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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두기의 여름…뒤라스 여름으로 위로

    거리 두기의 여름…뒤라스 여름으로 위로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소설이 폭넓게 재출간됐다. 최근 두 달 새 ‘파란 눈 검은 머리’(문학동네)를 필두로 ‘여름밤 열 시 반’(문학과지성사),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녹색광선), ‘여름비’(미디어창비)가 연이어 독자를 만났다. 동네서점에서는 이들 책을 묶어 ‘뒤라스 세트’로 판매할 정도다.뒤라스가 사후 20년이 훌쩍 넘어서도 각광받는 것은 그의 현대성에 기인한다. 뒤라스는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적인 생각이나 기억을 새로운 형식과 기교를 통해 재현하려는 경향을 뜻하는 ‘누보 로망’ 작가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 및 연출로도 주목받았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로 현실 정치에도 적극 참여했다. 1980년, 예순여섯 살에 27세 애독자 얀 안드레아와 사랑에 빠져 16년 동안 연인으로 살다가 사망한 세기의 러브 스토리도 널리 회자된다.1980~1990년대 나왔다 절판된 책에 스타 작가가 새로운 번역을 덧댄 것도 눈길을 끈다. ‘여름밤 열 시 반’은 ‘로마인 이야기’ 번역으로 유명한 김석희 작가가, ‘여름비’는 문지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백수린 소설가가 번역했다. 이 소설들은 모두 여름을 배경으로 삼았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계절, 감정과 심리의 흐름을 포착해 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불가능한 사랑을 탐구한다.그의 소설을 전기와 후기로 나눠 살펴보는 재미도 준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1953)과 ‘여름밤 열 시 반’(1960)은 뒤라스의 전기, ‘파란 눈 검은 머리’(1986)와 ‘여름비’(1990)는 후기에 해당된다. 전기엔 서사가 두드러지고, 후기엔 시적인 요소가 더욱 가미되며 희곡 형식을 빌려오는 등 언어적 실험을 즐긴다. ‘여름비’를 번역한 백수린 작가는 “이전 번역에서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의역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뒤라스의 호흡과 문체 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청년 얀과의 러브 스토리를 염두에 두는 것도 뒤라스를 읽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성소수자였던 얀은 알코올 중독과 간경화에 시달리던 뒤라스의 말년을 꼬박 지킨 동반자다. ‘타키니아의 작은 것들’은 고등학생이던 얀이 뒤라스를 처음 접한 책이며, ‘파란 눈 검은 머리’는 뒤라스가 얀에게 헌정한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뒤라스에 대한 재조명은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 퀴어 서사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다. 박소정 녹색광선 대표는 “여성 주인공이 자발적으로 결말을 선택하는 페미니즘적 요인들이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와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지선 문학동네 편집자는 “성소수자 담론 등으로 문학의 새로움에 눈을 뜬 독자들은 작가의 전기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에 더욱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민의힘’ 영문명 두고 사흘간 오락가락

    ‘국민의힘’ 영문명 두고 사흘간 오락가락

    난상토론 끝 ‘피플 파워 파티’로 결정전국위서 새 당명·정강정책 개정 의결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이 2일 ‘국민의힘’으로 변경된 가운데 영문명은 사흘간의 혼란 끝에 ‘피플 파워 파티’(People Power Party·PPP)로 결정됐다. 당명 교체 작업을 총괄한 김수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은 2일 통화에서 “지난달 31일부터 몇 가지 영문명을 놓고 영문학자·정치학자들과 추가로 논의했고, 그 결과 피플 파워 파티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당명 최종안을 정한 직후 브리핑에서 영문명을 ‘피플스 파워’(People´s Power)라고 밝혔다. 여기에 ‘당’을 뜻하는 파티가 붙인 것이다. 김 본부장은 “직역하면 파티를 안 붙이는 게 맞지만 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필요에 따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종 영문명이 결정되기까지는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국민의힘은 31일 당명 발표 후 페이스북 페이지 이름과 로고를 국민의힘으로 교체했다. 당시 병기한 영문명은 ‘포스 오브 피플’(Force of People)이었다. 이것이 몇 시간 뒤에는 다시 ‘포스 오브 시티즌’(Force of Citizens)으로 바뀌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피플이 흔히 ‘인민’으로 번역되기 때문에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피플은 사회주의 또는 진보 정치 단체에서 주로 사용한다. 북한과 중국의 공식 영문 명칭에도 피플이 들어간다. 하지만 보수 이념을 내세운 정당에서 사용한 해외 사례도 있다. 김 본부장은 “피플이 반드시 인민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며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명 변경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일괄 의결했다. 당헌 개정에는 상설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약자와의동행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PP에서 PPP로… ‘국민의힘’ 영문명에 무슨 일이

