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버섯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딜러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905
  •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김미정 옮김/알마/560쪽/1만 9800원지난 200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사건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도쿄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에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부동산업자인 48세 남성 오바라 조지. 김성종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인 이민 2세대였다. 사건 자체야 단순했지만, 이면에 뭔가 거대한 배경이 웅크리고 있음을 직감한 저자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건의 배경을 추적했다. 책은 피해자의 삶 등 여러 일을 들춰보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무래도 범인이 한국인 2세라는 것이 가장 관심이다. 오사카 최고의 갑부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오바라는 버블 경제의 호황 속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했다. 동시에 그의 사생활도 비뚤어져 갔다. 그의 집에선 각기 다른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담긴 150개의 비디오테이프와 노트 등이 발견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1000개부터 4800개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법정에는 40개가 제출됐다. 일본 법정에선 자백을 중시한다. 그러나 오바라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이 한 말이 걸작이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자백을 하는데…, 오바라 조지는 일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범인의 집까지 찾아갔으면서도 소득 없이 돌아선 무능함을 감추려다 보니 어이없이 인종적 편견까지 드러내고 만 셈이다. 저자는 일본 경찰이 오바라에게 피해를 당한 호스티스들의 고발에 진작 귀를 기울였더라면 루시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들이 외국인이거나 혹은 ‘불건전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오바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여러 건의 살해와 강간 혐의가 걸린 그의 판결에서 루시에 대한 살해 혐의만큼은 무죄였다. 그는 72세가 되는 2030년 이전에는 풀려나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저자의 표현처럼 오바라 조지는 분명 사회의 음지에 돋아난 “뒤틀린 검은 나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대학살, 버블 경제와 함께 독버섯처럼 자라난 일본 풍속 산업의 기괴한 실태, 일본의 어두운 과거와 이방인들의 분열된 삶, 관료 조직의 무능과 안일함 등 거대하고 음습한 배경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를 뭉뚱그려 이렇게 통박하고 있다. “오바라의 혈통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롯데홈쇼핑, ‘천사데이’로 소외계층에 따스함을…‘희망수라간’으로 지역사회에 빛을

    롯데홈쇼핑, ‘천사데이’로 소외계층에 따스함을…‘희망수라간’으로 지역사회에 빛을

    롯데홈쇼핑은 업(業)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별 소외계층의 특성에 맞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매월 하루를 ‘천사데이’로 지정하고, 당일 주문 건당 1004원을 적립해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나눔릴레이’를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 마련 및 지속 운영 가능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것. 단순 기부와 같은 일회성 활동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까지 연계하며 진정성 있는 나눔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롯데홈쇼핑은 본사가 있는 영등포구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해당 지역에 기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펼쳐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각종 밑반찬을 만들어 지역 내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는 나눔 활동이 대표적이다. 영등포구는 저소득 계층이 3만 2000여명에 달하고 그 중 독거노인은 1만 2000명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아 식사 지원과 안부 확인이 절실한 지역이다. 이에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롯데홈쇼핑 반찬 나눔 활동은 영등포 지역 사회의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2016년부터는 전용 조리시설 ‘희망수라간’을 건립하고 더욱 활발하게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희망수라간은 영등포구의 자원봉사자들이 장소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상시 밑반찬을 만들 수 있게 하려고 영등포구청 내에 마련한 전용 조리 시설이다. 기존에는 자원봉사단이 반찬 만들기 활동을 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교회, 마을 공터 등을 돌아다니며 매번 장소를 섭외해야 했고 위생관리와 식자재 보관도 어려웠다. 비바람이나 무더위, 한파 속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등 날씨의 제약도 많아 자원봉사자 확보도 쉽지 않았다. 롯데홈쇼핑은 영등포구청,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자원봉사를 위한 전용 공간을 구축하기로 하고 영등포구청 별관의 낡은 창고를 활용해 조리 공간을 만들었다. 사회복지협의회와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반찬 만들기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희망수라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롯데홈쇼핑은 희망수라간을 건립하기 위해 2015년 6월 ‘천사데이’ 나눔 방송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금 6000여만원을 전달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1억 4000만원을 지원했다. 희망수라간은 매월 2~3회 영등포 관내 무의탁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09회 반찬 나눔 봉사를 하고, 1만 4000여개의 반찬을 만들어 영등포구 소외계층에 전달했다. 지난 7일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설맞이 음식을 만들어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200가구에 직접 전달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으로 구성된 샤롯데봉사단 20여명이 참여해 떡국을 비롯해 표고버섯전, 애호박전, 삼색나물 등 설 명절 음식을 직접 조리해 각 가정에 배달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또한 설음식과 생필품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손편지도 함께 전달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희망수라간은 기업과 지자체, 마을 주민이 함께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거듭나며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주최하는 ‘2017 서울시 희망과 나눔의 합창’ 행사에서 사회공헌 우수 기업으로 서울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희망과 나눔의 합창은 한 해 동안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시민·기업을 뽑아 공적을 알리는 행사다. 희망수라간이 진정성, 전문성, 사회적 가치 등의 심사기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 롯데홈쇼핑 이완신 대표이사는 “희망수라간은 기업과 지자체, 주민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영등포 지역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냈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나눔 활동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4차산업 이끌 자격증 따세요

    4차산업 이끌 자격증 따세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사 등 국가기술 자격증 12개를 내년부터 신설한다.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제4차 산업혁명 대비 국가기술자격 개편방안’ 내용 중 일부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 분야인 로봇 부문 전문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로봇기구개발기사,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사, 로봇하드웨어개발기사 등 3개 종목을 새롭게 만든다. 소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로봇기구개발기사는 로봇 구조와 주변 장치 등 로봇의 외형과 관련된 장치를 설계·제작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로봇하드웨어개발기사는 로봇 센서 신호처리 설계 등 로봇 기구를 작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유지·보수하는 능력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시행 시기는 내년 1월이다. 산업부 소관으로 바이오화학제품을 제조하는 실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 자격도 신설한다. 바이오화학제품제조기사(현 생물공학기사)의 하위 자격이며 바이오화학제품의 품질관리 등에 대해 평가한다. 그간 해당 자격이 없었던 떡제조기능사 자격도 신설한다. 떡 제조 관련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전통 산업의 계승·발전을 위해서다. 또 보석 감별과 다이아몬드 감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석감정산업기사와 보석디자인산업기사 자격도 만든다. 이 밖에 가구제작산업기사, 화훼장식산업기사, 버섯재배산업기사, 방재기사, 환경위해관리기사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세탁기능사 등 22개 종목에 대해선 현장직무(NCS) 중심으로 개편한다. 현실과 맞지 않았던 시험과목명과 실기시험 방법 등을 개편하기 위해 산업현장 의견을 들었다. 예를 들어 ‘생물공학기사’ 종목 명칭은 산업현장 경향을 반영해 ‘바이오화학제품제조기사’로 바꾸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2020년 1월이 목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색깔·윤기를 잡아라…명절 고기·과일 고르기 ‘꿀팁’

    색깔·윤기를 잡아라…명절 고기·과일 고르기 ‘꿀팁’

    설 명절을 맞아 고기와 과일을 효과적으로 고르면 맛과 영양까지 챙길 수 있다. 15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는 꼭지 반대편 부위가 담황색으로 녹색기가 빠진 것을 선택하고 들었을 때 묵직하고 만졌을 때 단단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 배는 전체적으로 맑고 투명하며 꼭지 반대편 부위에 미세한 검은 균열이 없어야 한다. 감은 얼룩이 없고 둥근 사각형 모양이 제대로 잡힌 것이 좋다. 특히 구입한 과일 중 사과는 따로 보관해야 한다. 사과는 성숙 촉진 호르몬인 에틸렌을 많이 발생시켜 배와 감의 연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과일에는 다양한 건강기능성분도 포함돼 있다. 우선 사과 껍질에는 셀룰로오스와 펙틴이 함유돼 있어 장 내 유익한 세균을 증식시켜 소화를 돕고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배에는 90%에 가까운 수분과 당분, 아스파라긴산이 들어있어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감의 황색 베타크립토잔틴은 암을 예방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고, 탄닌은 고혈압과 뇌졸중을 억제하며 혈중 지질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고기는 찜, 탕, 전 등 요리법에 따라 적당한 부위를 선택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구이용 갈비는 선명한 선홍색을 띠면서 마블링이 적당히 있고 근막이 적어야 좋다. 고깃결을 보면서 직각으로 칼집을 넣어주면 더 연하게 먹을 수 있다. 찜용 갈비는 지방과 힘줄이 많지 않은 것을 선택하고 근막은 요리 전에 없앤다. 갈비의 힘줄은 구우면 단단하고 질기지만 삶으면 부드러워져 갈비 특유의 좋은 맛을 낸다. 탕국의 깊은 맛은 근막에서 나온다. 근막은 근육을 지탱해 주는 결합 조직으로 질기지만 푹 고거나 오랜 시간 끓이면 깊은 감칠맛을 낸다. 탕국은 소고기 사태나 양지 등 국거리용 부위를 사용하는데 선홍색의 살코기와 지방, 근막이 적당히 있는 것을 선택한다. 산적이나 꼬치는 저지방 부위가 알맞다. 우둔이나 설도처럼 지방이 적은 부위를 고르되 얇게 썬 다음 고깃결과 직각으로 칼집을 내는 것이 좋다. 근육이 질길 수 있으므로 배나 키위 같은 과일을 섞어 양념하면 육질을 연하게 할 수 있다. 육원전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져 만든다. 저렴한 앞다리나 뒷다리 부위의 근막은 제거하고 살코기만 갈아서 넣어도 양파나 버섯 등 수분이 많은 채소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퍽퍽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남은 소고기는 반드시 4도 이하에서 보관하고 공기가 직접 닿지 않도록 포장해야 수분 증발을 막아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냉동 보관할 경우 비닐 랩으로 여러 겹 밀착 포장하고 냉동용 지퍼 백에 넣어 공기를 최대한 빼면 겉이 말라 색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저장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식음료 설특집] 살 덜 찌는 웰빙 건면… 백종원도 ‘엄지 척 ’

