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벌레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머리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인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천식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청탁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002
  • [고전 톡톡 다시 읽기](52)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고전 톡톡 다시 읽기](52)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버트런드 러셀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대해, 중세 기독교에 끼친 지대한 영향 외에는 그다지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말했다. 러셀이 보기에 ‘티마이오스’는 과학이나 철학이기보다는 종교에 가까웠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의 하이젠베르크는 신학 학교 지붕 위 따뜻한 햇살 속에서 ‘티마이오스’를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양자 역학으로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하이젠베르크지만, 만일 ‘티마이오스’가 없었다면 그에게 노벨 물리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불확정성의 원리’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종교와 과학 사이에 놓이는 책, 아니 너무도 멀게 느껴지는 종교와 과학을 중첩되도록 만드는 책!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는 이곳에 존재한다. ●과학으로서 ‘티마이오스’ ‘티마이오스’는 우주의 발생과 구성 원리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 제시되는 우주 구성의 근본 물질은 불, 흙, 물, 공기. 이 4원소는 당시 자연철학자들의 사유를 이어받은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4원소의 내적 구조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하학적 형식으로 그것들을 정의한다. 이에 따라 4원소는 기하학적 입자로서 설명되고, 우주의 생성은 순수한 형식의 세계로 펼쳐진다. 플라톤은 또한 우주의 생성 원리에 관해서도 기존의 자연철학자들과 결별한다. 그는 자연철학자들이 ‘사랑’과 ‘투쟁’ 따위의 모호한 표현으로 우주의 발생을 말하던 방식과 달리, 수(數)의 비례 관계를 자신의 근거로 삼는다. 수와 기하학적 질서 위에 구축된 우주! ‘티마이오스’는 오늘날 과학이 우주를 다루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종교적인 차원에서 읽힐 여지가 있는 것은 우주 발생의 순간에 등장하는 ‘데미우르고스’라는 신 때문이다. 하지만 데미우르고스는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주 원리를 담은 형상(形相)과 우주의 재료가 되는 질료가 신에 앞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데미우르고스는 자신의 마음대로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는 형상들을 본(本, paradeigma)으로 삼아 제작할 뿐이다. 질료 역시 재료로 쓰기 위해서는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이 신의 운명이다. 그러므로 한쪽으로는 설계도를 따르려 애쓰면서, 다른 쪽으로는 재료들과 씨름하는 장인(匠人)의 모습이 데미우르고스라는 신이다. 신조차도 따라야 하는 우주의 원리가 있고, 그 원리들을 수와 기하학의 세계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티마이오스’는 과학에 가깝다. ●종교로서 ‘티마이오스’ ‘티마이오스’의 시간 배경은 플라톤의 대표작인 ‘국가’ 속의 이야기들이 오고간 다음 날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 ‘티마이오스’가 ‘국가’의 후속편인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플라톤 스스로가 ‘티마이오스’를 ‘국가’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 플라톤의 근본적인 고민은 인간의 정의로운 삶이었다. 그에게 정의로움이란 훌륭한 삶의 지표였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플라톤은 정의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모색하고자 했다. 하지만 누군가 ‘왜’ 정의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면? ‘인간이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될까. 플라톤은 이런 명령 대신 우주를 가지고 들어온다. 즉 훌륭한 삶에 관한 플라톤의 논의는 인간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다시 우주로 확장됨으로써 완성된다. 하여 플라톤은 우주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앞서 ‘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다. 생각해 보면 데미우르고스라는 신이 형상을 보았다고 해서 꼭 우주를 만드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의 ‘선견과 배려’가 있다. 신은 훌륭한 이이고, 그는 자신이 훌륭한 만큼 “모든 것이 최대한으로 자기 자신과 비슷한 상태에 있기를 바”란다는 것! 이것이 우주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인간이 존재하게 된 이유다. 그러므로 우리는 만물이 훌륭하게 되기를 바랐던 신의 마음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다. 우주에는 우리 삶을 이끄는 섭리가 담겨 있고,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은 그 섭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 플라톤에게 우주는 인간을 이루는 물질적 원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편으로 인간의 삶을 훌륭하게 이끄는 원인이다. 인간의 물질적 바탕을 넘어 삶의 근거로서 우주. 플라톤의 이러한 목적으로서의 우주가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과 맞닿게 된다. ●우주, 삶의 새로운 상상력 우리는 ‘티마이오스’를 통해 과학으로 풀어진 섭리를 만난다. 이 때문에 ‘티마이오스’는 신학자와 과학자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책이 된다. ‘티마이오스’ 속의 독특한 우주는 세계를 바라보는 플라톤의 시선에서 기인한다. 그에게 ‘자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풀어줄 열쇠였다. 플라톤이 우주를 수학적으로 해석한 피타고라스 학파에 그토록 심취한 이유도, 삶의 윤리를 정초할 새로운 세계를 만났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하늘 속에 담긴 땅의 모습을 보았고, 땅 위에 펼쳐진 하늘의 원리를 읽었다. 오늘날의 과학은 플라톤의 이런 시선이 옳았음을 증명해 준다. 지구상의 동물, 식물, 벌레 심지어 물방울까지 똑같은 사전의 코드를 이해하고 있다. 효모 세포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바다와 인간이 가진 염과 광물질의 비율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또한 우리 몸이 허용할 수 있는 원소의 양은 지각에 존재하는 원소의 양과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그러니 우주를 본다는 것은 인간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과학은 우주가 얼마나 다채롭고 생기로운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플라톤이 말했던 수적 비례와 기하학적 질서를 넘어서는 질적 다양체의 세계. 과학은 우리를 그 세계들과 이어주는 다리다. 그러니 사회가 규정해 놓은 획일화된 가치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다면 과학이 펼쳐놓은 우주로 들어가 보자. 과학의 다리를 건너는 약간의 수고로움만 들인다면 다채로운 우주 속에 존재하는 우리 삶의 무한한 가능성들과 통로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의 윤리를 창안할 수 있는 우주적 상상력!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과학으로부터 받게 된 최대의 선물이 아닐까. 신근영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열린세상] 포도밭과 장미의 비밀/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포도밭과 장미의 비밀/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미국에 있을 때 가끔씩 포도주 생산시설과 식당을 두루 갖춘 포도농장에 들르곤 했다. 포도농장은 보통 한적하고 풍광이 좋은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복잡한 일상을 떠나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기엔 제격이다. 포도밭을 거닐며 포도주 제조공정을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이다. 어느 초여름 포도 재배의 최적지와는 거리가 먼 텍사스 조그만 대학도시 근교의 포도농장에 들렀다. 평소 맥주를 즐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 본인의 대통령 박물관과 부시행정대학원을 이 도시에 유치한 후에 방문해서 더욱 유명세를 치른 농장이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포도농장에 들어선 나는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도열한 포도나무 앞에 견장 찬 소대장처럼 장미가 한 그루씩 심어져 있었다. 장식용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그 장미의 비밀을 안내자에게 물었다. 장미의 비밀은 놀라웠다. 열악한 기후조건에서 양질의 포도를 재배하기 위한 비밀병기가 바로 장미라는 것이다. 장미는 벌레가 많이 몰려서 재배하기가 어렵지 않고 포도나무와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포도나무가 영양부족이나 병충해로 이상이 생기기 전 유사한 증상을 장미에서 먼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포도나무에 예방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미가 포도농장의 훌륭한 조기경보시스템인 셈이다. 대통령은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이다. 농부가 포도밭을 일구어 양질의 포도주를 생산하듯이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국정을 이끈다. 텍사스 포도농장이 장미의 비밀을 통해 악조건을 극복하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조기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잘 자라는 장미에 벌레가 순식간에 모여들 듯 조금만 소홀해도 조기경보시스템은 고장나 버린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사태와 금융위기로부터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최근의 구제역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국정 혼란을 경험하였다. 많은 국민들이 국정운영시스템의 오작동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라도 효과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차분하게 장미의 비밀을 찾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이는 다음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환점을 돌아 이제 2년여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친 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무대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쉬울 것이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고 숨이 가빠질 때다. 남은 구간을 달리는 동안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사람보다는 자칫하면 실망하고 등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호가호위한 사람에 대한 불만과 차기 주자의 행보로 인해 권력을 모으는 구심력보다는 점차 원심력이 강해질 것이다. 조급증에 시달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경주를 끝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국정과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집권 초기에 야심차게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지난 3년간 국민에게 약속한 국정과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앞으로 국정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는 문제와 함께 개헌이나 복지정책 논쟁이 정치적 뇌관이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어려운 국정위기를 호되게 경험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0월 성과관리수석(Chief Performance Officer)을 임명하고 백악관의 관리예산처가 정부의 성과관리를 총괄하도록 했다. 다양한 국정위기에 대처하는 조기경보시스템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이 장미의 비밀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초여름에는 청와대 뜰의 장미에 몰려든 벌레가 걱정스럽더니, 이제는 점차 세차게 불어오는 찬 바람에 장미가 얼어 죽을까 걱정스럽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청와대에는 장미의 비밀이 잘 간직되어야 한다.
  • ‘침묵의 봄’ 가까워 오는가

