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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불청객 모기·파리 꼼짝마

    여름 불청객 모기·파리 꼼짝마

    “애~앵∼앵. 딱!” 여름이면 찾아오는 모기. 달갑잖은 손님이다. 최근엔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찾아온다고 야단이다. 모기 퇴치엔 계절 구별이 없어진 지 오래다. 해마다 모기로 인한 감염 등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사망자의 15%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 나라도 병원균을 옮기는 일본 뇌염모기 등으로 안전지대가 아니다. 모기를 잡는 살충제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에는 강력한 살충효과만 강조된 제품이 인기였다가 인체에 해가 없는 제품으로 경향이 바뀌었다. 최근엔 여기에다가 상쾌한 느낌이 드는 제품을 많이 찾는다. 모기살충제(개미·바퀴벌레 제외) 시장은 대략 연간 1300억원대에 이른다. 거대 외국계 회사들이 이미 국내 살충제 시장을 장악했다. 토종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계의 한국존슨이 삼성제약에서 인수한 에프킬라와 독일계 헨켈홈케어가 동화약품에서 인수한 홈매트홈키파가 국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LG생활건강에서 살충제 부문을 인수한 호산이 토종 자본으로 분투하고 있다. ●냄새를 풍길까, 뿌릴까 한국존슨은 100% 감귤 추출 성분인 ‘리모닌’을 함유한 ‘에프킬라 내츄럴후레쉬 에어로졸’을 내놓았다. 또 아기가 있는 집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저자극 무향에 살충력이 강한 ‘에프킬라 무향’을 선보였다.‘에프킬라 킨에스’는 파리와 모기에 대해 강력한 살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헨켈홈케어는 베르가못, 스피아민트, 시더우드 등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넣은 ‘홈키파 내츄럴 허브 에어졸’을 선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움이나 얼룩이 묻어나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호산의 ‘모그졸 에어졸 프리미엄 500’은 허브 계열의 천연 시트로넬라 에센스 오일을 함유했다. 모기 기피효과와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아로마 성분도 들어 있다. 리퀴드의 경우 한국존슨은 역시 1병으로 40일에서 70일의 효과가 있는 소나무향의 ‘에프킬라 내츄럴후레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호산은 ‘모그졸 리퀴드 리플 와이드 70일’로 맞서고 있다. 넓은 방이나 거실에 적합한 제품으로 효과가 70일간 지속된다. ●전통의 코일형이냐 매트냐 모기와 날벌레, 충류를 퇴치하는 가장 대표적인 모기향 제품은 코일형이다. 한국존슨은 라벤더향이 나는 ‘에프킬라 모기향 라벤다’를 내놓았다. 살충은 물론 기분까지 산뜻하게 한다. 헨켈홈케어는 말라카이트그린 대신 녹색을 내는 성분인 메틸린 블루를 사용한 ‘홈키파 모기향’을 내놓았다. 호산은 향긋한 재스민향을 첨가한 ‘모그졸 쟈스민 모기향’과 무향료·무색소의 천연모기향 ‘모그졸 모기향 천연’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트의 경우 한국존슨의 ‘에프킬라 뉴츄럴후레쉬’는 소나무 향을 풍긴다. 헨켈홈케어가 내놓은 ‘홈매트 내츄럴허브’는 훈증기 발열판 위에 보호대를 설치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호산은 오렌지 오일이 들어 있어 상쾌한 느낌이 나는 ‘모그졸 매트’를 출시했다. ●초음파로 잡을까, 전기 충격으로 퇴치할까 신화테크는 반경 1.5m 이내에 모기 접근을 차단하는 ‘초음파 모기퇴치기’를 내놓았다. 회사측은 1000시간 지속을 장담했다. 넷타운깨비짱은 전기 충격으로 모기와 파리 등 벌레를 박멸하는 ‘전기파리채를, 대원은 자외선 빛으로 벌레를 유인해 감전사시키는 ‘감전식 모기 파리 박멸기’를, 한내음은 손목이나 발목에 차고 4∼5시간만에 한번씩 문질러 모기를 쫓는 ‘휴대형 모기퇴치 밴드’를 시판하고 있다.SK텔레콤은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발생해 모기를 쫓아버리는 ‘모기퇴치 서비스’도 하고 있다. ●몸에 바르는 로션… 야외에서도 걱정없어요 한국존슨은 유칼리나무 성분으로 만든 로션 형태의 ‘오프!내츄럴후레쉬’를 내놓았다. 끈적임이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이다. 호산은 건전지를 사용하는 매트 형태의 ‘모그졸 포터블 90일’을 출시했으며 헨켈홈케어의 몸에 뿌리는 제품인 ‘마이키파’는 4시간 동안 몸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생각나눔] 강동구 하루살이떼 극성 해충? 익충?

    [생각나눔] 강동구 하루살이떼 극성 해충? 익충?

    “새끼손가락만한 벌레를 매일 밟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환경보호란 말이 생각나나.”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사는 정모(29)씨는 요즘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씨는 지하철 5호선 암사역 네거리에서 5년째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6월이면 인근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날아온 수십만마리의 동양하루살이 떼가 상가를 새까맣게 뒤덮어 매출이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불로 태워 보고 살충제나 물을 뿌려 보기도 했지만 워낙 수가 많아 효과를 못봤다. 요즘은 몇시간 동안 불을 끄고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 정씨는 “벌레 떼로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구청에서는 환경 문제를 들먹이며 그저 참으라고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밤에 창문 못열어… 살기 싫은 동네” 강동구 암사동과 천호동 일대에 동양하루살이 떼가 창궐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구청에 벌레 떼를 ‘소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구청은 “하루살이 떼의 등장은 인근 생태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강동구청 홈페이지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조모씨는 지난달 23일 민원상담 게시판에 “구민들이 여러차례 살충 대책을 요구하는데도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벌레 떼가 걸을 때마다 온몸에 부딪혀 온다. 원인해결 및 살충에 신경을 써주셔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현모씨도 지난달 31일 “저녁만 되면 벌레 떼들이 유리창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창문도 못 연다. 정말 살기싫은 동네”라고 썼다. 구청에는 5월에만 벌레 떼 관련 민원이 30건 가량 접수됐다. 지난해 10여건의 세 배다. ●4년전부터 등장… 피해지역 소독만 이 일대에 하루살이 떼가 등장한 건 4년 전.2002년 12월30일 한강변 10만 2497㎡ 일대가 암사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갈대와 물억새, 수양버들 군락지가 형성됐고 이곳이 하루살이들의 서식지가 됐다. 구청과 한강시민공원사업소측은 하루살이가 수질 2급수 이상에서만 사는 ‘국가장기생태모니터링 대상 수질환경지표종’으로 익충(益蟲)인데다 전염병을 옮길 염려도 없어 서식지 살충작업은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서식지가 아니라 상가 등 피해지역에 대한 소독만 몇차례 했을 뿐이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녹지과 관계자는 “한강 상류에다 대량의 약품을 뿌릴 수도 없는 데다 한강변에 서치라이트를 설치해 벌레를 모이게 하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불편하겠지만 벌레 떼가 많은 날에는 불밝기를 줄이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美·日선 하루살이 환영 축제 열어” 구청측은 구민들의 민원과는 반대로 ‘동양하루살이의 등장은 한강 수질이 깨끗해졌다는 증거’라는 내용의 홍보자료 1만 6000장을 곧 배포할 예정이다. 강동구청 지역보건과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에선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면 주민들이 환영하는 축제를 열 만큼 좋아한다. 우리도 지난해까진 당황했지만 올해에는 주민들에게 두려워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홍보 자료와 현수막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살이떼와 하루하루 전쟁을 치러야 하는 주민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새영화] 8일 개봉 ‘환생’

    [새영화] 8일 개봉 ‘환생’

    엉금엉금 힘들게 우물 밖으로 기어나오는 것도 모자라 기어코 TV화면 밖으로까지 꾸역꾸역 머리를 디밀던 하얀 소복의 긴머리 귀신.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숱하게 패러디됐던 일본 공포영화 ‘링’의 한 장면이다. 8일 개봉하는 영화 ‘환생’은 일본 공포영화하면 딱 떠오르는 ‘링’의 장점을 고스란히 빨아들인 작품이다. 급작스럽고 충격적인 사건, 난자당한 살점, 철철 흘러넘치는 피 대신 ‘느릿느릿함’을 택했다. 마치 관객들에게 “이건 바로 지금 여기서 네가 겪고 있는 일이야.”라고 속삭이듯. 마치 관객 심장에 칼을 던지기보다 관객 피부 위에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한마리를 조용히 올려두듯.‘환생’ 역시 이 악취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더구나 ‘환생’의 감독은 ‘주온’으로 친숙해진 시미즈 다카시다. ‘환생’은 여기에다 하나를 더 얹었다. 누가 누구인지를 헷갈리도록 만들어 둔 것. 제목(원제는 ‘윤회’)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의 뼈대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원혼들이 되살아났다는데 있다. 그런데 11명이 죽었는데,12명이 되살아난다. 포인트는, 누가 누구로 되살아났으며 도대체 ‘+1명’은 또 누구인가에 있다. 여기에다 등장인물들이 촬영하는 영화 제목이 ‘기억’이라는 점도 곱씹어볼 만하다. 간사한 게 사람이라고, 기억이라는게 얼마나 자기 편한 쪽으로 왜곡되는가.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는 게 사람일지 모른다. ‘초짜’배우 스기우라(유카)는 영화 ‘기억’의 오디션에 참가한다.‘기억’은 1970년에 있었던 충격적 살인사건을 다루는 영화. 사후세계 연구를 위해 친자식들은 물론, 호텔직원들 등 11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며 그 광경을 촬영한 오무라 교수 사건이다. 그다지 경험이 없는 배우임에도 스기우라는 묘하게도 이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마쓰무라(시나 깃페이) 감독의 지휘 아래 당시 사건 현장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 기괴한 사건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15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2) 평등에 관한 명상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2) 평등에 관한 명상

