각석은 1959년 청계천 복개당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오면서 각각 50㎝ 깊이로 콘크리트에 묻혔다. 이를 콘크리트에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추가 훼손이 발생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유망 자격증 20선] (1) 게임관련 전문가

    각종 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다. 민간자격에 국가자격까지 1500여종의 자격증이 홍수를 이루다 보니 대접이 예전같지 않다. 반면 취업과 경력 관리에 있어 자격증은 필수인 시대다.‘몸값’을 올릴 수 있는 자격증 선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천하는 국가기술자격증 가운데 최근 신설된 자격증을 비롯, 전망이 밝은 20종을 선별, 매주 1종목씩 상세히 소개한다. 자격증에 대한 ‘옥석가리기’의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게임관련에는 게임기획전문가·게임그래픽전문가·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 자격증이 있다. 게임이 IT주력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난 2002년 신설된 자격증이다. 국가자격이면서도 까다로운 응시자격을 요구하지 않아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산업인력공단측은 “게임시장에서 향후 약 4000명의 신규 인력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신규인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자격증 취득자의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현재 게임국가자격 취득자는 총 980명 정도.2003년부터 합격자를 배출했기 때문에 아직 희소성이 있는 상황이다. 국가자격이 신설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그간 국내 게임시장이 영세했던 탓에 게임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업체의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NC소프트 관계자는 “국가자격이 있을 경우 서류전형이나 면접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필수는 아니지만 경력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나눠 치러진다. 필기시험은 총 100문제로,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종목당 4과목으로 구성된다. 게임기획전문가시험 과목은 게임디자인·게임시스템 및 연출·게임시나리오분석 등이다. 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는 프로그래밍일반·게임알고리즘·게임프로그램작성 등이며, 게임그래픽전문가는 그래픽디자인론·게임그래픽디자인·게임그래픽제작 등이다. 그리고 게임제작개론을 공통과목으로 한다. 실기시험은 게임기획전문가의 경우, 게임개발 시작부터 실제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대한 실무지식을 평가한다. 실제 게임기획서도 작성해야 한다. 게임프로그래핑전문가는 비주얼 C++와 다이렉트X를 이용한 실제 게임구현에 대해 평가한다. 게임그래픽전문가는 2D와 3D로 구성되며 원화작업과 그래픽 구현 2가지 작업을 평가한다. 필기시험보다는 실기시험이 까다롭다는 평가다. 게임업체 손오공의 게임기획전문가 양완석씨는 게임업체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국가자격증도 함께 취득했다. 그는 “필기시험의 경우 시중의 문제집 등으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지만 실기시험은 게임을 개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획, 개발, 마케팅까지 섭렵해야 하고, 특히 게임기획서를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뿌리 깊은 나무가 산사태 예방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게 뻗는 심근성 나무로 수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일과 3일 내린 폭우로 도내 14개 시·군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는 3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진안과 무주·장수 등 동부 산악지역 3개 군지역의 피해액이 2562억원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인명피해 역시 산사태로 사망한 7명 가운데 4명이 이들 3개 군지역에서 나왔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 334건 중 동부산악권에서만 41%인 138건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동부산악권 지역에서 산사태와 수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산세가 가파른 이유도 있지만 뿌리가 얕은 ‘천근성’ 수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낙엽송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키가 30m 이상 자라지만 뿌리가 얕게 뻗어나가 강풍이 몰아치면 쉽게 쓰러져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는 수종으로 알려졌다. 전북대 산림과학부 이창헌(48) 교수는 “낙엽송은 성장속도는 빠르나 심근성인 상수리나무처럼 뿌리가 깊지 못해 강풍과 폭우에 쓰러지기 쉬운 수종”이라며 “때문에 옆에 있는 다른 나무에 영향으로 줘 결국 산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때 일가족 3명이 숨진 무주군 무풍면 마곡마을 참사도 당시 야산에서 떼밀려온 낙엽송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폭우로 2명이 매몰돼 숨진 진안군 안성면 죽장마을의 경우도 낙엽송이 많이 심어진 산이 무너져 비롯됐다. 또한 낙역송은 토사와 함께 하천과 하수구를 막음으로써 하천 범람과 주택 침수피해를 더욱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이에 대해 전북도는 임진섭 산림과장은 “70∼80년대 민둥산을 무조건 메우고 보자는 취지에서 전국적으로 성장이 빠른 낙엽송을 마구잡이로 심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이러한 폐해가 일부 지적돼 90년대 말부터는 낙엽송 식재를 제한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번 폭우로 낙엽송의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낙엽송에 대한 간벌을 적극 추진하고 뿌리가 깊은 오리나무나 상수리나무로 수종갱신사업을 확대키로 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아키하바라 가전상가 게임업체가 점령

