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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고도 100km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제주도의 이미지는 거대한 야수의 눈처럼 보인다고 한다. 검푸른 환태평양 위에 떠 있는 푸른 제주도는 밖으로 바라보며 세계를 보듬고, 안으로 영혼을 성숙시킨다. 지난 6월 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전 타이틀을 ‘환태평양의 눈’으로 정한 이유다. 세계로 열려 있는 제주도에서 도립미술관이 생명을 집어 넣는 눈동자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연일 섭씨 30도 이상 계속되는 지난 주말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일명 ‘도깨비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 제주공항에서는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제주도립미술관은 3만 9000㎡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087㎡ 규모.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건립에만 18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미술관 공원 입구에는 노란 원복 차림의 유치원생들이 병아리떼처럼 줄을 지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미술관 전면을 감싸고 있는 얕은 연못에는 서성봉씨의 설치 작품이 보였다. 갈색 나무둥치를 금속의 알루미늄 선이 감싸고 있다. ●새달 30일까지… 빌 비올라 등 세계 유명작가 36명 작품 전시 개관전인 ‘환태평양의 눈’에는 4개의 전시가 한번에 진행됐는데, 이 중 반드시 봐야 하는 메인전시는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뱉는 휘파람 소리 ‘호오이’를 뜻한다. 전시는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생명의 무게를 정화하는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삼아 제주도의 바람과 물, 빛,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빌 비올라, 제임스 터렐, 테오 얀센 등 세계적 작가들을 포함한 11개국 36명의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작품을 모았다.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를 주제로 한 1부 ‘생명의 에너지-바람, 물, 빛 그리고 소리’와 2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호흡하는 공간들’로 나뉘어진다. 우선 미술관 오른쪽 입구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율동하는 유리조각을 만날 수 있다. 키네틱아티스트인 톰 윌킨슨의 작품 ‘라이트웨이브(Light Wave)’로 런던에서 빌려 온 작품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소리· 빛 · 바람을 보여 주는 작가 개별적인 작품들이 펼쳐진다. 미래세계의 기계곤충이나 기계꽃, 기계애벌레와 같은 조각품을 설치한 최우람씨의 작품이나, 깜깜한 방에 스피커 수십 개를 공중에서 수평으로 연결해 설치한 뒤 빗소리를 들려 주는 김기철씨의 ‘소리보기-비’는 소리의 시각화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스피커에 매달아 놓은 투명한 낚싯줄은 가늘게 들이치는 비처럼 보인다. 제주 출신인 부지현씨의 작품 ‘휴(休)-집어등과 LED’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을 줄을 지어 늘어 놓고, 파랗게 노랗게 불을 켜기도 하고 때론 암전을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제시한다. 집어등에 걸리는 것이 오징어만이 아니라 욕망에 시달리는 인간이기도 한데, 깜깜해진 전시실에서 마음을 내려 놓을 법도 하겠다. 김수영의 시를 연상케 하는 파란 풀들이 누웠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만 같은 안병석씨의 회화 ‘바람결’에서는 바람을 느껴 보기도 한다. 이 배경의 ‘Mirror of minds’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미디어영상으로 재현케 해 주는 상호작용의 작품이다. 점점 녹아 가는 빙하와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릴릴의 영상 드로잉 작업도 신선하다. 긴 파이프에서 아름다운 새소리 등을 뱉어 내는 김병호씨의 작업도 익숙하지만 재밌다. ‘빛과 공간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홀로그램은 빛의 속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인기가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크기와 형태, 색깔이 변화한다. 명상와 치유의 빛이라는 평가. ●제주 출신 부지현·日 오니시 야스아키 작품 눈길 끌어 2부에서도 볼 만한 작품이 많다. 일본 작가 오니시 야스아키의 작품 ‘레스트릭션 사이트(Restriction Sight) AAC’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다. 깜깜한 방에 놓인 엷고 투명한 비닐에 공기가 차오르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형광색의 노란 점들이 비닐의 팽창에 따라 조밀하게 모여 있다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우주의 빅뱅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큰 공 안쪽에도 작은 비닐 공이 숨쉬듯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영국 작가 잉카 쇼니베르의 비디오 작품은 잘 봐야 한다. 거울 앞에 발레리나 한 명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명의 무용수가 ‘백조의 호수’의 ‘오딜과 오데트’ 역할을 맡아 아주 똑같이, 진짜 거울처럼 춤추고 있다. 한 사람은 흑인, 한 사람은 백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근접 촬영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백인을 중심으로 흑인이 거울 속 인물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 인간은 백인 무용수로 바뀌는 트릭도 숨어 있다. 선과 악은 이렇게 바뀌고 교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비디오작품 ‘의식(Observance)’은 대단히 느리게 재생되는 비디오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18명의 배우는 누군가의 장례식장이나 비통한 상황에서 보여 주는 슬픔과 고통을 얼굴 표정과 손가락의 움직임, 몸짓 등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사회와 정치, 문화가 모두 담긴 3.8t 분량의 신문을 쌓은 뒤, 그 사이사이에 식물 씨앗을 심고 발아시킨 김주연씨의 작업은 개막시점에서 보여준 파란 싹들이 이제 사라지고, 갈색으로 죽어 있어서 아쉬웠다. 외부에서 대부분 빌려온 개관전 작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만큼 방문길에 꼭 관람하길 기대해 본다. 다만 제주도립미술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다음 기획전들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다. 9월 30일까지. 무료. (064)710-4300 제주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SCI급(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 66편 발표 ‘연구벌레 부부’

    SCI급(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 66편 발표 ‘연구벌레 부부’

    일생에 한번 내기도 힘든 과학기술 논문색인(SCI)급 논문을 무려 66편이나 발표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부 졸업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33편씩 발표… 공동작업 논문도 7편 24일 GIST에 따르면 신소재공학과 김태욱(사진 왼쪽·32) 박사는 재학기간 4년 동안 33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이중 주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10편에 이른다. 김 박사와 같은 과에서 공부하며 함께 박사학위를 받은 부인 최혜정(오른쪽·29)씨 역시 김 박사와 같은 33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부부가 공동작업을 통해 나란히 이름을 올린 논문도 7편이다. 특히 이들이 발표한 논문 중에는 신소재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저널로 인정받는 어드밴스트 머티어리얼스 표지논문이 포함돼 있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민간 학술정보기관인 톰슨 로이터스는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를 엄선해 발표하는데 이를 SCI로 부르며 저명 학술지의 기준이 된다. 국내 정상급 대학 박사과정에서도 1~3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10편 이상 발표하는 경우 교수 임용에서 절대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박사 과정 같이 하다 인생의 반려로 두 사람은 부산대 재학시절에 만나 GIST 석·박사 과정을 같이 하다 2007년 결혼했다. 김 박사는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인생의 반려자까지 만나게 됐다는 점에서 과학의 길에 들어선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면서 “아내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격려해 주는 조언자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부인 최 박사는 “공부를 다 마치고 박사 논문이 통과된 이후 아기까지 태어나 기쁨이 더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분자 전자소자와 유기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연구를 하는 김 박사는 곧 미국 워싱턴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 출국한다. 최 박사는 하이닉스에 연구원으로 취업하기로 했다. 김 박사는 “최 박사가 잘하고 오라며 격려해 줬다.”면서 “힘들겠지만 더 많은 것을 배워 와 나라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재미있는 동화 영어놀이터(조기영 글·그림, 열린마음 펴냄) 서울신문사 시사만화가인 저자가 직접 우화를 쓰고, 대문자 알파벳을 ‘숨은 그림’ 안에 숨겨 놓았다. 찾은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들어볼 수 있어, 재미있는 놀이로 영어를 쉽게 익힐 수 있다. 답지가 부록. 1만 5000원.●구석구석 숨어있는 전통문화를 찾아라(한혜선 글, 한미경 그림, 거인 펴냄) 장 담그기, 소싸움, 진해군항제, 수문장 교대의식, 인사동 거리, 전통혼례, 탈, 궁중연회, 정월대보름, 고싸움 등 열 가지 전통문화가 등장한다.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만 2000원.●낱말공장나라(아네스드 레스트라드 글,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세용출판 펴냄)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형 공장에서 언어를 만들어서 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어린애 같은 호기심으로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가난으로 쓰레기통에서 낱말을 뒤져야 한다면 어떨까. 1만 2000원.●장수풍뎅이 숲(기쿠치 히데오 글·그림, 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장수풍뎅이를 잡으러 성만이와 친구들이 숲으로 들어갔다. 동굴을 지나 숲에서 아이들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붉은장수풍뎅이, 톱사슴벌레를 잡느라고 신이 났다. 곤충에 질겁하는 도시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9000원. ●공손한 태도 어떻게 하는 거지(크리스티네 메르츠 글, 베티나 고첸-비크 그림, 엄기명 옮김, 창조아이 펴냄) 조선은 동방예의지국이라 평가받았다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공손함과 예의는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교양인데,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어느덧 잃어버렸다. 서양식이지만 생활에서 익히는 교양을 익혀보자. 9000원.
  • 카메론 디아즈, 키아누 리브스와 열애설

