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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대선 경선 연기론’·‘安 때리기’ 띄우는 속내는

    여야, ‘대선 경선 연기론’·‘安 때리기’ 띄우는 속내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대선 전초전’이자 여야 수장들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들이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한 모습이다. 친문(친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권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대선 경선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야권 단일화의 최대 경쟁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때리기가 격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대권 운명은 이번 보선 결과와 연동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귀책사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당헌까지 뒤집어 후보 공천을 결정했다. 당 일각에서는 다음달 9일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 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선 일정과 맞물려 대선 경선 연기론도 피어오르고 있다.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하는 현행 당헌 규정을 ‘대선 120일 전’으로 늦추자는 것으로, 특히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공식 언급을 하진 않았다. 당 공보국도 15일 “당내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하지만 주변에서는 이 지사 상승세를 꺾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연기를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180일 규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건 오랫동안 지적됐던 문제로 당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이라며 “후보가 빨리 결정되면 다른 당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김 위원장도 보선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단일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국민의힘 퍼스트’ 리더십을 고수하며 안 대표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간 ‘제3지대’ 단일화가 난항을 겪는 것과 관련, “단일화는 한 사람의 개인기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모두의 팀플레이로 이뤄지는 필승 전략”이라며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존 (또는) 공멸의 상황”이라고 일침을 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야권 서울시장 후보를 안 대표에게 넘겨주는 것 자체가 보선에서 패한 것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본인은 수차례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만약 보선 후 이어지는 대선에서 김 위원장이 킹메이커가 되려면 무조건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헬스장 34명 집단감염”…사과문 올린 헬스장 사장님

    “헬스장 34명 집단감염”…사과문 올린 헬스장 사장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헬스장 관련 확진자 수가 총 34명으로 증가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비난이 이어지자 해당 헬스클럽 대표는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운영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헬스장 관계자 1명이 지난 10일 최초 확진됐다. 이후 13일까지 24명, 14일에 9명(직원 1명, 이용자 8명)이 추가 확진돼 관련 확진자는 총 34명이다. 서울시는 해당 시설 관계자 등 접촉자를 포함해 총 353명에 대해 검사했다. 검사 결과 최초 확진자를 제외하고 양성 33명, 음성 241명이 나왔다. 나머지는 검사 중이다. 해당 헬스장 대표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저희 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 뉴스 보고 찾아오셔서 악플을 남겨주시는 분들로 인해 몇 글자 올린다”며 “먼저 확진자가 나오게 되어 죄송하다. 아무리 방역에 힘을 기울여도 어떻게 감염이 되었는지 보건소 직원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는 이 상황이 저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상황을 직접 겪고 있으니 이제 느껴진다. 누구나, 누구한테나, 언제든지 이 썩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 저희 잘못이 있다. 가족들 먹여 살려야 하니 위험해도 돈을 벌어야 해서 센터 문을 열고 수익은 안 나도 이렇게라도 버텨야 월세라도 내고, 직원들 급여도 줘야 하고, 그래서 위험해도 방역수칙 다 지키면서 일했다”고 적었다. 그는 “알코올 소독제를 하루 8~10번 정도로 뿌려대면서 회원들에게 욕먹으면서도 샤워를 못 하게 했고 연신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달라고 했다. 그래도 이렇게 확진자가 나오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저희도 답답하다”며 “보건소 직원도 원인을 모르니 자가격리만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 현재 상황이 너무 억울하지만, 상황이 이리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글을 맺었다. 현재 이 헬스장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 전환된 상태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창문을 통해 자연 환기가 가능했다.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실시 등 방역수칙도 준수했다. 다만 샤워장, 탈의실 등 공동사용으로 관계자와 이용자 간 감염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구로구 보건소와 역학조사 및 접촉자 조사 중이다. 해당 시설에는 긴급방역을 실시했다. 해당 스포츠센터 이용자를 파악해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도록 안내문자도 발송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실내운동시설에서는 손 소독, 운동기구 표면소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환기를 자주 하고 물 등 음료는 허용되나 음식 섭취 금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특파원 칼럼] 美서 위안부 역풍 맞는 일본/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美서 위안부 역풍 맞는 일본/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으로 촉발된 후폭풍이 거세다. 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도 그 자질을 의심케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기업의 연구기금이 학문적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미 학계가 충격에 빠졌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내외 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온 대학과 싱크탱크에는 세계 각국의 연구기금이 지원된다. 각국에 유리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로비성 투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미 대학과 싱크탱크가 ‘학문적 독립성’이라는 원칙에 철저한 이유다. 연구기금을 지원하더라도 연구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대가를 요구하지 말라는 의미다. 일견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이 없어 보이는 미국이지만 학계가 신뢰를 얻어 온 데에는 이런 학문적 풍토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의 8페이지 논문을 두고 미 학계에서는 이런 오랜 전통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돈을 벌려던 매춘업자와 큰돈이 필요했던 ‘매춘부’(위안부 피해자)가 이해관계에 따라 고용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따라 나섰을지도 모르는 극소수의 위안부를 일반화해서 정상 계약으로 둔갑시키는 그의 논리는 일본 민관이 나서 미국 학자들에게 제공해 왔다던 프레임 그대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은 ‘일본법학 미쓰비시 교수’다. 1970년대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거액을 기부하면서 생긴 자리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정신대 문제 대책 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 연구를 해 온 교수들은 ‘위안부 피해자는 일제가 강제 동원한 성노예였다’는 “압도적인 역사적 증거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무시한 잘못된 논문”이라는 항의 서한을 논문이 게재될 국제법경제리뷰에 보냈다. 이들은 11~12살 어린 소녀들이 당한 참혹한 현실 등에 대해 역사적 문헌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했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 학계에 영향력을 키워 온 일본의 공공외교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일 학자들을 육성해 후방에서 일본 외교를 돕도록 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한국도 미 학자들에게 연구자금을 대거 지원하고 우리의 논리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 하지만 현재 미 조야에서는 일본식 학계 공략이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미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연구위원회(SSRC)는 일본 지원으로 운영하던 ‘아베 펠로십’의 2015년 선발 과정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일본 과거사 문제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교수가 우수한 성적에도 탈락했다는 내용이 ‘일본판 분서갱유’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학술지에 실렸고, 이에 SSRC가 실상을 조사한 결과였다. 또 지난해 초 하버드대 화학과 학과장인 찰스 리버 교수는 중국에서 금품을 받고도 학교 및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체포됐다. 이를 두고 중국 스파이설까지 나왔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미 학계에서는 외국 정부의 지원금에 대해 논란과 경각심이 높아졌고, 앞으로도 ‘학문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램지어 교수 사태가 한국의 공공외교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정권에 따른 부침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한 인맥을 형성하고 정확한 역사적 사료를 축적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된다. 램지어 교수를 규탄한 미 학자들은 학문적 양심에 어긋났다는 판단에 움직였다. kdlrudwn@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근대 대표 출판사 겸 서점 ‘박문서관’

