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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40년 과거시험 답안지가 ‘일월오봉도’ 뒷면에서 나왔다

    1840년 과거시험 답안지가 ‘일월오봉도’ 뒷면에서 나왔다

    조선시대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회화인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병풍 보존처리 과정에서 뒷면에 붙어 있던 184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한 일월오봉도 병풍의 틀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 27장이 여러겹 포개어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개 봉우리, 소나무, 파도 치는 물결을 화폭에 담은 궁중장식화다. 인정전은 창덕궁 중심 건물인 정전으로, 경복궁 정전인 근정전, 덕수궁 정전인 중화전에도 일월오봉도가 있었다. 인정전 어좌(임금이 앉는 자리) 뒤에 설치된 일월오봉도는 4폭 병풍으로 크기는 가로 436㎝·세로 241㎝다. 1964년 이후 다섯 차례 보수했으나, 화면이 일부 파손되거나 안료가 들뜨고 병풍 틀이 틀어졌다는 진단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 전면 해체하고 지난해까지 보존처리를 했다.일월오봉도에서 나온 과거 시험 답안지는 탈락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했을 경우 응시자에게 시권을 돌려주고, 불합격한 사람들의 시권은 재활용했다. 윤선영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는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에 수록된 논고에서 시험 과목과 문제가 확인되는 시권 2장을 분석해 1840년 시행된 식년감시초시(式年監試初試) 답안지라고 설명했다. 식년시는 3년마다 치른 정기 시험이고, 감시초시는 생원시와 진사시를 뜻한다. 윤 교수는 “시권의 글을 번역해 살펴본 결과 다섯 가지 유교 경전인 오경 가운데 한 구절을 골라 대략적인 뜻을 물은 과목과 사서(四書) 중 의심이 가는 구절에 대해 질문한 과목의 답안지였다”며 “시권 27장 중 25장이 동일한 시험의 답안이었다”고 강조했다.이어 “식년시 응시자는 자비로 과거시험 종이를 마련해야 했고, 권력 가문 자제들이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좋은 종이를 가져오자 이를 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 왕실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특별전에서 선보인 전통 예복 ‘활옷’ 속에서도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발견된 바 있다. 윤 교수는 “왕실에서조차 시권을 재활용했을 정도로 조선 후기 종이 물자가 매우 부족했던 듯하다”며 “시권을 수집해 재활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고려하면 인정전 일월오봉도 병풍은 1840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는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과정을 소개한 글과 사진 외에도 ‘인정전 일월오봉도 변형과 전통 장황에 대한 고증’,‘인정전 일월오봉도의 과학적 분석’에 관한 논고가 실렸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비극에 눈감지 않기/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비극에 눈감지 않기/미술평론가

    에게해 북동쪽의 레스보스섬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올리브나무와 해송이 구릉과 평지를 뒤덮고,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기원전 7세기 여성 시인 사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사포의 시에는 여성끼리의 애정을 묘사한 대목이 있어서 레스보스는 여성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말인 레즈비언의 어원이 됐다. 로런스 알마타데마는 우리를 레스보스섬으로 데려간다. 해송 사이로 짙푸른 바다가 보이는 대리석 테라스에서 시인 알카이오스가 키타라를 연주한다. 사포는 탁자에 턱을 괸 채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에는 알카이오스가 연주를 마치면 씌워 줄 월계관이 놓여 있다. 주위에는 사포를 따르는 젊은 여성과 친구들이 있다. 미풍이 살랑거리고, 키타라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이처럼 낙원으로 묘사된 레스보스에서 오늘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레스보스를 포함해 소아시아에 인접한 그리스의 섬 다섯 개를 ‘핫스폿’이라는 난민 수용 장소로 지정했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수만 명이 전쟁, 고문, 국가 붕괴 사태를 피해 가장 가까운 유럽인 그리스 해안으로 몰려든다. 난민들은 이곳을 거쳐 동유럽이나 북유럽으로 가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문제는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포탄이나 총격, 지뢰에 아이들의 팔다리가 날아가는 꼴을 보다 못해 살던 데를 떠나오지만, 핫스폿에 수용된 난민들은 짐승만도 못한 처우를 받으며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들은 절망감에 자해하고 시름시름 죽어 간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했던 스위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2020년 ‘레스보스, 유럽의 수치’(한국에서는 ‘인간 섬’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를 써서 핫스폿의 실상을 고발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끔찍한 현실을 들여다보길 피해서는 안 된다.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했다. “집요하게 증언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달리 어떻게 범죄의 집요함에 맞설 수 있겠는가?”
  •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30만명 사로잡은 ‘82년생 김지영’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30만명 사로잡은 ‘82년생 김지영’

    최근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82년생 김지영’이 10개 언어권에서 30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밝혔다.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총 658종(37개 언어권) 가운데 약 75%에 해당하는 492종(30개 언어권)의 판매량을 파악한 결과다.‘82년생 김지영’은 특히 일본에서 2018년 출간 후 2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피가로, 영국 더타임스와 가디언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이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받는 불평등과 한국 사회에 내재된 성차별을 다룬 이 작품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단절, 소외의 감각이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장이 짧고 분명해 번역하기 쉽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82년생 김지영’ 외에 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3개 언어권에서 16만부 이상 판매됐고,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일본에서 9만부 넘게 팔렸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포르투갈어판(브라질)이 현지에서 2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 카카오엔터 ‘웹소설 공모’ 총상금 5억… 대상작품 한일 동시 연재… 웹툰 제작

