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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도 다른 여자 처음 볼 때 몸매 먼저 본다

    여자도 다른 여자 처음 볼 때 몸매 먼저 본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볼 때 몸매를 먼저 보지만, 여자는 여자를 처음 볼 때 얼굴(외모)을 먼저 본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 연구팀은 남자 36명, 여성 29명을 대상에게 눈동자의 움직임을 쫓는 첨단장비를 착용하게 한 뒤 굴곡있는 몸매, 마른 몸매, 중간 몸매 등 3그룹으로 분리된 여성들의 사진 30장을 바라보게 했다. 실험 대상자들이 여성의 사진에서 머문 시선을 1000분의 1초 간격으로 체크한 결과, 남성은 여성의 얼굴보다 몸매를 바라보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슴과 허리, 엉덩이 부위에 눈길을 오래 줬으며, 마르거나 평범한 몸매의 여성 사진보다 굴곡있는 몸매의 여성 사진을 더욱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눈에 띄는 결과는 여성들 역시 다른 여성의 외모 보다는 몸매를 관찰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남성들은 몸매의 차이에 따라 적극성에 차이가 있었지만, 여성은 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남성이 잠재적으로 가진 종족번식의 본능과 연관이 있다”면서 “여성의 경우 같은 여성의 외모보다 몸매를 더욱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사회적인 경쟁의식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환경재앙 딛고 돌아온 태화강 바지락·재첩… 연말부터 식탁 오른다

    환경재앙 딛고 돌아온 태화강 바지락·재첩… 연말부터 식탁 오른다

    바지락과 재첩이 넘쳐 났던 풍요의 상징 ‘울산 태화강’. 1970년대부터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로 공단과 도심에서 쏟아낸 오폐수가 여과 없이 흘러들었다. 태화강은 중금속 물질로 뒤범벅되면서 ‘죽음의 강’으로 변모했다. 풍요의 상징인 바지락과 재첩도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13년 여름 1급수로 회복된 태화강에서는 평일 수십명, 주말·휴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돌아온 바지락과 재첩을 캤다. 28일 울산 남구 여천동 태화강 하구. 1년 전까지 제방을 따라 길게 늘어섰던 무허가 판자촌(41개)이 사라진 곳에는 40여척의 어선을 정박할 수 있는 물양장(선착장)이 건설됐다. 남구는 길이 120m, 너비 7.5~14m의 물양장에 선박 계류시설과 바지락 경매장(165㎡)을 설치했다. 이로써 26년 만에 다시 식탁에 오를 태화강 바지락을 채취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내수면어업 허가권을 위임받은 울산수협이 오는 12월 본격적인 조개 잡이에 앞서 어민(33명)들과 시설 운영 및 판매 등에 대한 협의만 완료하면 된다. 수협 측은 다음 달까지 어민과 협의를 완료하고 바지락 캐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태화강 바지락이 채취 금지조치 이후 다시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26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1970년대까지 태화강 바지락은 이름이 나면서 전국 바지락 종패의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태화강의 풍요도 잠시. 1960~1970년대 산업화로 들어선 각종 공장이 365일 끊임없이 뿜어낸 산업폐수와 팽창한 도심의 오수가 여과 없이 태화강으로 쏟아졌다. 수질오염으로 신음하던 태화강은 생명력을 잃어 갔다. 1급수 하천이 죽음의 강으로 변모한 것이다. 중금속 물질 등 각종 오염물로 뒤덮인 강은 수생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사람들의 발길조차 끊겼다. 자연히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태화강 바지락도 치명타를 입었다. ‘중금속 바지락’의 위험성 때문에 1987년부터는 바지락 채취가 금지됐다. 일부 어민이 해경과 행정기관의 단속을 피해 잡은 바지락을 산지 표시 없이 몰래 시중에 유통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태화강 바지락은 옛 명성을 완전히 잃었고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울산시는 신음하는 태화강을 살리려고 2001년부터 오폐수 차단에 나섰다. 공단과 도심의 주요 지점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변에는 빗물에 쓸려오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우수토실까지 설치했다. 여기에다 물의 흐름을 막았던 방사보(길이 600m)를 철거하고, 수년간 강바닥의 퇴적오니(오염물질)를 긁어내는 준설 작업도 벌였다. 생명을 잃었던 강에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1996년에 ℓ당 11.3㎎까지 치솟았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바닥 오니 등을 걷어내자 2001년부터 ℓ당 5.5㎎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에 2.9㎎, 2010년에 2.0㎎, 2012년에 1.9㎎, 올 들어 1.4㎎로 좋아졌다. 윤영찬 울산시 태화강관리단장은 “우리 식탁에 태화강 바지락이 많이 올라올 수 있도록 수질관리와 수생생태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전국의 하천 가운데 유일하게 태화강에 바닷조개인 바지락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질개선 효과에 힘입어 바지락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바지락 증가가 알려지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캐자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시는 어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6년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 바지락의 ‘인체 유해성’(중금속 함유량) 조사를 벌여 안전성을 확인했다. 2009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자원평가 및 이용방안 연구조사’에 들어가 1450t가량의 바지락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구는 이 조사를 토대로 연간 400t씩(번식기 6~8월 제외)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할 예정이다.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채취량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 2년마다 바지락 자원량 재조사를 통해 조업량을 점차 늘려 갈 계획이다. 어민 김세근(69)씨는 “태화강 하구에서는 바지락과 재첩 등 다양한 조개가 많이 잡혀 당시 중구 염포·성내·내황은 물론 남구 여천·삼산 등 100가구 이상이 조개 잡이로 생계를 이었다”면서 “어릴 때 강에 들어가 발가락으로 모래를 몇 번 차면 조개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개 잡이가 금지된 이후 처음에는 단속을 피해 밤에 조개를 잡는 어민들도 많았다”면서 “해경과 행정기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조업도 사라지고 조개도 잊혀져 갔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부터 조개 잡이가 공식 재개되면 어민들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지락 잡는 방법도 세월만큼이나 달라졌다. 과거에는 호미로 강바닥을 긁어서 잡았지만, 요즘에는 배 위에서 기계를 내려 긁어 모은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어서 일손도 줄었다. 남구는 연간 400t의 바지락을 채취하면 12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 1인당(33명) 3000만원의 소득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바지락이 본격 개발되면 국내 바지락 종패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고, 일본 등 해외에 성패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예전에 태화강 하구는 조개섬으로 불리는 곳이 있을 정도로 조개가 아주 유명했다”면서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명물인 바지락을 지역 특산물로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락과 함께 돌아온 재첩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태화강 재첩은 기수재첩(일본재첩), 공주재첩, 재첩 등 3종류다. 이 가운데 기수재첩이 전체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기수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염분이 적은 기수 지역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패류도감에는 일본재첩으로 표기돼 있다. 태화강 재첩은 1960~1970년대 많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조개섬(노벨리스 코리아 울산공장 앞)을 중심으로 재첩 잡이가 성행했다. 60년대만 해도 조개섬 일대는 재첩을 사려는 장사꾼들로 붐볐다. 그런 재첩은 수질오염으로 70년대 초부터 자취를 감췄다. 40여년 만인 올여름 명촌교 아래 태화강 하구에서는 수십에서 수백명의 시민이 몰려 재첩을 잡았다. 수심 1m 안팎에서 재첩을 잡는 인파가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복순(71·여·울산 북구)씨는 “어릴 때 강에서 놀며 재첩을 많이 잡았는데 이렇게 다시 잡을 수 있게 돼서 좋다”며 “맛있는 재첩을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옛날 생각도 많이 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양지근(67·울산 동구)씨는 “태화강 재첩으로 국을 끓였더니 쫄깃한 맛이 뛰어나 지난여름 태화강에서 살았다”면서 “더위도 식히고 재첩을 잡는 재미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2011년 동해수산연구소 조사 결과 태화강 하구 4.8㎞ 구간(태화교~명촌교)에는 38t가량의 재첩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1㎝ 크기였던 재첩이 2년여 세월이 흐르면 3~4㎝ 크기로 자랐다. 조사 당시보다 매장량도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재첩으로 유명한 섬진강의 자원량(580t)보다는 아주 적다. 하지만 사라졌던 재첩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족하다며 시민들은 기뻐하고 있다. 한편 생명을 되찾은 태화강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 가지 보물(三寶)’을 간직하고 있다. 삼보는 ‘백로 서식지’, ‘까마귀 월동지’, ‘바지락 종패공급지’이다. 여기에다 연어, 수달, 황어 등이 돌아와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100만분의 1 확률! 3쌍둥이 젖소 태어나