    [근대광고 엿보기] 근대 대표 출판사 겸 서점 ‘박문서관’

    “신구 서적 만종(萬種)과 문방구를 완비하고 특별 대염가로 도매 소매하오니 다소(多少) 불구하고 주문하시오. 일어 영어 사전 자전 각종도 구비함.” 한국의 근대 출판을 대표하는 출판사 겸 서점인 박문서관의 광고 내용이다. 박문서관의 창업주 노익형(1885~1941)은 몹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4살 때부터 육의전의 하나인 저포전(苧布廛) 점원, 객주집 거간 일을 하고 잡화상을 차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지인의 권유로 경성 남대문통 3정목(현 남대문로 3가) 상동교회 앞에서 자본금 200원으로 작은 서점 박문서관을 연 것은 22세 때인 1907년이었다. 한일병합으로 총독부에 역사 서적을 몰수당하는 고초를 겪었지만, 봉래동을 거쳐 1925년 종로로 서점을 옮기고 출판사도 겸하면서 사업은 확장일로로 들어섰다. 박문서관은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을 약 4만부 팔았고, 춘향전·심청전·조웅전·유충렬전 등 구소설을 1년에 약 3만~4만부 판매하는 등 규모를 키워 갔다. 1920년대에는 ‘짠발쟌 이야기’ 등의 번역·번안물과 이광수의 ‘무정’, ‘첫사랑’ 등도 히트작이었다. 염상섭의 ‘견우화’, 현진건의 ‘지새는 안개’ 등도 출간했다. 큰돈을 번 노익형은 대동인쇄소까지 인수해 경영하며 출판, 서적, 인쇄 3대 부문의 패자(覇者)가 됐다. 인쇄소는 종로 YMCA 바로 뒤에 있었다. 서점 판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준 것은 오늘날의 온라인 판매와도 같은 통신판매였다. 1935년 무렵에 그는 신구 소설 등 1000여종의 책 판권을 갖고 있었고 매출의 70%를 통신판매로 달성했다고 한다(매일신보 1936년 5월 14일자). 박문서관은 문학도서 외에 문세영의 ‘조선어사전’ 등 사전류도 펴냈고, 무엇보다 박문문고라는 휴대하기 좋은 문고본을 발행해 독서의 저변을 넓혔다. 1938년에는 월간 문예지 ‘박문’을 발행해 쟁쟁한 문인들의 수필을 실었다. 그러나 노익형은 일제에 협력하고 창씨개명을 해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다. 광복 후 박문서관은 박문출판사와 박문서점, 박문인쇄소로 분리됐다. 노익형 사후 유일한 혈육인 노성석씨를 거쳐 성석씨의 고교 선배인 이응규씨가 총괄 사장을 맡아 운영했다. 문을 닫은 것은 1957년이었다. 출판사와 서점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6·25 전쟁 때 인쇄시설이 폭격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60평쯤 되던 박문서점이 있던 곳은 종로2가의 옛 고려당 바로 옆 건물이었는데 2002년에 없어진 종로서적의 지척이었다. 폐업 당시 박문서점은 영창서관, 덕흥서림과 함께 서울의 3대 서점으로 꼽혔다. 1972년에 설립된 고시·수험 서적 전문 출판사 박문각과 박문서관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다. 박문서관의 목판 691장은 2013년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가/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가/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겨울이 주는 풍경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눈과 얼음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과감한 생략과 강렬한 대비가 만든 풍경들은 이전부터 있었으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 준다. 십수 년 전에 만난 강원 철원의 겨울이 그랬다. 다른 계절엔 접근이 불가했던 풍경 속으로 자연이 만든 얼음 다리가 놓이고, 관광객들은 ‘아이스 트레킹’을 통해 그 생경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마음껏 즐겼다. 요즘은 ‘물윗길 트레킹’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건 변함이 없다. 요즘 관광객들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체험을 무척 중시한다. 뭔가를 만든다거나 그려 보거나 직접 풍경과 맞닥뜨리는 걸 즐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크든 작든 호수를 품은 지역은 복 받은 곳이다. 비수기로 여겨지는 겨울철에도 관광객을 유혹할 수 있어서다. 자전거 동호인 중에는 빙판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걸 즐기는 이들이 있다. 트레킹 좋아하는 이들은 얼음 위를 걷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그저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전 충북 괴산을 다녀왔다. 여기도 괴산호라는 예쁜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엔 ‘산막이 옛길’이 조성돼 있다. 겨울에도 적지 않은 관광객이 ‘산막이 옛길’을 찾는다. 한데 이들에게 호수는 그저 바라보는 대상일 뿐이다. 꽁꽁 언 얼음판으로 내려가서 걷든지, 미끄러지든지 뭔가 해 보고 싶은데 얼음 호수로의 접근은 꽉 막혀 있다. 겨울철에 강원 화천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산천어 축제의 매력을 엿보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정작 바뀌는 건 없다. 화천의 그 거대한 얼음 놀이 공간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물을 얼리기 위해 미리 유량과 유속을 조절하고 가물막이를 세우거나 원활한 결빙을 위해 수초 제거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괴산호의 겨울이 화천과 다를 건 없다. 해마다 겨울이면 얼음 나라로 변신할 여건이 자연스레 갖춰진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전이, 환경이 문제라면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하면 될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입장료로 돈 벌 궁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건 참 세련되지 못한 마케팅이다. 강원 삼척의 미인폭포를 예로 들자. 예전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관광객이 몰리자 언제부터인가 청소비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곳을 한 번은 찾아도 두 번은 안 간다. 당연히 재방문율도 뚝 떨어지고 말 것이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진짜 수익은 입장료가 아닌 주변에서 내는 것이다. 무료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누구라도 사지 않을 수 없는 관광 소품을 팔거나 누구든 찾지 않을 수 없는 농가 맛집 등을 운영해야 더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대체 무슨 소품을, 어떤 음식을 개발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법하다. 물론 지자체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대신 예산을 들여 대학생이나 주민, 혹은 외지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모전을 열어 보라. 아마 ‘신박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것이다. 올해 특별한 게 없었으면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좀더 생산적인 결과도 나오지 않을까. 거듭 말하지만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생멸의 기로에 선 지금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적기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지역관광 활성화가 살길인 양 외쳤으면서도 정작 호기가 찾아온 지금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 코로나19가 물러난 뒤엔 늦다. 그때쯤이면 국민들의 시선도 해외로 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angler@seoul.co.kr
  • 유튜버 상위 1% 한해 6억 7000만원 벌었다…사업자 첫 소득신고