    ‘침묵의 봄’ 가까워 오는가

    ‘어느 날 원인 모를 병이 마을을 덮쳤다. 새들의 지저귐이 사라졌고 꽃 사이로 붕붕거리던 꿀벌도 자취를 감췄다.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들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찾아왔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이 저서 ‘침묵의 봄’에서 경고한 지구촌 재앙의 일단이 새해 벽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아칸소주와 루이지애나주의 찌르레기떼 추락사뿐 아니라 스웨덴과 영국 등 유럽, 남미의 브라질,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 아시아의 태국과 일본 등에서도 크고 작은 동물 의문사가 잇따르고 있다. 새해 들어 연일 동물 의문사가 보도되면서 인터넷에서는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물의 집단 의문사가 결코 올해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형태와 이유로 나타나는 동물의 집단 죽음이 결국은 지구의 환경 파괴와 온난화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들의 잇단 ‘다잉 메시지’ 동물의 떼죽음은 2000년대 후반부터 더욱 자주 눈에 띈다. 미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7일 최근 발생한 동물의 주요 수난사를 추려 보도했다. 2009년 칠레의 여러 동물들이 연쇄적 의문사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3월 펭귄 1200마리가 칠레 남부의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정어리떼 수백만마리의 사체가 해안으로 쓸려 내려왔고, 같은 달에 희귀종인 홍학 수천 마리가 둥지를 버리고 떠나는 바람에 새끼 2000여 마리가 굶어 죽기도 했다. 2008년에는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섬에서 고래들이 뭍으로 기어 올라와 집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둥근머리돌고래 60마리가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1주일 뒤 참거두고래 150마리가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은 이듬해까지 이어져 2009년 향유고래 45마리가 숨진 채 태즈메이니아섬 모래톱에서 발견됐고 둥근머리돌고래와 돌고래 140여 마리가 해변으로 쓸려내려와 죽었다. 이 또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박쥐 100만 마리도 2006년 괴질에 걸려 죽는 등 수난을 당하고 있다. 5년 전 뉴욕에서 시작해 미국 14개 주로 번진 이 곰팡이성 질병은 겨울잠을 자는 박쥐의 입과 코를 하얗게 만들어 죽도록 했다. 정확한 원인과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박쥐가 괴질로 떼죽음을 당하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쥐는 곡물이나 나무에 피해를 주는 해충 애벌레를 먹이로 삼는데 박쥐가 사라지면 생태계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사회를 고민스럽게 만든 꿀벌의 ‘집단 가출’(벌집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도 환경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살충제가 벌의 몸 속에 쌓여 있다가 후손 벌들에 치명적 결함을 안겨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립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 전역에서 호박벌 4개 종의 개체 수가 10~15년새 96% 줄었다. ●다음 타깃은 인간… 모니터링 강화를 동물의 잇단 의문사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를 읽고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한다. 인간에 앞서 동물이 생태계의 미묘한 균형 파괴를 알아차려 죽음을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요인으로 꼽혀 온 독성 화학물질이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과 맞물리면서 위해성이 크게 높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경호 서울대 교수(보건학)는 “지구 온난화가 화학물질의 독성을 일률적으로 높인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물고기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의 경우 일정량 이상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독성이 최대 200배까지 치솟는 등 기후변화로 화학물질의 불안정성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박찬열 산림과학원 박사는 “미국 새떼의 죽음은 그나마 도시에서 일어나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다. 숲 등 서식지에서 떼죽음이 발생하면 모르고 넘어간다.”면서 “우리나라도 서해안 등 겨울 철새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해 동물들이 전달하는 위기의 신호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연극리뷰] ‘에어로빅 보이즈’