    100만분의 1 확률! 3쌍둥이 젖소 태어나

    보기 드문 세 쌍둥이 새끼소들이 남미에서 태어나 화제다. 브라질 상파울로 주의 자르디노폴리스의 한 농장에서 젖소가 3쌍둥이를 낳았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소는 자연분만으로 3쌍둥이를 낳았다. 3마리 새끼소는 모두 암컷으로 몸무게 18kg 정도로 모두 건강했다. 농장은 쌍둥이와 인연이 깊다. 이미 두 번이나 쌍둥이 젖소가 태어난 적이 있다. 하지만 3쌍둥이 젖소는 처음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상파울로 주 농무부의 수의사 페르난도 베빌라쿠아는 “소의 경우 3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매우 드문 경우라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3쌍둥이 젖소는 모두 건강하고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무부 관계자는 “3쌍둥이 모두 번식력에는 문제가 없으며 정상적으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진=엘파이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HPV와 자궁경부암의 상관관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곤지름’이라는 병명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콘딜로마로 불리는 성기 사마귀를 이르는 말로, 이 질환의 원인이 바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다. HPV는 아형이 100종이 훨씬 넘을 만큼 다양한데 이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는 6, 11, 16, 18번형이 꼽힌다. 이 가운데 6, 11번형은 상대적인 저위험형, 16, 18, 31번형은 고위험형으로 구분되며, 고위험형의 경우 남성의 음경암, 여성의 자궁경부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임상적인 검사를 거쳐 보면 대부분이 6, 11번형이지만 단독 혹은 혼재된 형태로 16, 18번형이 발견되는 환자도 20% 정도에 이른다. 허수영 교수는 “HPV는 130여종의 유전자형이 있으며, 그중 30∼40개의 유전자형이 여성 생식기와 회음부, 항문 등에 감염될 수 있다”면서 “이 중 약 20여개의 유전자형이 자궁경부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 유전자형이 바로 16, 18번”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이런 HPV와 자궁경부암의 연관성을 따지자면 흡연과 폐암과의 관련성보다 무려 10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바이러스 감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물론 모든 HPV 감염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HPV가 여성의 자궁경부 점막에 감염되더라도 70∼80%의 환자에서는 일시적인 감염에 그쳐 별다른 증상 없이 자연치유된다. 그러나 자궁경부에 미세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HPV가 점막세포에 감염되며, 세포를 감염시킨 바이러스들은 자궁경부 기저세포층으로 이동해 번식하게 되는데, 바로 이곳에서 세포 변형이 유발되어 자궁경부 이형증, 상피내암, 진행성 자궁경부암 등을 유발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99%에서 HPV의 감염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에 의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아기 물티슈, 제품 뒤를 보고 골라야

    아기 물티슈, 제품 뒤를 보고 골라야

    연일 물티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중심으로는 ‘보존제’가 꼽힌다. 보존제는 물티슈에 각종 세균 및 곰팡이, 박테리아의 번식을 방지해 물티슈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질이 각종 유해 균의 먹이가 될 수 없는 화학 성분과 섞여있다. 따라서 보존제는 함량 비율에 따라 유해할 수도 혹은 유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물티슈 브랜드 ㈜호수의나라 수오미가 입장을 밝혔다. ㈜호수의나라 수오미 측은 “물티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법령이 체계화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논란이 야기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고 했다. 이어 “자사의 ‘순둥이 물티슈’는 화장품법을 기준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또 주기적으로 안전성 테스트를 받고 있다. 그 결과 국가공인 시험기관으로부터 110여 차례 이상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소비자들은 믿음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 사용 후 물로 씻어내지 않아도 유아들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순둥이 물티슈에는 최근 국정감사 및 소시모에서 지적한 유해성분 및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구강청결제와 안약, 유아용 치약, 유아용 선크림, 베이비로션, 핸드크림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다. 또, ㈜호수의나라 수오미는 물티슈의 안전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전성분 확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용하는 물티슈 제품 뒷면에 기재된 전성분의 확인과 국내외의 신뢰성있는 기관을 통한 성분의 검색을 생활화하자는 내용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순둥이 물티슈 제품에 사용된 전성분 및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를 판매페이지에 게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화장품협회, 미국의 환경시민단체인 EWG 등 국내외의 공신력있는 기관들의 성분 검색 URL을 첨부하여 순둥이 물티슈 및 타사의 제품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캠페인 및 순둥이 물티슈의 안전성 관련 내용은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순둥이 물티슈 판매페이지와 전문 쇼핑몰인 순둥이몰(http://mall.suomi.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가도 이방인”… 절절한 파독 노동자의 삶

    “한국 가도 이방인”… 절절한 파독 노동자의 삶

    유랑, 이후/최화성 지음/실천문학사/328쪽/1만 3800원 “우리는 민들레 홀씨야. 빈 몸으로 날아와 아무데다 시멘트 뚫고 살았고 번식력도 강하니까.”(312쪽) 50년 전, 20㎏짜리 가방 하나 들고 8000㎞를 날아 독일에 정착한 한국의 청춘 남녀들이 있었다. 남자들은 지하 1000m의 막장에 들어가 지열 40도가 넘는 극한의 환경에서 석탄을 캐며 ‘라인강의 기적’을 일궜다. 여자들은 병원에서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당하며 허드렛일을 감내하면서도 희생과 헌신적인 태도로 ‘동양에서 온 천사’로 불렸다. 체류 기간 3년의 제한을 받던 남자들은 체류 연장을 위해 무기한 노동권이 있던 여자들과 결혼했다. 파독 광부 7936명과 간호사 1만 32명은 그렇게 먼 이국땅에 한인사회의 뿌리를 내렸다. 파독 50주년에 맞춰 출간된 ‘유랑, 이후’는 당시 최대 탄광공업지역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한인사회를 만들었던 루르 지역의 8개 도시에서 만난 파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르타주다. 1960~1970년대 독일에 온 이들은 저마다 절절한 사연을 품고 있다. 1977년 마지막 광부로 독일에 온 김대천씨는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삶이 싫어 가족을 데리고 한국을 떠났다. 독일에 온 지 35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독일어를 못한다. 한국전쟁 이후 인민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큰형을 잃은 이종현씨는 광부로 일하는 틈틈이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뒤 파독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 왔다. 파독 근로자 중 3분의1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집안 곳곳에 태극기를 걸어둘 정도로 지독한 향수병을 앓으면서도 이주민의 삶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천명윤씨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랑인으로서의 슬픈 운명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독일은 이민국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노동 인력일 뿐이었지요. 10년 넘게 한쪽 발만 걸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문 앞에 서 있는 심정이었지만 문을 열고 받아주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한국에 가면 또 이방인인 거예요. 영원한 이방인의 삶이에요.”(321쪽)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 반려견 놀이터 가보니