    카메론 디아즈, 키아누 리브스와 열애설

    할리우드 스타 카메론 디아즈(36)가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44)와 열애설에 휩싸였다. 14년 전 영화 ‘필링 미네소타’(Feeling Minnesota)에서 연인으로 출연한 두 사람이 최근 LA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영국 대중지 더 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둘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다. 식사 도중 디아즈는 입에 든 음식을 리브스에게 보여주는 등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남성은 “여느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이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했으며, 식사를 마치고는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레스토랑을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후 디아즈와 리브스는 근처 극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새벽 1시까지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겼다고 더 선은 전했다. 둘의 열애설이 더욱 눈길을 모으는 이유는 디아즈는 지난 달 말까지 런던에서 주 드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각각 데이트를 즐긴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 리브스의 열애설까지 더해져 디아즈는 사각관계에 휘말리게 됐다고 더 선은 전했다. 디아즈는 가수 저스틴 팀벌레이크, 모델 폴 스컬퍼과 차례로 사귀었으며 이후 영화배우 제이슨 루이스, 록밴드 마룬 5의 멤버 아담 리바인 등과도 염문을 뿌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산문학대상에 최동호·이근배씨

    고산문학대상에 최동호·이근배씨

    최동호(왼쪽) 시인과 이근배(오른쪽) 시인이 제 9회 고산문학대상 시 부문과 시조 부문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수상 작품집은 ‘불꽃 비단벌레’(서정시학사 펴냄)와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시월 펴냄). 고산 윤선도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된 고산문학대상은 올해부터 시와 시조 부문 수상자를 각각 선정한다. 올해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간된 시집과 시조집을 대상으로 유안진 시인 등이 심사를 했다. 상금 각 1000만원. 시상식은 10월17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길섶에서] 절반의 성공/오일만 논설위원

    늦더위가 한창인 지난 주말, 김장준비에 들어갔다. 8월 중에 무와 배추 파종을 해야 늦가을 추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월에 심은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는 뿌리째 뽑았다. 거름을 주고 복합 비료를 뿌려 흙속에 새로운 자양분을 줬다. 20평 남짓한 텃밭이지만 흐르는 땀이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아내와 아들, 장인, 동서 모두가 합세해 한두 시간 내에 끝냈다. 상반기 농사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상추와 방울토마토는 그럭저럭 재미를 봤지만 고추 농사는 실패했다. 장마 끝에 탄저병에 걸렸다. 비를 싫어해 두툼하게 둔덕을 만들어야 하는데 되레 고랑을 만든 게 화근이 됐다. 하나하나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말라죽은 고추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배추 농사는 처음이라 고추처럼 될까봐 걱정도 앞선다. 벌레도 많이 먹고 잔손도 많이 간다는데….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주말농장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거두고,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땀의 의미를 요즘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도시와 산] (20) 안동 학가산

