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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친 당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읽으며 좀 쉬었다 갈래요?

    지친 당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읽으며 좀 쉬었다 갈래요?

    임이랑 작가 ‘조금 괴로운…’ 반려식물서 얻은 위로 등 담아 ‘식물학 로맨스’ 소설도 인기서점가에 가드닝 에세이, 식물학을 소재로 한 소설 등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육식에서 오는 피로도를 극복하고 반려식물과 함께 지내며 얻는 힐링을 기록한 책들이다. ‘정적인’ 식물의 ‘동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묘한 활력을 준다.에세이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바다출판사)를 쓴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임이랑은 가히 식물애호가라 불릴 만하다.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는 그는 지난해 ‘아무튼, 식물’(코난북스)을 펴낸 데 이어 두 번째 식물 에세이를 냈다. 책에 담긴 글 29편에는 식물의 존재로부터 찾은 삶의 위로, 사나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노력 등이 담겨 있다.그의 말에 따르면 식물을 키우는 일은 곧 ‘관심’의 문제다. ‘내 집의 어떤 창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지, 내가 키우는 식물이 건조한 걸 좋아하는지 습한 걸 좋아하는지, 일년생인지 다년생인지 관심을 갖고 길게 바라봐 주면 즐겁게 크는 게 바로 식물’(15쪽)이라는 것이다. 책을 편집한 염은영 바다출판사 편집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박쥐에게서 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육식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일련의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며 “식물 애호 에세이의 출간은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흐름들”이라고 말했다.지난달 초 출간된 일본 작가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사랑 없는 세계’(은행나무)는 ‘식물학 로맨스’를 표방하는 독특한 책이다. 식물에 매료된 대학원생 모토무라와 그를 좋아하는 요리사 후지마루를 중심으로 일과 사랑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사랑 없는 세계’는 식물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과 같은 감정이 없는 식물은 단어 그대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살아간다. 인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메커니즘이지만, 그럼에도 식물은 환경에 적응하고 왕성하게 번식해 지구 여기저기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의 진심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의 화학작용은 결국 돌고 돌아 식물의 생(生)을 이룬다. “그 열정을, 알고 싶은 마음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요?”(457쪽)라는 후지마루의 말이 주는 울림이 사랑의 본질을 알게 한다. ‘사랑 없는 세계’는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 본상에 올랐다. 작가 미우라 시온은 일본 식물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기는 남미] 전설의 마약왕 키우던 하마…개체수 급증에 골칫거리

    [여기는 남미] 전설의 마약왕 키우던 하마…개체수 급증에 골칫거리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세상을 떠난 지 근 30년이 되어가지만 그의 잔재는 여전히 콜롬비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에스코바르가 남긴 하마의 수가 해마다 불어나면서 콜롬비아의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그달레나 강에 서식하고 있는 일명 '에스코바르의 하마'는 최소한 60여 마리. 1980년대 에스코바르가 3000헥타르 규모의 대저택에 동물원을 지으면서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하마는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 등 모두 5마리였다. 4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개체수가 무려 12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마들을 방치하면 30년 내 개체수가 10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들이 늘어나도 피해가 없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마들이 서식하는 마그달레나 강은 안데스산맥과 카리브의 중간 지역을 가르며 흐르는 콜롬비아의 젖줄이다. 이 강을 생명줄로 삶고 있는 생물만도 2700여 종에 이른다. 1마리 하마의 배변을 통해 해마다 육지에서 강으로 옮겨지는 탄소와 영양분은 750kg에 달한다. 지리적, 수문학적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은 "하마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엄청난 생태계의 변화로 토종 생물이 살기 힘들게 되고, 자원의 가용성까지 훼손돼 심각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시급한 건 현황 파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하마의 수명과 번식률 등을 조사해 정확한 자료부터 확보해야 대책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물론 남미 마약세계의 전설로 불리는 에스코바르는 1993년 군까지 동원된 기습작전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의 대저택 내 동물원에 갇혀 있던 동물들 대부분은 콜롬비아 각지의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마들은 예외였다. 워낙 덩치가 커 운반비용이 적지 않았던 데다 '유지비'도 높아 동물원들이 받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친 탓이다. 하마들은 대저택의 동물원에서 나가 막달레나 강에 새 터전을 잡았다. 콜롬비아 대학들은 지난해 공동으로 마그달레나 강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하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민들은 통제되지 않는 하마들이 농사를 망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당국에 대책을 주문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중국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백신 개발 성공

    중국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백신 개발 성공

    중국에서 돼지에 치명적 전염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농업과학원 하얼빈 수의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중국과학 생명과학’(SCIENCE CHINA Life Sciences)에 발표한 ‘유전자 7개를 제거한 ASF 바이러스가 독성을 줄인 백신으로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통해 ASF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얼빈 수의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ASF 바이러스를 분리하고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백신으로 사용한 결과 돼지에 면역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의연구소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모두 확인했으며 이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돼지에 백신 최대 사용량을 접종해도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지 않고 바이러스 감염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림프샘에서만 제한적으로 복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2주 정도 지나면 없어져 체내에서 번식할 수 없고 독성이 다시 강해질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또 이 백신을 임신 초기·중기·말기의 돼지에 접종했을 때 유산하지 않았고 백신 접종 돼지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의 건강도 대조군과 차이가 없다며 “ASF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인 ASF에 걸린 돼지와 멧돼지는 치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나 구제역과 달리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2018년 8월 초 ASF가 랴오닝성 선양에서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난해 말 돼지 사육두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억 마리 이상 급감했다. 이 때문에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들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등하는 바람에 물가 전반의 상승을 부추겨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특히 춘제(음력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쳤던 지난달에도 돼지고기 가격은 116%나 치솟았다고 중국 신경보가 전했다. ASF는 중국에 이어 한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급속히 전파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번 ASF 백신 개발로 실용화를 통한 대량 접종으로 ASF 사태가 크게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군포시, 초막골생태공원에 조류 둥지상자 32개 설치

