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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설봉씨 8순기념 「신장한몽」 공연(공연)

    ◎신파극 형식에 현대세태 담아 이채/중견 20여명 출연… 「무대인생」에 격려 연극계 최고원로배우 고설봉옹(80)의 팔순기념공연이 후배연극인들에 의해 마련된다. 오는 3월25부터 31일까지 서울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예정인 기념공연은 한국연극배우협회(회장 박웅)가 주축이 돼 준비되고 있다. 중견 극작가 차범석씨가 대본을 쓰고 김상렬씨가 연출을 맡은 「신장한몽」이 그것으로 고옹이 몸담았던 동양극장시절에 많이 공연됐던 신파연극이라는 극형식에 오늘날의 이야기를 접목시킨 작품이어서 더욱 이채롭다. 고옹의 55년 무대인생을 기리는 무대라는 의미외에도 우리 연극사속에 엄연히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잘못 알려져있어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신파극을 제모습을 갖춰 오늘날 연극팬들에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드문 무대이다. 고옹은 지난 37년 동양극장 연구생으로 연극을 시작,그동안 4백여편의 연극에 출연해온 우리 신극사의 산증인이다.아직 배역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팔순기념공연에도 직접 출연할 계획이다.『내 팔순공연을 자기들이 마련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준비에 여념이 없는 후배들을 보면 연극인으로서의 깊은 긍지를 느낀다』는 노배우는 『특히 이번 작품이 연극사의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놓았던 신파극의 옛맛을 살린 것이어서 내게는 더욱 뜻이 깊다』고 말한다. 극작가 차범석씨는 『이번 무대는 신파연극을 보급시킨다는 생각보다는 잘못 알려진 신파극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논리성보다는 우연성에 의해 사건이 전개되고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며 인정과 의리를 강조하는 내용,특히 고부간의 갈등,사회계층간의 갈등을 약자의 편에서 풀어나가는것이 신파의 특징이라고 차씨는 말한다. 모처럼 관객에게 소개되는 「신장한몽」은 가난한 집안을 위해 창녀가 된 마음씨 착한 여자주인공이 평소 알고 지내던 재벌집 아들인 오빠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되면서 시작된다.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이들은 아이를 낳고 행복해지려는 순간 과거 사창가에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돼 여주인공은 친정으로 쫓겨나고 시어머니에게 아이마저 빼앗긴다.누나의 불행을 지켜보던 막내동생이 분에 못이겨 매형을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힌다. 80년대까지만해도 한국영화는 물론 안방극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로 등장,관객들을 수없이 울렸던 진부한 내용이지만 신파라는 극적인 형식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배우협회가 기념공연을 주관하고 있어 지난해 「출세기」처럼 20여명의 중견배우들이 출연하는 합동공연으로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예스 아이 두」로 창단공연을 가졌던 극단 띠오빼빼대표 박영씨가 제작비의 대부분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배우협회측은 연초 문예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창작지원금 1천1백만원을 제작비에 보태고 있다.
  • 물가에 만심하지 말라(사설)

    정부가 물가에 지나치게 만심하고 있는 것같다.최근 일련의 경제시책에서 보면 그같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지수상으로는 7월까지 소비자물가가 7% 올랐고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물가억제목표 9.5% 달성은 무난하리라는 것이 물가당국의 판단인 것같다. 연초에는 불과 한달사이에 1∼2%씩 폭등했던 물가가 6,7월에는 0.4∼0.5%로 안정된 상태를 나타낸데다 물가를 선도하던 부동산값도 잡혀가고 있으니 그런 판단이 나올 법도 하다.그러나 8월들어 계절탓이라고는 하나 농산물값이 크게 올랐고 보험료에 이어 고속도로통행료·전기·휘발유값·학교수업료가 조만간 인상될 예정으로 있다.맥주·철근 등 공산품가격도 들먹거리고 있다. 여기에 추석과 연말물가가 기다리고 있고 내년의 각종 선거에 앞선 물가분위기해이가 적지않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앞으로 인상될 품목중 어떤 것은 사회간접자본확충을 명분으로,또 어떤 것은 현실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그러고도 정부는 올해 물가억제 선 유지에 나름대로의 자신을 갖고 있고 특히 어떤품목의 경우는 물가지수영향이 미미하다고 해서 인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이유를 댄다면 안 오를 품목이 어디에 있겠는가.또 물가에 자신 있다고 치자.올해 물가억제수준이 만족할만한 것인지는 모르되 물가가 어찌 한햇동안만의 일이 되어야 하는가 묻고 싶다. 더구나 지수의 안정만을 물가안정의 모두인양 생각하고 있는 발상자체가 어처구니 없다.기본적으로 물가는 한햇동안의 경제목표가 돼서는 안된다.적어도 수년동안의 목표여야 한다.지금까지 연말 대비 물가만을 의식해온 탓에 나타난 부작용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을 물가당국자는 더 잘 알 것이다.목표지수에만 급급하다보니 물가폭등기에는 억지로 눌러 안정시키고 조금만 물가가 안정된다 싶으면 그동안에 안 올랐던 것을 무더기로,그것도 큰 폭으로 인상해온 것이 과거의 전통적 물가정책이다. 그같은 정책집행이 낳은 것은 무엇인가.목표에 근접하는 지수물가는 잡혔지만 장바구니물가,물가심리는 이미 지수물가를 몇배 뛰어넘게되고 물가통계 자체를 불신케 하는 결과만 초래해 왔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수년,수십년 되풀이 되어왔고 최근의 물가당국의 자세에서도 엿보이고 있다.국민들이 물가를 안정시켜달라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안정이나 지수의 안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실질적인 물가심리를 잡아 달라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정부가 7월까지의 물가수준에 자만하고 있다면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특성상 물가는 오를 때 잡으려 하면 안정기때의 물가안정노력보다 훨씬 크고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오를 때에만 온통 벌집쑤셔놓듯 각종 대책을 서둘러 내놓지 말고 물가가 안정된 시점,부작용이 가장 적은 시점에서 물가를 지켜봐야 한다.목초는 햇볕들 때 말려야 한다고 했지 않은가.
  • 죄의식 없는 “살인 경관”/백철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한 경찰관의 총기난동사건으로 의정부 사고 현장은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았다. 서울북부경찰서 도봉파출소 소속 김준영 순경의 단 10분간에 걸친 광기가 4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면서 이처럼 피비린내나는 아수라장을 만든 것이다.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과 이웃주민들이 밤새 공포에 떨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27일 상오 1시쯤 인천 연안부두에서 검거돼 서울로 압송된 범인 김 순경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들이 2년 동안이나 나와 우리 가족에게 준 고통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당연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의 책무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로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불사할 수 있다는 말투였다. 전경과 순경으로 근무하면서 적어도 수십 차례 이같은 경찰관의 복무자세를 훈시받고 되뇌었을 법도 한데 그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물론 경찰관의 수가 14만명에 이르다보니 한두명 「중뿔나기」가 나올 수는 있다. 때문에 경찰수뇌부는 이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죄송스럽다』는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경찰관의 이같은 범행은 끊이질 않았음을 보아왔다. 이종국 치안본부장은 이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타난 제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 분석해 모든 경찰관에 대한 근무기강을 대폭쇄신하고 총기관리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이같은 불행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임자들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제는 경찰수뇌부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말로 대책다운 대책을 세워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야겠다. 아울러 해마다 8천명의 경찰관을 충원하면서 인성검사 등 자격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경찰수뇌부에 묻고 싶다. 국민들은 어쩌면 이런 저런 이유로 경찰로부터 보호받기보다는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는지도 모른다.
  • 서울 상업지역 확대는 무리(사설)