    웹소설이 대상으로 선정되면 거액의 상금과 함께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플랫폼에서도 연재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내건 파격적인 조건의 공모전은 콘텐츠 업계의 핵심인 ‘웹소설 지식재산권(IP)’의 커진 위상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내놓은 무료 웹소설 자유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 출시 이후 첫 웹소설 공모전을 연다. 대상 작품은 국내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와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플랫폼 ‘픽코마’에서의 웹소설·웹툰으로 동시에 연재된다. 상금은 대상 2개 작품엔 5000만원 등 총 5억원가량이 지급된다. 특히 이번 카카오페이지 공모전은 해외 데뷔가 보장되면서 웹소설과 웹툰이 동시에 연재되는 것도 특징이다. 통상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 2차 창작물로서 웹툰으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카카오는 연재가 시작되기도 전에 웹소설의 웹툰화를 보장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웹소설 IP 확보에 열성인 것은 콘텐츠 업계 전반에 나타난 현상이다. 네이버는 최근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손잡고 방탄소년단(BTS) 기반의 오리지널 스토리인 ‘세븐 페이츠: 착호’의 웹소설과 웹툰을 전 세계 10개국 동시 연재하고 있다. 2019년부터 웹소설 공모전인 지상최대공모전도 매년 열어 IP를 확보하고 있다. 웹소설 IP가 각광받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이 되는 만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등 3차·4차 창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웹소설 IP 하나만 잡으면 여러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 최근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은 ‘82년생 김지영’

    최근 해외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은 ‘82년생 김지영’

    최근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문학번역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82년생 김지영’이 10개 언어권에서 30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밝혔다.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총 658종(37개 언어권) 가운데 약 75%에 해당하는 492종(30개 언어권)의 판매량을 파악한 결과다. ‘82년생 김지영’은 특히 일본에서 2018년 출간 후 2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피가로, 영국 더타임스와 가디언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이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받는 불평등과 한국 사회에 내재된 성차별을 다룬 이 작품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단절, 소외의 감각이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장이 짧고 분명해 번역하기 쉽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82년생 김지영’ 외에 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3개 언어권에서 16만부 이상 판매됐고,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일본에서 9만부 넘게 팔렸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포르투갈어판(브라질)이 현지에서 2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 민족시인 이육사 문학관, “육사 서명 사후 78년 만에 확인”

    민족시인 이육사 문학관, “육사 서명 사후 78년 만에 확인”

    청포도를 쓴 항일 시인 이육사 선생 ‘사인’(sign·서명)의 비밀이 사후 70여년 만에 마침내 풀렸다. 이육사 문학관은 18일 “육사 이원록(1904∼1944) 시인이 남긴 유일한 서명이 사후 78년 만에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학관에 따르면 최근 육사 순국 78주기 추념식에서 지금까지 주인을 알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서명이 육사의 친필 서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서명은 이육사가 소장했던 일본어 번역본 ‘예지와 인생’(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 지음. 오사와 히로미 번역. 1940년) 속표지에 남아 있었다. 속표지에는 해당 서명과 함께 전서체(篆書體)로 된 陸史(육사)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책 주인이 이육사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장과 달리 서명은 흡사 영문자로 쓴 것으로 보여 연구자들조차 제대로 해독할 수 없었고,그 때문에 책 주인이 이육사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린 선비 아카데미 강연장에서 해당 서명을 해독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서명을 뒤집어 보라는 것이었다. 이에 서명을 뒤집어서 관찰하니 이육사의 다른 이름인 ‘李活’(이활)이란 글자가 나타났다. 이육사가 뒤집어 보아야 알 수 있는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으로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육사 문학관 관계자는 “육사 선생의 서명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서명뿐 아니라 인장도 유일한 것이어서 육사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근대 유럽에도 상상 속 도피 있었다… 번역 고전의 재발견

    근대 유럽에도 상상 속 도피 있었다… 번역 고전의 재발견

    인간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세계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고전소설이 잇달아 새로 번역 출간됐다.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과 20세기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삶과 예술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며 한층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출판 북레시피는 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근 그의 대표작 ‘마담 보바리’(1857) 특별판을 펴냈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그린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포함해 프랑스 갈리마드 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책을 플로베르 전문가인 방미경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가 충실하게 번역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꿈과 이상만을 좇는다는 ‘보바리즘’의 어원이 된 이 소설은 사물의 실체보다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 엠마 보바리가 주인공이다. 결혼하기 전 무한한 행복과 정열을 꿈꿔 온 엠마가 남편 샤를과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중 무도회에 초대받아 귀족의 삶을 체험하고는 불륜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세기가 배경이지만 엠마는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현대적 인물이다. 꿈과 상상을 통해 도피처를 찾는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특히 생로랑이 열다섯 살에 그린 엠마의 저녁 모임이나 무도회 장면 등은 스타일화에 대한 그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 준다.은행나무는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장편소설 ‘등대로’(1927)의 새 번역판을 냈다. 은행나무가 올해 새로 시작하는 세계문학전집 ‘에세’ 시리즈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은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부부와 아이 여덟 명으로 이뤄진 램지 가족이 여름 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지낼 때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적 삶의 흔적을 지워 가는 자연과 시간의 파괴성을 보여 준다. 기억과 망각, 상실, 삶과 죽음과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화자의 다층적 시점이 교차한다. 유년 시절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투영된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탁월하게 보여 주는 울프의 대표작으로, 소설가 정영문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며 섬세하게 옮겼다.
  • 상상적 도피와 인간의 삶의 흔적…플로베르와 울프 고전의 재발견

