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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ive & Dining] 인천 용현동 물텀벙이거리

    모양이 워낙 흉칙하고 못생겨서 어부들이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며 곧바로 물에 버렸다는 아구(표준어는 아귀).물에내던지면 ‘텀벙’하고 소리난다고 해서 인천에서는 아구를‘물텀벙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지금은 버리기는커녕 없어서 못팔고 못먹을 정도로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70년대 초반 인천의 한 식당주인이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물텀벙이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고 끓여 근로자들에게 술국으로 내놓았더니 그 맛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그러면서 남구 용현동에는 하나둘 아구집들이 생겨나 지금은 ‘물텀벙이거리’라고 불릴만큼 대표적인 음식거리가 되었다. 아구는 고단백식품이어서 주독을 해독하는데 좋고 당뇨병·동맥경화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로 인해 한때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아구는 고급 어종인 복어와비등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아구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허름한 분위기에다 종류도 탕과 찜 2가지만 취급하고 있어 다양한 먹거리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구탕] 다른 지역 아구음식점들이 탕보다는 찜을 주종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용현동 물텀벙이거리에서는 아구탕이 주류를 이룬다.아구에 미나리·콩나물·미더덕·쑥갓·깻잎·냉이·호박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푹 끓이면 쫀득하고담백한 맛이 우러난다.탕에 들어가는 육수는 아구뼈를 우려낸 물에다 멸치·새우 등을 고아 만들기 때문에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고기를 대충 먹은 뒤에 쫄면사리를 넣거나 밥을넣어 볶으면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구찜] 아구탕은 얼큰한 맛 때문에 남성들이 술안주로 즐기는데 비해 매콤한 아구찜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콩나물·미더덕·만디·새우 등을 넣고 쪄낸 아구찜 몇 젓가락을입에 넣다보면 코끝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아구탕과 찜자체가 반찬이다 보니 다른 밑반찬은 별로 찾지 않게 된다. [맛있는 부위] 아구가 특이하게 생겼듯이 부위도 잘 골라야참맛을 느낄 수 있다.우선 순살보다는 뼈에 붙은 살이 맛있다.이곳에서는 18∼20㎏에 이르는 대형 아구를 쓰기 때문에뼈가 굵어 마치 소갈비를 연상시킨다.유별나게 큰 아구입 주변 볼살과 꼬리,껍질도 맛이 좋다.이리(물고기의 정액덩어리)는 고소한 맛에 술꾼들이 즐겨 찾는데 특수부위인 만큼 아주 적은 양만 제공된다. [가격] 탕과 찜 동일하게 특대는 4만원,대 3만원,중 2만5,000원,소 2만원을 받는다.탕에 첨가하는 쫄면사리는 1인분에 1,000원,볶음용 밥은 각종 양념과 함께 1인분에 2,000원을 받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무더운 날씨 불합격 공포 힘겨운 고시생들

    오는 26일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앞두고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슬럼프에 빠지거나 거부할 수 없는 불합격에 대한 ‘공포’로 잠을 설치는 고시생들이종종 눈에 띈다. 2차를 준비하고 있는 한 수험생은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하지만 내년에는 사시제도가 바뀌기 때문에 올해 꼭 붙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합격의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 불안하다”면서 현재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수험생 스스로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2차시험을 수일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또는 다음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모두 마음을 다잡고 남은 기간동안 학습에 전념하자는 뜻이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한 수험생은 “공부하기 좋은 날씨에는 모두들 열심히 한다”면서 “여름은 수험생들에게 지옥같은 계절이지만 이를 기회로 남들보다 한 발앞서나간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몰두하자”고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고시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2월1차시험부터 5월 합격자 발표까지 수험생들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공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면서 “공부와 휴식을 7대 3 정도로 섞는 감각적인 공부 방법과 법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글을 올려수험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여경기자
  • 안실련, 안전사고원인·예방책 발표

    안전사고 예방을 목표로 결성된 시민단체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5일 어린이 교통사고를 유인하는 요인 10가지와 예방원칙 10가지를 선정,발표했다. ‘워스트 10’의 1위 자리는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무단횡단이 차지했고 이어 △어린 자녀를 조수석에 안고 타는 행위 △횡단보도에서의 좌측통행△횡단보도앞 불법 주·정차△주기가 너무 짧은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꼽혔다. 이밖에 △차가 먼저라는 운전자의 잘못된 의식 △초등학교주변 통학로의 노상 주차장 △어린이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부모들의 조급증 △횡단보도 앞까지 놓여진 버스정류장 등이 워스트 10에 포함됐다. 반면 ‘교통사고 제로운동 10칙’엔 △부모들이 무단횡단안하기 △자녀들에 대한 길 안전하게 건너기 교육 △교통안전 가족회의 열기 △운전자와 눈 마주치기 △하루에 열번씩 양보하기 △무단횡단자 계도하기 △교통법규 위반차량 고발하기 △‘모두가 내 자녀’라는 공동체의식 갖기 △‘차가 먼저’라는 의식 버리기 △교통사고 유자녀와 사랑 나누기가선정됐다. 이 단체의 송자(宋梓)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학교와 가정에서 교통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있다”며 “안전교육 법적 의무화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가야금 명인 황병기 예술 기린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부산으로 피난했던 중학교 3학년소년이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가야금을 배웠다.부모님에게는 학업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그 약속을 지켜 가야금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그러나 법조문보다는 가야금이 좋았다.대학 3학년 때 전국 국악 콩쿠르에 나가 최우수상을 탔다. 졸업하던 해인 1959년 서울대 국악과가 신설돼 강사로 나섰다.국악은 퀴퀴하고 진부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1962년 가야금·장구 위주의 첫 장작곡 ‘숲’을 작곡,창작국악의 길을 열었다.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이화여대 교수직 정년을 맞는다. 독보적 음악세계를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현대화·대중화·세계화에 앞장선 가야금의 명인이자 창작국악의 태두 황병기(65).그의 창작활동 40년째를 기념하는 초대형 콘서트‘황병기 음악세계로의 여행’이 2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각 예술분야의 대가들이 ‘시계탑’‘소엽산방’‘산운’‘달하노피곰’ 등 그의 작품을 주제로 그의 예술세계에경의를 표하는 헌정공연이다.‘미궁’과 ‘침향무’는 그가 직접 연주한다. 국악을 중심으로 클래식(바이올린 이예찬 소프라노 윤인숙),록(콘트라베이스 장영규),재즈(키보드 한충완),전통(이해경)·현대무용(방희선),액션 페인팅(박영애),비주얼 아트(김국형),설치미술(김인철)등이 한데 어우러져 차원높은 무대로 꾸며진다.국내외적으로 보기 드문 혁신적 시도다.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된 소재로 삼는 그답게 이번 공연의수익금은 전액 유엔환경계획(UNEP)한국위원회 기금으로 쓰인다. 이번 공연에 맞춰 기존 앨범을 대폭 손질,4개국어 해설을곁들여 낸다.그의 가야금 인생 50년을 돌아보는 대담집 ‘황병기와의 대화’(풀빛)도 최근 출간됐다. 재미 작곡가 나효신이 인터뷰 내용을 한글과 영문으로 정리했다.22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는 6월 10∼27일 자신이 결성한 6인조 국악앙상블인 ‘서울 실크 앤드 뱀부’를 이끌고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순회공연에 나선다. 7월 28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한다.“학교 일에서 벗어나 진정한 연주가의 길에 매진하겠다”는 원로국악인의 말에서 인생은 끝없는 행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주혁기자 jhkm@
  • “재미한인 위상 높이는 계기될 것”

