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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간다”(The city lives by remembering)고 미국의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읊었지만, 서울은 600년 고도의 기억이 별로 없다. 마치 신흥도시 같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통에 불타고 약탈당했으며, 일제강점기 도읍에 대한 자취는 강제적으로 지워졌다. 조선총독부-경성시청-남산 조선 신궁을 상징 축선으로 하는 식민 도시로 치장됐다. 한국 전쟁통에 그나마 남은 것 대부분이 파괴됐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시대의 무지막지한 개발 광풍을 타고 또 한 번 뭉개졌다. 역사의 향기는 흩어졌다. 한강 이남으로 영역을 확대한 서울은 사실상 한국전쟁 이후 새로 건설된 신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대문 안에는 표지석만 어지럽게 남았을 뿐이다. 전쟁과 대사건은 도시를 재건한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폭격을 앞둔 맥아더는 “원래 도시란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겪고 나면 그전에 비해 몇 곱절 더 크고 좋은 새 도시로 부흥된다. 미국이 재건을 도울 것이니 서울은 앞으로 이상적인 현대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실제 1644년 대화재로 도시의 80%가 타 버린 영국 런던은 옥스퍼드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교수에 의해 오늘의 런던으로 재건됐다. 일본 도쿄도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잿더미가 됐지만 탁월한 도시계획가 고토 신페이(後藤新平) 도쿄시장의 주도로 세계 도시계획 사상 유례가 없는 시가지 개조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 런던과 도쿄는 세계대전으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었지만, 옛 도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재건은 성공작일까? 서울을 역동적인 현대 도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역사 도시로 평가하기엔 머쓱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꽤 혼란스럽다. 서울은 네 번 결정적인 상처를 입었다. 16세기 일본과 중국 군대에 의해 약탈당했으며, 근대 일제강점기엔 성곽을 허물고, 상징 축을 강제로 바꾸는 방법으로 도시 형태가 조작됐다. 한국전쟁기 유엔군과 한국군의 청야(淸野)작전(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통해 철저하게 파괴됐다. 1960~70년대 우리 손으로 남은 문화재를 헐어서 치워 버렸다. 맥아더의 말처럼 기회는 있었다. 1952년 전후 복구 차원의 첫 도시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세종로 등 39개의 큰길을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광화문광장·서울시청광장·남대문광장 등 19개의 광장을 만드는 과감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구도심(사대문 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대문 밖이나 강남 신시가지를 개발하겠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광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서울 집중이 기회를 날려 버렸다. 집중을 막으려고 온갖 정책을 동원했지만 약효가 듣지 않았다. 해방 전후 100만명대였던 서울 인구는 1966년 380만명, 1970년 540만명을 넘어서더니 1990년 1000만명을 돌파해 버렸다. 수도 서울 행정은 집 지을 땅을 확보하고, 도로를 넓히고, 교통수단을 늘리고, 수돗물을 공급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매달렸다. 만약 그때 인구의 서울 집중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서울은 한가롭게 전차가 다니며,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정겨운 기와집이 빼곡한 도시로 남았을 것이다. 한강과 북한산이 주는 자연의 세례를 맘껏 누리는, 풍광이 뛰어난 성곽 도시로 유지됐을 것이다. 1950년대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손정목 전 시립대 교수의 ‘서울도시계획이야기’를 기본으로 사대문 밖 풍경을 상상해 보자. 동쪽으로 동대문을 나서면 신설동 큰 길가까지 집이 들어 차 있지만, 바깥은 논밭 천지다. 신당동에 집이 드문드문했을 뿐 금호동·옥수동 일대는 산이었다. 왕십리를 지나 한양대 일대는 미나리꽝이었고 성동교의 나무다리가 삐꺽거렸다. 남쪽 한강대교에 이르는 동빙고동과 서빙고동 주민은 1000명 안팎이었고, 원효로 일대는 대부분 논밭이었다. 노량진, 상도동, 대방동, 영등포는 큰 길가조차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연출했다. 서쪽으로 신촌을 지나 마포 전차 종점을 벗어나면 벌거숭이 산과 논밭이 펼쳐졌다. 동북쪽은 미아리고개, 서북쪽은 독립문과 현저동이 경계였다. 지금의 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도봉·노원·은평구 등은 모두 경기도였다. 서울의 고층 건물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최고층 건물은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8층짜리 반도호텔이었다. 이웃 조선호텔과 한국은행 모두 일제가 남긴 건물이었다. 1955년에 종로 사거리에 2층짜리 신신백화점이 신축됐고, 1957년 광화문 사거리와 을지로 1가에 3층짜리 국제극장과 5층짜리 개풍빌딩이 각각 들어섰다. 1958년 남대문에 7층짜리 그랜드호텔이 문을 열자 구경 인파가 몰렸다. 당시 서울 도심부의 평균 층 높이는 2층이 채 되지 않았다. 도심부를 고층화하려고 주요 간선도로변의 건물 높이를 3~5층 이상으로 정할 정도였다. ‘한강의 기적’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약 20년간의 고도성장기를 일컫는다. 이 기간 서울은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는다. 서울의 공간 변화는 1966년부터 1980년까지 15년간 거의 이뤄졌다. 주택지·도로·상하수도·지하철 등 현대 서울의 하부구조가 이때 거의 갖춰졌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자의 ‘분부’를 이행한 김현옥·양택식·구자춘이라는 3명의 ‘충복’ 서울시장이 재직한 기간과 일치한다. 서울의 얼개는 박 대통령의 구상과 지시에 의해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 세워졌다. 서울의 균형 발전을 꾀하려고 사대문 안에 집중된 입법·사법·행정부의 기능을 분산시키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입법부는 남서울(강남·서초구), 사법부는 영등포, 행정부는 용산 일대, 세종로 지역은 대통령 관저 및 직속기관 배치 지역으로 정했다. 지금 와서 보면 입법부와 사법부의 입지가 맞교환됐고, 서울시청이 용산으로 옮겨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교통계획을 보면 서울역~청량리(1호선), 서소문~을지로~성동(2호선), 갈현동~종로2가~을지로2가~퇴계로~천호동(3호선), 우이동~종로4가~퇴계로~말죽거리(4호선) 등의 지하철 4개 노선 건설계획이 잡혀 있다. 10년 뒤 구자춘 시장에 의해 2호선이 을지로와 영등포~영동을 잇는 순환선으로 변경되는 등 엄청난 노선 변화가 일어났지만, 지하철 4개 노선에 대한 기본 구상이었다. 이 밖에 4개 순환선과 14개 방사선을 간선도로망으로 7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과 노면 전차는 철거하고 광화문 사거리와 시청 앞 광장에는 지하차도를 만들고, 시청 앞 광장 지하는 지하도시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도심 재개발과 강남·송파 등 남서울개발, 뚝섬·창동·망우 등 동서울개발, 불광·성산·김포·시흥지구의 서서울개발 등 신시가지개발 계획이 들어 있다. 1년 예산이 170억원에 불과한 서울시가 20년 앞을 내다보고 인구 500만명을 예상해 3235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언론으로부터 ‘즉흥계획’ ‘실현성 없는 독단’ ‘재무계획 없는 무지개’ 등등 융단폭격을 맞았다. 그러나 격변의 15년 중 7년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내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손정목 전 교수는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최초의 기본계획이었다는 점, 도심부 재개발이니 고도지구, 미관지구 개념이 도입돼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 70~80년대 전국 모든 도시가 수립한 도시계획의 모델이 됐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고했다. 불완전하나마 서울시 장기계획의 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일제 말기인 1940년부터 1965년까지 서울은 잠자는 도시였다. 1937년 중·일 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져 건축자재를 구할 수 없었고, 한국전쟁이 이어지면서 건축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이 목조건물 수명 30년을 다한 상태였다. 장충동, 신당동 일대와 남대문로, 충무로, 을지로 등 일본인 주거지에 정원이 딸린 일본식 저택과 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가회동·명륜동·동숭동·북아현동 일대에는 한옥촌이 빼곡하게 형성돼 있었다. 마포, 왕십리, 동대문을 벗어난 지역은 논밭이었다. 사대문 안과 독립문, 신촌, 신설동, 돈암동, 신당동, 용산이 서울의 전부였다. 노면 전차 노선을 기준으로 보면 동쪽으로 청량리·왕십리, 남쪽으로 노량진·신길동·영등포, 서쪽으로 마포·신촌, 서북쪽으로 독립문, 동북쪽으로 돈암동 전차 종점까지가 서울이었다. 지방에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의 주거인 무허가 판잣집이 도심에서 가까운 하천변이나 산비탈을 차지했다. 1966년 당시 13만여채의 판잣집이 서울 곳곳에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은 개발행 특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의 폭풍전야였다. joo@seoul.co.kr
  • 날것 그대로, BBC가 담아낸 ‘검은 대륙’