    서울시 22개 전구의회가 지역개발과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근거로 1백82개 지구 2백66만평의 상업지역 확대를 일제히 요청하고 또 서울시는 이를 모두 승인할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졌다. 의회의 주문이고 지자제 운영의 첫 난관이 재정확보이므로 이 승인원칙에 전면거부를 할 만한 상황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이 나라의 서울과 서울이라는 세계적 대도시의 발전양상은 앞으로 어떤 모양이 될 것인가에 우리는 잠시 머물러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렇잖아도 서울 같은 도시의 발전은 유례가 없다. 지금 강남지역의 상당수 아파트들의 경우를 보자. 지하실에 술집이 있고 퇴폐로 몰리는 이발소들이 있다. 1층은 음식점이기 일쑤이고 2층 역시 상점들이 들어가 있다. 그 위에서 시민들이 잠을 잔다. 아파트라는 게 이미 닭장이냐,벌집이냐로 지적을 당하면서 가장 사람 살기에 부적절한 주거공간이라는 자성을 문명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더하여 주거공간·상업공간·위락공간까지를 한데 묶은 구조물로 만들어 사용하는 특별한 병폐 속에있는 셈이다. 이 속성속에 한번 더 집중적으로 상업지역을 투여한다는 것은 앞으로 더 물량적으로 주거공간을 상업화와 위락화에 함몰시킬 것이라는 심각함을 갖게 한다. 따라서 이 기회에 주거공간을 확실히 주거독립공간으로 구분하고 적어도 상업공간과 위락공간들은 그대들로 구획을 따로 정해야 한다는 조건부 혁신을 하지 않는 한,우리의 도시적 삶의 몰골은 굳이 따질 것도 없이 심한 피폐성의 전형이 될 것이다. 더욱이 서울정도 6백년기념사업을 눈앞에 하고 있다. 도시란 다 그렇게 되는 것이 운명이다라고 말하지만,그러나 서울처럼 해결가능성이 희박한 교통의 혼잡성과 무질서한 공중도덕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란 또 드물다. 때문에 6백년기념을 기점으로 현재로서 개선 가능한 안전한 삶의 주거공간만이라도 만들어 내야겠다는 논의를 한쪽에서는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를 한 모임의 움직임은 실상 보도가치마저 갖고 있지 못하다. 문제 제기조차 묵살되어가고 있고,우리가 단지 가고 있는 것은 재정확보를 위한 땅값 더올리기의 방향일 뿐이다. 이것은 삶을 위한 발전이 아니고 그저 장부가격의 경제지표 올리기의 작업일 뿐이다. 「도로의 협소함이나 중정의 폐쇄성은 육체에 불건강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낙심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도시의 발전을 반성한 「아테네 헌장」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지금 이 불건강한 조건에 한단계 더 전면적인 주거환경 침해의 거점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결코 유토피아적인 탁상의 문제점이 아니다. 현재의 서울 이상 생물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살기 힘든 도시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이 시점에서나마 삶의 환경을 진실로 개선해 낼 수 있는 정주계획이 새롭게 세워져야 한다. 그나마 기능적으로만 수립했던 「2천년대를 향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을 한번 더 수정하여 상업지구나 추가지정하고 있다는 것만큼 진정한 발전에 무책임한 일은 없을 것이다. 좀더 분별력을 가지고 투기대상이나 만들고 교통량이나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해보면서 지혜로운 서울만들기에 모두들 보다 이성적으로전심하기 바란다.
  • 다시 고개든 「유엔권한 강화론」(특파원코너)

    ◎“안보리 30개국으로” 「스톡홀름 제안」 지지 확산/5개 상임이사국 강력반대… 실현 가능성 희박 새로운 세계질서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권력구조는 군사력보다도 세계적 도덕성에 의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가 이끄는 일단의 세계고위정치인들의 신념이다. 「지구촌 관리 및 안전에 관한 스톡홀름제안」으로 알려진 이들 주장의 핵심은 유엔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 제안의 골자는 ▲유엔사무총장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부여,유엔산하기관의 업무를 조정케 하는 동시에 위기발생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개념을 재검토하며 안보리 이사국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또한 안보의 개념에 개발과 환경을 포함시켜 안보리 수준에서 이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15개월 전 소위 「남북위원회」라고 부르는 「국제개발문제에 관한 독립위원회」 제10주년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 위원회도 브란트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스톡홀름 제안을 검토·보완하기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의 구성과 유엔창설 50주년인 1995년까지 지구촌 정상회담의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보고서를 제출한 전 영연방 사무총장 슈리다드 람팔경은 『50이라는 숫자에 무슨 마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 시점으로서의 상징성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22일 공식 발의된 이 제안은 지금까지 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스웨덴 대사관에 의해 세계 각국 정부에 널리 전파됐다. 28개국 이상의 정치인이 망라된 발기인 가운데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현직 수상,네덜란드의 고위관리,파키스탄·탄자니아·영국 등의 전직 수상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소련 외무장관,바클라브 하벨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이 제안에 동참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1945년 이후 세계가 급격히 변화됐고 따라서 유엔의 구조와 과정을 일부 재검토하는 것이 순리라는 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헌장 개정론에 반대하고 있다. 소련도 마찬가지다. 잘못 건드리면 벌집을 쑤신 결과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제안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목표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개편안에 대해선 그 실현성을 의심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브란트 자신도 거부권 문제부터 제기하면 유엔개혁 노력이 몽땅 무산될 우려가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거부권이나 안보리 이사국의 변화는 5대 상임이사국,즉 미·영·불·중·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상임이사국이 자신들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혁안에 동조할 것으론 예상되지 않는다. 일부 유엔 전문가들은 안보리 이사국이 결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미 국무부에서 유엔문제를 담당했던 리처드 가드너는 『안보리에 EC(유럽공동체) 의석이 마땅히 마련되어야 하며 일본도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15개국인 안보리 이사국을 30개국으로 대폭 늘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그는 논평했다. 안보리가 비교적 잘 굴러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규모가 작고 배타적인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거부권의 경우도 여러 나라가 컨센서스에 이르도록 압력을 가하는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제안의 발기인들은 자신들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계여론이 그들의 제안을 지지하며 유엔의 변화를 강요할 것으로 그들은 믿고 있다.
  • 「경제력의 재벌집중」 싸고 공방전/경실련·전경련 합동토론회

    ◎“경제독재 초래” 비판에 “성장주역” 맞서/금융실명제 점진실시 등엔 의견 접근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를 놓고 재계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반재벌논리를 주장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가 모여 격론을 벌였다. 경실련은 29일 상오 서울 반도유스호스텔에서 전경련 대표를 초청,「재벌의 경제력집중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모임은 소유권집중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진 양측이 처음으로 공개토론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한편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던 양측의 논리가 조금이나마 접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실련은 재벌이 그 동안 정부의 특혜 속에서 재벌총수 및 일가족이 계열기업을 소유 및 경영면에서 지배하는 경제독재현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측은 경제성장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컸음을 강조하고 개방화·국제화시대에 맞춰 정부규제보다는 각종 제도를 보완,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금융실명제의 점진적 실시와 함께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기업공개의 확대 등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이날 토론의 사회자로 참석한 한국개발원의 이규억 박사는 『한국경제 전반의 문제점이 압축된 것이 재벌문제』라고 지적하고 재벌이란 여러 기업이 동일인 소유 아래서 독과점적 시장지위를 누리며 일관된 경영행태를 하는 경제집단으로 규정했다. 토론에는 경실련측에서 강철규 정책연구위원장·최정표 건국대 교수·장지상 경북대 교수가,전경련측에서 전대주 상무·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이승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가했다. 경제력집중의 현황과 문제점,대책에 대한 양측 주장을 요약한다. ▷현황◁ ▲장지상 교수=재벌과 일가족은 소유와 경영을 지배하고 있다. 30대 재벌은 88년말 기준 계열사 주식의 65%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수들은 단지 자본금 5%로 40배에 달하는 계열사의 자본금을 소유하는 셈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인사권과 장기경영전략을 독점하는 한편 계열사 사장에게는 생산량·광고·가격 등에 한해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광공업 출하액 중 37%를 차지하고 석유화학·조립금속분야 비중은 50%에 달하며 1천5백개 품목 중 출하액 3위 이내 품목이 전체의 89%이다. 은행여신비중은 지난해 27%에 달하며 보유토지는 법인소유분의 8.9%에 해당된다. 이 밖에 재벌은 혼인과 학연을 통해 정·재계인사들과 동맹관계를 형성,지난 72년 8.3금리인하조치와 금융실명제 연기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대판 귀족으로 자리잡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현재 가장 심각한 반체제적 요소이다. ▲전대주 상무=대기업이 오늘날의 성장을 이끈 주역임을 부인키는 어렵다. 소유집중은 자본시장 미발달과 정부의 자금할당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반면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효율적으로 활용한 성공사례도 있다. 개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독과점의 장단점을 심도있게 논의해봐야 하며 현재 공정거래법으로도 국내시장의 독과점 피해가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 정책자금 등의 특혜를 따지기 앞서 그 원인을 제도적 측면에서 고찰해야 하며 토지소유 못지 않게 그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문제점◁ ▲최정표 교수=국내 재벌은 시장독점력과 경제지배력을 지녀 경제패권주의 현상을 심화시킨다. 민간기업들의 자유경쟁을 막아 공정경쟁이 성립되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를 저해한다. 재벌의 독점은 결국 가격인상을 떠안는 등 일반국민의 피해로 귀결되며 대기업·중소기업간의 부문별 불균형도 초래한다. 또 정경유착을 심화시켜 토지공개념 등 경제민주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며 계층간의 갈등폭을 더해주기도 한다. 연구결과 재벌의 경영전략은 이윤증대보다 문어발식 영역확장에 치중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승철 연구위원=경제력집중에 대한 판단기준은 국민후생의 증감에 맞춰져야 하나 이를 사전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임대차보호법의 취지는 좋았으나 실패한 것이 좋은 예이다. 재벌문제 해결은 정부규제정책 위주보다는 자유화조류에 맞춰 규제완화 및 시장경제체제 아래서 모색돼야 한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비중은 적은 편이며 토지보유량도 총자산의 5.6%로 비재벌사의 6.2%보다 적다. ▷대책◁ ▲강철규 교수=소유와 경영분리를 위해 전문경영인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기업공개 확대와 상호간접출자 규제,종업원주식지분율을 20%에서 30%까지 높여야 한다. 상속 및 증여세를 엄격히 적용,재벌의 세습화를 막고 금융산업지배를 억제하는 한편 금융실명제를 자본자유화 이전까지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력집중억제법」을 제정,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한구 소장=전문경영인에 대한 권한위임과 기업공개추진,우리사주 지분확대 등에는 동감한다. 시장개방을 고려,여신 및 경제력 집중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부동산을 팔아 은행빚을 갚으라는 등의 정부간섭은 자본자유화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상속 및 증여세를 미일 수준과 비교,높이라는 것은 각국의 발전단계 특성을 간과한 것이며 실명제는 사전의 충분한 준비로 구체적 실행에 옮겨야 하나 부작용이 심히 우려된다.
  • 과학까지 동원한 미술품 감정/“진품판명”… 「미인도」 소동의 전말

