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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심한 금융기관 정보불감증

    고객 3만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등이 담긴 개인정보 파일이 무더기로 유출되는 사고가 국민은행에서 일어났다. 은행측은 직원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으나 큰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는 은행측의 고객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화 시대에 개인이 금융거래를 하면서 은행에 제공하는 신상정보들은 사생활 보호의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그것은 언제든지 상업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는 고객이 맡긴 재산 못지않게 관리와 보호에 한치의 허술함도 없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단계의 차단막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직원 한 사람의 실수로 돌릴 일이 아닌 것이다. 사후조치도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사과하고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은행은 고객의 신뢰 없이는 단 하루도 존립할 수 없는 기관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국민은행측의 허술한 관리와 미흡한 대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정보보호 불감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리니지 사이트에서 발생한 명의도용 피해자가 수십만명에 달하고 있고, 개인정보를 도용한 수백억원 대의 토지사기에서부터 4000여만원 대의 휴대전화 결제사기에 이르기까지 개인정보유출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는 개인정보 침해가 더이상 범람하지 않도록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처리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
  • [독자의 소리] 학교급식 햅쌀로 공급해야/차형수

    인스턴트 식품의 범람으로 갈수록 우리의 주식(主食)인 쌀이 외면받고 있다. 생활양식이 서구화하면서 밀가루를 많이 먹다 보니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해마다 3㎏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은 자포니카 계통의 찰기가 있는 쌀이다. 쌀 중에서도 으뜸에 속하는 품종으로, 이 쌀을 많이 씹으면 저작근(筋)이 발달되고 저작근 발달은 추리-판단-기억-사고력을 높이는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임이 연구 결과 입증되었다고 한다. 섬유질이 많은 자포니카종을 주로 먹어온 우리 한국인의 소장(小腸)은 서양 사람들보다 약 40㎝ 정도가 더 길다고 한다. 소장의 길이와 환경의 악조건에 인내하는 힘은 비례한다는 학설로 볼 때, 은근과 끈기에 관한 한 한국인을 따라올 민족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지구력과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이는 어쩌면 밥보다 햄버거나 피자 등을 많이 먹고 소장의 길이가 짧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학교 급식만큼은 가장 우수한 우리나라의 햅쌀로 공급했으면 좋겠다. 급식비가 다소 비싸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끈기와 인내를 기르게 하자. 이는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관계당국의 시급한 검토 및 조속한 시행을 당부한다. 차형수<회사원·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아파트>
  • [브로커 천국 코리아] (상) 만연하는 ‘사회악’

    [브로커 천국 코리아] (상) 만연하는 ‘사회악’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은 검찰과 경찰, 관가 주변에 기생하는 브로커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돈과 권력을 등에 업은 브로커들은 사건과 행정의 정당한 처리를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돈과 권력, 연줄에 약한 사회의 그릇된 현실 때문이다. 불빛을 좇는 부나방같이 권력 주위를 맴도는 브로커들 세계를 파헤친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의 한 커피숍.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20여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에게 “사건이 있는데 비용 때문에 변호사를 쓸 수는 없고, 상담할 사람이 없느냐.”고 묻자 구석에 앉아 있는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 두 명을 소개시켜 줬다. 자신들을 부동산중개업자라고 소개한 이들은 친지가 폭행사건으로 구속됐는데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걱정하지 마라. 검찰에 아는 사람이 많다.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은 “특별히 손을 쓰는 게 아니다.”면서도 “그래도 사람 사이에 정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고 은근히 돈을 요구해 왔다.“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는 “사건 내용을 정확히 알아보고 결정할 일”이라면서 명함을 건네고 다음 약속 날짜를 잡았다. ●서초동 주변, 법조브로커 점령 서초동 인근 커피숍에는 이같은 법조브로커들이 많다. 한 생활정보지에 서초동의 한 커피숍을 초특급 매물로 소개하면서 ‘브로커·상담민원인 등으로 항시 북적거림’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을 정도다. 한 변호사는 “서초동에 브로커가 많은 것은 변호사 사무실이 많아 사건 얘기를 해도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인근의 또 다른 커피숍에서도 50대로 보이는 두 남자가 최근 있었던 검찰 인사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꺼내자 상대편은 “이미 얘기가 다 끝났다.”며 큰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들의 대화는 채 30분이 넘지 않았고,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은밀하게 주고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급호텔은 건설브로커 무대 서초동이 법조브로커들의 주 무대라면 서울 강남 유명 호텔들의 커피숍은 건설브로커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한 건설업자는 “특히 Y호텔에서 거래하자고 하는 사람의 90%는 건설브로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설브로커들은 주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주겠다거나 고도제한을 해제해 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며 접근한다. 지난 24일 오후,Y호텔 커피숍에는 토지 구매건으로 만나는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각각 40대와 50대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는 커피를 주문한 뒤 곧장 사업 얘기로 들어갔다. 한 사람이 “이 건은 높이가 좀 낮다. 원래 91가구에서 66가구로 줄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없다.5년 동안 끌었던 건인데 3,4월 안에는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다 손을 써놓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은 “알겠다. 돈은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도와 달라.”고 대답했다. 반대편의 또 다른 남성 두 명은 관련 서류를 꺼내 놓고 서울 송파구 인근의 부지에 관한 얘기를 1시간 넘게 심각하게 이어갔다. 브로커로 보이는 한 명은 투자자로 보이는 남성을 상대로 “투자 이익만 860억원이 넘는다. 일단 선수금으로 360억원만 내면 알아서 해주겠다. 이미 작전이 다 짜져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니까 빨리 결정해 달라. 대가는 돈으로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분을 땅으로 나눠 달라.”고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매년 2000여명 적발 추정 국내에서 활동하는 브로커의 숫자를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브로커들을 처벌하는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되는 범법자들의 숫자를 통해 추정해볼 뿐이다. 지난 2004년 발생한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801건으로 집계됐다. 공범을 포함한 변호사법 위반 사범은 1021명이었다. 알선수재 사범은 48명이 적발됐다. 물론 이들을 모두 브로커로 볼 수는 없지만 브로커 관련 범죄자 1000여명 정도가 적발된 셈이다. 윤상림씨처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되는 브로커까지 합치면 매년 2000명 이상의 브로커 사범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2004년 발생한 801건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중 272건이 서울에서 발생했고,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가 71건으로 10%대에 육박하고, 강남구가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브로커들에게 서초구의 비중은 부산에서 발생한 77건과 맞먹는 점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종로·중구 등 관공서와 특급호텔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각각 12건씩이 발생, 이들 지역에서 브로커와 의뢰인의 돈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로커들이 근절되기는커녕 점점 더 활개를 치는 것은 건전하지 못한 사회 구조 때문이다. 이런 불건전한 토양에서 “내가 누구와 친한데….” “청와대 ○○특보인데, 비밀리에 정치자금을 세탁하고 있다.”는 감언이설을 내세운 사기범들도 덩달아 설치고 있다.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우리 사회의 브로커 범람 현상에 대해 “진정한 법에 의한 법치가 이뤄지지 않고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법조팀 newworld@seoul.co.kr
  • 이효리 “진짜 섹시+터프 보여줄 것”