    [도시와 산] (20) 안동 학가산

    백두대간에서 힘차게 뻗어 나온 문수지맥이 남쪽으로 내달리다 마지막으로 불끈 치솟았다. 경북 안동과 예천군 경계에 있는 학가산(鶴駕山·882m)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하늘로 비상하는 학을 닮아 이렇게 불린다. 안동과 예천주민들은 학가산을 그야말로 진산과 명산으로 여긴다. 산다운 산이 없는 가운데 홀로 산의 풍채를 지녔고, 이 속의 영험한 기를 받아 많은 인재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영남 인물의 반은 안동·예천에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를 오로지 학가산의 덕택이라 믿으며 산에 기대어 산다. 지난해 6월에는 학가산 자락의 안동·예천 땅이 나란히 경북의 새천년 도읍지로 결정되는 경사를 맞으면서 학가산은 주민들로부터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여년간 학가산을 연구하는 안동 길주초교 장두강 교장은 “학가산은 영남의 거령(巨靈), 가장 영적인 산”이라고 평가했다. ●농암·퇴계 등 수많은 인재 배출한 진산 학가산은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신라시대 의상 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능인 대사가 학가산에서 법문에 정진한 이래 조선 초까지 불교가 번성했던 곳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학가산 남쪽 자락에는 안동에서 가장 컸다는 광흥사를 비롯한 사찰과 암자가 200여개나 됐다. 사찰 등이 화재로 많이 소실된 지금도 ‘팔(8)방 구(9)암자’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학가산은 봉화와 안동 땅의 청량산과 더불어 ‘산수(山水) 문학’의 보고다.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수석 연구위원은 “청량산이 퇴계 산수문학의 단일 성지라면 학가산은 예천,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의 수많은 유학자가 산의 골골을 돌아다니며 산수문학을 즐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영남의 각종 문집에는 학가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주옥 같은 시 1000여편과 유산기(기행문) 30여편이 전해진다. 학가산의 문인으로는 농암 이현보,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은둔의 선비였던 청음 김상헌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처럼 학가산은 절경과 함께 문학이 흐르고, 불교의 문화와 정신이 골짜기마다 배어 있다. 고려 공민왕(1330~1374)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홍건적의 2차 침입으로 안동에 몽진 온 공민왕이 쌓은 것으로 알려진 학가산성이다. 성은 허물어지고 터만이 휑한 모습이다. 공민왕은 두 차례나 침입한 홍건적을 전멸시켰지만 국력을 쇠퇴시켜 왕조의 멸망을 재촉한 원인의 하나가 됐다. ●꼬불꼬불해서 행복한 광흥사 코스 인기 안동 쪽 산행코스는 모두 14개다. 광흥사 코스를 택하면 산행의 즐거움과 묘미가 더한다.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산 들머리인 천주(天蛛)마을까지 30여분 거리인 등산로는 숲이 울창하다. 흙길은 기름져 비단길같이 부드럽다. 풋풋한 흙냄새와 신선한 공기, 이름 모를 숱한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오감이 즐겁다. 평탄한 길은 꼬불꼬불 나 있어 정겹다. 마치 낙원 같다. 길섶에서 만난 윤삼숙(50·여·안동시 옥동)씨는 “등산객들은 이 구간을 ‘행복한 길’이라 한다. 산행을 전후해 몸을 푸는 구간으로는 이만 한 곳이 없다.”며 즐거워했다. 어느새 ‘하늘 거미’ 뜻이 있는 천주마을에 다다른다. 10여가구가 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다. 이 마을의 한 노파는 “마을에는 하늘거미가 앞산 복지봉과 뒷산 학가산에 거미줄을 치면 중앙이 마을이 된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들려줬다. 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 식복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의미란다. 마을에서 산 정상까지는 선물 보따리가 널렸다. 등산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원시림과 기암괴석, 분재처럼 자란 노송은 길손에게 자신을 기꺼이 내놓는다. 정상부에 오르면 능인 대사의 이름을 딴 능인굴이 나온다. 능인이 수행과 포교를 하면서 살았다는 거대한 자연 석굴이다. 굴 막장의 항상 마르지 않는 석간수는 길손에게 반가운 존재다. 학가산의 압권은 단연 정상에서의 조망이다. 정상인 국사봉에 서면 사방이 탁 트인다. 산 아래 무수한 산은 올망졸망 멋을 부리고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 줄기가 간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청량산과 일월산이, 서쪽, 남쪽, 북쪽으로는 예천, 의성, 영주의 때묻지 않은 산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장관이다. 경북의 새 천년 도읍지가 들어설 안동 풍천면과 예천 호명면 일원은 용틀임 중이다. 안동시 산악연맹 이홍영(54) 이사는 “전국의 산 정상에서 사방이 모두 바라다보이는 곳은 학가산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산자락엔 온천·메밀밭 등 온통 즐길거리 학가산 자락은 각종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는 학가산 온천은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메밀 꽃이 피는 가을이면 산자락의 안동 북후면 신전리 일대는 온통 하얀색으로 변하다. 메밀밭이 자그마치 20㏊에 달한다. 이 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령 400여년의 이른바 ‘김삿갓 소나무’는 또 다른 볼거리다. 조선 후기 방랑시인 김삿갓이 신전리 석탑사에 들렀다가 이 나무 아래에서 쉬어간 뒤 나뭇가지가 삿갓 모양으로 변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가을이면 신전리와 이웃한 옹천리 일원에서는 ‘안동 학가산 산약(마) 맛 축제’도 열린다. 학가산 예천 북쪽 계곡 140만㎡엔 자연휴양림이 터를 잡았다. 안동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학가산 세 이름 안동 “도심 품은 배산” 영주 “앞산 같은 안산” 예천 “해가 뜨는 동산” 경북 안동과 예천, 영주의 중심에 있는 학가산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명칭과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들 지역의 읍지 등은 학가산 혹은 하가산(下柯山·아랫가지 산)이라 하며 안동의 서쪽 40리, 영주의 남쪽 40리, 예천의 동쪽 31리에 있다고 했다. 안동 8경 중 제5경 학가귀운(鶴駕歸雲)편에는 학가산영조삼군(鶴駕山影照三郡)이라는 말이 나온다. 즉 학가산의 그늘이 (이들) 세개 군에 드리운다는 것이다. 18세기 영주 출신의 뛰어난 문필가 송정환은 학가산의 관점에 따라 “안동에서는 작(爵)이 되고, 영주에서는 문(文)이 되고, 예천에서는 부(富)가 된다.”했다. 이는 풍수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안동에서는 벼슬하는 사람, 영주에선 글쓰는 선비, 예천엔 부자가 많이 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학가산 구역도 상에는 안동과 예천에 걸쳐 있다. 총 면적 1557㏊의 53%인 826㏊가 안동, 나머지 731㏊는 예천 땅이다. 또 지역마다 산의 위치에 따라 안동은 학가산이 도심을 감싸고 있다 해서 배산, 영주는 앞산이라 안산, 예천은 해가 뜨는 산이라 해 동산이라 한다. 산 정상의 생김새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영주에서는 평평해서 선비봉, 안동에선 울퉁불퉁해 문둥이봉, 예천은 인물이 수려하다 하여 인물봉으로 부른다. 이렇듯 소백산을 명산으로 하는 영주를 뺀 안동과 예천은 서로 학가산을 자기 고장의 명산이라 주장하며 자랑한다. 심지어 안동과 예천은 각각 학가산 정상(예천쪽 870m, 안동쪽 882m)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등 산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학가산 자연휴양림 관계자는 “몇 년 전 예천 쪽에서 학가산 정상에 표지석을 세웠으나 이후 안동 쪽에서 이를 몰래 허물어 표지석을 다시 세우는 등 지역간 신경전이 만만찮다.”고 귀띔했다. 안동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축제 종합세트’ 장르별로 즐겨볼까

