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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영 칼럼] 눈떠보니, 선진국 또는 헬조선/논설실장

    [문소영 칼럼] 눈떠보니, 선진국 또는 헬조선/논설실장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순위 1위로 오른 중에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을 방문해 방탄소년단(BTS)과 협연한 노래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2년 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한국이 호명된다. 그래서인지 ‘눈떠보니 선진국’이란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의 책을 보고 ‘한국의 현재’가 직관적으로 표현됐다고 감탄했다. 와! 선진국이 됐네! 그런데 왠지 어색하고 불안하잖아, 우리 준비는 된 거야? 이런 느낌! 자고 났더니 벌레가 된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처럼 낯설고 이질적인 한국의 모습이 겹쳐진다. 요즘 10대나 20대는 현재 한국에 대한 세계적 호명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공익광고에 한국을 별도로 설명하느라 난감해하는 한국 어린이들이 나왔다. 그러니 86세대로서는 이런 시대가 격세지감이다. 1980년대 종속이론 등에 경도돼 미국 등에 종속돼 착취당하지 않을까를 우려했던 세대들이니 더 그렇다. 다행히 세상이 수출국가인 한국에 유리하게 풀려 갔다. 중국도 가입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확대되고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하면서 대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은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헬조선’의 그림자도 짙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오징어 게임에는 ‘경제 양극화’와 차별이라는 코드가 생생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최장시간을 일하고, 거의 최고의 산재사망률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한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1000만원을 투자해 100억원을, 1억원을 넣어 1000억원을 수익낸 천화동인 1~7호가 받은 돈벼락은 비상식적이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6년 일하고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도 비상식적이다. 이런 중에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외부 유리창을 청소하던 20대 청년이 추락사했다. 이 역시 비상식적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의 현상을 더 선명하게 한다. 추락사한 청년에게 추락방지용 보조 밧줄이 제공되지 않았다. 청소업체는 3일 전 현장안전점검에서 보조 밧줄을 구비하도록 지적받고도 시정하지 않았다. 2018년 전면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유명무실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 송도의 추락사를 포함해 지난 9월에만 20대 청년 노동자 4명이 추락사했다니 암담하다. ‘2인1조’가 지켜지지 않아 20대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사망한 뒤 개정된 산안법도, 이선호씨가 안전관리자도 없이 철판에 깔려 사망한 뒤 억지춘향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내년 1월 시행)도 20대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니 산안법 개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때 최고경영자(CEO)나 대표이사를 처벌대상에 반드시 포함하고 처벌을 강화하자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대표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철저하게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CEO가 자유를 빼앗길 감옥형에 처할 위험이 상존한다면, 산재사망을 예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2017년 산재상해와 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해 보니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피고는 86명으로 3%가 안 되고 집행유예(33.36%)가 많았다. 대다수는 벌금형(57.26%)인데, 벌금 평균은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한국에서 노동자의 목숨값은 푼돈이라는 의미다. 반면 호주는 산재사망 시 고용주에게 최대 징역 25년, 법인에 최대 60억원의 벌금을 때리고, 영국은 노동자 사망 시 원청·하청 모두에 범죄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적용하는데 벌금도 매출액의 최대 10%이다(눈떠보니 선진국, 65쪽). 어떤 젊은이는 ‘아버지 찬스’로 취업하고 이명 등을 이유로 산재보험금이라며 퇴직금을 50억원을 가져가고, 어떤 젊은이는 스스로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 가려고 해도 노동현장이 안전하지 않아 사망하거나 부상당한다면, 한국은 선진국이란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오징어 게임’이란 국뽕에 취하고자 해도, 비빌 언덕 없이 각자도생에 애쓰는 청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특히 송도서 추락사한 20대 노동자를 생각하면, 정신이 얼얼해진다.
  • [길섶에서] 감나무 단상/오일만 논설위원

    가을철 감나무는 늘 감탄을 자아낸다. 에메랄드 빛 가을 하늘, 주렁주렁 감 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하얀 구름이 고혹적이다. 옛 선비들이 넓은 감나무 잎에 가슴속 깊이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 애틋한 연서를 보냄직하다. 풍성한 가을을 상징하듯 감나무는 예부터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기자목(祈子木)으로 불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깊은 관찰을 토대로 감나무의 덕을 침이 마르게 칭송하기도 했다.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풍성한 그늘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새가 집을 짓지 않을 정도로 벌레가 꾀지 않고 풍성한 잎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고운 빛깔의 열매는 달디단, 맛의 정수다. 이른바 칠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다. 감나무의 오덕(德)도 흥미롭게 회자된다.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돕는 문(文), 목재가 단단해 화살촉을 만드는 무(武)가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이 붉어 표리부동하지 않은 충(忠)을 기렸다.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는 과일이니 효(孝)라 했고 서리를 이기는 나무라고 해서 절(節)이라 했다. 마지막까지 겨울철 까치의 밥이 돼주는 마음씨(愛)도 갸륵하다. 둘레길, 멀찍이 보이는 감나무를 보면서 스친 생각이다.
  • [핵잼 사이언스] 지구최강 생명체 곰벌레, 1600만년 전 호박에서 발견

    [핵잼 사이언스] 지구최강 생명체 곰벌레, 1600만년 전 호박에서 발견

    지구 최강의 생명체로 불리는 곰벌레가 ‘영원한 무덤’이라는 호박 속에 ‘봉인’된 채 발견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해외언론은 극히 희귀한 곰벌레 화석이 약 1600만년 된 도미니카의 호박 속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5억 년 이상 지구상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곰벌레는 ‘물곰’(Water Bear)으로도 불리며 행동이 굼뜨고 느릿한 완보(緩步)동물이다. 몸크기는 50㎛(1㎛는 1m의 100만분의 1)~1.7㎜ 정도로 놀라운 것은 영하 273도, 영상 151도,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곰벌레는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살 수 있는 사실상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곰벌레는 이렇게 인류보다 오랜 시간 지구상에 존재해왔지만, 그 화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3번째일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마치 타임머신처럼 곰벌레를 가둔 호박(琥珀)은 나무의 송진 등이 땅 속에 파묻혀서 수소, 탄소 등과 결합해 만들어진 광물을 말한다. 호박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영화 ‘쥬라기 공원’ 덕으로 오래 전 멸종한 고대 동물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이번에 호박 속에 갇혀 발견된 곰벌레 화석은 0.5㎜의 크기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아 자신 만의 새로운 속(屬)과 학명(Paradoryphoribius chronocaribbeus)을 얻었다. 연구를 이끈 미국 하버드 대학 박사후보생 마크 마팔로는 "곰벌레 화석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한세대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사건"이라면서 "고대 호박에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곰벌레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화석은 내장도 조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곰벌레 화석 중에서 내부 구조를 시각화 할 수 있는 첫번째 화석"이라고 평가했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뻐꾹 소년’과 뱁새/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뻐꾹 소년’과 뱁새/탐조인·수의사