    이효리 “진짜 섹시+터프 보여줄 것”

    “진정으로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녀가 돌아왔다.‘섹시 아이콘’ 이효리가 약 2년6개월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다크 엔젤’을 들고 찾아왔다. 이효리는 9일 앨범 출시와 함께 핑클 동료 옥주현이 운영하는 서울 압구정동 에버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떨리고 부담도 되고 잠도 안 오는 상태”라면서도 “당연히 효리 열풍이 다시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역시 이번 컨셉트도 섹시함이 뼈대를 이룬다. 조선희 작가가 찍은 2집 앨범 재킷과 32페이지 분량의 사진집은 섹시함과 함께 성숙함, 고급스러움, 청순함이 어우러져 있다. 자칫 섹시 코드가 범람하고 있는 국내 가요계에서 또 다시 섹시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요즘 정말로 섹시한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면서 “진짜 섹시함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터프한 모습을 섞을 계획”이라고 했다. 앨범 타이틀을 양면적인 뜻을 지닌 다크 엔젤로 지은 것도 섹시와 터프를 비롯한 다양한 ‘이효리’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의상 또한 그렇다. 당초 예상을 깨고 복고풍 의상을 입었던 그녀는 “노출을 고집하지 않고, 중세풍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한 레트로 의상 등을 번갈아 입어 가며 무대에 서겠다.”고 설명했다. 팝 댄스 ‘Get Ya´’를 머릿곡으로 R&B, 힙합, 펑키 록 등 13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1집에서 ‘10Minutes’,‘hey Girl’을 작곡했던 김도현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가했다. 또 이효리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 자신만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힙합 스타일의 1집과는 달리펑키한 분위기를 내는 데 주력했다. 개인적으로는 발라드 ‘가을 시선’과 리메이크곡 ‘훔쳐보기’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머릿곡 안무는 미국 그룹 데스트니 차일드를 도왔던 트위티가 구성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뛰는 위너스를 새 안무팀으로 기용해 독특함을 불어넣었다. 오는 12일 SBS 가요프로그램을 통해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이효리는 17일 사이판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대대적인 쇼케이스를 가진다.2003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효리 열풍’이 재현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효리는 “만족할 만한 앨범을 만들었고, 앨범 판매량과는 상관 없이 기대치 이상만 됐으면 좋겠다.”면서 “보고 있으면 에너지가 꿈틀꿈틀 뿜어져 나오는 무대를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中 “춘제 명절선물 되삽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설(春節·춘제) 선물 되삽니다.’ ‘예품회수(禮品回收)’, 설 연휴가 끝나가면서 소매점 이곳저곳에 나붙기 시작한 문구다. “매년 명절 때면 들어오는 담배며 술이며 고급 차(茶)…, 쌓이면 골치 아프잖아요. 아예 팔아치우는 게 현찰도 챙기고 좋잖아요.” 한 상인은 손님들이 대개 이런 이유로 물건을 되팔곤 한다고 전했다. 되파는 선물의 주요 목록은 담배나 술, 차, 장식품 등이다. 가전제품도 있다. 소매점에서는 구입가의 60∼70% 정도로 되사가고, 여기에 15∼30% 더 얹어서 다시 새 물건처럼 판다. 단 가전제품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거래된다. 인터넷에서 ‘좋은 가격’이란 제목 아래 유통되는 화장품 등의 상당 부분은 설 선물이라고 한다. 선물 받은 사람은 물건을 현찰화할 수 있고 소매점에서는 마진이 좋아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때문에 설이 끝나가면서 매장이 훨씬 더 바빠지고 있다.”고 또 다른 상점 주인은 전했다.“비싼 것일수록 되팔기가 훨씬 쉽다.”고 한다. 특히 이런 거래가 가능한 것은 중국인들이 설 같은 명절에는 술·담배·차 등 기호식품이라도 대체로 고급으로 선물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설을 앞두고 ‘설 선물 고민 말고 고급 술로 해결하자.’는 식의 TV광고가 등장하는 것은 선물 선택에 대한 이들의 고민을 대변하기도 한다. 거래가 잘 안되는 품목도 있다. 각종 ‘건강 관련 제품’(保健品)들이다. 이런 품목들은 “브랜드가 워낙 다양한 탓에 인지도가 낮아 되팔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범람하는 가짜에 대한 서로의 우려도 물론 깔려있다. jj@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고뇌하는 중국/왕후이·친후이 등 지음

    90년대 이후 중국을 바라보는 창은 경제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개혁과 개방정책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중국은 우리에게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자 기회의 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도성장이란 외형 이면에 중국은 적지 않은 본질적·현실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들은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고뇌하는 중국’(왕후이·친후이 등 지음, 장영석·안치영 옮김, 길 펴냄)은 90년대 이후 새롭게 부각되어 현대 중국 지식인계를 이끌고 있는 좌, 우파 지식인들이 중국 현실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칭화대, 상하이대, 베이징대, 하버드대 등의 교수로 있는 학자 16명이 필진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대혁명 시기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중국사회의 허리를 맡고 있는 40∼50대의 이른바 ‘라오산제’(老三屈) 세대다. 거의 예외 없이 중국인들의 입장에 서서 정부를 비판하는 자유주의파 및 신좌파 지식인들이다. 현재 중국의 자유주의파 지식인들중 절대 다수는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반대한다. 이 점에서 그들은 현정권과 양립할 수 없다. 반면 이들은 시장의 확대를 무척 환영하는데, 이는 현 정권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비판과 항의는 시장의 사회 침투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부패와 시장의 왜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신좌파 사상가들은 ‘시장’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담론을 토대로 중국 현실문제에 대한 발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고도성장 뒤에 가려진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문제, 공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 상업문화의 범람 등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가운데 중국이 처한 위기의 실상을 포착해 낸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처럼 보이지만,IMF와 같은 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이같은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노동자·농촌문제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다. 또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교육산업화’ 정책에서 중국의 보통교육과 고등교육 시스템 안에서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 그리고 여성과 청년 문제에 대해 심각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와 함께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드러난 사회와 문화의 모순을 분석하고, 향후 중국의 정치 전망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쳐나간다. 이 책은 현대 중국문제에 대한 본질적 접근을 통해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된 ‘중국학총서’의 첫 권. 패권국가 중국을 전망한 ‘중국의 강대국화’, 중국 지식인들의 세계문제에 대한 시각을 담은 ‘천하체계’ 등도 잇달아 나올 예정이다.2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게임경품권 5개월만에 폐지 오락가락 행정 우리만 피해”