    PP에서 PPP로… ‘국민의힘’ 영문명에 무슨 일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국민의힘’ 영문명이 사흘간의 산전수전 끝에 ‘피플 파워 파티’(People Power Party·PPP)로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영문명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명 교체 작업을 총괄한 김수민 통합당 홍보본부장은 2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으로 정해진 지난 31일부터 몇 가지 영문명을 놓고 영문학자·정치학자들과 추가로 논의했고, 그 결과 피플 파워 파티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의원총회를 거쳐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잠정 결론지은 직후 브리핑에서 영문명을 ‘피플스 파워’(People’s Power)로 밝힌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이후 ‘파티’(당)를 첨가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을 직역하면 파티를 안 붙이는 게 맞겠지만 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등 필요성에서 파티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최종 영문명은 처음 발표한 안에 단어 하나만 추가됐지만, 그 사이 일각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통합당은 31일 당명 발표 직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이름과 로고를 국민의힘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병기한 영문명은 피플스 파워가 아닌 ‘포스 오브 피플’(Force of People)이었다. 번역했을 때 의미는 유사하지만 파워 대신 포스를 쓴 점이 달랐다. 페이스북 영문명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포스 오브 시티즌’(Force of Citizens)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피플 대신 시티즌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피플이 정치 용어로 흔히 ‘인민’으로 번역되는 탓에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으로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피플은 사회주의 또는 진보 이념을 지향하는 정치 단체에서 주로 사용돼왔다. 북한과 중국의 공식 영문 명칭에 공통적으로 피플이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예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보수 이념을 내세운 정당에서 사용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피플이 반드시 인민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당명의 이념적 색채와 관련한 논란을 한글명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앞서 당명이 발표 된 후 “국민의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오히려 현재 미래통합당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통합당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명 개정안과 정강정책 개정안, 당헌·당규 개정안 등을 최종 의결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인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급 전보 △비서실장 남철기△과학기술안전기반팀장 강호원△디지털콘텐츠과장 이주식△생명기초조정과장 조현숙△기초연구진흥과장 김보열△융합기술과장 이주원△지역과학기술진흥과장 홍순정 ■문화재청 ◇3급 승진 △문화재보존국 유형문화재과장 박희웅△문화재활용국 활용정책과장 김종승 ◇4급 승진 △문화재보존국 유형문화재과 문영철△문화재활용국 문화유산교육팀 김용구△코로나19미래대응반 박정섭△문화재정책국 안전기준과 이명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승진 △책임행정원 김미경△선임사무원 박일란△전문사무원 김란미△전문사무원 연정화△전문사무원 이남순△전문사무원 이대한△전문사무원 이승진 ◇보직 △해운·물류연구본부장 연구위원 김태일 ■고려대 △대학원혁신본부장 정재원 ■국민대 △경영대학원장 조윤호 ■서울여대 △대학원장 겸 교육대학원장 겸 휴먼서비스대학원장 겸 특수치료전문대학원장 승현우(정보보호학과 교수)△자연과학대학장 겸 자연과학연구소장 겸 연구실안전관리센터장 노동윤(화학전공 교수)△미래산업융합대학장 겸 미래산업융합연구소장 박남춘(산업디자인학과 교수)△교양대학장 겸 교양교육부장 겸 교직지원센터장 겸 인터넷윤리센터장 이병걸(정보보호학과 교수)△바롬인성교육부장 배선영(화학전공 교수)△아동연구원장 조은진(아동학과 교수)△인권센터장 송미경(교육심리학과 교수)△교육혁신단장 겸 교수·학습센터장 겸 이러닝·MOOC센터장 이재성(국어국문학과 교수)△도서관장 한승희(문헌정보학과 교수)△독어독문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독어독문학과장 신현숙(독어독문학과 교수)△사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사학과장 양희영(사학과 교수)△기독교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기독교학과장 겸 휴먼서비스대학원 기독교학과장 김유기(기독교학과 교수)△경제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경제학과장 문외솔(경제학과 교수)△식품응용시스템학부장 이경은(식품영양학전공 교수)△경영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경영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국제개발협력학과장 김정진(경영학과 교수)△패션산업학과장 겸 일반대학원 의류학과장 권하진(패션산업학과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과장 김명주(정보보호학과 교수)△현대미술전공주임 겸 일반대학원 조형학과장 겸 도시환경예술디자인전공주임 이영화(현대미술전공 교수)△국제학전공주임 최균호(독어독문학과 교수)△글로벌문화산업·MICE전공주임 이영주(영어영문학과 교수)△교무처 학사지원팀장 이종일△기획처 대외협력팀장 박현선△교육혁신단 교수·학습센터 팀장 겸 SI교육센터 팀장 겸 공학교육혁신센터 팀장 겸 소프트웨어 교육혁신센터 팀장 이지연△교양대학 교학팀장 겸 교직지원센터 팀장 김지훈△교양대학 교학팀 실장 신희분 ■이화여대 △물리학과장 김정리△대학원포스트휴먼융합인문학협동과정 주임교수 신상규△통역번역대학원통역번역학과장 허지운△사회복지대학원부원장 정익중△대학원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부장 박상수△대학원트랜스포메이션디자인협동과정 주임교수 이혜선△생화학교실주임교수 안정혁△이화리더십개발원장 이명선△보구녀관장 김영주△시뮬레이션 기반 융복합 콘텐츠 연구센터소장 김영준△염증-암 미세환경 연구센터소장 이지희△이화정치연구소장 최은봉△이화백신효능연구센터소장 김경효△글로벌 AI 신약개발 연구센터소장 최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직 발령 △사업조정본부 생명기초사업센터장 홍미영△평가분석본부 제도혁신센터장 최대승△재정투자분석본부 예비타당성조사3센터장 안상진△경영기획본부 시설운영실장 김기락△혁신전략연구소 혁신네트워크실장 이동욱
  • 314억 쏟아 온라인 케이팝 공연장 만든다

    1일 정부가 발표한 556조원 규모의 예산엔 온라인 케이팝 공연장, 산불 진화하는 드론과 같은 이색적인 사업들도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가 자연스러워지면서 정부는 온라인 전용 케이팝 공연장 조성 사업에 31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장보다 생생한 케이팝 콘서트를 제공하기 위한 스튜디오 조성과 공연 제작 지원에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이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을 개최했을 때 107개국 76만명의 팬들이 관람해 2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산불 진화를 위한 특수 드론 30대를 신규 도입하는 데에도 46억원이 배정됐다. 야간 산불 등 헬기 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드론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 문화재 관찰용(15억원)과 불법 조업 감시용(20억원) 등 다른 분야에서도 드론이 활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중환자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구축 등에 71억원이 배정됐다. AI가 중환자의 심전도, 맥박, 호흡 등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위기 상황을 예측한다. 음식 ‘육회’를 ‘6회’(six times)로 번역해 민망함과 웃음을 주던 외국어 메뉴판도 3억원을 들여 일괄 표준화한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21인 이상~50인 미만의 소규모 어린이집 8592곳에 보존식 냉동고와 보관용기를 지원하는 데에 30억원을 배정했고, 숲을 이용한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50억원을 들여 어린이보호구역 내 ‘띠 녹지’(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숲)를 만들기로 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성교육 축소된 게 맞나?” 與질문에도 동문서답하는 여가부장관