    유튜버 상위 1% 한해 6억 7000만원 벌었다…사업자 첫 소득신고

    1인당 연간 평균 3152만원하위 50%는 108만원 편차 커연수입 8000만원 추정 채널 3800개↑정작 자진신고 2776명에 그쳐 한계 지적양경숙 “고소득 탈루 않도록 관리 철저히”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의 종합소득 실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위 1% 고수입자 27명이 벌어들인 연간 수입은 1인당 평균 6억 7100만원이었다. 이는 전체 수입액의 5분의 1(21%)를 차지한다. 상위 10% 수입 평균 2억 1600만원전체 수입 68% 차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9년도 1인 미디어 창작자 업종코드 수입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총 875억 1100만원을 신고했고 1인당 평균 3152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위 10%가 벌어들인 수입은 1인당 평균 2억 1600만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68.4%를 차지했다. 하지만 하위 50%가 번 수입은 1인당 평균 108만원으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입액은 필요 경비를 차감하기 전 모든 단계를 합산한 금액으로 일종의 매출액과 비슷하다. 과거 유튜버와 BJ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은 기타 자영업자로 분류돼 정확한 수입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국세청은 2019년 9월 인터넷·모바일 기반 미디어 플랫폼 환경에서 영상콘텐츠를 제작해 수입을 올리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업종코드를 신설했다. 해당 업종코드로 수입을 신고한 유튜버 등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의 수입 현황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유튜버가 자진신고 안하면 수익 파악 어려워 통계 한계 “45억 수입 올리고도 신고 안 한 유튜버 7명 세금 10억 추징” 하지만 유튜버들이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과세 당국이 수익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이러한 통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기업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연수입 8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구독자 10만명 이상 채널은 3800개가 넘지만 해당 업종 코드에 따라 수입액을 자진신고한 인원은 2776명에 불과했다. 양경숙 의원은 “45억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신고를 누락한 유튜버 7명에 대해 세금 10억원을 추징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유튜버는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일 정도로 인기가 높고 엄청난 조회수로 고소득을 올리는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의거해 소득세 탈루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세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월급 한번 준 적 있냐”에 격분…50년 함께 산 아내 살해

    “월급 한번 준 적 있냐”에 격분…50년 함께 산 아내 살해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사망케 해“유족들 처벌 원치 않아”…징역 8년“자녀들에게도 치유 어려운 고통” 잔소리에 화가 나 아내를 살해한 70대 노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지난 5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아내로부터 “공공근로를 해서 돈을 벌어와라. 당신이 뭔 돈을 많이 벌었느냐. 월급 한번 준 적 있느냐”라는 소리를 듣고 격분해 흉기로 아내를 여러 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당시 결혼한 지 50여년이 된 이들 부부는 결혼 생활 동안 금전적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자주 다퉈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개인택시 일을 그만둔 이후로 돈을 벌어오라는 아내 요구에 다투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가 수년 전부터 아내의 요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아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까지 받았다는 점, 관계회복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점,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의 인연을 맺은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는 혼인 관계에 기초한 법적·도덕적 책무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며 “가족 간 윤리와 애정을 무너뜨리고 자녀들에게도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봅슬레이 선수의 고백

    “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봅슬레이 선수의 고백

    보육원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일은 두렵기만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만18세는 법정대리인 없이 휴대폰 개통도 할 수 없는 나이. 매년 2600여명의 아이들이 종이상자 하나를 들고 보육원을 나가야 합니다. 3년 동안 받는 자립수당은 월 30만원.가족이 없는 아이들은 보육원마저 떠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외롭고 버겁기만 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삶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청포도]는 청춘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게 더는 외롭지 않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보육원에서 떠나야하는 보호종료아동. 부모도, 부모 역할을 하는 보호자도 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자립금은 단 돈 500만원. 살 곳을 구하고 취직을 할 때까지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에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증금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전부 잃는 경우도 많다. 갈 곳을 잃고 돈도 잃은 아동은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봅슬레이 선수 강한 역시 보호종료아동이 된 지 4년이 되어간다. 보육원에서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나오니 하나 남은 울타리마저 없어졌다는 생각에 외롭고 힘들었다. 보육원을 나와 방 하나짜리 집에 2년 계약을 했지만 몇 달 만에 공사를 한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살 곳을 잃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세상물정을 몰랐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일주일간 노숙생활을 하고, 훈련을 위해 들어간 숙소에서도 몰래 택배 상하차와 배달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이름도 생일도 보육원에서 지어줬다는 강한에게 명절은 ‘가장 힘든 때’다. “보기 싫은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일이 1월 1일인데 미역국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명절이 되면 가족과 함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해요. 외롭지 않은 적이 없어서 혼자 있어야만 하는 이 때가 참 괴로워요.” 강한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을 보호종료아동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보육원에 있는 친구들이 연락을 하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잘 살아야 한다. 잘 될 거다”라고 답장을 한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다는 건 흰 도화지에 점 하나가 된 기분이에요. 씩씩하게 보이려 해도 속으로는 참 힘들어요. 삶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 진심으로 대해 준 친구 한 명 덕분에 버텼어요.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보호종료아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까지 무연고자로 쓸쓸하게 떠나는데 마음이 아프죠. 주위에서 ‘잘 지내’ ‘괜찮아’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돼요. 명절이 유독 힘들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조촐한 공연 한 편… ‘마음 에너지’ 충전