    “게임용 경품권 제도를 시행한 지 겨우 5개월 만에 폐지를 검토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문화관광부가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4일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 협의회’ 김광태 사무국장(해피머니 관리팀장)은 “사회 문제화의 핵심은 상품권이 아니라 사행성 게임 그 자체”라며 “발행업체에 책임의 소재를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임용 경품권 발행업체들은 “게임용 상품권에 대해 문화부가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펴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게임용 상품권은 지난 90년 2월 폐지된 이후 2003년 2월까지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그동안 게임업체들은 경품으로 금·인형 등을 주면서 환전했지만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문화부는 이후 게임을 오락으로 분류,‘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고시’를 발표하고 상품권 발행을 허용했다.하지만 ‘딱지 상품권’이 범람하면서 2004년 12월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에 발행을 허가하는 쪽으로 고시를 개정했다.22개사가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 교환을 부추기고, 위·변조 등의 문제점으로 시행 8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모든 인가를 취소했다.이후 지난해 8월16일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 운영규정’을 고쳐 서울보증보험에서 지급보증서를 발행한 10개사를 새로 선정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상품권을 지정하고 있다. 이번에 또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 발행업체 관계자는 “정책 목표에 맞게 영화·연극·도서 등 문화산업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며 “정착 단계에 접어든 제도를 또 바꾸려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란 것이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시행 5개월 만에 공과를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김광태 사무국장은 “상품권 발행 지정제도는 일본과 유럽에서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시찰 올 정도”라며 “제도가 아니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규제없이 이전처럼 아무나 발행하는 쪽으로 가면 발행사들이 가맹점을 확보하지 못해 소비자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환전을 요구하게 되고 더욱 혼란스러워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품이 제공되는 게임장은 전국에 1만 5000여곳이 있고 게임기는 업소별로 평균 70대가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한국영화 어디까지 벗었나

    한국영화 어디까지 벗었나

    『정사(情事) 없는 것도 영화냐』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요즘 제작되는 국산영화들, 「누드」「베드·신」이 안 나오면 이가 빠진 것처럼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행위의 실연(實演)까지 등장한다는 해외영화 풍조에 동화하기 위해서일까? 「전례없는 흥행부진」을「섹스」로 돌파하려는 것일까? 「스크린」뒤에서『벗겨라, 좀더 노골적으로』하고 외치는 제작자가 감독의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내시(內侍)』선 누드신 10분이나, 『시발점(始發點)』엔 최초의 동성애 한국영화의「에로티시즘」시비는 예술적인 면보다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란 점에서 보다 더 화제를 일으켰다. 여기엔 자연 영화작가와 문공부 당국의 충돌이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문공부 당국의 안목이 상당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최근 국산영화에서 볼 수 있다. 그 예를 최근 문공부가 선정한 올해「베를린」영화제 출품작에서 볼 수 있다. 선정된 영화『내시』(신상옥 감독),『시발점』(김수용 감독)은 우선「섹스」의 묘사가 상당히 노골적이고 선정적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먼저『내시』의 경우, 궁중의 정사를 그린 이 영화에서 신상옥 감독은 전라에 가까운「누드」와 자극적인「베드·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왕 남궁원은 후궁 김혜정, 윤정희와의 정사에서 유방, 국부를 빼놓은 나체를 노출시켰고 이 장면이 10여분이나 계속된다. 더욱 선정적인 것은 이 정사 장면을 입직후궁이 지켜보는 것. 제3자의 표정을 통해 그런 분위기는 상당히 선정적이었다. 그 다음『시발점』은 국산영화 최초로 동성애가 등장했대서 화제가 된 영화다. 허장강, 신성일, 한 성, 세 사나이들이「호모·섹스」를 갖는데 동성애라기보다 일방적인 요구에 의한 강간에 가깝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정사, 『벽속의 여자』도 검열통과 그런데 이 장면이 화면에서 그 표정, 위치까지 아주「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곤혹을 느낄 정도다. 당초『내시』가 개봉됐을 때 영화계에서는 그 질퍽한 장면들이 검열을 무사통과 한 건 특정감독에 대한 특혜라고까지 떠들었다. 다른 감독이라면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그런데 그 문제의 영화가 관객 32만을 동원했고 결국은 해외 영화제에 출품되기까지에 이르렀다. 또 하나의 예를 최근 검열을 통과하여 개봉을 서두르고 있는 영화『벽속의 여자』에서 볼 수 있다. 최의선의「베스트·셀러」소설을 박종호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정사를 그린 것으로 당초 영화화가 어려운 작품이다. 이를「시나리오」속에서 인용해 보자. - 나체의 미지를 등 뒤에서 나체의 허선생이 포옹하고 있다. 허선생의 입술이 미지의 가슴을, 목을, 귀를 격정적으로 애무한다. - 미지의 얼굴, 관능에 몸부림친다. 허선생의 손이 미지의 손과 깍지를 낀다. 엉키고 설킨 두 사람의 발과 발. (장면31) - 굳게 깍지를 낀 미지와 허선생의 손과 손! 미지의 얼굴, 땀에 젖어 있다. 격정과 격정이 하나가 되어 타오르고 있다. (장면34) 박병우 각색의 이 작품은 어디를 봐도 성적 불만과 이의 해소를 위한 여인의 몸부림이 노골적이고「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정사 장면 등장하긴 문예극(文藝劇) 붐과 함께 성불구가 된 약혼자(남진)를 두고 욕구불만이 된 여인(문희)은 허선생(남궁원)이란 제3의 사나이와 정을 통한다.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성(性)의「클라이맥스」그것만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 작품 전체가 점철돼 있다. 표현의 수단 여하에 따라선 해외에 범람하고 있는「섹스」영화와 다를 게 없는 소재다. 벽속의 여자 문희는 이 작품에서 대담하게 웃통을 벗고「섹시·무드」를 강조한다. 남궁원과의 정사 장면 역시 종래 볼 수 없을 정도의 노출. 「좀더 노골적으로 - 」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성기의 노출 또는 유방이나 육체를 지나치게 노출시키거나』「검열기준 13조」의「지나치게」항목을 어떻게 뚫고 나왔는지 의심할 정도다. 국산영화에 정사 장면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 이른바『청춘극』시대에서 문예극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영화에서「섹스」가 배제된 건 아니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상징적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예극이「붐」을 이루면서부터 영화 속의「에로티시즘」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대담하고 노골적인 묘사가 나타났다. 최초의 키스 신은 15년 전, 가장 많이 벗기는 김혜정 대표적인 예를 몇 개 들어보면 우선 문예극「붐」을 불러 온『갯마을』(김수용), 『산불』(김수용), 『만추』(이만희) 그리고 최근 유현목 감독의『나도 인간이 되련다』, 최하원 감독의『거룩한 밤의 욕정』을 들 수 있다. 거개가 문학작품의 각색극이란 게 특징. 『갯마을』은 사나이가 궁한 바닷마을 과부들의 욕망, 신영균-고은아의 애무와 정사, 특히 여주인공의 치마속에 손을 넣는 장면은 퍽 자극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산불』에서는 주증녀가 유방을 잠깐 노출했고『만추』에서는 문정숙의 긴 정사「신」, 『나도 인간이 되련다』는 김혜정에게 농락당하는 사나이의 처참한 모습이「새디즘」을 풍긴다. 「에로티시즘」의 첨단이라 할「키스·신」이 방화에 등장한 건 54년도 한형모 감독의『운명의 손』으로 기록돼 있다. 「히로인」윤인자가「키스」를 거부해서 사회문제까지 됐던 사건.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 유현목 감독이『춘몽(春夢)』에서 모 신인 여배우의「누드」를 찍었다 하여「음화제작혐의」로 법정을 드나들었다는 것도 기록할 일.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한국 여배우는「키스」는 물론 상반신쯤 벗는 건 다반사가 됐다. 여배우 중 가장 자신 있게 벗는 게「글래머·스타」통칭의 김혜정, 윤정희(『장군의 수염』『내시』『거룩한 밤의 욕정』), 문희(『흑맥』『밀월』)의 차례. [ 선데이서울 69년 5/11 제2권 19호 통권 제33호 ]
  • [수도권플러스] 방이 생태보전지역 학습장으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생태계보전지역이 생태학습장으로 꾸며진다. 서울시는 6일 최근 ‘방이동 생태계보전지역 관리 및 복원계획’을 수립, 내년부터 생태 복원사업을 벌이고 학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이곳은 성내천과 감이천이 합류하는 삼각형 범람원 가운데 있는 1만 7000여평의 습지다. 원앙 물총새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 다양한 생물종이 나타나 2002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시는 2002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생태변화관찰 학술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7억여원을 들여 생활 하수 등 오염원에 노출된 생태계를 관리, 복원한다. 또 농가 주택 등 기존 건축물을 생태학습관으로 꾸미고 수변 관찰 데크, 조류관찰대, 안내 해설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농사 체험, 논우렁이 키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편 생태변화관찰 결과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천연기념물인 개구리매, 황조롱이, 서울시 보호종인 제비, 박새 등 조류 66종과 청개구리 등 양서류 5종, 대륙송사리 등 어류 5종, 딱정벌레 등 곤충류 120종이 발견됐다.
  • 청계천 속에 삼각주 있다