    평등도 자유(21회 글)처럼 근대사상의 핵심 주제다. 무엇보다 먼저 평등의 요구는 불평등한 현실이 참을 수 없기에 일어난 것이다. 불평등한 현실은 사회의 생존경쟁이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같다. 그것은 사회생활이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고 어떤 사람들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들을 갖고 출발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신분계급에 의한 불평등, 학벌에 의한 불평등, 종족에 의한 불평등, 성별에 의한 불평등, 직업에 의한 불평등 등이다. 이런 불평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다 쉽게 알 수 있다. 근대적인 평등의 요구는 저런 중세적 불평등을 부정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불평등 부정의 사상은 인간사회에서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비정신의 반영이겠다. 어떤 이들은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불의에 대하여 분노한 사회정의의 요구로 읽기도 한다. 나는 불평등 부정의 정신이 정의의 요구보다 오히려 자비의 정신에 더 가깝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불의에 대한 분노의 정신으로서의 정의감은 어딘지 화가 나 있어서 정의란 이름으로 나온 불의에 대한 증오가 새로운 불평등을 복수심에서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평등 부정의 정신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자들이 받는 마음의 고통을 풀어주는 자비의 정신으로 여긴다. 이 불평등이 왜 사회적으로 생겼을까?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불평등의 억울함을 당할 필요가 없었다고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혔다. 루소는 자연상태와 사회상태를 대칭적으로 읽으면서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선량했으나, 사회상태에서 인간이 타락하기 시작했다고 여겼다. 말하자면 ‘생각하는 인간은 타락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루소 철학의 출발점이다. 생각하는 인간은 지능을 가진 동물이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으로 단순 생존을 추구해 나갔는데, 인간의 지능이 동물적 본능의 역할을 대행함으로써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의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학적 지능의 사회상태로 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악은 이 사회상태에서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악은 사회상태를 가져온 지능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능이 인간 사이에 우열을 낳게 하고, 이익을 더 많이 낳는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사유 재산을 더 많이 확보하면서 불평등한 지배체제를 굳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의하여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도처에 지능의 차이로 인간이 스스로 족쇄에 갇혀 사는 불평등과 부자유의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루소의 이런 철학은 20세기 프랑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에 영향을 미쳤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연상태에서의 상호교환의 거래였던 토테미즘이 타 집단에 대한 자기집단의 지능 우위가 입증되면서 토테미즘이 순식간 카스트제도로 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루소가 말한 감각적 본능과 자연적 균형으로 살 수 있었던 인간의 자연상태나,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토테미즘적 완전교환의 상태는 다 유가적 요순 사회와 유사하고, 또 마르크스가 본 원시공산사회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저런 원시공동체는 인간에게 사회적 지능이 등장한 이래로 상실된 낙원과 같다. 낙원의 상실은 사회적 지능의 등장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이다. 구약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금단의 열매도 지능이 인간에게 생겨서 낙원을 잃게 된 인간의 현실을 알려주는 탁월한 신화로 보아야겠다. 지능은 문명의 편리함을 상징하는 경제기술을 발명했으나, 지배종속의 차별을 낳았고, 의기양양한 승자와 앙앙불락한 패자의 사이에 헤겔과 마르크스가 본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했다. 루소와 마르크스 같은 근대 철학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지능으로 낙원을 상실한 인간의 사회생활이 어떻게 하면 자연상태의 원시적 순수성으로 재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사회주의의 실습을 통해 공산주의 부활을 꿈꾼 마르크스의 온갖 헛수고를 여기서 다루지 않더라도, 루소의 저서인 ‘사회계약론’도 저런 의도와 같은 맥락에 속한다. 그의 정치사상은 사회생활에서도 자연상태의 부활이 가능한 길을 터놓기 위한 도덕적 정치의 이념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루소와 마르크스가 생각한 이상적 도덕성의 요구가 실질적으로 선의 도덕성만 구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예견하지 못한 불선(不善)의 짙은 어둠을 동반하게 되었다. 현대생활은 그 어둠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사회의 이상은 본의 아니게 이기주의의 보호막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생겼고, 평등사회의 이상은 불평등의 억울함을 씻어주기보다 오히려 대등적 평등주의의 가치관을 정당화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대등적 평등주의 가치관은 소유론적 평등주의의 가치관과 같다고 하겠다. 가브리엘 마르셀이 그의 저서 ‘인간적인 것을 거역하는 인간들’에서 잘 지적했듯이, 대등적 평등주의의 가치관에는 ‘나는 너와 같다.’는 의식이 강렬하게 깃들어 있다.‘너는 나의 형제다.’라는 형제애를 나타내는 말과 달리 ‘나는 너와 같다.’라는 대등의식은 소유적 불평등에 참을 수 없는 질투와 시샘을 느끼는 심리를 진하게 풍긴다. 대등적 평등주의는 불평등을 부정하는 자비정신과는 다르다. 대등적 평등주의는 강한 자아의 아상(我相)과 아만(我慢)으로 으쓱대고 싶은 자아의 심리와 자기보다 능력이 나은 타자에 대한 증오와 질투의 심리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런 사회는 오직 소유의 다과만을 비교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자연적 평등의 관계로 복원시키고자 한 루소의 정치사상은 오히려 근대사회에서 소유적 대등주의로 미끄러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불평등을 부정하고자 하는 루소의 정신은 오히려 사회 전체를 대등심리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등주의가 오히려 사회전체에 원한(怨恨)의 심리를 더 자극하게 되리라는 것을 기원전 동양의 순자(荀子)는 미리 통찰하고 있었다. 순자는 사회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전쟁방지와 경제복지생활과 다소 사치스러운 문화생활의 향유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낳기 위하여 사회기능을 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념을 순자는 유가의 경전인 ‘서경(書經)’에서 빌렸다. 그 말이 ‘유제비제’(維齊非齊·큰 평등은 동등하지 않게 함)다. 그는 사회가 소유론적 욕망의 대등한 요구로 나아가면 그만큼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가 대두하리라 믿고, 사회를 차이의 예법으로 구분할 것을 주장했다. 이 순자의 사상은 맹자의 공상적 덕치주의와 달리 대단히 유효하고 실질적인 데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앞에서 거론한 불평등을 부정하는 정신과 잘 맞지 않는 점도 생길 수 있다. 즉 ‘유제비제’가 대등주의의 혼란을 막을 수 있으나, 불평등의 억울함을 씻어주는 데 매우 인색할 수 있다. 순자가 말한 차이의 제도화가 자칫 차별의 불평등을 촉진시킬 수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의 길은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이으면서 대등적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고, 또 차별적 불평등으로 고착되지 않는 제3의 길을 찾는 데 있다. 루소가 의도하지 않았던 대등적 평등주의나 순자의 ‘유제비제’의 이념이 다 겨냥하고 있는 것은 소유론적 평등관이나 소유론적 차등관이다. 대등한 물질적 소유의 주장이든, 대등한 소유가 오히려 사회질서를 붕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든, 좌우간에 저 두 주장은 다 소유론적 사상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이 소유론적 평등을 주장하면 그것이 필연적으로 대등론으로 미끄러지고, 인간이 소유론적 차등을 주장하면 그것이 계급적 차별론으로 흘러들어가기 십상이다. 우리의 주장은 평등론이 결코 소유론적으로 정착되어서는 안 되고, 존재론적으로 이해되고 생활화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평등론은 첫째로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고, 둘째로 루소가 생각한 것처럼 인간의 사회상태를 자연상태로 복원시키려는 원력을 함의하고 있어야 한다. 불평등 부정의 정신은 대등한 평등주의의 이념과 다르다. 불평등 부정의 정신은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자비의 정신이지, 결코 대등한 소유의식의 당돌한 요구가 아니다. 존재론적 평등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자연의 만물이 지니는 존재양식인 ‘상관적 차이’(pertinent difference)로서 바라보는 사고방식에서 가능하다. 상관적 차이는 자연의 만물이 서로 다르기에 상관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말한다. 자연의 만물은 자기동일성을 지닌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아래서 자기 존재를 발생시키는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존해서 생기는)인 존재일 뿐이다. 쉽게 말하면 새는 벌레들과의 상관적 차이에서, 벌레들은 풀들과의 상관적 차이에서 존재하는 의타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타자들이 없다면 자기의 존재도 실존하지 못한다. 이런 상관적 차이가 바로 존재론적 평등의 존재양식에 해당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독립적인 자기동일적 존재가 아니라, 서울신문에 ‘철학산책’의 연재물을 쓰는 의타기적 존재다. 서울신문이 없다면 이 글을 쓰는 나는 실존하지 않는다. 나는 서울신문을 통하여 내 생각을 발표하기에 서울신문이 고마운 존재고, 서울신문도 나의 현전으로 조금은 영향을 받았겠다. 이것이 의타기적인 존재방식이다. 기업의 자본가는 자본과 경영의 측면을 상징하고, 노동자는 기술과 노동의 측면을 대변한다. 또 우리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다. 자본가와 노동자와 소비자는 다 기업의 존재를 평등하게 유지시켜 주는 의타기적 존재양식을 띤다. 이 셋의 관계에서 일방이 없으면 타방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의타기적인 차이의 상관성이다. 대등주의나 차별주의는 다 자연의 길이 아니다. 자연의 길에 인간의 미래적 희망이 있다. 평등은 인간의 자존심 대결을 정당화시키는 대등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에 서로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는 자연적 존재방식을 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부총리-하버드생 간담회