    아키하바라 가전상가 게임업체가 점령

    |도쿄 특별취재팀|1999년 여름 일본 기타큐슈에 자리한 국제동아시아연구센터(ICSEAD)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한국은 점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사뭇 달랐다. 당시 방문한 국제 규모의 연구센터엔 제법 빠른 속도의 인터넷망이 연결돼 있었지만 공공기관이나 가정에선 거의 대부분 전화선을 통한 ‘거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전후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사회기반시설을 기반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할 즈음 뒤늦게 출발한 일본 IT는 2005년 현재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e재팬 전략’의 성공 한 나라의 IT 수준을 평가하는 기본 잣대로 초고속인터넷 이용 현황이 종종 거론된다.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26만가구. 총무성 통계국 자료 등에 따르면, 이는 일본 전체 4937만가구의 37% 수준이다. 가입자 비율로 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1533만가구 가운데 80%인 1220만가구가 가입한 한국에 뒤지고 있지만 규모로는 이미 2003년부터 한국을 추월했다.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한국에 비해 성장 여력도 크다. IT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초고속인터넷의 이같은 ‘초고속’ 보급은 일본 정부의 ‘e재팬(Japan) 전략’이 성공을 거둔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1999년 실무진 검토를 시작으로 2001년 1월 본격 시작된 ‘e재팬 전략’을 주관하는 일본 정부의 IT전략본부 본부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장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IT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01년 당시 ‘5년 내에 일본을 세계 최고수준의 IT국가로 만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며 출발한 ‘e재팬 전략’에 대해 정부 담당자들은 “속도가 빠르고 값싼 인터넷을 사용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재팬 전략’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정보정책과 사카이 마사요시 과장보좌는 일본에서 인터넷 종량제가 사라진 상황을 예로 들었다. 종량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일본 굴지의 기업인 NTT였다고 한다. 그런데 2001년쯤 모뎀에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으로 인터넷서비스가 바뀌면서 종량제는 거의 사라지고 월 정액제가 주종을 이루게 됐는데, 이는 ‘e재팬 전략’의 성과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으로 하여금 요금을 강제로 내리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같은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2001년 3월 1개월에 7800엔이었던 요금은 지난해 7월 2600엔으로 급격히 인하됐다. 같은 기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9배 이상 증가했다. ●IT를 이끄는 게임산업 IT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정보통신기기과 히라이 아쓰오 과장보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IT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에 대해 묻자 경제의 ‘거점’이란 뜻의 ‘플랫폼(platform) 기업’이란 신조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이 IT산업을 이끌고 있어서 분야를 구분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다.”면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드웨어인 게임기와 소프트웨어인 게임프로그램을 동시에 만드는 소니(Sony)를 언급했다. 그가 선뜻 대표적 게임기업인 소니를 거론한 것은 게임산업이 일본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가 발간한 ‘2004 CESA 게임백서’에 따르면,2003년말 현재 일본 게임시장은 4462억 1800만엔(약 4조원) 규모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일본판 7월호에서 일본 억만장자들에 포함된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통신기업 히카리쓰신 등도 IT산업의 대표기업으로 평가받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일본의 게임기업들이 IT산업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갈수록 높아지는 게임산업의 위상은 한때 최첨단 전자제품 상가로 이름을 날리던 도쿄 아키하바라의 변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점들이 최근 3∼4년새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게임 관련 점포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아키하바라의 전자제품 상점 직원 미조베 교코의 말처럼 이미 게임이 아키하바라를 장악한 지 오래다. 그나마 남은 전자제품 상점들은 상당수가 전자제품뿐 아니라 향수와 여행 기념품까지 파는 잡화점 형태로 바뀐 상태였다. ●새로운 도전 온라인게임 정부의 ‘e재팬 전략’으로 구축된 초고속인터넷망과 게임산업이 만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게임이다.‘게임은 게임기로 즐기는 것이며 컴퓨터는 사무용 기기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힌 일본의 엄청난 변화다.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이 게임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눈부시다.‘디지털 콘텐츠 백서’에 따르면,2000년 9억엔에 불과했던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03년 198억엔에 이어 지난해 382억엔을 기록하는 등 불과 4년 새 42배나 성장했다. 한국의 게임기업들이 온라인게임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열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게임업체들도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까지 그렇게 시장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다만 온라인게임은 이용자가 서버에 접속하는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받기 때문에 복제품 범람으로 개발비도 건지기 어려운 중국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게임기업 남코(Namco)의 이시무라 시게이치 사장의 말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일본 게임업계의 평가를 대변한다. surono@seoul.co.kr ■ “게임 업계 경쟁력은 돈 작년 200억엔 R&D 투자” |도쿄 특별취재팀|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디오게임 ‘철권(鐵拳·일본명 데켄)’시리즈로 유명한 남코(Namco). 지난 5월25일 도쿄 오타구 야구치에 있는 남코 본사에서 이시무라 시게이치 사장을 만나 일본 게임산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연구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들었다. 남코가 ‘기동전사 건담’ 등 캐릭터 장난감과 게임 ‘다마고치’로 유명한 일본 최대 완구업체 반다이(Bandai)와의 합병을 발표하고 20여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합병 문제로 시작됐다. 게임업체 ‘세가(Sega)’와 슬롯머신업체 ‘사미(Sammy)’가 합병하는 등 일본 게임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짝짓기를 통한 몸집불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같은 합병 바람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게임과 장난감 업계의 경쟁 격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다이와의 합병을 결정한 이유는. -출산율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다이의 어린이 고객과 남코의 청소년 및 성인 고객이 합쳐질 것을 기대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긴 세대가 부모가 되고,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도 자녀는 물론 손자 손녀와 더불어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 경쟁력의 원천은. -돈이다. 돈을 많이 투자한 게임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785억엔(약 1조 6300억원)의 연간 매출 가운데 200억엔가량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마케팅의 경우 특별히 정해진 비용은 없지만 10억∼20억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남코가 최근 10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한 부문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출시되면서 철권 등 격투기와 총격전 등의 3차원(3D)게임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 때문에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 ▶일본의 IT산업에 대한 전망과 게임업계와의 관계에 대해. -IT와 관련, 컴퓨터 운영체계(OS)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이나 주변기기 등에 있어서는 일본과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IT와 게임산업의 관계를 보면, 예를 들어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해상도 높은 화면을 제공하는 액정이 필요한데, 그런 액정이 개발되면 그런 화질로 즐길 수 있는 수준높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 보완적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나. -아직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역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컴퓨터보다 게임기로 즐기는 게임 문화가 훨씬 먼저 정착된 일본은, 온라인게임 문화가 발달한 한국이나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도 온라인게임에 주목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즐기는 게임은. -(남코의 대표적 게임인 철권 등의) 격투기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자동차 운전게임을 좋아한다. surono@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 호우피해 속출 17명 사망·실종

    이틀새 전북 부안에 최고 354㎜의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 전국에 내린 국지성 호우로 1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 오후 4시 현재 집중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 2224㏊가 침수되고, 주택도 522동이 물에 잠겨 400여명의 이재민을 냈으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일부구간 등 6곳의 통행을 한때 통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인명피해 3일 오전 3시쯤 전북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 상류 조모(32·여)씨의 S음식점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잠자던 조씨의 딸(5)이 숨지고 조씨 등 2명은 부상했다. 이날 오전 8시쯤에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 율곡마을 야산 옆 도로를 지나던 윤모(68)씨가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깔려 숨졌고, 오전 5시쯤 김제시 금산면 중원마을 이모(52. 여)씨 집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이씨가 숨졌다. 전북도는 “이번 집중 호우로 모두 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4명이 부상했다.”며 “낮부터 빗줄기가 그쳤지만 각 시·군별로 실태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피해자 수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임실 관촌면과 김제 원평면, 전주 팔복동 등 327가구가 침수됐고 산사태로 가옥 5채가 매몰되거나 붕괴되면서 643가구 9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인근 학교, 면사무소 등지에 긴급대피했다가 비가 그치면서 일부는 귀가했다.●주민 고립 3일 오전 5시쯤 경남 거창군 고제면 입석마을 진입로가 농수로에서 범람한 물에 침수되면서 이 마을 13가구 37명의 주민들이 한때 고립됐다가 119구조대 등에 의해 구조됐다. 또 이날 경기도 포천시와 경남 밀양시 등지의 계곡 등지에서 야영객 60여명이 불어난 물로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지리산 산장에는 등산객 600여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주택·농경지 침수 집중호우가 쏟아진 전북지역의 피해가 컸다.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 주택 및 상가 500여 가구가 한때 무릎 높이까지 잠기고 농경지 3224㏊가 침수됐다. 임실·무주군 일대 주택 100여가구와 정읍 고부·덕천·정우면 일대 주택 100여가구도 침수됐다. 김제와 정읍 등 농경지 9000㏊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주시내를 관통하는 전주천과 삼천천이 범람위기를 맞았고, 백제로와 팔달로 등 주요도로가 하수 역류로 물에 잠기기도 했다. 정읍의 덕천천 제방 50m가 유실되고, 석우제 저수지가 범람 했다.한편 기상청은 4일까지도 경기 북부지역과 강원도 지방에 지역에 따라 최고 60㎜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전주 임송학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고척2동 일대 1만 7952㎡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서울 구로구 고척2동 155 일대가 노후·침수 주택지의 오명을 벗고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다.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는 서울시가 최근 고척2동 155의2 일대 고척제3구역주택재개발지역을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고 29일 밝혔다. 5440평(1만 7952㎡) 규모인 고척 3구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10년을 넘긴 단층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인근 안양천이 범람하면서 침수 피해까지 받아 불량 주택지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번 정비구역 지정으로 용적률 250% 이하, 층수 20층 이하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25.75평 이하 279가구,25.75평 이상 68가구 등 모두 347가구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고척2동 일대 1만 7952㎡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서울 구로구 고척2동 155번지 일대가 노후·침수 주택지의 오명을 벗고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다.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는 서울시가 최근 고척2동 155의2 일대 고척제3구역주택재개발지역을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고 29일 밝혔다. 5440평(1만7952㎡) 규모인 고척 3구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10년을 넘긴 단층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인근 안양천이 범람하면서 침수 피해까지 받아 불량 주택지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번 정비구역 지정으로 용적률 250% 이하, 층수 20층 이하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25.75평 이하 279가구,25.75평 이상 68가구 등 모두 347가구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中 ‘하이탕’ 비상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푸젠(福建)·저장(浙江)·장시(江西) 등에 태풍 비상이 걸렸다. 제5호 태풍 ‘하이탕(海棠)’이 19일 새벽 중국 남동부 대륙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푸젠과 저장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하이탕은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어 20일 낮에는 내륙쪽인 장시성이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기상당국은 전망했다. 푸젠성 재해대책본부는 앞서 18일 해상의 모든 선박을 피항시키고 양식어민 31만 6000명과 해안 위험지역 주민 22만 3000여명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정기여객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고속도로를 폐쇄했다.푸저우(福州)시 창러(長樂)공항이 18일 오후 2시쯤 폐쇄된 데 이어 샤먼(厦門)공항도 오후 8시30분부터 비행기 이착륙을 전면 중단했다. 취안저우(泉州)의 진장(晉江)공항은 이날 밤 홍콩행 여객기 운항을 취소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저장성은 위험지역 주민 32만여명을 대피시키고 선박 2만 5000여척을 피항시켰다.원저우(溫州)시는 저수지와 댐의 수량 조절에 나서는 한편 유원지를 모두 폐쇄했다. 상하이(上海)시는 이번 태풍의 내습이 1년 중 바닷물의 만수위가 4번째로 높은 사리 때와 겹치는 데서 오는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방재담당 부서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피해예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편 태풍 하이탕으로 인해 전역이 18일 하루 휴무에 들어갔던 타이완에서는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36만가구의 전기가 끊기고 1만여가구가 단수 피해에 시달렸으며,160여편의 여객기가 결항돼 승객 1만 2000여명의 발이 묶였다.oilman@seoul.co.kr
  • “서울 집중호우는 도시화 때문”