    ‘축제 종합세트’ 장르별로 즐겨볼까

    방학이 끝나고, 휴가철이 지나도 축제는 계속된다. 전통음악, 합창, 연극, 무용 등 장르별로 집중해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장료도 1만~2만원으로 저렴하다. 그야말로 ‘착한 공연’들로 가득 찬 축제가 줄줄이 이어진다. ■ 세계 문화예술 체험-15일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제13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15일부터 9일간 화성행궁 앞 광장무대, 만석공원 수상무대, 화서공원 성곽무대 등 경기 수원 8곳에서 열린다. ‘시민과 함께 즐기는 연극’을 주제로 한 올해 행사에는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 ‘노리단 스프로킷 퍼포먼스’ 등 국내 작품 11편을 비롯해 6개국 16개 작품이 초청됐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이 16일 오후 8시 만석공원에서 옛 궁중 잔치를 재현한 ‘하야연(夏夜宴)’을 개막공연으로 선보이고, 폐막 공연은 전남 진도의 전통 민속놀이인 ‘진도 명 다리굿’을 연희극으로 만든 중앙음악극단의 ‘명(命) 다리굿’이 23일 오후 8시 화성행궁 앞 광장 무대에 오른다. 해외 작품은 독특한 조형물과 인형들이 등장하는 호주 MK1의 팬터마임극 ‘애벌레의 꿈’, 전통 인형극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인도네시아 인형극 ‘데와루치’ 등이 공연된다. 공식 초청작 외에 4편의 시민연극 공연, 교육연극 워크숍, 학술 세미나, 설치미술전 등이 마련된다. 야외 공연은 전석 무료, 실내 공연은 1만~1만 5000원. (031)238-6496. ■ 전통·현대춤의 만남 -21일 창무국제예술제 전통춤의 계승과 세계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제15회 창무국제예술제가 21~30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재정난으로 열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손잡고 새 출발을 한다. ‘다색화(Polychrome)’를 주제로 7개국 24개팀이 다양한 춤을 선사한다. 축제는 하용부의 ‘밀양북춤’, 조흥동의 ‘한량무’, 의정부시립무용단 ‘동방의 빛 한국의 소리’ 등을 선보이는 ‘전통춤 명인전’으로 시작한다. 창무회의 ‘천축’, 김충한무용단의 ‘무고의 옥’, 전미숙무용단의 ‘약속하시겠습니까’ 등 한국 무용팀의 작품을 비롯해 두 남성 무용수의 기교와 반전이 돋보이는 ‘더 뉴 45’(독일), 중국중앙발레단이 표현하는 현대발레 ‘회상’, 미국 나이니 첸 댄스컴퍼니의 ‘퀘스트’ 등 흥미로운 작품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전통으로 시작해 현대를 거쳐 춤의 미래를 조망하는 흐름에 따라 축제는 호주 잼버드 무용단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만든 ‘메타댄스’로 마무리된다. 1만~2만원. (02)704-6420. ■ 합창음악의 진수-새달 2일 고양합창페스티벌 고양문화재단은 새달 2일부터 12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제1회 고양합창페스티벌을 펼친다. 올해 처음 여는 이 합창 페스티벌에는 국내 최정상의 전문 합창단이 한자리에 모인다. 재단측은 “많은 해외공연에 초청되며 높은 평가를 받는 한국 합창음악의 진수를 보여 주고 더욱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고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협연자, 지휘자 등 새로운 클래식 스타를 발굴하며 한국 교향악의 발전을 이끈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의 ‘합창 버전’인 셈이다. 2일 고양시립합창단(지휘 이기선)을 시작으로 성남시립합창단(지휘 박창훈), 광주시립합창단(지휘 구천), 안산시립합창단(지휘 박신화), 대전시립합창단(지휘 빈프리트 톨), 인천시립합창단(지휘 윤학원), 부산시립합창단(지휘 김강규), 부천필코러스(지휘 이상훈) 등 8개팀이 참여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등 익숙한 음악부터 말러와 바그너의 가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한 곡,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즐기며 합창음악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1만원. 1577-7766. ■ 흥겨운 소리놀이판-새달 23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달 23~27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에서 제9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다. ‘소리 울림, 신명의 어울림’을 주제로 판소리, 현대음악, 세계음악 등을 아우르며 판을 벌인다. 김명곤 축제조직위원장은 “예년보다 축제기간이 대폭 줄어든 대신 남녀노소가 입맛에 맞는 공연을 찾아 즐기고 호흡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고 소개한다. 축제 프로그램은 84개에 달한다. 개·폐막 공연과 함께 천하 제일의 소리를 모았다고 자신하는 ‘천하명창전’, ‘창작판소리 초대전-임진택’, ‘국악 고악보 고음반 재현’, ‘전주대사습 판소리 장원전’ 등 시선이 꽂히는 공연이 수두룩하다. ‘문학과 판소리’에서는 고은, 도종환, 김용택, 안도현, 조정래 등 저명한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을 판소리로 옮긴다. 가수 심수봉, 성악가 신영옥, 아르헨티나 가수 그라시엘라 수사나는 ‘월드 마스터스’ 무대에 선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집트의 구전 서사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식, 아제르바이잔의 전통음악 등을 만나는 자리도 있다. 60여년 만에 국악계 원로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개막행사 ‘백 개의 별, 전주에 뜨다’는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1만~2만원. (063)232-8398. 이순녀 최여경기자 coral@seoul.co.kr
  • 쓰레기장에서 사는 노인 위한 작은 손길

    쓰레기장에서 사는 노인 위한 작은 손길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친구가 있었다.하지만 나는 어쩌면 ‘도구’였을 지도 모른다.그 친구는 내 전재산과 우정을 맞바꿔 갔다.  15년 전 어느 날 그 친구는 나를 속였다.평생을 함께 갈 거라고 굳게 믿었던 그를 그 뒤론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내게 남은 건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빚뿐.충격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집사람·아이들과도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뒤로 한 채 나는 세상을 등졌다.아니 세상이 날 버렸다.결국 나는 어느 산 골 비닐하우스로 몸을 숨겼다.’  사람이 살 수 있을 거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곳에 십수년을 살고 있는 정모(75)씨의 사연이다.최근 정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한 복지단체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행복한 세상복지센터는 최근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75756)을 통해 정씨에게 ‘사람답게 살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팔을 걷고 나섰다.  사회복지사 임완주씨는 “어르신께 세상이 미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따뜻한 사랑과 행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정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임씨에 따르면 정씨는 15년전 절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잃고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  그 충격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가족들과도 헤어졌다.이후 정씨는 세상이 너무 미워 산속의 허름한 비닐하우스에 거처를 마련하고 세상과 인연을 끊다시피 했다.정씨는 그동안 어두운 자신만의 공간에서 세상을 증오하고 원망했으며,자신을 학대하면서 살아왔다.  임씨는 정씨의 거처에 대해 글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벌레가 들끓는 곳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고 표현했다.  그러고는 “미움의 대상이었던 비닐하우스를 완전히 철거하고 이쁜 집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어르신의 마음을 녹여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모금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목표로 하는 액수는 400만원.지난달 28일 청원이 시작된 뒤 13일 오후 3시까지 130여만원이 모였다.하지만 십수년 쌓아온 비닐하우스 안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만 100만원이 필요하다.  임씨는 “혼자서 오랜 기간 사셨기에 정신착란 증세가 있고,너무 굶주려서 위와 장이 심각한 상태”라며 “처음 정씨를 본 두달 전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쇠약해진 정씨에게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데 150만원 이상이 든다.  1만 5000명이 100원씩만 보태도 건강검진이 가능하다.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중 1명이 될 수 있다.  농협 221104-55-002333(예금주 : 행복한세상)  후원문의: 02-6405-3452 -사회복지사 임완주-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쥐·벌레 잡아먹는 대형 ‘육식 식물’ 발견

    쥐·벌레 잡아먹는 대형 ‘육식 식물’ 발견

    필리핀에서 새로운 종의 대형 육식식물이 발견됐다. 필리핀 중부 팔라완의 빅토리아 산 고지대에서 발견한 이 식물은 낭상엽(囊狀葉·입이 주머니처럼 생긴 식물)이라 부르는 식물종 중 하나로,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발달한 독특한 잎이 달렸다. 식물학자들은 이것이 현존하는 육식식물 중 가장 크기가 크며, 잎 안의 올가미로 벌레 뿐 아니라 쥐 등 몸집이 큰 동물까지도 잡아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물이 최초 목격된 것은 9년 전으로, 당시 빅토리아 산을 오르던 선교사 2명이 기상 악화로 산에 고립됐다가, 지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이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영국 자연사연구소의 스튜어트 맥퍼슨 박사와 식물연구가인 얼라스테어 로빈슨이 2007년 빅토리아 산으로 조사를 나섰다. 이들은 약 2개월에 걸친 탐사 끝에 이 식물을 발견했으며, 팔라완 주립대학에서 표본을 연구한 결과 이것이 설치류와 곤충을 잡아먹는 거대 육식식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사람은 탐험 기간에 거대 육식식물 뿐 아니라 분홍색 양치류와 푸른 버섯, 그리고 100여 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또 다른 육식식물 디아니아나(Deaniana)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맥퍼슨 박사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이 식물을 유명 박물학자의 이름을 따 ‘데이비드 어텐보로’로 지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견은 세계적인 식물학 전문지인 ‘보테니컬 저널’(Botan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실렸다. 사진=ecoworldly.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HAPPY KOREA] 詩·書·畵고장… 옛것 숨쉬는 명승지로

