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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른한 봄, 야식 먹기 딱 좋은 밤이네

    나른한 봄, 야식 먹기 딱 좋은 밤이네

    나른한 봄, 입맛도 나른해진다. 잃은 입맛 되찾는데 야시장만한 곳이 있을까. 한국관광공사에서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야시장 투어’를 선정했다. 전국에서 명자깨나 날린다는 야시장 여섯 곳을 꼽았다.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맛깔나는 오방색 여행의 완성 수백 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전주 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에 야시장이 열린 것이다. 매주 금, 토요일이면 250m 길이의 시장 통로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 시니어 클럽의 어르신들이 저마다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야시장의 꽃은 역시 먹거리. 45개 판매대 중 31개가 먹거리다. ‘군대리아’의 수제 버거, 양념 바른 낙지를 구운 ‘낙지호롱’의 낙지꼬치, ‘총각네스시’의 소고기불초밥, ‘지글지글팟’의 철판스테이크 등은 길게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남부야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다. 베트남, 태국 등의 이국적인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전주에 정착한 다문화 가족들이 실력을 뽐낸다. 시원한 국물맛의 베트남 쌀국수, 알록달록한 라오스 만두(사구)가 단연 인기다. 음식값은 3000~5000원 안팎이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남문 쪽의 ‘청년몰’도 둘러볼 만하다. 작가 공방, 세계 각국의 음식점, 찻집과 카페 등 개성 넘치는 업소들이 즐비하다. 한옥마을, 풍남문, 경기전 등을 묶어 돌아보면 좋다. 남부시장 상인회 (063)288-1344. ■부산 부평깡통야시장#골라먹는 재미,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평깡통야시장은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했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의 110m 구간에 매일 들어선다. 오후 7시 30분쯤 이동 판매대 30여개가 입장하며 시작된 야시장의 열기는 자정까지 이어진다. 소고기를 구워 한입 크기로 잘라주는 서서스테이크, 빵 속에 따뜻한 수프가 담긴 파네수프, 주문과 동시에 토치로 익히는 즉석 소고기불초밥, 고소한 모차렐라를 얹은 가리비치즈구이 등이 출출한 여행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값은 1000~5000원대로 이것저것 골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나무를 깎아 펜을 만드는 우드 아트, 깜찍한 캐릭터에 향을 입힌 석고 방향제, 피규어 등 개성 넘치는 판매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깡통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도 수입 양주와 담배 등이 시장 한쪽을 채운다.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찾아가기 쉽다. 부평 족발골목, 국제시장, 보수동책방골목, 감천문화마을도 지척이다.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051)243-1128. ■대구 도깨비야시장 & 서문시장#맛있고 재밌는 골목길 여행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야시장이다. 규모는 작아도 대구역과 가까운 데다 활기찬 동성로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여행자를 끌어모은다. 교동귀금속거리, 야시골목, 구제골목, 통신골목 등 동성로의 명물 골목 구경에 야시장 여정을 더하면 재밌는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핵심은 역시 먹거리다. 오동통한 새우와 팽이버섯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운 버섯새우말이, 토치를 이용한 직화구이 불막창, 무즙을 사용해 만든 무떡볶이 등 어느 하나 평범한 메뉴가 없다. 토요일마다 함께 열리는 벼룩시장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독특한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소품 등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다. 도깨비야시장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벼룩시장은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지난해 말 화재로 임시 휴장했던 서문시장 야시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대구 하면 역시 근대문화골목 투어다. 근대건축물과 역사의 흔적을 좇아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돌아볼 만하다.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을 테마로 벽화와 조형물 등이 조성됐다. 대구시 관광과 (053)803-3886. ■광주 1913송정역시장#104년 시간 위로 청춘의 밤 차오르다 ‘1913송정역시장’은 꼬박 104년 된 시장이다. 1913년에 형성돼 지난해 4월에 리모델링했다. 덕분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활기찬 시장으로 변모했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200여m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열차 정보를 전하는 전광판, 물품 보관소 등도 설치돼 있다. 여행객들의 쉼터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시장의 규모는 작다. 직선으로 170m 정도다. 여기에 청년 상인들의 점포와 터줏대감 상인들의 점포 60여개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업종도 다양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손님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입이 즐거운 가게다. 식빵, 크로켓, 국밥, 꽈배기, 계란밥, 양갱, 부각 등이 잘 팔린다. 고소하고 달콤한 ‘또아식빵’,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말아 구운 ‘삼뚱이’ 등이 특히 인기다. ‘우아한쌈’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삼겹살 한 점을 채소에 싸 먹으면 1000원, 소주 한 잔을 더하면 500원이다. 1500원이면 3분 만에 쌈을 안주로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갈길 바쁜 자유 여행객에게 인기다. 점포 앞 길바닥에 새겨진 숫자는 해당 가게가 문을 연 시기다. 마치 역사를 밟는 듯한 느낌이다. 광주시 관광진흥과 (062)613-3634. ■목포 남진야시장#님과 함께… 포장마차형 노점으로 Go! 남진야시장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야시장이다. 201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T 자형’ 시장 전체를 남진 콘셉트로 꾸몄다. 야시장을 알리는 조형물을 지나면 벽화거리다. 여기부터 대략 100m 거리가 남진야시장의 메인 도로다. 시장 좌우의 상점 사이에 포장마차형 노점이 일렬로 자리잡았다. ‘맛의 도시’ 목포의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다. 원래 주변 상점들의 좌판이 있던 자리인데, 야시장의 취지에 공감한 시장 상인들이 흔쾌히 자리를 내준 것이다. 먹거리 판매대에는 홍어삼합과 홍어전,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 낙지호롱, 토치로 ‘불 마사지’를 받은 큐브 스테이크 등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는 먹거리가 많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만드는 외국 음식도 눈에 띈다. 야시장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11시에 열린다. 공연은 보통 7시부터 한 시간가량 이어진다. 목포역에서 2㎞ 남짓,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낮엔 유달산과 갓바위, 삼학도 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학생이 있는 가족이라면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등을 둘러봐도 좋다. 자유시장 상인회 (061)245-1615.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비정상회담’ 최민용 “다양한 곳에서 자연 속 삶 경험하고파”

    ‘비정상회담’ 최민용 “다양한 곳에서 자연 속 삶 경험하고파”

    배우 최민용이 ‘비정상회담’에 출연한다.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녹화에 참여한 최민용은 각국 비정상 대표들과 함께 ‘자연과 하나 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인 멤버들을 의식해 직접 준비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최민용은 “미래의 아내를 위해 다양한 곳에서 자연 속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멤버들 또한 산촌과 어촌, 농촌에서의 ‘자연인의 삶’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촌 출신의 중국 대표 왕심린부터 농사의 달인을 자처한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까지, 다양한 ‘생존 기술’을 자랑하며 경쟁을 벌였다. 최민용은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의 ‘버섯 채취’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 “한국에서 산 다니시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연 사랑꾼의 면모를 보였다. 이어 멤버들은 은둔 생활을 택한 각 나라의 자연인들과, 자연 치유법 등을 소개했다. 일본 대표 오오기는 온천의 나라 출신인 만큼 다양한 온천을 소개했다. 이에 경쟁심에 불붙은 멤버들도 각국의 온천을 소개하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편, 이날 잠시 자리를 비운 미국 대표 마크와 스위스 대표 알렉스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크리스, 스페인 카나리아 섬에서 온 알레한드로가 일일 비정상으로 합류해 신선함을 더했다. 특히 크리스는 녹화 내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능청스러운 리액션을 선보여 웃음을 선사한 것으로 전해져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20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JTBC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쫄깃한 도우 위 ‘육·해·공’ 토핑… 세계인의 든든한 식사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쫄깃한 도우 위 ‘육·해·공’ 토핑… 세계인의 든든한 식사

