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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은 삶 아니다”…MZ세대 직장인 ‘조용한 사직’ 돌풍

    “일은 삶 아니다”…MZ세대 직장인 ‘조용한 사직’ 돌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 더힐 등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은 지난달 25일 틱톡에서 이 신조어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게시물은 현재 34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후 ‘조용한 사직’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이 여러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WP는 이 신조어가 “직장인이 ‘허슬 컬처’(hustle culture)를 포기하고, 직장에서 주어진 것 이상을 하려는 생각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허슬 컬처’는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용어다. 더힐은 “조용한 사직자의 대부분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이고, 일부에서는 이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부른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연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전하면서 “핵심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 범위 이상으로 일할 때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허슬 컬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팬데믹 이후 삶의 우선순위 재평가” 실제 미국 구인사이트 레주메 빌더(Resume Builder)가 실시한 최신 조사에서 35∼44세 근로자의 25%는 ‘조용한 사직자’가 되겠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직장을 대하는 MZ세대의 태도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경영 전략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관리 기업인 세지윅의 미셸 헤이 글로벌 최고인사책임자(CPO)는 WP에 “조용한 사직은 회사에서 경계를 세우는 것 이상의 문제로, 팬데믹이 끝자락에서 다수가 겪고 있는 피곤, 좌절과 관련이 있다”며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단절이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사가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사직 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적절하게 낮시간 휴식, 연차 휴가를 장려하면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업체인 리라 헬스의 인사 임원인 조 그라소는 “조용한 사직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조용히 고통받는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며 직원이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전한 직장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심히 고민한 당신, 피곤한 이유 있었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심히 고민한 당신, 피곤한 이유 있었네

    누구나 한 번쯤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육체 노동을 한 뒤 통증과 함께 극심한 피로를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젖산(lactate)이 근육에 쌓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근육 피로가 젖산 때문이 아니라 체내 칼륨(K) 이온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육체 피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글루탐산 과다 분비로 인지 피로 발생 그런데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학생이나 사무직 노동자들도 공부나 업무가 끝난 뒤 육체 노동을 한 것만큼이나 피로감과 두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열심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는 육체 피로만큼 연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피티 살페트리에대학병원, 파리 뇌연구소(ICM), 뉴로이미징연구센터(CENIR), 소르본대, 파리 정신과·신경과학 대학병원그룹(GHU) 공동 연구팀은 오랜 시간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면 ‘글루탐산’(glutamate)이 과다하게 분비돼 ‘인지 피로’(cognitive fatigue)가 발생할 수 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8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20~39세의 남녀 4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그룹은 복잡한 내용을 암기하고 계산하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상대적으로 더 쉬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뒤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뇌의 움직임을 측정했습니다. 자기공명영상법(MRI)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적 변화를 찾을 때 활용하고, MRS는 뇌의 화학적 변화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검사법입니다. ●글루탐산 뇌 축적 땐 인지기능 저하 그 결과 복잡한 계산과 암기를 했던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뇌 전전두엽 피질의 시냅스에 글루탐산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글루탐산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있는 경우 불안감, 우울감이 증가하고 계산이나 암기 정확도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도 깊은 사고활동 시간이 길어지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이 많이 분비되고, 글루탐산 부산물이 축적되면서 뇌 독성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장기화하면 시냅스 연결까지 약화시켜 기억력 감퇴, 인지조절 능력 상실 같은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할 경우 뇌종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연구팀은 뇌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바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입니다.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면 신경세포와 시냅스에 과다하게 쌓인 글루탐산이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이나 공부를 잠깐 쉬고 휴식을 취할 때도 뭔가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이 뇌에 과다하게 축적된 글루탐산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충분한 수면·휴식으로 뇌 쉬게 해야 연구를 이끈 안토니우스 빌러 프랑스 살페트리에대학병원 박사(인지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피곤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며 “전두엽에서 만들어 내는 대사물질을 측정함으로써 번아웃(탈진) 예측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보면서 문득 과도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쉴 새 없이 뇌를 혹사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뇌는 괜찮을지 걱정이 됩니다.
  • ‘55세’ 이승연 부쩍 수척해진 얼굴… “번아웃” 고백

    ‘55세’ 이승연 부쩍 수척해진 얼굴… “번아웃” 고백

    배우 이승연이 ‘번아웃’이라고 고백했다. 12일 이승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힘들 땐 힘들게 지내기. 번아웃”이라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이승연의 집 안에 놓인 화분이 보인다. 1968년생인 이승연은 “오늘은 보름달이 밝은 날. 보고 싶어요. 잘들 지내는 거죠? 늑대인간의 체력이 부럽다구”라고 덧붙였다. 팬들은 “힘내세요”, “꿀잠 주무시고 파이팅해요”, “우리는 언제나 늘 같은 자리에 있어요”라고 응원했다. 한편 이승연은 현재 MBC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에 출연하고 있다.
  • 기안84 “울화 치미는데 화 못 내”…화병 진단 받았다

    기안84 “울화 치미는데 화 못 내”…화병 진단 받았다

    만화가 기안84가 개인전이 끝난 후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24일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연출 허항 이민지 강지희)에서는 기안84의 번아웃 탈출기가 공개된다. 제1회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치며 행복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듯 보였던 기안84는 엉망이 된 집, 화장실 거울 앞 셀프 이발을 공개하며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의 컴백을 알린다. 기안84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10시간씩 앉아있는다. 번아웃이 왔다”고 고백한다. 개인전까지 달려온 시간만 무려 8개월,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 위해 자신을 하얗게 불태워 버린 그는 태어난 김에 사는 듯 보여도, 예술에서는 완벽과 최고를 추구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기안84는 결국 한의원까지 찾아간다. 그는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울화가 치미는 데 화를 못 낸다. 즐거워서 시작한 일도 힘들어진다”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솔직해진 모습을 보인다. 한의사는 기안84에게 예상 밖의 ‘화병’ 진단을 내린다. 기안84의 현주소는 화 덩어리 ‘용암84’ 그 자체. 기안84는 “기대하는 게 많을 때 화가 많아진다”는 온화한 상담에 고민과 걱정, 불안들을 털어놓으며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하루를 예고한다. 기안84의 번아웃 상담은 24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된다.
  • “번아웃 증후군” 고백한 기안84…진단 결과 ‘화병’