    청계천 하류에 상류로부터 내려온 모래와 흙 등이 쌓여 일종의 ‘삼각주’가 형성돼 자연의 경이를 읽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퇴적지에는 새 발자국도 선명하다. 앞으로 철새가 알을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삼각주’는 21㎡(약 6평) 정도 되며 서울 성동구 청계천문화관 앞 고산자교 부근에 형성돼 있다. 이곳에는 이미 백로나 황조롱이 등으로 짐작되는 새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 민병찬 팀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퇴적지이기 때문에 동·식물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하게 된다.”면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주변에 수풀도 우거져 새들의 놀이터나 알을 낳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사량 많고 유속 느린 곳에 형성 ‘삼각주’가 군데군데 나타나기 시작하는 곳은 중구 황학동 근처 황학교를 지나면서부터다. 이곳은 성북천과의 합류지점이기도 해 청계천 상류로부터 내려온 토사에 성북천에서 내려온 토사가 더해진다. 또 강폭이 20m 이상이어서 상류지역의 10m 정도에 비해 2배 정도 넓고, 유속이 떨어진다. 청계천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 시점부는 유속이 초당 0.63m이며 황학교 근처에서는 초당 0.21m 정도다. 가장 큰 ‘삼각주’가 형성된 고산자교 부근은 퇴적현상이 활발할 수 있는 조건들을 모두 갖췄다. 이 지역은 정릉천과의 합류지점이기 때문에 토사의 양이 많고, 청계천 최하류이기 때문에 강폭이 40m나 된다. 또 청계천은 고산자교를 지나면서부터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지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유속은 더 감소하게 된다. 실제 고산자교 부근에서의 유속은 시점부의 5분의1 수준인 초당 0.12m에 불과하다.‘삼각주’가 만들어지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청계천 삼각주의 명암 ‘청계천 삼각주’는 자연스러운 물 흐름의 결과로 동·식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청계천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계천관리센터 관계자들도 퇴적지의 규모 변화를 면밀히 체크하며 물의 흐름에 방해를 주는지를 감시중이다. 청계천이 복원 개통된 지 이제 두달 정도 지났기 때문에 섣부른 감이 있지만 물 흐름에 지장을 줄 경우 준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청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준설 작업은 왕이 직접 참관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었다. 민병찬 팀장은 “만들어진 퇴적지가 아직까지 청계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준설을 검토할 수 있다.”고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글 사진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이야기](29)서울속의 외국인문화