    “성교육 축소된 게 맞나?” 與질문에도 동문서답하는 여가부장관

    나다움책 회수 책임 어떻게 질문에 여가부 장관 “성인권교육 강화하겠다” 동문서답미래통합당 비판에 나다움책 일부 회수 여성가족부가 2019년 성평등·인권도서로 선정해 배포한 ‘나다움어린이책’이 비판받는데 따른 대처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분통을 터뜨렸다. 뚜렷한 기준과 철학을 바탕이 없는 상태로 비판이 쏟아지자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 김병욱 의원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와 관련해선 “남녀간 성관계를 ‘재미있는 일’, ‘신나고 멋진 일’, ‘하고 싶어진다’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마음이 자꾸 끌린다면’의 경우에는 동성애를 미화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여가부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등 7종에 대해 회수 결정을 했다. 1일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나다움 도서 중 일부가 축소되고 취소도됐다”며 “성교육이 미화되거나 축소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옥 장관은 “현재 많은 사회적 공론이 일어났기 때문에 공론에 대해 적극 귀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덴마크는 해당 책 회수했나” 與 의원도 비판 유 의원은 이어 “(비슷한 논란이)덴마크에서 50년 전인 1971년 벌어졌다”며 “이 책이 당시 모두 회수됐나”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은 “맞다. 1972년 덴마크 문화부 아동도서상 받고 전세계 번역 출판돼 100년 덴마크 역사 대표하는 100개 물건에 선정됐다”며 “전문가들이 효과적인 성교육 책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지금이라도 공론화 논의 없는 회수조치를 취소할 생각이 있느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이게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것 같아서”라며 화제를 돌렸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도 “나다움 도서에 대한 (회수)결정은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흐름을 꺾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현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여가부 장관으로서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여가부에서 교육부와 협업해 학교 성평등교육 책임지고 있다”며 질문과 관련 없는 답변을 했다. 이에 권 의원이 “이번 결정으로 만들어질 역행적, 퇴행적 현실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지만 이 장관은 “성에 대한 개방적, 보수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기에 공적인 차원에서 성인권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관련없는 답변을 재차 반복했다. 이에 권 의원은 “수습하겠다는 얘기가 담겨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 말해달라”며 매조지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신동근 의원도 “자기사업을 하는데 핵심없이문제 생기면 무작정 대처하니 여가부 없애자는 청원이 올라오는 것 아니냐”며 “이건 맞다, 이건 아니다 판단을해야지 왜 일을 이렇게 하느냐”고 질책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인공지능과 말뭉치

    [이경우의 언파만파] 인공지능과 말뭉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정확한 예측도 있었는데,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그즈음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갖추게 됐다. 알려준 것만 아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다른 것들도 익혔다. 이른바 ‘딥러닝’이다. 사람의 뇌가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을 모방한 기술이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이기는 데도 딥러닝이 있었다. 딥러닝 기술을 장착한 인공지능에 ‘빅데이터’는 활짝 날게 하는 바람이 됐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아주 거대한 양의 데이터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로는 수집하거나 저장, 분석 등을 하기가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문서나 이메일은 물론 음성, 영상, 이미지, 각종 소셜미디어의 게시물과 댓글까지 포함된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구글과 각종 소셜미디어 등에서 오가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거 결과를 예측한 것이다. 번역 엔진도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인공지능에 원문과 번역문을 학습시켜 언어 사이의 번역 규칙들을 파악하게 한다. 이때 질 좋은 언어 데이터가 많아야 정확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챗봇이나 인공지능 비서 등의 효율도 높아지려면 언어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언어 빅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언어 빅데이터는 달리 말하면 ‘말뭉치’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10년간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이름으로 말뭉치 구축 사업을 벌였다. 이 기간에 약 2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이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성과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10년간 이 사업은 중단됐다. 그사이 미국은 2000억 어절 이상, 중국은 300억 어절, 일본은 150억 어절 정도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2018년부터 다시 우리도 5년간 155억 어절을 목표로 말뭉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 결과의 일부가 지난주 공개됐다. 국립국어원이 ‘모두의 말뭉치’(https://corpus.korean.go.kr)에 공개한 자료에는 13종 18억 어절이 들어 있다. 최근 10년간의 신문 기사, 서적 2만 188종이 담겼다. 여기에 음성 대화, 메신저 대화, 방송 자료까지 들어 있다. 컴퓨터의 한국어 이해에 쓰이는 형태와 구문, 의미 등 언어 단위별로 분석한 자료도 1100만 어절이다. 저작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어서 누구나 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뒷받침과 관리가 필요하다. 어문부 전문기자 wlee@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 프리미엄’ 너무 오래 누렸다/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진보 프리미엄’ 너무 오래 누렸다/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시금치 한 단이 6000원을 육박했다. 물난리 통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그 모양새가 집값 폭등과 닮기는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집값 상승은 수해에 신선식품 물가 폭등과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장마가 끝나면 시금치는 원래 가격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벌써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농담처럼 치솟은 집값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나. 어떻게 아파트가 시금치인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부동산 정책에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더니 등 떠밀려 처분한 자신의 강남 아파트는 “MB(이명박) 때도 올랐다”고 되레 화를 냈다. 네티즌들은 당장 팩트체크를 했다. 그 아파트는 MB 재임 기간 5000만원 올랐고,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무려 5억원 뛰었다. 정치 셈법으로만 단련된 정치 언어들은 국민을 화나게 한다. 20년 집권쯤은 끄떡없어 보이던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최근 역전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정국에 반등했다지만 예전의 지지율이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로는 대통령 개인 호감도가 여전히 높다”며 애써 태연하다. 그럴 때는 아닌 듯하다.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뿌리내리는 시중의 언어들이다. 진보 정권에 무능, 오만, 불통의 수식어는 익숙해졌다. 파시즘, 전체주의, 신독재 이런 무참한 단어들이 자리를 잡는 중이다. 포퓰리즘과 전체주의를 자양분 삼았던 독재자들이 문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에 골고루 은유되기를 반복한다. 대통령이 될 생각조차 없었던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도 처음부터 독재자가 되기로 마음먹지는 않았다. 기존 정당을 혐오하는 국민 분노를 업고는 놀랍게 변해 버렸다. 정권에 비협조적인 판사들을 찍어 냈고 의회를 건너뛰는 온갖 행정명령을 기록적으로 남발했다. “당신 같은 대통령”이라던 국민 환호가 “반민주 독재자”로 등을 돌리기까지는 2년 남짓. 민심이 시력을 교정하는 데는 그때나 지금이나 긴 시간은 필요치 않다. 외교부 장관은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엉뚱한 사과를 했다. 국정원장은 내정되자마자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일성을 공개했다.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히틀러를 “반은 평민이고 반은 신”이라는 프로파간다로 치켜세워 여론을 결집했다. 한때는 멀쩡했던 문학도가 스스로 상식을 팽개쳤던 이유는 하나다. 체제를 위해 히틀러 한 사람을 신화로 만들어야 했다. 상식을 이탈한 행태들이 권력 주변부에서 끊임없이 불거진다. 이른바 ‘조국백서’를 보면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이런 궤변을 활자화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한국 사회의 상층 엘리트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일반적 관행과 도덕성에 비춰 보면 상식 범위 안의 일”이라며 조국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은 비리가 아니라고 단정한다. 이런 퇴행들에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40년쯤 전 세상을 뜬 프랑스 정치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의 일갈은 지금 우리 상황을 미리 본 듯하다. 한국 진보의 위기를 이 문장보다 더 아프게 때리는 말은 없다. 우연일까. 아롱의 명저 ‘지식인의 아편’은 거의 희귀 서적이다. 타계한 안병욱 교수의 34년 전 번역본만이 절판되지 않고 겨우 명맥을 잇는 수준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서점가만 일별해도 지금껏 우리가 진보 이론을 학문과 교양의 가치로서 얼마나 절대 우위에 뒀는지 체감할 수 있다. 진보 경제의 고전이자 진보 정부의 변함없는 부동산 정책 교본인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만 해도 그렇다. 여러 출판사가 다양한 해설 버전으로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이런 현실은 보수가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 현실에서 오랫동안 약자였던 진보주의에 압도적 신뢰를 보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보가 누린 프리미엄은 크고 길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많은 국민들의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미 나왔다. 진보의 전유물이던 ‘기본소득’이 보수 야당의 새 정강정책으로 채택된 마당이다. 세상이 달라졌고, 진보의 이름으로 프리미엄을 거저 얻어 가기에는 밑천을 너무 많이 들켰다. “내 편 네 편 가르고 말로만 민생을 외쳤다”는 조응천 의원의 자성을 계속 독백으로 무시해도 되겠나. 청와대와 여당은 더 늦기 전에 뜨겁게 반성해야 한다. sjh@seoul.co.kr
  • [열린세상] 이번 장마는 기후위기?/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번 장마는 기후위기?/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이번에도 칼럼 주제가 바뀌었다. 원래는 얼마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쓰려고 했다. 나는 ‘죽음학’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보고 싶었다. 죽음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에는 자살과 유족에 대한 돌봄(care)이라는 큰 주제가 관련돼 있다. 죽음학 교과서에는 이 두 주제가 2개의 장에서 따로 다룰 정도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그중에서도 나는 돌봄의 문제에 집중하고 싶었다. 한국 사회는 사별을 겪은 유족에 대한 관심이 너무 미약하다. 장례식까지 마치면 그다음에 가장 유념해야 할 대상은 유족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사건처럼 가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 유족들은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 유족들이 강한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어 더 위험하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장례만 치르면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한국에는 이런 가족들을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사건은 해당 가족이 떠맡기에는 너무도 위중해 사회가 동참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코로나 균의 재만연과 장마가 최장으로 길어지자 기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번 비는 장맛비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불러야 한다는 견해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중반이었다. 1972년에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선구자적으로 알린 ‘로마클럽’의 보고서가 소개되면서 그 관심이 촉발됐다. 이 책은 문고판으로 번역됐는데 그때 그 책을 소개해 준 장익 신부님과 토론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장 신부님은 장면 총리의 아드님으로 최근에 영면하셨다. 또 ‘북회귀선’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소설을 썼던 헨리 밀러가 했던 말도 생각난다. 그는 어느 티베트 고승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번 인류는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이 발언이 1960년대에 있었다고 하니 이 고승의 안목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지라 그 뒤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서 우리 인류가 각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응은 이 환경 문제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투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 혼자만이라도 생활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 아래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이번 기후위기의 핵심은 인류가 생활 유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에 있다. 쉽게 말해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각자가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소비물을 가능한 한 줄여 조금 더 편하게 살려는 욕망을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쓸데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만들고 소비하는 바람에 공장들이 과잉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결과 지구를 온실로 만드는 가스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차는 진즉에 없앴고, 육식도 가능한 한 줄이고, 일회용품도 대폭 줄이고, 에어컨도 덜 켜고, 샴푸류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물 같은 물자도 가능한 한 아껴 쓰는 등등이 그것이다. 물론 나 혼자 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후변화를 잡으려면 산업구조가 대폭 바뀌어야 한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할 수 있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정치가가 아니면 다루기 힘들다. 시민운동으로 이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너무나 큰 개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심을 두는 정치가는 별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 정치가 중에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환경 문제를 들고나와 봐야 국민들이 관심이 없으니 표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천착할 리 없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과학자들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0여년밖에 안 남았다고 역설한다. 게다가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린다고 하니 책임이 더 크다. 어서 우리도 기후 문제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
  • 중국인으로 중국을 때린다… 트럼프의 이화제화