    “번아웃 증후군” 고백한 기안84…진단 결과 ‘화병’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며 한의원을 찾아 진단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의 번아웃 탈출기가 전파를 탄다. 공개된 예고에 따르면 기안84는 "개인전을 마친 뒤 번아웃 증후군이 왔다"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그냥 앉아서 10시간씩 보낸다"고 털어놨다. 그는 레몬 원액 디톡스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 채운 식단 섭취 등에 나서며 일상의 활력을 되찾으려 해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기안84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사와 만난 그는 "울화가 치미는 것 같은데 화를 못 낸다"며 "즐거워서 시작한 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힘들어진다"고 속내를 밝혔다. 한의사는 기안84에게 화병 진단을 내렸다. 한의사가 "기대하는 게 많을 때 화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상담을 시작하자, 기안84는 자신의 고민과 걱정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상담 이후 진행된 침 치료가 고통스러웠는지 기안84는 "이제 다 나은 것 같다"고 빨리 한의원을 떠나려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한편 기안84는 지난 3~4월 서울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기안84 제1회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개인전으로 벌어들인 수익 8700만원을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 “회사는 날 정말 힘들게 해” 美 ‘대퇴직’ 시대상 다룬 비욘세 노래 화제

    “회사는 날 정말 힘들게 해” 美 ‘대퇴직’ 시대상 다룬 비욘세 노래 화제

    팝스타 비욘세가 미국의 ‘대퇴직’(Great Resignation) 시대상을 담은 신곡을 발매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비욘세의 최신 싱글 ‘브레이크 마이 솔’(Break My Soul)은 퇴사를 했거나 이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온라인에서 ‘대퇴직을 위한 송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래는 ‘방금 직장을 때려치웠어. 회사는 날 정말 힘들게 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라는 가사를 담았다. 노래 출시 이후 온라인에는 ”비욘세가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비욘세 말대로 사직 이메일을 보냈다“, ”근무 시작 1시간 만에 왜 비욘세가 일을 그만두라고 했는지 알겠다“는 글이 게재됐다. CNN은 ”비욘세 노래는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피로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담았다“며 ”승진 등 직장 경력에 목을 매는 문화를 걷어차 버리려는 사람들이 비욘세의 메시지에 동조했다“고 보도했다. 노동 경제학자 닉 벙커는 ”비욘세 신곡은 퇴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함께 현재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퇴직‘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한 현상이다. 미국에서 구직자보다 기업의 구인 건수가 훨씬 많아지면서 직장을 옮기기가 쉬워지자 퇴직자들이 크게 늘었다. 근로자들의 번아웃, 재택·원격 근무 확산 등 노동 환경 변화, 시간당 임금 상승 등도 퇴사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 BTS처럼 한 템포 쉬는 청년들… 휴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다[청춘기록]

    BTS처럼 한 템포 쉬는 청년들… 휴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다[청춘기록]

    생존 경쟁이 치열한 우리 사회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쉼표 선언’은 자칫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BTS는 더 단단한 팀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 템포 쉬는 결단을 내렸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만이 성공의 방정식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 셈이다.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자신을 한계로 몰아넣는 청년에게도 휴식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휴식을 경험하고 타인에게도 쉼을 권하는 이들을 만나 봤다. ●지친 마음 자연에서 대화로 치유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우승연(28)·승민(25) 자매는 각각 2019년과 지난해 고향인 경북 경산으로 돌아왔다.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이들은 다시 찾은 고향에서 자연이 주는 자유로움에 푹 빠졌다. 부친도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머무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이들은 체험형 농장과 대화 공동체가 결합한 형태의 치유농업공동체를 기획했다. 자연에서 대화로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흙 ‘토’에 말씀 ‘담’의 한자를 이용해 ‘토담토담’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들은 참가자를 모집해 봄에는 땅을 갈고 모종을 심으며 가을에는 작물을 수확했다. 어느 날은 대추밭에서 참가자들과 요가를 했다. 농사일이 끝나면 함께 밥을 짓고 삶과 휴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승연씨는 “더이상 시간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면서 “자연의 리듬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나의 생활 리듬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선 사람이 중심이 된다”면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했다. 농사일은 참가자에게도 잠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승연씨는 “밭에서 일하다 보면 오로지 지금 나의 행동에만 정신을 집중하게 되고 잡생각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승민씨는 “무조건 늘어져 쉬는 게 아니다”라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땀 흘리며 노동의 가치를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두 자매는 앞으로도 이곳을 찾는 사람과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승민씨는 “모두가 대학 졸업과 취업 준비, 직장 생활을 거치며 아득바득 살아간다”면서 “그것만이 길이 아니고 다른 방식의 삶도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번아웃 이후 온전한 휴식 경북 경주에서 한옥스테이 ‘오소한옥’을 운영하는 양자운(26)씨는 뭐든 천천히, 꼼꼼히 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부터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아버지와 갈등이 잦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치열한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양씨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졌고 몸도 나빠져 쓰러지기도 했다. 2017년 가족이 있는 경주로 다시 돌아간 이유다. 양씨 가족은 경주에 한옥을 짓고 양씨에게 운영을 맡겼다. 양씨는 “이곳은 남산에 둘러싸인 한적한 동네”라며 “여기라면 온전한 휴식이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점차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익혀 갔다. 타인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손님의 성향에 맞는 보살핌을 제공했다. 양씨는 “너무 적극적이지도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은 적정한 선에서 손님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적막한 자연 속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손님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대청마루에 앉아 보라’고 권유한다고 했다. 양씨는 “너무 빨리 달리다 보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잊을 때가 있다”면서 “잠시 멈췄을 때 비로소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 마음속 공허함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영업맨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지역을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도원우(31)씨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보험 회사에서 영업맨으로 살다가 대학 동기, 선후배와 의기투합해 팀 리플레이스를 꾸렸다. 이 팀은 2018년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고 지역의 유휴공간을 기반으로 휴식과 여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씨는 “회사의 목적과 시스템상에서 제 자신이 소비되는 느낌이었다”면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프로젝트는 문경의 고택 화수헌을 카페로 개조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후 문경 여행패키지, 산양면 살아 보기, 시골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확장했다. 단순히 관광객에게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에 녹아드는 경험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90년대생 다섯 명으로 시작한 팀 리플레이스는 벌써 직원 수만 10명이 넘는다. 상생의 길을 모색 중이라는 도씨는 “예전에는 어르신이 여가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이 전무했다”면서 “이곳에서 열리는 시 낭송회, 국악공연 등 행사가 지역 사회 어르신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했다. 안세현(통계학과 4학년) 이서현(사회학과 3학년) 성대신문 기자
  • ‘번아웃’ BTS, 흩어진다

    ‘번아웃’ BTS, 흩어진다

    세계적인 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그룹’으로서는 일단 멈춰 선다. BTS는 지난 14일 밤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공개한 ‘찐 방탄 회식’ 영상에서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BTS가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1시간짜리 영상에서 BTS는 7명 각자 좋아하는 술을 마시는 등 회식을 하며 지난 9년간의 고민을 털어놓다가 향후 개인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해체는 아니지만 당분간 전 멤버가 함께하는 무대는 쉬겠다고 했다. 팀 활동에 매몰돼 미처 돌아보지 못한 ‘개인의 성장’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다시 뭉치는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리더 RM은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공개는 데뷔 9주년 이튿날 이뤄졌는데, 한나절 만에 조회수 1000만뷰를 넘어섰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도 이날 “방탄소년단은 팀 해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번아웃’ BTS, 흩어진다

