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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스타K5 생방송 5라운드 탈락자는 김민지…“심장이 아프다”

    슈퍼스타K5 생방송 5라운드 탈락자는 김민지…“심장이 아프다”

    ’슈퍼스타K5’ 5라운드에서 김민지가 아쉽게 탈락했다. 1일 방송된 Mnet ‘슈퍼스타K5’에서는 박시환, 박재정, 송희진, 김민지가 생방송 5라운드 경쟁을 펼쳤다. 이날 무대에서 톱4는 국내 가요계 전설들의 명곡을 리메이크해 부르는 ‘레전드 미션’과 ‘라이벌 매치’를 치렀다. 레전드 미션곡으로 박시환은 옥슨80의 ‘불놀이야’, 김민지는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 박재정은 김도향의 ‘시간’, 송희진은 박기영의 ‘마지막 사랑’을 선곡했다. 이어진 라이벌 매치에서 박시환과 박재정은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를 불렀고 송희진과 김민지는 마룬5의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로 대결을 펼쳤다. 심사결과 박시환과 송희진이 각각 대결에서 승리해 가산점 5점을 부여받았다. 결국 이날 최종 탈락자는 김민지였다. 김민지는 탈락 후 “생방송에서 세 번이나 탈락한 사람은 내가 최초일 것 같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워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실수한 것은 심장이 아프다”고 탈락 소감을 말했다. 그렇지만 김민지는 “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슈스케’가 내게 좋은 발판이 됐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운을 냈다. 김민지는 전국 지역 예선에서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를 열창하며 심사위원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줬고 버스킹 소녀로 눈길을 끌었다. 다음 주 생방송 6라운드에서는 송희진, 박재정, 박시환이 TOP2를 두고 경쟁을 펼친다. 한편 이날 슈스케5 생방송 5라운드 방청객으로 MC 김성주의 두 아들 김민국, 김민율이 포착돼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국은 MC인 아빠 김성주의 전매특허 멘트인 “60초 후에 뵙겠습니다”를 대신 날리면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구 ‘여름 나기’ 3色 풍경] ‘불판폭염’ 잊는 음악회

    부채나 선풍기, 에어컨 대신 아름다운 음악으로 무더위를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금천구가 주민들 피서를 위해 ‘버스킹’(길거리 콘서트)에 나서 눈길을 끈다. 금천구는 8~9월 ‘여름밤 쿨한(Cool寒) 골목길 콘서트’를 열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 금천교향악단과 중앙국악예술협회 등 금나래아트홀 상주예술단체들이 주택 밀집 지역 인근 공원 등을 돌며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 지난 7일 가산동 골말공원과 9일 독산1동 참새어린이공원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콘서트에는 각각 주민 200여명, 100여명이 찾아와 더위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스킹 공연단은 공연 전반부에선 ‘유모레스크’ ‘캐논’ ‘여인의 향기’ ‘사랑의 인사’ ‘유 레이즈 미 업’ ‘비틀스 메들리’ 등 우아한 클래식과 아름다운 영화 음악, 유명 팝송으로 무대를 꾸며졌다. ‘아리랑 메들리’ ‘동요 메들리’ ‘울산아가씨’ 등 신나는 동요, 정겨운 민요, 트로트 연주로 꾸며진 공연 후반부에는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어깨를 들썩이며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버스킹은 독산2동 마을공원(14일), 독산3동 다목적광장(16일), 독산4동 쌈지어린이공원(21일), 시흥1동 새재미공원(23일), 시흥2동 벽산아파트 5단지 중앙광장(28일), 시흥3동 비둘기공원(30일), 시흥4동 효봉어린이공원(9월 4일), 시흥5동 은행공원(6일)으로 이어진다. 구 관계자는 “도심에서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선율이 무더위에 지친 주민들의 마음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국적은 달라도 야생동물 살리기 앞장”

    “국적은 달라도 야생동물 살리기 앞장”

    “사라져 가는 서울의 야생동물 살리기에 앞장서겠습니다.” 2일 초대 서울동물원 명예원장으로 취임한 일본 자동차 기업 토요타의 한국대표 나카바야시 히사오(53)는 이렇게 첫 소감을 밝혔다. 도시의 발전에 따른 그늘인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릴 적 꿈이 동물원 원장이었다는 나카바야시 대표는 토요타를 지난해 6월부터 서울동물원 멸종위기 야생동물보호 후원기업으로 등록한 뒤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서울이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배려하는 도시여야 한다”면서 “서울 근교 야산에 다람쥐와 담비 등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또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을 위한 시민의 기부문화는 확산하고 있지만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을 위한 보살핌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국적은 다르지만 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명예동물원장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국민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외국의 동물원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예산 부족 등 탓에 생태동물원으로 변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기업의 참여가 절실했다. 나카바야시 대표는 “명예동물원장으로서 시민뿐 아니라 거주 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동물원 환경개선, 시민들의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을 키우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단순한 동물원 후원에서 한걸음 나아가 동물 보존을 주제로 활동하는 작가에 대한 후원, 야생동물 보호 캠페인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0일부터 쇼셜네트워크서지스(SNS)를 통해 시민과 서울대공원 직원들로부터 추천된 분야별 저명인사 가운데 본인의 활동 의지 등을 고려해 명예동물원장으로 나카바야시 대표와 영화배우 박상원, 홍수아를 선정했다. 또 홍보대사로 버스킹(길거리 공연) 등을 통해 야생동물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 박희수와 아역 탤런트 강민지·민서 쌍둥이 자매를 위촉했다. 이들은 1년 동안 동물원의 이미지 변신과 멸종위기동물 보존 등 활동을 펼친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길거리부터 바닷가까지… 콘서트, 부르면 갑니다