    상상적 도피와 인간의 삶의 흔적…플로베르와 울프 고전의 재발견

    인간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세계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고전소설이 잇달아 새로 번역 출간됐다.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과 20세기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삶과 예술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며 한층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도서출판 북레시피는 프랑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근 그의 대표작 ‘마담 보바리’(1857) 특별판을 펴냈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그린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포함해 프랑스 갈리마드 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책을 플로베르 전문가인 방미경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가 충실하게 번역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꿈과 이상만을 좇는다는 ‘보바리즘’의 어원이 된 이 소설은 사물의 실체보다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 엠마 보바리가 주인공이다. 결혼하기 전 무한한 행복과 정열을 꿈꿔 온 엠마가 남편 샤를과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중 무도회에 초대받아 귀족의 삶을 체험하고는 불륜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세기가 배경이지만 엠마는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현대적 인물이다. 일상의 평범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과 상상을 통해 도피처를 찾는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특히 생로랑이 열다섯 살에 그린 엠마의 저녁 모임이나 무도회 장면 등은 스타일화에 대한 그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 준다.은행나무는 20세기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로 불린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장편소설 ‘등대로’(1927)의 새 번역판을 냈다. 은행나무가 올해 새로 시작하는 세계문학전집 ‘에세’ 시리즈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은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부부와 아이 여덟 명으로 이뤄진 램지 가족이 여름 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지낼 때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적 삶의 흔적을 지워 가는 자연과 시간의 파괴성을 보여 준다. 기억과 망각, 상실, 삶과 죽음과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화자의 다층적 시점이 교차한다. 유년 시절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투영된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탁월하게 보여 주는 울프의 대표작으로, 소설가 정영문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며 섬세하게 옮겼다.
  •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내가 바라지 않는 나라/번역가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내가 바라지 않는 나라/번역가

    이틀 전 중국인 여학생 Y를 만나러 시내에 나갔다. 중국어학원에서 일하는 그녀는 일이 바쁘다며 석사논문 제출을 한정 없이 미루고 있다. 학원 공강 시간마다 근처 스터디 카페로 달려가 논문 자료를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다가 문득 그녀가 언제 고향에 다녀왔는지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2019년 설이에요. 3년이 다 돼 가네요. 엄마는 전화만 걸면 어서 다 정리하고 돌아오라고 난리예요”라고 Y는 우울한 어조로 말했다. 한국의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렇게 오래 고향에 못 가고 있다. 중국 입국자는 기본 격리 기간이 착륙지에서 3주, 원하는 지역에서 1주, 이렇게 도합 4주다. 더구나 격리 기간의 호텔비, 식사비, 검사비는 본인 부담이다. 어떤 중국인 여학생은 “귀국하면 격리비로 아이폰 2대값이 날아가요”라고 푸념했다. 시간적, 금전적 출혈 때문에 그들은 고향에 못 가는 것이다. Y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그래요. 중국 정부의 방역이 너무 엄격하기는 하죠”라고 한 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중국인을 절대 이해 못 해요”라고 체념 섞인 어조로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너무나 익숙한 패턴이었다. 내가 한마디 더 하면 “땅이 너무 넓고 사람도 너무 많아요, 중국은. 어쩔 수 없어요”라고 답할 테고 그래도 좀 심하지 않느냐고 또 물으면 “문화대혁명 때를 생각해 보세요. 중국은 계속 조금씩 나아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라고 답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국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거의 예외 없이 ‘중국 예외론’과 ‘천진한 낙관주의’를 펼친다. 그들이라고 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사회와 국가를 하나로 바라보는 그들의 의식 속에서 국가는 늘 개인보다 우선한다. 설령 국가의 정책이 불합리해도 서구의 ‘시민 불복종’ 권리 같은 것은 그들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혹시 드물게 불복종의 단초가 나타나도 당국의 추상같은 검열에 바로 삭제된다. 지난해 12월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시안시에서 프리랜서 기자 장쉐(江雪)가 열흘간 관찰한 현장 상황을 올린 글 속에도 그런 단초가 존재했다. 심장병 발작으로 병원에 실려간 노인이 ‘위험구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해 숨진 일에 분노해 그녀는 “이 세상에서 외딴 섬인 사람은 없으며 한 명 한 명의 죽음은 곧 모든 사람의 죽음이다. 바이러스는 이 도시에서 생명을 앗아가지 않았는데 다른 것이 정말로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의 획일적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은 화제가 됐지만 이내 검열의 희생물이 됐다. 국가주의의 세례 아래 대다수 국민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고 정당한 비판 여론이 촘촘한 검열의 체에 걸러지는 곳. 내 나라든 이웃 나라든 부디 그런 곳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내 간절한 바람이다.
  • 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향한 투쟁