    ‘번아웃’ BTS, 흩어진다

    세계적인 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그룹’으로서는 일단 멈춰 선다. BTS는 지난 14일 밤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공개한 ‘찐 방탄 회식’ 영상(사진)에서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BTS가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 방문 이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1시간짜리 영상에서 BTS는 7명 각자 좋아하는 술을 마시는 등 회식을 하며 지난 9년간의 고민을 털어놓다가 향후 개인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해체는 아니지만 당분간 전 멤버가 함께하는 무대는 쉬겠다고 했다. 팀 활동에 매몰돼 미처 돌아보지 못한 ‘개인의 성장’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다시 뭉치는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리더 RM은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공개는 데뷔 9주년 이튿날 이뤄졌는데, 한나절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어섰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며 “멤버 각자 다양한 활동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향후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직장인들의 미소 찾기…서울 강서구, 마음건강 프로젝트 추진

    직장인들의 미소 찾기…서울 강서구, 마음건강 프로젝트 추진

    서울 강서구는 2040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마음건강검진 ‘2040 직장인 스마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코로나19 이후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청년 직장인들의 우울감, 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날 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쌓인 직장인들의 우울, 불안, 피로 등 심리적 후유증이 여전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이 27.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20대가 17.3%로 뒤를 이었다. 청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특히 관내에는 LG사이언스파크 등 기업들이 마곡지구에 들어서면서 20~40대 직장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구는 강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스마일 프로젝트’를 추진해 2040세대 직장인들의 마음건강검진과 맞춤형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스마일 프로젝트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완화 ▲‘마’음안정 ▲‘일’상 회복을 목표로 마음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근무지에 전문 상담가가 직접 찾아가 정신건강 검사지와 자율신경계 검사기기(HRV)를 활용해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한다. 검진 결과에 따라 마음 처방전 키트 제공, 상담 연계, 치료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과 번아웃 증후군 예방 등 정신건강 증진 교육도 진행해 2040세대 직장인들의 마음건강 회복을 돕는다. 구는 이번 ‘스마일 프로젝트’ 1호 대상지로 관내에 소재한 LG사이언스파크를 선정했다. 지난 19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구는 오는 6월부터 LG사이언스파크에 근무하는 2040세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마음건강검진을 진행하며, 사업 대상을 소규모 기업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 기업은 ‘정신건강 친화 기업’으로 인증할 계획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이번 스마일 프로젝트가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자존감을 향상시켜 활력 있는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공동체에복종” 현대경영모델 나치식이네요

    “공동체에복종” 현대경영모델 나치식이네요

    현대 사회에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가정, 개인의 사생활까지 관리와 경영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 익숙한 일이다. 노동의 조직화나 인력 지도·관리를 의미하는 매니지먼트는 당연하고 중립적인 도구로 쓰인다. 어린이를 돌보는 병원과 무기를 만드는 공장이 같은 조직 논리로 운영되고, 공산주의 국가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든 매니지먼트는 과학처럼 받아들여진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 현대사 교수 요한 샤푸토는 ‘복종할 자유’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매니지먼트를 들여다보기 위해 나치 독일을 소환한다. 나치 문화사와 현대 정치를 연구해 온 저자는 “나치 독일은 매니지먼트 및 모더니티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흥미로운 전망대”라고 말한다.나치는 행정과 경제 분야에서 노동 조직화와 업무 분배, 제도 조직화를 계속 연구했다. 나치 독일의 매니지먼트를 보여 주는 핵심 인물은 라인하르트 혼이라는 학자다. 2000년 96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천재적인 이론가로 불린 그는 사실 나치 친위대 산하 보안대의 장군이었다. 나치의 고위 책임자였음에도 해외 도피나 신분 세탁 없이 1945년 이후 비권위주의적 매니지먼트 이론가로 변신한다. 1950년대 경제 부흥을 중시한 독일에서 효율적 경영 방식을 보급하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이 등장하며 그는 최고의 교육자로 거듭났다. 1956~1972년 사이 혼과 그의 팀원들이 양성한 기업 간부만 20만명, 혼이 세상을 떠난 이후까지 치면 50만명에 달했다. 그가 만들어 낸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자유로운 복종’이다. 혼은 독일이 다른 민족을 정복해야 하는 이유, 개인이 공동체에 헌신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어 냈다. 그는 “개인은 공동체에 복종하고 공동체의 수족이 될 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은 공동체의 살점이고 뼈이기에, 공동체와 하나가 된다는 사실로 존재의 이유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 아래 구성원들은 대규모 전쟁을 치르기 위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해야 했다. 그렇다면 나치 독일같은 전체주의 국가와 현대 기업을 관통하는 매니지먼트 모델은 무엇일까. 저자는 ‘권한 위임을 통한 관리’라고 본다. ‘바트 하르츠부르크’라 불리는 이 방식은 관리직인 중간 간부급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준다. 그러나 여기서 자유는 복종할 자유, 즉 지도부가 부과한 목표를 실현하는 자유를 가리킨다. 수행자에게 놓인 유일한 자유는 목표가 아닌 수단을 선택하는 데 있다. 복종할 자유라는 모순적 명령의 결과는 착취다. 샤푸토 교수는 “직원들은 노동에서 소외되고 이는 사회심리학적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비판한다. 신체적·정신적 탈진, 불안장애, 번아웃, 그리고 보어아웃(지루함과 단조로운 업무 탓에 겪는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진다. 나치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독일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어 조국의 영광을 찾으려 한 이론가의 생각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일하다 사망한 한국의 수많은 노동자들도 지시받은 일을 어떻게든 해내려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사업주는 직접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탁월한 기계인 우리 인간은 스포츠 센터에서 신체를 강철처럼 튼튼하게 단련해야 하는가. 우리는 싸워야 하고 전사가 돼야 하는가. 우리의 삶을, 사랑을, 감정을 ‘관리’함으로써 경제 전쟁에서 승리라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가.” 저자의 질문은 우리가 당연시해 온 생각과 태도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혜성, 전현무와 결별 뒤 첫 근황…“이상형은 배울 점 있는 사람”

    이혜성, 전현무와 결별 뒤 첫 근황…“이상형은 배울 점 있는 사람”