    ◎소장경위·표구상등 추적 확인/작가 천씨는 계속 “가짜다” 주장 벌집 쑤셔놓은 듯 새 봄 미술계를 온통 뒤숭숭하게 만들어놓고 세간의 화제로 부상한 천경자씨의 가짜그림 시비사건이 작가 천씨의 패배로 1차적인 결론이 내려졌다. 문제의 그림 「미인도」가 11일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감정위원회인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로부터 진품판정을 받아냈다. 이제 12일 발표될 국립현대미술관의 과학정밀검사결과를 끝으로 진위여부 판결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는 마무리가 된다. 우리 시대의 재능있는 한 예술가를 거리의 웃음거리처럼 만들어놓은 「미인도」사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창고 속에 깊이 파묻혀 있던 조그마한 그림이 어느 날 빛을 보게 되고 4∼5배 크기로 복제되면서부터 시작했다. 원래 5호(29×26㎝) 정도 크기의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품에 끼여 지난 3월말 현대그룹 사옥에서 전시됐으며 4∼5배로 확대된 복제품이 장당 5만원에 판매됐다. 마침 천씨와 가까운 여류시인 박 모씨가 전시회를 보고 『선생님,참 이상해. 선생님 그림이 있는데 제목도 선생님이 잘 안 쓰시는 표현이고 크게 복제된 걸 보니 느낌이 달라요』라는 얘기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 또 한차례 가짜그림 소동 이후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천씨는 국립현대미술관측에 작품과 복제품을 가져와보라고 통고했다. 두 그림을 놓고 이틀을 들여다본 천씨는 자신의 솜씨가 아니라는 확증을 내렸고 이야기는 한두 사람을 거쳐 언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가짜그림을 소장한 꼴이 된 국립현대미술관은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그림의 제작연도로부터 소장되기까지 당시 정황을 엄밀하게 추적해본 결과 진품이 틀림없다는 확증을 얻어내고 진품을 주장하며 지난 4일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렇게 되자 천씨는 작가를 믿지 못하는 세태에 심한 환멸을 느끼고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며 동시에 일체의 작품발표·화상과의 거래를 끊겠다는 결심을 공표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자체조사를 마친 후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3차에 걸친 회의 끝에 진품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천씨는 이 그림이 가짜임을 계속 주장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이었던 오 모씨를 찾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천씨가 이 그림을 오씨에게 줬으며 다시 김재규에게 넘어가 그의 창고에서 문공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천씨는 기억을 더듬어볼 때 오 모라는 사람이 당시 대구에서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서울로 찾아와 그림을 사겠다며 좀 큰 그림 한 점과 2호짜리 한 점 등 두 점을 가져갔는데 그때 천씨 생각으로는 어물대다 뺏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큰 그림을 되받아오며 마지 못해 작은 그림을 주었다며 오 모씨에게 준 그림은 분명히 현재의 「미인도」의 반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그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주일째 계속돼 온 「미인도」 진위공방은 12일 과학정밀감정으로 끝이 나지만 그 결론이 진품으로 난다 해도 창작인인 작가 자신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한 일반 미술 애호가들은 그어느 쪽도 믿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질 것 같다.
  • 「수서특혜」 수사·특감 현장 스케치

    ◎검찰,“소환자중 구속대상 상당수”/사법처리 대상자 선별작업 착수시사/총장 방문에 “중대결정 임박했다” 추측/국장·과장 잇단 소환에 건설부 “벌집 쑤신듯” ▷검찰◁ ○…수서지구 택지특별분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서 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에 대언론창구역을 맡고 있는 제갈융우 1과장은 다음 소환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수사는 예상된 순서를 밟고 있다』면서 『언론은 위로부터 살피지만 검찰수사는 아래서 시작한다』고 말해 곧 정회장과 서울시·건설부 고위직 관련자가 소환될 것임을 암시. 한편 일요일인 10일 하오 한때 정회장이 건강의 악화를 이유로 한양대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소환에 대비,엄살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탈세는 국지적 문제” ○…정구영 검찰총장은 11일 하오4시부터 최명부 중수부장을 대동하고 이례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검 12,15층 각과장실과 수사관실을 돌며 수사진행을 점검하기도. 이에대해 검찰의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정치·행정·재계가 망라된 커다란 의혹사건인 만큼 검찰수사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정총장의 관심이 큰 것』이라고 평가. 그러나 정총장 순시뒤 중수부과장들은 1과장실을 바쁘게 드나들며 긴장된 모습이어서 무언가 중대한 결정이 임박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지난 10일에 소환된 한보그룹 임직원들은 수사에 철저히 사전대비한듯 수사단서가 될지도 모를 수첩은 물론,담배갑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귀띔.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들도 완벽하지는 못했던지 한보사무실에 중요한 메모지를 남겨놨다』면서 이 메모지가 비자금 사용내역 등 수사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은근히 전달. ○…검찰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다시 설날을 앞두고 수사종결 시점에 관한 추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그러나 11일 하오10시30분쯤 기자들을 만난 최명부 중수부장은 『설날은 우리사회의 큰 명절인만큼 서로 불편이 없어야 하지않겠느냐』며 설날이전 수사종결을 시사. ○…그동안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고 불평해오던 검찰은 최근 며칠동안 소환자들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눈치. 최명부 중수부장은 11일 하오 『그동안 7∼8일 앞서가던 언론이 최근들어 1∼2일 정도로 차이가 줄어들어 고무적』이라고. 그러나 수서지구 의혹사건 관련 고위공직자와 정치권에 대한 보도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것은 말할 수 없지 않느냐』고 긍정도 부정도 회피. ○수사관들 여유 보여 ○…검찰은 10일 소환한 한보간부들을 11일에도 돌려보내지 않은 가운데 다시 이날 상오 김학재 서울시 도시계획국장과 이동성 건설부 주택국장을 불러 조사를 시작해 본격적인 대질신문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검찰의 한 수사관은 『한보측 임원들이 한결같이 로바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했다』면서 『이들이 입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으나 다른 수사관은 『이번 수사가 진전이 없으면 검찰은 손들어야될 것』이라고 말해 이들 신문과는 다른 수사에서 혐의점을 포착해 자신있다는 표정. 또 수사를 맡은 한 과장은 『이번 소환자 가운데 구속대상자도 상당수 있다』고 확인해 검찰이 구체적인 사법처리 대상자의 선별작업에 들어갔음을 알려주기도. ○시종일관 밝은 모습 ○…이번 사건 수사검사들은 이달초 국회의원 「뇌물외유」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3부 검사들과는 대조적으로 수사착수때부터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여 수사가 잘 풀려가고 있음을 암시. 특히 11일 밤에는 수사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지 정구영 검찰총장과 서정신 대검차장이 수사검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2시간 가까이 얘기를 하고 약간의 술까지 마셨다는 후문. ○박 시장,겉으론 “평온” ▷서울시◁ ○…서울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11일에도 상오8시40분쯤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6일째 감사를 받은 서울시 관계자는 『수서지구 택지공급 결정이유 및 경위 등에 대한 집중조사를 받았다』며 『서울시에 대한 특감은 12일안으로 매듭지어지고 13일쯤 종합감사결과가 발표될 것 같다』고 전언. ○…서울시 직원들은 11일 상오11시쯤 검찰에 소환됐던 김학재 도시계획국장이 하오8시쯤 조사를 끝내고 무사히(?) 귀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소환됐다가 이날 상오 풀려난 강창구 도시개발과장의 귀가소식에 이어 「두번째 듣는 낭보」라며 몹시 반기는 표정. ○…박세직시장은 이날도 상오9시쯤 평소와 다름없이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상업무를 계속. 박시장 참모들은 『수서파문이 계속되고 있으나 박시장은 설날 이후로 무기 연기된 청와대 업무보고와 관련해 빈틈없이 업무를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귀띔. ○“수서태풍 휘말렸다” ▷건설부◁ ○…지난 10일 전 택지개발과장인 윤유학씨(현 수도관리과장)와 윤학로씨(현 지역계획과장)가 검찰에 소환돼 철야조사를 받은데 이어 11일 이동성 주택국장이 소환되고 12일 김대영차관이 잇따라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 본격적으로 수서태풍에 휘말힌 듯 뒤숭숭한 분위기. 직원들이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채 제대로 일손을 잡지못하자 김차관은 간부들을 소집,동요를 하지 말고 근무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 한편 공유수면 매립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자원국은 한보철강의 아산만 철강단지조성에 또다른 특혜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대전지방 국토관리청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립허가를 내준 것이며,현재 어업권면허를 가지고 있지않은 영세어민들의 생계보상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해명. ○“회장 구속되나” 술렁 ▷한보◁ ○…한보그룹 본사직원 5백여명은 11일 아침 일찍 출근,정상업무에 들어나갔으나 전날 회사간부 10명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데 이어 정태수회장이 곧 구속될 것으로 알려지자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 한보측은 이날부터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별관 2층 아산만 개발본부에 「홍보대책본부」를 마련,시간대별로 방송뉴스를 모니터하고 신문기사를 스크랩했으며 그룹 임직원 명의로 『우리는 정태수회장이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각 언론사·정당 등에 전달하는 등 자구책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이에앞서 10일 하오6시쯤 정회장은 그룹비서실로 고창윤 인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원들의 애사심에 감사한다』면서 『냉정을 찾고 직무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는 후문. 직원들은 10일 하오4시부터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전사원을 상대로 한 서명작업에 들어가 11일까지 각 계열사 직원 2천여명이 서명을 마쳤다.
  • 「고려창투」부도 계기로 본 실태/창투사 무엇이 문제인가

