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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만화경] 안락사

    얼마 전 TV를 통해,안락사를 허락받은 뒤 “죽을 권리를인정해준 병원측과 신에게 감사한다.”며 감격의 눈물을흘리는 외국인 말기 암환자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생명을 지탱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그토록 고마워할까.살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이젠 죽을 수 있어 감사한다는 사실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이 외국인 환자의 감격은 내 목숨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문명인의 벽이 허물어진 데서 나온 것이다.말기 암이나 불치병을 앓는 환자 자신과 가족의 입장에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고통의 나날은 견뎌내기가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다.여기서 ‘행복한 죽음’일 수 있는 안락사의 필요성이 개입되지만 세계 각국의 제도는 이 안락사를 용인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TV속 말기암환자의 표현에는 신에의 감사가 담겨 있다.‘오직 신만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과 고집은 자살이 죄악이듯 그자살을 돕는 의사의 행위도 죄악으로 간주한다.하지만 말기암환자나 뇌사자를 안락사시켜 살인죄로 법정에 섰던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으며 망가지는 인간의 존엄성을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지난 1일부터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해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처럼 안락사는 각국의 현실적 고민이다.이같은 실정법의 딜레마만큼이나 종교계의갈등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종교계는 ‘인간의 존엄성 손상’‘선한 목적을 위한 악한 수단 사용금지라는 성경 말씀의 위배',혹은 ‘살인으로 치료를 대신하는 배반행위’등으로 안락사를 반대한다.실제로 네덜란드의 안락사 허용에 대해 교황청은 ‘네덜란드 국민에게 슬픈 기록이며 인간의 양심에 근거한 자연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바꾸지않고 있다. 생명의 경외사상을 변함없이 실천했던 슈바이처 박사는더운 여름 밤 결코 창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집안으로들어온 벌레들이 램프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는 뜻에서였다.“환자가 요청하더라도 결코 독약을 주지 않겠다.”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구절은 생명을 천부의 권리로 규정한 것이다.하지만 고통 앞에서 죽음의 선택이 오히려 천부의 권리라고 안락사론자들은 말한다.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000년 성균관대 설립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의 고유제에 참가해 개신교와 천주교의 질시를 받았다. 천주교인,그것도 천주교계의 대표격 인사가 유교 제사에동참했다는 사실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김추기경의 ‘열린 신앙’에 박수를 보냈었다. 종교가 중시하는 인간의 존엄성도 사람의 입장에서 쳐다볼 때 진정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안락사도 그런 관점에서논의돼야 할 것이다. 김성호 기자 kimus@
  •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비상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돼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어 식목일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98년 272㏊였던 피해면적이 지난해 말 9.5배나 증가한 2575㏊(8만 2000여그루)에 달해 산림청의 방제대책이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2일 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은 지난 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 보고된 후 그동안 경남 지역에서만 발견됐다.그러나 지난해 중부내륙지역인 경북 구미에 이어 10월전국 소나무림에 대한 일제 조사결과 전남 목포와 경남 진해·밀양지역(16.1㏊,480그루)에서도 검출됐다. 시료조사결과 목포와 구미의 경우 부산으로부터 감염된것이 아니고 자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더욱이 지구 온난화에 따라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점차 내륙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급격한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 산림청은 현재 재선충 박멸을 위해 5월까지 재선충 구제와 매개충의 서식처인 피해목(8만여그루) 제거에 주력하고 있으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는 5∼7월 항공방제 계획이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실제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항공 방제를막고 있는 부산지역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피해면적이 712㏊로 경남 전 지역(1488㏊)의 50%,전국의 36%에 달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지역을 임업재해지역으로 선포해 국가 재해차원에서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는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조기 발견에 따른피해목 제거가 중요하나 자치단체 등에서 좀·응애벌레 등과 구분하지 못해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재선충병은 반드시 박멸해야 하는 것으로 올해는 생태계와 환경피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저독성 농약으로 바꿔 광역 방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기 1㎜내외인 소나무 재선충은 외부 온도가 25℃ 이상되면 1쌍이 20일만에 10만배인 20만마리가 되는 뛰어난 번식력을 갖고 있다.수분 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켜 일명 ‘시드름병’으로도 불린다. 일단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예방이 최선책이며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 능력이 없어 매개충인솔수염하늘소에 의해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꽃피는 봄날 ‘복병’ 알레르기 조심

    봄철의 복병,알레르기성 질환.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자칫 중병으로 발전하고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실제로 요즘 각급 병·의원에는 겨울철에 비해알레르기성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30%에서 많게는 두 배이상 늘어나고 있다. 알레르기성 체질인이 원인 물질과 접촉할 때 나타나는 이봄철 질환은 아무래도 꽃가루 알레르기,비염,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등을 대종으로 꼽을 수 있다.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꽃가루,동물 털,곰팡이,곤충,음식물 등 다양하다. 먼저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날린 꽃가루가 코와 기관지로들어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꽃가루 알레르기.오리나무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일본삼나무의 꽃가루가 주 원인이다. 이 가운데 기관지천식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하다.기침,천명(喘鳴·숨을 쉴 때 쌕쌕하거나 가랑가랑 소리가 나는 증상),호흡곤란이 주 증상.심한 발작을 일으킬 때는 응급조치를취해야 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있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민경업 교수는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찾기 위해서는 거주지역,발병시기,피부반응검사,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며 원인 꽃가루를 멀리하는 회피요법이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제를 사용하는 대증요법이 효과가 있으며 이같은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원인항원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주는 면역요법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발작적으로 코 안이 가려우면서 연속적으로 재채기를 하고맑은 콧물이 쉴새없이 나오다가 코가 막혀 숨이 답답해지면일단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볼 만하다. 눈이나 목안이 가렵거나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냄새를맡지 못하기도 한다.집먼지진드기가 가장 중요한 원인물질이며 꽃가루,곰팡이 포자,동물과 사람의 배설물·털 등도유발한다. 최근 부쩍 많이 번식하는 바퀴벌레도 질환을 일으키며 기온과 습도의 급격한 변화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주의하는 게좋다.코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이므로 모든 종류의 자극을멀리해야 하며 담배연기,방향제,스프레이 등을 피한다. 가려움증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이라면 항히스타민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조금 심하면 원인항원을 투여해 저항력을 키우는 면역요법을 써야 한다.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두드러기,접촉피부염,아토피피부염 및 곤충·식품·약물 알레르기.피부가 일시적으로 부풀어오르며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두드러기는 대체로 서너 시간 지속된 뒤 소실되었다가 다른 부위에 다시 생기는 증상을 보인다.심한 경우 피부병변 외에 숨이 차거나복통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난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만성 습진 아토피피부염은 꽃가루나 황사로 인해 악화되며 곤충알레르기는 대체로 개미 벌 등에 물린 자리의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심한 경우 전신 피부발진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대체로 이같은 피부질환은 항히스타민이나 스테로이드제를복용하면 호전되나 전신에 피부발진이 심하거나 호흡곤란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받아야 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어른동화 들려주는 아버지와 딸

    부녀(父女)소설가 한승원(63)씨와 한강(32)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집이 나란히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한승원씨의 ‘우주 색칠하기’와 한강씨의 ‘내 이름은 태양꽃’.한승원씨가 어른 동화집을 펴내기는 지난 99년 ‘어린 별’에 이어 두번째이며,한강씨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기한 일이다.표제와 지은이를 미리 짝지어 살피지 않은 독자도 동화의 감수성만으로 예순 넘은 아버지의 글인지30대 딸의 글인지가 감잡히니 말이다.아버지의 ‘우주 색칠하기’는 멀찍이서 세상을 건너다보며 때로는 선문답처럼 삶의 이치를 귀띔해주는 여유가 넘친다.딸의 ‘내 이름은 태양꽃’은 또 다른 맛이다.생의 경이로움에 놀라는 청춘의 순수함이 대목대목에 배어 있다. “항상 가득 차 있기만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가득 차있기만 하면 썩는 법입니다.…채우는 일이 비우는 일이고비우는 일이 채우는 일입니다.”(‘우주 색칠하기’중) “땅속에서 눈을 뜨면,잠깐동안 보았던 세상의 기억이 얼마나 눈부신지 몰라.세상에는 바람이 있고,바람이 실어오는 숱한 냄새들이 있고,온갖 벌레들이 내는 소리들이 있고,별과 달이 있고,검고 깊은 밤하늘이 있잖아.”(‘내 이름은 태양꽃’중) ‘우주 색칠하기’는 별공주가 다도해에 있는 이별의 섬,침묵의 섬,수도자의 섬,우렁이의 섬 등을 돌며 여러 사람들과 뭇 생명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 ‘내 이름은 태양꽃’은 작은 풀 한포기가 성장통을 앓으며 생의 경이로움에 눈떠가는 이야기. 두편 모두 사이사이 등장하는 담백한 삽화들이 동화를 곱씹는 재미를 더해준다. 황수정기자 sjh@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소 쟁기질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놈은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봄을 맞는 농촌의 풍경을 노래한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 남구만의 시조다.여기서 보듯 밭갈이는 봄을 맞은 농촌의 대표적 풍경화였다.농부가 소몰이 쟁기질로 묵은 땅을 갈아 엎으면 어느새 나타났는지 노고지리(종달새)가 벌레를찾아 연신 깡총춤을 추며 우짓는 장면이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목가적인 풍경화도 이제는 기억속의 잔상으로만 이어질 뿐 실제로는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원래 3월이 되면 소 치는 아이뿐 아니라 허리 굽은 촌로도 일찍 일어나야 했다.겨우내 차가운 날씨에 얼어붙은 논과 밭에서 돌멩이를 주워내며 슬슬 농사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여섯살배기 누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광 속에 넣어둔 쟁기를 손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쟁기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없어서는 안될 농기구였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하면 소 쟁기질하는 농부가 연상됐고 이는 동양화에도 곧잘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이랴 이랴,워어 워어” 신기하게도 소는 이 소리만 들어도 쟁기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고 멈췄다.겨우내 묵혔던땅은 쟁기질로 땅을 갈아엎어야 땅심이 살아난다.얼마 전만 해도 산 발꿈치 다락논에선 소를 앞세운 논갈이가 경운기보다 훨씬 나았다.밭에 콩과 팥을 심는 촌로도 호미질을 하기 전에 누렁이의 쟁기질을 필요로 했다. 소 쟁기를 많이 사용하던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청량골에도 이제 쌀농사에는 경운기가 동원된다.기껏 콩·팥·고추 등을 심는 밭농사 정도가 소쟁기의 몫이다.그래서이 마을 50가구중 농사를 짓기 위해 소를 키우는 집은 손을 꼽을 정도다. 청량골 김장수(71) 할아버지도 40년 이상 소 쟁기로 농사를 지었으나 3년전에 소를 팔아버렸다.나이들어 소여물을챙기는 것도 여간 힘에 부치지 않는데다 2000평 남짓한 밭에 농사를 지어봐야 겨우 자신과 할머니 두 식구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서다. 김 할아버지는 “그래도 누렁이가 쟁기로 갈아 엎은 밭에서 나는 흙냄새를맡으며 봉초 담배 한대를 말아 피우던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지긋이 눈을 감는다. 한찬규기자 cghan@
  • [공무원 Life & Culture] 농촌진흥청 잠사곤충이용과