    [HAPPY KOREA] 詩·書·畵고장… 옛것 숨쉬는 명승지로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는 읍에서 7㎞ 떨어진 ‘두메산골’이다.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땅끝’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그리 닿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사천리에 산재한 유적은 과거 영광을 누렸던 웬만한 지역 못지않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조선후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小痴 許鍊) 선생이 말년에 기거하며, 창작열을 불태웠던 ‘운림산방’이 자리잡고 있다. 고려시대 몽골에 끝까지 항쟁하던 삼별초의 왕 왕온(王溫)이 분루를 삼키며 숨을 거둔 곳도 이곳이다.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쌍계사’는 천 년 사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시범 사업지로 사천리를 선정한 것은 이 같은 유적을 잘 활용하면 남도 제일의 관광명소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오는 11월 ‘운림예술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천리는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는 전국 곳곳의 풍류객을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주민들이 땅 기증해 공원 조성 사천리의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조성 사업이 다른 지역과 가장 다른 점은 주민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자신들의 땅 341㎡를 군에 무상으로 양도하고,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바쁜 농사일에도 틈틈이 짬을 내 흉측한 각종 건설 폐기물을 치우고 멋스러운 나무와 돌을 직접 심고 있다. 주민들은 또 지난해 10월 자발적으로 ‘운림 예술단’이라는 공연단을 만들었다. 날마다 마을 한 쪽에 모여 사물놀이와 판소리 연습을 했다. 이제는 매주 주말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놀토’인 주말에는 토요일 오전 10~11시, ‘놀토’가 아닌 주는 일요일 오후 2~3시 사천리 곳곳에서 한바탕 신명난 사물놀이와 판소리 판을 펼친다. ●삼별초 왕 테마로 한 놀이공원 농민들에게 ‘땅은 어머니’라고 하지만, 사천리 주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해서라면 땅도 아깝지 않은 듯하다. 4000㎡에 달하는 자신들의 농장을 기증해 ‘마을 공동농장’으로 조성하고, 관광객들이 각종 농사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수박·참외·고추 등을 미리 심은 뒤, 수확 철이 되면 관광객들이 원하는 만큼 따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정성에 고무된 진도군은 당초 계획에 없던 각종 관광시설을 건립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과 별도로 오는 2011년까지 마을에 30만㎡의 놀이공원을 조성한다. 800여년 전 이곳에서 몽골군에 끝까지 항전하다 전사한 삼별초 왕 왕온을 테마로 한 공원이다. 바이킹 같은 흔한 놀이시설이 아니라 당시의 함성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기구가 들어선다. 83억원에 달하는 비용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해결했다. 관광지에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남도(南道)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지역 대표음식이 없었던 진도군은 최근 ‘엄나무 샤부샤부’를 개발, 특허를 받았다. 사천리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엄나무 잎을 얇게 썬 쇠고기와 함께 끓여 독특한 향을 냈다. 자연 강장 음식으로 원기회복에 좋다. 개구쟁이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체험장도 조만간 조성한다. 넓적사슴벌레·장수풍뎅이·흰점박이꽃무지 등 수십 종의 이색적인 곤충들을 전국 각지에서 들여와 어린이들이 보고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장승길로 고즈넉한 분위기 연출 예술촌의 공식 이름은 ‘구름도 쉬어가는 시서화(詩書畵)의 마을 운림예술촌’이다. 이 마을 조성에 화룡점정을 찍을 건축물은 300㎡ 규모의 예술체험관이다. 오는 10월 말 완공 예정인 이 체험관은 일종의 학당(學堂)이다. 조선말 3대 한학자로 칭송받는 무정 정만조(鄭萬朝) 선생이 이곳으로 유배온 뒤 후학양성을 위해 지었던 학당을 복원하는 것이다. 7칸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숙박시설이 완비돼, 먹고 자며 옛 서당 생도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체험관 인근에는 1.2㎞에 달하는 ‘장승길’이 길게 늘어서 있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달구지를 몰며 서로 다른 얼굴을 한 350개의 장승을 감상하는 것은 별미다. 벽지 농촌이 ‘살기 좋은 마을’로 바뀐 탓일까. 지난 1년 사천리 마을에는 5가구가 새로 이사 왔다. 마을 전체가 60가구였으니 인구가 1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박남규 진도군 농어촌개발과 계장은 “오는 11월6~8일 축제와 함께 운림예술촌이 첫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옛것’에 목말라하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명승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퀸 8월호]“추신수 형은 지독한 연습벌레!”

    [퀸 8월호]“추신수 형은 지독한 연습벌레!”

    코리안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동생인 신인 배우 추민기가 여성지 Queen과의 인터뷰에서 형에 관한 기억을 소상히 털어놨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 ‘친구’에 이어 현재 연극 ‘마땅한 대책도 없이’에 출연 중인 추민기는 연기에 대한 자신의 남다른 진지함이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형 추신수의 모습에서 배운 것이라고 밝혔다.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형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매일 산에 올라가서 나무에 공을 메달아 놓고 치고, 하루도 연습을 거른 적이 없어요. 집에 와서까지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찜질을 하고 자는 것이 형의 하루 일과였죠. 그런 것을 보면서 저도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저렇게 하는데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끝없이 노력한 대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추신수. 추민기는 이런 형을 보며 성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졌다는 것이다.  추민기는 자신이 연기를 택한 것에 대해 형 추신수가 지지해줬다고 밝혔다. 처음 연기자의 꿈을 털어놨을 때 형은 진지하게 동생을 믿어줬으며 인터뷰 기회 때마다 동생을 홍보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너무 티 나게 말해서 제가 민망할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본의 아니게 야구를 하는 형에게 더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 형이 저한테 어떤 미안함 같은 것이 있나 봐요.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형은 종종 자기가 잘되면 신영(추민기의 본명)이를 더 신경 쓸 거라고 말하곤 했다는군요.”  추민기는 메이저리거로 성공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형을 보면서 배우로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  “형하고 특별한 경쟁의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고 추신수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금 급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약간의 책임감이랄까, 그 형에 그 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형에 비해 제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저도 물론이고 형 마음도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떳떳한 동생이 되고 싶은 거죠. 언젠가 사람들이 추신수의 동생 추민기가 아닌, 추민기의 형 추신수라고 부를 날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Queen 취재팀 황정호 기자 hiho@queen.co.kr ☞ Queen 기사 원문 보기 ※ 자세한 내용은 여성지 Queen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도시와 산] (19) 인천 계양산