    군포시, 초막골생태공원에 조류 둥지상자 32개 설치

    경기도 군포시는 2일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지역 대표적 생태공간인 초막골생태공원에 조류 둥지상자(인공새집) 32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둥지상자는 주택난이 심해진 새들의 번식을 위한 공간이다. 새들이 둥지로 사용하는 나무구멍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새들끼리의 봄철 생존경쟁을 줄이고 번식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새들의 둥지상자는 소형(직경 2.5cm) 24개, 중형(6.5cm) 5개, 대형(9cm) 3개등 총 32개다. 소형은 박새류, 중형은 동고비와 찌르레기, 대형은 파랑새와 원앙 등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새들의 둥지상자를 이용해 텃새와 여름 철새, 산림성 조류 등 초막골에 찾아오는 새들의 산란시기와 이동시기 등을 관찰한다. 또 지역의 생태모니터링 자료로 활용하고, 시민을 위한 다양한 생태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도 이용할 계획이다. 정등조 생태공원녹지과장은 “인간들만큼이나 새들의 주택난도 심해지고 있어 인간과 새들의 공존을 위해 둥지상자를 설치했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아프리카 돼지열병, 코로나19 그리고 메뚜기떼의 맹폭?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메뚜기(蝗蟲)떼가 중국 전역을 ‘맹폭’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주위에 풀 한 포기가 남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인도·파키스탄 등을 거쳐 중국 대륙을 향해 총진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메뚜기떼가 지난 1월 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홍해를 건너 2월에는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강타하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중국 대륙까지 몰려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과 인접한 파키스탄과 인도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닿아 있는 중국은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남부와 윈난(雲南)성 서부 국경이 네팔, 미얀마에 각각 잇대 있다. 다급해진 야오징(姚敬)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는 18일 마크둠 쿠스로 바크타아르 파키스탄 식량안전연구부 장관을 만나 “중국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심각한 메뚜기떼 재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파키스탄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해충 중 하나로 꼽히는 메뚜기는 몸길이가 6~7cm, 무게는 2g 정도이다. 3~6개월 동안 생존하는데,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최소 2~5세대에 걸쳐 메뚜기를 번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에 있는 메뚜기수만도 무려 4000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천문학적 수의 메뚜기떼가 나타난 것은 70년만에 처음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 때문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고 지적했다.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으면서 메뚜기떼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수 주간 이 지역에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로 메뚜기 떼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는 6월까지 그 수가 500배 이상 폭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예멘에서 처음 출발한 메뚜기떼는 일부가 아프리카 동쪽으로,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고 하루에 200㎞씩 날아간다. 계절풍을 탄다면 해발 2000m 산도 가볍게 넘을 수 있다. FAO에 따르면 메뚜기떼는 하루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운다. 코끼리 10마리 분량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난다. 이제껏 피해를 입은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예멘과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등에 이어 예멘, 사우디,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약 167억 8875만평)가 초토화돼 100억 루피(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지금 상태로라면 30개 이상의 나라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AO는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국가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메뚜기떼는 항공기의 안전도 크게 위협한다. 지난 1월 에티오피아에서는 엄청난 수의 메뚜기떼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여객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선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중국 당국이 메뚜기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해 발생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ASF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만신창이 지경에 이른 탓이다. 중국 정부는 ASF 때문에 공식적으로 119만 3000마리의 돼지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SF 사태로 전체 사육두수(약 4억 3000만 마리)의 40%에 해당하는 돼지가 살처분돼 중국 내 전반적인 육류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치솟은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양계농장들이 사료 부족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다팔기 어려운 영계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더군다나 메뚜기떼 피해는 수 천년 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데다 이번에는 그 규모마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명나라의 관료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메뚜기떼의 재난, 즉 황재(蝗災)를 집계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2500여년 전인 중국 춘추시대(BC 770~BC 476년) 294년 동안에 벌어졌던 메뚜기떼 재난은 111회에 이른다. 3년에 한 차례씩의 혹독한 메뚜기떼 재난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황제가 메뚜기떼 박멸운동에 나섰다는 기록도 있다. 당나라의 극성기인 628년 가뭄과 함께 메뚜기떼가 수도 장안(長安·陝西성 西安)을 뒤덮었다.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그나마 맺힌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메뚜기떼를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광경을 목도한 태종이 외쳤다. “사람은 곡식으로 살아간다. 너희가 먹어대면 백성에게 해가 된다. 백성에게 허물이 있다면 짐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너희가 신령스럽다면 차라리 짐 심장을 갉아 먹어라.” 그러면서 태종은 “메뚜기의 재해가 짐에게 옮겨지기를 바라는데 어찌 병을 피하겠느냐”라면서 꿀꺽 삼키는 돌발행동을 벌였다. 그러자 메뚜기떼 재해가 뚝 끊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탄황’(呑蝗)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당태종의 정치문답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온다. 미국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성장한 펄 벅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대지’(大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졸지에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에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떼와 싸웠다.”중국 메뚜기떼 피해의 유구한 역사는 현대에도 여전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수리공사의 부실, 농업 및 환경 생태계 돌연변이 영향 등으로 1980년대 이후에만도 하이난(海南)성,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허베이(河北)성, 톈진(天津) 등 중국 10여개 주요 농작물 생산지역에서는 해마다 460만㏊ 규모의 논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1985년에는 메뚜기떼로 피해를 입은 농작물 면적 규모가 무려 2000여만㏊에 이른다. 1998년에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초원에서 수백만㏊가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메뚜기떼가 2000만무(畝·약 40억 3200만평) 규모의 초지를 황폐화시키는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메뚜기 떼와의 전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농가에 메뚜기떼 주의보를 발령했고 21일엔 전문가로 구성된 퇴치팀을 파키스탄에 파견했다. 10만 마리의 오리부대도 조직 중에 있다. 중국 중앙TV방송(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은 “4000억 마리 메뚜기떼가 중국으로 접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10만 오리 부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오리부대 임무는 메뚜기떼를 사정없이 먹어치우는 것이다. 오리는 닭보다 식성이 좋아 메뚜기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 퇴치를 위해 훈련된 오리는 단숨에 400마리 이상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오리부대는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00년 신장자치구에 메뚜기떼가 창궐해 380만㏊에 피해를 입히자 7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동원해 진압했다. 중국 재정는 메뚜기 등 해충의 예방과 통제를 위해 14억 위안(약 2767억원)의 긴급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바이러스와 환경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바이러스와 환경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라틴어로 독극물을 뜻하는 ‘비루스’에서 비롯된 바이러스는 일반 세균(박테리아)과 달리 광학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다. 사람, 동물, 식물을 숙주로 삼아 번식하지만 숙주 밖으로 나오면 스스로 살아갈 수는 없다. 세포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다. 숙주의 세포 안으로 침투해 자신의 핵산을 세포 내의 물질들을 이용해 대량 복제하며 증식한 후 마침내 그 세포를 파괴하고 나와서 또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 사람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들은 체외에서 수시간에서 7일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들은 공중에 잠시 떠다니기도 하고, 이곳저곳에 붙어 있다가 우리의 코와 목구멍 또는 장내 세포 속에서 증식한다. 해마다 겨울철에 찾아오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목에 붙어서 생기는 것이다. 겨울철 식중독의 대표 격인 노로바이러스는 장세포를 침범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 코로나19로 더 유명해졌는데, 이전까지는 가벼운 감기 증상만 일으키는 4가지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코로나, 메르스코로나 등 6개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추가돼 7개가 됐다. 호흡기는 코에서 시작해 비인두, 구강인두를 거쳐, 후두덮개, 성대까지의 상부기도와 성대를 지나서 이어지는 기관, 기관지, 폐포에 이르는 하부기도로 이루어져 있다. 감기는 상부기도의 염증인 반면 코로나19는 상부기도와 하부기도를 모두 감염시켜 가벼운 감기부터 중증 폐렴까지 초래한다. 인류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게 크게 혼이 난 대표적인 사례는 1918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해 무오년 역병으로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의 교통과 교역 수준을 감안하면 서양에서 우리나라까지 전파된 것은 당시 독감 바이러스가 얼마나 가공할 전파력을 가졌는지 보여 준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많은 바이러스가 치료제가 없는 형편이다. 면역력이 좋은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스스로 퇴치를 할 수 있지만 노약자, 만성질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하므로 위험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예방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많은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들어오므로 내 코와 목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손은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도 필요 시 착용해야 하고, 특히 손수건, 휴지, 옷소매를 이용하는 기침 예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남을 위하는 예절은 궁극적으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부산디지털고등학교 ‘클린 청정교실’ 완성

