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번역 소설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결혼식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핸드백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김시우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폐기물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27
  •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학지광’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 유학생들의 모임인 ‘재일본동경유학생총회’가 발간한 학술·문학 잡지다. ‘학지광’에 실렸던 글이 한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하는 학술서 ‘『학지광』과 한국 근대문학’(사진)이 출간됐다. 영문학 연구자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집필했다. 저자는 ‘학지광’에 실렸던 글 가운데 문학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총 여섯 가지의 장르로 분류했다. 우화·수필·서간문, 시·시조, 단편소설, 단편희곡·극시, 문학이론·비평, 외국문학 번역 등이다. 한국의 근대문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 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었던 문제들도 바로잡는다. ‘학지광’에 실린 글들이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필자들이 서로 다른 눈으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풍부한 관점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살핀다. 20세기 초 서유럽에서 시작된 뒤 일본의 지성계를 주름잡았던 ‘사회진화론’을 두고도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근대문학의 오랜 논쟁인 순수문학과 계급문학 사이의 논쟁도 깊이 있게 다루며 식민지 조선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책에 소개한다. 영문학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번역문학도 당대의 문학이 발전하는 데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지광’은 번안의 형태에서 번역에서 벗어나 원문을 직접 번역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진학문의 러시아문학 번역과 김억의 영문학·불문학 번역 등이 대표적이다.
  • [씨줄날줄] 표현의 고유성

    [씨줄날줄] 표현의 고유성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은 종종 표절의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인유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에 엘리엇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남의 것을 쥐도 새도 모르게 흡수할 수 있는 게 위대한 시인이라는 얘기다. 흔적 없이 흡수한다는 것은 창작자들이 나만의 표현과 문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작가들은 ‘아무도 안 써 본 슬프고 진한 어휘’를 추구한다”고 했다. 표절 시비는 이런 고유성을 획득한 표현을 두고 벌어진다. 우리 문단의 가장 시끄러웠던 베끼기 논란은 소설가 신경숙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번역본에 있는 ‘기쁨을 아는 몸’이라는 독특한 표현이 그녀의 작품에 그대로 등장해서다. 최근 ‘롱블랙’이라는 유료 구독 서비스 업체가 회원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에 김영하 작가의 글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가 문제의 대목으로, 김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 나오는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김 작가 측은 ‘인생’, ‘난제’, ‘여행’, ‘이유’라는 네 가지 단어가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했다. 롱블랙이 사과문을 게시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고유한 표현’에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작가의 팬들은 두 문장의 유사성에 분개하지만 ‘여행’ 하면 위의 단어들을 곧바로 떠올리는 이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언어는 사회의 공동 자산이다. 상식적인 사고와 표현까지 자기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여기서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시 유종호의 말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모든 발언은 흉내요, 대물림이다. 모든 말에는 사회의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박상숙 논설위원
  •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전위적인 퍼포먼스부터 대한민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대형 사고까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세계 문학·출판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파리관현악단의 ‘카르멘’이 흘러나오는 도서관. 청춘 남녀 셋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은밀한 욕망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문학책이 화제였다. 작품의 표지만으로도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문학강국’ 프랑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개회식 영상에서 표지가 등장한 프랑스 문학은 총 다섯 권이다. 폴 베를렌(1844~1896)의 시집 ‘말 없는 연가’,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소설 ‘벨아미’, 아니 에르노(84)의 소설 ‘단순한 열정’, 레일라 슬리마니(43)의 에세이 ‘섹스와 거짓말’이 영상에 순서대로 소개됐다. 여러 출판사에서 선집으로 엮은 베를렌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국내에서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된 모파상의 ‘벨아미’는 아름다운 미모로 파리 사교계에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성 ‘조르주 뒤루아’의 파괴적인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치명적인 ‘옴파탈’,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나쁜 남자’의 원형이라 하겠다. 영상에서는 서로에게 매혹된 두 남성 사이의 ‘사랑의 신호’로 쓰이고 있다.이들과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손에 들려 있던 ‘단순한 열정’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에르노의 대표작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던 에르노는 자기가 직접 체험한 걸 소설화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한국어판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작가가 젊은 유부남 연인과 가졌던 짧고도 정열적인 사랑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에르노의 다른 작품처럼 수위가 상당히 세다. 영상 속 여성은 이 책의 표지를 남성에게 보여 주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자는 유혹을 건네는 듯하다.2016년 35세의 나이에 프랑스어권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신 여성 작가다. 경계인,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르테의 번역으로 소개된 ‘섹스와 거짓말’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성적 욕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인터뷰집이다.금지된 사랑과 그로 인한 인간의 파멸을 그린 뮈세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는 지만지에서 우리말로 번역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아르튀르 랭보의 동성 연인이자, 그를 총으로 쏴 다치게 했던 일화로도 유명한 베를렌이 감옥에서 쓴 시집 ‘말 없는 연가’는 지만지·선영사 등에서 낸 선집에 일부 작품이 수록된 형태로 소개됐다.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등의 시가 잘 알려져 있다.프랑스 문학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장폴 사르트르(1905~1980)나 알베르 카뮈(1913~1960) 등 실존주의 작가가 아니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무겁고 진중한 철학을 담은 책이 아니라 하나같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노벨문학상 작가 에르노를 앞세운 것에서 영국·독일과 함께 유럽 문학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모로코 작가 슬리마니의 작품을 내세운 것에서는 프랑스가 다양성과 이방인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나라임을 과시하려는 시도도 읽힌다.
  • 핏빛 공포보다 더 쫄깃…날숨마저 집어삼켰다

