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범람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도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사드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엔켐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13
  • [CEO 칼럼] 한류열풍속 ‘짝퉁그늘’/김범수 NHN 대표

    [CEO 칼럼] 한류열풍속 ‘짝퉁그늘’/김범수 NHN 대표

    국립국어원이 최근 발간한 ‘2004년 신어 보고서’를 보면 욘사마, 욘겔계수, 욘플루엔자 등 한류스타 배용준에 관한 신조어가 세 개나 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일본열도를 강타한 ‘한류열풍’의 조짐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여명의 눈동자’ 등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으로 중국대륙은 벌써부터 ‘한류열풍’의 진원지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중국의 한류 열풍은 온라인게임에서도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2004년 초 기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인기 온라인게임 톱10에 ‘미르의 전설 2·3’‘뮤’ 등 5개의 한국 온라인게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불법복제라는 지나친 애정표현(?)으로 한류 열풍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중국에 한국 ‘짝퉁’ 사이트의 범람과 이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국내 게임포털과 미니홈피 등 인기 인터넷 서비스의 메뉴구성과 전체화면, 캐릭터를 그대로 표절한 것이다. 심지어 서비스에 사용된 한글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등 몇몇 중국 사이트의 노골적인 ‘짝퉁’ 행각이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전세계 짝퉁산업의 현황과 기업의 대처법을 특집으로 다룬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세계관세기구(WCO)가 추정한 전세계 짝퉁시장 규모가 물품교역량의 5∼7%인 약 5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이중 중국산이 전세계에서 생산·유통되는 짝퉁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NHN의 게임 포털 사이트 ‘한게임’이 국내에 서비스 중인 플래시 게임들도 최근 중국의 모 게임업체에 의해 도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속한 사태 파악과 중국대사관 인증 등을 통해 수집한 증거자료들을 토대로 NHN의 저작권을 침해한 해당 기업에 경고장을 보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나는 한국에서 만든 증거자료가 중국에서 얼마나 능력을 가질지 알지 못한다. 또 모방 서비스로 인한 피해액이 어떻게 산정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가 중국 업체들의 무분별한 도용에 대한 경고가 되고, 한국 기업들의 지적재산권보호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다행히 불법복제에 대한 불만을 각국 정부로부터 받아온 중국정부는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일본 ‘혼다’가 자사 로고와 브랜드를 혼동시키는 ‘훙다’를 사용해온 중국 최대 오토바이 생산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2년여의 심리 끝에 중국인민법원으로부터 받아낸 이 판결은 중국시장을 개척하려는 수많은 외국 기업들에 희망적인 사인으로 읽혀지고 있다. 특히 미국 특허청(PTO)은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 특허권 문제를 전담하는 담당관까지 파견하는 등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이례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힘을 모아야 한다. 유수 글로벌 기업들과 해당 국가의 정부들은 지적재산권 침해 사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향후에도 우리 IT 기업들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김범수 NHN 대표
  • 발암농약 범벅 중국인삼 유통

    국내 약재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인삼은 치명적인 농약을 허용기준치 이상 함유한 ‘농약 범벅’이었다. 인삼류는 홍삼의 경우 관세율이 1005%에 이르는 등 수입 비용이 높아 유통되는 중국산 인삼류는 대부분 밀수품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성시웅)는 2일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벤젠헥사크로라이드(BHC), 퀸토젠 등 유독성 농약 성분이 과다 함유된 중국산 인삼류를 국내산 고려인삼으로 속여 판매한 서울 경동시장 일대 인삼상 17명을 단속, 송모(49)씨 등 4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모(64)씨 등 13명은 불구속기소했다. DDT와 비슷한 강력 살충제인 BHC는 다량 섭취하면 발암물질이 체내에 축적되고, 구토·경련·불안·근육경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물에 씻어도 잘 제거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1973년부터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고, 유독물로 지정했다. 식품위생법상 잔류허용 기준치는 0.2으로 자연 상태의 흡수 가능성을 감안한 수치다. 17개 인삼상에서 압수한 중국산 인삼류에서는 기준치의 1.5∼40배의 BHC가 검출됐다.87년부터 국내에서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퀸토젠 함유량이 허용기준치(1.0)를 초과한 중국산 인삼도 3곳에서 압수됐다. 업자들은 중국산 4년근 홍삼을 보따리상 등 밀수업자로부터 600g당 2만원에 산 뒤 “국산인데 미검사품이라 포장이나 검사필증이 없고, 가격도 싸다.”고 속여 6만∼10만원에 팔았다. 같은 분량의 국산 홍삼 가격은 12만∼16만원이다. 검찰은 불량 중국산 인삼류의 범람이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홍삼과 백삼은 연간 1270t이지만 소비량은 연간 1800t이라는 것.530t 정도의 공급이 부족한데 정식 수입되는 중국산 인삼류는 53t에 불과해 470여t이 밀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 수입되는 인삼류는 검사를 거친 뒤 전량 인삼가공업체에 제공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인삼은 대부분 밀수품”이라면서 “국내산과 중국산은 뇌두(머리)와 몸통 색깔로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씨줄날줄] 낙바생과 삼일절/우득정 논설위원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여) 일본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지난 27일 경총 주최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일본에는 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NEET(Not in Employment,Education,Training)세대가 450만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프리터족’이거나 부모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다. 그동안 전문지식을 익히지 못한 탓에 지식정보화사회의 낙오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수입은 정규직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들이 앞으로 일본 연금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1997년말 닥친 외환위기는 우리의 생활과 사고방식, 관습을 일거에 바꿔놓았다. 정리해고, 파산, 신용불량 등이 일상화되면서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은 유행어가 됐다.‘상시 구조조정’과 ‘몸값의 양극화’는 ‘신규 채용 7, 경력직 채용 3’이던 채용시장의 도식을 하루새 ‘신규 3, 경력 7’로 뒤집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추억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폭풍이 휩쓸고 간 황무지에는 ‘이태백’‘사오정’‘오륙도’와 같은 자조섞인 신조어들이 범람한다. 이 땅에서는 15세만 되면 앞날이 캄캄해진다는 ‘십오야(十五夜)’란 말이 생겨났고, 직장에서 퇴출된 고위직 출신의 중늙은이들은 ‘4대 공공의 적’이라는 신조어로 스스로를 위로한다.‘60대에 월급봉투 받는 자,70대에 젊은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자,80대에 골프장을 배회하는 자,90대에 기력이 남아 집안일 참견하는 자’라고 했던 것 같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새롭게 만들어져 널리 쓰인 신조어 626개를 수집·정리한 ‘2004년 신어(新語)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부분 각박하고 고달파진 생활상을 빗댄 말들이다. 그중에는 ‘낙바생’(낙타 바늘구멍 통과한 취업생)에게도 ‘삼일절’(31세가 되면 어느새 절망)이 온다는 신조어도 포함돼 있다.‘낙바생’ 가운데 3분의1이 노머드족(한 직장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옮기는 사람)이라지만 버텨봐야 절망뿐이라는 얘기다. 국립국어원이 자학적인 신조어를 찾지 못해 ‘공란’으로 비울 날은 언제 올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열린세상] 밀양 성폭행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학 교수

    세명의 여중생이 고등학생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성폭력이 오랜 기간 계속되어도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학교 환경,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부족하다 못해 이들에게 또다시 정신적 폭행을 가한 점, 청소년 가해자들에 대한 대처방안의 부재 등 갖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여성부와 인권위가 문제점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가고 분노한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특수 상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반적 성폭력 사건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여성 특히 미성년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밀양 사건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해 폭행 피해자들과 부모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버린다. 밀양 사건은 성폭력 관련 해묵은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뼈저리게 뉘우치고 개선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우리는 밀양 성폭력 사건을 이렇게밖에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일까? 먼저, 우리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의 문화가 아직도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밀양사건의 경우 제도상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여성의 성폭행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더 큰 문제를 만들었다.“밀양 물을 너희들이 흐려 놓았다.”는 식의 경찰관의 언급이 사실여부를 떠나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더럽혀진 몸을 가진 비인격적 존재로 비하하는 왜곡된 시각은 가해 남성뿐 아니라 피해 여성의 가족들도 공유하게 된다. 그 결과 딸이 성폭력을 당하면 집안의 수치로 여겨 수사는 고사하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가해자 역시 이러한 점을 노려 비교적 쉽게 성폭행을 하게 되고 별다른 죄책감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유아들은 진술 능력이 부족한 점 때문에 더욱 자주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너무도 허술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통감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우리가 보호해야 할 청소년들이다. 물론 가해자들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가 가벼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성년 성폭력 가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범람하는 성적인 자극과 나날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이 성폭력 가해 청소년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들 가해 청소년들의 부모들에게 사회는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여론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특히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14세 미만의 어린 성폭력 가해자들은 아무 처벌이나 조치가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미래에 만성적 성폭행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셈이다. 성폭력의 예방은 궁극적으로 가해자의 수를 줄이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청소년 보호 대책은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성년 범죄를 처리하는 법무부의 의지와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다. 학교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폭력 문제가 표면에 떠오른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효과적으로 학교 내에서 처리되지는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학생들이나 학생 교사 사이의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쉬쉬하다가 문제가 크게 불거진 이후에야 대책을 세우는 정도로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 성폭력 문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학교폭력의 한 형태이므로 종합적인 학교폭력 대처 제도 속에 포함시켜 제대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참으로 다양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모두 드러낸 사건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서둘러 닫으려 하지 말고 찬찬히 모든 문제를 드러내어 근본적인 치유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학 교수
  • [되돌아 본 2004 문화] ②방송계