    조촐한 공연 한 편… ‘마음 에너지’ 충전

    길지 않은 연휴, 이달 초부터 다시 문을 연 공연장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가족들과의 모임도 조심해야 하는 때이긴 하지만, 조용히 보는 공연 한 편으로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새해를 맞는 방법일 수 있다.#다시 열린 무대 우선 오랜 멈춤을 딛고 지난 2일부터 재개된 뮤지컬 작품들을 놓치기 아쉽다. 지난해 12월부터 무려 8주 동안이나 무대에 서지 못한 배우들이 어느 때보다 에너지를 쏟아내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1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자신의 인생을 되찾는 동명의 소설을 웅장하게 그려낸 ‘몬테크리스토’(LG아트센터), 영화 ‘사랑과 영혼’ 속 애절한 사랑을 다채롭고 감각적인 효과로 더욱 실감 나게 만날 수 있는 ‘고스트’(디큐브아트센터)는 무대만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배우들의 치열한 열정을 느끼다 가난한 삶을 살다 갑자기 귀족 가문 후계자로 인생이 뒤바뀌는 인물의 유쾌한 여정을 담은 ‘젠틀맨스 가이드’(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즐거운 작품이다. 플라멩코와 함께 강렬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베르나르다 알바’(정동극장), 인생에서 차마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HOPE(호프)’(두산아트센터)도 볼만하다. 대부분 3월 전후로 막을 내리는 공연들이라 배우들도 더욱 뜨거운 열정을 무대 위에서 선사하고 있다. 백석 시인의 시를 모티브로 잔잔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도 지난 2일부터 2주간 연장 공연이 결정돼 설 연휴까지 공연이 진행된다.#고민하는 순간 티켓 매진 최근 새롭게 여정을 시작한 대작 뮤지컬들도 기대를 모은다. 이미 오픈되자마자 치열한 티켓 전쟁으로 표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한 캐스팅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일 개막한 ‘맨오브라만차’(샤롯데씨어터)에서는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가 돈키호테로 변신해 꿈을 향한 용기와 도전을 노래한다. ‘초록마녀’ 옥주현·정선아와 함께하는 마법 같은 시간을 12.4m 거대한 타임 드래건과 나는 원숭이, 350여벌의 의상 등으로 꾸민 ‘위키드’는 당초 16일이 공식 개막일이었지만 설 연휴 5회 공연을 추가해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무대 선 브라운관 스타 최근 브라운관을 달군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연극 무대도 다양하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한 살리에리의 고뇌를 다룬 연극 ‘아마데우스’(광림아트센터)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차지연·김재범·지현준 살리에리와 함께 박은석·김성규·최재웅·백석광 모차르트가 함께 매력을 선보인다. 장진 감독의 연극 ‘얼음’(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선 정웅인·이철민·박호산과 김선호 등의 깊은 연기를 볼 수 있다. 신구·이순재와 박소담·권유리·채수빈의 호흡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예스24스테이지)는 설 연휴 공연을 끝으로 14일 막을 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英여군 이중생활… 핵잠수함에서 음란물 촬영

    英여군 이중생활… 핵잠수함에서 음란물 촬영

    영국의 여성 해군 장교가 핵잠수함 기지에서 음란물을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8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해군 소속 클레어 젠킨스(29) 중위는 같은 해군인 남자친구가 촬영해준 노출 사진과 영상 등을 유료 성인 웹사이트에 올려 돈을 벌고 있었다. 사실을 알게 된 당국은 즉시 조사를 명령했다. 수사관에 따르면 젠킨스의 사진 중 상당수가 핵잠수함인 ‘HMNB 클라이드호’에서 촬영됐다. 해군 관계자들은 핵잠수함에서 촬영하는 것은 “보안에 위험을 가할 수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만 “(젠킨스 중위가) 우리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킨스 중위는 상사에게 자신이 한 모든 행위를 인정했지만 “개인 시간에 한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달 약 1만6000원 정도를 내고 구독하는 성인 웹사이트 ‘온리팬즈’에 ‘캘리 테일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프로필에 “나는 개구쟁이처럼 굴고 파란만장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면이 가끔 나를 곤란하게 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일로 굉장한 흥분감을 얻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발명가가 된 화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발명가가 된 화가

    새뮤얼 모스는 1838년 자신이 발명한 ‘멀리서 글을 쓸 수 있는’ 기계를 대통령과 내각 앞에서 시연했다. 초기에는 여러 전신 체계가 등장해 경합을 벌였는데, 모스의 체계가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인정받아 표준이 됐다. 1844년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최초의 전신선이 연결됐고, 1867년까지 약 8만 킬로미터의 전신망이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에 퍼졌다. 전신은 19세기의 인터넷이었다. 전신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았고, 정치와 전쟁, 상거래의 형태를 바꿔 놓았다. 사십대 후반 전신 연구에 뛰어들 때까지 모스는 화가로 살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로열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했고, 미국으로 돌아가 초상화와 역사화를 그렸다. 1829년 모스는 프랑스행 여객선을 탔다. 이때만 해도 기량을 더 쌓아 화가로 성공하려는 일념뿐이었다. 파리에서 모스는 이 그림을 그렸다. 이 방에는 ‘모나리자’를 비롯해 라파엘로, 카라바조 등의 걸작이 빼곡히 걸려 있다. 루브르에는 이런 방이 없었지만, 모스는 임의로 걸작을 골라 그려 넣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럽의 르네상스나 바로크 미술을 접할 수 없었다. 모스는 이 그림을 전시하고 입장료를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달리 대중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두 번의 전시회를 끝으로 모스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림은 그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에 수집가에게 팔렸다. 그 후 수년 동안 모스는 화가로 입지를 다지려고 노력했으나 실망만 겪었다. 그사이 나이는 마흔일곱 살이 되었고 머리는 잿빛으로 변했다. 모스는 그림을 포기했다. 이 무렵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쓰라린 심경을 토로했다.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미소 짓는 애인이었지만 나한테는 잔인한 변덕쟁이였다네. 나는 그림을 저버리지 않았네. 그림이 나를 버렸지.” 발명은 그림과 달리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가 개발한 전신 체계는 전 세계로 퍼졌고, 그는 모스 부호로 길이 기억되고 있다. 1982년 테라 파운데이션은 한 세기 전 푸대접을 받고 헐값에 팔렸던 이 그림을 325만 달러라는 거금에 사들였다. 미술평론가
  • ‘실적 효자’ 이름값 못한 은행 “주식 호황에 불효자는 웁니다”

    ‘실적 효자’ 이름값 못한 은행 “주식 호황에 불효자는 웁니다”