    중국인으로 중국을 때린다… 트럼프의 이화제화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의 포연’이 자욱한 가운데 중국을 공격하는 최첨병으로 두 화런(華人·중국계 미국인)이 나섰다. 미국 국무부에서 중국에 대한 공격의 큰 그림을 그리는 위마오춘(餘茂春·58) 전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인 틱톡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정조준하는 특급 저격수 장멍(蔣蒙·43) 전 퍼듀대 공대 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인으로 중국을 제압하는 ‘이화제화(以華制華) 전략’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최근 ‘미중관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참모들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만든다’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미 정부의 대중정책 구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 국무부 소속 위마오춘 중국정책 수석고문과 미 퍼듀대 공대 학장을 지낸 장멍 과학기술 보좌관을 집중 조명했다. 위 교수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대중 정치와 외교 분야를 자문한다면 장 학장은 인터넷 등 과학기술 분야를 조언하고 있다. 1962년 중국 동중부 안후이(安徽)성에서 태어난 위 교수는 충칭(重慶)에서 어린 시절 ‘광기의 10년’인 문화혁명을 체험하며 성장했다.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남서쪽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1994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4년부터 미 해사에서 동아시아 역사, 전쟁사를 강의하며 1997년 ‘중국 내 미국 스파이’(OSS in China·在中美國間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무부에 들어가 대중정책을 이끌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그는 국무부 입성을 앞두고 미국으로 귀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를 “국보”라고 추켜세운다.위 교수는 지난 6월 미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린 시절 문화혁명을 겪는 과정에서 혁명적 급진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와 함께 중국 공산당과 공산당이 저지른 많은 범죄를 옹호하는 서방 인사들을 경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의 대중정책이 “너무 자주 중국의 가짜 분노를 달래는 데 애썼다”며 “사실 중국 정권의 핵심은 취약하고 서양, 특히 미국과의 대립에 대해 편집증적”이라고 비난했다. 위 교수는 이어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을 분리하고 중국을 밀어붙여 “말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물과 물고기를 서로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일찍이 “인민이 물이라면 공산당은 물고기라면서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물과 물고기를 분리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을 멸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미국은 중국인을 친구로, 중국 공산당을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위 교수의 언급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 내에 소개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를 중국인 간신(매국노·반역자)이라는 뜻의 ‘한젠’(漢奸)이라고 부른다. 통상적으로 송나라 이후 이민족 통치에 협력한 중국인들을 일컫는 이 말은 근현대 들어서는 친일파와 변절자, 반체제 인사 등을 모두 아우른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온다. 20대 초반 중국을 떠날 때 그의 머릿속엔 서방에 대한 숭배만 가득했을 것”이라며 위 교수를 대표적인 “한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보(大公報) 등 홍콩 친중국계 언론들도 “위 교수가 미국 내 중국계 학자나 유학생들이 간첩 행위를 한다고 근거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 때문에 위 교수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중국에서 수난을 당했다. 중국 인터넷에 충칭(重慶)시 융촨(永川)중학(중고등학교)의 역대 대입 수석 기념 비석(1979년 문과 수석)에 있는 그의 이름을 끌로 지우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퍼뜨리며 “한젠의 이름은 지워야 마땅하다”고 환호하기도 했다.1977년 톈진에서 태어난 장 학장은 1988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5년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 2003년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컴퓨터공학 전문가로 성장했다. 2011년 명문 프린스턴대 교수가 된 그는 2017년 40세에 퍼듀대 공대 학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폼페이오 장관의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중 ‘기술전쟁’에 나서는 과정에서 기술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 학장은 무선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자로 통한다. 프린스턴대 전자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3년 미국 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가 수여하는 ‘앨런 워터먼 상’(Alan T Waterman Awards)을 받기도 했다. 40세 이하의 걸출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그가 펴낸 ‘네트워크의 힘’(The Power of Networks)은 대학생들이 교재로 쓸 정도로 유명하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중국어 번역판이 나왔다. 퍼듀대 공대는 그의 지도에 힘입어 미국 10대 공대로 발돋움했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과학기술정책 보좌관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다. 위 교수와 대중 강경론자인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가 공들여 영입한 인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장 학장은 지난 5월 스탠퍼드대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중국과 대만이 각각 어떻게 다뤘는지를 날카롭게 비교해 분석했다. 당시 그는 “투명성은 독재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 그래서 사회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체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그들(장멍을 포함한 조언자들)은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그들은 미국이 중국을 거칠게 대하기로 마음을 먹은 시점에서 발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학장 등 조언자들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거대한 충격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전문가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들의 성향이 반중국적이라 선발된 게 아니고 이들이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취하고 싶은 조치와 관련한 분야의 전문가들이기에 뽑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중고 소방차, 캄보디아·키르기스스탄에 무상 지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캄보디아와 키르기스스탄에 총 8대의 중고 소방 구급차를 무상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까지 11개국에 중고 소방차 127대를 지원했고, 올해는 다음달 말까지 캄보디아에 6대, 키르기스스탄에 2대 등 총 8대를 인도한다. 지원 국가는 필리핀, 몽골, 페루, 미얀마,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카메룬, 인도네시아 등이다. 지원되는 소방차는 정비를 마친 뒤 각국에 운송되며, 운송비용은 서울시 대외협력기금과 지원 대상국에서 일부를 부담한다. 지원한 소방차 종류는 펌프차와 물탱크차, 지휘차, 구조버스, 구급차, 구조공작차, 화학차, 이동체험차 등이다. 시는 세계적 수준의 ‘서울시 재난관리 노하우’를 해외 도시로 전파한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중고 소방차를 중앙아시아 등 주변국에 지원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 소방재난본부가 제작해 해외로 배포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영상 매뉴얼’과 ‘소방차 운용 기법’ 등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함께 제공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호중·박진영·혜림… 연예인 에세이 읽어보니