    “씁씁씁씁~.” 동네를 산책하는데 풀벌레 소리 가득한 개천가 덤불에서 풀벌레 소리 같지만 아닌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둘러보니 덤불에 흔한 참새나 뱁새보다 훨씬 큰 새가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쌍안경으로 보니 뻐꾸기다. 아, 어린 뻐꾸기가 뱁새 부모를 부르는 것이구나. 저 뻐꾸기는 완전히 컸고 잘 날며 건강한데도 아직 애기처럼 입을 크게 벌려 빨간 입속을 보이며 밥 달라고 찡찡거리고 있다.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소리와 뱁새의 시각을 자극하는 빨간 입속. 어린 뻐꾸기의 생존 전략이다. 다만 저 뻐꾸기는 청소년급이다. ‘뻐꾹 소년’은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소리를 내다가 이리저리 자리를 옮긴다. 처음에는 지켜보는 나를 경계하나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뱁새 부모를 지켜보다가 벌레를 잡으면 ‘그거 나 줘요. 나 줘’ 하며 그 앞으로 날아가 날개까지 퍼덕거리며 밥 달라고 입을 크게 벌린다. 그 작은 뱁새는 애써 잡은 벌레를 커다란 뻐꾸기의 입에 쏙 넣어 주고. 나는 뻐꾸기를 붙잡고 ‘이제 다 컸으니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네가 직접 잡아’ 하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 말을 알아듣진 못하겠지. 다음날도 산책을 나갔더니 뻐꾹 소년이 밥 달라고 조르는 소리가 또 들린다. 뱁새를 따라다니면서 덤불 사이를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뻐꾸기를 한참 보고 있노라니 답답하다. 오늘도 마음 약한 엄마인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뻐꾸기 입에 벌레를 넣어 준다. 그런데 어제와는 다르다. 어제는 거의 바로 입안에 넣어줬던 것 같은데 오늘은 줄 듯 줄 듯하며 자꾸 뒤로 움직인다. 결국 뻐꾸기가 얼른 따라가서 낚아채긴 했지만. 계속 지켜보니 다음번에는 뻐꾸기에게 주지 않고 삼켜 버린다. 이제 독립해야 한다는 걸 알려 주는 것 같다. 세 번째 날에는 뻐꾸기가 소리를 내는 위치가 꽤 옮겨졌다. 내가 지켜보는 내내 뻐꾸기 주변에 벌레를 물고 오는 뱁새가 그날은 보이지 않는다. 때가 된 것일까? 네 번째 날 이후로는 뻐꾸기가 밥 달라고 내는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제 포기하고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는지도, 어쩌면 기러기들이 타고 온 된새바람을 타고 아프리카로 머나먼 여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맨날 뱁새 둥지에 알을 낳고 귀여운 뱁새를 고생시키는 얄미운 뻐꾸기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보내고 내년에 또 보길 바란다. 탐조인·수의사
  • 공익신고자 조성은 “가택침입하는 벌레같은 것 저지 가능”

    공익신고자 조성은 “가택침입하는 벌레같은 것 저지 가능”

    국민권익위원회가 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날 검토 결과 조씨가 공익침해행위 및 부패행위에 대한 증거를 첨부해 신고해서 법률상 규정된 공익신고자 요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사실은 지난 금요일부터 긴급하게 권익위에서 제 보호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하여 각종의 절차를 안내해 주었다”면서 “특히나 온오프라인을 번갈아 가며, 정신나간 유튜버와 기자를 참칭하는 몇몇 무리들이 가택침입까지 했다는 등의 내용까지 모든 신고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팬클럽을 중심으로 각종 혐오물과 배설수준의 협박글도 함께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부분까지 상의했고 어제 경찰 담당관들로부터 안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택침입 등을 시도하는 ‘벌레같은 것’들을 저지하기 위해 순찰강화와 필요하면 경호수준까지 높여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익신고는 아주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대법원 판례까지 남겨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검찰의 뼈를 깎아내는 빠른 수사와 적극적인 권익위의 절차과정, 그리고 보호조치 인정의 의결과정, 용산경찰서의 대응까지 정말 감사하다”며 이제 처벌의 시간이 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달 13일 권익위에 ‘고발 사주’ 의혹 등을 신고했으며, 같은 달 24일에는 신고자 보호조치도 신청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조씨에 대해 대검 감찰부가 공익신고자 요건에 부합한다고 먼저 밝혀 ‘월권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과론적으로 적절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당시는 권익위에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데, 그 시점에 대검에서 공익신고자 인정을 하지 않았다면 (공익신고자 신분 노출 문제로) 기자들도 많이 다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아?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아?