    피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길거리 음식이었다. 집안에 요리 시설이 없던 이들이 주머니 사정에 맞춰 먹던 음식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얼굴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피자는 국내에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둥글고 하얀 ‘도화지’ 위에 치즈라는 공통의 재료 외에도 불고기, 파니르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올라가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요리가 됐다.피자의 바탕은 밀가루로 만든 도우다.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이스트(효모)로 발효시킨다. 쫄깃한 도우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며칠간 숙성시키기도 한다. 도우는 피자를 구울 때 부풀어 올라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만든다. 피자 요리사(피자욜로)들은 도우를 던지고 돌리는 기술을 2005년부터 시작된 피자세계대회에서 겨루기도 한다. 국내 업체인 미스터피자가 단골 우승자를 배출해 왔다. 도우 위에 얹는 재료에는 한계가 없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채소와 버섯 그리고 가끔 고기나 생선을 얹어 먹었다. 당시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마차여행’에서 ‘나폴리 빈민들은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피자로 살아간다’고 적었다. 나폴리 빈민들에게 피자는 세 끼 식사이기도 했다. 가장 기본적인 피자로 알려진 마르게리타피자는 이탈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피자다.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얹은 피자를 마르게리타 여왕이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마르게리타피자는 빨간색, 흰색, 초록색을 띠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소박한 요리가 여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를 떠올리기도 한다. 피자가 이탈리아의 남부 나폴리에서 시작됐지만 이를 전 세계에 알린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을 피자의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탈리아 이민들의 미국 이주,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에 이어 이탈리아로 간 많은 여행객들이 피자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미국에서 피자헛(1958년), 도미노피자(1960년) 등이 사업을 시작했고 바비큐 치킨 피자, 하와이안 피자 등이 탄생했다. 햄버거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의 상징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피자는 그렇지 않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처럼 인도에서는 파니르 치즈, 폴란드에서는 키엘바사(소시지) 등 그 지역의 음식이 토핑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 피자가 소개된 것은 미군 부대를 통해서였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미국에서 냉동 피자가 개발돼 한국으로 들어왔던 1970년대다. 1981년 가수 패티킴이 서울 서초동 제일생명빌딩 옆에 이탈리아 음식점 ‘맘마미아’를 열어 피자를 팔았다는 신문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어 피자헛이 1985년 용산구 이태원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는 햄버거, 치킨 등의 프랜차이즈가 문을 열던 시기였다. 미스터피자가 1990년 신촌 이대점에 1호점, 도미노피자는 송파구 오금점에 1호점을 각각 열었다. 파파존스는 2003년 강남구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첫 개점은 한 곳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피자업체는 이런 경향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다. 피자헛은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을 미국 본사와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1996년 도우 끝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치즈크러스트, 2003년 피자 끝부분인 치즈크러스트의 지붕을 없애고 치즈를 보이게 한 리치골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피자들은 미국 본사는 물론 동남아 일대로 수출됐다. 하루 50~70판 정도 피자를 굽고 먹는 신제품개발팀의 노력 덕분이다. 피자헛은 직영점 없이 331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식품유통연감 2016’에 따르면 국내 피자전문점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도미노피자다. 파파존스는 매출액 공개를 꺼리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직영점 103개, 가맹점이 333개다. 피자 매장이 가장 많다. 도미노피자는 곡물도우로 유명하다. 보리, 현미, 대두 등 15가지 국내산 곡물과 밀가루를 사용해 고소하고 쫄깃함을 더했다.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을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 크러스트피자를 한 단계 발전시킨 더블크러스트피자 등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시장점유율 상위 5개 업체에 대한 소비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파파존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파파존스는 직영점 40개를 포함해 전국 115개 매장을 갖고 있다. 파파존스는 최소 72시간 4도에서 저온 숙성시킨 도우를 쓴다. 소비자만족도에 높은 점수를 받은 까닭 중 하나로 미스터리 쇼퍼 제도가 꼽힌다. 매장당 연 4회에 걸쳐 손님으로 가장한 평가원이 제품, 배달, 포장 등의 다양한 요소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8점 미만인 매장은 영업 정지 및 재교육이 이뤄진다. 미스터피자는 매장이 총 390개다. 이 중 직영점은 20개다. 미스터피자는 ‘300%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00% 수타, 100% 수제, 100% 석쇠구이다. 100% 수타와 수제가 피자세계대회의 도우 챔피언을 꾸준히 배출하게 만든 셈이다. 100% 석쇠구이라 기름기 없는 담백한 피자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피자 전문점도 번성했지만 피자를 요리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지금도 특별한 날 식당에서 피자를 먹기도 한다. 미국 덴버대학 역사학과 조교수인 캐럴 헬스토스키는 ‘피자의 지구사’(2008년)에서 피자 산업은 사업 행태와 관련해 가장 높은 다양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일반 피자보다 담백하고 영양소 파괴가 적은 화덕 피자가 인기를 끌면서 이탈리아 국립피자학교의 한국분교도 생겼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피자욜로가 이곳을 거쳐 갔다. 피자는 국내에 들어올 당시 간식이나 술안주로 이해됐다. 지금은 한 끼 식사의 역할도 한다. 피자도 많이 변하고 있다. 고기류를 주로 얹던 피자에서 새우가 토핑의 단골메뉴가 됐다. 미스터피자는 기존 새우 크기보다 큰 대왕홍새우를 이용한 ‘로열홍새우’, ‘홍크러쉬’, 피자헛은 ‘갈릭버터쉬림프’ 등을 내놨다. 1인 가구의 대중화에 맞춰 2~3인이 주로 시키는 2만~3만원대 피자가 아니라 할인을 강화해 1만원대, 그리고 다양한 요리를 담는 세트메뉴, 1인 피자도 등장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강한 음식과 합리적 가격대를 찾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패스트캐주얼도 인기다. 토핑을 소비자가 고르게 하는 피자집, 화덕을 갖춘 피자집, 요리하는 공간을 공개한 피자집 등이 대표적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아는 형님’ 헨리, 버섯 달라고 해야하는데..“벗어주세요?”

    ‘아는 형님’ 헨리, 버섯 달라고 해야하는데..“벗어주세요?”

    ‘아는 형님’ 헨리가 발음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18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는 배우 한은정과 가수 헨리가 출연했다. 이날 헨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크로 큰 웃음을 자아냈다. 헨리는 ‘한국 식당 아줌마가 당황한 이유는’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형님들의 황당 답변으로 폭소케 했다. 김희철이 “버섯을 잘못 말해서 ‘아줌마 벗어주세요?’”라고 답을 한 것. 헨리는 “식당에서 ‘버섯 좀 주세요’라고 말해야 되는데 발음이 너무 어려워 ‘아줌마 벗어주세요’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줌마가 당황해 하셨다. 한국말을 잘 몰라서 아줌마가 뭐라고 말했는데 못 알아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헨리는 “그 전 여자친구와 7년을 만났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7년이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진 =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기파’ 기자도 해봤습니다, 채식… ‘풀때기’ 먹기보다 힘들었다, 편견

    ‘고기파’ 기자도 해봤습니다, 채식… ‘풀때기’ 먹기보다 힘들었다, 편견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의 여파로 육류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채식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인구를 100만~150만명 규모로 추산한다. 채식 식당이 늘고 채식라면, 콩소시지 등의 판매가 늘면서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식경제)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은 확장일로다. 채식 방법도 세분화했다. ‘비건’(vegan·완전채식)이라 불리는 엄격한 채식이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세미 채식이 대세다. 가끔 육류를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이 등장했다. 채식을 주로 하되 우유나 달걀, 생선을 허용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 육류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엄격한 채식은 지나친 체력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유다. 세미 채식을 하는 직장인들은 육류를 다소 줄이는 것으로도 건강상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물론 채식주의자를 ‘까다로운 사람’이나 ‘유난 떠는 사람’으로 보는 편견도 존재한다. 지난달 20일부터 보름 동안 ‘세미 채식’으로 채식 열풍에 동참하면서 사회 현상을 직접 느껴 봤다.“고기 안 먹으면 힘없어서 기사나 제대로 쓰겠냐.” “채식 체험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고기 먹는 게 무슨 문제냐.” 겨우 2주 남짓이지만 채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고기 없는 삶’ 자체는 그리 유별나거나 대단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서막이었다. “하루에 한 끼는 고기를 먹는 ‘육식주의자’가 채식이라니 며칠 만에 포기할 거야.” “성격 안 좋아지겠다.” 가장 많이 보인 반응이었다. 채식에 대한 조언을 해 준 조길예 비건네트워크 대표는 “통상 채식주의자는 까탈스럽고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는다. 고기를 안 먹는 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체험 기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말이 “혹시 고기가 들어갔나요”, “고기 빼 주세요”였고, 그때마다 식당 종업원이나 식사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세미 채식에는 유제품만 허용하는 ‘락토’, 달걀만 허용하는 ‘오보’, 유제품과 달걀을 허용하는 ‘락토오보’, 가금류와 육류만 먹지 않는 ‘페스코’, 가금류는 먹지만 육류는 먹지 않는 ‘폴로’ 등이 있다. 이 중에 그나마 어렵지 않다는 페스코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힘든 수준의 채식을 하면 의욕이 쉽게 꺾이고 실패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채식주의자 월간지인 ‘비건’의 이향재 대표는 “육식을 한 번에 끊을 순 없고 우선 세미 채식으로 시작해 한 달 정도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며 “채식은 고기 섭취 자체를 혐오하거나 아예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첫날(2월 20일), 점심을 걸렀다. 경찰서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는 제육볶음이었고 식판에 허용된 음식은 오이소박이, 김치, 밥이었다. ‘앙꼬 없는 찐빵’에 돈을 지불하기 아까웠다. 초코바와 과자로 한 끼를 때웠고 이후에도 점심을 거르는 일이 잦았다. 조 대표는 “채식주의자들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집에서 해먹는 경우가 많다”며 “채식 식당이 늘고 있지만 일반 식당에서 고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메뉴는 비빔밥이나 오징어볶음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회식’ 메뉴는 문어숙회, 홍어삼합 등 해산물이어서 부족한 영양분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외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회식은 매번 고통스러웠다. 고기가 포함된 음식을 먹는 날에는 밑반찬으로 나온 샐러드나 각종 나물만 씹어댔다. 채식을 한 지 8일째(2월 27일) 저녁 회식 자리가 돼지갈비집이었다. 한 시간 가까이 고기 굽는 모습만 바라봤다. 일주일 만에 채식에 적응된 것인지 고기를 먹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놀림과 함께 잔치국수 한 그릇이 앞에 놓였다. ‘남들은 고기 먹는데 고작?’이라는 서러움도 더는 없었다. 취재 중에 만난 채식주의자들은 하나같이 회식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세미 채식주의자인 직장인 장모(33)씨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상사들이 대놓고 ‘유별나게 산다’, ‘고기 먹는 나는 야만인이냐’, ‘식물도 고통받는데 식물은 왜 먹냐’라고 비아냥댄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학하며 2년간 채식을 했던 배모(29·여)씨는 “한국에는 대체식품이나 채식 식당 등 인프라가 없는 것뿐 아니라 채식주의자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결국 채식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사실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제외하면 세미 채식 실험은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황태전골, 고등어구이, 갈치조림, 연어덮밥, 비빔밥, 동태탕 등 육류의 대체품이 충분했다. 따라서 육류를 못 먹어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해지는 경우가 없어 몸이 가벼웠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보카도는 지방 함량이 풍부하고 콩도 우수한 식물성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채식으로 영양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지는 않는다”며 “다만 동물성 기름에만 포함된 비타민 B12 등 일부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가끔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생각지 못한 난관은 주말에 다가왔다. ‘자취’하는 처지에서 주말 끼니였던 라면이 문제였다. 대부분 돼지고기나 소고기 분말가루가 포함돼 있어 섭취 불가 품목이었다. 다행히 ‘채식라면’과 ‘콩고기’가 시중에 나와있다. 콩 단백을 주재료로 만든 소시지, 스테이크, 불고기 등 여러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인 11번가에 따르면 콩고기 매출은 2014년에 전년 대비 98%가 증가했고 2015년에는 210%, 지난해에는 57%가 늘었다. 한국채식연합이 집계한 채식 식당도 2011년 247개에서 2016년 479개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대학에도 채식식당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국에 3곳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울대 학생식당이다. 지난달 23일 점심에 찾은 식당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부튀김, 감자조림, 콩불고기, 버섯떡국, 샐러드, 쌈채소, 백김치, 나물무침 등이 메뉴였다. 다만 가격은 3000~4000원 정도인 다른 학생식당에 비해 다소 비싼 7000원이었다. 채식 13일째(3월 4일) 찾았던 서울 종로구의 채식뷔페도 1만 3000원으로 꽤 비쌌다. 식당 주인은 “가성비가 좋은 고기와 해산물을 제외하고 채소로만 식단을 만들다 보면 재료비가 크게 오른다”고 말했다. 보름간의 채식을 무사히 끝내고 자축하면서 먹은 찜닭. 속이 다소 거북했다. 짧은 채식 생활이라 더 건강해졌다거나 몸무게가 준 느낌은 별로 없다. 채식주의자들도 건강만을 이유로 채식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환경 문제나 공장식 사육에 대한 문제점 때문에 육류 소비 감소를 주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46.8㎏으로, 1970년(5.2㎏)에 비해 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소의 연간 소비량은 1.3배 늘었고 양곡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 대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 공장식 사육이 일반화했고 AI·구제역 같은 전염병에 취약한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식을 강요하는 것도, 육식을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환경보호, 동물보호, 건강 등 여러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만큼 채식을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인정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세종시 유일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준쉐프’