    [식음료 설특집] 살 덜 찌는 웰빙 건면… 백종원도 ‘엄지 척 ’

    ‘살 덜 찌는 건면도 일반 라면 면발처럼 맛있게 즐기세요.’농심은 업계 최초로 발효숙성 제면기술로 기존 건면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건면새우탕’을 내놓았다. 튀기지 않아 칼로리가 낮은 건면의 장점은 그대로 지키면서, 면과 국물의 조화를 높였다. 다이어트와 웰빙 열풍을 타고 건면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8.4%에 달하고 지난해 시장규모는 923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건면 제조사들은 오랜 고민거리가 있었다. 다름 아닌 ‘면과 국물의 어울림’이다. 튀기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 자연스럽게 공기구멍이 생기는 유탕면과는 달리 건면은 면의 표면이 매끈해 국물이 면에 잘 배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심은 가운데 구멍을 뚫은 중공(中空)면, 십자(十字)면 등 다양한 형태의 건면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면의 형태가 아닌 반죽단계부터 새로운 면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숱한 도전을 거듭하던 중 빵에서 힌트를 얻었다. 1년이 넘는 연구 끝에 효모의 적당 투입량과 온도, 시간 등 발효조건을 찾아냈고 업계 최초로 발효숙성면을 만들어 냈다. 농심은 국물로 새우탕을 선정했다. 대중적인 얼큰한 국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에서다. 깊고 진한 해물 맛을 배가시키기 위해 건더기수프에 홍새우를 통째로 넣었다. 한 봉지당 6마리 내외 들어 있는 홍새우와 청경채, 표고버섯 등의 건더기가 들어가 국물 맛을 살리는 것은 물론 씹는 재미까지 준다. 농심은 최근 건면새우탕 요리전문가 백종원을 발탁해 방송광고에 들어갔다. 직접 건면새우탕을 맛보고 평가하는 콘셉트이다. 실제 광고 촬영장에서 백종원은 건면새우탕의 면과 국물맛을 칭찬하며 맛있게 먹었다는 후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오리백숙 통통, 능이버섯 솔솔, 한겨울 땀 줄줄

    [公슐랭 가이드] 오리백숙 통통, 능이버섯 솔솔, 한겨울 땀 줄줄

    정명된 지 1260년이 되는 김포는 대한민국 평화문화1번지를 지향하는 활기찬 도시이다.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로 한강신도시와 원도심에 걸쳐 맛집이 즐비하다.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음식마니아들에게 한겨울 추위도 이겨내는 김포의 대표 보양식 맛집을 소개한다.# 몸 안에 독소 싹 ‘천여사네 능이버섯 오리백숙 ’ 한강신도시 장기동에 한겨울 추위 속 온몸에 땀을 줄줄 내는 보양식이 있다. 백숙을 먹는 동안 땀을 쫙 빼주면서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 준다. 독특한 향과 맛으로 승부하는 귀한 재료인 능이버섯이 오리와 닭을 만났다. 건조한 능이는 버섯향이 더 강해진다. 익히면 검은색으로 변하는 육질맛의 능이버섯은 오리백숙을 찾는 이들을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으로 사로잡는다. 능이버섯에 엄나무와 칡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기본으로 모든 메뉴가 제공되는 게 특징이다. 주인장인 천 여사가 국산 재료를 이용해 손수 만들어내는 가정식 밑반찬이 일품이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반찬이 나온다. 그중 고소한 맛이 나는 오징어젓갈은 강원도 주문진에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담는다. 정갈하게 나오는 반찬 가운데 양파무침과 능이전에 손길이 간다. 또 1년 365일 열무김치가 제공되고 능이버섯을 갈아서 찹쌀과 버무린 능이전은 침샘을 자극한다. 갓 채취해 한입 베어문 듯 입안에 퍼지는 버섯향이 일품이다. 지난해 김포맛집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백숙 종류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오리능이 버섯백숙은 5만 5000원, 토종닭 능이버섯백숙은 5만 3000원이다.# 야들야들 잡내 없는 ‘청원흑염소’ 한번 맛보면 단골이 돼 다시 오고, 데리고 온 사람들이 또 단골이 돼서 찾아오는 보양식이다. 이곳은 김포 통진읍 귀전리에 있는 일명 ‘정자매 흑염소’라고도 불린다. 식용육으로 딱 좋은 6개월 키운 12~17㎏짜리 중간 암컷만 사용한다. 육질이 부드럽고 냄새도 거의 안 나게 요리하는 게 비법이다. 특히 고기를 푸짐하게 주고 국물은 엄청 진해서 몸보신 제대로 하는 곳이다. 먼저 고기에 염소뼈와 소뼈, 칡줄기와 솔잎을 넣고 고기를 6~7시간 동안 푹 삶아낸다. 삶은 고기는 손으로 직접 찢어 준비한다. 육수는 아주 진한 국물이 돼 식으면 묵처럼 변한다. 염소전골은 부추와 깻잎·대파·팽이버섯과 새송이버섯 등 야채를 듬뿍 넣는데 한겨울에는 봄동을 넣어 단맛을 낸다. 야채만 익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데, 찍어 먹는 양념장은 들깻가루와 간마늘에 사이다·배즙을 혼합한 초고추장 재료가 들어간다.기본 반찬도 양파·고추·깍두기 등 8가지가 나오는데 청양고추를 쪄 말려 찹쌀가루에 묻혀서 기름에 튀긴 고추부각이 눈길을 끈다. 전골을 다 먹고 나면 볶음밥으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배를 채워준다. 염소육을 꺼리는 분들을 위해 순댓국밥과 소머리국밥이 준비돼 있다. 여성분들끼리도 많이 찾아온다.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아 자가용으로 와야 하는 게 좀 불편하다. 박제관 (김포시 문화예술과 평화문화팀장)
  • [퍼블릭 뷰] 옛 소각장서 피운 문화예술의 꽃… 방치공간 새 숨결, 지역명소로 새생명

    [퍼블릭 뷰] 옛 소각장서 피운 문화예술의 꽃… 방치공간 새 숨결, 지역명소로 새생명

    경기 부천에 의미 있는 문화시설 한 곳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쓰레기 소각장을 ‘업사이클링’하여 ‘부천아트벙커 B39’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융복합 문화예술공간이다. ‘B39’는 소각장 벙커 높이 39m를 상징하는 뜻으로 붙여졌다.# 융복합 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 ’ 준공 눈앞 ‘B39’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작은도서관을 품은 레스토랑, 팝업스토어, 외부 공간의 나무 숲 등으로 조성됐다. 1995년부터 하루 200t의 폐기물을 처리하다 2010년 가동을 중단했다가 이후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안은 채 방치됐던 쓰레기 소각장이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생됐다. 낙후된 원도심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문화명소로 변신하는 반전의 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새로 산 물건도 낡아지듯이, 도시도 건물도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되고 낡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허물고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천시는 용도폐기되거나 수명을 다한 공공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있는 상태에서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다. 이른바 창조적 재생사업들이다. 부천시의 도시재생 사례는 이미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0년 동안 부천시에 수돗물을 공급했던 5만 2000여㎡ 부지의 여월정수장은 2003년 시설폐쇄 후 그린벨트에 묶여 10여년간 방치됐던 낡은 폐허공간이었다. # 새 건물보다 상상력 덧입혀 시민 공간으로 창조 부천은 방치된 폐정수장을 시민·전문가·행정이 함께하는 융합행정 추진을 통해 살아 있는 도시농업공원으로 변모시켰다. 현재 버섯재배를 비롯해 양봉· 원예 등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버려져 있던 산꼭대기 배수지를 리모델링해 도심 속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으로 조성한 일과 콘크리트 복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한 일, 혼잡하고 불결했던 전철역 광장을 사람 중심 광장으로 개선한 점 등 인내심을 갖고 지속 추진한 사업들이 삭막했던 도시환경을 창의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시민 삶의 질을 보다 충실히 담아내고 지역이 가진 제반의 물질적·문화적 여건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합·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도시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작업을 말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익히 알고 있듯, 기차역을 다시 살린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과 독일 함부르크의 반호프미술관, 화력발전소가 변신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갤러리, 조선소와 공장이 가득했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성공사례는 재생과 창조의 미학을 논하기에 손색이 없다. # 공공시설물에 그치지 않고 민간으로 확대 기대 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도시재생 사업들은 여러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일정 부문 성과도 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공공시설물에 국한되거나 사업주체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쇠락해 가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기능을 잃어 방치된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발상의 전환이 일궈낸 창조적 재생의 기적들이 민간영역을 넘어 개개인 생활공간으로까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 강원 산골마을 ‘미니 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지구촌의 중심이 된 강원 산골마을들이 경쟁적으로 ‘문화행사’를 펼치며 ‘올림픽 속 미니올림픽’으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방림면 계촌5리, 내일 ‘올림픽 웰컴 파티’ 9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산골마을에서 파티를 열고 시골 초등학생들이 참가국별 소품을 만들어 공연을 펼치는 등 강원 곳곳에서 ‘미니 문화올림픽’이 펼쳐진다. 해발 700m, 인구 200여명의 평창 방림면 계촌5리 주민들은 11일 저녁 7시부터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올림픽 웰컴 파티’를 연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 펜션들이 모인 계촌마을은 보타닉가든에서 민요와 기타공연, 노래 부르기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치맥’(치킨+맥주)과 전통 과자인 한과 등도 준비한다. 마을 주민들과 펜션에 머무르는 내외국인 모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계촌마을은 펜션들이 밀집해 올림픽 기간 17개국 40여명이 예약했다. 유성혁 계촌5리 이장은 “작은 산골마을이지만 마을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 가족처럼 화합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0곳, 1학교 1국가 문화교류행사 강원 산골마을 40개 초등학교는 12일 강릉올림픽파크에서 1학교 1국가 문화교류행사를 축제 프로그램 형식으로 펼친다. 학생들은 미국(화천 실내초교), 뉴질랜드(양양 인구초교), 노르웨이(영월 옥동초교), 터키(삼척 삼척초교), 일본(정선 벽탄초교) 등 올림픽 참가국들과 교류하며 국가 특색에 맞는 응원 주제를 스스로 정해 공연한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짝을 이룬 참가국들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나름대로 독특한 공연들을 준비했다. 옥동초교 학생들은 노르웨이가 있는 스칸디나비아 산지의 꽃과 버섯을 본뜨고, 신화 속 존재인 ‘트롤’을 표현하는 의상과 응원도구를 제작했다. 학생들은 “트롤의 불꽃 마법을 표현한 훌라후프를 들고 노르웨이 선수들을 응원하면 선수들이 마법 힘을 받아 꼭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인구초교는 뉴질랜드의 해양자원으로 상상 속 얘기를 만들어 독특한 해양 생물들을 탄생시켰다. 강석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사무관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뜻깊은 이유는 자기들만의 이야기로 응원을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동 음식·김장 체험 ‘강릉 푸드 페스티벌’도 올림픽 기간 영동지역의 음식과 김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강릉 푸드 페스티벌’도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다. 푸드 페스티벌은 산과 들, 바다의 향기를 더한 강릉 음식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작은 음식 축제로 ‘솔향 담은 강릉 상차림’ 등 특별전시가 곁들여진다. 강릉 칠성산과 솔향수목원에서는 올림픽 기간 문화테마파크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이 펼쳐진다. 산을 주제로 선보이는 칠성산 청산별곡은 겨울, 밤, 산행의 세 가지 요소를 체험하게 하며 산의 신비한 힘을 느끼게 해 준다. 정선 아리랑센터에서는 10일부터 16일까지 한·중·일 3개국의 전통극 초청공연이 열린다. 2018 평창에 이어 2020 도쿄, 2022 베이징으로 연계되며 올림픽 개최국들의 교류와 문화 협력을 기원한다. 임형택 연출가는 “가까우면서도 먼 다소 어색한 이웃 국가들 간 작지만 알찬 문화 활동을 함께 하며 우정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민지 평창군 방림면사무소 주무관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작은 축제들이 줄줄이 열려 이름 없는 산골마을들이 세계 속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청와대 설 선물, 사회 배려계층 대거 포함 “MB에게도 발송”