    개발업자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전 국민이 들끓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이 31세에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름을 부었다. 의원 아버지를 둔 덕에 ‘능력도 안 되는’ 아들이 막대한 돈을 챙겼다는 비난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최순실 딸 정유라 사례가 불쾌하게 겹친다.한국은 유독 ‘공정’에 집착한다. 주관적인 잣대보다 객관적인 숫자로 가르길 좋아한다. 객관식 시험으로 모든 수험생을 일렬로 줄 세우는 나라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도 그랬다. 시험을 통과하지 않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느냐며 불만이 폭주했다. ‘한국의 능력주의’는 이런 논리의 핵심에 자리잡은 능력주의를 파헤친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다. 잠깐, 한국인이 불평등을 참는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 있겠다. 그러나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전 세계의 사회과학자들이 공동조사한 ‘세계가치관조사’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2010~2014년 조사에서 중국은 평등에 찬성하는 비율이 52.7%, 불평등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25.8%였다. 독일은 평등 57.7%, 불평등 14.6%였다. 그러나 한국은 평등에 찬성한 비율이 23.5%,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이 58.7%로 유독 높았다. 2017~2020년 조사에서는 무려 64.8%가 불평등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른 나라와 너무 차이가 커서 원본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는 저자는 “한국인은 불평등한 분배 원리를 선호하며,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등 분배를 당연시 여기는 나라”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논리의 핵심으로 능력주의를 꼽는다.문제는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까닭에, 결국 시험 성적에 따라 특권을 부여받는 게 당연한 시험주의로 수렴된다. 능력주의가 혐오를 자아내는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점도 문제다. 월수입 200만원 이하이면 ‘이백충’, 지역균형전형으로 대학에 가면 ‘지균충’, 임대아파트에 살면 ‘임대충’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더 큰 문제는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당연시하게 하고, 이를 재생산한다는 데에 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모순을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문제를 은폐한다고 지적한다. 애초 불평등으로 가려진 특권은 슬그머니 무시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특권을 그대로 둔 채 특권을 둘러싼 부패와 불공정에 분노하는 일은 음식을 한곳에 쌓아 두고 벌레가 꼬인다고 역정 내는 짓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한다. 이런 사회라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존 투쟁에 시달려야 한다. 잡아먹히지 않고 잡아먹기 위해 한국인은 과도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스펙과 인맥을 쌓는다. 이런 노력에서 탈락하는 자들에게 돌아오는 말은 단 한마디, “억울하면 출세해라”다. 2007년 우석훈 교수와 함께 ‘88만원 세대´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국인의 기저에 깔린, 한국 사회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다시 한번 짚는다. 책을 읽다 보면 속마음을 들킨 듯 움찔하게 되고, 책을 덮은 다음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골이 서늘해질 수 있다.
  • 동심과 어울리는 호박마을

    동심과 어울리는 호박마을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수목원 내 호박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호박 사이에서 놀고 있다. 이 호박마을에서는 매년 9만개 이상의 호박과 박으로 장식하고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벌레를 주제로 꾸미는 올해 축제의 부제는 ‘버그토피아’다. 댈러스 신화 연합뉴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사람만 어른인 동물세상/화가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사람만 어른인 동물세상/화가

    가을이 그랬던가. 구름을 날려버린 청량한 하늘이 마냥 계속될 듯하더니 장맛비 같은 된비가 험상궂게 내리치고는 다시 푸른 하늘이다. 적막은 비 그치면서 깨지고 풀벌레 소리 높아지고 동네 개들 짖어대기 시작한다. 주인이 기척을 보이면 좋아라 짖어대고 배고프면 짖어대고 낯선 이가 지나가면 유난스레 더욱 짖어대어 조용히 기다리는 우리 집 개보다 더 신경 쓰게 하는 마을 강아지들. 시골에 내려오면 하고픈 일 중 하나가 마음껏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것, 그리고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이웃집 할머니께서 늘 마주하던 개에 물리는 큰 사고가 있었고, 이웃집에서 키우는 닭들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생겨 충격을 주었다. 또 강아지와 고양이를 해치는 사고들도 연속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개 등이 짧은 끈으로 묶여 살아야 하는 걸 무지하고 동물들에 대한 냉혹한 인식이라고 단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바람과 달리 동물들을 키우며 커지는 건 두려움이다. 많은 동물과 함께하며 더 많은 죽음을 접하게 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잔혹함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감하게 바라보는 풍경 속에 나를 제외시킨 시선이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드러난 잔혹함이란 더 단순한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마귀를 잡아와 노는 고양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쥐를 사냥하는 개, 날벌레 둘둘 감아 먹이로 만드는 거미, 공중을 선회하는 수리들. 새들이 괜히 우짖을까. 유기견들이 늘어나고 들개가 되어 위협적인 대상이 되어 버린 그 모든 배경에 뒷짐 지고 서성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사람만 어른이 되는 세상이다.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서 보호 대상이 되고 관리 대상이 되고 기피 대상이 되는 그들. 그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라는 역할일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책임져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울타리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바람이 한여름 뭉개구름처럼 모이다가 가을하늘 구름처럼 변해간다. 많다고 할 수도 없지만 적지 않은 동물과 함께 살아가며 스스로 내가 어른인지 묻는다. 외면할 수 없는 그들 속에서 투영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 가족 떠난 빈자리, 버리지 못한 추억… 산더미 쓰레기가 채웠다