    [公슐랭 가이드] 세종시 유일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준쉐프’

    ‘준 쉐프’는 설렁탕·순댓국 등 한식이 즐비한 세종청사 주변 식당 중에서 유일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세종청사 6동 후문에서 약 30m 떨어져 있다. 준쉐프라는 상호는 주방장을 겸한 김준우 사장의 가운데 글자를 따왔다. 식당 규모는 40㎡, 자리는 32석으로 작은 편. 개업한지 1년 반 만에 까다로운 공무원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내공이 있다. 개업 초기 일찍 가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 점심은 100% 예약 손님만 받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대표 메뉴인 파스타는 7900~9900원으로 세종 일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인기 메뉴는 ‘빠네’다. 촉촉한 빵 안에 크림파스타를 넣은 요리다.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치즈 향이 느끼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 파스타라면 질색하는 남성들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목살 스테이크로 준쉐프의 노력을 상징한다. 고객의 입맛에 맞춰 변화를 거듭했다. 초기에는 계란 프라이와 샐러드를 내놓았는데 계란과 샐러드를 잘 먹지 않고 남기자 감자튀김과 버섯으로 바꿨다. 최근들어 소고기 스테이크 요청이 잇따라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피자는 아이들을 위한 메뉴다.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베이컨포테이토의 선호도가 높다. 준쉐프의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가격은 20살 때부터 양식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쌓은 연구와 발품에서 나왔다. 10여년 전 고향 대구에서 4900원짜리 파스타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체득했다. 세종청사와 연을 맺은 것은 청사 주변에 파스타 집이 없다는 ‘촉’이 가동되면서다. 청사 주변 상가는 임대료가 매우 비싼 것으로 악명이 높아 음식값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준쉐프는 사장이 직접 요리를 하고 종업원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이탈리아 요리를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이 예약 없이는 점심 때 먹기 힘든 레스토랑을 만들었고 지인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환경부 주변 맛집으로 꼽히게 했다. 김용석 명예기자(환경부 대변인실 홍보전문위원)
  •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물방울 무늬가 가득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가 쓴 ‘호박에 대하여’라는 글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렸던 그는 호박죽을 먹으면서 몸을 회복했고, 이러한 경험은 호박에 대한 찬미와 호박을 주제로 삼은 여러 뛰어난 작품의 창조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고 했던 현해탄 너머의 설치미술가 못지않게 호박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농부가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에 위치한 ‘참샘골 호박농원’의 최근명(64) 대표다. 서산시가 공인한 ‘호박 명인’이기도 한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늙은 호박의 변신은 가히 예술적이라 말할 만했다.# 4전 5기 끝에 만난 복덩이 호박 한 덩이 충남 공주 출신의 최 대표가 서산에 처음 터를 잡게 된 계기는 1980년 ‘참샘골 목장’을 설립하면서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부대 근처에 있던 젖소 농장에서 소젖을 짜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제가 1970년대에 군 복무를 했는데 그 시절만 해도 우유를 먹는다는 게 굉장히 생소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우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당시 서산에는 ‘상아목장’이라는 큰 목장이 있었다. 제대 직후 그곳에 취업한 그는 3년 동안 낙농 기술을 배운 후 독립했다. 동네의 유명한 샘 이름을 따다 지은 ‘참샘골 목장’이라는 이름은 현재 ‘참샘골 호박농원’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낙농업이 유망한 산업이 되리라 생각했던 청년 최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1980년대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유 소비가 늘어났다. 송아지 5마리로 시작한 그의 목장은 젖소 50마리까지 늘어났다. 10년간 승승장구하던 그의 목장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실시되면서였다. 저렴한 수입 우유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많은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었다. 사료값도 못 건질 정도로 우유값이 떨어지자 목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 개방과 상관없는 산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토종닭 사육이었다. ‘참샘골 토종닭’을 설립해 토종닭을 방사해 키웠다. “여름에는 토종닭 장사가 괜찮았어요. 그런데 겨울이 되니 닭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더라고요. 저 혼자 하는 영세업체라 유통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려웠고요. 결국 1억원 정도 손해를 보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세 번째로 도전한 우렁 양식업에서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대형 수조 설비를 갖추고 우렁을 잘 키우는 데에만 주력한 나머지 판로 개척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통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었던 거죠.” 최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네 번째 도전이었던 느타리버섯 재배도 겨우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농업환경 변화가 큰 이유였다. “1995년부터 느타리버섯에 갈반병이라는 병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더이상 버섯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 생긴 병이래요. 첨단 무균 재배 설비를 갖춰야 앞으로 계속 버섯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저 막막했죠. 이미 앞서 세 번이나 실패했던 탓에 가진 돈이 없었거든요.”수차례 실패 끝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갈반병이 든 것을 추려내고 얼마 남지 않은 버섯을 팔아치운 다음 농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느타리버섯을 팔러 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늙은 호박 한 덩이가 그의 인생을 역전시켜 줄 복덩이가 됐다. “가락동 시장에서 호박 장수를 만났는데, 늙은 호박 한 덩이에 1만~2만원씩 파는 거예요.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물었더니 가을철에 한 개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호박이 봄과 여름철이면 값이 열 배, 스무 배까지 치솟는다고 하더군요. 저장이 어려워서 그렇대요. 호박 장수가 ‘누가 호박 저장 기술만 개발하면 그 사람은 떼돈 벌 텐데’라고 지나가는 말로 던진 한마디가 제게는 구원의 종소리처럼 들렸어요. 그래 이거다. 내가 그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는 선견지명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첫해 ‘참샘골 호박농원’에서 재배한 호박은 다 썩어버려 폐기처분을 해야 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수년간의 연구 끝에 1998년 호박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했을 때 최 대표는 천하를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온도 10도 내외, 습도 60%의 건습 상태, 에틸렌 가스농도 0.02ppm 이하, 그가 찾아낸 최상의 호박 저장 환경이다. 전국 최초로 호박 저장법을 개발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참샘골 농원의 호박 저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향긋한 호박 냄새가 165㎡ 규모의 저장실 전체에 감돌았다. 수천 통의 굵직한 호박들이 층을 지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자동 조절 시스템을 통해 잘 관리된 호박들은 겨울을 지나 초봄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단단하고 싱싱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노란색 늙은 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해 ‘맷돌호박’이라고도 불리는데, 비타민과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60대에 접어든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의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1990년대 농업인들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던 시절에 그는 이미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이후 업종을 바꾸면서도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0년 농촌진흥청에서 무료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준다는 공고가 떴을 때에도 가장 먼저 신청해 ‘농업인 1호 홈페이지’를 구축했다.“그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인터넷 시대가 되고, 호박도 쇼핑몰을 통해 팔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 후에도 1년이 훨씬 넘도록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다. 그럼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주문 내역을 확인했다. 첫 주문이 들어온 것은 홈페이지 개설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조금씩 소문이 나고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 인터넷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쇼핑몰 매출도 폭증했다. “쇼핑몰에서 호박을 판매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게시판을 통해 고객들이 남긴 의견을 꼼꼼하게 읽고 소통했죠. 그 과정에서 다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박즙과 호박죽 등 호박 가공식품 생산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고객의 요청 때문이었다. 2002년 한 여고생이 ‘호박 달인 물이 여성 미용, 다이어트, 부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호박즙을 만들어 달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호박 미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호박즙이 대박을 내면서 2차 산업으로의 진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후 2005년 한서대 식품공학과와 산학협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레토르트 고구마호박죽’을 개발했고, 2012년에는 임신부의 배 뭉침과 조산을 막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호박손달인물 액상차’를 개발해 출시했다. 모두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제품 개발이었다. # 농원매출 6억 중 가공품 판매 85% 차지 지난해 참샘골 호박농원의 매출은 6억여원, 그중 85%가 호박 가공품 판매에서 거둔 수익이다. 이제 호박 농사보다 가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호박 저장 시설을 잘 구축해 놓은 덕에 연중 내내 호박 가공품을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다. “참샘골 가공식품이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인 호박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황토땅에서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참샘골 호박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계약 재배 중인 농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죠.” 모든 제품을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는 참샘골 호박농원의 홈페이지 회원 수는 2만여명에 이른다. 연간 80~100t 규모의 호박이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쓰인다. 최 대표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어서 지역농민 여러 가구와 10만㎡ 규모로 재배 계약을 맺어 수매한 호박을 재료로 쓰고 있다. 참샘골 호박이 유명해지면서 인근 지역에서 호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최 대표에게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더 늘어서 맷돌호박이 서산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맷돌호박하면 서산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해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호박을 보고, 체험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겠지요. 이 마을을 대한민국 최고의 호박 테마파크로 키우는 것이 제 꿈입니다.” # 호박체험관 운영… 마을주민과 수익 나눌 것 그동안 최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10년 전부터 일본을 오가며 3차 산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일본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현을 방문했을 때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을 보고 호박 따기 체험뿐 아니라 호박칼국수, 호박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3차 산업은 문화와 체험을 파는 일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앞으로 6차 산업의 시대가 올 거라는 최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다.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노력한 결과,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고 호박체험관을 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 대표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1회 6차 산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5000명 정도다. “체험관을 지으면서 3차 산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은 마을 사람들과 모두 나누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3차 산업 수익이 점점 더 커지겠지만, 그건 제 몫이 아니에요.” 향긋한 호박향이 가득한 농원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라는 속담이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호박이 수박보다 못할 이유도, 호박이 수박이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호박은 호박 나름의 개성, 달콤한 맛과 향이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해킹 VS 검색?

