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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공무원 업무앱 이용 불편 ‘논란’

    ‘공직자통합메일’, ‘바로톡’ 등 공무원 업무를 돕기 위해 보급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 앱)들이 이용자들의 외면으로 저조한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말 보안 강화 등을 목적으로 각각 바로톡과 공직자통합메일 앱을 공무원에게 보급했다. 25일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모바일 메신저 ‘바로톡’의 가입자는 15만명으로, 이용 건수는 사용자 1인당 하루 0.4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용률이 낮은 것은 프로그램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휴대전화의 다른 기능과 충돌하면서 속도가 느려지거나 때때로 멈춰 버리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A과장은 “지난해 말 바로톡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기에 상당수 직원이 억지로 깔았다”며 “쓰려고 하면 휴대전화가 느려지고 일부 기능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고 유달리 휴대전화 배터리가 금세 닳아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B과장도 “휴대전화로 공직자통합메일을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닫지 않으면 다른 앱들이 작동을 하지 않아 몇 번 사용하다가 불편해서 지금은 개인용 메일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행자부는 바로톡 개발에 1억 6000만원을 투입했다. 2015년 3월에는 바로톡 운영·확산 사업에 예산 3억원을 투입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바로톡 시스템 보안 확충 사업에 9700만원을 들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설치를 강제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로톡이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며 “다른 소프트웨어도 업데이트를 통해 점점 나아지듯 바로톡도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직자통합메일의 경우 현재 안드로이드용 앱만 있는데 하반기에 아이폰 iOS용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안철수 측 “‘돼지흥분제 논란’ 홍준표 대통령 자격 없다”

    안철수 측 “‘돼지흥분제 논란’ 홍준표 대통령 자격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은 2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학 시절 ‘돼지흥분제’ 논란에 대해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유정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성폭력범죄에 가담한 전력을 그저 과거의 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국민적 충격과 분노가 너무 크다”며 “방방곡곡 성범죄자로도 모자라 심지어 대통령 후보까지 성범죄자를 봐야 하는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 문제는 단순히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당이 받은 대선 선거보조금이 무려 119억 8000만원이 넘는다. 홍 후보 같은 무자격자가 119억이 넘는 혈세를 펑펑 쓰고 다니니 기가 막히고 피눈물이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와중에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홍 후보는 서민 혈세 낭비를 중단하고 지금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그것만이 홍 후보가 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우리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고 국민의 신체와 인권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자리”라며 “여성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농담 삼아 하는 대통령 후보, 강간모의를 과거에 있었던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대통령 후보가 맡을 수 없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여성위는 “홍 후보의 막말과 강간모의 고백은 우리 국민의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혈기왕성한 시절 운운하는 뻔뻔한 변명이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남성들에게 면죄부를 줄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홍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조속히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정희 근황…“나도 정치적 인간” 정계 복귀?

    이정희 근황…“나도 정치적 인간” 정계 복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0일 다시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전날 열린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껄끄러운 질문을 계속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꼭 이정희 보는 것 같다”고 거듭 핀잔을 줘서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까지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통진당 해산 이후 정치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대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진보를 복기하다’에 이어 최근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를 출간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뭐하고 지내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았습니다. 별다른 것을 하지 못했습니다. 큰 고통을 견뎌야했던 분들, 민주주의를 위해 굴하지 않고 애써 오신 분들께 죄송하고 면목 없습니다”라면서 “고민에 답을 찾는 일, 버리기 아까운 것들을 다시 묶어내는 일만을 했을 뿐이네요. ‘진보를 복기하다 - 버리기 아까운 진보정책 11가지’,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책 두 권을 썼습니다.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한 날들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영화 전문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전업정치에 복귀할 마음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누구나 살면서 정치활동을 한다. 전업정치를 할 수 없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정치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서 “그 점에서 나 또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인간이다”라고 답했다. 기회가 되면 정치 일선에 복귀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제 18대 대선 TV토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날카로운 독설을 날렸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거듭 밝혔다. 또 이 전 대표는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 뿌리는 속일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박 후보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당시 박 후보에게 “측근비리 드러나면 즉각 대통령직 사퇴한다고 약속하라”면서 “그렇게까지 의지를 피력해야 측근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박 후보는 “뭐든지 (비리가) 드러나면 ‘후보를 사퇴한다’, ‘대통령직을 툭하면 사퇴한다’ 이런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예언가로 등극하기도 했다. 18대 대선 당시의 토론 스타일로 인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특검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987년 학력고사에서 전국 여자수석을 차지했고,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정희는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여성복지위원장을 지내는 등 인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쌍용차 파업, 기륭전자 사태, 촛불시위, 용산 참사 등의 현장을 찾아 다니며 의정활동을 했고, 2010년 7월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통합진보당 대표가 됐지만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대우조선해양이 죽다 살았다. 생사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을 결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죽여야 하느니, 살려야 하느니 논란이 분분했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버리기 어려운 국가기간산업임에도 곱지만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라는 날 선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할 입장도 못 됐다. 그러니 채권단의 압박(?)에도 국민연금공단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했던 것이다. 물론 채권단의 요구, 즉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연금공단으로 봐선 이득이다. 받아들이면 채권 회수율이 50% 이상이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수율 10%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채무조정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것은 ‘문형표 트라우마’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방 갈 일만 없으면 현 상태에서는 무조건 오케이인데 뒤탈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변양호 신드롬에 이어 문형표 트라우마가 어른거렸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신주의고 무소신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공단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뒤통수를 치는 우리네 문화가 잘못된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연 것은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긴급회동이다. 연장되는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국책은행 차원의 보증이 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1조 350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많은 4000억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함으로써 다른 채권자들도 17일과 18일 열리는 채권자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자는 물론 국민에게 또 한번 큰 빚을 졌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강성 노조였던 대우조선해양노조가 자구 노력에 동참하는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모습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걱정이 아닌 희망을 주는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선주들이 배를 맡기느냐 맡기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최근 그리스 최대 해운사로부터 초대형 유조선 3척을 약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수주한 것은 시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내·외부적인 복합요인이 작용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경기의 위축과 최근 1~2년 사이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가 급격히 줄었고, 과거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발목을 잡았다. 해양플랜트 경험이 일천함에도 단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산업이란 욕심에 무턱대고 지른 게 화근이었다. 수주는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납기가 지연되고, 재작업에 따른 인건비·재료비가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원가가 계약가를 넘어서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이것이 부실 원인이다. 그 때문에 타사들이 부러워하는 초대형 LNG선이나 방산 기술력 같은 강점은 살리고 부실의 단초가 된 해양플랜트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자구 노력에 더욱더 매진해야 한다. 올해 흑자를 내지 못하면 사장직을 내놓겠다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말 또한 빈말이 돼서는 안 된다. 정 사장 혼자 그만두면 끝나는 게 아니라 혈세로 다시 한번 회생의 길을 열어준 국민에게 절망감을 안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인도금이 대거 들어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번 채권단인 산은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최대 보유자인 국민연금공단과의 피 말리는 밀당을 보면서 ‘변양호 신드롬’ 같은 독소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 문제 될 소지가 있으면 손대지 않는 보신주의다. 과거의 정책 결정이 뒤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ykchoi@seoul.co.kr
  • ‘귓속말’ 이보영-이상윤, 간담 서늘한 첫 키스 “차원 다른 밀당드라마”