    날것 그대로, BBC가 담아낸 ‘검은 대륙’

    아름답고 경이로운 아프리카 대륙을 담은 해외 대작 다큐멘터리가 찾아온다. KBS 1TV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 ‘아프리카’ 6부작을 15일 밤 9시 40분 처음 방송한다. 1~4부는 앞으로 2주간 토·일요일 밤 9시 40분, 5부와 6부는 30일과 새달 7일 전파를 탄다. 대하사극 ‘대왕의 꿈’ 후속으로 편성된 글로벌 다큐멘터리의 첫 번째 작품인 ‘아프리카’는 BBC 자연사팀이 카메라에 담은 아프리카의 모습을 소개한다. BBC 자연사팀은 4년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의 5개 지역을 누볐다. 제작비 135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절경을 뽐내는 아틀라스 산맥과 남아프리카 희망봉,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콩고의 밀림이 카메라에 담겼다. 선사시대 동물처럼 보이는 넓적부리황새들이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광경과 기린들이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진풍경도 만날 수 있다. 1부 ‘기적의 땅, 칼라하리’에서는 미어캣, 바람 까마귀 등 칼라하리 사막과 나미브 사막의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해 생존을 위한 살벌한 전쟁을 벌인다. 2부 ‘생명의 원천, 사바나’에서는 동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소개된다. 사나운 사자에게 용감하게 접근하는 아가마 도마뱀, 루웬조리 산의 작은 숲에 갇혀 사는 마운틴고릴라, 극심한 가뭄 속에서 먹이를 찾아 암보셀리 초원을 이동하는 코끼리 무리 등을 만날 수 있다. 3부 ‘살아 숨쉬는 밀림, 콩고’에서는 열대우림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생존 공간을 확보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4부 ‘생명을 만드는 희망의 바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남아프리카의 바다 생물을 소개한다. 5부 ‘태양과 모래의 땅, 사하라’에서는 지구 최대의 사막 사하라를 찾아간다. 사막 가장자리에서는 얼룩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열기를 피해 땅속에서 살아간다. 마지막 6부 ‘미래를 위하여’에는 ‘아프리카’ 시리즈의 해설을 맡은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출연해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 코뿔소 새끼를 직접 만나보고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미래를 얘기한다. 애튼버러는 현지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고, 사막화를 늦추고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이번 시리즈는 독특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시청자가 놀라운 야생동물과 눈앞에서 직접 대면하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오늘의 눈] 벌거숭이 임금님/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벌거숭이 임금님/박건형 사회부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는 임금님은 분명 벌거벗고 있었다. 하지만 신하들은 칭찬하기에 바빴다. ‘착한 사람만 보인다’는 재단사의 말을 들은 뒤라 보이지 않는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옷의 모양을 옆 사람이 묘사하면, 맞장구치고 보태는 사이 거짓말은 커져만 갔다. 임금님의 행차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길거리의 시민들조차 옷에 대한 칭송에만 열을 올렸다. 결국 진실을 밝힌 것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친 어린 소녀였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안데르센의 단편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정기조인데 정작 창조경제가 뭔지 뚜렷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다. 창조경제를 이끌게 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좋은 일자리”라고 답했고,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가 주도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말하는 사람마다 창조경제는 제각각으로 표현된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창조경제의 개념을 처음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논란은)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이고, 난 다 전달했다. 이제는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경제공약 전체를 총괄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창조경제는 장기 비전으로 멀리 떠 있는 구름 같은 것”이라고 했다. 뜬구름 같다는 지적에 구름을 예로 들다니 이 무슨 선문답인가. 이런 와중에 창조경제가 뭔지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는 국민들만 졸지에 무식한 사람들이 될 판이다. 기업도, 연구소도 창조경제 간판을 걸고 난리들인데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안데르센 동화의 교훈은 벌거벗고 길거리를 활보한 임금님이 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수많은 사람 중 누구도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옷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데 있다. 아는 척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쓸데없는 자격지심이 문제인 것이다. 창조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들 창조경제가 중요하다고만 외치는 상황에서, 자신은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를 주도할 장관이나 공무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창조경제는 아직 명확한 실체가 없는 개념이다. ‘문화산업’이 창조경제라는 서유럽의 개념을 한국의 전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도 없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데,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을 아는 것처럼 다들 포장하고 있는 사이 임금님의 벌거벗은 모습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뿐이다. 창조경제라는 말에 매몰돼 각자 마음대로 해석하고, 정책을 만들어 집행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차라리 “창조경제는 어디까지나 슬로건이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의논해서 만들어가야 할 개념”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지 않은가. kitsch@seoul.co.kr
  • 오라! 독립영화 좀 아는 그대