    지난 40여년 동안 서울에서 이뤄진 급속한 도시화의 영향으로 기상 변화가 생겨 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실 김연희 박사는 12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발행 ‘서울 도시연구’에 게재한 ‘서울지역 강우 특성 분석을 통한 도시화 영향 평가’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1961∼2003년 서울ㆍ수원, 인천, 양평, 이천 4개 권역의 지상관측소와 서울지역 자동관측소 31곳의 기상자료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서울에 시간당 2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린 시간은 60년대 연평균 9시간에서 70년대 15시간,80년대 24시간,90년대 61시간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도시화의 진행으로 집중호우 빈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시간대별로는 새벽 1∼6시에 몰렸던 집중호우가 90년대 들어 도시의 인적, 물적 활동이 활발한 오전 7시∼낮 12시와 오후 1∼6시에 많았다. 강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기온, 풍속, 대기오염 물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도시화에 따른 ‘열섬현상’으로 도시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상승기류와 구름이 생성돼 강우도 잦아졌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또 고층건물 등으로 풍속이 감소하면서 바람이 지표면에 깔린 후 상승기류로 변해 구름이 형성되고, 도시 상공의 대기오염 물질도 구름의 생성을 촉진했다. 서울과 위성도시의 강우량을 따져보면 도시화가 가장 빠른 서울의 연평균 강우량(1399.4㎜)은 인천(1188.8㎜)의 1.2배였고 이천·수원보다도 100∼200㎜ 많았다. 도시화의 한 단면인 미세먼지가 많아진 것도 집중호우에 영향을 줬다. 미세먼지는 비의 씨앗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중호우는 많은 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저기압이 내습할 때 주로 생긴다. 중심부에서 생긴 열과 습기가 이동하다 반대편에서 밀려오는 기단과 부딪쳐 비가 내리는데, 해마다 되풀이되는 중랑천 범람 위기도 이런 영향이다. 김 박사는 “열섬 현상은 녹지가 적고, 건물과 도로포장률이 높을수록 심해진다.”면서 “바람길을 만들어 풍속을 높이고, 옥상 녹화 등으로 콘크리트 피복률을 크게 낮춰야 열섬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30년전보다 30% 많아진 서울비

    30년전보다 30% 많아진 서울비

    어떤 것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비도 예외일 수 없다. 비가 적게 내리면 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하고, 너무 많이 내리면 홍수가 나서 침수피해를 일으켜 시민들의 재산과 심지어는 생명까지 앗아간다. 서울시를 관통하는 한강에서는 과거 수차례 대홍수가 발생해서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혔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옛날부터 홍수는 바로 한강의 홍수를 의미했지만 도시화가 거의 완료되고 수방대책이 수립되어 있는 지금은 홍수피해의 현상도 많이 달라졌다. 서울시에는 30년전보다 강우량이 30%가량 더 내리고 있다. 또한 불투수층의 확대 등으로 배수시설 확대를 통한 치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홍수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받은 뒤 재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집중호우란?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피해로 애를 태우는 주민들과 피해를 복구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게 된다. 홍수피해에 관한 분석자료들은 최근 발생하는 홍수피해의 주된 원인을 돌발성 집중 호우로 파악하고 있다. 아무리 배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비가 돌발적으로 공간적, 시간적으로 집중해서 내릴 때는 홍수피해 방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비가 내리는 일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집중호우의 발생 횟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장마시기에 홍수피해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는 내리는 형태, 계절 및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갖는다. 홍수란 비가 많이 와서 하천이 넘치거나 땅이 물에 잠기게 될 정도의 많은 물을 말한다. 오랫동안 걸쳐서 내리거나 그쳤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해서 계속되는 비를 장마라 하고,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호우라 하며, 이 호우가 지형적인 영향 등으로 어느 지역에 집중될 때의 비를 집중호우라 한다. 집중호우는 보통 1일 강우량이 연강우량의 10% 이상일 때이거나 1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올 때를 나타낸다. 1시간당 30㎜라고 하는 것은 비가 올 때 물컵을 놓아두면 1시간 동안 물컵에 3㎝정도 담겨지는 비의 양이다. 우리들은 청각이나 시각으로도 시간당 강우량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당 5∼10㎜ 강우에서는 보통의 빗소리로 들리지만 30∼50㎜에서는 양동이로 붓는 것처럼 세차게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홍수피해 규모 최근의 홍수피해는 한강 등과 같은 하천의 범람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돌발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 지형적 여건으로 빗물을 해결할 수 없는 지역과 저지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에서 홍수는 1950∼1960년대까지 10년에 1번 발생하고,1970년대 들어서는 5년에 1번,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3년이나 4년에 1번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요 특징으로는 홍수 발생주기가 빨라지고 있으며 규칙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불규칙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홍수에 의한 피해는 과거에도 있었고 근래에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고려 인종 때에는 한강에 큰 홍수가 발생해 인가가 묻히고 떠내려가기가 헤아릴 수 없었으며, 조선조 태종 7년(1407년 5월)에 대홍수가 발생하여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성안까지 물이 넘쳐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925년에는 대홍수로 한강인도교 수위가 12.26m까지 상승해 물이 한강제방 위로 넘쳐 사망자가 404명에 이르고 가옥 유실 및 침수가 수만호에 달하는 큰 피해가 있었다.1930∼1940년대에도 하천제방과 하수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홍수 발생시 무방비로 침수피해를 당했다. 최근 20년 동안 1984년,1987년,1990년,1998년,2001년에 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2001년 7월 14∼15일 이틀 동안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해 막대한 홍수피해를 겪었다. 장마기간에 연강수량의 70%에 해당하는 852.1㎜(평년은 233㎜ 정도 발생)의 비가 내려 최근 30년 동안 세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였다. 특히 7월 15일 새벽 2시 20분∼3시 20분 동안 관악구에 내린 1시간 최대강우량 156㎜는 지난 1998년 7월 31일 순천에서의 시간당 최대 강우량 145㎜를 상회하는 1000년 이상 빈도의 강우에 해당되는 많은 양이었다. 서울시의 빗물배제가 1시간당 74㎜로 정비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01년의 홍수피해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홍수 피해액에서는 1998년이 약 514억원으로 가장 많고,2001년도 약 219억원,1984년 203억원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수는 1984년 41명,2001년도 40명,1987년도 39명이었다. 그리고 건물피해 동(棟) 수는 2001년 약 1만 94375동,1998년 약 1만 40386동,1984년 약 1만 34964동으로서 2001년 7월 홍수피해의 규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특히 2001년 7월 홍수로 인한 복구액은 1361억원으로서 우리나라 전체 복구액의 7.3%를 차지했으며, 복구액과 재산피해액을 합하면 총피해액은 1580억원이 된다. 그러나 사망자 및 부상자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정도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추산액보다 훨씬 상회하게 되며, 이것으로 한해의 집중호우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액이 얼마나 큰지를 어림잡을 수 있다. ■ 강우양상의 변화 어느 도시의 강우변화를 살펴볼 때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연강우량, 연강우일수, 시간강우량, 집중호우 발생률 등이다. 우리나라는 강우량이 연도별로 750∼1680㎜로서 차이가 많으며, 계절별로 여름인 5∼9월까지의 4개월간 강우 집중도가 62%로 프랑스 40%, 일본 47% 등 선진 외국에 비해 편중돼 있다. 서울시의 강우 특성은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강우량이 증가한 가운데 집중호우도 증가하는 경향이다.1970년대에 연간 1231.5㎜에서 2000년대에는 1595.3㎜로 30% 증가한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수차례의 집중호우에 의하여 연평균강우량이 증가하였다. 또한 집중호우에 해당하는 1시간당 30㎜ 이상인 강우도 1970년부터 현재까지 총 97회가 발생했으며 연대별로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960년대 1.7회,1980년대 2.2회,1990년대에는 3.8회,2000년대에 4.0회의 집중호우 횟수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홍수피해의 발생 원인 그럼 서울시에 홍수를 일으키는 주요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홍수는 기후변화와 토지이용변화가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집중호우를 발생시키고 토지이용변화는 지표면을 불투수면으로 바뀌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하절기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하고, 대륙과 태평양을 지나는 몬순의 영향으로 기후변화가 불규칙, 여름철에는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이 내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현상이 가중되어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래 불규칙적이지만 꾸준히 상승하였으며, 서울시는 개발되기 이전의 1960년대에 비하여 1.24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상변화와 집중호우의 발생건수는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비가 내린 장소에서 땅속으로 대부분 스며들게 되면 지표면으로 흐르는 비의 양이 줄어들게 되어 아무리 저지대라고 해도 침수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서울시는 토지이용변화에서 총면적 605.5㎢ 중 불투수면적률이 1962년에 7.8%에 불과했으나,1960년대 후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1970년에는 18.6%로 증가했다. 그 후 꾸준히 증가하여 1982년에 37.2%가 되었고 2001년 현재에는 47.1%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외곽지역의 산림지역을 제외하면 시가화지역은 불투수면적률이 80%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서울시에 100에 해당하는 비가 왔다면 도시화되기 전인 1960년대에는 90% 이상의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었지만, 현재는 지표면이 아스팔트와 같은 불투수면으로 포장되면서 80% 이상의 비가 지표면으로 흘러 저지대로 일시에 유입되어 홍수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 서울시는 지금까지 하천정비, 빗물펌프장 정비 및 증설, 하수관거 정비, 홍수 예·경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자연재해 특히 홍수로부터의 피해를 경감시키고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결과 홍수재해가 상대적으로 감소되었다. 또한 하수관거는 강우시에 시간당 74㎜에 해당되는 비를 배제하도록 정비되어 있다. 빗물배제의 정비수준은 나라별 도시에 따라 비가 내리는 양상과 지표면에서 비가 흐르는 특성이 다르지만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일본의 도쿄 시간당 50㎜, 미국 시카고 73㎜의 정비기준과 비교하면 서울시가 결코 시간 강우량의 우수배제능력이 적게 정비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피해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에 돌발성 집중호우에 의해 발생한 홍수피해를 기후변화에 의해 일어나는 이상 강우이고 피해를 자연재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상강우가 이렇게 자주 발생한다면 이제는 정상적인 기후현상이고 정상적인 강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장마기간의 집중호우는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리들은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홍수피해와 막대한 복구비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대부분이 지표면으로 흘러내리는 비의 양이 증가함으로써 저지대 등이 침수되고 있다. 개발에 의해 토지가 불투수면으로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서울시 전체가 강우시 지표면으로 흐르는 비의 양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빗물관리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피해 문제는 이제 서울시만의 과제가 아니다. 행정, 기업, 시민들이 협력하여 내리는 비를 가능한 지표면으로 흐르지 않고 땅속으로 스며들도록 침투시설(침투통, 침투측구, 침투트렌치, 투수성포장)과 빗물저류시설과 빗물이용시설을 주거지, 상업지 등의 도심지 적소에 설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각 가정에서는 비가 스며들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강우시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홈통에 연결된 1∼2㎥ 정도의 통에 저장하여 마당 청소용수나 조경용수로 사용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 강원도 주민들 “올 여름이 무서워”