    길거리부터 바닷가까지… 콘서트, 부르면 갑니다

    지난달 17일 낮 서울 명동 한복판. 거리를 장악하는 범상찮은 가창력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노랫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커피 전문점 2층. 가수 손승연의 미니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 시즌 1에서 우승했던 그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자 매장 안 손님들이 모두 일어나 함께 손뼉을 쳤다. 대낮 커피숍은 스탠딩 콘서트장으로 둔갑했다. 길거리로 향한 스피커, 외부 모니터 덕분에 행인들의 이목도 단박에 공연에 고정됐다. 이날 무대는 국내 한 대형 커피 전문점 업체가 창립 15주년을 기념한 무료 콘서트였다.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장소 파괴형’ 콘서트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가수들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버스킹(busking) 콘서트’가 공연계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전반적으로 높아진 대중의 문화 욕구와 문화계 종사자들의 사고 전환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카페나 클럽은 장소 파괴형 콘서트의 인기 무대. ‘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폴은 지난 4월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공연을 열었다. 70석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관객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에 앉아 색다른 분위기를 즐겼다. 당시 루시드폴은 “색다른 공간감이 주는 감성을 콘서트에 담고 싶어서 독특한 장소를 공연장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첫 내한공연을 했던 프랑스 출신 인기 DJ 제조트로닉은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을 무대로 잡았다.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심야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클래식 연주자들까지 가세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명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는 지난 1일 자신이 이끈 앱설루트 앙상블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파격’ 공연을 했다. 클래식 선율을 바탕으로 반도네온과 전자악기가 어우러진 콘서트를 선보였고 중간중간 영상쇼까지 곁들여 클래식 공연의 틀을 완전히 깼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콘서트의 정형화된 풍경을 깼다. 이달 초 경남 통영에서 연 ‘섬마을 콘서트’가 그것. 파도가 넘실대는 섬마을에 쇼팽의 ‘야상곡’, 리스트의 ‘베네치아’가 울려 퍼졌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헬스장을 찾아가는 맹렬 가수도 있다.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으로 유명한 밴드 일기예보의 멤버 나들은 지난달 서울 을지로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을 찾을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가수 이승철도 지난 19일 광화문광장으로 나와 새 앨범을 홍보하는 생애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공연계는 젊은 가수들이 주축이 된 버스킹 콘서트가 앞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싱어송 라이터 김거지(28·본명 김정균)는 손수 앨범 재킷을 찍은 마포대교 한강다리 밑에다 자주 ‘공연 자리’를 편다. 다리 밑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울림이 공연의 별미다. 가수의 연습실이 공연장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여성 3인조 그룹 아이 투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연습실로 30여명의 팬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를 연다. 이들은 남산, 서울숲 등지를 돌며 팬들을 직접 만난다. 공연 소식은 주로 트위터나 커뮤니티를 통해 관객들에게 알린다. 기획사 산타뮤직의 고기호 이사는 “TV나 라디오 방송은 신인 가수에겐 문턱이 너무 높다. 색다른 장소에서의 공연은 관객 집중도가 높은 데다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도 빠르게 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영하 10℃를 밑도는 서울의 한파를 등지고 도착한 말레이시아는 그 온도차만큼이나 다른 세계였다. 어떤 끌림이 있었는지, 회중시계를 손에 든 흰 토끼를 따라 알지도 못하는 굴 속으로 졸래졸래 따라간 앨리스처럼, 낯선 듯 평화롭고, 평범한 듯 해맑은 ‘말레이시아’를 만났다. 겨울날에 도착한 여름나라 앞으로 여섯 시간 후 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다. 여느 때와 달리 떠오르는 혹은 기대하게 되는 그림이 불분명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속으로 옹알옹알. 입에 익긴 한데 막상 고개가 갸웃한다.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을 지나쳐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날의 여행.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영하 10℃를 밑도는 겨울날과 영상 30℃를 웃도는 여름나라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해가 떴는데도 바닥이 젖어 있다. 이 나라에서는 매일 오후 네다섯 시 즈음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고. 공항을 나서니 바깥 공기가 그리 습하지 않았고,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가는 차 안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기에 아직 서울에서의 차림 그대로다. 하나둘 옷을 허물처럼 벗어낸 것은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신행정도시 푸트르자야Putrajaya의 풍경이 차창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형처럼 군더더기 없는 도시를 울울창창한 야자수 정글이 포위하고 있었다. 서울과 쿠알라룸푸르 사이 한 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오른 나는 그제야 여름나라에 들어온 것을 실감했다. 호텔방에 대충 짐을 밀어 넣고 낯선 거리로 나섰다. 하늘은 어둑하게 물들어 가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로 치면 명동에 비견되는 부킷빈탕Bukit Bintang 거리와 그 지척에 노천 음식점이 즐비한 잘란알로Jalan Alor는 낮보다 더 환하고, 더더욱 북적였다. 여행 첫날의 긴장과 피로는 서울과 다르지 않은 도심풍경 때문에 잔잔해졌지만 그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직 부담스러운 이방인은 두 거리 사이, 트렌디한 펍과 레스토랑이 늘어선 잘란창캇Jalan Changkat으로 살짝 발을 들여 놓았다.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펍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공기, 낯선 도시, 차가운 맥주, 관망적 자세. 취取하거나 취醉하거나. ▶travie info 잘란알로alan Alor와 잘란창캇Jalan Changkat | 잘란알로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 사테Satay를 추천. 얇게 썬 고기를 양념해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구운 꼬치요리이다. 달큼하고 고소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잘란창캇에서는 부러 핫한 곳을 찾기보다는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2층 테라스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위치 부킷빈탕 거리에서 모노레일이 가로지르는 대로 변 오른쪽 방향(도보 5~10분). 영업시간 늦은 오후부터 새벽녘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주소 Jalan Perdana, 50480 Kuala Lumpur 방문객 입장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3시~4시, 오후 5시30분~6시30분(단, 금요일은 오전 입장 불가) 입장료 무료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주소 Jalan Hang Kasturi, 50050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30분(건물 밖 노점은 오전 11시~밤 11시) 홈페이지 www.centralmarket.com.my 차이나타운China Town┃위치 Jalan Petaling,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에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점심 무렵부터 밤 10시까지 One for All, All for One 아무리 피곤해도 늦잠은 아까운 여행자의 아침, 좀 걷자. 걷다 멈춘 곳이 목적지가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여름의 날씨인지라 자연스럽게 차도르Chador를 두른 여인들에게 눈길이 간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다.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겠지만 “안 덥나?” 결국 입 밖으로 뱉고 만다. 모스크에 가봐야겠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피해 택시를 탔다.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에 가자고 했다.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고 보라색 가운과 히잡Hijab을 둘렀다. 아무도 없는 기도실 앞에 서자 안내원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대답을 듣자 지긋한 눈빛으로 <본성(피뜨라)과의 만남>이라는 한국어 책자를 건네 준다. 천장까지 닿은, 수십 개의 흰색 기둥으로 빼곡한 기도실 앞 대리석 바닥에 앉아 책자를 폈다. 맨 첫 장과 마지막 장은 같은 문구로 시작해 같은 문구로 맺어지고 있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따라 읽는 사이 작지만 야무진 아이 모모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시간을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회색 신사들에게 홀려 잿빛이 된 모습으로 내 말만 하는 어른이 돼 버린 내 앞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중략)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미하엘 엔더의 <모모> 中 지난밤 잘란창캇의 펍에서 마셔 버린 시큰둥했던 첫날밤이 뜨끔했다. 그럼에도 선뜻 털고 일어나 기도실을 나서지 않고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다 못 이기는 척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다 뒤를 돌아봤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맑고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새하얀 모스크. 종교와 교리를 떠나 그곳에 잿빛을 걷어낸 나의 뽀얀 마음 한 조각을 묻어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초록 잔디가 카펫처럼 펼쳐진 메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까지 걸었다. 딱히 구경거리가 없는 고가도로변인데도 길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31일 이 광장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를 걷어내고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광장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과 함께 광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고건축물들이 독특한 도시경관을 그려낸다. 식민지 역사의 흔적을 상당수 지워낸 우리와 달리 쿠알라룸푸르는 도심 가운데 이를 그대로 남겨두고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 광장 북측, 1894년에 지은 세인트메리 성당을 시작으로 유럽과 이슬람식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구 시청사, 술탄압둘사마드 빌딩, 구 중앙우체국, 국립섬유박물관, 구 차터드은행 등이 시계방향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이 각기 다른 언어와 신을 믿는 가운데 함께 어울려 살아왔기에 관용의 미덕이 배어 있다고.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1 Malaysia, truly Asia’라는 말레이시아의 캐치프레이즈를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서 있자니 이번엔 달타냥과 삼총사가 떠올라 그들의 구호를 외친다. “One for All, All for One” 메르데카 광장에서 켈랑강Kelang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과 차이나타운China Town까지 다다르는데, 이곳에서 ‘1 Malaysia, truly Asia’가 허언이 아님을 체감했다. 역시나 건물 자체가 100여 년이 넘은 마켓 안에는 말레이, 차이니즈, 인디아 구역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었고, 역사문화도시 말라카와 페낭을 모티브로 한 거리까지,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오밀조밀하다.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켓 2층의 푸드코트와 마켓 바깥 골목에 위치한 예술가의 거리도 시장구경의 재미를 더해 준다. 중국계가 중심이 되어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는 차이나타운China Town 언저리에서도 불교 사찰과 식민지 건축물, 힌두교 사원이 자연스레 한 컷에 담긴다.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들었다놨다 한다. 여행의 순간은 눈에만 담아두기 참 아쉬울 때가 많다. 찍고 싶은데 면박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몰래 찍는 것도 내키지 않는. 옆에서 누군가 이야기한다. “그냥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하면 완전 좋아하면서 반가워할 거예요.” 새삼 놀라운 ‘참말’이다.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사진기를 보이며 눈인사를 할 때마다 꽃보다 환하게 피어나는 그들의 얼굴빛.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마저 꽃 같은 포즈를 취해 주는데 그 덕에 내 잿빛 마음이 부끄럼을 타며 조금씩 희석된다. 1 메르데카 광장에서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화 같은 거리. 초고층 빌딩숲 아래 파스텔톤의 유럽식 건축물이 독특한 도심경관을 만든다 2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모든 것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곳, 쿠알라룸푸르 시티갤러리에 가면 말레이시아 여행이 더욱 촘촘해진다 3 강요하는 사람 없지만 열대 기후에서도 히잡을 벗지 않는 여인들. 그러나 색색 고운 히잡을 보며 여인의 마음을 짐작한다 빨간 구두 신고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쿠알라룸푸르가 다민족이 내뿜는 전통적인 색채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질릴 틈 없이 신상품으로 넘쳐나는 도심의 빼곡한 쇼핑몰이야말로 쿠알라룸푸르의 현재다.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마술을 부린 듯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쇼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킷빈탕 거리의 파빌리온에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수리아 쇼핑몰이 위치한 KLCC까지 구름다리 형식의 통로KLCC-Bukit Bintang Pedestrian Wailkway가 연결되어 있어 주요 쇼핑 스폿을 쾌적하고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정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층의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에 올랐다. 쌍둥이 빌딩 한쪽 타워에서 보이는 맞은편 타워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솟아 있었다. 멀고도 높다. 물리적인 거리와 높이만큼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갈 수 있을까. 우선 내려가자. 호텔 방에 들어와 가방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와 파빌리온Pavilion의 명품 매장 사이를 모델처럼 걷기 시작했다. 명품 매장에서 나오는 차도르 두른 여인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촌스럽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의 쇼퍼들은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찾아 최근 말레이시아를 찾는 쇼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머니 가벼운 까막눈도 마냥 즐거운 윈도우 쇼핑. 걷다가 힘이 들면 쇼핑몰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몰 안팎에서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에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 나오는 아가씨처럼 춤추듯 걷자니 지치기는 했지만 시간은 지겨울 틈 없이 흘러갔다. 램프의 요정을 따라 말레이시아의 머리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반도 최남단으로, 싱가포르와 맞닿은 도시 조호바루Johor Baharu에 도착했다. 말레이어로 조호바루는 ‘새로운 보석’이라는 뜻. 그곳에 앨리스도 혹할 만한 새로운 보석이 있었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동화풍 색채의 레고 랜드LEGO LAND에 제대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 10시, 오픈시간이 가까워지면 레고 랜드 사람들이 나와 오매불망 가지런히 줄서 있는 아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10, 9, 8……3, 2, 1” 문이 열림과 동시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레고 랜드 안으로 돌진. 레고 랜드를 둘러싼 자연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레고 블록이 빚어낸 세상이다. 아이들의 쨍한 웃음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어른들 역시 수북 쌓인 레고 블록 조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이 모자랐다. 조호바루에도 쿠알라룸푸르 못지않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웃렛과 쇼핑몰이 즐비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의 시간은 좀더 색다르고도 익숙한 풍경을 더듬는다. KSL 리조트 앞으로 펼쳐진 난전은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떠올리게 했다. 땅의 기운을 머금고 고운 색을 발하는 식재료와 튀기거나 굽거나 볶아낸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자꾸만 손이 간다. 여기저기 “한국에서 왔어요?” 말하며 아는 체하는 현지인들이 우리네 시장 사람들의 인심과 다르지 않았다. 싱싱하고 건강한 어투. 그들 손으로 기르고 거둔 곡물로 만든 주전부리를 오물거리며 시장 한 바퀴를 어슬렁댄다. 부디 12시를 알리는 신데렐라의 종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런 걸까. 천천히 빨간 구두를 벗고, 램프의 요정과도 안녕을 고했다. 한 시간만 뒤로 돌리면 말레이시아의 앨리스는 사라지고 나는 다시 영하를 밑도는 나의 현실세계, 서울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나의 말레이시아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일 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반대편 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도심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2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주요 쇼핑 스폿 간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페데스트리안 워크웨이 3 레고 왕국에 들어서자 순식간 동화 속 인물이 되고 만다 4 최고급 명품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내세운 쇼룸에 이르기까지 쇼윈도 하나하나가 발걸음을 늦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말레이시아 관광청 www.mtpb.co.kr ▶travie info 말레이시아 항공 하늘 위에서부터 말레이시아의 환대Malaysian Hospitality를 경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적기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하면 매일매일 인천과 쿠알라룸푸르 사이를 쾌적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오전 11시 출발이라는 스케줄은 출발과 도착에 있어 허둥대거나 허비할 수 있는 있는 여행 시작 당일의 일정을 여유롭게 해준다. 여행 후 도착 시간 역시 오전 7시 전으로 도착한 당일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 30일부터 에어버스사의 신규 A333 항공기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도입되어 여유 있는 좌석 공간과 전원 공급 장치, 개인 스마트 스크린, 한국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 한국 여행객들에게 보다 개선된 기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타 항공사와 코드쉐어를 통해 다양한 노선에 공동 운항을 하고 있어 다양한 국가로 보다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2013년 2월부터는 One World Alliance 회원국의 일원으로 등록되어 보다 다양한 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스마트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02-777-7761 www.malaysiaairlines.com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스카이 브릿지 투어┃위치 Jalan Ampang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7시(화~일,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RM80, 어린이 RM30 홈페이지 www.petronas.com.my 파빌리온Pavilion┃위치 168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파빌리온 옆 카페거리는 새벽까지 운영) 홈페이지 www.pavilion-kl.com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 ┃위치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홈페이지 www.starhillgallery.com 레고 랜드LEGO LAND┃위치 Gelang Patah, Joho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과 국경일은 밤 20시까지) 입장료 성인 RM140, 3~11세 어린이와 60세 이상 RM110 홈페이지 www.legoland.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④재미있는;시장, 놀이터가 되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④재미있는;시장, 놀이터가 되다