    서울은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된 열광의 도시, 인구규모 세계10위인 다이내믹한 동북아의 국제교류도시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점에서 외국의 도시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서울에는 외국인이 약 6만여명이 살고 있고, 이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사동 거리마저 스타벅스 카페가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국제화 지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당이나 쇼핑센터, 교통안내판 등에 외국어 표기가 아직 부족하고, 길가에 선 외국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아마 영어를 말하기가 두려워 우리는 본의 아닌 외국인 기피증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이 국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활발한 교류가 가능한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은 한국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다. 관광 투자 무역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불편함이 없는 살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외국인은 존중받아야 할 넓은 의미의 서울시민이고, 각종 불편함을 지적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충분히 가져야한다. ●서울 속에 꽃핀 외국인 문화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호기심이 느껴지는 서울속의 작은 외국을 연상케 하는 곳들이 많다. 냉대와 차별 속에 성장해온 미국 LA의 코리아타운이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이문화(異文化)의 체험장이듯 서울에도 이런 곳들이 있다. 80년대 서울 명동은 시위와 최루탄 냄새가 그칠 날이 없었던 곳이었으나, 옛 명동에는 이보다 더 절실한 사연이 있다. 화려한 명동의 번화가 속에 80년대 후반 정도의 서울 거리를 연상케하는 허름한 골목길로 접어들면 담쟁이가 덮인 담벼락이 있다. 조그마한 가게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그 너머에는 한성화교소학교가 자리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외 유수의 도시에 자리한 차이나타운과 큰 차이가 난다. 문득 재일한국인의 지위를 얘기하는 우리가 과연 한국 속의 화교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 걸까. 쇠락하는 차이나타운을 보며 빨리 동화되고 융합하는 중국인들도 우리의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차별적이고 배타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 화교에서 차지하는 국내의 화교 비중은 0.05%에 불과하고 2조달러로 추산되는 화상 자본 중 국내 투자는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제부터라도 이들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고 떠나도록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리를 잡고 국내 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개최된 세계화상(華商)대회는 국내·외 화교 간 친목은 물론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뜻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또 다른 주류사회에 편입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곳도 있다.‘미군의 세컨드홈’, 이태원이다. 이 곳에서는 한국인이 오히려 이방인으로 인식된다. 서울 속의 이태원,‘작은 미국’이나 다름아니다. 그동안 미8군 용산기지는 미국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서울의 한복판에 금싸라기 땅이자 아메리카니즘 문화전파의 창구였다. 미8군 무대출신 가수들의 기억 속에 할리우드에서 느끼는 아메리카나이제이션(americanization)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미국과 미군 향기가 나는 거리’‘서울의 리틀 어메리카’‘서울의 라스베이거스’로 알려져 88올림픽 개최시’‘잠실에선 스포츠 올림픽, 이태원에선 쇼핑올림픽’이란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가짜 명품 범람과 이에 따른 단속여파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태원’‘싸구려 가짜 외제 상품이 넘쳐흐르는 이태원’으로불리고, 가짜 제품 범람에 따른 기관 단속 강화와 불편한 교통, 바가지 가격 등으로 외국인 쇼핑객을 빼앗기고 있는 이태원 쇼핑가를 볼 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든다. 서울에 파리공원이 있듯이 파리 어느 구석에는 서울공원이 있다. 굳이 파리를 가지 않더라도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반포4동 ‘몽마르뜨 언덕’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서래마을’이다. 프랑스학교가 이전하면서 가족단위의 프랑스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에 서투른 프랑스인을 위해 거리이정표나 식당의 메뉴 등을 불어로 표기해 놓았다. 한편 ‘동부이촌동’은 일본인들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영업중인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를 하고 있다. 1500여 가구의 일본 상사주재원들이 몰려 사는 근처 상점에서는 일본어로 쓰여진 안내문이나 일본어 간판을 걸어 두고 있다. 이곳은 일본인 전용창구를 마련한 은행을 비롯해 일본인 어린이반을 개설한 유치원, 일본어가 통하는 미용실, 병원, 이발소, 음식점, 여행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업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란 표지판을 단 호텔전용셔틀버스와 종종 마주 친다. 서울에 온 손님들이니 웬만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뜻일 게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외국인 우대의 예다. 같은 외국인이지만 관광객이 노동자로 바뀌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은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까.‘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난했던 시절 돈벌러 외국에 가서 우리가 당했던 인간이하의 대접이 떠오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외국인 저소득층이 신음하고 있다. 멀리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 생각에 심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얼마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 여성 10명 중 8명이 다시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한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과연 우리가 세계화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온갖 멸시와 차별의 눈길이 쏟아진다. 여기에는 ‘돈 쓰러 온’ 사람과 ‘돈 벌러 온’사람의 차이에 문화적 편견까지 덧붙여져 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으레 조금 다른 말씨의 종업원등을 만나게 된다. 말씨만 약간 다를 뿐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동포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힘없는 불법체류자 신세에 찍소리 한 번 못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함속에서도 이들은 한국살이에 적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3D업종 때문에 형성된 외국인 마을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와 경기 안산의 ‘국경없는 마을’이다. 가리봉시장 일대는 ‘옌볜거리’로 불릴 만큼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 식료품점과 중국노래방, 환전소 등도 성업중이다. 방값이 다른 곳에 비해 무척 싸다는 이점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으로 조선족 거주지인 가리봉은 빠른 속도로 쇠퇴의 위기를 맞이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붉은색 간판을 내건 중국식당이나 시장 입구부터 풍겨나는 그들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마치 중국의 ‘옌볜거리’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서울에서는 모두 서울사람, 외국인에게 불편 없도록 축제라는 하나됨. 세계속 또 하나의 지구촌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서울 문화코드 국제도시 서울의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하는 퍼레이드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모국을 느끼고 자랑하는 페스티벌이 되고 서울에 사는 기쁨을 만끽하고 타방이라고 느꼈던 전 세계 사람들이 화합과 교류의 장. 하이 서울 축제에서 ‘지구촌 한마당 축제’가 매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매년 20여개국에서 참가해 서울거주 외국인 및 내국인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안내 영문책자인 ‘서울서바이벌’을 발간해 주한 외국대사관, 문화원, 외국인학교 등에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다국어 홈페이지를 개설, 각종 도로표지판에 외국어(영어, 한자)로 병기표기하고, 외국어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해 영어 일어 중국어는 물론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안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구석구석의 불편사항을 인지하고 이의 해소를 위하여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앞으로 서울에 외국인 거주촌을 조성해 서울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안심하고 긴 여정을 푸는 친근한 별장처럼,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은 향수를 달래며 동족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자. 이곳에 외국으로 여행 가려는 국내여행객은 물론 현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업자나 바이어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특히 새로이 유입되는 저소득층 외국공장 종사원들의 공동체를 불법·단속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회합과 교류가 가능한 소규모 편의시설을 제공하여 향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서울이 외국인이 선호하는 도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거주환경,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시민수준의 다문화 공생사회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생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국제교류도시로서 서울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마케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열린세상] ‘無道’가 길을 잃다/오세훈 변호사

    창문으로 흘러드는 늦가을 햇살이 여유롭다. 퇴근 전에 차를 한잔 하고 있자니 홀로 만끽하는 여유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라다. 오늘도 역시 과거 정보기관의 도청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대부분의 국민이 짐작했던 바이므로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소식을 접한 두 분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이다. 한분은 검찰의 구속이 ‘무도(無道)’하다 하시고, 다른 한분은 무도하다고 한 그 분이 ‘무도’하다고 하신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게다가 청와대까지 나서서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다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필부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도리에 어긋난다’는 뜻의 무도하다는 말이 자못 길을 잃은 느낌이다. 대체 도리란 무엇인가? 세상이 다 아는 도청사실을 두 분 전직 대통령께서만 모르셨을 리 없다. 가령 백보를 양보해서 본인이 보고받은 정보보고가 도청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믿음에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인식 있는 과실’도 전혀 없었다고 가정하자. 그것 자체로 무능 내지는 무관심을 입증하는 바이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보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감으로 가슴을 쳐야 할 일 아닌가? 세상에 도리라고 하는 것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문 발표 준비로 분주할 시점이라 할진대, 사실이 아닌 일을 억지로 만들었다 하시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구속영장 발부사유 중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혹시라도 이렇게 도리가 아닌 주장을 하시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설득당하여 진술을 바꿀 가능성 때문에 검찰이 강정구 교수도, 두산 일가도 모두 피해간 구속을 마지못해 한 것은 아닐까? 또 이렇게 도리가 아닌 후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보고 단지 공소시효 덕분으로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피해 계신 전임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해야 도리이실까? 비록 실정법의 형량이 높지 않아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으되 떳떳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일 터인데, 마치 남의 일 말씀하듯 하시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하늘에 떠 있을 수많은 별들을 생각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저 위에 별들이 얼마나 총총할 것인가. 이제 잠시 후 어둠이 내리면 별들은 필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잠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닐진대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하여 일단 없다 하시고, 잠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손가락질하시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개성이 뚜렷한 두 분 전직 대통령이 이끄신 10년의 기간 동안 이 나라가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문득 떠오른다. 세간에는 바람직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주장들이 범람한다. 피터 드러커는 평균 이상의 지성과 고도의 인격이 리더의 조건이라 하고, 짐 콜린스는 먼 훗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주춧돌형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라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리더상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렇게 비범한 리더십을 오히려 경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제 평범한 필부들의 상식적 판단으로 동의할 수 있는 리더를 보고 싶다. 굴절된 역사가 투영된 평탄하지 않은 인생 역정은 그만큼 강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개성은 때때로 상식과 부딪치게 되고, 이럴 때 그 지도자의 개성은 많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는 여러 유형의 개성 있는 지도자를 보아 왔다. 개성으로 말하자면 현직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다. 본인들은 그 개성을 소신이라 부르며 모든 가치에 우선해서 정책에 대입하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그 위대한 소신은 생경할 뿐더러 국리민복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제 탁월한 영도력의 영웅적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독특한 리더도 원치 않는다. 그저 마음을 편안히 해 주는 지도자면 좋겠다. 이제 이 해프닝도 곧 잊혀질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일상은 모든 것을 삼킨 채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오후가 사치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을 누리고 싶다. 오세훈 변호사
  • 군위지역 ‘마지막 잠수교’ 마시·장기교 역사속으로