    [주말 인사이드]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 반려견 놀이터 가보니

    10개월 된 진돗개 ‘곰돌이’와 네 살 화이트테리어 ‘나리’ 아빠인 강효섭(60)씨는 “반려동물로 등록한 뒤 한 달을 벼르다 찾아왔는데 역시 애들이 너무 좋아하네요”라며 웃었어요. 한 살 된 포메라이안 ‘노래’와 나들이 나온 하원호(34)씨 부부는 “사회성을 키워야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덜 짖고 온순해지거든요. 앞으로 자주 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1호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반려견을 위한 복지시설이죠.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서 7월 31일 문을 열었어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2번 출구에서 구의문 사거리 쪽으로 걸어서 10~15분 거리랍니다. 비 오는 날 빼고는 매주 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문을 열어요. 12~2월엔 쉬어요. 제가 이래 봬도 은근히 인기랍니다. 16일까지 3405마리나 놀다 갔어요. 함께 온 견주는 4861명이에요. 개장일이 54일이니 하루 평균 63마리, 90명이 이용한 셈이죠. 주말엔 정말 붐벼요. 지난달 1일에는 200마리가 넘었어요. 다른 곳에선 반려견들 고생이 숱하지 뭡니까. 산책을 나갔다가 자동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죠. 더러는 교통사고도 당해요. 호기심과 유혹 탓에 길을 잃곤 하더군요.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다른 친구들과 얘기 나누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제게 오면 그야말로 ‘걱정 끝, 행복 시작’입니다. 건강을 챙기는 건 덤이죠. 반려견들만 친목을 다지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도 이야기꽃, 웃음꽃을 활짝 피웁니다. 유쾌한 수다가 밤늦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거의 매일 들르는 김성순(45·여)씨는 “애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죠”라고 귀띔했어요. 함께 다니는 6개월 된 코카스파니엘 ‘도리’는 벌써 놀이터 터줏대감 노릇을 해요. 제일 작은 편인데 아주 싹싹해서 견주는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 짱’이죠. 애견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임병찬(37)씨는 네 살 된 알래스카 말라뮤트 ‘참치’를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찾아와요. 카메라까지 들고 와 다른 친구들 사진도 공짜로 찍어 준답니다. 재능 기부를 하는 셈이죠. 전 지난해 9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에 동물보호과가 생긴 덕분에 태어났어요. 이곳에서 반려견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어울리도록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죠. 큰 기대를 갖고 오시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농구 코트 두 개를 합친 크기(747㎡·227평)에 불과해요. 나무가 우거진 자연 그대로의 녹지에 벤치와 그루터기 의자 서너 개, 반려견을 위한 수도 시설과 간이 화장실을 들여놓고 녹색 울타리를 쳐놓은 정도예요. 그래도 공짜 입장이란 것 잊지 마시길. 하지만 정식 등록된 반려견만 들어올 수 있답니다. 또 간단한 신상정보를 작성하면 신장측정표 앞을 지나게 돼요. 중소형견과 대형견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거든요. 키 40㎝가 기준입니다. 원래 큰 쪽(459㎡)이 중소형, 작은 쪽(288㎡)이 대형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비탈 문제도 있고 해서 견주들 의견에 따라 바꿨어요. 중소형견이 8~9배 많이 와요. 그런데 실제 크기 구분은 무의미하답니다. 처음 방문한 중소형견이 작은 쪽에서 분위기를 익히다 보면 큰 쪽으로 옮겨와 뛰어놀려고 하거든요. 위험하지 않냐고요? 처음 마주쳤을 때 으르렁하기도 하지만 곧 친해지죠. 문제가 생겨 퇴장당한 경우는 아직 없답니다. 시범 운영이라 부족한 부분도 있어요. 흙바닥이라 견주들이 아쉬워해요. 특히 바닥을 풀밭으로 바꾸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와요. 그런데 그늘 지역이라 잔디가 자라기 힘들대요. 시에서는 비가 온 뒤 질척거리는 것을 막으려고 마사토를 까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 중이랍니다. 폐타이어나 목재를 이용해 간단한 기구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는데요, 일부에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도 하지요. 붐빌 경우 견주들이 쉴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해요. 물론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면 간단한 시설들은 당연히 설치되겠죠? 80~90%가 능동, 군자동, 구의동, 중곡동 등 주변 동네에서 찾아와요. 신림동이나 구로동 등 이따금 먼 곳에서 소식 듣고 방문한 견주들은 무척 부러워하죠. 개들이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선 아직까지 저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면목동에서 4개월 된 리트리버 ‘라리’와 함께 한 시간 정도 걸어왔다는 구본형(30)씨는 “더 작은 규모라도 집 근처에 생기면 정말 좋겠다”고 했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반려견 놀이터를 공원 시설에 포함하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래요. 다음 달 공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앞으로 저와 비슷한 공간이 조금씩 늘어날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공원들은 민원 때문에 힘들고, 30만㎡ 이상 대형공원을 중심으로 생길 것 같아요. 벌써부터 즐거워하는 견공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얼마 전 이런 기사가 났더군요. 여신금융 업계가 올해 8월 애완동물 시장에서 쓰인 카드 사용액을 조사했더니 모두 831억 9000만원이었대요. 시장 전체 규모가 1조 8000억~2조원에 달한다네요. 예전엔 관련 시장이 사료나 용품, 미용, 의료 정도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전용 호텔과 해수욕장, 유치원, 놀이터, 카페, 장례식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애완동물 팔자가 상팔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해요. 이렇다 보니 애완동물 장의사나 옷 디자이너, 브리더(번식사), 핸들러(도그쇼 매니저), 트리머(미용사) 등 새로운 직업도 생기고 있어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까지 뛴대요. 정말 놀랄 노자죠. 애완동물을 요즘엔 가족의 개념을 담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잖아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1000만명은 족히 넘을 거래요. 서울만 따져 보면 반려동물이 152만 마리라네요. 전체 가구수의 27%예요. 네 집 중 한 집꼴로 반려동물이 있다는 뜻이지요. 이 가운데 반려견은 50만 2890마리로 추정된답니다. 이쯤 되니 반려견 복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듯해요. 제가 자부심을 갖고 뽐낼 만하지 않나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T팬티가 섹시하다고? 건강엔 최악이야!

    T팬티가 섹시하다고? 건강엔 최악이야!