    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향한 투쟁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는 술집에서 쓰는 표현이다. 번역하면 “한 잔 더”라는 뜻인데,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사진)의 소재는 술이다. 덴마크어 원제(druk)도 그렇다. ‘음주’가 제목이다. 토마스 빈테르베르가 연출했다. 그는 아동 성폭력 누명을 쓴 남자에게 가해지는 스산한 집단 폭력을 다룬 영화 ‘더 헌트’(2012)와 집단생활 실천의 명암을 다룬 영화 ‘사랑의 시대’(2016)를 만든 유명 감독이다. 전작에서도 드러나지만 빈테르베르 영화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탐색이다. 어떻게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인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그는 ‘어나더 라운드’에서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음주다. 음주는 감정을 가장 손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술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용기가 생겨 조금 더 편하게 세상살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일상을 술 한잔 마신 상태로 계속 지내보면 어떨까? ‘어나더 라운드’의 등장인물 마르틴(마스 미켈센)을 비롯한 중년의 네 남자는 한 정신과 의사가 펼친 이론을 검증해 보기로 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로 유지되면 보다 침착해지고 개방적으로 변한다는 주장이 맞는지 그른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몰래 술 한 잔을 마시고 근무에 임한다. 참고로 네 남자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다.0.05% 알코올 섭취의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마르틴에게 유용했다. 학생들은 그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마르틴의 열정 없는 수업 태도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휩싸인 무기력은 학교와 가정에서 그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술 한 잔을 마시자 무기력이 사라진다. 그는 학교에서는 수업을 흥미롭게 진행하는 교사로, 가정에서는 활력 넘치는 남편이자 아버지로 변했다. 마르틴의 삶은 술 덕분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알코올 0.05%의 효능이다. 그러나 문제도 생긴다. “한 잔 더”의 유혹이다. 술을 마시고 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0.05%를 유지하려면 일과 중에 틈틈이 술을 마셔야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는 알코올의존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초기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흥이 난다. 하지만 전과 비슷한 정도의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차츰 알코올 섭취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마르틴이 적절하게 즐긴다고 여기던 술은 어느새 그를 지배하고 있다. 빈테르베르는 ‘어나더 라운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위한 투쟁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술이 중심이기는 하나 술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늙음이 그렇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마르틴은 술을 마신다.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마음에 흠뻑 취하고 싶어서다. 잠깐이면 괜찮은데 지속하려고 할 때 부작용이 생긴다. 술 한잔은 공동체와 개인을 조화시킬 수 있다. “한 잔 더”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세 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세 번째 주말 전시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1월 세 번째 주말을 맞아 주변의 가볼 만한 미술 전시를 추천한다. 작가 노보의 개인전 ‘No reason not to be excited’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노블레스컬렉션에서 열린다. 설치,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장르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있는 작가는 일상 속 친숙한 사물을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주변 환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3차원적 세계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로 번역해 2차원의 캔버스에 채워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좋은 기억’에서 출발한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이지혜, 최미향, 오혜련 작가가 함께한 사진전 ‘사이’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사진대안공간 Space2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모든 이질적인 존재와 상이한 시공간의 관계에 뚜렷한 경계를 구분 지으려는 인간의 습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사진 작업에서는 생소한 공동작업 형태를 시도했다. 각자의 색이 다른 세 사진가가 모여 생각을 나누고 이견을 조율해 사유와 작업과정을 관객들과 함께 나눈다.정미정 작가의 개인전 ‘The time in between : 그 사이의 시간’이 오는 21일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 ‘그 사이의 시간’은 짧은 시간의 회상, 즉 시간과 시간 사이에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기억에 대해 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철저히 작가의 관점에서 기억을 시각화한 것이다. 자신만이 갖는, 그리고 가질 수 있는 개인적인 의미와 여러 복합적인 시선, 관심 등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 사이의 시간’ 시리즈는 ‘선(구성적 요소)’과 ‘빛(비구성적 요소)’을 강조함으로써 강렬하게 느꼈었던 순간의 장면을 조명한다.2021 예술공간 이아 기획전 ‘삶으로서의 사유’가 오는 3월 13일까지 제주도 제주시 제주예술공간이아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삶에 대해 다각적으로 표현한 예술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을 통찰하고 내면의 치유를 도모하고자 기획됐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포착하는 생의 의지를 회화, 사진, 설치미술, 영상 그리고 소설이라는 예술의 형태로 선보이며, 미술작가 백수연, 안세현, 오영종, 이가희, 조기섭, 소설가 차영민 6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트리니다드 작가 체 러브레이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 ‘자연을 소개한다’가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VSF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6년간 제작된 작가의 작품 중에서 선별된 작품들을 모았다. 생동감 있는 회화는 그의 고향 트리니다드의 동식물과 문화를 전달한다. 전시는 작가 작업실의 평온함부터 트리니다드의 수도인 포트오브스페인의 북적이는 도시 경관, 매년 개최되는 카니발을 둘러싼 공동생활에 이르기까지 섬에서의 다양한 삶의 초상을 보여준다. 더 많은 전시 소식과 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전시장 운영 상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방문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만들어진 유대인슐로모 산드 지음/김승완 옮김/사월의책/670쪽/3만 4000원  ‘2000년 동안 추방되고 고립되고 방황하다가 마침내 고향 땅으로 돌아갈 특별한 운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신화였다. 이스라엘 국가 선언문에는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 땅에서 발원해 고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교수는 ‘만들어진 유대인’에서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역사적 근거가 없고, 상상으로 만들어 낸 발명품”이라면서 이스라엘의 건국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한 이 책은 2008년 히브리어 출간 이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국적 유대인인 저자가 ‘이스라엘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산드 교수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에서 시작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한다. 저자는 “유대인은 공통된 종교 문화를 가진 종교 공동체이지 혈연으로 이어진 종족 공동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이런 종족적 동질성의 신화를 국가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대교 신앙체계의 근간에는 ‘죄로 인한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는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구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황에 대한 관념이다. 하지만 유대민족주의는 성서의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켰다. 출애굽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며,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 이집트 땅이었다는 사실은 고고학계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로마인들이 유대인을 강제 추방한 적도 없고,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토착 유대인 농민들이 고향을 떠난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무수히 퍼져 있는 유대인의 존재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원인을 과거 유대교 왕국들의 활발한 포교 활동에서 찾는다. 하스몬 왕조는 정복과 강제 개종정책을 통해 이웃 민족국가에 유대교를 포교하고, 헬레니즘 문화와 결합했다. 때문에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유대교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스라엘 국가 수립 이전에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7세기 무렵 아랍인들이 이 땅을 점령한 이후 개종한 유대 농민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그토록 배척하고 핍박하는 팔레스타인의 뿌리가 유대인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대 민족이 19세기 독일과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 지식인들이 만들어 낸 창작품이라고 역설한다. 근대 시대에 한 민족에 속하는 한 똑같은 민중이라는 민족주의는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을 내재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시민적 평등권이 정착된 서유럽과 달리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이 늦었던 동유럽에서는 종족적 민주주의가 먼저 득세했다. 결국 독일, 러시아, 동유럽의 종족 민주주의의 배타성이 유대인 탄압을 불러일으켰고, 시민적 평등권을 요구하던 유대인들이 대항적 민족주의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역사 창작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민족이라는 의식이 국가 이념이 될 때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히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이제는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유대 민족주의가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한석봉이 쓴 ‘의열사기’ 현판, 도록으로 본다