    김호중·박진영·혜림… 연예인 에세이 읽어보니

    최근 연예인들의 에세이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김호중의 에세이 ‘트바로티 김호중’(스튜디오오드리)은 교보문고가 발표한 8월 셋째주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체감 중이다. 가수 박진영의 책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 원더걸스 출신의 방송인이자 통번역가인 혜림의 에세이 ‘여전히 헤엄지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도 연이어 출간, 관심을 모으고 있다.‘트바로티 김호중’은 ‘미스터 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에세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방황하던 시절, 평생의 은사와의 만남, 압도적인 성량으로 ‘네순 도르마’가 SBS 예능 ‘스타킹’을 통해 공개되며 ‘고딩 파바로티’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 독일 유학과 모색의 시간을 거쳐 ‘미스터 트롯’에 참가하기까지의 순간들이 적혔다.박진영의 에세이 또한 자신의 인생에 관한 전방위적 진술에 가깝다. 책 ‘무엇을 위해 살죠?’에는 초등학교 유년시절부터 가수가 된 대학생 시절, JYP엔터테인먼트를 세우며 사업가로 나선 이후 미국 진출과 이혼, 신앙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고민들이 실렸다. 그는 ‘예술이란 인간의 볼 수 없는 부분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271쪽)이라는 예술관 아래 ‘가슴으로 시작해 머리로 완성하는’ 작업 중이다. 가슴으로 느낀 확실한 모티프를 가지고 대중과 자기 자신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해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혜림의 에세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은 사랑과 관계, 인연에 대한 단상들을 모았다. 노래 가사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서정성이 문장의 특징이다. 그는 사랑의 정의를 이렇게 말한다. ‘상대의 습관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상대의 보폭에 맞춰 내 바람을 실현하는 것. 오직 서로의 앞에서 평등하고 홀로 선 존재가 되어 고유하고 건강하게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것. 지배하거나 종속시키려 하지 않는 것.’(55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시의 날개를 달고/제니퍼 번 글/베카 스태트랜더 그림/박혜란 옮김/산하/48쪽/1만 3000원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이 미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섬세한 눈으로 관찰한 자연, 여성으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낯선 느낌, 사랑과 죽음과 영원에 대한 사유 등을 자신만의 표현과 형식에 담았다. 1800여편의 시를 남겼으나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불과 7편. 살아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기도 하다. 그림책 ‘시의 날개를 달고’는 에밀리 디킨슨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를 조망한다. 언어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행으로서 책에 몰두하는 모습, ‘행복할 땐 더 기뻐했고, 슬플 땐 더 슬퍼했던’ 어린 시절 등이 그의 시편을 빗댄 우화적인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그러나 평생 그를 감싼 슬픔과 외로움은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살이에 부지런히 이유를 물었지만 어디를 가든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말만 들었다. 스스로에게로 침잠한 에밀리는 자기가 보고 이해한 것만 믿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적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그에게 시는 ‘내게 편지한 적 없는 세상에 띄우는 편지’이며 스스로를 내맡긴 모든 것이다. ‘나는 가능성 안에서 살아요/ 산문보다 아름다운 집이지요/ 창도 훨씬 많아요.’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에밀리의 생애는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먼저 가 닿을 것 같다. ‘희망이란 깃털이 있어/ 영혼에 둥지를 틀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지/ 그리고 멈추는 법이 없지, 절대로.’ 영혼에 둥지를 튼 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법이니까. 친절한 번역과 적당한 여백이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자유민주주의 붕괴 초읽기…中에 맞설 ‘새 게임’ 펼쳐야