    한부총리-하버드생 간담회

    “KT&G에 대한 칼 아이칸측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어떻게 보세요?”,“FTA 등에 따른 개방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하버드 공부벌레들의 송곳 질문에 한바탕 진땀을 흘렸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학생 40여명이 30일 정부과천청사 내 재정경제부를 방문해 한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졌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 스타일’의 경제성장 전략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미국·유럽·남미·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 출신의 학생들은 한 부총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한 학생은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장악 시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한 부총리는 “외부의 자극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기업 자체로서는 경영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부측 입장에서는 유용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개방물결로 사회 내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 부총리는 “한국은 그동안 사회복지, 의료, 연금 등 분야에 투자가 적었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의지는 이런 분야와 소외계층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표 현 교육부총리이자 전 경제부총리의 딸인 김지현씨가 학생 대표로 참석해 화제가 됐다. 김씨는 감사의 표시로 한 부총리에게 시계를 건넸다. 이에 한 부총리는 벽에 걸린 김진표 부총리의 사진을 가리키며 “김현지씨의 아버지”라고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건강 칼럼] 귓속 벌레 들어갔을땐 전등비춰 나오게해야

    [건강 칼럼] 귓속 벌레 들어갔을땐 전등비춰 나오게해야

    귀를 생각하면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 속의 문구가 생각난다.‘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 속의 구절이다. 거의 모든 동물의 귀는 모양이 비슷하다. 생김새도 소리를 모으기 좋게 깔때기 모양이다. 따라서 귀의 모양이 잘못되면 소리도 잘 듣지 못하게 된다. 귓구멍은 좁기 때문에 이물질이 잘 들어가지 못하지만 반대로 들어가면 꺼내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그마한 벌레들이 늘어나 가끔 귓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면봉이나 다른 것으로 파내지 말고 전등을 비추면 따라 나온다. 안 될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꺼내도록 한다. 귀지를 잘 파낸다고 박박 긁으면 외이도염이 잘 생기며, 심한 경우 고막에까지 염증이 번질 수 있다.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힌 경우나 콧물이 많을 때 양쪽 콧구멍을 막고 코를 세게 풀게 되면 고막을 다치거나 콧물이 내이로 들어가서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한쪽씩만 코를 풀어야 한다. 물이 들어간 경우에는 면봉을 이용해서 살짝 묻혀내듯이 닦아내는 것이 좋다. 귀에 생기는 질병 중에서 이명증과 어지러움증이 있다. 이명증은 귀에서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나는 경우다.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고 오래되면 고치기가 힘들다. 어지러움증은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 속의 평형기관이 이상을 일으켜서 생기는 것으로 치료는 잘 되나 재발도 잘 된다. 심한 어지러움증을 느끼면서 구토증이 있을 경우에는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고, 만성 중이염 환자의 경우에는 내이에 생기는 진주종이라는 종양이 생기기도 한다. 어지러움증과 한쪽 손이나 다리의 힘이 약해 지면서 발음이 어눌해지면 뇌혈관이 막힌 경우일 수 있다. 아름답고 멋진 귀고리를 착용하기 위해서 귀에 구멍을 뚫을 경우에는 꼭 철저히 소독된 기구를 사용해야 하고, 뚫은 후에도 상처부위를 잘 소독해 줘야 한다. 귓바퀴가 있는 연골은 염증이 생기면 염증이 금방 번지기 때문이다. 청력이 떨어져서 잘 못 듣게 되는 것은 만성 중이염, 노화, 뇌종양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중금속 중독 때문일 수도 있다.
  • [책꽂이]