    재미있는; 시장, 놀이터가 되다 굳이 뭘 사지 않아도 장터에 나와 반가운 이들을 만나고 소식을 주고받았던 그 옛날처럼 시장에 나와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요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놀이터 같은 시장이 있다. 6. 창신동 문구완구 종합市場 주소 서울 종로구 창신동 390-29 찾아가기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 또는 1·6호선 동묘역 6번 출구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완구와 문구 도매상들이 밀집한 창신동 문구완구 종합시장은 ‘완구거리’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이야말로 산타클로스의 선물꾸러미 또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가지고 싶어 어쩔 줄 몰랐던 로봇 장난감과 바비 인형, 레고 등의 완구에서부터 교구, 화구, 문구 등 학습용품들까지 가게마다 빼곡하게 쌓여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도매상이지만 시중보다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낱개 구입이 가능해 아이 손잡은 알뜰 주부는 물론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들고 찾아온 아이들, 손자손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오는 어르신들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 생일파티처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때 창신동을 많이 찾아요. 값도 저렴하지만 정말 다양한 재료들이 많아서 좋아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알뜰 주부의 말씀이다. 여름에는 물놀이용품,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이 대세인데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브라우니다. 가게마다 브라우니 인형이 줄을 서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품에 꼭 껴안을 수 있는 브라우니부터 열쇠고리 등 다양한 형태의 액세서리로 변신한 브라우니까지 가게마다 수북하다. 엄마 손 붙잡고 나온 꼬마 아가씨는 바비 인형을 앞에 두고 용돈 모은 것으로는 조금 부족한 듯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 옆에서 조금 보태 주겠다는 엄마의 제안에도 꿈쩍 않고 조금 더 모아서 자기 힘으로 사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못 들은 척 바쁘게 일하던 주인아저씨도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드물지 않게 연출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뭐니 뭐니 해도 요즘 대세는 브라우니 2 바비인형은 창신동문구완구종합시장의 스테디셀러 3 놀이용 장난감은 물론 교육용 완구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4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들고 신바람 나게 달려오는 아이들도 꽤 많다 5 할머니에게 선물받은 장난감에 혼이 팔려 콧물이 흐르는 줄도 모르는 꼬마 신사 6 필기류 코너에는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등 채색도구들이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7. 동대문 봄場 위치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 개장시간 토요일 오후(2012년은 종료, 현재 2013년 개장 준비 중) 홈페이지 bomjang.net 따뜻한 봄과 선선한 가을이 되면 찾아오는 조금 특별한 시장이 있다. 봄·가을 토요일 낮 시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동대문 봄장 이야기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이 직접 장을 꾸리는 봄장은 공연, 영화, 캠페인, 워크숍, 놀이, 음식, 여행, 재활용,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의 작은 시장이 하나의 장터를 만든다. 지난 11월3일에 연 2012년 마지막 봄장은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무지개장과 독립출판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독립책장을 중심으로 재활용품과 직접 만든 작품을 사고파는 꾸러미장, 공공성을 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알림장, 음악,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자랑장 그리고 체험활동이 이루어지는 만들장이 한데 모여 가을장터를 펼쳤다. 푸른시민연대의 어머니들은 몽골인형극 <여우와 두루미>를, 베트남 어머니들은 주전부리로 베트남 커피와 함께 베트남식 만두 ‘짜냄’을 정성껏 준비했다. 안양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은 경기도 평택의 영세농민들이 도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 도정을 돕고 농민들에게 얻은 햅쌀과 흑미로 주먹밥을 핫도그 형태로 만든 밥도그를 직접 요리해서 파는 맛장을 꾸렸다. 창업경영 수업의 ‘5달러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그들은 수익 일부는 기부를 하고 나머지는 농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으로 봄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문신도, 바로그찌라시, 냄비받침, 그린마인드, 김이글 등 제목만으로도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독립출판물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최근 독립출판물 커뮤니티 ‘페이퍼살롱’을 조직하였는데 독립책장과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며 앞으로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알리는 활동을 더욱 넓혀 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캘리그라피 작가 사공혜지의 조명컵도 눈에 띈다. 원하는 문구와 그림을 그 자리에서 캘리그라피로 그려 주는데 컵 바닥에 LED조명을 달아 수은 건전지 하나로 어두운 곳을 따스하게 밝혀 준다. “동대문 봄장은 비단 물건만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에요. 서로의 경험과 기술과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서로 도우며 삶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동대문 봄장이 꿈꾸는 시장입니다. 장터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도 봄장의 기분 좋은 규칙이죠.” 봄이라는 글씨가 인상적인 나무 목걸이를 건 동대문 봄장의 자원봉사자 ‘자발장’의 씩씩한 한마디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새싹 돋아나는 봄에 다시 찾아올 동대문 봄장엔 또 어떤 장이 펼쳐질까, 아직 겨울이 한창이지만 벌써 봄장이 기다려진다. 1 문화로 소통하는 장터, 동대문 봄장이 꿈꾸는 장터이다 2 흥겨운 버스킹에 시장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들썩 3 주성치를 좋아하는 영화학도 친구 둘의 작은 상점 ‘초우상회’의 베스트 아이템들 4 밝게 빛나는 불빛처럼 캘리그라피 작가 사공혜지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조명컵 5 평택지역 농민들의 일손을 돕고 받은 쌀로 만든 밥도그. 봄장의 대표 먹을거리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제2 도약 꿈꾸는 발레리노 김현웅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제2 도약 꿈꾸는 발레리노 김현웅