    ‘귓속말’ 이보영-이상윤, 간담 서늘한 첫 키스 “차원 다른 밀당드라마”

    간담이 서늘한데 설렘을 느끼는, 차원이 다른 밀당드라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5회에서는 적과 동지 사이를 오가는 신영주(이보영 분)과 이동준(이상윤 분)이 키스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심장이 철렁한 상황 속에서 펼쳐진 이들의 키스는 스릴러와 멜로를 오묘하게 조화시키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이날 이동준은 강정일(권율 분)과 최수연(박세영 분)에게 반격을 당했다. 강정일과 최수연은 이동준과 원한 관계가 있는 장현국(전국환 분) 대법원장을 이용, 이동준을 궁지로 몰았다. 이에 대법원장은 이동준을 잡기 위해 전현직 판사들의 비리를 내사하기 시작했다. 이동준은 피고의 딸 신영주와 얽혀 있어 내사의 대상이 된 상황. 끝없는 절벽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에 강정일은 이동준과 신영주의 관계를 폭로해가며 압박을 더했다. 하지만 이동준은 신영주와 함께 방산비리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찾던 중, 대법원장의 약점을 틀어쥘 서류를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이동준은 대법원장의 모든 계획을 무마시키며 위기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신영주는 상황이 달랐다.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이 폐암을 선고 받은 뒤 더욱 조금해졌다. 강정일은 이러한 신영주의 마음을 이용했다. 신영주에게 형집행정지를 도와주겠으니, 이동준을 버리라고 회유했다. 여기에 ‘태백’에서 해고가 되자, 신영주는 이동준이 자신의 손을 놓은 것이라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신영주는 아버지를 위해 이동준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동준은 이러한 신영주의 모습에서 살기 위해 신념을 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신영주가 자신처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을 알기에, 이동준은 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신영주를 향한 연민의 감정이 움튼 것이다. 이동준은 모든 것을 끝내기로 결심, 강정일이 놓은 덫에 스스로 들어갔다. 신영주는 뒤늦게 이동준이 아버지의 형집행정지를 도와준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동준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칼에 찔려 의식이 혼미한 이동준을 발견한 신영주는 그를 부축해 컨테이너 사이로 숨었다. 하지만 이동준은 계속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려 했고, 신영주는 이동준의 입을 막기 위해 키스를 했다. 심장이 철렁하면서도, 묘하게 설렘이 느껴지는 엔딩이었다. 신영주와 이동준의 입막음 키스는 쫓기는 상황 속, 간담이 서늘한 가운데 펼쳐져 시청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더 큰 적을 잡기 위해 손을 잡은 두 남녀.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관계는 절박함을 내달렸고, 위기의 순간 서로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이 싹텄다. ‘귓속말’은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멜로를 예고했다. 벼랑 끝에서 더욱 가까워진 두 남녀의 모습은 향후 이들이 어떤 관계를 그려나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무리)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6회는 11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은평 “대형폐기물 처리 스마트하게”

    은평 “대형폐기물 처리 스마트하게”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1동으로 이사 온 이모(34)씨는 오래된 장롱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집에 아내와 둘만 있다 보니 장롱을 밖에 내놓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수수료를 납부하고, 스티커를 받아 오는 것도 평일에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이씨의 이런 걱정은 올해 말이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대형폐기물 처리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은평구가 올해 말까지 전국 최초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대형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10일 밝혔다. 주민들은 구가 자체 개발할 예정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형폐기물 사진을 찍고, 앱에서 가구 종류와 크기를 인식해 금액을 산정하면 결제만 하면 된다. 이후 수거업체가 집을 방문하거나 가구를 내놓은 곳으로 찾아와 폐기물을 수거해 간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금번 사업을 통해 깨끗하고 쾌적한 은평구 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면서 “다른 사업에도 공공 분야의 첨단 정보기술을 적용해 주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월호 절단하면 화물 쏟아져…그대로 보존해야”

    “세월호 절단하면 화물 쏟아져…그대로 보존해야”