    한석봉이 쓴 ‘의열사기’ 현판, 도록으로 본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현판 중 가장 오래된 자료는 서애 류성룡이 짓고 석봉 한호가 쓴 ‘의열사기 현판’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의 현판 Ⅱ’ 도록을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의열사기 현판은 류성룡이 1581년 4월에 지은 부여 의열사 기문(기록한 글)을 이듬해 새긴 자료다. 크기는 가로 150㎝, 세로 36㎝다. 현판에는 류성룡의 벗인 홍가신이 1575년 부여 현령으로 부임한 뒤의 기록이 담겼다. 백제 의자왕 시기 충신인 성충·흥수·계백과 고려 공민왕 때 신하 이존오를 모시기 위한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다. 현판 뒤쪽에는 ‘만력 10년 임오년 2월에 걸다.생원 한호가 썼다’는 글이 있다. 도록은 “의열사에는 이후 인목대비 폐모에 반대한 정택뢰, 인조 때 청나라를 공격하려다 죽은 황일호가 추가로 배향됐다”며 “의열사는 1866년 훼철됐다가 1970년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궁박물관 소장 현판은 대부분 조선 후기에 제작됐는데, 의열사기 현판은 이례적으로 시기가 이른 편이다.이번 도록은 2020년 발간한 ‘조선왕실의 현판 Ⅰ’의 후속편으로 종묘, 사직단, 사묘, 능원묘, 별궁, 행궁, 궐외각사 등에 걸었던 현판 288점에 관한 정보가 수록됐다. 사묘는 자신은 왕이 되지 못했으나 아들이 왕위에 오른 인물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고, 능원묘는 조선왕실 무덤이다. 별궁은 왕자나 공주가 궁궐 밖에서 거주한 곳, 행궁은 왕이 지방 행차 때 임시로 머무른 거처, 궐외각사는 의정부와 육조처럼 궁궐 바깥에 있던 관청을 뜻한다. 도록에는 현판 사진과 설명은 물론 글씨를 쓰는 관원의 이름을 기록한 뒷면 글씨, 현판이 걸린 건축물 도면 등도 실렸다. 현판을 보면 국정 운영 제도와 특징, 왕의 효심에 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예컨대 종묘와 사직단에서 제사를 거행하며 나라 발전과 백성 평안을 기원하거나 조선왕릉을 참배하고 선왕의 공덕을 찬양한 글이 있고, 능 관리와 제사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독려하거나 별궁이나 행궁에서 감회를 읊은 글도 있다.국립고궁박물관은 또 ‘금보개조도감의궤’를 번역한 ’국역 금보개조도감의궤‘도 펴냈다. 금보개조도감의궤는 조선 숙종 31년인 1705년 종묘 정전과 영녕전에 있던 물품을 정비하면서 발간한 책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데, 전쟁 등으로 파손되거나 유실된 종묘의 기물을 보수한 과정을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임시 관청인 도감(都監)을 설치해 물품을 새롭게 제작해 봉안하고 상을 내린 내용이 담겼다. 번역과 해제 작성을 맡은 최연숙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종묘 물품 정비는 숙종 연간 왕실 권위 회복과 안정을 위한 노력이었다”며 “금보개조도감의궤는 조선시대 장인이 작업한 최고의 작품에 들어간 인력과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창작자도 IP 공유하는 법안 만들어야”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창작자도 IP 공유하는 법안 만들어야”