    핏빛 공포보다 더 쫄깃…날숨마저 집어삼켰다

    살인마·괴물 등 정통호러서 탈피직장 상사·초자연적 현상 등 소재생활밀착형 공포 쉽게 감정 이입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다.” 공포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쓰는가.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크툴루 신화’의 창조자이자 현대 호러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는 ‘공포 문학의 매혹’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문학이 인간의 감정을 그려낸 것이라면 ‘가장 강력한 감정’을 형상화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여름은 ‘호러의 계절’이다. 요즘 어지간한 집이면 냉방기기가 잘 갖춰져 있을 테지만, 습관은 무섭다. 에어컨만으로는 부족한, 무더운 여름밤을 함께할 오싹한 소설들이 쏟아진다. 다만 이 오싹함의 양상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졌단다. 29일 국내 장르문학 편집자·작가와 함께 호러문학의 최전선을 짚어 봤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 호러문학 안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피와 살이 튀는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스플래터’부터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좀비’까지. 그러나 요즘엔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정통 호러’보다도 실생활에 으스스한 소재를 살짝 덧댄 게 인기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①‘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황금가지)가 대표적이다. 제목대로 직장 상사에게 악령이 씌었다는 소재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주간은 “그간 출간된 호러는 사회 비판 성향이 강하고 섬뜩한 범죄나 강렬한 ‘폴터가이스트’(물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현상)를 다룬 진지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며 “과거에 비해 쉽게 즐길 수 있는 공포 소설이 잇달아 나오면서 호러 팬이 아닌 일반 독자들의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파묘’의 영향으로 무당·부적 등 전통적인 소재와 함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장르인 ‘오컬트’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오컬트의 인기는 올해 호러문학 전반의 관심을 환기한 계기이기도 하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이삭 작가의 ②‘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인플루엔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존 장르로 분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득세하기도 한다. 장르소설 작가 위래는 “웹소설 쪽에서는 ‘백룸’을 위시한 ‘리미널 스페이스’나 ‘규칙괴담’ 등의 장르가 인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백룸’은 알 수 없는 현상을 겪은 뒤 도착하게 되는 현실 이면에 있는 공간이다. 사람이 북적거려야 정상이지만 버려져서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공간인 ‘리미널 스페이스’와 연결되며 여러 2차 창작으로 이어졌다. 특정한 상황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나열하며 거기서 기묘한 무서움을 주는 규칙괴담은 2000년대 초 일본의 ‘나폴리탄 괴담’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초자연적 존재를 관리·감독한다는 가상의 단체 ‘SCP재단’ 괴담으로도 이어지며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 사실 한국은 호러문학의 불모지였다. 과거 장르소설은 이른바 ‘순문학’과 비교해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됐던 데다 호러는 SF나 판타지보다도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걸출한 작품들이 국내에 번역되면서다. 최근 번역된 ③‘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북스피어)도 짚고 넘어갈 만한 일본 호러소설이다. 장르문학 전문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기시 유스케,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오노 후유미 등 1990년대 일본 사회의 붕괴를 다루며 ‘호러물의 풍요로운 10년’을 열어젖힌 작가들이 선보인 ‘생활밀착형’ 호러에 한국 독자들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며 “이들은 지금도 출간과 동시에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국 출판사들은 이들과 계약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소개했다. 한국 호러문학도 점차 자기만의 영토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10만부를 돌파한 ④‘칵테일, 러브, 좀비’의 작가 조예은은 ‘입속 지느러미’, ⑤‘적산가옥의 유령’ 등 신작을 내며 독자와 호흡하고 있다. 황순원문학상 등 걸출한 순문학 작가로 호명됐던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⑥‘물속의 입’이 ‘미스터리·호러 단편선’으로 묶인 것도 흥미롭다. 2022년 영국 부커상, 2023년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호러문학사에 새 장을 열었던 정보라 작가도 신작 ‘작은 종말’ 등 부지런히 작품을 써내고 있다.
  • “무겁고 두툼한 古典을 힙하게… 아름다워, 갖고 싶은 세계문학 낼게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무겁고 두툼한 古典을 힙하게… 아름다워, 갖고 싶은 세계문학 낼게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호’ 브랜드 통해 소설 3권 출판정전 무게감 덜어내 시처럼 읽혀 군대에서 열흘짜리 훈련에 나갔을 때다. 특별한 것 없이 무료하게 주둔지를 지키는 일이었다. 군 작전상 중요했을진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 야전 텐트에서 읽었던 책이 바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시지프 신화’다. 뾰족한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 애써 얹어 놓으면 다시 굴러떨어지기에 그는 이 바위산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시지프가 표상하는 인간 존재의 무의미와 부조리는 이 애처로운 군인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어느 전공이든 택할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에서 굳이 불문학을 고른 이유다. 취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고된 길. 그길로 그는 문학 편집자가 됐고 그리도 좋아하던 세계문학책을 만들고 있다. 문학동네 계열 출판사 난다의 권현승(32) 편집자 이야기다. 지난 5월 난다에서 세계문학 브랜드 ‘모호’를 론칭한 그를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적절한 새로움’이야말로 세계문학 독자가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문학과는 달리 배경도 고유명사도 다른데 그런 생경함에서만이 얻어 낼 수 있는 감각이 있을 터. ‘고전’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정제된 조각으로 멈춘 것보다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역동적인 글을 담고 싶다.” ‘세계문학전집’ 하면 고전과 정전의 반열에 오른 두툼하고 무거운 책이 떠오르기 마련. 세계 최고의 지성과 만나는 일이니 그의 정수를 보여 주고 싶은 게 편집자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권현승과 모호가 지향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그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1869~1951)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드의 정수는 ‘위폐범들’이다. 당대 소설 미학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홍차만 마시고 싶은데, 홍차뿐 아니라 커피도 주고 마들렌도 먹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지드의 ‘좁은 문’이 더 강렬했다. 정전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세계문학을 지향한다.” 모호에서 나온 책은 지금껏 총 3권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성적인 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랑’,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의 ‘문자 살해 클럽’이다. 작가와 책 제목만 봐도 방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일단 크르지자놉스키는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버겁다. ‘사랑’은 소설이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쫀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처럼 읽히는 이 책을 권현승은 한 편의 시집처럼 만들었다.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가볍게. 번역도 시인 장승리에게 맡겼다. “책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독자는 이제 책에서 지식을 구하지 않는다. 그러면 책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인가. 그건 아니다. 책을 찾는 이유는 더 다채로워졌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책이 팔린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독자는 여전히 새로운 걸 찾는데, 거기엔 어느 정도의 ‘허영’이 있다. 책은 여기서부터 팔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책은 ‘읽는 것’을 넘어선다. 동시대 사람과 소통하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과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매체로 기능한다. 출판사들이 북토크를 비롯해 작가와 독자의 만남에 열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는 작가도, 디자이너도, 마케터도 아니지만 세 영역을 동시에 조망하면서 판단하는 존재다. 책과 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어느 하나에도 깊이 빠져들어서는 곤란하다. 책 편집은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랑하면서도 그것과 거리를 두는 일이기도 하겠다. 권현승의 방향은 분명했다. 그는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세계문학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책을 만들 거다. 키냐르가 플라톤을 인용해 한 말이 있다. ‘아름다움의 첫 번째 현존은 공포’라고. 새로운 걸 만났을 때 느껴지는 놀라움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을 때 공포가 일어나는 것 아닐까. 확 꽂히고 매혹하는, ‘모호한’ 세계문학의 매력을 소개하겠다.”
  • 소설의 감동과 충격, 스크린으로 이어질까