    해상에서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정부가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긴 뒤에 선체 수색·수습 작업을 위해 필요할 경우 객실 부분을 절단(분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24일 낮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수습자의 수습을 위해 물리적으로 안 되면 (선체) 절단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 훼손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선체 수색·수습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가 “사고나 사건의 현장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세월호 선체 절단 계획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공 교수는 항만·선체 인양 분야에서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발족을 앞두고 있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내정된 상태다. 공 교수는 지난 23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여러 요인들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선체의 온전한 인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제기된) 외부적 요인은 주로 다른 물체와의 충돌 문제다. 그 부분은 외판을 보면 육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조타기 고장으로 인한 조타 실수, 과적이나 평형수 부족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 그리고 고박 부족으로 인한 화물의 이동”을 내부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현재 화물이나 화물의 상태가 그 갑판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어야 제대로 사고 원인 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지난해 8월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만 분리해 바로 세운 뒤 작업하는 이른바 ‘객실 직립’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해수부는 같은 달 이런 방안을 제안한 선체정리 업체인 ‘코리안쌀베지’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코리아쌀베지의 제안서에서는 옆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의 객실 부분을 절단하고, 선수(뱃머리)와 선미(배 뒷부분)를 분리한 뒤 선체를 바로 세우는 방식이 적혀 있다. 또 선택적으로 구멍을 뚫어 작업자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공 교수는 다음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객실과 같은) 상부 구조물을 잘라버리는 순간, 그 갑판에 실려 있는 화물이 앞으로 쏟아져버립니다. 그럼 더 이상 그 갑판에 실린 하중을 계산할 수 없고, 또 화물의 배치를 알아야 제대로 복원성을 계산할 수 있는데 어떤 화물이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그걸 자르는 순간 쏟아져버리기 때문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세월호를 잘 올려놓고 또 다른 사고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의혹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사고나 사건의 현장은 그대로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그렇게(절단)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유족들도 지난해 이미 입장문을 통해 “세월호 선체 인양의 대목적은 온전한 인양을 통한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이라면서 “정부가 인양 작업 시작 후 1년이 넘도록 실패와 연습을 반복하다 선체에 130개에 달하는 구명어 뚫어버렸고, 상당수의 구조물을 절단해버렸다. 현재 객실 부위는 침몰 당시 선미를 중심으로 매우 심하게 파손된 상태로, 철골 구조를 제외한 벽체와 천장 판넬은 스스로 지탱할 내구성이 남아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는 말로 객실 분리시 선체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동안. 찰나라고도 해 보자.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작가 성석제는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라는 참으로 시적인 제목의 소설에서 한 사내가 자동차 사고로 추락해 사망하기까지의 그 4.5초의 시간을 놓고 한 사람의 일생이자 인생을 꿰뚫은 적이 있다. 그게 됐냐고? 물론 됐다. 1995년 여름에 선보인 이 소설 속 남자의 캐릭터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침 사방에 튀겨 가며 나불거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니 말이다. 물론 제목이 주는 각인의 힘이 어마무시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살짝 변형되어 나를 찌르기도 하나니, 나아가 모두와 한번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도 먹게 하나니, 그래, 그러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나는, 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나. 그리하여 우리 각자 종국에는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나. 경우에 따라 길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일지 모르겠다. 한 시인은 1초간 떴다 가라앉은 까만 비닐봉지에서 오리의 날고 떨어짐을 비유한 적도 있으니 나 역시도 그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귀신으로 보고 신던 슬리퍼를 내던진 적도 있으니 그 시간의 잴 수 있으나 잴 수 없음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시의 영역이 아니겠나 하면서도 얼마 전 어림잡아 그 두 배쯤 되는 8초간의 시간을 단 두 문장의 29자로 8분처럼 갖고 논 유일무이의 한 사람을 똑똑히 목도한 나는 정말이지 큰 혼란에 빠지고야 말았다. 요즘 그런 사람 누구겠나. 딱 한 사람 그 사람이지. 고개 숙이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탬버린처럼 손 흔드는 사람. 죄송하다라고밖에 더하겠어 할 때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 울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오히려 과감히 웃어버리는 사람. 세상의 상식이란 애초에 없는 공식이고 온전히 자기 논에 물 대는 일에만 입 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박근혜.  4.5초에서 시작해 8초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였다. 이상하지. 흘려버리기 십상이던 그 시간의 우리들을 그 안에 투영해 보니 저마다의 오늘이 너무도 잘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만보기를 켜고 1초에 몇 보를 걷나 그 초의 숫자바뀜을 유심히 보니까 걸음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라디오 생방을 가서 방송을 기다리며 째깍째깍 바뀌는 시계의 숫자를 유심히 보니까 설렘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500원을 내고 오뎅 한 개를 산 뒤 그걸 한 입씩 나눠 먹기까지 채 5초도 안 걸린 몽골인 엄마와 그녀의 두 아이를 유심히 보니까 허기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일 초의 어려움, 일 초의 무서움, 일 초의 다함, 일 초의 전부를 인지하고 있을 때 사실 우리의 피로함은 극에 달한다. 어쩌면 그 지치는 헐떡임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 일 초를 외면하고 사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르겠다. 일 초를 일생이라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삶과 사람에 대한 집중력은 얼마나 예의 바른 에너지일 것인가. 최소한 나 때문에 네 몸과 네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지 않을 것인가. 일 초 만에 사랑에 빠져 평생을 사는 부모가 있다. 일 초 만에 사람을 놓쳐 지금껏 혼자 사는 내가 있다. 일 초는 그런 시간이다. 누군가 어떤 이가 차기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답하는 마음으로 썼다. 일 초를 섬기는 자여, 당신만이 오시라.
  • [In&Out] ‘스튜어드십 코드’ 통한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황세운 자본시장硏 자본시장실장

    [In&Out] ‘스튜어드십 코드’ 통한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황세운 자본시장硏 자본시장실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외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불공정한 의결권 행사가 만일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국민연금이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가입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500조원이 넘는 큰 규모의 적립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재발방지책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확대하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독립성의 강화는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에 있어서 특정세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야 함을 의미한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강화는 단일기준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향성에서 접근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채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펀드와 같은 기관투자가가 가입자들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관리의 원칙을 말한다. 총 7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요 내용으로는 기관투자가가 수탁자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을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통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이유는 코드를 채택한 이후 수탁자 의무이행과 의결권 행사는 사전에 미리 정해진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중요 경영의사결정에 있어서 찬반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찬반 의사가 어떠한 절차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지를 내부규정에 따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기준과 절차가 부당한 외부압력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사전적으로 정해진 룰에 의해 의결권 행사가 이루어질 경우 외부세력에 의한 간섭은 분명히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의 강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를 공개하고 이를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기업의 합병안에 대해 찬성할 경우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와 절차를 고객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정보의 공개는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이 수탁자의 의결권 행사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을 경우 외부세력에 의한 부당한 압력이 개입될 여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불이 밝게 켜져 있어 밖에서도 잘 보이는 집에는 도둑이 들기 어려운 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이 확산될 경우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을 옥죄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건전하게 경영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잘못된 경영활동을 바로잡음으로써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노후생활에 있어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자산관리와 의결권의 행사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왜곡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 슈퍼마켓에서 고의로 두 살 딸 버린 비정한 엄마

    슈퍼마켓에서 고의로 두 살 딸 버린 비정한 엄마

    얼마나 힘들었으면 아이를 버리기까지 해야했을까? 떼쓰는 아이의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특정 장소에 잠깐 내버려두는 부모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를 버려서 경찰에 체포된 엄마의 사연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한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두 살된 딸을 일부러 버린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일요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데일의 한 슈퍼마켓 푸드코너에서 어린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여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는 엄마와 쇼핑을 하는 동안 마트 안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아이는 혼자 헤매고 있다가 발견돼 보호시설에 맡겨졌고, 사후에 CCTV를 통해 아이의 엄마를 확인했다. 엄마 치엥캄 빌라이세인은 다른 쇼핑객들이 딸을 손에 건네주려하자 ‘그냥 내버려두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엥캄은 결국 체포됐다. 폴 미란다 형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외에 아이는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아이의 엄마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나는 당신이 어디 있든지 떠날 준비가 됐다"는 글을 남편에게 남겼다. 사진=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학평’ 약점 알리는 이정표… 큰 틀 전략 짜세요