    가족 떠난 빈자리, 버리지 못한 추억… 산더미 쓰레기가 채웠다

    감성적인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들이 모여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용산구 해방촌. 화려한 골목 안쪽에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김칠수(97·이하 가명) 노인의 반지하 집이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김 노인은 시청각 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과 햇볕도 들지 않는 방에서 신문 한 부를 벗 삼아 지낸다. 거동이 불편한 부자는 낡아서 더는 쓸 수 없는 물건들을 추억인 양 끌어안고 산다.●쓰레기를 추억인 양 끌어안고 살다 김 노인은 한국전쟁 당시 설악산 부근에서 인민군에 맞서 싸웠다. 한때 일본 유학을 준비했던 김 노인은 공부를 포기하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러 나섰지만,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를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 해방촌에 터를 잡았다. 옷감을 재단하고 옷에 단추를 달아 동대문에서 장사하는 큰형 가게에 납품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1970~1980년대까지는 장사가 꽤 잘돼 살림이 여유로웠다. 그러나 두 아들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큰아들은 1995년 추락 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나서 시름시름 앓다가 5년 만에 세상을 떠났고, 뇌수막염에 걸린 둘째 아들 수남(57)씨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시력과 청력이 크게 나빠져 중증 장애를 얻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살던 집도 팔았다. 40년간 해 온 장사도 접었다. 그게 벌써 20여년 전이다.유난히 금실이 좋았던 김 노인은 약 10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집안 정리를 아예 놔 버렸다. 수남씨는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아버지도 청소를 열심히 하셨다”고 기억했다. 사랑했던 아내와 큰아들의 빈자리에 옛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옷감을 다룰 때 썼던 공구, 이제는 입을 일 없는 옷,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 등 과거의 흔적들이 이제 막 생겨난 생활쓰레기들과 뒤엉켜 집 안을 채웠다.●민관협력단 꾸려 대청소… 1t 트럭 3대 오가 보다 못한 주민센터는 민관협력단을 꾸려 김 노인의 집을 치워 주기로 했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지난 11일 용산2가동 주민센터·지역사회보장협의체·더불어건축협동조합, 자원봉사자 등 17명과 함께 김 노인의 주거환경 개선에 동행했다. 오전 8시 30분쯤 바퀴벌레 연막탄을 터뜨리는 것으로 청소가 시작됐다. 이 집의 가장 큰 문제는 바퀴벌레였다. 방구석에 있는 상자를 건드리자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가 툭 하고 떨어졌다. 신발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자 30마리가 넘는 바퀴벌레가 우르르 튀어나와 봉사자들을 질겁하게 했다.33.1㎡(약 10평) 남짓한 반지하 집에서 오래된 쌀 7포대, 유통기한이 5년을 훌쩍 넘은 김, 더러운 밥솥과 냄비, 바퀴벌레 배설물로 뒤덮인 서랍 등이 쏟아져 나왔다. 김 노인의 아내가 살아생전 썼던 재봉틀도 밖으로 꺼냈다. 총 1t 트럭 세 대가 오가며 폐기물을 날랐다. 물건을 버리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수남씨에게 일일이 “이거 버려도 되냐?”고 확인받았다. 청소에는 6시간이 걸렸다. 김 노인의 이웃들도 청소를 반겼다. 맞은편 집 아주머니는 “집 청소해 주니 내가 너무 고맙다”며 반색했다. 좁은 쓰레기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김 노인은 대청소 덕분에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섰다.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 복지사들은 김 노인과 함께 용산가족공원을 방문했다. 김 노인은 연못 속의 물고기를 보며 유난히 기뻐했다. 손가락으로 물고기를 가리키며 “어이구, 어이구”라고 탄성을 내뱉었다. 2시간 정도 산책한 김 노인은 태극기와 무궁화 앞에서 멈췄다. 국가유공자인 그는 잠시 군인 시절을 회상하는 듯했다. 복지사가 “무슨 꽃인지 아시냐”고 묻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은 김 노인은 깨끗해진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버리기 아까운데…” 한바탕 실랑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정미자(73) 노인의 집 앞에서도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구립풍납종합사회복지관은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과 함께 저장강박 증상을 보이는 정 노인의 집을 치웠다. 마지못해 청소에 동의한 정 노인은 청소 내내 돋보기안경까지 쓰고 살펴보며 전전긍긍했다. “어르신, 이 옷 버려요?”, “버리지 마. 이 옷은 새건데….”, “어르신, 이 시계는 쓰세요?” “시계 안 쓰는데, 그래도 버리면 안 되지.” 직원들과 정 노인은 승강이를 벌였다. 복지관 황은혜 팀장은 “어르신을 설득하는 데만 1년 6개월이 걸렸다”면서 “물건이 쌓여 있는 수준이 어르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돼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약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정 노인은 생계를 위해 폐품 수집을 시작했다. 현재는 아들 박주형(42)씨와 단둘이 산다. 남들이 버린 물건을 모아 생계를 꾸린 정 노인은 다른 사람 눈에는 쓸모없는 쓰레기에도 집착을 보였다. 특히 서랍이 비어 있는 모습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조합 관계자는 “청소 일주일 전 미리 짐을 빼놓았는데, 이날 본격적으로 청소하려 정 노인의 집을 찾으니 짐이 그대로 다시 서랍과 옷장에 들어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24.8㎡(약 7.5평) 남짓한 정 노인의 집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치약 42개, 낡은 대야 14개, 4년 전 받은 새 수건, 5년도 넘게 꺼내지 않았다는 누렇게 바랜 도자기들, 장신구, 건전지, 실과 바늘 등이 쏟아졌다. 옷의 무게만 약 181㎏이었다. 쓸 만한 물건을 골라 고물상으로 보내고도 집 밖에는 50ℓ 종량제 봉투 7개와 100ℓ 봉투 1개 분량의 쓰레기가 남았다. 정 노인은 정리가 마무리되자 시원섭섭해했다. 그는 “짐을 빼니 아쉽지만 괜찮다”며 “새집으로 바뀐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 “쥐·바퀴벌레 들끓어 이웃들 신고… 강제 청소는 위법, 끝까지 설득”

    “쥐·바퀴벌레 들끓어 이웃들 신고… 강제 청소는 위법, 끝까지 설득”

    80대 노인 김현재(가명)씨는 동네 유명인사다. 지난 7월 28일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박현정 복지사와 함께 방문한 서울 강북구 김 노인의 집 초록색 철제 대문 안은 2m 넘게 쌓인 고물과 쓰레기, 헌 옷 꾸러미 등으로 꽉 막혀 있었다. 반투명한 창문 너머로도 천장까지 들어찬 쓰레기들이 비쳤다. 박 복지사는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김 노인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꾸도 없었다. 박 복지사는 7월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꼴로 김 노인을 찾아가 ‘집을 싹 청소하고 새 삶을 시작하자’고 설득한 터였다. 세 번째 방문인 이날도 박 복지사는 김 노인을 만나지 못했다. 대문을 한참 두드리던 그는 맞은편 슈퍼로 향했다. 슈퍼 주인은 “(김 노인이) 쓰레기가 꽉 찬 집에 잘 들어가지 않고, 월세방을 따로 구해서 살고 있다”고 일러 줬다. 이웃 이가영(51·가명)씨는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어 주민센터에 민원을 몇 번이나 넣었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집이 발견되는 대표적인 통로 중 하나는 김 노인의 사례처럼 악취나 벌레로 인한 이웃들의 민원신고다. 사람에게 밴 냄새도 쓰레기집 발굴의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노원구의 한 종합사회복지관 최모(29) 복지사는 “식사 지원을 받기 위해 기관을 찾은 분에게서 나는 냄새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가정을 방문해 보면 어김없이 쓰레기집”이라고 전했다. 쓰레기집을 발굴한 후 청소가 성사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다. 기자가 쓰레기집 의심 가구를 설득하는 과정에 동행할 때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주택 건물 전체에 쓰레기를 쌓은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복지사가 물건을 가져가기라도 할 것처럼 보였는지 한참을 노려봤다. 박 복지사는 공격적이고 날 선 반응에 익숙하다고 했다. 집 정리와 청소는 의지가 있는 주민센터 직원이나 복지사가 위기 가구를 자주 방문하며 오랜 시간 설득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청소를 꺼리는 사람의 집을 강제로 청소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을뿐더러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구립풍납종합사회복지관 황은혜 팀장은 “자주 찾아뵙고 끊임없이 말로 설득한다”면서 “당사자가 거부하면 당분간은 정리에 대한 주제를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와우! 과학] 귀와 눈이 없는 예쁜꼬마선충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유