    강원도 주민들 “올 여름이 무서워”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강원도내 곳곳에서는 수해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행정기관만 믿고 있던 강원도민들은 올 여름에도 가슴 졸이며 장마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강원도에서는 2002년 ‘루사’,2003년 ‘매미’,2004년 ‘메기’ 등 연이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모두 3조 8304억원의 재산피해와 255명(사망·실종 173명, 부상 82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이재민도 4만 4786명이 발생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 동덕천 일대에서는 하천복구와 교량건설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7월 말 완공예정이다. 루사와 매미 때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계리 50여 가구가 침수돼 완파 등의 피해가 났었기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삼척시 남양동 및 교동, 성내동 일부지역은 오십천의 범람으로 23억원의 피해가 났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배수펌프장 설치가 급하지만 시가 사업비 170억여원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7월에나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다. 올 4월 산불이 난 양양군 양양읍과 현남·강현면의 주택 복구율은 35%에 머물고 있다.17개 마을에서 전소된 주택 148채 가운데 6채만 복구를 마쳤으며 87채는 아직 외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을 가옥 36채 중 30채의 가옥이 전소됐던 강현면 용호리는 주민 임시 거주지인 컨테이너 뒤편 야산 대부분이 옹벽도 없는 임시 사방공사 수준이어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화마에 이은 수마 걱정에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강릉시 노암동 주민들도 장마철이면 불안하다.2002년 루사 때 산사태로 가옥 1채가 매몰됐다. 산사태 당시 유실된 절개지에는 비닐만 덮여 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축대가 곳곳에 남아 있다. 강릉 남항진과 안목 주민들은 남대천 하구에 쌓인 모래로 장마철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때 제방이 범람해 농경지 10㏊와 가옥 20여 채가 침수되는 등 수년째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관계자는 “5281건의 수해복구공사 중 4건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모두 완공됐다.”고 밝히고 있어 주민들이 체감하는 비 피해 우려와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한국 미래 앞으로 10년에 달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매력있는 한국:2015년 10대 선진국 진입전략’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실상에 대해 몸집은 세계 11위로 비대해졌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무는 전형적인 외화내빈(外華內貧)형으로 규정했다. 특히 서방선진 7개국(G7)과 비교하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0% 수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에 불과한 반면 1인당 노동시간은 146%나 된다. 양극화와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체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과 국가 전략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결과 배제의 논리가 범람하면서 개인과 기업, 국가, 사회가 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채 제각각이다.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보고서의 지적처럼 우리는 세계 경제의 블랙홀로 일컬어지는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율, 천문학적인 규모의 통일비용 등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도약보다는 정체나 퇴보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앞으로 10년 동안 잠재성장률을 6.3%까지 끌어올려야만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자면 지금부터라도 국가지도자를 비롯한 각 부문의 주체들은 우리 국민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고 외국인들도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나라를 만든다는 목표에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한다. 요소별 시스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문성이 제값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부는 개별적 경쟁력을 한데 엮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시바삐 제시해야 한다.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상) 태국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상) 태국