    ‘학평’ 약점 알리는 이정표… 큰 틀 전략 짜세요

    9일 치른 3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학력평가(학평)는 고3 대입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수험생들이 3월 학평 결과를 토대로 올해 대입 지원 전략을 짜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3월 학평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3월 학평을 토대로 한 수능 학습법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도움으로 대입 레이스에 동참하는 고3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도 알아봤다.●취약 부분 찾아 오답노트 만들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9월 수능 모의평가(모평)에 비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출제하는 학평은 취하기도 버리기도 아까운 ‘계륵’ 같은 시험으로 불린다. 수능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재수생과 여름방학 이후 대입에 뛰어드는 반수생이 참여하지 않아 평가 결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3월 시험은 시험 출제 범위가 고2 때까지로 한정돼 평가 자체로서 의미는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3월 학평은 11월 수능 때까지 공부의 방향을 잡아 주는 ‘이정표’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3월 학평 결과를 토대로 영역별 취약점을 파악하고 학습법을 점검하는 데에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겨울방학 동안 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3월 학평 결과가 나빴다면, 지금까지 학습량이 적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학습량은 많았지만 집중하지 않았거나 학습의 방향이 잘못됐는지를 따져 보라는 것이다. 영역별로 취약한 단원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작업도 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영어 영역 성적이 예상보다 낮았다면, 어휘력이 부족한지, 문맥 파악 능력이 부족한지, 문제를 푸는 요령이 부족한지까지 세밀히 파악하라는 뜻이다. 3월 학평은 오답노트를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험생 일부가 6월 수능 학력평가 이후부터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나중에 시간 부족을 호소하곤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첫 학력평가부터 오답노트를 만들면 실제 수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90점 이상 1등급’ 수능 영어 대비도 3월 학평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올해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 영역이다. 지난해까지는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을 맞으려면 상위 4%에 들어야 했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90점만 넘으면 누구나 1등급을 맞는다. 그동안 교육부가 ‘쉬운 수능 영어’를 표방한 만큼, 입시업계에서는 1등급 범위가 대략 15%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학평은 교육청이 출제하지만 영어 영역은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하려는 대학이 영어 영역 점수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도 알아보는 게 좋다. 예컨대 서울대는 등급별로 감산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출하고, 등급 간 차이가 거의 없다. 반면 연세대는 등급 간 반영 비율 폭이 크기 때문에 영어에서 2등급을 맞으면 사실상 합격이 어려울 정도다. 3월 학평에서 영어 영역 1등급을 받는 데 수월했고 지원하려는 대학에 점수를 적용해 봐도 안심할 수준이라면 국어나 수학, 탐구 등 다른 영역에 좀더 주력하는 게 좋다. 중위권이라 하더라도 3월 학평에서 영어 영역 성적이 2등급 이상으로 부실하게 나온다면, 기본적인 문장 해석과 EBS 수능특강 변형문제 풀이에 매일 일정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다.●학부모도 자녀와 함께 뛰어야 대입을 시작한 학생들도 힘들지만,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도 애가 타게 마련이다. 자신이 대입에 대해 잘 모른다고 교사와 학생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학부모도 짬을 내 각종 설명회에 참여해 정보를 얻고 함께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예컨대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지난달 15~17일 고3 학부모를 위한 진학설명회 등을 열었고 올 7·8·12월에 진학지도 설명회 등을 열 계획이다. 학부모에게 이번 달은 연간학사일정과 입시일정 등을 파악하고 담임교사와의 상담으로 큰 틀의 입시 전략을 짜는 시기다. 3월에는 우선 학생부 기록을 정리해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전형을 선택하고 5월까지 이를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중간고사와 6월 모평, 방학, 9월 모평, 기말고사 등 일정에 맞춰 함께 준비해 나간다. 5월 중간고사가 끝나면 수험생의 집중력이 매우 약해진다. 학부모는 입시설명회에 참석하고 수시 지원 전략을 함께 점검하도록 한다. 다만 6·9월 모평 결과에 크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성적 변화의 특징을 분석해 면밀한 지원 전략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8월부터 9월 원서접수까지는 수시모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10월부터는 수능에 대비해 자녀의 건강을 챙겨 주는 게 좋다. 엄익주 서울시교육청 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지원자를 가장 잘 아는 담임교사와 상담해 지원 전략을 세우고 나아가 학교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진행하는 수시 상담에 참여해 지원 전략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반지의 여왕’ 안효섭, 외모지상주의 킹카 “난 예쁜 여자만 보면..”

    ‘반지의 여왕’ 안효섭, 외모지상주의 킹카 “난 예쁜 여자만 보면..”

    ‘반지의 여왕’에 출연하는 안효섭이 주목받고 있다. 6일 첫 공개된 MBC × NAVER TV 콜라보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반지의 여왕’의 안효섭이 미워할 수 없는 솔직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다. 안효섭은 훤칠한 키와 수려한 용모에 패션 스킬까지 갖춘 외모지상주의자 박세건 역을 맡았다. 그는 99점짜리 여자도 허락지 않는 패션학과의 비정한 킹카로 분해 필터링 없는 돌직구 스타일의 독특하고 솔직함으로 끌리는 매력을 발산했다. 박세건은 촌철살인의 직설화법으로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만 취향을 저격하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독보적인 매력의 미워할 수 없는 비정한 킹카다. “난 예쁜 여자만 보면 힘이 나거든” 이라는 대사처럼 외모 하나만을 쫓는 ‘외모 지상주의자’였다. 어떤 여자든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들 수 있지만 쉽게 질려버리기에 항상 이상형을 찾아 헤맨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걸그룹에게 “솔직히, 네가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 이쁘장~한 정도지”라며 냉소적인 말로 퇴짜를 놓는가 하면, 그 순간에도 상대가 신고 있는 높은 구두를 보고 “낮은 거 신고 가. 비온대”라며 타고난 다정함을 드러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에 절대반지의 주인 김슬기와 외모 지상주의 비정한 킹카 안효섭의 환상 연기 시너지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반지의 여왕’은 9일 목요일 밤 11시 10분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기고] “전남으로 얼렁 오씨요” / 박남일 전남도청 일자리협력팀장

    [기고] “전남으로 얼렁 오씨요” / 박남일 전남도청 일자리협력팀장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 모든 것을 갖추어 놓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어렵다! 힘들다! 하지 말고, 전남에서 둥지를 틀어 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노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업(家業)을 잇기를 권한다. 다만 권하는 데도 절실함이 묻어 있다.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고 싶고, 또 세상일을 경험하고 싶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권유는 하찮게만 생각된다. 아버지도 그걸 알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만 ‘살다가 어렵거든 하시라도 돌아와라 기다리고 있으마’하고 말을 맺는다.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그 가업은 명품 직업이 되었다.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아버지는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가업을 이을만한 젊은이를 찾고 있다. 찾아오는 이가 싹수만 있다면 흔쾌히 받아들일 심산이다. 아들은 도시에서 이 소식을 듣고 몹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가업이 타인에게 돌아간다는 게 탐탁치도 않고 그 간의 삶도 어렵고 힘들었던 것이다. 이젠 어떻게 할 것인가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그 수가 하도 많아 과잉 경쟁이 예사로 일어나고, 삶을 즐기는 여유를 포기해야 근근히 버틸 수 있다. 반면 농촌에는 청년들이 너무 적어 귀하신 대접을 받고 있다. 지원을 하고 싶으나 연령에 맞는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 또 그나마 있는 농촌지역 기업의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과거의 원인을 탓하는 것은 무용하다 생각된다. 다만 도시의 젊은이들이 현상을 직시해서 블루오션이 되어 떠오르는 농촌에서 기회를 잡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분야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를 탈출하여 농촌으로 향해 어떤 분야나 깃발만 꼽으면 풍성한 과실을 딸 수 있다. 농업의 예를 들어보면, 지금 농촌엔 농지가 넘쳐나지만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 몇 년째 묵히고 있는 땅들이 많다. 농지는 몇 해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 황무지로 변해 버리기 때문에 땅 주인은 임대료 없이 농지를 이용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 밭이나 논을 경작하면 작물 소득 외에 정책적으로 지급되는 직불제 등의 소득이 발생한다. 생각해 보라! 남의 땅에서 임대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정책 지원금 혜택도 받으며 농사짓는데 필요한 농기계는 빌려서 쓸 수 있다면 솔깃하지 않은가? 여기에 신선한 아이디어만 접목된다면 대박을 낼 수도 있다. 참고로 15년 기준으로 전남엔 억대 부농이 4327농가에 이르고 있음을 밝혀 둔다. 일자리의 예를 들어보자, 전남에는 최근 5년 이내에 신규로 조성된 지방산단이 11개소에 이르고 공장용지가 저렴해 많은 기업들이 들어와 있고, 또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할 청년인력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임금수준은 수도권에 비해 낮지만 생활비나 물가를 따져보면 크게 적지는 않다. 도시의 살인적인 주택가격을 근로자 임금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하지만 농촌에는 빈집과 공터가 남아돌기에 약간의 개량이나 간단한 시공만으로 그림 같은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전남은 청년의 연령기준을 39세로 하여 취업지원금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연령기준은 기업들의 인력난을 해소해 주기 위해 통계청 기준보다 휠씬 높게 잡은 것이다. 아무튼 청년이 전남에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음을 밝혀 둔다. 전남의 슬로건은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다. 의미는 활기와 매력과 온정의 사회를 구현하여 도시 청년들을 불러들이겠다는 포부이다. 전남은 넓고 깨끗한 들과 산, 바다와 갯벌, 많은 섬과 긴 해안선 등 청정한 환경을 갖고 있어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도시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과잉경쟁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임이 분명하다. 도시 청년들이여 용기 있게 결행하여 전남으로 ‘얼렁 오씨기’ 바란다.
  • [달콤한 사이언스] SF 거장, 어떻게 미래 내다봤나