    ***'황금벌레' 누에 사랑스러워요. 농촌진흥청 잠사곤충부 곤충이용과 직원들에게 누에는 혐오스러운 곤충이 아니라 ‘황금벌레’다. 남들은 징그럽다며 만지기는커녕 근처에도 가지 않지만이들은 온종일 누에와 함께 지낸다.어떤 직원은 누에 태몽을 꿀 정도로 누에가 사랑스럽다며 익살을 떨 정도다. 누에그라,동충하초,혈당 강하제,실크화장품,뽕잎 아이스크림….요즘 각광받고 있는 누에 기능성 식품들은 모두 곤충이용과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박사 11명에 석사 5명 등 총16명. 이들이 바로 ‘입는 실크시대’를 ‘먹고 바르는 실크시대’로 전환시킨 주인공들이다. “9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 때문에 양잠업이 쇠퇴하게 된것이 오히려 누에를 연구하는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실만뽑던 누에가 첨단 바이오기술과 결합하면서 앞으로는 반도체칩 이상으로 귀하게 쓰일 것입니다.” 누에박사로 통하는 유강선(47) 과장의 호언장담에 걸맞게직원들은 강한 연구 의욕을 보이고 있다. 출근은 보통 오전 8∼9시에 하지만 퇴근은 밤 11시가 넘어야 한다.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연구에 재미를 붙여 몰두하다 보니 모두들 습관이 그렇게 돼 버렸다.물론 특별수당이나 격려금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유 과장은 “이같은 분위기는 잘 짜여진 팀워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활성물질연구실과 생체정보연구실·소재응용연구실 등 3개 부서로 나뉘어 있는 곤충이용과 연구원들은 서로 경쟁이나 하듯 굵직한 실적들을 내놓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최근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는 ‘누에그라’다. 활성물질연구실에서 개발한 누에그라는 수컷 누에나방의번데기 농축액에 오미자 등 천연 한방재를 첨가한 건강보조식품.누에나방이 남성의 정기를 높인다는 동의보감 기록에 착안해 만들었으며 지난해 9월 출시되자마자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미국·독일·프랑스·일본등 7개국으로부터 수출주문도 받아 놓은 상태다. 또 소재응용연구실은 최근 누에고치에서 보습효과가 뛰어나고 인체의 섬유성 단백질인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실크 화장품’을 개발,여성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2∼3년 후에는 누에의 배설물을 이용한 항암치료제가 생체정보연구실에서 나올 예정이다.누에 배설물에 들어 있는포르피린이 암세포에만 달라붙고 여기에 빛을 쬐면 암세포만 파괴시키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항암치료에 획기적 진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연구원들이 ‘신지식인상’을 비롯해 장관상·청장상·모범공무원상 등 10여개 상을 휩쓸어 다른 부서직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곳에서 7년 넘게 근무해온 윤은영(32·여)씨는 “큼지막한 실적을 잇달아 올리다 보니 회식도 많고 그러다 보니과장이나 실장들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고 귀띔한다. 매번 연구인력과 보조원 등 50여명의 직원이 한 사람도빠지지 않고 회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밉지 않은 허풍이다. 이광길(46) 소재응용실장은 “우리의 자부심은 몇백년 동안 계속된 실크의 개념을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며 “양잠 농민의 소득 증대와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연구에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신간 맛보기

    ◆라캉과 정신의학(부루스 핑크 지음,맹정현 옮김,민음사펴냄). 프로이트 심리학을 보다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발전시킨 프랑스 심리학자 라캉의 정신분석 기술에 대한 책. 라캉은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말이란 틀 속에 억눌린 인간의 내면세계를 해부,정신분석학계는 물론 언어학계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라캉의 여러 저술은 ‘정신분석’을 정신병리 치료의수단에서 철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만원.민음사는 이 책과 함께 ‘라캉 이론의 신화와 진실’(데이비스 메이시 지음 허경 옮김)도 동시에 출간했다. 라캉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궤적을 통해 그의 정신분석학이론과 사상을 살펴본다.2만8000원. ◆유목민 이야기(김종래 지음,자우출판 펴냄). ‘절망은 없다.해가 뜨는 곳에서 지는 곳까지 우리의 땅이니 머무르지 말고 달려라.’ 동아시아 지역 유목민들의 철학과 삶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됐다.무분별한 침략,약탈 등으로 야만스럽게 묘사되고 있는 유목민들의 삶은 의외로온화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짐승을 잡을 때는 고통스럽게 죽지않도록 심장을 단단히 쥐어야 한다. 짐승을 함부로 도살하는 자는 그와 같이 도살당하리라’는 법률이나비가 오는 날이나 밤에는 ‘가축이 먼 길 떠나기에 좋지않다’면서 도살을 하지 않는 풍습은 이기적인 욕심에서벗어나 있는 유목민의 심성을 잘 보여준다.‘성을 쌓지 않고 길을 닦은’ 유목민들의 태도는 가진 것에 집착하고 더많이 움켜쥐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대문명에 의미있는 교훈을 준다.1만2000원.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김진일 외 지음,권혁도 그림,보리 펴냄). 도시의 아이들에게 곤충이란 징그럽고 더러운 벌레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 ‘바퀴벌레’가 고작이기 때문. 자연의 세밀화 도감을 여럿 출간한 도서출판 보리에서펴낸 이 책은 사진이 아닌 그림을 통해 곤충을 친근하게표현해 아이들에게 호감을 준다.사진으로는 오히려 파악하기 힘든 발톱,더듬이, 홑눈 등은 물론 날개맥의 생김새,몸의 털까지 세밀하게 그렸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137종의 곤충을 선정하여 6년에걸쳐 완성했다.각 곤충 그림 옆에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도 덧붙여 놓아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1권쯤 구비해 놓는 것이 좋겠다.5만원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급식 괴담’과 양은 도시락의 향수

    점심시간 한두시간 전부터 교실의 난로 위에는 양은 도시락이 산더미처럼 쌓인다.‘내 도시락이 제대로 데워지기는하나’ 조바심이 난 학생들은 수업보다 도시락을 뒤집는 주번 아이의 손에만 관심을 쏟는다.종종 썬 김장김치에 고추장,참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밥을 꼭꼭 눌러 담은 도시락이 익어가는 냄새는 기가 막혔다.도시락 덕분에 학교가는 게어찌나 신이 났던지…. 추억 속의 ‘김치 도시락’ 얘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만난 친구 때문이다.곧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예비학부모인 그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학교 급식 문제가 나왔다.한국여성민우회가 운영하는 생협에 가입해 유기농 농산물을 주문해 먹는 그 친구는 “학교에서 주는 점심을 어떻게 믿고 먹이느냐.희망자를 따로 받아 급식하든지,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건 문제”라며 걱정했다.그러면서 알레르기 체질을 입증하는 의사진단서를 떼어갈까 어쩔까 고민을 했다. 매사에 좀 무신경한 편인 나는 그 친구가 처음에는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내 대부분의 학교가영세업체에 급식을 위탁해 질이 떨어지는데다 벌레가 나왔다는 둥 ‘급식 괴담’이 나돌고 있는 마당에 친구만을 탓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의 담당직원은 “학생수가 적은 선진국에서는 단체 급식을 해볼만하지만 국내처럼 한 학교에 수천명이나 되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말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는 한 교사를 지탄하는 글들로 뒤덮혔다.교사가 아이에게 남긴 음식을 강제로 먹게했고 아이가 음식을 토하자 그것을 머리에 부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과장이 좀 있었겠지만 ‘실화’였던지 교사가 징계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홈페이지에 오른 글 중에 ‘채식주의자’ 여학생의호소도 눈길을 끌었다.어려서부터 육식을 하지 않은 그 학생은 “고기를 남기지 말라는 선생님 때문에 고역”이라며먹을 것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읍소했다. 처음에는 도시락 걱정에서 벗어났다며 환영하던 학부모들도 급식을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다.요즘에는아예 반찬을 따로 싸가거나 빵을 사서 먹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편해진다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닌가 보다.추운 겨울에무거운 양은 도시락을 몇개씩 싸들고 다니면서도 행복했던시절이 그리워지니 말이다. 허윤주기자
  • [대한포럼] 교육 멍들게 하는 유아 과외

    한국은행의 향후 6개월 동안 소비자동향지수(CSI)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외식·오락·문화·의료비 등 거의 모든 소비지출을 줄이되 교육비 지출은 확대할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들어간 1998년 이후 연속 3년간 같은 추세를 보였다.끼니는 걸러도 아이들 교육은 시켜야 한다는 우리네 학부모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극성은 우리나라 교육을 멍들게 하고 있다.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과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이어져 공교육을 무력화하고 입시제도의 조변석개를 낳았다. 수요자인 학부모들이 끊임없이 교육정책을 흔든 결과다. 교육인적자원부 의뢰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조기숙 교수가 작성한 ‘유아교육 보고서’에 의하면 유치원생의 86%가 별도의 과외를 받는다.유치원이 끝난 뒤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으로 달려 가는 것이다.거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영어·한글·수학·태권도 등 또 다른 학원으로 정신없이 쫓아 다닌다. 지난해6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 사립유치원에 자녀(만 2∼7세)를 보낸 부모 2,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생은 보통 2개(30.0% ),3개(20.6%),4개(11.9%)의 별도 과외를 받는다.4개의 과외를 받는 유치원생은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9시가 돼야 돌아온다.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고시생 뺨치는 혹독한 공부 전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특기교육을 시키는 이유(복수응답)로 지능개발(74%),입학준비(64%),희망과 소질(60%) 등을 내세웠다.남이시키니까 불안해서(28%) 따라한다는 부모들도 있다.혹자는맞벌이 가정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자녀에게 3개 이상의 특기교육을 시키는 비율은 직장 주부가 37%인 반면 전업 주부가 43%로 전업 주부가 더 많은 편이다. 이처럼 유아 시절부터 시작된 과외는 초등학교 교육문제로이어진다.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을 미리 배운 학생들은학교공부에 흥미를 잃는다.결국 학교에 와서는 졸거나 딴 짓만 하다가 방과후 다시 학원으로 뛴다.이 틈을 비집고 사설학원들이 배를 불리면서 공교육 무력화를 부추긴다.이같은악순환은 중·고교로 그대로 이어져 의무교육 과정에서 익혀야 할 국가관이나 시민의식,인간애 등은 안중에도 없고 공부벌레로 만든다.유아기부터 강박관념에 시달린 아이들은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공동생활에도 적응을 못한다.생기발랄하게 뛰놀아야 할 나이에 파김치가 되도록 공부에 시달리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가계부담도 무시못한다.유치원생 1인당 월평균 교육비는 12만6,000원,30만원 이상도 11.2%나 된다.교육인적자원부 올해 예산이 22조3,700억원인데 사교육비가 연간 7조3,000억원이라면 알만 하지않은가? 역대 정부는 과외 근절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썼지만 백약이 무효였다.심지어 공부하면 처벌하는 ‘과외금지법’까지 만들었으나 수포로 돌아가고 되레 유아 과외까지 기승을부리고 있다.유아 과외도 마찬가지다.유치원 시간을 늘리는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만은 특별히 키우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은 학부모들의 각성밖에 없다. 유아 과외는 학부모들의 몇 가지 착각에서 비롯된다.첫째,조기교육에 대한 오해다.나이에 걸맞은 교육을 제때에 받는것을 앞당겨 배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둘째,영재교육과 조기교육을 혼동하는 것이다.무턱대고 어릴 때부터 시키면 그 방면의 재능이 계발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더대책없는 경우는 자기 아이가 영재라는 인식이다.일부 학부모는 자기 아이는 한글보다 영어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며 혀 밑을 잘라 주는 수술을 받게 하는 등 극성을 부린다.한글은 교육의 ‘교’도 모르는 엄마가 가르치고 영어는 최신 기법이 동원된 값비싼 교재를 사는 등 수십 수백배의 투자를 한것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학부모들이 이같은 착각에서 깨어날 때 우리 공교육은 제대로 설 것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국외반출 승인대상 165종 추가