    독립영화계의 축제 ‘서울독립영화제2012’가 오는 29일부터 12월 7일까지 CGV 압구정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시대와의 호흡을 의미하는 ‘라이트 마이 파이어’라는 슬로건으로 장편 10편, 단편 39편이 경쟁을 벌이고 신설된 ‘새로운 선택’ 부문에서 10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개막작은 박세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거대한 대화’다. 연작 시리즈로 기획된 이 영화는 진보개혁 성향의 정치인 위주로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인터뷰한 기록이다. 올해 장편 경쟁 부문에는 총 82편이 출품돼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다. 본선에 오른 작품은 성미산 공동체 얘기를 다룬 ‘춤추는 숲’, 한진중공업 노조와 희망버스에 오른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버스를 타라’, 몽골에서 온 이주 노동자 가족을 조명한 ‘학교 가는 길’ 등 10편이다. 처음 마련한 ‘새로운 선택’ 부문은 기존 독립영화인들뿐 아니라 신진 감독들의 작품에 좀 더 주목하기 위해 만들어진 별도의 경쟁 부문으로 장·단편으로 나뉜다. 장편으로는 독립영화 배우 출신 최시형 감독의 첫 연출작 ‘경복’, 절망에 빠진 가족을 그린 박상훈 감독의 ‘벌거숭이’, 취업을 앞둔 실업계 여고생들 이야기를 담은 한자영 감독의 ‘나의 교실’,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한 남자를 통해 죄의식·단죄·용서를 그린 이돈구 감독의 ‘가시꽃’, 허철녕 감독의 ‘옥화의 집’ 등 5편이 소개된다. 단편으로는 배우 윤은혜의 연출 데뷔작 ‘뜨개질’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수상작인 유민영 감독의 ‘초대’ 등 5편이 상영된다. 이 밖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공동 주관하는 ‘SNS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응답하라 99%!’라는 제목의 세미나와 향후 독립영화 정책을 점검하는 세미나 등이 열린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말라티아Malatya와 샨르우르파 Sanliurfa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지역들은 신생의 시간으로 충만했고, 낯선 지명만큼이나 생경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태초의 자연과 신비로운 유적이 새로 태어난 시간 속에서 뒤채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 유프라테스 강변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포시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출한 강에 저녁노을이 고여 흥덩흥덩 넘칠 것만 같았다. 강안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강바람은 선들선들했다. 살구 도시의 건강 밥상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의 6월 말 날씨는 무더웠다. 낮 기온이 32도로 높았으나 대기는 건조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면 금세 열기가 가라앉았다. 물기가 사라진 공기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바싹 메마른 땅에서는 누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처에 과실수들이 즐비했고, 군데군데 수풀이 우거졌다. 말라티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도시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살구였다. 시市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디어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살구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라티아는 전세계 말린 살구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살구 이외에 오디와 체리도 유명하다. 말라티아에 머문 3박 4일 내내 과일의 향기가 진동했다. 예실유르트Yesilyurt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싸여 있었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이 식탁에 올랐다. 한눈에도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귀띔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성대한 아침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다른 상차림을 엿보아도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인 에스키 말라티아를 찾았다. 1637년에 지어져 대상들의 숙소로 쓰였던 케르반사라이Kervansaray가 흥미로웠다. 여기서 대상은 ‘大商’이 아니라 ‘隊商’이다. 즉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Ebru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보태어지니 어느 틈에 꽃 한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케르반사라이에서 나와 바탈가지Battalgazi 골목을 걸었다. 바탈가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공공 미술의 거리였다.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 살림집의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붓한 골목길과 예스런 집들보다 더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스카프로 멋을 낸 여인들은 수줍은 듯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으며, 천둥벌거숭이 같은 꼬맹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들까불었다.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비스듬한 오후 햇살에 실려 나붓거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말라티아 시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레벤트 협곡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2 다렌데의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 3 레벤트 협곡의 동굴 집 4 토흐마 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 수크르 쿠르트씨의 동굴 집 내부는 조붓했다.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집주인의 검박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했다. 오랜 세월 대대의 어른들이 살았던 집은 그 자체로 생활사 박물관이라 이를 만했다. 1,000년을 살아온 동굴 집 케르반사라이와 바탈가지, 그리고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아슬란테페Aslantepe 유적지를 돌아본 날 저녁식사를 한 장소는 유프라테스Euphrates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메인 요리인 송어 구이가 나올 무렵, 태양은 이미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거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강과 하늘이 불콰해졌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면모는 평범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프라테스는 풍경의 강이 아니라 의미의 강이었다.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절창은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Levent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은 아찔했고,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기둥은 기기묘묘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28개나 있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레벤트 협곡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28km와 48km의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런데 협곡을 찾았을 때 한쪽에서는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번지점프대를 필두로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꼭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어디에나 있는 인공 시설에 의지해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편의 시설 확충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시설물은 흉물로 남을 수도 있다. ‘Let it be’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레벤트 협곡 일대에는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자연 동굴은 물론이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집, 창고, 무덤, 교회 등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퀴추크퀴르네 마을의 수크르 쿠르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자식만 19명이다.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한 쿠르트씨는 현재 말라티아 시내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동굴은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른다. 동굴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85년의 일이었다. 당시 마을 촌장이었던 쿠르트씨가 말라티아가 고향인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 동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전까지는 동굴 내부의 천연 냉장고에 물건을 보관했다. 자신의 동굴 집 내력을 담담하게 밝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의 일상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말라티아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한 넴루트 산. 산 정상의 서쪽 테라스에 안티오코스 1세의 조각상이 있다 2 넴루트 산 유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엽서들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레벤트 협곡 4 숯불에 구워 먹는 닭고기와 토마토 5 다렌데의 토흐마 강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 넴루트 산 정상의 주인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의 명을 받들어 조성된 돌무덤과 조각상들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믿으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왕의 과대망상은 지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신의 영역을 넘봤던 왕 레벤트 협곡을 떠나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 협곡을 방문했다.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석회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색깔이 뿌연 강 주변으로 야외 식당과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숯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닭고기와 토마토를 구워냈다. 맛있는 냄새가 계곡을 지배했다.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사내가 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했다. 올해 들어 먹어 본 숯불구이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람들이 대형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손에 쥐었다. 탑승이 완료되자 이내 보트가 출발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래프팅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피니시라인’ 부근에서 보트의 귀환을 기다렸다. 나중에 래프팅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생각보다 물살이 빨라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1.3km에 달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절벽을 벽면으로 삼은 야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의 생김새에 순응하며 조성된 트레일은 신비한 풍경화를 거듭거듭 만나게 해주었다. 바위에 쪼그려 앉은 중년의 사내는 계곡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했다. 40m 높이의 균프나르 폭포를 앞에 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닭고기 요리를 음미했다. 단단한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바라보자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스러웠다. 말라티아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 도심의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에서도 사라져 가거나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 여전히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도 이곳 시장에 자리했다. 말라티아는 넴루트Nemrut 산 여행을 위한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넴루트 산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강풍을 뚫고 해발 2,150m의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넴루트 산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제우스·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과 사자 및 독수리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 1세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는 무너져 내렸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한낱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다. 1 샨르우르파의 할페티 마을. 대형 댐의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2 아브라함이 15년간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하란 3 아브라함 탄생 동굴과 메블리드 이 할릴 자미 4 도넛 모양의 빵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를 머리에 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행상들. 터키 사람들이 특히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샨르우르파 곳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마주쳤다. 그가 태어났다는 동굴을 비롯해 화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연못, 그리고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투신했다는 연못 등에는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도시에 새겨진 아브라함의 흔적들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이튿날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장소들이 주요 볼거리인 샨르우르파는 말라티아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가 훨씬 진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출입문이 각기 달랐다. 내부에는 간단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물을 성수로 여기는 듯했다. 동굴의 안쪽은 유리를 통해서만 들여다보게 돼 있었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직사각형 모양의 ‘성스러운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한낮의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신성한 연못의 기운을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연못 남쪽에 또 다른 연못이 자리했다. 님로트 왕의 딸인 젤리하가 평소 연모하던 아브라함이 화형을 당하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공주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구하는 기적을 끝내 보지 못했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연못은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푸른 수목이 호위했고, 햇살이 호면에서 자글거렸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연못을 유람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샨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란Harran은 아브라함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장소인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하란에서는 원추형 지붕의 흙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모양 때문에 천장의 공간이 넓어져 여름에는 태양열을 분산시키고 겨울에는 온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흙집에는 사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샨르우르파 일정의 마지막은 외곽의 괴벡리테페Gobeklitepe가 장식했다. 괴벡리테페는 어수선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까닭이었다. 육중한 석회암 기둥과 그 위에 돋을새김된 동물들이 앞선 문명의 위엄을 웅변하는 듯했다. 1만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을 지탱했던 돌기둥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에 달한다. 어떠한 도구도 없었던 그 옛날,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거석을 운반하고 다듬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인간의 머리로 풀어낼 수 없는 역사의 비밀 앞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졌다. 선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travie info 항공편 터키항공(www.turkisharilines.com)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으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폐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약 640원이다. 날씨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샨르우르파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나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쇼핑 말라티아는 살구, 체리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추를 곁들인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말라티아 공항에서 20km, 말라티아 시내로부터는 6km 떨어져 있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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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수명 200살까지 늘려줄 ‘비밀의 동물’은?

