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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만에 다시 열린 하늘길… 제주, 후쿠오카서 일본 관광객 공략 시동

    6년 만에 다시 열린 하늘길… 제주, 후쿠오카서 일본 관광객 공략 시동

    6년 만에 재개된 제주~후쿠오카 직항 노선을 발판 삼아 제주도가 일본 관광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일본 현지에서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서며 관광 회복과 협력 확대 메시지를 던졌다. 제주도는 지난 22일 일본 후쿠오카 텐진 라이온 광장에서 열린 ‘더 제주 포시즌 인 후쿠오카’ 팝업스토어를 찾아 제주 관광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제주~후쿠오카 직항 노선 재개를 기념해 마련됐다. 행사는 팝업 갤러리 카페 형식으로 운영됐다. 제주산 동백차와 감귤 디저트, 교복 포토존, 체험 키트 등 ‘보고·맛보고·찍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후쿠오카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단순 홍보를 넘어 감성과 체험을 앞세운 현지 밀착형 마케팅이라는 평가다. 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제주의 대표 특산물인 메밀과 우도 땅콩, 감귤 등을 주재료로 활용한 다과와 함께 동백차·메밀차·감귤향을 머금은 커피 등 제주 특색이 가득한 음료를 제공, 현지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더 제주 포시즌 갤러리’를 통해 제주의 사계절과 문화를 담은 사진 작품 12점을 전시하는 한편, J-스타트업(우무, 귤메달, 제주한잔 등)의 혁신적인 제품들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모션에선 제주만의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UN Tourism(세계관광기구)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된 서귀포시 신흥2리 동백마을 주민들은 제주 동백기름을 활용한 친환경 샴푸바 만들기 시연을 진행하며 제주의 고유 자원이 가진 매력과 주민 주도형 관광모델을 현지에 생생하게 전했다. 일본인 참가자 A씨는 “평소 한국 여행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이벤트를 통해 제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며 ”동백기름으로 만든 샴푸바 체험을 통해 제주의 새로운 매력을 깊이 있게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J-스타트업인 ‘컬러랩제주’는 제주의 색채로 2026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To Do List 액자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현지 MZ세대들에게 제주의 감성적인 여행 경험을 선사했다. 오 지사는 티웨이항공 대표와 제주관광공사, 관광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직접 돌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SNS 이벤트와 경품 추첨에도 직접 참여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일본 주요 언론사(요미우리·마이니치 신문)들이 직접 방문해 취재에 나섰으며, 후쿠오카 지역 유력 여행사 관계자들도 참석, 일본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 지사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제주의 사계절 관광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겨울에는 한라산 눈꽃 버스와 방어 미식 관광, 봄에는 동백·유채·철쭉으로 이어지는 꽃 관광, 감귤·흑돼지·갈치 등 제주의 대표 식재료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오 지사는 “제주와 후쿠오카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관광·해양·문화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라며 “이번 직항 재개가 양 지역 관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탐라국 시절부터 제주는 규슈 지역과 교류해온 해양 교류의 거점이었다”며 “이제는 제주와 후쿠오카가 미래 천년을 함께 그려가는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주도의 행보는 관광에 그치지 않는다. 오 지사는 이날 후쿠오카 수산해양기술센터를 방문해 블루카본 정책과 해양자원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6년 만에 제주와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 코로나19 이후 끊어진 제주-일본 규슈지역 관광교류가 본격 재개된다. 앞서 지난해 국제노선 회복 및 신규 노선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국제노선회복과 신규노선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리고 단계적 협력 끝에 티웨이항공은 후쿠오카공항 슬롯을 확보했고, 12월 20일 재취항을 확정했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제주~후쿠오카 노선을 주 4회(화·목·토·일) 정기 운항하고 있다. 제주~후쿠오카 노선은 과거 일본 규슈지역의 주요 수요를 견인했던 노선으로, 팬데믹 이후 운항이 중단되면서 지역 간 교류 회복이 과제로 남아 있었다. 후쿠오카는 서일본 지역의 중심 거점 도시로, 일본 규슈지역 전체의 여행 수요를 주도한다. 후쿠오카공항은 일본 내 해외여행 수요 상위 5대 공항 중 하나로, 2023년 기준 약 54만명의 일본인 출국자가 이용했다.
  • 크고 흰 눈이 그립거든 말없이 오라 태백으로[박상준의 문장 여행]

    크고 흰 눈이 그립거든 말없이 오라 태백으로[박상준의 문장 여행]

    태백역 인근 사슴목장 초록뿔언덕30만㎡ 고원에 사슴 200마리 방목산책길에 보는 이국적 풍경 장관 눈 내린 다음날·잔설 쌓인 날 추천당골광장서 시작되는 하늘전망대 890m 길이·무장애길 초보도 거뜬 정상에서 문수봉·천제단까지 조망 축제 전 미리 보는 눈 조각들 주목올해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 중 하나가 ‘책과 관련한 여행’이라고 합니다. 서울신문은 이에 맞춰 다양한 세대와 트렌드를 아우를 수 있는 을 3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박상준 여행작가가 책 자체 보다 책 속 한 문장의 ‘정서’에 집중한 콘셉트의 여행법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커튼은 닫혀 있고, 누운 채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도, 내 주변으로 서름한 빛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서 아까 꾸던 꿈이 이어지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눈을 천천히 깜이며 그 환상의 빛을 가늠해보다가 문득 이런 확신에 이른다. ‘뭔가 찾아온 거야!’”/한정원, ‘시와 산책’ 중. 그 ‘뭔가’가 찾아오는 서걱서걱한 겨울 아침을 좋아한다. 창가의 눈부심이 햇살만의 수고가 아니란 건 겨울이어서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다. 밤새 내린 눈은 그렇게 반짝인다. 밤하늘의 별과는 다른 빛남일 텐데, 별은 먼 데 있지만 차가운 그것은 그렇게 고요히 우리 곁으로 내려앉는다. ●크고(太) 흰(白) 눈을 찾아서 작가 한정원은 “눈을 발견한 날은, 사랑을 발견한 듯 벅차다”고 했다. 그리고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가 1번부터 100번까지 눈이라고 덧붙인다. ‘시와 산책’(시간의 흐름, 2020)은 작가가 시를 읽고 산책한 나날의 기록이다. 월러스 스티븐스, 에밀리 디킨슨,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의 시가 작가의 일상에 눈처럼 내려앉는다. 나는 작가가 고른 시의 심상을 더듬어 눈 내린 겨울의 길 위를 같이 산책하고 여행한다. 첫 장 ‘온 우주보다 더 큰’은 온통 눈에 관한 이야기고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겨울은 아니어도 작가만큼이나 눈을 좋아하므로, 글 속의 작가처럼 “뭔가”에 눈 뜨는 아침을 소망하고 눈이 거기 있기를 희망한다. 첫눈 같은 사랑 또한 말이다. 물론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올해 겨울 하늘은 유독 야박하다. 눈 내린 날을 손에 꼽는다. 그렇다고 날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 천장을 보며 깜빡이던 아침, 문득 이런 확신에 이른다. 눈이 오지 않으면 눈을 찾아가는 게 겨울을 대하는 여행의 자세일 터. 강원 태백시는 우리가 사랑하는 눈의 고장이다. 이름부터 ‘크다’를 뜻하는 태(太)에 ‘흰색’을 뜻하는 백(白)이지 않은가. 물론 태백이란 지명은 ‘크게 밝다’는 뜻을 가진 태백산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내 멋대로 크고 흰 눈이기도 할 것이라 여긴다. 지난해 3월, 봄 여행 취재를 위해 태백산 하늘전망대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폭설을 만나 낭패했다. 봄의 일을 하러 가서 겨울을 만난 건 난처했지만 반대로 내심 겨울을 늘려 맞은 것 같기도 해서, 눈 내린 날로 갈무리할 수 있어 뿌듯했다. 매해 눈을 만난 횟수를 헤아린다는 한정원이 보았으면 얼마나 반겼을까. 작가가 못내 아름다웠다고 말했던, 눈이 열한 번이나 온 어느 겨울의 모습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눈 속 사슴의 ‘눈’ 속으로 태백 가는 찻길은 중앙고속도로를 내려서 영월부터 강원도의 오지를 달린다. 도로가 매끈하게 뻗지는 않았지만 웅장한 산세는 무척 감동적이다. 겨울 여행을 사랑한다면 행로에 슬며시 만항재를 끼워 넣어도 좋겠다. 하지만 ‘시와 산책’에 처음 나오는 시가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기차에서 내리며’이므로 나도 기차를 탔다. 태백선 기차는 영월의 동강과 정선의 민둥산과 태백의 함백산과 어울려 지난다. 창밖의 굽이와 굽이가 ‘행’이고 기차역은 ‘연’이며 철로는 ‘운율’처럼 다가온다. 시 속의 우연한 만남은 없지만 겨울은 스치는 풍경만으로 깊어 간다. 태백역에 내려서는 사슴목장 초록뿔언덕을 찾는다. 겨울 태백 여행을 위해 간직했던 버킷리스트다. 겨울 눈은 특별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리 특별하지 않기도 하다. 나는 눈 오는 날 아침이면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데 그곳의 설경 역시 아름답다. 잠시 태백산이라 해도 믿을 만큼. 그러니 그 유명한 태백의 겨울이 흔한 겨울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모두가 시인일 수 없고 여행은 일상의 ‘뭔가’보다 ‘특별한 뭔가’를 찾는 것일 때도 있으므로. 초록뿔언덕에선 그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언덕 위를 거니는 사슴은 이채로움을 넘어 얼마간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처음 찾았던 날부터 언젠가의 눈 쌓인 겨울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30만㎡ 고원에 200마리가 넘는 사슴이 설원 위를 뛰노는 상상을 해보라. 하물며 순백의 겨울 설원이다. 사슴목장은 초록뿔언덕 카페를 지나 입장한다. 건물 1층은 전시 공간을 겸하고 목장을 바라보는 카페는 2층이다. 초록뿔라떼나 초록뿔꽃사슴빵 같은 메뉴는 곧 만나게 될 사슴들의 예고편이다. 카페 바깥에서 전망대까지 난 산책로가 주 행로인데 사슴들은 멀지 않은 기슭에서 멀뚱히 경계하듯 눈을 마주친다. 사람들은 그 대치의 순간이 경이로워 덩달아 숨죽여 멈춰 선다. 그러면 사슴은 때때로 서서히 다가오기도 한다. 목장의 녀석들은 사람이 그리 낯설지 않다. 특히 초록뿔언덕의 마스코트, 200일 된 사슴 소금이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이상봉 대표가 키워 강아지처럼 몸을 비빈다. 곁에서 눈을 맞출 적에는 매우 반짝이는 건 루돌프의 코가 아니라 눈망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작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사슴에게 겨울은 고달픈 계절이다. 조급해한다고 겨울이 서둘러 물러날까. 한정원의 말처럼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다행히 이 대표가 사슴들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준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사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이 시간은 초록뿔언덕을 찾은 이들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다. 초록뿔언덕에서 방목하는 사슴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억지할 수는 없으므로 어떤 날은 멀리 한두 마리와 눈 맞추는 일에 그치기도 한다. 적어도 먹이 주는 시간에 찾으면 헛걸음할 일은 없어 사슴과 사람이 각자의 행복을 공유한다. 그날이 눈 내린 다음이거나 잔설이 두텁게 쌓인 경우, 사슴들은 조금 과장하면 북극의 순록처럼 보인다. ●‘눈’으로 즐기는 태백산 명소 사슴과 헤어져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사이에서 망설인다. 지지리골은 태백이 꼭꼭 숨겨둔 겨울 명소다. 화전민이 살던 시절에는 지지리도 못살아서, 가까운 함태탄광이 흥하던 시절에는 광원들의 고기 굽는 지글지글 소리를 따 이름 붙였다지만, 서정의 오솔길은 경관 못지않은 비밀스런 드라마를 숨겨놓고 있다. 특히 오밀조밀한 길을 지나 길 끝에서 활짝 열리는 숲속 벤치에서는 누구나 눈을 감고 자작나무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다만 가는 길이 만만하지 않다. 차를 타고서도 좁은 흙길을 제법 올라야 한다. 기차를 타고 나선 나는 못내 엄두를 낼 수 없어 아쉬움을 삼키며 태백산 하늘전망대로 방향을 잡는다. 하늘전망대는 태백산 등산로 초입 당골광장에 있다. 태백산은 유일사에서 올라 천제단, 반재 등을 돌아보고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구간이 가장 유명하다. 당골광장에서 올라 천제단을 보고 다시 당골광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당골 초입은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겨울 사랑이 적극적인 이들은 서둘러 태백‘산’에 오른다. 그들은 “눈은 흰색이라기보다 흰빛”이라던 한정원 작가의 말뜻을 나보다 먼저 이해할까. 전체 길이가 890m인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탐방로는 등산을 벅차하고 산책 삼아 겨울을 즐기는 나 같은 이들에게 알맞다. 휠체어나 유아차 보행이 가능한 무장애길이지만 눈 내린 겨울에는 조심해야 한다. 당골탐방지원센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완만한 데크 탐방로를 따르는데, 센터 입구에서 문화관광 해설사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겨울 태백을 여행하기 좋은 때는 언제일까요? 지금부터 겨울 내내 좋아요, 같은 뻔한 말이 오가지만 그만큼 태백의 겨울 풍경은 남다르다. 태백산 당골광장에는 눈을 꼭꼭 눌러 담은 커다란 거푸집이 눈길을 끈다.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33번째 태백산 눈축제를 장식할 눈조각의 원형이다. 거푸집을 해체하면 정육면체의 커다란 눈얼음이 남을 것이고, 작가들은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눈을 조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과정은 결과만큼이나 흥미로운데 눈얼음을 다듬는 이맘때 모습은 비공식 ‘프리페스티벌’이라 부를 만하다. 눈축제가 끝나면 설날을 전후해서 습설이 내린다. 쉬이 녹지 않은 습한 눈은 단단하게 쌓여 태백 겨울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리고 태백의 더딘 겨울은 3월에 이르러서도 지난해처럼 폭설로 내리기도 한다. 택시 기사는 태백에서 30㎝ 정도는 눈도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늦은 겨울에는 갑작스레 내린 폭설로 통리에서 5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며 무용담을 들려준다. 트렁크에는 만약에 대비하기 위한 버너와 라면이 상비돼 있노라고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차가운 눈… 겨울이 가리킨 겨울 하늘전망대는 탐방로 끝에서 좌우로 사열한 소나무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몇 차례 크게 나선을 그리며 오르고, 사방의 풍경을 조금씩 소분해서 끌어안는다. 정상에는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고 먼 데 능선에는 태백산 문수봉과 천제단의 파노라마다. 아래쪽 숲에는 석탄박물관의 권양로(석탄을 운반하고 이동하는 통로)가 솟아 눈의 고장이자 광산의 도시라는 걸 다시금 일깨운다. “바람도 좋다, 여기는.” 옷깃을 여미는데 곁에 있던 이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들린다. 아, 그렇기도 하겠구나. 도치법을 쓰는 그이 또한 시인이다. 그 말을 듣고 맞는 전망대 정상은 바람이 그저 매섭지만은 않다. 눈이 얼음장처럼 차갑지만은 않은 것처럼. 덕분에 멀리 두던 시선을 끌어오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우듬지와 그늘 아래 잔설에 눈길이 닿는다. 전망대 높이가 33m이니 나무의 키는 족히 20m가 넘겠다. 이토록 키 큰 나무의 머리 꼭대기, 우듬지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제야 뒤늦게 나는 왜 눈이 좋은가 되묻는다. 눈이 좋은 건 그것이 겨울다움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겨울은 겨울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정원은 봄의 마음으로만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사라져야 할 계절”일 거라 말한다. “행복은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하고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하는데 겨울은 그저 시리도록 차가운 눈으로 제 몫의 행복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탐방로를 돌아 나오는 길에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흐린 하늘은 언제라도 다시 눈이 내릴 태세다. 지금 눈이 내린다면 머리 위 자그마한 숲속 하늘 위로 난분분 내리겠다. 나는 다시 몸을 숙여 눈 한 줌을 쥐어보고는 눈 쌓인 곳을 골라서 걷는다. 손끝에서 찌릿하고 명징하던 그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들고, 그것들이 발끝에서 뽀드득하고 말간 소리를 내어 부서질 때, 겨울 산책의 참맛은 다시 한번 눈이라는 걸 깨닫는다.
  • “친구 아내와 불륜해 딸 낳아”…레전드 가수 ‘숨겨진 딸’ 희귀암 투병 끝 사망