    소설의 감동과 충격, 스크린으로 이어질까

    한국 문단을 뜨겁게 달궜던 두 편의 소설이 나란히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장강명(49)의 ‘한국이 싫어서’와 박상영(36)의 ‘대도시의 사랑법’이다. 소설이 독자에게 줬던 감동과 충격이 영화의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질까.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여자 주인공 ‘계나’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훌쩍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다. 배우 고아성이 ‘계나’를 연기했고,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만든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은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인 장강명을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렸다. 2015년 민음사에서 출간됐으며 당시 유행하던 ‘헬조선’, ‘욜로’(YOLO) 등의 담론과 맞물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원작도 무의미한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낀 주인공 ‘계나’가 삶의 의미를 찾아 외국으로 떠난다는 내용이다. 지독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더는 아등바등 살지 않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계나’의 선택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따라가면서도 일부 세세한 설정에서 변화를 줬다. ‘계나’가 한국을 떠나 향하는 곳이 소설에서는 호주이지만 영화에서는 뉴질랜드다. 영화 제작에 앞서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장건재 감독은 뉴질랜드의 여성권, 동물권에 대한 높은 인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소설 속 ‘계나’의 남자친구는 5명에서 2명으로 압축됐다. 원작을 충실히 읽은 독자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지점이겠다.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19년 창비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당시 ‘퀴어문학 붐’을 일으켰던 연작소설이다. 당시 초판 인쇄 두 달 만에 8쇄를 찍을 만큼 파장이 컸으며 영어로도 번역돼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성소수자 작가 ‘영’이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배워 나가는 이야기다.영화는 연작 중 한 편인 소설 ‘재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성 ‘재희’와 비밀을 간직한 ‘흥수’가 동고동락하는 내용이다. ‘재희’는 배우 김고은, ‘흥수’는 배우 노상현이 연기한다. 오는 10월 2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캐나다에서 9월 5~15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도 선정됐다. ‘미씽: 사라진 여자’ 등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던 이언희 감독이 연출했다.
  •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도서관도 아니고 북카페도 아닌여름 그늘 같은 공간‘명상’ 담은 유니스트 지관서가군더더기 없는 책의 공간들뜬 마음 지그시 눌러평소라며 손이 안 갔을 그 책도자연스럽게 손에 들게 돼다락 같고, 또 마루 같은…고요히 머물 수 있는 창틀 방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7월, 휴가의 시작이다. 휴가지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색다른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그래도 휴가 여행인데…! 좀더 여행다운 서행(書行)을 원한다? 그럼 울산을 추천한다. 맞다. 그 ‘공업도시 울산’이다.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지관서가는 책을 중심에 둔 복합 인문 문화공간이고 곁에는 산책 삼을 만한 여행의 장소들이 이웃한다. 화려한 휴가는 아닐 테지만 덤덤히 나를 물어 소소한 낙 하나는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무언가 힐끗 눈에 띄었다면 그건 아마도 이내 마음속을 유유히 잠영하던, 그리웠던 나의 모습은 아닐는지. ●며칠만은 퍼펙트 데이즈 ‘그림자가 겹치는 순간 더 진해진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다. 요즘 이 작품이 잔잔하게 화제다.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의 하루하루다. 출퇴근길에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내 마시고, 가끔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퇴근해서는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잠드는, 그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겹쳐 사는 나날. 그건 영화가 말하는 ‘퍼펙트 데이즈’일 텐데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건 왜일까? 하지만 질문도 잠시, 영화를 볼 때는 격하게 공감하고 영화 밖으로 나오니 또 밀린 일을 해치우려 허덕인다. 어쨌든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휴가는 그 ‘나중이 지금이 되는’ 시간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을 통달하지는 못하겠어도 며칠 정도는 그리 살아 보고 싶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사소하게, 작은 즐거움에 충실하며 생활 뒤편으로 미뤄 뒀던 행복을 찾아보는 거다. 울산의 지관서가를 휴가지로 추천하는 건, 하나의 도시에서 아담한 책 공간을 옮겨 다니며 적어도 그런 삶의 며칠을 흉내 내 살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서다.●지관(止觀), 멈춰 서서 바라봄 첫 출발은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지관서가가 좋겠다. 유니스트는 울산역 가까운 울산 서쪽에 있으며 지관서가는 캠퍼스 내 학술정보관 1층에 있다. 가막못의 가장자리다. 지관서가는 딱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서가 없고 대출이 불가하니 도서관이랄 수 없고, 카페가 있지만 반드시 음료를 마셔야 책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북카페랄 수도 없는, 그러나 도서관이기도 북카페이기도 한, 경계 없고 강요되지 않는 여름 그늘 같은 책의 집이다. 또한 각각의 지관서가는 모든 장소마다의 인생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한다.유니스트 지관서가의 테마는 명상(Meditation)이다. 공간의 배치도, 서가의 구성도, 조명과 음악도 이를 고려했다. 벽지는 한지를 이용해 차분함을 더한다. 첫걸음부터 검은 벽과 나무 벽 사이 통로가 들뜬 마음을 지그시 눌러 맞는다. 내면으로 스미는 전이의 공간인 셈이다. 너머가 보이지 않아 그저 차분하게 걸음을 떼지만 곧 눈앞의 장면에 넋을 잃고 만다. 온전히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을 꽉 채운 파노라마의 너른 창과 꽉 찬 초록의 자연이다. 대청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박스 형태의 좌식 마루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그 새로 뿌리 내린 무뚝뚝한 콘크리트 원기둥과 바위 모양의 쿠션 의자마저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 우선은 멈춰 서서 창밖의 초록이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번지기를 기다린다. 누구인들 그러지 않을까. 이를 말로 풀면 지관(止觀)이겠다. 멈추어 서서 바라보다. 바로 서서 너르게 바라보다. 그러고 보니 사방으로 책 한 권 보이지 않는다. 마룻바닥 위의 의자와 탁자 외에는 그 흔한 소품 하나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전부다. 책의 공간이 스스로부터 군더더기 없이 비워 낸 상태다. 책은 채움일 텐데 먼저 비우라는 말일까? 그게 명상이겠지. 면벽 수행하듯 앉아 바닥까지 비워 낸 후에야 서서히 움직여 공간을 살핀다. ●방학 맞은 지금이 최적의 비움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색으로 구분된다. 책들은 입구 통로 검은 벽의 안쪽 세모난 자리에 숨어 있다. 넉넉하게 비워 낸 주 공간에 비해 작은 서가다. 장서의 수로 압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들은 고심 끝에 놓였다는 걸 알겠다. 명상이라는 인생 테마 아래 집중, 비움, 드러남, 침묵 등의 주제로 서가를 구성했는데 신간부터 스테디셀러까지 다채롭다.책 곁에는 각 주제와 짝을 이룰 만한 명상음악을 큐알(QR) 코드로 제안한다. 음악 명상그룹 ‘케렌시아’가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위해 제작한 음악이다. 내레이션 가이드가 있어 초보자도 명상할 수 있다(음악만 나오는 버전도 있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헤드폰을 대여한다. 그 가운데 ‘산책’이란 곡은 지관서가를 나서 가막못을 걸으며 들어도 좋겠다. 내가 내 삶을 보듬는 시간, 카세트테이프는 아니지만 이 또한 ‘퍼펙트 데이즈’다. 초록 위에, 종이책 위에, 산책의 발걸음 같은 음악이 차곡차곡 쌓여 겹친다. 마침 캠퍼스는 여름방학이어서 한적하다. 개학하면 좀더 북적댈 것이고 지관서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유니스트 지관서가가 가진 명상과 사색의 분위기를 한껏 누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 공간으로 돌아 나오기 전 책 한 권을 고른다. 김지현 종교학자가 추천하는 명사 추천 서가에서 ‘선시’(석지현, 현암사)를 집어 든다. 평소라면 좀체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다. 이곳이 명상을 인생 테마로 한 곳이라 자연스럽고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기 전 음료 한 잔을 주문한다.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에서 운영한다. 서가처럼 통로 옆 세모난 영역에 위치하는데, 카페의 작업 음이 명상이나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치겠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후 창틀방에 앉는다.창틀방은 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이다. 측면과 후면의 작은 창틀들을 작은 방으로 꾸렸다. 고요히 머물 수 있는 다락방 같고 바깥의 야외를 바라보니 또 누마루 같은 자리다. 사람이 많을 때는 블라인드를 내려 단절하고 독립할 수 있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침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틀에 기대 책과 음악 그리고 창밖의 녹음을 동무 삼아 한가로움을 누린다. 잠시 후 책을 돌려놓으려 다시 찾은 서가에서 원고지와 몇몇 글귀를 발견한다. 책을 읽고 담아가고픈 구절을 직접 손 글씨로 써 보라는 지관서가의 제안 ‘필수적 필사’다. 곁에는 오늘의 나를 닮은 어제의 나들이 남긴 몇 장의 필사가 있다. 아이나 어른 모두가 비슷한 마음, 그 가운데 지난봄 누군가 적어 둔 ‘여든다섯 살의 봄’이라는 제목의 글귀에 코끝이 찡하다.‘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처음에는 ‘여든다섯 살의 봄’이 제목인 줄 알았다.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해 보니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그림책 ‘봄은 또 오고’(이혜경 번역, 봄볕)의 한 구절이었다. ‘태어나서 두 살까지는 아무 기억이 없어’로 시작하는 책은 ‘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로 끝이 난다. 그림책은 장마다 조금씩 다른 홈이나 창을 뚫어 두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부분이 사라지거나 겹치며 여든다섯 살 인생의 감동을 전한다. 책을 덮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살면서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봄의 사랑을 이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나오기 전, 창밖의 초록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파를랑주의 책을 빌려 적는다. ‘지금껏 이렇게 여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다짐이 삶이 되기를. 어디에 있든, 그곳이 도서관이 아니라 해도 당신의 여름 또한 내일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윽한 숲속 책의 산장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대공원 숲속에, 호숫가에 또는 캠퍼스 안과 미술관 옆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포구 앞이다.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책을 읽다 자연을 거닐고, 그러다 지루하면 또 다른 서가를 찾아 버스를 타고 나서는 하루.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 시간 따위는 말끔히 잊고! 여름휴가 며칠 정도는 일하지 않는 히라야마로, ‘고모레비’(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말)를 누리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가장 먼저 들어선 지관서가는 울산대공원이다. 어린이숲속공작실과 공공기관 회의장으로 쓰이던 그린하우스를 리모델링했다. 울산 시민의 일상 숲에 책의 집이 들어선 셈이다. 숲 안에 나무로 지은 박공지붕의 집은 길가에서 살짝 비켜 선 자리라 무척 아늑하다. 내부는 기존의 천장을 제거하고 층높이를 높여 서가로 단장했다. 삼각형 목조 지붕이 고스란하고 짙은 나무색과 창밖의 초록이 묵직하게 다가선다. 마치 성전에 들어와 있는 양하다. 그에 걸맞게 이곳 서가의 테마는 ‘관계’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를 묻는 책들이 반긴다. 또한 야외 테라스는 안과 다른 밖의 고요가 깃든다. 비탈과 접한 데크라 숲의 기운이 한층 우렁차다.●호수와 바다가 보이는 서가 울산대공원 지관서가가 숲이 빼어나다면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호수를 자랑 삼는다. 먼저 ‘박상진’이라는 이름이 궁금할 텐데 울산 지역의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에서 기인한다. 1층은 필로티와 야외 바를 둬 호수 풍경을 장벽 없이 만끽하도록 했다. 2층의 서가는 영감(inspiration) 테마의 책들을 구비했다. 역시 호수 쪽 창가는 바 테이블이다. 책장을 넘기는 시간만큼 물멍의 시간이 길다.숲과 호수의 시간은 바다에서 잇댄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장생포문화창고 내에 있다. 30년 가까이 어류 보관용 냉동 창고로 쓰이다 방치된 공간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으로 변신했다. 1~5층까지는 미디어아트전시관, 기념관 등의 문화 공간이고 지관서가는 6층이다. 바다 쪽은 벽 전체를 유리창으로 구성했다. 파도가 넘실대는 장대한 바다는 아니고 육지 쪽 울산 산업단지로 흘러드는 물길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과 공장 굴뚝은 공업도시 울산의 역사를 상기하게 한다. 서가는 일부러 높이를 낮추고 네모난 형식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실내 어디에서나 창 쪽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하루의 해가 질 때쯤 찾아가길 권한다. 내륙으로 스미는 바닷길과 울산 산업단지가 붉게 물든다. 해 진 후에는 하나둘 밤의 불빛이 켜지는 걸 기다려 좀더 감상해도 좋다. 장생포고래박물관까지는 약 1.5㎞다.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다녀옴 직하다.●건축가가 지은 책집의 자화상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가 제격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공공미술관 최초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XR)을 갖췄다. 아름다움을 테마로 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는 1층은 미술관 입구에 해당한다. 2층은 잔디 마당을 사이에 두고 미술관과 마주한다. 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프랑스 작가 제이알(JR)의 ‘우리가 영웅이다’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울산 시민 250여명의 상반신을 촬영한 작품이다.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나이 듦’을 인생 테마로 한다. 선암호수공원 인근의 노인복지관 1~2층에 위치한다. 그런 까닭에 창밖으로 보이는 사계절의 변화마저 남다르다. 책을 앞에 두고 자연의 나이 듦을 읽는 듯하다. 지관서가는 SK의 사회공헌사업이다. SK가 재원을 대고 지자체가 공간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기획을 담당한다. 서울대 인문확산지원센터 등 전문가들이 북큐레이션에 참여해 서가의 구성이 알차다. 공간은 대부분 이소진 건축가와 건축사무소 리옹에서 디자인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스토리텔링한 윤동주문학관과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천왕 산책 쉼터, 배봉산 숲속도서관 등 서울의 사랑받는 동네 도서관이 이들의 솜씨다. 자연에 몸을 기댄 건물은 그 지형의 일부처럼 스미는데 울산의 지관서가들 또한 다르지 않다. 신축이 아닌 기존 유휴 공간에 녹여 냈다. 여행의 잠잠한 쉼터로 이만한 데가 없다. 지관서가는 인문학 강좌도 자주 열린다. 그러니 계곡에 발 담그듯 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 보는 건 어떨까? 베케이션을 너머 울산 북케이션(Bookation)이다. 유니스트 지관서가 오전 9시~오후 8시, 연중무휴 누리집 www.jigwanseoga.org/115
  • 1904년, 민족정신 횃불 밝히며…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 시작됐다