    184㎝ 훤칠한 키에 얼굴은 조막만 한 9등신 몸매, 말끔한 외모로 무대를 활보하며 발레계의 왕자로 군림한 그였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버린 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 터프하게 수염을 기르고 목이 깊이 파인 면 티셔츠에 너덜한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현웅(32)은 거침없이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발레와 무대를 떠나 정말 자유롭게 생활했다.”는 그는 “발레단에서는 쉴 새 없이 무대에 섰는데, 비로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우연히 인디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기타를 배우고 홍대 거리를 찾아 버스킹(길거리 연주)도 하면서 자유를 즐겼다. “대학 축제 때 담배 세 개비에 연주를 해 준 적도 있었다.”고 말하는 표정에서는 즐거움과 개운함, 홀가분함이 뒤섞여 있다. ‘이렇게 좋아하면 국립발레단 동료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원래 포장지를 잘 못 쓴다.”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인위적인 ‘척’을 좋아하지 않아요. 무대에서는 작품과 배역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무대 밖에서까지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인터뷰 할 때도 거침없이 얘기하다 보니 함께 인터뷰한 (김)주원 누나가 옆구리를 툭 치면서 경고한 적도 있어요.” ‘스타 발레리노’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이렇게 자유를 만끽하던 김현웅이 다시 무대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발레리노로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더 이상 걱정을 끼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가 아닌 해외 무대라는 것이 발레팬들이 느낄 아쉬움이랄까.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발레단과 워싱턴발레단에 지원서를 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먼저 연락이 왔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68년 역사를 지닌 워싱턴이었다. 2월에 오디션을 봤고, 석달 뒤 셉팀 웨버 예술감독에게서 수석무용수 입단 제안서와 계약서를 받았다. “미국의 수도라는 상징성도 있고, 무엇보다 클래식 작품보다 현대발레 작품과 신작이 많다는 점에 끌렸다.”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오는 10월에 올리는 새 시즌 첫 작품부터 예사롭지 않은 ‘드라큘라’라고 했다. 그동안 연습조차 끊었던 그에게 오디션 통과 비결을 물었더니 “발레 하는 사람들은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인형뽑기’라고 표현하는 자신의 발레 인생을 풀어낸 말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할 때부터 ‘뽑기’가 시작됐다. 무용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그에게서 교수들은 가능성을 보았다. “교수님들이 ‘뽑아 놨으니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기본기조차 안 되는데 자꾸 주역을 주시는 거예요. 주변에서 ‘내가 네 몸을 갖고 있으면 더 잘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요. 시기·질투·욕먹기의 아이콘이었죠.” 지금은 웃으면서 돌이키지만 남 몰래 쏟은 눈물은 셀 수조차 없다.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4학년 때 1년 동안 러시아 유학을 다녀와서 2004년 7월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체구에, 탄력과 유연성을 겸비한 그가 무대에 서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러던 2010년, ‘사건’이 터졌다.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폭행이 있었고 후배 무용수가 병원에 입원했다. 사건 직후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결국 틀어져 그가 사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립발레단과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신한다.”는 그는 “해외에 나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지만 그때 발레단에서 나오면서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실망과 상처는 씻을 수 없지만 그 일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 뭐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흔까지 10년 동안 현재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계속 춤을 추고 싶다’는 설계를 말했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이 순간을 즐겁게 살아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무용스타일이나 예술적인 감각은 변하겠지만 인간 김현웅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큰일을 겪으면서 안팎으로 성장한 그가 해외에서 얼마나 더 거대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지 기대감이 커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존 박-뜨거운 감자 등 14팀, 뷰티풀민트라이프2012 합류

    존 박-뜨거운 감자 등 14팀, 뷰티풀민트라이프2012 합류

    봄 페스티벌의 대표주자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2’(이하 뷰민라)가 2차 라인업을 공개, 총 14팀의 아티스트를 추가 발표했다. 1차 라인업에 이어 2차 라인업 역시 최근 새 앨범을 발표했거나, 발표를 앞둔 아티스트들이 상당수라 눈길을 끈다. 먼저 솔로 음반 발매 초읽기에 들어간 김C가 ‘뜨거운 감자’로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며, 민트 계열 아티스트의 대명사 격인 ‘이한철’이 새 음반과 함께 합류를 결정했다. 데뷔 EP ‘Knock’으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존 박은 생애 첫 공연 무대로 뷰민라를 택했으며, 지난 2월 2집 ‘Pink Revolution’을 발표한 ‘안녕바다’와 데뷔 앨범을 통해 홍대 슈퍼루키 진검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 ‘소란’, ‘글렌체크’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1집 ‘bittersweet’를 통해 음원 시장의 소리없는 강자로 떠오른 ‘랄라스윗’과 음악인들이 사랑하는 노장 뮤지션 ‘윤영배’, 버스킹 씬의 국가대표 격인 ‘좋아서 하는 밴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윤영배의 공연에는 이상순을 비롯한 초호화 연주인들이 지원사격 할 예정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라인업 경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존 뷰민라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티스트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차식, 윤영배 등 처럼 현재 음악 씬에서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아티스트의 출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력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을 과감히 섭외함으로써 미래를 내다보는 단단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오는 4월 28일부터 29일 양일간 고양 아람누리에서 펼쳐지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2는 러빙 포레스트 가든, 카페 블로섬 하우스, 화이트 문 라운지 등 3개 스테이지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3월 28일 최종 라인업이 발표되며 자세한 사항은 민트페이퍼 홈페이지(www.mintpaper.com)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카운트다운 판타지 2011-2012 “화제의 아티스트 총출동”

    카운트다운 판타지 2011-2012 “화제의 아티스트 총출동”