    말 그대로 ‘흔드는 데’ 목표가 있었다면 출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서울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차세대 연극연출가 육성 프로그램 ‘요람을 흔들다’에 선정돼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 ‘에어로빅 보이즈’(최원종 연출, 극단 명작옥수수밭 제작) 얘기다. 작품은 입만 열면 ‘퍽’(fuck)을 외쳐대던 데스 메탈(Death metal·거칠고 과격한 연주가 특징인 헤비 메탈의 한 장르)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 멤버들이 에어로빅 센터 직원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헤비 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1996년 ‘로드’(Load) 앨범을 내고 받았던 비난을 떠올리면 극의 분위기가 쉽게 짐작갈 듯. 흰색 바탕에 시뻘건 핏물과 망치를 그려 넣었던 충격적 데뷔앨범 ‘킬 뎀 올’(Kill’em all)을 기억하는 골수 팬들은 치렁치렁하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댄디 보이로 변신한 메탈리카를 두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차이는 있다. 세계적 밴드였던 메탈리카는 험한 욕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극 중 ‘지옥의 사생아들’은 한국적 음악 풍토에서 고별무대마저 빈 의자를 놓고 치러야 했다. 극은 이런 상황이 일으키는 웃음의 연속이다. 헤드 뱅잉(머리 흔들기)에 미쳐 있던 밴드 주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에어로빅의 발랄한 춤과 작위적 웃음을 흉내내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로커의 자존심이라는 긴 머리를 미용실에서 잘라내는 장면은 웃음의 절정이다. 송재룡, 염혜란 등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은 코믹 연기의 핵심이 호흡이라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 줄 정도로 주거니 받거니 탄탄하게 극을 떠받친다. 관객들은 이들의 호들갑에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는다. 밴드 멤버들 역시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이라는 점도 포인트. 겉으로는 마이크의 순결함을 얘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복장을 한 채 온 세상에 저주를 퍼부어대지만, 속으로는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더 큰 반전은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가 작가 시절엔 줄곧 심각한 작품을 던져 온 최원종이라는 점이다. 극 전체는 젊은 시절의 무모한 열정이 차츰 무뎌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제의식만 놓고 보면 그가 쓴 전작 ‘두더지의 태양’,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이 상황을 다소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 작품은 코믹한 방식을 택했다는 게 이채롭다. 소재나 극을 풀어 나가는 방식이 아주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데스 메탈에서 에어로빅으로 180도 변신한 것은 ‘지옥의 사생아들’이 아니라 최원종 본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랍다. 다른 무대에서는 비극적 인물을 맡아 열연했던 박완규가 ‘지옥의 사생아들’ 리드 보컬을 맡아 약간 어설픈 리더 역을 소화해 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짧게 끊어치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늘어지는 감은 있으나,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7일까지. ‘에어로빅’에 이어 같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고리끼의 어머니’(임세륜 연출, 극단 다 제작)와 ‘사라-O’(이성구 연출, 극단 가변 제작)다. ‘고리끼’는 9~12일, ‘사라-O’는 14~16일이다.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요람’ 지원작으로 뽑힌 뒤 김석만 전 서울시립극단장, 박재완 극단 루트21 대표,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가 각각 멘토를 맡아 만들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최우수작은 올해 서울연극제에 공식 출품된다. 1만 5000~2만원. (02)765-75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독도 사철나무 원산지 밝혀

    독도 사철나무는 제주도와 전남 여수가 원산지이며, 일본 사철나무도 제주도와 전남 여수에서 전파돼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독도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실시한 ‘2010년도 독도 생태계 정밀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영남대 박선주 교수 등 8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계절에 걸쳐 조사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독도 동도 분화구 안팎에서 사철나무의 표본을 채취했고, 울릉도와 국내 5개 지역, 일본 3개 지역에서 사철나무의 표본을 채취·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그동안 독도의 사철나무는 형태적 특성이 울릉도나 한반도 내륙의 개체와 달라 ‘줄사철’ 또는 ‘사철나무’의 변종이라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번 독도 생태계 정밀조사에서 알통다리잎벌레와 소루쟁이진딧물 등 2종류의 미기록 곤충을 최초로 발견했고 갯장대와 왕김의털, 갓, 큰개미자리 등 독도 식물 10종에 대한 DNA정보도 새로 확보했다. 대구환경청은 새로 확보한 독도 식물 10종의 정보를 올 상반기 국제 유전자원은행인 미국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등록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철’없는 모기 이제 사라지려나

    중구가 ‘철없는’ 모기를 소탕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오는 3월 말까지를 겨울철 모기 특별 방제기간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방역활동을 벌인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는 방역소독반을 편성해 난방시설이 잘 갖춰져 모기들이 서식하기 쉬운 아파트와 대형 건물 등을 대상으로 소독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모기방제신고센터(3396-6365)도 설치해 주민들이 모기 서식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모기는 지구 온난화와 도심 열섬현상, 난방시설 확충 등의 영향으로 어느덧 사시사철 일상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1억년 전 중생대부터 끈질기게 생명력을 보유해 웬만해선 막을 수도 없다. 그나마 햇볕 쨍쨍한 여름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모기 소탕을 위한 적기다. 변온동물은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도 떨어져 성장·번식도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교명 구보건소 전염병관리팀장은 “모기는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에는 체내에 지방을 축적해 체력이 강하나 해빙기인 2~3월에는 체내 지방을 많이 소모해 월동에 성공할 확률이 20~30% 미만으로 떨어진다.”면서 “게다가 겨울에는 제한된 공간에서 활동하는 만큼 완전 방역도 가능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유충(장구벌레) 한 마리를 없애면 모기 성충 500마리를 박멸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방행정 NEW 스타트 - 지역개발 패러다임 전환