    “친구 아내와 불륜해 딸 낳아”…레전드 가수 ‘숨겨진 딸’ 희귀암 투병 끝 사망

    영국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여성이 희귀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프레디 머큐리의 딸이라고 주장해온 여성 비비(Bibi)의 남편 토마스는 “아내가 희귀 척추암인척삭종(chordoma)과 오랜 시간 싸운 끝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비비는 어린 나이에 희귀암 진단을 받았으며, 한 차례 관해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병이 재발해 평생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로 활동했던 그는 가족과 함께 프랑스에 거주해왔으며, 사망 후 유골은 알프스 상공에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작가 레슬리 앤 존스는 지난해 여름 출간한 저서 ‘러브, 프레디’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가 1976년 친구 아내와 불륜을 저질러 딸을 낳았다”며 딸을 ‘비비’(Bibi)라고 불렀고, 이를 뒷받침할 DNA 검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존스에 따르면 비비는 2021년 암이 재발한 뒤 직접 연락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이후 4년간 함께 작업해 전기를 완성했다. 비비는 생애 마지막 여행으로 가족과 함께 남미를 찾아 ‘버킷리스트’였던 페루 마추픽추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비는 생전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에 대한 공격과 왜곡을 견뎌야 했다”며 “15세에 아버지를 잃고 홀로 어른이 돼야 했다”고 주장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1991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45세에 사망했다. 다만 비비가 실제로 머큐리의 친자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머큐리의 연인이자 친구였으며, 재산 상속인이기도 한 메리 오스틴은 “그런 자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친자 존재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또 머큐리가 비비에게 일기 17권을 남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일기나 노트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아내 아니타 돕슨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일부 영국 매체는 퀸의 노래 ‘Bijou’와 ‘Don’t Try So Hard’가 머큐리가 딸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머큐리가 사망 전까지 비비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유지해왔다는 주장도 함께 전했다.
  • “한단계 도약하는 금천”…오는 14일 금천구 신년인사회

    “한단계 도약하는 금천”…오는 14일 금천구 신년인사회

    서울 금천구는 오는 14일 오후 3시 금나래아트홀에서 병오년 새해를 맞아 금천의 도약과 번영을 기원하는 ‘2026년 금천구 신년인사회’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신년인사회는 새해를 여는 금천구의 첫 공식 행사다. 구민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7·8기 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공동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금천뮤즈앙상블오케스트라의 사전 공연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오프닝 공연, 금천구시립시니어합창단의 축하 공연 등 구민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구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에서는 연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특히 유성훈 구청장은 신년사에서 저성장 국면에도 생활 사회기반시설(SOC)·안전·돌봄·미래교육 등 82개 인프라를 확충한 성과를 공유하고, 구민에게 감사를 전할 예정이다. 또한 2026년 핵심 키워드를 ‘변곡점, 새로운 도약, 구민 행복’으로 정하고 지난해 선정된 ‘버킷리스트 30’를 실현하기 위한 구정 운영 방향을 설명한다. 구는 서울 4대 경제거점도시, 수도권 관문도시, 금천형 공동체 도시로 도약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유 구청장은 “2026년을 금천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의미 있는 해로 만들기 위해, 구민과 함께 현장에서 답을 찾는 책임있는 구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국내 대표 걷기길, 올해는 완주해 보길…승우여행사, 이어걷기 도보여행 운영

    국내 대표 걷기길, 올해는 완주해 보길…승우여행사, 이어걷기 도보여행 운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보길은 대체로 장거리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직장인에게 완주는 무척 부담스런 도전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이어가는 도보 여행이 새로운 버킷리스트로 떠오른 이유다. 국내외 트레킹 전문을 내세우는 승우여행사가 국내 대표 장거리 도보길 4곳을 걷는 ‘이어걷기 도보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 대표적인 둘레길과 장거리 트레일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청정지역의 4색(色)매력, 경북~강원 ‘외씨버선길’외씨버선길은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 속 외씨버선에서 이름을 따왔다. 백두대간을 따라 경북 청송·영양·봉화와 강원 영월을 잇는 총 240㎞, 15개의 구간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청송 주왕산의 4개 폭포(용연폭포, 달기폭포, 용추폭포, 주왕폭포)를 시작으로 영양 오일도마을,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을 지나 영월 관풍헌까지 이어진다. 3월부터 매달 2주 차 토요일에 출발한다. ●사색과 순례의 길, 경북 칠곡~대구 ‘한티가는길’‘한티가는길’은 경북 칠곡 가실성당에서 대구 팔공산 한티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45.6㎞ 코스다. ‘그대 어디로 가는가’라는 순례의 의미를 담아, 돌아보는 길, 비우는 길, 뉘우치는 길, 용서의 길, 사랑의 길 등 5개 구간으로 구성했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린다. 매달 1주 차 일요일에 출발한다. ●한반도 서쪽~동쪽을 연결한 숲길- 충남~경북 ‘동서트레일’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 경북 울진 망양정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849㎞, 55구간의 장거리 숲길이다. 현재 일부 구간만 개통됐다. 개통 구간 중심으로 3월부터 매달 4주 차 토요일에 출발한다. ●사람과 생명, 성찰과 순례의 길, 전남,북~경남 ‘지리산둘레길’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에 깃든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의 도시를 연결하는 트레킹길이다. 총 300㎞, 22개 구간을 지난다. 오래된 돌담, 초가집, 사찰과 정자 등 지리산을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1구간부터 이어 걷는다. 3월부터 매달 3주 차 토요일에 출발한다.
  • 박성광 아내 이솔이 “암 투병 고백 후 MBTI도 바껴”