    ●소설로 읽는 도덕경(뤄강 지음, 신상현 옮김, 열대림 펴냄) 중국 작가 임어당은 노자의 ‘도덕경’을 “동양 고전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도덕경’을 “세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동서양을 넘어 평가받는 고전인 ‘도덕경’은 5000자 남짓의 한자로 이뤄진,81장의 짧은 글이지만 주석서만 1500여권이 나와 있다. 이 책은 ‘도덕경’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노자와 타오가 우주선 허무호를 타고 겪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도덕경의 진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1만 1000원.●시네마, 슬픈 대륙을 품다(임호준 지음, 현실문화연구 펴냄) “폐가 공기를 필요로 하듯 미국 경제는 라틴아메리카의 광물을 필요로 한다.” ‘수탈된 대지:라틴아메리카 500년사’를 쓴 우루과이의 지성 E 갈레아노는 이렇게 지적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현재까지 500여년에 걸친 ‘고독의 땅’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곧 수탈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라틴아메리카 영화들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의식하고 있다는 가설도 성립된다. 이 책에선 세계영화의 전위에서 특유의 미학으로 치열하게 현실을 담아내는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한다.1만 7500원.●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김종성 지음, 동녘 펴냄) 영화를 통해 뇌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간 독특한 영화 에세이. 저자에 따르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이 5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부위인 해마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영화 ‘한니발’에는 FBI요원이 뇌의 일부를 잘라내도 고통을 못 느끼고 잘라낸 자신의 뇌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뇌에 통증섬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도 가능한 일임을 밝힌다.1만3000원.●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문학동네 펴냄)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는 지식과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쾌락을 좇으며 방황하다 결국 천상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고전.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1831년에 완성한 괴테 필생의 대작이다. 이번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적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석판화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막스 베크만의 소묘 삽화들이 곁들여졌다는 점.1만 3000원.●제로(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고현진 옮김, 미메시스 펴냄)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 암호, 방랑자들의 호보(hobo) 사인,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돌턴의 원자기호, 헤르메스 사상의 연금술 암호, 측천무후의 측천 문자,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마법 알파벳, 유럽의 하우스마크, 얼굴표정 기호 키니식스 등. 인류가 만들어 온 다양한 기호체계를 한 권에 모았다.1만 8000원.●영산강문화권(국민대학교 국사학과 지음, 역사공간 펴냄)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장성과 무등산에서 내려온 황룡강, 극락강 등과 만나고 1300여개의 지류가 합쳐지면서 큰 물결을 이룬다.350리 영산강 물줄기는 호남평야와 나주평야를 아우르며 목포로 흘러들어 간다. 영산강문화권에는 담양의 소쇄원·식영정·서하당·면앙정, 장성의 관수정, 나주의 장효정·소요정, 광주의 풍영정·동백정·환벽당·희경루 등 뛰어난 누정들이 유난히 많다. 이곳에서 문인들은 수많은 시와 글을 남겼다. 남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누정문화다.1만 7000원.
  • [명문대 교육혁명] (7)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7)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한국에서 우리 학교를 염탐하러(spying) 왔다고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쉿! 비밀 연구실이 많으니까 조심해서 보세요.”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애서니움에서 만난 아메드 즈웨일 교수가 기자에게 건넨 장난기 섞인 농담이다. 그는 1999년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다. 라틴어로 아테네 신전을 뜻하는 ‘애서니움(Athenaeum)’은 교수 식당. 중앙에는 ‘노벨(Nobel) 테이블’로 불리는 특별한 좌석이 있다. 여느 식탁과 다를 바 없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식탁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드보라 헤지스 대외협력 팀장은 “노벨 테이블의 대화만으로도 박사 수준의 논문을 써 낼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아쉽게도 학생들은 출입금지”라며 웃었다. 식사를 하던 중 기자의 인사를 받은 즈웨일 교수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요청에 유쾌하게 응했다. 그에게서 딱딱한 권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학생 대 교수 비율 3대1 ‘소수정예 고수´ 칼텍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미국 이공계 분야 노벨상의 양대 산실이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그럽스 교수까지 3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1학년생도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학문적 서열’이 아닌 과학을 매개로 한 ‘지적 교류’가 풍성한 대학이다. 포스텍(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은 “작지만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한 칼텍이 포스텍의 초기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기초과학 분야의 최강인 칼텍과 응용과학에 뛰어난 MIT의 통합 모델이 포스텍의 미래”라고 말한다. 칼텍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학생수가 적은 ‘초미니 사립대’이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은 미국 최저인 3대1이다. 대학원생을 합해도 전교생은 2000명에 불과하다. 강력한 경쟁자인 MIT의 5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대의 교수 1명당 학생수는 23명이었다. 에리카 오닐 학생·재정 부총장은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는 한마디로 칼텍을 설명한다. 칼텍은 미국 ‘연구소 대학’의 표본이다. 학생들은 연구소에 들어가 대학 과정을 이수한다. 학제, 커리큘럼부터 신입생 선발 등 학교 운영의 중심에는 ‘연구’가 있다. 미국 우주선을 개발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 생물·화학과가 있는 벡만 연구소, 공대가 입주한 무어 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소 하나 하나가 그대로 학과이다. ●철저히 연구 중심 학제 “교과서가 없다” 칼텍은 화학·화공학, 수학·물리학, 공학, 천문·지질학, 인문·사회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35개 전공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MIT가 종합대학으로 변신하는 동안 칼텍은 기초 과학과 공학을 고수하고 있다. 칼텍의 발전 전략은 ‘소수 정예주의’와 ‘가장 높게 발전한 분야를 더 높게’로 압축된다. 전 세계에서 한 해 200여명만 입학한다. 과학영재 교육기관이라는 위상에 맞게 가능성 있는 영재를 천재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이다. 설립 이후 단 한번도 교수 1명에 학생 3명이라는 비율이 깨진 적이 없다. 학제는 철저히 연구 위주로 편성된다. 처음 2년은 기초과학을 한다. 모든 입학생이 전공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양자물리학과 수학, 화학을 이수해야 한다. 그 과정이 끝나면 ‘이노베이트 클래스’ 단계로, 최종적으로 실험·연구에 참여한다. 여름방학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SURF 등 기획 프로그램이 많아 학부 1∼2학년생도 연구 참여가 가능하다.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SURF 연구비를 받고 있다. 칼텍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곽주현 화학과 교수는 “학부생부터 연구원 수준의 트레이닝을 시키는 튜터링(개인교습) 체제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쉴새 없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학교” 칼텍 강의실에는 교과서가 없다. 교수는 매 시간마다 강의 자료를 직접 준비한다. 인공망막 개발 연구를 하는 다미앵 로저스 박사는 “교과서야말로 최소 1년, 길게는 2∼3년 이상 늦은 가장 뒤처진 텍스트”라고 말한다. 가장 최신의 학문과 새로운 발견 등을 담기 위해서라도 교과서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재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대해 4년 내내 수천t의 철근에 눌려 사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1학년의 10%는 학문적인 이유로 2학년 진학을 포기할 정도이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학생도 많다. 생명공학과 박준석(21·2학년)씨는 “파워포인트와 프레젠테이션을 사용하는 발표 과제, 퀴즈, 시험만으로도 일주일이 벅차다.”면서 “연구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자 쉴새 없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학교”라고 말한다. 교수 영입은 2무(無)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교수 선발에 있어서는 예산과 시간의 제한을 전혀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닐 부총장은 “2∼3년이 걸려도 반드시 원하는 교수를 모셔온다.”고 말한다. 칼텍은 1920년대부터 화학 분야의 아서 노이스, 물리학의 로버트 밀리칸, 항공공학의 테오도르 폰 카르만 등 세계적인 학자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방문 교수로 재직했다. sunstory@seoul.co.kr ‘악동’ 과학 영재들의 유쾌한 에피소드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칼텍 천재들은 악동? 1987년 5월4일 할리우드 탄생 100주년 기념일.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로스앤젤레스의 상징으로 리(Lee) 마운트 정상 부근에 서 있는 거대한 ‘할리우드(HOLLYWOOD) 표지판’이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할리우드라는 영어 철자는 사라지고 칼텍(CALTECH· 철자를 새긴 표지판으로 바뀌었다. 칼텍 학생들이 과학자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계획한 행동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장난은 전 세계에 큰 화제를 뿌렸다. 지난달에는 칼텍의 영원한 ‘맞수’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학생들이 화제를 모았다.MIT 학생들이 칼텍의 명물인 1.7t의 ‘플레밍 대포’를 4828㎞나 떨어진 미 대륙 반대편의 MIT 캠퍼스로 옮겨놓는 장난을 친 것이다.MIT 학생들의 통쾌한 복수였다. 지난해 칼텍 학생들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다.MIT 대학본부에 새겨진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교명을 ‘또 하나의 공대’(That other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철자로 바꾼 것이다. 칼텍 구내상점에서도 두 대학의 기싸움을 엿볼 수 있다. 셔츠 앞면에 ‘MIT’라고 쓰여진 특별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셔츠는 일종의 ‘트릭’이다. 셔츠 뒷면에는 ‘아무나 칼텍에 입학할 수는 없기 때문에’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MIT의 자존심을 긁기에 충분한 말이다. 칼텍은 ‘서부의 MIT’,MIT는 ‘동부의 칼텍’으로도 불리는 등 두 대학은 미국 과학 기술계의 라이벌이다. 칼텍 악동의 대표적인 전통 행사는 ‘디치 데이(ditch day)’. 매년 4학년생이 기획하는 이 행사는 ‘등교하지 않는 날’이다. 학교측에 사전예고 없이 결정한다. 디치 데이에 멋모르고 등교한 배신자는 장난기 어린 응징을 당한다. 교내 캠퍼스 나무에 묶이거나 물벼락을 맞는다. 교수들도 즐거운 날이다. 나무 위에 쫓겨 올라가거나 묶인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행운을 비네.’(Good luck)라는 인사를 건네며 낄낄거린다.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칼텍의 ‘공부벌레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유일한 날이다. sunstory@seoul.co.kr ■ “과학에 열정있다면 아낌없이 지원”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돈이 없어 입학을 주저하는 학생이라면 우리가 학비를 지원합니다. 단 평생 과학자로 살고 싶은 학생을 원합니다.” 에리카 오닐 학생·재정 부총장은 “과학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춘 학생이면 경제적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칼텍 등록금은 2만 7000달러(약 2700만원). 기숙사 비용 등 생활비를 합하면 1년에 4만달러가 필요하다. 국적에 상관없이 외국 학생들은 경제적 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칼텍은 학생들의 재정 지원을 위해 14억달러(약 1조 4000억원)의 ‘기부금 캠페인’까지 벌일 정도이다. 칼텍 총장은 현재 공석이다.1997년 제7대 수장에 오른 데이비드 볼티모어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사임했다.1975년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인 그는 “연구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총장에서 물러났다. 칼텍 입학의 핵심 요소는 수학·과학 성적이다. 대학수능시험(SAT) 수학과 과학 커트라인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780점(만점 800점)이다. 고교 때의 개별적인 연구·실험활동과 수학·과학의 학습 능력이 심도있게 반영된다. 오닐 부총장은 특히 창의력과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 그녀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분야의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칼텍의 신입생 선발은 독특하다. 전권을 쥔 기관은 38명의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입학위원회’이다. 총장은 입학 사정에 참여할 수 없다. 교수(16명)와 직원뿐 아니라 학생(16명)도 참여한다. 매년 전 세계 3000여명의 입학 지원서는 이들에 의해 평가된다. 오닐 부총장은 늘어나는 아시아 학생(현재 31%)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은 잘본다.”면서 “그러나 연구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입학을 원한다면 다양한 연구 활동 경험을 쌓으라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sunstory@seoul.co.kr ■ 박사과정 한국유학생 4명 만나보니 |패서디나(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동환특파원|과학자로서 평생 연구에 전념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하는 칼텍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과학 한국’을 이끌 주인공들이다. 칼텍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들은 칼텍이야말로 ‘미국 과학기술 교육의 특성과 경쟁력이 집약된 대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칼텍을 선택한 이유는. -(박종원)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만큼 물리에 강한 대학을 선택했다. 칼텍은 물리학 분야에서 ‘끈 이론’을 정립한 존 슈워츠 교수가 연구하던 곳이다. -(김종민)경제적 지원이 폭넓다는 점과 칼텍이 한국의 포스텍과 비슷하다는 친근함이 작용했다. 처음 3년은 학과에서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금은 지도 교수가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손수진)학부는 MIT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칼텍은 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칼텍의 실험실을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다. ▶칼텍 학제와 연구의 장점은. -(서진유)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첫 1년이 가장 힘들었다. 수업 부담이 크다. 칼텍에서는 통상 첫 해만 잘 넘기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1년이 지나 등록을 연장하자 교학과에서 “생존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김)자연과학 분야는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된다. 학교가 작고 연구소 체제로 운영돼 다른 전공 분야와의 통합 연구가 쉽다. 생물공학 분야도 다른 대학의 의대와 연계돼 있다. -(손)MIT가 평균 수준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칼텍은 톱 클래스 위주로 교과 과정을 구성한다.1주일에 50시간씩 공부하거나 100시간씩 연구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박)정말 ‘능력 위주’이다. 학부·대학원을 가르는 코스 제한이 전혀 없다. 학부생도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학제간 장벽이 없어 학과도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이 칼텍에 입학하는가. -(손)종합대학인 MIT에서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지만 칼텍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외골수(one-typed)가 주류이다. -(박)칼텍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 학부 때 연구에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거나 수상 경력이 있다면 대학원 입학이 가능하다.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서)소수 정예의 분위기에 맞게 교수와 학생간의 학문적 상호작용이 깊고 넓다. 지도 교수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박)현 지도 교수의 제자가 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칼텍은 지도 교수가 먼저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그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만 제자로 받아준다. 박사 과정 2년차였는데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sunstory@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한국 최초 우주인 사업’은 2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오는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한국인 1명이 최초로 우주실험을 하는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세계 35번째로 우주공간에 우주인을 진출시키게 된 것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 곤충들에게 있어 탄생의 계절인 봄. 농가에선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하는 등 농사 짓는 이들의 손길이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다. 바쁜 농번기의 일손을 덜어주는 벌레들을 만나본다. 천적 해충 방제로 쓰이는 익충들이 농업기술센터에서 길러져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대리였던 남자는 회장 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장인이 된 회장은 남자를 기획이사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그후 남자는 기획이사로서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가정불화로 인해 아내와는 이혼한다. 이혼 후 장인이 남자를 대리로 강등시키려고 하자 남자는 직급을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데….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은민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던 은주와 영민을 위해 조촐한 성당 결혼식을 준비하고, 생각도 못했던 은주와 영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태경은 은민의 생각이 대견스럽기만 하고, 함께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한다. 한편 프러포즈를 받지 못한 태희는 기훈에게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어보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시5분) 뮤지컬 스타, 주원성 전수경 부부. 뮤지컬무대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러브스토리와 이들 부부의 못 말리는 뮤지컬 사랑이 공개된다. 결혼 9년 만에 얻은 보물 쌍둥이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 그리고 유쾌한 가족 이야기까지, 뮤지컬계 소문난 잉꼬부부 주원성 전수경씨를 만나본다.   ●객석과 공간(KBS1 밤 1시) ‘2006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를 통해 가는 봄의 정취를 느껴 보자.‘동서양의 만남’을 주제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연주자들이 만나 음악적인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8개의 메인 공연,5회의 특별 공연을 통해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 [통계로 본 서울] (27) 야생동식물