    “그동안 미주 한인체전은 한인들만의 잔치였지만 이번 휴스턴 체전은 미국주류 사회가 후원하고 직접 참여해 한민족의 위상이 격상되는 대회가 될 것입니다” 제11회 휴스턴 미주체전조직위원장 오영국씨(47)는 9일 텍사스 휴스턴 체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미주한인체전은 81년 로스앤젤레스의 첫 대회 이후 20년동안 2년 주기로 열리는 재미 동포 사회의 최대 축제.중국,일본,히스패닉 등 미국내 수많은 이민족 중 유일하게 한민족만 대규모 체육대회를 지켜오고 있다. 오 위원장은 “한인체전은 스포츠를 통한 한민족의 화합의자리이기도 하지만 민족성을 잃어버리기 쉬운 교포 2,3세대에게는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6월28일∼7월1일 열릴 이번 대회기간에는 태권도 시범,한복쇼,궁중의상 패션쇼,서예전,노래자랑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84년 오기희씨(43)와 결혼한 뒤 휴스턴에 뿌리를 내린 오위원장은 현재 스포츠 용품 대리점을 운영하며 휴스턴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체전이 뉴욕,뉴저지,댈러스 등을 제치고 한국인이 3만명에 불과한 휴스턴에서 열리게 된 것도 오 위원장의 공이크다. 오 위원장은 “그동안 교포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인체전에브라운 휴스턴 시장은 물론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참석할 정도로 한인의 위상이 높아졌다”면서 “교민들이 조국에기여할 일이 많아진만큼 한국에서도 교민사회에 좀더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인체전을 홍보하고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대회 경비(약300만달러)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6일 방한한 오 위원장은 12일 출국할 예정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씨줄날줄] 영도다리 보존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를 철거하느냐,보존하느냐를 놓고부산시와 지역 문화·시민단체 사이에 몇달째 논란이 끊이질 않는 모양이다.부산시는 다리가 낡아 제 구실을 못하는 데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헐고 새 다리를 놓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든다.반면 문화·시민단체들은 다리의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크므로 보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맞선다.결론은 부산시민들이 총의를 모아 내릴 테지만 “영도다리는 역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가수 조용필씨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꼽거나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드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형체가 있는 상징으로서는 영도다리와 오륙도,갈매기를 말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영도다리는 1934년 개통해 연혁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그렇더라도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말해 주는 건축물로서 그가치가 충분하다.한국전쟁이 불러온 가족·연인·친지의 헤어짐과 만남을 영도다리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공간은 따로 찾기 어렵다.전쟁 와중에,또 전후 복구기간에 영도다리는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에게 자연스런 ‘만남의 장소’였다.아울러 부산시가 팔도민이 모여 현재의 발전을 이룩한 도시임을 감안하면,영도다리는 국민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부산시의 상징물로서 손색이 없다. 부산시는 영도다리 철거의 이유로 ‘실용성’이 없음을 들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오래된 건축물의 철거·보존여부를 판단할 때 그 기준은 보존가치가 어느 정도인가에 달린 것일 뿐 실용성은 이미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예컨대국보 제1호 남대문(숭례문),보물 제1호 동대문(흥인지문)을보존·관리하는 이유는 그것이 관문으로 기능해서가 아니라문화적·역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부산시도 일단 영도다리 보존을 전제로 하고,교통량 증대에 따른 대책은 별도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일부에서 제의한 것처럼,인근에 다리를 새로 놓거나 해저터널을 뚫는 방법 등 보완책도 있을 것이다.다리의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옛날처럼 일정한 시간에 양쪽으로들어올려 배를 통과시킨다면영도다리는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되살아나리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대한포럼] 개혁의 역사 법칙