    인간 수명 200살까지 늘려줄 ‘비밀의 동물’은?

    평균수명 100세의 시대를 눈앞에 둔 인간이 이에 2배에 달하는 200세를 살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사는 ‘벌거숭이 두더지쥐’(Naked mole rat)가 인간 수명 연장의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장수명이 30년에 달하는 이 쥐는 다른 종의 쥐보다 10배 이상 오래 살며, 죽기 직전까지 번식이 가능하고 뇌 기능 역시 약화되지 않는다. 포유류 중 유일하게 차가운 피를 가진 동물임과 동시에 암 세포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독성이 있는 식물을 먹을 수도 있고 극도로 높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유전자 중 93%가 인간 유전자와 유사하며, 연구팀은 이 동물의 유전자 비밀을 밝혀낼 경우 인간 수명을 2배 가까이 연장시킬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조나단 플린트 박사는 “80세에 사망할지 90세에 사망할지 모르는 만큼, 인간의 수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이론적으로 생물학적 근거를 찾아낸다면 200살 까지 사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게놈 지도를 공개한 바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벌거숭이’ 영국 해리 왕자 이번엔 억대 여행접대 받아

    최근 나체 사진 유출로 곤욕을 치른 영국의 해리(28) 왕자가 이번엔 남의 돈으로 억대 호화 여행을 즐겼다는 구설에 올랐다. 현재 영국 왕위 서열 3위인 해리 왕자의 자격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해리 왕자 일행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여행비로 5만 파운드(약 9000만원)를 썼으며, 이 비용은 이들이 묵은 윈리조트의 소유주 스티브 윈이 모두 부담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리조트는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고급 리조트로 꼽히는 곳으로, 이들이 묵은 63층 스위트룸은 하룻밤 숙박비만 5100파운드(약 915만원)에 이른다. 데일리메일은 또 소식통을 인용, 해리 왕자와 관련한 핵폭탄급 스캔들이 더 남아 있다고 예고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는 연예 전문 블로거 놈 클라크는 “해리 왕자와 관련해 나체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엄청난 게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가 라스베이거스 직전 여행지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더 막 나가는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 찍힌 나체 사진이 추가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리 왕자는 현재 추가 이미지 손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인류 노화의 비밀 열쇠 쥔 ‘못생긴 쥐’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중 하나로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인류 노화의 비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사이언스데일리가 전했다. 동아프리카 지하 땅속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3년 정도 사는 일반 쥐보다 수명이 10배나 길어 30년가량을 살 수 있는 장수 동물이다. 특히 이 쥐를 비롯한 설치류는 우리 인간과 유전자가 85%까지 일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동물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 연구진은 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30년 장수의 비결이 ‘NRG-1’이라는 단백질에 있었다고 ‘노화세포 저널’에 발표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도로테 후천 박사와 미국 뉴욕시립대 야엘 에드레이 박사, 그리고 텍사스대학보건과학센터 로쉘 버펜스테인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소뇌에는 평생 NRG-1 단백질이 풍부하게 공급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기니아피그, 생쥐, 두더지쥐 등 다른 7종의 설치류와 비교한 결과, NRG-1 단백칠 수치가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NRG-1 단백질은 소뇌에 있으며 주로 뉴런(신경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세포)이 파괴돼 사멸하는 것을 막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 소뇌는 우리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소뇌의 뉴런을 지키는 단백질이 많은 만큼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후천 박사는 “향후 NRG-1 단백질이 어떻게 뉴런 파괴를 막고 또 인간의 노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면 노화의 비밀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흰쌀밥 같고 영양 많은 현미밥 맛보세요