    “OTT 수익 배분 제도 개선 필요콘텐츠 꿈나무 크도록 지원해야10년 전보다 빈부차·투기열풍 심해”‘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황동혁 감독이 지식재산(IP) 공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황 감독은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프랑스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IP를 독점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IP를 (창작자도) 공유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디딤돌상을 받은 황 감독은 “콘텐츠 산업 전반적인 면에서 보면 꿈나무를 키우는 일도 필요하다”며 “작가와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클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끊임없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흥행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 모든 권리가 귀속돼 창작자들은 추가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이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서 황 감독은 “모두에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이 심해져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지만, 우리 가슴 속에는 어찌 보면 아직도 ‘누군가를 꼭 그렇게 죽이고, 밟고 올라갈 필요는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작품을 처음 썼던 10년 전과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현재 사회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썼을 때만 해도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우세했는데,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 곳으로 변했다”며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투기 열풍이 일어난 데다 팬데믹이 오면서 누구라도 (‘오징어 게임’ 속)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다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자막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강조한 황 감독은 “한국 작품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번역이 아닌 한국말 그대로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 [신간]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메타버스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갑자기 찾아온 언택트 시대, 메타버스는 소통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신문을 펼쳐도, TV 뉴스를 봐도 메타버스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메타버스 세계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초월한’, ‘넘어선’이란 뜻의 그리스어 ‘meta’와 ‘세상’을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청소년이라면 이미 메타버스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을 위한 메타버스 세상 안내서가 나왔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놀이를 즐기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초래할 변화를 전망하고 우리 청소년들이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지 알려준다.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 ‘현실 속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을까’에서는 메타버스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구현되는지, 얼마나 우리 주위에 성큼 다가와 있는지를 알려 준다. 2장 ‘메타버스가 열어 가는 또 다른 세상’에서는 거울 세계,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확장 현실(XR)로 나눠 메타버스 세상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3장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 경제와 새로운 기회’는 4차 혁명 시대 메타버스와 함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비롯, 가상 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암호 화폐, 중앙디지털화폐(CBDC), 대체 불가능 토큰(NFT)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알아 두면 좋은 메타버스 세상의 용어들’을 덧붙였다. 책에서 저자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들도 언급하고 있다. 바로 ‘콘텐츠’, ‘커뮤니티’, ‘수익 창출’이다. 최초의 메타버스라 할 수 있는 ‘세컨드 라이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쇠락한 것은 자체 콘텐츠가 흥미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같은 사물이라 해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보이듯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만든 전망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든 전망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며, 그곳에서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그러했듯 기존의 관념을 깰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적, 나이, 성별 등을 뛰어넘어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도약할 다음 세대에게 메타버스 세상은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날개가 돼 줄 것이다. 저자 이상근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다. 2009년 학술진흥재단(현 연구재단) 최초로 메타버스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2019년부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적응형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에 참여했다. 지난해년부터는 서울시기술원의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 공유자 토큰 보상형 여행 컨설팅 서비스’ 사업에 참여 중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일본의 와세다 대학을 거쳐, 미국의 네브라스카 링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주대 교수, 중국 칭화대와 일본의 히토츠바시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공저로 ‘경영정보시스템’, ‘누구나 활용 가능한 데이터 분석론’이 있고, ‘빅아이디어’, ‘전자상거래’, ‘경영정보시스템’을 공동 번역했다. 해외 저명 학술지에 4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후 인더월드’에 이름을 올렸다. 160쪽.
  • “안개 낀 시대… 그래도 희망은, 희망 잃지 않는 사람 위해 있는 법”

    “안개 낀 시대… 그래도 희망은, 희망 잃지 않는 사람 위해 있는 법”