    [와우! 과학] 귀와 눈이 없는 예쁜꼬마선충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유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작고 몸이 투명한 동물로 실험동물로 인기가 많다. 키우기가 쉬울 뿐 아니라 세포 숫자가 적으면서도 충분한 복잡성을 지닌 동물로 더 복잡한 동물의 연구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와 신경, 발달, 수명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과학자들이 이 작은 토양 선충을 통해 얻은 성과가 적지 않다. 그런데 사실 예쁜꼬마선충에게는 귀와 눈이 없다. 후각, 촉각, 미각은 있는데 시각과 청각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이 작은 선충이 눈과 귀가 없어도 보거나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빛의 경우 빛의 세기 정도만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청각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땅속 소리는 물론 공중에서 울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도 100Hz에서 5KHz 정도로 매우 넓다. 귀에 해당하는 감각 기관이 전혀 없는 1mm 벌레치고는 놀랄 만큼 예민한 청력이다. 예쁜꼬마선충의 감각을 15년 동안 연구해온 미시간 대학의 숀 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작은 벌레의 뛰어난 청력의 비밀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의하면 예쁜꼬마선충의 귀는 바로 벌레 자신의 몸이다. 예쁜꼬마선충의 몸이 척추동물의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와우관) 같이 소리의 진동을 감지하는 것이다. 선충의 몸도 달팽이관처럼 길고 내부는 액체로 채워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 몸 안의 체액에서 진동을 감지하는 세포도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생각보다 넓은 범위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뛰어난 청력은 천적을 피할 때 특히 유용하다. 땅속에서 작은 선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를 듣고 눈에 띄기 전에 먼저 피하는 것이다. 사실 몸길이 1mm인 작은 벌레가 별도의 청각 기관을 갖춘다고 해도 너무 크기가 작아 음파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예 몸 전체를 청각 기관으로 활용해 갖출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청각 기관을 확보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반세기 이상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이 작은 벌레 안에는 풀지 못한 수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 작은 벌레에게 해답을 얻기 위해 실험실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어쩌면, 부적절한 요구/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어쩌면, 부적절한 요구/글항아리 편집장

    뛰어난 작가들은 주류적 사고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벗어나거나 앞서려 한다. 이때 발목을 잡는 요소가 여럿이지만, 그중 출판 편집자도 있다. 편집자들은 종종 권위와 시류, 혹은 독자가 좋아하리라 예상되는 내용과 문체를 근거로 작가에게 의견을 내고, 작가는 이따금 이를 따르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게이인 R 작가가 책의 얼개를 짜서 보내왔을 때의 내가 그랬다. 이십대인 작가의 생활 외에 연원을 더 거슬러가 십대 시절 겪은 성 정체성의 혼란, 부모와의 갈등, 커밍아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연대기적 서술을 제안한 것인데, 이는 큰 실수였다. 작가가 현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과성이나 역사성에 매몰되지 않는 전략적 서술을 택해 자신을 뻔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던 것인데, 나는 독자들이 드라마적 구도 속에서 그의 삶을 무난하게 받아들이길 원했던 것이다(그는 다행히 제안을 거절했다). 논픽션 작가 존 맥피가 ‘네 번째 원고’에서 주제보다는 늘 연대기적 서술이 압도하는 것에 염증을 내며 주제 중심의 구조가 갖는 매력을 얘기했음에도 나는 금세 타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사고는 작가와 학자들이 퇴행하도록 부추기거나 혹은 그들이 편집자를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요구가 책의 역사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지 못한 채 편집자들이 작가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어둡지 않게, 밝은 결론으로 맺어 주세요.”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청자처럼 우리는 통속적인 드라마와 같은 결말을 청하곤 한다. 고난을 이기고 희망을 갖는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미성년자의 성매매 기록인 ‘악취’를 편집하면서 나는 작가에게 10~20대 독자를 위해 단단한 모습과 자책보단 사회 비판을 해 달라고 말했다. 글 쓰는 과정 자체가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이런 견해가 편협하거나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이는 수렁에 빠져 방황하는 삶은 발설되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았으며, 스스로 정돈되지 않은 삶은 존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여전히 품고 있다. 소비에트 시절 국가기구는 쇼스타코비치에게 낙관적인 쇼스타코비치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는 모순어법으로, 쇼스타코비치가 낙관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의 음악을 잃을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자유죽음으로 생을 마쳤던 장 아메리는 자살하려는 이들의 어둠은 결코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심리학, 사회학의 연구 성과를 들이대며 그런 학문이 삶의 횃불이 돼 줄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무지몽매함을 지적한 바 있다. 편집자들 역시 죽음보다는 늘 생의 밝은 면을 보여 주길 원하고, 죽음을 향한 작가의 의지는 감춰 두길 바란다.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편집하면서는 나도 죽음을 회피했다. 작가에게 ‘자유죽음에 관하여’라는 글은 제발 넣지 말자고 했고, 저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뺐다. 사회적 쓸모를 기준으로 “몸과 정신 능력의 어떤 지점에서 스스로 죽음을 집어들겠다”는 발언은 이성과 감성능력이 절정일 때 저자가 예리하게 결심한 바였다. 이때 나는 자살관여죄에 걸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두려움을 앞세워 결국 독자들이 죽음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볼 기회를 앗아갔는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제목은 피할 것, 혐오스런 이미지는 표지에 쓰지 말 것, 핏빛이나 벌레처럼 징그러운 것은 드러내지 말 것…. 편집자들은 혐오감정과 무난함, 다수성을 내세워 시도하지 않는 것이 많고, ‘부정성’이 드러나야 할 때조차 그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가들은 주류의 사고를 거스르며 탄생하는 것이고, 많은 이가 완벽히 안정된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은 어둠을 깊이 통과하거나 헤치고 나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대중과 만나는 책에서 ‘창조의 통속화 과정’은 불가피할지 모르나 창작의 과정을 십분 이해한 다음 그것이 뒤따라야 한다.
  • “이미 하나 먹었는데”…햄버거 속 양상추에 빨간 벌레가