    [도시와 산] (19) 인천 계양산

    계양산(해발 395m)은 오랫동안 ‘인천의 진산(鎭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태’, ‘환경’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인천 시민들은 계양산 보존 운동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인천에서 가장 높은 계양산의 뒷자락 개발이 추진되자 210일간 나무 위 시위, 삼보일배, 촛불집회, 두 차례에 걸친 100일 릴레이 농성 등 환경운동사를 새로 쓰게 할 만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역사성과 유서도 깊어 인천시민들은 계양산에 대한 애정이 더 극진할 수밖에 없다. ●이규보 ‘망해지’서 계양지경 칭송 한강과 주변이 한눈에 들어와 예전에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새 역할을 한 산이었다. 양산 동쪽 기슭 능선에 자리잡은 계양산성(인천시기념물 제10호)은 삼국시대에 축조됐으며 돌로 쌓은 최초의 성이다. 오랜 역사 때문인지 ‘고산성(古山城)’으로도 불린다. 부평도호부(부평의 옛 행정명칭)의 성곽 역할을 해 왔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관방성곽조’에 둘레가 1937보(步)에 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성 안이 사방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벽 일부만 남아 있다. 서쪽으로는 조선 고종 20년(1883년) 해안 방비를 위해 부평고을 주민들이 참여해 축조한 중심성(衆心城)이 징매이고개(景明峴) 능선을 따라 걸쳐져 있다. 생태와 환경 외에 역사성도 가미돼 있는 셈이다. 고려시대 대학자이자 문인인 이규보(1168~1241년)가 거처했던 자오당터와 초정지는 유서가 깊은 곳으로 학생들의 훌륭한 교육장소가 되고 있다. 이규보는 ‘망해지’라는 책에서 “길이 사면으로 계양지경에 났는데 오직 한면만이 육지로 통하고 삼 면은 물이다.”라고 계양산을 예찬한 구절이 나온다. 또 백제 초기부터는 현재의 공촌동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을 징매이고개를 넘어 서울 신정동 토성을 거쳐 지나던 소금통로 구실도 했다고 한다. 계양산에는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두더지, 도롱뇽, 두꺼비 등의 포유동물과 파충류가 살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노린재, 딱정벌레 등 곤충 36종과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등 조류 61종도 서식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들 동물이 계양산과 인근 철마산을 드나드는 것을 돕기 위해 징매이고개에 생태통로(길이 100m,폭 80m)를 만들었다. 이 산에는 또한 이삭귀개, 삼지구엽초, 서어나무 등 진귀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도시 속의 원시림이라는 느낌을 준다. 때문에 도시생활에 지친 시민들은 이 산을 즐겨 찾는다. 매일 1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계양산은 가현산-계양산-원적산-만월산-거마산-문학산-청량산을 잇는 인천의 ‘S자 녹지축’의 중심이며, 충북 속리산에서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의 핵심 축이다. 1988년 인천 시공원 제1호로 출발한 계양산을 중심으로 한 계양공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도시민들의 휴식과 생태체험의 장소로 널리 이용된 지 오래다. ●시민들은 개발 방지 파수꾼 도심 속에 있다 보니 계양산은 늘 개발 논란에 휩싸여 왔다. 시민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덕에 계양산은 여전히 푸름을 자랑한다. 앞서 롯데건설은 목상·다남동 일대 244만㎡에 골프장과 위락시설 등을 갖춘 수도권 최대의 테마파크를 건립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업체도 1980년대 후반에 계양산 내 29만㎡에 위락단지를 조성하려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주민들은 개발이 이뤄질 경우 자연 생태계의 질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또 인천의 ‘허파’라 할 수 있는 계양산에 특정인들을 위한 골프장 건설은 시민환경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는 2006년 6월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자연공원추진 인천시민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지금까지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롯데 측은 골프장 면적을 95만㎡에서 71만 7000㎡로 줄여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하지만 예정지 3분의1가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군은 거듭 부동의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난 6월에는 계양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모여 계양산 골프장을 저지하기 위한 축제한마당을 열었다. 어떤 이들은 가면에 글씨와 그림을 그려서 왔고, 어느 마을모임은 계양산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노란 천에 그렸다. 시민들은 또 ‘계양산 1평 사기운동’을 펼쳐 ‘내셔널 트러스트’(환경파괴 우려가 있는 지역을 주민들이 사들여 보존하는 운동)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사통팔달 계양산 계산역서 500m 수도권 어디서든 OK 인천 계양산은 서울 인근 산 가운데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지하철과 고속도로, 공항철도 등 입체적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춰 시민들이 찾기에 부담이 없다. 인천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계산역에서 계산고 방향으로 500m가량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경인여대 입구인데 이곳에도 등산로가 있다. 산을 제대로 타려면 아예 400m쯤 더 가 계양문화회관 뒤편으로 형성돼 있는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다른 코스가 산 동쪽 능선을 타고 정상을 향하는 데 비해 이 코스는 산 정면을 그대로 치고 올라간다. 정상에 이르면 인천시내는 물론 영종도를 비롯한 인천 앞바다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또한 서울, 김포, 부천, 과천 등 인근 도시들도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경인전철을 타고 올 때에는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로 환승해야 한다. 고속도로의 경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계양IC에서 빠지면 계양산까지 1㎞ 남짓한 거리다. 경인고속도로를 탔을 경우에는 서운JC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빠져 일산 방면으로 3㎞ 정도 가면 계양IC가 나온다. 제2경인고속도로는 안현JC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빠져 마찬가지로 일산 쪽으로 가야 한다.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계양역에서 내려 2㎞가량 걸으면 등산로 입구에 도달한다. 산 뒤편인 다남·목상동 쪽에서 올라가는 코스로 계양산 특징인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현장을 보면서 산을 오를 수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퇴근하라고 컴퓨터 끄는 사장님 北 “김정운 지략으로 클린턴 방북” 먹는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 약효는 잭슨자녀 대부 마크 레스터 “패리스는 내 친딸” 탈모 예방하려면 머리 감은뒤 수건 두드려 말려
  • 칼·벌레모양 과자류 12월부터 판매금지

    앞으로 게임카드·벌레·칼처럼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어린이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양의 어린이 기호식품 판매가 금지된다.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오는 25일까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서저해 식품 등의 판매 등 금지에 관한 규정 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한다고 6일 밝혔다.이번 고시안은 지난 3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정서 저해 식품이 유통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규정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시행될 전망이다.고시안에 따르면 어린이 기호식품 중 ▲인체 특정부위 모양으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식품 ▲게임기 등을 이용해 판매하는 식품 ▲신용카드·복권·게임카드 모양의 사행성 조장 식품 ▲칼·의료기기·벌레 등 어린이의 건전한 정서를 해칠 위험이 있는 식품 등은 판매 금지된다. 돈·화투·담배·술병 모양의 어린이 기호식품은 이미 판매가 금지된 바 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휴가구상/진경호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 구상’이라는 말을 꺼린다. 지난해 7월 하순 취임 후 첫 휴가를 앞두고 청와대 기자실을 불쑥 찾은 그는 휴가 구상을 묻는 질문에 “구상한다고 해야 기사가 되지?”라는 농()을 던지며 빠져나갔다. “과거에도 (대통령 휴가에는) 무슨 구상이니 하는 이름이 붙던데 (휴가 끝나면) 아무것도 없더라. 대통령 휴가도 휴가고, 5급 공무원 휴가도 휴가 아니냐. 내용도 없는데 무슨…. 실용정부니까 하나하나 행동으로 보여줄 거야.”라고 ‘구상 없는 휴가’를 강조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첫 휴가는 구상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을 3박4일에 불과했다. 미 쇠고기 촛불시위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 정국 현안에 파묻혀 지친 심신을 추스르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가는 이렇듯 1년에 한 차례, 길어야 일주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일주일 휴가를 내고는 지방에서 2~3일 보내고 청와대로 돌아와 나머지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서구 정상들의 휴가에는 견줄 바가 못 된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만 해도 임기 전반 4년 가운데 353일이 휴가였다. 4년 중 1년을 휴가로 보낸 셈이다. 1999년 13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의 600만㎡가 그의 주된 휴가지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호화판 휴가 논란 속에 이달 하순 매사추세츠주의 한 섬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주일간의 휴가라지만 별장 임대료만 5만달러에 이른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지난달 하순부터 스코틀랜드의 자택에서 한 달간의 휴가에 들어가 일벌레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조깅을 하다 쓰러졌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프랑스 남부의 처가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지난달 하순부터 3주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사나흘짜리 빈약한 휴가를 떠나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구상을 점치는 우리와 달리 왜 그리 오래 쉬느냐는 비판도, 그리 오래 쉬면서 무슨 구상을 했느냐는 질문도 따라붙지 않는다. 대통령의 휴가 구상, 쉬는 것조차 업무의 연장이었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자 제왕적 대통령제와 함께 사라져야 할 단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벌레들의 침공] 도심 습격 일어날까