    박성광 아내 이솔이 “암 투병 고백 후 MBTI도 바껴”

    코미디언 박성광 아내 이솔이가 암 투병 후 삶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고 했다. 이솔이는 지난 12월31일 소셜미디어에 “여러 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삶에 대한 정의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삶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답을 찾곤 한다. 아마 큰 진단을 받고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 이후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으면 하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면 지금 당장 하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성광과 2020년 결혼한 이솔이는 지난해 4월 여성암 투병 사실을 알린 적이 있다. 이솔이는 또 “올해는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지 ‘벌써 2월이야’ ‘벌써 여름이 끝났어’ ‘벌써 겨울이야’ 하며 매달을 세어 가며 바쁘게 지나온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애착을 가지고 보냈기 때문인지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 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고 했다. 이솔이는 “용기 내어 암밍아웃도 했고 ENTJ였던 MBTI가 INFJ로 바뀌기도 했고 20년 넘게 마시던 아메리카노 취향도 변했고 오래 품어 온 버킷리스트였던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홀로 떠나는 여행도 해봤고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도 해봤다”고 말했다.
  • “하고 싶은 거 다 하랬더니”…현역 야구선수 최초, ‘단독 예능’ 주인공 됐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랬더니”…현역 야구선수 최초, ‘단독 예능’ 주인공 됐다

    LG 트윈스의 ‘토종 에이스’ 임찬규가 KBO리그 현역 선수로서는 최초로 단독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됐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야구기인 임찬규’를 내년 1월 12일 선보인다고 밝히며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다. ‘야구기인 임찬규’는 그라운드 위에서는 냉철한 승부사지만, 일상에서는 독보적인 입담과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임찬규의 반전 일상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임찬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선다. 현역 야구선수가 은퇴 전 단독 예능을 선보이는 것은 KBO 역사상 처음이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임찬규뿐만 아니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박건우(NC 다이노스), 김서현(한화 이글스) 등 현역 야구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다. ‘야구기인 임찬규’는 단순한 일상 관찰을 넘어 페이크 다큐멘터리,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 매회 다른 형식을 도입해 임찬규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낼 예정이다. 시즌 중에는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임찬규의 기상천외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임찬규가 현역 최초 단독 예능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데에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가 한몫했다. 그는 평소 “말을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할 정도로 남다른 입담을 자랑해왔다. 과거 ‘노는브로’,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인 못지않은 순발력을 보여준 바 있다. 제작진은 “임찬규 선수는 이미 야구계에서 검증된 ‘예능 유망주’”라며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예측 불허한 입담이 기존 스포츠 예능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임찬규의 가치는 예능감뿐만 아니라 본업인 야구에서도 증명됐다. 그는 올해 KBO 정규리그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3.03, 탈삼진 107개를 기록하며 소속팀 LG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23년 LG의 29년 만의 통합 우승 당시에는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14승으로 국내 투수 다승 1위에 오른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려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야구가 없는 비시즌 ‘스포츠 엔터테이너’로 변신한 임찬규가 야구에 목마른 팬들에게 시원한 웃음과 볼거리를 선사하며 겨울까지 ‘야구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폭싹’ 이어 2위…흥행은 실패했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한국 드라마’

    ‘폭싹’ 이어 2위…흥행은 실패했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한국 드라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한국 드라마’에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대작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타임지가 발표한 ‘2025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 TOP 10’에 따르면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오징어 게임’ 시즌3와 전지현 주연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북극성’을 앞선 성적이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선정한 ‘올해의 한국 드라마’에서도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청춘 판타지 로맨스다.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히키코모리처럼 살아가던 24살 희완(김민하 분) 앞에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자 세상을 떠난 지 6년 된 람우(공명 분)가 저승사자로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음을 일주일 앞둔 희완이 람우와 함께 기상천외한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며,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외신들은 이 작품의 섬세한 감정선과 죽음을 앞둔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창적인 방식에 높은 점수를 줬다. 타임지는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두고 “K-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치유의 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살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가 서서히 ‘치유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과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담아냈다”며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의 회복력을 이야기하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연출을 맡은 김혜영 감독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타임지는 “자칫 감정 과잉에 빠지거나 슬픔의 깊이를 간과하기 쉬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정서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찾아냈다”라고 짚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의 풋풋한 기억과 구급차 소리만 들어도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현재의 트라우마를 교차시키는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덧붙였다. 사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지난 4월 공개 당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화제작들에 밀려 시청 시간과 화제성 면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접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작”, “오랜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잘 만든 드라마”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쟁쟁한 글로벌 대작들을 제치고 타임지가 꼽은 ‘올해 최고의 한국 드라마’ 2위에 오른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외신의 호평을 발판 삼아 국내에서도 ‘역주행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구석 구석 돌고 돌아 찾은 곳… 설렘도 아픔도 마음에 오롯이