    이달부터 해외에 있는 친척에게 주기 위해 ‘지리산고사리’ 나물이나 ‘등칡’을 승인없이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환경부는 8일 도마뱀·물두꺼비·오동나무 등 멸종위기 및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관상용·약용·학술용으로 가치가 있는 165종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추가 고시했다. 살아 있는 생물체뿐만 아니라 알·종자·구근·뿌리·표본등도 포함된다. 지난 2000년 고시된 기존 종과 더하면 파충류 7종,양서류 4종,어류 44종,곤충류 54종,식물 250종 등 359종으로 늘어났다.출국 전 ‘생물자원 국외반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지 않고 이 생물종들을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종이 확대됐지만 생물자원에 대한국가적 관리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김 라일락’,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구상나무,유럽에서 절찬 판매중인 원추리는 모두 한반도에서 흘러나간 생물종이다.수확량을 대폭 늘려 ‘녹색혁명’을 일으킨 밀의 반왜성인자는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밀’에서 유래됐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 밀을 찾아볼 수 없다.85년 이후 10년 사이에 우리나라 재래 작물품종의 74%가 없어진 반면,미 일리노이대는 국내에서 사라진 재래작물종 5,730종을 보관하고 있다.선진국들이 신약 개발에 사용해 엄청난 이익을 얻은 주목·엉겅퀴·은행잎·버드나무·개똥쑥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 ●파충류=도마뱀·실뱀·장지뱀 등. ●양서류=제주도롱뇽·물두꺼비 등 . ●어류=줄납자루·자가사리·꺽지·각시붕어·쉬리·열목어·짱뚱어·어름치 등. ●곤충류=강하루살이·사슴벌레·호랑하늘소·털애꽃벌·청실잠자리 등. ●식물=주저리고사리·제주모시풀·애기송이풀·백양꽃·고려엉겅퀴·구상나무·너도밤나무·끈끈이주걱·거제딸기·노랑붓꽃·정금나무·비자란·개취·산개나리 등. 류길상기자 ukelvin@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⑶최라영

    6. 산홋빛 애벌레의 날아오르기.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은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구속을 딛고서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의 인간적 모럴에 대한 옹호로 나타난다. ■대심문관 언젠가 당신은당신 어머니를 저만치 손가락질하며이 여자여!하고 부르지 않았소?그러나마리아,그녀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위하여아직도 처녀로 있소.장소를 가리지 않고누구 앞에서나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이승에는이승의 저울이 있소.”(‘대심문관’ 부분). ‘대심문관’의 원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중에 나타나는 이반의 소설 ‘대심문관’이다.그것은 16세기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그리스도의 재림을 다루고 있다.대심문관은 감옥에 있는 예수를 찾아온다.그는 예수의 사업을 정정하려는 자신의 시도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하지만 예수는 침묵을 지킨다.그는 그리스도가 인간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고 비난한다.인간에게 부여한 선악 선택의 자유는 인간으로서는 무거운 것이어서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한다.선택된몇몇의 인간만이 지상의 빵이 아닌 그리스도가 약속한 하늘나라의 영혼을 위해 그리스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심문관은 힘이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에 항의한다.그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으며 그의 목적은 천상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신의 왕국을 이루는 것이다. 위 구절은 대심문관이 예수를 찾아온 날 밤,예수가 전부인어머니,‘마리아’를 ‘이 여자여’라고 부르지 말라고 이승의 규범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다.이때 이승의 규범이란 인간적인 기준 내지는 모럴이다.김춘수 시인은 ‘대심문관’에 관한 언급에서 ‘예수’와 대립적인 입장이지만 어느 쪽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내가 보기에는 그(대심문관)는 극적 인물이다.예수와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그는 예수와 아이러니컬한 입장에 선다.말하자면 예수와 그는 겉으로는 대립적인 입장이다.그럴수록 어느 쪽도 어느 쪽을 무시 못한다.’(8) 김춘수의 ‘대심문관’은 원전의 흐름상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시킨다.작중 ‘대심문관’은 지상적 존재로서 매우 인간적인 시각으로 예수를 해석하고 있다.예수가 인간처럼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는 장면이라든지 이 장면에서그것이 단적으로 나타난다.김춘수 시인의 ‘예수’를 중심으로 한 시편에서도 ‘민중이 겪는 모든 아픔을 물리칠 수 없는 人間的인 예수의 모습이고 庶民과 함께 살아간 예수의 모습’(9)을 드러내고 있다.대심문관이 인간의 현실적 고통 문제에 있어서 대변격이라면 예수는 정신적인 구원과 관련을맺는다.그리하여 시인은 대심문관에게 예수와 거의 동등한이해의 폭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 지상의 빵이 필요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선악 선택의순간을 부여하고 천상의 영혼을 위하여만 살라고 하는 것은그들에게 너무나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리하여 인간 세상에서 통용될 수밖에 없는 현세적 가치로서의 ‘이승의 저울’을 강조하는 것이다. ■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그건당신이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당신의마지막 소리였소. 내 울대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끝내 왜 한마디도 말이 없으시오?대심문관은 감방으로 다가가더니 감방 문을 한 번 주먹으로내리친다. 대심문관 그럴 수 있다면맘대로 하시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가시오. 대심문관은 꼿꼿한 자세로 천천히 무대 밖으로 걸어나 간다. 그날 밤 사동은 꿈에서 본다.어인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사동의 이 부분은 슬라이드로 보여주면 되리라.” (‘대심문관’ 끝부분)‘엘리엘리라마사막다니’는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뜻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임종하기 직전에 하느님을 찬미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씀이다.그런데 대심문관은 자기에게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대심문관이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 후 사동이 꿈에서‘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산홋빛’이란 이 시집의 ‘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에서 스타브로긴이 쓴 편지글 형식의 시편에서도 나타나는 표현이다.거기에서는 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에게 행한 자신의 파렴치함을 뜻할 때 쓰인 것으로 ‘산홋빛 발톱’이란 표현으로 되어 있다.김춘수의 ‘눈’의 의미가 천사의 신성적 영역의 의미로 주로 쓰이는 것처럼 ‘산홋빛’이란 스타브로긴적인 즉 신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어느정도 있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지니고 있는 존재와 관련지어사용되고 있다.따라서 ‘산홋빛 나는 애벌레’란 이 시의 맥락에서 볼 때 예수와 대비된 ‘대심문관’의 상징적 표현물일 듯하다. 그렇다면 산홋빛 나는 애벌레 한 마리가 ‘날개도 없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이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편에서 보여지는 시인의 내적 지향과 관련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의 시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즉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악령’ 등의 작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을 보인다.이반,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 등은 가치가 전도된 혼란스런 세상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보여 주는 인간상이다.이들의 관점에서 신이란 대다수 민중의 현실적 고통과 너무도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대상으로만 보인다.이들은 대체로 神性과 욕망어린 존재와의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지만 도덕적 고결성을 끝내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이다.거기에는 인간적인 선악 갈등과 신성을 갈망하는 인간,그러면서도 지상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들의모습이 표현되어 있다.그 과정을 통해서 선의 의지를 구현해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그 과정 자체에 김춘수 시인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나름의 논리를 따라가고자 하였다고 할 수있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인물들 간 심리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다양하게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죄와 벌’의 시적 변용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통하여 부패한 인간의 세상을 청산하겠다는 순수한 한 젊은 청년 라스코리니코프의 내면을 보여준다.또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지니고 있다가 본의 아닌 의도로 인한 결과에 고뇌하는 ‘죄와 벌’의 이반 내면을 보여주기도한다.이 연장선 상에서고뇌 끝에 미쳐버린 이반이나 마침내 자수하고 참회한 라스코리니코프와는 달리,끝까지 人神 사상을 고수할 뿐 아니라위악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결국 비장한 최후를 맞게된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모습을 드러낸다.이반의 허구적 인물인 대심문관은,이러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어린 세상의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려는 바탕 위에서 예수에게 거의 독백이다시피한 말을 건넨다.대심문관은 인간적인 이들의 고뇌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대심문관의 형상이 ‘산홋빛 애벌레가날개도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처럼인간적인 善을 구현하고자 한 것으로서 결국 神이 지니는 사랑의 영역과 합치되는 것이다.‘대심문관’에서 이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사랑이오직 사랑이 있었을 뿐인데,(‘대심문관' 부분). 7. 잡히지 않는 '의자'. ‘꽃’,‘처용’,‘도스토예프스키’ 등에서 나타난 끝없는실험의 여정 가운데 존재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추구의 방식은 김춘수 시인에게 언제나 새롭게 도전적으로 나타난다.언어를 색처럼 써서 하나의 시로 쓴 그림을 그리려 했던 그의시도나 의미를 배제하려 했던 노력,그리고 처용이나 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처럼 비극성을 띤 뛰어난 인물들의심리를 내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실험의 궁극적 지향은 절대적인 것의추구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언어로서만 시의 느낌을 자아내려 했던 그의 의도,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진실 혹은 예술을 향한 무한한 욕망 등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절대,혹은 무한의 추구에서 비롯한 것이다.그의 시는 흔히 의미를 추구한 시편과 이후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누어진다.그러나 대상을 천착하는 이러한 태도 혹은 의식의 깊이에서는 내밀한 연속성을 포착할 수 있다.무의미 시론이란 인간적 고통을 넘어서는 절대,무한 혹은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그의 의식의 일종의심화 과정인 것이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실험의 과정은 그래서 최근 시집인 ‘의자와 계단’,‘거울 속의 천사’에서는 약간은 편안한 자세를 가누고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다.시집 ‘들림,도스토예프스키’를 낸 이후 좀 편안한 자세를 가누기로 했다(‘그 동안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그때그때 쓰고 싶은 대로 쓰기로 했다’).그러나 무한과 절대의 메타포는 최근의 그의 시집들에서도 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렇다면 그(의자)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무엇을 표상하는 기호가 아니라 무엇 그 자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안식 그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그러니까 그 자리(의자)는 늘 비어 있다.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비어 있다. 다양한 언어의 시적 실험 과정을 거친 노시인의 지친 표정을 비치고 있다.시인의 의자는 시집 전편을 통하여 다층적인의미를 내포시킨다.시인의 안주하고 싶은 안식처,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나 세계,시의 이상 혹은 현실과 죽음을 넘어선 무한 등이 그것이다.이들은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그 무엇에 관한 것이다.‘의자를 위한 바리에떼’의 긴 시편에서예수의 최후와 관련한 부분이 많이 차지하는 것은 죽음을 넘어선 세계 혹은 기독교적 피안,혹은 안식의 추구등의 의미항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앉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의자’의 메타포는 과거 그가 ‘꽃’의 시기에서 보여 주었던 대상과 존재에 대한 접근 방식과 유사함을 드러낸다.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존재의 본질적 세계에 대한 추구이다.그러한 추구의 과정,이름 부르기의 안타까운 몸짓은 이제 보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한 아이가 가고 있다. 길이 삐딱하다. 모과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모과는 물론 모과빛이다. 가을이라 그럴까,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득하다.13층에서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다. (‘계단을 위한 바리에떼’의 끝부분 전문). 이 시는 최근 시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길이 삐딱하다’는 것은 이 시 제목과 관련지어 볼 때 ‘계단’이 표상하는 것의 의미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시인은‘모과 떨어지는 것’을 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잡히지 않는 실재처럼 나타난다.‘의자’의내포 의미를 어느 정도 ‘모과’가 지닌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누가 덥석 길을 뽑아들고 가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의자로 표상된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길이 사라지고 마는 김춘수 시인 자신으로서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계단’이란 ‘엽총을 꼬느며 누가 나를 쫓는다’는 의식처럼 숙명적인 시인으로서의 강박 관념의 변형으로도 드러난다.‘의자’로 표상된 세계,그가 ‘꽃’에서 추구했던 본질 추구는 시의 혹은 인생의 유토피아적 세계를 추구하는 의식과 그 과정으로서의 여정의 메타포로서 ‘의자와 계단’으로 나타나는것이다.그는 ‘의자’가 이 세상에는 없는 ‘안식’이란 것을 알고 있다(‘나는 지금 의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그것을 추구하는 ‘계단’도 제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다시또 내려와야 한다.계단을 통해 찾아가고자 하는 ‘의자’는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無限과도 같다.그 무한은 시인에게서는 진정한 시의 세계이다.그러한 그의 노력의 계단은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그것은 무의식과 의식을 아울렀다는그의 무의미 시편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난다.그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시화하게 된 동기도 ‘계단’으로 표상된 시인으로서의 숙명적 강박관념과 실험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그리고‘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의자’로 표상된 ‘절대,무한’의 추구를 보여 주고 있다.그 절대의추구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서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한 고통스런 삶의 비극적 여정에 닮아 있는 인물들이 그가 과거 천착했던 ‘처용’,‘이중섭’ 등이다.이들의 표정은 김춘수 시인의 내적 정서와 취향과 매우 맞닿아있다. 각주)1)이달의 인터뷰 시인 김춘수,문학사상 6월호.p.66. 2)김춘수,‘들림,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1997,pp.91-93 참조. 3)김춘수 시인에 의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인물이 아닌허구적 인물을 몇명 등장시켰다고 한다.누루무치와 우루무치는 몽골지방의 인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4)‘들림,도스토예프스키’,p.92. 5)‘꽃과 여우’,p.190. 6)‘꽃과 여우’,p.189-190. 7)‘들림,도스토예프스키’,‘책 뒤에’.p.91. 8)‘들림,도스토예프스키’,p.93. 9)양왕용,‘예수를 소재로 한 詩에서의 意味와 無意味’,권기호 외,‘김춘수 연구’,흐름사,1989.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⑴최라영