    “당신은 아시아주의에 관심이 없어도 아시아주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트로츠키의 경구를 살짝 빌린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아시아주의라면, 우리는 곧 중화주의와 대동아공영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한국을 연이어 흔들어온 동북공정과 역사교과서 왜곡이 그 가운데 있다. 따라서 마냥 친하게 지내자고 하기엔 찜찜하고, 그렇다고 허구한 날 싸우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이같은 고민과 답답함을 문화적 코드로 풀어보자는 단체가 있다. 바로 아시아문화네트워크(ACN)다. 문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계 종사자들의 모임인 ACN은 중국과 일본의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식민지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간 평등한 연대를 꿈꾼다. 궁극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시아작가회의’의 결성이다.ACN은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동남아 4개국을 돌며 현지 문화계 인사들과 세미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소설가 방현석·김남일·이명랑씨, 영화제작자 차승재·김선아씨, 평론가 김재용·박수연씨, 연극인 김지숙씨 등이 참가했다.11일간 다루어진 주요 내용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태국에서 고속도로로 이동하다 보면 대형 외제차의 물결과 다국적기업들의 화려하고 거대한 광고간판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같은 화려함의 이면에는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다. 태국인들은 외제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저임금을 강요받고, 저임금으로 그 외제차를 사려니 은행에 장기대출로 빚을 낸다. 허름한 주택과 상가건물이 화려한 광고간판을 떠받치고 있는 풍경, 이게 바로 태국의 상징이다. ●‘저항의 역사´ 없는 태국문학 문제의식 없어 태국 부라파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태국 학자·문인들에게서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묻어났다. 태국 문학을 설명한 평론가 차마이폰 샹끄라장이 가장 직설적이었다.“태국도 차라리 식민지가 된 뒤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친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실제는 식민지인데 형식만 독립국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저항해본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태국 문학에서 강렬한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이 있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게 차마이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문제를 ‘까발려 놓고’ 고민하는 한국문학이 부럽다고까지 했다. 평론가이자 실파콘대 교수인 나르밋 썩쑥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태국의 군부독재를 “오직 경제발전만 내세우고 ‘독재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태국의 경제도 비판했다.“외국기업을 들이기 위해 우리 노동자의 임금은 형편없이 깎았습니다. 회사는 탄탄할지 몰라도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그는 서구의 강대한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애국주의를 넘어선 아시아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나르밋은 ‘관이 안 보이면 눈물도 안 난다.’는 태국 속담을 들어 이제는 아시아주의를 외치기만 할게 아니라 구체적인 연대를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관적이었다.“미주와 유럽은 이미 나프타와 EU로 통합하고 있어요. 아시아도 뭉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역 내 패권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싸워봤자 공존의 이익만은 못하다는 깨달음을 언젠가는 얻을 때가 있을 겁니다.” 나르밋은 그 뿌리로 동남아 국가들간 협력체인 아세안, 아세안과 동북아국가들을 묶는 아세안+3를 언급했다. ●아시아작가 연대해 패권주의와 맞서야 아시아주의에 대해 동남아와 동북아간에 생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질문해봤다.97년 IMF위기 뒤 일본이 AMF를 구상했지만 일본의 패권주의를 우려한 주변국들의 미지근한 반응과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상실을 걱정한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예를 들었다. 이에 대해 나르밋은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가 결국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다시 내놨다. 그는 “내가 너무 낙관적인가요?”라며 빙긋이 웃고 나서 “질문의 의미와 무게는 알겠지만 나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태국인의 감각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대신 나르밋은 올바른 아시아주의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열강에는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군사력, 경제력, 유엔에서의 역할입니다. 중국은 이미 하고 있고 일본은 유엔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한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주화투쟁과 경제성장의 역사를 볼 때 유일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cho1904@seoul.co.kr ■ “10년전 한국학 도입… 드라마·영화 큰 인기”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부라파대학은 10여년째 한국학을 특화한 대학이다. 한국어과가 있는 태국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학센터(Korean Studies Center·KSC)가 있는 이유다. 그러나 2003년 출발한 KSC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문학·역사로 넓히지 못하고 아직 어학에 치중하고 있다.KSC를 이끌고 있는 타샤니 탄 타와닛 교수를 만났다. 그녀는 교환교수로 한국에서 2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태국에서 한국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10여년 전부터 한국학이 도입됐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교수중심, 언어중심이었다. 그러다 1995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코리아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한국어센터가 2000년 설치됐고, 2003년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KSC로 바뀌었다. ▶왜 한국인가? -원래 한국과 태국은 좋은 관계였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한 뒤 많은 한국 회사들이 태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태국인들의 관심이 늘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태국의 문화 토양은 무엇인가? -한국과 태국은 물론 다르다. 무엇보다 태국은 200여년간 전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일본, 중국의 간섭을 오랫동안 받았다. 이 때문에 태국인이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느긋한데 한국인들은 인내심은 있지만 성급하면서 동시에 정확하다. 이런 성향 차이 때문에 태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마찰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아시아인으로서의 공통점은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영향을 받고 윗사람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췄다는 것, 그리고 불교문화 등은 비슷하다. ▶드라마나 영화로만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편식 아닌가. -물론이다. 지금 인기 있는게 일종의 로맨스물인데 이것으로는 한국을 잘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다. 깊은 이해를 위한 첫걸음이라 봐야 한다. 로맨스물만 범람하는게 좋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일단 성공이라 봐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한국학 석사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한국학에 대한 연구·개발·관찰이 더 필요하고, 연구가 쌓이면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교류하고자 한다. 교환학생, 교환교수도 더 늘리겠다. 문학과 역사뿐 아니라 전통음악, 미술 등 한국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싶다. cho1904@seoul.co.kr ■ “한국소설 번역가가 꿈… 송승헌 열성팬”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태국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 부라파대 학생들 모두 하얀 와이셔츠에 남색 바지와 치마를 입었다. 교복이야 그렇다 쳐도 여학생들은 왜 치마만 입느냐고 물었다. 성차별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에는 바지와 치마를 같이 입는 여학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태국인들이 순응적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여자는 치마만 입는다고 했다. 그제야 둘러보니 과연 그랬다. 그래도 유심히 뜯어보니 멋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바지통에서 약간씩 차이가 났고 웃옷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다. 여학생들은 치마 길이나 타이트한 정도, 트임 부위가 제각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멋내는 건 젊은이들의 공통점이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무렵, 옆자리에 있던 앳된 여학생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름은 핌파카 께쎈, 한국명은 ‘소은’이라 했다. 나이는 18살, 부라파대 한국학과 2학년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1년도 안 됐다는데 제 할 말은 꽤 한다. 다만 경상도 억양에다 다소 빠른 기자의 말투는 힘겨워했다. 그래서 꺼내든 게 한국어 사전. 서로 말하고 싶은 단어를 짚어가며 잠깐 대화를 나눴다. 한국학을 선택한 이유는 장래희망이 ‘한국소설 번역가’이기 때문이다.‘가시고기’,‘가을동화’를 너무 감명깊게 봤고, 좋아하는 배우로는 단연 송승헌을 꼽았다. 한국의 대학은 어떤지, 번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더니 이메일까지 먼저 적어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런데 사진 찍자고 하니 부끄러운 듯 꺄르르 웃으며 친구 옆에 숨는다. 꼭 18살이다. 나중에 교직원 설명을 들으니 한국학 역사가 오래된 데다 가까이에 관광지인 파타야가 있어 한국인들에게 유독 적극적인 게 부라파대 학생들만의 특징이라 한다. 은근히 뿌듯했던 총각 기자, 그만 김샜다. cho1904@seoul.co.kr
  • 장마철 김포 범람 우려

