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6-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316
  • 도심 속 피서지, 서울랜드 ‘라바 야외풀장’ 6일 개장

    도심 속 피서지, 서울랜드 ‘라바 야외풀장’ 6일 개장

    여름과 함께 서울랜드 ‘라바 야외 풀장’이 돌아왔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라바를 테마로 꾸며진 ‘라바 야외 풀장’은 멀리 떠나지 않고도 서울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피서지로 매년 사랑받고 있다. 라바 야외 풀장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이용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 가족용 풀 1개(30m×20m)와 유아용 풀 2개(30m×15m, 20m×15m)로 분리해 운영되며 7월 6일부터 8월 19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이용할 수 있다. 서울랜드는 라바 야외 풀장 외에도 역대 최강의 더위를 날릴 ‘2018 워터워즈’, ‘블러드 넘버’, ‘액션존 썸머 풀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눈길을 끈다. 세계의 광장 일대서 진행되는 ‘2018 워터워즈’는 서울랜드 여름 축제를 대표하는 고객참여형 물총대결이다. 5톤의 물이 공중으로 뿌려지는 물 전쟁터에서 황금 열쇠를 뺏으려는 해적단과 미녀 해군들이 펼치는 물총 싸움으로 광장 곳곳에 워터샷이 설치돼 물이 자동으로 분사되며 무더위를 한숨에 날려준다. 또한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 인기 DJ의 신나는 음악과 함께 하는 ‘고스트 워터 DJ 파티’가 열려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천리 동산에 위치한 귀신동굴이 호러 방탈출 게임방 ‘블러드 넘버’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치밀하게 계획된 공간 연출과 효과음 등으로 무작정 소리만 지르던 공포 체험에서 벗어나 탈출을 위한 미션을 수행하며 지금껏 느끼지 못한 극강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랜드 전역에서 펼쳐지는 신개념 호러 ‘고스트 로드 퍼포먼스’도 놓쳐선 안 되는 재미다. 인력거를 끌고 다니는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 뛰어난 개그감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처녀귀신, 고객을 웃기진 못한 벌로 지하에 갇혀버린 탈옥수가 펼치는 이벤트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액션존 썸머 풀파티’는 서울랜드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단체 여름 프로그램이다. 서울랜드 캐릭터 타운에 위치한 야외 어린이 놀이터 ‘뭉게 공항 액션존’이 여름 특별 단체 프로그램 ‘액션존 썸머 풀파티’로 재탄생한 것. 시원한 워터존 컨셉으로 구성된 액션존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에어풀 놀이, 물총싸움, 비눗방울, 비치볼 놀이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진행돼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서울랜드가 여름을 맞아 준비한 다양한 행사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벨문학상’ 파무크의 수수께끼…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신화

    ‘노벨문학상’ 파무크의 수수께끼…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신화

    빨강 머리 여인/오르한 파무크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376쪽/1만 4000원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떠난 아버지, 친아버지만큼 자상하고 친절했던 한 남자, 어머니 또래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매혹적인 빨강 머리 여인, 그리고 깊숙한 우물 아래 숨겨둔 진실…. 터키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열 번째 장편소설 ‘빨강 머리 여인’은 인물들의 묘한 관계와 비밀스러운 사건의 실체를 좇는 재미를 내세운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다양한 서사 기법을 펼쳐 온 작가는 이번엔 고전을 바탕으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존재 사이에 놓인 거역할 수 없는 운명과 수수께끼를 파헤쳤다. 아버지인 줄 모른 채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친어머니와 동침해서 자식을 낳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와 반대로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페르시아의 서사시 ‘왕서’를 엮어 냈다. 이스탄불에 사는 주인공 젬은 고등학생 때 옆집에 우물을 파러 온 기술자 마흐무트 우스타를 만나고 돈을 벌기 위해 그를 따라간다. 이스탄불에서 떨어진 왼괴렌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젬은 우스타로부터 친아버지에게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을 느낀다. 일을 하던 중 젬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은 빨강 머리 여인을 보자마자 빠져든다. 이 여인과 꿈 같은 시간을 보낸 다음날 예기치 않은 실수를 저지른 그는 두려운 마음에 이스탄불로 도망친다. 우스타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잊으려고 애쓰며 살던 그는 지질학 엔지니어 겸 건축업자로 승승장구하고, 30년 만에 빨강 머리 여인을 다시 만나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에 얽힌 진실을 듣게 된다. 두 고전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만큼 치명적 결말로 치닫는다는 건 작품을 읽는 도중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빠른 전개 덕분에 단숨에 읽히지만 두 고전에서 느낄 수 있는 충격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윤미래 “신곡 ‘개같애’ 가사, 타이거JK 이야기도 있다”

    윤미래 “신곡 ‘개같애’ 가사, 타이거JK 이야기도 있다”