    부산디지털고등학교 ‘클린 청정교실’ 완성

    코로나19, 초미세먼지, 입자상 방사능까지 차단하는 신기술초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라돈, VOCs 등에 노출된 실내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이 국내기술로 완성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초미세먼지, 입자상 방사능까지 차단하는 특수필터로 만들어진 ‘팬필터유닛(공기청정순환기)’이다. 즉 무균상태의 공기가 교실이나 집안 실내로 공급되고 이산화탄소, 곰팡이냄새, 라돈 등 발암물질은 100% 실외로 배출되는 공기청정 순환기인데 대형 건설사 아파트나 학교에 설치되는 전열교환기(공기순환기)와는 다른 신기술이라고 한다. 대기업 건설사에서 짓는 아파트나 신축 학교에는 건축법상 의무적으로 공기순환장치(전열교환기)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 6개월쯤 지나면 곰팡이냄새와 박테리아 걱정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공기순환기(전열교환기) 제품에 들어 있는 소자(전열교환장치) 때문인데 소자는 실내의 따뜻한 바람과 실외 찬바람이 만나는 에너지저장장치다. 이런 구조는 결로(습기)가 생겨 곰팡이를 발생시키고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까닭에 헤파필터와 소자를 함께 통과한 바람은 실내로 모두 들어와 곰팡이냄새와 세균까지 유입된다. 이에 반해 팬필터유닛은 소자가 없다. 소자 없이 실내 에너지회수가 가능하도록 특허출원을 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제어 기능과 함께 실시간으로 교실·실외의 미세먼지 정보와 미세먼지의 위험도에 따른 행동강령을 모니터·모바일로 알려주는 모니터링시스템을 적용, 미세먼지 수치 파악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팬필터유닛 기술은 2019년 하반기 청년창업사관학교 경진대회에서 대상(한국미세먼지연구소 대표 김민우)을 수상했다. 에이시티 대표 이주열과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에이시티와 (주)오투클린, 한국미세먼지연구소(주)는 지난해 12월 5일 합병해 공기청정순환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산의 기술기업, 마케팅기업, 유통기업이 하나로 뭉쳤다. 오투클린합자회사는 자체 개발한 신기술 제품(팬필터유닛)으로 서울 대기업 건설사에 매주 순회하며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건설사 기계식 환기장치 담당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지난 15일 건설사 설명회 당일엔 126가구에 시범적으로 설치하겠다며 견적을 요구하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투클린 관계자는 “팬필터유닛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클린청정학교’, ‘클린청정아파트’를 완성하기 위한 부산 기업 오투클린합자회사의 날갯짓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경주 40대男 사망자 방역망 밖 감염 미스터리

    경주 40대男 사망자 방역망 밖 감염 미스터리

    방역당국 감염 사실 몰라… 방역망 허점경북 경주의 한 40대 사망자가 뒤늦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감염된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3일 경주시와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9시쯤 A(40·남)씨가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지인은 “A씨가 야간 근무(21일 오후 4시~22일 오전 1시)임에도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집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조사에서 밝혔다. A씨는 평소 만성 기침이나 기관지염 증상으로 가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오전 1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했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당국에 검사를 맡겼으며, 22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A씨가 코로나19 확진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A씨가 숨질 때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감지하지 못해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에게 바이러스가 들어와 번식할 동안 증세가 없었던 잠복기, 증세가 생기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 격리가 꼭 필요했던 기간, 그리고 감기 증세로 지역 의원 2곳을 차례로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통영시, 길고양이 올해 380마리 중성화 수술

    통영시, 길고양이 올해 380마리 중성화 수술

    경남 통영시는 도심지 주택가에서 자연 번식하며 사는 길고양이에 대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도심지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로 관련 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시는 오는 3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모두 380마리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할 계획이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은 농업기술센터에서 길고양이를 포획(Trap)하고, 대행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Neuter)과 필요한 처치를 한 뒤 농업기술센터가 길고양이를 포획했던 곳에 방사(Return)해 돌려보내는 절차로 진행한다.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도심지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수술 뒤 원활한 회복을 위해 혹서기와 장마철, 혹한기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통영시는 2018년 175마리, 2019년 330마리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했다. 시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으로 길고양이 개체수가 조절되고 소음 및 쓰레기봉투 훼손 등 주민생활 관련 민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대한 문의나 의견은 통영시 반려동물복지팀(055-650-6253)으로 연락하면 된다. 통영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기고] 생애 내내 착취되는 젖소라고?

    [기고] 생애 내내 착취되는 젖소라고?