    낙동강 지류에 위치한 경북 군위지역에서 새마을운동의 산물인 ‘잠수교’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군위군은 올부터 오는 2008년까지 총 사업비 55억 4800만원을 들여 잠수교인 효령면의 마시교와 장기교를 본교(本橋)로 교체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군은 내년 상반기 중에 이들 잠수교를 전면 철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군위지역에서는 잠수교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현재 경북도내 시·군에는 잠수교가 적게는 2개, 많게는 10여개에 달한다. 이들 잠수교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 초반부터 10여년에 걸쳐 건설됐으며 예산이 부족, 대부분 낮고(교각 높이 2m 안팎), 좁게(노폭 4∼5m 정도) 건설됐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면 물속에 잠겨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물의 흐름을 막아 하천 범람과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유발해왔다. 군은 이에 따라 지난 5∼6년간 165억 3300만원을 들여 잠수교 8곳을 본교로 교체하는 등 주민들의 이용 불편 해소와 재해 예방에 힘써왔다.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하천의 복원은 환경 차원을 넘어 문화·역사·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청계천을 통해 학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듯 청계천 복원은 다른 지방에도 하천복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하천 상태계를 복원해 친수위락 공간 및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방단체들도 적지 않다. 비록 청계천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복원 노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달이 찾아온 대구 신천 대구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총길이 12.4㎞의 신천. 얼마 전 수성교 부근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환경 전문가는 물론 대구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질이 좋아지면서 1급수에서만 산다는 꺽지를 비롯, 잉어 붕어 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지만 수달까지 서식할 줄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신천은 10년 전만해도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흘러드는 시궁창에 지나지 않았다. 수질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ℓ를 훨씬 웃돌아 하천 근처에 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천 살리기에 나선 대구시는 우선 신천에 유입되는 오폐수 차단을 위해 신천에 오폐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특히 건천(마른천)에 충분한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해 121억원을 투입해 송수관로 9.1㎞를 설치했다. 신천 하류에 있는 신천하수처리장에서 정화후 방류하는 물을 하루에 10만t씩 상류로 끌어 올려 신천을 평균 수심 70㎝,365일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꿔 놓았다. 신천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르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잉어, 붕어, 참붕어, 참몰개, 메기, 피라미, 갈겨비, 가물치 등 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고방오리, 청둥오리, 황조롱이, 왜가리 등 18종의 조류가 찾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하천으로 거듭난 신천 수변공간은 평일 1만명, 휴일 2만∼3만여명의 시민들이 신천 둔치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등 웰빙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된 온천천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 부산 온천천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시 금정·동래·연제 등 3개구에 걸쳐 있는 총길이 14㎞의 온천천은 미꾸라지와 피라미는 물론 청정지역에 산다는 숭어까지 뛰놀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하지만 6∼7년전만해도 악취가 진동해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연제구는 98년 11월 온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99년초부터 복원 사업에 들어갔다. 거제동 세병교에서 연산동 안락교까지 2.6㎞에 걸쳐 시민공원도 만들었다. 온천천 정비를 통해 수질개선은 물론이고 하천 범람문제까지 해결했다. 인근 지자체들이 하천복원에 참여토록 하는 촉매역할도 했다. ●구달박사 안양천 극찬 침팬지 연구의 효시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여·71) 박사가 지난해 11월9일 경기도 안양천 지류 학의천을 찾았다. 구달 박사는 당시 “오염됐다가 복원된 안양천을 보고 싶어 왔다.”며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물고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학의천은 70년대만해도 BOD농도가 60㎎/ℓ가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하천이었으나 상류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고 꾸준한 정화활동을 펼친 덕분에 물고기가 살고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복원됐다.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000년부터 생태하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탄천 지천인 분당천과 여수천, 동막천도 수질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달 전국체전 조정과 카누 경기가 열린 울산 태화강도 수년전만해도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로 악취가 진동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공해 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10여년에 걸친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수질이 1∼2급수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8월에는 1만여명이 참가하는 ‘제1회 태화강 전국수영대회’가 열렸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청계천 효과?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하천복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하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복개구간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94년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복개한 양재천에 대한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천주유소∼새서울교회 사이 697m 양재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하천 양옆에 산책로, 여울 등을 만들게 된다. 모두 142억원이 투입되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영산강 지천인 광주천도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는 동구 용연동 상류 지점∼서구 유덕동 영산강 합류지점 20.15㎞ 구간에 대한 복원공사를 지난해 착수했으며 오는 2009년 완공 예정이다. 시는 모두 600억원을 들여 호안 콘크리트 옹벽과 둔치에 건설된 천변주차장을 철거하고 있다. 또 천변과 바닥에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징검다리를 놓는 등 개발 전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상류쪽 물을 끌어 올려 건천인 광주천을 항상 물이 흐르는 ‘살아 있는 하천’으로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수원천 복개구간을 오는 2007년까지 완전복원해 시민의 품에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1994년 복개한 수원천의 지동교∼매교 사이 790m를 철거한다. 대전시도 1974년 대전천을 복개해 건립된 홍명상가와 동방 마트를 철거한 뒤 자연친화적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문가제언“ 메마른 정서에도 물길 터줄것” 하천에는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 기능,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 기능 이외에 환경 기능이 있다. 이·치수는 공학적 기능(engineering function)인 반면에, 환경은 자연적 기능(natural function)이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하천의 이수 기능의 극대화를 가져왔고, 동시에 토지 이용의 고밀화는 하천의 치수 기능의 확대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하천의 이·치수 기능은 적극적으로 확대된 반면에 환경 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 저하되고 나아가 일부 하천에서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잃어버린 환경에 대한 보전, 복원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특히 과밀화된 도시에서 친수성 하천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 이른바 ‘하천환경개선사업’ 또는 ‘하천환경정비사업’이다. 하천환경개선사업은 하천의 환경 기능을 보전·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하천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하천환경의 개선 또는 정비에서 한 발 더 나간 개념이 이른바 하천복원이다. 삶의 질은 사회의 물질적 풍요나 기능적 효율성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건전성은 물론 대기 물 토양 등 환경의 건전성이 요구된다. 하천이나 호소는 지역 환경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특히 자연성이 약한 도시에서는 귀중한 자연 환경의 일부이다. 따라서 훼손된 하천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지역 사회의 자연 환경의 보전, 복원, 창출이라는 면에서는 물론 우리의 잃어버린 정서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또한 하천복원은 산 들 호수 해안 섬과 같은 다른 자연환경의 복원 중에서 가장 급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천복원은 자연복원의 시금석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천복원사업은 지역을 흐르는 하천을 복원해 지역 주민들과 하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하천공원화사업과는 차별된다. 이러한 사업의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모든 단계에서 지역주민들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기본이다. 이 점에서 하천복원사업은 이·치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하천사업과 궤를 달리한다. 김창완 건설기술硏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 신림 빗물펌프장 준공