    윤미래가 타이틀곡 ‘개같애’에 대해 남편 타이거JK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언급했다. 5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는 윤미래의 새 정규앨범 ‘Gemini2’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가 진행됐다. 이날 윤미래는 2번 트랙이자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개같애’를 공개했다. 윤미래는 이 곡에 대해 “가사가 현실 적이다. ‘돈도 많이 벌어준다고 했지만’ 등의 가사가 있는데 타이거JK의 이야기도 있고 상상으로 만든 부분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타이거JK는 “곡을 만들 땐 재밌었다. 만들면서도 둘 중 하나는 욕을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둘이 랩 배틀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 기왕 하는 거 재밌게 하자고 해서 이러한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윤미래의 새 정규앨범 ‘Gemini2’는 5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윤미래는 이번 앨범을 통해 더블 타이틀 활동에 나선다. 첫 타이틀곡 ‘You & Me’는 남녀간 우정 이상의 아슬아슬한 감정 변화를 그린 네오소울 장르의 곡으로, 미니멀한 편곡 안에서 윤미래의 노련한 보컬이 인상적인 노래다. 두 번째 타이틀곡 ‘개같애’는 사랑하는 연인들 특히 결혼한 사이라면 공감할 일상의 이야기를 재밌게 표현한 알앤비 힙합 트랙. 직설적인 노랫말과 더불어 남편 타이거JK가 직접 랩 피처링을 맡아 실화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다. 사진=연합뉴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법개악 반대” 촛불 든 폴란드

    “사법개악 반대” 촛불 든 폴란드

    우파 정권, 사법부 장악 밀어붙여 대법관 73명 중 27명 ‘강제 퇴임’ 대법원장 “연장 신청 안해” 불복 발효 전날 시민 수만명 집결시위 EU “사법재판소 제소 벌금 부과”폴란드 우파 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국민들이 촛불 시위에 나섰다. 폴란드 대법원장이 앞장서 정부에 맞서기 시작했고,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5000여명의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전개하며 정부를 비판했다.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사법개혁안을 강행하고 나섰다고 독일 도이치벨레 등이 보도했다. 새 법안은 이날 0시에 발효됐다. 대법관의 은퇴 연령을 종전 70세에서 65세로 낮추고, 대법관의 임기 연장 요청 수락 또는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도록 한 법안이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3일 “말고르자타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의 임기가 2020년까지이지만 4일 퇴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73명의 가운데 약 3분의1인 27명이 65세 이상이다. 새 법안대로라면 이들은 법복을 벗든지 아니면 충성 맹세를 하고 임기 연장을 대통령에게 요청해야 한다. 타임지에 따르면 퇴직 대상에 포함된 대법관 일부는 두다 대통령에게 임기를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은 퇴임을 거부하고 이날 바르샤바의 대법원 건물로 출근했다. 그는 “나는 정치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법치를 수호하고, 헌법을 지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법적 질서가 이 땅에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기 연장 신청은 굴복을 의미한다”며 임기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게르즈도르프 대법원장이 일단 휴가를 써 시간을 벌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밤 시민 수만명이 폴란드 전역에서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었다. 바르샤바의 대법원 앞에만 시민 5000여명이 모여 폴란드 국가를 부르고 “법원에 자유를”, “독재 정권 타도” 등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정부가 헌법을 어기고 사법부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사법개혁안은 반(反)정부 성향의 특정 재판관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존경받는 정치인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불복종 운동 전개를 시사했다. 그는 “만약 현 정권이 대법원장 등을 강제로 제거하면 나는 바르샤바에 가서 싸울 것”이라면서 “나에게는 총이 있고, 자기방어를 위해 총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집권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법원에 대한 통제권을 틀어쥐고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 한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 지배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폴란드의 새로운 법은 판사들을 쫓아냄으로써 법치를 종식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폴란드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폴란드가 ECJ로부터 대규모 벌금을 물 수도 있다”면서 “일시불 또는 폴란드가 EU법을 준수하게 될 때까지 매일 얼마씩 부과하는 형식을 띨 수 있다”고 전했다. 콘라트 시만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ECJ는 어려운 일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EU가 회원국의 자치권을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EU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면서 법안 철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례적으로 형량 없이… 檢 “드루킹, 실형 선고받아야”

    이례적으로 형량 없이… 檢 “드루킹, 실형 선고받아야”

    檢, 심리연장 거부 법원에 항의 뜻 김 “네이버, 매크로 금지 안 했고 트래픽 증가해 광고 매출도 늘어 악어가 악어새를 고소한 셈이다”검찰이 댓글 조작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에게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형량은 언급하지 않았다. 결심공판을 늦춰 달라는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의 심리로 4일 열린 김씨 등 4명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댓글 순위를 조작하기 위한 (일반적인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고도화된) 킹크랩 서버를 구축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며 실형을 구형했다. 구체적인 형량은 나중에 의견서로 내겠다며 밝히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동일한 피해자에게 동일한 수법으로 연속된 범행을 한 경우 한꺼번에 심리하는 게 형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재판 진행을 늦춰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특검 기간 동안 김씨의 구속 상태를 유지하며 추가되는 댓글 조작 혐의를 보태 김씨의 형량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판사는 “구속영장에 포함 안 된 범죄사실을 위해서 종전 범죄로 인한 인신구속을 지속해 달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기 어렵다”며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또 김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들을 의식한 듯 “양형과 관련해 여러 예측이 나오는데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추가 기소되면 범행 기간이나 횟수가 증가하는 점은 형량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빚어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법리적인 문제는 반드시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네이버는 약관에 자동화 프로그램 사용 금지 규정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면서 “시속 200㎞로 달리는 것이 위험하더라도 속도 제한규정이 없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자신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해 “악어가 악어새를 고소한 것”이라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데, 네이버는 트래픽 증가로 늘어난 광고 매출로 돈을 벌었는데 우리는 아무런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게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고는 오는 25일 내려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안전 찾아 도망쳤다…예멘에 남으면 학살자 되거나 죽음뿐”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안전 찾아 도망쳤다…예멘에 남으면 학살자 되거나 죽음뿐”