    지난 2월 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여성 10여 명이 가슴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디렉트 액션 에브리웨어(DxE)’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생겨난 동물 보호 단체 한국지부 회원들이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포함한 각종 유제품 포장지에 감춰진 동물 강제 착유 현실을 가시화하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진행한 DxE는 “동물을 향한 폭력을 반대한다”고 외치며, 강제 임신과 출산, 착유, 송아지 입을 틀어막는 이유 등을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동물학대,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동물복지차원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DxE는 낙농업 농가에서 흔히 모유 방지기를 사용하고 있고, 어린 소가 엄마 젖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모유방지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송아지의 건강과 이유에 따른 스트레스 최소화 등의 장점을 지닌 조기 이유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만을 마친 어미 소의 건강 회복 등의 이유로 송아지를 별도 우사에 관리하고 있어,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의 이홍구 교수는 “조기 이유를 통해 별도 송아지 우사에서 관리하는 것은 송아지 사육환경 측면에서 좋아 질병예방 및 환경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조기 이유를 통한 송아지의 건강, 영양적 측면에서 주는 이점이 많기 때문에, 조기 이유를 마치 송아지의 학대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DeX가 주장하는 임신을 위한 강간이란 젖소에게 행해지는 인공수정이다. 인공수정이란, 난자와 정자의 결합을 자연교미에 의존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수가축의 정액을 암가축의 생식기 내에 주입하여 수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젖소에게 행하는 인공수정은 동물복지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공수정의 가장 큰 목적은 생식기 질병으로부터 젖소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수컷의 직접적인 생식기 접촉으로 전염되는 트리코나므스병, 비브리오병, 브루셀라병 및 질염 등은 암컷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며, 나아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또한, 자연교미 상태에서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간의 치열한 투쟁으로 인해 심한 상처를 입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반면, 인공수정은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자연교미로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 번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인공수정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사람도 정상적인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 인공수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수정을 축산에 도입한 최초의 동기는 생산의 목적이 아닌 생식기 질병을 예방한다는 목표에서 시작됐으며, 단순히 부정적인 기능만을 부각해 마치 ‘인공수정은 동물학대’라는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이홍구 교수는 “최근 일부 동물 복지 단체에서 인공수정의 부정적인 기능만 부각하여 동물 학대로 단정 짓고 있다”라며 “인공수정은 동물복지는 물론 축산·낙농 산업적 가치와 학술적 연구 측면에서 꼭 필요하며, 앞으로도 윤리적이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축산 환경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 [열린세상] 나의 작은 개에게 묻는다/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나의 작은 개에게 묻는다/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2009년 5월 나는 한 컨테이너 건물 안에 서 있었다. 개 짖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찌든 냄새가 뿌옇게 피어올라 내 몸에 들러붙었다. 소음과 냄새에 나는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눈앞에 울타리가 보였고 그 안에 흰색으로 짐작되는 꾀죄죄한 작은 개 한 마리가 열심히 울타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울타리를 뛰어넘어 보호소 관리자에게 뛰어가는 개의 꼬리는 의무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내게로 이끌려 온 작은 개는 나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낡은 소파 위에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오래도록 나는 그 눈을 잊을 수 없었다. 텅 빈 눈이었다. 찌든 회색의 배를 보여 주는 그 작은 개의 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감정도 희망도 다 스러진 눈이었다. 지금 그 작은 개는 내 옆에서 할머니가 돼 코를 골며 누워 있다. 배를 보이기는커녕 도도해졌으며,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눈에는 이제 많은 감정과 욕구가 담겨 있고, 눈빛 연기로 나를 휘둘러 원하는 것을 노련하게 얻어낸다. 작은 개의 배에 선명하게 새겨진 14㎝ 길이의 조잡한 번식장 불법 제왕절개 흉터는 많이 희미해졌다. 더는 음식을 훔쳐 숨기지도 않는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안에 포함된 반려동물 보유세가 논란이 됐다. 반려동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면 세금을 부여할 수 있으나 그 세금은 동물을 반려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이어야 한다. 보유세로 유기를 줄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유기견이었던 내 작은 개의 몸은 번식장 출신답게 만신창이 상태였고 수백만원의 치료비가 들었지만, 나의 선택이니 가치는 충분했다. 내 작은 개를 책임지기 위한 보유세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하지만 유기한 사람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묻고 싶다. 번식장에서 벌어지는 학대에 대해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묻고 싶다. 보유세를 베껴 오기 전에,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동물복지제도’, 엄격한 반려견 번식 관리와 펫숍 판매금지를 포함한 ‘동물 입양제도’, 그리고 교육과 심사를 받은 후 동물 입양이 가능한 ‘동물 반려 자격 제도’부터 먼저 연구하고 도입해야 한다. 2014년 나는 여주의 한 개농장에 서 있었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그곳에는 끝도 없이 많은 뜬장에 수백 마리의 주둥이가 검은 덩치 큰 누렁개들이 갇혀 있었다. 사방에 검은 그늘막이 가려져 있어서 대낮에도 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좁은 뜬장의 구석으로 절박하게 그 큰 덩치를 숨기느라 애쓰는 개의 눈에는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살아 있었으나 이미 고깃덩이 취급을 받고 있던 개들에게 만연한 학대와 죽음의 공포 그리고 숨 막히는 역한 냄새로, 나는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을 그대로 게워냈다.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한쪽 뜬장에 갇혀 있던 어린 강아지들의 아직 채 포기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인간 친화적이고 발랄하게 진화해 온 유전자는 이 어린 강아지들에게 가장 잔인한 저주이다. 그 강아지들은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땅을 밟게 되는 날 도살당할 것이다. 2018년 한 달 만에 개·고양이 식용 종식 국민청원에 21만명이 넘게 동의하자, 농어업비서관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 시행령에서 개를 가축에 포함하자 반려인연대와 동물단체들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그리고 음식쓰레기를 동물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유기와 학대를 양산하는 판매·구매 시스템과 개 식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동물복지 종합계획은 쭉정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합법화한다면, 한국은 국제 개고기 관광의 성지로 전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견딜 수 있을까?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국격을 이야기하고 국제리더로 부상하고자 애쓰는 우리에게 걸맞은 타이틀인가? 오늘도 나는 나의 작은 개에게 개농장 뜬장에 갇힌 검은 주둥이의 누렁 개들은 무엇인지 묻는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오락가락하는 건 박쥐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오락가락하는 건 박쥐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이 박쥐라고 한다. 새가 아닌데 날아다니는 포유류 박쥐를 두고 인간은 종종 두 세계를 살면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조롱해 왔다. 가뜩이나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며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을 박쥐에 비유하던 차에 박쥐를 향한 인간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그런데 박쥐가 우리 전통에서 늘 지금처럼 푸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쥐같이 생겼고, 날아다닌다 해서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나는 쥐’라는 뜻으로 비서(飛鼠)라 부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는 박쥐를 예부터 편복(??)이라 했다. 편복의 복(?)이 복(福)과 발음이 같아 한자문화권에서 박쥐는 복을 기원하는 문양으로 쓰였다. 박쥐의 특징을 단순화해 다양한 미술에 표현한 것이다. 물론 박쥐가 ‘복을 불러 온다’는 생각이 한국 고례의 전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7세기 이전 한국 미술에서 박쥐문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쥐문양은 조선 후기 미술 곳곳에 등장한다. 도자기, 자수, 공예품은 물론이고 때로 그림에도 나타난다. 각종 금속공예품, 반닫이 등의 가구에서 박쥐문양은 행복을 바라는 소박한 염원을 드러낸다.특히 다양한 가정용품의 박쥐문양에는 번식력이 강한 박쥐를 닮아 많은 자손을 보기 바라는 마음도 깃들었다. 만복이 깃들고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며 시각화한 박쥐문양에 혹여 오해라도 있을까 봐 문양 주위에 ‘수복강녕’(壽福康寧), ‘부귀다남’(富貴多南) 등의 문구를 넣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각종 백자나 목가구에 표현된 박쥐는 복을 바라는 마음에 신분의 귀천이 없음을 말해 준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이 주머니는 이미 일본에서 혼례를 올리고 아들을 얻은 영친왕이 1922년 조선에서 다시 혼례를 올리러 귀국했을 때,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영친왕의 아기 진왕자(晋王子)에게 하사한 것이다. 부귀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붉은 주머니 윗부분에는 목숨 ‘수’(壽)자를, 그 아래에 금실로 테두리를 두른 연보랏빛 박쥐를 자수로 표현했다. 박쥐 아래 구멍을 뚫어 매듭을 달았고 그 아래로 불로초가 꽂힌 화병을 호사스럽게 수놓았다. 주머니에 두 개의 딸기봉술과 은방울 2개를 연결했는데 은방울에는 깔끔한 정자체로 ‘수복강녕’을 새겼다. 하지만 왕실의 바람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진왕자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박쥐도, 주머니 아래 수놓인 바위와 파도의 문양도 헛된 기원이 돼 버렸다.조선 말기 유물에서 박쥐문양은 널리 확인된다. 영친왕비의 박쥐뒤꽂이는 비취로 만든 머리장식이다. 자그마한 꽂이에 극도로 단순화한 푸른색 박쥐와 금색 매화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현대적 감각을 보여 준다. 평생 남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았을 영친왕의 역사를 아는 우리에게 박쥐뒤꽂이의 세련미는 외려 쓸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박쥐문양에 기원을 담을 수는 있으나 박쥐가 복을 가져오는 것도, 심지어 화(禍)를 부르고 병을 도지게 하는 것도 아니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은 인간의 일일 뿐이니 인류세(人類世)를 살면서 박쥐를 탓하는 건 덧없기 그지없다.
  • [핵잼 사이언스] 야생 물범, 바닷속에서 앞발로 ‘짝짝’ 박수치는 이유