    장마철 김포 범람 우려

    한강 하류의 강바닥이 높아지고 있다. 모래언덕(사구)이 훤히 드러나 배 통행이 어려운 곳도 있다. 특히 일산대교 인근은 하상(河床) 상승이 극심해 준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마철을 맞아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경기도 김포시 및 주민들에 따르면 일산대교 상류(서울 방향) 1.6㎞ 구간은 간조시 강바닥이 드러나고 있으며, 만조시에도 수심이 2∼3m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특히 간조시 강바닥이 드러나는 사구(沙丘)는 길이 700∼800m, 너비 600∼700m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일산대교 하류 구간 9㎞(일산대교∼봉성리)는 이보다는 덜하나 군데군데 사구가 드러나고 만조시 수심이 3∼4m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이 일대는 배 통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지난 4월에는 보트로 훈련중인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2003년 8월 착공된 일산대교(길이 1.84㎞, 왕복 6차선)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만조시 강화 방면 한강 하류에서 갯벌과 토사가 상류로 밀려들고 있으나 일산대교 건설을 위해 한강폭 절반가량을 준설토로 막아놓음으로써 토사가 상류로 유입되지 못하고 일산대교 인근에 침전, 퇴적층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아울러 팔당댐 등 한강 상류로부터 흘러든 미세한 토사가 강화 방면으로 유출돼야 하나 이 또한 일산대교 준설토에 가로 막혀 퇴적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산대교 인근 지역은 2000년 이전부터 퇴적층이 생겼으나 다리 건설 이후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일산대교 상류에 300m의 퇴적층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500m, 올해 650m의 퇴적층이 각각 추가로 형성됐다. 현재도 매월 50m씩 퇴적층이 상류로 확산되고 있다. 김포대교∼일산대교간 6∼7㎞는 199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골재채취를 겸한 준설작업이 이뤄졌으나 이 구간마저 다시 퇴적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한강 바닥이 높아지면 홍수시 빗물이 제방 밖으로 역류하거나 제방붕괴를 일으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범람 위험은 일산 쪽보다는 김포 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포 제방도로(2차선)가 자유로(8차선)에 비해 오래전에 건설돼 수로 등이 부실한 데다, 홍수시 자주 피해를 입은 자유로 쪽은 보강공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반이 약한 김포 쪽은 한강물이 제방 밑을 통해 인근 논으로 스며드는 파이핑(piping) 현상마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김포시는 지난해 말 일산대교에서 상류 쪽으로 300m 떨어진 지점부터 1.3㎞ 구간 50만평을 대상으로 준설을 겸해 골재 220만㎥를 3년간 채취하기 위해 한강유역환경청에 사전 환경성 검토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한강준설이 하천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며 협의를 지연시켜 왔다. 환경부는 6개월이 지난 22일에서야 1년마다 하천생태계 변화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환경피해 저감방안을 강구하는 조건으로 준설작업을 승인했다. 한강 하구는 염수와 담수가 만나는 지역이어서 재두루미·해오라기·쇠기러기·청둥오리 등 각종 조류와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먼저냐, 새가 먼저냐.”는 지적이 일자 환경단체조차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김포야생조류협회 윤순영(52) 이사장은 “준설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모래 퇴적이 심각한 만큼 환경피해 저감책이 마련된다면 준설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이야기] 하천되살리기

    [서울이야기] 하천되살리기

    서울에는 한강, 중랑천, 안양천 등 3개의 국가하천과 청계천 등 33개의 지방하천 그리고 18개의 소하천이 있다.36개의 법정하천(국가하천과 지방하천) 가운데 24개 하천의 일부구간은 아직도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여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개부분을 걷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자연을 되살리는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양재천 복원사업이다. 특히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닫혀있던 하천 공간이 시민들의 품으로 다가서고 있다. ●하천과 도시형성 하천을 제외한 인간 활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하천은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멀리 보면 이집트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 등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그러하며, 가까이 보면 서울이 그렇다. 서울도 한강 및 지천을 중심으로 구석기시대부터 형성된 주거지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면목동에서 구석기시대, 암사동에서 신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된 것이 그 증거이다. 시간이 흘러 서울은 거대한 도시로 발전했다. 서울을 잉태했던 한강과 지천은 도시의 성장과정에서 많이 훼손됐다. 인간에게 편리하도록 직선화하고, 하천을 시멘트콘크리트로 덮어 도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하천의 기능이 다시 바뀌고 있다. 하천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여가선용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하천 주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 벤치에 않아 쉬는 사람들,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에 많이 띈다. 물가에는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과 물 속에 들어가 물장구치는 어린이 모습도 보인다. 자연이 잘 복원된 하천에서는 야생동물이 심심찮게 나타나며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물론 옛날처럼 어로활동까지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인간이든 야생동물이든 찾을 수 있는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훼손되고 다시 복원된다고 하니 우습기도 하지만 반가운 현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악취로 홀대받고 도로확충에 이용당하고… 서울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시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요한 건물과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고 이에 따라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층 비율도 높아졌다. 인구증가와 함께 생활하수 발생량도 증가하였으나 하수도 시설이 부족해지고 개천에는 하수가 흐르면서 악취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악취의 확산은 개천을 복개해야 한다는 빌미를 주었고 도로확충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으로써 하천부지는 손쉽게 도로로 변모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낙들이 빨래하고 어린이가 물장구치던 많은 개천들이 오염과정을 거쳐 복개돼 하수도로 전락했다. 한편, 홍수피해를 줄이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꾸불꾸불하게 흐르던 하천을 직선화하고 제방을 높게 쌓아 하천의 통수능력(초당 하천을 통해 최대로 흐를 수 있는 물의 양)을 증가시켰지만,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하수도를 통해 빠른 속도로 하천으로 흘러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같은 양의 비가 오더라도 과거에 비해 홍수량이 더 많아져 저지대에서는 침수피해 위험성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빗물의 유출률이 증가함에 따라 저지대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유수지와 빗물펌프장을 건설하여야 했다. 이와 같이 1980년대까지 서울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도시의 난개발로 인하여 홍수 배제기능, 생물의 산란처와 은신처 그리고 생물 이동통로로서의 기능, 수자원 공급기능 등 하천의 고유기능이 약화되거나 상실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미완의 한강 개발과 수변공원 한강의 기능을 회복하고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한강으로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물길(하도)을 정비하고, 하천변을 공원화하며, 강변도로를 확장했다. 당시 한강을 개발하면서 하도 정비는 배를 띄우기 위한 수위 유지와 홍수 배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생태적인 기능은 고려되지 않았다. 저수로(평상시의 물길)의 호안과 제방은 시멘트로 포장되었으며 하천부지는 나무가 없는 삭막한 벌판에 불과했다. 한강은 물고기가 산란하고 새가 날아드는 생명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물을 담아두는 수조 또는 물이 통과하는 수로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한강시민공원은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시멘트콘크리트로 포장된 강가에는 수생식물이 살기 어렵게 되었다. 강가에 이르러 강물을 만지기도 쉽지 않아 수변공원이라는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강개발의 기법은 국내 하천정비의 모범사례인양 받아들여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과거에는 홍수 때 물의 흐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한강에 자라는 풀과 나무를 주기적으로 베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강에 자생하는 나무와 초지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광나루지구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갈대군락지가 보전되었고 여기에는 산림청 보호식물인 낙지다리, 쥐방울덩굴과 애기부들, 가래, 질경이택사, 줄, 골풀, 도루박이, 부처꽃, 갈대, 참억새, 버드나무 등이 생장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323호인 새매와 황조롱이, 환경부 보호종인 말똥가리, 서울시 보호종인 제비 등 다양한 종류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시민공원과 생태계보전지역이 어우러진 광나루지구는 향후 한강이 나가야 할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연성 회복관심… 복원에 눈돌려 1990년대에 이르러 국내에서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정서함양을 위한 공간의 수요가 증가하고, 시민의 환경보전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하천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시민들은 하천을 휴식공간이자 경관자원으로 인식하였으며 생명의 보금자리로 변모되기를 갈망했다. 생물서식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하천정비는 홍수의 원활한 배제는 물론이고 생태계보전과 시민의 여가선용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1995년에 시작된 양재천하천공원화사업은 하천복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 후 전국적으로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올 10월이면 복개되었던 청계천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양재천의 공원화로 생태계 복원 양재천은 평시에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리다. 유량은 1일 약 3만∼4만㎥ 정도이고, 이중 약 2만 1000㎥는 과천하수처리장 방류수이다.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 시행 이전에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물 속의 오염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이 연평균 10ppm을 상회하는 등 5등급에도 미치지 못하였다(ppm이란 물 1t에 녹아있는 오염물질의 g수임). 과천시에 생활하수와 빗물을 별도로 배제하는 분류식 하수도가 설치되었으나, 부실공사로 인해 빗물배제용 하수도에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지역이 혼재함으로써 양재천에 상당량의 생활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19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여울 구간에서는 자연 재료를 이용한 10가지 유형의 저수호안공법에 대한 시험이 이루어졌고, 양재천 영동2교∼탄천합류부에 이르는 구간에 걸쳐 양재천공원화사업이 시범적으로 시행되었다. 오염된 하천수를 정화하기 위해 둔치에는 하천수질정화시설이 설치되었다.1996년에는 과천구간에 대해 저수로 복원과 사행하천 조성을 위한 다양한 공법이 적용되었다.2003년에는 서초구 구간에 수질정화시설이 설치되었다. 이와 함께 과천시의 하수도 정비에 따른 오염물질 유입량 감소 등에 힘입어 양재천의 수질은 현저하게 개선되어 2004년에는 3∼4등급의 수질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제 양재천변에는 식생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어 하천의 생태보전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물고기의 종류도 자연형 하천 조성 이전에는 6종에 불과하였으나 현재 22종으로 증가했다. 너구리 가족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등 생태계 복원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청계천 45년만에 살아나 청계천은 조선건국 이후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통해 형성됐다. 청계천은 1958년부터 복개되기 시작했고 청계고가는 마치 발전의 상징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청계천은 복개가 시작된 지 45년 만에 철거되었으며 오는 10월이면 완공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복개된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로의 구조물 노후화에 따른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인간 중심의 생태적 환경 도시로 전환하며,600년 서울의 역사성 회복과 문화공간의 창출, 강북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청계천복원 사업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혜택이다. 청계천의 복원은 다른 하천의 복원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청계천에 이어 정릉천과 성북천의 복개구간도 복원하여 자연과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주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강의 물고기가 중랑천과 청계천을 통해 성북천과 정릉천의 물줄기를 타고 북한산 계곡까지 오갈 수 있을 날도 멀지 않았다. ●성내천의 수변공원화도 성공적 성내천은 바닥이 시멘트 콘크리트로 포장된 건천이었다. 송파구는 성내천 5.1km구간의 시멘트 포장과 호안블록을 걷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하여 시민의 품으로 안겨주었다. 상류 1.6km 구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변공원을 조성하였고, 하류 3.5km 구간에는 수생식물을 심는 등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였다. 또한 어류의 습성을 고려하여 서식처를 조성하고, 인근 지하철 역사에서 배출되는 지하수와 한강물을 포함하여 1일 2만t의 물을 공급하였다. 이로써 수심 20cm, 유속 초당 25cm로 흐르는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최근 준공됐다. 메마르고 삭막했던 성내천은 현재 시민의 휴식공간 및 생물서식공간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서울의 하천 서울시에는 복개하천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하천이 많다. 이들 하천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시기가 왔다. 시민들은 도시 속의 자연을 갈망하고 있다. 양재천공원화사업과 청계천복원사업은 도시하천뿐만 아니라 복개하천까지 자연을 복원할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천 복개의 피해자인 동시에 청계천 복원의 수혜자로서 우리는 마땅히 후손들을 위해 복개하천을 복원하고 도시하천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하천에 생명이 살아 숨쉬도록 하려면 복개된 뚜껑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하천에 단지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한다고 해서 생명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서식환경이 조성되고, 물고기가 상류와 하류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 행정구역의 경계가 물 속의 생명체들에게도 벽이 돼서는 안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상류나 하류를 통해 물고기가 오갈 수 있어야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양천 유역의 13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는 안양천 수질개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하천의 환경개선과 자연복원에 있어서 시민과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은 각자 물 절약, 세제사용량 저감 등을 통해 수질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환경오염 및 자연훼손행위를 감시하는 환경감시인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환경보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많은 서울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복개하천과 만나고 있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형 하천은 시민의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우리는 도시하천의 복원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복개하천을 포함하여 생명을 잃은 하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서울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 조항문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 농지 190평 침수 340원 보상