    [달콤한 사이언스] SF 거장, 어떻게 미래 내다봤나

    “Open the pod bay doors, HAL.”(격납고를 열어, 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입니다. 영화에서 우주선을 통제하는 인공지능(AI) 컴퓨터 ‘할 9000’은 인간이 모순된 명령을 내리자 목적수행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릅니다. 사람들을 속여 우주 밖으로 내보낸 뒤 못 들어오게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죠. 선장은 문을 열라고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지만 할은 이를 거부합니다. 미국영화협회(AFI)가 선정한 ‘100대 명대사’ 중 하나인 ‘격납고를 열어, 할’은 이 장면에서 나옵니다. 통제불능의 AI가 얼마나 인류의 위협이 되는지를 상징하는 외침입니다.이 영화의 원작은 영국 SF작가 아서 클라크(1917~2008)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입니다. 영화로 만든 2001년 이외에 2010년, 2061년, 3001년까지 4부작으로 구성된 장편입니다. 아서 클라크는 ‘로봇’ 시리즈의 아이작 아시모프, ‘스타쉽 트루퍼스’의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영미 SF문학계의 3대 거장입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아서 클라크는 소설을 통해 인공지능과 인터넷, 우주정거장 등 현대 과학기술의 등장과 발전을 정확하게 예측한 미래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이런 정확한 미래 예측은 킹스칼리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영국 행성간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의 과학적 이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미국 보스턴의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이고, 로버트 하인라인도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통신과 항공공학을 전공한 뒤 UCLA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상상력과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혼합해 SF 대작을 완성해낸 것이죠. 아서 클라크는 1945년에 이미 몇 십년 뒤에 나타날 통신위성의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우주선을 회전시켜 인공 중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또 원거리 우주여행을 할 때 가까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조정하거나 추진력을 얻는 ‘스윙바이(swing-by) 항법’이 가능하다는 것도 예측했지요. 이 때문에 그의 소설은 당시 과학기술자들에게 ‘우주탐사를 위한 기술 참고서’로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의 등장과 미래도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3월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클라크는 50여년 전에 벌써 ‘할 9000’을 통해 AI 운영에 관한 윤리적 화두를 던진 것입니다. 이렇듯 SF작품들을 보면 미래 사회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SF작가들이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듯이 과학자들도 SF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미래 예측에 과학기술자들과 SF작가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논의되는 미래학이나 미래예측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만저만한 학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뻔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정부 부처까지 가세해 연구비를 대주면서 하나마나한 보고서를 내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몇몇 학자들의 밥그릇을 챙겨주기보다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SF작가나 번역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일석이조 아닐까요. 물론 무한 상상력을 가진 SF작가들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겠지만 말입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新전원일기] 애들 돌 반지 팔아 ‘허브 공부’ 올인…농촌·도시 경계 허물 거라 믿었기에