    『 산홋빛 애벌래의 날아오르기 』- 김춘수論. 1. 들어가며. ■이때의 지양이란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변증법적 지양’이랄 수 있어요.일반적인 의미시를 쓰다가 다음엔 무의미시를 썼고,지금은 의미와 무의미 양쪽을 합해서 지양한 시를 쓰고 있으니까요.그래서 최근에 쓴 작품은,어떤 것은 알겠고 또 어떤 것은 모를 그런 것들이지요.(1)김춘수의 시세계는 ‘구름과 장미’,‘늪’,‘旗’,‘隣人’,‘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등의 낭만적 경향의 세계로부터 ‘타령조 기타’,‘처용’,‘南天’,‘처용이후’,‘처용단장’,‘비에 젖은 달’,‘서서 잠자는 숲’ 등의 무의미 시편의 세계로 나아간다.이 연장선 상에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와 ‘의자와 계단’,최근의 ‘거울 속의 천사’(2001)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시창작 활동을 보이고 있다.‘의자와 계단’ 이후의 시 경향은 위 글에서처럼 의미와 무의미 양쪽을 합해서 새롭게 지양한 시 경향이 강하다.그의 시세계는 초기 릴케 영향과 관련을 지닌 상징적 세계로부터 잭슨 폴록의기법과도 유사한 무의미 시편으로 나아갔고 다시 서정적 시세계로 회귀하고 있다.이때의 서정성은 그의 시세계의 변화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한 의미를내포한다. 그가 무의미 시편에서 서정적 시편으로 전환하는 시점 그리고 그가 관심을 지니고 천착했던 인물들인 처용,이중섭,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인물들의 끝 지점이 바로 ‘들림,도스토예프스키’(1997)이다.가장 난해한 시편들로 손꼽히는 시집이기도 한 ‘들림,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천착했던 주요 인물상을 다루고 있으며 이후 시세계로의 전환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림 도스토예프스키’(1997)는 진지하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들을 읽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이 시집은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내용과 그 정서를 염두에 둔 작중 인물의 발화를 대비하여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다른 작품도 그러하지만 김춘수의 이 시집에서는 제재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져 있고 특히 생략과 비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여러 작품들은 읽기의 길잡이 구실을 하는 원천이 밝혀진 것도 있으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먼저 이 시집의 효과적 이해를 위해서는 여러 작품의 원천과 시에서 형상화된 작중 인물을 살필 필요가 있다.물론 시란이야기를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상력에 의한 변용을 겪는 산물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김춘수 시인의 이시집에서 형상화된 작품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중 상황에 관하여 시인 자신이 깊이 체험한 가운데 시적으로 형상화”(2)하였다는 이런 시인의 의도를 감안하여 볼 때 이 시집의 기능적 이해를 위해서는 원전 작품과의 연관성을 면밀하게 고려한 시각이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물론 이 시집의 작품들은 원작의 대비만으로는 제 나름의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여기에 덧붙여 시적 구조에 대한 감각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 먼저 시도할 것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구성과 주요특성을 통하여 작중 인물의 허구적 발화를 살피는 일이다.그리고 이를 토대로 하여 시인이 가치 부여한,도스토예프스키의 주요 작중 인물의 시적 변용과 형상화과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구성과 주요 특성.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제1부에서 시편의 원천인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 중 그 비중이 높은 것을 차례대로 밝히면 다음과 같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9편,‘죄와 벌’이 4편,‘악령’이 4편,‘가난한 사람들’이 2편,‘미성년’과‘백치’가 1편,‘학대받은 사람들’이 1편이다.이 중에는‘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의 작중 인물이 상호 대화하는 것이 2편,‘미성년’과 ‘백치’의 작중 인물이상호 대화하는 것이 1편이 포함되어 있다.상호텍스트성을 보이는 이 작품들의 특징은 각각 다른 작중 인물이지만 서로의 입장이 비슷한 인물들로서 동병상련격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것이라든지 ‘죄와 벌’의 ‘소냐’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구르센카’에게 보내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1부에서 비중이 실린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이라면 단연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꼽을 수 있다.제 1부의 전체19편 중 9편으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그리고 이 작품과 ‘죄와 벌’의 상호 텍스트성을 보이는 것이 2편이다.‘죄와 벌’은 4편이라는 편수에 비해서 작중 인물인 ‘소냐’에 대한 비중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이 인물에 대한 거론이 제 1부 중 6편에 걸쳐언급되고 시인의 시선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그리고 ‘소냐에게’의 시가 시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점이 그러한 것을 뒷받침한다. 제 1부에서는 전체적 비중이 도스토예프스키 주요 작품들에두어졌다.그에 비해서 제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요 작품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죄와 벌’ 이외에도 ‘백치’,‘학대받은 사람들’,‘지하생활자의 수기’의 비교적 주변적 작품들까지도 다양하게 시적 테마로 수용되어 있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닌 릴케의 단편 소설인 ‘하느님 이야기’를 원전으로 한 것이 있다.‘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티모파이 노인이 노래하며 이승을 떠났다’는 릴케 단편의 원제목을 그대로 시의 제목으로 수용한 것이다.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주 인물이 신의 문제와 관련한 인간의 선악을 다룬 것이라 할 때 릴케의 소설이 그다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또한 ‘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제목만 차용한 것일 뿐 실지 본문 내용은 ‘구르센카’라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인물에 관한 것이다.이에 반해 ‘티모파이 노인이 노래하며 이승을 떠났다’는 키예프 공국으로 떠난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리꾼티모파이 노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시에서 반영된 것으로보인다. 제 1부가 대화체로 구성된 편지글의 형식인데 비해서 제 2부는 제 1부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작중 인물의 퍼소나가 아니라 시인의 독백으로 다루어져 있다.또한 제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 원작과의 내용적 긴밀성을 보이는 측면이 1부에 비해 현저히 약화된 양상이다.그리고 작품의 긴장도나 완결성,그리고 양적 길이에 있어서도 1부에 비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제 2부의 시에 관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비중도를살펴 보면,먼저 제 1부와 마찬가지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내용을모티브로 한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의 주요 무대인 페테르부르크나 작중 주인공의 유형지인 시베리아의 공간을 테마로 한것이 5편까지 나타나는 것이다.이와 함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모티브로 한 2편(‘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합한다면 3편)의 시를 합친다면 제 2부의 전체 19편에서 7(8)편을 차지하는 셈이다.또한 1부에 비해 특기할 점은 ‘리자할머니’의 리자 할머니,‘허리가 긴’에서의 누루무치와 우루무치라는 시인의 허구적 인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3)제 3부의 부제는 ‘스타브로긴의 뇜’이라고 달려 있다.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의 주인공이다.한편 ‘악령’이나 ‘백치’의 주요 인물들을 대상으로 다룬것들도 눈에 띤다.그러나 제 3부는 1부,2부와는 달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의 스타브로긴의 독백으로 구성된점에서 비교적 통일된 측면을 지닌다.그러나 작품을 자세히보면 작품 형상화에 있어,1부,2부와 달리 소설 내용에 대한의존도가 약하게 나타나고 동떨어진 면이 많다.3부의 작품인명과 관련한 두드러진 특징은 1,2부에 비해서 작중 인물들이 시의 내용에 맞도록 유기적으로 나타난다기 보다는 시의분위기에 맞도록 적절히 배치한 기호의 특성이 나타난다는점이다. 또 1부와 2부 그리고 3부 전체에 걸친 ‘악령’의 ‘스타브로긴’에 관한 시적 표현에 있어서,스타브로긴의 위악적 행위의 극적 국면을 강렬하게 극화시킨 것이 특징적이다.‘소의 베르호벤스키에게’나 ‘악령’에서 보듯이,스타브로긴이 어린 소녀를 강간한 무서운 자신의 범죄에 대한 고백과 동시에 그에 대해 벌을 받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 극적으로나타난다.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서 스타브로긴은 무신론과 人神의 관념을 지닌 인물로서 끊임없이 자의지를 추구하지만 그 완성된 귀결점을 찾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비극적양상을 보여준다. 제 4부는 ‘대심문관’이란 제목 하에 ‘劇詩를 위한 데생’이란 부제가 달려 있으며 시집의 총 13페이지를 차지한다.1부의 편지글,2부의 시인의 독백,3부의 작중 인물의 독백과달리 제 4부는 ‘예수’와 ‘대심문관’이 대화하며(엄밀히는 대심문관의 독백 위주이다) 일정한 줄거리가 있는 극시의 형식이다.주요 내용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아료샤에게 그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모티브를 끌어온 것이다.‘대심문관’은 대심문관의 독백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처음 부분에 등장 인물과 감방 안이란 장소를 밝힌다.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극으로 상연이 불가능한 부분을“슬라이드로 보여준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극시의면모를 살리려 했음을 알 수 있다.4부에서도 1,2,3부와 마찬가지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 그리고 ‘악령’의 주요 인물들인 구르센카,소냐,스타브로긴 등이 언급되는 상호텍스트성을 보인다.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심문관’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에 의한 허구적 인물상임을 지적할 수 있다.이 점에서 통일적 맥락이 없어 보이는‘들림,도스토예프스키’가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스타브로긴,그리고 대심문관을 중심적으로 형상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1부부터 4부까지를 주요한 테마의 시적 형상화와 시인이 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 인물상을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시집 1부와2부에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죄와 벌’의라스코리니코프와 소냐가 비교적 중심적 대상으로 형상화되었다.또한 3부에서는 ‘악령’의 스타브로긴이 중심적이다. 그리고 4부에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쓴 소설속 작중 인물인 ‘대심문관’이 중심적 테마의 대상이 되고 있다.따라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 중에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중심축을 이루는 이들 작품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김춘수 시인의 시에 나타난 시적 변용 과정을살펴보기로 한다. 3. '들림'과 이미지의 육화. 나는 오래 전부터 도스토예프스키를 되풀이 읽어왔다.그때마다나는 그에게 들리곤 했다.그러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과제였고 화두였다.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나는 나대로 하나의 방법을 얻었다.그의 작중 인물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대로 시켜봄으로써 나는 내 과제,내 화두의 핵심을 나대로 다시 짚어보고 암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것을내가 오래 길들여온 시로써 해보고 싶었다.시는 이미지를 뽑아내는 일이다.즉 육화 작업이다. 고딕처리된 부분을 통해서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그것은 ‘들림’과 ‘이미지화’이다.‘들림’이란 무엇일까.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들에 대한시인 나름의 감성적 떠오름의 상태이다.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이나 미술품이나 문학작품에 대한 교감을 통하여 떠오르는상념, 내지 깨우침 등과 유사한 것이다.머리속 합리적인 이성으로서라기보다는 작중 인물의 고뇌를 시인 스스로 감성적으로 체험해 본다는 뜻일 것이다(“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고뇌하는 자의 복잡미묘한 정서적 뉘앙스가 도처에 배어 있다”)(4).시인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상황을 내적으로 체험하고 작중 인물들의 대화 속에 끼어듬으로써 그리고 ‘들은’ 것이다.그 ‘들음’을 시인의 언어로서 형상화하는 작업그것이 곧 ‘말함’이다.그것은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뽑아내는 일’,시인의 말에 의하면 ‘육화작업’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육화’라는 것은 자신이 영감으로부터 느낀 감동의 덩어리를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이러한구체화 과정은 주로 언어를 통한 이미지의 제시로 나타난다. 이미지의 제시는 ‘작법을 곧 시라고 생각하는 태도’와 관련을 지닌다.시인의 ‘작법’은 주로 언어를 통한 이미지의제시로 나타난다.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는 한 장의 초현실주의 회화 혹은 흡사 시의 언어로 쓴 그림과도 같다. ‘들림’과 ‘이미지를 통한 육화과정’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대부분 작품 이야기와 작중 인물들의 심리가 녹아 있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주인공인 아료샤,드미트리,이반등과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소냐 등이나 ‘악령’의 스타브로긴 등에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상대를 향한 발화가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최라영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산홋빛 애벌레의‘⑵최라영