    해킹 VS 검색?

    “이게 왜 해킹이죠, 그냥 검색아닌가요?” , “혼자 봤으면 문제아니지만 URL주소를 공개한 건 문제죠” 1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서는 박모(24)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했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여자친구의 공무원시험 응시 결과를 미리 알려고 한 남자친구 박모(24)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대학원생인 박씨는 지난해 10월 4일 오후 5시 40분쯤 공무원 시험정보 사이트인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여자친구가 응시했던 2016년도 5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제2차 시험 합격자 명단을 빼돌린 혐의(정통망법 위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받았다. 박씨가 여친의 합격여부를 확인한 방식은 단순한 것이었다. 정부의 허술한 보안 관리도 한 몫했다. 당초 인사혁신처는 박씨가 해킹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5일 오전 9시 사이트에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기로 하고 명단을 4일 오후 사이트에 미리 올려둔 상태였다. 박씨는 사이버 국가 고시센터에 접속한 뒤, 이 사이트의 공지사항에 이미 게시됐던 2016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의 첨부 파일 주소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여넣기를 했다. 이어 그 주소의 파일 숫자 끝 번호를 계속해서 바꿔 입력해보는 방법으로 결국 합격자 명단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범해 당일 오후 5시 55분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알아낸 합격자 명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기재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피고인은 여자친구의 합격 여부를 미리 알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을 위해 국가정보통신망에 침입했고 나아가 타인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려는 소아병적 생각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주소를 올렸다”면서 “이런 무분별한 행위로 인해 큰 혼란이 야기됐고 공무원 선발 업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죄질이 좋지 않으나 초범이고 자수했으며 진지하게 반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대해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들을 보였다. 우선 재판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안 된다. 또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도 안 된다. 박씨가 자신이 알아낸 합격자 명단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기재한 글을 올린 것은 이 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과 정부의 보안부실을 질타하는 반응들도 만만 찮다. 노라드님은 “이런 방식이 처벌받으려면 게시된 주소를 이용해서 접속한 사람 모두 처벌해야 하지않느냐”면서 “상직적으로는 침입이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법률 적용이 아직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이미 결정된 합격자 명단이 공개된다고 해서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정부의 보안허점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았다. “이 사람이 잘못했다기엔 정부측 책임이 훨씬 커보인다”(서피스 프로님)거나 “관리자가 권한이 없는 게시물에 접근권한을 제대로 막지않았고 사이트 보안에; 대해 점검이 되어있는지 의문”(청주버섯돌이님)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신 판사 지적처럼 공무원 시험의 신뢰 추락에 대한 책임을 박씨같은 개인에게만 물을 게 아니라 관리를 제대로 못한 해당 부처의 직무유기를 더 크게 추궁해야 하는 것아니냐는 것이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올 첫 공익신고 보상 12억 지급

    권익위, 신청 1236건의 93% 신고 따른 환수 수입액 67억원 무면허 의료·원산지 표시 위반 등 국민건강 관련 분야가 60% 넘어 A 제약 회사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병·의원 수천여 곳의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35억여원에 이르는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A사는 일명 ‘랜딩비’(의약품 채택료), ‘시장조사 사례비’ 등 각종 명목으로 은밀하게 금품을 건넸다. 이 사실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내부 직원 B씨의 신고로 드러났다. B씨는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보상금을 신청한 결과 올해 처음 지급되는 공익신고 보상금(포상금) 12억여원 가운데 최고액인 7608만원을 받게 됐다. 권익위는 올해 두 차례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공익신고자 1159명에게 보상금 12억 1935만원을 지급했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신청이 들어온 1236건 가운데 93.7%가 실제로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에 보상금이 지급된 공익신고로 국가와 지자체에 환수된 수입액은 약 67억원으로 보상금액의 5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권익위가 올해 확보한 공익신고 보상금 예산은 17억 4500만원으로 역대 가장 많다. 지난해 국내 최대 전분업체가 썩은 밀가루를 사용한 사실을 최초로 알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공익신고자 역시 이번 보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업체 직원이던 신고자는 라면, 맥주, 과자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원료인 소맥 전분에 곰팡이가 피고, 쥐가 지나다닐 정도로 상태가 불량한 밀가루가 쓰인다는 내용의 신고로 공익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권익위는 통상적으로 신고 사건에 대한 법적 조치가 완료된 후 보상금을 지급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500만원의 포상금을 먼저 지급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감리용역 계약 시 건축사업자 단체가 소속 건축사들과 감리비 수준을 상의하지 않고 일방 통보하는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사실을 신고한 공익신고자에게 1369만원이 지급됐다. 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허가 없이 소나무를 벌채하고 무단 반출한 사실을 알린 신고자는 240만원, 항공사가 항공기 운항 중 발생한 기체 결함을 은폐한 사실을 신고한 신고자는 1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번에 보상금이 지급된 공익신고 건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무면허 의료행위 또는 농산물 원산지 표시위반 등 국민건강 분야가 전체의 60.4%에 이르는 7억 370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이익 분야 16.9%, 환경 분야 11.1%, 공정경쟁 분야 8.6%, 안전 분야 3.0% 순으로 뒤를 이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직 내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불법 행위를 신고하는 용기 있는 내부 신고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금년에는 확보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공익신고를 한 국민에게 보상금을 보다 신속하게 지급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新전원일기] 애들 돌 반지 팔아 ‘허브 공부’ 올인…농촌·도시 경계 허물 거라 믿었기에