    [되돌아 본 2004 문화] ②방송계

    2004년 방송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드라마가 선봉에 선 ‘한류 열풍’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 파급력은 엄청난 경제 효과로 이어졌다. 시청률 50%를 넘는 ‘국민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고, 외주제작 시스템이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등 외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간접광고가 범람하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진 인기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 파문과 오락프로그램 녹화 중 숨진 성우 장정진씨의 사고 등은 방송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욘사마 신드롬 과거 동남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불던 ‘한류 열풍’은 올해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욘사마(배용준) 신드롬’이란 달콤한 열매를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 하나가 국내 경제에 2조 3000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후 일본에는 거의 모든 한국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에 이르렀고, 박용하·권상우·류시원 등 스타 배우들이 또 다른 한류 스타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공화국 MBC ‘대장금’과 SBS ‘파리의 연인’이 5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는 등 안방극장에 드라마 열풍이 몰아쳤다. 기존 불륜·멜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데렐라 스토리는 물론 퓨전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선보였다. 기존의 소극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새로운 여주인공상이 제시되기도 했다. 해외 수출을 의식한 해외 촬영 붐과 함께 수십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들이 범람하면서,‘간접광고(PPL)’ 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예계 병역 비리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 톱스타들이 병역 기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군에 입대하는 등 연예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송승헌은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 등에 수출하려던 ‘슬픈 연가’에서 중도 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남자 연예인에게 군 문제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문제로 인식되면서 나이가 찬 남자 연예인들이 서둘러 군에 입대, 남자 주인공 품귀현상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 ●잇따른 사망사고 지난 3월 유창혁 바둑 프로기사의 부인인 김태희 아나운서가 숨진 채 발견됐고,7월에는 정은임 아나운서가 차량전복사고로 세상을 떴다. 특히 KBS 성우 장정진씨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 13일 K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이 목에 걸려 질식,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한달 후 사망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제작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탄핵방송 논란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를 다룬 KBS,MBC 등 방송사의 방송 내용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탄핵안에 대한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방송 심의는 두 달여를 더 끌며 정계와 학계에까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위가 7월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제때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갈등과 의혹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37)남양알로에 이병훈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7)남양알로에 이병훈 사장

    남양알로에 이병훈 사장은 창업주인 선친 이연호(1996년 작고)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알로에 판매기업을 한단계 도약시켰다. 판매기업을 세계적인 알로에 원료농장 기업과 생약연구 기업으로 키워낸 글로벌 최고경영인(CEO)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친의 만류에도 교수의 꿈을 접고, 사업에 뛰어든 지 19년 만에 10억원대의 매출을 2000억원대로 성장시켰다. 차세대 재계 지도자로도 주목받는 그의 성공담을 들었다. ●고대부터 신비의 물질 -우선 알로에 자랑부터 하고 싶다. 알로에는 인삼과 함께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생약이다. 서양에선 고대부터 ‘신비의 물질’로 소중하게 여겼다. 백합과 열대식물인데, 신선한 잎으로부터 추출한 원액은 위장 질환과 화상, 곤충에 물린 상처의 치료제로 쓰였다. 알로에는 기원전 2000여년의 수메르 석판에도 등장하고 이집트에선 미라를 천에 감쌀 때에도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의 의약서에는 ‘배를 편안하게 하고 위를 정화한다. 우유나 물에 타서 먹으면 구토를 멈추고 황달을 낫게 한다. 상처를 아물게 하고 푸른 멍을 삭인다.’라고 적혀 있다. 중국에선 송대에 서양으로부터 건너와 ‘눈을 밝게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신비의 명약’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우리 회사가 성공한 이유는 알로에의 200여가지 성분을 세계 최초로 정확하게 규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약효가 면역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병이 걸리거나 몸이 약해지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다시 강하게 해준다. 화상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일본에선 원폭 치료제로 쓰였다. 다른 사업을 하던 선친께서는 1984년 악성 간질환을 앓다 알로에 덕분에 완치된 뒤 알로에 사업을 시작했다. 생전에 돈독한 우의를 나누던 친구분 중에는 김정문알로에의 김 회장도 있다. 김 회장은 약초재배에 능력이 탁월한 분이었다. 광복 후 부산에서 기독교 학생모임을 통해 서로 연을 맺었다고 들었다. 두 기업이 경쟁할 이유는 별로 없다. 우리 회사는 해외활동이 중심이고 김정문알로에는 국내 판매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선친의 반대 불구하고 알로에 사업에 참여 -대학 교수가 꿈인 나는 대학 영문학과를 나온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대학가는 학생운동으로 혼란했다. 나도 고민을 했으나 공부를 먼저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서 변혁을 실천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사회학을 선택했다. 유학중이던 지난 1986년 선친의 회사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다. 원료와 판매망 확보를 위해서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회사 일을 하면서 선친을 도왔다. -사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든든한 원료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88년 미국 텍사스에서 경영 부실로 망한 알로에 원료공급 농장을 발견했다.425만달러의 농장을 100분의1인 단돈 5만달러에 매입했다. 농장을 사고 나니까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졌고, 슬슬 재미도 붙었다. 알로에 사업은 매력이 있다. 알로에는 우선 식물 재배이기 때문에 공해 문제가 없다. 황무지를 개간하니까 지력이 살아난다. 건강·미용 식품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권할 수 있다. 선순환 산업인 셈이다. 알로에 사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친께 말씀을 드렸더니 강하게 반대하셨다. 부모님들은 내가 공부를 계속하길 바라셨다.1년을 졸라 허락받았다. 나는 미국에서 알로에 공급을 맡았다. 농장을 맡은 지 1년만에 텍사스에 냉해가 닥쳤다. 서둘러 원산지인 멕시코로 건너가 원료를 선매했고, 덕분에 원료 메이저로 이름을 날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92년쯤 위기가 닥쳤다. 미국 알로에 시장에서 가짜 원료가 범람한 것이다. 판매 실적이 반토막 났다. 이를 이겨내는 과정은 악몽이었다. 알로에 분말 원료는 겉으로 보면 전분 가루와 비슷하다. 미국의 악덕 원료업자들이 알로에 원료 1%에 전분 가루를 99%나 섞었다. 가짜를 먹어 본 소비자들은 효능이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고 다시는 알로에를 찾지 않았다. 나는 양심적인 알로에 생산업자들과 가짜 원료를 구별하는 법 등을 강연하고 돌아다녔다. 식품의약안전청(FDA)에 신고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여의도의 3.7배 농장 확보 -마침 92년부터 알로에 성분 분석을 포함한 생약 연구에 착수했는데, 시작부터 중단 위기에 놓였다. 연구개발은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꾸준히 돈을 투입해야 한다. 힘겹게 돈을 대도 아무런 실적도 없을 때가 많다. 연구개발은 소신과 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잘 팔리던 미국의 화장품 회사를 처분하고 댈러스에 있던 부동산도 팔았다. 한바탕 난리를 친 탓인지 가짜 파동도 가라앉았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서서히 되살아났다. 농장은 계속 늘어나 현재 140만평 규모의 멕시코 탐피코 농장을 비롯해 텍사스 할링젠 농장(80만평), 러시아 크라스키노 농장(650만평) 등을 확보했다. 총 재배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3.7배인 940만평에 이른다. 이들 농장은 ‘존슨앤존슨’ 등 해외 40여개국 1300여개 기업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1억달러 안팎인 알로에 원료시장의 40%(매출액 8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2위 업체와는 매출액이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4000여종의 천연식물 분석 -우리 회사의 특징은 사업구조가 수직계열화 돼 있다는 점이다.1차 산업인 농사부터 3차 산업인 판매·마케팅까지 한 곳에서 한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을 갖고 품질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춘 셈이다. 당시 연구에 초빙한 외국인 연구진들은 “10년은 헛돈을 들이는 고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무슨 소리냐.”면서 이를 믿지 않는데 정말 한동안 투자만 했다. 알로에 연구 6년만에 200여종의 유효성분을 밝혀냈다. 인삼의 핵심 성분을 추출해 상품으로 성공시킨 것은 스위스의 베링거 인겔하임이다. 인삼을 연구하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5년산 홍삼이 좋다고 하면서 왜 좋은지, 어떻게 체계적으로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는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서양의 인삼’이라는 알로에를 성공적으로 분석했다. 알로에는 이미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2000년부터 세계에서 채집된 3만여종의 천연식물을 연구하고 있다.4000여종은 완벽하게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이는 필요한 시점에 보완 연구를 하면 언제든지 상품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천연식물 산업은 일종의 신소재 산업이며 성장 산업이다.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로 쓴다. 천연식물에 대한 논문을 3000여종이나 입수해 보니 세계의 어느 한 국가도 이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한 곳이 없었다. 천연식물 연구의 첫 성과로 중국의 ‘황금’이라는 식물에서 ‘항염제’를 추출했다. 올해 58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예정이다. 대나무 등에서 추출한 혈전방지제도 곧 나온다. ●CEO의 리더십과 글로벌기업 -나의 애칭은 ‘알로에 빌(Bill)’이다. 자랑같지만 미국에선 꽤 유명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아시아 차세대지도자들의 의장 자격으로 대표 연설을 했다. 나로선 큰 영광이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도 받는데, 전혀 뜻이 없다.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한가지씩의 역할을 받고 나오는데, 천연식물 사업만 해도 30∼40년이 걸린다. 차세대기업인은 글로벌 마인드가 중요하다. 리더십도 가져야 하는데, 카리스마가 선천성이라면 리더십은 후천적으로 다듬어진 성품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자원, 인적자원, 시장자원의 활용이다. 한국의 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역량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산다. 깨어있는 리더십에서 최고의 명품이 나온다. 선친께서는 생전에 ‘문화는 산업과 연계돼야 더 큰 가치가 있다.’는 소신을 내세우며 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졌다.(외동 아들인 이 사장의 모친은 청강문화산업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희경 전 국회의원이고, 그의 누이는 이수형 학장이다.) 우리나라는 조상 대대로 생약 연구에 대한 토대를 갖고 있다. 동의보감 등을 보면 조상들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다. 독보적인 생약연구 기업을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병훈 사장은 남양알로에 이병훈(43) 사장은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1000만평에 이르는 알로에 농장과 해외지사가 세계 10여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서도 아침식사 전에 반드시 알로에 생즙 한잔을 마신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일하는 게 보람이라고 한다. 교수가 되려고 공부하던 중 아르바이트로 여기고 선친의 알로에 사업에 합류한 뒤 19년만에 매출 10억원의 기업을 2000억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성실하고 치밀한 성격이 밑바탕이 되었다. 지금은 생약사업의 최고봉에 서려는 꿈에 가득 차 있다. 미국 등에 퍼져있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차세대 재계 지도자로도 꼽히고 있다. 경복고와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 [클릭 세상속으로] 취업도 부정 ‘위조 공화국’