    “이미 하나 먹었는데”…햄버거 속 양상추에 빨간 벌레가

    부산에서 한 유명 햄버거 체인점에서 주문한 햄버거를 먹던 고객이 햄버거에서 벌레를 발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부산 해운대에 사는 A씨는 유명 햄버거 체인점에서 햄버거 2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던 30대 딸이 맛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했고, A씨가 나머지 햄버거 1개를 확인해보니 5㎝가량의 빨간색 벌레가 양상추에 붙어 있었다. A씨 측은 “딸은 2마리의 벌레를 이미 먹은 뒤였다”면서 “현재 살아있는 벌레 1마리를 보관 중인데 건강에 해로운 종류인지 확인해보려 한다”고 주장했다. 벌레를 먹은 A씨 딸은 구충제를 먹은 상태로, 특별한 이상 증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점은 벌레가 나온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주는 “문제가 일어난 당일 해당 벌레를 발견해 양상추를 더 꼼꼼히 씻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벌레가 숨어 있는 줄 몰랐다. 피해 손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점주는 “양상추는 본사가 아닌 개인적으로 납품받은 것이다. 거래업체에 문의할 예정”이라면서 “피해 고객과 협의해 필요하다면 적절히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열린세상] 외모 지상주의와 유기농/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외모 지상주의와 유기농/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잘생긴 사람이 능력도 좋고 인성도 좋다는 생각은 인생 경험이 쌓이면서 폐기해야 마땅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모에 먼저 반응한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칭찬하는 것만큼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조롱을 퍼붓는 문화는, 특히나 내 편이 아닌 사람을 향할 때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진다. 잠시만 경계의 끈을 놓치면 나 역시 쉽게 빠질 수 있는 위험이다. 그런데 이게 단지 사람의 외모에만 한정된 이야기일까?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시절에야 과일의 모양을 따질 여유가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식구들 입에 들어갈 먹거리”는 늘 크고, 잘생기고, 흠 없는 것을 고르셨다. 당연히 그런 것은 비싸다.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살림 구력이 되지 않아 싼 것에 먼저 손이 가지만, 우리는 크고 잘생긴 먹거리에 익숙해져 버렸다. 식구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픈 그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과연 이 생각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시골에 살기 전까지는 그것에 딱히 의문을 품지 않았다. 돈을 내니 당연히 흠 없는 물건을 산다고 생각했다. 값을 치르고 벌레 먹거나 찌그러진 과일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기농을 외친다. 농약은 물론 제초제 같은 걸 써도 안 된다, 그런 것은 땅을 약하게 만들고 사람도, 지구도 병들게 한다고 주장한다. 겨우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시골에서 살면서 나는 그 일이 얼마나 양립 불가능한 것인지 깨달았다. 유기농이되 잘생긴 과일과 채소라니…. 그건 마치 네모난 동그라미, 혹은 따뜻하지만 눈도 내리는 풍경을 바라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동네 어르신 말씀을 빌리면 엉덩이 반의 반쪽만 한 텃밭을 가지고 나는 봄 여름 가을 내내 종종거렸다. 약을 치지 않으니 양배추 같은 채소는 성긴 그물이 됐고, 앵두나무는 진드기가 꼬여 손으로 일일이 잡다가 진저리를 쳐야 했다. 봄부터 나기 시작한 풀은 며칠만 내버려 두어도 마당을 폐가 수준으로 만들었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벌레들은 사람이 좋아하는 채소를 특히 좋아했다. 오이는 예외 없이 다 비틀어진 상태로 자랐고, 호박도 가지도 마트에서 보는 것 같은 모양이 아니다. 시중에 나오는 건 봉지나 비닐로 모양과 크기를 일정하게 잡아 줘서 키운 것이다. 프로 농부들은 과연 약을 치지 않고도 충분한 수입을 보장할 만한 수확량과 보기에도 좋은 농산물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마트에는 벌레 먹거나 시든 것은 나오지 않는다. 농부들은 약을 치지 않으면 수확량이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상품으로 내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약을 치지 않아 생기는, 벌레 먹거나 못생긴(?) 농산물은 누구도 돈 주고 사 먹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농부들이 시장에 내놓을 것과 본인 먹을 것을 구분한다고 했다. 주변에 정직하게 친환경으로 과수원을 하다가 깊은 상처를 받고 농사를 접은 사람이 있다. 무농약이나 친환경이어서 좋다고 주문해 놓고 벌레 먹은 게 있거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게 섞여 있다고 항의하고 환불을 요청한다. 약도 안 치니 일도 줄었들 텐데 왜 비싸냐는 소리도 한다. 약을 치지 않으면 풀을 일일이 뽑아내야 하고 벌레도 손으로 잡아야 한다. 그렇게 지켜 낸 농산물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몇 곱절 더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런 일 따위 알 바 아니다. 어쨌든 돈을 냈으니 번듯한 물건을 내놓으라고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요구를 한다. 시골 살면서 직접 조그마한 상자 텃밭이라도 짓지 않았다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도시농부 문화가 혹시 그런 우리의 생각을 바꿀 계기가 돼 줄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완전한 무농약은 불가능하더라도 친환경 농법을 더욱 연구하고,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삶을 바란다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태도를 먼저 버려야 하는 것처럼 정말로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다면 보기 좋은 식재료에 집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 본격 가을철 맞아 해외 애니 화제작 잇달아 개봉

    본격 가을철 맞아 해외 애니 화제작 잇달아 개봉

    추석 연휴를 지나 일교차가 큰 본격적인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해외 화제작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타버스’나 신체 축소, 혈귀와의 사투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가 10월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다.오는 29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는 확장된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엄마의 죽음 이후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주근깨 소녀 ‘스즈’가 50억명이 이용하는 가상세계 ‘U’에서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가족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메타버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통찰력 있게 다룬다. U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는 실제 사람의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사람의 외모, 움직임은 물론 내면이 모두 반영된 아바타는 현실 세계에서는 숨겨졌던 능력을 발현하기도 한다. 벨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 현장에 불청객 용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용은 U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싸움꾼으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의문의 존재다. 사람들은 용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용의자들을 추려내는데, 용의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현실과의 괴리,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영시간 121분.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정량 감독의 중국 애니메이션 ‘부니베어: 애들이 줄었어요’(2018)는 어린이 전문 방송 디즈니 채널을 통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방영됐던 ‘부니베어스’의 다섯 번째 극장판 시리즈다. 무엇이든 커지게 하는 기계를 사들인 빅터가 갖은 노력 끝에 실험을 하다가 오히려 작아지게 만들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담았다. 빅터와 곰돌이 형제가 물방울에 갇히고, 애벌레가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고 왕개구리가 쫓아오자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모습이 재미를 예고한다. 이 작품은 재미는 물론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교육적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9600만 달러(약 1130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상영시간 90분.다음 달 20일에는 전 세계에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의 극장판 가운데 첫 번째 시리즈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이 개봉한다. 고토게 코요하루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혈기로 변한 여동생 ‘네즈코’를 구하려고 칼을 든 소년 ‘탄지로’가 귀살대원이 돼 펼치는 혈귀와의 사투를 그렸다. 탄지로는 혈귀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혈귀로 변해버린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귀살대의 길을 걷는다. 따뜻하면서도 온화한 품성을 가진 동시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혈귀 앞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동생을 구하고자 칼을 들게 된 애틋한 서사는 뜨거운 여운과 감동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상영시간 104분.
  • 일년 단 한 번… 고운 별빛이 내린다