    지난 5월 제주에서 발생한 예멘인 ‘난민 태풍’이 수많은 오해와 우려를 동반하며 대한민국을 덮쳤다. 서울신문은 예멘인들이 초기부터 머물러 온 ‘태풍의 눈’, 제주 B호텔을 찾았다. 나지(29·가명), 하단(20·가명), 그리고 와셀(32·가명). 기자들과 연령대가 비슷했다. ‘내일’ 없는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지친 몸을 누이는 방에 찾아가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물었다. “여성을 강간하고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란 우려도 있다”는 말에 큰 눈이 더 커졌다.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예멘 난민에게 궁금한 점 기민도 기자(이하 기 기자) ‘전쟁’이 아니라 ‘돈’ 때문에 온 거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왜 하필 한국인가. 나지 우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엔 인권보장에 서명하지 않았고, 우리가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예멘은 전쟁 상태여서 처음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할 수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 정도는 살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엔 나가게 한다. 우린 안전을 찾아 도망쳤다. 와셀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나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예멘인들은 직업을 찾고 생명을 지키려고 말레이시아에 갔지만, 실패했다. 한국에 대해 알게 되고, 제주도에 비자 없이 갈 수 있다고 들었을 때, 제주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인권 국가라고 들었다. 하단 나는 예멘에서 바로 한국으로 직행했다. 예멘에서는 어린아이한테도 사람을 총으로 죽이라고 강요했다. 한국의 제주도만 비자 없이 갈 수 있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류재민 기자(이하 류 기자) 의사나 엔지니어까지 와야 했나. 나지 예멘에 남으면 다 죽을 것 같았다. 남아 있으면 싸우게 할 테고, 싸우기 싫다고 하면 죽일 테니까.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겠나? 우린 직업을 구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만 온 게 아니다. 안전하게 살고 싶어 찾아왔다.나상현 기자(이하 나 기자) 난민 중에 여성이나 아이들이 별로 없는 이유는 뭔가. 나지 여성이나 아이와 함께 탈출하는 건 정말 어렵다. 먼 거리를 걸어야 하고, 충분한 돈도 필요하다. 1인당 1500달러(약 167만원)는 필요한데 가족이 많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여성이나 노인은 싸우게 하지 않으니까 집에만 머물면 된다. 하지만 젊은 남성은 끌려가서 싸워야 하니까 도망쳐야 했다.류 기자 가짜 난민도 섞여 있다는 걱정도 있다. 브로커를 통해서 온 거 아닌가. 나지 말레이시아에서 친구들이 도와줘서 왔다. 가짜 문서, 가짜 난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양은 하양이고, 검정은 검정이다(White is white, black is black, my name is my name), 한국 정부는 모든 문서를 철저히 검토하고 확인한다. 거짓말을 하면 다 걸러질 것이다. 와셀 난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난민 인정 심사가 잡혀 있다. 문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 기자 무슬림들은 여성을 강간하고 테러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지 잘못을 저지르는 무슬림은 극소수다.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부당하다. 하단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달라. 외국에 있는 한국인 몇몇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당신들을 모두 비난하면 어떻겠나. 와셀 무슬림에 대한 오해는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슬림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뉴욕에 200여명의 예멘인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기회를 잡고 싶어서 왔는데 왜 문제를 일으키겠나. ●예멘인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 나 기자 한국에서 가장 힘든 점이 뭔가. 나지 일과 돈이다. 우린 오늘 당장 어떻게 자고,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갈지가 걱정이다. 언제 돈을 벌게 될지 모르겠다. 가장 큰 걱정은 한국 정부가 ‘나가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하단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것도 힘들다. 기 기자 일은 하고 있나. 나지 일주일 동안 어부로 일했다. 2명만 필요하면서 5명이나 고용한 다음에 금방 그만두게 하더라. 1주일이나 일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 와셀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출입국사무소와 난민센터에 가봤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다. 하단 어부 일을 했는데 멀미가 너무 심하고 계속 구토를 해서 결국 그만뒀다. 열흘 일했는데 선주가 이틀치 급여만 줬다. 류 기자 출도(제주도 밖으로 이동) 제한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지 (손으로 방 모양을 그리며) 어느 날 갑자기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는 대신 최소한의 음식과 물만 주겠다고 말하면 어떨까?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는 2주만 머물면 다른 도시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만 남아 있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식업, 어업, 요식업 3가지 종류의 직업만 가질 수 있게 했다.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와셀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숙소를 마련해 주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들었다. 막상 도착하니 다른 도시에 가지 못한다고 통보받았다.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하단 바닷일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정부는 “제주에 남아 있되 이 일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으니까 너무 혼란스럽다. ●예멘에서의 삶, 그들의 이야기 나 기자 전쟁 이전의 예멘은 어떤 모습이었나. 나지 아주 살기 좋고 안전한 나라였다. 직업도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전기도 통하고, 물도 깨끗했다. 그런데 이젠 모든 게 암울해졌다. 와셀 전쟁 이전엔 한국과 예멘 간 교류도 많았다. 사업가나 여행자들이 쉽게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전쟁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하단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지금은 도망칠 수밖에 없다. 기 기자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다 왔나. 나지 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다. 와셀 인도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지부티와 예멘 등에서 은행 회계사로 근무했다. 하단 고등학생인데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학생인데도 싸우기를 강요당했다. 나 기자 난민법상 ‘전쟁으로부터 도망쳤다’는 사실만으로는 난민으로 인정이 안 된다. ‘박해받을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하단 단순히 ‘그냥 전쟁에서 도망쳤다’가 아니다. ‘억지로 총을 들게 하고, 따르지 않으면 죽이려고 하는 집단으로부터 도망쳤다’가 맞다. 내가 예멘으로 돌아가면 반군으로부터 학살을 강요받고, 거부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류 기자 일부 한국인들은 당신들이 무슬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워하고 있다. 나지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오해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도 난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할 거다. 한국의 규칙을 지키고, 옳은 걸 따르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일 것이다. 그럼 언젠가는 ‘무슬림도 괜찮네’라고 말해 주지 않을까. 우린 절실하다. 하단 한국인들이 무슬림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한다. 와셀 외국에 처음 나갔을 때, 첫날부터 그 나라의 문화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서 하나하나 고쳐 나가겠다. 기 기자 앞으로 바람이 있나. 나지 한국인처럼 되고 싶다.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국가다. 많이 배우고 싶다. 예멘은 경제 성장이 아직 더디다. 직업을 얻어 가족을 지원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나부터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와셀 내전이 끝나 다시 예멘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싶다. 그전까지 한국인들에게 무슬림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한다. 하단 일자리 구해 돈을 벌어 가족에게 보내고 싶다. 나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지 한국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와셀 문을 열어 줘서 감사하다. 하단 모든 것에, 모두에게 감사하다. 제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제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센 척 한다” 여고생 집단폭행·강제추행한 10대들