    최고의 음악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의 총출동이 보고 싶다면? 국내 최초 실내형 음악 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판타지 2011-2012’(이하 CDF)가 음악 팬들로부터 색다른 분석과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름 아닌 출연 라인업 대부분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음악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들만의 조합이기 때문.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 뮤직의 이주의 발견 단골 아티스트가 대거 포진하고 있다. 2011년 국내앨범 1위의 주인공 ‘이승열’을 필두로, ‘10cm’, ‘더 문샤이너스’, ‘옐로우 몬스터즈’ 등 우수한 새 앨범을 통해 금년도 선정된 아티스트만 무려 8팀에 이른다. 한국 대중음악상의 주역들도 만날 수 있다. 다관왕에 빛나는 ‘허클베리핀’과 일렉트로니카의 간판 스타 ‘클래지콰이’가 대표적인 아티스트들. 이 외에도 MTV IGGY 선정 전 세계 데뷔 앨범 4위에 오른 ‘칵스’, KBS 탑 밴드의 우승자 ‘톡식’, EBS 헬로루키와 공연마당 프로젝트에 선정됐던 ‘아침’, ‘안녕바다’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연진이 음악성을 뒷받침 할 만한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주최 측인 민트페이퍼는 “연말이면 다양한 분야의 시상식이 마련되기 마련인데, CDF를 통해 연말 시상식의 화려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티스트형 음악의 결산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 음악적으로 크게 고심했다.”고 전했다. 이번 CDF에는 공식 공연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먼저 1층 로비에서는 헤드폰을 통해 두 개의 음악 중 원하는 채널을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디제잉 ‘고스트 댄싱’이 마련된다. 출연 아티스트는 물론 라디오 PD, 음악 평론가, 에세이 작가 등 비전문 디제이들로 꾸려져 흥미를 더한다. 2층 로비에서는 길거리 공연(버스킹)이 자리를 옮겨 ‘버스킹 인 더 라운지’라는 이름의 무대로 꾸며지며, 아티스트들의 사인회(정준일, 피터팬 콤플렉스 외)도 예정돼 있다. 오는 12월 30일~31일 양일간 악스 코리아(AX-Korea·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펼쳐지는 CDF2011-2012에는 클래지콰이, 10cm, 데이브레이크, 몽니, 이승열, 정준일, 슈퍼키드, 요조, 한희정, 칵스, 소란, 게이트 플라워즈, 톡식 등 총 22팀이 공식 무대에 오르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민트페이퍼 홈페이지(www.mintpaper.com)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청춘을 ‘플레이’하다

    청춘을 ‘플레이’하다

    2009년 1월 음악영화 ‘원스’로 유명해진 프로젝트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버스킹(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공연)을 펼친 무명 밴드가 ‘스웰시즌’의 글렌 핸서드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된 것. 그리고 그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명 밴드의 영화 같은 첫 무대까지의 이야기 3인조 모던록 밴드 ‘메이트’의 결성 이전부터 데뷔까지를 담은 음악영화 ‘플레이’(23일 개봉)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10월쯤 제작사의 제안을 받은 남다정(31) 감독은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멤버들을 쫓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세공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청춘들이 속을 다 내보이기엔 길지 않은 시간. 6개월 만에 나온 첫 시나리오는 그들의 얘기를 온전히 담지 못해 폐기했다. 1년이 지나고 비로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영화에 극적 사건이나 아찔한 반전은 없다. 주인공들은 청춘의 동의어처럼 박제화된 패기나 열정과도 거리가 멀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미숙한 탓에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모든 걸 설명하지도 않는다. 여백을 채우는 건 그들의 음악이다. 남 감독과 두 주연배우 정준일(28·건반 보컬), 이현재(23·드럼)를 지난 13일 서울 계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또 다른 멤버 임헌일(28·기타 보컬)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남 감독은 “영화사 제안을 받기 1주일 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처음 봤다. 언젠가 음악영화를 한 편 하고 싶었던 데다 또래의 고민을 담을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남 감독은 3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숱한 밤을 지새운 ‘메이트’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 처음 영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작 ‘메이트’는 시큰둥했다. 정준일은 “처음에는 동의를 안 했다. 무명시절을 딛고 앨범을 막 냈던 터라 음악에 충실하고 싶었다. 뭔가를 얻으면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현재 역시 “우리 같은 신인 밴드를 영화로 만들어 뭐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 앨범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즈음은 ‘좋아서 만든 영화’(2009),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2010),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등 인디음악 뮤지션을 내세운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정준일은 “보통 음악영화라면서도 음악은 곁가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가난한 밴드 지망생들이 배를 곯고 밴드를 결성하고,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다 결국 성공한다는 식의 판에 박은 기승전결은 피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전문 배우와 신인감독의 조합이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준일은 “내가 첫 촬영이었는데 전혀 준비를 안 했다. 의상 정도만 준비했다.”면서 “뭣 모르고 과도하게 설정하면 영화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찔한 반전·극적인 기승전결은 없어 가장 열심히 준비한 이는 임헌일이라는 게 감독과 동료들의 증언이다. 이현재는 “헌일이 형은 상대 여배우(정은채)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상대가 전문 배우라고 해도 너무 밀리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대변했다. 임헌일은 유일하게 수줍은 키스신을 찍은 ‘배우’다. 막상 완성품을 보고난 뒤에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남 감독은 “되게 부끄럽다. 발가벗고 무대 위에 혼자 선 느낌”이라면서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준일은 “재밌었고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내 연기를 보면 왜 저것밖에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재는 “지금은 어색하고 창피하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언제든 초심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거의 2년을 아옹다옹(?)했으니 정도 든 눈치다. 남 감독이 “언니(영화평론가 남다은)가 영화를 보더니 ‘니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내내 말을 아끼던 시니컬한 이미지의 정준일이 치고 들어왔다. “쓱 보면 감독님 외모가 미녀는 아니고, 시크한 프랑스 여자 같은데 술 마시면 낭만적이고 소녀 같은 면도 있다.” 남 감독은 “쉽게 친해지는 성격들은 아닌데 지금 보면 흐뭇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것은 남 감독이나 ‘메이트’나 마찬가지일 터. 남 감독은 “1930년대 신여성의 치명적 사랑을 다룬 본격 치정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힘들 테니까 지금 찍어야 한다.”며 웃었다. 정준일은 “‘메이트’의 음악에서 록의 색깔을 덜어낸 솔로 앨범이 늦어도 가을에는 나올 것 같다.”면서 “내 음악을 제일 잘 아는 (이)소라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앨범 나오고 공연 몇 번 하다가 연말쯤 군대에 가야 한다. 더는 연기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각 같은 외모(미국인 할아버지를 둔 혼혈 3세)로 데뷔 전부터 모델 생활을 병행했던 이현재는 “재즈 세션도 하고 모델도 좀 할 것 같다.”면서 “연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란 게 뻔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젓는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3년쯤은 ‘메이트’ 활동이 어렵다. 팬들은 이후가 궁금할 법하다. 정준일은 “연인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밴드 멤버끼리 영원을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팀을 유지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고 음악을 위해 팀이 존재한다. 열정이 있다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재도 “각자 영역을 터치하지는 않는다. 메이트로는 언제든 뭉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스타의 차] 홍대여신 요조 “제 차 애칭 붙여주세요!”

    [스타의 차] 홍대여신 요조 “제 차 애칭 붙여주세요!”