    [新전원일기] 애들 돌 반지 팔아 ‘허브 공부’ 올인…농촌·도시 경계 허물 거라 믿었기에

    겨울의 끝자락, 어디를 둘러봐도 메마른 풍경이다. 잿빛 먼지로 뒤덮인 아스팔트와 건물들, 앙상한 나뭇가지로 경계가 흐릿해진 산등성이와 누렇게 얼어붙은 들판에도 봄이 오긴 오는 걸까. 마음마저 스산해지며 벌써 초록이 그립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수원역에서 내려 원평리를 경유하는 버스로 갈아탄다. 금세 도심을 벗어나 차창 밖 풍경이 바뀐다. 원평 정류장에서 내려 마주 보이는 2차선 도로를 따라 100여m쯤 걸어 들어가자 통나무를 잘라 촘촘하게 이어 붙인 나무판자를 외벽처럼 두른 비닐하우스 몇 동이 나타난다. 이종노(57)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화성시 매송면 ‘원평허브농원’이다.#국내 유일 입장료 없는 허브 농원 입구에서부터 축축한 흙냄새, 상큼한 허브 향기가 훅하고 끼쳐 든다. 실내로 들어서자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초록으로 뒤덮인 세상이 펼쳐진다.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노랑, 연두 깃털 고운 앵무새들이 지저귄다. 원목으로 짠 벤치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 규모가 제법 큰 정원 카페, 내지는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신발을 벗고 앉아 쉴 수 있는 평상이 있고, 아이들이 놀기 좋은 버섯 동산과 미니 미끄럼틀과 그네도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농원이고 쉼터다. 입장료도 없고, 따로 허브티 코너가 있지만 음료는 주문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김밥이나 과일 등의 냄새가 심하지 않은 종류에 한해 음식물 반입도 가능하단다. “오는 사람들마다 얼마라도 입장료를 받으라고 난리인데, 내가 여기 일에 관여하고 있는 동안은 전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공간을 삭막한 도시 생활로 지친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거든요.” 농원이 개장한 것은 1999년.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나무처럼 늠름하게 자란 밑동 굵은 로즈마리와 라벤다, 율마 등의 짙은 향과 자태가 그 세월을 가늠하게 해 준다. #결혼하며 귀농… 열무·상추 농사부터 시작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서울 토박이가 1988년 올림픽 준비로 한참 들뜬 서울을 뒤로하고 결혼과 더불어 귀농한 것은 도시 생활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농촌에 대한 동경이나 농업을 위한 어떤 사명감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먼저 귀농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생경한 농사일에 힘겨워하시는 모습을 더이상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뵙고 갈 때마다 수원역 앞에 눈물도 참 많이 뿌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건데, 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열무를 첫 작품이랍시고 아주 자랑스럽게 도매시장으로 가져가서는 상인들을 어이없어 웃게 하기도 하고, 상추는 무조건 크면 좋은 건 줄 알고 부채만 하게 키워 당당하게 갖고 나갔다가 한 박스도 못 팔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게다가 자연 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폭설로 작물이 잔뜩 들어 있는 비닐하우스가 폭삭 주저앉기도 하고, 부모님 살림집으로 사용하던 비닐하우스가 누전으로 몽땅 타 버리기도 했다. 홍수가 나서 농장이 온통 흙속에 파묻혀 버린 적도 있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짐을 실은 경운기를 몰고 가다가 신호 대기로 교차로에 서 있는데, 맞은편 승용차 안의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돌아보게 된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뜨거운 눈물만 하염없이 흘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주어진 현실을 꿋꿋하게 견디며 동틀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였다. 수원 도매시장에서는 성실한 사람, 신용이 있는 사람으로 통하게 됐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의 기본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게 됐고, 자식들을 위해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며 고생하신 부모님도 가끔은 낮잠을 자고 마을 어른들과 함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상추값이 폭락하기 전까지는. “그해 상추가 정말 예쁘게 잘 자라더라고요. 꿈에 부풀었죠. 이게 다 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이라는 것이 생산자인 우리가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잖습니까. 출하를 해 보니 4㎏ 한 박스가 250원에 낙찰되더군요. 그것도 다 팔지 못해 썩어 나가는 게 태반이었죠.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떤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서 농촌과 농업의 잠재적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결심을 그때 하게 된 거죠.” 대학원에 가겠다는 그에게, 아내 이덕화(55)씨가 아이들의 돌 반지를 팔아 학비를 마련해 줬다. 외환위기로 한창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였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찬물로 샤워하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했지만 갈등도 컸다. “장학금을 타기도 했지요. 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고, 굳어진 머리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가 들기도 했죠. 그때마다 아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습니다. 적금을 깨고, 아이들 보험까지 해약해 가며 제 학비를 다 대주었으니까요.” 그렇게 만난 것이 허브였다. 허브라는 식물과 유용성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때였는데, 수업 시간에 본 해외 영상 자료가 잊혀지지 않았다.#처음엔 하우스 귀퉁이에 어렵게 구한 모종 심어 하우스 한쪽 귀퉁이에서 허브 재배를 시작했다. 광주의 친구에게 부탁해 어렵게 구한 모종을 가꾸고, 삽목 가지들을 얻어 아내와 함께 밤새 다듬어 새벽에 심었다. 허브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하우스 하나를 통째로 비워 흙을 돋우고 자갈을 깔고, 통나무를 잘라 칠해 가며 하나씩 하나씩 허브 정원을 꾸며 나갔다. 부모님과 이웃 농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헛심 쓰기, 혹은 고급 취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반대가 거셌고, 압박이 너무 심해 한때는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 밀어붙였다. 이 대표에게는 허브가 단순한 1차 작물이 아니라 농민과 도시민이 유기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새 자원으로 보였다. 석사 논문도 허브로 썼다. “석사 학위증을 부모님 앞에 놓고 큰절을 하는데, 정말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아내도 ‘여보 수고했어요’ 하고 말끝을 흐리며 우는데….” 채소 농사를 짓던 온실에서 그대로 허브를 가꾸었던 터라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다. 모종 5만본을 그대로 버린 적도 있었다. 홍보할 방안을 알지 못하니 판로도 마땅치 않았고, 방문객 역시 있을 리 없었다. 1999년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온실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지나가다 안을 살펴보더니 물었다. “홈페이지 하나 만드실래요?” “그거 공짜예요?” 당시 이 대표는 홈페이지가 뭔지도 몰랐다. “물론 공짜지요.”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으로 어렵게 홈페이지(www.herbsfarm.co.kr)를 만들어 개설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심껏 답변하느라 하루 서너 시간도 자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받은 사람들이 농원으로 직접 찾아오고, 꾸밈없고 소박해서 좋다는 입소문을 타며 동호회 등이 결성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누적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르게 되고 신문과 잡지와 방송 등에서도 취재를 나왔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이종노가 일약 허브계의 스타가 돼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허브가 막 소개돼 붐이 일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아직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허브 가공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2000년 12월에는 ‘허비너스’라는 법인도 설립했다. 유명세를 타고 나니 해외 허브 제품을 수입하는 업자들이 찾아와서 판매를 종용하는데, 허브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더란다. “우리가 재배한 허브로 우리 제품을 만들면 되는데, 왜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요? 그래서 또 연구를 시작한 거죠. 특별한 방법으로 추출한 오일은 물론이고 허브 소금, 비누, 양초, 샴푸 등 제가 개발한 향과 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기업과 협력해 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허브 아토피·비염 치료제 등 특허도 여러 개 허브를 함유한 아토피 치료제, 비염 치료제, 두피 보호제 등 여러 특허를 획득해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외 각종 박람회에 참여해 허브 소금 등을 수출하기도 했다. 내방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리 예약한 단체 손님에 한해 허브를 이용한 음식들을 제공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전에 이미 그는 허브로 6차 산업의 비전을 보고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경기도지사상,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등 유수의 상을 비롯해 각계로부터 표창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허브와 관련된 강연뿐 아니라 귀농, 귀촌에 대한 교육, 농산물 홍보와 마케팅 및 컴퓨터 활용법 등 농촌 생활 전반에 걸쳐 각 교육장마다 강사로 나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농림부 베스트 강사 상을 받기도 했다. #“성공 비결, 두려움 없는 도전… 그리고 진정성” 원평허브농원은 5000평 규모의 시설에서 연간 3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의식과 성실과 진정성에서 찾는다. 항상 메모지를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고 실행에 옮겼단다. 거기에 입장료도 없이 농원을 개방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 따로 고객 관리라는 것을 할 필요도 없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대했다고 한다. 현재 농원 운영은 거의 세 자매가 맡고 있다. 어릴 때부터 흙과 허브와 함께 자란 첫째가 결혼해 사위와 함께 농원을 가꾸고 분화를 생산하고, 둘째 딸이 허브 차와 제품 판매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맡고, 올해 대학에 들어간 셋째 딸이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농원 일을 돕는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사라지고, 도시민과 농민이 소통하고, 세대를 넘어 젊은 농부들이 꿈을 펼치는 곳,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루고 그들이 이어 가는 우리 농촌의 미래가 밝다. 이번 주말에는 짙은 허브 향에 싸여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산뜻하고 담백하게 마음의 평안까지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그곳이 벌써 그립다.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달콤한 사이언스] “이번주 소행성 충돌” 러시아 과학자 예언, 이번엔?

    [달콤한 사이언스] “이번주 소행성 충돌” 러시아 과학자 예언, 이번엔?