    ◎설립규제 안받아 난립… 과당경쟁 빚어/중기 창업지원은 뒷전,돈놀이에 급급 고려창업투자회사의 부도와 상공부 창업지원과장의 뇌물수수사건으로 창업투자업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창투사를 차려놓고는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돈놀이를 하다 수액억원의 부도를 내는가 하면 정부관리가 창투사등록을 미끼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겨 충격을 더해주었다. 이들 사건은 그동안 창투업계에 내재해온 탈법과 비리의 한 전형으로 볼 수 있어 창업지원정책의 일대 궤도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돈이 없어 창업을 못하는 기업가를 발굴해 중소제조업의 창업을 돕고 건실한 산업경제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정부의 창업지원정책 의도였다. 그래서 창투사에 대해선 설립출자금의 출처조사를 면제해주고 설립 2년뒤에 융자기능을 갖춘 신기술금융 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혜택을 주어왔다. 이같은 정책적 배려탓으로 창투사는 86년이후 꾸준히 증가,올들어서만 23개사가 늘어나 53개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상공부관리의 뇌물사건에서 보듯,창투사의 설립이 등록제로 되어있는 것이나 설립주체에 대한 자격심사 기능이 전무하다시피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든지 50억원이상을 출자하면 등록이 가능해 애당초 공적금융기관으로서 갖춰야할 자격요건은 결여돼 있었다. 여기에 출자자본의 자금출처조사배제로 창투사설립이 증여ㆍ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었던데다 설립 2년뒤에는 창투사보다 업무기능이 다양한 신기술 금융회사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때문에 금융업진출을 꿈꾸는 대기업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난립양상을 가져왔던 것은 성급한 정책추진이 빚은 부작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시장이 협소한 현실에서 난립과 과당경쟁을 빚다보니 자연 비효율과 탈법이 나타나게 마련. 창투사영업이 창업후 5년 이내의 제조업에 대한 자본출자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창투사들 스스로도 마땅한 업체를 찾기 어려웠고 그러다보니 「조금 된다」는 업체에 대해서는 서로 다투어 출자하는 바람에 중복출자가 이루어지는 비효율이 나타났던 것이 저간의현실이었다. 지난달말 현재 창투사가 출자한 업체가 8백88개사이나 종복투자를 제외하면 6백여사에 그칠 것이라는게 창투업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창투사의 정통적 재원마련수단인 창업투자조합 마저도 영업환경의 악화와 창투사의 안이한 영업자세로 결정이 지지부진하다. 투자조합 결성은 지난달말 현재 18개사,26개에 그쳐 2개 창투사에 1개꼴도 안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창투사들은 투자조합 결성이나 중소기업 발굴을 통한 창업지원보다는 주식장외시장에 등록된 기업들의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편법으로 자본이득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난 18일 부도를 낸 고려창투다. 현재 잠적중인 염정현사장이 사무기기 전문업체인 L사를 설득해(?) 장외시장에 등록시킨 과정을 보면 창투사 피행영업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염씨는 지난해 자본금이 9억원인 L사가 중견사무기기 업체로 영업전망이 밝자 기업공개의 이점을 설명해가며 접근,기업공개관련 실무와 공개후 주가관리를 도와주겠다며 이 회사주식 25%(2억2천만원)를 매입했다.이후 증자를 독려,자본금을 25억원으로 물타기한 뒤 공개를 위해서는 주식장외시장에 등록하는 것이 빠른 길이라며 지난 6월 이 회사를 장외시장에 등록시켰다. 그는 장외시장등록후 자신이 액면가 5천원에 취득했던 주식을 주당 1만원정도에 사채업자에게 모두 매각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또 이 회사가 자금압박을 받자 주식 18만주를 담보로 9억원의 사채자금을 끌어 대주고 담보로 잡은 주식을 다시 사채업자에게 넘기기도 했다. 이런식으로 창투사의 이름을 팔아 10여개업체에 사채자금을 대주며 돈놀이를 하고 장외등록법인의 주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챙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KIST가 출자해 지난 74년에 설립한 최초의 창투사 한국기술진흥회의 경우도 O화학에 무리한 자금지원을 계속한 나머지 지금까지 60억∼70억원의 경영부실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때문에 제3자인수가 불가피하게 됐고 경영부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프리미엄부의 재벌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마저 나돌고 있다. 상공부는 고려창투 부도가 터지자 부랴부랴 이들회사에대한 업무지도감독을 중소기업 진흥공단으로 하여금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적절한 조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창투업계의 부작용과 탈법소지를 줄이고 창투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선 창투사 난립문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자격심사 및 사후영업감독이 뒷받침돼야 하며,영업기반확충을 위해 투자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대상을 창업후 5∼10년 이내의 기업에 일정비율을 투자할 수 있도록 확대하거나 1백%로 돼있는 제조업투자비중도 재조정해 건설업이나 유통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단계적으로 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투자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조합출자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창투출자금을 수익증권식으로 유통화,일반투자자들의 참여폭을 넓혀야 하며 투자사에 대해 신기술금융회사 전환을 조건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신기술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융자기능 허용등 업무영역을 넓혀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
  • 지자제 협상속 내각제 “물밑 교신”/민자ㆍ평민의 현안조정 안팎