    “제 차 어때요? 애칭 좀 추천해주세요!” 홍대여신으로 불리는 가수 요조의 애마 자랑이 대단하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새 차 인증샷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지인들은 물론 팬들과의 소통의 수단으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요조는 팔로워들에게 차량 선택의 조언을 구했다. 기아차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 등 주로 경차를 추천받았지만,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차량은 현대차 엑센트 위트였다. “개성 있는 디자인에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끌렸어요. 차는 잘 모르지만, 해치백 디자인이 유난히 좋더라고요.” 요조가 선택한 엑센트 위트는 지난해 출시된 신형 엑센트의 해치백 버전이다. 독특한 뒤태 때문에 종종 수입차로 오해받는 경우도 생겼다. ‘가이즈 라이센스’를 표방하며 20~30대 남성을 주타겟으로 삼은 엑센트. 디자인 면에서도 남성스러움이 묻어나지만 요조는 오히려 이러한 이미지가 좋단다. “친한 동생들은 저를 형이라 부를 정도로 털털하거든요. 여성스럽기보다는 소년스러운(?) 이미지에요. 엑센트를 선택한 이유도 그렇고요.” 기존에 경차인 마티즈를 탔었다. 마티즈의 애칭은 바로 민석이. “왜 민석이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그냥 민석이 같아서요.”라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이번 엑센트 위트는 아직 애칭을 붙이지 못했다. 여러 애칭을 추천받았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기 때문. 그녀는 트위터(@yozoh_sings)를 통해 애칭을 공모 중이다. 자유롭게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최근 라디오 스케줄 등 바쁜 일정 탓에 여행을 가지 못했다. 새 차를 구입한 기념으로 짧은 여행도 계획 중이다. “연주 멤버들과 함께 악기를 들고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 버스킹(거리 공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생각만으로도 너무 설레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거리에서 요조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게 될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서울신문 M&M 정치연 자동차전문기자 chiyeon@seoul.co.kr
  • 뷰티풀민트라이프 2011, ‘매진 폭풍’에 관객 발 동동

    뷰티풀민트라이프 2011, ‘매진 폭풍’에 관객 발 동동

    초유의 매진 폭풍을 일으킨 봄 페스티벌의 진수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1’(이하 뷰민라)이 30일공식 스테이지 2팀과 버스킹 인 더 파크(거리 공연) 8팀 등 총 10팀의 최종 라인업을 공개했다. 공식 스테이지에 출연하는 아티스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주인공은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한 ‘검정치마’ 또 최고의 세션 보컬리스트 김효수가 이끄는 애시드 팝 밴드 ‘도트’ 역시 공식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의 섬세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종 라인업 발표와 더불어 홍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주최사의 입장에서는 조기 매진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출연진이 제대로 발표도 되지 않은 공연 2개월 전 티켓 전량이 매진된 터라, 티켓 사기사건까지 발생한 상황. 주최 측인 민트페이퍼는 “야외이기는 하나 공간이 한정 되어있고, 쾌적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 만큼 약속대로 더 이상의 티켓 추가 오픈은 없다.”고 단정하면서 “낯선 사람과의 위험천만한 티켓 거래 보다는 어렵겠지만 예매처를 통해 등장하는 소량의 취소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양일간 고양 아람누리 노루목 야외 극장에서 펼쳐지는 뷰민라는 ‘러빙 포레스트 가든’, ‘카페 블로섬 하우스’ 2개 스테이지와 ‘버스킹 인 더 파크’ 등에서 즐길 수 있다. 언니네이발관, 이승환 the Regrets, 박지윤, 노리플라이, 브로콜리너마저, 10CM 등 총 34팀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며, 다양한 이벤트와 부스가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A to Z 인터뷰] ‘홍대아이돌’ 10cm “우린 성인가요 부른다” ①

    [A to Z 인터뷰] ‘홍대아이돌’ 10cm “우린 성인가요 부른다” ①

    말캉말캉한 목소리로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고 말하는 두 남자. 첫 인상은 ‘일반인 포스’ 그 자체지만 누구와도 비슷하길 원치 않는 두 남자. 바로 요즘 가장 ‘핫’한 인디밴드 ‘10cm‘의 권정열(29·보컬과 젬베), 윤철종(29·기타와 코러스)다. 버스킹(busking·거리공연)으로 술과 담뱃값, 고향가는 차비를 벌던 생계형 어쿠스틱 밴드에서 “먹고 살만해졌다.”는 인기 밴드로 급부상한 10cm를 만나 시시콜콜한 환담과 은밀한 사생활부터 사뭇 진지한 음악이야기까지를 담은 ‘A to Z’ 인터뷰를 시도했다. ▲A, arena(무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권,윤) 단독공연 발매기념. 분위기가 좋았다. 페스티벌처럼 과하지도 않은 음악회 같은 분위기. ▲B. busking(거리공연) 버스킹하면 술값은 나오는지. 대부분 비어있던데. -(권)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몇 만원이라도 벌겠지’ 하는 생각에 박스를 앞에두고 시작했다. 2시간 만에 25만원 벌었다. -(윤) 2008년 크리스마스 전날, 20만원 든 지갑 잃어버렸을 때에는 정말 ‘생계형’으로 공연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원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4시간동안 공연한 결과 50만원을 버는데 성공했다. ▲C. color(색) 10cm를 표현하는 색은? -(윤) 녹색. 편안한 느낌이니까. -(권) 여러가지 색을 섞은 ‘수더분한’ 색. 다양한 색 만큼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D. duet(듀엣) 함께 듀엣하고픈 가수는? (권)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연진. 예쁜 음색이 좋아서. (윤) 데미안 라이스. 터프하고 거친 음색이 좋고 기타 플레이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E. economy(경제) 인디밴드라 하면 배고프다는 인식이 강한데. “먹고 살만하냐”는 질문이 많다. -(윤) 생명의 위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생계를 부러 협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대한 안움직이려고 하고 라면도 이등분해서 먹고… -(권) 작년 가을부터는 길거리공연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진짜 베짱이처럼 살았다. 일용직의 희열도 느끼고. ▲G. girlfriend(여자친구) 여자친구 유무는? 없다면 이상형은? -(권) 한살 어린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제도 자체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 -(윤) 여자친구 없음. 현모양처가 이상형(옆에 앉은 권정열은 현모양처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 ▲H. hongdae(홍대) 인디밴드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인디문화의 이상적인 미래는? -(윤) 인디씬의 폭이 넓어져 잘되는 부류가 있지만, 아직도 배고픈 부류가 많다. 여전히 음지가 있기 때문에 더 넓어져야 한다. 현재 인디문화는 침체와 흥행을 반복하고 있다. -(권)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인디 음악 시장도 넓어졌다. 예전보다는 밴드들이 설 자리도 많아졌고. ▲I. image(이미지) ‘홍대아이돌’ ‘어린왕자’ 등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데 소감이 어떤지. -(권) 일단 아이돌 외모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윤) 트렌드 덕을 많이 봤다. 아이돌 스타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기타 붐도 한 몫을 한게 아닐까. ▲J. jembe(젬베) 젬베하면 아프리카와 연관된 밴드들이 연상되는데, 어떻게 쓰게 됐는지. -(권) 제임스 므라즈가 내한했을 때 스페이스공감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젬베치는 사람과 만든 무대를 봤다. 단 둘이 무대에 섰는데도 전혀 허전한 감이 없이 완벽했다. 그걸 보고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다루질 못해서 아마 2집때는 빼지 않을까. ▲K. key(비결) 인기비결은?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윤) 가사가 좋아서. 그리고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모습 때문인 것 같다. -(권) 다른 뮤지션들은 무대에서 지나치게 친절하다.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데, 길거리공연하면서 이런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다. 무대에서 2분동안 가만히 서 있었던 적도 있다. 그냥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뭘 하고 싶지도 않아서. -(윤) 일부러 나쁘게 하는건 절대 아니다. -(권) 팬은 형이 더 많다. 은근 매력 있는 남자다. ▲L. lyrics(가사) 주옥같은 가사가 연일 화제인데, 어떻게 탄생했나. -(권) ‘그게 아니고’는 형이 자기집 골목을 ‘털레털레’ 올라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쓴 가사다. ‘킹스타’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등은 정말 미칠 듯이 외로울 때 썼다. 너무 외로워서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윤) 우리 노래가 야한게 사실이다. 성인가요나 다름없다. 야하게 써야지-하고 쓰는건 아니지만 쓰다보니까…하지만 심의에 하나도 안걸린거 보면 신기하다. 이렇게 야한데? ※주. “오늘밤은 혼자 잠들기 무서워요…잠들 때까지 집에 가지 말아줘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지금 집에 가긴 틀렸어요. 버스도 끊기고 여기까진 택시도 안와요”(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中) “어떤 노력도 없이 넌 나의 허리춤으로 어디서 그런 몸짓을…매일 밤 나를 홀려놔 나는 너의 빈곳을 채우고 결국 무너지겠지”(Beautiful 中)등 “성인가요”를 방불케 하는 이 곡들은 손쉽게 심의를 통과해 10cm의 대표곡이 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윤종신·타블로·하림, 가난한 인디밴드 위해 노래 선물