    [클릭 세상속으로] 취업도 부정 ‘위조 공화국’

    가짜 증명서가 범람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가짜 졸업장과 성적표, 자격증 등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사기 취업’을 시도하는 등 문서위조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각종 증명서를 위조해 주고 돈을 받는 범죄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80만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졸업장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수십개의 카페가 나온다. 한 카페에 들어가면 외국대학·전문대학 등의 졸업증명서를 급히 구한다는 글들이 올라 있다.“○○대학 ○○○○학과의 졸업증명서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대학을 지정한 글도 눈에 띈다. 이 카페의 운영자인 듯한 사람은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주는 데 후불로 8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모(27)씨는 “지방대 출신인데 학력 때문에 서류심사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며 명문대 졸업장을 원했다. 인터넷에는 졸업증과 성적표는 물론 토익·토플 등의 공인 영어시험 성적표, 통장, 면허증, 인감사본, 각종 자격증까지 위조해 준다는 문서위조 사이트와 카페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토익 성적을 위조해 준다는 한 카페는 “진짜와 똑같이 만들어 준다.”며 찾아가지 않은 사람의 성적표를 공개하고 있다. 진짜와 똑같아 보이는 가짜 성적표에는 정모씨의 이름과 사진 옆에 850점이라는 점수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토익 성적표를 위조해 준다는 다른 카페에서는 “위조 작업이 완료되면 ‘디카’로 찍어서 먼저 확인을 시켜주고 이상이 없으면 송금하고 등기속달로 성적표를 보내 준다.”고 절차까지 설명하고 있다. 또 “원본과 똑같이 만들었는데도 송금을 안하면 성적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성 글도 남겼다. 지난 9월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에서 3개월 동안 명문 사립대와 지방국립대 졸업장을 위조해 판매한 이모(34)씨를 구속했다. ●누드모델도 대학원 증명서 위조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졸업장을 위조한 이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취업이 어렵자 졸업장의 출신 대학을 문과대에서 공과대로, 사학과이던 전공도 건축학과로 변경해 건축사 자격증을 따려다가 적발됐다. 이씨는 “하도 취업이 안돼 건축사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유리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김모(29)씨의 공문서 위조 혐의가 적발됐다.S대 4학년 때 제적된 김씨는 컴퓨터, 스캐너 등을 이용해 졸업예정증명서에서 ‘예정’이라는 글씨를 지워 졸업증명서로 위조한 뒤 인터넷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은 S대 졸업증명서와 S대 대학원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S대 출신 누드모델’이라고 선전한 최모(27·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명문대 출신이라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를 안하는 것이 없는 한국은 위조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문서위조사범 올 7100여명으로 급증 덕성여대 심리학과 오영미 교수의 ‘부정행위와 도덕성’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83%는 “부정행위는 적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교수는 “사회가 부정을 너그럽게 대해 부정이 만연했다.”면서 “사회에서도 하는데 학교에서 못하겠느냐는 식으로 학생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택 교수는 “문서 위조는 경제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며 경제난으로 위조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때 급증했다가 줄어들었던 ‘문서에 관한 범죄’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02년 3983명이던 공문서 위·변조범은 2003년 4248명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7181명으로 급증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구상시인 마음의 고향 ‘왜관’

    [문학이 머문 풍경]구상시인 마음의 고향 ‘왜관’

    강/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피안을 저어 가듯/태백의 허공석을 나룻배가 간다./기슭, 백양목 가지에/까치가 한마리/요란을 떨며 날은다.(중략) ●남북 양쪽에서 필화 경험 지난 5월 고인이 된 시인 구상(具常). 시인은 남북 두 체제에서 필화를 경험한 유일한 문인이다. 1946년 함경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에 ‘밤’ 등 시를 발표하며 데뷔했으나 반인민적인 반동시인으로 몰렸다. 그 체제를 못견뎌 월남한 시인은 65년 8월 희곡 ‘수치’를 무대에 올리려다 등장인물 중 빨치산 군관의 대사가 문제되어 공연 보류조치를 당했다. 시인의 고향을 원산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으나 진짜 고향은 서울 이화동이다.4살 때 독일계 성 베네딕트 수도원의 교육사업을 위촉받은 아버지를 따라 함남 원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성 베네딕트 수도원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종교학과에서 불교를 공부했다. 당시 문예창작과와 종교과를 두고 과 선택문제로 고민했던 시인은 결국 종교과를 선택했다. 이것이 그의 시에 나타난 초월적 종교관의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6·25전쟁 때는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를 만들었고 군작가단 부단장을 지냈다. ●왜관에서 20여년간 작품활동 전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을 벌였던 그는 1952년 승리일보가 폐간되자 부인 서정옥(93년 작고)씨가 병원을 개업한 경북 칠곡군 왜관으로 삶터를 옮겼다. 이곳에서 시인은 53년부터 74년까지 기거하며 작품활동을 했다. 칠곡군은 지난 2002년 구상문학관을 건립했다. 부인이 경영하던 순심의원 자리에 2층짜리 문학관이 들어섰다.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시인과 가까왔던 윤장근(73) 죽순문학회회장은 “설창수 시인이 ‘낙동강이 보인다.’며 관수재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강물과 푸른 풍경이 선생의 가슴에서 시를 우려내기에 지극히 안성맞춤인 장소였다.”고 말했다. 낙동강은 구상 시의 원천이었다.‘강’이란 연작시 100편을 발표했으며, 그의 시에는 늘 퍼내도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 윤 회장은 “구상 선생이 유난히 ‘강’에 집착하는 것은 관수재에서 늘 낙동강을 바라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관수재에서 보이는 것은 테니스장에서 공을 치는 아낙네들뿐. 목을 쭉 빼보았으나 강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높은 제방에 가려 강 건너 모텔과 신축아파트 공사장의 기중기만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관 2층에 올라가서야 겨우 낙동강이 보였다. 안내하던 문학관 직원은 “당시와 변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 폭격돼 두동강 난 낙동강 철교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시인은 관수재에서 윤 회장 등 많은 문인들과 교분을 쌓았다.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할 때 시인이 대구 향촌동 다방에 보이지 않으면 문인들은 관수재로 몰려가 시인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특히 절친한 친구인 천재화가 이중섭은 관수재의 단골손님이었다.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단란한 구상 시인의 가족을 이따금씩 그렸다고 한다. 한번은 병색이 짙은 구상에게 천도 복숭아를 그린 그림을 주며 쾌유를 기원했다. 시인은 생전에 “그 ‘복숭아 그림’ 때문인지 지병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연명했다.”고 회상하곤 했다. 구상 시인의 본적지는 관수재가 있는 왜관이다. 전쟁중 북에 있는 가족이 내려오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 시와 마음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왜관을 본적지로 고집하지 않았을까. 요즘 하루 100여명의 관광객들이 구상문학관을 찾아 시인을 느끼고 있다. 시인의 빈 자리를 구상문학관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칠곡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의회] 환경전도사 구로구 최재무의원

    [의회] 환경전도사 구로구 최재무의원

    “기초의원은 지역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공단 도시인 구로에서 10년 넘게 ‘녹색전도사’로 나선 이유입니다.” 구로구의회 최재무(54·신도림동) 의원의 별명은 녹색전도사다.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구로의 낙후된 생태 환경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연스럽게 얻은 ‘훈장’이다. 주민들이 4번씩이나 최 의원을 구의원으로 뽑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14년째 ‘녹색전도사’ 최 의원은 공단 도시 구로에서 30년 가까이 뿌리 내린 토박이. 구로에 변변한 녹지 공간 하나 없다는 현실을 몸소 체감해왔다. 구의회에 진출하자마자 도림천 제방 공원 조성 사업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도림천 제방이 장마 때면 무너지곤 했지요. 방법은 제방이 무너질 기미가 보일 때 주민들이 비상 조치를 하는 거죠. 제방 위에 공원을 만들면 주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도림천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 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90년대 초는 환경 마인드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공원이냐.’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였다. 서울시도 ‘제방 바로 위에 공원을 만들기 어렵다.’고 물러섰다. 그러자 최 의원은 사비를 털어 제방을 땅으로 2m 정도 높였다. 결국 93년에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도림천 제방 위에 공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최 의원은 “공원의 나무가 제방의 지력(地力)을 높인 덕분에 도림천이 범람한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주민들을 위해 성심껏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안양천을 구로의 쉼터로 만들다 2000년대 이후 최 의원의 관심사는 안양천 개발 문제. 공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로 죽어버린 안양천을 다시 살리고 구민들의 쉼터로 다시 가꾸는 것이다. 최근 안양천에 철새가 돌아올 정도로 깨끗해진 것은 최 의원의 꾸준한 활동의 결실이다. 겨울철에 매월 한 차례 열리는 철새 모이주기 행사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다. 3년 전부터 요구했던 안양천 주변 공원화와 체육시설 확충 등이 최근 실현된 것도 최 의원에게는 뿌듯한 일. 또 신도림동과 구로 1,2동의 안양천 둔치에 ‘환상의 공원’,‘낭만의 공원’ 등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는 것까지 추진하고 있다. 최 의원은 “주변 녹지공간까지 활용하는 안양천 공원화는 한강 둔치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면서 “이젠 구민들이 관악산 대신 안양천에서 동식물들과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최 의원의 다른 구정 활동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 지난 8월과 10월 두번이나 지역 언론으로부터 모범 의원으로 뽑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 의원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정에 반영하는 게 어느새 ‘천직’이 됐다.”면서 “힘이 닿는 한 녹색 구로, 디지털 구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당당해진 욕…병든 사회의 ‘신음’

    당당해진 욕…병든 사회의 ‘신음’