    충남 천안시 신부동에 사는 주부 이은경(30)씨는 8월을 목전에 두고 맘이 그다지 편치 않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그의 단독주택에 꽃매미가 수시로 출몰해 가족들이 불안에 떨었던 기억 탓이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중순 갑자기 벌겋고 검은 몸통을 한 징그러운 꽃매미 무리가 집 안으로 쳐들어온 뒤 10월까지 두달간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 “꽃매미를 집 밖으로 쫓아내느라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벌레들이 도심을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농촌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농작물에 피해를 줬던 벌레들이 밀도가 높아지면서 도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잠자리 떼가 고속도로를 습격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피서길에 올랐던 김지영(30·서울)씨는 “잠자리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앞 유리창으로 달려들어 사고가 날 뻔했다.”며 “영동고속도로를 수없이 다녀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권용정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미국흰불나방’과 바퀴벌레 등 각종 해충의 도심 침공은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계속됐으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기후변화로 새로운 종(種)의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갈수록 도심 침공 및 피해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떼지어 몰려 다니며 곡식은 물론 사람까지 무차별 공격, 목숨까지 앗아가는 ‘붉은 불개미(fire ant)’의 국내 공습을 크게 경계했다. 미국과 중국 도시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는 불개미의 국내 유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교수는 “이들 국가와의 교역 확대와 여객·화물 수송의 증대 등으로 불개미의 국내 유입은 피할 수 없다.”며 “일단 유입되면 번식력이 왕성해 살충제로도 퇴치가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가 원산지인 불개미는 강한 독성을 지녀 한번 물리면 몸이 퉁퉁 붓고, 과민성 쇼크로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벌레들의 침공]“생태조사 선행해야 천적키우기도 도움”

    [벌레들의 침공]“생태조사 선행해야 천적키우기도 도움”

    최광열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벌레 침공을 막는 관건은 벌레 생태조사”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생태조사가 이뤄져야 어떤 벌레가 어떤 동식물에, 어떤 형태로 들어오는지 알고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최광식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연구가 초기 단계여서 자료와 방제법이 부족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병해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 시점에서는 유통경로 차단과 함께 벌레의 천적을 키우는 방안도 유효하다. 외래 벌레한테는 우리나라가 ‘천적 사각지대’나 다름이 없다. 1976년 제주 감귤밭에서 기승을 부린 깍지벌레와 이세리아깍지벌레에 천적인 루비깡충동벌과 베달리아무당벌레로 대응해 큰 효과를 봤다. 송정흡 제주농업기술원 연구원은 “얼마 전부터 전에 없던 볼록총채벌레가 나타나 천적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법도 벌레 창궐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성기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연구원은 “친환경 농법을 강조하지만 약제(농약)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다양한 수종으로 숲을 조성해야 특정 벌레가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벌레 유입 후 가장 좋은 대처법은 월동처를 차단하는 것이다. 생태조사를 통해 벌레별로 어떤 곳에, 어떤 방법으로 월동하는지를 파악해 발본색원하는 방법이다. 싱가포르는 모기가 산란하지 못하도록 아파트 베란다에는 물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광열 교수는 외래 벌레가 국내에서 월동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비닐하우스를 꼽았다. 그는 “정부가 월동기가 아니라 성충으로 자라 한창 문제가 될 때 관례적으로 방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벌레들의 침공](하)해충 습격에 시달렸던 진해·울산 르포

    [벌레들의 침공](하)해충 습격에 시달렸던 진해·울산 르포

    지난 4월 경남 진해시 웅촌동 수도마을에서는 한바탕 벌레 소동이 벌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이 마을에 떼지어 나타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땅속 미생물이 밖으로 나와 생긴 자연적 현상”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민들은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을 주민 정모(70·여)씨는 “낮선 벌레 한 마리만 나타나도 주민들이 마음을 졸인다.”며 한숨지었다. 주민들의 벌레 공포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사람들은 2002년부터 5년간 바다모기로 불리는 ‘깔따구’에 지독하게 시달렸다. 30일 찾아간 수도마을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본격적인 여름이 닥치자 끔찍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마을 주민 김모(71)씨는 “방제약을 살포해서 그런지 2~3년 전부터 깔따구 떼가 사라졌지만 언제 또 나타날지 몰라 마음 편히 지낼 날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 ‘깔따구 습격’이란 환경재앙 조짐이 나타난 것은 인근에 부산신항만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당시 해양수산부(국토해양부)는 신항만 공사에서 나온 준설토를 마을 앞 바다에 쌓았고, 그때부터 난데없이 깔따구 떼가 마을을 습격했다. 준설토 투기장은 633만㎡로 광활했다. 마을 골목마다 깔따구 떼가 뒤덮었다. 창문에 새까맣게 달라붙었다. 주민들은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밤에는 불을 켜지 못했다. 깔따구의 습격은 밤낮이 없었다. 죽어 널린 깔따구 더미를 쓰레받기로 쓸어담아 버리는 일이 주민들의 일상사가 됐다. 정부는 2005년 곤충성장억제제를 대량 살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깔따구 떼가 서서히 사라져갔지만 살충제 구입에만 87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했다. 깔따구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웅촌동·웅동 일대 9개 마을 주민과 상인 1357명은 유해곤충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2007년 7월30일 해양수산부가 17억 6396억원을 배상하라고 재정결정을 내렸다. 조정위는 당시 ‘준설토에 영양물질이 많이 들어 있고, 바닷물이 담수로 변해 기온이 오르면서 해조류와 플랑크톤이 풍부해져 깔따구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판결했다. 뭍에서 1.3㎞ 떨어진 섬이었던 수도마을도 준설토 투기장으로 쓰이면서 지금은 육지로 변했다. 얼마 전 몇차례에 걸쳐 쏟아진 폭우로 마을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요즘도 이 마을은 깔따구 악몽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 못한다. 이상섭 전 깔따구 피해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투기장을 방치하면 물웅덩이가 생기고 풀밭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또다시 해충이 대량 서식할 수 있다.”며 철저한 관리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같은날 울산 울주군 청량면 오대·오천마을은 산업단지 조성작업이 한창이었다. 2~3년 전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과 들판은 흔적이 없었다. 작업 현장을 한참 더 들어가자 몇몇 집이 나타났다. 집 앞에서 잡초를 뽑던 차모(58)씨가 기자를 보자 잠시 일손을 멈췄다. 차씨는 “주민들이 대부분 떠나고, 몇명만 남았다.”며 “산업화가 울산을 살렸지만, 우리 마을은 산업화로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대·오천마을은 배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울산배’로 명성을 날리던 이곳에 1970년대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면서 환경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단에서 나오는 뜨거운 온수가 마을 앞 하천의 수온을 계속해서 높였고, 마을의 공기까지 뜨겁게 바꿔놓았다. 차씨는 “개천 물과 공기가 더워지더니 깔따구가 집단 서식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주민들은 깔따구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미꾸라지를 차떼기로 들여와 개천에 방류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차씨는 “한 여름에도 주민들이 긴 옷을 입었고, 모기장 모자를 쓰고 밭일을 나갔다.”면서 “차를 타고 마을에 들어올 때는 차 불빛을 보고 새까맣게 달려드는 깔따구 떼 때문에 소름이 쫙 끼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울산시와 울주군에 대책을 호소했다. 울산시는 산업단지 조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주민들은 이를 수용했고, 2007년부터 마을을 떠났다. 지난해 공단이 착공됐다. 깔따구 떼의 습격도 멈췄다. 181가구나 됐던 마을 주민들은 이제 50여가구만 남았다. 이들도 모두 올해 안에 떠날 예정이다. 차씨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깔따구에게 뺏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진해 강원식·울산 박정훈기자 kws@seoul.co.kr
  • [벌레들의 침공(상)] “농약 뿌려도 소용없어”… 포도밭 ‘쑥대밭’