    4.깊이 고뇌하는 자의 비극적 삶. ■자넨 소냐를 만나무릎 꿇고 땅에 입맞췄다. 그러나나는 언제나 외돌토리다. 그때우들우들 몸 떨리고눈앞이 어둑어둑해지면서나는 그만 거기 주저앉고 말았다. 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그처럼이나 당당했던 그것이즈메르자코프 그 녀석그 바보 천치에게로 가서 그 모양으로걸레가 되고 누더기가 되고 끝내는 왜 녀석의똥창이 됐는가,견딜 수가 없다. 어디를 바라고 나는 내 풀죽은돌을 던져야 하나,- 페테르부르크 우거에서이반.”(‘라스코리니코프에게’ 전문). 이 시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 ‘죄와 벌’의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서 다른 작품과의 상호텍스트성을 보이고 있다. 이반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주요 인물로서 이반의 인물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표트르까라마조프는 재물은 많으나 아내와 아들들을 저버리며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패덕적 인물로 나온다.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비극적 결함을 소유하나 도덕적 고결함과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인 드미트리,신이 없다면 우월한 인간이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이반,막내 아들로서 고결성을 지닌 성직자인 아료사,그리고 이들과 달리 간질병을 지닌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 등이 나온다. 이들은 표트르가 주색에 빠져 돌보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러던 중 아들 드미트리가 좋아하는 구르센카라는 여인을아버지인 표트르가 돈으로써 구슬리게 된다.여기서부터 갈등은 점차 심화된다.표트르가 살인을 당하자 드미트리는 그 혐의를 받게 된다. 후에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암시적인 말을 듣고 일을 저지른 것을 이반이 알게 된다.그러나 그때는 이미 이반의 정신적 혼란으로 드미트리를 구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드미트리는 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떠나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사랑을 느끼게 된 구르센카가 그 뒤를 따라 떠난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죄와 벌’에서 인간이 신처럼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는 가난한 대학생이다.그는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소냐라는 여인에 의해 참회하고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라스코리니코프와 이반은 신이 없다면 인간이 부도덕한 인간을 심판할 수 있다는 의식의 공통성을 지닌다.그 결과로 나타난 ‘살해’ 모티브와 그에 따른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의 내적 고뇌와 심정적 고백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띤다. 라스코리니코프는 이반과 함께 신의 권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부패한 인간과 세상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인물이다.이반이 이러한 생각을 머리 속으로만 생각한 데 그친 것에 반해서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머리속 생각을 직접적으로 결국은 실천한 뒤에 내적으로 고뇌하였다.이반의심적 고뇌는 형인 드미트리가 자신 대신에 누명을 뒤집어 쓰고 유형을 받는다는 데서 오는 것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되는것에 비해 라스코리니코프는 자신의 생각에 의한 자발적 실천과 그로 인한 고뇌와 심적 고통에서 오는 것이다.또한 이반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쳐간 반면 라스코리니코프는 소냐라는 고결한 정신의여인에게서 신의 구원을 향한 손길과 그녀의 사랑을 성취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을 토대로 하여 보면 위 시에서 왜 이반이 라스코리니코프의 상황을 오히려 부러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반은 라스코리니코프의 자신 의지에 의한 능동적 실천과 사랑하는 여인에 의한 구원을 부러워한다.그에 비해 그는 스메르자코프의 비열한 실천과 죄책감으로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다.여기에서 김춘수 시인이 지향하는 혹은 닮아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처용이나 이중섭의 비극적이고도 고귀한 삶 속에서 그가 시적 영감을 발견하고 천착해 나갔듯이 그는 라스코리니코프와 같은 인물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에 매료된 것이다.물론 라스코리니코프가 작품에서 주인공 격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가 무수한 고전 작품 중 도스토예프스키를 선택하였고 그 중 라스코리니코프적 인물에 관심을 표명한다는 것이다.아내를 앗긴 처용의 비범한 행위나 가난과 아내의 가출 속에서도 예술적 창작에 몰입했던 이중섭에 대한 매료도 김춘수 시인이 가치부여하는 비극적 삶의 한 표본일 것이다.시인은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자발적 가치의 선택과 그 가치를 지향하는 가운데헤쳐 나가는 인물의 고통 넘어서기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라스코리니코프에게 보내는 이반의 글과 같은 편지글 형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전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편지글의 형식으로 된 대화체의 구사가 가장 특징적이다.이 편지글의 형식으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경우는 주요 인물이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를 건네는 형국이다.그런데 특기할 점은 시편에서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에 있어서의 특성이다.다시 말하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작중 인물인 드미트리는 이반에게,이반은 아료샤에게,아료샤는 즈메르쟈코프에게,즈메르자코프는 아료샤에게,그리고 구르센카는 표트르에게,표트르는 조시마 장로에게 보내는 형식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이다.시인은 한 인물의 심리를 체험하고 다른 인물과 대화를 시키고 또 다른 인물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서 인물의 내면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그런데 아료샤나 조시마 장로 등과 같은 인물 즉 삶의 고난에 고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악에 전혀 물들지 않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면적인‘善’의 구현 인물들,그리고 여기에 반대편 격인 표트르,스메르쟈코프나 스타브로긴 등과 같이 ‘惡’에 치우쳐버린 모습으로 나타난 인물들에 대해서 김춘수 시인의 비유 형식은대체로 일률적인 편이다.예를 들면 아료샤를 ‘해만 쫓는 삼사월 꽃밭’이라는 것이나 ‘스메르자코프’를 ‘그 바보 천치’,혹은 ‘콧물’이라는 비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이에 비해 善 의지를 지니지만 비극적 결함에 의해서 상황적 파국을 일으키고 그에 대해 정신적인 내적 고난의 대가를 지불하는 인물인 이반,라스코리니코프의 심리적 역정 즉 깊이 고뇌하는 자의 치열한 내적 과정에 시인은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5. '고통'이라는 통과제의. ■“불에 달군 인두로옆구리를 지져봅니다. 칼로 손톱을 따고발톱을 따봅니다. 얼마나 견딜까,저는 저의 상상력의 키를 재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것은바벨탑의 형이상학저는 흔듭니다. 자살직전에미욱한 제자 키리로프 올림.”(‘존경하는 스타브로긴 스승님께’ 부분).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악령’의 주인공이다.스타브로긴은 무신론과 人神의 관념을 지닌 인물로서 끊임없이 자의지를 추구하지만 그 완성된 귀결점을 찾지 못하고파멸해 가는 비극적 양상을 보여준다.실상 ‘들림,도스토예프스키’의 전체 맥락 속에서 3부의 중심 인물인 ‘악령’의 스타브로긴은 1부와 2부의 중심 인물인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이나 ‘죄와 벌’의 라스코리니코프의 다른 한 형상으로 이해된다.다시 말해 스타브로긴은 이반과 라스코리니코프 사상의 극단적 형태로서의 人神 사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위 시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한다면 스스로가 선택한 극한적고통을 통하여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악령’의 키리로프가 그에게 그런 人神 사상을 심어 준 스타브로긴에게 쓰는 편지글이다.키리로프는 실제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속에서자살을 감행한 인물로 나온다.키리로프의 죽음 직전에 떠오른 상념에 관한 묘사는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걸쳐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우리는 흔히 형이상학 즉정신적인 것이 육체적인 것보다 고귀하다고 믿고 있다.그러나 몹시 심한복통이나 두통 등에 시달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 때문에 그 순간 이러한 말의 가치조차도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의 텅빔이 떠오를지도 모른다.인간이 육체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시인은 상상력으로 이를가늠해보고 키리로프가 겪었던 육체적 고통을 참는 의지가얼마만한 힘을 내재한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이다.어쩌면 육체적 고통을 참는다는 것 자체 혹은 위 시처럼 하나하나의육체적 고통을 천천히 견딘다는 것 그 자체가 정신적 힘과의 큰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을 법도 하다. 육체적 고통의 견딤에 관한 생각은,‘들림,도스토예프스키’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수필집인 ‘꽃과 여우’(1997)에서 시인의 자전적 체험과 결부시켜 어떤 인물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김춘수 시인이 감방에 있을때 사회주의 운동을 한,존경받는 교수가 보인 행동에 관한것이나 베라 피그넬이라는 아나키스트 여인이 자신의 안락을 포기하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일에 대한 가치 평가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서 김춘수가 읽은 고통받는 자의 시선은 실상 시인의 내적 고뇌의반추라고 할 수 있다.‘꽃과 여우’에서 주로 서술하였듯이그는 고향을 떠난 경성에서의 외로운 유학 생활,그에 이은경기중학 자퇴,일본 동경에서 뜻하지 않은 억울한 1년간 감옥 생활,의사인 형의 객사 그리고 만석군이었던 집안의 몰락 과정을 거치면서,오랜 기간 인내 끝에 안정된 직장에 발을디딘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그에게 크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동경에서의 감옥 생활의 고통이 그에게 주었던 육체적,정신적 피해이다.“감방이란 희한한 곳이다.사람을 비참하게만들고 자신감을 죽이는 이상으로 재기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5)는 그의 진술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그때 인간이 육체적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가를 깊이 체험한 듯하다.그의 실존에 대한 의식도 이러한 체험과 깊은 관련을 지닌다. ■나는 아주 초보의 고문에도 견뎌내지 못했다.아픔이란 것은우선은 육체적인 것이지만 어떤 심리 상태가 부채질을 한다.그렇게 되면 사람의 육체적 조건은 한계를 드러낸다.손을 번쩍 들고 만다.사람에 따라 그 한계의 넓이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한계를 끝내 뛰어넘을 수는 없을 듯하다.한계에 다다르면 육체는 내가 했듯이 손을 번쩍 들어버리거나(실은 내 경우에는 민감한 상상력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말았지만)까무러치고 만다.그러나 까무러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은 수일 뿐이다.그런 사람은 자기의 그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것을 또한 정신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6). 그는 어떠한 인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견지한 인물들에 높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그의 예수에 관한 시편에서도 십자가에 박힌 인간적 고통의 모습이나 자살을 통하여 인간이 신이 될 수있다고 한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의 인물인 키리로프가 죽음에 임박한 형이하학의 몸둥이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관심도 여기에 연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한 인간이 거부할 수도 있는 육체적인 고통을,정신적인 고귀함을 위해서 감당해낼수 있다는 것,그래서 까무러칠 때까지 어쩌면 ‘죽음’까지도 감당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힘의 극한 즉 ‘절대’인 것이다.그는 그리하여 그러한 죽음을 형이상학으로끌어올린다.(‘죽음은 형이상학입니다.’ -‘追伸,스승님께’) 그는 인간이 고통이라는 것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체험적으로 습득하고 있다.그에게서 이 ‘고통’의 문제는그의 정신적 영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그는 그가감당해야 했던 아니 감당하기 어려웠던 고통의 문제를 극복해 갈 수 있는 인간이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다.그 ‘고통의넘어서기’가 바로 ‘정신의 힘’이라고 믿는다.즉 인간의육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태어난 고귀한 정신에 가치의 비중을 두는 것이다.그것은 단순히 육체와 정신의 대비로서가 아니라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는 정신,정신을 지켜내려는 육체의 힘으로서인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볼 때 ‘들림,도스토예프스키’에 창녀의 몸으로서 라스코리니코프를 신성으로 이끈 소냐에게쓴,편지글이 이 시집의 첫 장을 장식한 맥락이이해될 수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낙엽 한 잎내 발등에 떨어져내발을 절게 했다. 누가 제몸을 가볍다 하는가,내 친구 셰스토프가 말하더라. 천사는 온몸이 눈인데온몸으로 나를 보는네가 바로 천사라고,1871년* 2월아직도 간간이 눈보라치는 옴스크에서라스코리니코프.(‘소냐에게’ 부분). 이 시의 각주에는 ‘* 1866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나왔다’라는 구절이 있다.또 편지글 형식의 이 시에서 ‘라스코리니코프’라는 발신인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1871년’을 표기하고 있다.이것은 1866년과 1871년이라는 5년간의 시간적 간극을 고려해 볼 때 소설이 발표된 시점,즉 라스코리니코프가 시베리아에서 유형을 받고 있는 소설의 결말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으로 설정된 것이다.이와 같이 단지 보낸 이의 연도 명기 뿐 아니라 각주와 차이를 보이는 연도 표기 방식은 ‘들림,도스토예프스키’ 첫 장의 이 작품과 두번 째 작품인 ‘아료샤에게’만 나타난다.소설 속 시간에서 좀더 나아간 시간 설정에서작중인물이 편지를 쓰는 설정은 편지를 쓰는 주인공의 정서적 성숙과 내적 깊이를 끌어 올리고자 한 시인의 의도로 이해된다. 이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통에 나약한 자신의 모습,즉 작은 일에도 괴로와하는 감성의 섬세한 무게를 ‘낙엽 한 잎’으로 나타냈다.‘낙엽 한 잎’의 무게가 내 발을 절게 할 정도로 불균형의 상태를 만들어낸다는 것,그것은 시인으로서자신 감성의 촉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그런데 그러한 유약한 자신을 바라보는 ‘온몸이 눈’인 ‘천사’가 있다.‘온몸이 눈인 천사’란 그를 견지하고 있는 善 의식,혹은 기독교인으로서의 감각이랄 수 있다.그 천사는 라스코리니코프를 내적 구원으로 이끈 여인 소냐로 나타나고 있다.소냐는창녀의 신분임에도 천사의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그것이 김춘수 시인이 의아해 하면서도 가치를 부여하는 善에 관한 감각이다.그가 가치를 두는 선이란 ‘선과 악은 갈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은 악을 압도해야 한다’(7)고 그가 파악한 도스토예프스키론의 핵심처럼 선과 악의 치열한 갈등을 감내한 자의 비극적인 시선과 관련이 있다.그러한 내적 갈등은 정신적이고 논리적인 것만의 차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그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모험으로써 고귀하게 지켜진 무엇이라야 한다.‘들림,도스토예프스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여러 작품을 통해서 인물들이 드러내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결을 부각시키고 또 작중 인물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이해시킨다.그것은 흡사 선과 악,혹은 도덕과 이성 등의 치열한 각축전과도 같다.그 가운데 나타나는 고통을 극복하는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정신적인 것의 추구에 있어서고통이라는 통과의례를 중시여기는 그의 시선은 매우 인간적인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것은 현상을 해석해 내는 데있어서 시인의 철저한 완벽 성향과 관련을 지닌다.
  • [신경영 트렌드] (1)새로운 100년 탐색 두산