    흰쌀밥 같고 영양 많은 현미밥 맛보세요

    수확한 벼는 어떻게 찧느냐에 따라 크게 현미와 백미로 나눈다. 왕겨와 겉껍질만 벗겨낸 현미에는 씨눈과 쌀겨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지방질(불포화지방산), 식물성 섬유질, 미네랄, 탄수화물 등 인체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에 비해 백미는 현미를 여러 번 도정해 씨눈과 쌀겨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벌거숭이 쌀’이라 할 수 있다. 현미 배아와 외 속의 지방은 양질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육식으로 인해 생기는 악성 콜레스테롤을 제거한다. 비타민E와 함께 구성돼 있어 체내 에너지원으로 흡수한 좋은 지방을 산화시키지도 않는다. 현미는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박테리아를 증가시켜 장내 세균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변의 체내 정체시간을 짧아지게 한다. 이에 따라 소화기관을 신속히 청소해 대장암이나 결장암, 당뇨병, 정맥류, 만성변비 등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한다. 현미 외피에 있는 섬유소는 인체 내의 독물(화학물질, 방사성물질, 중금속 등)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현미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리법이 비교적 까다롭고 맛이 거칠어 소비자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라이스본(www.riceborn.com)에서 출시한 ‘현미로만’은 이런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현미의 딱딱하고 먹기 불편했던 부분을 특허가공 공법으로 개선해 맛이나 조리법이 백미와 똑같다. 표피에 있는 과피층(파라핀-왁스층)만 깎아내는 독자특허 기술로 현미의 껄끄러움과 조리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현미에는 쌀의 모든 영양소가 100% 살아 있어 현미밥 한 그릇은 백미 19그릇을 먹는 것과 같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것”이라며 “‘현미로만’은 소량씩 도정해 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02)553-904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암에 안걸리는 ‘장수 쥐’ 게놈 완전 해독

    다른 쥐보다 10배 이상 오래 살며 암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실마리가 풀려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등의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학명: Heterocephalus glaber)의 모든 유전 정보(게놈)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했다. 가장 못생긴 동물 4위에 뽑히며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땅속에서 무리지어 서식하는 쥣과 동물. 보통 3년 정도 사는 일반 쥐들보다 10배 이상인 최대 30년까지 살 수 있는 이들 쥐는 포유류 중에는 유일하게 암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자 수는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와 비슷한 2만 2561개로 나타났지만 특정 유전자 그룹은 96종으로 분석됐다. 이 중 몇몇 유전자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장수와 항암 능력에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떤 유전자는 세포의 노화에 따라 그 길이가 짧아져 수명을 조절하는 텔로미어(telomere)에 특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학자들은 이들 쥐의 뇌와 간, 신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전자 게놈을 분석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포유류의 다른 유전자와는 달리 20년이 지나도 태어난 직후와 거의 변함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 성과에 관련 학자들은 인간의 장수 메커니즘 규명과 암 연구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美정부 첩보수집 어디까지…DNA·홍채 생채정보까지 수집

    미국 국무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급 인사들의 ‘신상 털기’를 해 왔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전세계 주요 언론은 ‘미 국무부가 간첩활동을 지시했다’며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자국 외교관들에게 ‘비밀지령’을 내려 유엔 최고위급 인사들의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와 팩스, 무선호출기, 항공 마일리지 계좌 번호까지 수집하도록 했다. 반 총장과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심지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들까지도 첩보수집 대상이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는 주재국 고위인사들의 유전자(DNA) 정보와 지문, 홍채 인식정보 등 생체정보까지 모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미 정부는 나아가 2008년 이후 최소 9개 대사관에 보낸 명령을 통해 지하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대호수’ 인근 국가들의 군부 인물 정보와 군 동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인사들의 동선과 이동수단 같은 정보도 관련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요구했다. 특히 중앙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 직원들은 현지 국가가 중국과 북한, 리비아, 이란, 러시아와 어떤 군사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미 정부는 우라늄과 같은 ‘전략 물질’ 이전과 각국의 무기 구입 내역 등에 정보 우선순위를 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푸틴-메드베데프 ‘배트맨과 로빈’ 미국 외교관들이 각국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도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럽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 “점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대변인이 되고 있다.”거나 “무기력하고 헛된 자만심만 강하다.”고 꼬집는 등 인신공격성 평가도 적지 않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배트맨(푸틴)과 그의 조수 로빈(메드베데프)’으로 표현했다. 공식적으로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상급자이지만 “그는 배트맨 푸틴의 조수 로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푸틴은 가장 힘센 수컷을 뜻하는 ‘알파 독’(alpha dog)으로 묘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 모욕에 민감하며 권위적” 이라면서 ”벌거숭이 임금님’에 비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위험을 회피하고, 그렇게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평하면서도 비판을 잘 견뎌낸다는 뜻으로 ‘테플론 메르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테플론은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등에 칠하는 물질로, 타격을 입지 않는 정치인을 부를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美국무부 파문 진화에 부심 미국 정부는 무책임한 폭로라며 위키리크스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을 돕는 전세계 인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위키리크스가 문건을 폭로하기 전에 문건에 드러난 외국 지도자들이나 해당 국가에 미리 이 내용들을 알려 문건 폭로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외교관은 정보요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독산자락길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독산자락길

    “나는 며칠 근처에서 산책이나 하겠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김미영(50·여·금천구 시흥동)씨는 25일 때늦은 휴가에 얽힌 얘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독산자락길을 거닐었다고 덧붙였다. 11세기 때 독산(禿山)이 대머리 까치처럼 벌거숭이라는 뜻인데 1000여년 사이 천지개벽을 이뤘다는 점까지 되새기면 더욱 좋다. 2㎞ 남짓해 쉬엄쉬엄 걸어 2시간쯤 소요된다. 곳곳에 시비(詩碑)가 늘어선 길은 독산3동 독산고교 앞에서부터 이어져 있다. 입구 쪽엔 철제 아치를 만들고 갖가지 꽃 덩굴을 올려 만든 터널이 발길을 이끈다. 예닐곱살배기가 오르기에도 힘들지 않다. 알맞은 높낮이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연결돼 지루하지 않다. 5분쯤 더 걸으니 풍부한 미네랄을 뽐낸다는 만수천 약수터가 나타났다. 바로 옆에 들어선 숲속 헬스장엔 주민들이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약수터 위에는 아담한 습지생태공원이 숨쉬고 있다. 다람쥐 한 마리가 뜻밖의 손님을 맞고는 도망쳤다. 공원에는 어른 키보다 더 자란 물억새와 핫도그처럼 생긴 열매를 매단 부들, 물옥잠, 창포, 수련, 삿갓사초 등 식물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특히 비가 내린 뒤 질퍽거린 곳에 작은 계단을 만들고 자투리 나무토막을 주워다 화장실 입구에 발판을 만들었다. 숲속 정심초교와 문화체육센터를 거쳐 감로천 생태공원을 만나게 된다. 연못에는 소금쟁이 떼가 헤엄쳐 다니며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긴다. 곧 ‘숲속동화마을’과 마주친다. 독서교실 등 주변 자연생태를 이용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녀와 함께라면 교육의 마당으로 그만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졌다. 전망대 옆 산울림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면 호압사에,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들꽃향기원에 이른다. 향기원엔 꽃범의 꼬리, 무늬버들 등 낯선 꽃과 식물이 가득하다. 이곳을 지나 자락길 마지막 코스인 산기슭공원에서 숨을 고른 뒤 귀가하자면 지하철 1호선 독산역으로 연결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으면 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문화마당]히말라야가 속삭인 진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히말라야가 속삭인 진실/신동호 시인