    1904년, 민족정신 횃불 밝히며…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 시작됐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신문인 서울신문이 18일로 창간 120주년을 맞았다. 서울신문은 일제가 국권을 침탈해 오던 1904년 7월 18일 창간호를 발행한 대한매일신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매일신보는 구한말 암흑기 민족의 운명을 밝힌 횃불 같은 존재였다. 당시 조선 민중들은 날짜가 지난 신문까지 구해 돌려 가며 읽을 정도로 대한매일신보를 신뢰했다. 한글판, 국한문판, 영문판 등 3종류로 발행되던 1908년 5월 27일 당시 대한매일신보의 부수가 1만 3256부에 이르렀다는 일제 통감부의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두 주역은 영국 신문 데일리 크로니클지 서울특파원(통신원)이있던 배설(본명 어니스트 베델)과 독립운동가 양기탁이다. 일제의 야욕을 국외로 알리고 싶었던 고종의 물밑 후원과 배설의 정의로운 기자정신, 양기탁의 항일민족주의 정신이 대한매일신보 탄생의 밑거름이었다.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영국 출신 사장 배설은 신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고, 총무(전무 겸 편집국장) 양기탁은 신문의 대들보였다. 박은식, 신채호, 장도빈 등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자 독립운동가들이 주필로 참여했다. 조선 민중이 신뢰했던 신문기사·논설 통해 을사조약 비판‘국채보상운동’ 이끌며 전성기 “(을사)조약은 이토(伊藤)가 우리 대신들을 공갈·협박하여 강압적으로 체결하였으며,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글을 쓴 이유로 황성신문 사장 장지연을 구속하고 신문을 정간시킨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한매일신보 1905년 11월 21일자 논설의 일부분이다. 대한매일신보는 1905년 11월 17일 을사조약 체결을 전후해 일본을 매섭게 비판하는 기사와 논설을 끊임없이 실었다. 일제가 황성신문 발행을 금지하자 대한매일신보는 ‘시일야방성대곡’을 한문과 영어로 번역해 호외를 만들어 국내외에 뿌렸다. ‘을사조약에 동의하거나 서면에 조인하지 않았다’는 고종의 밀서가 영국 트리뷴지에 폭로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이가 배설이었고 대한매일신보는 트리뷴지의 보도 내용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을사조약 반대운동으로 항일애국 신문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 대한매일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을 이끌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로 진 빚 1300만원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은 대한매일신보 대구지사장을 겸했던 광문출판사 사장 김광제 등이 대구에서 처음 불을 지폈다. 1907년 2월 21일자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이천만 민중이 3개월 기한으로 금연하고, 그 대금으로 매인(每人)에게서 매월 20전씩 거둔다면 1300만원이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고종도 이때 “우리 백성들이 국채를 보상하기 위해 단연(금연)하고 그 값을 모은다고 하는데, 짐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선언할 정도로 국채보상운동은 온 나라를 휩쓸었다.대한매일신보는 의병들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들의 활약상을 ‘처처의병’(處處義兵)이라는 코너를 두고 소개했다. 주필 박은식은 “한민족은 본래 충의가 탁월하고 두터워 삼국시대 이래로 외환을 만날 때마다 의병의 전공이 가장 탁월하였다…병역의무의 징집에 의거한 바 없이 오직 충의로 모여들어 적이 물러갈 때까지 싸우고야 말았다…의병은 이 나라의 국수(國粹)이다”라고 썼다. 일제 통감부가 “많은 폭도들이 대한매일신보의 격문을 읽고 분개하여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정해 본국에 보낼 정도였다. 한국 고유 언론 시스템 정착인맥 관행 깨고 기자 공채 도입1920년 첫 여기자 이각경 합격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대한매일신보는 이를 특호 활자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며 “이토 암살은 독립투쟁의 일부”라고 정의했다.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위해 삼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 끝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사(死)하노니…이천만 형제자매가 나의 유지를 이어받아 자유독립을 회복하면 사자무감(死者無憾)일 것이다”라는 안중근의 유언은 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25일자에 또렷이 박혀 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끝내 국권을 상실했다. 일제는 경술국치 바로 다음날 눈엣가시였던 대한매일신보를 인수해 버렸다. 국가를 상징하던 ‘대한’을 떼어 내고 매일신보로 제호를 바꿨다. 제호뿐만 아니라 대한매일신보의 정신까지 모조리 개조해 총독부의 기관지로 만들었다. 당시 일제는 매일신보와 일어로 발행되는 경성일보, 영자신문 서울프레스 등 3개 관변지만 남기고 모든 민족언론을 해체했다. 매일신보는 우리나라 신문 역사에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지만, 일제강점기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1차 사료(史料)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일제 무단통치로 민족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1910~20년, 1940~45년 두 시기에 유일하게 발간된 신문이 매일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1945년 8월 해방 직전 일본의 패망 조짐과 해방 직후 건국을 둘러싼 지도자들의 움직임 및 좌우 대립 상황을 기록한 언론은 매일신보뿐이다. 매일신보의 또 다른 역할은 한국 고유의 언론 시스템을 개발해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1918년에는 아는 사람을 기자로 채용하던 관행을 깨고 국내 최초로 기자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홍난파, 유지영 등이 이때 공채에 합격해 기자가 됐다. 1920년에는 최초의 여기자 이각경이 공채에 합격했는데, 이 기자의 입사의 변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일제가 우리말을 말살하던 시기 매일신보는 작가 겸 기자들이 한글로 작품을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인직, 조중환, 이해조, 이상협, 민태원, 윤백남 등이 매일신보에 소설을 연재했다. 특히 이광수는 1917년 1월 1일 신년호부터 6월 14일까지 126회에 걸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무정’을 연재했다. 매일신보는 1919년 8월 소설 현상공모를 최초로 실시했는데, 이는 신춘문예의 효시로 평가된다. 해방의 감격과 함께 매일신보도 1945년 11월 22일 서울신문으로 재탄생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위창 오세창이 사장을 맡았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와 애당 권동진은 고문으로 합류했다. 민족지도자들로 구성된 경영진은 서울신문의 새 출발을 ‘창간’ 대신 대한매일신보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혁신 속간’이라고 정의했다. 23일자 혁신 속간호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일당일파에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언론보도에 충실할 것을 천명한다”고 다짐했다. 근현대사와 함께해 온 신문6·25전쟁 ‘진중신문’ 언론사 신화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등 건립 서울신문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발행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신문사가 모두 회사 문을 닫고 해산했지만 서울신문은 전쟁 발발 당일은 물론 26일과 27일까지 모두 12차례의 호외를 찍어 냈다. 1951년 1월부터 3월까지 50일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부산 피란지에서 신문의 명맥을 겨우 이었지만, 1951년 4월 6일부터는 포성이 울리는 서울로 돌아와 ‘진중(陣中)신문’을 찍었다. 19일 동안의 진중신문 발행은 한국 언론사와 6·25 전사에 신화로 남아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 순직한 종군기자 18명 중 한국 기자는 서울신문 소속 한규호가 유일하다. 1985년 1월 1일은 한국 신문제작 역사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난 날이다. 서울신문이 새 사옥(한국프레스센터) 준공에 맞춰 국내 최초로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납 활자로 신문을 제작하던 전통 방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디지털 미디어의 출발도 서울신문에서 이뤄졌다. 서울신문은 1995년 11월 22일 국내 최초 인터넷 뉴스 서비스인 ‘뉴스넷’을 개통했다. 뉴스넷은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TV가이드, 뉴스피플 등 서울신문사가 발행하는 모든 매체의 콘텐츠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인터넷 신문의 효시였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누가 세운 것일까. 서울신문은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애국선열 조상 건립사업’을 벌여 모두 15기의 동상을 세웠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서울신문 120년은 영욕이 굽이친 대한민국 근현대사 그 자체이다. 앞으로의 120년에도 무수한 굴곡이 서울신문 앞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불편부당한 정론직필의 펜을 놓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처럼.
  • 아동 음란물 수십건 소지한 64세男… 정체는 美베스트셀러 작가