    욕, 악장거리, 악구, 험담, 험구……. 우리말에는 욕설을 가리키는 말도 많고 욕 자체도 많다. 소설가 정태륭씨가 우리 욕을 수집해봤더니 일단 추린 것만 해도 6000개였다 한다. 욕이라 해봤자 ‘바카’(말과 사슴을 구별 못하는 바보),‘칙쇼’(畜生·짐승) 정도인 이웃 일본과 큰 차이다. 그만큼 욕은 우리의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표현양식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욕설의 범람 배경에는 아무래도 권위주의의 종말이 첫째 이유로 꼽힌다. 억눌렀던 힘이 사라지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욕을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할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욕설을 “권위나 위계질서, 규범·비규범의 경계가 무너진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민주화일 수도, 아노미상태일 수도 있다. 인터넷 문화와 대중매체의 상업주의가 부추기는 측면이 있지만 자율적이고 평등한 문화가 자리잡을수록 점차 사라지리라고 전망했다. ‘개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욕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해석도 있다. 사실 ‘개성’이라고 불리는 문화적인 코드치고 유행에 떠밀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충남대 황인덕 교수는 이 때문에 “자기 존재에 대한 과잉의식”으로서 욕을 정의했다. 또 갱그룹(Gang Group·또래집단)을 찾게 된다. ‘범생이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들이 ‘문제아그룹’에 억지로라도 끼기 위해 욕을 해대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그룹 구성원들보다 더 ‘오버’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초선의원들의 막말행태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비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병폐도 욕을 부추긴다. 꽉 막힌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욕은 단번에 뚫어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욕은 상소리가 아니라 강조어법이나 효과적인 전달 방식으로 자리잡기도 한다.‘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을 낸 계명대 김열규 석좌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의 포기 혹은 파괴로 인해 마지막으로 나오는게 욕”이라면서 “자위권의 발동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해서 ‘어쨌든 욕은 욕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는 “기층 민중들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욕”이라면서도 “바람직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욕은 어디까지나 우회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막말 퍼레이드’ 어디까지 모 야당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를 공개적으로 ‘무식한 꼴통’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야당 의원은 현 정권을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이라고 퍼부어 댔다. 막말을 하는 데는 물론 여야가 따로 없다. 헌법재판소를 ‘헌법제작소’, 헌법재판관을 ‘법복 입은 정치인’이라고 비아냥거린 여당 의원도 있다. 욕 권하는 사회 탓인가. 개인의 인격 부재인가. 새 정치에 대한 기대 속에 출범한 17대 국회의 ‘선출된 인재’들이 펼치는 험구정치에 국민은 피곤할 따름이다. 욕! 그것은 응달의 언어였다. 그런데 지금 욕은 벌건 대낮의 말이 됐다. 대한민국 한 복판에서 중인환시리에 당당히 토설하는 뻔뻔스러운 언어가 돼 버린 것이다. 어디 정치뿐이랴. 영화고 연극이고 소설이고 욕은 이미 문화까지 접수했다. 온통 막말 퍼레이드다. 어떤 이는 이 강파른 세상에 어떻게 욕 안하고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입 사나운 걸 탓하기 전에 세상 사나운 걸 탓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욕은 필요악인가.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욕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언젠가 빛고을 광주에서는 전국 욕쟁이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음습한 뒷골목에서 나뒹굴던 쌍소리가 양광에 삽상한 바람까지 쐬는 호사를 누린 것이다. 대회장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도 대표들의 옹골진 욕에 사람들은 배꼽을 쥐었다. 그 때 욕은 상스럽지도 더럽지도 않았다. 거기에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민족의 얼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차라리 ‘욕의 복권’이었다. 욕을 하지 말아야 함은 당위에 속한다. 그럼에도 욕은 어지럽게 춤춘다.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는 욕설의 하치장이다. 조폭코미디의 유행이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영화에서의 욕설 횟수는 줄었지만, 문제는 스토리 전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욕설이 습관적으로 끼어든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12세·15세 이상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서는 욕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문자 씹으면 죽구, 전화 안 받으면 더더욱 죽는다.” 청소년들의 삼각 사랑을 그린 영화 ‘늑대의 유혹’의 한 대목이다. 욕설문화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은 단연 인터넷 공간이다. 이른바 사이버 소설은 아예 10대들의 독천장이다. 인터넷 소설카페를 통해 또래문화를 형성한 이들은 온갖 욕설과 은어에 희한한 이모티콘까지 섞어 비문·오문 투성이의 ‘창작글’을 올리기 일쑤다.“그 뭬췐뇬이 나한테 꼬뤼쳤”“이런 뛰발”“이 새퀴들”“졸라”“아가리 묵념” 등의 낯 뜨거운 비속어들이 후렴구처럼 쓰인다. 욕 잘하는 캐릭터가 ‘쿨’한 주인공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존나 머싯는 놈’‘존나 사랑해’ 등 아예 제목에 욕이 들어가는 사례도 줄줄이다. 예술이란 마당에서 ‘활용되는’ 욕은 때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한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이제 욕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 순연한 카타르시스의 미학,‘욕의 힘’을 되찾아 줘야 할 때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전검열 안된다” “北사상 봉쇄 적절”

    정보통신부의 ‘친북’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에 시민단체들은 ‘정보통신부와 경찰의 과민대응’이라는 반응과 ‘현행법상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참여연대 이태호(36) 정책실장은 15일 “인터넷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정보들을 개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 자체가 인터넷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네티즌들이 성숙하게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함께하는시민행동 박준우(30) 개인정보보호팀장은 “정보통신부가 근거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법통신차단법’의 전신인 ‘불온통신차단법’은 지난 2002년 7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난 적이 있을 만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정보통신부가 미리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사전검열의 성향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김종일(46) 사무처장은 “인터넷이 세계적인 정보공유 매체라는 기본적인 특성과 남북 화해 분위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는데 경찰과 정보통신부가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다.”면서 “이미 국회 도서관이나 북한 자료원 등에 다 알려져 있는 자료들을 단지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실련 윤순철(38) 정책실장은 “현행법상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이상 현재로서는 북한 관련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옳은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권찾기시민모임 이기권(40) 대표는 “친북 사이트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주체사상을 전파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북한의 유일한 사상 전파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며 정보통신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Doctor & Disease] 김창환 경희대 한방병원장