    ‘꿩(수익) 잡는 게 매(기업)’ 새해 재계 화두는 단연 수익창출이다.얼마전까지만 해도 회사 덩치가 기업평가 기준이 됐다.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클 수록 대기업 대접을 받았다.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곧바로 퇴출의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재계서열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기업들은 돈만 된다면 대대로 물려 받은 가업(家業)도 내다 팔고,본사 이전도 마다하지 않는다.심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찾아 고국을 등지는 사례도 있다.그만큼 재계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선단식 황제경영 시대를 접고 실속경영으로 새틀을 모색하는 재계의 달라진 풍속도를 연재한다. “이제 두산에서 맥주 얻어 먹긴 다 틀렸네”란 우스갯소리가 시중에 나돈 적이 있다.두산이 OB맥주 서울 영등포 공장을 매각했던 1996년 12월 무렵의 일이다.두산하면 으레 0B맥주를 떠올리는 현실이여서 충분히 그럴 만했다.더욱이영등포공장은 1933년 창업주인 고 박승직(朴承稷) 선생이맥주공장을 처음 세운 창업지나 다름없는터전이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수근거렸다.아무리 구조조정도 좋지만 알짜배기(한국3M·한국코닥)를 처분하는 것도 모자라 유업(遺業)까지 팔아치우느냐는 것이었다.“이제 뭘 먹고 사느냐”는 동정도 받았다.회사처분 소문이 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때라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수근거림은 칭찬으로 바뀌었다.재계는 두산의 선견지명에 혀를 내둘렀다.두산의 매각행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코카콜라·한국네슬레 등 돈되는 것이면 가리지 않고 팔았다.서울 을지로 본사사옥과 OB맥주(50%),두산씨그램까지 넘겨 버렸다.1997년 11월 이후불과 10개월 사이에 9,842억원어치를 매각했다.급기야 지난해 6월에는 간판기업인 OB맥주의 지분 45%마저 네덜란드 홉스사에 처분했다. 두산의 변신은 우연이 아니었다.1996년 8월 창업 100돌을맞아 새로운 100년을 탐색했다.하지만 불행하게도 ‘백세(百歲)’ 두산은 덩치만 크게 불린 공룡에 불과했다.당시 부채비율은 600%를 웃돌았다.차입금이 1조원에 달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영업이익으로 은행이자를 대기도 벅찼다.은행 대출이율이 13%인 때라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저축을 하는 것이 나은 상황이었다.“이대로 가다가 앞으로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못버틸 것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그간 뭣 때문에 장사를 했는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박용성(朴容晟) 두산중공업 회장의 회고다. 자연스레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만 해도 낯선 외부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컨설팅사인맥킨지로부터 얻은 수확은 ‘현금흐름이 곧 왕’이라는 깨달음이었다.장사를 하는 까닭이 매출 확대가 아닌 돈,즉 현금을 벌기 위한 것이란 맥킨지의 평범한 훈수는 두산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다.곧바로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팔릴 만한 물건은 죄다 팔았다.박 회장은 엘비스 프레슬리의노래 제목처럼 ‘지금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하다(It’s Now,Never)’고 믿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현금확보를 위해 세가지 대원칙을 내걸었다.그중에서도 ‘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라는 철학은 두산 구조조정의 키워드가 됐다.‘적자(赤字)’는 팔고 ‘적자(適者)’만 남기는 게 아니라 적자(適者)를 팔아 적자(赤字)를 남겨야 한다는 논리다.적자기업(걸레)은 아무도 사려들지 않으므로 알짜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라는 메시지다. 아울러 ‘감상적 가치’를 포기하라고 주문했다.‘오래된땅,재수좋은 땅,기(氣)가 살아 있는 땅,창업한 땅’ 따위의감상적 가치는 수익창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등포공장을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또 ‘성역을 깨라’고 독려했다.창업자가 벌인 사업,창업자가 관심있는 사업 등의 식으로 성역을 인정하면 손댈 곳이 없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박 회장이 직접 선봉에 섰다.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은 신속했다.이 덕분에 현금흐름이 지난 96년 6,900억원 적자에서97년 13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박용만(朴容晩) 두산 사장은“동맥에서 피가 한방울 새지 않고 실핏줄로 흘러가듯 자금이 돌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130%로떨어졌다. 2001년 경상이익은 4,510억원.98년 이후 연평균51%씩 급증했다. 두산의 구조조정은 현금흐름 흑자전환(96∼97년)→재무구조 개선(98년)→성장기반 구축(99년)→성장엔진 발굴(2000∼2001년)의 4단계로 이뤄졌다.2단계까지는 생존이 목표였다.생존이 다급해 살림을 처분하다 보니 ‘먹고 살 것’이고민이었다.그래서 주저없이 산업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재편하는 카드를 꺼냈다. 그 결정판이 2000년 12월의 한국중공업 인수였다. 소비재 위주에서 생산재 기업으로 뱃머리를 돌린 대변신의전략은 적중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상이익은 2000년 500억원손실에서 지난해 700억원의 흑자로 반전됐다. 두산이 경영을 맡으면서 구조조정의 효과가 빛을 발했다.또 8억달러 규모의 해외공사를 따내 해외건설 수주액면에서 현대건설을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다. 2000년 3.4%에 지나지 않던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7%대로 끌어 올렸다.올해에는 10%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간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앞세워 두산경영진은 목표 달성을 낙관한다. 지난 연말 계열사 경영진에게는 엄명이 떨어졌다.매년 사업부별로 30% 이상의 수익을 못내는 CEO는 옷을 벗으라는오너의 지시였다.이른바 ‘신(新) 성장전략’이란 이름의 5단계 구조조정(2002∼2006년)이 발진한 것이다.‘변신은 무죄(無罪)’라고 했던가.두산의 끝없는 도전이 어떤 결과로귀착될지 지켜 볼 일이다. 박건승기자 ksp@ ■두산을 움직이는 실세들은 누구?. 1896년 포목점인 ‘박승직 상회’로 출발한 두산은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초기 반세기가 ‘포목점 시대’라면 1952년 OB맥주 설립 이후 반세기는 ‘맥주시대’였다.2000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중공업 시대’를 열었다. 기업 역사만큼 경영체제도 뿌리깊다.계보는 고 박승직(朴承稷) 창업주→고 박두병(朴斗秉) 회장→박용곤(朴容昆·70) 명예회장→박용오(朴容旿·65) 두산 회장→박용성(朴容晟·62) 두산중공업 회장→박용만(朴容晩·47) 두산 사장으로이어진다. 최근 4세들까지 경영일선에 합류했다.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원(廷原·40)씨가 두산 상사BG 사장,차남 지원(知原·37)씨가 두산중공업 부사장으로 활동 중이다.박용오 회장의 장·차남은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박용성 회장의두 아들도 두산 맨이다. 그러나 여전히 ‘용’자 돌림 3세3형제가 전권을 행사한다. 두산가(家)는 형제간에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이름 높다. 후계구도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장자승계 원칙을 깨고 박용곤 회장이 박용오 회장에게 후계자리를 물려 줬을 때도 일절 잡음이 없었다.‘용만(머리)-용오(결재)-용성(후원)’의 3각 역학구도가 매우 탄탄하다. 전문경영인은 3형제가 결정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발노릇을 한다. 그룹경영의 정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인 박용오 회장.평소 “돈 벌어 주는 직원이 최고”라고 말한 데서 알수 있듯 주인정신이 강한 기업가형 CEO를 선호한다.박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핫라인 역할은 박용만 사장 몫이다.‘두산 머리는 박 사장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전략통이다.그룹살림도 직접 챙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성 회장은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린다.‘일벌레’란 별명도 따라 붙는다.1주일에 3∼4차례 두산타워 33층 집무실에들러 중공업 관련 보고를받고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그룹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김대중(金大中·54) 주류BG 사장과 이정훈(李正勳·58) 전자BG 사장,강문창(姜文昌·59) 두산건설 사장,이재경(李在慶·52)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두산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박건승기자.
  • 정신질환 노숙자 실태/ “”말썽 피운다”” 쉼터서도 내몰아