    매년 금융사 실적을 책임졌던 은행들이 골칫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을 등에 업은 증권사 등의 선전 덕에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돈을 벌었지만, 소속 은행들은 오히려 역성장했기 때문입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익은 평균 8% 감소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조 2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신한은행은 2조 778억원으로 10.8% 하락했습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6.1%(2조 101억원), 9.45%(1조 3632억원) 떨어졌습니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평균 0.12%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금융지주의 ‘백조’로 대접받던 은행의 실적은 금융지주의 다른 계열사의 성적과 비교돼 더 초라해 보입니다. 지난해 증권사 등 비은행권이 큰 수익을 내면서 KB금융(4.3%), 신한금융(0.3%), 하나금융(10.3%)은 전년보다 높은 실적을 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가 적은 우리금융만 순익이 감소했죠. 은행권 순익이 일제히 줄어든 건 우선 초저금리의 영향이 큽니다. 낮은 금리로 인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차익)이 줄어들고 코로나19 등에 대비해 충당금까지 쌓다 보니 돈을 별로 못 번 셈이죠. 또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송금, 결제 등 은행 고유 업무 영역에 뛰어든 것도 악재였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수익 창구가 전반적으로 줄었고, 글로벌 분야나 기업투자에도 한계가 있어 실적 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실적 악화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가계대출 대란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대출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은행들은 1년 넘게 쌓여 있는 대출원금과 이자액이 나중에 자칫 큰 위협이 될까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금융지주사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익을 사회에 공유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과 지주의 실적이 다르지만, 외부에서는 하나의 금융사로 보기에 공개적으로 ‘이익이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막막한 상황을 돌파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北 핵무기·탄도미사일 지난해 내내 개발 지속”

    북한이 2020년에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 발전시켰다고 로이터가 8일(현지시간)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를 한 유엔 외교관의 전언으로 소개한 기사다. 이에 따르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연례보고서는 “지난해 내내 북한은 핵분열 물질을 생산했고 핵시설을 유지했으며 탄도미사일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했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위해 해외에서 관련 물질과 기술을 계속 찾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한 “북한은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와 부대시설을 폭파했지만 여전히 현장엔 인력이 남아 있고, 이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버려진 것이 아닌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여전히 인력 남아 있어 북한은 지난해 이란과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협력도 재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군사 퍼레이드에서 새 중·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였고, 새 탄도미사일 탄두의 시험 및 생산과 전술 핵무기 개발 준비를 선언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핵 장치를 탑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은 지난해에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지속적인 해킹 활동을 벌였다. 북한이 벌어들인 가상 자산은 2019년~2020년 11월 약 3억 1640만 달러(약 3530억원)로 평가됐다. ●이란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협력 재개 한편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해 엄격한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적인 제재에 이어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위는 2019년엔 북한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석탄 수출을 통해 최소 3억 7000만 달러를 벌었다고 보고했으나, 석탄 밀수출은 지난해 7월 이후 대부분 중단된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는 대북제재위 연례보고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주 만에 나온 것임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에 김기민·올가 스미르노바 초청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에 김기민·올가 스미르노바 초청

    국립발레단은 오는 4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라 바야데르’ 공연에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올가 스미르노바를 초청한다고 9일 밝혔다. 러시아 양대 발레단인 마린스키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은 세계 최고 수준 발레단으로도 손꼽히는 데다 두 무용수는 각 발레단에서 최고 기량을 선보이며 이미 국내외 수많은 팬을 보유한 스타 무용수들이다. 김기민은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2015년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했고, 2016년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마린스키 뿐 아니라 아메리칸발레시어터, 파리오페라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 공연에도 초청받으며 대한민국 발레 위상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올가 스미르노바는 2011년 입단 이후 현재까지 볼쇼이 간판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2013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라 바야데르’ 남녀 주인공인 솔로르와 니키아를 맡아 열연하며 화려한 무대를 그려낼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무용수 120여명과 다채로운 의상 200여벌, 고난도 테크닉과 다양한 캐릭터 등 볼거리가 가득해 발레계 블록버스터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3막 ‘쉐이드’ 장면에서 32명 발레리나의 군무는 발레블랑(백색발레)의 백미로 꼽힌다. 공연은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0대 시절 기숙학교서 가혹행위 시달려” 패리스 힐튼 ‘눈물’

    “10대 시절 기숙학교서 가혹행위 시달려” 패리스 힐튼 ‘눈물’

    힐튼, 주의회 청문회 출석해 진술감독 강화 법안 만장일치 통과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그룹 가문의 일원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튼이 10대 시절 기숙학교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렸다고 의회에서 진술했다. 힐튼은 기숙학교에서의 가혹행위가 문제시되면서 이들 학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유타주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세에 11개월 동안 프로보 캐니언 기숙학교를 다닌 힐튼은 학교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힐튼은 학교 직원들이 자신을 폭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도록 한 데다, 벌로 의복 없이 독방에 감금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힐튼은 “너무 개인적인 일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무섭다”면서 “그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이 겪은 학대를 경험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39세의 힐튼은 기숙학교에서의 처우가 정신적 외상을 낳아 수년 동안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힐튼이 지지한 법안은 청소년 기숙 및 치료 시설에 대해 당국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힐튼과 다른 증언자들의 진술 이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힐튼이 다녔던 학교는 2000년 매각됐다. 현재 재단은 매입 이전 발생한 일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동시를 읽는 겨울