    방송인 이혜성이 전현무와 결별한 뒤 처음으로 근황과 심경을 전했다. 이혜성은 최근 유튜브 채널 ‘혜성이’에 ‘이혜성 첫 Q&A(아나운서, 피부관리, 빵집개업, 사교육, 번아웃방지팁 등등)’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혜성은 이날 구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사람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또 무기력함을 이겨 내는 방법에 대해선 “극한의 것들을 해낸다. 신체적인 한계를 시험해본다. 해낸 뒤엔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2016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혜성은 2020년 5월부터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KBS 출신 선배인 전현무와 교제 중인 사실을 인정했으나, 지난 22일 소속사 SM C&C는 두 사람의 결별 소식을 알렸다. 연예계 대표적 ‘빵순이’로 유명한 이혜성은 빵을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선 “빵을 조금씩 먹으려고 하고 많이 먹은 날에는 식사를 거르거나 1만보 정도 걷는다”고 답했다. 효과 좋았던 다이어트 질문에는 “무게 진짜 많이 치는 웨이트”라고 답하면서 “한창 폭식으로 힘들었을 때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다. 20㎞씩 달리고 그랬는데, 순간적으로 빠졌다가 요요가 심했다. 웨이트는 식욕도 감퇴하고 실제로 칼로리도 어마어마하게 탄다”고 밝혔다.
  • 하루 6만 폭증에도 방역완화 띄운 정부… 현장선 “집단면역 바라나”

    하루 6만 폭증에도 방역완화 띄운 정부… 현장선 “집단면역 바라나”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섰다.” 다음달 하루 최대 27만명의 확진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상회복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잡는 초기 단계인 만큼 상황이 안정되면 일상회복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상회복 전이라도 유행이 안정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계속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는 오미크론 대응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 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 유행은 단기적으로는 위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한 번은 거쳐야 할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중증과 사망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체계를 보존하면서 유행을 잘 넘긴다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각심을 떨어뜨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중환자 대비 등 구체적인 보완책을 먼저 내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움직임을 보면 자연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중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 점검해야 하는데, 정부는 남은 병상이 몇 개인지만 확인하고 있다”며 “인력·장비 부족으로 가동되지 않는 허수가 많다면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낙관적 언급은 재택치료 중이던 생후 7개월 영아와 50대 확진자가 숨지는 등 비극적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뒤 더 자주 나오고 있다. 국민의 불안을 희망적 메시지로 덮으려는 모양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해 “당연한 현상이라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가 불안에 대한 공감은커녕 현장 상황과도 동떨어진 메시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장에선 재택치료자가 50만명에 육박해 의료기관과의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고, 고위험군인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코로나19 응급환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경기 용인시 기흥보건소 소속 30대 여성 공무원이 과로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현장 인력의 ‘번아웃’ 문제가 심각하다. 인근 병원들이 영아 확진자 수용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박 반장은 “응급실에 코로나19 환자 격리 병상이 있더라도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경우 아이가 숨을 못 쉬고 청색증까지 보여 소생술이 불가하다는 의료기관이 몇 군데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서 이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불안 요인이다. 정부는 소아 우선배정 병상을 확보하고 코로나19 확진 임신부용 병상을 현재 82개에서 이달 2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기초역학조사에서 파악된 임신부 확진자는 지난 15일까지 595명이다.
  • 스페인·벨기에 등 ‘주4일제 실험’… 생산성·삶의 질, 두 토끼 잡을까

    세계 주요국들이 주4.5일제를 넘어 주4일제 시범 도입에 나선 가운데 ‘생산성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벨기에는 주4일 근무(38시간)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시장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하루 최대 9시간 30분까지 근무해 주당 근무시간을 채울 수 있다. 기업가 출신인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더 탄력적으로 일하고 사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4일근무제는 앞서 2015년 아이슬란드가 세계 최초로 시범 도입한 이래 스페인, 핀란드, 일본, 뉴질랜드, 미국 일부 주와 유니레버 등 다국적 기업들 위주로 시범실시 또는 시행 중이다. 영국은 30개 기업이 오는 6월부터 연말까지 시범 운영한 뒤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임금 삭감 없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는 중간 평가들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아이슬란드 지속가능민주주의협회(Alda)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아이슬란드 노동인구의 1.5%인 2500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근로현장의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고, 노동자의 스트레스·번아웃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 케임브리지·옥스퍼드대 연구진 역시 오는 6월부터 12월까지 주4일근무제가 생산성·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매년 직원 병가 비용으로 수십억 파운드를 부담하는 영국으로서는 휴식·재충전으로 인한 비용 절감 측면이 생산성에 미칠 악영향을 능가한다는 판단이다. 노사가 서로 주장하는 생산성 하락, 임금 삭감, 노동시장 양극화는 정부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아, 패션기업 데시구엘은 주4일근무제로 주당 근무시간이 20% 줄어든 대신 급여가 각각 16%, 6.5% 깎였는데 삭감 차액분은 정부 지원금으로 벌충하고 있다.
  • 클로이 김 “평창 금메달, 쓰레기통에서 꺼냈어요”

    클로이 김 “평창 금메달, 쓰레기통에서 꺼냈어요”

    극심한 스트레스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버린 적이 있다고 했던 ‘보드 천재’ 클로이 김(22·미국)이 “쓰레기통에 버렸던 메달은 물론 다시 꺼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은 6일(한국시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정보 제공 사이트인 ‘마이 인포’에 실린 인터뷰에서 쓰레기통에 버린 메달에 대한 질문에 “다시 쓰레기통에서 꺼내왔다”고 답했다. 평창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김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메달을 부모님 집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혔다. 클로이 김은 이날도 관련 질문을 받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이후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어디서나 사람들이 알아보고, 심지어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사생활 침해가 제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인생에서 배움의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풀이 대상이 메달이 됐던 셈”이라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다시 꺼내서 보관 중”이라고 말한 뒤 웃었다. 클로이 김은 평창 대회 이후 프린스턴대에 진학했고, 2019년부터 잠시 선수 생활을 중단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는 “올림픽 이후 번아웃 증상이 있었다”고 고백한 뒤 “1년 정도 학업에 전념하고 돌아왔는데 내게 커다란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10대 중반 성인무대 등장과 동시에 모든 대회의 메달을 휩쓸었던 클로이 김은 “사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유년 시절을 희생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친구들이 학교에 가고, 파티에 갈 때 나는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를 위해 연습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의 삶이 어떤지,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다”면서 선수 생활을 잠시 접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클로이 김은 “오래 기다려온 올림픽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서 “국가대표로 두 번째 올림픽에 나오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클로이 김이 출전하는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열린다.
  • “부모도 무서운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부모들을 위한 공감과 응원의 책들