    [Doctor & Disease] 김창환 경희대 한방병원장

    한국인에게 침(鍼)보다 더 가까운 의구(醫具)나 의술(醫術)은 아직 없다. 아직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 어느 약제도 침의 이런 불가사의한 위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침술은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온갖 병증에 두루 적용되고 있다. ●美의대 80곳서 대체의학 다뤄 이 침을 잡고 평생 의료 현장을 지킨 김창환(60) 경희대 한방병원장은 침이야말로 아직 현대의학이나 과학이 규명하지 못한 신비의 영역에 있다고 말한다. “침이란 우리 몸의 생체에너지 기(氣)의 통로인 경락(經絡)과 혈(穴)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어 질병을 예방, 치료, 진단하는 전통의술인데, 문제는 아직도 경락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서구의 많은 의학자들이 효험을 인정하고 있으니 불가사의한 일이지요. 미국의 경우 현재 80여개 의과대학에서 동양의학인 대체의학을 교과서에 수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침의 원리는 무엇인가. -한의학의 기본은 음양오행설이고, 여기에 경락학설, 장부학설이 더해져 침술을 낳았다. 간단하게 말해 인체에 존재하는 임맥과 독맥 등 14개 주요 경락과 365개 경혈을 자극해 생체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의술이다. 그런 침술이 구체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질환은 어떤 것들인가. -기본적으로 임상 각과의 모든 병증이 대상이다. 치료의 극치라는 마취 분야에서도 침술의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단, 용혈성 질환이나 에이즈같은 전염질환, 염증이 있는 질환 등에는 신중해야 한다. 침이 각 병증에 어떻게 작용하나. -통증이나 마비, 대사질환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침술이 각각 다르다. 예컨대 심한 통증의 경우 침으로 경혈을 자극해 엔돌핀 생성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쓰는데, 몰핀 계열의 이 엔돌핀은 체내에서 뛰어난 진통작용을 한다. 크게 보면 양의는 각 질환에 대해 미세하게 접근하는 반면 한의는 인체를 단일한 생체조직, 즉 전일개념으로 보고 접근한다. 암을 예로 들자면, 암 발생 부위와 연결된 경락을 자극해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뇌졸중·마비­호흡기질환에 특효 한의학의 전일개념에 대해 ‘인체의 작용과 기능, 거기에서 나타난 병증을 통합적으로 살피는 접근법’이라고 소개한 김 원장은 한의학의 마취 효과를 체험한 사례도 설명했다. “제가 인턴이던 지난 72년, 맹장염을 앓았는데, 침술마취로 수술을 받겠다고 자청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침술마취 충수절제술을 시도하게 됐는데, 이후에 더 효과적인 마취방법이 개발돼 지금은 자궁근종 수술도 침술마취로 해결할 정도입니다.‘경희 한의학’의 전통이 이렇게 쌓인거지요.” 침술의 마취효과를 정말 믿었나. -당연하다. 중풍이나 척추경추 손상으로 인한 마비는 물론 최근에는 사시나 대사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에도 침술이 폭넓게 적용된다. 말기암의 경우 통증이 심해 마약류를 투여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침술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침술은 어떻게 분류하나. -종류별로는 몸 전체에 침을 놓는 체침, 귀에 놓는 이침, 머리를 자극하는 두침, 손에 놓는 수지침, 발에 놓는 족침 등으로 나누며, 방법에 따라 벌의 독성을 이용하는 봉독약침 등 침과 약을 병용하는 약침, 전기자극을 이용하는 전침, 침과 뜸의 기능을 합한 온침, 침을 불에 달궈 사용하는 화침, 레이저를 경혈에 조사하는 레이저침 등이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침술이 임상 각 과에 두루 적용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특별히 유효한 질환이 따로 있지 않나. -그렇다. 뇌졸중이나 안면마비 등 마비질환, 요통이나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 편도선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질환, 월경통이나 산통 등 부인과 질환, 두통,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신경정신과 질환, 소아 사시 등 안과질환과 금주 금연 등 약물중독, 비만치료 등을 들 수 있다. ●주먹구구식 사술 난립 부작용 커 그는 사술(詐術)의 범람 등 한의학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일제가 정책적으로 한의학을 말살하려고 해 참 손실이 컸습니다. 여기에다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잃은 게 적지 않지요. 또 원래 한의학, 특히 침술은 서양의학과 달리 간편하다고들 여기는 데다 비방(方)의식이 있어 제대로 배우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사술 문제를 일으켜 오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 부작용도 무척 큽니다. 그러나 침술이 그렇게 접근할 의술은 아닙니다. 치명적인 감염이나 치료부작용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침술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WHO(세계보건기구)가 건강의 영역에 한의학의 일부인 ‘영적 요소’를 추가했으며, 서구의 의학교육에서 대체의학을 공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편두통이 느껴지면 ‘침 맞으러 가겠다.’고들 말한다. 한의학의 과학성이 규명되면 우리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놀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는 안된다. 과학화, 통계화가 중요하다. 지금의 세상은 한의학이 흥성했던 조선시대와 다르다. 한의학에서도 적극적으로 첨단 이화학적 기기를 개발, 활용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타당성있는 치료술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도 인식을 바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지원해야 한다. ■ 김창환 원장 △경희대한의대 및 대학원(한의학 박사)△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장, 교육부장, 진료부장△대한 침구학회장△대한한의학회 이사장 등 역임△현, 경희대 한방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지는 가을을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가을색 짙은 목소리가 매력 만점인 가수 최헌의 노래가사처럼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는 곳으로 말입니다. 어디 그리움뿐이겠습니까. 그 곳에선 정말 새털처럼 가벼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이 바싹 마른 이파리가 되어 팔랑팔랑 굴러다녔습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운 양 애처롭게 처진 중년 남성의 서러움도, 야윈 늦가을 햇살을 쪼이는 노인의 쓸쓸함도 하나 둘 내려앉고 있었구요. 그래도 눈처럼 쏟아져 날리는 이파리들은 팍팍한 일상을 사느라 헛헛해진 가슴속을 푸근히 채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소담스럽게 쌓인 샛노란 은행잎을 하늘 높이 뿌리며 동화를 꿈꾸고 있었지요. 호젓한 선암사 오솔길과 함양 상림, 그리고 춘천 남이섬. 지는 가을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 곳으로 안내합니다. 글 사진 선암사·남이섬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선암사 11월 늦은 오후에 찾은 선암사엔 반쯤 진 가을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1500년 연륜의 고즈넉한 사찰 뒤로 얼기설기 난 오솔길은 아직 단풍 반 낙엽 반. 바람이 불 때마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에 ‘어머 어머!’하고 여자들의 탄성이 터진다.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의 감수성이 예민한가 보다. 선암사 뒤 낙엽 산책길은 대략 네 갈래다. 선암사∼운수암, 삼인당∼대승암, 매표소∼삼인당 그리고 선암사∼송광사 코스 등. 각각 독특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삼인당∼대승암 길로 가보자. 인공연못인 삼인당 갈림길에서 왼쪽의 대승암·송광사 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삼인당(三印塘)은 길쭉한 알 모양의 인공연못이다. 신라 경문왕때 도선국사가 축조했다고 전해진다. 알속의 노른자처럼 연못 안에 작은 섬을 두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삼인당 주위의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낙엽이 수면을 덮은 풍광이 제법 화사하다. 부도탑을 지나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옹달샘과 함께 낙엽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직진하면 대승암, 오른쪽의 큰 길을 따라가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대승암으로 이어지는 낙엽 오솔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길 왼쪽으로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들리는 것은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소리뿐. 암자까지 외길인지라 등산객을 만나기 어려워 더욱 호젓하다. 선암사∼운수암길은 선암사 오른쪽으로 나 있다. 강선루를 막 지나면 나오는 첫번째 부도탑에서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미 황갈색 낙엽이 길을 뒤덮고 있다. 5분쯤 비탈길을 올라가니 운수암에 닿는다. 새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 암자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만추의 절정을 보여준다. 양지쪽이어선지 맞은편 산등성이는 아직 오색단풍이 한창이다. 암자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마치 불타는 단풍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 매표소∼삼인당 길은 선암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곳으로 가장 널찍하다. 왼쪽 아래는 맑고 투명한 계곡. 조계산을 붉게 물들였던 가을이 계곡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발걸음은 승선교 앞에서 자연스럽게 멈춘다. 승선교는 선암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 자연석을 이용해 만든 무지개 모양의 다리다. 다리 일부에 균열이 생겨 지난 1년여간의 해체 보수를 거쳐 최근 제모습을 찾았다. 승선교(昇仙橋)는 글자 그대로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발을 디딘다는 다리. 반대로 승선교 앞에 버티고 서 있는 2층 높이의 강선루(降仙樓)는 신선이 내려온 누각이라고 한다. 승선교 아래엔 항상 사진작가들이 다리 아래서 올려다보이는 선암사 풍광을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조계산 능선을 넘어 송광사까지 가는 낙엽 트레킹에 도전해 보자. 선암사∼선암굴목재∼송광굴목재∼송광사 등의 순으로 대략 8.5㎞쯤 된다. 단풍과 낙엽의 운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자동차를 가져왔다면 길을 되짚어 오거나 송광사에서 택시를 타고 선암사 주차장까지 와야 한다. 왕복 트레킹에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빠져 22번 국도와 857번 지방도를 차례로 탄 뒤 선암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나들목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선암사 주차장에 닿는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순천역에서 내려 1번 또는 100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까지 갈 수 있다. 선암사 아래 길상식당(061-754-5599)의 한정식이 깔끔하고 맛도 괜찮다.3인 기준 1인 1만 2000원. 장원식당(754-6362)의 산채비빔밥도 유명하다.5000원. 주변에 새조계산장(751-9200), 산암장여관(754-5666) 등 여관이 많다. ■남이섬 이번이 세 번째다.20년 전 대학시절 여름 MT 왔던 게 첫번째, 지난 여름 확 달라졌다는 남이섬을 확인하러 온 게 두 번째다. 처음 왔을 때는 인공숲이 빈약해 그저 널찍한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생각밖에 안 난다. 지난 여름에 와선 거대한 숲의 섬으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남이섬의 진수는 이번 세번째 나들이에서 본 것 같다. 단풍이 반쯤 진 남이섬. 연인들이 걷는 오솔길이든 아이들이 뛰노는 잔디밭이든 땅바닥은 그야말로 오색 도화지다. 나무를 떠난 이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11월의 오후. 짧아진 가을햇살에 고목이 긴 그림자를 벗한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는 듯한 노부부, 날아갈 것처럼 숲길을 누비는 10대,20대 커플, 자전거를 타고 바람같이 내달으며 쌓인 낙엽을 날리는 아이들. 남이섬은 신기하게도 이처럼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품는다. 반달 모양의 남이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400여m의 잣나무 길. 늘푸른 잣나무는 녹슨 꼬마열차 궤도를 벗한 채 아직도 여름을 꿈꾼다. 잣나무 길 양쪽으로 널찍한 잔디밭이 이어지고, 그 너머엔 갖가지 단풍나무들이 오색찬란한 가을빛을 내뿜는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은 잣나무 길과 연결되는 십자로의 오른쪽에 있다. 황갈색 옷으로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 너머로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하얗게 넘실댄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잣나무길엔 ‘연인들의 산책로’란 이름이 붙었다.80년대 중반 젊은이들의 눈물샘을 꽤나 자극했던 영화 ‘겨울나그네’가 촬영된 곳. 추풍낙엽이라고 했던가. 느낄듯 말 듯한 가벼운 바람도 버티지 못하고 은행잎이 쏟아져 내린다.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낙엽비.2인용 자전거를 타고 샛노란 비를 맞는 연인들의 연가가 아름답다. 섬 동쪽으로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엔 튤립나무와 자작나무숲이 이국적 자태를 뽐낸다. 숲 사이로 자리잡은 삼각형 모양의 방갈로 지붕위로 단풍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간간이 놓인 나무벤치는 어김없이 연인들의 차 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오솔길은 남이섬에서 가장 운치 있는 곳. 은행잎은 벌써 7할쯤, 단풍잎은 반쯤 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번쯤은 멈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숲속은 동물들의 세상이다. 아이들의 뜀박질에 화들짝 놀란 청설모들이 잽싸게 기어올라간다. 잿빛 토끼 한 마리는 멀찌감치서 잔뜩 긴장한 자세로 사람들을 주시한다. 국도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청평읍, 가평을 거쳐 경춘주유소 4거리에서 우회전해 2.4㎞ 정도 들어가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주차료는 4000원, 도선·입장료를 합해 왕복 5000원(어린이 2500원). 드라마카페 ‘戀家之家(연가지가)’의 ‘옛날 벤또 도시락’은 남녀노소, 특히 연인들이 좋아하는 메뉴. 양철 사각 도시락통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김치와 계란 프라이를 얹어 뚜껑을 덮은 뒤 연탄난로 위에서 데워 먹는다. 먹기 전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도시락을 들어 사정없이 흔드는 게 ‘요리’의 포인트.4000원. 문의 남이섬 관리사무소 서비스센터(031-582-5118). ■상림 경남 함양 상림(上林)은 ‘낙엽의 천국’이다. 산도 아닌 벌판 한 가운데를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가득 덮고 있는 곳. 여름이면 하늘을 가려 한 줌 햇살도 허용치 않을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지금은 반쯤 졌다. 숲 가운데의 큰 길은 물론 사이사이 난 오솔길은 온통 낙엽 천지. 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니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더미가 부스럭거리며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상림은 1100여년 전 조성된 인공활엽수림이다.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 부임후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 당시 심은 나무들이야 늙어 죽었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대를 이어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귀중한 활엽수림으로 남았다. 상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활엽수림이다. 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6만여평이었으나, 지금은 길이 1.4㎞, 폭 200m,2만 7000여평만 남아 있다. 상림엔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졸참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 사람주나무, 감나무 등이 주요 수종.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고 굵기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신라 때 조성됐던 숲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낙엽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참나무 계통은 떨어질 때부터 갈색이지만, 느티나무나 감나무 이파리는 떨어진 뒤에도 마르기 전까지는 붉거나 노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나보다. 어른들에겐 사색의 대상인 낙엽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의 수단일 뿐. 두 손 가득 낙엽을 집어 뿌려대는 아이들 표정에 천진함이 넘친다. 상림엔 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울과 군데군데 세워진 함화루,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숲 한편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아놓았다. 또 최치원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 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세워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IC 표지판이 보이면 빠져나와 우회전해 5분쯤 가면 함양읍이다. 가던 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 위천을 건너기 전 우회전해 천변 도로를 5분쯤 달리면 상림과 만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가 5회 출발한다. 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상림까지 기본요금에 간다. 상림 주변 및 함양읍내에 별궁장여관(055-963-9241∼3), 상림장여관(055-963-1170) 등 여관이 많다. 상림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안의면사무소 소재지가 나온다. 안의고추갈비찜으로 유명한 곳. 매콤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옛날할머니 갈비식당’(055-962-0163) 등 갈비찜을 내는 식당이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1접시 2만 5000원(2인)∼3만 5000원(3인).
  • [7일 TV 하이라이트]