    “센 척 한다” 여고생 집단폭행·강제추행한 10대들

    고교생이 또래 중·고교생들로부터 산과 자취방에서 집단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동안 고교 2학년생인 A양을 관악산과 집 등에서 끌고 다니며 때리고 추행한 혐의(공동폭행, 강제추행)로 중학생 B양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A양의 가족으로부터 지난달 27일 실종 신고를 접수하던 중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A양은 사건 당일 가족에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고, 다음날 경찰과 통화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가해자 중 1명의 집 앞에서 경찰을 만난 A양은 당시 온몸에 멍이 들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가해자들로부터 ‘센 척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해서 심한 욕을 듣고 협박을 받아왔고, ‘직접 오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만나러 갔다가 주먹과 각목 등으로 구타당하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의 가족은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를 알리면서 엄중한 처벌과 소년법 폐지·개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가족은 이 글에서 “(A양이)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서 식도에 호스를 낀 채 밥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해자 중 1명이 만 14세 미만이어서 소년법상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고 언급하면서 “성인은 구속 수사가 가능한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벌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12시 현재 1만 3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인 대신 독사한테 물리고도 웃음.. ‘미소천사’ 댕댕이

    주인 대신 독사한테 물리고도 웃음.. ‘미소천사’ 댕댕이

    주인을 구하려다 방울뱀에 물리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강아지가 네티즌들로부터 영웅견 대접을 받고 있다.1일(현지 시간) 데일리메일은 방울뱀에게 공격당하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강아지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 애리조나주(Arizona) 앤썸(Anthem)에 사는 폴라 굿윈(Paula Goodwin)은 지난달 29일 새벽 자신의 반려견 둘과 함께 늘 하던 대로 하이킹을 하다 하마터면 방울뱀을 밟을 뻔했다. 굿윈은 다행히 밟기 직전 멈췄으나 이미 위협을 느낀 방울뱀은 굿윈에게 달려들었다. 방울뱀에게 물려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 때 곁에 있던 반려견 중 토드가 굿윈의 앞으로 뛰어들었다.토드는 방울뱀을 물어뜯거나 쫓아내지는 못했지만 주인과 함께 도망갈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굿윈 대신 방울뱀에게 물린 토드는 뺨이 잔뜩 부어올랐고, 그의 웃는 얼굴은 더욱 귀여워졌다.굿윈은 이 일이 있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웅 토드가 나를 구했다”며 회복 중인 토드의 사진을 올렸다. 또 굿윈은 토드의 더 어릴 적 사진들을 게시하면서 정말 고마워하고 있음을 표시했다. 굿윈이 게시한 사진 속 토드는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주인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어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노트펫(notepet.co.kr)
  • 백종원, 두 딸 품에 안은 모습 포착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