    청와대 설 선물, 사회 배려계층 대거 포함 “MB에게도 발송”

    청와대는 31일 설 선물 발송 대상자 1만여 명에 포항 이재민과 중증장애인, 독거 어르신, 위탁보호 아동 등 나눔이 필요한 이웃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밝혔다. 설 선물을 받게 될 1만여 명 중 6200여 명이 사회 배려계층인 점이 눈길을 끈다.청와대는 이외에도 각계 주요인사, 애국지사·보훈 가족·유공자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설 선물을 보내며,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받을 자격이 박탈돼 설 선물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최전방에서 국토를 수호하는 독도경비대원, 명절에 근무해야 하는 소방관, 지역의 자발적 봉사자·혁신가에게도 보내지며 설 선물은 개정 전 ‘청탁금지법’ 금액 기준인 5만원으로 단가를 맞췄다. 메뉴는 평창 감자술(서주·薯酒)과 경기 포천 강정, 경남 의령 유과, 전남 담양 약과, 충남 서산 편강(생강을 얇게 저민 후 설탕에 조려 말린 것) 등으로 구성됐다. 강원 평창에서 생산되는 청주인 감자술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포함됐고 불교계 등 종교계와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보낼 때는 표고버섯으로 대체된다. 이번 설 선물에 감자술이 포함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설 선물과 함께 ‘새해는 나누고 살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상식이 되는 해로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청와대는 설 연휴를 맞아 내수 활성화와 나눔 행사에 솔선수범하기 위해 직원들의 맞춤형 복지 포인트로 1억6000만 원어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설 연휴 때 주변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농·축·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어 우리 농·축·수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판매촉진과 소비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청와대 직원들은 중증장애인 요양원과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을 방문해 자원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필리핀 마욘화산 대폭발 임박…시뻘건 용암 분출

    필리핀 마욘화산 대폭발 임박…시뻘건 용암 분출

    필리핀 중부 알바이 주에 있는 마욘 화산의 대폭발이 임박하면서 현지 주민 5만 6000명이 대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3일 필리핀 현지 언론와 AP통신에 따르면 마욘 화산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3㎞ 상공까지 분출해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한 데 이어 시뻘건 용암도 700m 상공까지 치솟는 등 폭발 징후가 한층 뚜렷해졌다. 필리필 재난당국은 마욘 화산이 수시간에서 수일안에 격렬하게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는 전날 마욘 화산에 대한 경보 수위를 3단계(위험한 폭발 경향 증가)에서 4단계(위험한 폭발 임박)로 상향했다. 알바이 주는 주민 접근을 차단하는 위험지역을 화산 반경 8㎞에서 9㎞로 넓혔다. 한 대피소에서는 80대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바이 주 레가스피 공항과 나가 공항이 폐쇄됐고 이 지역을 지나는 비행기 운항도 금지됐다. 인근 카마리네스 수르 주까지 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일부 도시와 마을이 잿빛으로 뒤덮였다. 재난 당국은 방진 마스크 3만여 개, 쌀 5천 포대, 식수, 의약품 등 구호품을 대피소에 공급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마욘화산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필리핀에서 마욘화산은 22개 활화산 가운데 하나로, 지난 500년간 약 50차례 폭발했다. 2013년에는 마욘화산이 폭발해 외국인을 비롯한 등산객 5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1814년에는 최악의 마욘화산 폭발로 1천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린벨트 이행 강제금 유예 불법 단속은 뒷짐 진 지자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유리온실이나 버섯, 콩나물 재배사 등으로 사용승인을 받은 뒤 물류창고나 음식점 등으로 임대하는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이행강제금 징수가 또다시 3년간 유예되자 지방자치단체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단속업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고, 주춤했던 토지주들의 불법행위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회가 지난해 12월 이행강제금 징수를 2014년에 이어 또다시 3년 유예하자 지난 5일 ‘이행강제금 징수 유예와 관련한 업무처리요령’을 광역지자체에 통지했다. 광역지자체는 시·군·구에 통지했고 경기 시흥시와 하남시 등은 징수 유예 대상 및 신청 방법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들 지자체는 “이행강제금 징수는 2020년까지 3년간 유예하지만 새로운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에는 징수 유예가 자동 취소된다”고 안내했다. 또 “2014년 12월 31일까지 징수 유예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부과된 이행강제금을 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후 건축허가를 받아 불법 용도변경한 시설은 징수 유예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으로 서울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심지어 마찰을 우려해 그린벨트 단속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0건 이상 불법 임대가 이뤄진 하남시는 징수 유예 대상 신청 건수가 33건에 불과하지만, 추가로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허가 목록을 건축부서에서 받게 되면 대상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징수 유예 신청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덕양구는 단속부서가 허가나 신고된 경우가 몇 건인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 직원은 “법에 일관성이 없으니 불법행위자와 싸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원장은 “이행강제금 징수 유예가 예상된 이후 불법 용도변경 사례가 다시 늘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행정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법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홍윤화, 결혼 앞두고 다이어트 선언..식단 보니 “잘 모르겠네요”

    홍윤화, 결혼 앞두고 다이어트 선언..식단 보니 “잘 모르겠네요”

    개그우먼 홍윤화의 다이어트 식단이 공개됐다.14일 홍윤화의 룸메이트인 SBS 개그우먼 윤효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울집 대지가 요즘 다이어트를 합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길래 서운했습니다. 왜냐면 윤화가 ‘앞으로 맛있는 거 같이 못 먹어.. 윤효동..’ 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가 갑자기 너무 안 먹으면 쇼크 온다고 걱정하듯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긴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라는 글과 함께 홍윤화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홍윤화의 다이어트 식단은 닭가슴살과 버섯, 토마토, 사과 등이 듬뿍 올라간 푸짐한 샐러드와 1리터 우유 한 팩에 버금가는 크기의 아메리카노였다.윤효동은 “샐러드. 두 손으로도 안 가려지는 한 바가지 먹는 중. 저 정도 양이면 족발 소자 시켜먹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요”라며 “윤화야 이럴거면 나랑 그냥 삼겹살 무한리필 집 가서 배터지게 먹자..”라는 글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윤효동은 “나는 왕따다. 삼겹살 같이 먹을 홍윤화가 없는 왕따다. 이럴바엔 결혼하지 말고 그냥 계속 나랑 살자”며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홍윤화는 9년째 열애 중인 개그맨 김민기와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린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날로 먹는 요놈…담도암 주범