    ●특선다큐-나일의 대범람(EBS 낮 12시10분) 나일강이 매년 범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일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다 보면 두 개의 강줄기로 나뉜 곳이 있다. 하나는 백나일강, 다른 하나는 청나일강이다. 두 강줄기가 만나는 곳은 수단의 수도 하르툼으로 아랍과 아프리카,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만화경 같은 곳이다. ●도전!지구탐험대(KBS2 오전 8시50분) 몸짱 탤런트 함재희가 요트 경주에 참가하고자 브라질로 날아갔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를 무대로, 좌충우돌하는 브라질 바다체험이 펼쳐진다. 탤런트 구자미가 케냐의 기리야마족을 만나러 갔다. 기리야마족의 독특한 결혼식과 주술의식, 소소한 생활상이 공개된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찬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에 걸맞은 해물탕과 오리탕의 진미를 맛본다. 푸짐한 해물이 양념과 조화를 이뤄 얼큰하고, 화끈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해물탕, 부드러운 살코기와 뼛속까지 진하게 우러난 국물 맛에 고소한 들깨 가루가 들어간 보양식 오리탕의 맛대결을 선보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톰킨스씨는 푸마린공원의 일부를 구입해 숲을 보호하는 일을 시작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가난한 나라의 땅을 사 이익을 챙기려는 욕심많은 부자라고 비난한다. 지구상 온대 우림지역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칠레 푸마린공원을 개인이 사들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게릴라 리포트(iTV 오후 8시5분) 지난 10월18일부터 서울의 각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는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중식시간에 대해 시민들과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북학파로 잘 알려진 연암 박지원을 만나본다. ●한강수타령(MBC 오후 7시55분) 단옥은 가영에게 새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며, 준호가 응급실로 실려갔었다고 말한다. 그 소리에 놀란 엄마는 단옥에게 준호가 병원 간 것과 가영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따진다. 신률은 힘없이 자리에 엎드려 있는 가영에게 밥먹으러 가자며 데리고 나간다.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순신이 보이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미진은 원균을 찾아가고, 원균은 군선을 이끌고 밀무역이 이뤄지고 있는 섬으로 향한다. 순신은 상단 칼잡이들과 야스요시 일행을 상대로 혼자 분전하던 중 원균과 좌수영 군사들의 도움으로 이들을 모두 소탕하게 된다.
  • “싸구려 아냐” 中, 대표브랜드 세계화 시동

    “싸구려 아냐” 中, 대표브랜드 세계화 시동

    거대 내수시장에 안주해왔던 중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독자 브랜드의 구축없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영원한 3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 기업들은 뒤늦게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비와 광고비를 대폭 늘려 ‘중국산=싸구려’라는 인식 바꾸기에 나섰다. ●중국 대표 브랜드 후보군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1월8일자)에서 세계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대표 브랜드 후보군으로 전자제품업체인 하이얼과 TCL,SVA 등을 꼽았다.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스,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보도 거론됐다. 중국 대표 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은 10∼20년전 한국 기업들을 연상시킨다. 중국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외국에 심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과 현지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TCL은 향후 수년간 현재 매출의 3% 수준인 R&D 비용을 5%로 늘릴 계획이다.SVA는 현재 매출의 6%를 R&D에 쏟아붓고 있다. 마케팅 비용도 대폭 늘렸다. 중국의 지난해 광고비용은 240억달러로 세계 3위였다.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스폰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현지에 연구소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 기업들이 했던 것처럼 중동 등 개발도상국을 해외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외국 유수 기업들과의 제휴는 물론 합작사의 브랜드를 내세운 마케팅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전자그룹 톰슨을 인수한 TCL은 미국시장에서는 톰슨의 대표 브랜드인 RCA로, 유럽시장에서는 톰슨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아직 갈 길은 멀어” 중국 기업들의 세계 브랜드로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혁신이나 연구개발을 등한시하는 기업 풍토와 외국 명품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과도한 선호도, 위조품 범람 등도 중국 기업들에 장애가 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전자제품회사인 SVA의 해외시장 담당 부사장 첸 홍은 “(중국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만 갖고는 세계 시장에서 미래가 없다.”고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냉장고와 에어컨을 주력으로 하는 광둥 커론 전자 지주회사 구추쥔 회장도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인식과 중국은 위조품의 천국이라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6) 영원한 이상향,‘우산민국’ 울릉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6) 영원한 이상향,‘우산민국’ 울릉도