    농지 190평 침수 340원 보상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해 8월 큰 비로 영산강이 범람하면서 양식장 파손과 가옥침수 등 피해를 봤다. 박씨는 기르던 뱀장어 250만 3000마리에 대한 치어구입비와 주택수리비로 나주시에서 가장 많은 6억 7641만원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인근 다도면 주민 박모씨도 당시 농경지 2800여평 중 190여평이 물에 잠겼다. 하지만 그가 받은 재난지원금은 농작물 병해충 방제용 농약비 340원이 전부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사유재산피해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는 현행 재난지원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농작물은 ‘생물피해´ 포함 안돼 연구원은 농가와 어가의 보상규모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각각에 대한 피해보상 기준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택·비닐하우스 등 시설에 대해서는 지원 상한선이 있지만, 생물피해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무조건 폐사한 마릿수를 기준으로 복구비가 지원된다. 문제는 축산물이나 수산물은 생물피해 보상이 되지만 벼·과일 등 농작물은 안 된다는 것. 농작물에 대해 지급되는 복구비는 농약비와 대파대(새로 파종하는 비용)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대파대는 파종시기에 재난을 당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 실제로 농작물 피해가 컸던 삼척시의 경우 전체 지원대상 2294가구 중 2500만원 이상을 받은 가구는 단 1곳이었다. 농지 피해가 대부분인 나주시 역시 전체 1만 760가구의 0.2%인 21가구만 2500만원 이상을 받았다. 반면 어가가 많은 통영시는 2500만원 이상 수혜가구가 전체의 14.3%인 611가구에 달했다. 재난지원이 ‘영세 중소농 중심’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해가 났을 때,400평(0.13㏊)을 경작하는 고령 영세농가는 이재민 구호비 60만원, 특별위로금 500만원, 양곡(10가마) 144만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1만 5000평(5㏊)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는 경지의 80% 이상이 파손돼도 생계유지 차원의 장기구호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정부의 농업 규모화 정책에도 배치되는 셈이다. ●피해규모 ‘뻥튀기´… 중복지원도 피해신고와 지원금 산정과정에서 주민 갈등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A군의 재해지원 담당자는 “태풍이 온 뒤 멀쩡한 어망을 일부러 손상시키는 등 피해를 과장했다가 이웃의 신고로 검찰 고발을 당한 어가도 있었다.”고 말했다. B시 관계자는 “이재민 구호를 이중으로 받기 위해 주택파손은 부인 명의로, 비닐하우스 매몰은 남편 명의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러나 중복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어가들은 당국의 현지 확인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규모를 부풀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 마을 두 집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할 경우, 당국 현장조사때 양식 물고기를 이웃끼리 서로 주고받는 수법을 통해 피해 규모를 키운다. ●경영규모 아닌 피해 등급별 지원을 연구원은 문제해결의 대안으로 피해 등급별 재난위로금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경영규모와 상관 없이 ▲주택 ▲생산시설 ▲생산물 등 부문별 피해규모를 점수로 산정, 합계를 낸 뒤 이를 등급화해 그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연구팀이 조사대상 지역의 피해규모를 점수화한 뒤 이를 100개 등급으로 나눠 다시 지원금을 산정한 결과, 지금까지 집행됐던 것보다 액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원된 934억여원(조사대상 금액 1034억원 중 일부 제외)보다 39.8% 줄어든 562억여원이 소요됐다. 기존의 200만원 이하 소규모 지원을 받던 농어가의 85.9%는 지원수준이 상승하는 반면 고액지원 농어가를 중심으로 한 14.1%는 금액이 줄었다.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특별재난지역 지원에 대해서도 특별지원은 공공시설 복구비 등 지자체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사유시설은 일반재난과 동일하게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같은 규모의 시설 피해가 특별재난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서 일반재난 때보다 복구비가 더 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근거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현대미술의 향수] (1)터너·휘슬러·모네 展