    [新전원일기] 애들 돌 반지 팔아 ‘허브 공부’ 올인…농촌·도시 경계 허물 거라 믿었기에

    겨울의 끝자락, 어디를 둘러봐도 메마른 풍경이다. 잿빛 먼지로 뒤덮인 아스팔트와 건물들, 앙상한 나뭇가지로 경계가 흐릿해진 산등성이와 누렇게 얼어붙은 들판에도 봄이 오긴 오는 걸까. 마음마저 스산해지며 벌써 초록이 그립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수원역에서 내려 원평리를 경유하는 버스로 갈아탄다. 금세 도심을 벗어나 차창 밖 풍경이 바뀐다. 원평 정류장에서 내려 마주 보이는 2차선 도로를 따라 100여m쯤 걸어 들어가자 통나무를 잘라 촘촘하게 이어 붙인 나무판자를 외벽처럼 두른 비닐하우스 몇 동이 나타난다. 이종노(57)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화성시 매송면 ‘원평허브농원’이다.#국내 유일 입장료 없는 허브 농원 입구에서부터 축축한 흙냄새, 상큼한 허브 향기가 훅하고 끼쳐 든다. 실내로 들어서자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초록으로 뒤덮인 세상이 펼쳐진다.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노랑, 연두 깃털 고운 앵무새들이 지저귄다. 원목으로 짠 벤치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 규모가 제법 큰 정원 카페, 내지는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신발을 벗고 앉아 쉴 수 있는 평상이 있고, 아이들이 놀기 좋은 버섯 동산과 미니 미끄럼틀과 그네도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농원이고 쉼터다. 입장료도 없고, 따로 허브티 코너가 있지만 음료는 주문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김밥이나 과일 등의 냄새가 심하지 않은 종류에 한해 음식물 반입도 가능하단다. “오는 사람들마다 얼마라도 입장료를 받으라고 난리인데, 내가 여기 일에 관여하고 있는 동안은 전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공간을 삭막한 도시 생활로 지친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거든요.” 농원이 개장한 것은 1999년.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나무처럼 늠름하게 자란 밑동 굵은 로즈마리와 라벤다, 율마 등의 짙은 향과 자태가 그 세월을 가늠하게 해 준다. #결혼하며 귀농… 열무·상추 농사부터 시작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서울 토박이가 1988년 올림픽 준비로 한참 들뜬 서울을 뒤로하고 결혼과 더불어 귀농한 것은 도시 생활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농촌에 대한 동경이나 농업을 위한 어떤 사명감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먼저 귀농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생경한 농사일에 힘겨워하시는 모습을 더이상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뵙고 갈 때마다 수원역 앞에 눈물도 참 많이 뿌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건데, 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열무를 첫 작품이랍시고 아주 자랑스럽게 도매시장으로 가져가서는 상인들을 어이없어 웃게 하기도 하고, 상추는 무조건 크면 좋은 건 줄 알고 부채만 하게 키워 당당하게 갖고 나갔다가 한 박스도 못 팔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게다가 자연 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폭설로 작물이 잔뜩 들어 있는 비닐하우스가 폭삭 주저앉기도 하고, 부모님 살림집으로 사용하던 비닐하우스가 누전으로 몽땅 타 버리기도 했다. 홍수가 나서 농장이 온통 흙속에 파묻혀 버린 적도 있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짐을 실은 경운기를 몰고 가다가 신호 대기로 교차로에 서 있는데, 맞은편 승용차 안의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돌아보게 된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뜨거운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주어진 현실을 꿋꿋하게 견디며 동틀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였다. 수원 도매시장에서는 성실한 사람, 신용이 있는 사람으로 통하게 됐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의 기본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게 됐고, 자식들을 위해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며 고생하신 부모님도 가끔은 낮잠을 자고 마을 어른들과 함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상추값이 폭락하기 전까지는. “그해 상추가 정말 예쁘게 잘 자라더라고요. 꿈에 부풀었죠. 이게 다 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이라는 것이 생산자인 우리가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잖습니까. 출하를 해 보니 4㎏ 한 박스가 250원에 낙찰되더군요. 그것도 다 팔지 못해 썩어 나가는 게 태반이었죠.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떤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서 농촌과 농업의 잠재적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결심을 그때 하게 된 거죠.” 대학원에 가겠다는 그에게, 아내 이덕화(55)씨가 아이들의 돌 반지를 팔아 학비를 마련해 줬다. 외환위기로 한창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였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찬물로 샤워하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했지만 갈등도 컸다. “장학금을 타기도 했지요. 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고, 굳어진 머리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가 들기도 했죠. 그때마다 아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습니다. 적금을 깨고, 아이들 보험까지 해약해 가며 제 학비를 다 대주었으니까요.” 그렇게 만난 것이 허브였다. 허브라는 식물과 유용성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때였는데, 수업 시간에 본 해외 영상 자료가 잊혀지지 않았다.#처음엔 하우스 귀퉁이에 어렵게 구한 모종 심어 하우스 한쪽 귀퉁이에서 허브 재배를 시작했다. 광주의 친구에게 부탁해 어렵게 구한 모종을 가꾸고, 삽목 가지들을 얻어 아내와 함께 밤새 다듬어 새벽에 심었다. 허브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하우스 하나를 통째로 비워 흙을 돋우고 자갈을 깔고, 통나무를 잘라 칠해 가며 하나씩 하나씩 허브 정원을 꾸며 나갔다. 부모님과 이웃 농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헛심 쓰기, 혹은 고급 취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반대가 거셌고, 압박이 너무 심해 한때는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 밀어붙였다. 이 대표에게는 허브가 단순한 1차 작물이 아니라 농민과 도시민이 유기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새 자원으로 보였다. 석사 논문도 허브로 썼다. “석사 학위증을 부모님 앞에 놓고 큰절을 하는데, 정말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아내도 ‘여보 수고했어요’ 하고 말끝을 흐리며 우는데….” 채소 농사를 짓던 온실에서 그대로 허브를 가꾸었던 터라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다. 모종 5만본을 그대로 버린 적도 있었다. 홍보할 방안을 알지 못하니 판로도 마땅치 않았고, 방문객 역시 있을 리 없었다. 1999년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온실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지나가다 안을 살펴보더니 물었다. “홈페이지 하나 만드실래요?” “그거 공짜예요?” 당시 이 대표는 홈페이지가 뭔지도 몰랐다. “물론 공짜지요.”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으로 어렵게 홈페이지(www.herbsfarm.co.kr)를 만들어 개설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심껏 답변하느라 하루 서너 시간도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받은 사람들이 농원으로 직접 찾아오고, 꾸밈없고 소박해서 좋다는 입소문을 타며 동호회 등이 결성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누적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르게 되고 신문과 잡지와 방송 등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이종노가 일약 허브계의 스타가 돼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허브가 막 소개돼 붐이 일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아직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허브 가공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2000년 12월에는 ‘허비너스’라는 법인도 설립했다. 유명세를 타고 나니 해외 허브 제품을 수입하는 업자들이 찾아와서 판매를 종용하는데, 허브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더란다. “우리가 재배한 허브로 우리 제품을 만들면 되는데, 왜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요? 그래서 또 연구를 시작한 거죠. 특별한 방법으로 추출한 오일은 물론이고 허브 소금, 비누, 양초, 샴푸 등 제가 개발한 향과 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기업과 협력해 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허브 아토피·비염 치료제 등 특허도 여러 개 허브를 함유한 아토피 치료제, 비염 치료제, 두피 보호제 등 여러 특허를 획득해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외 각종 박람회에 참여해 허브 소금 등을 수출하기도 했다. 내방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리 예약한 단체 손님에 한해 허브를 이용한 음식들을 제공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전에 이미 그는 허브로 6차 산업의 비전을 보고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경기도지사상,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등 유수의 상을 비롯해 각계로부터 표창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허브와 관련된 강연뿐 아니라 귀농, 귀촌에 대한 교육, 농산물 홍보와 마케팅 및 컴퓨터 활용법 등 농촌 생활 전반에 걸쳐 각 교육장마다 강사로 나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농림부 베스트 강사 상을 받기도 했다. #“성공 비결, 두려움 없는 도전… 그리고 진정성” 원평허브농원은 5000평 규모의 시설에서 연간 3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의식과 성실과 진정성에서 찾는다. 항상 메모지를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고 실행에 옮겼단다. 거기에 입장료도 없이 농원을 개방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 따로 고객 관리라는 것을 할 필요도 없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대했다고 한다. 현재 농원 운영은 거의 세 자매가 맡고 있다. 어릴 때부터 흙과 허브와 함께 자란 첫째가 결혼해 사위와 함께 농원을 가꾸고 분화를 생산하고, 둘째 딸이 허브 차와 제품 판매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맡고, 올해 대학에 들어간 셋째 딸이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농원 일을 돕는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사라지고, 도시민과 농민이 소통하고, 세대를 넘어 젊은 농부들이 꿈을 펼치는 곳,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루고 그들이 이어 가는 우리 농촌의 미래가 밝다. 이번 주말에는 짙은 허브 향에 싸여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산뜻하고 담백하게 마음의 평안까지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그곳이 벌써 그립다.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김정남 암살 용의자 리정철, 회사 출근 않고 무역상담만…‘위장취업’ 의심