    속옷 라인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티팬티. 과거엔 서구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요즘엔 한국에서도 섹시함과 패션을 중시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많이 팔리는 추세다. 하지만 건강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티팬티가 각종 감염에 취약하고 부작용이 크므로 사용에 앞서 신중을 기하라고 충고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여성 건강 분야 두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멋쟁이’ 여성들이 애용한다는 티팬티의 위험성에 대해 15일 상세히 보도했다. 조언을 준 전문가는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여성건강학 교수인 질 래빈 박사, 스탬포드 병원의 여성비뇨기과의 시바 고프라니 박사다. 이들이 가장 먼저 제기하는 문제점은 팬티의 재질 문제다. 대부분의 티팬티가 통기성이 없는 레이스 종류로 되어 있기 때문. 고프라니 박사는 “일부 환자는 ‘사타구니 부분만 면소재로 되어 있으면 안되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팬티 전체가 면소재여야 한다’는 것이다”고 충고한다. 면소재가 아닌 부분에선 항상 습기가 남아있게 되며, 이는 각종 위생문제, 특히 감염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겉에 스키니한 형태의 옷을 입을 때 여성환자들의 외음부는 속에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레깅스나 스키니진 등 인조섬유나 스판 소재의 옷을 입으면 그만큼 습기가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티팬티 사타구니 부분의 얇은 밴드 움직임에 주목한다. 밴드가 움직이면서 세균을 쉴새 없이 옮긴다는 것이다. 래빈 박사는 “팬티 뒷부분에 세균, 특히 결장에서 나오는 세균을 가진 여성이 활동을 하면 밴드 움직임에 따라 세균이 그대로 앞쪽으로 간다”면서 “움직임에 따라 1~2인치 거리도 쉽게 옮겨진다”고 말했다. 즉 결장 세균이 여성의 질이나 요도를 감염시킨다는 것이다. 고프라니 박사는 이같은 감염은 여성의 질환경의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한다면서 이는 상당히 ‘일상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곰팡이 감염과 세균 감염 둘 다 해당되는데, 주로 세균에 의한 질 감염이 많다고 한다. 그는 티팬티에 의한 감염과정을 “티팬티의 악순환”으로 표현한다. 티팬티를 입은 여성의 경우 질 감염으로 인한 세균 분비물이 배출되면 이를 막기 위해 팬티라이너 사용을 늘리는데, 이때 더 많은 습기를 가두게 되면서 감염이 심해지고 분비물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티팬티는 감염 뿐만 아니라 피부 트러블이나 흉터도 남긴다. 고프라니 박사는 “티팬티를 입는 많은 여성환자들이 음부와 항문 주위에 피부트러블을 갖고 있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흉터나 트러블은 전통적으로 브라 라인이나 목 라인에서 발생했는데, 이젠 티팬티로 인한 것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질이나 치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프라니 박사는 “티팬티가 치질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끈’이 치질 부위를 계속 건드려 화를 돋군다는 것이다. 래빈 박사는 특히 생리중인 여성의 경우 끈팬티를 입을 경우 세균이 번식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격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출처:허핑턴포스트  임창용 기자 sdragon@seoul.co.kr
  • 울산 태화강 26년만에 바지락 채취 재개

    수질오염으로 채취가 금지됐던 울산 태화강 바지락이 26년 만에 다시 햇살을 보게 됐다. 울산 남구는 어민들의 바지락 채취를 위한 내수면어업 허가를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12월까지 수협에 내줄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태화강은 1970년대까지 국내 최대의 바지락 종패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나 산업화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1982년 수질오염지역으로 지정됐고 87년부터 재취가 전면 중단됐다. 2000년대 태화강의 수질이 개선돼 태화강 바지락이 다시 어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불법 채취돼 유통됐다. 이에 따라 울산시와 남구는 2006년 인체 유해성(중금속 함유량) 조사와 2010년 자원 이용방안 연구조사를 완료한 데 이어 지난해 1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바닥 준설과 물양장(선착장) 및 위판장을 설치하는 등 바지락 채취 준비작업을 마쳤다. 자원연구조사 결과 태화강에는 1450t가량의 바지락이 서식한다. 따라서 남구는 바지락의 남획을 막기 위해 번식기인 6~8월 3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9개월 동안만 400t씩 채취를 허가할 예정이다. 남구 관계자는 “태화강 바지락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옛 명성(전국 종패 60% 이상 담당)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태화강 바지락 채취는 2010년부터 추진됐으나 바지락 작업장 인근 어민들의 무허가 주거시설 및 불법어로장비 철거 갈등 등으로 늦어졌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엉덩이 실룩샐룩’…걸음마 시작한 아기 판다 공개

    ‘엉덩이 실룩샐룩’…걸음마 시작한 아기 판다 공개

    타이완에서 처음 태어난 아기 판다가 걸음마를 시작한 모습이 공개됐다. 12일 타이완 공중파 중국방송(CTV)에 따르면 생후 99일된 아기 판다 유안자이가 걸음마를 시작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아기 판다 유안자이는 스스로 일어나려고 엉덩이를 실룩샐룩 거리지만 아직 다리 힘이 부족하여 금세 주저앉는 모습이다. 유안자이는 지난 7월 6일 태어나 타이완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몸무게 6kg을 넘어선 유안자이는 사육사들의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빠르면 이달 중 대중에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판다는 자연출산율이 1%대에 그치기 때문에 각국의 전문가들은 이들의 번식률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벌레들의 습격] 소나무재선충·참나무시듦병에 450만 그루 사라져… 피해 눈덩이

    [벌레들의 습격] 소나무재선충·참나무시듦병에 450만 그루 사라져… 피해 눈덩이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사라진 소나무만 400만 그루가 넘는다. 2004년 경기도 성남 이배재에서 확인된 참나무시듦병은 지난해에는 전국 91개 시·군·구로 확산됐다. 2009년 이후 말라 죽어서 제거된 참나무만 50여만 그루에 달한다. 침엽수와 활엽수를 대표하는 소나무와 참나무는 각각 산림의 22.7%(144만 8000㏊), 26%(165만 9000㏊)를 차지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상징목이자 구황작물로서의 역할을 해 온 나무들이 병해충의 무차별 습격으로 생존위협에 직면했지만 방제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가을 날씨답게 청명하고 화창했던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청계산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청계산은 형형색색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로 분주했다. 입구에 서 있는 수령 225년 된 보호수인 갈참나무(서 22-8)와 굴참나무(서 22-9)는 이들을 반기는 만남의 장소이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보호수다. 백년, 청계산을 지켜온 거목의 몸에는 볼썽사나운 노란색 테이프가 감겨 있지만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이 테이프는 참나무시듦병을 옮기는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끈끈이 롤트랩이다. 청계산에 시듦병이 발생하면서 이뤄진 고육지책이다. 광릉긴나무좀은 참나무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알을 낳는데, 이때 유충의 먹이인 라펠리아 병원균을 퍼트린다. 라펠리아균은 줄기의 수분 통로를 막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이게 시듦병이다. 진달래능선을 오르는 길은 시듦병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오랜 시간 등산로를 보듬던 참나무에는 롤트랩이 감겨 있다. 지난 추석 성묘 때 도토리를 아주 많이 주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곳에서는 도토리를 단 한 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하얀 비닐에 싸인 채 허망하게 드러누운 ‘참나무 무덤’이 등산로 주변 숲 속 곳곳에 생겼다. 감염된 고사목은 일정한 크기로 잘라 훈증액을 뿌린 뒤 흰 비닐로 봉해 3개월간 훈증한다. 병원균과 매개충이 탈출해 다른 나무에 병을 옮기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조치로, 고사목의 밑동까지 예외없이 훈증하고 있다. 소중한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한순간 사라지게 된다. 청계산 곳곳에서는 서초구에서 진행한 방제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나무에는 작업 편의를 위해 피해 상태를 알려주는 끈을 매달아 놨다. 제거할 고사목은 빨간색, 롤트랩을 설치할 나무는 파란색으로 구분한다. 빨간색보다 파란색이 많은 것이 다행스럽다. 나무에 작지만 정교한 구멍들이 나 있는 게 눈에 띈다. 매개충인 긴나무좀이 나무를 파먹고 들어간 흔적이다. 어떤 나무에서는 수십 개의 구멍이 발견된다. 청계산에서는 2009년 처음 발생이 확인된 후 현재 피해목이 3000여 그루에 달한다. 860여 그루를 벌채했고 1500그루에는 롤트랩이 설치됐다. 지난해까지 북한산과 남산에 한여름에도 단풍이 들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피해가 심했는데 방제가 집중되면서 남하하고 있다. 수도권지역 참나무시듦병 방제를 지도감독하는 조종흡 산림청 산림병해충 특임관은 “해충의 완전 방제는 불가능하다. 밀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숲가꾸기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나무시듦병은 고사율이 20% 정도다. 여러 차례 침입을 받은 후에 고사해 한 번 걸리면 죽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비해 치명적이지는 않다. 지난해 기준 시듦병은 전국적으로 2680㏊에서 발생했는데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참나무 중에서도 껍질이 얇은 ‘신갈나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30년 이상 자란, 목재 가치가 있는 성인목, 상대적으로 보전이 강조되는 공원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이 재창궐해 소나무와 잣나무까지 피해가 커지고 있다.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특별법 제정 후 집중 방제로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2010년 이후 다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시듦병과 전개 상황이 다르다. 6~7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원균)을 소나무에 옮기면 실 같은 선충이 수분 이동 통로를 막아 고사시킨다. 재선충은 크기가 1㎜에 불과하지만 암수 한 쌍이 1주일 만에 20만 마리를 번식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졌다. 감염목은 그해에 80%, 다음 해에 20% 등으로 100% 죽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고사목을 조기 발견해 제거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2010년 3547㏊(고사목 13만여 그루)까지 감소했던 재선충병이 지난해 80개(25개는 청정지역) 시·군·구, 5286㏊(고사목 50만여 그루)로 급증했다. 피해가 극심한 제주도는 방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주도에 발생 시 소나무가 전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2009년 청정지역을 선포했던 울산 동구에서는 5년 만인 9월 재선충병 감염목이 발생했다. 경기도 가평·양주·안성, 충북 충주 등 7개 지역에서도 새로 발생했다. 경기권은 피해지(127㏊)의 93.7%(119㏊)가 잣나무에서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잣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감염 후 2년이 지나야 고사가 진행돼 발견이 쉽지 않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재선충병은 인위적인 확산에 의해 만연된다. 솔수염하늘소의 연간 이동 능력은 2~3㎞에 불과해 매개충 자체로 인한 감염 확산보다 감염목의 이동에 따른 확산이 문제다. 충주의 경우 경기도에서 화목보일러 원료로 가져온 나무에서 재선충병이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방제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방제 방법도 여전히 감염목 제거나 벌채 등 단기 처방에 집중돼 있다. 천적을 이용한 방제 등은 아직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 확산 예방 효과가 높은 항공방제를 늘리고 있지만 도심지역이나 공원지역은 제외되고 민원이 야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문일성 박사는 “지난해 태풍과 올해 가뭄이 더해지면서 수세가 약해진 나무들에 병해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피해가 유난히 컸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책꽂이]