    [메디컬 인사이드] 날로 먹는 요놈…담도암 주범

    ‘담낭’(쓸개)은 간에서 분비한 담즙(쓸개즙)을 농축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길이 7~10㎝의 작은 기관입니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담즙이 분비되는 통로를 ‘담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은 기관에 암이 생겨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8일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기준 신규 담낭·담도암 환자 수는 6251명으로 전체 암 중 발생률 9위에 올랐습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전체 암환자 수는 1.9% 줄었지만 담낭·담도암은 2.7% 늘었습니다. 남성 환자는 3220명, 여성 환자는 3031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담낭·담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입니다. 2011~2015년 담낭·담도암 5년 상대생존율을 분석했더니 29.1%로 췌장암(10.8%)과 폐암(26.7%)에 이어 생존율 하위 3위였습니다.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합니다. 담낭·담도암 환자 3명 중 1명만 5년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담낭·담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전이가 잘 돼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 담낭·담도암은 여러 원인이 복합돼 발생하기 때문에 발병 원인을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 단위 조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립암센터와 국내 최초로 시·군·구별 암 발생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담도암 환자가 낙동강 유역 인근에 집중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2009~2013년 경남 함안군과 창녕군, 밀양시에서 발생률이 높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기생충인 ‘간흡충’이 담도에 기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위험도를 분석해 보니 간흡충증 기여위험도는 9.4%로 B형 간염(11.9%)과 비슷했습니다.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을 때 감염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담도암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미국, 영국에서는 담낭·담도암 환자 수가 10위권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민물에서 잡은 고기는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최 교수는 “담도암은 간흡충증과 관련돼 동양권에서 발생률이 높다”며 “이런 환경적 요인과 유전 요인, 궤양성 대장염, 담도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담낭암은 담즙이 굳어져 생기는 ‘담석’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서구권에서는 담낭암의 80%가 담석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30%만 영향을 미친다”며 “담낭용종, 담낭의 석회화, 유전, 감염, 발암물질, 약물, 위수술 병력과 같은 위험 요인이 많이 거론되지만 대부분의 담낭암에서 뚜렷하게 원인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담낭·담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낭용종과 담도염, 담석질환 등으로 진단받은 뒤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입니다. 박승우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증상이나 영상 검사 소견을 보고 치료를 권할 때 따르는 것이 좋다”며 “또 간흡충의 원인이 되는 민물회를 먹은 경험이 있다면 검사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병이 있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나마 담낭·담도암이 췌장암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은 췌장암보다 빨리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달과 복통 등 위험 징후가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박 교수는 “담낭암은 담석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던 초기 암을 발견할 때가 많다”며 “또 하부 담도에 암이 있을 때는 황달이 생겨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30~40%에 이를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요법 휘둘리면 치료시기 놓쳐 담낭·담도암을 진단할 때는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 경피경간담관조영 및 담즙배액술(PTBD), 내시경적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활용합니다. 최 교수는 “다른 부위에 발생한 암은 조직 검사가 가능한 데 반해 담낭·담도암은 조직 검사가 대부분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방사선학적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조직 검사 과정 없이 곧바로 수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문제는 폐암, 췌장암에 이어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보니 대체요법에 휘둘리는 환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전체 담낭·담도암 환자의 40~50%만 수술이 가능해 환자의 걱정이 큽니다. 최 교수는 “병이 초기여도 민간 약물 치료나 식이요법으로는 고칠 수 없고 과학적 근거 없이 판매되는 버섯, 미나리 같은 식품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술 뒤에는 최소 2주일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3주부터 서서히 활동을 시작해 3~6개월간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하루 30분 정도의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은 수술 뒤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금주와 금연은 기본입니다. 최 교수는 “수술 뒤 첫 3년은 3~6개월마다, 그 다음 5년까지는 6개월마다, 수술 뒤 5년이 지나면 매년 병원을 방문해 불편한 증상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며 “암이 많이 진행되면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등뼈·해물 한가득 찜…오늘밤 내 입속에 찜!

    [公슐랭 가이드] 등뼈·해물 한가득 찜…오늘밤 내 입속에 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중부해양경찰청 인근에는 이색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국제도시 특성상 이국적 분위기가 풍기는 퓨전 음식부터 젊은 감각의 세련된 식당들이 즐비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경우가 잦다.# 해물뼈찜으로 감칠맛의 본때 보여주는 ‘본때 본 ’ 그 가운데 해경 건너편에 위치한 ‘본때 본’은 흔히 볼 수 없는 음식 조합으로 해경 직원들은 물론 송도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곳은 이름 ‘본(Bone)때’에서 알 수 있듯이 등뼈가 한가득 들어간 감자탕이 주 메뉴다. 송베리아(송도+시베리아)라 불리는 송도의 추위를 한번에 녹여 줄 뜨끈하고 맛 깊은 국물과 통통한 살코기 때문에 연말, 연초 회식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감자탕과 함께 쌍두마차로 인기를 끄는 해물뼈찜은 이 집만의 고유 상품이다. 해물뼈찜은 돼지 등뼈찜 위에 낙지·조개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올려놓고 콩나물, 미더덕 등을 매운 양념에 감칠맛 나게 버무린 육해(陸海) 퓨전 음식이다. 이 집 주인이 어릴 적 어머니가 해줬던 아귀찜에서 착안해 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주얼도 아귀찜과 유사하다. 아삭한 식감의 콩나물과 신선한 해산물의 조합이 일품이라 술잔은 절로 기울여진다. 해산물을 다 먹으면 밑에 있는 푸짐한 등뼈가 등장해 먹는 재미까지 있다.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닭조림 역시 일반 닭도리탕과는 양념 조합이 다르다. 뼈해장국(7000원), 등뼈김치찌개(8000원), 차돌된장찌개(7000원) 등 점심 특선 메뉴도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다. 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다.# 셰프가 한점씩 올려주는 신선 초밥 ‘스시이와 ’ ‘스시이와’는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에 있는 오마카세(주방장이 그날그날 요리를 알아서 내주는 서비스) 전문 스시(초밥)집이다. 송도 내에 오마카세 스시집이 여럿 있지만 스시이와는 고급스럽고 정갈한 일식집 분위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런치 오마카세(4만원)는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알찬 구성으로 송도 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바 9자리와 룸 4개로 장소는 명성에 비해 넓지 않아 이용하고자 한다면 예약이 필수다. 코스는 해초가 들어간 에피타이저로 시작되며 곧바로 버섯과 새우, 은행 등이 섞인 일본식 계란찜 자왕무시가 일본 된장국과 함께 나온다. 이어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셰프가 눈앞에서 사시미를 직접 썰어 한 점씩 플레이트 위에 올려준다. 회는 광어, 참돔, 방어 등이며 직접 갈아 만든 굵은 결정의 고추냉이나 소금에 기호에 맞게 찍어 먹을 수 있다. 사시미를 시식하면 본격적으로 스시가 순서대로 나온다. 참치 등살부터 고등어, 가리비, 성게, 청어, 붕장어, 찐전복 등 10가지 이상의 스시가 제공되며 그날의 신선도나 계절에 따라 구성은 바뀐다. 스시를 먹다 보면 배가 슬슬 차오르지만 끝이 아니다. 후토마키(김초밥), 교쿠(계란카스테라), 우동, 튀김과 함께 디저트까지 제공된다. 런치 오마카세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김밥·라면 사먹기도 부담스럽네

    김밥·라면 사먹기도 부담스럽네

    외식물가 상승률이 5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밥이나 라면처럼 서민들이 자주 찾는 외식 메뉴가 많이 올랐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올해에는 외식비 상승으로 인한 서민 주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였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0.5% 포인트 높은 2.4%를 기록했다. 외식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013년에는 0.2% 포인트(1.5%대1.3%), 2014년 0.1% 포인트(1.4%대1.3%), 2015년 1.6% 포인트(2.3%대0.7%), 2016년 1.5% 포인트(2.5%대1.0%) 등으로 더 높은 상승률을 보여 왔다. 특히 구체적인 품목별로는 서민들이 주로 찾는 메뉴가 상승을 주도했다. 한 끼를 가볍게 때울 수 있는 김밥은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가 넘는 7.8%나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 술인 소주 역시 5.2% 뛰었다. 맥주 가격도 2.5%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소맥’을 먹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또 갈비탕(4.5%), 라면(4.2%), 짬뽕(4.0%), 볶음밥(3.6%), 설렁탕(3.3%), 짜장면(3.2%), 구내식당 식사비(2.8%) 등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뛴 품목이다. 통계청이 분석하는 전체 39개 외식품목 중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은 스테이크(1.9%), 돈가스(1.8%), 비빔밥(1.7%), 생선초밥(1.4%), 치킨(0.9%) 등 16개 품목에 불과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김밥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달걀값이 많이 오르는 등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주 가격도 지난해 초부터 병당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린 곳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달걀값은 43.7%나 인상됐다. 외식물가는 올해도 적잖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저인금 인상의 여파로 각종 서비스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죽 전문점 ‘죽 이야기’는 1일부터 버섯야채죽과 꽃게죽, 불낙죽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KFC가 치킨, 햄버거 등 24개 품목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고]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먹거리 ‘강원 나물밥’/라승용 농촌진흥청장

    [기고]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먹거리 ‘강원 나물밥’/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눈과 얼음의 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보니 대회를 준비하는 강원도는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도록 손길 닿는 곳마다 정성을 쏟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손님을 모시기 전에 집 안팎을 정갈히 닦고 구석구석을 개운하게 쓸어 내는 일은 주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 걸음 마다 않고 찾아 준 손님의 발걸음을 흡족하게 하는 주인공은 역시 소박하지만 맛깔스럽게 차려 낸 음식 한 상이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겠는가. 강원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강원 대표 음식 30선을 선정했다. 강원 ‘나물밥’을 비롯해 강원도 내 각 시·군이 야심차게 내놓은 대표 음식이 총망라돼 있어 음식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미각이 자극된다.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는 물론 원주 뽕잎 황태밥, 강릉 감자옹심이, 동해 생선찜, 속초 닭강정, 홍천 화로 숯불구이, 횡성 한우구이, 평창 황태구이, 정선 곤드레밥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이지만 특히 나물밥은 강원도 농업기술원이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개발하고, 자신 있게 선보인 국가대표급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는 나물밥을 관광 상품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전문음식점 60곳을 연내에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말로만 듣던 강원 나물밥을 직접 맛볼 기회가 있었다. 농촌진흥청 블로그 기자단과 함께 강원도 강릉과 양양, 횡성을 돌며 솜씨 좋은 농가맛집의 건강한 밥상을 마주했다. 농가맛집이란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에 그 고장 음식문화의 스토리를 입혀 향토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한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이다. 우리가 찾은 횡성의 ‘오음산 산야초 밥상’과 양양의 ‘달래촌’, 강릉의 ‘서지초가뜰’은 모두 농가맛집이면서 강원 나물밥 전문음식점으로 선정된 곳이다. 서로가 품은 이야기는 달라도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이 내어 주는 대로 절기에 맞게 치유 밥상을 차려 내는 솜씨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식이섬유 함량과 항산화 활성이 뛰어난 4가지 나물(곤드레, 참취, 곰취, 어수리)과 표고버섯이 차진 밥과 조화롭게 섞인 나물밥은 ‘강원도의 맛’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향긋했다. 특히 강원 양양의 ‘달래촌’은 나물밥 외에도 원적외선 찜질방과 한방치료실을 갖춘 ‘몸마음치유센터’를 열고 몸과 맘, 삶을 달래고픈 이들을 위해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별도의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비교적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하기에도 좋을 듯싶다. ‘좋은 음식은 약이 된다’는 뜻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고유의 효능과 기능이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는 일이 곧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얘기다. 평창을 찾는 외국인이나 국내 여행객이 강원도의 청정설원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열기와 함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우리 전통 농가밥상의 숨은 진미를 느껴 봤으면 한다.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가난 포르노 (최고나)