    구석 구석 돌고 돌아 찾은 곳… 설렘도 아픔도 마음에 오롯이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릴 것이 참 많은 한 해였습니다. 올해도 ‘서울신문 렛츠고’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쉼 없이 돌았습니다. 여정은 혼자였으되 독자들의 시선은 등에 늘 묵직하게 매달려 있었지요. 올해 찾았던 곳 가운데 되새길 만한 곳을 추려 봅니다. 지난 시간의 단순 복기가 아닌, 발견의 기쁨을 새삼 각인하고 공유해 보려는 것이어서 느낌이 각별합니다. 흔히 발견의 시대는 저물었다고들 하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새로이 보는 눈을 갖는 것이니까요. 1 [지리산 종주:전남 구례~경남 산청] 버킷리스트 하나를 채우다 올해 시작은 어수선했습니다. 비상계엄 여파로 주변에 ‘밤새, 안녕’을 물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혼돈의 와중에 평소 꿈꿨던 지리산 종주를 떠올렸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한 해를 견딜 힘을 얻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리산 종주 코스는 대체로 들머리의 앞 글자와 날머리의 앞 글자를 딴 이름으로 정합니다. 저는 ‘성중종주’를 추천합니다. 전남 구례군 성삼재에서 출발해 노고단과 최고봉인 천왕봉(1915.4m)을 찍고 경남 산청군 중산리로 내려섭니다. 거리는 34㎞, 보통 새벽에 성삼재를 출발하는 1박2일 여정을 택하지만 몸에 근육이라곤 없는 도시인의 수준을 고려해 2박 3일로 늘려잡았습니다. 대신 좀 더 여유있게 첫째 날 노고단, 둘째 날 천왕봉 해돋이를 감상했습니다. 겨우 한 번 종주하고 지리산의 참모습을 알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고통의 기억만 선연할 뿐 가슴과 머리에 맺힌 게 있기나 한 지는 지금도 묘연하니까요. 이런 여정들이 반복되면 왜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는지 깨닫는 때도 오겠지요. 2 [경북 문경] 일제와 해방 공간의 영웅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수확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활약한 영웅들을 무수히 만난 것입니다. 고구마 줄기를 캐듯, 한 명의 영웅이 또 다른 영웅을 끌어내는 형국이었습니다. 실마리는 일제에 맞선 박열 의사와 아내 가네코 후미코였습니다. 경북 문경시에 있는 박열의사기념관을 찾은 날,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충격적인 시를 쓴 박열, 이 시에 빠져 그와 연인이 된 가네코를 만났습니다. 둘은 훗날 일본 국왕 폭살 미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지요. 둘 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됩니다만, 가네코는 이감된 감옥에서 23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습니다. 가네코는 우여곡절 끝에 생전 소원이었던 박열의 고향 문경에 묻힙니다. 다만 박열이 북한 땅에서 영면 중인 탓에 함께 묻히고 싶다는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네요. 홀로 ‘영혼의 피앙세’의 고향을 지키는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문경 외에도 일본 도쿄와 세종시 등에 둘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둘이 옥중 결혼을 하고, 일본 조야를 발칵 뒤집은 ‘괴사진’을 찍은 곳이 일본 도쿄 신주쿠 요초마치의 ‘이치가야 형무소 터’입니다. 비록 작은 기념비가 고작이지만, 신주쿠에 간다면 들르시길 권합니다. ‘도시락 폭탄’ 이봉창 의사도 이 곳에서 순국했습니다. 3 [충북 청주 예술기행] 예술·문화로 다시 본 ‘노잼 도시’ 가네코의 이야기는 충북 청주시로 이어집니다. 청주는 예부터 ‘노잼 도시’로 알려진 곳이지요. 최근의 변화는 무척 놀랍습니다. ‘청주의 테이트 모던’이라 할 문화제조창, 냉전 시대 산물이었던 ‘당산 벙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등 문화예술 분야 볼거리가 넓고 깊어졌습니다. 특히 일본의 목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청주행’을 이끈 강력한 요인이었습니다. 진품 소장처인 일본 야마나시현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할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작품이 충북도와의 ‘결연’ 덕에 한국으로 처음 건너 온 겁니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이 전시를 통해 조선을 사랑한 야마나시 출신 아사카와 노리타카, 다쿠미 형제를 알게 된 것도 수확이었습니다. 미술교사였던 형 노리타카는 전국을 돌며 조선 도자기 연구에 매진했고, 동생 다쿠미는 조선통독부 임업연구소에서 일하며 한반도 녹화사업에 헌신했습니다. 다쿠미는 1941년 40세로 요절하면서 남긴 “조선의 장례로 조선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현재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에 묻혀 있습니다. 한국 민화의 중시조라 할 대갈 조자용(1926~2000) 선생을 만난 것도 이 여정에서였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인에 각인된 호랑이와 도깨비 등 우리 전통의 가치를 수십 년 전에 꿰뚫어 본 분입니다. 청주 바로 옆 보은 속리산에 그의 유산을 전시한 ‘조자용 민문화관’이 있습니다. 4 [베일에 쌓인 제주 돌하르방] 문화유산 돌하르방과의 조우 제주 돌하르방을 모두 ‘알현’한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돌하르방은 사실 지금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저마다 손 모양이 다른지, 뭘 상징하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요. 시도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의 성문 앞(혹은 성문 밖)에 세웠던 현무암 석인상’을 말합니다. 제작 연대는 1754년(영조 30년)이 유력합니다. 총 48기였는데 현재 제주도에 45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 2기가 남아있습니다. 1기는 행방불명입니다. 돌하르방이 있는 곳이 대부분 제주의 대표 관광지인 만큼 한 번쯤 모두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5 [서울 종로 한옥마을 ‘북촌’] ‘레트로의 힘’ 근대 셀럽들과의 만남 서울 종로구 북촌 일대를 오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던 근현대의 셀럽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단초는 지난해 세상을 뜬 ‘뒷것’ 김민기였습니다. 전북 익산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가회동에 정착한 그의 뒤안길을 밟다가 수많은 인걸과 만났습니다. 그와 한국의 모던 포크를 함께 일군 양희은, 한국의 1세대 건축가 김수근, 1990년대 문화 대통령 서태지, 명동 백작 박인환, ‘모란이 필 때까지’의 시인 김영랑과 엇갈린 사랑을 나눈 무용가 최승희 등 수많은 인물들이 갈래를 치며 뻗어나갔습니다. ‘레트로의 힘’이 얼마나 세던지요. 압권은 ‘북촌의 설계자’ 정세권이었습니다. 경남 고성군의 시골 능참봉에서 일약 ‘경성 건축왕’에 오른 인물입니다. ‘일제강점기 부동산 개발업자’에서 민족자본가의 위상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6 [마산, 딱 100년간 존속했던 도시] 문인·사상가의 숨결을 마주하다 옛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서 마주한 인물의 스펙트럼도 현란했습니다. 마산은 1910년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딱 100년 동안 존속했던 도시입니다. 물 좋고 공기 맑아 일제 때부터 ‘결핵 치료의 메카’였습니다. 나도향, 김지하, 서정주, 김춘수, 함석헌 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인과 사상가가 마산결핵요양소(현 국립마산병원)를 거쳐 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이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였습니다. 광주에서 태어나 1970~80년대를 풍미하다 결핵 탓에 서른세 살에 마산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조선의 루돌프 발렌티노(할리우드 최고의 미남 배우)’라 불리던 임화와 마산 유지의 딸 지하련의 애사,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마산에 왔던 시인 백석 등도 있지요. ‘마산의 명동’ 불종거리에 가면 이들이 알알이 새겨 놓은 이야기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7 [화마가 할퀸 경북 의성] 새순 돋듯 치유의 봄날 기다리며 경북 의성군 고운사 들머리엔 해마다 분홍빛 법계도림이 펼쳐집니다. 법계도림은 화엄사상을 210개 글자의 시로 축약한 뒤 이를 54개 굽이(角)의 사각형으로 만든 미로입니다. 봄이 되면 법계도림에 꽃잔디를 심고 예쁘게 장식하곤 했지요. 하지만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북부 산불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습니다. 천년고찰 고운사의 범종이 깨지고, 아름다운 누각들이 재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지만 새순이 돋는 기색은 역력했습니다. 새해엔 화마의 아가리에서 앙버틴 지역들을 한 번쯤 방문하길 권합니다. 8 [숨겨진 유산 품은 전남 고흥] 예술·비경이 안겨 준 뜻밖의 감동 전남 고흥군에선 화가 천경자의 생애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열린 데 이어 올해도 전시회 등이 고흥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고흥군이 천경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해 벌인다고 하니, 새해 진행될 이벤트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숨겨진 자연 유산을 만나는 기쁨도 쏠쏠했습니다. 금강죽봉의 자태가 압도적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흰빛의 응회암 주상절리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도보로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9 [로컬 문학의 재발견 전남 장흥] 10대째 詩 쓰는 오헌고택 사람들 전남 장흥군에 10대째 시를 쓰는 집이 있다면 믿겠습니까? 장흥 위씨 종갓집인 오헌고택 사람들입니다. 오헌 위계룡부터 시작해 10대가 시인입니다. 굶어 죽기 딱 좋은 게 글 짓는 예술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문입니다. 장흥은 문학으로 돌아보기 좋은 고장입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남도의 깡촌’ 장흥이 가진 문학의 힘을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다시 보고 있지요. 10 [전통 소주 되살리는 경북 안동] 한국의 ‘SOOL’ … 세계인과 ‘짠 이제껏 우리 전통술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죄다 사라졌다는 게 통설이었습니다. 한데 1000년 넘게, 최소 수백 년은 이어 온 지혜가 기껏 수십 년의 통제에 소멸한다는 건 어불성설일 겁니다. 경북 안동시처럼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었지요. 우리에겐 반드시 되돌려야 할 술의 역사가 있습니다. ‘소주’가 특히 그렇습니다. 희석식 소주에 밀려 있는 전통 증류식 소주를 제자리로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SOOL’도 ‘KIMCHI’처럼 세계인의 보통명사가 되는 날도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 행여 전해지지 못할까… 선비들의 진심 꾹꾹 눌러 담은 낭만 편지[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행여 전해지지 못할까… 선비들의 진심 꾹꾹 눌러 담은 낭만 편지[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느릿하게 걷기 좋은 ‘소나무숲’500년 고목 등 870여 그루 장관서원 정문 죽계천 흐르는 ‘경렴정’퇴계 이황·주세붕 풍류 즐기기도선비 하루 중요 일과였던 편지 쓰기꼬리에 꼬리 물고 안부 인사 이어져사람 걸음과 같은 속도로 전한 마음연애편지 같은 서정적 표현에 눈길소수서원(紹修書院) 소나무 숲을 거닐고 있습니다. 경북 영주시에 있는 소수서원은 소수박물관에서 열리는 ‘안부-간찰에 얹어 보내는 사계절’이라는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았습니다. 간찰은 조선시대 편지를 부르던 말입니다. 옛 선비들은 하루에 따로 시간을 정해둘 만큼 편지 쓰기에 진심이었다지요. 지난봄에 시작한 전시는 어느덧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에 다다랐습니다. 수백 년 전 편지가 저를 향한 것은 아닐 테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안부가 한 해 끝의 저에게 온기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2월의 소나무숲에서 홀린 듯 길에서 벗어나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선비의 팔자걸음으로 느릿하게 걷고 있자니 점차 사념이 사라집니다. 코끝은 시린데 정신은 맑습니다. 괜스럽던 조바심을 다잡습니다. 소수서원의 고즈넉한 소나무 숲을 좋아합니다. 옛사람의 ‘안부’ 편지를 핑계 삼았지만 겨울 숲을 오고 싶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원을 건립하면서 조성한 송림은 500년 가까이 된 고목을 비롯해 870여 그루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수치를 일일이 재고 헤아릴 수 없지만 푸른 숲이 주는 평안은 12월이라 한층 값집니다.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거닐다 서원 서쪽 담과 접한 영귀봉에 오릅니다. 거북이가 알을 품은 모양의 낮은 언덕은 그저 숲 가운데 조금 높은 정도지요. 그런데도 담장 너머 서원의 전경이 보입니다. 영귀봉에는 서원 이전에 있던 옛 숙수사의 별대 초석이 소혼대를 가리킵니다. 소혼(消魂)은 글자 그대로 풀면 ‘넋이 나간다’는 의미겠습니다. 옛 중국의 문인 강엄의 ‘별부’에서 인용했는데 이별의 깊은 슬픔을 뜻하는 구절입니다. 소혼대는 유생들의 쉼터로, 서원을 오가던 이들이 이별의 정을 나누기도 한 장소지요. 제게는 한해의 끝과 다음 해의 시작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 인양합니다. 일 년이 쏜살같이 지났습니다. 1월에 띄워 보낸 바람들이 어디쯤 다다랐을까요. 또 얼마만큼 이뤄졌을까, 한 해를 잠시 되돌아봅니다. 서원 정문 앞에서는 경렴정에서 걸음이 멎습니다. 동쪽으로는 죽계천이 흐르고 물 건너 취한대가 매혹하네요. 소수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가운데 맏형에 해당하지요.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웠고, 퇴계 이황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소수서원이라 불립니다. 두 사람 모두 경렴정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권돈인 또한 순흥에 귀양 와서 취한대와 죽계천을 보며 세한도를 그렸습니다. 세한도는 절친한 벗이었던 김정희의 그림이 더 잘 알려져 있지요. 그의 세한도에는 권돈인의 발문이 있고요. 두 사람의 유배 시기와 장소는 달라도 오가는 편지에는 세한의 시절을 지나는 동병상련이 있었겠습니다. ●오전 11시는 편지의 시간 소수서원은 강학당과 문성공묘가 중심을 이룹니다. 강학당 뒤편으로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 안향과 서원을 세운 주세붕 등의 영정이 있는 영정각, 유생들의 기숙사 학구재와 지락재 등이 있지요. 제사를 지내는 문성공묘는 강당에 해당하는 강학당 서쪽입니다. 서원을 좀 다녀본 이들은 그 구조에 의아해합니다. 서원은 앞쪽에 배움 공간을, 뒤쪽에 사당을 두고 중심축으로 삼고 좌우로 건물을 두는 게 기본입니다. 소수서원의 배치는 지형에 기대 자유롭습니다. 서원의 틀이 잡히기 전에 들어선 ‘최초’의 또 다른 증거겠습니다. 오늘은 경내를 가로지르는 대신 경렴정 앞에서 서원둘레길을 택합니다. 죽계천 징검다리를 건너고 취한대와 광풍대를 지나는 구간은 15분 남짓합니다. 계절과 무관하게 걷기 좋은 길입니다. 박물관에 가까워지자 ‘안부’의 전시를 알리는 가로등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네요. 소수박물관은 크게 본관과 별관으로 나뉩니다. ‘안부-간찰에 얹어 보내는 사계절’ 전시(2026년 2월 27까지)는 별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물부터 호기심이 입니다. 조선 후기 선비 윤최식이 ‘일용지결’에 기록한 선비의 시간표입니다. 일과 가운데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해야 할 일이 단연 눈길을 끕니다. ‘지인과 친구에게 편지쓰기’입니다. 옛 선비는 편지를 하루의 중요한 일로 여겼던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선비의 하루에는 이렇다 할 오락이 없습니다.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드린 후에는 독서나 글을 쓰고 손님을 맞거나 집안일을 돌보는 게 전부입니다. 인터넷도,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없던 시절, 어쩌면 편지는 삶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꼿꼿한 선비의 부드러운 몸짓 같기도 합니다. 편지 쓰는 방법을 소개한 서식집이 있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네요. 유교 중심 사회였으니 상대방이나 목적에 따라 편지의 격식이 중요했겠지요. ‘구소수간’은 중국 북송 시대, 우리에겐 소동파로 유명한 소식이 구양수와 나눈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세종대왕이 왕자 시절에 수십 번 읽은 책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조선 철종 때 나온 ‘간독정요’는 그 사례를 계절별, 열두 달로 나눠 적절한 표현을 수록했고요. 영주 지역의 편지 모음집으로는 괴헌고택 소장 간첩을 전시합니다. 괴헌고택의 선조 김영이 주고받은 201통의 편지를 12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계절별로 묶은 책은 춘하추동이 아닌 주역의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구분한 게 이채롭습니다. ●멀리 사모하는 마음 이길 수 없어 옛 선비의 편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합니다. 김종덕은 이상정에게 천연두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몇 해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떠올리게 하는 편지입니다. 다시 이상정은 최홍원에게, 최홍원은 이상정의 아우 이광정에게 안부 편지를 씁니다. 안부는 상대가 편안히 잘 지내는지 혹은 그렇지 아니한지를 묻는 일입니다. 더불어 상대가 무탈하기를, 별일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평안을 기원하는 축복과 축원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편지에 선물을 더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광정은 부채 선물을 같이 보내며 ‘제가 잊고 있지 않다는 뜻을 당신께서는 생각해주시겠지요’라고 썼습니다. 이황은 국화 화분을 선물 받고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 답장합니다. 저는 옛 선비의 편지가 너무도 서정적이어서 놀랍니다. 요즘으로 치면 연애편지에 나올 법한 고운 문장과 낭만적인 표현들은, 말이 아닌 글이어서 행여 전해지지 못할까 싶은 감정을 꼭꼭 눌러 써나갔다는 걸 알게 합니다. 몇 번이고 곱씹어 내뱉는 조심스러운 고백처럼 말이지요. 당대의 대학자 정구는 조목에게 보낸 봄날의 편지에서 ‘멀리서 사모하는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나학천은 어느 해 여름 편지에 ‘우러러 바라보니 그리운 마음 여러분께 치달아 나도 모르게 근심이 쌓인다’라고 적었고요. 문자나 메일이 실시간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서로를 향한 마음은 사람의 걸음과 같은 속도로 옮겨갔겠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했겠지요. 그래서 옛 편지는 가로와 세로를 구분 짓지 않고 남은 칸을 빼곡하게 채워 써나갔을까요. 글자 하나 허투루 적지 못하였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희로애락이 더디게 가닿았겠습니다. 선비는 명예나 재물 따위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지요. 그들의 편지를 빌려 유유한 삶을 배웁니다. 그 가운데 당신에게 전하고픈 편지글 하나를 옮겨 적으며, 2025년의 마지막 안부를 전합니다. ‘연말이 멀지 않으니 당신 집의 경사가 시냇물이 바야흐로 이르는 것처럼 무성하기를 바랍니다.’ ●선비세상에서 백남준을 만나다 소수서원 곁에는 선비촌이 있고 또 선비촌은 ‘선비세상’과 이웃합니다. 선비세상은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의 6개 주제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입니다. 선비다례원에서 다도를 즐기거나 한지뜨기 공방에서 한지 만드는 체험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한지뜨기 공방이 있는 한지촌은 고비가 숨은 볼거리입니다. 고비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편지 등을 꽂아두던 일종의 편지함이자 서류함입니다. 방이나 마루의 벽에 걸어 사용했습니다. 대나무, 오동나무 등을 조각해 만드는데 다채로운 문양의 고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선비세상 기획 전시를 놓칠 수 없겠습니다. 얼마 전 시작한 ‘백남준의 선비정신–붓에서 전자까지’(2026년 2월 28일까지)는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작가의 원화, 드로잉, 판화 연작 등 약 40점을 전시합니다. 백남준의 작업은 미디어아트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그 바탕에는 한국적인 선비의 사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대변하듯 전시실의 첫 작품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백남준의 사진입니다. 스스로 작품의 뿌리를 선언하는 듯합니다. 맞은편 ‘TV풍경’은 세 개의 직사각형을 붓으로 그린 작품이라 특별합니다. 직사각형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상징하지요. 흰 면에 검은 수묵만으로 색깔 없이 생동하는 그림입니다. 선비세상 입장객은 무료 관람이 가능해 백남준의 작품 감상만으로 입장료가 아깝지 않습니다. ●성혈사 꽃살문에 마음을 기대 서서 소수서원과 선비세상을 돌아보고는 정해진 코스처럼 꼭 다녀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영주에 있는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부석사입니다. 굳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지음, 학고재)를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찬양하는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백미입니다. 범종각 계단을 오르며 사선으로 방향을 튼 안양루와 무량수전을 바라보는 순간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무량수전 앞에 있는 석등을 등지고 해 질 녘 소백산을 바라보는 것 또한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일 겁니다. 부석사 말고도 소수서원 인근에는 꼭 들러야 하는 또 하나의 사찰이 있습니다. 성혈사는 부석사나 소수서원의 명성에 가린 영주의 숨은 보석입니다. 정면 3칸, 옆면 1칸의 단층 맞배지붕 건물은 얼핏 보기에는 큰 특징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나한전의 꽃살문이 가까워질수록 그 진가가 빛을 발합니다. 세 짝의 꽃살문은 격자로 무심하게 선을 그은 문살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널판을 통째로 파고 깎아 새긴 연꽃과 동자승, 물고기와 용, 두루미, 모란 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입니다. 유서 깊어 문화재가 많은 도시 영주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요. 성혈사는 부석사와 마찬가지로 의상대사가 세웠다 합니다. 나한전은 부처님의 제자인 나한을 모신 법당이고요. 1553년에 처음 지었고 1634에 다시 지었다 하지요. 다만 꽃살문은 언제 누가 지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때로는 알 수 없어 더 신비로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움은 시간이 쌓일수록 더 빛나곤 합니다. 햇살이 뉘엿해질 때까지 꽃살문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돌아섭니다. ■ 여행수첩 ● 소수서원 -오전 9시~오후 5시(11~2월), 오전 9시~오후 6시(3~5, 9~10월) 오전 9시~오후 7시(6~8월), 연중무휴
  • 3번의 암 딛고… 제주올레길 100번 완주했다