    ‘오색딱따구리, 도롱뇽, 황복, 뒹경모치, 강주걱양태’ 콘크리트로 뒤덮여 흙조차 밟아 보기 힘든 서울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최근들어 청계천 복원 등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개체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동·식물들은 산업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거나 생존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뒹경모치등 상당수 생소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과 남산, 청계천, 청계산, 북한산 등 서울의 산과 강에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멸종위기에 처해 서울시로부터 보호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동·식물은 모두 35종이다. 어린시절 흔히 봐왔던 동·식물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것들이다. 포유류는 노루, 오소리, 고슴도치, 족제비 등 4종, 조류는 오색딱따구리, 흰눈썹황금새, 물총새, 제비, 꾀꼬리, 박새 등 6종, 양서·파충류는 두꺼비, 도롱뇽,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줄장지뱀, 실뱀 등 6종, 어류는 황복, 뒹경모치, 꺽정이, 강주걱양태 등 4종이다. 곤충류는 넓적사슴벌레, 애호랑나비, 말총벌, 왕잠자리, 풀무치, 노란허리잠자리, 땅강아지, 강하루살이 등 8종, 식물류는 서울오갈피, 삼지구엽초, 끈끈이 주걱, 복주머니난, 산개나리, 금마타리, 관중 등 7종이다. 이 가운데 뒹경모치는 잉어과에 속하는 토종민물고기로 몸길이는 7∼9㎝이며, 강주걱양태는 농어목 돛양태과 민물고기로 몸길이 7㎝ 정도다. 서울오갈피는 두릎나무과 낙엽 관목이며, 금마타리는 산지 바위틈에 자라는 손바닥 모양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강 밤섬 등에서 볼 수 있어 야생 동·식물들은 녹지대인 한강 밤섬과 강동구 둔촌동, 송파구 방이동, 탄천, 은평구 진관내동,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 고덕수변 생태공원, 청계산 원터골, 헌인릉 등 서울시에서 지정한 9개 ‘생태·경관 보존지역’을 비롯해 도심 외곽의 월드컵 공원, 우면산, 북한산, 중랑천 등지에서 주로 관찰된다. 식물류의 경우 삼지구엽초는 청계산 원터골 계곡과 북한산 삼화사 등지에서, 끈끈이 주걱은 관악산 장군봉, 수락산 물개바위 등지에서, 금마타리는 북한산 동부 깔딱고개 등지에서 각각 서식한다. 어류는 한강 밤섬과 가래여울, 잠실 수중보 위쪽, 조정경기장 주변 모래톱, 난지도와 행주대교 주변 등에서 서식하는데 황복은 바다에서 올라와 4∼6월 잠실 수중보 아래에서 산란을 한다. 도롱뇽과 개구리는 우면산 입구 저습지 등에 많으며, 조류는 탄천 2교∼대곡교 사이 자연형 하천을 주로 찾는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사람 서울시는 서식지 보호 및 생육환경 개선, 관리종 복원 및 증식, 생태계 위해 외래 동·식물 퇴치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시는 상당수의 동·식물들이 등산객과 낚시꾼 등 사람의 손에 의해 다치거나 훼손되는 만큼 보호지역내 출입을 금지하고, 야생 동·식물 보호에 대한 홍보활동도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생태계를 위협하는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퇴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온도따라 색이 변하는 종이

    [신나는 과학이야기] 온도따라 색이 변하는 종이

    요즘 들어 한 낮에 초여름의 기온이 되면서 찬 음료의 수요가 늘고 있다. 화려한 색상의 음료는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 잡는다. 일본에서는 음료를 구입해 다 마실 때까지 온도 변화에 따라 용기 표면의 디자인이 변하는 제품이 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정 온도가 되면 없던 그림이 나타나는 일명 ‘온도계 달린’ 맥주와 소주, 실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모빌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이 색을 나타내는 원리를 영수증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받는 영수증을 준비한다. 공과금 납부기나 팩시밀리 용지 또는 은행이나 병원의 번호 대기표 등도 좋다. 영수증의 표면을 드라이어나 다리미 또는 라이터로 가열해 보자. 열을 받은 부분이 타는 것이 아니라 검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변한 영수증에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일명 파스)으로 그림을 그려 보자. 이번에는 파스가 닿은 부분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림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종이와는 달리 영수증이나 팩시밀리 용지는 온도를 감지하는 ‘감열지(感熱紙)’다. 기기 내부에 ‘서멀헤드(thermal Head)’라 불리는 가열부분이 100∼120℃ 정도로 열을 내면 검게 변해 문자나 그림이 인쇄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감열지 표면에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염료가 발라져 있는데 이를 시온(示溫)염료 또는 서모컬러(thermocolor)라고 한다.2차 대전 직후 독일의 바스프(Basf)사가 최초로 개발해 지금까지 약 2000가지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유기화합물을 이용하는데 성분의 내용이나 결합 방식에 변화를 주면 온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경우, 없던 색깔이 나타나거나 반대로 있던 색깔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처럼 색상변화까지 가능하다. 이 실험에서는 감열지의 시온염료와 산성 물질이 녹아 섞이게 돼 검게 발색하고 약알칼리성의 파스로 중화되면서 색이 지워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영수증을 이용한 다른 실험을 하나 더 해보자. 감열지 영수증 속의 시온염료는 소독용 알코올로 녹여 낼 수 있다. 약국에서 시판되는 소독용 알코올에 영수증을 1∼2분 정도 담갔다가 꺼낸 뒤 다시 드라이어로 가열해 보면 시온 염료가 빠져나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영수증을 담가뒀던 알코올 용액에 식초와 수돗물, 식소다를 녹인 물 또는 비눗물을 각각 넣어보자. 거무스름한 녹색, 옅은 분홍색, 검은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영수증이 지시약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시온염료는 물질의 분자구조와 분자 내 전자의 밀도의 변화를 통해 흡수 또는 반사하는 빛의 차이가 생기고 이것이 색상 변화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온염료를 이용해 변색의 즐거움이 가미된 상품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남녀가 양끝에서 마주 잡으면 열이 전달돼 가운데 부분에 그려진 하트 모양이 붉게 변하는 손수건이나, 실내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벽지와 완구도 있다. 삶는 기능이나 건조기능을 하는 세탁기의 투시창에 시온염료로 코팅해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표시등 같이 편리한 기능도 개발됐다. 김연숙 부평고등학교 교사
  • 9천만년전 딱정벌레

    ‘나비의 고장’인 전남 함평군에서 9000만년전 공룡시대 곤충화석이 대거 발굴돼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전남대 공룡연구센터에 따르면 함평군 학교면과 엄다면 일대에서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곤충과 연체동물, 식물 등 화석 100여점이 발굴됐다. 곤충화석으로는 딱정벌레류, 노린재류, 바퀴벌레류로 길이 3.8∼5.0㎜이다. 식물화석으로는 소철류와 양치류 등 줄기화석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공룡시대 곤충화석은 한반도 동남부(진주시)에서만 발견됐으나 이번에 서남부에서도 발견돼 공룡시대의 생태환경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더구나 함평의 곤충화석은 보존상태가 좋아 자연생태학습장 등으로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함평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경북 감나무 ‘시들시들’ 외래해충 급속 확산 비상

    경북의 감 주산지에 외래해충인 ‘감관총채벌레’가 급속히 확산돼 재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8일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들어 청도지역에서 첫 발생한 ‘감관총채벌레’가 고온현상으로 상주, 문경, 안동 등 도내 감 주산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초기 발생일이 앞당겨진데다 밀도(잎당 1∼5마리)가 높아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 벌레는 5∼7월쯤 발생, 감나무의 새순과 어린 감의 즙액을 마구 빨아 먹어 생육과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피해를 입은 감잎은 황록색을 띠다 검게 변하거나 낙엽이 되며, 감 열매는 황갈색 반점을 형성한다.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 조두현(48)박사는 “천적이 거의 없는 이 벌레는 초기 방제에 실패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잎말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치아메톡삼입상수화제’ 등의 약제를 살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의 ‘무용퀸’ 등극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의 ‘무용퀸’ 등극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