    요즘 세계 주요 언론인들의 발길이 이란으로 이어지고 있다.13억 이슬람문화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에서 개혁바람이 거세지며 신정체제(神政體制)가 일대 전기를 맞고있기 때문이다.보수와 개혁간의 변증법적 관계가 어떤 형태의 역사법칙의 궤적을 그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란 현대사는 호메이니로 거슬러 올라간다.1979년 2월회교혁명을 통해 54년 동안 통치해온 팔레비왕정을 붕괴시키며 회교공화국을 탄생시켰다.호메이니는 최고위 성직자로 정신적 지도자일뿐만 아니라 행정·입법·사법 등 전권을 장악한 정치 지도자가 되었다.호메이니에 대한 국민의절대적 순종은 1989년 그 뒤를 이은 헤메네이에게도 그대로 상속되었다.관공서나 공공기관은 물론 대로변,상점 등이란에서는 눈길이 미치는 곳마다 호메이니와 헤메네이의대형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신정체제에는 정치활동이란 게 없다.회교 이념이 바로 정강이요,정책의 기조가 되기 때문이다.정당 또한 있을 수없고 정책 시행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100여개의 정치 그룹만이 있을 뿐이다.국회를통과한 법안은 회교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발효된다.대통령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불신임을 받으면 물러나야한다.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권 역시 헌법수호위원회에 있다. 이란의 재야 인사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관제 데모’ 이외에는 어떤집회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지난해 테헤란대학생들이개혁을 요구하며 벌인 기습 집회가 회교혁명 이후 유일한집회였다고 한다.언론 자유도 봉쇄돼 있다는 입장이다.지난해 4월 이후 인권 탄압 사례 등을 보도해온 개혁계 신문 35개가 강제 폐간되면서 언론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고 주장한다.실제로 4명의 언론인이 당국에 구속돼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의 거대한 종교 집단인 신정체제에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1997년 8월 라프 산자니의 뒤를 이은 하타미 대통령의 등장이후다.하타미는 직접선거로 선출됐다는입지를 활용해 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먼저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노선을 버리기 시작했다.외교정책의 변화에 이어 정치적 민주화,경제발전을 위한 개방 등으로 외연을 넓혀 갔다.사회체제의 틀을 바꾸려는 변화에 1979년 당시 학생들이었던 혁명 2세대들이 지원하고 나섰다.여기에 대학생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지식인들은,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도 국민의 개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리고 오는 6월8일로 예정된 대선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지난 1997년 선거에서 70%의 지지를 얻었던 하타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6월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도 하타미 대통령이 출마선언을 유예함으로써 보수와 개혁 양 진영의 줄다리기가한창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성직자들에게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얻어 내기 위한 ‘빅딜’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국민의 개혁 요구를 적정선에서 막아 줄 수 있는 인물은 하타미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보수 수구세력의 위기 의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것이다.때맞춰 이란신문들은 연일 하타미 대통령의 출마를 권하는 단체나 국민의 목소리들을 내보내며 개혁세력을 간접적으로 거들고 있다. 현지 관측통들은 수구세력은 국민의 개혁 요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그리고 개혁파는 취약한 권력 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타협안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점쳤다. 그리고 좀더 많은 국민이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향으로 역사가 발전한다는 게 과거의 역사법칙이고 보면 이란에서도 개혁이 어느새 도도한 흐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신적 지주인 종교 지도자가 현실정치의 정점에 서는 ‘특유의 실험무대’가 아무쪼록 역사의 교훈에 따라 막을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테헤란에서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 생활밀착형 틈새 서비스 뜬다

    포털업체에서 일하는 K대리는 e메일을 통해 회사와 관련된 언론기사를 모니터링한다.매일 쏟아지는 신문과 방송기사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맞춤뉴스 전문사이트인 아이퀵포유(www.iquick4u.com)에 입력해둔 검색어에 따라 실시간 관련기사를 e메일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닷컴업체들이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인기다.생활속의 작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틈새서비스로,인터넷이나 e메일 사용이 잦은 네티즌들에게 효과적으로활용되고 있다. ◇‘모아모아’ 서비스=무료 웹메일의 용량제한으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2개 이상의 메일계정을 갖고 있다.스카이러브(www.skylove.com)는 여기저기 가입한 메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메일 통합관리 서비스 ‘원스톱메일’을제공한다.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한 네티즌들을 위한 게시판 통합검색도 인기다.올리올리(www.olioli.co.kr)는 회원으로 가입한 사이트를 입력하면 게시판에 나온 공지사항이나 동아리 소식 등을 한꺼번에 모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이트에서 적립한 마일리지를 모아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굿이야(www.goodia.co.kr)와 포인트파크(www.pointpark.com) 등은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모아 원하는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틈새 서비스 인기=에이에스포유(www.as4you.com)는 가전제품·컴퓨터 등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를 온라인에서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한솔CS클럽(www.cscllub.com)은 잊어버리기 쉬운 각종 기념일을 e메일을통해 회원들에게 알려준다.짚코드(www.zipcode.co.kr)는변경된 주소를 입력하면 카드회사나 백화점,신문·잡지사등에 주소변경을 알려줘 고지서 등이 제대로 도착하도록도와준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굄돌] 삶의 업그레이드

    베란다 한 쪽 켠에 긴 손잡이가 달린 꽃바구니가 몇 개 있다.생일,결혼 기념일 등 각종 축하 꽃바구니로 배달되었는데처음 그 화려하고 아름답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젠 앙상한 가시뼈처럼 남았다.문제는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쌓아두기도 뭣하다는 것이다.온통 베란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석연치 않아 어떻게든 처리를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발렌타인데이 때의 일이다.남자 친구들에게 줄선물을 마련하느라 대학 다니는 딸들이 동대문에서 초콜릿덩어리를 사와 원하는 모형을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다.방 한쪽에 모아둔 포장지도 꺼내고 망사도 펼쳤다. 그런데 베란다로 나가더니 마른 꽃은 덜어내고 빈 바구니만들고 와 먼지를 닦아내는 것이다.거실은 초콜릿 바구니를 꾸미느라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얼마 후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 눈에도 탐스러운 근사한 초콜릿 바구니가 거실 한 가운데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집에서 만드는 것이뭐 대수로울까 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축하꽃들이 담겨져 왔을 당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많은 생각이 교차되었다. 한 번 사용되었던 것들을 다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어디 꽃바구니뿐이겠는가.쓰임새에 따라 얼마든지 깜쪽같은변신을 이루는 재활용품들이 우리 생활 주변엔 너무 많다.빈종이 상자나 망사들은 사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다. 요즘 EBS 문화센터에서는 아이들 옷 만들기에서부터 헌 의자 수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적은 돈으로 새로운 물건을만들거나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하나씩은꼭 보게 된다. 이젠 그만큼 재활용 의식이 우리 생활 깊숙이보편화되어 있다는 얘기다. 나는 이 참에 재활용의 의미를 조금 넓게 보고 싶다.새로운문명에 밀려 자꾸 자괴감이 드는 중년 이후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한 방편으로 늦깎이 공부를 하거나 낯선 것에 도전해 보자는 얘기다.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 내는 일은 이미 있는 것의 복합적모방에 다름 아니다.다르게 보기,새롭게 보기,거꾸로 보기에서 찾는다면 그만큼 큰 재활용은 없을 것이다. 박지현 시조시인
  • 백문일 기자의 국제경제 읽기/ 광우병 유럽이 치른 대가