    아동 음란물 수십건 소지한 64세男… 정체는 美베스트셀러 작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동 음란물 수십건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CBS, ABC 등 현지 언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 엑서터 경찰은 전날 베스트셀러 작가인 브렌던 뒤부아(64)를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뒤부아는 아동 포르노 소지와 관련한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혐의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뒤부아는 현재 임시 구금돼 있다. 현지 경찰은 “피의자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다양한 성행위를 하는 최소 35개 이상의 시각자료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엑서터 경찰은 지난 3월 아동 대상 인터넷 범죄 수사대와 협력해 관련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뒤부아가 지난달 펴낸 신작 ‘터미널 서프’(Terminal Surf)를 비롯해 그의 소설 11권을 출간한 출판사 측은 보도 직후 자사 웹사이트에서 그의 책을 모두 내렸다. 출판사 측은 “브렌던 뒤부아의 심각한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우리는 법적 절차를 존중하지만, 뒤부아의 책에 대한 모든 홍보와 판매를 즉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독자와 작가, 출판 커뮤니티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뒤부아는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로, 지금까지 29권의 소설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한국에도 ‘갈릴레오의 아이들’, ‘뉴욕 미스터리’ 등 그의 소설이 번역·출간된 바 있다.
  • “당신은 배우보다 작가로 잘될 거야” 차인표 ‘대박’ 뒤에 신애라 있었다