    [서울신문 신년특집] 지방행정 NEW 스타트 - 지역개발 패러다임 전환

    “이제는 지역개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발의 주체인 지자체는 딴전이다. 오히려 개발을 위한 국비사업 유치에 혈안이다. 단체장은 국비 확보액과 개발사업의 효과 부풀리기에 열을 올린다. 선거권을 쥔 주민을 의식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인근 지역과 유사·중복 투자 논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럴 경우 사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결국 피해는 주민 몫으로 돌아간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프로젝트 ‘돈먹는 하마’ 전락 4400억 투입 영암 F1대회 투자수익 부풀리기 논란 전남도가 유치한 포뮬러원(F1) 대회와 강원도의 알펜시아리조트 사업. 당초 기대와 달리 엇나간 지역개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함평 나비축제 등 향토자원을 소재로 해 효과를 극대화한 사업들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가을 치러진 F1국제자동차대회는 이목을 끈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최근 전남도와 운영 법인인 KAVO 등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들어갔다. 도는 경주장 건설비로 계획보다 1000여억원이 증액된 4400여억원을 쏟아부었다. F1을 운영하는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FOM측에 개최권료로 340억원을 지급했다. 계약에 따라 올해는 이보다 10% 늘어난 480억원 등 향후 6년간 똑같은 방식으로 400억~500여억원을 줘야 한다. 이를 메우기 위해 최근 368억원의 국비지원을 요청했으나 200억원만 반영됐다. 나머지는 지역 주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다. 도는 당초 F1대회 유치를 통해 영암의 간척지 일대에 자동차 연관 산업을 유치한다는 거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로선 투자 대비 수익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강원도에 막대한 빚을 지운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 역시 ‘장밋빛 개발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최근 중국 자본 유치를 추진 중이나 결과는 미지수이다. 이 사업 역시 뭉칫돈을 투자한 지역 개발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들 사업은 비교적 덩치가 커 쉽게 눈에 띌 뿐이다. 각 지자체가 지역개발이란 명분을 내걸고 추진 중인 크고 작은 각종 사업들도 ‘돈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역개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체장들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일단 사업을 벌여 놓고 보자.’는 식으로 간다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송인성 교수는 “중앙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에, 지방정부는 사업의 효율성에 각각 목표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선거직 단체장은 치적 홍보식 개발 쪽으로 빠질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다.”며 “무조건 국비만 따다가 지역에 퍼붓는 방식의 개발보다는 전남 담양의 대나무처럼 그 지역의 고유한 유전자가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향토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발전연구원 조상필 도시연구팀장은 “ 국가정책인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테두리 안에서 지역 차별화 전략을 꾀해야 한다.”며 “신재생 에너지, 해양관광, 생물산업 분야 등 지역 특성을 살린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지역개발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사업 성공사례 3제 ●함평 나비축제 교과서에 실린 지역축제 아이콘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는 우리나라 축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이 축제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성공적인 지역 축제의 아이콘으로 발전했다. 지자체가 추진 중인 축제 가운데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각종 연구 논문에도 단골로 등장할 정도다. 함평군에 따르면 1999~2010년 축제 기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1248만 5000여명에 이른다. 연 평균 100만여명꼴이다. 경제적 효과는 군의 브랜드 ‘나르다’ 상품과 특산물 판매 등 모두 1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축제의 성공으로 지역에 대한 청정 생태 이미지 부각 등 무형의 자산은 제외한 수치이다. 나비축제는 자치단체의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했다. 당시 이석형 군수는 공장 하나 제대로 없는 농촌을 ‘세일’하기 위해 흔하디 흔한 ‘나비’를 테마로 잡았다. 군 농업기술센터에 나비곤충연구소를 개설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했다. 연구소는 축제기간 나비 애벌레가 성충, 번데기에 이르는 변태과정을 공개했다. 이후 초등학생들의 생태학습 축제로 자리잡았다. 2008년엔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열어 행사의 규모를 키웠다. 30여만㎡의 유채꽃밭과 70여만㎡의 자운영(콩과 두해살이풀) 꽃밭을 조성했다. 매년 봄 그 꽃밭 위로 70여종 5만마리의 나비를 날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나비와 꽃이 하모니를 이루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푸른음악회, 나비 날리기, 나비·곤충 생태관 운영, 나비·곤충·조류 표본 전시, 사물놀이패 공연, 농업 심포지엄, 환경 농업 체험장 운영, 환경 미술·글짓기대회 등 각종 행사도 보탰다. 함평군은 “봄 축제 기간 함평은 어린이와 나비와 꽃으로 물들고, 이런 장면은 매스컴을 타고 전국으로 중계된다.”며 “수백, 수천억원을 들인 개발사업이 이보다 더 효과가 있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함평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보성 친환경 녹차 녹차·관광 접목… 세계적 브랜드화 친환경·향토자원 개발을 꼽는다면 보성 녹차개발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보성군은 보성녹차를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하고 녹차클러스터 사업과 신활력사업, 농림사업과 연계한 특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녹차와 관광분야를 아우르는 녹차중심 산업을 육성하면서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파헤치고 콘크리트를 붙여 만드는 개발에서 탈피, 내 고장에서 나는 특산품을 세계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정받은 것이다. 보성 녹차가 세계 상품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보성군의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친환경 유기농재배 확대와 품질인증제 시행, 차 생산자 안전관리교육 등 녹차의 안전성과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국제유기인증을 획득해 해외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계단식 차밭을 기반으로 해수녹차탕, 일림산 철쭉 등 차밭 일원에 특색 있고 매력적인 관광 상품을 개발했고, 한국 차 박물관도 열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런 노력으로 차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증가했다. 1985년에는 139㏊에서 243t을 생산했으나, 지리적표시 등록 이후 지난해에는 1097농가에서 1100㏊로 차밭이 늘었다. 전국 생산량의 38%를 보성에서 생산할 정도다. 2009년 제36회 녹차 대축제에는 45만여 명의 관광객이 보성을 찾았고 261억원의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를 안겨줬다. 2009년 12월부터 2개월간 개최한 차밭 빛 축제에는 관광객 29만여 명이 찾아와 78억원을 지출하고 136억원의 직간접 생산 유발효과를 안겨줬다. 단순히 차밭을 둘러보는 관광이 아니라 녹차관련 상품개발, 계절별 축제 개발 등으로 확대하고 보성의 모든 향토자원을 이용해 ‘녹차수도 보성’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알린 결과다. 보성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김제 지평선축제 추억속의 농경문화 상품화 대박 전북 김제시가 매년 10월 개최하는 ‘지평선축제’는 한국의 가을풍경과 농경문화를 가장 잘 표현한 농경문화축제로 대박을 터뜨렸다. 열악한 농촌여건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지역 이미지를 재창출하고 쌀을 비롯한 농특산물의 경쟁력을 높여 주민소득을 증대시킨 축제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호남평야의 지평선을 테마로 1999년 처음 시작된 이 축제는 6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문화관광축제’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첫 축제를 개최한 이듬해부터 정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우수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프로그램 내용과 관광객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평선축제가 밀도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자연적,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살린 체험축제로 타지역 향토축제와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작문화의 발상지인 벽골제와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광활한 황금 들녘, 400리 코스모스길 등은 지평선축제의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하다. 잊혀져 가는 농경문화를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즐기는 오감만족축제로 승화시켜 해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쌀,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하나로 묶어 상품화함으로써 지역소득을 창출하는 마케팅 축제로 자리매김해 타 자치단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실제로 호남평야의 중심부인 김제에서 생산되는 ‘지평선 쌀’은 이 축제 이후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기호도가 높아져 홍보효과를 극대화 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농축산물박람회협회(IAFE)총회에 지평선축제가 초청돼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등 지역축제의 세계화에 시동을 걸었다. 김제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자기주도학습으로 과학고 합격