    장기간에 걸친 노숙생활과 폭음으로 알코올중독에 이르게된 이모씨(44)는 청량리역 노숙자다.술 때문에 직장까지 잃은 이씨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98년부터 노숙생활을 해오고 있다.그동안 3∼4곳의 쉼터를 배회했지만 번번이 말썽을일으켜 쫓겨났다.이씨는 통증이 찾아올 때면 구걸한 돈으로산 소주로 버텨내고 있다.지금까지 이씨에게 병원 치료의 기회는 단 한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알코올중독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노숙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회복귀는 커녕,치료조차 꿈꾸기 어려운형편이다.정신질환 노숙자들을 위한 의료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들에 대한 의료보장은 구호차원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자유의 집에 처음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파견되면서 정신건강센터가 설립됐지만 노숙자에 대한 정신질환 평가와 진단만 이뤄질 뿐 약물 투여 등 치료는 이뤄지지않고 있다.진단만 있고 치료는 없는 셈이다.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정신과 의사가 있지만 의료행위는 의료법에 저촉돼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토로했다. 따라서 정신질환 노숙자들은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서울 장안동의 한 쉼터에서 피해망상 등 정신분열 증세를 보여 자유의 집 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노숙자 최모씨(40)는 한달 뒤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쉼터는 증세가 심각한 최씨를 시립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20일만에 강제퇴원 조치됐다.최씨는 쉼터로 돌아왔으나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났다.최씨가 난폭한 행동을 하며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킨 탓이다.쉼터 관계자는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정신질환 노숙자를 무슨 수로 쉼터에서 관리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지었다. 정신질환 노숙자들에 대한 치료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알코올중독의 경우 일시적인 금단현상이나 간기능 저하등 신체적인 문제만 해결하는 ‘해독수준’에 머물고 있어지속적인 치료를 통한 자활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병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공립 정신병원들은 정신질환 노숙자들의 장기입원을 꺼린다.당장 입원이 필요한 노숙자도 2∼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시립은평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증축하면서 의사 16명의충원을 요청했지만 7명을 충원하는데 그쳐 기존의 환자들을치료하기에도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의료체계는 사정이 이보다 더 열악하다.민간 의료기관을 빼면 2∼3차 노숙자 지정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지역도있다.진료를 받으려면 노숙자 진료의뢰서 작성-관할구청 의료계 송부-시립의료원 서류 전달-쉼터 통보-환자 진료 등 5∼7단계를 거쳐야 한다.입원이 필요한 응급 노숙자의 경우행려코드를 부여받기 위한 신원조회에만 1주일 이상이 걸린다. 전문쉼터의 알코올중독 재활프로그램도 시설 및 전문인력부족,지역 정신병원과의 의료시스템 연계 미비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게다가 최고 80%에 이르는 높은 재발률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매주 한차례씩 알코올중독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강릉 희망의 집의 경우 노숙자들의 참여가 저조한데다 재발률도 80%에 달한다.이용순 상담실장은 “알코올중독 노숙자 전문쉼터가 제역할을 하려면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전문의료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쉼터에서는 알코올 재활프로그램 도중 노숙자끼리 폭력사태가 빚어져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자와 비중독자,재활 의지가 있는 노숙자와 없는 노숙자가 마구 뒤섞여 있는 등 전문쉼터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숙자 자활지원 및 의료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는 IMF 이후 서울시내 거리에서 사망한 노숙자가 98년 479명,99년 467명,2000년 413명,2001년 313명(11월말 현재) 등 4년간 1,672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알코올중독 극복 노숙자. “사회가 좀더 관심을 가지고 노숙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으로 3차례에 걸친 자살시도,탄광까지 밀려난 막장인생,이혼, 부도,거리의 노숙자,신학대학 입학,재혼…. 알코올중독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중독을 극복하고 서울 십자수 쉼터에서 노숙자들에게 봉사하며 전도사의 길을 걷고있는 김윤철씨(가명·45)의 인생역정이다. 하루 반나절 사이에 소주 40병을 비웠다는 김씨는 지난 25년 동안 매일 소주 10병 이상을 마셔야 직성이 풀렸던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자였다.제약회사에 다니며 손쉽게 구한 환각제를 술에 타먹으면서 중독자가 된 김씨는 실직한 뒤 강원도 태백의 탄광까지 흘러갔다. 탄광생활을 접고 서울 용산에서 청과물 도매상을 했던 김씨는 술과 도박에 빠져 어렵게 마련한 과일가게도 날렸다. 김씨의 아내는 97년 푼푼이 모았던 1,700만원을 도박으로 날린 뒤 가출해 버렸다.가정은 풍비박산났다.김씨는 술 마실돈을 마련하기 위해 임대아파트까지 사채업자에게 넘겼고,오갈데가 없어진 98년부터 거리로 나섰다. 노숙을 하면서도 중독증세는 끊임없이 김씨를 괴롭혔다.100원짜리 엿 하나를 안주로 소주 5∼6병을 그 자리에서 비웠고,소금을 안주삼아 깡소주를 비우기도 했다. 98년 12월 강원도 횡성에 있는 십자수 쉼터의 치유원에서열린 알코올중독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김씨는 새인생을 설계하게 됐다. 상담 및 심리치료를 받으며 술을 끊은지10일만에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환각증세,환청,고열 등 금단증세가 엄습했다. 99년 3월 신학대학에 입학한지 두달만에 김씨는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술집을 찾았다.“술을 주문하는데 막상 입에서는 ‘콜라 1잔 주세요’라는 말이 나왔다”면서 그 이후 술에 대한 갈증이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신학대학 동료의 소개로 만난 유모씨(46)와 재혼했다.신학대학을 졸업하면 평생 알코올중독 노숙자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는 김씨는 “체념과 자포자기,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노숙자들에게는 치료와 관심이 병행돼야만 자활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 “특수상황 인식 땜질식 처방 안돼”. 전문가들은 정부가 만성화·고착화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를 IMF라는 ‘특수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접근하고있다며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상시 진료 및 공공 의료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의료구호예산을 편성하고 노숙자들을 쉼터에 수용하는 것은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지역사회와 연계된 정신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응급쉼터(shelter),정신질환 노숙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는 위기관리시설(crisis housing),그룹홈 등 정신질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이곳에서는 진료는 물론,재활,직업교육 등 단계별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유의집 정신건강센터 고영(용인정신병원 전문의) 센터장은 “지역별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노숙자의 정신질환 예방과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정신보건 의료체계를 구축하고노숙자 지정의료기관을 민간의료기관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율적인 치료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노숙자 정신건강사업 자문팀을 구성해 예방,연구,역학조사를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 황운성 소장은 “노숙자 쉼터에는알코올중독,정신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들이 섞여 있어 재활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일시방문쉼터,만성질환자쉼터,그룹홈 등 질환에 따라 전문쉼터를 다양화할 것을 촉구했다.그는 “거리-쉼터-지역별 정신보건센터-사회복귀 자활시설을 연계시켜 진단과 치료,교육,일상생활 훈련,직업훈련 등이 단계별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환기자
  • 양주군 ‘임꺽정쌀’ 시판

    오래 두어도 햅쌀처럼 밥에서 윤기가 흐르는 ‘한 바이오 임꺽정쌀’이 최근 출시됐다. 경기도 양주군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 클럽에서 벤처기업인 U사와 공동개발한 ‘임꺽정쌀’출시 기념행사를 갖고 시판에 들어갔다. 양주 태생 임꺽정의 이름을 상표로 붙인 이 쌀은 10여 가지 한방추출물과 대나무숯·참나무숯·게르마늄·맥반석·황토추출물을 섞어 만든다. 대형 사이로에서는 5년간,10㎏들이 포장품은 포장을 뜯은후에도 2개월간 햅쌀같은 윤기와 고소한 맛이 유지된다. 또 역삼투압 현상으로 쌀에서 수분·지방·단백질·섬유질 등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변질과 쌀벌레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 양주군은 우선 10㎏짜리 20만포대를 관내 농협과 농협물류센터,대형 할인매장 및 백화점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또 1포당 50원씩 적립,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양주 한만교기자
  • 신간 맛보기