    무대 쪽방촌 느낌의 골방. 원근감을 주기 위해 사선으로 놓인 방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관객석에서 앞쪽 방은 들어찰 곳 없이 빽빽한 쓰레기(보기에 따라서 생활용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가 들어차 있으며 몸 하나 간신히 뉘일 정도로 좁은 공간이 쌓아 놓은 물건들을 중심으로 둥그렇다. 그 옆방은 그에 비해 제법 집의 형태를 갖추었다. 티브이도 있고 버너도 있고 조그만 냉장고와 작은 침대도 있다. 앞쪽 방 위쪽으로 CCTV가 연결되어 있다. 그 화면은 뒷방 티브이를 통해 볼 수 있다.남자, 휴대폰을 귀에 대고 옆집을 살피는 듯 창밖을 힐끔 본다. 남 (통화 중) 모르긴 해도 강남에 빌딩 두어 채는 가지고 있을 거라니까. 구라 아니야. 몇 달간 이 몸이 뭐빠지게 고생해서 알아낸 거지. 원래 있는 사람들이 지 꺼 꽉 쥐고 안 쓰잖아. 그 할매 골골거리는 꼴이 길어봐야 두 달이야, 두 달. 두 달 후면 여기 청산하고 우리 가족 넷이서 알콩달콩…. 만삭의 여, 양손 가득 짐을 가지고 들어선다. 손이 모자라 휴대폰은 어깨로 귀에 댄 채다. 여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남 얘기 다 끝났잖아.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그냥 우리 지금은(여자의 배 내려다 보며) 알콩이랑 달콩이만 생각하자. 여 알콩하고 달콩한 그 기간이 두 달 남았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구? 남 그럼! 당연하지! 여 (짐 내려놓고) 당연은 무슨! 지금 상황만 봐도 그래. 너랑 나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살펴봐도 삼시세끼 꼬박 챙겨 드셔, 새벽기도 빠짐없이 참석하셔, 아침마다 정정하게 일 나가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너랑 알콩달콩인데? 남 너 오빠, 못 믿어? 여 응. (사이) 그러다 천수해로 하면 어쩌려고? 남 확실하다니까. 걷는 폼이 골골한 게 먹는 약도 확연히 늘어났고, 새벽에 잔기침도 엄청나게 심해졌어. 길어봐야 올해 설까지야. 여 그래도…. 남 (여자의 말 막으며) 어쩔 수 없잖아. 여 (흘겨보며 짐 내민다) 이거나 받아. 남 (물건 받아들며) 이게 뭐야? 생활비도 없다면서. 여 복지관에서. 겨울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네. 확실히 강남이 좋긴 좋아. 나눠주는 것부터가 격이 달라. 쌀 하나를 줘도 꼭 이천 쌀만 준다니까. 남, 문 옆으로 쌀가마니랑 받아 온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여, 봉투 안을 뒤적거리다 과자 봉지를 꺼내든다. 여 (과자를 우적거리며 바닥 짚는다) 아직 한 겨울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바닥이 냉골이네. 남 수도관 동파가 올해는 좀 빨리 됐어. 그래도 나는 여기 몇 년 살았다고 금방 적응되는 거 있지. (걱정스러운) 자기, 많이 불편해? 여 아냐. 나도 전에 살던 고시원보단 백밴 나은데 뭐. 거긴 주방을 공동으로 썼는데, 꼭 내가 사놓은 김치만 훔쳐가던 놈이 있었어. 의심 가는 놈이 있긴 한데 확실하게 단정은 못 짓겠구. 그렇다구 무턱대고 범인으로 몰수도 없고. 그래서 나중엔 김치를 아예 안 샀었지. 자기, 김치 없는 라면 먹어 봤어? 진짜 (고개를 저으며) 사람이 할 짓이 못 돼. 남 그 자식은? 가만 뒀어? 여 가만 두긴. 나중에 여자 속옷 훔치다가 덜미 잡혀서 개망신 당하고 쫓겨났어.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남 미친놈이네. (침대 가리키며) 자기야, 여기 앉아. 여긴 좀 나을 거야. 여 (침대 위로 올라간다.) 할머닌 괜찮을까?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입 안에서 김이 나와. (호호 불며) 자기야, 이거 보여? 남 (옷장을 뒤적거려 커다란 점퍼를 뺀다. 이때 짐이 쏟아져 문 앞에 약간의 옷들이 쌓이게 된다. 자신도 입고 여자에게도 두꺼운 점퍼 하나를 건넨다) 이거 입어. 괜히 감기 걸리지 말구. 여 (점퍼를 입으며 침대 위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워낙 건강 체질이라 웬만한 추위에는 꿈쩍도 안 하는데 자기랑 살림 합치고부터 몸이 약해졌어. 임신 때문인가 아침부터 삭신도 쑤시고 목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리는 게 조만간 감기가 올 것 같아. 남 (버럭) 감기? 그러게 독감예방접종 하랬잖아! 여 삼만 팔천 원이야. 그걸 어떻게 맞아? 남 그러다 약값이 더 나는 거 몰라? 그깟 돈 몇 푼 아끼려다가 병원비, 약값 더 나가는 거라고! 진짜 짜증 나게! (바닥에 쌓인 비닐봉지를 걷어찬다) 여 야! 남 뭐! 여 너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 남 짓거리? 짓거리? 다시 한번 말해 봐. 남편한테 짓거리? 여 그래. 짓거리라 했다. 남 말하는 본새하곤. 그러니까 네가 어디 가서 고등학교 중퇴자란 소릴 듣는 거야. 여 고졸인 넌 뭐 얼마나 그렇게 대단한데? 남 이거 왜 이래? 나 전문대까지 휴학했어. 너하곤 완전 급이 달라. 이번에 네가 임신만 안 했어도 나 학교 복학했다. 여 얼씨구? 등록금은 있냐? 남 …. 까짓것 벌면 되지. 여 (코웃음 친다) 퍽이나 벌겠다?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게. 남 으이구! (자신의 머리 때리며) 그날 밤 내가 왜 술을 마셨는지 그날 밤이 내 인생 천추의 한이다, 한! 이래서 몸 굴리는 애들하곤 함부로 노는 게 아닌데. 여 (벌떡 일어나 노려본다) 그 몸은 나 혼자 굴렀냐? 애는 나 혼자 만들었고? 한 번만 자달라고 졸라 될 땐 언제고. (배 만지며) 알콩아, 달콩아, 봤지? 네 아빠가 저렇게 병신 같은 놈이란다. 남 (애써 누르며) 됐다, 됐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내가 저 고등학교도 못 나온 년이랑 무슨 얘길 하냐? 남, 옷을 추려 입고 밖을 나가려는데, 기계음이 들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기계음은 내내 남과 여의 집에서만 들린다) 여, 재빠르게 리모컨 집어 티브이를 켠다. 남,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달려와 티브이 앞에 선다. 티브이 화면 가득 노파의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다리를 절고 있네.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언제 싸웠냐는 듯) 빙판길에 넘어졌나? 노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머리 위에 짐을 얹고 양손에도 한 가득 짐을 들고 있다. 다리를 절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양 손에 짐이 한 가득이야. 남 (티브이 화면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어디 폐지 같은 거나 주워 오는 거지. 남, 눈치 보며 슬금슬금 여의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여, 기다렸다는 듯 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과자를 우적거리며 영화 감상하듯 나란히 모니터에 집중하는 두 사람 여 저런 건 도대체 어디에서 줍는 거야? 남 아파트 쓰레기통, 상가 앞, 식당 뒤, 구석구석 뒤지겠지. 여 저게 진짜 돈이 될까? 남 진종일 쌔빠지게 고생하면 끽해야 하루 5천 원 정도? 여 그렇게나 적어? 남 몸만 죽어나는 거지. 노파, 가져온 물건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금방이라도 쌓인 물건들이 넘어질 듯 위태하다. (혹은 넘어져도 무방하다) 여 저러다 정말 큰일 나시겠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남 저런 게 바로 궁상이야. 사는 거 자체가 민폐 인생. 여 너무 그러지 마. 찾아오는 가족도 없다는데 안 됐잖아. 남 아들이 하나 있긴 한데 연 끊은 지 꽤나 된 거 같아. 여 하나밖에 없는 자식새끼,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머리 커서 귀찮다고 외면하고? 남 뻔한 스토리지. 여 사람들은 왜 늘 뻔한 것에 속는 걸까? 남 견디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야 견딜 수 있거든. 여 그래서 수집하나? 헛헛한 마음을 물건으로. 남 마음이 물건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그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거야? 여 오빠. 남 응? 여 난 저렇게 살기 싫어. 남 (여자의 배 쓰다듬으며) 내 자식도 저렇게는 살면 안 돼. 천장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 (하늘 올려보며 남자의 곁으로 바짝 붙는다) 뭐지? 남 저놈의 쥐새끼들. 여 쥐야? 남 사람 없을 땐 내내 조용하다가 꼭 들어오면 저 난리지. (둘러보다 빗자루를 집어 천장을 하늘로 쿵쿵 찌르면 이내 조용해진다) 조용히 해, 새끼들아! 여 (번뜩 뭔가 생각난 듯 남자의 빗자루를 빼앗는다) 오빠, 줘 봐. (천장 환기구를 열어 그 안을 기웃거린다.) 남 뭐해? 여 (이내 뭔가를 손에 쥐고 내려온다) 잡았다! 남 (여자에게 멀찍이 떨어지며) 잡았다구? 쥐를? 여 (의기양양) 응. 남 뭐하려고? 여 할머니 갖다 주게. 남할머닐? 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그때부터 백전백승! 게임 끝이야. 여, 남자가 말릴 새도 없이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남 야! 자기야! 여, 어느새 옆집으로 넘어갔다. 노파 집 대문을 두드린다. 남, 티브이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여 할머니! 노파 목소리 뉘슈? 여 저어, 옆집인데요. 잠깐 문 좀 열어주실래요? 노파, 절룩거리며 느리게 현관 앞을 걸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 살짝 열고 고개만 삐죽 내민다. 경계하는 느낌이다.) 뭔디 그랴? 여 수도관이 동파 돼서 걱정 돼서 한 번 와봤어요. 많이 추우시죠? 노파 겨울인디 추운 건 당연하지. 여 그래서! (쥐 내밀며) 이거라도 가지고 계시라고요. 만져보세요. 노파 (떠밀리듯 받아들며) 이게 뭔디? 여 쥐요. 노파 쥐? 여 살아있어요, 아직 따뜻하구요. 노파 (의심스러운) 애기 엄만 안 춥가니?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난 몸땡아리, 애기 엄마도 솔찬히 추울 텐디. 여 전 괜찮아요. 옆에 남자친구도 있구, (배를 내려다보며)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 (돌아가려면) 노파 (문을 처음보다 조금 활짝 연다) 저기, 색시! 여 (돌아보면) 네? 노파 나 그런 사람 아녀! 여 뭐가요? 노파 선물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지. 쪼매만 기다려. 뭐라도 줄 거 없나 찾아 볼랑게. 난 천성이 신세 지곤 못 사는 성격이여.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노파, 물건들 사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둘러보다 한 묶음의 짐 보따리를 내밀며,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이불 있어? 여 네? 노파 새댁 집에 이불 있느냐고? 여 (생각하다)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사계절용이라 그렇게 따뜻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쓸 만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추우면 우리 자기랑 꼬옥 껴안고 있기도 하고…. 노파 (자랑스럽게) 날도 추운디 한 사람당 두 개 정돈 덮어야지. 우리 집엔 이불 엄청 많아. 이것 말고도 여덟 개나 더 있는디? 여 (받아들며 감동이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머닌 정말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노파 세상 혼자 살간? 서로 돕고 사는 기 세상이지. 추워. 얼른 가. 노파, 먼저 들어간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자신만한 커다란 이불을 가지고 들어온다. 여 (한숨 길게 내쉰다) 아후, 안 되겠어. 도저히 못하겠어. 남 (이불을 받아들며) 왜 또 그래? 여 백퍼센트 코튼 마크잖아. 오리털도 아닌 거위털이야.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오빠가 알기나 해? 남 할머니가 주신 거야? 여 그래. 저쪽 집에 엄청 많대. 남 자기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다져야 해. 생각해 봐, 저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게 전부 우리 거야. 이불 깔고 덮고 지지고 볶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니까. 여 몰라. 암튼 기분이 안 좋아.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도저히 그 일은 못하겠어. 이건 옳은 짓이 아냐. 우리도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직 같은 거 해 보는 거 어때? 남 아니. 구직은 더이상 희망이 없어. 여 오빠, 그러지 말고 일용직이라도 구해 보자. 남 (여자의 배를 내려다보며) 이 몸을 해 가지고? 여 우리 사정 얘기하면 받아주는 데가 있을 거야. (남자의 손 잡으며) 오빠…. 남 …. 여 제발…. 남 …. 넌 그럼 빠져. 이번 일은 나 혼자서 할 테니까. 여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우린 한 몸이야. 이 아이들 낳기로 결정한 날 잊었어? 뭐든 함께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남 그랬었지. 여 우린 그때 너무 힘들었어. 남 알아. 여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부모도 없고. 빽도 없고. 남 아무것도 없었지, 우린. 여 그래도 행복했었잖아. 남 사랑만이 전부였던 시기였지. 여 극복하자. 할 수 있어. 노력하면 어떤 일도 다 이뤄낼 수 있다니까. 남 개소리야. 여 오빤 옆집 할머니 보면 친할머니 생각 안 나? 오빠도 할머니가 키워 주셨다며? 남 그때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아. 여 난 가끔 그 시절이 그립던데….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가 나았던 거 같아. 너무 많이 아는 지금은…. 남 할머닌 나를 학대했어. 여 학대? 남 어린 꼬마였지. 아빠 손에 이끌려 왔던 날, 아빠 등 뒤로 숨었던 날, 할머니의 우악스런 손아귀가 나를 질질 끌고 갔어. 그리곤 내가 아빠 인생을 망쳤다며 끝없는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지. 여 오빠, 옆집 할머닌 오빠네 할머니와는 달라. 이렇게 이불도 주고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남 아무리 그래도 나쁜 점은 분명 있을 거야. 옆집 할머니의 나쁜 점을 한 번 생각해 봐. 여 할머니의 나쁜 점? (생각하다가) 예를 들면…? 남 예를 들면…. (생각났다) 저장강박! 저렇게 쓰지도 못할 거 쟁여만 놔서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잖아. 저것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티비에서 본 거 같아. 기억 안 나? 전에 복지관에서 도배 새로 해준다고 했을 때…. 여 (조금 솔깃하다) 아, 그때! 난리부르스도 아니었지. 문 앞에 대자로 쫙 드러누워가지고. 남 그래! (좀 장황하게) 물건들 좀 치우려고 그러면, “차라리 날 밟고 가라! 이것들아!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저 물건들 못 뺏는다!” 