    청순가련이다. 요염하고 야심만만하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다.‘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 구름없는 나라, 별 많은 밤과도 같아라!’. 누구를 얘기하는 것일까. 혹시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는 아닐까. 가늘고 긴 목덜미에서 넓은 어깨를 지나 팔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감성표현미가 일품이다. 이른바 ‘지젤 라인’이다.166cm의 키에 몸무게 45kg. 작은 체구지만 구름 위를 걷는 모습이 황홀지경이다. 세상의 온갖 꽃들을 아름답게 피어나게 해 넋을 놓게 한다. 어디 그뿐이랴. 잠시 등을 돌려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한순간 슬픔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타고난 천상의 춤으로 서른도 안된 나이에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발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당찬 여인이다. 다들 부러워하는 본 고장에서 일궈낸 값진 것이기에 한국 발레의 보물로 여겨진다.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28·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최근 세계무대에서 보란 듯이 ‘무용퀸’으로 등극했다. 지난달 말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제14회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춤의 영예)’에서 당당히 최고의 무용수상을 차지한 것. 이 상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발레리나 최고의 영예를 상징한다. 수상 직후 귀국한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지방으로 후다닥 내려가 곧바로 다음 연습에 들어가는 열정을 과시했다. 지난 주말 경북 구미에서 서울행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깐 짬을 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초등 5학년때 입문… 고2때 러 볼쇼이로 6년 유학길 간편한 치마차림에 앳된 소녀처럼 보였다. 문득 가냘픈 체구로 어떻게 세계 무대를 평정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피곤했을 법도 한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닭가슴살과 초콜릿, 케이크 등이라며 웃는다. 수상 소감에 대해 “최종 후보(5명)에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인데 수상까지 했으니 무척 기뻐요.”라고 피력한다. 그러면서 사실 이번 무대에 오를 때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작년 10월부터 5∼6개월 동안 부상 상태에서 연습을 하느라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발가락을 살짝 보여준다. 스물여덟 처녀의 발가락치고는 못생기게 휘어졌지만 험난한 길을 걸어왔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1년 내내 붕대를 감는다고 했다. 하기야 지금까지 3000켤레가 넘는 토슈즈를 사용할 정도로 ‘지독한 발레리나’로 알려져 있으니…. 또 공연만 하더라도 1년에 100회가 넘는다고 하니 발가락이 성할 리가 만무했다. 김씨는 연습 때는 고통을 느끼지만 무대에 서면 워낙 몰입을 잘해 고통을 잊는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재활치료를 받아가며 다음을 대비한다. 이번 러시아 무대에서도 마찬가지. 몰입의 과정을 끝내고 나서 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는데 박수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에 누구한테 “너무 아름다워 박수를 잊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리셉션에서 평소 존경하는 발레계 톱스타 도미니크 칼리프를 만났는데 그한테 “오늘만큼은 당신이 나의 드림(dream)이다.”라는 찬사를 들어 뛸 듯이 기뻤다. “보다시피 작고 얇은 편이잖아요. 아마 그런 느낌으로 섬세한 어떤 역할을 표현하는 모습이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나봐요. 발레는 서양 춤이지만 동양인들의 표현력과 작은 신체구조에서 오는 느낌을 높이 평가한 것 같아요. 한국 발레의 장래성에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번 수상이)자신 하나만이 아닌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무용수들에게 자부심을 안겨다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그는 인터뷰 도중 “발레란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다른 예술 장르와는 달리 혼자서 할 수 없는 독특한 예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클래식 발레리나는 인생이 길지 않아 기껏해야 나이 45세까지가 한계라고 했다. 하루라도 쉬면 그만큼 짧아진다. 그래서 매일 아침 9시까지 국립발레단 사무실로 출근해 체중이 2㎏이상 빠질 정도로 연습을 반복한다. 한달 소비되는 토슈즈는 15켤레 정도(한 켤레당 10만원). 무서운 연습량으로 파트너 남자가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한달에 토슈즈 15켤레 소비하는 ‘연습벌레´ 김씨는 1남3녀 중 셋째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발레를 시작한 것은 부산 배정초등학교 5학년때. 둘째 고모의 권유로 시작했다. 발레를 배운 지 3개월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국발레협회 주최 콩쿠르에서 동상을 탔다. 천부적인 끼는 영락없는 ‘지젤소녀’였다. 이듬해에는 김지영(현재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소속)과 공동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선화예중 2학년 시절. 때마침 내한했던 러시아 안무가에게 발탁돼 러시아로 유학을 하게 된다. 망설이던 어머니가 “그래, 이왕이면 발레 본고장에 가야지.”하는 격려 섞인 허락을 해줘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러시아는 너무 춥고 외로웠다. 음식도 그랬고 언어적응도 힘들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의 기숙사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발레와 예술사, 연기론 등의 어려운 공부는 특유의 오기로 버텨냈다. 하루는 새벽에 화장실에서 기절했다. 이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또 러시아어를 잘 몰라 무조건 러시아문학 다섯 쪽을 달달 외워 선생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스스로 “발레 중독증에 걸리자.”며 다른 생각을 안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러시아에 있으면서 어디 놀러가거나 그러질 못했어요. 대부분 발레학교 주변에서 지냈지요.” 6년간의 온갖 고통을 이겨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 98년부터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게 된다. 귀국 당시 국내 대학의 유혹도 뿌리치고 18살 나이에 프로로 입단했다. 곧 ‘발레계의 서태지’라는 별명도 붙는다. 이때만 해도 한국 발레는 ‘테크닉은 좋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나타나면서 이를 불식시켰다.“팔에도 감정과 표정이 살아 있다.”는 찬사를 들었다. ●“팔에도 감정 살아있다” 찬사 한몸에 김씨 역시 “몸으로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하면 춤추기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아울러 발레는 ‘몸의 클래식’이어서 자신한테는 더욱 매력적이라며 웃는다. 화제를 바꿨다.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아니요.”라는 즉답이 돌아온다. 이어 가끔 시간 나면 영화도 보고 책을 읽는다고 했다. 자신의 작품 배역과 영화 속의 주인공을 연결해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최근에는 ‘오만과 편견’을 읽고 영화감상까지 했다. 무대 위의 자신을 연구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느 장소, 어느 상황에서든 발레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순간순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국 발레단에서 영입제의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국립발레단에서 춤추면서 꾸준히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자신을 만들어준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관객이기에 많은 보답을 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달만 해도 지난 주말 구미공연에 이어 ‘돈키호테’(예술의 전당,12∼17일), 갈라공연(17일)이 예정돼 있다.24일부터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등 순회공연이 있어 김씨의 ‘무용퀸’ 솜씨는 중국에서도 실력발휘할 예정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78년 부산 출생 ▲92년 러시아 유학 ▲97년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 졸업 ▲98년 국립발레단 입단,‘해적’으로 주역 데뷔 ▲99년 지젤, 신데렐라. 돈키호테 주역 ▲2000년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주역 ▲이외 스파르타쿠스, 백조의 호수, 고집쟁이 딸 등 수십편 주역으로 출연. ■ 상훈 한국발레협회상(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발레 콩쿠르 여자 동상(01년), 문화부장관상(02년), 한국발레협회상 프리마 발레리나상(02년), 제36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04년), 제14회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06년).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이사람] 23년째 무료급식 한길봉사회 김종은 회장

    [이사람] 23년째 무료급식 한길봉사회 김종은 회장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의 한 건물 지하 1층.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80여명의 노인들에게 환갑을 앞둔 초로의 남성이 허리굽혀 꾸벅 인사한다.“어머니, 아버지들.‘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 아시죠. 같이 불러보세요. 그래야 머리도 맑아지고 밥맛도 좋아지거든요.”구성지게 울려퍼지는 노래가락에 30평 남짓 급식소는 금세 활기로 가득찬다. ●23년째 이웃돕기…봉사계의 대부 한길봉사회 김종은(58) 회장은 23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삼시 세끼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왔다. 크지 않은 의류생산업체를 운영하면서 번 돈을 모두 노인봉사에 바쳐왔다. 무료급식 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수시로 이동목욕차량과 이동이발소를 운영한다. 집없는 노인들에겐 스스로 집을 구해 방세, 생활비, 쌀까지 갖다 준다. 지난해 한해 동안 100명이 넘는 노인에게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시켜줬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김씨는 네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남이 버린 음식을 주워다가 겨우 연명하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을 고아원에 보냈다.“굶어죽지는 말아야지.”라며 아들과의 생이별을 택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는 굶주림보다 더 끔찍한 매질에 시달렸다. 견디지 못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망나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거의 걸인 생활을 하며 먹고 자기를 석달 남짓. 딱하게 여긴 파출소 소장이 남대문 근처 한 의류공장에 자리를 알아봐 줬다. 청소걸레부터 잡았다. 더 이상의 배움은 없었다. 공중화장실 한칸을 보금자리로 삼고 하루에 20시간씩 일만 했다. 얼마후 성실성을 인정한 사장의 눈에 띄어 기술을 배웠고, 열일곱살에 꿈에 그리던 재단사가 됐다. 생이별을 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노인 무료급식을 시작한 것은 35세 때인 1983년. 처음엔 노인 6명에게 밥값을 주었지만 이를 불량배들이 빼앗아가는 것을 보고 직접 음식을 배급했다. 김씨의 봉사활동에 가장 기뻐한 것은 어머니였다.“서러움 중에 배고픈 서러움이 가장 큰 것”이라면서 아들을 격려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2002년 아흔한살로 세상을 떴다. ●“돈이 어디서 나와서?”간첩으로 오해받기도 그동안 험한 일도 많이 당했다. 지금처럼 천연동의 버젓한 건물에 무료급식소가 자리를 잡기까지 염천교 등 여러 곳을 전전했다. 지난해에는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서 무료급식을 했지만 구청에서 공원 분위기를 흐린다며 나가달라고 했다. 다행히 한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지금의 천연동 급식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도 주민들의 항의나 불량배들의 훼방을 심심찮게 받는다. 급식에는 월 4000만원 가까이가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남의 돈 받아서 대접하는 것은 심부름이지 진짜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김씨를 돕겠다며 돈봉투만 남기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김씨에게 큰 힘이 된다. 무작정 퍼주다 보니 간첩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보안사와 안기부에서 여섯번이나 찾아와 3∼4일씩 조사를 하고 갔다.“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몇년씩 무료로 급식을 하는 것이냐.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대주는 것 아니냐.”며 뒤를 캤다. 하지만 결국에는 조사하던 사람들이 다 김씨의 정성에 감복을 하고 돌아갔다.‘한길봉사회’라는 이름도 1987년 안기부 직원이 “선생님이 진짜 애국자십니다. 앞으로도 봉사 한길만 걸어주십시오.”라면서 붙여줬다. ●어버이날 생색내기 꼴보기 싫어 5월 들어 무료급식소가 다소 한산해졌다. 어버이날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행사를 한다며 노인들을 데려갔다.“어버이날만 되면 어르신들 모셔가려고 해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팔이 빠질 지경이지요. 카네이션 열송이 스무송이 달아주면 뭐합니까. 그 돈으로 차라리 밥 한끼 대접하는 게 낫죠. 따뜻한 손길 말 한마디가 제일 필요한 분들인데.” 김씨의 쓴소리는 계속된다.“구청에서 효부상을 받은 며느리도 집에선 시어머니 끼니도 안 챙겨드리고 구박한답디다. 생각 같아선 효자법을 만들어서 부모에게 불효하면 징역을 살게 했으면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노인이 되는 건데.” 회사에서 시켜서 억지로 나와 봉사하는 젊은이들은 한두번 나오다 만다.‘높은 분의 부인’이란 사람이 밤에 쌀 몇포대를 주고 가서 다음날 아침 열어보니 벌레가 득실거리는 썩은 쌀이었던 적도 있다. 그럴싸하게 서류 꾸며 정부 지원금 타 쓰는 사람들을 볼 때도 김씨는 분노한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공장일로 번 돈은 노인들을 위해 쓰고 정작 아내에게 생활비로 건네주는 건 한달에 100만원이다. 며칠 전에는 자기가 입다 해진 속옷을 아내가 입고 있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두 아들(32세,30세)도 전에는 아버지의 퍼주기식 봉사에 불만이 컸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릴 적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를 듣고선 이해하게 됐다. 지금은 매월 적게나마 아버지를 돕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다. 10년 넘게 김씨를 돕고 있는 한길봉사회 김금태(44)과장은 “김 회장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봉사의 도를 넘어 헌신의 경지”라고 말했다. 매일 봉사를 하면서 힘이 들어도 그의 별명처럼 늘 ‘헬렐레’ 웃기만 하는 김씨를 보면 숙연해질 뿐이다. 어버이날을 앞둔 4일 김씨는 노래자랑대회를 마련했다. 모든 노인들에게 운동복을 선물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꼭 껴안고 쓰다듬는 그의 손길엔 한없는 사랑이 묻어난다. 그의 나눔의 끝은 어디일까.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오산 물향기 수목원 개원