    “부모도 무서운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부모들을 위한 공감과 응원의 책들

    착하고 얌전한 줄 알았던 아이의 눈빛이 돌변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부모의 혼란도 사춘기를 맞은 자녀 못지 않다. 게다가 아이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당황하고 고통스러운 부모들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기 마련. 국내외 전문가들이 부모와 사춘기 자녀가 좀더 가까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을 잇따라 냈다.●엄마도 좀! 살자-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의 아우성 -김민주 지음/지성사/240쪽/1만 8000원 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하고 20여년간 피아노를 가르쳤던 저자가 큰아들의 사춘기를 겪으며 아파하고 극복했던 경험을 풀어냈다. 통제불가의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조차 없어 저자는 직접 아동학을 공부하고 부모교육상담사, 심리상담사, 분노조절상담사 자격증도 따며 공부했다. 이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힘든 사춘기맘 마음세움연구소’를 세우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들의 모임(사미모)’ 카페를 만들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마음 터놓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은 ‘알아야 산다’, ‘변해야 산다’, ‘받아들여야 산다’, ‘성장해야 산다’ 등 네 가지 장으로 이어진다. 아이의 행동을 알지 못해 눈물 흘렸던 경험담을 녹여 아이의 문제 행동을 이해하고, 남편과 똘똘 뭉쳐 해결할 것을 당부하는것부터 아이를 바꾸려 하기 보다는 부모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기를 당부하는 조언이 담겼다. 특히 아이가 누구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만큼 부모는 아이가 돌아오기를 끈기있게 기다리도록 강조한다. 특히 ‘아이들이 변하려고 마음먹는 때’를 ‘진정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충분히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라고 말하며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인 기다림을 통해 아이를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사춘기는 부모도처음이라 -쑨징 지음/이에스더 옮김/프롬북스/344쪽/1만 6000원 중국의 국가2급 심리상담사이자 심리건강교육 고급지도사로 20여년간 청소년 심리지도 및 가정교육지도, 교사전문훈련 등을 해온 저자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심리 코칭 지식과 노하우를 전한다.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심리상담을 해온 그가 직접 만났던 아이들 16명의 사례를 통해 각자 다른 사연과 문제 속에서도 교사와 부모의 도움을 받아 결국 자신을 찾고 사랑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특히 심리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성장과정에서 쌓였던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와 심리적, 행동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착한 아이, 얌전한 아이였던 아이들이 사춘기에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아이여도 유년기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어 점점 악화되고 사춘기에는 정점에 다다라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정도로 된 아이들을 상담으로 이끌었던 이야기를 그려냈다.●예민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일레인 아론 지음/김진주 옮김/청림Life/288쪽/1만 5000원 비단 사춘기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부모는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특히 유독 육아를 힘들어하는 부모들도 있다. 책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2017) 등으로 타고난 기질로서의 민감성을 처음 발견하고 예민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꾼 저자가 이번에는 예민한 부모들에 대해 들여다 봤다. 예민한 부모는 시각과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들을 항상 곤두세우고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아주 사소한 차이까지 발견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저자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예민한 부모가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한다. 우선 자신이 예민한 부모인지를 먼저 알아채는 것도 중요하다. 매 순간 ‘나는 좋은 부모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은 충분히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응원하며 먼저 부모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서 그 길을 안내한다.
  • 폭락장에 가정불화·직장문제… ‘투자우울증’ 치료법은

    폭락장에 가정불화·직장문제… ‘투자우울증’ 치료법은

    “최고의 우량주는 자기 자신이니까 본업과 일상에 집중하세요.” 투자실패로 공황장애·우울증을 경험했던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41)씨는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한 ‘투자 우울증’ 환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한 때 전재산을 주식에 넣고 3억원이 넘게 손실을 봤던 그는 다니던 병원에서 해고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후 모든 투자를 끊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려주식시오’라는 책을 냈던 박종석씨는 “주식 폭락이 가정불화와 직장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폭락장에서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주식앱을 지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물타기도, 손절도 안되고 그냥 기다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 잃었다고 가족에게 짜증내고 거짓말하고 그러다가는 불행해진다. 저도 (주식에) 물렸기 때문에 이 분들의 아픔을 절절히 공감할 수 있다”라며 주식으로 본 손해를 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해 만회하려는 이들에게 “폭락의 2연타다. 한 달만 모든 것을 잊고 오직 본업에 충실하고 추가 재난을 막으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식 중독에 빠진 이들은 대부분 번아웃과 우울증을 함께 겪는다. 현재 자신의 멘탈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투자에 집착하는 인지부조화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행동 조절이 전혀 안 되고 패닉에 빠진다는 점에서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는 스트레스로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진 상태라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충동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면 돌아오는 것은 손실 뿐이다. 전문가들은 손실을 봤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쉰다고 생각하며 미래 계획을 차근히 세우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거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 방역 최전방의 컵라면, 누군가는 당신을 위해 끼니를 때운다