아니, 지가 무슨 이순신이야? 잔다르크야? 저 중에 쓸 만한 물건이 어디 있다고 저 난린지. 저런 건 욕심이 많다는 반증이야. 여 욕심? 남 그래. 스크루지보다 더 지독한 짠순이. 집에 물건들은 숨기면서 정작 중요할 땐 나 몰라라 외면하지. 저러다 결국 저 쓰레기 더미에 깔려 돌아가실 거야. 자기 꺼 꽉 움켜쥐고 남의 거 야금야금 훔치면서. 여 (놀라) 저 물건들이 훔친 거야? 남 훔친 거지. 박스 뒤지고, 남의 물건 뒤지고, 더 가난한 사람들 기회 뺏으면서. 여 (동조됐다) 몰랐어. 할머니가 그런 사람인 줄. 남 (여자의 손 잡으며) 자기야, 그러니까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우리도 남들처럼 살아야지. 혼인신고도 제대로 하고, 애들 호적도 제대로 올리고. 남들 사는 만큼 딱 그만큼만 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노크 소리) 색시, 안에 있어? 여 누구지? 남 할머니다! 노 파색시! 여 왜 온 거지? 혹시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신 건가? (남자를 쿡 찌르며) 오빠! 오빠가 나가봐. 얼른. 남 (경계하며 문 쪽으로 다가선다.) 누구시죠? 노파 옆집이외다. 색시 있슈? 여, 겁에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남 잠깐 이 앞에 나갔는데요. 왜 그러시는지…? 노파 구청에서 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다 줬는디. 내가 밀가리를 먹으면 위가 쓰려. 남 (여전히 경계하며) 그래서요? 노파 색시 먹을랑가 물어볼라고 그러지. 남 무슨 라면인데요? 노파 진라면이랑 너구리랑 짜파게티랑 뭐 이것저것 섞였는디? 남, 여자를 바라보면 여,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남 (찜찜하지만 문을 살짝 연다)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노파 (고개 들이밀며) 애기 엄만 어디 멀리 갔수? 여 (잽싸게 이불로 머리를 덮는다) 남 슈퍼 갔어요. 라면 사러. 노파 아이고, 잘 됐고만. 내가 그 시간에 딱 맞춰 왔네. 얼른 전화혀서 라면 사지 말고 오라 그랴. 신혼부부들이 무신 돈이 얼마나 있다고. 얼른 전화혀. 남 네에. 그럴게요. 노파 (가려다가 돌아본다) 임신했을 땐 특히 남자가 잘해야 혀. 먹고 싶다는 거 있담 다 멕이구, 짜증내도 것도 일절 받아주고. 남편이 잘해야 그 기운에 평생 살아. 늙은이 말이라고 무시허지 말구 새겨들어. 알겄지? 남 네, 그럴게요. (하다가) 근데 겨울엔 딸기를 못 구하잖아요. 노파 색시가 딸기가 먹고 싶대? 남 네에. 노파 딸인가 보네. 딸기가 땡기는 걸 보니. 남 (헤벌쭉, 딸 생각에 기분 좋다) 딸이래요, 딸. 것도 쌍으로다. 노파 둘씩이나 들어 있어? 남 (헤벌쭉) 네에. 그렇다네요. 노파 아이고, 장해라. 장해. 참말로 장하네 그려. 남 (꾸벅 인사하며) 할머니, 라면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남, 라면박스를 입구 옆에 놓는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여 (뒤집어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며) 갔어? 남 (복잡하다) 응. 여 할머니 정말 나쁜 사람 맞아? 남 (찜찜하다) 그렇다니까. 여 이렇게 이불에 라면까지 주셨는데도? 남 (멈칫) 의도를 생각해야지. 왜 이런 조건 없는 나눔을 베푸는지. 여 조건 없는 나눔? 남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이야. 본디 그렇게 세상은 굴러가게 돼 있어. 근데 이거 봐봐. 할머니가 주신 것들.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어? 여 (생각하다 머리를 쥐어 잡으며) 정말 모르겠어. 남 중졸인 네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문제일 거야. 좀더 깊게 생각해 봐. 여 (생각하다) 할머니에게 실망했어. 남 (환희에 차) 생각났어? 여 임산부에게 라면을 먹으라니. 딸기는 못 줘도 라면을 먹으라고 권하는 건 아니잖아. 라면은 성인병 고혈압의 원인이야. 과다한 나트륨 함량으로 내 아이들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 남 그래! 바로 그거야! 여 (여자 뭔가를 깨달은 듯 놀라 입을 막는다) 설마 할머니가 이 모든 걸 꾸민 거야? 남 그, 그런 거지. 여 꼴랑 라면 하나 주면서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면서? 남 드디어 깨달았구나. 여 오빠 말이 맞았어. 저 할머닌 나쁜 사람이야. 남 그럼.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여 내 앞에선 위해주는 척,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계략을 꾸미고 계셨던 거야. 남 이제 말이 통하는구나. 여 할머니 재산이 얼마라고? 남 한 십억쯤 되려나? 여 확실한 거야? 남 (당황스러운) 그냥, 사람들 얘기가…. 그러지 않겠느냐. 풍문이지, 풍문. 여 강남에 빌딩이 두 개라며? 설마 그것밖에 안 되겠어? 아아, 할머니가 빨리 뒈져버렸음 좋겠어. 남 걱정 마. 조만간 그렇게 될 테니까. 그전에 우리는 먼저 선수 치고 튀자. 할머니 재산 홀라당 챙겨가지고. 여 몇 주 후에나 발견되시겠지? 이참에 단단히 한몫 챙기자고. 남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걸 고마워할지도 몰라. 여 무연고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남 장례식은 고사하고, 저 많은 짐들 정리하려면 국가도 고생이지. 여 맞아. 저 중에 쓸만한 건 전부 처분하고 할머니 통장이랑 국가보조금 남은 거랑 이것저것 모아서 한몫 단단히 챙기자고. 남 그 돈으로 알콩이랑 달콩이 피아노랑 발레를 가르치는 건 어때? 여 피아노랑 발레? 남 내 오랜 로망이거든. 알콩이는 피아노를 치고 달콩이는 그 옆에서 발레를 하고. 나랑 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완벽하지 않니? 여 (상상하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죽이자! 남 (놀라) 뭐? 여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지금 당장 죽이자! 시간이 얼마 없어. 좀 있으면 알콩이와 달콩이가 태어날 거라고! 남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르잖아. 여 이르긴 뭐가 일러? 당장에 실행에 옮겨야지. (찬장을 뒤져 식칼을 꺼낸다. 금방이라도 실행에 옮길 듯 위협적인 표정이다) 남 자, 자기야. 왜 그래? 여 시간이 얼마 없다니까. 우리 애들은 우리처럼 자라게 할 순 없잖아. 오빠. 남 그래도…. 여 일단, 최고급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해줘. 거기에서 인맥을 쌓아야지. 남 결심이 선거야? 여 응! 남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사라지고? 여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남 그래도 좀 그렇잖아. 살인과 고독사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여 (비장하다) 아니, 나는 해야겠어.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야. 여, 성큼성큼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데 남, 급하게 현관문을 막아선다. 남 자! 잠깐! 여 왜 이래? 비켜. 남 어쩌면 우리 할머니보다 옆집 할머니가 조금은 더 나은 사림일지도 몰라. 여 무슨 소리야? 언제는 나쁜 사람이라며.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 등쳐 먹는. 남 그건…. 그냥 내 생각인 거고. 여 아니. 아무리 자기가 진실을 외면해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남 자기야.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리자. 여 뱃속의 아이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니까. 남 알아!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얼마 안 남았어. 금방 돌아가실 거야. 여 알콩달콩이도 시간이 없어. 남 그래도 애들은 어리니까 아직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어쩌면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을지도 몰라. 여 위선 좀 그만 떨어. 알콩이 달콩이도 우리처럼 살게 할래? 우리처럼 거지 같은 옷 입고 거지같은 방 안에서 지내면서. 입에서 김 나와서 겨울이면 끔찍하고. 여름이면 뜨거운 선풍기 끌어안고 지내면서. 거지 같은 학교 졸업해서 쥐꼬리만 한 월급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외식은커녕 맨날 돈돈 거리면서 지내겠지. 남들 다 다니는 학원 한 번 못 보내고, 학교도 간신히 졸업하고, 어쩜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눈치 보며 살게 할 거야? 남 돈만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우리 둘이 사랑하는 모습 보여주고 우리가 떳떳하면 자식들도 언젠간 알 거야. 언젠간 부모의 노력과 수고를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여 떳떳해? 우리가 뭐가 떳떳한데? 복지관에서 공짜밥 얻어오는 게 떳떳한 거야? 예방접종비용 비싸 못 맞는 게 떳떳한 거야?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떳떳한 지 알려줘 봐. 내 손에 싸구려 반지라도 하나 끼워주고 남들 하는 만큼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려면 그 망할 놈의 돈이 필요하다고 난! 네가 뭐라고 떠들던 간에 난 오늘 저 할머닐 죽여야겠어! 여, 남자를 밀어낸다. 남, 막았던 자리 무너지듯 자리를 비켜선다. 여, 밖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린다. 한 손엔 칼을 숨기듯 쥐고 있다. 여 할! 머! 니! 노파, 느리게 현관으로 다가온다. 노파 옆집 색신가? 기계음 김분임 할머니가 외출하셨습니다. 노파 (문을 활짝 열며) 색시, 마침 잘 왔어. 들어와 봐, 어여. 여, 무시무시한 얼굴이다. 성큼성큼 노파 집 안으로 들어간다. 좁은 집 안, 서로를 마주 보고 간신히 선 노파와 여자 그 가운데 딸기 한 팩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 칼을 빼들고 찌르려다 딸기를 보고 멈칫하는데, 노파 먹고 싶었다며? 여 네? 노파 신랑한테 다 들었어. 딸기 먹고 싶다 그랬다며. 여 (냉랭한) 그런데요? 노파 요리하다 온겨? 여 뭐여? 노파 지금 칼 들고 서 있잔여. 여 (칼을 숨기며) 대파 있으세요? 노파 대파? 여 라면에 넣으려고 보니 대파가 마침 똑 떨어져서요. 노파 글씨. 대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겄네. 혼자 사는 노인네라 집 안에 마땅한 게 없어. 배고프면 먹고 안 고프면 굶고 그러니께. 노파, 쭈그려 앉아 냉장고를 연다.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여, 딸기 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노파 (냉장고 뒤지며) 찬물에다 밥이나 말아먹지. 음식이 변변찮해. 대파가 있을라나 모르겄네. (돌아보며) 대파 대신 양판 안 되야? 여 그거라도 주시면 고맙구요. 노파, 양파를 한 망 건네준다. 계란, 버섯 이것저것 한 움큼 들려 있다. 여, 얼떨결에 받아든다. 노파 딸이라매? 여 네? 노파 남편이 많이 좋아하드라고. 여 그 자식이 임신한 걸 좋아해요? 노파 가장의 위치가 원래 그런 거여. 좋으면서 티도 못 내고 맘속 복잡허고. 섭섭하고 서운한 게 있더라도 자네가 넓은 맴으로다 이해혀야지. 여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노파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제. 용기 잃지 말구 악착같이 살어잉. 여 …. 노파, 딸기를 까 여자의 입에 넣어준다. 노파 어뗘? 맛이? 여 달아요, 아주. 노파 내가 샥시가 딸기 좋아하는 걸 우찌 알았겠어? 신랑이 챙겨주고 싶은디 맘처럼 되지 않응게 속상한 겨. 색시도 알지? 신랑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거. 여 네에. 노파 겨울엔 딸기가 없어. 비싸기도 하고. 우리 같은 사람은 먹기 쉽지 않제. 맴이야 그렇지 않겄지만 그래도 너무 서운해하덜 말어. 여 (맛있게 딸기를 먹는다) 할머닌 안 드세요? 노파 난 늙어서 식욕도 읍서. 뭐가 맛난지도 모르겄고 배만 차면 그만이여. (딸기 팩 건네며) 가져가서 신랑이랑 맛나게 나눠 먹어. 여 자꾸 이렇게 주시기만 하면 제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잖아요. 노파 아녀, 아녀. 내가 뭐 바라고 그런 것도 아닌디. 여, 딸기 팩 챙겨들고 느리게 돌아서면, 노파 샥시. 여, 멈춰 선다. 노파 내가 쪼매난 부탁 하나만 혀도 될까? 여 (다시 경계한다) 부탁이요? 노파 뭐 거시기한 건 아니고. 내가 만약 죽거들랑 내 시신 처리 좀 해돌라고. 그냥 보다가 요 며칠 안 보이면 구청 같은데다 연락 좀 햐줘. 그 짝에서 알아서 잘 해줄 텐게.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셔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노파 암만 그래도 아가들도 있는디 시체 냄시 풍기며 마무릴 할 순 없지 않겄어? 죽는 날을 내가 택할 수 있으면 좋겄지만 살아보니 그것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시상에서 제일 나쁜 게 지 목숨 지가 끊는 거라 그럴 수도 없고. 얼마 안 되지만 이 콧구녕만한 집구석도 여기저기 뒤져보면 쓸 만한 게 있을 거여. 마지막 부탁 들어준 보답이다 생각하고 부담 갖지 말고 가져. 보니께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같더라고. 세상천지 아는 사람이라곤 자네가 준 요 쥐새끼랑 자네 집안 식구들이 전부니께. 여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면 저희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노파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내가 오히려 미안허지. 나, 한 번만 만져 봐도 되나? 노파, 여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여자의 배에 손을 지그시 댄다. 노파 꼼틀거리는구만. 생명이. 한 생명이 가믄 또 다른 생명이 오겄지. 그것이 자연의 섭리니께. (여자의 배에 대고) 환영하네. 이 세상에 온 걸. 여, 노파가 준 딸기 팩을 가지고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온다. 여,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다. 남 어떻게 됐어? 여, 딸기 팩을 남자에게 집어 던진다. 너부러진 딸기들 남 뭐야, 이게? 여 입양 보내. 남 뭐? 여 그렇게 해. 남 뭔 소리야? 여 막달이라 지우진 못하겠구, 그냥 입양이나 보내자구! 남 지긋지긋하다, 정말. 또 그 소리냐? 여 네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이잖아! 남 난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여 (노려보며) 미친 새끼. 할머니가…. 할머니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기계음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김복임 할머니가…. (반복 재생된다) 남과 여, 동시에 옆집을 돌아본다. (암전) >>등장인물 남자 여자 노파
  •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최고 대 최고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최고 대 최고