    김정남 암살 용의자 리정철, 회사 출근 않고 무역상담만…‘위장취업’ 의심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이 리정철(46)이 평소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정철은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i-KAD)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위장취업이고, 북한 공작원으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서류상 리정철을 IT부문 직원으로 고용한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의 총 아 코우(64) 상무이사는 20일 연합뉴스를 통해 “리정철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기에 평소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리정철의 삼촌이라는 인물로부터 항암효과가 있는 북한산 버섯 추출물 등을 수입해 왔다. 총 상무이사는 “나는 그가 화학전문가인 줄 몰랐다”며 “영어를 못하는 삼촌을 대신해 중개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비자를 얻는 것을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이 2013년 말레이시아에 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이 지난해 8월 입국했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이 회사는 매달 리정철에게 5000링깃(약 128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리정철은 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총 상무이사는 밝혔다. 이는 리정철이 외화벌이보다 근로자 신분으로 위장하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총 상무이사는 “리정철과는 버섯 추출물 등의 수입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 있을 때 외엔 얼굴을 맞댈 일이 없었다”며 “지난 춘제(春節·음력설)까지 리정철과는 거의 1년 가까이 만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말레이시아로부터 팜오일을 수입하고 싶어했다”며 “리정철과 만난 것은 지난 춘제 때 팜오일 공급업체를 소개해 줄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총 상무이사는 리정철과 가족들이 영락없는 ‘보통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토요일(18일) 그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가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에 대해 “매우 겸손하고, 공격적이지 않으며 조용한 사람이었다”면서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듯 말수가 적었고, 버섯과 팜오일 외의 다른 사안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 상무이사는 “나는 리정철이 자기 사무실을 따로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면서 “통상 연락을 나누는 데 썼던 그의 딸의 전화기는 현재 전원이 꺼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지름 10cm 동그라미의 미학… 스테이크 부럽지 않은 ‘참맛’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지름 10cm 동그라미의 미학… 스테이크 부럽지 않은 ‘참맛’

    지름 10㎝가량인 동그란 빵 사이에 다진 고기(패티)를 넣어서 먹는 햄버거. 이 햄버거 하나에 우리는 얼마의 돈을 지불할 수 있을까. 패스트푸드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이젠 수백미터 줄을 서서 먹기도 하는 고품질의 ‘패스트캐주얼’까지 등장하면서 햄버거의 제품군은 꽤 넓어졌다. 빵 사이에 다양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회의가 열리면 세계 1위 햄버거업체인 맥도날드 매장이 공격을 받곤 한다. 맥도날드는 햄버거의 이미지를 넘어서 음식점의 프랜차이즈화를 뜻하는 단어로 원용되기도 한다.햄버거 빵은 동그랗다. 빵이 사각형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햄버거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된다. 소고기 햄버거가 1900년대 초반 자리잡기 시작한 미국에서부터 동그란 모양으로 정착됐다. 동그래서 운전하면서 먹기 편했고, 그래서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탄생시켰던 음식이다. 미국에서 맥도날드는 1955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각 주마다 자신들이 햄버거의 원조임을 주장하고 명예의 전당, 햄버거 축제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햄버거는 독일 함부르크 이주민들이 미국에 들여왔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리아가 1979년 10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아케이드에서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이어 1984년 4월 버거킹이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1호점을 열고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코카콜라가 두산음료를 통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었으므로 두 업체 모두 햄버거를 소개한 셈이다. 현재 점포 수는 롯데리아가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1328개로 가장 많다. 이어 1988년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맥도날드가 430여개, 버거킹이 270여개 점포가 있다. 햄버거의 맛은 패티가 우선이다. 어떤 고기를 다져서 어떤 양념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된다. 롯데리아의 주력 상품인 ‘불고기버거’는 호주산 소고기에 불고기 양념과 소스를 쓴다. 버거킹의 햄버거를 뜻하는 ‘와퍼’의 패티는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소고기다. 맥도날드도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소고기이지만 프리미엄급 버거인 ‘시그니처버거’에는 호주산 앵거스(소의 한 품종) 고기만 쓴다. 한우가 들어가는 버거는 롯데리아의 ‘한우불고기버거’가 유일하다. 패티가 꼭 소고기일 필요는 없다. 롯데리아의 주력 버거 중 하나는 ‘새우버거’다. 흰살 생선과 새우로 패티를 만들었다. KFC는 치킨이 주요 종목이고 햄버거 패티도 치킨을 쓴다. 2001년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맘스터치는 치킨 패티로 승부를 걸었다. 맘스터치 가맹점 매출의 70%가 햄버거다. 맘스터치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해 치킨 가맹점 정보를 분석한 결과 가맹점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온 업체다. 가맹점 본부에서 둥글게 만들어 점포에 전달되는 패티는 굽는 데서도 맛이 가미된다. 대부분의 소고기 패티는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매장에 전달된다. 버거킹은 매장에서 불에 직접 굽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기름기가 제거되고 고기의 육즙이 보존된다는 것이 버거킹의 설명이다. 여기에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맥도날드는 매장에서 패티를 구울 때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빵 사이에 넣는 재료는 다양하다. 양상추, 토마토, 양파, 피클, 치즈, 할리피뇨, 베이컨, 계란 프라이 등 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수제 버거 열풍이 불었고 맥도날드는 2015년 8월 시그니처버거 3가지 종류를 내놨다. 시그니처버거는 아보카도, 구운 버섯 등도 들어간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7월 ‘AZ버거’ 3가지 종류를 내놨고 SPC그룹은 같은 달 뉴욕의 수제 버거인 ‘쉐이크쉑’ 1호 매장을 서울 강남에 열었다. 쉐이크쉑 1호 매장 개장 당시 수백미터의 줄이 형성돼 화제가 됐었다. 치열한 수제 버거 경쟁은 빵의 다양화도 가져왔다. 롯데리아는 AZ버거에 12시간 발효한 통밀 발효종 효모를 사용한 브리오쉬 빵을 쓴다. 최대 3㎝ 볼륨감에 빵을 자른 부분에 공기 구멍이 많아 부드러운 느낌이 더해진다고 롯데리아는 설명했다. 포장 과정에서 빵이 찌그러지곤 하는데 원래 모양대로 복원되는 시간도 2초 정도로 보는 맛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쉐이크쉑은 빵에 감자 전분을 더 넣었다. 쫀득함이 더해져서 식감이 좋다고 한다. 버거킹은 모든 와퍼의 빵에 깨를 뿌렸고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리치테이스트’ 시리즈에는 호밀 브리오쉬 빵을 쓴다. 고급화가 되다 보니 햄버거 하나 가격이 만원 안팎이다. 맥도날드 시그니처버거의 하나인 ‘골든에그치즈버거’는 8000원이다. 맥도날드의 대표 버거인 ‘빅맥’(4900원), ‘햄버거’(2500원)에 비하면 2~3배 정도 비싸다. 롯데리아의 ‘AZ버거베이컨’은 7500원이다. 롯데리아의 주력 버거인 불고기·새우버거(3400원) 가격의 두 배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는 미국산 앵거스 고기를 쓰고 있다고 강조하는 쉐이크쉑의 버거는 패티가 2장인 더블을 고르면 만원을 각오해야 한다. 햄버거는 감자튀김, 탄산음료 등을 더해 세트로 많이 먹는다. 세트로 먹어야 가격이 싸고 업체도 그렇게 마케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열량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소비자단체가 2015년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의 햄버거 세트 메뉴 30개의 열량을 조사한 결과 열량이 최소 763㎉에서 최고 1515㎉로 나타났다. 200g 기준 흰 쌀밥 한 공기 열량(250㎉)의 3~6배 수준이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 섭취량이 1900~2400㎉인 것을 감안하면 햄버거 세트를 먹으면 두 끼의 칼로리를 먹는 셈이다. 업체들은 이런 논란에 제품의 칼로리와 나트륨을 표시하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햄버거를 변형시켜 아침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업체로는 처음으로 2006년 ‘맥모닝세트’를 내놓으면서 아침 시장에 도전했다. 롯데리아는 2008년 머핀 시리즈를 시작했고 버거킹은 지난해 크루아상 세트를 내놨다. 빵 사이에 다양한 내용물을 넣었다는 점에서 햄버거와 비슷하다. 햄버거가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됐던 것은 음식인데도 획일화된 조리법으로 대량 생산되고 그 과정에 경제·문화적 요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 역사가인 조지 오저스키가 ‘햄버거 이야기: 저항에 대한 아이콘, 햄버거의 존재감에 대하여’에 쓴 내용이다. 이제 햄버거는 매우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바쁠 때 이동하면서 한 끼 때우는 식사가 되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원 이상을 내면서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피랍 생활에서 돌아와 기자회견 직전 버거킹의 ‘치즈버거’를 먹었다. 개개인에게 햄버거는 어떤 음식일까.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외식 메뉴는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입학이나 졸업식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역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하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짜장면은 6·25 전쟁 이후에 많은 양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게 변형된 것이다. 우리식 짜장면은 춘장에 식은 면을 말아 먹는 중국식과는 달리 양파, 고기, 감자, 채소를 고루 넣고 볶은 뒤 전분을 풀어 묽게 끓여 뜨거운 면에 얹어 먹는다. 짜장 소스 위에 오이채나 완두콩을 얹고 입맛에 따라 식초, 고춧가루를 더하고 단무지, 양파를 곁들인다. 맛과 레시피가 우리 환경과 입맛에 맞게 놀라운 변신을 한 것이다. 짜장면에 얽힌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로 치닫던 당시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의 직책에 있었다. 매일매일을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던 시절인데, KBS 9시 뉴스에서 우리가 일하는 현장을 국민에게 소개하겠다고 강권해서 할 수 없이 응했던 적이 있다. 녹화가 막 끝난 저녁 즈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동으로 미리 시켜 둔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우리는 무심코 취재팀에게도 권하고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대로 방송된 것이다. 참 계면쩍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TV를 보다가 갑자기 짜장면 생각이 나서 다음날 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인사를 도처에서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짜장면은 과거 정부 시절 물가관리 대표품목이 될 정도로 국민 메뉴여서 수준급 식당도 곳곳에 많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을 몇 군데 소개하려 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이화여대 후문 쪽에 ‘효동각’이 있다. 메뉴는 짜장면뿐이다. 일·월요일은 휴무인 데다 평일에도 점심만 하고 그것도 3시까지만이다. 주인, 부인, 아들 세 사람이 하는 집이다. 주문 후 요리를 시작하므로 꽤 기다려야 한다.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짜장 소스에 버섯이 들어가 식감이 좋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순한 맛인데도 이 집만의 특유의 풍미가 가득하다.마포구 공덕동 효창운동장 뒷담 쪽에는 1981년에 문을 연 ‘신성각’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집으로, 주방은 보조도 없이 주인 혼자서 하고 부인은 홀 담당이다. 메뉴는 짜장면 등 총 여섯 가지.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는 수타 모습은 감동마저 준다. 주인은 짜장면을 예술로 믿는다. 순수 그 자체의 맛이라는 것이다. 점심때 줄이 길다.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옆에는 ‘개화’란 식당이 60년 넘게 자리잡고 있다. 화교가 하는 중국집인데, 다소 가는 면발에 걸쭉한 짜장 소스를 비벼 먹는다. 소고기를 다진 유니짜장을 많이 시킨다. 단맛이나 고소한 맛은 적으나 중독성 있는 특별한 맛이다. 마포 불교방송 건물 지하에는 1953년에 개업한 ‘현래장’이 있다. 인근 작은 건물에 있다가 재개발로 옆 건물로 이사했다. 이사 전에는 길에서 유리 너머로 수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수타의 원조 격이어서 맛볼 만하다. 용산 삼각지 전쟁기념관 옆에는 ‘명화원’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점포로, 얼마 전 가게를 새로 단장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줄이 길어졌다. 메뉴는 짜장면, 탕수육 등 다섯 가지뿐이다. 탕수육과 군만두도 유명하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이 시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즐기던 옛날의 그 짜장면 생각이 절로 난다. 얼른 가서 한 그릇 사 먹어야겠다.
  • [公슐랭 가이드] 대전 짜글이를 아시나요