    방역 최전방의 컵라면, 누군가는 당신을 위해 끼니를 때운다

    일상에 균열이 생겨도, 예기치 못한 일로 무너져 내려도 먹어야 삽니다. 시간이 지나 눈물 속에 먹던 음식이 ‘솔푸드’로 기억되기를, 살기 위해 억지로 먹은 밥이 일상을 되찾는 먼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밥심으로 삽니다. 서울신문 사건팀이 밥심의 현장을 찾아 응원합니다. 가장 먼저 새해가 오는 줄도 잊은 채 끝 모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던 중인 세밑의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 갔습니다.●야근·조근 반복… 업무 끝이 안 보여 지난달 29일 겨울이라 더 춥고 캄캄한 오전 5시 50분. 노원구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김신재(38)씨는 집을 나섰다. 전날 밤 11시가 넘어 퇴근했던 그는 오전 6시 50분쯤 보건소 건물 지하1층에 꾸려진 자가격리 관리팀에 돌아왔다. 공식적인 업무시작 시간은 오전 9시이지만 야근과 조근을 끝없이 반복해도 도무지 일을 끝낼 수가 없다. 지난 11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데 이어 지난달 17일엔 병원과 생활치료센터가 담당하던 코로나 무증상·경증 재택치료자 관리 업무가 보건소로 이관돼서다. 이후 보건소 역학조사반이 노원구에서 발생한 모든 자가격리대상자 명단을 엑셀 문서로 보내오면 1대1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배정하는 일이 김씨의 업무가 됐다. 격리대상자의 이름과 주소뿐 아니라 확진자와 함께 사는 가족 연락처 등 특이사항을 전달해야 하지만 누락된 정보가 많다 보니 밀접 접촉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정보를 완성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새벽부터 출근한 이날도 오후 2시가 돼서야 밀린 일이 끝났다.먹는 모습 취재하겠다는 기자를 옆에 두고도 김씨는 이날 결국 점심을 걸렀다. 그의 책상 옆엔 생수병 한 통이 놓여 있었지만 오전 내내 분주했던 그는 일을 마친 뒤에야 물 한 모금으로 점심을 끝냈다. 김씨는 “원래 제가 30~40명의 정보만 정리하면 됐는데 요즘에는 그 10배의 정보를 관리한다”면서 “인원 충원이 없어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인데 동료와 밥 한 끼 마음 놓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김씨와 함께 일하던 10명 중 절반이 격무에 시달리다 휴직을 하거나 전출을 갔다. 모두 손을 내젓는 이곳을 2020년 8월 상계1동 주민센터에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간호사로 일하다 잠깐 파견으로 알고 왔던 김씨가 18개월째 지키고 있다. 정해진 행정업무 외에 대뜸 찾아와 소리를 지르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까지 오롯이 김씨가 맡는다. 그를 버티게 하는 동력은 책임감, 그리고 헌신하겠다는 사명감이다. 김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어머니의 암 투병 소식을 들었을 때 지원비 안내를 해 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노원구 보건소였다”면서 “나랏일에 손 보탤 수 있고 지금의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곁을 함께하기에 지금을 견딜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나마 컵라면으로 버틴다 같은 날 정유지(42) 노원구 보건소 역학조사반 계장은 5층 사무실 한쪽에서 직원 몇 명과 함께 도시락을 배달시켰다. 밥 먹는 시간이라도 아껴 보고자 그리고 업무상 방역을 더 철저하게 하기에 코로나19 이후 도시락 점심이 부쩍 늘었다. 흰 쌀밥에 소불고기, 미역국이 담긴 점심 도시락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씨는 “일이 너무 몰릴 땐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어 컵라면으로 때우거나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끝낸다”며 모처럼의 호사에 즐거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체육관으로 쓰던 정씨의 일터는 책상 4개가 놓인 임시사무실이 됐다. 지금은 3개 팀의 직원 60명이 함께 일하는 거대한 사무공간이 됐다. 체육관이 보건소로 바뀌었듯이 2007년 간호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립서북병원과 노원구 보건소에서 번갈아 가며 일하던 정씨의 안온한 일상도 사라졌다. 업무시간 동안은 초긴장 상태다. 정씨가 속한 역학조사반은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동선을 재구성하는데 동선이 잘 파악되지 않으면 카드 결제내역 등을 토대로 추적하는 일을 한다. 온종일 확진자와 통화하며 그들의 진술에 의존해 코로나19 기초역학조사서를 작성한다. 기초역학조사서에 성명과 주소,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호흡기 증상 유무, 추정 감염경로, 집단시설 이용력, 가족(동거인) 및 집단시설 접촉자, 재택치료 의향까지 빼곡하게 기록해야 한다. 역학조사반의 전화는 가뜩이나 아프고 불안한 확진자에게 반가운 연락이 아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분노를 터뜨리는 시민이 허다하다. 한편으로 확진된 뒤 방역 당국으로부터 받는 첫 통화이니 확진자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가족과의 격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역학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선을 제대로 기억 못하면 처벌받는지까지 끝없는 질문에 답하고 주의사항을 안내한 뒤에야 기초역학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물을 수 있다. 통화는 마냥 길어진다. 다 같이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던 정씨는 구두로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도 줄여 보고자 직원과 함께 온라인 설문조사 양식을 만들어 확진자에게 통보 문자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덕분에 이전보다 수기로 일일이 기입하는 양은 많이 줄었지만 설문을 다시 정리하는 일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정씨는 “질병관리청에서 개인정보를 확진자 스스로 기입하면 자동으로 시스템에 등록되는 앱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코로나19 사태라는 게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쫓아가는 것일 뿐 애초에 빈틈없이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모두가 처음 맞는 이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인내하며 최대한 맞춰 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일터를 떠나 집에 도착해도 정씨에겐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아이를 돌보고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이를 재운 뒤엔 또다시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한다. 일과 삶의 균형은 깨졌다. 정씨는 “한 달에 주말이 8일이면 이 중 6일은 출근을 한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엔 취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일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어느새 일상이 된 도시락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집에 계셔야 하고요. 집에는 대중교통 이용하시면 안 되고 걸어가거나 택시 타고 가세요.”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구정희(43)씨는 이날 오전 9시쯤 보건소 1층 천막 아래 차린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에게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었다. 구씨가 일하는 선별진료소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해외입국자, 자가격리해제자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군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 곳이다. 감염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곳이기에 긴장감이 더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엔 이곳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기간제 공무원이 감염되면서 함께 일하던 기간제 공무원 전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2주 자가격리에 들어간 적도 있다. 이날 역시 노원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집단 확진 사례가 나와 이곳에 다니는 보육교사와 어린이들이 검사를 받고자 계속 방문했다. 검사를 받기 한참 전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불안해하는 어린이들에게 “많이 아프지 않다”고 안심시키는 일부터 “검사를 안 받으면 안 된다”고 어르는 일을 구씨가 반복하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겨울바람이 매서운 야외에서 일하던 구씨는 정오가 돼서야 보건소 5층 휴게실에서 밥술을 떴다. 그는 집에서 싸 온 샐러드에 인스턴트 콘수프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곁들였다. 부실해 보이는 식사를 앞에 놓고 구씨는 “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돼서 샐러드나 과일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했다. 그의 도시락은 예비 고3을 둔 엄마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 같아 보였다. 구씨는 “(확진자 검사를 하는 일이) 처음에는 저도 불안했고 가족도 많이 걱정했는데 이제 무뎌졌다”면서 “오히려 제가 수시로 검사를 자주 받으니까 가족이 안심하기도 한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딸을 위해 집에 동나지 않게 하는 과일과 샐러드를 일터로 싸 와 10대 딸과 같은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던 구씨는 “공부에 열중하는 딸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제가 (집에 있느니) 밖에서 일하는 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 [오늘마음읽기]마음 에너지가 제로(0)가 돼버린 당신에게