    나는 히말라야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눈의 거처’라 불린 지 3000년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넓은 대지의 한 구성물에 불과했습니다. 바다에 잠겨 조개들과 진흙덩어리와 함께 고요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7000만년 전 어느 날 대지가 요동하더니 이윽고 침묵과 소동이 익숙하게 반복되었습니다. 바다와는 이별이었습니다. 수십억년 정든 바다가 화석으로 혹은 먼지로 흔적을 남겨놓고 온난다습의 풀벌레들이 어디론가 뿔뿔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3500만년 전 나는 비로소 융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습곡 어딘가 온기를 놓쳐버렸지만 태양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로부터 바람과 구름, 하얀 눈과 빙하가 이웃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등을 치고 구름이 시야를 가릴 때 빙하 아래에서 바위들이 심한 압력에 더 단단해져 갔습니다. 사실 고통스러운 세월이었습니다. 심해의 고요와 지상의 역동적 움직임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으니까요. 그들과 익숙해지는 데 한 2000만년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의 말이지만, 나의 정수리를 에베레스트라 부르고 부드러운 나의 가슴을 안나푸르나로 부른다지요. 나는 참으로 인간의 언어가 좋습니다. 산스크리트를 쓰는 인간들이 구릉지대를 넘어왔을 때 저음의 목소리는 순수했습니다. 자연과 신을 경배하는 단어들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낭가파르바트는 ‘벌거숭이’를 닮았던가요. 마나슬루는 ‘영혼의 땅’으로, 칸첸중가는 ‘광대한 빙하의 보고’, 안나푸르나는 ‘수확의 여신’으로 불렀습니다. 희박한 산소의 양만큼 크게 숨을 쉬고 또 남은 산소의 양만큼 감사하며 영혼은 높아지고 맑아졌습니다. 상처 입히는 언어와 경쟁하는 단어들이 없었으니 나에게는 새소리처럼 혹은 갓 태어난 동물들이 제 어미를 찾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나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릅니다. 완성된 것은 없습니다. 내 안에서 퇴적과 변성은 계속됩니다. 인간들은 몇 미터, 몇 번, 몇 개 하는 식으로 규정지어 놓고 절대적 진리로 기록합니다. 8000m인 기간은 찰나이고 나머지는 변화의 시간입니다. 그 어처구니없이 느린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이 인간의 생존을 보장합니다. 퇴적은 천년 사이 5㎜가 진행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퇴적물이 쌓여 집을 찾지 못한다면, 융기가 일어나고 지진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느린 속도에 대한 인간들의 성찰과 익숙함이 그립습니다. 나는 인간들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 눈사태만큼도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크들은 6000m 고지대로 삶의 터전을 넓히는 데 결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불쑥불쑥 인간들이 내게로 올 때 야크의 방울소리는 다급하게 들립니다. ‘최초’, ‘최고’와 같은 단어들은 낯설고 ‘상업’, ‘광고’, ‘홍보’와 같은 언어는 ‘죽음’이나 ‘거짓’과 동의어로 들립니다. 1924년 에베레스트에 온 조지 맬러리의 몸을 보고 나는 놀랐습니다. 전투를 위한 이두박근과 순발력은 없고 오로지 오르는 일에 익숙해진 종아리 근육과 고지대에 적응한 핏줄. 하등 쓸모없던 몸의 일부분이 새로운 세포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나를 오르며 인간이 만든 새로운 가치였습니다. 그것은 미의식이 싹튼 알타미라동굴 벽화만큼 놀랍고, 인간 스스로를 성찰한 르네상스만큼 충격을 주었습니다. 정상 부근에 75년 동안 그를 붙잡아 둔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오르는 일에 대한 순수한 가치가 어떻게 인간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을 낳을까 궁금했습니다. 나를 마지막 남은 은밀한 영역으로 두고 싶진 않으신가요. 정상에 대한 집착, 상업주의 등반은 인간들에 대한 나의 기대를 눈감게 합니다. 침식과 융기의 과정에서 14좌는 의미 없습니다. 작은 산을 오르며 나를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는 일의 순수함을 앗아가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산악인들과의 만남이 걱정되는 북반구의 여름입니다. 알타이어를 쓰는 한국의 작은 여인, 그의 그림자가 셰르파들 틈에 섞여 칸첸중가 기슭에 잠시 머무른 것은 사실입니다.
  • 中 고층 아파트서 ‘벌거숭이女 자살소동’ 발칵

    중년 여성이 5시간 넘게 나체로 자살 소동을 벌여 주민들이 충격을 받는 사건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이 소동은 지난 9일 아침 6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고층 아파트 11층에서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집기를 집어던지며 자살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성은 “자살을 하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발코니에 위험하게 걸터앉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1층에서 거듭 내려오라고 설득했으나 문을 걸어 잠근 채 접근 조차 거부했다. 구조대와 대치 5시간이 지난 11시 30분께. 이 여성은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더니 나체로 갑자기 아래로 몸을 던졌다. 다행히 구조대가 미리 에어매트를 설치해 이 여성은 목숨을 구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고 거의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5시간이 넘는 소동으로 이 일대 도로가 통제돼 큰 혼잡이 벌어졌으며, 이 광경을 본 일부 주민들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이 여성의 옆집에 산다고 밝힌 남성은 “이 여성이 새벽 2시부터 밤새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 전날에도 남편과 싸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평소에도 조용하고 평범한 주부였다.”고 설명했다. 가족에 따르면 이 여성은 한차례 정신과에 입원한 적이 있다. 가족들은 “요즘 들어 부쩍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이날 역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등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벌거숭이의 노래/박지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벌거숭이의 노래/박지현