    ‘소잡는 일’에 우리 예산의 5분의 1인 20조원을 썼다.앞으로도 그이상을 써야 한다. 그것도 식탁에 올리기 위한 도축이 아니라 단지버리기 위해서다.지금 유럽이 그렇다.광우병(mad cow disease)에 걸린 소들을 폐기하느라 유럽이 난리다. 광우병은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다.가축의 등뼈나 내장 등으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에서 나타났다.몸을 가누지 못하고경련하는 모습이 ‘미친 소’처럼 보여 붙여졌다.사람에게도 전염돼뇌조직을 파괴시킨다.발병하면 1년안에 숨진다.‘프리온’이라는 기형 단백질이 발병체이지만 아직까지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광우병 공포로 쇠고기 수요가 줄면서 소 사육업체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지난 3개월 사이 유럽의 쇠고기 수요는 27%,쇠고기 값은 3분의 1이나 떨어졌다.도축업체의 10%는 이미 문을 닫았다. 소가죽을 원료로 하는 구두업체도 비상이다. 가죽을 벗겨내지 않고소를 묻거나 소각하기 때문에 소가죽 품귀현상이 빚어졌다.구두값이크게 올랐으나 판매가 줄어 구두업계는 울상이다.외식업체의 타격도크다. 독일에서는 쇠고기 수요가 70%나 급감,4만여 레스토랑 업체가 적자다.프랑스 외식업체들은 매상이 30∼40% 줄었다.미주 국가는 유럽산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 소의 태반을 쓰는 화장품 업체는 ‘광우병 신드롬’에 빠졌다.화장품이 상처를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일본은 광우병이우려되는 화장품에 판매금지를 내렸고 미국은 유럽산(産) 소에서 추출한 화장품 원료의 반입을 금지했다. 유럽의 재정부담은 상상을 넘어선다.광우병 발산지인 영국은 지난 15년간 9조원을,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조여원을 ‘비프 산업’지원에 썼다.7월1일부터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한다.사육업체 보조금 등을 합하면 향후 2년간 유럽제국은 20조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광우병 공포가 모든 가축으로 번지는 게 문제다.검사를마친 안전한 쇠고기만 찾는 사재기 열풍은 육류시장뿐 아니라 일반소비시장의 안정성마저 해치고 있다.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이를 ‘경제적 학살’로 표현했다.소비심리의 전반적인 위축은 회복기미를보이던 유럽경제를 주춤케 할 정도다.광우병을 일시적 병리현상으로봤던 유럽의 안이한 자세가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우리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백문일 기자 mip@
  • 과외공부 부시 외교에 자신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국제문제에 문외한이라는 혹평을 떨쳐버리기 위해 ‘개인지도’에 매달리고 있으며 이같은 개인지도로 국제문제에 대한 그의 이해가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후 CIA가 국제정세에 관한길잡이로 작성해 올린 10쪽짜리 ‘대통령일일 보고’를 읽는 것으로일과를 시작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CIA 고위 분석가의 브리핑을 들으며 외교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조지 테닛 CIA국장도 부시대통령의 외교 개인지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개인지도를 배경으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외교정책에 대한공개발언을 시작했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 일본 영국이집트 요르단 독일 폴란드 이스라엘 등 세계 19개국 지도자들과 전화로 접촉하는 등 모험도 시작했다. 5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은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와회담을 갖고 국제외교 무대에 신고식을 치렀다. 16일에는 멕시코를방문하는 등 외교무대에서의 활동을 본격화한다. 한편 국제문제에 무지하다는 취임 전의 혹평은 부시 대통령에게 오히려 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쌓아오는 과정에서 여러번 그랬듯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점수를 깎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 [네티즌 칼럼] 말하기와 듣기

    인터넷상에서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언어의 오염이 걱정스럽다.언어란 갈고 닦는 수고에 따라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는 반면 허투루 쓰게 되면 날이 갈수록 천박해져,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말이란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약속이다.어떤 사물이나 사건 또는 생각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그런데어떠한 약속이든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이는 잘못된 표현을 했거나 잘못된 이해로 비롯될 수 있는 언어 불소통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말은 두 가지 책임을 전제로 한다.말하는 자는 말의 의도에 대한 책임이 있고 듣는 자는 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있다.말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말하는 자는 말을 가려서 할 것이요,듣는 자는 헤아려서 들어야 한다.그래서 우리는 일정하게 말하고듣는 코드를 서로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선행된다.말하면서 듣는 자를 배려하는 마음,그리고 들으면서 말하는 자의 본심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말에도 예의가생기고 격식이 뒤따르는 것이다.말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지적이 아닐 수 없다.이 품격은 말에 대한 노력 없이 저절로 생기는것이 절대로 아니다. 유럽 강국들이 다투어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식민지를 확장해 갈 때유럽인들은 식민지에 가서 살면서 수많은 노예와 하인들을 부렸다.그 시절 그들이 약자 위에서 군림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당시의문화습관을 살펴보면 알 수가 있다.아프리카에서 살던 귀부인들은 열 개 이상의 원주민 방언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하인들에게 명령을 했다.열 개 이상의 언어를 공부해서 의사전달의 도구로 쓸 수 있다는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그 노력의 저변에는 지배층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이다.이는 안일함에 젖어 사는 하층구조의 인간들은 넘보기 힘든 일이다. 예전에 태국에서 생활하며 크게 느낀 바가 있다.그 나라에서도 영어가 소통되기는 하지만 생활 일반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영어를 모르는 태국인들과의사이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태국어를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그래서 태국어를 공부할 참고서를 찾아 서점에 갔다가 크게 놀랐었다.일본인을 위한 태국어 자료가 대단히 훌륭하게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일본이 대동아 전쟁을 일으키기 전 세계를 정복하고자하는 야욕을 불태우며 그 기초자료로 동남아 나라들의언어를 연구한 흔적이었다.우리나라가 나라 밖으로는 눈 돌릴 사이도 없이 근대사의 어두운 질곡을 겪고있을 때 일본은 이런 야망에 찬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들의 노력에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약육강식의 논리에서조차 그런 것이다.지배자 측에서 피지배자의언어에 익숙해야 마음대로 그들을 부릴 수가 있는 것이다.쓰기 편한언어를 고집하는 사람은 결코 지배자의 위치에 서지 못한다. 그러나 지배자나 귀족의 품격은 여전히 말의 절제에 있다.자고로 귀족의 어법이나 왕궁의 어법이 까다로운 것은 말로 낭비될 수 있는 인격의 절제를 위한 것이다. 반대로 욕설이나 상스러운 표현들이 쓰기 편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고 해서마구잡이로 쓰는 일은 인격의 낭비를 가져온다.이런 점에서 인터넷에서의 문법파괴나 상스러운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나쁜 언어습관은 마땅히 인격을 갈고 닦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하기에 격이 있는 것처럼 듣기에도 격이 있다.들음의 격도역시 잘 말하는 훈련으로 하나씩 쌓아지는 일이다.바람직한 말하기의 습관이 바람직한 듣기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쉽고 편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힘든 존재이다.자기를 갈고 닦는 일보다는 더 쉽고 더 편한 데로 나가기 쉬운 어리석은 존재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먼저 깨달은 선지자들이 어리석은 무리를 향해 늘한탄하며 말했을는지도 모른다.무릇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니. [안윤미 소설가]ym1209@hanmail.net
  • 신간 맛보기