    직경 9㎞ 크기, 무게 5000억톤에 달하는 혜성이 대서양 한가운데 떨어져 엄청난 해일을 일으키면서 인류를 멸망 수준에 이르게 한다. 영화 ‘딥 임팩트’의 큰 줄기다. 또 다른 영화 ‘아마겟돈’에선 미국 텍사스 주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자 폭발물 전문가들이 소행성으로 날아가 핵폭탄으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들은 지구위협천체(PHAs)에 대한 공포를 다뤘다.●“2016 WF9, 14~16일 지구 충돌” 지난 1월 말에는 러시아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데민 자미르 자크하라비치 박사가 ‘2016 WF9’이라는 소행성이 14~16일 지구와 충돌하는 ‘딥 임팩트’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자크하라비치 박사는 이 소행성의 궤도가 지구공전 궤도를 가로질러 운동하고 있는 ‘아폴로 소행성군(群)’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다로 추락해 엄청난 규모의 지진해일(쓰나미)을 일으켜 해안가에 있는 도시들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과연 이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게 될까. 일단 안심해도 된다. 천문학계의 공식 입장은 ‘WF9과 지구와 충돌 가능성은 전혀 없다’이다. ●천문학계 “충돌 가능성 전혀 없다” 공전주기가 4.9년인 WF9는 지난해 11월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운영하는 ‘지구근접천체 광대역 적외선탐사위성’(네오와이즈)으로 처음 관측됐다. 네오와이즈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과 혜성에 대한 관측임무를 수행한다. WF9을 처음 발견한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측은 이 같은 충돌 음모 및 은폐설에 대해 “WF9은 이달 25일에 지구와 5097만㎞ 떨어진 거리를 지나갈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도 전혀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딥 임팩트 확률 5만~20만년에 한번 현재 지구 주변에는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들이 날아다니는데 현재 국제천문연맹(IAU)에 등록된 소행성체는 관측된 것만 1억 6099만 6128개에 달한다. 이중 궤도가 확인된 것은 72만 3367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근지구소행성(NEAs)는 9400여개로 알려졌다. WF9은 0.5~1㎞ 크기의 소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는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500m 정도 크기의 소행성의 파괴력은 TNT 1000메가톤급이다. 그러나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 충돌은 각각 5만년과 20만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의 확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 과학계 입장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문화마당] 굳세어라 책들아/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굳세어라 책들아/김민정 시인

    해마다 말일이면 고심하여 노래 한 곡을 고른다. 해마다 첫날이면 고심하여 노래 한 곡을 고른다. 해를 보내고 해를 맞으며 내가 고른 내 노래 속에 나를 넣고 3분가량이라도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좀 가져 보자 소소하게 벌여 온 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난 말일에는 ‘태평가’를, 올해 첫날에는 ‘옹헤야’를 들었던 나였다. 왜 하필 타령이었냐고 누군가 묻기에 일거의 망설임도 없이 그랬다. 가사가 죽이잖아.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아아, 사는 게 내내 짜증 더미여서 내가 작년에 ‘태평가’를 즐겨 들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잘도 한다, 옹헤야 그러니까 올해는 잘도 하고 싶어서 ‘옹헤야’를 집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민요 가사책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문득 그 책자들에 대한 호기심이 이는 것이었다. 기타 치는 동네 오빠네 집에 하도 넘겨 봐서 두툼하게 불어 있던 팝송대백과도, 동아리방마다 책장 간간이 코딱지 같은 게 붙어 있던 민중가요집도 어느 한순간에 애초에 없던 존재들처럼 자취를 감춘 듯했다. 노래지만 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훌훌 읽히던 그 읽음의 순간들을 우린 분명 경험한 게 맞는데 우린 언제 다 잊은 사람이 되었던가. 벽두부터 출판계는 송인이라는 대형 도매상의 부도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나 역시 소규모의 한 출판사를 꾸려 가는 일원으로 원치 않은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지만 여기서 뻥 저기서 뻥,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출판인들의 사정이 서로 각기 처참하니 우리가 이러려고 책을 만들었나 하는 유행어를 한숨처럼 남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종이책 시장이 현격히 줄어든 마당이라 더이상 책에 날개가 달릴 거라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마당에서 맞닥뜨린 도산이라는 위축은 막막한 우리의 내일을 더욱 깜깜하게 칠해 버리는 검은 손만 같았다. 자, 그렇다고 한다면 신간은 줄고, 신간을 기획하는 이도 감감무소식이어야 하고, 신간을 기다리는 독자도 나 몰라라 그런 패턴이어야 하고, 이 모든 책을 팔려는 서점들도 자취를 점점 감춰 가는 게 빤한 계산법일진대 어라,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란 말이다. 책이 안 팔린다 하면서도 나는 새로 나올 책의 교정지를 겹겹이 쌓아 놓은 채 편집에 바쁘고, 그것도 모자라 책을 새로 하자며 필자들을 따라다니느라 호들갑이고, 그 책 나온다더니 언제 나오냐며 회사로 신간 문의를 해 오는 독자들과 목청 터지게 통화도 하고, 동네 서점 주인들과 소소한 이벤트를 모색하며 커피를 마시느라 속이 쓰리니 대체 한국에서 이 ‘책’이라는 물건을 어떤 조화로 읽어 내야 비교적 온당할지 자꾸만 헷갈리는 것이다. 세상 그 어떤 물건이 돈 앞에서 자유로울까마는 돈의 더러운 속성에서 어쩌면 가장 멀리 던져진 것이 책이리라. 그 외따로운 곳곳에서 배곯는 두려움에도 자기만의 건강한 싹을 자유로이 틔우는 것이 유일하게 책이리라. 사고파는 논리만을 따진다면 이 땅의 무수한 활자들이 과감하게 책의 배내옷을 입고 아이처럼 쏟아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지금껏 책이 존재할 수 있었던 데는 어쩌면 책이 가진 저돌적인 무모함, 책만의 순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분히 해 보게도 되는 요즘이다. 비록 이 착각이 내 발등을 찍는다 한들 책이니까, 책은 도끼보다 덜 아프니까. 번화한 술집 거리를 통과한 다음날 유독 주머니 속에는 반으로 접힌 전단지가 가득이다. 이 종이 한 장 쓰레기통에 내버리기에도 죄책감이 드는 걸 보니 아직은 나 ‘책 할’ 때인가 보다.
  • [이호준의 시간여행] 굴뚝이 상징하던 것들