    ◎“「벌집」은 우회”,조용한 법래 오간 듯/양측 총무,개헌문제엔 “노코멘트”로 일관/“지자제서 얻은 야,여에 모종 양보” 분석도 여야간의 정국정상화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에서 평민당의 등원조건 1호였던 「내각제포기 선언」의 협상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자ㆍ평민 협상당사자들은 평민당이 지자제에 앞서 내걸었던 「내각제포기」 부분에 대해 필요 이상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를들어 민자당의 김윤환 원내총무는 『평민당에서 그부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한다. 김영배 평민 총무 역시 내각제 부분에 대해 특정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의 발언이나 발표되고 있는 협상진행 상황만 본다면 여야 총무들은 평민당의 첫번째 등원조건인 「내각제포기 선언」에 대해 아무런 관심없이 두번째 조건인 지자제협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같은 상태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분석은 물론 서로 벌집을 피해가고 싶기 때문에 내각제협상 자체가 없었으리란 것이다.평민당은 정치적 슬로건인 「내각제포기」를 내세워 지자제 문제에 대해 실속을 챙긴만큼 여기다 「내각제포기 선언」을 다시 끄집어 내 정국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민자당은 민자당대로 지자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하는대신 계파간 이해가 엇갈리는 내각제를 공란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제 협상과 함께 내각제 협상이 막후에서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이같은 분석은 6공들어 가장 큰 정치적 흥정거리인 지자제를 내각제와 연계없이 그냥 줄 수 있겠느냐는 개연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자당이 3당합당 당시에 내각제를 추진키로 3최고위원간에 밀약이 있었던 점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차기 정권과 관련해 계파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내각제만이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방편이란 점도 부인키 어렵다. 민자당은 총무간 협상을 통해 지자제 문제에 관한한 평민당이 원해온 거의 모든 것을 양보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양보하지 않겠다(광역)고 하던 입장에서 이를 양보했고 단체장선거를 대선전에 실시하지 않겠다던 내부방침을 변경,대선 전 실시를 수용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기초단체장 선거만은 않겠다던 입장도 변경해 광역단체장과 함께 실시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현재 민자ㆍ평민 간에 지자제 협상과 관련해 풀리지 않고 있는 유일한 쟁점은 기초단체선거에서의 정당참여 문제뿐이다. 민자당은 기초단체장과 의회선거에서만은 정당참여를 배제하자는 입장이고 평민당은 정당표시제라고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단체장선거를 대선 전에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와 견주어서 기초선거에서의 정당 참여문제는 양당 모두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체장선거 시기는 차기대권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비해 기왕 하기로 한 단체장 선거라면 그것이 정당참여든 아니든 당리관계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맞다. 이같은 민자당의 지자제 대폭 양보를 두고 내각제에 대한 「선물」이 막후에서 있었던 결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내각제 문제에 대해 단순히 공란으로 남겨두는 차원을 넘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답신을 받았고 따라서 지자제에 대한 일괄대폭 양보가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다. 구경꾼이긴 하지만 민주당측 인사들은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 평민당이 영남인사를 공천한 것은 민자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제 협상과 함께 내각제에 대한 물밑 교신이 이루어 졌으며 그 교신의 결과로 영남인사의 공천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민자당내의 상당한 의원들도 지자제 협상과 함께 내각제 협상이 이루어지는 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혹 내각제에 대한 물밑 교신이 있었더라도 그 발효시기는 내년 봄 이후일 수밖에 없다. 민자당 지도부는 연내 개헌논의 지양을 약속한 바 있고 평민당 역시 정국분위기로 미루어 그러한 교신내용을 구체화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각제에 관한 협상이 실제 있었느냐의 여부를 떠나 공개되는 여야협상의 내용은 지자제에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이 「내각제포기 선언」 조건을 문제화시키지 않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민자당 지도부의 발언이면 됐다』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부산회견에서 『김대중 총재가 반대하면…』이라며 좀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평민당 입장에서 보면 「단식농성」의 여세를 몰아 확실하게 내각제개헌 포기선언을 받아내는 것도 좋지만 현재상태로 두는 것도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즉 내각제개헌 포기선언을 해 상대적인 당내입지가 유리한 김 대표가 민자당 대권주자로 일찌감치 굳어지는 것보다는 어쩡쩡한 입장으로 두는 것이 민자당내 계파간 내분 장기화라는 측면에서 나쁠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민자당 역시 어려운 때 내각제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지자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석달 이상 끌어 온 사퇴정국은 늦어도 내달초부터는 정상화될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정국의 큰 흐름은 지자제협상의 이면에 내각제협상이 있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엄청나게 방향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내각제협상이 없었다면 민자당은 사실상 내각제를 포기한 셈이 된다.
  • 「3김 퇴진론」 일파만파/홍사덕씨 방송토론내용 논란 오래 갈 듯

    ◎“90년대 조국위해 물러나야” 주장/JP 지지관련 “멍청…” 표현도 말썽/평민등 벌집 쑤신 듯… 충청주민 항의 시위도 지난 25일 KBS 제1TV가 생방송으로 방영한 심야토론 프로그램 「오늘의 정치,어떻게 풀 것인가」가 정가주변에 화제와 파문을 던지고 있다. 평민당과 민자당의 민주ㆍ공화계는 27일 문제의 프로그램에서 3김씨 정계은퇴와 세대교체등을 집중 논의한 데 대해 벌집 쑤신 듯한 분위기속에 이 프로를 마련한 KBS와 발언자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홍사덕 민주당부총재가 충청도 사람들을 「멍청이,멍청한 짓」 운운한 것과 관련,충청도 주민들이 상경,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토론회는 이날 하오 10시20분부터 3시간동안 진행되었으며 이 프로에 출연한 토론자들은 김동길교수(연세대),김상철변호사,송원영 전의원,홍사덕 민주당부총재,최시중 동아일보논설위원,윤정석교수(중앙대),박은태씨(미주산업대표) 등 7명이었다. 홍 부총재가 3김씨 퇴진과 5공청산등에 관해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정당이 90년대에 맞는 사회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은 3김씨로부터 찾아야 한다. 최근 3년사이에 우리에게 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건전한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 첫번째가 노태우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이다. 이는 바로 김대중ㆍ김영삼 양 김씨의 분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신의 종언과 더불어 사실상 역사의 장에서 「미이라」가 됐던 또하나의 김씨(김종필씨 지칭)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극악스럽게 싸우니까 충청도분들이 우리가 멍청이인 줄 아느냐며 진짜 멍청한 짓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종필씨가 환생하거나 부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야권통합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김씨(김대중 평민당총재 지칭)가 다음 대권도전을 위해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 하면서 세대교체를 제의하고 90년대의 시대정신에 맞는 신진세력에 대해서는 통합반대파로 몰고 있다. 이 모든 정치적인 사건들이 대권욕심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이제 정당정치가 산업사회에 맞게 영위되기 위해서는 3김씨가 그동안 업적도 많지만 이제 물러나야 한다. 조국을 위해,90년대를 위해,한반도를 위해,배달민족을 위해 진정 물러나야 한다』 『야당의원들이 사퇴서를 낸 것은 국회가 국회답지 않은 데 대한 항의다. 야당이 요즘 국회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악을 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으나 30초 만에 26개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민자당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날치기통과파동을 보면 임꺽정전등에서 보았던 산적의 행동과 같은 느낌이다. 과거 야당시절 다수의 횡포를 비판했던 사람이 갑자기 여당에 들어가 새로운 짓거리로 자신을 확인받으려는 데서 날치기 통과가 탄생했다. 큰 정치를 기대한다면 노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집권후반기에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지려다보니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홍 부총재는 이날 「3김퇴진」 주장으로 물의를 빚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지난 25일 심야토론에서 발언한 내용은 「경상도ㆍ전라도가 하도 극악스레 싸우니까 충청도분들이 우리가 멍청이인 줄 아느냐고 멍청한 짓을 해버린 것」으로 두 김씨의 후보단일화 실패가 결과적으로 김종필씨를 살려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홍 부총재는 또 『그러나 시청자들 가운데 일부가 본인이 「멍청도」 운운한 것으로 오인,애향심에서 우러난 항의를 한 것은 비록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 11억인구 중국 가족계획 비상(세계의 사회면)