    3번의 암 딛고… 제주올레길 100번 완주했다

    15년 7개월 21일 만에 4만 3136㎞“올레길은 날 다시 살린 생명의 길” “나에게 제주올레길은 생명의 길이고, 나를 다시 살린 길입니다.” 한창수(80)씨가 지난 25일 제주올레길 역대 첫 100회 완주 대기록을 작성하며 이 말을 꺼냈다. 그는 총 27개 코스, 437㎞로 구성된 올레길을 무려 100번, 누적 4만 3136㎞를 뚜벅뚜벅 걸었다. 지구 한 바퀴(4만 75㎞)를 훌쩍 넘는 거리다. 한씨가 처음 걷기 시작한 건 2010년 4월 4일, 자신의 생일이었다. 올레길 완주를 마친 딸을 보며 “나도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길에 나섰다. 서울에 살아 제주 지리가 서툴러 같은 코스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해가 지기 전 완주하지 못해 길을 잃기도 했다. 결국 그는 아예 제주 서귀포시 남원에 집을 얻고 걷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 그를 덮쳤다. 2012년 흉선암, 2013년 혈액암, 2014년 전립선암 선고를 3년 연속 받았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버텨내던 나날 속에서도 한씨는 치료가 없는 날이면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12월 21일 첫 완주증을 손에 쥐었다. 그 이후로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고 15년 7개월 21일 만에 100번째 완주에 성공했다. 더욱이 그를 괴롭힌 암도 지난해 모두 완치되는 기적을 이뤘다. 한씨는 “올레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다시 살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10년 안에 150회 완주가 내 새로운 버킷리스트”라고 말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누구나 완주를 목표로 걸을 필요는 없지만, 한씨의 100회는 기록 자체가 놀랍다”며 “오랜 시간을 버텨온 그의 마음이 더 큰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 사상 첫 제주올레 100회 완주한 한창수씨… “나에게 올레 길은 3번의 암 이긴 생명의 길”

    사상 첫 제주올레 100회 완주한 한창수씨… “나에게 올레 길은 3번의 암 이긴 생명의 길”

    “나에게 제주올레 길은 생명의 길이고, 나를 다시 살린 길입니다.” 80세 올레꾼 한창수(충남 출신 서울 거주)씨가 지난 25일 제주올레 길 100회 완주라는 사상 첫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총 27개 코스, 437㎞로 구성된 제주올레 길을 무려 100번, 누적 4만 3136㎞를 걸었다. 지구 한 바퀴(4만 75㎞)를 훌쩍 넘는 거리다. 한씨가 걷기를 시작한 건 2010년 4월 4일 자신의 생일날. 올레길을 완주한 딸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 하나로 길에 나섰다. 제주 지리가 서툴러 같은 코스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해가 지기 전 완주하지 못해 길을 잃기도 했다. 결국 그는 아예 제주 남원에 집을 얻고 걷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이 닥쳤다. 2012년 흉선암, 2013년 혈액암, 2014년 전립선암을 3년 연속 잇달아 선고 받았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버텨내며 서 있는 것조차 힘들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한씨는 치료가 없는 날이면 지팡이를 짚고 조금씩 걸었다. 긴 시간의 수술과 치료로 체력이 많이 약해져 서있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날에는 조금씩 걷기를 이어가며 몸을 회복했고, 2017년 12월 21일 마침내 첫 완주증을 손에 쥐었다. 그 이후로도 걷기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올레길을 걸으며 드디어 지난 11월 25일, 15년 7개월 21일만에 100번째 완주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더욱이 그를 괴롭힌 암도 지난해 완치되는 기쁨도 맛봤다. 그는 “10년 안에 150회 완주”가 또다른 버킷리스트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자신이 걷던 올레 코스의 오르막길에서 힘들어하는 다른 올레꾼들을 위해 직접 지팡이를 만들어 후원하기도 한다. 그만큼 올레길과 깊은 정을 나눈 사람이다. 그는 “올레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다시 살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안은주 대표는 “올레길 꼭 완주하기 위해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씨의 100회 완주는 기록만으로도 대단하다”며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버티며 걷기를 이어온 그 마음이 더 큰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나 건강 때문에 걷기를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길 위에 서서 건강과 성취감을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95번째 완주한 오씨(70대·경기 안성)가 한씨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지난 9월에는 제주올레 3만 번째 완주자도 탄생하기도 했다. (사)제주올레는 도보여행이 처음인 사람들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도록 시작올레(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걷기여행지원단이 동행하는 무료 프로그램), 아카자봉(제주올레 아카데미 일반과정 수료자들이 초보 올레꾼과 함께 걷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지금, 올레?(서울과 부산에서 체험형으로 운영되는 입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국민의힘, 수적 열세에도 ‘오세훈 팀플레이’ 가동…與 ‘협공’ 물량 공세에 반격 돌입