    오산학교 교장 다석의 생애.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박영호 지음,두레 펴냄) 함석헌의 스승으로 오산학교 교장을 지낸 큰 사상가 다석(多夕)류영모(1890-1981)의사상전집.“‘나’가 죽어야 얼이 산다”는 것을 52세에 깨달아 치정의 뿌리인 색욕을 버리기 위해 아내와 해혼(解婚)해 남매처럼 지냈고,탐욕의 뿌리인 식욕을 버리고자 저녁 한끼만 먹는 등 일생동안 진리를 구도하고 그것을 실천한 생애와 사상을 조명.잣나무로 만든 널판에서 잠자고 언제나 무릎꿇고 앉는 등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었다.씨알 등 독특한 순우리말을 발굴해 쓰기도 했다.상·하권 각 1만3,000원해방이후 北사회주의 미술사. ◆북한미술 50년(이구열 지음,돌베개 펴냄) 해방이후 현재까지 북한사회주의 미술의 흐름을 정리.월북 후 평양미술대학 초대 학장을 지낸 김주경을 비롯해 김용준 길진섭 정종여 정영만 김의관 정창모 조규봉 김정수 등 북한을 대표하는 인민예술가·공훈예술가의 작품을소개.50년대가 전후 인민경제의 복구와 사회주의 건설을 찬양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 시기라면,60년대는 집체창작과 각종 기념비 미술이 창작된 ‘천리마 시대’였다.70년대는 ‘조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진 주체미술의 전성기.80년대는 주체미술을 지속적으로 구현한 시기며,90년대에는 김정일의 주체 사실주의가 새로운 미술창작 방법으로 강조됐다.1만5,000원. ‘화랑세기’에 신라의 비밀이.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이종욱 지음,김영사 펴냄) 고대사학계가 진위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온 ‘화랑세기’를 전문연구자가손을 보아 대중의 품으로 돌려줬다.진본임을 주장하는 저자는 그 내용을 통해 당시 신라인들의 생활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게끔 꾸몄다.평소 ‘화랑세기’를 신라의 비밀을 푸는 암호로 여겨온 저자는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신라인들의 삶을 재구성 해냈다.저자는 신라인들의 생활을 오늘의 윤리관과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금물이라며 신라인들의 충격적인 성윤리·생활 등을 차분히 얘기한다.1만5,900원전쟁·도박도 사회에 필요하다. ◆저주의 몫(조르주 바타이유 지음,조한경 옮김,문학동네 펴냄) 죽음과 에로티즘의 작가가 성찰한 비생산적 소모의 이론.우리는 넘치는에너지를 해결해야 하고,생식 목적이 아닌 성행위나 전쟁 종교의식도박 공연 예술 등 비생산적인 소모,즉 저주의 몫의 규모를 비중있게 늘려야만 사회의 생존 자체가 가능하다고 역설.포틀래치(경쟁적 증여 또는 파괴) 등을 적당한 소비 형태 창출 사례로 든 반면,저주의몫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가 끔찍한 형태의 소비와 맞닥뜨린 최근 역사를 상기시키는 등 모든 문명사의 변화 원인을 잉여의 소비 방식에서 찾는다.1만2,000원
  • 설연휴기간에 종합수송대책마련/ 22~25일 버스전용차로제