    윤종신·타블로·하림, 가난한 인디밴드 위해 노래 선물

    가수 윤종신, 타블로, 하림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에게 무료로 노래를 선물했다. 최근 프로젝트 O.S.T 그룹 ‘디렉터스 컷’을 결성한 세 사람은 그룹 ‘일단은 준석이들’을 위해 신곡 ‘다가와줘’를 선사했다. ’디렉터스 컷’은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 매주 한 명의 연예인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에 멤버들이 공동으로 음악을 제작,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세 사람은 첫 회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버스킹 밴드(거리 공연 밴드)인 ‘일단은 준석이들’을 선택하고 자신들의 첫 작품을 선물했다. ’일단은 준석이들’은 패기와 음악에 대한 열정은 돋보이지만 가난한 현실을 피할 수 없는 배고픈 뮤지션. 경찰의 제지에 노래 한 곡 부르지 못하고 쫓겨난 적도 부지기수다. 윤종신이 직접 찍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O.S.T를 구상하던 ‘디렉터스 컷’ 멤버들은 자신들이 음악을 시작할 때의 어려움과 열정을 떠올리며 작업을 시작했다. 신곡 ‘다가와줘’는 윤종신이 작곡을 맡았으며, 거리의 시민들을 향한 인디밴드의 마음을 담아 세 사람이 공동 작사에 참여했다. 윤종신은 “나 또한 거리에서 기타 하나 매고 노래한 적이 있다. 그 때는 100원 짜리를 던지는 행인들에 기분이 나빴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 사람은 내 노래에 100원어치 감동을 받아 간 것 뿐”이라며 어려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세 사람의 신곡 ‘다가와줘’는 오는 14일 오후 6시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사진=엠넷미디어 서울신문NTN 박영웅 기자 her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디밴드 ‘두 번째달 바드’의 아일랜드 음악여행

    인디밴드 ‘두 번째달 바드’의 아일랜드 음악여행

    아일랜드 인디 밴드의 음악영화 ‘원스’가 화제다. 지난 9월28일 개봉한 이 작은 영화는 두 달간 장기 상영 중이다. 독립영화로는 최다 관객인 16만명이 몰렸고 극장 수도 처음 2개로 시작해 16개관으로 늘렸다. 반전도, 스펙터클도, 스타도 없는 이 영화가 뜨고 있는 이유는 정직하다. 가난한 음악인들의 조건 없는 열정, 순수함과 진실성 있는 음악의 힘 때문이다. 그런데 ‘원스’의 개봉 한 달 전, 국내 음악인들도 아일랜드의 거리에서 연주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아왔다. 아일랜드 정통음악을 선보이는 인디 밴드 ‘두 번째달 바드’의 두 번째 아일랜드 여행이었다.‘바드(bard)’는 켈트족의 말로 방랑시인이다. 지난 8월, 아일랜드의 밤바람은 매서웠다. 아일랜드 정통음악 축제를 보러 나선 길. 여행은 8월 9일부터 27일까지,19일간의 단꿈이었다. 이름도 낯선 도시 7∼8군데를 돌았다. 처음 이틀은 가져간 돈으로 충당했다. 이후는 버스킹(길거리 연주)과 현장 음반 판매로 번 돈으로 살았다.7월에 낸 새 앨범 200장을 팔았다. 매일 하루에 서너번씩 공연했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해 펍으로 들어갔다. 펍에서는 돈 대신 공짜 기네스를 양껏 얻어 마셨다. 작년에는 ‘두 번째달’ 멤버인 김현보(35)씨와 박혜리(27)씨만 떠났다. 이번에는 지난 1월 새로 결성한 ‘바드’의 멤버 김정환(27), 김진영(27), 박정민(29)씨도 함께했다. 카메라도 따라붙었다. 내년 개봉할 ‘귀신 이야기’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김현보씨가 감독을 꼬드겼다. 아일랜드에 가는데 ‘동영상’ 좀 찍어달라고. 그래서 임진평(39) 감독과 김요환 프로듀서(33)가 합류했다. 이들은 60분짜리 테이프 30개에 담아온 음악과 바드, 아일랜드를 62분으로 압축했다. “작년에 전통음악을 듣고 싶어 페스티벌에 갔는데 거창한 멋이 아니라 소박한 멋이 있었어요. 그곳 사람들은 ‘리빙 트레디션(살아있는 전통)’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전통이라는 게 다 죽었잖아요. 그래서 이런 음악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다시 갔어요.‘원스’의 첫장면에 나오는 거리에서도 연주했죠.”(현보)돈이 다 떨어져 경찰서에서 노숙을 하면 동네 사람들이 손짓했다.“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처음엔 무서워서 안 따라갔는데 이젠 그 맘을 알고 가서 자고 그래요. 상인들도 달라요. 인사동 같은 데서는 가게 앞에서 연주하면 잡상인 취급하곤 하는데 거기는 연주하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혜리) ‘바드’는 범켈트족 음악축제인 월드 플라에서 경쟁 부문 3위도 따냈다.“사실 4,5등이 훨씬 잘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처음 보니까 상을 준 것 같아요. 일본만 해도 아일랜드 음악을 하는 그룹이 많거든요.”(현보) 작년 툴레모에서는 1만 5000명이 사는 도시에 25만명이 몰렸다.‘바드’ 일행에게 그 광경은 충격이었다. 발에 밟히는 게 음악인이고 몇 천 명이 같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광경도 펼쳐졌다. 택시 아저씨도, 청소부 아저씨도 ‘연주자’였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국 밴드의 아일랜드 음악 연주를 어떻게 들었을까.“저희 공연을 보고 있던 어떤 여자분은 노래를 듣다 갑자기 울더라고요. 며칠 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고요. 그러면서 엄마가 이 노래를 들으면 좋아할 것 같다고 CD를 사갔어요.”(혜리) 임 감독은 아일랜드에 호기심이 많았다. 원래 아일랜드 영화를 좋아한데다 미국인인 매형의 고향이 아일랜드였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왕 가는 거니 제대로 찍자 해서 판이 커진 거죠.” 내년 개봉할 영화 ‘귀신 이야기’의 감독이자 탁재훈 주연의 영화 ‘어린 왕자’의 각본을 맡은 임 감독은 내내 자신을 ‘상업영화 하는 사람’이라고 구분지었다. “처음에 아일랜드에 간다고 했을 때 사실 우리는 상업영화 하는 사람이니까 스폰서를 받아볼까 했어요. 그런데 현보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밴드는 음악하는 과정의 하나로 가는 건데 자금을 받게 되면 우리도 뭘 요구해야 되고 스스로도 부담이 되니까요.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그곳 사람들한테 뭘 하러 온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함께 간 건 밴드와 다큐 작업 사이의 ‘절충’인 것 같아요.” “‘원스’에 나오는 인디밴드처럼 가난한 건 선택을 해서 사는 거예요. 어떤 예술인들은 우리가 이거 하니까 나라에서 돈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돼요. 그것까지 선택이 됐어야죠.”(현보) “한국영화가 늘 심각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바드를 따라가면서 다른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몇십억 들어가는 상업영화라 해서 잘 되는 거 아니잖아요. 바드는 음반도 직접 만들고 유통까지 해요. 지금 같으면 그런 방식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큐도 그렇게 만든 거죠.”(진평) 음반업계가 줄초상인 이 시점.‘바드’는 올해 호황이란다.1집은 2만장이 넘게 팔렸고 공연에서만 파는 이번 앨범은 1000장 찍었는데 다 나갔다.10월 감행한 전국 투어도 멤머당 45만원씩이나(?) 수익을 남겼다고 혜리씨는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내년에도 앙코르 공연을 하고 앨범도 낼 생각이다. 다큐멘터리의 이름은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바드를 통해서 본 아일랜드, 음악을 통해서 본 아일랜드, 일상을 통해서 본 아일랜드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았다.24일 인천에 있는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회도 갖는다.“바드의 음악과 더불어 펍에 가든 축제에 가든 늘 기본적으로 그곳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 있어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큐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요환) “아일랜드 하면 ‘기네스’라고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리빙 트레디션이 진짜죠.”(현보) “몇년 전까지 충무로에선 음악영화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 속설이 맞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음악영화를 본 적이 없었던 거죠. 이번 다큐는 소박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았어요. 그만큼의 가치만 인정받으면 몇십억짜리 영화 한 것보다 마음으로는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의 화질은 원스보다 우리가 더 좋아요.(웃음)”(진평)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청계천 물맞이 축제