    올해 동대구과학고에 합격한 김아영양은 중 1때까지만 해도 수학 성적이 상위 50%로 딱 중간 정도였다. 그러나 김양은 졸업할 무렵 수학 성적을 상위 1%로 끌어올렸다. 상위 14%에 들던 과학 성적도 3학년 때는 상위 0.1%에 들 정도로 성적이 올랐다. 김양은 면접 당시 “초등학교 때까지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를 했지만, 중학교 들어가서 스스로 개념 정리를 하는 쪽으로 공부법을 바꿨더니 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경남과학고에 합격한 배연경양은 남해군 창선면에서 EBS 방송을 보며 공부를 했다. 섬 주변 답사·탐구 활동 결과를 꾸준히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 전형에서 합격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치른 내년도 과학고 입시부터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해 김양 등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중학교 전체 성적을 기계적으로 측정, 성적 우수자에게만 면접의 문호를 열었다면 김양이 합격할 길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에 남다는 흥미를 가진 마니아들도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통해 과학고에 입성했다. 곤충도감을 만드는 게 꿈인 임창섭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슴벌레를 기르며 홈페이지에 관찰기를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동대구과학고에 합격했다. 세종과학고 합격생 임종범군은 별명이 ‘개미’일 정도로 개미와 거미의 사육·관찰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충북과학고에 입학하게 된 방현웅군은 컴퓨터와 로봇 분야에 재능을 발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판매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교과부 창의인재육성과 이진규 과장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하고 관련 홍보를 열심히 해 그동안 과학고 지원자가 없었던 경기 양평·가평, 경북 예천에서도 합격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여든번째 겨울 캔버스, 치유의 색채를 담다

    여든번째 겨울 캔버스, 치유의 색채를 담다

    “늙은 사람 작품 같지 않지요? 몸은 나이 드는데 정신은 오히려 젊어져요. 허허” 강렬한 붉은 색의 400호 대작 그림 앞에서 노() 화백은 호탕하게 웃었다. 작품만 젊은 게 아니라 외모도 젊다. 양복 상의 윗주머니에 주황색 선으로 포인트를 준 검은색 정장에 세련된 디자인의 안경, 손가락에 낀 알 굵은 반지까지 화단의 소문난 멋쟁이다운 차림새다. 전시장 곳곳을 활보하며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얼마 전에 치렀다는 팔순 잔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서보. 한국 모노크롬(단색화) 회화의 선두 주자이자 묘법(描法) 시리즈로 이름 높은 박 화백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경기도미술관에서 근작 80여점을 선보였던 전시회 이래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등 해외 개인전과 아트페어 전시를 제외하고 국내 개인전은 3년 만이다. 팔순을 맞아 회고전 성격으로 열리는 전시는 국제갤러리 본관과 신관 전체에 50여점의 작품을 내건 대규모 전시다. 박 화백 특유의 묘법 작업 40년의 변천사에 초점을 맞춰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1950년대 국전 등 기존 화단의 가치와 형식을 부정하며 ‘앵포르멜(비정형) 추상주의’를 이끌었던 박 화백은 1967년부터 스스로 ‘손의 여행’이라고 칭한 묘법 회화에 천착했다. 프랑스어로 ‘에크리튀르’(ecriture·쓰기)라고 이름 붙인 이 작업은 초기엔 캔버스에 밝은 회색이나 미색의 물감을 바르고 연필로 그 위에 반복적으로 끊이지 않게 선을 그어서 완성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는 닥종이를 겹겹이 화면에 올린 뒤 막대기나 자를 이용해 표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밀어내 요철의 선을 만드는 작업으로 변모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모노 톤 대신 밝고 화려한 색채로 캔버스를 물들이고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23일 만난 박 화백은 “구도와 비움의 자세로 도 닦듯이 그림에 매달려온 세월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림은 생각을 토해내 채우는 마당이 아니라 비워내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들에선 자연과 사물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양 수묵화의 기본 정신인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무채색의 시대에서 색채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는 수신(修身)을 넘어 치유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몇년 전 일본 후쿠시마를 여행할 때 단풍을 보면서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감탄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써야겠다 마음먹었죠.” 빨강, 파랑, 연녹색 등 그가 쓰는 색은 화사하지만 튀거나 가볍지 않고 차분하다. “21세기 예술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흡인지처럼 빨아들여야 해요. 그림을 보면서 불안이 해소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예술이에요.” 1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요즘도 하루 열두시간씩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에도 쉬는 법이 없다. “평생 노는 걸 모르는 양반”이라는 아내의 타박에 “조금 있으면 영원히 쉴 텐데….” 라고 받아넘길 정도로 일벌레다. 그는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로선 그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청년 작가 못지않은 창작 의욕을 내비쳤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열린다. (02)735-8449. 글 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마음껏 먹고도 S라인 ‘다이어트 비법’ 찾았다

    마음껏 먹고도 S라인 ‘다이어트 비법’ 찾았다

    원푸드 다이어트·황제 다이어트 등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은 때와 장소에 불문한 여성들의 주요 화두다. 벌레 다이어트까지 등장한 최근 세계 최대 다이어트 연구단체가 가장 쉽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공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을 중심으로 유럽의 다이어트 관련연구단체 8곳이 동시 연구를 통해 공개한 비법은 “먹고 싶은만큼 먹고 절대 칼로리 계산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연구단체는 성인 938명, 어린이 827명을 상대로 6개월간 ▲고단백·저GI 식이요법 ▲저단백·고GI 식이요법 ▲저단백저·저GI 식이요법 ▲고단백, 고저GI 식이요법 ▲아무 지시도 받지 않은 식단 등 5가지 식단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GI(Glycemic Index)는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을 높이는지를 점수화 한 수치를 뜻하는 ‘당지수’로 통밀빵이나 현미 등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일수록 당지수가 낮다. 8주간의 실험결과 고단백·저GI 식이요법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자신이 먹고싶은 만큼 마음껏 먹고도 평균 11㎏을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 총 책임자인 아르넵 에스트룹 박사는 “유럽인들은 약 20년 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칼로리를 계산하고 살을 빼고 있었다.”면서 “날씬함을 유지하려면 ‘올바른’ 음식을 양껏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밝힌 올바른 음식이란 고단백·저GI 음식으로, 콩과 지방없는 살코기, 생선, 계란, 땅콩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음식은 혈당량을 적절하게 유지시키고 오랫동안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특별히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고 배부를 때까지 먹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트룹 박사는 이 연구가 비만 수수께끼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고단백·저GI 법칙만 적용하다면 당신은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제16회 서울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임대기 삼성 부사장