    조선 영조 연간에 대역사건이 터졌는데,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삼봉도가 동해 가운데 있으며,둘레가 심히 크고 사람도 많으나 예부터 나라의 교화를 벗어나 도망친 사람들이 만든 섬이다.빈한하고 미천한 자를 위하여 망명 역적인 황진기가 장군이 되어 정 진인을 모시고 울릉도에서 나오고 있다.청주와 문의가 먼저 함락되고,서울이 함락될 것이매,이씨 대신에 정씨가 들어서서 가난없고 귀천없는 새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씨 왕조가 무너진다는 이런 내용의 유언비어는 괘서와 투서로 널리 퍼져서 당시 경기·충청도의 백성들을 동요시켰다.삼봉도는 이미 15세기 말인 성종 연간에도 운위된다.도망친 무리가 1000명이 넘게 살고 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토지가 비옥하고 풍요로우며,청명한 날이면 경흥에서 바라보이며 회령으로부터 동쪽으로 7주야를 가면 도달한다고 하였다. 조정에서는 수차례나 이 무리를 뿌리뽑으려고 노력했으나 뱃길이 험하고 위치도 불명확하여 실패한다.세금을 내지 않는 자유스러운 땅으로 회자되어 민심을 유혹하므로 그곳에 다녀왔다는 자는 극형에 처하여 백성들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삼봉도는 유토피아의 땅이니,실제의 울릉도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성종실록에는 영흥 사람 김자주가 삼봉도를 발견한 대목이 나오는데,그는 아마 독도를 삼봉도로 간주한 듯하다.실존 여부와 무관하게 민중들에게 오랜 이상향으로 알려져 왔으며,그만큼 먹고 살기에 요족한 섬이 동해에 있다는 믿음의 증거다.오죽하면 고려 현종 9년(1018) 동북 여진이 먼 울릉도까지 침범했을까. ●3만 헤아리던 인구 8000명으로 줄어 “참으로 살 만한 곳이지요?”“무슨 말입니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요.”섬목선창에서 만난 어부에게 이상향 운운하는 고상한 말을 건넸더니 대뜸 막막하다는 대답이 되돌아온다.그 옛날 이상향의 지금 모습은 강파르기만 해 3만을 헤아리던 인구가 8000명으로 줄었다.오징어 흉년에다가 주업인 약초재배도 중국산이 범람해 막을 내리는 중이다. 이 땅의 역사 기록은 ‘이사부’로부터 시작된다.신라 22대 지증왕 13년(512) 이사부로 하여금 우산국을 정벌케 하였다.인심이 사나워서 무력으로는 항복시키기 어려우니 계책으로 항복케 하리라 하고 목우사자로 위협하여 굴복시킨 뒤 매년 신라 조정에 조공을 바치도록 했다.이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우산국 우해왕(于海王)이 대마도 공주와 결혼했다는 전설이 현재까지 전승된다.울릉도와 대마도가 해상을 통해 상통하였다는 증거다.‘말을 잘 듣지 않는’ 우산국은 항복은 하였으되 반독립적 상태를 장기간 지속했음 직하다.학자에 따라서는 해상 강국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울릉도 ‘거주 금지’와 ‘육지 소환’은 육지로부터의 ‘독립성’을 중앙 통치권력에의 도전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울릉도 개척은 조선조 고종 19년(1882)의 개척령 반포에 이르러서야 공식 윤허된다.그렇다하여 개척령 이전에 잠행하는 도민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리라.개척령이 가난한 이들에게 울릉도행 배를 타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동해안의 강원·경상도민뿐 아니라 멀리 전라·제주에서까지 들어왔다.지금도 곳곳에서 개척이란 단어를 많이 듣게되며,주민의 뿌리도 각양각색이다. “개척 당시,겨울을 지내면 식량이 바닥나곤 했지요.굶주림에 시달릴 때 눈 속에서 명이가 올라오는 거예요.그걸 캐다가 연명했대요.명(命)을 잇게 한다고 이런 이름이 붙은 나물입니다.” 저동항에서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정례(49)씨 식탁에도 틀림없이 이 명이가 올라온다.귀한 반찬이다.산마늘을 뜻하는 말로,울릉도 나리분지의 특산물이다.남획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부지깽이 삼나물 고비 땅두릅 산마 더덕 미역취 도라지 등과 더불어 여전히 울릉도의 특산물에 속한다.도민의 대부분이 비탈밭에서 나물농사를 짓거나 자연채취로 생계를 꾸려갈 정도다. 섬이기는 하지만 어업 못지않게 농업이 중요하다는 증거다.사실 횟감보다도 산나물이 더 잘 알려져 있다.풍족한 비와 적설량,대마난류권의 따스한 연중 기온,제주 화산토와는 다른 강한 지력(地力) 등은 이곳을 산채 및 약초의 본향으로 만들었다.화산섬이란 특수한 자연 조건이 만든 결과이다. ●땅과 바다의 힘이 맞서 탄생한 화산섬 미국의 저명한 생태학자 레이철 카슨은 화산섬을 ‘지속적이며 격렬한 산고의 결과물’로서,‘창조하려 애쓰는 땅의 힘과 거기에 저항하는 바다의 힘이 맞선 결과로 탄생한다.’고 하였다.지금도 세계의 바다 속에서는 끊임없이 화산 폭발이 진행돼 섬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울릉도 역시 폭발 이후에 누적된 바다의 침식과 풍뇌우설의 공격으로 깎이고 다듬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분화구였던 나리분지에는 물이 고이고 고여 기름진 토양의 원천이 되었다. 1787년 서양인 최초의 울릉도 탐사기라 할 수 있는 ‘라 페루즈 항해기’에는 울릉도를 ‘다주레’라고 명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경사가 굉장히 심했고,산정에서 물이 있는 곳까지 좋은 수목으로 뒤덮여 있다.상륙 가능한 7곳의 모래로 된 조그만 만(灣)을 제외하고는 벽처럼 수직으로 노출된 암벽이 섬 주위를 둘러쌌다.’ 지금이라고 이 기록과 크게 다를 바 없다.울릉도의 시원지인 현포,연락선이 닿는 도동,어업 전진기지 저동,아름다운 천부항,신항이 건설되는 사동 등을 제외하면 가파른 암벽투성이다.울릉도가 신비롭다 함은 그만큼 산세가 험하다는 의미다.고종 29년(1892)에 창작된 정처사술회가(鄭處士述懷歌)에도 개척민의 고난과 험준한 도로사정이 잘 그려져 있다.현포에 상륙해 바닷길을 따라 귀암을 거쳐서 천부동에서 나리동을 올라가 거기에서 다시 저동으로 내려와 도동을 거쳐 사동으로 가는 고단한 노정이었다. 나리분지의 투막집과 너와집은 이런 고난의 개척사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최병용(36) 북면 청년회장이 원시림 속의 산신령 약수터로 잡아끈다.“성인봉 아래에서 솟는 이 물 자시고 가면 천년을 살지요.” 마셔 보니 과연 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천연기념물이 된 울릉국화와 섬천리향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으니 나리분지야말로 울릉도의 중핵이다.지금은 일부에만 후박나무와 향나무 숲이 남았지만 예전에는 조밀한 숲이 우거져 선박건조용으로 남벌됐다.일본은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벌채권을 확보하여 이곳 나무를 베어갔다.강원도 관초(關草·1886)에 따르면,일본인들은 대규모 선단으로 출몰하여 아예 도동에 점포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송곳같이 솟은 추산 자락에서 고비와 도라지농사를 짓는 주민 서영필(전 북면 면장)씨는 이곳을 ‘해중보배’로 표현한다.“관음도는 원래 깍새섬이라고 했지요.고기가 없던 개척 당시에 그 깍새 고기로 영양을 보충했고요.” 깍새는 슴새를 말한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슴새나 멧비둘기들이 모두 훌륭한 단백질원이었다.산세는 거칠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먹을 것이 지천이다.“그러나 해중보배라도 교통 불편은 어쩔 수 없습니다.”실제로 섬을 헤짚고 다니는 차는 모두 사륜구동이다.일반 승용차로는 어림없다. 석포에 오르니 독도가 먼 발치에 떠있다.고 이종학옹이 자료를 내놓고 삼성이 지원하여 독도박물관을 지은 것까지는 좋았는데,하필이면 바다도 보이지 않는 계곡에 지은 것이 영 불만스럽다.코 아래로 죽도가 보이고 쾌청한 날이면 독도까지 보이는 석포야말로 독도 관해(觀海)의 명당임은 필자만의 생각일까.토박이 박태철(73)옹도 “물마루에 떠오르는 독도는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라며 거든다. 육지와 섬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울릉도에도 도동을 중심으로 한 관청 중심지와 북면 등의 오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일주도로가 관음도 바로 앞의 섬목에서 끊겨 반드시 배를 타야만 도동이나 저동으로 나올 수 있다.섬 안에 또 하나의 섬이 존재하는 셈이다. ●따스한 기온 기름진 땅에 후덕한 인심까지 지금의 조건만으로도 울릉도는 충분히 ‘이상향’이다.맑은 공기,따스한 기온,기름진 땅,게다가 후덕한 인심까지 더해진다.섬이라는 조건에 부합하고 백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이 아쉽고 절실하기만 하다.울릉도는 울릉도다워야 한다.‘육지 따라 배우기’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해양생태적 사고만이 울릉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으리라. 이곳의 옛 길과 임도(林道)를 살린다면 어떨까.가령 길이 끊긴 내수전~섬목 구간은 옛길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작은 섬에 수천 대의 차량이 나다닐 필요가 있을까.친환경적인 자전거도로를 거미줄처럼 엮어놓는다면 그 자체가 장관 아니겠는가.‘자전거의 섬’이 완성된다면 현재의 차량 물결에 비하랴.덧붙여,포항 배편 같은 독점 노선은 언제나 말썽이다.교통문제 해결없이는 현실적으로 이상향은 어렵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용출수만으로도 수력발전을 할 수 있는 섬,죽도와 삼선암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풍광으로 유혹하는 신비의 섬,우산국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우산민국’인 섬,그 섬에서 돌아오는 뱃전에서 연방 울릉도 호박엿을 먹고 있었다.이상향이 될 조건은 여전히 충분한데,그 이상향이 현실 속에서도 이 호박엿만큼이나 달콤했으면 오죽 좋으랴.
  • ‘8월 건설교통인’ 선정 박병희 소장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그날 밤 제방이 유실되는 것을 발견하지 않았으면 큰 물난리가 날 뻔했지요.” 지난달 18일 15호 태풍 ‘메기’가 남부지방을 휩쓸 때 제방이 유실되는 것을 발견해 밤샘작업 끝에 범람을 막은 공로로 건설교통부로부터 ‘8월의 건설교통인’ MVP로 선정된 거봉종합건설 박병희(47)씨. 영산강수계 치수사업 현장소장인 박씨는 당시 전남 나주시 일대에 강수량 450㎜의 비가 내려 홍수경보 및 주민대피령이 발령되자 제방 순찰에 나섰다.제방을 꼼꼼히 살피던 그는 오후 7시쯤 산포면 남평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곧바로 직원 5명을 불러냈고 주민 60명과 함께 둑쌓기 공사에 나섰다.회사 장비인 굴착기 3대와 덤프트럭 4대를 현장에 동원했고,마대 2000장으로 둑을 쌓아 제방 유실을 막았다. “누구라도 제방 유실을 발견했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직원들과 주민들이 밤새 비를 맞으면서도 서로 도와 마을과 농경지를 지켜냈습니다.” 박씨는 이튿날 새벽 3시30분까지 90m에 이르는 제방 유실 부분 4곳을 복구했다.날이 밝은 뒤에도 복구장비를 비상대기시키는 등 비상근무조를 편성,수시로 제방 수위를 체크했다. ‘건설교통인’ 상은 건교부가 우수 직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설교통 분야에 공을 세운 사람을 선정해 상을 주는 제도다. 김용수기자 dragon@seoul.co.kr
  • [논술비타민] 정보화 사회와 인간

    (가),(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대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인문·자연계열 공통) (가)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숙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제출하다 사오정과 저팔계는 밤 늦도록 PC 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야! 그만 집에 가자.” 저팔계가 걱정이 되는지 사오정에게 말을 건넸다.“조금만 더 하고….조금만 더 하면 레벨이 올라간단 말이야.” 사오정은 게임에 열중이다. “너 삼장 선생님이 낸 숙제 다 했어?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잖아!” “그거 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약간만 고치면 돼.게임에 방해되니까 말 시키지 마.” 사오정은 다시 게임에 빠져들었다. 저팔계는 한숨을 쉬더니 “그럼 먼저 갈게.내일 보자.”며 자리를 떴다. 2.사오정 혼쭐나다 다음 날,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 집에서 만났다. 과제물을 살펴보던 삼장 선생이 갑자기 사오정에게 호통을 쳤다.“사오정 이 놈! 숙제를 자신이 직접 해야지.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효과가 있겠느냐!” 갑작스러운 호통에 사오정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 녀석이 잔꾀만 늘어가는구나.그럴 바에는 숙제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지 않느냐.시간만 낭비한 셈이지.좀 힘들어도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알겠느냐?” “네….” 사오정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이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이 건넨 논술 문제를 풀었다. 3.삼장 선생,명쾌하게 해설해주다 “사오정과 저팔계의 답안을 살핀 삼장 선생은 “사오정! 인터넷에서 숙제를 내려받더니 인터넷 얘기만 잔뜩 해 놓았구나.” “예?” 사오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삼장 선생은 말을 이어갔다.“이 문제는 (가),(나)의 제시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라고 하였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한 후,그 정리된 내용,즉 글쓴이의 입장에 관해서 반론을 제시하면 된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제시문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 (가)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주의 신비가 풀리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 때문에 생명까지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인간의 영혼 및 정신이 들어설 자리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제시문 (나)는 최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곧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공간 이동 또한 무한대로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의 출현을 목격하게 되는데,이 공간은 과학의 산물임에도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과 상상의 세계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우주와 사이버 세계라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인데,우주라는 공간 개념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이 깃들 여지를 축소시켜버린 반면에 사이버 공간은 반대로 잃어버린 영혼의 자유와 상상의 세계를 확장한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다.이러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사이버 세계 역시 영혼의 자유나 상상의 세계를 확장하기보다 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면 된다.여기에 어떻게 하면 사이버 공간이 영혼과 상상의 세계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을 덧붙인다면 더욱 바람직한 답안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사이버 공간이 곧 인터넷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인터넷 공간이 사이버 공간의 한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사오정처럼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 답변을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실제로 이 모의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의 답안을 채점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출제의도와는 무관하게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어,최근 매체로부터 집중적 관심을 모은 인터넷의 폐해를 서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인터넷의 폐해로 지적된 사례 예시 과정에서도 다소 획일적 전형성이 나타났다고 한다.우리가 흔히 듣는 인터넷의 폐해로 익명성의 자유가 야기하는 언어 폭력의 문제,포르노 등 음란물의 범람,게임 프로그램에 내포된 소비성 및 파괴성,중독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한 답변은 피상적인 답안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뿐 아니라 창의력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우므로 바람직하지 않다.인터넷 공간이 아니라,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 자체의 본질적 특성 및 가능성 등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4.삼장 선생,보충 설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인터넷 등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관련,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과연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 주는가 하는 관점에서 정리를 해놓으면 현대 사회나 문명과 관련한 문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대입 논술에서는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출제 빈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준다는 입장에 선 경우 당연히 각종 정보 및 통신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사회의 각 부문에서 쌍방향 정보기술의 발전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예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한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등 반대 입장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부정적 전망에 입각할 경우 정보화 사회를 지배하는 탈가치적 지식이 인문적 교양을 황폐화시키고 인간관계를 피폐시켜 결국 인간성이 상실된다는 점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특히 기술의 발전을 역사발전과 동일시하는 기술결정론적 사고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역사의 발전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긍정적 전망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는 것도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하는 하나의 요소다. 이 두 가지와 다른 입장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과학기술 그 자체는 인간의 삶에 대해 중립적이며,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결국 인간의 의지에 따라 정보화 사회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관점이다. 어떤 관점에서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정보화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관한 배경 지식을 잘 정리해 둬야 한다.특히 정보화 사회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논술 문제가 궁극적으로 늘 우리들의 현재 삶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똑같은 정보화 관련 문제라 하더라도 문제 제기 방식이나 접근 방식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알겠느냐?” 5.사오정,하늘이 가르쳐주다 “삼장 선생님!” 갑자기 사오정이 삼장 선생을 불렀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허허! 이 녀석이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구나.모든 선생님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원래 모르는 것이 없단다.척 보면 다 알 수 있지.허허! 사실은 내가 오늘 네가 제출한 과제 내용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단다.그런 거 보면 너는 참 운이 좋구나.걸리지 않았으면 계속 그런 식으로 과제를 냈을 것이고,결과적으로 너는 전혀 실력이 향상되지 못했을 거야.이번에 걸렸으니 정말 다행이다.” “운이 좋은 건가? 헤헤헤!” 사오정은 겸연쩍게 웃었다. 다음 주에는 ‘역사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논술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우리 동네 이야기]한강로 1,2,3동