    ◎가임여성만 3억…「베이비붐」 예상/둘이상 낳으면 10년간 임금 10%삭감/매년 호주인구만큼 늘어 곧 “12억” 인구대국인 중국에 인구비상이 걸렸다. 「인민이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고 한 고 모택동주석의 인구정책 실패의 후유증으로 현재 가임여성수가 급속히 증가,사상 최대의 베이비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중국의 인구는 세계최대인 11억명,전 세계 경작가능면적의 7%에 불과한 땅덩이위에 세계인구의 20%가 오밀조밀 모여살고 있는 것이다. 이중 가임여성수는 3억5백만명으로 사상 최대수준이며 올해부터 92년사이에 가장 급속도로 불어나 오는 2000년 쯤에는 3억4천만명선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정부가 시행중인 「1자녀 갖기운동」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경우 오는 2000년의 인구억제목표인 12억명은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같이 가임여성수가 요즘들어 급증하는 이유는 모주석통치 당시인 50년대초부터 76년 그의 사망때까지 무분별한 인구증가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인구증가가 중국의 경제발전의 혜택을 나눠먹어야 할 입만 늘려놓은 셈이라는 판단 아래 산아제한을 주장한 것은 모의 사후에나 가능했다. 모주석 재임 당시 출생한 여아들이 80년대부터 2000년까지 사이에 가임여성으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에 또 한차례의 베이비붐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교육과 선전 및 상벌을 통해 1자녀 갖기운동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도시지역을 제외한 농촌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정부당국은 1자녀만 갖겠다고 맹세하는 신혼부부에게는 돈과 토지를 주고 있으며 불임수술을 할 경우 추가로 현금을 지급한다. 2명이상 자녀를 낳을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10년동안 임금의 10%를 깎는다. 감숙성과 요녕성에서는 정신박약자들에게 출산을 금지시켜 불임수술을 받도록 강제화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화요구로 갈등을 겪고 있는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전역에서 이같이 1자녀 갖기운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출생률은 계획목표를 40%나 초과하고 있고 시골지역에서는 가구당 평균자녀수가 2.8명에 이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지다. 시골지역의 많은 인민들은 자녀를 1명만 낳는 것이 국가와 자신들에게 왜 좋은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고 중국국가 가족계획위원회의 심국상홍보국장은 말했다. 대를 이을 후손을 낳아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도 인구증가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올해 지방관리들에게 가족계획에 대한 상벌집행을 강력히 시행하도록 하고 젊은 부부들에게 1자녀가정의 이점에 대해 집중교육하며 여성들을 대상으로 두번째 아이부터는 유산시키도록 설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의 경우 세상의 빛을 본 아기 2명당 1명꼴로 낙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낙태가능시기인 임신 3개월을 훨씬 넘겨 임신 4∼5개월이 되고나서야 1자녀를 초과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무리해서 낙태를 시키거나 낳고보니 딸인 경우에 유기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인구 증가율이 1.5%만 돼도 매년 1천6백50만명이 늘어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총인구가 1천6백30만명인 것으로 볼때인구로만 따지자면 오스트레일리아만한 나라가 해마다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백5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국에 있어서 인구억제는 경제개발과 함께 이 나라가 해결해야할 최대 당면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외언내언

    한 시대 전,의약이 없는 농어촌. 애들이 싸우다가 박이 터진다. 그러면 된장을 갖다 붙인다. 들에서 잘못 벌집을 건드려 쏘이게 돼도 붙이는 된장. 할아버지의 담뱃대가 진에 막혔을때 또한 된장 끓인 물로 뚫었다. ◆1년내내 먹어야 했던 한국인의 고유식품 된장. 봄이면 돋아나는 새쑥이나 냉이 혹은 보릿잎을 넣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여름의 상추쌈에도 된장이 들어가야 제맛이었고. 그무렵 꽁보리밥 찬물에 말아 먹으면서 된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 맛은 요즘의 음식점에서 아무 때고 먹을 수 있는 것과는 풍미가 다르다. 그렇게 된장과 함께 살아온 한국인. 『된장국 냄새가 난다』는 말은 그래서 꾸밈이 없고 소탈한 사람을 이르면서 쓰인다. ◆「삼국지」 위지ㆍ동이전의 고구려조에는 『그나라 사람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며 빚어 갈무리하는 일에 능하다(선장양)』는 대목이 보인다. 이 「선장양」은 보통 『술을 잘 빚는다』로 해석하지만 「양」은 발효식품을 뜻하는 것이므로 「술」이라 단언할 수만도 없다. 혹 「메주→된장」이었을까. 그러나 「신당□」가 말하는 발해의 수도 책성의 명산물 시는 바로 메주. 발해는 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나라이니 그전부터 메주는 빚었던 것 아닐지. 우리 된장의 역사는 깊다. ◆그 된장의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부산대 박건영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가 처음은 아니다. 81년 일본 국립암센터 연구소의 히라다(평전웅)박사팀이 그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그때까지의 「된장→발암식품론」에 쐐기를 박아 놓았던 것. 이어 84년 도호쿠(동북)대학 기무라(목촌수일)교수가 더 심층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다. 박교수팀은 재래식 우리 된장이 일본 것보다 항암효과가 높다고 밝힌다. ◆항암효과 있다는 식품 이름들은 많다. 마늘ㆍ양파ㆍ양상추ㆍ감귤ㆍ당근ㆍ녹차ㆍ영지버섯ㆍ은행ㆍ들깻잎ㆍ고구마ㆍ상어연골… 등등. 하지만 건강식품이다 항암식품이다 해서 열을 올릴 일은 아니다. 모든 자연식품을 고루 먹는 게 식생활의 지혜일 뿐이다.
  • 수색경찰 비웃듯 전국 돌며 범행/룸살롱 살인범의 범죄 행각

    ◎수배 35일간 검문 한차례도 안받아/두뇌회전 빠른 김태화가 범행 주도 서울 구로구 샛별룸살롱 집단살인사건의 범인 조경수(24)는 남녀종업원 4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에 35일동안 도피행각을 벌이며 서울과 지방 등지에서 16차례나 미장원 강도를 저지르는 등 비인간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검거된 조와 달아난 김태화(21)는 부산ㆍ광주ㆍ서울ㆍ수원ㆍ대전ㆍ안양ㆍ부천 등지를 오가며 계속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그동안 검문 한번 받지않은 사실이 밝혀져 경찰의 총검거령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범인들은 범행후 서울과 가까운 대전 및 수원에서 사글세방을 얻어놓고 은신했으며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시로 서울을 오르내리며 범행을 계속하는 등 대담성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경찰조사결과 조와 김은 살인 5명,차량절도 2건,노상강도 1건,미장원강도 16건 등 드러난것만 해도 모두 21건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조는 지능지수가 낮은 편이고 달아난 김태화는 조보다 나이는 어리나 머리회전이빨라 범행모의ㆍ실행ㆍ도피 등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조만 수원에 있는 사글세 방에서 붙잡힌 것도 김이 수사망을 의식하고 혼자 자취를 감추고 조는 김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와 김은 고향선후배 사이로 둘다 택시강도혐의로 복역을 한 뒤 지난 89년 출소하여 지난해 5월 고향에서 다시 만나면서 부터 범죄행각이 시작됐다. 이들은 김의 형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가서 형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조와 김이 만나서 처음 저지른 범행은 지난해 11월23일 하오10시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서 데이트 하는 20대 남녀를 흉기로 위협,15만원을 턴 것이었다. 그후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순쯤 수원역앞에 있는 미장원에 들어가 강도짓을 한 뒤 역시 같은달 30일 부천에서 엑셀승용차를 훔쳐타고 고향인 전남 나주로 내려갔다.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잔 이들은 지난 1월2일 상오1시쯤 광주시 양2동 백양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종업원 백미옥양(26)이 외박을 거절하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서울로달아났다.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본격적인 미장원 강도행각에나서 지난 1월7일 하오4시55분쯤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송영숙미용실에 들어가 60만원을 털고 다음날 하오6시25분쯤에는 안양시 안양1동 77미용실을 털었으며 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이정자미용실,1월12일에는 관악구 신림1동 맵시미용실,13일에는 부천시 중구 심곡2동의 전경희미용실과 부천시 남구 역곡2동의 전미용실 등 2곳,1월21일 하오7시쯤에는 부천시 남구 역곡1동 김선미미용실을 털었다. 또 같은달 24일 하오에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정영주미용실과 중구 명동2가 나경자미용실을 각각 털었다. 이들은 미장원강도행각을 벌이며 빼앗은 돈으로 지난 1월28일 하오9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2동 808 샛별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 여종업원들과의 외박시비로 남녀 종업원 4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났다. 이들은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대담하게 지난달 6일 하오6시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엘랭미용실에서 4백95만원을 강탈하는 등 3건의 미장원 강도짓을 한 뒤 대전으로 달아났다. 그곳에서 사글세방을 얻어 숨어 있던 이들은 지난달 26일 다시 상경,조의 애인 이모양(21)이 일하는 서울 구로동 「준」카페에 나타나 이양을 스텔라 승용차에 태워 대전으로 내려가 4박5일동안 함께 지내다 지난 2일 이양을 서울로 올려 보냈다. 조와 김은 이양과 헤어진뒤 수원으로 거처를 옮겨 수원시 권선동 세류1동에 있는 세칭 「벌집」하숙방을 구해 다시 은신했다. 공범 김은 대전에서 조와 헤어질때 『3일 수원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으나 하숙방에 나타나지 않았고 조는 김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조가 2일 상오 대전역에서 이양과 함께 기차를 타고 올라오다 평택역에서 내리면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서 지내겠다』고 말한 점을 중시,성남 평택 안양 수원 부천 등지의 달동네 하숙방을 집중적으로 탐문수사한끝에 조를 붙잡았다.
  • 룸살롱살인범 조경수 검거/어제낮 수원서/서울시경팀,은신 셋방 덮쳐