    오산 물향기 수목원 개원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에 버금가는 수목원이 오산에 탄생했다. ●경기도 임업시험장내 10만평에 조성 이에 따라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남부지역 주민들이 교통이 혼잡한 서울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도 대규모 수목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는 오산시 수청동 경기도임업시험장내에 10만평(34㏊) 규모의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을 조성,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광릉수목원(30만평)의 3분의1 규모인 물향기수목원은 2000년 착공, 사업비 70억원이 투입됐으며 1601종 42만 5129그루의 자생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수생식물원등 16개 주제원 구성, 4일 개원 수목원은 수목의 특성에 따라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미로원, 토피어리원, 만경원, 중부지역자생원, 분재원, 향토예술나무원,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 호습성 식물원, 난대·양치식물원, 기능성식물원, 무궁화원, 곤충생태원 등 모두 16개 주제원으로 조성됐다. 특히 물이 많이 나오는 입지여건을 이용해 만든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은 자연습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국내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우수하게 조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향나무를 이용해 거북이 공작 공룡 크낙새 등 각종 동물 모양을 만들어 놓은 ‘토피어리원’과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원’은 어린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넓혀준다. 김소월 이육사 홍난파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과 노래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향토예술나무원’과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방개 등 곤충들의 생활모습과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곤충생태원’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자생식물 ‘보고´… 1600여종 보유 수목원이 보유한 식물은 목본 972종과 초본 629종 등 모두 1601종,42만 5129그루에 달한다. 계절별로 보면 봄에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 생강나무 등 목본과 할미꽃, 노루귀, 양지꽃, 피나물, 현호색 등 초본이 파릇파릇한 싹과 예쁜 꽃망울을 터뜨린다. 여름에는 이팝나무, 쪽동백, 조팝나무, 때죽나무 등 목본과 참나리, 매발톱, 둥굴레, 기린초, 은방울꽃 등 초본, 그리고 연. 수련, 부처꽃 등 수생식물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에는 구절초, 국화, 벌개미취, 쑥부쟁이 등이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며, 유실수원의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등의 열매는 수확의 계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수목원에는 방문객 편의를 위한 방문자센터를 비롯해 전망대, 잔디마당, 숲속쉼터, 휴게공간 등 각종 부대시설이 설치돼 있다. ●매점·식당·휴지통 없어 특히 수목원 꼭대기에 있는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 오르면 꽃향기와 물향기 그윽한 수목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수목원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산림전시관도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500평 규모로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수목원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으며 대신 도시락이나 간식을 가져오면 식사장소로 지정된 숲속의 쉼터에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휴지통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야 한다. ●6월말까지 무료 입장… 서울서 90분 거리 수목원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 가족들을 위한 나들이 장소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으며, 승용차로는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수원·화성·용인·평택 등 경기남부지역에서는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약 4.5㎞ 길이의 수목원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되나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은 물론 노인들도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4일 문을 연 수목원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1월1일∼2월28일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원한다. 입장료는 개원 기념으로 5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무료이며 7월 1일부터 성인 1000원, 청소년· 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주차료는 경차 1500원, 소·중형 3000원, 대형 5000원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책꽂이]

    ●형식의 운명, 운명의 형식(문흥술 지음, 역락 펴냄) 문학 형식과 운명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우리 문학이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한 평론집. 송경아, 구효서, 황지우 등의 작품을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소설과 해체시, 환상문학의 올바른 전망을 점검하는 한편 최인훈, 김춘수 등의 작품에서 문학의 운명이 어떤 형식으로 귀결되는지를 고찰한다.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작.1만 8000원. ●아모르 파티(송혜근 지음, 작가정신 펴냄)1990년 ‘현대소설’,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 이국적인 옷가게 ‘타멜라’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자신을 지우는 경험을 한 뒤 이혼한 남편과 불편한 감정을 정리하고, 딸에게 15년 간 숨겨온 이혼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스스로 삶을 긍정하는 과정을 그렸다.7000원. ●센티멘털(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일식’‘장송’등을 통해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의 첫 단편집. 철학적인 주제를 환상문학적인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문체로 풀어낸 ‘청수(淸水)’등 4편 수록.9500원.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김후란 지음, 답게 펴냄)‘문학의 집, 서울’이사장인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자연은 위대한 예술작품/온갖 생명/신비롭게 어울러져//사람도 짐승도 애벌레까지도/저마다의 얼굴로 제 갈길 가며/끼리끼리 모여 사는/이 놀라움.’(‘자연의 신비’중)처럼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예찬한다.8000원.
  • 부처님 오신날, 김천 청암사에서 욕심을 비우다