    “당신은 배우보다 작가로 잘될 거야” 차인표 ‘대박’ 뒤에 신애라 있었다

    자신이 쓴 소설이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된 희소식을 전한 차인표(57)가 아내 신애라(55) 응원을 받아 소설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인표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지정된 장편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해결책)과 관련한 여러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차인표는 이 소설이 원래 2009년 ‘잘가요, 언덕’이란 제목으로 출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이 인기가 없어 2018년 폐간했는데 출판사 측에서 “청소년들이 좀 더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복간을 하자”고 제안해 제목을 바꿔 다시 내게 됐다. 필수 도서 선정에 대해 차인표는 “정확히 말씀드리면 옥스퍼드대학교 아시아 중동학부의 한국학과의 교재로 선정되면서 필독 도서가 됐다. 옥스퍼드 학생 전체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이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번역을 시작했다. 1~2년 후에는 소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일제 강점기에 끌려간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차인표는 “너무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존귀한 생명들이 살고 있었고 그분들의 삶은 소중했고 자연은 아름다웠을 것이고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청소년들, 어린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좀 더 동화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쓰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차인표는 책이 잘 되기까지 아내의 응원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는 “제가 책을 3권 냈는데 한 번도 잘 된 적이 없다”면서 “제가 책 내고 실망하고 있으면 당신은 배우보다 작가로 잘될 거라고, 저도 안 믿는데 저한테 언젠가는 잘될 거라고 빨리 쓰라고 했는데 자기 말이 맞지 않냐고 너무 기뻐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특강을 했던 날인 6월 28일 일본 천황 부부가 옥스퍼드를 찾았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차인표는 “특강을 했는데 한국 분들은 많이 우셨다”면서 “천황 행사를 안 가고 이 강의를 선택한 영국분들 중에 ‘이런 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신 분도 있고 위클리퍼홀이라고 옥스퍼드의 다른 컬리지 도서관장님께서는 ‘조금 더 규모를 크게 해서 다음 학기에 다시 한번 초청하고 싶다. 응하겠냐’고 했다”고 말했다. 작가 차인표로서 그는 또 한 편의 소설을 집필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자신의 대학 시절을 담은 자전적 성장 소설이라고 한다. 차인표는 “한 1년은 걸릴 것 같다”며 차기 작품의 출판 시기를 예고했다.
  •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결국 시와 철학의 목표는 같아 여기,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이 된 철학자가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번역가 박술(38)이다. 열일곱, 독일로 떠나며 챙겼던 ‘기형도 전집’은 유학 생활의 큰 위안이었다. 줄곧 시를 번역하고자 했으나 시심(詩心)에 가닿는 일은 난망했다. 그렇게 습작을 시작했는데 덜컥 지방의 한 문예지에 당선됐다. 지금도 시를 쓰곤 있지만 더욱 신경을 쏟는 일은 시 번역이다. 독일 힐데스하임대 철학과 조교수로 강단에도 오르며 시와 철학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11일 그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상치 않은 첫인상 뒤로 그가 살고 있는 뮌헨의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이 책을 소화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에 번역자의 욕망이 숨어 있다. 동시에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로 일종의 ‘빙의’인 것 같기도 하다. 엄청 중독적이다.” 독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전체가 독일과 연이 깊었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서일까. 고1 때 혈혈단신 독일로 훌쩍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 남산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 달간 배운 독일어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언어에 재주가 있어 큰 무리는 없었다. 놀라운 건 지금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개수다. 한국어·독일어·영어를 기본으로 일본인 아내 덕에 일본어도 읽을 수 있으며 산스크리트어도 사전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한문에도 꽤 조예가 깊어 중국어 텍스트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많이 까먹긴 했지만 학창 시절엔 히브리어도 읽을 줄 알았단다. “한국 문학이 이렇게 주목받은 건 처음이었다. 독일 문학 세기의 명연설로 꼽히는 파울 첼란의 ‘자오선’(1960년 뷔히너상 수상연설)에 비긴다고 현지 언론이 말할 정도였으니. 낭독회에도 100명 넘게 모였다. 시 번역을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박술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 페스티벌에서 김혜순 시인이 ‘혀 없는 모국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시를 독어로 옮겼던 인연으로 박술은 독일의 시인 울리아나 볼프와 함께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독일에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얼마 전 원고를 다 넘겼고 내년 초 현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현지 유력 출판사와 상당히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시인 김현과 황유원이 초청됐는데, 이들의 시도 박술이 옮겼다. 김혜순 이후 독일에서 한국시의 물꼬가 터진 것. 박술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는 주어가 없어도 말이 된다. 독어에선 아니다. 주어를 슬쩍 없애도 동사 변화에서 들통이 나니까. 난감할 때가 많다. 한번은 김혜순 선생님께 한 문장을 보여 주며 ‘이건 몇 인칭입니까’ 물었더니 ‘6인칭이나 7인칭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결국 번역자인 나의 선택이었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철학을 공부했다. 비트겐슈타인과 니체에 탐닉했던 세월이었다. 올해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이달 초에는 ‘위로 없는 날들’(다)이라는 그의 ‘파편집’을 한국어로 펴내기도 했다. 파편집이라는 말은 다소 낯설지만, 책을 열어 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알게 된다. 소설도 일기도 아닌 것이 잠언 같기도 하고…. 짧고 알쏭달쏭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장 109개가 수록됐다. 이거, 혹시 시 아닌가. “철학과 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걸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니 형식이 해체되고 글이 파편화되겠지.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데 개념과 이미지는 모두 언어로 포섭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론과 실존에 더해 미학까지 품은 시와 철학의 목표는 결국 같다.”
  • 부커상 심사위원에 안톤 허… 소설 ‘저주토끼’ 영문 번역가