    [이호준의 시간여행] 굴뚝이 상징하던 것들

    할머니는 땅거미가 마당을 서성거릴 무렵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땟거리가 떨어져 빈속에 물을 채우고 잠들어야 하는 날에도 건너뛰는 법이 없었다. 가마솥의 물이 와글거리며 끓어오를 때까지, 땔감을 밀어 넣고는 했다. 그 순간, 당신의 표정은 황산벌로 떠나는 계백마냥 무겁고 경건했다. 겨울에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기가 필요 없는 계절에도 불을 지피는 건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남의 산에서 ‘도둑나무’를 해 와야 하는 어린 손자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었다. 왜 불을 때느냐고 물으면 “허리가 아파서”라거나 “방이 눅눅해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는 했지만, 둘러대는 말이라는 것 정도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거니와 아프다고 함부로 눕는 법이 없는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불을 지피는 걸로 그날의 ‘의식’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바깥마당 감나무 아래 서서 굴뚝마다 연기가 오르는 양짓말, 아니 그보다 먼 볏고개에 시선을 얹는 게 부엌에서 나온 할머니가 하는 일이었다. 작은 몸피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녹아들어가 어둠과 하나가 될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그 ‘이상행동’을 이해하게 된 건 세월이 한참 지난 뒤였다. 당신은 소년 적에 집을 떠난 아들, 즉 내 삼촌을 기다린 것이었다. 객지를 떠돌던 아들이 지친 몸으로 돌아와 고갯마루에 섰을 때, 자기 집 굴뚝에서 연기라도 나야 한 달음에 달려올 거라 믿었던 것이다. 봉화를 올리듯, 아들을 부르기 위해 굴뚝에 연기를 피워 올렸던 것이다. 민초들에게 굴뚝은 연기를 배출하는 도구만은 아니었다. 내 할머니가 ‘봉화’로 삼았던 것처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들판에서 놀던 아이들은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굴뚝의 연기는 ‘그리움’이라는 화인(火印)으로 찍히기 마련이었다. 굴뚝의 기억은 아이들이 자라 객지로 나간 뒤에도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로 가슴마다 펄럭거렸다.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어귀에 섰을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이면 느닷없이 안도감에 휩싸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아궁이에 묻어 두고 떠난 감자 익는 냄새라도 맡은 듯, 괜히 목이 메고 눈물마저 찔끔거렸던 것이다. 굴뚝에는 가난한 민초들의 삶이 투영되기도 했다. ‘굴뚝 보고 절한다’는 말은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하는 사람이 이웃에게 인사할 수 없어서 굴뚝을 보고 절을 한 뒤 떠난다는 데서 나왔다.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보고 그 집의 상황을 판단하기도 했다. 연기가 난다는 것은 그 집이 끼니를 해결했다는 뜻이었다. 도시 빈민의 삶을 그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난장이와 대비되는 거대한 굴뚝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벽돌공장 굴뚝에 올라가 고단했던 삶을 마감함으로써 굴뚝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시대의 비극을 보여 준다. 시간은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서 굴뚝을 지워 버리기 시작했다. 난방과 취사 연료가 바뀌면서 굴뚝에서 오르던 연기도 사라졌다. 설이 가까워져 오면서 기억 저편에 물러서 있던 ‘할머니의 굴뚝’이 생각난다. 객지를 떠돌다가 돌아와 고갯마루에 선 아들은 이제 무엇으로 어머니의 기다림을 확인할까? 굴뚝도 연기도 없는 고향 집을 바라보다 쓸쓸히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까.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현재진형형 유배관광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현재진형형 유배관광

    최근 유배관광이 유행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는 ‘유배로 악명 높은 10개의 섬’을 선정해 이색 관광지로 유배지를 권할 정도다. 그 10개의 섬 가운데 나폴레옹 황제의 마지막 유배지인 세인트헬레나섬이 대표적으로 명성이 높다. 그동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세인트헬레나섬 사이를 선박이 운행하며 약 보름간의 스케줄로 관광이 이루어졌다. 선박으로 오고 가는 데 10여일이 걸리는 남아프리카에서 3218㎞ 떨어진 섬이지만 나폴레옹 때문에 매년 관광객이 늘어 영국 정부는 마침내 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의 지원금만 2016년 5월까지 약 5000억원, 2043년까지 약 1조 1000억원이 투입되는 단일 사업으로는 영국의 해외 영토개발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활주로를 만들고 나니 거센 바람 때문에 보잉 여객기와 같은 상업용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여러 시설을 보강해 2017년 5월 공항을 오픈하고 주 1회 정기 항공편을 취항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세인트헬레나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나폴레옹이 유배 생활하던 롱우드하우스가 단연 인기다. 세인트헬레나의 다른 모든 곳은 영국 영토지만 이 건물만 프랑스 영토다. 담장이 곧 국경선인 것이다. 이 롱우드하우스에는 프랑스 국립군사박물관 측에서 240여점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어서 말년의 나폴레옹 유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배지 관광은 러시아에서도 인기다. 러시아의 집단수용소가 있던 ‘솔로베츠키 제도 문화역사 유적군’은 유배문화 유적지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1992년 최초로 등재됐는데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수용소 집합체였던 ‘굴라크’를 유배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리투아니아의 굴라크 투어다. 이 프로그램은 50달러를 내고 소련의 악명 높은 유배지 생활에 참여하는 리얼리티쇼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소련의 어느 유배지에 있다고 믿게 된다. 여기서는 과거 소련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잠시 현실을 떠나 소련 유배지의 상황을 그대로 체험한다. 모든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리얼리티쇼는 매우 교육적이다. 누구든 도망칠 수 없는 곳에 갇혀서 알아듣지 못할 말로 폭언을 들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배관광은 과거의 흔적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과거는 물론 최근의 사건들도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11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쿠바 유배역사박물관’을 개관해 미국으로 망명 온 쿠바 이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전시해 유배관광이라는 것이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도 기반으로 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배 하면 조선시대만을 떠올리지만, 1954년 제주도에 부임해 60년간 목자로서 외길을 걸으며 이시돌목장의 기적을 만들어 낸 P J 맥그린치 신부의 발자취 역시 자발적 유배문화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키워 내는 것이 제주 유배관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새해의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현재진행형인 유배관광을 선택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제주대 교수
  • [길섶에서] 손대중/황수정 논설위원

    요리를 잘하려거든 재료의 어림치를 익혀 두라고 한다. 몇 그램, 몇 큰술을 저울이나 계량 숟갈 없이 어림잡을 수 있게 하라는 것. 손대중, 눈대중을 해야 요리가 만만해진다는 소리다. 이리 재고 저리 따지는 일치고 오래가는 게 없긴 하다. 이름값 못 한다 싶은 물건이 내가 봐도 계량 숟갈 따위다. 요긴할 때 있겠지, 몇 번을 사들였다가는 번번이 헛일. 그릇장 구석에 천덕꾸러기로 뱅뱅 돌리다 끝내 내 손으로 내다버리기를 몇 번이나. 밥을 안칠 때마다 솥을 주물럭거린다. 예전에 엄마는 솥에 밥물을 와락 끼얹어 한번쯤 일렁거려 보고는 그만이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부터 손대중의 달인. 두어 움큼만, 서너 숟갈만, 좋을 만큼, 요량껏. 모서리 없이 둥글둥글한 이런 말들이야말로 삶의 주름살이 내공으로 쌓여야만 비로소 입에 익어 나온다. 저울로 깎고 눈금자로 후벼 파지 않으면 차라리 더 빨리 반듯해지는 일이 세상에는 많겠지. 몇 살을 더 먹어야 나는 손대중으로 밥물이나 잡을 수 있을까. 모서리 깎여 둥글둥글해질까. 한참 멀었다. 새 달력만 또 서먹서먹할 뿐.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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