    [핵잼 사이언스] 야생 물범, 바닷속에서 앞발로 ‘짝짝’ 박수치는 이유

    야생 물범이 바닷속에서 앞발같은 지느러미로 박수를 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호주 모내시대학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바닷속에서 촬영된 영상 분석을 통해 야생 회색물범(gray seal)이 박수를 쳐 총성같은 소음을 낸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높은 물범(바다표범)은 지능이 매우 높으며, 이번에 연구대상이 된 회색물범은 몸집이 큰 대형 종으로 대서양이 주서식지다. 친척뻘인 물개가 사육사의 훈련으로 박수를 치지만 야생의 물범이 바닷속에서 박수를 치는 것이 더욱 흥미로운 것이 사실.영상을 촬영한 영국 뉴캐슬 대학 벤 버빌 연구원은 "회색물범이 앞발같은 지느러미로 박수를 치며 짝짝 총소리같은 소리를 낸다"면서 "그 소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컸으며 어떻게 압축할 공기도 없는 물속에서 그렇게 큰 박수를 치는지 신기했다"고 밝혔다.   회색물범이 이렇게 물속에서 박수는 치는 이유는 물론 사람을 즐겁게 하는 목적은 아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호킹 박사는 "회색물범이 박수로 소리를 내는 이유는 번식기 기간 동안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해 경쟁자들에게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예를들어 수컷 고릴라들이 쿵쿵 가슴을 치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색물범의 이같은 행동은 중요한 사회적 행위로 이를 방해하는 것은 이 종의 번식과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점점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반딧불이…인공조명·투어관광 탓 (연구)

    점점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반딧불이…인공조명·투어관광 탓 (연구)

    전 세계에서 2000여 종의 반딧불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그중 일부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 터프츠대의 새라 루이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반딧불이를 연구하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개체 수와 위협 요인 등을 조사한 결과, 일부 종은 멸종 위기에 있으며 그 원인은 서식지 감소와 농약 사용 그리고 인공 조명 등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식지 감소에 대해 루이스 교수는 “어떤 반딧불이 종은 특정 환경 조건이 아니면 번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반딧불이 중 1종(학명 Pteroptyx tener)은 번식을 위해 맹그로브 등 습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습지는 팜유의 원료가 되는 기름야자 농장이나 해산물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어 반딧불이 서식지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딧불이에게 또 다른 위협은 야간에 사용하는 인공 조명이 있다. 가로등과 광고 조명 외에도 도시 주변의 하늘까지 확산하는 이런 빛은 때때로 보름달 만큼 밝다. 연구에 참여한 같은 대학의 애벌론 오언스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런 빛 공해에 대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생체 리듬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짝짓기 상대를 찾는 반딧불이에 있어서도 큰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고 광량도 많은 LED 전구의 보급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 지표의 23% 이상이 야간에도 어떤 인공 조명에 비춰지는 상태가 돼 있다는 추산도 있다. 이들 연구자는 또 네오니코티노이드와 같은 농약 사용이 반딧불이 멸종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미국에서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다.이밖에도 인간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죽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와 대만 그리고 일본 등에서는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을 데려가는 이른바 ‘반딧불 투어’라는 형태의 관광 명소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20만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런 명소에서는 반딧불이의 서식 환경이 파괴되거나 날 수 없는 일부 종이 관광객들에게 밟혀 죽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산하 반딧불이 전문그룹에 속한 전 세계 전문가 35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전 세계 반딧불이가 직면한 위협을 분류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현재 반딧불이 개체 수에 관한 증거 대부분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그보다 장기적인 관찰 조사를 통해 감소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논문에 명시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 최신호(3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따뜻한 겨울 탓에 남부지방 개구리 벌써 산란