    [안도현의 꽃차례] 동시를 읽는 겨울

    윤동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권태응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윤동주는 1917년 중국 용정에서 태어났고 권태응은 1918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윤동주는 해방이 되기 전에 옥사했고, 권태응은 한국전쟁 중에 폐결핵으로 숨을 거뒀다. 윤동주는 1943년 사상범으로 일경에 체포됐고, 권태응 역시 사상범으로 1939년 유학 중에 체포됐다. 삶의 이력이 유사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둘 다 빼어난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었다는 것.나는 윤동주의 ‘서시’나 ‘별 헤는 밤’보다 그가 쓴 40여편의 동시를 더 좋아한다. “넣을 것 없어/걱정이던/호주머니는//겨울만 되면/주먹 두 개 갑북갑북”(‘호주머니’ 전문) 겨울에는 이 동시를 혼자 되뇌어 본다. 채워지지 않은 빈 호주머니는 힘든 시절을 통과하는 가난한 아이의 표상이다. 다행히 겨울에는 거기에 주먹 두 개가 들어간다. 그 모양을 윤동주는 ‘갑북갑북’이라고 썼다. ‘갑북’은 ‘가뜩’의 방언이다. 이 말을 반복하면 마치 눈앞에서 주먹이 움직이는 형상이 그려진다. 비록 현실은 궁핍하지만 주먹 두 개를 주머니에 가득 채운 아이는 현실을 비관하지 않는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의 ‘감자꽃’이다. 공부와 놀이가 분리되지 않은 세계에 살던 아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안다. 새삼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의 당연한 이치를 이렇게 간명하게 표현한 동시를 나는 만나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의 눈을 가림으로써 어른들의 거짓과 음흉함을 숨기고, 나아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가 마치 동심의 고향인 것처럼 왜곡을 일삼았다. 그 결과 우리는 동심으로부터 멀리 떠나왔다.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 윤동주의 ‘해바라기 얼굴’은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누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권태응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발자국’이라는 동시는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눈 덮인 동네 앞길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실공장에 다니는 이웃집 누나/아마도 새벽길을 갔나 보다.”라고 노래한다. 1930년대 일제는 ‘조선공업화정책’을 펼치게 되고 전국에 방직공장과 실을 뽑는 제사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 어떤 시인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웃집 누나를 아이의 눈을 통해 읽어 낸 것이다. 윤동주와 권태응은 동심을 가족의 한정된 테두리에 가두지 않았다. 윤동주는 ‘오줌싸개 지도’에서 “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 땅”까지 동심의 지형을 확대한다. 이웃에 대한 관심은 권태응의 동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밥 얻으러 온 사람/가엾은 사람/다 같이 우리 동포/조선사람//등에 업힌 그 아기/몹시 춥겠네//뜨신 국에 밥 한술/먹고 가시오”(‘밥 얻으러 온 사람’ 전문) 요즘처럼 살벌한 세상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마음이다. 우리는 아파트 문을 꼭꼭 닫아걸고 산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권태응을 일찍이 세상에 호출한 이가 도종환 시인이다. 시인은 1997년부터 충주에서 권태응문학제를 열었고, 미국에 사는 선생의 아들을 찾아가 공개되지 않은 육필 원고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2018년에 ‘권태응 전집’(창비)을 간행하기에 이르렀다. 충주시가 권태응문학상을 제정해 해마다 수상자를 격려하고 있는 점도 보기 좋다. 우리는 그동안 동시를 읽는 일에 인색했다.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는 어른들이 늘어난다면 훼손된 동심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지 않을까? “살구를 먹고는/살구씨 묻고//복숭아를 먹고는/복숭아씨 묻고//울 안에 울 밖에/토다닥 묻고//날마다 싹 났나/ 찾아가 보고”(‘살구씨’ 전문) 살구씨와 복숭아씨는 유난히 단단해서 발아시키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단단한 씨앗에서 싹이 나온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 우리에게 이 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회초리가 된다. 철없는 아이가 철든 어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 [데스크 시각] 명분도 실리도 잃은 2·4 부동산 대책/김동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명분도 실리도 잃은 2·4 부동산 대책/김동현 사회2부 차장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대책’이 나왔다. 이름이 참 독특하다.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 대책의 골자는 공공이 나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주도해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율까지 낮췄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 4분의3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공공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에 동의율을 주민 3분의2 수준으로 낮췄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32만 3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정도면 북한의 ‘천리마 속도전’은 아이들 장난이다. 정부가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주택 12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원인이 결국 당장의 집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주택 공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정부가 밝힌 목표만 봐도 그렇다. 정부 뜻대로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더라도 2025년 서울에 공급되는 것은 아파트 32만 3000채가 아니라 아파트가 지어질 땅이다. 그런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 때문에 공급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국민들이 기다리는 아파트가 나오는 시기는 2025년에서 최소 3~4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번 대책이 당장의 아파트 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에 실리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걱정 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공공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소외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도정법을 뜯어 보면 도시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다수가 개인의 재산권과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크다. 이 때문에 법은 적어도 4명 중 3명 이상의 높은 동의가 있을 때만 사업을 할 수 있게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공공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선 주민 동의율을 3명 중 2명만 찬성해도 할 수 있게 고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 민간과 다르기 때문에 동의율이 낮아도 된다고 주장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이든 공공이든 개인의 사정을 무시한 채 그들의 재산과 권리를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훼손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자는 쪽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다.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니 삶의 터전을 옮길 필요도 없고, 개발 지역을 생계의 근거로 삼는 경우도 적다. 그저 투자금을 더 빨리 회수하고,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면 된다.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자는 사업계획에 도장을 찍기가 두려운 이들은 노후 주거지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경제적 취약 계층이다. 이 때문에 동의율을 낮추는 것은 대토지주와 투자자의 이익을 더 강화하게 된다. 이번 대책이 명분도 잃었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수많은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주택시장은 아직까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거둔 지 오래다. 시장이 뜨거우니 뭐라도 내놔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진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moses@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워싱턴 넘어 월스트리트 위협하는 ‘소셜미디어 파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워싱턴 넘어 월스트리트 위협하는 ‘소셜미디어 파워’