    음식 책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 번역 출판용 작업 폴더에는 오직 음식 관련 전자 원고들만이 잔뜩 담겨 있었다. 판권 계약 때문이라도 서둘러야 했건만 작업 진도는 영 지지부진. 이유가 있었다. 있을 법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책은 외서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면 이참에 내가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더니 쉽게 잦아들지 않았던 것이다. 특정 먹거리마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두고 언급되는 경쟁 음식들이 있다. 그것들을 비교해 주는 내용을 책으로 엮으면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를테면 와인 쪽에서는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비교하고, 송로버섯이라면 이탈리아 알바산 흰 송로버섯과 프랑스 페리고르 지방의 검은 송로버섯을, 생햄의 일종인 이탈리아의 프로슈토와 스페인의 하몬은 염장 숙성한 돼지 뒷다리 항목에서 다루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힌트는 이십여 년 전의 경험담에서 얻었다. 여행 도중 보르도 시내의 어느 와인숍을 들렀을 때의 일이다. 당시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이 보르도와 부르고뉴라는 것뿐. 가게를 둘러보다 직원에게 부르고뉴 와인은 어디 있느냐 물으니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렇게 되묻는 것이 아닌가. “그곳에서도 와인을 만드나요?” 비슷한 상황이 이탈리아 프로슈토 제조 현장에서도 있었다. 현장 견학을 마치고 담당자에게 질문을 하려는데 담당자는 계속 안 들린다는 식의 제스처를 과장되게 취하며 말을 막았다. “프로슈토랑 하몬 중에서…” “으으응?” 프로슈토와 비교할 만한 것은 세상에 없다는 메시지를 그는 그렇게 전달한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상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결국 내가 저자로 나서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미련은 여전히 남아 다루고자 했던 그때의 먹거리들을 일상에서 접할 때면 ‘지금이라도?’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최근 다녀온 스페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육중하게 매달려 있는 하몬들을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니 반가운 마음이 반, 싱숭생숭한 마음이 반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솔푸드인 하몬은 크게 백돼지로 만든 하몬 세라뇨와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로 나뉘는데, 후자를 더 쳐준다. 다시 하몬 이베리코는 먹이와 사육 방식 등에 따라 세보(사료라는 뜻) 이베리코, 세보 데 캄보(방목이라는 뜻) 이베리코, 베요타(도토리라는 뜻) 이베리코, 베요타 100% 이베리코로 나뉜다. 검은 발이라는 의미의 파타 네그라는 이 중 최상위급인 베요타 100% 이베리코 돼지를 가리킨다. 흔히들 베요타 이베리코를 두고 태어나서부터 오직 도토리만 먹인 돼지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도토리가 떨어지는 계절이 되면 넓은 숲에 3개월 이상 돼지를 풀어놓는데 그러면 돼지는 그때부터 하루에 8㎏이 넘는 도토리를 먹으며 매일 1㎏씩 살을 찌운다. 바로 이 돼지의 뒷다리로 만든 생햄이 하몬 베요타 이베리코다. 앞다리로 만들면 팔레티야라는 명칭을 따로 쓴다.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 팔레티야 이베리코 베요타를 만들고 남은 고기는 어떤 맛일까. 세계 최고의 생햄을 만드는 돼지의 생고기는 스페인 현지가 아니고서는 맛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베리코 베요타라 해도 반가운 일인데 베요타 100% 이베리코 고기가 국내에 들어왔단다. 냉동이긴 할 테지만 그게 대수인가. 그렇게 꼭 한 번 맛보고 싶었던 것을 내 나라, 내 집에서 맛볼 수 있다니 이번 주말 메뉴는 일말의 고민도 필요 없이 바로 이것이렷다!
  • [서동철 칼럼] ‘메밀파스타’와 ‘메밀부치기’