    부처님 오신날, 김천 청암사에서 욕심을 비우다

    비구니 도량 김천 청암사의 아침 ‘모든 것이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라’어둠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의 빛을 위해 그늘에서, 어둠에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이 있는 도량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있던 분노와 응어리가 저절로 녹아든다. 오색 연등이 파란 5월의 하늘을 수놓고 있는 이맘때 우리가 사찰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구니 도량으로 알려진 경북 청암사의 아침을 느껴본다.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초파일. 불자건 아니건 초파일에는 인근 사찰을 한번쯤은 찾아보는 게 우리의 습관일 것이다. 경북 김천은 직지사를 비롯해 청암사, 수도암, 신흥사, 봉곡사, 계림사 등 유명한 사찰들이 많은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비구니 사찰로 알려진 청암사를 찾았다. 애틋한 사연과 아름다운 절의 모습이 초파일에 들러보기에 제격이다. 또한 청암사에서 수도산(불령산) 정상을 향해 50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수도암 또한 고즈넉한 사찰이다. 경북 김천에서 단아하고 조용한 사찰을 여행을 떠나보자. 글 사진 김천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셀수 없이 많은 별들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새벽 3시. 파르라니 깎은 머리, 앳된 얼굴의 스님이 “똑똑똑∼”청아한 목탁 소리로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를 깨운다.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수 겹의 나뭇결이 아름다운 선방에 하나 둘씩 불이 밝혀진다. 청암사의 새벽은 늘 그렇듯 이렇게 시작한다. 새벽 별이 아직도 가득한 지금, 잠의 수렁에 빠져있는 속세의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의 하루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을 몰아낸다. 고요한 산사의 밤을 깨우는 종소리와 함께 단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누구인가를 찾고자 하는,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위한 염원을 담은 비구니들의 구성진 법문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계곡에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처럼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구니들이 모여 용맹정진하는 청암사를 찾았다. # 나를 찾아가는 길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 쓸쓸한 낯이 옛날 같이 늙었다. /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백석의 ‘여승’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의 경계에 우뚝 솟은 수도산(불령산·1317m) 깊은 자락에 자리잡은 청암사.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한 계곡을 승용차로 한참을 달렸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 인지 파란 이끼를 가득 머금은 바위들, 깨끗하다 못해 존재의 유무를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투명한 계곡물, 파란 하늘을 모두 가려버린 잣나무와 소나무.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지저귀는 새들과 풀벌레만이 낯선 이방인을 반기고 있었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불령동천(佛靈洞天)’이다. 깊은 계곡의 적막한 숲길을 쓸쓸하게 걸어가는 비구니의 모습에 한지에 먹물이 번져나가듯 뜻모를 애틋함이 가슴을 적신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두 볼에 흐르는 고운 선에서 느껴지는 구도자의 기품에 속인 손은 합장으로 변하고 이내 고개가 숙여진다. “스님, 청암사는 더 가야합니까.”,“어찌 깊은 산중에서 절을 찾으십니까. 마음이 있다면 바로 앞에 있을 겁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있단 말인가, 잘못 왔단 이야긴가.10여분을 더 걸으니 일주문이 저기 눈에 보인다. 맞게 오기는 온 것 같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듯한 일주문에 들어섰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며 거짓말처럼 봄햇살을 쏟아낸다. 옛 대갓집 마당처럼 정갈하게 빗질된 절 마당에서 청암사의 정갈함이 느껴진다. # 끈질기게 이어온 청암사 청암사는 신라 헌안왕 3년(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조선 인조 25년(1647년)때 큰 화재로 절이 완전히 불타버린 것을 다시 재건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30여년 뒤인 정조 6년(1782년) 다시 불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도 바로 다시 세웠다. 그 뒤 점차 쇠락해 가던 청암사가 새로워지는 것은 광무 1년(1897년). 대운(大雲)스님이 8년에 걸쳐 청암사를 모두 보수하고 극락전을 새로 지으며 청암사는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참 어이없게도 보수를 끝낸 지 6년만인 1911년 9월 다시 원인 모를 화재로 또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대운스님은 1912년 봄에 청암사를 다시 세웠다. 그때의 모습이 지금 청암사다. 조선 영조 때 대강백(불교계의 대학자이자 원로를 일컫는 말)인 회암 정혜 스님 이후 우리나라 불교의 정신적인 가르침이 가득한 도량으로 자리잡았고 근세에는 박한영 스님뿐 아니라 많은 학승들이 거쳐간 사찰이다. 한 번 화재에 거의 모든 절은 생명을 다하는데 청암사는 다섯 번이나 화마가 할퀴고 지나갔음에도 아직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 아름답고 소박한 비구니 도량 청암사는 예로부터 ‘여인’들과 인연이 꽤 많은 절이기도 하다. 숙종의 둘째 왕비인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무고로 폐서인이 되었을 때 청암사 보광전에서 기도를 드렸고 그 인연으로 왕실의 후원을 받았으며 조선 말기까지 상궁들이 내려와 신앙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또한 청암사 계곡 바위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최송설당’. 그녀 또한 청암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여인이다. 대운스님이 청암사를 두 차례에 걸쳐 보수할 때 대시주(大施主)가 바로 그녀였다. 김천 출신으로 영친왕의 보모상궁이었던 그녀는 영친왕의 생모인 엄비와 고종의 총애를 받으며 많은 재산을 얻었다. 대운스님은 그녀를 통해 많은 궁녀들의 시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짧은 기간에 큰 사찰을 두 차례나 지을 수 있었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청암사에 1987년 비구니 승가대학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비구니들의 도량이 된 것이다. 지금은 130여명의 비구니들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오직 불심을 위해 수련하는 소박하고 정갈한 사찰이다. # 자연이 곧 절이고 절이 곧 자연이라 청암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구역으로 나뉜다. 계곡 북쪽의 낮은 곳에 남향으로 자리잡은 대웅전과 그 남쪽 언덕 위의 보광전이다. 대웅전에서 보광전으로 가는 길은 마치 잘 가꾸어진 정원을 걷는 기분이다. 홍매화가 예쁜 얼굴로 반기는 오솔길, 길섶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 이끼 가득한 돌로 정성스레 쌓은 돌담, 무엇인가 생명을 느끼게 하는 텃밭 등 어느 사대부가의 고택을 연상케 한다. 무엇인가 커다랗고 웅장함으로 인간을 짓누르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고만고만하며 단청을 입히지 않아 나무의 결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 수있을까. “절에 들어서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편안해야지. 파헤치고 잘라내고 절을 만들면 뭐해. 우린 그저 우리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제일이야.”라는 지형스님. 정말 그랬다. 절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의 안식처가 청암사였다. # 세상의 때를 씻어내는 청암사에서 계곡을 따라 수도산 정상으로 수도암을 찾아 떠났다. 따사로운 햇살에 민소매 셔츠만을 입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헉헉’거리기를 20여분. 수도산 줄기의 8부 능선을 지나자 가야산의 북쪽이 한눈에 들어오며 시야가 탁 트인다. 시원한 봄바람에 땀을 식히고 청암계 표지석에서 서쪽으로 20분을 지나자 드디어 수도암이 눈에 들어온다. 대적광전 앞에 섰다. 내 발 아래로 세상이 굽어보인다. 문이 활짝 열린 대적광전의 거대한 석불은 인자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굴암의 석불보다 80㎝ 정도 작은 비로자나불좌상은 가늘게 뜬 눈으로 부질없는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수도암은 수도산 8부 능선인 해발 1080m에 세워진 암자로 청암사와 같이 헌안왕 3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석조 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제307호, 약광전의 ‘석불좌상’은 보물 제296호, 그 앞에 자리잡고 있는 ‘삼층석탑’ 한 쌍 역시 보물 제297호로 지정된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암자이다. 이렇듯 청암사와 수도암에 갈 때는 속세의 것을 버리고 바람에 날리는 옷깃마저 여미는 마음으로 돌아 보면 가슴 한가득 풍성함과 편안함을 품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儒林(59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1)

    儒林(59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1)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1) 정사룡은 다시 답안지의 내용을 정독하여 읽어 내려갔다. “…안개란 것은 음기가 새어나가지 못해 김이 서려서 된 것입니다. 만물의 음기가 모인 것도 또한 능히 안개를 만들어 냅니다. 다 산천의 해로운 기운인데, 그것이 붉으면 병혁(兵革:무기)이 되고, 그것이 푸르면 재앙이 되는 것은 모두 음기가 성해질 징조입니다. 역적 왕망이 천자의 자리에 오르자 누른 안개가 사방을 둘러쌌고, 천보의 난(당 현종 때 일어난 안록산의 난) 때에는 큰 안개로 낮이 어두웠으며, 한고조가 백등(白登)에서 포위되었을 때와 문산(文山)이 시시(柴市)에서 죽을 때에는 모두 캄캄한 흙비가 내렸습니다.” 답안지에 나오는 왕망(王莽)의 황무(黃霧)는 서한의 역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왕망이 제위를 넘보고 참람한 행동을 하자 누런 안개가 사방에 끼었다고 한서(漢書)가 기록한데서 비롯된 말이며,‘신당서(新唐書)’를 보면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을 무렵 ‘한겨울 석 달 동안 항상 짙은 안개가 끼어 10보 밖의 사람이 안 보이고 대낮이 한밤중처럼 캄캄하였다.’는 기록에 의거한 내용이었다. 또한 사기에는 한고조가 스스로 군사를 거느리고 흉노를 치러 갔다가 평성의 백등에서 도리어 묵돌에게 7일 동안 포위당하였는데, 그때 7중의 달무리가 삼성(參星)과 필성(畢星)을 에워쌌다는 기록이 나와 있으며, 문산은 송나라 최후의 충신이었던 문천상(文天祥)을 가리키는 것으로 원나라의 군사와 끝까지 싸우다 패전하여 포로가 되었으나 세조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끝내 굴복하지 않고 정기가(正氣歌)를 지어 자기의 충절을 드러내었던 의인. 문산이 마침내 북경의 시시에서 교수형을 당하던 날 바람이 크게 불어 모래를 날리고 대낮이 캄캄하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는 고사를 인용한 말이었다. 율곡의 답안지는 다시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혹 신하로서 임금을 배반하거나, 오랑캐가 중국을 침범하거나 하면 이 같은 일로 다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저 양기가 발산한 뒤에 음기가 양기를 싸서 양기가 나갈 수 없으면 분격하여 우레와 번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레와 번개는 반드시 봄과 여름에 일어나는데 그것은 천지의 성난 기운입니다. 빛이 번쩍번쩍하는 것은 양기가 나와 번개가 되는 것이며, 소리가 우렁우렁하는 것은 두 기운이 부딪쳐 우레가 되는 것입니다. 옛 선비들이 말하기를 ‘우레와 번개는 음양의 바른 기운이다. 혹은 숨은 벌레를 놀라게 하고, 혹은 바르지 못한 것을 친다.’고 했는데, 사람도 원래 바르지 못한 기운이 모인 사람이 있고, 만물도 바르지 못한 기운이 붙은 것이 있으므로, 바른 기운이 바르지 못한 기운을 치는 것은 또한 그러한 이치 때문입니다. 공자가 심한 우레 소리에 반드시 얼굴빛을 변한 것도 참으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마땅히 벼락을 칠 것을 친 것으로는, 상(商)나라의 무을(武乙)과 노(魯)나라의 이백(夷伯)의 사당과 같은 것이니, 어찌 이런 이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까.”
  • [생활의 지혜]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의 골칫거리 중의 하나가 ‘쌀벌레’

    아파트는 실내가 항상 따뜻해 쌀벌레가 살기에 좋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붉은 고추나 마늘을 쌀통에 넣어두면 쌀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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