    걸음 걷지 않아도 땅 끝에 닿아 있고 눈빛 보지 않아도 몸 전체로 알아듣던 나, 그대 부르는 소리 이제사 듣네, 듣고 있네
  • 인터넷 여론관리 中 성적발표 왜?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사이트인 인민망(人民網)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슈에 대한 지방정부의 ‘인터넷 여론관리’ 실태를 점수화해 발표했다. 인민망은 향후 분기별로 평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인민망이 1·4분기에 발생한 주요 사건 10개에 대한 지방정부의 대처 실태를 평가해 12일 발표한 ‘인터넷 여론관리 순위표’에 따르면 예산집행 내역을 인터넷에 세세하게 공개해 ‘벌거숭이 정부’라는 호평을 받은 쓰촨(四川)성 파중(巴中)현의 한 향(鄕)정부가 1등을 차지했고, 산시(山西)성의 ‘저질백신’ 대처가 꼴찌에 올랐다. 여론전문가 16명이 정보투명도, 정부공신력 등 6개 항목에 대한 평가지수를 매긴 뒤 종합토론을 거쳐 총점과 사건대처 능력을 산출했다. ‘저질백신’ 사건 등 2건은 총점 -15~-11점으로 대처능력 면에서 빨간색 경고를 받았다. 자칫 집단시위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주요 이슈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확산된 여론은 종종 집단시위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우루무치 사태’가 발생한 것도 광둥(廣東)성의 위구르인·한족 패싸움 처리 결과가 인터넷 및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결국 지방정부의 인터넷 대처 능력을 높여 집단시위 등 사회불안 요소를 미리 막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SK 숲/육철수 논설위원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엄청나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2008년 기준)에 따르면 637만㏊(국토면적의 65%)에 이르는 산림은 돈으로 따져 국민 한 사람에게 한 해에 151만원의 혜택을 준단다. 추정산출 결과 산림의 간접혜택은 73조원(국민총생산의 7.1%)이나 된다. 7대 공익 기능별로 보면 ▲수원 함양 18조 5315억원 ▲산림 정수 6조 2186억원 ▲토사유출 방지 13조 4867억원 ▲토사붕괴 방지 4조 7479억원 ▲대기 정화 16조 8365억원 ▲산림 휴양 11조 6885억원 ▲야생동물 보호 1조 6702억원이란다. 산림의 총가치는 농림어업 총생산의 3배, 임업 총생산의 18배에 이른다니 국민은 부지불식간에 숲으로부터 적지 않은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임업의 선구자인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평생에 걸쳐 정성들여 가꾼 ‘SK 숲’이 39년째를 맞았다. 그는 벌거숭이 산이 많았던 1972년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산림의 자원화를 꿈꾸며 사재를 털어 ‘서해개발’이란 전문 임업기업을 세웠다. 충주 인등산과 천안 공덕산, 영동, 오산 일대 4100㏊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나무 한 그루마다 사람처럼 이름을 붙여 수적부(樹籍簿)를 만들고 과학적으로 관리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게 나무는 곧 사람이었다. 그가 가꾼 조림지를 ‘인재의 숲’으로 명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고인이 최근 산림청에서 선정한 ‘숲의 명예의 전당’에 여섯 번째 헌정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그런 점에서 때늦은 감이 있다. 이 전당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현신규 박사, 임종국 독림가, 김이만 나무할아버지, 민병갈 전 만리포수목원장 등 5명이 헌정되어 있다. 오늘은 식목일. 해마다 맞는 날이지만 이미 40여년 전에 조림을 통해 사회공헌을 실천한 고인의 혜안이 더욱 돋보인다. 더구나 저탄소 녹색성장과 신재생에너지 등 지구온난화 방지가 세계적 화두가 되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아닌가. 고인이 가꾼 ‘SK 숲’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실수와 임산물 가공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임업은 지난해 매출 346억원에 순익 14억원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산물에 속한다. SK 숲에서 나오는 맑고 신선한 공기로 해마다 20만명이 숨쉴 수 있다. 한 해에 자동차 400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3만 3000t)을 빨아들여 산소로 바꿔놓는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미래의 희망을 가꾸는 사람들”이라고 했던 고 최 회장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식목일 아침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글로벌 시대]물 부족과 미래 발전 전략/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글로벌 시대]물 부족과 미래 발전 전략/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인도의 데칸고원에는 높은 성곽에 둘러싸인 ‘다우라타바드’라는 거대한 고대도시가 있다. 그러나 웅장한 외양과는 달리 성문을 들어서면 인적이 드물고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AD 1327년 인도의 투그룩왕은 수도를 델리에서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건설에 나섰다. 건설이 대충 마무리되어 델리의 전 주민을 새 수도에 이주시키려 할 무렵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늘어나는 인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한 것이다. 왕은 백방으로 물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가면서 결국 새 수도의 꿈을 접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일, 인더스, 황하 등 큰 강이 고대문명의 요람인 것처럼 태초부터 물과 인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농업, 공업 등 생산 활동에도 긴요하다. 문제는 유한한 자원인 물이 점차 부족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증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다. 유엔은 인류가 물을 아끼고 관리하지 않으면 21세기 중 전 세계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유엔이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한 까닭이다. 이미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중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이 마실 물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201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물 부족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물 부족은 국제안보와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유엔은 물 부족이 빈곤을 심화시키고 전쟁마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엄청난 담수를 간직하고 있는 히말라야의 수자원을 두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간에는 핵전쟁마저 터질 위험이 있다. 최근 50년 만의 가뭄으로 메콩 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자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이 메콩 강 상류 윈난 성에 댐을 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집트는 나일 강의 상류국가인 에티오피아 등이 상수원을 막을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물위기는 에너지나 식량위기보다 더욱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물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복 받은 나라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금수강산으로 칭하였다. ‘물쓰듯 하다’는 말과 같이 그동안 우리는 물을 공짜나 다름없이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보존과 관리가 부실하여서 가뭄에는 물이 부족하고 홍수가 나면 물이 넘쳐 버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나날이 급증하는 물 소비 및 낭비와 수질오염을 감안하면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생명선인 물을 확보하고 효율을 높이며, 물을 자산으로 한 발전전략을 세우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향후 백년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수자원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당연히 맑은 물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전 한반도적 통합수자원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수자원관리의 실패로 국토가 황폐화되었다. 벌거숭이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강바닥이 높아져 해마다 극심한 수해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농업피해는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셋째, 물 관련 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물은 이미 에너지나 식량을 능가하는 전략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천연수의 수질이 좋은데다, 세계 최고의 담수화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 문학·인문학의 창의적 플랫폼을 향해

    문학과지성사가 22일 ‘웹진 문지(http://webzine.moonji.com)’를 창간했다. ‘문학과 인문학의 창의적 플랫폼’을 표방하는 ‘웹진 문지’는 한국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학·인문학 콘텐츠를 담는다. 창간호에는 김태용의 ‘벌거숭이들’, 백가흠의 ‘향’, 이홍의 ‘이별의 시대’ 세 편의 장편소설이 연재를 시작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에세이 ‘바라보다’와 ‘3호선 버터플라이’ 밴드의 보컬이자 시인인 성기완의 기타 에세이도 실렸다. 주 3회나 월 1회 등 각기 다른 업데이트 주기로 내용이 바뀐다.
  • 버스타고 떠나는 김포여행