    [우리 동네 이야기]한강로 1,2,3동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7조원이 몰린 ‘용산시티파크’ 분양권 당첨경쟁,70년대 초를 풍미했던 가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그리고 용산민자역사와 국내 최대 용산전자상가 등이 위치해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많은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1·2·3동에 포함된 곳이다. 한강로 1∼3동은 서로 인접해 있는 3개 동으로 용산구 전체 면적의 14.45%를 차지하는 상당히 규모있는 곳이다.그러나 면적에 비해 가구수는 많지 않다. 3개 동의 총 가구수는 6665가구로 용산구의 7%에 불과하며 같은 구 청파 1동 한 곳과 비슷한 수치다.미군기지와 용산역 그리고 역에 딸린 철도 부속 시설들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한강로 1·2·3동 일대는 이촌동이 아파트촌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한강이 범람하면 물바다를 이뤄 억새풀이 우거진 습한 늪지를 형성했다.이 때문에 이곳을 ‘새펄’이라 불렀다.세월이 흐르면서 ‘새펄-새뻘-세뿔’로 발음되다 일제시대 토지조사사업 과정에서 ‘세뿔’ 곧,‘삼각’(三角)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한강과 서울역,이태원 등 세 갈래로 통하는 길이라는 의미로 삼각지라 했다고도 한다. ‘돌아가는 삼각지’라는 노래 제목은 이곳 삼각지에 입체교차로가 건설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회전식 입체교차로인 이곳은 한강과 서울역,용산구청,이태원 등 4방향 교차시설(총 연장 1085m)로 1967년 2월 착공된 뒤 11개월만인 12월에 준공됐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 체증과 지하철 4·6호선 개통,구조물의 노후화 등으로 입체교차로는 94년 철거됐다. 한강로 1·2·3동은 최근 기록적인 용산시티파크 청약증거금이 보여주듯 부동산 개발 바람에 힘입어 ‘강북 속 강남’을 꿈꾸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또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생활환경이 크게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안테나를 기울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이곳 주민들 역시 ‘삼각지 일대’가 용산 새바람의 중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패션1번지 청담동

    패션1번지 청담동

    ■요즘 청담동은…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동 사거리까지 800여m,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지나 학동사거리까지 500여m에 이르는 삼각지대.‘청담동패션거리’는 수입 브랜드,디자이너 브랜드 할 것 없이 대부분이 본사를 두고 있고,가장 먼저 신제품을 받아들이고,가장 먼저 세일을 하고,가장 많은 라인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가히 ‘패션 특별구’다. 혹자는 고가의 제품만이 범람하고 있는,‘가진 자,그들만의 패션 리그’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이곳이 트렌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패션 1번지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요즘 이 거리에 변화가 한창이다.1980년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속속 들어오고,1990년대 중반 수입브랜드가 터를 잡은 이후 세번째 변화의 물결이다.50여개의 수입브랜드와 일명 ‘럭셔리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는 수입브랜드의 밀집지역으로 바뀌고,국내 유명 디자이너 부띠크는 터줏대감 몇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인기몰이가 한창인 디자이너들은 임대료가 비싼 청담동 대신 젊음이 가득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속으로 스며든다. 최근 급속히 불어난 편집매장(멀티숍)이 이곳에 파고들어 수입브랜드,디자이너숍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글싣는 순서 (1)패션거리를 일군 디자이너브랜드 (2)이곳에 집결하라,수입브랜드 (3)시대의 유행이 한자리에,멀티숍 ■디자이너 브랜드숍 올 가을,청담동은 더욱 과감해졌다.흔히 봄의 색상이라고 여겨지는 핫핑크나 여름에 풍미하는 아쿠아블루,그린이 가을까지 연결되고 있다.검정,회색,갈색에 포인트 컬러로 활용되거나,아예 메인색상으로 사용해 멋쟁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여전히 청담동은 눈 높고 여유있는 중년 여성을 위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이 주류다.다만 날씬한 중년여성들이 늘면서 날로 디자인이 젊어진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또하나 청담동의 변화는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가 강세라는 점이다.드라마 ‘불새’의 이서진,‘파리의 연인’ 이동건 등 젊고 능력있는(또는 돈많은) 남성 스타일의 대표적인 디자인이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작고 통통한 한국인 체형을 길고 가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청담동,그 길에 멋이 있다.이번 주,국내 디자이너숍에는 어떤 물건이 있을까. ●스위트 리벤지 by 홍승완 여성마저 탐나게 하는 캐주얼하면서 고풍스러운 남성복이 특징.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의상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홍승완의 옷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하류인생’을 볼 것.올 가을을 겨냥한 대표상품은 그린·블루·브라운·퍼플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울코트(62만원)와 70년대 상류층 여인 분위기의 아이보리 망토(75만원).단을 거칠게 처리한 분홍 줄무늬 재킷(22만원)은 짙은 파란하늘을 가진 가을 분위기에 포인트로 충분하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뉴서티(New Thirty)에게 추천하고 싶은 옷.재킷 20만원선,원피스 50만∼60만원선,트렌치코트 60만원선.현재 여름상품을 40%에 할인 판매중.요즘같은 환절기에 좋은 원피스,카디건 안에 입기편한 셔츠 등을 만날 수 있는 기회.544-0301. ●카루소 by 장광효 오뜨 꾸뛰르를 지향하는 디자이너 장광효의 매장.정통 정장과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메트로섹슈얼풍 남성복이 특징.섬세한 바느질땀을 겉으로 드러내 무덤덤한 남성 재킷에 활력을 넣었다.정장 스타일 몸판에 트레이닝복 소매를 붙인 재킷은 ‘파리의 연인’ 이동건이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검정을 기본바탕으로,튀는 색상을 연결한 패치워크나 과장된 단추 등의 장식으로 남성복의 또다른 멋을 보여준다.‘올인’의 이병헌,‘풀하우스’의 비 등 드라마 속의 매력남들은 꼭 그의 의상과 함께다.정장은 80만∼150만원선,셔츠 30만∼38만원선,가죽재킷 70만원선,코트 80만∼150만원선.542-2314. ●송지오 옴므 장광효,홍승완과 함께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있다.이정재,정우성 등 국내 내로라하는 트렌드가이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다.평범한 듯 고급스럽고,무난한 듯 과감한 스타일.목 부분을 투버튼으로 처리해 넥타이를 매기에도,단추를 열어 입기에도 좋은 셔츠는 목이 길고 가늘어 자칫 허약해보일 수 있는 남성에게 좋다.(15만∼21만원선).정장은 몸매를 길고 가늘게 표현하고 싶은 남성에게 딱이다.정장은 99만원부터.셔츠는 15만∼21만원선,진재킷은 43만 5000원. ●루비나 충실한 레트로(복고),로맨틱한 빈티지가 컨셉트.젊은 여성에게는 고급스러움을,중년의 여성에게는 세련된 유행 감각을 주는 디자인이 특징.올 가을·겨울 상품으로 내놓은 니트카디건 세트(84만 9000원)는 청량한 아쿠아블루와 회색을 매치하고,밑단을 레이스로 처리해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올봄 SFAA에서 선보인 캐시미어 스커트(75만 9000원)와 함께 벌써 재주문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다. 정장 70만∼75만원선,원피스 80만원선,재킷 70만∼80만원선.514-0747. ●임선옥 올 가을에는 자유롭고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옷을 만나고 싶다면 꼭 들러야할 매장.“옷은 걸쳐서 멋있어야 한다는 게 철학”이라는 중견 디자이너 임선옥씨가 내뿜는 젊은 감각은 전위적이다. 앞판에 양말을 덧댄 카디건(17만원)은 유머러스하다.화려한 스커트의 정장(상의 38만 6000원·하의 22만 8000원),끝단을 초록으로 패치워크한 울실크 트렌치코트(86만 3000원)는 올 시즌 대표상품.매장 한쪽에 여름상품을 세일중이다.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 시폰 스커트는 4만∼6만원,편하게 걸칠 수 있는 재킷은 10만원 안팎.3443-3937. ●강희숙부띠크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생활 자체인 옷’을 패션철학으로 가진 디자이너 강희숙씨의 숍.그래서 섹시하고 풍만한 여성보다는 좀더 정숙하고 얌전한 숙녀다운 우아함을 표현하는 디자인이 특징.오드리 햅번 스타일의 1950년대 여성미를 바탕으로 70∼80년대 과장된 여성미를 녹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인기를 끈 거친 조직의 트위드를 중심으로 모피,벨벳,레이스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재킷 72만∼85만원선,원피스 85만∼90만원선,스커트 39만∼45만원선 등.514-671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