    자유민주주의 붕괴 초읽기…中에 맞설 ‘새 게임’ 펼쳐야

    게임 오버/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한빛비즈/552쪽/2만 5000원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정식 출범하면서 세계화의 막이 올랐다. 한스 페터 마르틴은 1997년 ‘세계화의 덫’에서 ‘20대80 사회’라는 명쾌한 표현으로 세계화의 본질을 규정했다. 하랄트 슈만과 함께 내놓은 이 책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700만부 이상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5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경고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그 폐해가 나타난다. 세계화는 지구촌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동시에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찢어 놨다. 세계적인 금융자본, 정치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은 승자였고,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패자였다. 이 상황을 신간 ‘게임 오버’에서 분석한 저자는 그동안 맹위를 떨치던 세계화가 종식을 앞두고 있으며, 그 기반이 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도 곧 무너질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거나 외면당하고 있으며, 로봇기술과 디지털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이 불균형을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적 불균형은 또다시 전 세계 곳곳에서 우파 민족주의의 득세를 부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중국을 지목한다. 민주주의를 외면한 채 자본주의와 감시 공산주의로 성장한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에 대적할 만한 힘을 키웠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전 세계 우파정권과 중국 등에 힘을 실어 준다. 기후변화도 전반적인 시스템 붕괴를 촉진한다. 위기 분석은 날카롭지만 대안이 다소 미흡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시작된 2018년에 쓴 책은 철저하게 유럽의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된 미국에 실망하지 말고 유럽이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중국에 맞서라고 촉구한다. 이를 포함해 분배정의 확립 등 모두 20가지의 대책을 내놓지만, 10쪽 분량에 걸쳐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쉽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믿고 읽는 작가들이 그린 ‘사랑, 그 맨얼굴’

    믿고 읽는 작가들이 그린 ‘사랑, 그 맨얼굴’

    진지한 사랑 얘기는 잘 안 팔리거나 신파로 오해받는 요즘이다. 이런 때일수록 사랑의 참의미에 관한 귀띔이 귀하다. 믿고 읽는 국내외 작가들로부터 사랑의 맨얼굴을 알려 주는 소설 2종이 출간돼 관심을 끈다.‘오후의 이자벨’(밝은세상)은 ‘빅 픽처’로 알려진 미국 출생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프랑스에서 번역 일을 하는 이자벨과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에 여행 온 미국 대학생 샘은 어느 서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우연히 만난다. 난생처음으로 완벽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사랑을 만났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뜨지만 샘보다 열다섯 살 많은 이자벨은 이미 결혼을 했다. 이자벨이 정한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에 있는 작업실에서만 이뤄지는 은밀한 만남. 둘의 관계는 샘이 다른 여성을 만나 결혼한 이후로도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자벨은 샘과 결혼으로 맺어지기보다 그와의 관계를 지루한 결혼 생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했다. 그는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결혼이라는 사슬은 대단히 무거워서 들어 올리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159쪽) 외도 혹은 불륜으로 치부되는 관계지만 이들에게 서로는 결혼 못지않게 평생을 놓을 수 없는, 사슬 못지않은 무거움이다.‘가슴 뛰는 소설’은 한국 작가 9인의 사랑에 관한 소설 9편을 엮어 만들었다. 최진영, 박상영, 최민석, 이지민, 정세랑, 백수린, 권여선, 홍희정, 황정은 작가가 사춘기에 들어선 10대의 첫사랑부터 실패와 좌절을 겪은 20대의 연애, 70대 노년과 죽음 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에 대해 썼다.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현직 중·고교 교사 4명이 엮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각본을 맡았던 이지민 작가가 쓴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연애의 부등식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소설이다. 그 남자는 ‘썸’이라고 느꼈던 기간 끝에 ‘나’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통보했던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그를 뚜벅뚜벅 집까지 바래다준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상대는 정해졌고 마지막은 어차피 알 수 없다. 그 불안한 과정을 견디거나 즐기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143쪽) 연애의 부등식마저 감내하는 것이 사랑이고, 자신의 몫이라는 쿨한 언설이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콘센트릭스, 고객 지원 플랫폼 ‘Solv’ 통해 컨택센터 고객 경험 개선

    콘센트릭스, 고객 지원 플랫폼 ‘Solv’ 통해 컨택센터 고객 경험 개선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은 원격 근무 등과 같은 다양한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고용 방식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컨택센터 서비스 전문 기업 콘센트릭스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및 인공지능 기반 고객 지원 플랫폼 ‘Solv’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고객 문의에 응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lv는 ‘자발적 유연 근로’로 대변되는 긱 경제(Gig economy) 개념을 활용한 고객 지원 플랫폼으로 콘센트릭스가 직접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 및 확산되고 있다. Solv는 플랫폼에 참여를 원하는 지원자가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 및 스킬 등의 정보를 입력해 계정을 생성하면 지원자가 선호하는 브랜드에 맞춘 평가, 검증, 온라인 챗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해당 브랜드의 온라인 고객 지원 담당자(일명 ‘Solver’)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Solver는 스마트폰 혹은 PC에서 Solv 플랫폼에 접속 후 온라인 챗으로 고객 문의에 응대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신속한 응대가 가능하며, Solv의 인공지능 자동 번역 기능을 통해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자동화 챗봇 솔루션인 SolvyBot이 고객 문의에 1차적으로 대응하며, Solver가 24시간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특정·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컨택센터 상담원과 SolvyBot, Solver가 함께 협업함으로써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상담원들은 보다 고차원적인 이슈와 문의에 집중할 수 있다. 이어 “Solv 플랫폼을 통해 접수된 방대한 양의 이슈와 이에 대한 해결 데이터를 인공지능·챗봇·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구축 및 최적화에 적극 활용하여 콜센터 고객 경험을 지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 승리 원한다”…美 당국, 간첩 활동한 前 CIA 요원 신상 공개