    부커상 심사위원에 안톤 허… 소설 ‘저주토끼’ 영문 번역가

    소설 ‘저주토끼’ 영문판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허(43·한국명 허정범)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을 맡는다. 10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부커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맥스 포터와 케일럽 페미, 사나 고얄, 안톤 허, 베스 오턴 등 5명이 내년 시상식 심사위원으로 정해졌다. 5명 중 심사위원장은 포터가 맡는다. 부커상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도입해 시상을 시작한 이후로 한국인 심사위원은 처음이다. 안톤 허는 소설가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번역해 2022년 부커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번역가로 1차 후보에 올랐다. 그는 황석영의 ‘수인’, 강경애의 ‘지하촌’,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을 영어로 번역했고 오션 브엉의 ‘총상 입은 밤하늘’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 이름도, 이야기도 낯선 신세계…기이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다

    이름도, 이야기도 낯선 신세계…기이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다

    사후에 주목받은 러 작가‘문자 혐오’ 비밀 모임 그려 “세상에서 진실로 내게 미움받을 존재는 단 하나, 문자요!”(18쪽) 얼마 전 번역 출간된 소설 ‘문자 살해 클럽’(난다)의 일부다. 책을 집어 들자마자 기이한 세계가 펼쳐진다. 우선 눈길을 끄는 건 작가의 이름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1887~1950)다. 발음도 어렵거니와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닌데,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가 놓친 천재’란다. 소설 내용도 무척 독특하다. 제목이기도 한 ‘문자 살해 클럽’은 문자가 우리의 상상을 억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밀모임이다. 소설은 이들의 은밀한 토론을 생중계한다. “한번은 괴테가 에커만에게 이렇게 말했소. 셰익스피어는 200년간 영문학 전체의 성장을 억눌러온 지나치게 무성한 나무라고 말이오. 그런데 그 말의 장본인인 괴테에 대해, 30년쯤 지나서 뵈르네가 이렇게 썼다오. ‘독문학이라는 몸체에 고루 뻗은 괴물 같은 종양’이로다. 둘 다 옳았다오.”(19~20쪽) 문자가 ‘악’이라면 위대한 문호는 ‘악마’이고 그가 쓴 작품은 ‘악마가 싼 똥’이라고 하겠다. 인간의 순수하고 지고한 상상은 글쓰기로 육화(肉化)하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을 때처럼 ‘순수’한가. 문자 살해 클럽의 멤버들은 이런 골치 아픈 생각에 골몰해 있다.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배우,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는 진동 세포를 기반으로 세상을 기계화하는 과학자와 정치가의 이야기가 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폴란드계 가정에서 태어난 크르지자놉스키는 1920년대 당시 소련 모스크바에서 활동했다. ‘문자 살해 클럽’을 비롯한 관념적인 소설을 써낸 그는 역사적 유물론이 지배하고 있던 소비에트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백과사전 편집자, 연극이론가, 소설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글을 썼지만, 그의 책은 생전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사후 39년부터 러시아, 유럽 및 영미권 국가에서 잇따라 출간되면서다. ‘러시아의 보르헤스’를 비롯한 수식어도 이때부터 붙었다.
  • 한국문학 상반기 결산…국제문학상 3건, 최종후보는 5건

    한국문학 상반기 결산…국제문학상 3건, 최종후보는 5건

    한국문학이 올해에도 주요 국제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3개 작품이 국제문학상을 받았고, 5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환상통’(최돈미 번역)이 미국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최경란·피에르 비지유 번역)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황보름의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마키노 미카 번역)가 일본 서점대상을 각각 받았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황석영 소설 ‘철도원삼대’(김소라·배영재 번역)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김숨의 소설 ‘떠도는 땅’(최애영·안나 벨레민 노엘)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1차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마영신의 만화 ‘엄마들’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후보와 함께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공식경쟁 후보로도 올랐다. 임성순 작가의 소설 ‘컨설턴트’는 영국 추리문학상인 대거상 최종후보에 올라 있으며 오는 4일(현지시간) 수상 여부가 결정된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세계적 관심을 촉발한 뒤로 본격적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룹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대중문화 콘텐츠가 한국을 향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도 보인다. 번역원에 따르면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사업 신청 건수는 2014년 13건에서 지난해 281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60건이 신청됐다. 10년간 누적 신청 건수 1377건 중에서 실제 지원 건수는 1138건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한국문학은 K문화를 견인하는 하나의 축으로 앞으로도 번역아카데미를 통해 양질의 번역가를 양성하고 출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인표, 英옥스퍼드대 강연하더니…‘위안부 소설’ 대박났다

    차인표, 英옥스퍼드대 강연하더니…‘위안부 소설’ 대박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배우 차인표의 소설이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학생들의 필수도서로 선정됐다. 차인표의 아내 배우 신애라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의 소설이 옥스퍼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됐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한국학과의 교재로도 사용하고 옥스퍼드 모든 도서관에 비치도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애라는 이어 “세상에 이런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 매년 개최될 옥스퍼드 한국문학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문학과 작가들이 유럽에 소개되길 응원한다. K문학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옥스퍼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된 차인표의 소설은 2021년 발행된 장편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해결책)’이다. 소설은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소설에 대해 “생명 존중과 선한 인간 본성에의 성찰, 용서에 관한 아름다운 서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차인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개최된 ‘제1회 옥스퍼드 한국문학 페스티벌’(Korean Literature Festival)의 첫 초청 작가로서 강단에 섰다. 행사에는 신애라와 옥스퍼드대 학생 및 교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 예정인 이 행사는 한국 소설 가운데 유럽에 소개할 만한 우수작품을 선정한 뒤, 작가를 초청해 그의 작품관을 공유하는 자리다. 선정된 주요 작품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로 번역돼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난다. 축제를 주최한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의 조지은 교수는 차인표의 소설을 두고 “이 작품은 위안부 문제를 화해로 승화시킨 소설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담고 있으면서도 성숙하게 해결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인표는 이 강연에서 용서와 공감을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용서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또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매우 고귀한 결정”이라며 “많은 사람이 할머니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공감하고 연대하면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그동안 작가로도 활동하며 ‘오늘예보’(201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년), ‘인어 사냥’(2022년) 등 장편 소설 3편을 펴냈다.
  • 소설가 이윤기 문학비 제막…대구 군위 고향 마을에