    먼저 뜻깊은 상을 주신 서울신문 관계자분들과 광고를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夏蟲不可以語於氷(하충불가이어어빙)’ ‘여름 벌레에게 겨울날의 얼음을 말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있는 글입니다.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에서 29년째 광고인의 길을 걸어온 제게 올해는 제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제 광고(廣告)의 시대가 아니라 적고(適告)의 시대입니다. 이는 기업이 마케팅적 의도를 대중 미디어를 통해 그저 널리 알리면 되는 과거와는 달리 날로 세분화되는 미디어 환경과 각자 다른 생각과 취향으로 분중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나 형식도 그만큼 섬세해지고 적확해져야 함을 뜻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누가 광고를 보는지, 어떤 광고를 더 믿는지, 새로운 마케팅 수단과 광고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광고계 전반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했던 것은 점차 높아져 가는 광고의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입니다. 마케팅과 광고의 다양한 수단과 메시지는, 실제로 집행되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순간, 영화나 소설과 같이 대중 콘텐츠로서 사회 문화적 측면을 갖습니다. 그런데 감시나 검증 과정이 없이 쌍방향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광고와, 어린이나 여성들이 활보하는 거리에 뿌려지는 전단 광고, 그 진실성이 의심되거나 기본적인 표현의 품격이 저급한 업의 프로모션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애초에 길은 길이 아니었다. 함께 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광고계의 모든 분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광고 산업 전반의 과학적 체질 개선과 광고 표현의 윤리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되어야 함에 공감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이 문제는 광고 산업 당사자뿐만 아니라 언론 및 대중 문화계에까지 그 파급력을 미치는 것이므로 관련 당사자분들이나 국민 여러분 또한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질서와 고객의 욕구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광고 산업의 주인은 국민과 소비자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광고주, 광고대행사, 매체사 이 삼자가 각자의 이익이나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생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머리를 맞댄다면 지금 이러한 논의는 오히려 발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암투병 여성과 메일 주고 받으며 힘겨운 세상의 희망·사랑 담담히

    “인생에는 살맛이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시련 앞에 누구나 가끔씩 좌절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여성 암환자와 중년 기자는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풍연 서울신문 부국장이 펴낸 ‘여자의 속마음’(오래 펴냄)은 진솔한 목소리로 일상의 희로애락을 솔직하게 담은 수필집이다. 올해로 기자 생활 25년째에 접어드는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에세이집 ‘남자의 속마음’을 펴낸 뒤 우연한 기회에 속편 격인 ‘여자의 속마음’을 썼다. 뜨거운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딸 자식도 없고, 오직 아내뿐이어서 속편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는 그는 암투병 중인 여성 독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여자의 속마음을 알게 됐고, 책으로까지 옮기게 됐다. 책에는 힘겨운 세상살이를 의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일상을 간결한 문체에 담은 170여편의 수필이 실려있다. 저자는 군대 간 아들을 염려하는 아버지이자 가족을 걱정하는 아내를 다독이는 남편, 실의에 빠지거나 건강을 잃은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부부 간의 사랑, 친구와의 믿음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누님’이라고 칭하는 여성 독자는 50대의 평범한 가정 주부로 몇 년전 남편을 암으로 떠나 보낸 데 이어 자신마저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풀벌레 우는 밤’, ‘감사합니다’, ‘두 딸과의 여행’ 등의 글을 통해 시련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안방 침대에 누워 산으로 넘어가는 달을 볼 수 있는 집에 산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저자의 소박함과 “행복은 가진 것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따뜻한 감동을 준다. 법조 대기자를 거쳐 이제는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저자는 삶과 죽음 등 인생은 물론 시의성 있는 주제를 날카로운 시선과 깊은 통찰력으로 짧고도 간결한 문체에 담는다. 반면 여성 독자의 글은 호흡은 길지만 감성적이고 솔직한 필체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각자 처한 입장과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배려와 상생을 통한 삶의 자세를 배웠다는 두 사람의 우정이 행간에 묻어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구하라 별난식성에 김신영 항복…“메뚜기먹는 아이돌”

    구하라 별난식성에 김신영 항복…“메뚜기먹는 아이돌”

    걸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의 별난 식성에 ‘식신’ 김신영이 항복했다. 지난19일 방송된 KBS 2TV ‘청춘불패’에서 ‘노촌장’ 노주현은 장기자랑에 선보일 노래 고르기에 정신이 없는 멤버들을 위해 특별한 보양식을 준비했다. ‘특식’이라는 말에 자리로 모여든 ‘청춘불패’ 멤버들은 음식의 정체가 메뚜기 튀김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식신 김신영 마저도 거절한 메뚜기 튀김에 관심을 보인 것은 구하라. 구하라는 노주현에게 메뚜기 튀김을 건네받고는 한입에 털어 넣으며 “간장에 조린 멸치 맛이다”고 웃응 지었다. 그런 모습에 감탄과 경악이 섞인 시선을 보낸 멤버들은 “몸에 좋다”고 메뚜기를 권하는 구하라를 피해 몸을 숨기며 “아직도 씹고 있다”, “벌레아닌가?”. “진짜 먹고 있는 건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KBS 2TV ‘청춘불패’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영화 리뷰] ‘소셜 네트워크’

    [영화 리뷰] ‘소셜 네트워크’