    [그리운 장날](이흥재 사진,김용택 글,눈빛 펴냄) 때로는 무심한 그림 한장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사진작가 이흥재씨가 10여년동안 시골 장터를 돌며 찍어모은사진 50여장에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짤막짤막한 유년의 추억담을 덧붙였다.목도리로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국화빵을구워내는 아낙,깍지콩이며 파,배추 같은 풋것들을 좌판에 늘어놓은 촌부,금방이라도 비린내가 훅 끼쳐올 것만 같은 어물전….정감 넘치는 흑백사진이 한꺼번에 서너장씩 잇따라 붙어있기도 하다.사진속 사연에 맞춰 시인이 새록새록 추억을길어올리는 지점은 전남 순창장과 갈담장(강진장).돌아가신시인의 아버지가 ‘국수 아홉그릇’이라 불린 사연은 뭐였을까.꾸밀 줄 모르는 순진한 언어들에 그만 가슴이 멍멍해진다.1만2,000원. [중국읽기](김정현 지음,문이당 펴냄)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씨가 중국 여행체험을 담아 펴낸 수필집. 수년동안 대륙의 여행길에서 만났던 현지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하는가 하면,5,000년 황하(黃河)역사의 유산을소개한 뒤 21세기를 이끌 미래 중국의 저력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길지 않은 시간동안 깊고 폭넓은 경험을 한 지은이의공력이 놀랍다.예컨대 7개의 기업체를 거느린 샤오야 그룹을 이끄는 ‘철의 여인’ 리수민에 대한 이야기. 무사안일에 빠진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기 위해 종업원을 가족처럼 돌본 여성 사업가의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본 듯 상세히 실었다. 중국 속 한국인들의 좌표를 적시하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붙이기도 한다.술에 절어 흥청대는 한국 유학생들의 추태 등이 따갑게 꼬집혔다.9,000원.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김정환 글·사진,당대 펴냄) “과일을 파먹는 깍지벌레가 옛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립스틱의 원료였다.” 고려곤충연구소 소장인 김정환씨가 재미나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펼쳐보이는 ‘곤충기’.육안으로 보이지않을 만큼 작은 곤충들에게도 인간사만큼 극적인 생태와 사생활이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게 된다.생명력은 또 얼마나 강한지! 4억년 동안 지구상에 살아온 곤충들 가운데 스스로의 몸을 생존에 적합한 쪽으로 자가발전시켜온 것들은 현재밝혀진 종(種)수만 80만.전체 동물 종수의 75%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곤충의 진실한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생태학과 행동학에전념하게 됐다”는 지은이는 손수 찍은 천연색 곤충사진들을 나란히 실어 이해를 도왔다.1만원.
  • 독자의 소리/ 자판기 위생상태 의문

    자동판매기를 이용할 때마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동판매기의 위생상태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게 된다. 얼마전 어느 은행의 자판기대를 이용하다 율무차에서 벌레를 발견했다.자판기의 입구를 보니 온통 커피가 쏟아져있고 언제 닦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저분했다.이런 문제를 시정해 달라고 건의해보고 싶었지만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도 확실히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또 자동판매기가 설치된 건물과는 무관한 외부인이 소유자라며 관리자와의 연결도 쉽지 않았다. 자동판매기의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실명제를 도입하여많은 사람들이 보다 깨끗하고 청결한 자동판매기를 이용할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우정렬[부산 중구 보수동]
  • 인생참의미 발견 ‘책과의 결혼’

    ▲'엑스리브리스-서재 결혼시키기(패디먼 지음/지오 펴냄). 친구에게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담없이 독서의즐거움을 전하는 책이 어디 없을까. ‘엑스 리브리스(Ex Libris)-서재 결혼시키기’(지호 펴냄)는 그런 읽을거리가아쉽던 독자들에게 꼭 맞춤인 책이다.지은이 앤 패디먼은미국의 유명 매체에 꾸준히 글을 실어오면서 이름을 얻은여성 칼럼니스트.통신판매용 전단까지 탐독할 정도의 독서기벽이 있는 저자는 깜짝 놀랄만큼 독특한 화술로 ‘독서예찬론’을 편다. ‘엑스 리브리스’의 사전적 의미는 ‘책 소유자의 이름이나 문장(紋章)을 넣어 책표지 안쪽에 붙이는 장서표’. 도입글 ‘책의 결혼’에서부터 지은이의 살뜰한 책사랑이감지된다.“결혼한 지 5년째지만 몇달전 ‘나의 책’과 ‘그의 책’을 섞어 ‘장서 합병’을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결혼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수필 형식으로 전개되는 책의 갈피갈피에서 독서의 참 의미를 문득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소설을 읽듯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사소한 경험이나먼 기억들까지멋진 글감으로 이끌어낸 지은이의 재주 덕분이다. 이를테면 ‘너덜너덜한 겉모습’이란 소제목의 글은 열한살 때 여행길의 작은 추억을 재료삼아 책을 아끼는 다양한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책을 거꾸로 엎어놓았다는 이유로 ‘책벌레’ 오빠를 나무랐던 호텔 청소부는과연 정당했을까.책의 내용을 넘어 물성(物性)까지 숭배하는 것이 옳은 독서자세인지,천진할만큼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다독(多讀)의 해박함이 곳곳에서 느껴지면서도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은 경쾌한 글들이 계속된다.집안의 책꽂이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고민하기도 한다.18편의 에세이 속에서 애서가들의 독서기벽을 들춰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황수정기자 sjh@.
  • 에듀토피아/ 우수학생 유치 경쟁…대학별 장학금 제도

    2002학년도 정시 모집 전형이 다가오면서 대학들이 우수한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학금에서 도서구입비 지원,신세대들의 입맛에 맞춘 기숙사,해외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예비 대학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전국 주요 대학들의 눈에띄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대학별 장학금제도. 공부를 잘 해야만 대학 장학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대학들은 성적 장학금 말고도 다양한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특정 자격을 갖추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모나 형제, 자매가 함께 공부하면 장학금을 주는 대학이 있다.건국대는 올해부터 ‘형제 장학금’을 신설했다. 재학생의 형제나 자매,남매가 입학하면 인원에 관계없이 1인당 50만원씩 지급한다.명지대는 신입생의 형제,자매 가운데 재학생이 있으면 그 신입생에게 1학기 입학금 전액을면제해준다. 영남대는 3남매 또는 부모를 포함한 가족 3명이 학부나 대학원을 다닐 경우 1명의 입학금과 등록금을면제해주는 ‘삼남매 장학금’을 운영한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경원대는 신설된 소프트웨어대에 우수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수능 성적 전국 0.2% 이내 수험생에게 입학금을 포함한 4년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동국대는 수능 전체 영역 성적이상위 1% 이내와 수능 1등급 이내 신입생들에게 각 2년과 1년간 학비를 면제한다. 선문대는 수능변환표준점수로 상위 1%인 신입생에게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 면제,교환학생 1년간 파견,국내 대학원 석박사 과정 등록금 지원,본교 교수 초빙때 가산점부여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계명대는 ‘섬유패션산업 특화 국제전문실무인력 양성과정’에 수능 성적 5%이내 학생 30명을 선발,입학금 포함 4년치 등록금을 전액면제해주고 매 학기 해외 연수 비용도 전액 지원한다. 대진대는 학기 성적이 0.5학점 이상 오른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35만원씩 지급하는 ‘점프 장학금’을 운영한다.신입생들의 수능 성적에 따라 4년간 학비 면제와 30만∼50만원의 용돈도 지급한다. 세종대는 토플 성적이 630점 이상인 학생에게 2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졸업 후 해외 유학을 가면 1만 달러를 지급한다.신라대는 내년부터 국제화와 정보화,지성화 등3개 분야에 능력과 소양을 갖춘 학생들에게 4년간 수업료를 면제해주고 매월 50만원의 도서 지원비를 지급하는 ‘3I장학금’을 신설했다.토익 700점 이상,고교 내신 성적 상위 10% 이내 등 일정 자격을 갖추면 선발된다. 경원대는 신입생을 포함해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300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IMF 장학금’을 운영한다. 단국대는 법학부 입학 신입생 가운데 수능 성적 1등급이거나 언어,사회,외국어 변환표준점수가 265점 이상이면 대학원까지 6년 동안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숙식까지 제공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 ■아파트형 최첨단 기숙사 속속 등장.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학생보다 신입생들에게 입주 기회를더 주고 있다. 기숙사 입주 비용은 매월 평균 5만5,000∼25만원으로 다양하다. 대학들은 최근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춘 기숙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수원대는 지난해 8월 최첨단 기숙사를 개관했다.블록식 배열로 아파트형 주거 공간을 도입했다.경희대도 총 2,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신세대가 좋아하는 오피스텔 형태로 방마다 화장실과샤워실을 갖췄으며 24시간 내내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연세대 원주 캠퍼스의 ‘세연학사’는 최근 ISO14001 국제환경인증을 받을 정도로 쾌적한 학습 환경이 자랑거리다.원광대는 최근 지하1층 지상 13층규모의 원룸형 기숙사를 완공하고 신입생을 기다리고 있다. 계명대는 내년부터 남녀 각 100명씩 ‘영어교육 특별 장학생’을 선발,원어민 교수 2명,국내 교수 2명과 함께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영어로만 대화하는 영어 기숙사를 운영할 계획이다.한동대와 포항공대는 희망자 전원을 수용할수 있는 기숙사 시설을 갖췄다. ■대학들 해외 연계 프로그램. 대학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돈 들이지않고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최근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2+2공동학위제’다.2년은 국내에서 학교를 다니고 나머지 2년은 외국 대학에서학교를 마치는 것으로 두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첫 2년 동안 85학점 이상을 이수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매 학기 5명씩 미 델라웨어대로 유학을 보낸다.숙명여대는 미국 아메리칸대와 교류를 맺고 매년 25명씩 파견한다.세종대와 수원대,용인대,대진대 등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인기다.연세대는 매년 세계 400개대학에 700명의 재학생을 파견하고 있다.앞으로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성균관대는 와세다대와 옥스포드대 등 18개국 44개 대학과 교류를 맺고 매년 60명씩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경희대는 50개국 182개 대학에서 다양한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다.명지대와 광운대 등도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중앙대는 해외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방학 중 해외에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20명이 파견돼 있다.150만∼2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고 학점도 인정받는다.1년 동안 인도 IT교육기관에 연수를보내는 프로그램에도 60명이 참가하고있다. 한양대는 해외에 석박사 유학을 떠나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매년 4∼5명을 선발해 유학 기간 동안 왕복항공료와 2년간 1만2,0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해외 교비유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우리 캠퍼스의 '+α'. 대학마다 속을 뜯어보면 예상 외로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처음 경험하는 대학 생활이 더 즐거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나사렛대는 장애 시설과 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장애는 있어도 장애 학생은 없다’는 것이 이 대학의 슬로건.학교 시설 이용은 모두 장애인 우선이다.동아리나 재활 관련 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3∼4명이 한 명의 장애우를 전담으로 돕는 ‘장애학우 도우미’제도가 활성화 돼 있다.2004년까지 장애인 전용 도서관도 세울 예정이다. 이화여대는 올해부터 ‘1학년 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10명 이내의 신입생을 한 반으로 묶어 교재도 시험도 없이교수들과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거나 현장 체험을 하는1학점짜리 ‘신입생 세미나’다. 국민대는 교수와 학생이 의논해 수업방식과 장소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사제 동행 세미나’가 유명하다.강의실을벗어나 기업이나 극장,시장,박물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수업을 진행한다.현재 48개 학과 107개 전공 과목에서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는 학부제 도입으로 느슨해진 사제간의유대감을 강화하고 학습 효과까지 뛰어나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인하대는 95년부터 ‘테크노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공계 학과 재학생이 1학년을 마친 뒤 일정 자격을 갖춰신청하면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5년(3+2) 동안 석사까지마칠 수 있는 제도다.매년 학교에서 지정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경시 대회를 거쳐 ‘책벌레’를 선발,10박11일의해외 여행을 보내주는 ‘책벌레 선발대회’도 인기다. 충남대는 학교 내에서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전과제’를운영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재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의대와 약대 등 특정 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정원의 20% 이내에서 전과를 허용한다.아주대는 일반 학부생의 의대 전과까지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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