    [벌레들의 침공(상)] “농약 뿌려도 소용없어”… 포도밭 ‘쑥대밭’

    충남 천안시 입장면 호당1리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지난 28일, 위례산 줄기 사이에 자리잡은 마을로 들어서자 전원주택 몇 채와 농가들이 보였다. 40가구 남짓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데다 마을이 산밑에 깊숙이 들어앉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거봉포도’로 유명한 고장답게 포도밭이 널려 있다. 밭에 들어서자 멧돼지와 고라니 발자국이 보였다. 죽은 황갈색 포도나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말라 죽은 줄기는 푸석푸석했고, 줄기마다 콩알만 한 구멍이 10여개씩 뚫려 있었다. 총알 자국처럼 파였다. “이게 뭐냐!?” 2년 전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꽃매미와 첫 대면을 했다. 1년 뒤인 지난해에는 이웃을 만나면 “우리 밭에 엄청 많은데, 자네 집은 어때?”가 인사말이 됐단다. 그 사이 꽃매미 떼는 이 마을 포도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무서운 벌레다.” 산 밑에 포도밭 7934㎡(2400평)를 일구고 있는 이영호(55)씨는 지난해 겪은 일을 되돌아보며 치를 떨었다. 그는 “포도나무 3분의1이 말라죽었다.”고 말했다. 다른 밭까지 합쳐 모두 2만 6446㎡(8000평)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이씨는 지난해 3000만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고 했다. 꽃매미는 산에 살다가 포도밭을 기습했다. 이씨는 “꽃매미는 줄기에 앉아 침을 박고 즙을 쪽쪽 빨아먹는다.”며 “30여년간 포도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벌레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꽃매미 성충은 농약을 흠뻑 맞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포도밭은 살균제만 제때 뿌려주면 수확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기껏해야 열매와 잎이 검게 변하는 탄저병과 노균병 정도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꽃매미가 출현한 뒤에는 살충제를 섞어 쓰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꽃매미를 ‘중국매미충’으로 불렀다. 중국에서 날아왔다는 입소문이 떠돌던 때였다. 동네에서 못 보던 벌레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당황했다. 천적도 없었다. 이씨는 “새들도 잡아먹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꽃매미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포도나무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나무줄기가 안 보일 정도다. 파리채로 후려치고, 양손에 장갑을 끼고 줄기를 손뼉 치듯 때리고, 가위로 자르고 발로 짓이겨도 보았지만 줄지 않았다. 토치램프 불에 태워 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유병권(63)씨는 “면소재지 포도밭은 재작년 꽃매미가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쫙 깔렸다.”고 전했다. 이어 “농민들이 감당 못할 벌레”라며 “포도밭에 날개를 편 채 검붉은 등을 드러내고 죽어 있는 꽃매미 떼를 보면 소름이 쫙 끼친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아랫 마을인 시장1리 주민 윤순옥(50·여)씨는 “꽃매미는 잘 울지도 않는다. 감쪽같이 줄기를 빨아먹어 포도나무를 죽인다.”고 했다. 윤씨는 “속이 상해 (죽은 포도나무들을) 다 베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날개가 갓 나온 어린 꽃매미들이 밭 여기저기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줄기에 더러 붙어 있는 것을 건드리면 서툰 날갯짓으로 도망쳤다. 이씨는 “농약 치는 일을 조금만 게을리하면 포도나무 줄기에 새까맣게 달라붙는다.”면서 “농약 분무기 소리만 나도 달아났다가 이내 다시 찾아온다.”고 전했다. 그의 밭 주변 산속의 오리나무와 오동나무 몇 그루도 꽃매미가 빨아먹어 누렇게 죽어 있었다. 꽃매미는 8월 중순쯤부터 힘차게 날기 시작한다. 이씨는 요즘 바짝 긴장해 있다. 매일 포도밭을 살피고 3~5일에 한번씩 농약을 치고 있다. 이씨는 “포도나무가 죽으면 다시 묘목을 심어 4~5년은 고생해야 수확할 수 있다.”면서 “보상도 전혀 안 해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집집마다 농약 1~2통 던져주고 말 게 아니라 산림 항공방제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ㆍ사진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온난화의 저주?… 벌레가 몰려온다

    온난화의 저주?… 벌레가 몰려온다

    #지난 5월 중순 진딧물이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대를 습격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여름에도 서늘해 해충이 거의 없었으나 올해는 배추·무·감자 등에 진딧물이 이상 번식을 했다. 농촌진흥청 고랭지농업연구센터는 올 5월 고랭지 기온이 섭씨 13.7도를 기록, 과거 35년간 평균기온 11.9도보다 무려 1.8도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당 평균 220마리였던 진딧물이 올해 5000여마리로 22배나 늘었다. #요즘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해변 해송군락지에는 누런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솔껍질깍지벌레들이 휩쓸고 간 흔적이다. 숲속 여기저기에는 잘려진 해송들이 널브러져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금정산과 기장 일대 1355㏊에서 2만여그루가 솔껍질깍지벌레 피해를 봤다. 1996년 부산 남구 용호동 신선대 조림목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솔껍질깍지벌레는 요즘 한창 성충으로 자라고 있다. ‘괴(怪) 벌레’들이 몰려오고 있다. 한반도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종 벌레가 출현하고, 드물었던 벌레들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과 들, 바다를 가리지 않고 육·해·공 전방위로 ‘벌레들의 침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벌레들은 벼와 옥수수 등 농산물을 왕성하게 먹어치우고, 주택가까지 침범해 사람을 괴롭힌다. 벌레를 피해 이사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국립보건원 권준욱 과장은 “중국에서는 뎅기열 모기가 2006년 광둥성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모기는 출혈열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도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는 만큼 뎅기열 모기의 안전지대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꽃매미 출현 면적은 2006년 1㏊에서 3년만인 올해 2765㏊로 퍼졌다. 꽃매미는 중국에서 날아든 신종 벌레다. 현재 전북 부안과 경북 영천까지 남하했다. 같은 기간 멸강나방은 40배 이상 급증했다. 애멸구는 5배 정도 늘었다. 두 해충도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이준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온난화 속도에 비례해 외래 해충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검역 강화 등 확산경로 차단 노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국가직 7급 한국사, 수험서만 믿다간… 마돈나 팔 근육질의 진실은? 택시에 딸두고 내린 부모 되레 비키니입고 한강 활보? 여섯살 꼬마도 자폭 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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