    소설가 이윤기 문학비 제막…대구 군위 고향 마을에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로 활동했던 고(故) 이윤기(1947~2010년) 작가를 추모하는 문학비가 그의 고향인 대구 군위군에 세워졌다. 이윤기기념사업회는 28일 이 작가 출생지인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 소공원에서 이윤기 문학비를 제막했다. 김진열 군위군수를 비롯한 이전호 이윤기기념사업회장, 박수현 군의회의장, 군위문인협회장 및 회원 등이 참석했다. 문학비 건립 사업비 5000만원(주민참여 예산)은 전액 군 예산으로 집행됐다. 문학비 비문은 오철환 대구소설가협회장이 맡았다. 이 작가는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로 제 29회 동인문학상을, 2000년 소설집 ’두물머리‘로 제8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번역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1976년 ’카라카스의 아침‘을 시작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움베르토 에코의 번역으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양들의 침묵‘ 등 문학작품 및 인문교양서를 200권 이상 번역했다. 이윤기기념사업회장인 이전호 군인문인협회장은 “이윤기 작가의 문학적 성과를 널리 알리고 군위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문학비를 건립하게 됐다”고 했다. 김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이윤기 작가는 군위군의 보물이고, 그의 문학비는 군위 문학여행의 정거장을 만든 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군위군은 우보면 선곡1리~두북리 4㎞ 구간을 이윤기길로 명명하고 길 입구에 도로 명판 및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 서울국제도서전 26일부터 코엑스서 닷새간

    서울국제도서전 26일부터 코엑스서 닷새간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으로 1726년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 4부에 나오는 말들의 나라를 가리킨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후이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통찰해 볼 강연·전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도서전 첫날인 26일에는 김연수 소설가가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림을 더한 ‘걸리버 유람기’를 처음 선보인다. 육당 최남선이 1909년 번역·번안한 ‘걸리버 유람기’의 문체를 그대로 쓰고, 육당이 번역하지 않은 3부 ‘라퓨타’와 4부 ‘후이늠’을 더했다. 올해 66회를 맞이한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사(국내 330·외국 122)가 참가한다.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27일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이자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인 미셸 자우너가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를, 29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무대에 나선다. 30일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인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은희경 작가, 허희 문학평론가의 북토크가 진행된다.
  • [베스트셀러]SNS의 영향력…‘리틀 라이프’ 1위

    [베스트셀러]SNS의 영향력…‘리틀 라이프’ 1위

    8년 전 국내 출간한 미국 소설 ‘리틀 라이프’가 이번 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숏폼(짧은 동영상) 앱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책을 읽고 눈물 흘리는 독자들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다. 교보문고가 14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한야 야나기하라 장편소설 ‘리틀 라이프’가 지난주보다 17계단 상승하며 1위를 차지했다. 책은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에 따른 트라우마를 간직한 변호사 주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5년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커커스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책의 인기에는 틱톡 숏폼 등 SNS의 인기가 한몫했다. 이 책을 소개한 국내 숏폼 조회 수가 620만에 달한다. 특히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책 표지처럼 독자들이 우는 장면들이 화제가 됐다. 교보문고 측은 “애초에 해외 틱톡에서 시작해 이를 번역해서 소개한 국내 숏폼이 인기를 얻고, 여기에 트위터(현재 엑스)를 통해 그 내용이 리트윗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유명인의 언급이 아닌 숏폼만의 힘으로 화제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구매 독자 가운데 40대가 31.8%로 가장 많았다. 30대(28.9%), 50대(17.8%), 20대(16.8%)가 그 뒤를 이었다. 통상 소설 독자는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이 책은 남성 독자가 45.1%나 됐다. 인기 만화 ‘던전밥’ 시리즈 작가 쿠이 료코의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가 3위, 마티아스 뇔케의 자기계발서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가 4위를 차지했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등이 장기간 상위권에 포진 중이다. 다음은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리틀 라이프 1(시공사) 2. 불변의 법칙(서삼독) 3.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소미미디어) 4.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퍼스트펭귄) 5.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 6. 모순(쓰다) 7.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위즈덤하우스) 8. 흔한남매 16(미래엔아이세움) 9.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10. 원피스 108: 죽는 편이 나은 세계(대원씨아이)
  • “독자가 해석할 때, 이야기는 완전해져”

    “독자가 해석할 때, 이야기는 완전해져”

    “우리는 난세를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유일하게 도덕적인 선택은 비도덕적이 되는 것뿐이야.”(단편 ‘은랑전’ 일부) 평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인 SF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48)의 단편집 ‘은랑전’(황금가지)이 최근 한국어로 옮겨졌다. 쫀쫀한 액션 묘사로 읽는 내내 박진감 넘치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표제작 ‘은랑전’을 비롯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역사와 인간을 고찰한 작품 13편이 실렸다.●‘종이 동물원’ 장르문학상 동시 석권 앞선 그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장르문학상인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동시에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전기소설인 ‘섭은낭전’에서 영감을 얻어 속도감 있는 문체로 써 내려간 단편 ‘은랑전’이 압권이다. 어린 시절 납치돼 암살자로 길러진 주인공 은랑이 끝끝내 없애지 못한 인간적인 감정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겪는 내용이다. 이미 영상화 판권이 계약되는 등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켄 리우는 소설가뿐 아니라 프로그래머, 변호사, 번역가까지 아우르는 네 얼굴의 작가이기도 하다. 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태어나 11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살았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7년간 변호사로도 일했다고 한다. 지금은 보스턴에 거주하면서 기술 전문 법률 컨설턴트를 겸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습작을 썼으나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2002년 ‘포보스 SF 단편선’에 발표한 소설 ‘카르타고의 장미’를 통해서다. ●‘삼체’ 번역 영미권 폭발적 관심 번역가로서 역량이 빛났던 순간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 ‘삼체’를 영어로 번역했을 때다. 소설 중반부에 짤막하게 있던 문화대혁명 내용을 가장 앞에 올 수 있도록 재편집했고 영미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주역이기도 하다. 이는 올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번 단편집 마지막을 장식한 짤막한 우화 ‘잘라내기’도 인상적이다. 성스러운 경전에 쓰인 말을 잘라 내며 나날을 보내는 승려들의 이야기로 독자에게 기억과 망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켄 리우는 서문에 “소설의 매체는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이 지상 과제인 기술이건만, 작가인 나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멀리해야 비로소 마음에 드는 소설을 쓸 수 있다”며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찾아와 해석할 때 마침내 완전해진다”고 적었다.
  • ‘소설가’ 차인표, 英 옥스퍼드대 강단 선다

    ‘소설가’ 차인표, 英 옥스퍼드대 강단 선다

    배우 겸 작가 차인표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강단에 선다. 5일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조지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차인표는 오는 28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개최되는 ‘제1회 옥스퍼드 한국 문학 페스티벌’의 첫 초청 작가로 선정됐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될 이 행사는 주목할 만한 한국 작가를 초청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자리다. 차인표는 ‘오늘예보’(2011),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 ‘인어 사냥’(2022) 등 장편 소설을 3편 펴냈다. 2009년 첫 장편 ‘잘 가요 언덕’의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상처를 진중하고도 따뜻한 필치로 다룬 작품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이 작품의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을 지원한다. 차인표는 아내인 배우 신애라와 함께 옥스퍼드대를 찾아 이 책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강연에 나선다. 관객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차인표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는 발견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오래전 쓴 소설을 읽고 저를 초청해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조지은 교수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