    마시멜로 세 번째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밥 앤들먼 지음, 공경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6년 만에 돌아온 ‘마시멜로 이야기’의 결정판. 저자들은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성공의 비밀은 뛰어난 재능이나 노력이 아니라 만족을 재촉하지 않는 능력임을 알려 준다. 가족·사랑 등을 조화롭게 끌어가는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248쪽. 1만 4000원. 차이나 3.0(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중앙일보중국연구소 옮김, 청림 펴냄) 중국과 유럽의 석학 18명이 내다본 중국과 세계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 1949년 이후 마오쩌둥 집권기를 차이나 1.0 시대로, 1979년 덩샤오핑 집권부터 세계금융 위기까지를 차이나 2.0 시대로 각각 규정한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은 이전 시대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발전할지를 예측한다. 252쪽. 1만 6000원. 우리는 왜 먹고,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가?(미셸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계단 펴냄) 인간의 생존, 번식, 유대에 관한 가이드북. 결혼의 정치학과 여성의 폐경까지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진화의 원리를 밝힌다. 청소년기의 반항은 과연 호르몬 때문일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정말 있는 것일까 등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진다. 260쪽. 1만 3500원.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저자의 시각으로 훑은 ‘쿨’한 미국사 파노라마. “인류 역사에서 미국과 같은 ‘초초강대국’은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미국을 제대로 알아야 친미·반미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동차가 성 문화를 어떻게 바꿨고, 왜 오바마 대통령이 혼혈이 아닌 흑인인지를 논리적으로 풀어 본다. 352쪽. 1만 6000원.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다이애나 홍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대한민국 1호 독서 디자이너가 밝히는 최고의 자기계발법. “읽으면서 성장하고, 쓰면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책. ‘독서대왕’ 세종은 무작정 읽었고, 반복해서 읽었고, 가슴으로 읽었으며, 읽은 책을 토론하며 신하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40, 50대를 변방에서 보냈는데, 불행했던 그 시간이 학계엔 축복이었다고 주장한다. 248쪽. 1만 4000원.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대니얼 데닛 지음, 유자화 옮김, 옥당 펴냄) 뇌는 어떻게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느냐는 문제를 풀어 간다. 우리의 몸이 정신과 육체라는 두 가지 실체로 나뉘어 있음을 주장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맞는지 추적한다. 전통적인 이론을 반박하고 다중원고 모형이란 이론을 펼쳐 보인다. 652쪽. 3만원.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백승휴 지음, 끌리는책 펴냄) ‘포토테라피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 치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25년간 인물사진을 찍어 온 저자는 “사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며, 사람의 내면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쪽. 1만 3000원.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니콜 립킨 지음, 이선경 옮김, 더숲 펴냄) 경영 심리학자가 풀어낸 현장 리더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 해결법.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오랫동안 기업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리더들이 부딪치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즉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언한다. 332쪽. 1만 5900원.
  • 고래상어와 친구가 된 바다청년, 이웃들은 상어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고래상어와 친구가 된 바다청년, 이웃들은 상어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조용한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고래상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로 꼽힌다. 몸 길이는 최대 18m, 무게는 15~20t에 이른다. 거대한 몸집과 달리 성질은 무척 온순하다. 1.5m 안팎의 큰 입으로 갑각류, 오징어, 플랑크톤을 먹거나 작은 물고기들을 물과 함께 들이마셨다가 여과해 삼킨다. 멸종 위기종이지만 정확한 개체수와 생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먼바다에서 생활하며 가끔 연안에 나타나기도 한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도 몇 차례 발견됐다. 필리핀 오슬롭의 작은 어촌마을 타나완에 고래상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평범한 어부였던 28세 청년 준준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기잡이를 나가던 길에 우연히 고래상어와 마주친다. 친근감을 표시하던 고래상어가 준준의 배를 쫓아오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다른 고래상어들도 하나둘 타나완에 모여든다.  한가로운 어촌이던 타나완은 고래상어 덕에 큰 변화를 맞는다. 어부였던 준준은 다이빙 가이드가 된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고래상어를 보고 싶어 하는 다이버들이 모여들고, 고래상어 관광을 안내하는 ‘보트맨’이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난다. 수십 개의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면서 타나완은 순식간에 관광지로 변모한다. 그러나 타나완의 변화를 지켜보는 준준의 마음은 편치 않다. 타나완은 어느 때보다 활기 넘치는 장소가 됐지만 부작용도 따랐다. 무엇보다 고래상어가 돈벌이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시작했다. 관광용 보트에 다친 사람들이 늘어났고, 관광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투계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회유성 어종인 고래상어가 왜 오슬롭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밝히려는 연구원들도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고래상어가 한 곳에만 머무를 경우 야생성을 잃고 성장과 번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준준과 고래상어는 앞으로도 바다에서 함께할 수 있을까. 둘의 이야기는 4일 밤 10시 KBS 1TV 파노라마 ‘고래상어, 바다청년과 친구가 되다’ 편에서 방송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텅 빈 바다] 찰스 클로버 지음/이민아 옮김/펜타그램/452쪽/2만원 [플라스틱 바다] 찰스무어·커샌드라 필립스 지음/이지연 옮김/미지북스/470쪽/1만 8000원 위기에 처한 해양 생태계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기업형 어업이 야기한 수산물 남획으로 멸종 위기종이 속출하고, 플랑크톤보다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는 등 턱밑까지 다가온 바다의 재앙에 경고음을 울리는 현장 보고서다. 읽고 나면 식탁에 올라온 참치 캔 한 통과 물병 뚜껑 하나가 얼마나 바다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텅 빈 바다’는 영국의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하게 취재해 낱낱이 고발한 탐사 르포다. 지금까지 해양생태계의 문제는 대부분 산업시설의 독성물질이나 핵폐기물 무단 방출 등 해양오염의 측면에서 다뤄졌을 뿐 남획에 관한 문제의식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구상부터 출간까지 13년이 걸린 이 책에서 저자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던 남획의 폐해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저자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남획의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항으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의 글로스터 항구는 한때 그물을 펼치면 갑판 위에 물고기 떼가 파도처럼 쏟아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어획량 감소 탓에 도시 자체가 몰락했다.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약탈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얻기 위해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큰 물고기까지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대표적인 어업 방식인 트롤 어선들은 대형 그물들을 바다에 던져 주변 물고기를 싹쓸이한다. 현대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 어업이 횡행하면서 1950년대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t씩 감소해 왔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2048년쯤에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경제적 이익에만 급급한 트롤 어선과 선주들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과학자, 정보를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기관, 선거 때마다 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서 자국 어선이 해적질과 다름없는 불법 어업을 저질러도 눈감아 주는 유럽 원양 대국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또한 멸종위기 생선인 철갑상어나 참치 요리를 거리낌 없이 자랑하는 유명 요리사들과 생선을 먹을 줄만 알지 이런 사실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소비자들도 풍요의 보고이던 바다를 쇠락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2006년 영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루퍼트 머리 감독이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200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책 말미에 보론으로 실린 그린피스 활동가 박지현씨의 글은 세계적인 원양어업 국가인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남획 실태를 돌아보게 한다. ‘플라스틱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다룬 책이다. 비슷한 종류의 책이 이미 여럿 나와 있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최초로 발견해 플라스틱 해양오염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찰스 무어 선장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어 선장은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아름다운 수면 아래로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훗날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게 될,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하는 지구상 가장 큰 쓰레기장이었다. 이 발견을 계기로 평범한 시민이던 무어 선장은 해양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변모한다. 그가 미국 각지의 환경운동가, 학자, 시민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상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1998년 처음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양을 계량하기 위해 북태평양 한가운데서 무작위로 표본을 수집,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의 양은 플랑크톤보다 6배나 많았다. 10년 뒤인 2008년 조사에선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급증해 무려 46배에 달했다. 석유 추출물로 만든 플라스틱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같은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즐겨 먹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해양 생물과 거의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극지방의 이누이트족들에게서 화학물질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스웨덴 복지 맨얼굴과 산소 주변 등나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스웨덴 복지 맨얼굴과 산소 주변 등나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후소득보장 분야에서 중요한 국제교류가 있었다.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한국과 스웨덴 정부의 인구고령화 포럼’과 스웨덴 대사관저에서의 만찬을 통해서다. 양국 복지부 장관의 주제 연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와의 진지한 토론과 여러 스웨덴 전문가들을 통해 스웨덴 복지의 맨얼굴을 경험할 수 있었다. 평균수명 증가와 경제성장률 감소가 연금재정에 부담을 주는 만큼 연금액을 자동 삭감토록 한 1998년 스웨덴 연금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가 다니엘손 대사에게 연금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물었다. 연금 운영에서 정치논리 배제와 오랜 역사의 기초연금 폐지가 1998년 연금 개혁을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니엘손 대사는 오래된 스웨덴 복지 역사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오랜 역사의 복지 학습효과를 통해 복지제도 필요성이 국민들 뼛속 깊이 녹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금운영을 책임지는 정부가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싫어도 개혁 필요성이 있겠지 하면서 국민들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빈번해진 정권교체가 정치권의 책임의식을 높였다는 설명도 중요하게 들렸다. 언젠가 정권을 잡을 터인데 대책 없는 반대 또는 지나친 포퓰리즘이 야기할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 정치권이 복지 관련 논쟁에서 일정한 선은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끊임없는 적응하는 것이 스웨덴 복지의 참모습이라는 답변도 가슴에 와 닿았다. 과거에 도입한 제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것이 스웨덴 복지의 핵심이라는 대목에서 특히 그러했다. 이미 15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금 개혁을 단행했음에도 인구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추가적인 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스웨덴 포럼 참석자들의 견해가 이를 입증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논란이 되는 우리나라의 기초연금 도입방향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의 역사·문화·전통을 고려하여 한국적 상황 및 정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도입이 최선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였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과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반영한 객관적인 평가는 할 수 있을 것이나, 구체적인 제도 도입방향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라는 지극히 절제된 답변이었다. 우리 사정은 우리가 가장 잘 알 터인데도, 외국 사람들에게 구태여 해법까지 물어봤던 이유는 바람직한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만남의 여운을 간직하며 맞이한 추석 성묘 길, 산소 주변의 등나무 숲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철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등나무가 야생의 산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였다. 제한된 공간에서 자라는 도심의 등나무가 훌륭한 쉼터와 아름다운 꽃을 선물할 수 있는 반면, 적절한 통제가 없는 야생상태의 등나무는 그 특유의 강한 번식력으로 10m가 넘는 소나무까지 고사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심과 야생상태 등나무의 기능차이는 복지문제를 둘러싼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현실과 환경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물처럼 보였다. 복지에 대한 학습효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부담정도, 소득 파악 관련 인프라 등에서 존재하는 양국의 현격한 차이를 인정한다면 해법은 간단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심각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우리가 추구할 복지의 제1원칙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노인 집단 내에서의 큰 소득격차를 고려할 때 논란이 되는 기초연금은 선별지급과 저소득 노인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차등지급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초연금만으로는 노인빈곤 해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소득 노인을 위한 추가 복지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도 운영원리가 상이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운영은 자칫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국민연금을 고사시키는 야생의 등나무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연계 운영방식 대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초연금은 노후빈곤에 노출된 취약노인 중심 제도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배경이다.
  • 길고양이 수는 ‘팍팍’ 중성화 수술 예산은 ‘찔끔’