    “중국 승리 원한다”…美 당국, 간첩 활동한 前 CIA 요원 신상 공개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시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은밀하게 간첩활동을 벌였던 60대 남성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 중국 공안으로 가장해 접근한 FBI 특수요원들의 수사 끝에 자신의 은신처에서 적발된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육칭마(马玉清·67)는 미국 CIA 내부 정보와 통신 기록 등을 중국 기관에 넘기며 ‘조국(중화인민공화국)이 승리하기를 원한다’고 발언했다고 현지 언론은 19일 보도했다. 지난 14일 호놀룰루 시 외곽에 소재한 그의 은신처가 발각되면서 FBI에 붙잡힌 마 씨는 전직 중앙정보국(CIA, 1982~1989년) 출신으로 확인됐다. 마 씨는 지난 1982년부터 1989년까지 CIA에서 근무, 최고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 씨는 이 과정에서 미 정부 기밀을 외부에 비공개하도록 하는 계약에 서명한 바 있다. 마 씨는 지난 12일 체포 직전 중국 비밀 요원으로 가장한 FBI 특수 요원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를 계속 돕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조국(중화인민공화국)이 성공하기를 원한다”고 발언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재 미국 법무부와 현지 언론은 지난 14일 호놀룰루 외곽에서 붙잡힌 마 씨의 실명과 거주지, 출생년도 등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량의 마 씨 사진이 현지 언론에 공개되는 등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989년 CIA에서 퇴직한 마 씨는 이후 중국 상하이로 거처를 옮겼으나 2001년 무렵 하와이로 재이주했다. 당시 마 씨는 중국 문서 번역 요원으로 FBI 하와이 지부에 재입사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또 다시 미 기밀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지게 된 마 씨가 홍콩과 하와이를 오가며 중국 정보기관에 대량의 미국 기밀을 넘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 씨는 2001년 3월 홍콩에서 만난 복수의 중국 정보 당국자와 공모, 미 국방 기밀을 포함한 CIA의 인력과 작전, 통신 은폐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마 씨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민감한 자료를 촬영하기도 했다. 또, 그의 친척으로 알려진 또 다른 중국계 미국인 남성(86)과 공모해 1급 기밀을 중국 기관에 넘기며 해당 기관으로부터 약 5만 달러(약 6000만 원)의 현금을 받아 챙겼다. 마 씨와 공모한 또 다른 남성 역시 전직 CIA 출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남성은 현재 치매성 정신질환으로 앓고 있다는 점에서 미 당국은 마 씨에 대한 구속 수사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마 씨의 간첩 혐의와 관련된 첫 재판은 지난 18일 하와이 지방법원에서 비공개 진행됐다. 마 씨 간첩 사건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부. 하와이 지방 검찰청, FBI 호놀룰루시 담당 특별수사팀 등 대규모 인력이 동원해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법원은 마 씨에 대해 외국 정부에게 미국 국방 정보를 팔아넘기기 위해 음모를 꾸민 혐의 등을 적용,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을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안타깝게도 긴 시간 동안 이어진 마 씨의 간첩활동은 권위주의적인 공산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과거 CIA의 동료와 국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배반한 행위로 가득 차 있다”면서 “그의 이 같은 배신은 결코 그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중국 정부에게 마 씨는 소모품일 뿐이다. 미 정부는 마 씨와 같은 반역 행위자들을 찾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마 씨에 대한 혐의들은 하와이 주 내부에 존재하는 간첩들의 활동이 국가와 사회 안보를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사건”이라면서 “특히 우려할 점은 미 정보기관 및 국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들이 기밀 정보를 중국에 누설, 예전 동료들과 국가 전체를 배신하는 일는 선택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FBI 호놀룰루 시 요원은 “국가의 신뢰와 개인의 책임을 잊고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이들의 범죄는 몇 년이 걸리더라고 반드시 정의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예스24 이용자가 뽑은 미래 이끌 젊은 작가 ‘아몬드’ 손원평

    예스24 이용자가 뽑은 미래 이끌 젊은 작가 ‘아몬드’ 손원평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손원평(41) 작가가 선정됐다. 예스24는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총 28만 582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손 작가가 6만 8126표(7.1%)로 1위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2위는 6만 4325표(6.7%)를 받은 장류진(34) 작가, 3위는 5만 9494표(6.2%)를 받은 김초엽(27) 작가다. 손 작가는 2016년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아몬드’는 올해 일본 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손 작가는 “많은 독자가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작가로 저를 호명해 주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이어 설렘과 기쁨이 몰려왔다”며 “독자의 일상에 작은 조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온라인게임·버스정류장… ‘연놈’ 논쟁 제대로 붙었다

    온라인게임·버스정류장… ‘연놈’ 논쟁 제대로 붙었다

    게임 속 대사서 ‘걸레 같은 년’ 표현 논란‘광대 같은 게’ 수정… 남성 비하로 항의제주 방언 속담 소개한 버스정류장 문구‘고운 년’ ‘살찐 년’ 표현 쓴 게시물 철거 남성 중심사회서 여성 낮은 존재로 비하‘여성형 욕설’ 사용해 모멸감·수치심 줘# ‘걸레 같은 년’→‘광대 같은 게’→‘이 나쁜 년’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게임이 최근 혐오 논란을 빚었다. 게임 대사 중 ‘걸레 같은 년’이라는 표현에 대해 항의가 빗발치자 게임사는 이 대사를 ‘광대 같은 게’라고 수정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광대’가 일부 과격한 남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남성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단어라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사는 ‘이 나쁜 년’으로 다시 수정됐다. 그러나 12세 이용가인 게임에 ‘년’이 들어가는 대사가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고운 년 잡아들이라고 하니 살찐 년 잡아들인다’ 제주 방언 속담도 ‘연놈’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가 2014년 제주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버스정류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문구인데, 이 문구를 최근 한 매체가 소개하면서 여성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말뜻을 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한다’는 뜻의 속담이지만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도 측은 “제주 방언이긴 하지만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인 건 맞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두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댓글 창에는 때아닌 ‘연놈’ 논란이 일었다. 누군가 “미친놈은 괜찮으면서 미친년이라고 하면 여성혐오냐”고 성토하면 “그럼 미친년이랑 미친놈이 같으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영상 번역업계에서는 “잡놈은 (자막에 넣는 게) 가능해도 잡년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년이 놈보다 심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있을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년과 놈은 둘 다 비속어에 해당한다. 년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놈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각각 정의한다. 다만 놈에는 년에는 없는 ‘남자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처음부터 놈과 년이 욕설이었던 것은 아니다. 15세기 중세국어에서 놈은 사람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평칭으로 사용됐다.훈민정음 서문에는 ‘제 뜻을 시러 펴지 못할 놈이 많아’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의 놈은 백성을 의미한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년은 15세기 문헌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 방언에서 여성을 의미하는 평칭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시 놈처럼 평칭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 방언에서 큰딸은 큰년, 육지에서 온 여성은 육지년이라고 불린다. 놈과 년이 남성과 여성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사용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다. 한글로 쓴 편지글인 ‘순천김씨묘 출토간찰’에는 ‘선금이 년도 이제는 거역하고 영금이도 하 형편없이 되었으니 밥이나 편안히 얻어먹느냐’, ‘미개 놈이 구게를 그만두지 않았으되’ 등의 구절이 나온다. 많은 문화권에서 욕설은 사회의 주류인 남성에 비해 낮은 존재로 대상화된 여성을 비하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성이 열등하다고 여기는 다른 남성을 모욕할 때 여성형을 쓴다. 욕설에서 가장 모멸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심화한 형태는 여성형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상대방의 어머니를 강간한다거나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소위 ‘패륜의 코드’가 욕설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김 교수는 “부계 혈통의 순수성을 담보하는 어머니의 순결을 의심하는 것은 곧 상대방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금기를 깨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말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단어 만들기에도 상당수 반영돼 왔다”면서 “남성형과 여성형 단어가 결합할 경우 긍정적인 의미일 때는 남성형이 앞에 오고 부정적인 의미일 때는 여성형이 앞에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욕설의 의미인 연놈에서는 여성형이 앞에 오지만 긍정적인 단어인 부모, 아들딸 등에는 남성형이 앞에 오는 식이다. 똑같이 부부를 의미하는 옛말에서도 평칭인 ‘남진겨집’은 남진(남편)이 앞에 오지만, 낮춰 부르는 ‘가시버시’는 가시(아내)가 앞에 온다. 윤명희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배어 있다”면서 “예를 들어 ‘걸레’는 몸이 헤픈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쓰이는데 몸이 헤픈 남성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성의 정절이나 성적 보수성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관행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기사의 주제 특성상 명확한 전달을 위해 비속어 표현을 그대로 썼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합니다.
  • 때아닌 ‘연놈’ 논쟁?… 비속어로 보는 페미니즘[아무이슈]