    ◎흉기로 대항하다 경찰가스총에 맞아/「미장원 강도」 16건 범행 확인/지난 2일 애인 이양 데리고 상경하다 잠적후 서울 구로구 샛별룸살롱 종업원 집단살인사건의 범인가운데 조경수(24)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시경은 5일 하오1시20분쯤 복덕방주인의 제보로 수원시 권선구 세류1동 238 최영렬씨(63)집 사글세방에 숨어있던 조를 붙잡아 서울로 압송하는 한편 공범 김태화(22)를 쫓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월2일 상오1시쯤 광주시 양2동 백양주점에서 종업원 백미옥양(26)을 살해하고 같은달 6일 서울 종로2가 서울 미용실을 비롯,서울지역의 9개 미장원과 안양 1,부천3,수원 1개 미장원 등 모두 16곳도 미장원에서 연쇄강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냈다. 조는 세칭 「벌집동네」인 세류1동 최씨 집에 지난달 15일하오 「정규연」이라는 가명으로 보증금 10만원에 월7만원짜리 사글세방을 구해 숨어있었으며 이날 형사들이 덮치자 흉기를 들고 완강히 저항하다 경찰이 쏜 가스총을 맞고 붙잡혔다. 공범 김은 지난달 27일 대전에서 조와 헤어지면서 『3월2일 수원의 사글세방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종적을 감춰 붙잡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1월29일 상오1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2동 808 샛별룸살롱에 들어가 남녀종업원 4명을 흉기로 살해한 뒤 같은날 하오8시50분쯤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대전역에 도착,대전시 오류동 190의1 한진씨(52)집에 셋방을 얻어 숨어있었으며 그이후 수원ㆍ서울ㆍ안양ㆍ부천 등지를 오가며 계속 미장원을 대상으로 강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지난달 26일 대전에서 백색스텔라승용차를 훔쳐타고 상경,하오8시30분쯤 구로구 가리봉동 준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조의 애인 이모양(21)을 경찰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빼돌려 대전으로 달아난 뒤 4박5일동안 함께 지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일낮 서울로 돌아온 이양으로부터 조가 건네준 용돈 15만원 가운데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을 압수,조회한 결과 지난 1월6일 서울미용실에서 손님들이 탈취당한 외환은행 인사동지점 발행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5장가운데 1장임을 밝혀내고 이들이 미장원 연쇄강도사건을 벌인것을 확인했다. 조는 지난2일 대전역에서 이양과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다 평택역에서 혼자 내린뒤 곧바로 수원 사글세방에서 공범 김을 기다리고 있다가 연고지 복덕방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인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 조는 경찰에 붙잡힌 뒤 체념한 듯 비교적 순순히 철야신문에 응했으며 『태화가 의리를 저버리고 혼자달아나는 바람에 붙잡혔다』면서 미장원 강도사건 16건에 대한 날짜 및 시간 등 범행상황을 정확하게 자백했다. 지금까지 경찰조사 결과 범인들은 살인사건 및 미장원 연쇄강도사건 이외에도 지난해 11월23일 하오10시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 데이트하던 20대 남녀를 흉기로 위협,15만원을 빼앗는 등 2건의 범행을 더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공범 김이 조가 애인을 만나는 등 행적을 남긴다는 사실때문에 혼자 달아난 것으로 보고 전국에 비상망을 펴 검거에 나섰다.
  • 청백리는 미운가/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옛날엔 세상이 알아주는 청백리의 묘소에 백비를 세웠다. 비석은 있되 비명이 없는 백비는 한 공직자의 생전의 청백을 가장 장중하게 예우해주는 표현이다. 조선 명종때 박수량은 38년간 관직에 있으며 청렴을 실천했다. 그에게 청탁을 하는 것은 바로 죄를 주십사하는 요청이기도 했다. 형조판서로 있을때 같은 판서의 아우가 광주 목사로서 부정을 저질렀다. 동료판서가 청탁을 하자 파직할 죄량이 아닌데도 파직을 시켜버렸다. 「청렴강직」은 살았지만 그는 동료들로부터 미움과 모함,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나 명종은 박수량의 청백을 포상하기 위해 그의 고향 장성에 99간집을 지어 청백당으로 사명을 했고 그가 죽어서는 서해의 하얀 암석으로 백비를 세워 백면에 그의 일생을 강력하게 나타내게 했다. 같은 명종때의 한림 김렴(삼휴당)은 권신들의 청탁을 받는 족족 물리쳐 미움을 받아 한산군수로 좌천됐다. 그래도 중앙에서의 모략중상이 그치지 않자 그는 벼슬을 내던지고 초야에 묻혔다. 청백리는 밉상인 것이다. 지금은 공직을 떠난 한 세리를 나는 알고있다. 재직중엔 도시락ㆍ서류보자기를 들고 달동네에서 1시간을 걸어 출근했다. 그가 어찌어찌하다가 공무원 기강확립 작업과 관련,「서정쇄신기록부」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모범공무원,이른바 현대판 청백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주위의 눈초리가 달라졌다. 동료들이 따돌렸다. 그래 당신만 깨끗하고 우리는 모두 기름때가 묻었느냐는 힐난도 들려 몸둘바를 몰랐다. 청백리가 미움받는 예는 밖에도 있다. 집한칸없는 청백리로 유명한 태국 방콕시장 잠롱 스리무앙은 지난 1월 시장선거운동중 반대세력의 암살테러를 가까스로 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잠롱시장은 88년 부패정치인및 기업인 추방을 외치면서 팔랑다르마당을 창당,「가진자들을 위한 정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때부터 일부 정치인과 부유층의 미움을 샀다. 그가 방콕시장이 된후 민원업무에 급행료와 뇌물이 통하지 않게 되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모두 그의 적이 되었다. 지나친 청렴결백이 목숨까지 위협하는 화근으로 변했다. 청백리는 동서고금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존 가치와 수구적체제 속에서는 미운오리가 되기 싶상이다. 다산은 『청렴한 관리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그가 지나간 곳은 산림도 천석도 모두 맑은 빛을 받게 되기때문이다』라고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맑은 빛이 되기는 커녕 거꾸로 그 산림과 천석에 묻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송대의 학자 육구연은 「상산록」에서 청렴한 공직자의 유형을 세등급으로 나눴다. 첫째 봉급 이외의 아무것도 받지않고 남는 것을 반환하는 사람,둘째 명분이 바른 것까지만 받는 사람,셋째 선례가 있는 것까지는 받으며 직권을 이용한 부정을 행하지 않는 사람. 공직의 어려움과 청백의 한계를 적절히 조화시킨 매우 융통성있는 청렴공직자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볼때 시대가 뒤로 내려올수록 청렴한 관리의 이미지가 조금씩 흐려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최근들어 관가가 유난히 술렁대고 있다고 들린다. 큰 여당이 나왔고 그래서 조만간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크게 개헌까지간다면 관직사회에 「경천진동」의 지각변동이 있을터이니까 시류따라 인맥따라 연줄을 잡고 몸조심 말조심하여 살아남아야겠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때에 만연하는 것이 보신주의ㆍ무사안일ㆍ요령주의ㆍ방관ㆍ면피 등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년새 공무원 범죄가 두배로 늘었고 작년에만도 직무와 관련된 금품수수 등으로 1만2천명 가까이 적발됐다고 한다. 그 부정 비리내용은 대충 직무유기ㆍ직무상 기밀누설ㆍ금품수수(뇌물)ㆍ직권남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 전환기적 비위사례이되 그 수치와 내용이 관가의 술렁댐을 말해준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계 신문(문회보)이 우리 사회의 뇌물수수와 부정부패에 관해 보도한 것을 보고 40여년 귀가 닳게 들어온 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 했다. 그 기사에서 인용된 관련부처들이 벌집쑤신듯 흥분하여 결백을 증명하기에 바빴고 국제적인 항의끝에 결국 그 필자가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한국사회에 부정부패가 없다니 기쁘다』고 한 그 해명내용도 끝내 개운찮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환기이다. 새정치질서 구축의 회오리 속에서도 국민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공직자들의 자세이다. 공복으로서의 직분을 다하고 있는가,청백리엔 안가더라도 최소한 까마귀 싸우는 골을 이루지는 않는가 지켜보는 것이다. 정치의 풍향에 따라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나라의 발전이나 사회의 안정은 기약될 수 없다. 공직사회기강이 해이되면 공권력도 무력화 된다. 공무원도 사람이고 명예나 지위가 아니면 돈을 바란다. 기왕이면 모두 갖는게 좋을 것이나 하나씩만 가져도 괜찮다. 모두 가지려고 딴 생각하면 큰일난다. 자고로 청백리가 증오나 질시,심하면 암살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가 까마귀들 속의 백로로서 두려움과 신비의 인물인 탓이다. 같이 오염되고(거세개탁)한 패거리가 되어야하는데 그만이 홀로섰기(독야청청)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청백리가 미움받지 않는 세상이 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즉 모두가 청백리가 되는 것이다. 다소 무리이고 욕심일 수도 있지만 하려고만 들면 어렵지도 않다. 정치사회적인 전환과 변혁기에 모든 공직자가 본분과 책무를 지키어 하나만 갖는 청백리가 되어 청사에 남아보겠다는 각오를 가져봄직도 한 것이다.
  • “사기세일 무죄” 판결/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백화점업계의 「변칙사기세일」이 또다시 말썽이다. 19일 백화점의 사기세일에 대한 사법부의 무죄선고가 내려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각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벌집을 쑤신 듯 들끓고 있다. 지난해 2월 검찰이 백화점 사기세일에 대한 수사에 나섰을 때 일반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재벌그룹에 속해 있는 백화점업계에 엄벌이 내려지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의 이같은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빗발치는 비난여론의 표적은 처음에는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집중되더니 점차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과 정부내의 공정거래 관련 부처인 경제기획원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소비자들의 이같은 의구심에 대해 속시원한 해명을 주지 못하고 있다.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판결에 아무런 하자도 없다는 것이고 검찰은 이에 불복,항소하겠다고 밝힌 것이 고작이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판결의 정당성을 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뜨고 있다. 백화점의 변칙세일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친고죄이기 때문에 경제기획원장관의 고발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기획원측은 『고발해봐야 기껏 몇천만원 벌금형 정도가 고작』이라면서 그 정도로는 백화점 업주들이 눈하나 깜짝 안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 사건의 발생당시인 88년 12월에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절차에 따라 해당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도하신문의 사과광고문 게재조치 등을 통해 법원의 벌금형보다는 수백배나 더 무거운 사실상의 「벌금형」을 내렸다는 것이 기획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사부재리원칙과 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알고 있을 재판부가 기획원장관의 고발을 요구하는 것은 흥분한 여론의 화살을 기획원쪽으로 돌려보려는 심산이 아니겠느냐는 투다. 어떻든 관계기관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구구한 법리설명이 소비자들의 울분을 가라앉혀 주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으로 느껴진다. 이번의 법원판결이 몰고온 여론의 파장은 결국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안고 있는 허다한 병리현상의 한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 “시민이 방범의 주체 돼야 한다” 송복(세평)