    일년 단 한 번… 고운 별빛이 내린다

    경남 함양의 상림(上林)은 문화재다. 1962년 천연기념물(154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이니 당연히 원형을 해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한데 일 년에 딱 한 번, 경관조명으로 상림을 꾸밀 때가 있다. 지역 축제인 산삼항노화엑스포(10월 10일까지)가 열리는 기간엔 상림이 요염하고 화사하게 변신한다.●신라 최치원 만든 천연기념물… 산삼엑스포 때만 변신 예전 함양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당시 그는 “외지에 나간 함양 사람들이 친구보다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상림”이라고 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차를 몰아 나갔더니 결국 상림 앞이더라는 말을 해준 이도 있다. 함양 사람들에게 상림이 얼마나 가까운 존재인지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상림은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 조성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걸핏하면 범람했던 위천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당대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건의해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낙엽활엽수림으로는 국내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밤이면 늘 적막과 어둠이 내려앉았던 상림이 모처럼 환해졌다. 상림 내 550m 구간에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경관조명 구간의 이름은 ‘#고운별빛길’이다. 최치원의 자 ‘고운’(孤雲)을 ‘곱다’는 의미로 차용했다. ●레이저 모듈로 수백만개 별빛… 풀벌레와 가을 하모니 상림약수터부터 역사인물공원까지 이어지는 250m 구간은 밝은 분위기로 연출했다.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는 여러 문장과 조형물들을 설치했다. 핵심은 곧이어 대죽교 입구까지 펼쳐진 300m 구간이다. 수백만개의 별빛이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펼쳐 내고 있다. 별빛은 130여개 레이저 모듈에서 쏘아지는 것이다. 각각의 모듈은 저마다 1만개 이상의 레이저 빛을 쏟아 낸다. 이 덕에 수백만개 레이저 빛이 나무 둥치와 나뭇잎 등을 동시에 비춘다. 플렉스 네온, 아크릴 조명, 미러 조명 등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항노화엑스포의 산삼주제관 외벽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중 하나다.●붉은 꽃무릇·보랏빛 숙근사루비아… 꽃들의 축제 낮의 상림도 달라졌다. 나무 사이사이에 심은 꽃무릇이 절정에 달했다. 늙은 노거수 사이에 핀 붉은 꽃무릇 덕에 요염한 느낌이 더해진 듯하다. 상림 바깥은 꽃 축제장이다. 무려 11만 6000㎡(약 3만 5000평)의 부지에 족두리꽃, 천일홍 등 꽃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버들마편초, 숙근사루비아 등 보랏빛 꽃들이 인상적이다. 꽃 축제장 전체가 보랏빛 향기로 가득 찬 듯하다. 인근의 남계서원은 함양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하나다. 남계서원은 강당 영역이 앞에 있고 사당 영역이 뒤에 있는, 조선시대 전형적인 서원 배치가 처음 적용된 서원이다. 조선 명종 7년(1552년)에 이 지역 출신의 학자 정여창(1450~1504)을 배향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역 사림 등 민간이 주도해 설립하고 운영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일부 건물이 공사 중이긴 해도 웅숭깊은 자태는 변함이 없다. 이웃한 개평한옥마을에는 100년을 넘긴 한옥 6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장 유명한 고택은 정여창의 생가인 ‘일두고택’이다. 전형적인 영남 반가(班家)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집으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토지’ 등이 촬영됐다. 이어 ‘오담고택’, ‘하동정씨고가’, ‘노참판댁고가’ 등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19 탓에 몇몇 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만, 토담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평온해진다.
  • “가을 모기 때문에 잠 설쳐” 일본뇌염 조심해야

    “가을 모기 때문에 잠 설쳐” 일본뇌염 조심해야

    처서(處暑)가 지나가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데 선선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의 모기개체수 모니터링에 따르면 9월 첫 주 모기개체수는 전월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8월 중순 이후 기온이 낮아지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여름은 연일 30도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서 모기 개체 수가 주춤하는 추세였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잦은 비로 인해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모기 유충의 생육 조건이 형성돼 개체 수가 늘었다. 특히나 이번 추석 연휴는 모기의 생태 온도인 27도 안팎의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염병 발병 위험도 커졌다. 모기는 평소에는 꽃의 꿀, 식물 수액, 이슬을 먹고 살지만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서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 모기는 피를 먹을 때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침(唾液)을 넣는데 이 침 속의 화학물질이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을 유발한다. 가을 모기는 산란을 위해 더 들판 등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며 피를 빨아 먹고 여러 병균과 바이러스도 옮긴다. 일본 뇌염을 유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의 경우 서늘한 날씨에 번식이 가장 활발하다.일본 뇌염은 일반적으로 7~14일의 잠복기를 가지며 감염자의 95% 이상은 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거나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으로 끝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뇌로 침범하면 고열과 함께 경련, 의식불명, 혼수상태로 진행되고 이중 30%는 사망하고 회복되더라도 합병증이 남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야외활동 시 긴 옷을 착용해 살갗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땀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기에 물렸다면 가려운 곳을 긁기 보단 약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모기기피제는 모기를 죽이지 않고 접근을 막거나 쫓아내 물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모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외출 시 모기기피제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방충망 구멍이나 창문 빈틈으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파트에서는 베란다 배수관이나 화장실 하수관을 통해서 모기가 올라올 수 있으므로 다른 곳에 빈틈이 없는데도 모기가 많다면 여기에 벌레 차단 덮개를 설치하는 것도 좋다. 아기가 있는 집은 모기가 사라질 때까지 가급적 모기장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 “우리 부족은 애벌레 먹는다. 보고싶어?”...아마존 추장 딸의 일상