    백종원, 두 딸 품에 안은 모습 포착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

    소유진, 백종원 가족의 제주도 여행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4일 소유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용희는 벌 무섭다고 엄마 뒤로 쏙 ㅎㅎ”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수국이 가득 핀 곳에서 백종원, 소유진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다. 백종원은 두 딸을 품에 안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소유진은 지난 2013년 15살 연상의 외식사업가 백종원과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사진=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최예슬 ♥’ 지오 “한 달 수입? 중형차 한 대 살 정도”

    ‘최예슬 ♥’ 지오 “한 달 수입? 중형차 한 대 살 정도”

    엠블랙 출신 지오의 BJ 활동 수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는 스윙스 임보라 커플, 지오 최예슬 커플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지오는 최근 인터넷 방송 BJ로 전향한 사실을 알리며 “개인방송을 시작하고 열흘 만에 3000만원을 벌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오는 이어 “요즘은 한 달에 중형차 한 대 살 정도의 수입을 번다”며 “4년 전부터 크리에이터를 하겠다고 멤버들과 동료들에게 말했다. 5000만원 정도 투자비용이 들었다.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좋은 장비들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지오의 여자친구인 최예슬 또한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열애를 공식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해외여행중 물품분실 거짓신고 보험금 타낸 대학생 등 무더기 적발

    해외여행중 스마트폰 등을 분실했다며 거짓신고해 보험금을 타낸 대학생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보험사기 혐의로 대학생 A(23) 씨 등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해외여행을 하다가 물품을 잃어버렸다고 거짓 신고해 하는 적게는 20만원,많게는 1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유럽 여행 중 숙소에서 짐가방을 잃어버렸지만,명품 신발과 벨트도 도난당한 것처럼 꾸며 100만원을 타냈다. 60대 여성 B 씨는 일행 3명과 해외여행을 하다가 현금을 잃어버렸지만,여행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일행 3명이 휴대전화기 등을 분실했다고 거짓 신고해 보험금 200만원을 타냈다. 이들은 보험금 청구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고,물품 분실 관련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여행자보험의 경우 휴대품 도난·분실에 따른 보험금 청구에 해외 현지 경찰서의 사실확인서만 있으면 된다. 의료비의 경우 현지 병원의 진단서와 영수증만 있으면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이번 보험사기 피의자 중 상당수가 사기 범죄 전력이 없는 대학생,회사원이었으며 이들은 해외여행 경비를 마련하거나,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적은 보험금을 타내더라도 보험사기에 해당하고,2016년부터 보험 사기 특별방지법이 시행돼 보험사기 처벌이 강화돼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지방에 갈 때마다 날짜만 맞으면 무조건 5일장에 들른다. 내게 5일장은 여전히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이고 잃어버린 보물창고다. 그곳에서는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추억도 판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오래 잊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할 땐 반가운 마음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대체 저런 걸 누가 살까 싶은데도, 노인들은 신문지만 한 전을 펴놓고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그 노인을 만난 건 경기도 어느 읍의 오일장에서였다. 자료를 구할 만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읍내 구경이나 하자는 심사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운이 좋았던지 마침 장날이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튀김도 사 먹고 싸구려 옷도 한 벌 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뒤지고 다니던 끝에, 길가에 작은 전을 펼쳐 놓은 노인을 보았다. 장터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잡상인’인 셈이었다. 전을 폈으니 파는 물건들인 게 분명한데 상품이 너무 초라하여 가격을 묻기도 민망했다. 잡곡 몇 가지에서부터 오그라든 시금치까지 그날 아침 집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건 모두 이고 나온 모양인데도 그리 볼품이 없었다. 정작 내 눈길을 잡은 건 잡곡이나 채소가 아니었다. 볏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에 시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아!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달걀 꾸러미인지…. 시골에서야 아직 드물지 않은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도시에 편입된 나로서는 뜻밖의 물건을 만난 셈이었다. 노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냐고 물었더니 반색하며 3000원이라고 대답했다. 놓아 먹인 토종닭이 낳은 알이니 몸에도 좋다고 입에 침이 말랐다. 손님은 꾸러미에 반하고 파는 사람은 달걀을 자랑하는 ‘동상이몽’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한 꾸러미에 3000원이면 하나에 300원인 셈이다. 달걀 값이 폭락했다는 뉴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내게는 조금도 비싸 보이지 않았다. 누가 뺏을세라 얼른 돈을 치렀다. 운도 좋지, 우연히 들른 장터에서 달걀 꾸러미를 만나다니. 튼튼한 계란판이 넘치는 세상에 아직도 이런 게 있다니…. 초등학교 2, 3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반 아이 하나가 학교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 건져 올렸다. 다음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선생님께 고맙다고 가져온 선물이 달걀 한 꾸러미였다. 지금으로 보면 좀 생뚱맞아 보일지 몰라도 가난한 집에서 달걀 10개는 그리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달걀은 현금 대우를 받았다. 아이들이 학용품을 사야 하거나 미술 준비가 필요할 때 어머니는 돈 대신 달걀을 쥐여주었다. 평소에 쌀독 깊은 곳에 하나 둘씩 모았다가 열 개, 스무 개가 차면 꾸러미로 만들어 돈을 사거나 필요한 물건으로 바꾸었다. 우물에 빠진 아이의 집에서 가져온 것도 그렇게 아끼고 아껴 모았던 달걀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자식의 목숨을 구해준 선생님께 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5일장에서 만난 노인과 달걀 꾸러미 위에 반백 년 전의 교실 풍경이 겹쳐졌다. 별 일도 아닌데 참 이상했다. 시야가 자꾸 흐려졌다. 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은 아이 하나가 거기 서 있었다.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뒤에도 마음은 내내 장터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 [기획] “조선시대보다 못한 계급주의… 상벌체계로 철밥통 깨야”