    연쇄방화사건으로 온나라가 온통 불안에 떨고 있다. 미장원 연쇄강도사건이 일어난 것도 불과 수일전의 일이다. 날이면 날마다 범죄사건으로 온 천지가 마치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가장 기본적 목표는 인명 재산의 보호다. 국가의 존재이유도,정부의 기능도,사회질서의 필요성도 다 이 기본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경제의 성장도,선진국으로의 진입도,문명국으로서의 자긍도 모두 이 기본목표를 성취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온나라가 온통 불안 이 기본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 그 무엇이 성취되어도 성취의 의미는 살아남지 못한다. 성취 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사실은 성취 그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우리는 현재 범죄에 관한 한 가장 뒤틀린(왜곡) 산업사회의 모습을 띠고 있다. 1인당 GNP 4천달러의 나라가 갖는 범죄의 모습이 아니라,1만달러가 넘는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잘못된 범죄양태를 가진 나라들의 범죄수법과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우리정도의 경제수준에서 지금 우리처럼 이렇게 범죄가 광역화되어 있는 나라도흔치 않다. 필리핀이나 멕시코 혹은 중남미 범죄가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해도 우리처럼 이렇게 사회 구석구석까지 뚫고 들어가 있지는 않다. 현재 우리 사회의 그 어느 구석도 범죄의 공격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범죄의 수법도 그 모습과 한가지로 다양화해 있을 뿐 아니라 그 원인도 아주 다양화한 상태에 있다. 가장 일반화된 원인인 돈을 노리는 범죄에서 돈과 전혀 관계없이 사회의 혼란을 노리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부터가 아주 복잡다기해 있다. ○사고의 틀 바꿔야 이 다양화한 범죄는 또한 포악화하고 연소화하고 그리고 조직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강력범죄의 60%이상이 10대에서 저질러지고 있다. 그들의 조직도 경찰의 힘과 지혜로는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교묘하게 편성되고 재편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포악성은 공포의 최저변 나락으로까지 사람들을 떨어뜨릴 정도로 극악화해지고 있다. 그들의 기동성 역시 범죄 건수가 늘어날 때마다 상승한다. 아침에는 서울서,점심에는 부산서,그리고 저녁에는 공주에서― 전국을 1일 무대권으로 해서 기동화해가고 있다. 치안능력은 산업사회 초기에 머물러 있는데 범죄는 완전히 산업사회 후기를 달리고 있다. 이 범죄에 대처하는 길은 방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것 뿐이다. 종래까지는 방범의 주책임 주임무가 경찰에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범죄는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언제나 생각했었다. 이 생각의 틀을 이제부턴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는 발생이전의 예방을 주안점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범죄예방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방노력 자체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왔다. 농업사회나 산업사회 초기와는 달리 오늘날은 범죄가 일단 발생하고 나면 그것에서 받는 피해의 심대함은 차치하고 범죄수사 범인검거에 들어가는 비용과 부작용이 너무나 엄청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아주 높은 미지수이다. 따라서 피해도 입지 않고 비용도 적게 드는 예방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예방의 기초는 무엇보다 「이웃공동체」에서 나와야 하고 이웃공동체의 형성은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는 정도를 넘어 이웃끼리 늘상 유기적으로 연관을 맺는 생활공동체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겨우 반상회에서 만나는 정도로 이웃을 안다. 그러나 그 반상회는 이미 발생한 범죄의 공포를 전달하는 기능외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모두 감시자 역할을 서구사회에서의 「이웃공동체」는 정말 근린집단으로서의 공동체가 돼 있다. 옛 농촌공동체처럼 누가 낯선 사람이며 누가 누구집 손님인가를 알고 있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집에 누가 사는지,옆집에 누가 사고를 당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원자화되어 있고 이방인화되어 있다. 같은 골목에서,같은 동네에서 만나는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범죄의 표적으로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범죄활동의 온상이 돼 있다. 서구에서 이웃공동체는 또한 담을 터놓은 공동체다. 우리처럼 집과 집사이를 담으로 갈라 놓질 않는다. 오늘날 담은 범죄방지용이 아니라 범죄조장용 구실을 하고 있다. 담만 넘어가면 범죄행동이 극에 달해도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담대신 범죄가 새어들지 않도록 집 자체를 잘 단속하는 것이 서구사회의 범죄예방 방식이다. 어떤 범죄든 마당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마당으로 오는 범죄는 담만 없으면 내집에서 뿐만 아니라 이웃 집에서도 내집같이 본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이다. 담이 높은 반면 집은 허술하다. 「담만 넘으면 된다」는 범죄유혹을 조장하는 것이 우리의 주택구조며 이웃관계다. 만리장성도 넘어오면 호족을 막아내지 못했다. 하물며 이웃과 차단된 담이며 대문이 그 어디고 방범구실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공동체의식 길러야 범죄는 아무리 예방해도 발생한다. 다만 발생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이다. 이 경우 시민이 방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즉 방범의 주임무는 시민에게 있고 경찰은 그 보조자에 불과하다. 만일 경찰이 방범의 주체가 되게 하려면 경찰수를 지금의 몇배로 늘려야 하고 장비와 경찰봉급을 또한 지금의 몇배로 올려야 한다. 의무경찰까지 합쳐 국민 4백명에 1인꼴인 경찰수를 가지고는 자동차 없이 걸어다니던 시대의 범죄도 막아내지 못한다. 시민 모두가 적극적 감시자이며 고발자이고 방범대원이 되지 않고는 지금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연쇄방화사건과 같은 오늘날의 범죄는 막아낼 길이 없다. 왜 서구인들이 그토록 강한 고발정신을 갖게 되었는가. 이 모두 시민 스스로의 자구책에서 나온 것이다.
  • 「룸살롱 범인」 가명계좌 발견

    ◎11일 가리봉 분식점서 쓴 지폐 추적 결과 서울 구로동 「샛별」룸살롱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13일 범인들로 보이는 20대청년 2명이 지난1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M분식점에 나타났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일대 근로자밀집지역(속칭 벌집)에서 탐문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이 청년이 분식점 주인에게 지불한 1만원짜리지폐 1장을 한국은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29일 서울신탁은행 오류지점에서 「진신성」이라는 청년에게 지급한 1만원짜리 30장 가운데 1장인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진신성」이라는 청년이 제시한 주민등록증의 번호가 범인 조경수씨(24)의 주민등록번호와 일치하고 현주소도 인천에 사는 공범 김태화씨(22)의 누나 집으로 돼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조씨가 가명으로 이 은행에 예금구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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