    때아닌 ‘연놈’ 논쟁?… 비속어로 보는 페미니즘[아무이슈]

    ※기사의 주제 특성상 명확한 전달을 위해 비속어 표현을 그대로 기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합니다.#1 ‘걸레 같은 년’→‘광대 같은 게’→‘이 나쁜 년’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게임이 최근 혐오 논란을 빚었다. 게임 대사 중 ‘걸레 같은 년’이라는 표현에 대해 항의가 빗발치자 게임사는 이 대사를 ‘광대 같은 게’라고 수정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광대’가 일부 과격한 남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남성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단어라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사는 ‘이 나쁜 년’으로 다시 수정됐다. 그러나 12세 이용가인 게임에 ‘년’이 들어가는 대사가 적절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 ‘고운 년 잡아들이라고 하니 살찐 년 잡아들인다’ 제주 방언 속담도 ‘연(년)놈’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가 2014년 제주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버스정류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문구인데, 이 문구를 최근 한 매체가 소개하면서 여성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말뜻을 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한다’는 뜻의 속담이지만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도 측은 “제주 방언이긴 하지만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인 건 맞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년은 왜 놈보다 ‘심한 욕’ 됐을까 두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댓글 창에는 때아닌 ‘연놈’ 논란이 일었다. 누군가 “미친놈은 괜찮으면서 미친년이라고 하면 여성혐오냐”고 성토하면 “그럼 미친년이랑 미친놈이 같으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영상 번역업계에서는 “잡놈은 (자막에 넣는 게) 가능해도 잡년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년이 놈보다 심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있을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년과 놈은 둘 다 비속어에 해당한다. 년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놈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각각 정의한다. 같은 욕설이지만 놈에는 년에는 없는 ‘남자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처음부터 놈과 년이 욕설이었던 것은 아니다. 15세기 중세국어에서 놈은 사람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평칭으로 사용됐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놈이 많아’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의 놈은 백성을 의미한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년은 15세기 문헌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 방언에서 여성을 의미하는 평칭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역시 놈처럼 평칭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 방언에서 큰딸은 큰 년, 육지에서 온 여성은 육지 년이라고 불린다. 놈과 년이 남성과 여성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사용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다. 한글로 쓴 편지글인 ‘순천김씨묘 출토간찰’에는 ‘선금이 년도 이제는 거역하고 영금이도 하 형편없이 되었으니 밥이나 편안히 얻어먹느냐’, ‘미개 놈이 구게를 그만두지 않았으되’ 등의 구절이 나온다. 조 교수는 “현대국어에서는 둘 다 비속어로 인식되지만, 여성에 대한 비하의식이 가미돼 년이 더 비하의 의미가 강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남성중심사회에서 최대의 모욕은 ‘여성형 욕설’ 많은 문화권에서 욕설은 사회의 주류인 남성에 비해 낮은 존재로 대상화된 여성을 비하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형 욕설은 남성사회에서 권력의 침탈, 누가 서열이 높은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서 “욕설의 언어관습을 살펴보면 여성한테 욕할 때는 년을 쓰고 남성한테 욕할 때는 놈을 쓰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열등하다고 여기는 다른 남성을 모욕할 때 여성형을 쓴다. 욕설에서 가장 모멸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심화한 형태는 여성형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는 여성에 상대방을 빗대어 ‘너는 나약하고 내가 짓밟을 수 있는 존재’라고 과시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상대방의 어머니를 강간한다거나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소위 ‘패륜의 코드’가 욕설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김교수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고, A라는 남성을 B라는 남성이 모욕할 때 A에게 귀속된 여성을 B가 성적으로 취하는 방식이야말로 A의 권위에 대한 가장 큰 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 “부계혈통의 순수성을 담보하는 어머니의 순결을 의심하는 것은 곧 상대방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금기를 깨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속어, 여성 고정관념 강화 장치로 조 교수는 “우리나라 말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단어 만들기에도 상당수 반영 돼왔다”면서 “남성형과 여성형 단어가 결합할 경우, 긍정적인 의미일 때는 남성형이 앞에 오고 부정적인 의미일 때는 여성형이 앞에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욕설의 의미인 연놈에서는 여성형이 앞에 오지만 긍정적인 단어인 부모, 아들딸 등에는 남성형이 앞에 오는 식이다. 똑같이 부부를 의미하는 옛말에서도 평칭인 ‘남진겨집’은 남진(남편)이 앞에 오지만, 낮춰 부르는 ‘가시버시’는 가시(아내)가 앞에 온다. 권력관계가 반영된 비속어는 무의식 중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문학평론가 쇼샤나 펠만은 자신의 글 ‘여자가 읽을 때, 여자가 쓸 때-자전적 페미니즘 비평’에서 “우리 스스로 이미 남성적인 정신을 내표하고 있어서 사회에 말을 던질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로서 던지도록’ 훈련받은 것은 아닌가.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남성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남성 중심적인 견해에 자기를 동일화하도록 주입받아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명희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배어 있다”면서 “예를 들어 ‘걸레’는 몸이 헤픈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쓰이는데 몸이 헤픈 남성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성의 정절이나 성적 보수성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관행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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