    [公슐랭 가이드] 대전 짜글이를 아시나요

    대표 음식이 없다고 알려진 대전에도 숨겨진 맛의 고수들이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짜글이가 그것. 짜글이는 촌돼지찌개, 돼지고기찌개, 고추장찌개 등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짜글이는 충청도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 찌개와 두루치기의 중간, 국물을 졸여 가며 만든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며 간단한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정부대전청사에서 차로 10~20여분 거리에서는 지역 문화와 어울린 각양각색의 짜글이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산골짜기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156-22) 골목길에 위치한 산골짜기는 이름부터 친근함이 느껴진다. 자연산 버섯을 곁들인 촌돼지찌개. 사장이 주말마다 직접 채취한 5~6가지가 넘는 다양한 버섯이 주재료로,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자연산 고사리를 사용한 생고사리 조기찌개도 대표 메뉴 중 하나. 산골짜기 식당은 봄에 가 보길 추천한다.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신탄진의 화려한 벚꽃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은 덤이다.# 엄마식당 이름부터 아련함이 느껴지는 맛을 자랑한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464-1)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간판의 비좁은 식당이지만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이 멈춘 듯한 식당에선 지나간 추억이 느껴진다. 고향집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끓여 주는 엄마의 손맛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돼지고기와 버섯, 두부, 감자 등 각종 야채와 독특하고 시원한 국물이 특징이다. 직장인들이 고달픈 삶에 집밥이 그리워질 때 찾으면 제격이다.# 원조 촌돼지찌개 ‘원조’라는 간판에 범상치 않은 맛집의 무게가 실려 있다. 대전 유성구 장대동(281-10) 유성시장 건너편 골목 안에 위치, 허름한 간판과 달리 맛은 일품으로 손꼽힌다. 얼큰한 국물에 돼지 두루치기를 곁들이면 막걸리 상으로도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원조의 품격이 느껴지는 식당은 식사 때마다 남녀노소 붐비는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시간을 잘 맞추면 식사 후 100년 전통의 유성 5일장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도 만날 수 있다. # 맑은골 호박꼬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을 찾거나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대전 IC 인근 대덕구 송촌동(503-6) 맑은골 호박꼬지찌개. 식당 입구부터 커다란 늙은 호박이 손님을 맞는다. 충북 옥천·영동·보은 등지에서 가을에 수확한 호박꼬치가 주재료다. 햇빛에 곱게 말린 호박꼬치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 시골에서 수확한 재료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주인의 철학이 묻어 있다. 조성수 명예기자(특허청 대변인실 주무관)
  • 하동·충주 밤수출특화지역 육성…산림청, 임산물 수출활성화 추진

    하동·충주 밤수출특화지역 육성…산림청, 임산물 수출활성화 추진

    밤 주산지인 경남 하동과 충북 충주가 임산물(밤) 수출특화지역으로 육성된다. 조경수, 분재, 산양삼 등 최근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임산물에 대한 수출 활성화 정책도 추진한다.산림청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임산물 수출촉진 대책을 발표했다. 경기침체와 대외 경제여건 악화로 지난해 국내 총수출액이 감소했지만 임산물은 10.5% 증가한 4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밤, 감, 표고버섯 등 주요 수출 임산물은 수출특화지역을 중심으로 품질을 강화해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 4곳인 수출특화지역에 하동과 충주 등 2곳을 추가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화지역은 물량의 안정적 확보와 품질 관리 등을 위한 거점으로 국비(10억원) 등을 투입해 공동시설장비 등을 설치한다. 또 해외식품인증 취득과 식품박람회 참가 등 생산에서 수출까지 패키지 지원 및 관리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특화지역을 통한 수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밤, 감, 표고, 목제품, 합판 보드 등 기존 5개 수출협의회에 수출 잠재력이 큰 조경수, 분재, 산양삼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협의회가 추가된다. 산림청은 협의회의 해외 공동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임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신규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해외시장 진출과 정착 지원을 위해 농림부의 해외 안테나숍 등에 임산물을 입점시키는 등 농수축산물 수출과 연계키로 했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올해 임산물 수출 5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수출 다변화에 어려움은 있지만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부고]