    국민의힘, 수적 열세에도 ‘오세훈 팀플레이’ 가동…與 ‘협공’ 물량 공세에 반격 돌입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협공 릴레이에 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희망자가 줄을 이어 일찌감치 ‘팀민주당 vs 오세훈’으로 물량 공세를 이어왔다. 맞대응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도 전열을 가다듬고 역공 모드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의 나경원(동작을), 권영세(용산), 배현진(송파을), 조은희(서초갑), 조정훈(마포갑), 김재섭(도봉갑), 박정훈(송파갑), 신동욱(서초을), 서명옥(강남갑), 박수민(강남을), 고동진(강남병)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김 총리의 노골적 관권선거 개입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선관위의 조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의원 11명이 함께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6명의 서울 현역 의원을 보유한 민주당은 연일 오 시장을 정조준해왔다. 민주당은 서울시당이 주축이 된 ‘새서울준비특별위원회’와 중앙당에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도 설치했다. 정청래 대표도 필요할 때마다 발언을 보태 이들의 활동을 후방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 김 총리까지 합세하자 국민의힘도 현역 의원들이 협공에 나선 것이다. 이날 회견에 나선 이들은 “최근 김 총리의 행보는 그가 과연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행정부의 책임자’인지 아니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총리의 책무는 국정을 운영하고 민생을 돌보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리는 매일같이 종묘 앞 세운 4구역부터 한강버스, 6·25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까지 서울시의 정책만 쫓아다니며 오 시장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총리는 정쟁을 부추기려 사실을 왜곡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을 억지 동원해 여론을 선동하는 전형적인 관권선거 개입의 작태까지 서슴지 않지만 정작 이랜드 화재현장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과 민생을 챙겨야 할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시정 어그로에만 발 빠른 총리는 이재명 정권의 한심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김 총리는 오 시장의 스토커인가. 아니면 또 다시 서울시장 후보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마치 버킷리스트 실현의 꽃놀이 패쯤으로 여기는 ‘관종 총리’가 오세훈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목소리를 돋우다가 잘 가고 있는 서울을 다시 멈춰 세우는 것은 아닌지 시민들은 걱정이 많다”고도 했다. 특히 “두 번씩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전과를 얻은 자가 총리라는 과분한 직분을 받았으면 겸허히 본직에 매진해도 모자랄 텐데 이런 총리를 국민들께서 용납하시겠느냐”며 “김 총리는 선거 개입을 중단하고 민생으로 돌아가라. 이재명 대통령은 총리의 무책임한 정치 선동질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회견 후 “민주당이 ‘오세훈 TF’라는 것을 만든 것 자체가 위협적 존재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오세훈의 서울시가 얼마나 일을 잘했고 민주당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민 의원도 “10·15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민심이 역전된 것을 이미 모두가 안다”며 “여기에 ‘대장동 일당 7800억원’을 항소 포기 유지시킨 이런 잘못으로 불리해지고 급하니 오세훈 흠집내기 외 수단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떳떳하게 서울 지역 주거사다리 복원을 통해 오세훈의 역할을 입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재섭(도봉갑)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총리가 전날 광화문 ‘감사의 정원’ 사업 현장을 찾아 집총경례 조형물을 비판한 데 대해 “김 총리는 감히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옆에 ‘총’을 세울 수 없다는데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는 조선의 역사 앞에서 부끄러운 것이고, 감춰져야 하는 것인가”라며 “대한민국 총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식하고 한심한 역사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 총리는 얼마 전까지 종묘에 어찌 그림자를 드리우냐며 서울 개발에 딴죽을 걸었다”며 “김민석에게 서울 발전 보다 중요한 것은 한양을 지키는 일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총리 그만두고 조선 왕조 영의정이 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썼다.
  • “사람이 사람에게 가는 길”… 철학자가 되는 ‘제주올레의 힘’

    “사람이 사람에게 가는 길”… 철학자가 되는 ‘제주올레의 힘’

    2025 제주올레걷기축제 17·18코스 직접 걸어보니…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길, 제주올레는 사람이 사람한테 가는 길인 것 같아요.” 경기도 여주 여강길 회원 30여명을 이끌고 온 한경곤(69) 현장팀장은 지난 7일 제주올레 17코스를 걸으며 이렇게 말했다. 강을 따라 여주를 관통하는 140㎞의 여강길도 제주를 바다로 잇는 올레길도 결국 “사람을 만난다는 점은 똑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6~8일 개최한 ‘2025 제주올레걷기축제(Jeju Olle Walking Festival)’에는 국내외 1만여 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첫날 17코스에 이어 둘째 날은 17코스 후반부와 18코스를 잇는 ‘도심·바당(바다) 올레’가 이어졌다. 7일 오전 8시, 이호해변 행사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1000여 명이 모여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게임을 즐기며 발걸음을 풀고 있었다. 파란 가을하늘의 몽실구름은 마치 참가자들의 보폭을 맞추기라도 하듯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얼굴에 간세다리 페인팅을 하고 걷는 뚜벅이들의 표정은 잉크빛 바다보다 더 맑았다. 길은 자연과 생활 풍경이 뒤섞여 단조로울 틈을 주지 않았다. 도두항 ‘추억애(愛)거리’에서 펼쳐진 전통놀이, 무지개해안도로 인근에서의 단체사진 촬영, 동한두기길 해안도로의 생동감 넘치는 벽화 속 물고기들은 마치 바다를 뛰쳐나와 벽을 타고 오르는 듯했다. 올레길을 ‘관광 동선’이 아닌 ‘생활권의 확장’으로 보이게 했다. #추억을 걷는 길, 사람에게 향하는 길, 정을 만나는 길,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길… 길은 추억속을 거닐게 한다. 관덕정 인근 골목길에서는 수산물시장 동네슈퍼라는 간판 앞에는 겨울점퍼 1만원, 티 3000원이라는 붙여진 제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보세옷 가게도 만난다. ‘선데이서울’도 아닌 ‘선데이제주’라는 옛 잡지 표지, 일본 만화가 창문에 옛스럽게 붙은 상점이 참가자들의 발길을 잡았다. 자동차로 스쳐 지나가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다.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거기에 있었다. 올레길 완주자들이 “매년 같은 길을 걷는데도 다른 길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인천에서 온 완주자클럽 회원 송안나(50대) 씨는 “21코스 지미봉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하자 뒤따르던 또 다른 완주자 허관철(60대 후반) 씨는 “7코스가 더 환상”이라며 장난스레 응수한다. 걷기의 묘미는 작은 풍경을 다시 발견하는 데 있기도 하다. 건입동 벽화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벽에 그려진 ‘영등할망’ 아래서 폴짝거리며 바다로 날리는 연을 따라가고, 백록담흰사슴을 만나는 순간, 멀리 제주항은 수채화처럼 번진다. 올레길에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정을 만나기도 한다. 사라봉 정상 팔각정에서 만난 한 여성은 처음 본 취재진에게 감귤 하나를 내밀었다. 낯선 정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우연찮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잠시 쉬던 벤치에서 선글라스를 두고 일어서던 한 어르신에게 “안경 챙기셔야죠”라고 말을 건넨 게 인연이 돼 길동무가 됐다. 오수태(80) 씨는 공직에 몸담고 있다가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9년을 살았고 제주올레를 여러 차례 완주했으며, ‘가슴으로 걷는 올레 900리’(개정판 제주올레 완주기)라는 책까지 펴낸 ‘올레 철학자’였다. #느리게 걷자고 말을 건네는 간세다리… 제주올레길에선 모두가 철학자가 된다 올레길에선 모두가 철학자가 된다. 길이 지쳐갈때쯤 만나는 ‘간세(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란 뜻의 제주어)’ 표지판이 사유하는 철학자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느림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끼도록 안내해주는 길이다. 홀로 걷는길, 햇살이 주는 태양에 감사하고 벗이 되어 주는 구름에 고마워하며 걷던 시간을 뒤로 하고 싶어지던 찰나에 만난 길동무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존재다. 때마침 ‘나와 나 사이의 빈 공간’에서 놀던 시간이, 그 홀로 걷는 좀 쓸쓸하고 심심한 시간과 작별하고 싶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 씨는 1970년대 제주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풀어놨다. “1976년인가. 갑자기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맙시다’라며 방송하던 시절도 있었다”며 “성이시돌목장이 관광지로 처음 알려지고 신혼부부들이 프로펠러 비행기 타고 처음 제주로 들어오던 때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기업은 돌이 있는 별도봉을 지나면서 아마도 추억 속으로 걸어가는 듯 했다. 그렇게 제주올레는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특히 올레길을 걸으면 4·3의 상흔을 마주하게 된다. 화북포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949년 국방경비대가 3개 마을 67가구를 불태우고 주민들을 학살한 자리, 지금은 돌담 일부만 남아 당시의 비극을 말없이 전한다. 화북포구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감한 코스 완주자들은 “버킷리스트가 하나씩 채워지는 느낌”으로 스탬프를 찍었다. 조기수 제주올레 브랜드총괄실 홍보팀장은 “규슈·미야기 올레에서만 20여 명이, 몽골올레에서도 첫 참가자가 올 정도로 올레 문화는 이미 국제적”이라며 “걷기를 통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최측은 약 1만여명이 걷기축제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축제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조천만세동산에서 화북포구까지 이어지는 18코스 역방향 걷기가 진행됐다. 용천수 23곳을 지나는 재미와 함께 어촌의 한가로운 풍경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어서 지친 3일을 위로해준다.
  •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와비사비’한 만추를 걷다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와비사비’한 만추를 걷다