    갈수록 급증하는 ‘길 고양이’(일명 도둑고양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TNR) 사업에 국가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길 고양이는 집 밖으로 나온 집 고양이가 주택가 주변 등에서 자연 번식하며 야생화된 고양이를 말한다. 17일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길 고양이의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암·수컷 고양이의 난소와 정소를 제거하는 TNR 시술, 포획 및 안락사, 고양이와 앙숙인 개 키우기 등 다양한 묘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길 고양이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면서 낮에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밤에는 이상한 소리는 내는 바람에 민원이 끓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설·추석 명절 연휴 때는 그 정도가 심각한 실정이다. 주로 동원되는 방법은 TNR 시술이다. 현재 서울시와 25개 구를 비롯한 전국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시행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이 사업에 연간 2000만~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구는 최근 3년간(2010~2012년) 길 고양이 1만 6000여 마리를 대상으로 TNR 시술을 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 확보 문제로 대상 개체 수보다 시술이 너무 적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부산시와 대구시, 경기 과천시, 대전 대덕구, 인천 계양구 등은 지역의 길 고양이가 수백~수천 마리로 추정하지만 연간 고작 100~500마리만 시술한다. 마리당 시술비는 10만~15만원. 특히 경북 안동시와 칠곡군 등 전국 상당수 지역에서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사업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멧돼지 등 유해 야생조수와 달리 전국에 서식하는 길 고양이에 대해서는 서식밀도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무대책으로 일관해 자치단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고양이는 보통 해마다 2~3회 임신이 가능하며 임신기간은 60여일로 1회 3~5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 평균 수명은 15~16년 정도다. 현재 서울에는 30여만 마리의 길 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유해조수 개체 수 조절 및 퇴치 사업에는 각종 지원을 하는 반면 단골 민원 대상이 되는 길 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는 ‘나 몰라라’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국비 예산을 지원해 사업이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아침마당(KBS1 오전 8시 25분) 1972년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막내딸로 태어난 모니카 마시아스.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식민통치를 벗어나면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강경한 탈식민주의 정치를 펼친다. 하지만 사촌이자 국방장관의 쿠데타로 모니카의 형제들은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김일성 주석의 도움을 받게 된다. ■초한지(KBS2 밤 12시 40분) 초군의 공격에 도주하던 유방과 그의 수하들은 초군 장수 정공 부대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지게 된다. 죽음의 위기까지 놓인 유방은 가까스로 탈출해 패잔병들을 끌고 패현으로 도주한다. 한편 팽성을 향해 가던 여치와 그 일행은 팽성이 초군에 함락되자 패주하는 한군의 무리 속에 휩싸여 아들, 딸과 헤어진 채 패현으로 몸을 피한다.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진 인도네시아댁 라하증 빨루삐 웨닝티야스. 우연히 한국 노래를 듣게 된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3년 전, 처음 취직한 회사에서 남편 신용섭씨를 만났다. 라한증은 작은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는 용섭씨의 다정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구급차가 병원 응급센터 앞으로 들어선다.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다급히 병원을 찾은 아이는 다행히 소아전용 응급실에서 빠른 응급 처치를 받은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처럼 호흡곤란 아이부터 물건을 삼켜 병원에 실려 오는 아이까지 소아전용 응급실은 24시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의 눈(EBS 밤 11시 15분) 후투티는 새 중에서는 별종에 속한다. 취한 것처럼 휘청휘청 날고, 자신의 둥지에 냄새가 고약한 배설물을 싸놓는다 해서 ‘악취 나는 새’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하지만 사실 후투티는 그 작은 몸으로 알프스를 넘어 아프리카의 겨울 서식지와 중부 유럽의 번식지를 오가는 당찬 새다. 그런데 최근 후투티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강원도 양구 작은 마을에 장수부부로 소문난 연상연하 커플 손순복·윤해운씨가 산다. 11살, 13살에 만나 어려운 지난 세월을 살아가다 보니 함께 산 지가 벌써 80여년이나 흘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주는 큰누나 같은 자상한 아내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 찾으며 깨소금이 쏟아진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음식준비로 바쁜 추석, 주방세균 증식 주의해야