    건설교통부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를 설 연휴 특별수송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경찰청,철도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종합수송대책을마련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건교부가 전국의 성인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연휴에 지역간을 이동하는 국민의 연인원은 지난해 설보다 1.9% 증가한 3,220만명으로 추산됐다. 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수도 13.1% 늘어난 1,312만대에 이를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우선 임시열차 460편,2,980량을 투입해 열차 수송력을 16% 늘리기로 했다.또 고속버스도 예비차 387대를 투입,정규운행버스와 합쳐 연휴 때 하루 평균 7,984회를 운행할 방침이다. 시외버스는 상용차 7,872대,예비차 429대를 확보,도지사가 노선별교통량에 따라 운행토록 하고 전세버스 1만8,012대도 귀성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영업하도록 했다. 임시 항공편도 189회를 투입,국내선 여객기 운항편수를 평소보다 6%높이기로 했다. 도서지방으로 이동하는 귀성객을 위해서는 연안여객선 613회를 추가 투입한다. 서울의 경우 26일새벽 2시까지 지하철과 좌석버스가 연장운행되고부산·대구 등 대도시도 대중교통을 운행시간을 연장한다. 건교부는 연휴기간 중 폭설이 내릴 것에 대비해 ‘정부합동특별수송대책본부’를 구성,사고에 대비할 계획이다. 한편,경찰은 원활한 교통소통과 교통량 분산을 위해 경부고속도로서초IC(인터체인지)∼신탄진IC 구간의 상·하행선에서 22일 낮 12시부터 25일 밤 12시까지 버스전용차로제를 실시한다.또 고속도로 하행선은 22일 낮 12시부터 24일 낮 12시까지 16개 IC에서,상행선은 24일낮 12시부터 25일 밤 12시까지 10개 IC에서 진·출입이 통제된다.경찰은 이와함께 설 연휴기간 고속도로 쓰레기 버리기,갓길 운행,버스전용차로 위반 등을 단속하기 위해 교통정체구간에 고속도로 순찰차량 134대와 교통순찰 오토바이 68대,기동대 160명을 집중 배치할 방침이다. 한편,자동차 제작사는 20일부터 26일까지 고속도로와 국도의 주요휴게소 등 215곳에서 정비요원 2,470명을 투입,자동차 무상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도운 조현석기자
  • 대한매일 신년특집/ 건전생활 지혜 가꾸자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구조조정과 도산·폐업 등으로 실직자가 다시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 결과 경제한파의 취약계층인 직장인,주부,청소년 등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각종사회병리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일·알코올·인터넷 중독 등 건전한가정생활과 사회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병리학적인 ‘신드롬’을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편집자주] A씨(40·회사원)는 요즘 아침에 잠이 깰 때면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술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숙면을 취했다는 기쁨 때문이다. A씨가 처음 술을 입에 댄 것은 고교 졸업 직후.그는 한마디로 타고난 ‘주당’이었다.주변 사람들보다 2∼3배나 많은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이면 거뜬했다.거의 매일 마셔댔다.그러다 30대 초반부터 알코올 중독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취하도록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어쩌다 맨정신으로 귀가한 날이면 밤새 잠을 뒤척여야 했다.뜬 눈으로 지새우다 동이 트기가 무섭게 집 앞 해장국집으로 달려가 미친 사람처럼 술을 마셨다.A씨는 요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최근에야 술을 끊었지만 아직도 술을마시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매년 연말연시를 앞두고 ‘아루하라’ 주의보가 내려진다.‘아루하라’란 알코올(alcohol)과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로 ‘직장 내 주당(酒黨)들에 의한 음주 강요’를 의미한다.급성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을 막자는 취지에서 오사카에서는 ‘폭음방지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조직됐으며,도쿄(東京)에서는 ‘아루하라 신고전화’까지 개설됐다.피해자들은 ‘안 마시면 불이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원치 않는 술잔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술을 마신다.술자리를 함께 하면 금방 친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논리를 갖다댄다.따라서 한번 마셨다하면 2차,3차로 이어진다.취중에실수해도 매우 관대한 편이다. 이같은 음주문화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도 알코올 중독 징후군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우리나라 국민들이 99년 한해 마신 알코올량은 순도 100% 기준으로 1인당 10ℓ에 달한다. 최근 ‘음주문화 바로세우기 시민모임(대표 박양동)’과 경남 창원보건소가 창원시내 중·고생 2,497명을 대상으로 음주 실태를 조사한 결과,‘한달 이내에 술을 마셨다’는 비율이 고교생은 48.2%,중학생은 11.7%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교생의 1회 음주량은 2홉들이 소주반병 20.3%,1병 28.1%,2병 이상 27.3% 등 반병 이상이 75.7%나 됐다. 여고생도 반병 이상을 마시는 비율이 55.3%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99년 20∼59세 성인 남녀 1만7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술을 마시는 여성이 89년의 23.2%에서 32.7%로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사장 성희웅)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가운데 음주자 비율은 지난 97년 74.5%에서 지난해에는 87.6%로 증가했으며,음주자중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는 폭음자의 비율은 40.5%나 됐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조성기 예방치료본부장은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출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숙취가 남아 있으면 알코올 중독자로규정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을 수 있는 실수’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면서 “우리나라 음주자의 35.6%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대기업 H사 과장 류모씨(37)는 요즘 언제 퇴근할지 종잡을 수 없을정도로 근무시간이 늘었다.귀가를 닥달하던 아내(35)와 아들(10)도무덤덤해졌을 만큼 자정을 넘긴 귀가시간이 일상화됐다. 그는 “딱히 일이 있어서 시간외 근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남는 것”이라면서 “간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고,부하직원들은 덩달아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류씨는 최근 대기업의 감원과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경영진으로부터 “다른 회사들처럼 대량 해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라”는 극단적인 말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직 공포’ 때문에 휴가조차 다녀오지 못한 직장인들도 많다. 지리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업체 N사는 지난해 여름휴가가 3박4일이었지만 올해는 2박3일로 줄였다.그럼에도직원들 대부분은 이마저도 찾아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회사 직원 박모씨(27)는 “연차휴가를 가지 않으면 금전보상을하지 않음에도 사용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한가하게 휴가 타령이냐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김모씨(29)도 “직원들이 너나 할것없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불이익이 돌아올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구조조정의 칼날에 희생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직장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말하자면 ‘살아남으려면없는 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금융권이나 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는 회사들에서는 더욱 심하다. N사의 경북 영천지점 대리 박모씨(30)는 “지난달부터 부실채권 해결 등을 이유로 하루 3∼4시간씩 무급으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그는 “부실채권 회수 실적은 회사의 장래는 물론 직원들의 운명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고덧붙였다. 근무시간은 늘어났지만 업무효율은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나 근로자들의 과로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과로사 인원은 지난 98년 239명에서 지난 99년에는 325명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의 경우지난 6월말 현재 20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대 사회학과 정헌주(鄭憲柱) 교수는 “IMF 이후 땜질식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와 사회 병리현상 심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기업도 구조조정의 초점을 인원정리에 둘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심리안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양(17)과 남동생(16)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느라 숙제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생각했다.그 결과 두 사람 모두 고2년,중3년에서 학업을 포기했다. A기업 직원 이모씨(36)는 회사업무를 제쳐두고 ‘사이버 증권방’을 하루에도 100차례 이상이나 클릭하다가 상사로부터 엄중한 경고를받았다.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씨(31)는 ‘사이버 섹스방’을 통해 만난 남자와 밀회를 즐기다 남편에게 들켜 이혼당했다. 전기와 더불어 인류가 만든 최대의 이기(利器)로 꼽히는 컴퓨터가아이러니컬하게도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인터넷 중독 때문이다.요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터넷 게임·거래·섹스로 일컬어지는 사이버 세계에 중독되고 있다. 인터넷은 올바르게만 활용한다면 인생을 기름지게 하는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인터넷에 중독되면 현실세계에 눈이 어두워져 고립을 자초하고,심하면 현실의 낙오병이 되기도 한다.이 때문에 어떤 미래학자는 인터넷중독이 미래사회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한국성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80%가 포르노를 접한 경험이 있고,이중 절반 이상이인터넷을 매개로 했다.초등학생과 대학생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중독은 때로 실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A방송사에 근무하던 이모씨(34)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냈다.6개월째 온라인 게임에빠져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가상공간에서는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지위가 계속 올라갔으나 현실세계에서는 추락만거듭했다.회사 일과 가정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주변사람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주식투자자 가운에도 상당수가 인터넷중독증에 시달리고 있다.이들은 모든 증권사이트를 뒤지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인터넷 중독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징후가 나타난다.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려고 애쓰지만 계속 실패하는가 하면,인터넷때문에 중요한 인간관계나 직업,교육기회 등에서 상실의 위협받기도한다.절망감,죄책감,우울감,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에 매달린다. 미국 온라인접속중독연구소(COLA)는 “컴퓨터에 익숙한 전문가들보다는 컴맹 수준이라도 생활에 지친 주부들이나 과거 마약·알코올 중독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영동세브란스 정신과 구민성 교수는 “중독증세가 발견되면 환자가현실세계에서도 가상세계에 못지 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가족 등 친한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라고 말했다.그는 “인터넷이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순기능도 있는만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제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 고르바초프, 美대통령당선자 부시에 공개서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미국의 패권’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띄웠다. 고르바초프는 부시 당선자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 재임때인 지난 91년 옛소련 해체시 마지막 대통령이었다.다음은 25일자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공개된 고르비의 편지 요지. 조지 W 부시 당선자께, 나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초강대국 미국을 지켜보는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지금 미국의 세계 중심국 역할을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그러나 미국의 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미국의 지배적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이런 이유로 나는 당신이 21세기가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기 바랍니다.세계화는 대세이지만 미국에 의한 세계화는 잘못된 것이며 위험합니다. 미국민들은 엄청난 경제적 번영과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그러나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처절한 가난과 후진성을 벗어나지못하는 한 이 번영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지난 10년간 미국은 냉전의 승리자처럼 외교정책을 펴왔습니다.그러나 평화는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불평등과 긴장,그리고 미국을 겨냥한 적대감만이 심화돼 왔습니다.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인도등 빈곤국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전통적 맹방인 유럽과도효율적이며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이미 각종 무역분쟁등 미국과 EU(유럽연합)를 갈라놓는 분쟁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온실효과 제제를 위한 헤이그 회담에서 미국이 고립된 것은 대표적인예입니다. 냉전종식 이후의 시대에 대해 가졌던 희망은 이제 사라졌습니다.냉전이 사라진 지난 10년간 미국은 냉전시대의 이념에 따라 행동했습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확장,유고사태 무력처리,그리고재무장, ‘불량배 국가(Rogue States)’라는 괴상한 논리를 바탕으로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구축 등이 그 예입니다. 군축은 냉전후 오히려 뒷걸음쳤습니다. 이는 유럽의 새로운 면모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입니다.유럽은 이제세계 무대에서 독립적이고 강력한 역할자로 등장했습니다.유럽을 계속 미국의 종속 역할자나 동맹자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유럽과미국 사이에는 이제 동등한 파트너 관계가 설정돼야 합니다. 최근 몇년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돼왔습니다.당신의 러시아정책은 불분명합니다. 대선기간중 보였던 정책 방향은 고무적이지 못했습니다.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에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세계는 복잡한 이익과 문화가 존재하는곳임을 명심해야 하며 국제정책은 이러한 다양성 위에서 만들어져야합니다. 부디 본인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리 이진아기자 jlee@
  • [대한광장] 맹물로 움직이는 학술진흥정책