    버스타고 떠나는 김포여행

    김포는 새로운 동네이거나 아주 오래 묵은 동네다. 벼 익어가는 들판 사이를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어른을 만나면 일단 멈칫한 뒤 고개를 꾸벅한다. 모르는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형적 농경사회의 풍경을 품고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삼십년 동안 온 나라를 휩쓴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이 서울 바로 곁에 있는 김포를 비켜갔을 리 만무하다. 서울과 김포를 잇는 48번 국도 양쪽은 물론 어디든 치솟아 있는 아파트가 김포가 갓 만들어진 새로운 도시임을 말해 준다. 사정이 이러하니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이건, 고향을 떠난 사람이건 어찌 회한이 남지 않았겠는가. 김포에서 나고 자란 ‘김포행 막차’의 시인 박철은 올해 초 펴낸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에서 그곳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읊조렸다. ‘70년대 말 김포행 막차는 늘 빈 차로 들판을 건넜다…마지막 승객이 되어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버스 안의 어린 차장이 슬며시 출입문 옆에 걸려 있던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가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날개달고…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젠 아줌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그녀’(‘기록’ 중 부분) 시인처럼 ‘흔들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는 아니라도 아침 일찍 김포행 버스에 몸을 실어보자. 신촌 또는 영등포에서 올라탄 경기버스는 길어야 1시간 남짓이면 성질머리 급한 가을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마음 넉넉한 주말 나들이로는 물론 희미하게 남은 옛 모습의 일단을 찾는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가을의 절정을 흠뻑 즐기는 것은 덤이다. ●교통 정체도 비싼 숙박비 부담도 없다 김포에서 가까운 일산과 인천 등에서는 무시로 김포행 버스가 오간다. 서울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신촌, 영등포 등에서 교통카드 한 장이면 교통비는 해결된다. 신촌이건, 영등포건 어느 곳에서 문수산을 찾아보자. 주말, 그것도 너도, 나도 자동차 시동 걸며 단풍을 찾아 나서는 절정의 가을 주말에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시내버스를 타고 말이다. 김포의 가을을 만드는 것은 들판과 산, 그리고 바다다. 서해의 첫 바람이 불어오는 한강 끄트머리에 놓인 김포는 추수를 앞두거나 한창인 평야가 맨 먼저다. 그리고 그 벼들이 뿌리박고 있는 황토흙의 빛깔을 닮은 서해바다는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소곤소곤 얘기한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문수산에 올라섰다. 이곳은 능선마다 벌겋고 누런 것들이 몸을 뒤틀어대고 있다. 이달 말, 다음 달 초면 슬금슬금 산 아래로 기어내려온 단풍이 온 산을 점령할 것이다. 고작 1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376m짜리 야트막한 문수산이지만 어떤 이들이든 모두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갖고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그만큼의 즐거움이 있다.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산림욕장부터 굴참나무, 신갈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온갖 것들이 하늘로 치솟은 것들은 치솟은 대로 누렇게, 땅에 납작 엎드린 것들은 또 그것대로 푸름 지워내며 계절의 뒤바뀜을 드러낸다. 하지만 능선과 고갯길을 아기자기하게 갖추고 있어 산 좋아하는 이도 실망할 것은 없다. 산림욕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퍽퍽한 계단길이 이어지고, 이어서 시시하지 않을 만큼의 꽤 가파른 능선이 나타난다. 땀이 제법 흐르는 것은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그 다음은 시원한 성곽길이다. 강물이 어떻게 바닷물이 되는지, 김포의 들판과 강화의 바다가 황금과 황토의 빛깔을 적당히 나눠가졌음을 똑똑히 확인하며 오르다 보면 정상이다. 내려올 때는 고막리 야영장 방향을 택하면 울울한 산림 속에서 피톤치드의 세례에 흠뻑 젖을 수 있다. 굳이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김포 문수산 근처에 널려 있다. 김포허브랜드와 국제조각공원이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고,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애기봉은 북한 땅이 맨눈으로도 훤히 보인다. 태산가족공원은 넓은 공간에 작은 국화꽃과 과학 원리를 가르쳐 주는 연못의 물, 싱그러운 잔디밭, 도자기 굽기 체험 등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 입장료가 없다. 애기봉 전망대와 태산가족공원, 조각공원은 각각 2000원, 1000원의 주차료를 받는다. 애기봉 전망대는 해병대 부대 안에 있어 입구에서 출입 확인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부대 안쪽으로 5분 남짓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250m 걸어가면 애기봉 전망대다. 예전에야 반공교육의 생생한 현장이었겠지만 지금은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바다 건너 저편이 ‘또 하나의 조국’임을 느낀다. 설령 냉전의 시기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더라도 큰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포 허브랜드(031-988-0365) 또한 별 놀이시설이 없지만 놀이공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다양한 화훼조각물이 있는 토피어리공원과 송어잡기체험 연못, 허브농장, 허브양초 만들기, 허브비누 만들기 체험장 등이 있어 웰빙 체험이 가능하다. 게다가 다하누촌 같은 곳에서 고기를 사와서 구워먹을 수 있는 숯불구이장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그저 즐기면 된다. ●한우가 살려낸 ‘주말 놀이 특구’ 김포 추석이 꽤 지났음에도 한우값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 타고 김포를 찾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강화도 입구에 있는 곳이기에 강화로 직행하거나 김포를 들렀다가도 숙박을 감안해 강화로 건너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곳에 지난 5월 다하누촌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왕래도 늘며 경기가 활성화돼 아예 서울 수도권 사람들의 ‘주말 놀이 특구’로 자리잡았다. 강남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올 수 있으니 서울 사람들이 제 동네처럼 드나들고 있다. 아낀 자동차 기름값, 숙박비만으로도 충분히 한우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꽤 괜찮은 품질의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다하누촌이 김포허브랜드, 문수산, 조각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근처 관광지 영수증을 보여주면 고깃값을 10% 깎아준다. 육회 한 팩(300g)과 등심, 안심, 차돌박이, 안창살 등이 고루 들어있는 모둠 한 팩(600g) 정도면 3~4명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만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월곶면사무소 앞에 있는 다하누촌 본점에서 고기를 산 뒤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으면 된다. 야채와 반찬 등을 갖춰주는 값으로 한 사람당 3000원씩 받는다. 부족하면 까짓것 적당히 더 사먹어도 좋을 것이다. 양껏 먹어도 삼겹살 먹는 것과 진배 없으니 말이다. 운전 부담도 없으니 소주 한 잔 걸치면 주말 저녁 기분좋게 흥얼거릴 수 있다. 시인 박철과 반대로 ‘서울행 막차 운전수 양반의 흔들리는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9시30분 이쪽저쪽이다. 자세한 시간은 꼭 경기도버스종합상황실(031-120)로 확인하자. 술잔 속 가을에 취해 막차를 놓치게 되면 낭패 아니겠는가. 글ㆍ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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