    대통령 선거 바람이 거세졌다. 시절이 또 한 굽이를 돌고 있는 것이다. 험악했던 80년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묘한 제목의 시로 이 땅의 뭇 지식인들에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었던 시인 김광규 선생도 이제 팔십을 넘었다. 정갈하지만 얼핏 차갑고, 그러나 돌아서면 늘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의 시 한 닢 한 닢에서 사람들은 시대의 바람을 읽어 내곤 했다. 국내 시인으로는 아주 드물게 전 세계 12개 언어로 번역, 소개된 그의 시는 수많은 국내외 교과서에 실리고 그의 시 제목을 딴 영화, TV드라마, 대중가요, 심지어 술집 이름까지 등장하는 등 우리 사회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선생은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로 4·19세대의 영욕을 아파했고, ‘안개의 나라’로 군사 정권하의 암울한 현실을 담아냈다. 스무 살 대학생 때 겪은 4·19혁명으로 세상에 눈뜬 지 62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오랫동안 간직해 온 선생의 눈에는 시대가 또 한 마디를 짓고 있는 지금 무엇이 보이는지 서울 홍제동 자택을 찾아 물었다. -코로나 시국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살아남는 게 삶의 목표가 돼 버린 기이한 시대입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지요. 조심스러워 외출도 못 합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조치에 따라 슈퍼는 물론 음식점에 갈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로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동네 산책을 합니다. 지금 이 집을 52년째 고쳐 가며 살고 있는데 최근 이 동네가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된다는 얘기가 나와 걱정이네요. 평생 살아온 터전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엔 지금 무엇이 보입니까. “녹아내리는 빙하, 산과 바다에서 비닐쓰레기를 삼키고 죽어가는 뭇 생명들, 태양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 그리고 탐욕스럽고 교활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시대는 맹목적인 물질 추구의 시대, 이해 충돌로 인한 갈등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전히 안개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셈이지요. 안개는 짙어졌다 엷어졌다 하는 법입니다만 요즘은 자꾸 짙어져만 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햇볕이 나면 안개는 걷힙니다.” -이 땅에서 처음 민주주의를 부르짖은 건 이승만 정권에 맞선 1960년 4·19혁명 세대였습니다. 4·19세대의 꿈은 이루어졌습니까. “4·19세대가 어느새 80세 전후의 노년이 됐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주역이었던 4·19세대는 1980년 알려진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나오듯 부끄럽게 퇴역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혁명의 선두에 섰던 당시 젊음들이 20년이 채 안 돼 ‘늪’에 빠지고 부끄러운 기성세대가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4·19정신이 상당 부분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져 정치, 사회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승만 정권부터 현 문재인 정권까지 모두 지켜보셨습니다. “어느 정권이나 공과가 있습니다. 또 이들 정권에 항거한 세대들도 마찬가지이고.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린 4·19세대나 박정희 유신체제에 맞섰던 70년대 민주화 세대, 전두환 군부정권에 맞섰던 지금 586세대 등도 다 공과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민주화 세대만 해도 자기절제를 알고 포용의 중요성도 알았다는 겁니다. 지금의 586세대들과는 다른 점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스스로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자의식인데,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금의 기득권 세력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집권 내내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만 좇고 있다고 봅니다. ‘촛불혁명’이라는데 촛불은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존재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정권은 촛불로 남들만 태우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수 갚기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화해와 용서를 알던 선배들의 관용을 배우는 게 절실합니다.”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대와 계층 가릴 것 없이 힘들어합니다. 대선 국면, 정치가 해법이 될까요. “‘정치’는 ‘시’와 가장 먼 분야입니다. 그러나 시인도 정치 현실에 대해서 비판적 안목을 견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정치인을 일종의 전문직 같은 개념으로 보는 듯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가는 한 민족과 국가의 정신적 리더이기도 합니다. 한데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판은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국민을 오로지 투표하는 대상으로만 보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합니다. 갖은 명목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서민을 보호한다는 구실 아래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허물어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중우정치의 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흔히 시대정신(Zeitgeist)을 말하곤 합니다.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나 자율주행 등이 보여 주듯 지금의 시대정신은 과학기술입니다. 그러나 전제가 있습니다. 자연 및 인간과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물질적 부의 추구가 인성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게 이 시대에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그린 자, 그 꿈의 주인공이 된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만 입시 경쟁과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과연 꿈이나 희망이 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전두환 군부정권이 들어선 1979∼1983년, 험악했던 시절에 쓴 작품을 모은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에 ‘희망’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거기에 ‘희망은 결코 절망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 정권 말기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아무리 견디기 힘들다 해도 그래도 그때 군사독재 시절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희망은 누군가 우리에게 그냥 던져 주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가 힘들더라도 저마다 가슴속에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 김광규 시인은 1941년 서울 통인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독일 시문학을 수학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한양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5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한 뒤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시작으로 11권의 시집에 850여편의 시를 담아냈다. 평범한 일상 속 소시민성을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표현하며 ‘일상시’라는 영역을 만들어 냈다. 김수영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독일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역시 한양대 교수를 지낸 독문학자 정혜영 교수가 부인이다. 60년을 함께한 정 교수는 김 시인의 작품을 번역한 두 권의 시선집을 독일에서 출판해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고, 한국 현대시를 독일어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안개의 나라 언제나 안개가 짙은안개의 나라에는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어떤 일이 일어나도안개 때문에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안개 속에 사노라면안개에 익숙해져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보려고 하지 말고들어야 한다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귀는 자꾸 커진다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토끼 같은 사람들이안개의 나라에 산다 ‘안개의 나라’는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 문학과 지성)에 수록돼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유신독재 시절, 진실은 가려지고 유언비어만이 난무한 가운데 무엇이 참과 거짓이고 앞날은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대중들의 암울한 현실을 담았다. 이 시집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전두환 신군부가 등장하는 와중에 검열에 걸려 다음 해에 겨우 햇빛을 보게 된 뒤 초판 13쇄, 2020년 재판 8쇄를 찍었다. 영어와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12개 언어로 해외에 소개돼 각광을 받았다.
  • 정조 호위부대는 어떻게 운영됐나… ‘장용영대절목’ 번역서 첫 발간

    정조 호위부대는 어떻게 운영됐나… ‘장용영대절목’ 번역서 첫 발간

    조선의 22대 왕 정조. 순탄하게 세손으로 책봉됐지만 11세에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뒤부터 위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죄인의 아들’이라는 멍에는 그가 왕이 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세손이면서 세자의 지위를 갖고 있는 그를 반대하는 세력이 갖은 방해 공작을 펼쳤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영조가 승하한 다음해인 1776년 가까스로 왕 위에 오른 정조는 우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정조의 신변 보호를 위해 창설한 ‘호위부대’ 장용위(壯勇衛)가 있었다. 1784년 홍복영의 역모사건이 있은 지 1년 만에 약 500명의 인원들로 구성한 군영으로 이후 장용영(壯勇營)으로 명칭을 바꿨고, 도성 중심 내영과 외곽 성곽 중심의 외영으로 확대해 기존의 5군영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장용영의 연혁과 운영의 시행 규칙을 정리한 ‘장용영대절목(壯勇營大節目)’을 처음 번역해 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3권으로 구성된 장용영대절목 가운데 이번에 발간한 1권은 ‘관직’부터 ‘곤치’까지 33개 항목을 번역했다. 번역문과 원문을 차례로 싣고, 뒤쪽에는 영인본(복제본)을 수록했다. 책에는 관리 임명 방법과 승진 방법, 각종 군병 창설 인원수와 증감, 건물과 도장,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예절, 군대를 지휘하는 신호법, 군사들에게 음식을 베풀어 위로하는 일, 곤장 치는 방법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은 “장용영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중앙 군영으로서 면모를 살펴보며 장용영에 대한 정조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의 연구지원을 받아 번역 및 출간됐고, 1년간 5명의 연구원이 해제 및 번역을 담당했다. 앞으로 2권과 3권도 추가 발간해 장용영대절목 번역 완결편을 최종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 올해 인문사회분야 3630억원 등 9104억원 학술연구지원