    대학에 몸담고 있다 보니 대학과 교수사회에 대한 비판에 자주 접하는 편이다.그 일각을 국회와 언론이 담당하고 있는데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이다.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대학사회의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는 자식의 공부와 장래에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다.그러나 자식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는 없다.공부와 장래를 모두 망쳐버리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이와 유사한 일이 국회에서 있었다.국회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학술진흥재원의 삭감 문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연구지원을 받은 연구과제의 결과물을 정해진 기일 안에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데,그 규모만큼 연구지원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어처구니없는 처방이 아닐 수없다.현재 학술진흥재단은 연구결과의 제출 기한을 어길 경우에 대한엄격한 벌칙을 교수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일종의 ‘학문적 신용불량’판정인 셈인데,연구논문의 질을 고려하지않고 기계적으로 연구기한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도 시원찮을판에 그것을 핑계삼아 연구지원비를 삭감하자니,국회에서 어떻게 그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몇가지 사례와 지표를 들어보자. 경제발전을 위해 재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처럼 대학의 연구 역시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대학과 대학교수들에게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연구 수준의 향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일이다.우리 나라에서 대학은 배출된 박사인력의 80%를 보유하고 있다.그런데 정작 대학에서 사용하는 연구비는 국가 전체연구비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대학이 맹물로 움직이거나 값싼 불량 휘발유로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학술진흥재단의 금년도 연구비 총액은 764억원이었다.과학재단이 2,070억원이니 합해서 2,834억원이 된다.이 재원으로 수백개에 달하는 대학의 연구를 지원한다.그런데 미국의 경우존스 홉킨스대학의 연간 연구비가 7,000억원이고 스탠퍼드·펜실베이니아·하버드대학 등의 연구비가 각각 5,000억원에 달한다.재원의대부분은 국가가 제공한다.미국 대학 한곳의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원으로 전체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면서 미국을 따라가라고 하느니 차라리 교수의 가랭이를 찢는 편이 낫다.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연구비까지 합쳐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금년도 전국 182개 대학의 교내 및 교외 연구비를 합산해 보면약 8,600억원 정도가 된다.통계에서 누락된 몇몇 대학의 연구비를 더한다고 해도 9,000억원에 못 미친다.말하자면 우리 대학 전체의 연구비를 합쳐야 겨우 존스 홉킨스대학의 연구비를 따라잡는 수준인 셈이다.우리 학문정책의 이러한 치부를 외면하고 국회가 연구지원비의 삭감을 주장하다니,어떻든 매우 용감한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교육에 공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그러나 예산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공교육은 허상에 불과하다.실제로 몇몇 나라의고등교육비를 비교해 보면 우리 공교육의 허상을 발견할 수 있다.유달리 공교육을 강조하는 독일의 경우 민간재원이 8%인 반면 공공재원은 92%를 차지한다.사교육이 발달한 미국만 해도 공공재원이 51%로절반을 넘는다. 반면 우리의 경우 공공재원은 22%에 불과한 반면 민간재원이 압도적인 수치인 78%를 차지하고 있다.우리 공교육이 공적 교육이 아니라공짜 교육인 셈이다. 다른 모든 교육이 그렇지만 대학교육이나 학술연구 역시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아니다.값싼 연료를 주입하면 속도가 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특히 세계화를 가장한 국가간 무한경쟁의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에서지식기반 사회의 구축이 주창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식기반사회를구축하는 1차적 보루인 학술진흥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할 수밖에 없다.국회와 교육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정대화 상지대교수·정치학
  • 독자의 소리/ 헌가구등 폐기절차 간소화해야