    [오늘마음읽기]마음 에너지가 제로(0)가 돼버린 당신에게

    <18회>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사용한 마음 에너지 회복 못 할 때 ‘번아웃 증후군’일, 놀이, 사랑이 균형 갖춰야 정서 에너지 회복행복함을 찾으려면 스트레스 줄이는 것만큼즐거움을 얻기 위한 치열한 노력도 병행 필요#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열 여덟 번째 회에서는 마음이 지쳐 어떤 일을 해도 행복함을 느끼기 어려운 우리가 어떻게 하면 회복력을 다시 키울 수 있는지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알려드립니다. 꽤 오랜 기간 진료를 오는 직장인 여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혹한 직장 상사와 결혼 후 달라진 남편 탓에 스트레스가 뚜렷했고, 우울한 기분과 불면으로 힘겨워했습니다. 그래도 치료를 지속하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직장과 집에서 서로 기대치를 조절하면서 점점 나아졌습니다. 약물치료도 이제는 최소한으로 줄었습니다. 저는 그 약도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보지만, 자신이 다시 나빠질까 염려된다고 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약을 끊자고 하는데 환자는 약을 먹기 원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문득 제가 뭘 놓치는 건 아닐까 싶어 다시금 그분의 일상생활을 찬찬히 확인해 봅니다.“저도 왜 힘겨운지 모르겠어요. 직장도 역할을 인정받으며 잘 다니고 있고 집에서도 남편과 잘 지내요. 환경적으로 나를 힘들게 할 만한 요소는 정말 없어요. 오히려 주변에서는 저보고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부러워할 정도에요. 그런데도 속으로 너무 힘겨워요. 아니 정확하게는 행복하지 않다는 게 맞겠네요. 불행하지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아요.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직장이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는 다른 건 하고 싶지도 않아요. 억지로 운동도 해보려 하고 취미도 배워보려 했지만, 더 피곤한 것만 같아 금세 그만뒀어요.”아차 싶었습니다. 그간 저는 괴로워하는 마음 증상에만 신경을 썼지, 삶의 즐거움과 행복, 의미를 찾는 긍정적인 부분은 놓치고 있었던 셈입니다. 몸이 아플 때 병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건강한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듯, 정신건강에서도 마음의 증상을 조절하며 동시에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감당할 수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번아웃 올 수 있어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습니다. ‘정서적 소진’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요. 직업 생활이나 대인관계 등에서 너무 많은 일에 치이게 되면 우리가 얻는 에너지보다 쓰는 에너지가 너무 많기에 결국 정서적으로 고갈돼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평소 잘하던 일도 흥미가 떨어지고 능률도 오르지 않고 피곤함을 자꾸 느끼면서 자포자기로 넘어갑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우리가 여러 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업무량이 쌓였을 때도 발생하지만,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의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회복하는 정서적 에너지가 부족할 때 생길 수 있죠. 즉, 번아웃 증후군은 ‘사용하는 정서적 에너지 - 회복하는 정서적 에너지 > 0’일 때 발생하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사연 속 여성은 회복하는 정서적 에너지가 너무 적어 발생하는 번아웃 증후군에 가깝습니다. 사회적으로 회복하는 정서적 에너지는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요?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를 정립한 정신분석가 ‘에릭 에릭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풍요롭고 충만한 삶은 일(Work), 놀이(Play), 사랑(Love) 이 세 가지가 내적으로 균형을 갖출 때 이루어진다.”이 문구를 인용해서 과거 한 유명한 핸드폰 회사에서는 ”Talk, Play, Love“라는 공고 문구를 만들기도 했죠. 우리는 일, 놀이, 사랑을 위해 정서적인 에너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정서적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사연 속 여성은 각 영역에서 이전보다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었지만, 회복하는 에너지는 이보다 더 줄어들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인생이 행복하지 않고 허무할 수밖에요. 결국 우리는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스트레스를 줄여가는 것만큼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잘 놀고, 사랑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일(Work)을 자세히 볼까요? 우리가 일에서 얻는 에너지는 이 일을 했을 때 얻는 보람과 가치, 의미에서 옵니다. 일이 그저 밥벌이가 돼버리면 우리가 일하는 시간과 노력은 그저 에너지를 소모하는 노동일뿐입니다. 일이 고되더라도 경제적 가치와는 별도로 나를 위한 의미와 자기개발을 조금이라도 찾아내야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일로 인한 괴로움은 일로 인한 보람보다 대부분 큽니다.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니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의 가치는 일로 인한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중요한 건 놀이(Play)와 사랑(Love)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취미활동과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Love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을 의미하기보다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Play와 Love를 두고 흔히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일과 달리 취미와 관계는 내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막상 내가 좋아하던 활동을 다시 했을 때 재미가 없고, 가까웠던 사람과 만나도 즐겁지 않으면 이런 행동이 더는 Play와 Love가 아니라고 단정 짓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그러고는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물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이 필요하듯 우리는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Play와 Love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귀찮다는 이유로, 유치하다는 이유로, 해봐도 재미없다는 이유로 이전에 즐기던 소소한 취미와 관계를 회피하고 계시는 않으신가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더라도 초반의 지루한 부분을 넘어서야 밤을 새우며 보게 됩니다. 예전에 즐겨 듣던 뮤지션의 음악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다시 흥얼거리게 됩니다. 운동도 초반의 지루한 동작이 몸에 익어야 그때부터 욕심이 생깁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죠. 초반에는 서먹서먹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모르던 사이도 시간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공유하는 것도 많아지면서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해 갑니다. 연애도 초기에는 가슴 졸이며 줄다리기를 해야 사랑의 정이 쌓이는 법입니다. 모든 일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지금의 삶에 스트레스가 없더라도 우리는 삶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노력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2021년 연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하지만, 올 한해 Work, Play, Love를 돌아보고 내년을 위해 마음을 다잡아보면 어떨까요. 일에서는 실패보다는 성취를 점검하고 예전처럼 연말 분위기도 내고, 소소한 즐길 거리를 찾고, 가까운 이에게 손으로 쓴 카드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함께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했으면 합니다. 방역지침이 강화돼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족 등 가까운 이들과 소규모로 모이기에는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한해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좋아했던 공연을 혼자라도 즐기고, 작은 규모의 파티를 나누며 그래도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함께 다독였으면 합니다.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이광민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우울이란 이름의 고통… 여성 내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울이란 이름의 고통… 여성 내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출판계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여성의 우울과 광기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와 화제다. 지난 4월 ‘여자라서 우울하다고?’(개마고원)가 출간된 데 이어 지난달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이 나왔다. 20년 전 번역됐다가 절판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도 지난달 독자 북펀딩으로 재출간됐을 정도로 ‘미친 여자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재부상) 이후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지던 여성의 우울을 사회적 맥락에서 다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는 진단한다. 두 저자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미괴오똑’의 저자 하미나 작가는 여성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활동가로 지내다 스스로와 20~30대 여성들의 우울증에 관한 연구로 과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자라서…’를 쓴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에서 성불평등하게 찾아오는 우울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미친 여자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각각 “2015년 ‘메갈리아 세대’가 나오며 등장한 여성 운동 덕으로 자기가 가진 고통과 광기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하 작가), “여성의 우울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던 뇌과학, 심리학 담론들에서 ‘정말 그런가’라는 다른 각도의 질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 교수)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정말 여자가 남자보다 더 우울한가요.