    올해 인문사회분야 3630억원 등 9104억원 학술연구지원

    교육부가 올해 학술연구지원사업으로 1만 3311개 과제에 모두 9104억원을 투입한다. 인본적 가치와 최신 과학기술을 접목한 인문사회 기반의 융복합 연구소를 시범사업으로 지원하고 한국학 분야 통합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다. 교육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에서 간담회를 열어 확정한 ‘2022년 인문사회분야·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11일 발표했다. 2019년 7987억원에서 지난해 8546억원, 올해 전년대비 558억원 늘어난 9104억원을 투입한다. 인문사회분야는 5469개 과제에 3630억원, 이공분야는 7842개 과제에 5474억원을 배정했다. 우선 인문사회분야에서는 비전임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최대 5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인문사회 학술연구 교수사업 등 개인 연구에 1268억원을 지원한다. 대학 인문사회 연구기반 거점 조성에 1078억원을 투입한다. 대학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으로 ‘미래공유형’을 신설해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 연구를 쓴다. 시범사업으로 3년 동안 37억원을 지원한다. 사회과학연구 지원사업 신규 과제 수를 기존 10개에서 16개로 확대해 다양한 사회과학 관련 의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학 연구 지원금은 854억원이다. 특히 여러 기관에 분산된 자료를 모아 ‘한국학 자료 통합 운영체제(플랫폼)’를 구축하고 교육·연구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홍민식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번역원, 국사편찬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한국학을 모으는 플랫폼을 5년 동안 1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술 데이터베이스 대학 사용권을 기존 48종에서 57종으로 확대하는 등 원활한 학술 활동 지원에도 430억원을 쓴다. 이공분야에서는 올해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자 총 1551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으로 117억원, 박사후 국내외연수에 537억원을 배정했다. 대학 내 연구소가 능력 있는 석박사 과정생과 박사후연구자들을 유치하고 교육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에 1214억원, 대학 내 산재한 연구 장비를 모아 해당 장비들을 전문인력이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기초과학연구역량 강화 사업’에 381억원을 투입한다. 연구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연구비 지원이 적은 연구자와 해당 학문 분야를 지원하는 ‘학문 균형발전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이번 달 중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 일정 및 신규과제 공고문, 평가 일정 등은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nrf.re.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기초학문 진흥을 위해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고 그들이 끊임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대학의 학술연구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앞으로도 학문 분야별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이를 각 학술연구지원정책과 사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조성은 한국외대 교수, 한국번역학회 제12대 회장 취임

    조성은 한국외대 교수, 한국번역학회 제12대 회장 취임

    한국외국어대학교(HUFS)는 조성은 EICC학과 교수가 한국번역학회(Korean Association for Translation Studies) 제12대 회장에 취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임기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이다. 조성은 교수는 현재 한국외대(서울) 교무처장직을 맡고 있으며, 영상번역과 한국문화 콘텐츠 번역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한국번역학회는 1999년 설립돼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통번역학 단체”라면서 “한국번역학회의 성과와 위상은 ‘번역학연구’(등재학술지) KCI 피인용지수 1위 유지(통번역학 분야)와 인문학 전체 분야 KCI(2년) 영향력 지수 1위(2019년) 등의 영역·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깡통 줍다가…흑인에 두들겨 맞은 美 중국계 남성, 결국 사망

    깡통 줍다가…흑인에 두들겨 맞은 美 중국계 남성, 결국 사망

    지난해 한 흑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중국계 남성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지난해 4월부터 치료 중이던 중국계 남성 야오 판 마(62)가 지난달 31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현지 아시아계 사회에 큰 공분을 일으킨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23일 저녁 발생했다. 당시 마 씨는 맨해튼 이스트할렘에서 생계를 위해 캔을 줍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흑인인 재러드 파월(49)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뉴욕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파월은 피해자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린 뒤 머리를 최소 6차례 발로 짓밟았다. 그의 끔찍한 범행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후에도 계속됐다. 수사에 나선 뉴욕경찰(NYPD)은 사건 발생 사흘 후 흑인 노숙자인 파월을 용의자로 체포해 살인미수(현재는 2급 살인)와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마 씨의 가족 측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 씨가 지난달 31일 사망했다고 병원에서 알려왔다"면서 "마지막 순간 마 씨와 아내는 코로나19와 연휴 상황 탓에 만날 기회 조차 없었다"며 안타까워 했다.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마 씨는 지난 2019년 뉴욕으로 이주한 중국계 이민자로 성인인 자녀 둘은 중국에 살고있다. 식당 보조로 설거지를 하며 생계를 꾸리던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고 난 뒤 길에서 깡통과 공병을 주워다 팔았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마씨의 부인 바오젠 첸(58)은 현지언론에 번역기와 손짓, 발짓을 동원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마 씨 부인은 “남편이 깨어나 말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얼른 나아서 같이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편 뉴욕시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11월까지 기준)총 474건의 증오 범죄가 보고됐으며 이는 2020년에 비해 96% 증가한 수치다. 특히 474건의 증오 범죄 중 127건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것으로 2020년에 비해 5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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