    전 세계 사람들은 지난해 미국의 대선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민주주의 수출국’이라는 나라의 선거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허약해서 도널드 트럼프의 여론조작과 그의 말을 믿는 소수의 지지자에 의해 쉽게 흔들리고 농락당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선거제도는 미국인들도 오래도록 그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골칫거리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간접선거제도가 있다. 민주주의의 후발국인 한국이 이미 수십 년 전에 폐기처분한 이 제도를 미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가장 간단한 답은 미국의 헌법은 쉽게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미국의 건국 당시인 18세기의 논쟁을 이해해야 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미국을 세운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미국이 직접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에 반대했고 ‘민주주의’보다는 ‘공화정’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개개인은 현명할 수 있어도 그들이 모인 군중은 선동에 쉽게 현혹되고 이용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완충장치’가 간접선거제도였다. 나쁜 정치인이 어리석은 국민을 선동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은 현명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정치인들을 뽑고, 그 정치인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는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결과적으로 돈 많은 기득권이 권력을 독차지하는 이런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고, 미국이 독립한 이후로 공화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로 옮겨 가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었다. 미국의 정치사는 이들의 요구가 점점 더 현실이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는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대선후보를 결정하던 방식이 1970년대 들어서면서 경선의 결과를 철저하게 따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트럼프 같은 인물이 정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현상과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 직접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대표적인 인물인 제임스 매디슨(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해질수록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일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다. 지금도 그의 통찰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21세기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는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인류가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소통수단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수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그 소수(트럼프 지지자들)는 간접선거제도를 악용해서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쪽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 다행히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사히 취임했지만, 미국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드라마를 목격하게 됐다. 1월 말부터 벌어진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이다. 개미투자자들이 온라인 포럼에서 단결해 대형 기관투자가들을 물먹이면서 월스트리트에 충격을 안겨 준 일이다. 그런 게임스톱 사건과 ‘트럼프 현상’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똑같은 작동기제를 가지는, 말하자면 옷만 다르게 입은 쌍둥이다.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 사건은 주식시장에서 대형 투자사들이 하락장에서도 돈을 버는 방법으로 사용해 오던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에서 비롯됐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주식을 사는 대신 (약간의 이자만 내고) 빌려다가 내다 판 후에 그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팔 때의 주식 가격과 되살 때의 가격 차이만큼이 이윤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은 주가가 반드시 떨어진다고 확신할 때만 사용해야 하지만, 세상에 확률 100%의 투자는 없다. 따라서 특정 주식을 공매도한 기관투자가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그 주식이 떨어질 거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그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니 어서 내다 팔라는 말을 여기저기에 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 말을 믿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해서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돌려주고 차액을 챙긴다. 하락장에서는 이렇게 주식을 빌려 팔아 돈을 벌고, 상승장에서는 주식을 직접 팔아 돈을 벌게 되니 “경제가 좋든 나쁘든 월스트리트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월스트리트는 실물경제와 따로 노는 세상으로 변했다. 그뿐 아니라 공매도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자신과 무관한 돈놀이에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헤지펀드가 공매도하고 때로는 루머를 퍼뜨리면서 회사를 공격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대형 주식투자자들이 실물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돈을 챙긴다는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의 파워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이 보편화된 1980년대에 태어난 게임스톱은 미국 전역의 대형 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임 카트리지 매장이다. 지금 미국의 20~40대 인구, 특히 남성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체인매장이지만 근래 들어 경영난에 빠져 있다. 요즘 게임은 카트리지 대신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미국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몰락하면서 대형 몰이 문을 닫아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자 기관투자가들은 게임스톱의 주식을 공매도해서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젊은 개미투자자들이 인기 소셜미디어인 레딧의 한 투자포럼에 모여 일제히 게임스톱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10달러 언저리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350달러를 넘어가면서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대형 손실을 보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개미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레딧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 사이에 “팔지 말고 버티라”는 독려가 마치 전쟁터의 나팔처럼 울려 퍼졌다. 월스트리트는 이번 사건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떨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절대로 불가능해 보였던 개미투자자들 사이의 ‘흔들림 없는 단결’을 소셜미디어가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거인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싸움”이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400달러를 향해 치솟던 게임스톱 주가는 다시 50달러대로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개미투자자가 손해를 봤다. 게다가 게임스톱의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진짜 이득을 챙긴 건 시타델이나 센베스트 같은 헤지펀드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에게 개미투자자의 힘을 보여 주자고 시작한 싸움의 결과로 다른 큰손들이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게임스톱과 함께 이번에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을 산 기업들 중에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주가 폭등으로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기업도 있다. 힘없는 개인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처지를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1980년대 이후로 부자들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고 실질소득의 성장을 막아 버린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민주당을 불문하고 워싱턴의 정치인들 전체를 비난한 건 분명 이유 있는 분노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들이 선택한 사람은 “나는 워싱턴 출신이 아니다”라며 그들에게 접근한 부패한 부동산 재벌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가장 열심히 공격한 것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어 둔 건강보험제도(오바마 케어)였다. 이번 게임스톱 주가 폭등을 두고 “소셜미디어가 월스트리트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법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이익은 여전히 부자들이 챙겼다는 점에서 달라진 건 없다. 언론과 정치를 넘어 이제는 주식시장에서도 구질서를 무너뜨린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힘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있고, 그 결과물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소셜미디어는 인류가 여전히 사용법을 마스터하지 못한 민주주의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여 놓았고, 여기저기에서 사고가 터지는 중이다. 하지만 인류는 항상 다치면서 학습해 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다윗도 골리앗도 없다… 예측불허 ‘개미의 법칙’

    다윗도 골리앗도 없다… 예측불허 ‘개미의 법칙’