    최근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하숙촌 공한지와 동네 주변에는 헌가구나 소파,가전제품등이 버려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가구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은 실종된 시민의식 탓이라고볼수 있다.그러나 처리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도 이런 무단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일 것이다. 헌 가구를 버리기 위해선 거주지 동사무소에 스티커 발부신청을 해야하고,폐기비용은 따로 금융기관에 납부를 해야한다. 또 납부 영수증을 출장공무원에게 제출하고,공무원이 확인후 다시스티커를 부착해서 배출하는 이중 삼중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스티커 판매나 용역업무를 따로 맡는 위탁시설을 두든지,원스톱서비스로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적 행정이 시행됐으면 한다. 조효순 [대전 중구 문화1동]
  • [외언내언] 老子 논쟁

    “수박이 뭐냐”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은 “호박과에 속하는 넝쿨식물의 열매다.크기는 호박만 하고 초록 바탕에 검푸른 세로줄 무늬가 있다”,또 어떤 사람은 “호박처럼 생겼는데 쪼개면 빨간 속살이먹음직스럽다.95%가 수분이고 달기가 꿀맛 같아 여름 별미다”라고답할 것이다.둘 다 틀린 답은 아니다.다만 이때 침을 꼴깍 삼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수박을 먹어 본 사람이다. 도(道)는 말로 전할 수 없다.언어로 규정하는 순간 그 언어가 갖고있는 한계에 묶여버리기 때문이다.“도가도,비상도.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으로 시작되는 노자(老子) 도덕경 1장은 바로 이 점을 말하고 있다.부처가 8만4천경을 설한 후 “나는 아무 것도 설한 바 없다”고 말함으로써 후학들이 문자에 얽매이는 것을 경계했듯이,노자는 그 첫장부터 말의 함정을 경고해 놓고 시작한것이다.그렇다고 문자로 남아있는 도를 도가 아니라고 외면할 도리또한 없다.노자 스스로 “말로 표현된 도가 도 그 자체는 아니다”라고 해 놓고서 속절없이 문자로 남겼으니말이다. 새 천년 벽두에 도 바람을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金容沃)의 도덕경해설에 시비가 붙었다.김용옥을 지칭해 붙인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이 출판된 것이다.이경숙(40)이라는 낯선 이름의 이 노자 연구자는 “내가 쓴 책이 바로 나의 경력일 뿐”이라며 자신의 인적사항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그러면서 그는 김용옥의 도덕경 주석을“틀린정도가 아니라 삼류 개그 쇼”라고 몰아붙였다.첫 장부터 헛짚었다는것이다. 도덕경이 문자로 전해진 이상 그것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각자에게맡길 수밖에 없다.그러니 제각각 아는 만큼 보고 본대로 말할 수밖에.누구의 주석이 옳고 그른지 범부가 알수도 없으려니와 또 한두 구절이 틀린들 어떠랴.다만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이 황량한 시대에 전국에 도 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김용옥의 ‘법력’이라고할 수 있다.더듬이 없는 곤충처럼 너도 나도 실용학문에만 눈이 어두운 이때,한 코미디언(?)이 나타나 인문학 바람을 일으켰다면 그 또한반가운 일 아닌가.그런 의미에서 김용옥의 주석에 이의를 제기한 것또한 부질없다고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도를말로 다 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어찌 도뿐이겠는가.일상의 진실도 매한가지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외언내언] 준비된 ‘미국 찬양’

    마치 봉숭아 꽃씨주머니 터지듯 ‘미국 찬양’이 쏟아졌다.지루하고모양새도 좋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스로 끝나,이제야 좀 다르겠지 했더니 또 그 곡조였다.우리 언론의 ‘미국 찬양’은 중독증일까,반복적인 학습으로 얻은 반사반응일까.미국을 찬미할 준비가 언제나 충분히 돼 있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그러니까 4년마다,미국 시민의 절차 존중,결과에 대한 승복,승자에 대한 패자의 축하 전화를찬양했다.이번에도 맞춤 찬사가 준비됐다.그런데 그만 플로리다주 개표에서 문제가 생겨 당락이 뒤집힐 기미가 있자 고어가 부시한테 건축하 전화를 취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제작 시간 때문에 이 사태 이전에 찬양 논평을 실었던 매체는 꼴이 우습게 되었다. 그 뒤 손으로 하는 검표가 진행되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하면서 미국선거의 숱한 비능률과 불합리가 종합적으로 전시됐다.게다가 미국 사법부는 법과 상식이 아니라 당파성에 좌우된다는 인상을 주었다.미국안에서도 이 이상한 선거를 개탄하는 코미디가 만발했다.미국 민주주의가 망신당하고 국민이 분열된 것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소리 또한높았다. 엉망진창인 선거를 보고서도,찬사는 준비된 것이라 버리기 아까웠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역시 미국”이란다.미국의 저력,미국민주주의의 위대성을 높이 기린다.남을 칭찬하는 것은 좋다. 우리는이것에 인색한 것이 탈이다.그런데도 미국에만은 유달리 후하니 이또한 탈이다.미국 찬양으로만 끝나도 괜찮겠는데 뒤에 붙이는 “한국같으면 어땠을까”한 마디가 속을 뒤집는다. 가짜 명나라 사람(고질적 사대주의자)두상에 몽둥이질을 해야 한다고 1920년 권덕규(權悳奎)가 쓴 논설이 새삼 생각난다. 미국은 대통령 뽑은 경험이 220여년이다.우리는 50여년 동안 대통령을 뽑아 보았다.연륜도 연륜이지만,고난과 역경 속에서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민주정치를 성취해 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가.우리도 앞으로 두 번이나 세 번쯤 대통령 뽑는 것을 더 경험하고 난 뒤에는 미국보다 훨씬 근사하게 할 수 있다.희망을 심자.자기비하는 이제제발 그만하자. △박강문 논설위원pens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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