    올 겨울들어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남부지방의 개구리와 두꺼비 등 양서류 산란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최근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을 관측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4일 무등산 장불재 습지(화순 방면)에서 관찰된 올해 북방산개구리 첫 산란은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2013년 이후 가장 이른 것이다. 지난해 관측일(3월1일)보다 37일이나 앞선다.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최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란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몸길이 6~7㎝의 북방산개구리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잠을 자고 4월까지 번식한다. 무등산에서는 평두메습지에 집단 서식한다. 환경부는 2010년 7월 북방산개구리를 ‘기후변화 민감 지표종’으로 지정했다. 북방산개구리는 일정기간 따뜻한 온도가 지속된 뒤 비가 내리면 산란을 시작한다. 보통 경칩을 전후해 산란하지만 올 겨울처럼 눈이 내릴 시기에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산란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갑자기 기온이 내리가 습지가 얼어붙을 경우 알이 동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개구리 개체 수가 줄어들면 이를 먹이로 하는 파충류, 맹금류, 족제비류 등에도 영향을 줘 연쇄적인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섬진강에 서식하는 두꺼비의 산란 시기 역시 한달여 가까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광양만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8일 18마리, 29일 22마리의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5마리는 산란을 위해 이동하다 포획됐다. 섬진강 변에서는 주로 산에 서식하는 두꺼비가 매년 2~3월 산란을 위해 도로를 건너며 차량에 밟혀 죽는 일이 발생하는 곳이다. 올해는 지난해 2월 20일 시작됐던 산란시기가 25일 이상 빨라진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되면서 일찌감치 로드킬 주의보가 발령됐다. 광양만녹색연합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한 탓에 두꺼비의 산란시기가 앞당겨 졌다”며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과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10곳 중 6곳 질병 의심… 동물원 갔다가 병 얻을라

    10곳 중 6곳 질병 의심… 동물원 갔다가 병 얻을라

    관람객이 먹이 주거나 쓰다듬는 행동 결핵·패혈증 등 인수공통감염병 우려박쥐 등 야생동물에서 비롯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도 체험형 동물원들의 동물 질병 관리가 미흡해, 동물뿐 아니라 관람객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해 공영 동물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웨어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공영동물원 10곳을 현장 조사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원 10곳 중 최소 6곳에서 외관상 상처가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관찰됐고, 10곳 전체에서 동물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청금강앵무의 경우 8곳 중 5곳에서 스스로 털을 뜯는 자해행동을 했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짝짓기철 개체수 조절이나 중성화 등으로 번식행동을 관리하지 못해 수컷 사슴들의 정수리에 상처가 심하게 나기도 했다. 어웨어는 “2018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영장류 등 일부 동물군에 대해 적정 서식환경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되며 동물들은 감염성 눈 질환, 가죽과 털 불량, 토하는 행동 등의 증상을 보였다. 어웨어는 “동물원에서는 동물이 좁은 공간에서 고밀도로 사육되면서 서로의 배설물에 노출되는 비위생적인 상황에 놓인다”면서 “매일 청소와 소독을 하지 않아 배설물 냄새로 호흡기가 감염되고 각막이 손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전시 야생동물이 부실하게 관리되면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체험형 동물원에서는 관람객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때 동물과 사람 사이에 질병이 옮는 등의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어웨어는 “아이들은 동물원에서 동물의 신체부위를 입에 대거나 동물을 만진 손을 바로 입에 가져간다”면서 “자칫 결핵, 살모넬라증, 패혈증 등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이어 “공영동물원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나 지자체가 설립한 시설공단에서 운영되면서 전담 인력 부족,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수공통전염병 감염성을 높이는 체험동물원과 야생동물카페 등 유사동물원에 대한 관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지난해 멧돼지 도심 출몰 유독 잦았던 이유

    지난해 멧돼지 도심 출몰 유독 잦았던 이유

    지난해 멧돼지 포획을 위한 119 출동 건수가 전년도의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 포획 관련 119 출동은 모두 6253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521건이다. 이는 2018년(2849건)의 약 2.2배, 2017년(3841건)의 약 1.6배에 해당한다. 월별로는 10월이 1570건으로 가장 많았고 11월 1462건, 12월 650건, 7월 448건, 9월 438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10∼12월에만 전체 멧돼지 포획 출동의 절반이 넘는 3682건의 출동이 이뤄졌다. 전년 같은 기간(815건)의 약 4.5배 수준이다. 소방청은 멧돼지가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는 늘어나는 데 비해 개발사업 등으로 서식지가 줄고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출몰이 잦아지는 것으로 봤다. 특히 짝짓기 시기인 동절기에는 영역싸움이 일어나 도심 출현이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멧돼지와 마주치면 나무·바위 등을 이용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뛰거나 큰소리치는 행위, 위협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등을 보이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말고 침착하게 해당 장소를 벗어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13만 마리 까마귀의 군무…겨울 철새 천국 울산, 날다