    ●최영언(전 KBO 사무총장)씨 부인상 4일 일산 백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31)910-7444 ●안병일(현대자동차 근무)씨 부친상 김성환(전 하나은행 지점장)최봉기(사업)신광교(사업)씨 장인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5시 20분 (02)3010-2237 ●임병천(문화재청 서기관)씨 모친상 이환철(방자표고버섯농장 대표)황교운(신화목재 대표)김광용(나연임업)씨 장모상 5일 충남 부여 사비장례식장, 발인 7일 오전 8시 (041)835-4100 ●곽범국(예금보험공사 사장)씨 모친상 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30분 (02)2227-7500 ●김정기(전 상하이 총영사·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용기(사업)민기(사업)씨 부친상 이영미(거로앤컴퍼니 대표)유혜진(농림축산검역본부)씨 시부상 5일 중앙대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860-3500
  • [시론] 포퓰리즘이 청년 희망 빼앗는다/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시론] 포퓰리즘이 청년 희망 빼앗는다/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포퓰리즘이 대선을 앞두고 다시 도지고 있다. 포퓰리즘이란 정책의 현실성이나 지속 가능성, 옳고 그름보다는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로 대중주의, 인기영합주의, 대중영합주의라고도 한다.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와 국민의 장래보다는 특정 집단의 정치적?목적을 위해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고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당장의 국면만을 유리하게 이끌려는?정책을 주장하거나 대중들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한다. 자유와 함께 책임과 법치, 절차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나 시민민주주의보다는 광장민주주의, 천민민주주의에 가까운 정치 행태다. 1891년 결성돼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목표로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세웠던 미국 ‘포퓰리스트당’에서 유래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노동 대중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과 포퓰리즘에 기반한 그리스 파판드레우 일가의 장기 집권이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유명한 슬로건이 ‘국민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해 주어라’였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구호다. 그 결과는 2011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재정 위기였다. 포퓰리즘은 ‘나는 적게 부담하고 국가의 혜택을 입어야 하는 계층이며 대기업이나 부자가 많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국민 정서를 배경으로 독버섯처럼 자라나서 마침내 근면 자조 정신은 퇴색하고 정부에 의존해 편하게 살려는 계층이 확산되면서 점차 공공부문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게 되고 세금을 내는 민간부문은 위축되면서 결국은 재정적으로 지속이 불가능해져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 한 번 포퓰리즘이 만연되면 이러한 국민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경제는 점점 추락해 빈곤국으로 내려앉게 된다. 한국에서는 포퓰리즘이 선거 때만 되면 도지는 문제가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재벌 개혁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으로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벌 개혁을 주장하니 자연히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므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본소득, 토지배당금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지난해 6월 스위스의 국민투표에서 77%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지난해 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확정 채무의 합인 국가채무는 638조원으로 추정되고, 이는 2020년 8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가보증채무, 공무원·군인연금 장기충당금부채, 정부기능 수행 준공공기관부채, 한은 통화안정증권 잔액을 합한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상회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 기능 수행분을 제외한 순수 공공기관 부채도 500조원을 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2040년쯤 한국도 재정 위기로 지금의 청년들 미래가 그리스처럼 암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 위기 예방을 위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 공공기관 개혁이 필요한 실정에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정책 주장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배격돼야 할 포퓰리즘이다. 새누리당도 포퓰리즘을 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의 대전환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소비자 집단소송, 기업 분할명령제, 골목상권 보호 등 포퓰리즘 주장 일색이다. 도무지 성장 담론이나 대기업 투자 활성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구상은 보이지 않는다. 연간 140조원 내외인 국내 설비투자의 90%가 대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년째 감소하고 지난해 설비투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대기업 때리기로 어떻게 성장을 하고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미국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 규제 혁파에 따른 내외국 기업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공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다.
  • ‘30대1 별따기’ 명절 알바… “생활비·학비 보태야죠 ”

    ‘30대1 별따기’ 명절 알바… “생활비·학비 보태야죠 ”

    음식 조리 등 주부들도 가세 “취업 준비하려고 두 달 전에 서울에 왔습니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명절이라고 고향에 내려가기도 민망해서 단기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 건데, 이것도 경쟁률이 취직 시험 못지않더군요.”2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변준오(25)씨는 영업 시작 전에 매장에 버섯 선물세트를 진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마트 휴무일인 22일을 제외한 8일간 설 명절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선물코너 앞에 계속 서서 고객을 응대하고 재고 수량을 파악해 물품을 진열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도 8일간 44만원(일당 5만 5000원)을 받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거나 차례를 지내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설 명절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데다 겨울방학과 겹쳐 용돈이나 학자금을 벌려는 대학생이 몰려들고 여기에 취업준비생, 주부, 직장인들이 가세한 때문이다. 구인구직 업체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진행한 396건의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에 1만 1786명(온라인 원서 접수만 해당)이 지원해 2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체 관계자는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문자로 지원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일자리는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설 선물세트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이다. 설이면 물량이 몰리는 택배 등 물류 분야에서 짐을 나르는 일도 많다. 그러나 워낙 체력이 많이 소모돼 ‘극한 알바’로 분류된다. 차례상 배달이나 떡·한과 제조 일자리 등 이색 알바도 종종 찾을 수 있다. 판촉행사 대행업체 관계자는 “설이 다가오면 출시 상품과 고객이 급증해 기존 직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일부 유통업체는 귀향하는 직원을 대신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모집 대행업체 관계자는 “시급이 조금 높은 아르바이트 자리에는 50통이 넘는 지원서와 문자, 전화가 온다”며 “방학 기간에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벌어 보려는 대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주부나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마트에서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판매하던 손모(53·여)씨는 “집안 사정으로 연휴에 고향에 가지 않게 됐다”며 “긴 연휴 동안 노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다 보니 탈락자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한다. 대학생 최모(21·여)씨는 “부모님이 등록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방학 동안 몇 개월치 생활비라도 벌어 놔야 한다”며 “단기 알바라도 하려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지원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버섯에 치매 예방 효과 있다…11종 확인(연구)

    버섯에 치매 예방 효과 있다…11종 확인(연구)

    일부 버섯에 치매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전문 사이언스데일리는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 연구진이 식용버섯과 약용버섯 총 11종에 함유된 화합물에 신경퇴행의 진행을 늦추거나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버섯은 노루궁뎅이버섯(Hericium Erinaceus), 망태버섯(Dictyophora indusiata), 잎새버섯(Grifola frondosa), 흰목이버섯(Tremella fuciformis), 송이버섯의 일종(Tricholoma sp.), 계종버섯(Termitomyces albuminosus), 호랑이젖버섯(Lignosus rhinocerotis), 번데기동충하초(Cordyceps militaris), 느타리버섯의 일종(Pleurotus giganteus), 영지버섯(Ganoderma lucidum), 자흑색불로초(Ganoderma neo-japonicum)로 총 11종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버섯에 뇌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노화 관련 질환의 원인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버섯은 기존 연구에서도 항산화, 항종양, 항바이러스, 항암, 항염증, 항균, 항당뇨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연구진은 항염증 특성을 가진 버섯은 신경퇴행성질환 등 여러 노화 관련 만성질환에 기여하는 고혈압을 막는 기능성 식품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버섯의 항치매 활성 화합물과 약리학 검사 결과와 관련한 과학적인 정보를 조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총 11종의 식용버섯과 약용버섯을 선택해 실험 쥐와 그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각 버섯은 특정 뉴런(뇌 신경세포)의 성장과 유지, 증식, 그리고 생존을 조절하는데 주로 관여하는 신경성장인자(NGF)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영향은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운동 및 감각 신경망인 말초신경의 재생을 촉진했다. 연구진은 이들 버섯은 신경성장인자(NGF)의 생성을 촉진하므로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로부터 뉴런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일부 버섯에는 뇌의 건강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약용버섯으로 쓰이는 번데기동충하초는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가 있어 뉴런의 사멸은 물론 기억 손실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궁뎅이버섯도 가벼운 인지 손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주로 차(茶)로 달여 마시는 영지버섯은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뇌와 인지 건강에 관한 버섯의 효과는 여전히 다른 식물과 약초보다 연구에 있어 초기 단계라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기존 연구는 인지 기능을 향상하는 것으로 밝혀진 빙카(페리윙클)와 인삼이라는 두 약초에 중점을 뒀다. 또한 학자들은 로즈마리에서 향을 내는 활성 에센셜 오일(방향유) 중 하나가 특별한 정신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속도와 정확성을 향상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삼파스 파르타사라티 박사는 “심혈관계 질환과 암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식품 성분에 관한 연구논문과는 대조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음식에 중점을 둔 연구는 극히 적다”면서 “이 연구는 신경보호 작용을 가진 더 많은 식재료를 확인하기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치매와 기타 관련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건강에 좋은 첨가물을 함유하고 의학 효과가 있는 식품을 계속 탐색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약용 식품 저널’(Journal of Medicinal Food) 최신호(1월1일자)에 실렸으며 자세한 내용은 오는 2월 24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사진=Journal of Medicinal Food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치솟는 물가 ‘비상’] 무 한 개 담은 설 장바구니… “딱 조상님 드실 만큼만”

    [치솟는 물가 ‘비상’] 무 한 개 담은 설 장바구니… “딱 조상님 드실 만큼만”

    “딱 차례상에 올린 만큼만 사려고요. 아무리 비싸도 탕국에 무 빼고, 전에 계란 옷 안 입힐 수 있나요.” 17일 경기 부천 역곡상상시장에서 장을 본 이정숙(65)씨의 말이다. 그의 장바구니에는 1만 2000원 주고 산 계란 한 판과 지난해 설보다 두 배 오른 무 한 개가 담겨 있었다. 연초부터 껑충 뛴 물가 탓에 설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다. 한국소비자원이 설을 2주 앞둔 지난 13일 차례상에 오르는 25개 식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평균 8.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재배면적이 줄고 태풍 피해를 본 무값이 2592원으로 지난해(1262원)보다 105.4%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지난여름 폭염으로 값이 급등한 배추는 41.1%,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을 받은 계란은 15.8% 올랐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값도 각각 8.6%, 6.2% 상승했다. 4인 가족 기준의 설 상차림 비용은 전통시장이 19만 3504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백화점이 29만 2680원으로 가장 비쌌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3만 5782원, 대형마트는 21만 3323원이었다. 품목별로 소고기와 고추, 버섯, 마늘은 전통시장이 더 저렴했고, 돼지고기와 배추, 시금치, 부침가루는 대형마트가 더 쌌다. 앞서 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28개 설 성수품 가격을 조사했는데 전통시장은 25만 4000원, 대형마트는 34만 1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1%, 0.9% 올랐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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