    현재 사용 국가 211개국, 가입자 수 5억명. 실제 나라로 치면 인구 대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대국이다.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 이야기다. 올해 3월 미국 웹사이트 방문자 수에서 구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무려 58조원. 2004년 페이스북을 만든 주인공은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 마크 주커버그다. 개인 자산 8조원으로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다. 지난 9월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미국 400대 부자에서 35위를 차지했다. 18일 개봉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바로 전 작품이 판타지 멜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기는 하지만, 데뷔작 ‘에일리언3’부터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패닉룸’, ‘조디악’에 이르기까지 연출 작품 대부분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스릴러이기 때문에 핀처의 선택이 다소 의외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저 괴짜 천재의 성공담으로 진부할 것 같았던 영화가 제대로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만들어 나가는 과거 시점과 거액이 걸린 두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현재 시점을 자유롭게 오고 가며 성공 신화의 앞과 뒤를 모두 들여다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마크는 컴퓨터 천재이기는 하나 대인 관계에 있어서는 낙제생이다. 여자 친구와의 결별에 화가 난 나머지 여학생 얼짱 투표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모든 여학생을 적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 무용담을 접한 ‘킹카’ 윈클보스 형제는 마크에게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한다. 그런데 마크는 여기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가장 친한 친구 왈도 세브린의 도움을 받아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페이스북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자, 윈클보스 형제는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며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마크는 MP3 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의 도움으로 거액을 투자 받고 페이스북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왈도와 갈등을 빚으며 등을 돌리게 된다. 왈도 역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애용하는 인맥 교류 사이트를 만들지만 정작 마크 자신은 단 하나뿐이었던 친구를 잃게 되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젊은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제시 아이젠버그(오른쪽)는 1980년대 인기 외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에 어울릴 법할 정도로 촌티나는 마크 캐릭터를 잘 표현해 냈다. 왈도 역할을 맡은 앤드루 가필드(왼쪽)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발탁돼 스타덤을 예약해 놓은 상태.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자아도취에 빠진 숀을 제대로 소화했다.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모두 이 영화를 본다면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우지 않을까. 10월 초 북미 시장에서 개봉했을 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가입자가 164만명 정도로 페이스북의 입지가 낮은 편이다.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나비 사랑에 빠진 구청 공무원

    나비 사랑에 빠진 구청 공무원

    “나비는 제게 꿈이에요. 지역 장벽과 남과 북의 경계를 무너뜨리니 말이죠.” 10일 박용우(50) 중랑구 기획홍보과 팀장이 10여년 나비와 사랑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채집한 나비가 국내외 1000여종 5000마리를 넘는다. 안준모 과장은 “그것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알이나 애벌레가 든 화분을 나눠주기도 한다.”면서 “나비 얘기만 나오면 눈에서 광(光)이 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연말쯤 전시회를 열 계획인 박 팀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빛깔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은 부서에 근무하기 때문에 전시회를 알리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박 팀장은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새벽에 제주로 날아가는가 하면 주말마다 강원도 영월 등 초지가 무성한 곳을 쫓아다닐 만큼 소문난 극성파다. 그는 “영월 쌍용시멘트 인근 야산은 석회지형으로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중간지점, 즉 북방계 나비와 남방계 나비가 만나는 특이한 곳이라 자주 찾는다. 그런데 지금은 인근 농경지에서 뿌리는 농약 때문에 나비들을 예전처럼 만나기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활동하는 ‘버터플라이’ 등 카페와 동호회에선 희귀종 보호를 위해 200마리를 강원도 화천 해산령에 풀어주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 서식하는 ‘공작나비’를 사육하는 데 성공했다. 박 팀장은 “동호회 친구들이 평화를 비는 뜻으로 나비를 풀어주며 가슴 벅차했다.”면서 “그 나비가 훨훨 날아 북한을 넘나들며 통일 디딤돌을 놓으라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길섶에서] 페이스북 친구/이용원 특임논설위원

    페이스북을 개통하라는 주위의 숱한 유혹을 애써 피해 온 까닭은, 새로운 소통수단이 두려운 아날로그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제 밤 매부에게서 “페이스북 친구하자.”는 이메일을 받고 보니 도리가 없었다. 비록 동갑에, 이십수년을 친형제처럼 지내온 사이라 해도 ‘여동생을 데리고 사는 자’의 요구에는 거절할 수 없는 힘이 들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얼떨결에 가입하고 보니 이게 웬 일? ‘친구’는 ‘친구’를 부르고, 그 ‘친구’는 또 새로운 ‘친구’를 부르고…. 그 놀라운 새끼치기는 번식력 높다는 여느 벌레에 비할 바 아니었다. 아는 사람이 있는데 친구하자 아니 할 수도 없고, 저쪽에서 친구하자는 데 거절할 수도 없고. 투덜투덜하며 매달리다 보니 두어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역시 무섭구나, 페이스북이여. 소문대로 중독성이 장난 아니로다.ㅠㅠ 그래도 어쩌겠나. 나이·지위·직업을 떠나 너나없이 친구 되는 그 매력을. 자, 날도 추운데 페이스북 친구들 다들 안녕하시지요.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적어도 한 번은 우리가 만났다/권혁웅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적어도 한 번은 우리가 만났다/권혁웅