    ‘와비사비’(侘び寂び)라는 일본어가 있다. 겉은 다소 부족해도 내면은 깊고 충만한 걸 일컫는 표현이다. 덜 완벽하고 단순하다는 뜻의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가 합쳐진 단어란다. 일본인 특유의 심상을 표현할 때도 이 단어가 종종 쓰인다. 우리와 달리 낡은 소도시 여행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엔 이런 배경이 한 자락 깔려 있지 싶다. 동해와 접한 일본 중서부의 소도시 야마가타현을 다녀왔다. 일본 오지의 대명사 격인 이른바 ‘도호쿠(東北) 6현’ 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의 여느 지방 도시처럼 수수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의 문화를 갈무리하고 있으니 ‘와비사비한 야마가타’라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듯하다. 야마가타현의 이야기를 현청 소재지인 야마가타시 권역과 현 내 2위 도시인 쓰루오카시 권역으로 나눠 전한다. 수많은 일본 여행지 중에서 하필 야마가타를 목적지로 꼽은 건 기억 속에 저장된 TV 영상 때문이었다. 늘 한 장의 강렬한 사진에 ‘꽂혔던’ 경험에 견줘 동영상에 가슴을 내어준 건 퍽 이례적인 경우다. 여러 해 전, 한 외국 방송사가 전한 영상은 이랬다. 하늘하늘 눈이 내리는 날, 깊고 어두운 삼나무 숲이 거대한 목탑을 감싸고 있다. 컬러지만 흑백 같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지만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무수한 ‘클릭질’을 통해 야마가타현에 그 목탑이 있다는 걸 알아냈고, 버킷리스트에도 기록해 뒀다. 이 목탑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상세히 전하기로 한다. 가파른 바위산에 둥지 튼 사찰관광산업 측면에서 야마가타는 일본에서도 퍽 애매한 위치인 듯하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래는 쌀과 미주로 이름난 설국(雪國) 니가타, 위는 미인의 고장 아키타다. 후지산이 있는 야마나시, 시즈오카 등과는 아예 정반대다. 도쿄 등 도회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줘야 하는데 교토, 오사카 등 쟁쟁한 명소가 중간에서 가로채기 일쑤다. 그렇다고 멀고 먼 홋카이도처럼 어떤 막연한 로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고립무원의 땅인 셈이다. 지난해 개봉한 일본 영화 ‘선셋 선라이즈’에도 야마가타에 관한 이야기가 한 자락 등장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도호쿠 주민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 정작 이야기 전개의 한 축을 맡은 도쿄 사람들은 야마가타를 포함한 도호쿠 6현의 이름조차 다 외우질 못한다. 물론 시나리오상의 설정이지만, 이게 일본의 현실이지 싶다. 그나마 수도권 사람들이 야마가타를 찾는 건 신칸센이 놓인 덕이지 싶다. 3시간 정도면 도쿄 우에노 등 수도권에서 닿을 수 있다는 게 야마가타로선 퍽 다행이겠다. 야마가타시의 ‘원픽’ 여행지는 야마데라다. 일본인들이 ‘100대 명승’ 식으로 관광지를 서열화하는 걸 참 즐기는데, 야마데라 역시 어느 조사에서든 일본 전체 순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야마데라를 우리말로 쓰면 ‘산사’(山寺)다. 그러니까 산에 있는 절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사찰의 이름인 고유명사가 된 거다. 이 일대의 공식 지명으로도 쓰인다. 우리나라도 유명인이나 명소의 이름을 지역명으로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강원 영월의 김삿갓면이나 한반도면 등이 그 예다. 그만큼 야마데라가 일본 내 산사의 상징적 존재라고 보면 될 듯하다. 야마데라의 공식 이름은 ‘호주산 릿샤쿠지’(宝珠山 立石寺)다. 호주산이란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을 딛고 세워진 사찰이다. 천태종 승려인 엔닌(円仁)이 860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1015개 돌계단 너머 만난 치유일본의 사찰 대부분은 평지형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옛 법식대로 가람을 배치했다. 한데 험한 산골짜기에 지을 때는 전례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릿샤쿠지가 그렇다. 산세에 따라 가람이 들어선 모양새가 한국의 산사와는 또 다른 미감을 안겨 준다. 초입에서 만나는 곤폰추도(根本中堂)가 웅장하다. 우리로 치면 본전인 대웅전이다. 곤폰추도는 너도밤나무로 지은 건물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고 한다. 국가중요문화재, 그러니까 우리의 국보쯤 되는 문화유산이다. 전각 안에 ‘불멸의 법등’이 있다. 사찰을 세운 이래 한 번도 꺼트리지 않고 이어 왔다고 한다. 중심 법당을 지나면 돌계단이 시작된다. 모두 1015개다. 한 칸 오를 때마다 번뇌도 사라진다는 수행의 돌계단이다. 계단을 오르다 숨이 막 거칠어질 무렵에 세미즈카(せみ塚)와 만난다. 사전적 의미는 매미가 묻혔다는 뜻의 ‘매미총’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마쓰오 바쇼(1644~1694)가 자신의 책을 묻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바쇼는 다소 설명이 필요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이른바 명소 소리를 들으려면 그만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는 바쇼가 다녀갔는지, 혹은 그가 시로 읊었는지 여부다. 풍경만 곱다고 해서 경승지가 되는 게 아니라 그에 필적할 서사까지 담겨 있어야 하는 거다. 바쇼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하이쿠(俳句) 작가다. 아예 하이세에(俳聖)라 부르며 추앙한다. 그러니까 하이쿠를 짓는 하이진(俳人) 가운데서도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란 뜻이다. 바쇼가 릿샤쿠지를 방문한 건 1689년이다. 영감을 얻기 위해 도호쿠 지방을 여행하다 들렀다. 당시 그는 릿샤쿠지의 적요한 풍정에 감탄하며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란 하이쿠를 한 수 남긴다. 이 작품이 담긴 기행문집이 ‘오쿠노 호소미치’(奥の細道)다. 지금도 일본 내 무수한 관광지의 휴식 공간들이 ‘오쿠노 호소미치’란 이름을 쓰는데, 바로 이 문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의 신격화된 바쇼가 발을 디딘 데다, 대표적인 하이쿠까지 지어줬으니 후손들이 이를 그냥 둘 리 없다. 이른바 ‘바쇼 라인’이라는 별도의 여행 코스까지 만들어 뒀다. 바쇼가 발 디딘 곳을 따라 도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을 위해 친절하게 별도의 이름도 붙여 뒀다. ‘안쪽의 길’이다. ‘오쿠노 호소미치’라는 표현을 우리 식으로 의역한 듯하다. 이후 아미타불을 닮았다는 미타도(弥陀洞), 본존불을 모신 오쿠노인(奥之院)과 다이부쓰덴(大佛殿), 릿샤쿠지의 홍보 팸플릿에 흔히 등장하는 대표 건물인 가이산도(開山堂), 노쿄도(納経堂) 등의 당우가 이어진다. 릿샤쿠지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은 고다이도(五大堂)다.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각이다. 만추의 빛깔을 머금고 야위어 가는 처연한 풍경에서 ‘와비사비’한 정서가 느껴진다. 고다이도 맞은편, 그러니까 또 다른 계곡 위엔 다이노도(胎内堂)가 서 있다. 위태위태한 다리를 건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뒤 비좁은 비위와 좁은 동굴을 기어가야 하는 곳이다. 다이노도는 ‘태내돌기’라는 수행을 하는 곳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거쳐 다시 한번 순수한 존재로 태어나는 걸 상징한다는 수행법이다. 일반인은 갈 수 없고 특별한 날에만 수행자들에게 공개된다고 한다. 야마가타현과 미야기현 사이엔 거대한 산맥지대가 있다. 이른바 자오연봉(蔵王連峰)이다. 일본 하면 연상되는, 화산이 만든 풍경이 이 일대에 펼쳐져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자오연봉의 상징 오카마(お釜)다. 외륜산(분화구를 둘러싼 벽)에 둘러싸인 모양새가 가마(釜)를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 오카마는 칼데라, 즉 화구호다. 빛과 기온 등 자연조건에 따라 다섯 가지 물빛을 선보인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출입 통제 중이다. 야마가타에서 오카마 초입까지 가는 아름다운 산길을 자오 에코라인, 오카마 바로 앞까지 가는 유료도로를 자오 하이라인이라 부르는데, 이 길이 겨울철엔 닫힌다. 10월 14일부터 11월 4일까지는 오후 5시까지만 열다 4일 이후엔 완전히 폐쇄한다. 수m 이상 쌓인 눈이 녹는 이듬해 4월 중순 다시 갈 수 있다. 그러니까 10월 어느 마지막 날에 오카마를 간다는 건 절정에 이른 자오연봉 단풍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단풍 지면 눈꽃 아래 온천욕을이제 온천을 말할 차례다. 야마가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긴잔(銀山) 온천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가에게 영향을 줬다(혹은 줬을지도 모른다)더라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이 소문은 왕성하게 생명을 이어 가고 있다. 긴잔 온천은 사실 ‘인스타그래머블’한 관광지다. ‘사진용 관광지’란 뜻이다. 설경 하나는 ‘끝내준다’. 다만 모든 온천이 개인 료칸에 속해 예약 없이 찾아간 단순 관광객은 온천욕을 즐길 수 없다. 셔틀버스 외엔 산길을 걸어가야 해서 접근도, 예약도 쉽지 않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자오 온천이다. 자오연봉 남쪽 끝자락의 온천 지대로, 북쪽의 긴잔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수질이 우수한 데다, 주변에 가볼 만한 여행지도 많고, 대욕장 같은 온천지 특유의 공공 시설도 갖췄다. ■ 여행수첩 -한국에서 야마가타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경유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환승 소요 시간이 무척 길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소 복잡하긴 해도 여정에 여정을 더한다는 ‘기쁨’이 제법이다. 한국에서 도쿄까지 가는 비행편도, 도쿄에서 야마가타까지 가는 신칸센도 자주 있는 편이라 여정을 꾸리기 쉽다. -일본의 오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곰이다. 한국의 숲에선 인간이 최고 포식자이지만 일본에선 다르다. 특히 올해 곰의 습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년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폭증해 야마가타 곳곳에서 곰 출몰이 화제였다. 자위대를 동원할 수는 없어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공무원 헌터’를 활용해 곰을 사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독 행동을 삼가고 곰 퇴치 호루라기나 종 등을 갖고 다니길 권한다. -야마가타역 주변에 맛집이 많다. 가나자와야, 가카시 등은 소고기를 내는 집이다. 점심은 1인당 2만~3만원 수준이지만 저녁엔 무척 비싸다. 야마데라 주변은 거의 전부가 지역 특산 소바집이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이 죄다 장어집인 것과 비슷하다. 가급적 ‘이모니’와 함께 내는 소바 정식집을 찾길 권한다. 1인 1만원 정도다. 이모니는 토란을 주재료로 만드는 일종의 장국이다. 도호쿠 주민의 ‘솔 푸드’인데,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야마가타에선 해마다 초가을에 세계 최대 냄비에 이모니를 끓여 주민들이 함께 먹는 축제도 연다. 토란국에 술을 곁들인 뒤 한 해 쌓인 불만을 서로 가감 없이 내뱉는 ‘이모니 모임’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곤약과 체리도 특산품이다. 곤약 당고, 체리 아이스크림 등으로 맛볼 수 있다.
  • 구로구, ‘문화공간 다락(多樂)’에서 만나는 따뜻한 겨울

    구로구, ‘문화공간 다락(多樂)’에서 만나는 따뜻한 겨울

    서울 구로구가 오는 11월 한 달 동안 신도림과 오류동 ‘문화공간 다락(多樂)’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구는 다가오는 겨울을 맞아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마다 신도림과 오류동 문화공간 다락에 영화 상영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도림 다락에서는 ▲인사이드 아웃(11월 1일) ▲비긴 어게인(11월 8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11월 15일) ▲로마의 휴일(11월 29일)을, 오류동 다락에서는 ▲리틀 포레스트(11월 1일) ▲스즈메의 문단속(11월 8일) ▲버킷리스트(11월 22일) ▲시간 여행자의 아내(11월 29일)를 상영해 가족 단위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신도림 다락(11월 22일)과 오류동 다락(11월 15일)에서 각각 ‘커피박 바디스크럽 만들기’와 ‘와플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1월 중순부터는 산타와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등으로 따뜻한 겨울 분위기를 연출하고 주민들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포토존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문화공간 다락은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여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계절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 숲·꽃·흙·사람·물 5가지 향기… 일상 속 정원 품은 ‘녹색 금천’[민선8기 이 사업]