    [기획] “조선시대보다 못한 계급주의… 상벌체계로 철밥통 깨야”

    전문가들은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현재의 관료사회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직사회 내부의 개혁뿐 아니라 정치권 등 외부의 개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외부 마찰 줄일 여건 만들어야 규제개혁 최진혁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3일 “정치권력은 국민의 요구를 받들고 눈높이에 맞춰 행정을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며 “정말 잘하는 공무원에게는 상응하는 대가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직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공무원들은 그냥 하라고 했는데 적폐 세력으로 몰리니 몸을 낮출 수밖에 없고 살 궁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닦달하기 전에 리더가 먼저 이끄는 식으로 국민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공직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역 지키려는 문화… 해결 역량 채용을 규제 개혁에 앞서 공무원 인식과 인사 체계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너는 짖어라. 나는 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은 영원히 녹슬지 않는 철밥통”이라며 “영역 싸움에서 남의 것을 빼앗으면 차라리 낫겠지만 오히려 자기 영역만 지키려고 쳐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 정권이 바뀌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5급, 7급, 9급 채용 구조는 조선시대보다 못한 철저한 신분사회, 계급사회 구조”라면서 “가변적이고 융합적인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데 매우 부족한 인사 형태이고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최소 200만명이 구조개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의 종류와 난이도, 책임에 따라 직급이 같더라도 서로 다른 보수를 받고 권한과 책임의 영역이 명확한 ‘직위 분류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자들 개혁 지점 명확히 설정해줘야 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 개혁을 위해 외부에서 정치적인 돌파구를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을 해야 할 요소들은 주로 이익집단이나 세대별로 첨예한 대치가 이뤄지는 영역이 많다. 따라서 실무 공무원들이 과감한 규제 개혁을 하려면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공무원은 핵무기보다 당장 눈앞의 칼을 더 무섭게 생각한다”며 “국정을 책임지는 분들이 어느 지점까지 개혁해야 하는지 명확한 한계를 설정해 줘야 한다. ‘내가 이 부분을 꼭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공무원들이 좀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200억 자산가 루머’ 방미, 나이 가늠할 수 없는 미모+몸매 “비결은..”

    ‘200억 자산가 루머’ 방미, 나이 가늠할 수 없는 미모+몸매 “비결은..”

    가수 방미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모와 몸매로 화제에 올랐다. 3일 오전 김재원 이정민 아나운서 진행으로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의 ‘화요초대석’에서는 방미가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패널로는 김학래와 이승연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방미는 “10년 6개월 만의 방송 출연이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아침마당’ 부동산 시리즈 책에 대한 인터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미는 미국으로 떠난 이유에 대해 “제가 그때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하는데, 당시 월간지 인터뷰에서 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확한 액수가 아니었는데 ‘200억 자산가’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방미는 도박에 빠져 사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연예인이 됐을 정도로 방미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이에 가수 방미는 ‘날 보러 와요’로 히트를 기록했고, 어마어마한 수입을 벌여들였다고 했다. 방미는 “아버지를 15년 만에 만났었다. 제가 가수가 되서 돈을 많이 번 상태였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뭘 하고 싶냐고 했더니 마카오에 가서 도박하고 싶다더라”고 했다. 이어 방미는 “그래서 2000만원을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가 마카오에 가서 원없이 도박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1962년 생으로 알려진 가수 방미는 올해 만 56세의 나이에도 탄력 있는 몸매를 자랑했다. 방미는 “올해 50대 중반인 나이에도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요가”라고 밝히며 “요가에 심취한 지 8년 됐다. 정신적인 수련 요가를 위해서 현재는 하와이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벌꿀 훔치려던 중국 여성, 그 결과는…

    벌꿀 훔치려던 중국 여성, 그 결과는…

    산에서 벌꿀을 훔치려던 여성이 벌들에게 공격 받아 극심하게 부어오른 몰골을 공개했다. 2일 유튜브 채널 ‘VideoTribe’에는 얼굴이 크게 부어올라 거의 두 배 크기가 된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여성은 벌에 쏘여 눈, 코, 입술 등 얼굴 전체가 부어오른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 자신이 당한 일을 운율에 맞춰서 말하기까지 한다. 여성은 “지루해서 벌을 잡으러 산으로 갔다”면서 “벌을 잡아 꿀을 모으려고 하다가 벌들에게 공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 이 동영상은 누리꾼들 사이에 즉시 널리 퍼져 백만 번 이상 조회됐고, 중국 전역에서 헤드라인까지 장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영상=VideoTrib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ICT업계 ‘지재권 사업’ 공들인다