    음식준비로 바쁜 추석, 주방세균 증식 주의해야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둔 주부들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손님 맞이하랴 제수음식 준비하랴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 가족이 음식을 나눠 먹는 명절일수록 주방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올 추석은 예년보다 10여 일이나 빠르고 아직 낮 기온은 높은 만큼 음식 조리 및 보관에 주의하지 않으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 젖은 상태로 방치된 행주는 6시간이면 식중독균이 증식을 시작하고, 12시간 뒤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해 백만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미생물에 오염 된 행주를 사용해 싱크대와 식탁 등을 닦을 경우 2차 세균 감염으로 식중독이나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육류, 어류, 채소 등을 동시에 많이 사용하는 추석 음식 준비 시에는 교차오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올바른 칼, 도마, 행주 사용을 통해 주방 위생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칼과 도마는 반드시 용도를 구분해 사용하고, 행주는 하루에 한 번 100도씨 에서 10분 이상 삶아 완전히 건조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면 음식준비와 손님맞이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주부들이 평소에도 쉽지 않은 행주, 냉장고 청소까지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국쓰리엠(3M) 식품안전팀은 쉽고 간편하게 세균을 99.999% 살균해 주는 시트형 ‘3M 세균닦는 행주’, ‘3M 세균없는 냉장고’, 분무형 ‘3M 세균없는 세상’ 3종을 출시했다. ‘3M 세균없는 세상’ 시리즈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시험 결과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99.9% 살균제품에 비해 99.999% 살균력을 가져 기존 제품보다 1백 배 높은 살균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M 세균없는 냉장고’는 식약처 식품첨가물 등급을 획득한 성분을 포함하여 인체 무해한 제품으로 항균 효과도 뛰어나 안심할 수 있다. 또한 무색 무취로 인체에 자극이 없고 형광 증백제, 포름알데히드, 방부제 등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살균 후 별도의 세척 없이 건조 후 바로 사용 가능하다. 또한 주방조리기구 등의 살균소독을 위한 부직포 크리너 제조방법으로 특허청의 특허를 획득한 재질로 만들어져 두툼하고 크기가 큰 고급소재를 사용해 닦임이 탁월하다. 시트형으로 제작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3M 세균닦는 행주’ 외에도 화장실 변기의 1만 배에 달하는 세균이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냉장고 내부를 쉽고 간편하게 살균 소독할 수 있는 ‘3M 세균없는 냉장고’와 주방 곳곳의 위생을 책임지는 분무형태의 ‘3M 세균없는 세상’ 등의 제품을 이용해 쉽고 간편하게 식중독으로부터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한편, 한국쓰리엠은 오는 13일까지 위메프를 통해 ‘3M 세균없는 세상’ 체험단을 모집한다. 우리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체험단에게는 3M 세균없는 세상 set가 증정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기 무는 이유’ 알고보니 ‘종족 번식’ 때문?

    ‘모기 무는 이유’ 알고보니 ‘종족 번식’ 때문?