    숲·꽃·흙·사람·물 5가지 향기… 일상 속 정원 품은 ‘녹색 금천’[민선8기 이 사업]

    방치돼 오던 호암산 자락 확보공약으로 오미생태공원 조성모든 세대 즐기는 숲세권 형성‘클리닉’엔 반려식물 입원치료빌딩 정원·무장애 숲길도 지원기후변화 대응한 공원 곧 완성서울 금천구 호암산 자락의 ‘오미생태공원’. 지난 24일 찾은 이곳에선 함께 나들이를 나온 유치원생들이 숲길을 걷고 있었다. 숲 향기를 맡으며 시흥계곡을 건너자 멸종위기 2급 생물인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꽃과 풀 사이 자리잡은 정자나 테이블에선 도시락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조선시대 강희맹이 금천구에 거주하며 지은 농서 ‘금양잡록’의 ‘오상’에서 착안한 이름처럼, 공원은 숲·꽃·흙·사람·물 등 5가지 향기가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민선 8기 공약으로 탈바꿈하기 전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과거엔 경작지나 무연고 묘지, 불법 건축물 등으로 어수선하게 방치됐던 숲이었기 때문이다. 금천구는 2020년 금천녹색광장 인근에 축구장 2.7개(1만 8500㎡) 크기 거점형 공원 오미생태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주민들을 위한 녹색 공간과 일상 속 정원을 확대해 ‘녹색도시 금천’을 만들기 위해서다. 쪼개져 있는 필지를 모두 매입하기 위해 미국 국제전화로 협상을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미생태공원은 지난해 11월 완성됐다. 금천구는 이렇게 자투리 공간과 교통섬 등을 찾아 일상 속 공원을 차근차근 늘려가고 있다. 녹지가 부족했던 가산동엔 가산생활문화센터 철거 부지 등을 활용해 생활권 공원을 확충했다. 5년에 걸쳐 안양천에 2㎞ 길이 꽃길 장미원도 만들었다. 그 결과 올해 도보로 찾을 수 있는 금천의 생활권 공원면적은 2018년(40만 6228㎡) 대비 88% 늘어난 76만 6386㎡다. 1인당 면적은 같은 기간 1.60㎡에서 3.15㎡로 2배나 늘었다. 공원 조성 사업비도 6배 수준인 132억 7500만원으로 늘렸다. 43만 981㎡ 규모의 토지는 무상 사용을 이끌어내 예산 절감 효과도 봤다. 오미생태공원은 마을에도 활력을 가져왔다. 시흥5동에서 40년 넘게 산 정연순(65)씨는 “텃밭만 있던 뒷산이 모두를 위한 공원으로 바뀌니 일상이 무료하지 않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황톳길을 걷고, 가을엔 주민을 위한 행사도 많다”며 웃었다. 매일 오미생태공원을 찾는 최수인(59)씨도 “집 가까이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공원이 생겨 좋다”면서 “이곳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활력이 생겨서 절로 기본 5000보를 걷게 된다”고 말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금천정원지원센터’는 가드닝 등 알찬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덕에 서울 서남권이나 경기권에서도 찾는다. 이날 일일 수업은 편백·측백나무 가지를 원뿔 모양으로 꽂아 장식하는 ‘콘트리 만들기’였다. 초보자도 1시간여 동안 나뭇가지를 다듬고 빈 곳을 채워 넣다 보면 어느새 그럴싸한 나무를 완성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인근에 사는 반희숙(63)씨는 직접 리본 등 재료까지 가져와 주변에 나눠 줬다. 반씨는 “생화를 만지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고 친구들과 나누는 즐거움도 크다”며 “수업에 빈자리만 있으면 늘 신청한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박모씨는 “손 가는 대로 만들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며 “오늘 만든 콘트리는 병문안 가서 선물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원센터에는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위한 병원 ‘반려식물 클리닉’도 있다. 화분 갈이부터 병해충 진단, 적합한 치료·관리 방법 안내까지 가능해 초보 ‘식집사’(식물 집사)인 젊은층이 주로 찾는다. 증상이 심각하면 ‘입원 치료’도 받을 수 있다. 클리닉 관계자는 “제일 심각했던 건 습한 여름철 물을 안 줬다가 말라버린 게발선인장인데 수경 화분에서 관리하니 몇주 만에 다시 통통해졌다”면서 “조만간 화분에 옮겨 퇴원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금천구는 녹색 도시를 위해 다양한 정원을 준비하고 있다. G밸리 지식산업센터에는 가로수를 활용해 18만 7364㎡ 크기의 녹지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숲속 야영장, 무장애데크길 등을 갖춘 초대형 산림문화휴양시설 ‘남서울 희망의숲’도 2028년까지 조성한다. 개청 30주년을 맞아 미래 30년을 준비하며 세운 ‘버킷리스트 30’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 등 보행약자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숲길도 늘고 있다. 경사도는 8.3%로, 폭을 2m로 넓힌 ‘금천체육공원’의 무장애 숲길과 ‘호암늘솔길’이 대표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공원도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최초로 시흥동 산기슭공원에 이상 기후를 주제로 ‘기후변화 안심공원’을 만들고 있다. 안양천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큰 에메랄드그린 등을 심어 ‘기후위기 도시숲’을 조성한 데 이어 서부간선도로와 금천구청역 일대에도 숲을 조성 중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주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즐기는 ‘녹색 도시’ 금천으로 거듭나겠다”며 “탄소 중립, 기후위기 대응, 주민 쉼터 확보 등 다각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이태원 참사로 떠난 딸 추모하는 ‘신애진 장학금’

    이태원 참사로 떠난 딸 추모하는 ‘신애진 장학금’

    “애진이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다른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인근 카페. 당시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는 애진씨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 가족들은 부의금과 애진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쓰지 않고 고이 모아 뒀다. 유품을 정리하다 애진씨의 일기장에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 버킷리스트를 발견했고 참사 1주기가 되던 2023년 10월 애진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2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애진씨가 졸업한 생명과학부 학생 2명, 경영전략학회 학생 1명 등 총 3명에게 매 학기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8명의 학생이 ‘신애진 장학금’을 받았다. 고려대 영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형지선(22)씨는 올해 2학기 이 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형씨는 “월·수요일 4시간씩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엔 저도 무언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형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으며 “선배 덕분에 이제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졸업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장학금 수혜자도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진로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며 “애진 선배 덕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 가족은 애진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도 지난해 초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애진씨는 직장 생활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쯤부터 ‘우리가 누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며 청년들을 위한 기부나 사업을 고민했다고 한다. 신씨는 “우리는 애진이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는 심부름꾼”이라며 “딸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앞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나눔으로 참사를 추모…‘신애진 장학금’ 받은 고대생들

    “애진이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다른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인근 카페. 당시 참사로 딸을 잃은 신정섭(55)씨는 애진씨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 가족들은 부의금과 애진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쓰지 않고 고이 모아 뒀다. 유품을 정리하다 애진씨의 일기장에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 버킷리스트를 발견했고 참사 1주기가 되던 2023년 10월 애진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2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고려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애진씨가 졸업한 생명과학부 학생 2명, 경영전략학회 학생 1명 등 총 3명에게 매 학기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8명의 학생이 ‘신애진 장학금’을 받았다. 고려대 영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형지선(22)씨는 올해 2학기 이 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형씨는 “월·수요일 4시간씩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엔 저도 무언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형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애진씨를 추모하는 흰 국화 한 송이를 놓으며 “선배 덕분에 이제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졸업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장학금 수혜자도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진로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며 “애진 선배 덕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 가족은 애진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도 지난해 초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애진씨는 직장 생활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쯤부터 ‘우리가 누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며 청년들을 위한 기부나 사업을 고민했다고 한다. 신씨는 “우리는 애진이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는 심부름꾼”이라며 “딸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앞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공단 ‘순이’들의 땀과 꿈 기억하며… 금천, 서울 4대 경제도시 열어간다 [현장 행정]

    공단 ‘순이’들의 땀과 꿈 기억하며… 금천, 서울 4대 경제도시 열어간다 [현장 행정]

    네다섯명 살던 3평 쪽방 등 재현당시 생활상·구로공단 역사 생생“G밸리 데이터·AI 등 중심지 도약” “1970~80년대 우리나라 여공들이 ‘공순이’로 불리면서도 꿈을 키우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끈 곳이 금천구입니다.”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은 개청 30주년을 맞아 구로공단(G밸리) 노동자생활체험관인 ‘금천 순이의집’을 지난 23일 찾아 이렇게 말했다. 당시 여공들이 지내던 이른바 ‘벌집’(쪽방)을 재현한 이 전시관은 G밸리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운영 중이다. 증강현실(AR)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나 사진, 각종 추억의 소품 등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느낄 수 있다. 공용화장실을 써야 하는 3평 남짓한 방 한 칸에서 여공들은 월세를 아끼기 위해 적어도 네다섯명이 함께 지냈다고 한다. 유 구청장은 “어린 학생들이 오면 쪽방에 직접 누워보면 깜짝 놀란다”면서 “역사를 보다 잘 알리기 위해 최순영 전 YH무역 노동조합 지부장을 명예관장으로 임명했다”고 덧붙였다. 금천구는 서울의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가 오늘날 D·N·A(데이터·네트워크·AI)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도록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금천구는 15일 공군부대 부지를 인공지능(AI) 신산업 육성도시로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담은 ‘금천 미래전략 버킷리스트 30’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G밸리에 2494개 D·N·A 기업이 입주했는데, 이는 서울의 2위권 수준”이라며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기존 기업의 성장을 돕고 신규 기업 유입을 이끌어내 서울 4대 경제도시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IFA 2025’의 ‘베스트 오디오 혁신상’과 ‘금천구민 기업인상’을 수상한 G밸리의 오디오 기술 기업 ‘제이디솔루션’ 관계자는 “특히 하드웨어 분야에서 창업 여건이 뛰어난 G밸리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실리콘밸리’”라고 했다. 금천구는 주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음식 문화 개선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 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금천 강희맹장독대 체험관’을 개관한 데 이어 다음달 9일에는 ‘제1회 금천전통식문화축제’를 연다. 주민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지역 먹거리 ‘금천마을된장 오미원’도 개발했다. 유 구청장은 “금천의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문화와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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