    13만 마리 까마귀의 군무…겨울 철새 천국 울산, 날다

    겨울철 울산 태화강 일원을 뒤덮는 떼까마귀들의 군무가 관광객을 부른다. 2003년부터 시작된 철새들의 군무로 태화강 철새공원 일원이 생태 보고로 거듭나고 있다. 여름 백로와 겨울 까마귀가 태화강 일원을 찾는 대표적 철새다. 올해 13만 마리가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 남구는 철새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철새홍보관을 개관하는 등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태화강 대공원 일원이 지난해 7월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태화강 국가정원 가운데 철새공원 일원(태화교~삼호교 구간)은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울산 시민의 젖줄인 태화강과 도심 속 산소 역할을 하는 십리대숲과 어우러져 힐링 명소로도 주목받는다. 태화강 생태관광은 태화강 대공원, 십리대숲, 삼호대숲, 태화강 전망대 등이 핵심이다. 특히 철새공원으로 이뤄진 삼호대숲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겨울 떼까마귀·여름 백로 찾는 철새 도래지 29일 울산 남구에 따르면 최근 태화강 철새공원 일원의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매년 10만 마리 정도가 찾던 떼까마귀가 올해 13만 마리로 늘어났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에 따르면 겨울 철새인 까마귀는 2003년부터 매년 10월 중순이면 태화강 철새공원 일원을 찾는다. 처음에는 5만∼7만 마리 정도였던 까마귀는 10여년 전부터 점차 늘어나 지난해까지 평균 10만 마리가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식 환경이 안정화되고, 먹이도 풍부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태화강 철새공원을 찾는 까마귀의 80~90%가 떼까마귀며, 나머지 10~20%는 갈까마귀로 집계됐다. 겨울을 보낸 까마귀떼는 4월 말이면 몽골과 시베리아로 떠난다. 삼호대숲 철새공원 일원은 떼까마귀가 풍부한 먹이를 섭취하면서 겨울철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철새공원은 사람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울창한 대숲(6만 5000㎡)으로 이뤄졌다. 한 곳에 모여 자는 습성이 있는 떼까마귀의 안식처가 된다. 떼까마귀는 해가 뜨기 전 날아올라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반경 100∼130㎞ 이내인 경남 함양과 밀양, 경북 포항까지 날아간다. 가까운 울주군은 70%가 농경지라 까마귀의 먹이 활동에 좋은 환경이다. 배설물이나 소음 등으로 주민들 피해도 있지만, 태화강이 생태환경을 상징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낮 동안 먹이 활동을 하던 떼까마귀는 해가 저물기 전에 삼호대숲 근처로 모여든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공중을 맴돌아 울산 도심 곳곳에서 군무가 펼쳐진다. 떼까마귀들은 해 질 녘 10여분 동안 보금자리인 태화강 철새공원 상공에 모여 절정의 군무를 자랑한다. 이는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집단행동이다. 김 박사는 “살아남으려고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이는 게 수만 마리로 이어져 화려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떼까마귀 군무는 겨울철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철새학교와 시티투어 코스를 연계한 이색 생태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울산 남구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 삼호대숲 인근 삼호동에 ‘철새홍보관’을 준공하고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 이곳에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전망대와 철새교육장, 가상현실(VR)체험관과 5D 영상관,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섰다. 울산시는 인근 부산, 대구, 경주·포항 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화도 계획하고 있다. 태화강 철새공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매년 3월이 되면 중백로를 포함해 쇠백로, 황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까지 총 7종 백로와 철새 8000여 마리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여름을 보낸 이들 철새는 10월이 되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날아간다. 이 기간에 백로 생태학교도 열린다.●철새홍보관 지역 생태 관광산업 거점 역할 울산 태화강 삼호대숲 일원에 철새홍보관이 지난해 12월 23일 문을 열었다. 남구 무거동 와와공원에 자리 잡은 철새홍보관은 총사업비 53억 7000만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홍보관 1층에는 철새교육장과 사무실, 2층에는 철새전시장, 3층에는 가상현실(VR)체험관과 5D영상관이 조성됐다. 4층에는 철새카페, 옥상에는 삼호대숲을 찾은 철새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철새전망대가 있다. 남구도시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며 생태해설사 등 직원 14명이 배치됐다. 철새홍보관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예비인증 1등급을 받은 국내 최초의 공공건축물로 본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태화강 삼호대숲 일원은 여름철 8000마리의 백로가, 겨울철 10만 마리의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다. 남구는 철새홍보관이 삼호대숲과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등을 연결하는 지역 생태관광산업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철새홍보관은 울산 남구의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철새 배설물과 소음 등으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태화강 철새공원과 철새홍보관을 연결하는 남산로 270m 구간에 철새 거리가 조성된다. 이곳에는 까마귀, 백로, 두루미 등 다양한 철새를 테마로 한 포토존과 트리아트가 설치된다. 마을을 상징하는 철새 조형물도 들어선다. 태화강 철새공원 인근 와와마을은 철새 마을로 유명해졌다. 철새들이 찾아들면서 새 울음소리, 악취, 배설물 등 민원도 급증했다. 각종 민원이 늘어나면서 울산 남구는 철새로 불편을 겪는 와와마을 일대 도시재생 사업에 나섰다. ●남구 와와마을 ‘철새 마을 그린빌리지’ 조성 울산 남구는 2017년 7월 와와마을 주택 500여곳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철새 마을 그린빌리지’ 조성에 나섰다. 남구는 주택 옥상에 3㎾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연간 200만㎾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주민들은 2억여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연평균 1500여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남구는 2017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남구 삼호 둥우리, 사람과 철새를 품다)에도 선정돼 순환형 공공임대주택, 철새특화거리, 청년창업공간, 주차장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 편의시설도 크게 확충한다. 와와공원 일원에 ‘와와커뮤니티 하우스’를 조성하고, 2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도 만들 계획이다. 전선 지중화 사업도 본격화한다. 와와커뮤니티 하우스는 지상 3층 규모로 지난해 9월 실시설계에 이어 오는 4월 착공,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주민 회의 공간, 교육장, 문화공간, 사랑방 등이 들어선다. 또 삼호동 골목 2곳에 나무를 심고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골목공원’ 조성 사업도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울산 남구 관계자는 “삼호동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거주 여건이 개선될 뿐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 지금보다 더 활력 넘치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장기까지 훤히’ 볼리비아 투명개구리 18년 만에 발견, 세 마리나

    ‘장기까지 훤히’ 볼리비아 투명개구리 18년 만에 발견, 세 마리나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투명 개구리’, ‘유리 개구리로 불리는 볼리비아 코크란(Cochran) 개구리 세 마리가 18년 만에 사람들 눈에 띄었다. 몸무게 70~80g에 19~24㎜ 밖에 안되는 세 마리는 개구리목 유리개구리과의 양서류로, 유리처럼 투명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장기까지 들여다 보인다. 암컷은 물위에 있는 나뭇잎의 아래쪽에 알을 낳으며,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알을 보호한다. 시내, 강 주위의 나무에서 서식하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멕시코에서 볼리비아, 브라질 남동부에 이르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서식한다. 이달 초 코카밤바 시에서 동쪽으로 130km 떨어진 카라스코 국립공원을 찾은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수력발전 계획으로 양서류와 파충류의 생태계가 얼마나 위협받을지 조사하던 중 발견했다고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팀은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이 희귀종이 다시 사람들 눈에 띈 것은 유리개구리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장래에 대한 희망의 빛을 던져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 마리의 개구리는 알시데 도르비그니(Alcide d’Orbigny) 박물관의 카이라 양서류 보호센터에 보내져 번식시키게 된다. 이미 이 센터에는 수후엔카 물개구리 한 쌍 로미오와 줄리엣이 거주하고 있다. 아래는 둘이 첫 데이트를 즐기는, 약간 야한 동영상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폐렴구균 백신만 접종해도… 바이러스성 폐렴 치사율 40% ‘뚝’