    “우리 부족은 애벌레 먹는다. 보고싶어?”...아마존 추장 딸의 일상

    아마존 원주민까지 ‘틱톡’애벌레 먹방에 팔로워 600만 현실판 ‘나는 자연인이다’ 여성이 등장했다. 1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정글에 사는 한 원주민 20대 여성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틱톡 계정을 개설한 지 18개월 만에 팔로워 600만명을 모았다. 브라질 열대우림 아마존 강변에 사는 타투요족 ‘쿤하포랑가 타투요’(22·여)는 배를 타고 마을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공예품을 팔아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뚝 끊기자, 틱톡 영상을 찍어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쿤하포랑가는 그동안 공예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아이폰7을 구입해 틱톡에 짧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애벌레를 먹는 영상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타투요족은 평소 야자나무에 기생하는 애벌레를 먹으며 단백질을 보충한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아마존 정글의 평범하지 않은 여성의 모습에 환호했다. 시청자들은 “당신들은 진짜로 애벌레 먹냐?”고 물었고 쿤하포랑가는 “당연히 우리 부족은 애벌레를 먹는다. 보고 싶냐?”며 먹방을 선보였다. WP “필터를 거치지 않은 방식으로는 최초의 소통” 현재 이 부족은 2018년 설치한 위성안테나로 인터넷을 쓰고 있다. 매월 67달러(약 7만8000원)를 납부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문화가 아마존 부족에게까지 뻗치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족 추장인 쿤하포랑가의 아버지는 딸에게 “조심하라. 우리에게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위기에 처한 아마존 원주민 문화를 외부에 알려 더욱 보호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데 부족이 동의했다고 한다.쿤하포랑가는 브라질의 공용어인 포르투갈어를 막힘없이 구사하며 원주민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만큼 영상을 통해 타투오족의 문화를 알리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쿤하포랑가의 엄청난 인기가 관광객 유치로 이어진다면 타투요족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WP는 “소셜미디어가 디지털미디어의 최종 경계선인 아마존 열대우림에 도달함에 따라, 지리적으로 막혔던 장벽을 없애고 원주민 생활에 전례 없는 창을 열었다”며 “언론인, 환경운동가, 인류학자들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방식으로는 최초의 소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짓밟힌 아메리칸 드림…미국만의 이야기일까

    짓밟힌 아메리칸 드림…미국만의 이야기일까

    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해길 지음/텍스트칼로리/260쪽/1만 5000원 미국에 대해 누군가는 할리우드를, 누군가는 디즈니랜드를, 누군가는 뉴욕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관광하면서 보는 미국과 유학 생활하는 미국, 직장인으로서 겪는 미국, 그리고 이민 생활에서 마주하는 미국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는 2011~2017년 한국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생생한 고군분투기이자 참담한 미국 이민 실패기다. 저자 가족에게 어느 날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촌언니 부부가 찾아와 미국 이민을 제안한다. 미용 잡화 전문점을 운영하면 편히 살 수 있다며 사업 자금을 보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저자는 영화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대학생이었고, 부모님은 골프를 즐기며 노후를 보내고자 했다. 그래서 한국 삶을 정리하고 미국 조지아주로 떠났다. 사전답사도 끝내고 간 미국에서 경험한 것은 보험사기. 사촌언니 남편이 사망을 위장한 보험사기극을 벌였고, 그 비용을 충당하려 이들 가족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가족은 이때부터 미국의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곳은 하층민이 거주하는 낡은 아파트다. 다 떨어져 가는 나무로 된 현관문, 삐걱거리는 계단, 더러운 카펫 바닥과 각종 벌레가 출몰한다. 윗집에서 깜빡 잊고 세탁기를 켜 놔 물이 새고, 아랫집에서는 거의 매일 저녁 파티를 열어 신경을 긁는다. 저자의 아버지가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은 눈물겨울 정도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용품 가게에 취직하지만, 온갖 해괴한 손님을 마주하며 상상 이상의 무시와 멸시를 당한다. 한인타운에서 알게 된 지인과 동업해 연 닭튀김 요리점에서도 고난의 연속이다. 갑자기 등장한 동양인이 달갑지 않았던 주민들은 매장에서 생트집을 잡고,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며 연일 보건부에 신고해 댄다. 비자는 곳곳에서 걸림돌이 된다. 취업이든 대학 진학이든 영주권이 없으면 도전조차 불가능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몇만 달러쯤은 우습게 깨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행정 시스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가족들은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돈은 돈대로 깨지고 온 가족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저자는 이를 두고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와 영주권을 취득한 자들 외에는 모두 불안한 삶에 시달려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결국 닭공장으로 향하지만, 그마저도 마뜩잖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결국, 7년간 미국 생활로 재산을 거의 탕진하고, ‘아메리칸 드림’은 산산이 부서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로 점철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건 소설이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들고, 미국에 대한 혐오가 스물스물 생기게 된다. ‘한국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도 들긴 하나, 읽는 내내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허술하게 나선 가족의 삶이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을 한국으로 바꾸고, 저자의 가족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나 매매혼으로 온 이들로 저절로 바꿔 읽게 된다. 그러니, 이 찜찜함의 정체는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풀린다. 이민자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본 뒤에야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강동 벌말근린공원 ‘악취’ 싹~…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

    서울 강동구의 벌말근린공원이 친환경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강동구는 수목·잡초로 우거지고 벌레와 악취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벌말근린공원 저류지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개방했다고 밝혔다. 2012년 강일지구 강일동 700번지 벌말근린공원 내 조성된 저류지는 십여 년 동안 정비 요청 민원이 지속됐던 곳이다. 이에 구는 저류지 내 주민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 사업비 약 13억 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정비를 시작해 지난달 완료했다. 벌말근린공원 저류지의 주 기능은 집중호우 시 물을 가두었다 흘려보내는 저류기능을 하는 곳으로, 기능 향상을 위해 저수용량을 6300㎥에서 6800㎥으로 늘렸으며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진입 경사로 ▲다목적 운동장 ▲벽천분수 ▲휴게쉼터 등을 조성해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이번 벌말근린공원 저류지 정비 공사를 통해 저류기능 향상은 물론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친수공간이 탄생해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구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친수공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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