    신림동·난곡 일대 저지대 주민들이 여름철 침수 걱정에서 해방된다. 서울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신림8동 1649에 신림 빗물펌프장을 준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빗물펌프장 준공으로 집중호우시 도림천 범람으로 번번이 수해를 입었던 신림 4·8동 및 난곡지역 저지대 주민 4000여 가구가 호우 피해 우려로부터 벗어나게 됐다.구는 지난 2003년부터 총 사업비 293억원을 투입, 이번 공사를 마무리지었다.620마력의 배수펌프 5대가 설치, 집중호우시 분당 1000㎥의 빗물을 강제배출할 수 있다.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건축·시설 어떻게 했나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건축·시설 어떻게 했나

    지난 8년에 걸친 공사를 끝내고 서울 용산 새 보금자리에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9만여평의 넓은 터에 건물 연면적 4만여평, 전시면적 8000여평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박물관이 됐다. 중앙박물관으로는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지은 만큼 규모뿐 아니라 건축 및 시설면에서 새로운 기법들이 많이 도입돼 눈길을 끈다. 중앙박물관 건물에 숨겨진 ‘비밀’을 들여다보자. ●건물 부지 3.5m 높여 1945년 경복궁내에 개관한 중앙박물관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6차례나 옮겨다녀야 했다. 박물관에 적합한 자리를 찾던 중 1993년 정부는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을 박물관 자리로 정했다. 강남과 강북의 중심에 위치한 용산은 남산 등 녹지공관과 연계될 뿐 아니라 머지않아 미군부대가 완전히 철수하면 민족역사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서 종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다. 또 북으로는 조선왕조 5대 궁과 전쟁기념관이, 남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예술의 전당 등이 있어 21세기 통일 한민족 시대의 문화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았다. 박물관 부지가 정해진 뒤 1997년 용산에 첫 삽을 뜨기 전까지 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한강과 가까운 지리적인 조건이었다. 한강이 범람해도 침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국 한강이 범람할 때의 최고 수위에 맞춰 도로가 지나는 원지반에서 평균 3.5m 정도 높여 성토지반을 만들었다. 침수방지만큼 지진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국내 박물관 건축 사상 최고의 내진 설계를 갖췄다.‘진도6’에도 끄떡 없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현대적 재해석 어떠한 외부 영향에도 끄떡하지 않는 견고한 건물을 갖춘 것 만큼, 외관상으로도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했다. 우선 한국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세심하고 개방적인 건물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 길고 직선적인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건물 정면은 시가지를 향하고 또 하나의 면은 공원을 향하고 있다. 건물 전체의 거대한 조형은 한국적인 강인함을 전한다. 건물 외부는 성곽개념에 따라 국산 화강암을 사용하고 주요 내부마감은 격조 있는 분위기를 위해 외산 라임스톤을 썼다. 동관과 서관을 연결하는 출입공간인 ‘열린 마당’은 한국의 고유한 공간인 대청마루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지붕은 있으나 벽은 없고, 실내도 아니지만 야외도 아닌 이 곳에 올라서면 남산을 바라볼 수 있다. 박물관 1층 로비인 ‘으뜸홀’과 전시실로 이어지는 복도인 ‘역사의 길’은 외부와 내부를 이어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한다. ●수장고 지상에 설치 그동안 지하 깊숙이 박혀 있었던 수장고(收藏庫)를 지상으로 끌어올린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수장고는 일반적으로 깊은 곳에 있어야 안전하다는 통념을 깬 것. 지하는 환기가 어렵고 수재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반을 높인 뒤 수장고를 그 위에 올렸기 때문에 한강이 범람해도 문제가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수장고 외벽을 2중으로 감쌌다. 누수나 결로가 생겨도 수장고 내부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또 특수 조습패널, 가스제거필터 등을 통해 항온·항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수장고속 유물들이 숨을 쉬게 된 것이다. 15만여점의 소장유물 가운데 개관에 맞춰 1만 1000여점을 한꺼번에 전시함에 따라 다양한 유물의 전시·보존기법도 새롭게 선보였다. ‘역사의 길’은 유리지붕과 유리측벽으로 시공, 자연주광 도입을 시도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옥외에서 유물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첨단 자연채광 시스템은 계절과 시간별로 전자제어 장치를 통해 태양의 위치를 측정, 최대 자연광을 반사경으로 비추고 순수한 가시광선만 투과해 자연광을 연출하는 것. 특히 이 길에 놓인 북관대첩비와 고달사 쌍사자석등, 경천사10층석탑 등 석조유물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이와 함께 전시실별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벽부형 및 독립형 진열장은 과학적인 개폐 및 온도·습도·조도 자동조절 시스템, 광섬유 조명시스템, 자외선 특수필터 등을 도입해 유물의 보존·관람에 효과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유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면진(免震)장치, 박물관의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한 대기오염 감시장치 등 특수설비 시스템도 자랑거리다. 특히 지진대비 시스템은 건물 전체에 적용된 내진(耐震)설계뿐 아니라 ‘역사의 길’과 각 전시실, 야외전시장 등의 개별 전시물에도 설치돼 안전성을 더했다. 또 화재 조기감지 및 건물이상관측 시스템 등을 통해 유물의 보존환경을 강화했다. ●장애인 배려도 ‘특급´ 시각장애자를 위해 모든 안내표지를 점자화했으며, 화재가 났을 때 빛이 깜박거려서 대피를 유도하는 스트로브 장치를 설치, 청각장애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 박물관의 모든 곳을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PDA·MP3 등 모바일 전시안내 시스템과 첨단 영상패널 시스템을 구축, 큐레이터 없이 전시물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 IT박물관을 지향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도입된 PDA내비게이터 시스템은 효율적인 전시물 관람을 위한 동선정보 12가지를 제공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소박한 꿈을 쌓아가는 ‘하루’의 의미