    ’모기가 무는 이유’에 대한 연구결과가 화제다. 최근 미국 워싱턴타임즈는 “모기는 A형보다 O형을 더 공격하며 여성의 경우 임신한 여성이 약 2배가량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사실상 모기가 무는 이유를 설명한 것.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모기에 더 잘 물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기가 무는 이유에 대해서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산란기 암컷 모기들이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동물의 피를 빠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모기 무는 이유와 관련에 “사람의 피를 빠는 모기는 산란기의 암컷 모기뿐이며 사람의 피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다”라고 밝혀졌다. 네티즌들은 “모기 무는 이유가 그런거였어?”, “모기 무는 이유 신기하네”, “모기 무는 이유가 재미있는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방랑식객’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김문이 만난사람] ‘방랑식객’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여름의 끝자락, 그 언덕에 섰다. 눈앞에는 마지막 뜨거운 정열을 품은 푸른 산들이 여전히 힘차게 펼쳐진다. 서울 도심을 벗어났다. 강가에 이르자 바람은 벌써 선선해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강물이 어느 지점에선가 서로 만나듯 계절의 교차 또한 역동적이되 소리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자동차로 40여분,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의 한 숲속에 도착했다. 새들이 조잘거리며 낯선 손님을 맞이한다. ‘산당’(山堂)이라는 아주 작은 간판이 나무 사이로 살짝 눈에 들어온다. ‘방랑식객’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산당’은 그의 아호이자 방랑식객이 머물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정성껏 음식으로 맞이하는 공간이다. 마당 앞에는 크고 작은 장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얼핏 봐도 지극한 정성의 세월이 켜켜이 담겨진 장독대임을 알 수 있다.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을 때 방랑식객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러고는 슬쩍 미소를 짓는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58)씨. 지난달 28일 오후 산당의 뒤뜰에 있는 평상에서 방랑식객과 마주 앉았다.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시원했다.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그 물에 기대어 창포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숨쉬는 자연의 놀이터였다. 산당 주변 공간에 대해 물었다. 6600㎡(2000평) 정도이며 15년 전에 임대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쁘냐고 했더니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림? 한 번 더 물었다. 어떤 그림일까. 다음 달에 미국 뉴욕 첼시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있다고 했다. 해외 개인전은 세 번째이고 뉴욕 전시는 올 2월에 이어 두 번째라고 했다. 알고 보니 10년 전 싱가포르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개인전만 7차례나 했다. 이 정도면 중견급 화가? 어쨌거나 방랑식객으로 알려진 그가 언제부터 그림에 심취했을까. “스승도 없고 같이 공부하는 동료도 없으니 제게 단체전이란 없습니다. 음식이나 그림이 별로 다를 게 없지요. 음식으로 보면 음식이고 그림으로 보면 그림인 것입니다. 그저 자연이고 자유입니다. 자연에 맡겨 발효된 이상적인 상태를 갖고 행하는 자유로움이라고나 할까요.”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이렇다. 리콴유 총리 재임 시절 만찬 요리 담당으로 싱가포르에 갔을 때 밤거리를 밝힌 ‘루미나리에’에서 발산하는 빛을 보고 문득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을 열어젖히듯 세상에서 궁금한 것을 그렸다. 또한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있으면 죄다 그렸다. 나뭇잎은 자유로웠고 편하게 흐드러져 있음을 알게 됐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희로애락을 그렸다. 최근에는 그런 완성품만 35점이나 된다. 뉴욕 전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제목은 ‘미국의 미래’이다. 구상은 이미 다 돼 있고 현지에서 직접 그린다. 배운 사람은 배운 틀로 가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느 대학, 누구의 제자를 따지지만 미국은 결과를 중요시 여긴다는 말도 곁들인다. 그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철학을 계속 읊조린다. “육체란 시공의 한계가 있지만 영혼은 그런 한계가 없습니다. 영혼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이 캔버스이며 영혼의 쉼터입니다.” 얘기가 조금 무르익었다. 방랑식객은 절에서 대중공양, 노인들을 위한 밥보시를 많이 했다.그래서 문득 선문답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시비(?)를 걸었다. “요새는 화가인가요, 요리사인가요?” “요리사입니다.” “그림이 있으니 요리 예술가라고 표현해도 됩니까?” “접시에 올려 놓으면 음식예술이고 캔버스에 올려 놓으면 그림 예술입니다.” “행복하신지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데 요새 가끔 그냥 칩니다. 그게 저만의 창작이지요. 악보도 없습니다. 행복하고 더 행복합니다. 숨쉬고 있는 것처럼 감사합니다. 행복은 자기가 디자인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시인이신가요?” “일부러 시를 쓸 일은 없지요. 음식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저기(평상 옆 작은 연못) 보세요. 물박하, 창포, 각자의 DNA가 있지만 땅의 소식을 하늘에 똑같이 전하고 있잖아요. 땅은 어머니의 살이요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뿌리는 땅에 있고 머리는 하늘로 향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다시 물었다. “음식에는 어떤 철학이 있습니까?” “복잡할 거 없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자연과 자유이지요.” 방랑식객은 잠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생님이 진정 추구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굳이 장르별로 나눈다 해도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자연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하겠지만 보는 시각은 다를 것입니다. 그림이나 음식은 영혼의 쉼터입니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먹는 것이지요, 민족의 철학 말입니다.” “자연요리연구가이신데 어떤 음식을 좋아합니까?” “아무거나 즐겨 먹지요. 주어진 대로 맛있게….” 이어 민족철학으로 넘어간다. “우리 민족은 창의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개성이 독특하지요. 서슴없이 비난하는가 하면 또 칭찬도 많이 하잖아요. 음식을 먹을 때도 우리 민족의 철학을 먹는다고 생각해야 돼요. 우리가 맛있게 먹고 사는 것은 조상님들이 희생하신 결과거든요.” 잠시 장독대 얘기를 한다. 장독대는 반찬의 중요한 창고이고 손수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 매실 장아찌까지 맛의 뿌리는 민족에 있단다. 잘 익고 있는지 자주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이 땅을 딛고 살면서 자신들의 희생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식재료를 골라줬던 조상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긴다. 지금이야 옻을 먹으면 옻이 오르고 버섯색이 고우면 독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조상들은 그것을 먹고 심하게 고생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고 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은 심장의 울림이고 손의 기운이 담겨진 정성이라고 했다. 가을철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물었다. “버섯 종류를 즐겁게 먹으면 됩니다. 싸리버섯은 우리 몸의 혈관과 비슷하고, 송이버섯은 정력제이고, 표고버섯은 검은 빛 도는 갈색을 골라야 합니다. 잘 말린 표고버섯은 비타민D가 풍부하지요. 능이버섯은 강력한 소화제이고 표고버섯은 향기가 기가 막힙니다. 어떤 음식 재료도 다 향기가 있습니다. 사람도 각자 모양이 다르게 살아가듯이 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에 뿌리 내린 풀과 나무들은 모양과 성질, 맛, 향기가 전부 다르지만 하늘로 땅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똑같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수많은 풀들이 이름 없이 살아도, 각자의 DNA가 있어도 자기 죽음에 대해 원한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란다. 자연에 순종하고 따르는 자세가 인간보다 훨씬 낫지 않으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싹은 인간으로 치면 어린아이들입니다. 독기가 없지요.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여기저기 나무들 보세요. 섹스 없어도 서로 마주 보고 사랑하고 후손을 번식시킵니다. 인간은 진화를 멈췄어요. 자연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00년 후면 인간은 멸종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은 진화하는데 인간의 저항력은 약해지고,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겨나고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만든 재앙이며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들은 진화하는 자연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2년 뒤에 강원도 화천에 힐링요리, 미술전시 등을 할 수 있는 자연요리학교가 세워진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여 우리 민족의 음식철학을 다른 나라에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단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차원이 아니라 비록 나라는 다르더라도 음식끼리 서로 친구가 되자는 점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 민족이 빚어낸 음식의 전설을 잘 담아내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는 밥상은 어머니의 품입니다. 그 밥상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런 전설, 그런 뿌리 깊은 철학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임지호씨는 11살 때부터 전국 돌며 요리 배워… 2006년 ‘경기 으뜸이’ 선정 1955년 안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의사였다. 그의 생모는 결혼 전 아버지를 사랑한 처자였다. 생모는 그를 임신한 채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갔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알려져 독자를 잃을까 봐 아버지가 아이(임지호)를 데려와 키웠다. 11세 때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려고 부산과 목포, 제주 등을 다니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냈다. 요리를 배운 것도 이때였다. 시골 중국집 주방장에서 유명 호텔까지 두루 섭렵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자연의 요리를 연구했다. 해외에서도 그의 명성이 높아 2003년 유엔 한국음식 축제, 2004년 미 캘리포니아 사찰음식 퍼포먼스, 200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식 시연회, 아르헨티나 수교 기념 한국 음식전, 베네수엘라 수교 40주년 한국 음식전 등에 참가했다. 미국의 대표적 고급 요리 잡지인 ‘푸드아트’의 커버스토리와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경기 으뜸이’로 선정됐다. 현재는 경기 양평에서 ‘산당’이라는 한정식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연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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