    폐렴구균 백신만 접종해도… 바이러스성 폐렴 치사율 40% ‘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갈수록 활동 영역을 넓히며 국경과 인종을 넘나들고 있다. ‘신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2002~2003년 중국에서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의 변화된 형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바이러스 변이 쉬워 신종 감염질환 출현 신종 바이러스와 감염병이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염병 전문가들은 생태계와 기상의 변화, 인간 활동과 생활양식의 진화 과정 등에 주목한다. 우선 국제무역과 여행의 일상화는 병원체가 널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말이 뛸 수 있고 배가 항해할 수 있는 거리로 병원체의 활동 반경은 갈수록 확장됐고, 이 과정에서 비행기는 병원체를 퍼뜨리는 최악의 위험 요인이 됐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바이러스도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셈이다. 미생물 자체의 진화도 신종 감염질환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미생물도 빠르게 진화하며 새로운 숙주와 환경에 적응한다”며 “세균은 인간이 개발한 항균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내성 유전자를 가진 박테리아를 출현시켰고 나아가 여러 가지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진화하듯이 바이러스도 진화하며,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이한다는 얘기다. 경작지를 만들고 넓히기 위한 숲의 벌목 과정도 신종 감염질환 출현의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서 이뤄진 대규모 벌목 작업은 해당 특정 지역에 존재하던 미생물을 인류와 접촉하게 함으로써 에볼라 출혈열 등 새로운 감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대규모 벌목 작업과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진행시키고 이 같은 기후 조건의 변화는 미생물의 서식지를 이동시켜 결과적으로 말라리아, 콜레라 등 전염병을 발생시킨다는 분석이다. 인간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노령화와 인공이식, 항암치료 등의 영향으로 감염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오히려 미생물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 주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공기 정화기와 냉난방 시스템이 레지오넬라균을 키우고, 수혈이나 장기 이식 등 의료기술의 발달이 에이즈나 말라리아, 간염 등을 전파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공중보건 체계의 붕괴 현상도 거론된다. 비단 가난한 나라뿐만 아니라 부유한 국가와 공동체에서도 빈민계층의 증가로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됐지만 국지적인 분쟁이 이어져 전쟁터에서 새로운 병원 미생물이 감염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 교수는 “신종 감염질환은 인체가 겪어 보지 못한 낯선 미생물에 의한 질병”이라면서 “신종 감염질환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인체의 취약한 점을 파고드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고, 인체가 이를 극복하고 이겨 내려는 노력을 비켜 가는 법을 스스로 개발해 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종 감염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에 대해 인체는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그만큼 원인 미생물은 진화하고 적응하며 인체 면역반응을 극복하고 생존해 인체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체의 면역 기능이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신종감염질환의 경우에는 치료약제나 예방 백신이 없어 기존의 감염질환보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생물 분류체계로 보면 가장 낮은 단계에 위치한다. 세포 밖에서는 생명체가 아닌 무생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균은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 안에는 핵과 세포질이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핵만 있고 세포질이 없어 반드시 숙주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나 돼지, 새, 식물의 세포 안으로 침투해 숙주의 세포기관을 이용해 번식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으로 번식한 바이러스들은 숙주 세포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숙주가 고통을 느끼며 병에 걸리는 이유다. 가장 하등한 바이러스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하등하기 때문에 가장 빨리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같은 고등동물은 DNA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때 스스로 세포 안에서 이를 인지해 치유하는 능력이 있지만, 바이러스는 구성 물질이 워낙 작아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1918년 전 세계에서 2500만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 바이러스, 1957년 100만명이 사망한 아시아독감, 70만명이 희생된 1968년 홍콩독감, 1999년 조류독감 등 독감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신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한다.●미생물·숙주·환경 상호작용으로 감염 감염병이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인체에 침입해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을 통칭한다. 인체가 맞닥뜨리는 다른 질환들과 달리 감염병은 미생물과 숙주, 환경 등 3개 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한다.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은 미생물이 잘 증식하거나, 널리 퍼질 수 있는 환경에 감수성이 있는 숙주가 노출돼 발생한다”며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콜레라나 세균성 이질이 만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2015년 중동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메르스의 집단 발병도 병원과 병실이라는 폐쇄된 환경에서 환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가 배출되고, 이 과정에서 감수성이 있는 숙주(환자)가 바이러스에 직간접으로 노출돼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성 질환, 즉 감염병은 그 원인이 되는 미생물 또는 감염 부위에 따라 분류된다. 원인 미생물을 기준으로 볼 때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감염 부위에 따라서는 폐렴, 요로감염, 피부 연부(軟部·힘줄, 인대 등 뼈나 관절을 둘러싼 연한 부위) 조직 감염, 뇌수막염 등으로 나뉜다. 예를 들면 메르스는 원인 미생물로 볼 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분류되고, 주요 감염 부위에 따라 구분하면 호흡기 중 하기도(인후·기관·기관지·허파를 포함하는 호흡기)로 폐렴에 해당한다. 감염 경로에 따라 감염병을 분류하기도 한다. 오염된 음식이나 물은 여행자설사, 장티푸스, 콜레라, A형 간염, 폴리오(급성 이완성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 등의 감염병과 연관이 있고, 모기 등 곤충은 말라리아,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을 일으킨다. 환경 오염이나 동물은 파상풍, 디프테리아, 광견병, 주혈흡충증, 렙토스피라증의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된다. 성을 매개로 한 감염병에는 각종 성병이나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들 수 있다. 송 교수는 “다양한 감염 경로를 감안할때 해외여행을 다녀와 귀국한 지 2개월 이내에 발생한 감염병은 해외에서의 감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병증이 나타나면 담당 의사에게 반드시 해외여행 이력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이 바이러스성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면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자에서 65~84%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 환자는 미 접종자와 비교해 치사율 또는 중환자실 입원율이 40%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은 평생 1회, 65세 이전에 맞았다면 접종일로부터 5년이 경과했을 때 한 차례 더 추가로 접종하면 된다”면서 “특히 찬바람은 신체 균형을 해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감기,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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