    ICT업계 ‘지재권 사업’ 공들인다

    엔씨 작년 리니지 로열티 2028억 시각특수효과 기업에 220억 투자 카카오,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잘 키운 지식재산권(IP)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의 IP로 다양한 콘텐츠에 활용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콘텐츠 시장 개척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나 영화, 웹툰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 세계관 등이 대표적인 IP에 해당한다. 원작의 IP를 활용해 다른 장르의 콘텐츠나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자체가 상품이 돼 다른 사업자와 사용권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업계에서 IP 관련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1998년 처음 나온 국산 대작 게임 ‘리니지’의 IP를 보유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로열티 매출로만 2028억원을 벌었다. 넷마블과 넥슨도 각각 캐릭터 상품 매장인 ‘넷마블스토어’, ‘네코제 스토어’를 열고 IP 활용 상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2일 엔씨는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포스)’에 22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자사가 보유한 IP의 애니메이션화, 최신 디지털 영상 제작 기술 공유 등 협력을 위해서다. 엔씨는 최근 ‘IP 명가’를 자처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엔 새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를 출시하고 이모티콘, 식품, 미니게임 등에 활용하며 성장시키는 중이다. ‘블레이드&소울’ 등 게임 IP로도 피규어인형, 뮤지컬 등을 만들었다. 게임업계 밖에서는 카카오가 IP 사업을 미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IP 사업 전문조직을 구축하고 드라마, 웹툰, 영화, 음악 등에 IP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 IP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최근엔 카카오페이지가 IP를 확보한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인기를 끌어 웹툰, 드라마 등으로 제작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비서’ 이외에도 ‘닥터최태수’와 ‘드림사이드’ 역시 드라마로 제작이 진행 중”이라면서 “최근 영화로 만들어진 ‘강철비’도 카카오에 IP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가상화폐 투자 가장한 다단계 일당 징역형

    고수익이 보장된 가상화폐 투자업체인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실제는 금전거래만을 하는 다단계 조직을 운영한 일당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판사는 A씨의 범행을 도운 B(57)·C(58)씨 등 2명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청주에 사는 A씨는 다단계판매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2016년 3월 ‘D코인’ 투자센터 사무실을 마련한 뒤 투자자를 모집했다. A씨의 말은 그럴듯했다. A씨는 ‘불가리아 최대 자산가가 새로운 형태의 암호화폐인 D코인을 개발했다. D코인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1000만원만 투자해도 30억원을 벌수 있다. 투자금을 독일 본사에 송금하면 원금과 배당금을 지급받는다. 하위 투자자를 유치하면 수당을 받을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말에 현혹돼 투자자들이 모여들면서 6개월새 3억9000만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모였다. 하지만 이들은 D코인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 하는 다단계 조직이었다. A씨는 투자금을 본사에 입금하고, 본사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관련 법은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D코인’은 외국에서도 가상화폐 개념을 활용한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10월부터 가상화폐 이름을 바꿔 비슷한 수법으로 또다시 투자자를 모집, 4억8000여만원을 끌어모아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하위 판매자들에게 모든 손해가 귀속되고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 수와 피해액이 급속히 불어난다”며 “그 폐해가 개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로 확대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이 사건으로 얻은 수익이 크지 않은 점은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철학자들은 왜 꿀벌에 빠졌나