    [현대미술의 향수] (1)터너·휘슬러·모네 展

    현대의 미술은 갈수록 장르가 세분되고 개념 위주로 흐르면서 감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인상이 짙다. 그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기법의 회화는 요즘 미술에선 느낄 수 없는 근원적인 미학과 멋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을 지닌다. 서울신문은 흔히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1900년대 전후의 인상주의 대표 작가들과 클림트등의 유럽 현지 특별전을 중심으로 미술작품 본연의 푸근함과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기획 ‘현대미술의 향수’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국내에서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네, 쇠라, 르누아르, 반 고흐, 클림트의 작품과 삶이 오롯이 전달될 수 있는 기획으로 꾸몄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 교수와 신성림 작가, 본지 문화부 최광숙 차장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 빈·크렘스 등 5개 도시의 전시장을 취재해 차례로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업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19세기 인상주의자 모네의 전시에 매력을 느끼는가. 이른 아침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특별전 ‘터너-휘슬러-모네´를 보기 위해 긴 줄도 마다않는 관람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7년이상 준비 100여점 공개 런던의 템스강은 대체로 늘 회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강 주위의 오래된 건물들이고, 또 예술가들이다. 많은 문학가, 예술가들이 템스를 다뤘 지만 화가들을 빼놓을 수 없다. 템스에 바로 접한 테이트 갤러리(Tate Britain)가 이들을 주제로 다룬 중요 그림들을 모아 ‘터너-휘슬러-모네´전을 개최하였다. 테이트를 향해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젖줄을 따라가게 되는데 한 눈에 들어오는 템스는 모처럼 회푸른 색이었다.5월의 예외적인 날씨 덕분이었다. 전시 개장 20분 전인데도 특별전 매표소 앞에는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늘 감탄하는 것이지만, 긴 줄에 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짜증기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이트 갤러리의 ‘터너-휘슬러-모네´전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여전히 선호되는 인상주의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였다.7년 이상 준비하여 마련한 전시였으니, 구태의연한 방식의 19세기 회고전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특별전의 주제는 모네가 발현한 인상주의의 흐릿한 시각이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는가를, 템스강이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템스의 풍경화로 인해 영국, 미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모인 셈이다. 클로드 모네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온 것은 1870년이었다.30세의 모네는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와서 몇 달간 체류하는 동안, 터너의 작업과 함께 그의 영향을 입은 휘슬러의 추상적인 풍경화와 템스강의 에칭을 발견하였다. 그가 대표하는 인상주의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자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영국의 터너나 런던에서 활동한 미국인 휘슬러의 영향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찍어내는 달력 그림에 제일 선호되는 것만 봐도 인상주의는 대중에게 친숙한 듯 하나, 사실 그 형성과정이나 근본 미학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00여점 이상 공개된 이번 전시는 모네의 인상주의 비전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보인다. 전시 준비는 지난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론토의 온타리오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캐서린 로시난의 전시안에 런던의 테이트갤러리, 파리의 오르세이미술관 등의 큐레이터들이 합세하였다.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스위스 등 5개국 30여개 미술관에 소장된 터너, 휘슬러, 모네 작품들을 모으는 일을 포함, 다국적 연합으로 마련된 셈이다. 전시회는 먼저 토론토의 온타리오미술관을 시작으로, 파리의 그랑 팔레를 거쳐 런던의 테이트갤러리(2005년 2∼5월)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랑스 인상주의 영국 터너의 영향 이 순회전의 주인공은 역시 영국이다.19세기 당시 프랑스에 대해 미적 열등감을 가졌던 영국으로서는 가뜩이나 부러웠던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영국의 국민화가 터너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니 얼마나 환영할 내용인가. 이미 토론토와 파리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시의 명망에, 영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세워줄 주제가 합했으니, 런던 전의 대중적 인기는 처음부터 예견되고도 남았다. 특별전은 근본적으로 물을, 강물 위의 뿌연 안개효과를 그린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영국-미국-프랑스의 대가들이 얼마나 안개 낀 템스강의 정경을 사랑했고 이를 그림에 표현하고자 했는가를 강조하였다. 모네는 “안개 속의 런던은 다른 어느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도시인데, 나는 안개 없는 런던을 생각하기도 싫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인상주의’라는 용어를 생기게 한 모네의 ‘해뜨는 인상´(1873년)이 보이는 몽롱하고 시적인 이 회색조의 그림이 사실 깨끗하고 신선한 바닷가 동틀 무렵 풍경에서 온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로 공해안개 자욱한 템스 강에서 비롯되었다면 적잖이 놀랄 일이다. 모네는 터너와 휘슬러의 영향을 입어, 템스와 센강의 ‘안개 효과’를 나타내는 데 전념했다. 그 뿌연 효과는 모네가 그린 템스 강변의 국회의사당, 워털루 다리와 체어링 크로스 다리 등을 포함하는 유명한 템스강의 정경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의 이미지는 실상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심부인 템스의 실상은 공장에서 뿜어대는 구름 연기로 언제나 뿌옇고, 콜레라를 확산시키는 더러운 물이 고이고, 개와 고양이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등 산업 발달로 말미암은 병과 범죄, 그리고 잦은 자살로 얼룩진 장소이기도 했다. 사실 프랑스인인 모네는 공해로 찌든 템스강을 아름답게만 보았다. 정확히 말해, 망막에 맺히는 색채와 빛의 혼합을 캔버스에 생생하게 옮기려는 인상주의 미학을 실천한 것이다. 세잔은 모네를 가르쳐 ‘모네는 단지 하나의 눈(eye)이었다.’라고 하였다. 다른 감각들보다 ‘눈’을 우월하게 구현한 이 인상주의자에게 템스강의 실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른 것일까. 요컨대, 오염된 템스강을 일정한 거리에서 미화시켜 보던 인상주의자 모네의 시각은 현대미술의 향수로 남아 있다. 적어도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강을 아름답게 조망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너무 많이 드러내거나 아예 ‘물에 들어가’ 작업한다. 공해, 안개로 흐릿한 템스강도 아름답게 보았던 모네의 눈은 분명 우리가 상실한 어떤 것이다. 그것이 현실에 속는(?) 순진함이라 할지, 실체를 보지 않는 냉정함이라 할지 단정 짓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여유로운 시각이다. 그 여유 가운데 아름다움을 담았던 것인데, 모네 특별전은 바로 이 잃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온다. 전시장을 나오자 눈에 들어온 템스 강은 모처럼 회색의 베일을 벗은 듯 명확하게 보였다. 모네는 물론 이런 템스를 좋아하지 않았으리라. 전시를 본 후의 템스는 결코 전과 같을 수 없었다. ●세분화된 장르로 대규모 전시회 런던 현대미술의 요체인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요제프 보이스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르크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보이스의 작업은 한마디로 ‘미술, 정치, 개인적 카리스마, 역설, 유토피안적 제안의 혼합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스트린드버그는 19세기말∼20세기초 시인, 화가, 사진가 등을 넘나들던 예술가이다. 이들은 모두 독일인이면서 하나의 매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점에서 공통적이다. 테이트모던에서 본 두 기획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작가 개인을 강조하면서 형식보다는 표현의 장르를 넘나드는 방식의 아방가르드 종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작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작가의 삶을 고려한 작업을 전체적 맥락에서 이해하며, 작품을 삶과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을 세계적인 미술 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사치 갤러리의 전시 기획방식과도 상통하는 것이었다. 사치 갤러리에서는 ‘회화의 승리´라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야심만만한 기획으로 1년 동안 3부에 걸쳐 피터 드와그, 뤼크 튀이만, 마를렌 뒤마 등 56명의 작가들을 선보였다. 현대미술에서 소위 ‘충격가치(shock value)’라는 말을 낳은 사치 갤러리가 회화의 장르에만 국한하여 대규모 전시를 여는 것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사치는 설치 및 조소 작업에서 확연히 눈을 돌린 듯했다. 오늘날의 미술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막론하고, 삶의 실상과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자세보다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작업에 담아 삶의 연장선상에서 작품을 이해한다. 때문에 작품은 정제되지 않은 내용을 그저 던져 놓으며 거칠고 과격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역시 오늘날의 미술이 결여한 것은 모네와 같이 ‘거리를 두고 보는 눈’이다. 거리를 두고 보는 아름다움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때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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