    하루를 살다보면 수많은 얼굴들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 안에 담겨진 다양한 표정까지 알아채기에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상이라는 파도가 너무 버겁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표정을 클로즈업한 실험적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MBC는 23일 오후 10시40분 HD 음악다큐멘터리 ‘하루’를 방송한다. 기존 다큐물과는 세 가지 지점에서 분명한 선을 긋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하루하루를 숨가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하루의 의미가 누구보다 각별한 사람들이기도 하다.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이 오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작지만 소중한 꿈을 가지고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서민들이다. 흔한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어느 특정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새벽 봉제공장과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심야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레일러 운전사, 신문배달 아주머니, 우(牛)시장 사람들, 할인점 캐시어, 퀵서비스 청년 등 수많은 사람들이 릴레이를 하며 하루 24시간을 채워 나간다. 두 달 가까이 전국 방방곳곳을 누볐던 카메라가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의 발걸음을 보듬어 안는다. 휴먼 다큐에 영상 에세이적 문법과 뮤직비디오식 편집 기법이 적용됐다. 일하는 사람들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스테디캠이 사용됐고, 미니 헬리콥터에 실린 카메라가 테헤란로 고층 빌딩 숲을 누비기도 한다.또 무인조종크레인 지미지프와 이동차 등 기존 다큐멘터리에서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특수 장비를 동원해 요즘 범람하는 VJ 6㎜ 영상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프로그램 타이틀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음악’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음악은 단순히 ‘깔리는’ 도구가 아니다. 인위적인 내레이션은 가능한 자제하고, 말보다 깊은 여운을 던져주는 음악으로 채색했다.국내외 영화음악과 아카펠라, 클래식기타,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15곡 이상의 아름다운 노래가 고품격 영상과 어우러지며 시청자 가슴에 녹아들게 된다. 취재기자 출신으로 ‘하루’를 연출한 이우호 보도제작국 부국장은 “음악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크다.”면서 “음악이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에 대안적인 시도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촬영을 맡았던 조수현 영상취재부장은 “6㎜로 대표되는 VJ프로그램 영상에 지칠 때가 됐다.”면서 “정통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품격 있고 신선한 그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국수원조 논쟁 중국이 이겼다

    국수의 원조(元祖)가 어디인가를 놓고 중국과 이탈리아 등이 벌여온 수십년 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유적이 발견됐다. 승자는 중국. 이탈리아에서는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14세기에 중국에서 국수를 갖고 돌아왔다거나 그 이전 로마시대에도 국수를 먹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고 국수의 원조가 아랍 지역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국수는 대개 2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중국 과학원 지질학ㆍ지리학연구소의 뤼허우위안 팀은 12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은 연구결과를 통해 중국 서북부 양쯔강 유역 라자 유적지의 점토층에서 발굴한 사발에서 4000년된 삶은 국수 가닥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3m의 점토층이 쌓여있는 양쯔강 범람원으로 1999년부터 조심스럽게 유적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연대측정법으로 4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 국수가닥들은 지름 0.3㎝, 길이 50㎝ 정도로 요즘 파스타의 주재료인 밀이나 보리가 아니라 기장으로 만들어졌으며 황색을 띠고 있었다. 연구팀은 “반죽을 여러 번 손으로 잡아당기고 치대서 만드는 중국 전통 국수의 면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국수 창시자들의 운명은 비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라자 마을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지진과 엄청난 홍수에 휩쓸렸기 때문이다.파리 AFP 연합뉴스
  • [장애인의 性과 결혼] 성폭력 시달리는 정신지체자

    [장애인의 性과 결혼] 성폭력 시달리는 정신지체자

    장애인 중에서도 정신지체자의 성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탓에 이에 맞춘 성교육이 절실한데도 이들을 성적 존재로 보지 않는 편견이 심해 성교육이 사실상 전무하다. 성폭력이나 근친상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정신지체장애인 시설 ‘나눔의 집’ 원장 유찬호 신부는 “지적 능력에 장애가 있더라도 신체적인 발육이나 성적 욕구는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면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받아들인 성에 대한 정보나 경험에 의해 아무 곳에서나 자위행위를 한다든지 하면서 더 쉽게 성폭력에 노출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지체 3급인 오모(27·여)씨는 10대 중반부터 아버지 친구와 동네 청년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오씨는 가출과 외박을 일삼으며 처음 보는 남성과도 거리낌 없이 성관계를 맺었고 성격도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 갔다. 정신지체 2급인 박모(34·여)씨는 어렸을 때부터 성폭력을 당하며 성에 눈을 떴고 그것이 지금까지 정기적인 가출로 이어지고 있다. 정신지체 3급 유모(27·여)씨는 양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3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양아버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물론 그 지경이 되기까지 성교육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지적 발달이 어린아이 수준이니 성적인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오해가 깔려 있다. 또 성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울 테니 아예 성적인 자극이 될 만한 것은 가르치지도 보여주지도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유찬호 신부는 “성욕은 인간의 본능이며, 지금같이 성이 범람한 사회에서 이같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지체장애인일수록 성교육을 통해 성에 대한 바른 인식과 방어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부모의 암묵적 동의로 정관수술이나 자궁적출 수술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이나 결혼을 무조건 덮어 버리려 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성적 욕구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MBC PD수첩 몽골 현지 ‘추한 한국인’ 고발

    미국 문화를 닮아간다고 하는 한국. 그런 한국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미국인이 누드촬영을 하다가 들켰다면 어땠을까. 반감이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형제 나라로 여기고, 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몽골에서 한국인이 그런 짓을 했다. 다른 사건들을 살펴보면 누드촬영은 약과다. 한국인에 의해 향락 산업이 범람하고, 심지어 아파트 분양 사기사건까지 있어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몽골은 한국을 ‘솔롱고스’(무지개 나라)로 불렀지만 이런 사정이 달라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MBC ‘PD수첩’은 11일 오후 11시5분 방송하는 ‘한류, 돈과 향락에 멍들다-몽골 한류의 두 얼굴’(연출 유해진·김재영)을 통해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을 조명한다. 몽골 전체 인구의 1%에 달하는 2만여 명이 한국에서 일을 한다. 이 가운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다가 돌아간 사람들이 악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 등이 5회나 재방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한국 조직폭력배를 우상화하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몽골인이 혐오하는 외국인 2위에 한국인이 꼽히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인이 125만 달러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사기 사건을 저질러 현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균 월급 10만원에 불과한 몽골인들에게 일인당 2000만원 가까운 피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향락산업도 큰 문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가라오케 수는 50여 개. 이를 전파하고, 운영하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손님도 한국 관광객들이다. 일하는 여성들은 몽골의 젊은 여대생. 한국에 있는 술집으로 취업을 알선하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니 몽골인들이 이를 두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렇듯 몽골 내 반한 감정이 고개를 들고, 교민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한국 대사관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이유도 파고 들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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