    [서동철 칼럼] ‘메밀파스타’와 ‘메밀부치기’

    강원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설악산의 비경(秘境)도, 주문진 수산시장의 활력도 아닌 영월서부시장의 기름 냄새라고 하겠다. 이곳에는 메밀전이며, 메밀전병, 올챙이국수를 파는 가게 수십 곳이 한데 몰려 있다. 손놀림에서부터 수십년 경력의 고수(高手)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아주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기름 냄새를 풍기며 전을 부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메밀전은 집집마다 산더미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강원도 곳곳에서 제사상에 올릴 메밀전이며 메밀전병을 주문한다고 했다. 결혼식이나 회갑·칠순 같은 잔치가 있을 때도 수백장씩 대량 주문을 하니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남도에선 홍어가 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차린 잔칫상이 아니라는 얘기만 들었지, 강원도 풍습에는 무지했구나 싶었다. 강원도 잔치 문화가 이렇다면 당연히 영월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찾은 평창올림픽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어서 반가웠다. 시장 이름에서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당연히 세계인이 평창을 찾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시장을 알리고, 나아가 수입도 늘리고 싶다는 꿈도 담겨 있을 것이다. 평창 사람들은 메밀전을 ‘메밀부치기’라고 부른다. 영월보다 규모는 작은 듯싶지만, ‘평창 메밀부치기 골목’도 매력적이었다. 평창올림픽을 100일 앞둔 지난달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는 ‘2018 강원전통음식 30선(選)’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강원도가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인 강릉, 평창, 정선의 이름을 걸고 국내 유명 요리사들과 지역별로 열가지의 이른바 퓨전 음식을 개발해 선을 보인 자리였다. 출품된 음식 가운데 두부샐러드는 강릉이 자랑하는 초당두부를 외국인들도 먹기 쉽게 변형한 음식이다. 이렇게 메밀파스타와 메밀더덕롤까스, 비빔밥샐러드, 초코감자, 송어만두, 크림감자옹심이 등이 탄생했다. 물론 ‘30선’에도 곤드레비빔밥, 곤드레버섯불고기, 더덕보쌈, 콧등치기국수, 감자붕생이밥, 황기족발, 느른국, 채만두처럼 지역 음식의 자존심을 그대로 살린 음식들도 적지 않았다. 서양식 조리법과 재료를 더해 지역 전통 음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맞아 찾아온 사람들로 하여금 ‘강원도 먹거리’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찬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다는 발상 자체가 못살던 시대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우울하기만 하다. 도대체 강원도가 ‘겨낭’했다는 그 외국인은 지구촌의 어느 동네 사람일까. 대충 짐작이 가지만 올림픽은 그 사람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TV를 켜면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따위로 가공하지 않은 우리 음식에 ‘엄지 척’ 포즈를 취하는 외국인이 넘쳐난다. 연출이 개입됐더라도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이란 방문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체성 없는 음식은, 가혹하게 말해 해당 고장의 고유 문화 체험을 방해할 뿐이다. 더불어 지역 문화의 순수함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고수하는 수준의 인사라면 절대로 해당 국가의 ‘오피니언 리더’일 리 없다. 그런 ‘문화적 지진아’에 한국 홍보의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음식 문화는 자연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구황작물이었던 메밀·옥수수·감자·수수가 강원도의 특산 먹거리가 된 것도 그만큼 척박한 자연 환경을 반영한다. 특히 올챙이국수와 감자떡은 절반은 말라비틀어지고 절반은 썩은 옥수수와 감자로 전분을 만들어 겨울을 나던 강원도 사람들의 강인함을 보여 주는 음식이다. 평창올림픽이란 ‘강원도가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인이 평창올림픽시장의 메밀부치기에 감동했다면 세계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강원도’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dcsuh@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무한리필 7첩 반상…불맛한상 무한식객

    [公슐랭 가이드] 무한리필 7첩 반상…불맛한상 무한식객

    서울 종로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옛 왕조의 육조거리에 터를 잡은 이곳 주변에는 맛있는 한끼를 위한 선택지가 많다. 내자동 골목의 한정식 식당들과 어느새 핫플레이스가 돼 버린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와 서촌의 맛집들이 대표적이다. 광화문역 1·8번 출구 인근 골목과 빌딩 지하상가에도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배고픈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 있다. 오늘의 메뉴는 정해져 있지만 날마다 바뀐다. 무한리필이지만 가격은 착하다.# 매일 다른 밥상 15년 한결같은 맛 ‘남도밥상’ 정부서울청사 건너편 광화문 플래티넘 빌딩 지하상가 깊숙한 곳에 백반집 ‘남도밥상’이 있다. 가게로 들어서면 15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친절한 부부 사장이 자리를 안내해 준다. 테이블에는 배추 겉절이와 묵은지 볶음, 두부샐러드, 미역줄기 무침, 도토리묵, 멸치조림, 부침개, 구운 김 등 밑반찬이 미리 세팅돼 있다.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밥과 된장국, 제육볶음, 생선구이가 나온다.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손님에게는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려는 주인 내외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진다. 흑미를 섞어 지은 밥 역시 근처에서는 보기 어렵다. 반찬이 워낙 많다 보니 종류별로 한 번씩만 먹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다. 밥과 국, 모든 반찬은 무한리필. 매의 눈으로 손님들을 지켜보는 사장이 더 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반찬을 리필해 주신다. 백반집이기에 메뉴는 날마다 달라진다. 가격은 1인당 7000원.# 낮엔 정식메뉴·밤엔 고기 한판 ‘화로명가’ 광화문 센터포인트 건너편 영진빌딩 2층에 자리잡은 ‘화로명가’는 한마디로 고깃집이다. 하지만 점심에는 특별한 정식을 판다. 매일 메뉴를 바꿔 가면서 제육볶음, 버섯불고기, 김치두루치기, 오삼불고기, 안동찜닭 등을 무한리필로 제공한다. 사장에게 물어 보니 2004년부터 점심시간대에 정식메뉴를 팔았다고 한다. 고깃집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의외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매장에 들어서면 불판 위에서 화끈하게 조리되고 있는 오늘의 메인 메뉴를 볼 수 있다. 사람수에 맞춰 정식을 주문하면 패스트푸드보다도 더 빠르게 음식이 나온다. 같이 나오는 김치, 미역무침, 배추나물, 김, 어묵, 소시지 등 밑반찬만으로도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제육볶음과 같은 메인 메뉴 리필을 요청하면 처음 나오는 양만큼 화끈하게 채워 준다. 밥과 국, 밑반찬 역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 여기서 화로명가의 별미인 큼직한 계란말이를 추가로 시켜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정식 1인분 7000원, 계란말이 5000원.전경현 명예기자 (행정안전부 대변인실 주무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