이민아 실제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1.5~2배 많아요. 우울증으로 병원에 가는 사람만 따지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남성은 ‘강한 남성상’에 대한 규범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안 간다는 거죠. 그러나 병원 가는 사람들 외에 일반인들의 정신 건강을 연구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여성의 우울, 슬픔의 수준이 높아요. 그렇다면 우울증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왜 여성이 남성보다 좀더 슬픈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아봐야 하는 거죠.하미나 선생님과 우울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데요. 여성 우울증에 관한 해석은 사회학, 인류학, 과학기술학, 의학 등 엄청나게 많고 분과마다 접근법이 달라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울증 통계를 처음 냈을 때 전 세계 어디서도 연령과 상관없이 항상 여성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후 많은 연구들이 이를 설명하려고 했고, 사회적 측면에 주목하거나 여성 호르몬의 문제로 보는 경우도 있었죠. 저는 석사 논문을 쓸 때 우울증을 체크하는 자가검진 리스트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이 만들어진 과정에 집중했었는데요. 이들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항우울제가 만들어지던 역사와 같이 가더라고요.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체크 리스트가 필요한데 당시 피험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거예요. 저는 같은 우울이라고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게서 발현되는 양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우울증과 관련된 지식이 여성을 포섭하기 좋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고 있어요. 여자들 얘기를 듣다 보면 “우울인 줄 알았는데 분노였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장형윤(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선생님이 “분노가 내면을 향하는 것이 우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분노는 남성과 여성이 다 가지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가의 문제인 거죠. 한쪽은 자기를 파괴하는 방식, 우울하고 슬픈 방식으로 발현이 되고 한쪽은 폭력을 행사하잖아요. 여자들에게 “나랑 왜 안 자” 하면서. 이 동의해요. 우울증이라는 게 여성의 감정을 질병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우울도 많다는 거예요. 극복 가능한 것을 질병화하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약이나 기타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만약에 남성은 공격성이 많고, 여성은 자기 탓을 하면서 우울로 간다고 해버리면 남성과 여성이 가진 고통의 무게가 무화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남성과 여성이 사는 게 다 힘들다’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가’라는 측면에서 실재하는 고통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 맞아요. 실제로 책의 그 부분을 쓰면서 엄청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저는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게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고통의 무게가 무화된다고 하셨는데, 되게 동의하고 사실은 더 힘들다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끊임없이 누가 더 힘든지를 말하며 피해의 나열을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건 페미니즘의 역사 안에서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힘들었던 수렁 같은 부분이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들이 가진 주체적인 모습을 발견해 부각하고 싶었어요. 이 작가님과 제가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고민의 지점은 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 여자가 더 힘들어”에서 끝나면 안 되고 그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하는 거죠. -우울의 양상에 있어서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을까요. 하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을 믿어 주지 않는 사회 환경이 고통을 심화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20~30대 여성 우울증에 대해 썼잖아요. 이걸 얘기하려고 하면 꼭 “그럼 40대 여성은? 애 여러 명 낳고 전쟁 겪은 70대 여성 노인이 훨씬 고통스러운 거 아니야?”라는 문제가 걸려요. 왜 근데 ‘2030’ 여성이 더 죽을까, 더 힘들어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인터뷰했던 우용, 다빈이라는 분이 하는 얘기가 생존이 너무 급박할 때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고 산다는 거예요. 근데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나니 어렸을 때부터 쌓였던 고통이 갑자기 폭발하듯 나타났대요. 되게 아이러니하잖아요. 비슷하게 젊은 여성들의 우울을 보면서 세대가 누적된 문제라고 느끼거든요. 자기 딸에게 화를 풀어내는 ‘미친 엄마’와 그걸 온몸으로 받은 여자들, 이렇게 너무나 억울한 여자들의 연대가 쭉 이어지는 거예요. 젊은 여성들이 좀더 많은 자원을 가졌고, 여성의 고통을 사회화해서 볼 줄 알게 되면서 고통이 더 강하게 오는 거 아닐까요. 너무나 빨리 성장해 오는 바람에 애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던 여자들, 스스로를 돌볼 줄 몰랐던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는 여자들을 봤을 때 “네가 뭐가 아파?” 하게 됐던 거죠. 이 저는 약간 결이 다른데, 중장년층과 노인 여성들도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말할 기회가 없었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나라 역사는 빨리 근대화되면서 여성의 희생으로 성장한 사회나 마찬가지예요. 모성의 희생이 있어야 했고, 산업화 시절에는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공장 다니던 여성들이 있었죠. 근데 나이 들어서 발견한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이에요.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통제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남녀가 반반인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통제력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돈이든 스스로에 대한 권리든 말이죠. 청년 여성들도 굉장히 힘든 것이 이들에게는 경제활동을 하는 게 당연해서 애 낳아 기르는 어머니와는 다른 미래를 그리는 세대잖아요. 이러한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욕망이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한편 사회는 그것보다 느리게 변해요. 현실과 생각 간의 간극이 커져서 일종의 아노미 또는 정신적 긴장 상태가 될 수 있어요. 분노이거나 우울, 번아웃일 수도 있는 다양한 감정이 생기는 거죠. -여성들의 우울에 대처하는 사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이 첫째,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해서 경제력을 갖는 거예요. 그래야 개인 스스로나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많이 갖는 여성들이 증가할 거고요. 두 번째로는 여성에게만 부과됐던 돌봄을 나눠야 해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마지막으로는 성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여성들이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항상 약간의 긴장 상태에 있다고 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사회화가 있잖아요. “몸 조심해라” 같은 것들이요. 스스로 인식은 못 하고 있을지라도 이런 것들이 기저에서부터 긴장을 발생시키거든요. 이걸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다면 나라별로 성범죄율이 똑같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이걸 문제제기하는 정치인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 복잡하고 입체적인 문제에 대해 한두 문장으로 말하기가 난처한데요.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간단한 답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르몬 때문이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굉장히 끈질기게 묻고 답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직접 참여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권위 있는 연구자가 아닌 당사자들을 불러서 정치를 하게 하고, 돈을 줘서 고용하고 말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눈으로 그들이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건 사실 다 바꾸는 것이니까요. -우울을 겪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고통이 나 자신으로부터 연유한 게 아니고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닫고 거리두기를 하는 거예요. 사회가 느리게 변한다는 얘기를 아까 했는데, 어떻게 보면 빠르게 변화하기도 하거든요.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30년, 50년 후에도 상황이 똑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평등의 입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많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다 보면 내가 중장년층, 노인이 됐을 때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거라는 거죠. 하 저도 낙관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오랫동안 내가 힘들다는 걸 알아 줄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내가 쓴 이야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해 줄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계속 실패했었어요.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는데 어느 순간에 ‘내가 찾는 게 없으면 그냥 내가 만들면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이후에는 제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아니라 저랑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요. 찾는 게 곁에 없으면 그냥 만들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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