    청계천 물맞이 축제

    축제(祝祭)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늘의 만남이다. 동서고금의 공통분모다. 우리의 추석과 설은 일가친척과 조상, 그리고 친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잔치다. 성탄절인 크리스마스도 고대 로마의 마을 사람들이 한 해를 마감하는 동지 명절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해원(解怨)을 통해 밝은 미래를 내오는 장이다. 전통 장례식을 담은 이청준씨의 소설 ‘축제’는 옛 악연을 풀고 새 삶을 노래한다. 청계천복원기념축제 역시 큰 어우러짐을 꾀한다. 오는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체육 행사 등을 통해 시민과 청계천은 푸른 물살 위에서 함께 춤춘다. 서울세계도시시장포럼은 국경을 넘어 세계에 첫 인사를 하는 자리다. 그러면서도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를 털고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된 21세기 서울을 연다는 점에서 ‘씻김굿’의 자리이기도 하다. 새와 구름, 그리고 물의 이미지가 형상화된 엠블럼처럼 인간과 자연도 잿빛 도시 서울에서 다시 손잡는다.‘열린청계 푸른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건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민과 청계천은 한달 동안의 축제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행복한 만남’을 이룬다. 물이 흐르는 청계천 고산자교 아래 징검다리에서 뛰어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시민잔치 한마당 덩실 은빛물결 다시 춤춘다 청계천이 춤을 춘다. 10월1일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른다.2003년 7월 청계천 복원공사에 들어간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개발시대엔 서울 교통의 대동맥이었던 청계고가가 사라지고 묻혔던 청계천이 물줄기를 다시 찾았다. ‘청계천 물맞이 축제’가 성대하게 치러진다. 오는 26일부터 11월3일까지 청계천 주변과 서울광장 등에서 복원기념 축하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체육행사 등의 축제가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열린 청계 푸른 미래’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열린 청계 푸른 미래’다. 콘크리이트 더미에 덮여 있던 청계천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다음 세대에게 늘푸른 자연과 환경을 선사하는 뜻을 담았다. 엠블럼은 새로운 청계천과 하늘의 첫 만남을 상징하는 새와 구름, 그리고 물의 이미지가 형상화된 물고기와 물결 무늬로 꾸며졌다. 또한 이번 축제는 기다림과 만남, 약속이라는 테마를 통해 청계천의 성공적인 복원을 국내외에 선포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다. ●클래식과 가요의 향연 이번 축제는 2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행사로 꾸며진다. 축제의 공식적인 일정은 30일 새물맞이 전야제로부터 시작돼 10월1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청계천이 푸른 물결을 국내외에 선보이는 통수식에 이어 가수 보아, 김건모씨와 성악가 조수미씨의 화려한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축제는 크게 문화행사와 시민참여행사로 나뉜다. 문화행사의 ‘얼굴’은 10월1일과 2일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복원기념축하음악회.1일은 서울청소년교향악단(지휘 박태영),2일은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 정명훈)이 선보인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말로 교향곡 제1번 거인, 베토벤 피아노교향곡 제5번 황제 등 명곡들이 가을밤의 정취를 수놓는다. 10월3일 서울광장에서는 ‘7080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열리는 이 행사에는 김수철, 김세환, 신형원, 남궁옥분 등 7080세대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가수들이 대거 출연, 한목소리로 청계천 개통을 축하한다. 이밖에 10월2일 서울광장에서 ‘복원기념 국악한마당’이,3일 청계천변에서 ‘청계천 민속놀이 재현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준비돼 있다. ‘청계천 옛모습 사진전’,‘2005 청계천을 거닐다’ 전시회 등도 볼거리다. ●청계천 달리며 팔도음식도 맛봐 시민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10월1일부터 사흘 동안 원구단과 동화면세점, 영풍문고 일대 등에서 ‘청계천 사랑 음식한마당’이 펼쳐진다. 팔도의 음식이 청계천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한다.10월1일부터 8일까지는 동대문·남대문시장, 명동상가에서 ‘청계천 복원기념 빅세일’도 연다. 체육행사도 빠질 수 없다.2일 오전 9시부터 서울광장과 청계천변을 지나 한강까지 달리는 ‘제3회 하이서울 청계천-한강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다음날에는 서울광장부터 청계천 고산자교까지 푸른 물결을 보며 걷는 ‘청계천 시민 걷기대회’도 개최된다. 청계천 복원을 대외에 널리 알리는 국제행사도 예정돼 있다.30일부터 10월1일까지 롯데호텔에서 ‘서울 세계도시 시장포럼 2005’가 개최된다. 중국 베이징, 그리스 아테네 등 30여개국 대도시의 시장·부시장 및 전문가 500여명이 참석한다. 청계천 복원의 의미와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21세기형 환경도시상을 논의한다. 이어 10월9일부터 1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투자환경설명회가 열린다. 청계천 복원으로 높아진 서울의 투자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자리다.4500여명의 화교가 참석하는 제8차 세계화상대회도 함께 곁들여진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청계천은 365일 문화공간 아티스트 50개팀 연중공연 만드는 것 못지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비유할 수 있는 서울의 청계천도 예외가 아니다.1년 365일 청계천을 문화 공간으로 가꿀 ‘청계천 아티스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청계천 아티스트는 청계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칠 거리예술가들을 통칭한다.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서울문화재단(대표 유인촌)이 기획·운영한다. 청계천 아티스트는 서류와 오디션을 포함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연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55개 팀은 23∼24일 이틀동안 관철동 피아노거리에서 열리는 공개오디션을 통해 50개 팀이 선발된다. 이들은 내년까지 거리예술가로 청계천광장, 장통교 등 청계천 주변 10여곳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구역을 나누고, 주중에는 점심·저녁, 주말에는 오후·저녁 등 공연 시간대도 구분한다. 활동기간이 명시된 공식 ID카드 등도 발급된다. 외국의 거리예술가처럼 시민이 공연자에게 기부금을 낼 수도 있다. 사후관리는 엄격하다.3회 이상 공연에 불참했을 때에는 자격이 정지된다. 또 한해 두 차례 오디션을 통해 ‘물갈이’를 유도한다. 서울문화재단은 내년에는 우수 거리예술가에게 영국·캐나다 등의 거리예술 축제인 국제 버스킹 페스티벌 참가 기회를 부여하고,2007년에는 직접 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청계천 아티스트는 청계천 복원으로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서울을 이끄는 첨병”이라면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의 ‘명품’인 지하철 거리예술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미서 선풍적 인기 「스텀프」 19∼30일 공연

    ◎찢긴 청바지·빗자루·쓰레기통의 합창 지난 4월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하나의 이변이 일어났다.성장한 배우 앞에서 찢어진 청바지,너덜너덜한 티셔츠를 걸친 일군의 남녀가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들고 나와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텀프」(STOMP)의 주인공들이다.이들이 인기바람을 몰아 서울을 찾는다.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릴 스텀프 공연은 11명의 배우가 온갖 쓰레기를 들고 무대위를 누비며 리듬·비트·극을 생산해낸다.일체의 대사나 노래가 없어 「말 없는 퍼포먼스」라 불린다. 스텀프가 「발을 세게 구르다」라는 뜻인 것처럼 이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리듬이 지배한다.플라스틱쓰레기통을 굴리거나 지포 라이터를 동시에 켰다 껐다 하고 또 문을 여닫으면서 나는 소리를 강약박자로 처리해 신나는 음악을 탄생시킨다. 스텀프는 원래 영국의 길거리 퍼포먼스인 「버스킹」에서 태어났다.루크 크러셀과 스티브 맥니콜러스가 이 버스킹에 연극적 기법을 가해 스텀프를 창시했다.지난 94년2월 미국으로 진출,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오피엄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흥행작이다.3458­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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