    꿀벌과 철학자/프랑수아 타부아요, 피에르 앙이 타부아요 지음/배영란 옮김/미래의창/352쪽/1만 6000원꿀벌은 어떤 곤충인가. 꽃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꿀을 채집하고 벌집에 저장하는 부지런한 곤충? ‘꿀벌과 철학자’ 저자인 타부아요 형제는 고개를 젓는다. 꿀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세계의 작동 원리를 가르쳤으며,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신의 섭리를 알려 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네로와 나폴레옹 황제에게는 가장 충성스런 조언자였고, 니체에게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기해 주는 지표였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꿀벌을 통해 자연의 비밀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래서 형제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사상가라면 반드시 벌통 하나쯤은 곁에 두고 있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였다”고.책은 서구 지성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사상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불렀던 꿀벌과 사상가의 주장을 소개한다. 형 프랑수아 타부아요는 20년 경력 양봉업자, 동생 피에르 앙리 타부아요는 파리 소르본대 철학 교수다. 한 명은 사상가들의 철학을, 한 명은 벌의 생태를 분석하는 식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형제는 그리스 신화와 고대 철학자, 제국의 건설자부터 수도사와 혁명가, 자본주의자가 꿀벌의 생태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바라봤는지 추적했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도시 국가와 꿀벌 사회를 비교했다. 노예와 외국인, 자유민, 지도층이 함께 살았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와 꿀벌 사회는 비슷했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층과 일벌, 수벌, 도둑벌 등 꿀벌 사회도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됐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정치의 영역으로 꿀벌을 끌어들였다. 서사시 ‘게오르기카’ 4권에서 ‘두 왕 사이의 불거진 불화’를 통해 두 편으로 나뉜 벌이 어떻게 서로 질서를 잡아가는지 상상력을 동원했다. 당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대치를 빗댄 것이다. 꿀벌은 신약성서에서 잠시 자취를 감춘다. 꿀벌은 인간과 신의 중재자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 자리를 예수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교부학을 통해 꿀벌은 다시 무대에 복귀한다. 신의 가르침을 보여 주는 ‘모범 곤충’으로서다. 교부들은 성서를 다루는 이들을 부지런한 꿀벌, 예수는 꿀벌 집단 내에서도 으뜸이 되는 ‘왕벌’(실제로는 여왕벌)로 비유했다. 특히 꿀벌은 처녀의 몸으로 수태한 성모 마리아를 설명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당시만 해도 벌이 교미하는 방식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꿀벌처럼 성적인 결합 없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통용됐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였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논리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우리를 영생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게 욕망과 성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에서 보자면 가당찮은 주장이었지만 “꿀벌도 교미하지 않는데, 인간이 왜 그런 것 하나 못 참느냐”는 주장도 당시엔 통했다.근대 정치혁명을 통해 정치의 주인이 바뀌면서 꿀벌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여러 사상가가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자유주의를 꿀벌로 풀어냈다. 꿀벌이 가진 완벽한 질서와 인간 이성의 숭고한 자유를 외친 프루동, 꿀벌 사회가 모계 중심의 여권제에 기반을 둔 태초의 인간 사회를 보여 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라고 주장한 바흐오펜, 그리고 기존의 부지런한 꿀벌이라는 틀을 비틀어 “벌집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낸 주된 원동력은 바로 욕심과 허영심”이라고 주장한 버나드 맨더빌 등이다. 꿀벌은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그나마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성 우월주의 사상에서 ‘왕벌’로 불렸던 벌이 사실상 암컷인 여왕벌이었던 점, 그리고 여왕벌에게도 벌침이 존재했고 일벌이 다소 퇴행한 난소를 가진 암컷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소우주에 버금가는 육각형의 벌집은 수학이 풀어냈다. 여왕벌이 벌집 밖의 하늘 위로 날아올라 교미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이 꿀벌의 진짜 모습을 찾아낸 셈이랄까. 형제는 “20년 전 철학과 꿀벌을 결합시킨 탐사 계획을 맨 처음 떠올렸을 때에는 그 규모나 기간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자료를 읽어 나가고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갈수록 우리 형제는 서양 사상사의 주요 대목에서 늘 꿀벌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20년에 걸친 꿀벌 탐사는 그야말로 ‘지적인 비행’이라 할 수 있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꿀벌과 함께 하는 이 여행에 동참해 보시길. 머리가 윙윙거리며 지끈거리더라도 나름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지금,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고 있나요?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지금,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고 있나요?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윤성근 지음/산지니/256쪽/1만 5000원힘들게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무슨 직업이든 상관없다, 아버지처럼 힘들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 앉아서 돈 벌고 싶다고 생각한 애늙은이 꼬마가 진짜 편하게 사는 것 같은 헌책방 주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이 이상한 헌책방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생기지 않았을 테니.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손님과 장기나 두고 있는 팔자 늘어진 헌책방 주인과 저자를 겹쳐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입이 나지 않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쓰고 강의를 나가고, 새벽 6시까지 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이나 책방 구석을 활용한 공연, 독서모임을 만들고, 책방에 입점한 제본소와 함께 강의를 기획하는 성실한 활동을 보면 그렇다. 그러는 한편 오후 3시에 문을 열고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는 근무시간을 보면 그 애늙은이 꼬마는 꿈을 이루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신의 속도에 잘 맞는 삶의 리듬을 발견하고 실천하고 있으니 꿈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남들이 사는 대로 살고, 남들이 강요하는 속도로 뛰던 저자는 어느 날 ‘월든’을 읽게 되고,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책을 더 찾다가 ‘이반 일리치’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는 그런 연유와 닿아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반 일리치를 읽고 그렇게 살다’에 가깝겠다. 저자는 독서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으로 연결시킨다. 이후 저자의 행적은 이반 일리치의 말을 삶에 적용하고 실험하는 과정이다. “내가 헌책방에서 하고 싶은 것은 과연 그의 처방이 맞는지 확인하고 실천을 통해 검증하는 실험이다. 나는 사회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에 앞에 나서서 이 사회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이론을 제시하거나 설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건 내 역량 밖이다. 다만, 나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이것저것 해볼 수는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과정의 중간보고서다. 자신만의 리듬과 속도로 살아보며 삶을 다시 디자인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독자 개개인이 각자의 속도를 찾아내기를 권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저마다 삶을 즐긴다면 그 공동체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일 거라며. 모든 생명체들이 제각각 소란스럽지만 조화롭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풍경이 저자가 원하는 궁극의 목적지다.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셔터를 올리는 힘으로 그가 매일 하는 일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