    심야의 고속버스 앞유리는 평면도로 펼쳐놓은 로드킬이다 시속 100킬로로 나방과 사슴벌레, 하루살이 등속을 던져서 그린 액션페인팅이다 적어도 한 번은 우리가 만났다는 거다 네가 온다면 반드시 내가 마중 나가겠다는 거다
  •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상대 배우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통화가 끊어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 대사를 들어가야 내가 알아차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 들어가면 행동과 대사가 연결이 안 돼요. ” “여러분 발 밑에 흰 점선 보이시죠? 그게 분할 조명 표시입니다. 그 선을 넘으면 조명을 못 받아요. 그 점 신경 쓰면서 다시 한번 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낼모레가 공연이에요.” “거기서 한 문장 끝나잖아요. 그 대목에서 숨을 끊고 다음 대사 해야죠. 안 그러니까 다음 대사가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요. 그리고 대사 외운 티 내지 말고요.” 지난 4일 오후 9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의 연출을 맡은 강신구씨의 지청구가 쉼 없이 이어진다. 두 시간 전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만두로 빈속을 달래며 “목요일반 표는 벌써 매진됐데.”, “우리 표도 팔려야 할 텐데 어쩌지.”라며 웃어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뻔히 다 아는 대사에, 상황에, 동선인데 이게 왜 자꾸만 엉키나. 서로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연기에 몰입한다. 이들은 그냥 일반인들. 하여 시민배우다. 정확히는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4월에 뽑은 ‘시민연극교실’ 화요일반 배우들이다. 지난해 1기에 이은 2기다. 45명을 선발, 화·수·목요일반 세팀으로 나눠 각각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 ‘고백 오마이 갓’ ‘나비섬 가는 배’를 6~7일 이틀 동안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 올린다. 아이디어는 김석만 서울시극단장이 냈다. 삶은 연극이라는데, 대학교수, 최고경영자(CEO), 직장인, 주부, 무당까지 다양한 사람을 골고루 섞어서 연극을 만들면 그 어떤 기성 배우나 작품보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기생 약력을 훑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보험설계사, 교사, 등산학교장, 치과의사, 주부, 카페 매니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였다. 국민가요 ‘개똥벌레’를 작사한 이흥건씨도 있다. 나이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연극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시민배우들은 대본도 직접 만들었다. 거창한 남 얘기가 아니라 소소한 내 얘기를 해보자는 뜻에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치유해 보자는 의도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두성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은 이를 ‘자기화된 것의 표현’으로 정리했다. “간혹 불만스러워하시는 분이 있으세요. 셰익스피어의 명작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송강호를 팔아서 진압합니다.” 배우 송강호가 연극무대에 처음 섰을 때, 경상도 사투리에 너무 신경썼다고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너다운 연기를 하면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송강호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영화배우로도 성공했다고 설득하는 거죠. 하하하.” 그런데 이들은 왜 멀쩡한 생업을 놔두고 밤마다 ‘리얼리티쇼’에 매달리는 것일까. 화요일반의 맏언니 장선혜(57) 제인인터내셔널 대표가 대답했다. “처음엔 쳇바퀴 같은 인생에 뭔가 탈출구가 필요해 지원했어요. 와 보니 저 같은 사람이 절반이더군요(웃음). 용기를 내 저지르긴 했는데 그래도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처음엔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닌다고 집에 거짓말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런저런 강의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시민배우) 프로그램은 정말 흔치 않아요. 희곡에 대한 이론수업 자체가 인문학 강의예요. 그리고 이제는 문화를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시대 아니던가요?” 1기 선배인 주부 이성주씨도 거들고 나섰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해보면 맛을 알게 돼요. 그래서 12월에 1기 20여명이 모여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 공연을 해요. 한번 하고 말 게 아니라 계속 이어가자는 뜻이지요.” 세종문화회관 시민배우교실은 해마다 4월쯤 모집한다. 명동예술극장도 올해 ‘아마추어 배우교실’을 신설했다. 주부반·직장인반 15명씩 선발하고 지원서는 오는 10일까지 접수한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시민배우들의 얼굴은 여전히 흥분과 열정으로 넘쳐났다. 이때 누군가 툭 던지는 말, “그런데 공연 담당 기자분이라면 누구보다 이런 거 먼저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차!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깔깔깔]

    ●인터넷상의 명언 1. 티끌 모아 봐야 티끌. 2.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 3. 목숨을 버리면 무기만은 살려주겠다. 4. 가는 말이 고우면 사람을 얕본다. 5. 잘생긴 놈은 얼굴값 하고 못생긴 놈은 꼴값한다. 6. 공부는 실수를 낳지만 찍기는 기적을 낳는다. 7.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8.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하다. 9. 일찍 일어난 벌레는 잡아먹힌다. 10. 개천에서 용 난 놈 만나면 개천으로 끌려 들어간다. 11.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거다. 12.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할 필요는 없다. 13. 되면 한다. 14. 성공은 1%의 재능과 99%의 돈과 백만 있음 된다 15. 예술은 비싸고 인생은 더럽다. 16. 고생 끝에 골병 난다. 17. 대문으로 가난이 찾아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
  • [열린세상] 해외시찰은 왜 가십니까?/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해외시찰은 왜 가십니까?/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공자도 동산에 올라가 보고 나서 노(魯)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여름 풀벌레가 가을밤을 알 수 없고, 매미는 봄·가을을 알 수 없다고 했던 장자(莊子)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살아간다. 따라서 다른 세계를 접할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동네 사람들은 동네를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가장 단시간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시찰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도 엄청난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현장을 직접 보아야 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예컨대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생활양식,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워즈워스의 시가 느껴지는 영국 북서부 호수지방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냥 책으로도 “아! 좋구나.”하는 느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책만으로는 그러한 마을을 만드는 에너지를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큰돈을 들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공직자들의 해외시찰 양태를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시찰을 간다며 꽃놀이 관광만 하고 오는 사례가 너무 많다. 여론과 언론의 질책에도 아랑곳없이, 지금도 많은 공직자가 혈세로 관광계획을 짜고 있다. 공직자들이 관광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시찰을 간다면서 놀다 오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난 것을 대충 보는 것을 견(見)이라고 한다면, 테마를 가지고 보는 것을 시(視)라 한다. 관(觀)은 그 테마를 초점으로 음미하듯 두루두루 살피는 것이며, 찰(察)은 그 내용과 속성을 분석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시찰(視察)이란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의 도시를 시찰한다는 것은 테마를 정해 놓고 그 테마를 중심으로 마디마디 분석하여 실무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조선의 조사시찰단이 일본을 방문하고, 보빙사가 미국을 방문한 이래 우리는 이러한 시찰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들은 시찰의 본질을 너무도 망각하고 있다. 철저한 시찰로 국운을 바꾼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출범 4년을 맞이한 메이지 정부의 이와구라사절단은 미국을 비롯한 12개국을 순방했다. 국가 예산의 거의 2%를 사용한 그들은 20여 개월 동안 선진국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돌아와서 일본 정부의 요직에 들어가 자신이 보고 배운 것을 적용했다. 이토 히로부미도 그 사절단의 일원이었다. 당시 청나라의 실권자 이홍장(李鴻章)은 자신을 동양의 비스마르크라고 자처하면서 독일의 강력한 국가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메이지의 일본은 달랐다. 독불장군인 이홍장에 비하여 메이지 정부의 일본에서는 사절단 구성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개혁을 추진했던 것이다. 다른 문화를 시찰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프랑스의 토크빌을 들 수 있다. 토크빌은 치열한 문제의식과 성찰하는 자세로 미국을 시찰했다. 불후의 명작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시찰이란 토크빌과 같은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준비한 만큼 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사람이 본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적으로 보려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목적이 있다. 따라서 시찰을 하려면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해외시찰은 외국의 실태를 그냥 보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보는 눈을 가지러 가는 것이다. 성공한 사례, 실패한 사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읽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해외시찰에 나서려는 공직자라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을 보려 하는가? 현장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테마인가? 시찰을 다녀와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 만약 이러한 물음에 하나라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시찰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시찰을 가려는 공직자들은 길을 떠나기 전에 시찰할 주제의 대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공직자는 시찰을 가서도, 보내서도 안 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