    ‘골리앗 헤지펀드 대 다윗 개미들.’ 미국 인터넷 게시판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유저들이 뭉쳐 콘솔게임 대여 체인인 게임스톱 주가의 급등락을 이끈 ‘게임스톱 사태’는 이런 구도로 요약된다. 금융공학의 시대가 열린 이후 늘 승자였던 ‘공매도 걸던 헤지펀드’를 ‘공매도 차익 실현을 못 하게 하는 게 목적인 개미’들이 힘을 합쳐 물리친 사건이다. 다만 헤지펀드의 공매도 차익이 실현되는 상황, 즉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개미들은 게임스톱 주가를 지난달 한 달 동안 160% 띄우는 데 성공했지만 이달 들어 이 회사 주식은 매일 20~30%씩 떨어지고 있어 개별 개미들의 이득은 종잡을 수 없다. 게임스톱 주가하락에 베팅했던 다른 헤지펀드들과 다르게 개미들의 움직임을 추종한 또 다른 미국 헤지펀드 센베스트 매니지먼트가 7억 달러(약 7800억원)의 차익을 벌어 ‘투자 게임은 대마(大馬)에게 유리하다’는 명제를 또다시 입증했을 뿐이다. 새해 들어 벌어진 게임스톱 파장을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의 2.0 버전으로 보던 측에는 다소 허탈한 결론이다. 게임스톱 사태에서 벗어나 기존에 일어났던 공매도 논쟁까지 시야를 넓히면, 이 논쟁이 매우 순환적인 형태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어제의 다윗이 오늘의 골리앗으로 취급받고, 오늘의 승자가 바로 다음날 패자가 된다. 이를테면 ‘골리앗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삼은 월스트리트베츠의 숨은 지향점은 개미가 흩어지지 않고 뭉쳐 주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골리앗’이 되는 단계다. 역으로 2001년의 엔론 사태 때 그리고 지난해의 니콜라 사태 때 헤지펀드는 마치 ‘다윗’처럼 행동했다. 분식회계로 부실을 감추다 돌연 파산한 엔론 사태 와중에 엔론의 실적 발표에 의문을 품고 주가하락을 점치며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시장의 파수꾼’으로 평가됐다. 이때 엔론 주식에 공매도를 걸었던 대표적인 헤지펀드 투자자인 짐 채노스는 엔론 파산으로 주가가 급락한 뒤 천문학적인 이득과 명성을 동시에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개미들이 띄워 급등한 테슬라를 공매도 대상으로 저격했던 채노스는 이번 게임스톱 사태에서 대표적인 ‘골리앗 헤지펀드’로 지목됐다.니콜라 사태에서의 공매도 세력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투자와 폭로 저널리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태를 보였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미국의 수소 트럭 제조사인 니콜라에 공매도 주문을 낸 뒤 지난해 9월 10일 이 회사가 배터리와 수소차 기술 관련 사기를 일삼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후 사흘 동안 주가는 36% 이상 폭락했다. 같은 해 10월 힌덴버그 리서치는 캐나다의 자원재생 스타트업인 루프의 기술력이 허위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며칠 만에 이 회사 주가를 33% 급락시켰고, 이달 들어서는 미국 보험사인 클로버 헬스가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공시 누락했다는 보고서로 폭로를 이어 가고 있다. 니콜라 때와 다르게 클로버 헬스의 주식에 대해선 공매도를 시도하지 않은 힌덴버그 리서치 측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매도 투자자가 시장의 사기를 폭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엔론이나 니콜라 사태는 시장을 속이는 기업의 악행을 파헤쳐 응징하는 ‘어벤저스’(영웅) 서사를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악당이 나타났을 때에만 출동하는 어벤저스와 다르게 공매도 세력은 1년 365일 동안 시장에 상주한다. 악당이 없을 때에도 이들은 개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공매도’란 무기를 지닌 채 시장에서 활동한다. 그래서 개미들은 오직 주가가 오를 때에만 수익창출 기회를 얻는데, 공매도 덕분에 헤지펀드는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 상승분의 수익은 헤지펀드와 개미들이 고루 나눠 갖지만, 하락분의 수익은 헤지펀드가 독점적으로 얻는다. 개미들이 ‘공매도’라는 무기가 상대에게만 있는 시장 체계가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있는 이상 게임스톱 사태에서 주목할 대상은 공매도뿐만은 아니다. 공매도 세력을 저지하려던 개미들의 앞선 시도가 어떠한 진화 단계를 밟아 왔는지도 중요하다. ‘다윗의 반란’이 터지기까지 축적의 시간에 관한 얘기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 렌터카 2위인 허츠가 파산한 직후 이 회사 주식에 개미들의 매수가 몰려 급등한 사례를 게임스톱 사태의 전조로 다시 살필 만하다. 허츠는 지난해 5월 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런데 주로 로빈후드 투자앱을 사용하는 개미들이 싸다는 이유로 허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파산 발표 직후 주당 0.40달러까지 떨어졌던 허츠 주가는 2주 만에 최고 3.70달러로 8배 가까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가 상승에 고무된 허츠는 주식 공모로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문제제기로 자금 조달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허츠 주식 사례와 같은 일은 최근 또 벌어지고 있다. 레딧 월스트리트베츠가 낙점한 또 다른 주식 아메리칸항공에서다. 이 회사는 지난주 1만 3000명의 직원 추가 해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개인 매수세가 몰리며 지난해 11월 11달러대 중반이던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전거래일인 5일(현지시간) 17.19달러로 마감했다. 개미들은 아메리칸항공 발행 주식의 공매도 비중이 약 25%라는 사실에 이 회사 주식에 매수 신호를 보냈다. 새해 들어 주가가 오른 뒤 아메리칸항공은 10억 달러(약 1조원)의 신주발행으로 현금 확보 시도에 나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월가 점령시위를 거치며 헤지펀드는 명성과 신뢰를 잃어 갔다. 오직 주가가 상승할 때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개미에게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통해 방임 혹은 유도하는 주가하락은 악몽이었다. 공매도에 대한 개미들의 불만은 각국 당국의 공매도 규제에 반영됐지만, 분초 단위로 변화하는 증시에서 딱 적절한 시간에 규제가 작동하는 일은 드물었다. 한국 개미들은 공매도 증거금 규정이 보다 강력한 미국의 공매도 규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미국에서는 또 미국 나름대로 공매도 규제가 있어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는 식이다. 코로나19가 일방적으로 당하던 개미들의 판세를 바꿨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는 멈춘 반면 각국의 지원금 정책으로 유동성은 많아졌다. 개미들은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의 위력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 결과 전기차, 언택트 산업에 투자금이 몰려 주가가 급등했다. 항공·여행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의 영업이익은 바닥을 쳤지만 이를 ‘일시 현상’으로 믿는 개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차트 기반의 논리적인 금융공학적 투자가 아니라 경험에 기반한 직관적인 개미들의 투자가 이어지며 전문가들은 주가 전망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7일 “개인 투자자들이 촉발하는 시장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과 월가 주류는 여전히 게임스톱 사태를 비롯해 지난해 개미들이 벌인 일련의 주가급등 사례들을 ‘투기’의 일환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감성적·직관적인 개미 투자가 왜 한 번씩 주가 이상현상을 일으키는지 보고서를 쓸 단계에 이르게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국인 누구도 없었다…5조 통 큰 기부 범수형

    한국인 누구도 없었다…5조 통 큰 기부 범수형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다. 김 의장이 8일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주식 부자 5위권 안에 드는 김 의장이 보유한 개인 명의 주식 가치가 약 1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에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의 절반은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행된다면 전례가 없는 파격 기부다. 이를 두고 최근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카카오의 2대 주주 회사이자 사실상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 중이며 이들에게 거액의 주식을 증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녀에 대한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혹을 받은 것과 관련 짓는 시각도 있다. 성공한 1세대 스타트업 창업주가 기존 재벌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곁에서 봐 왔던 사람들은 이 같은 그의 결정을 두고 일관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김 의장은 이미 2016년 이후부터 코로나19나 집중호우 등에 기부한 주식이 135억원에 달한다.그의 기부는 굴곡진 삶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어려웠던 학창 시절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낸 적도 있고, 어머니는 지방에 돈을 벌러 다녀 함께 살아 본 적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2남 3녀 중 유일하게 대학(서울대 산업공학 학·석사)에 간 김 의장은 1997년 삼성SDS에서 퇴사해 5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보태 PC방 창업부터 시작했다. 1998년 한게임을 차린 뒤 2000년 NHN과 합병해 2004년에는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2007년쯤 대표직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 1년여간 은둔했다가 2010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 당시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회사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위대한 회사로 이끌겠다”고 했다. 아직 기부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선 그가 교육이나 스타트업 쪽에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혈서를 쓰면서 결의를 다져 대학 재수 공부를 했고, 전국 PC방을 상대로 ‘요금정산 프로그램’ 영업을 하면서 어렵게 성장해 온 만큼 후배 개발자나 경영자들이 탄생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임직원 간담회 등을 열어 어떤 방식이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가질 계획이다. 카카오 사외이사 출신인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다른 창업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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