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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케네스 스타의 죽음 접한 르윈스키 ‘대인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케네스 스타의 죽음 접한 르윈스키 ‘대인배’

    ‘르윈스키 스캔들’을 수사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고 갔던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가 13일(이하 현지시간)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삶을 “살아있는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밝혀 온 모니카 르윈스키(49)가 보인 애틋한 반응에 놀랐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간 USA 투데이 등 많은 매체들이 전해 눈길을 끈다. 유족과 지인은 스타 전 특검이 휴스턴 병원에서 넉 달가량 집중 치료를 받다 수술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고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로 재직하고 힐러리 여사가 법률회사 변호사로 일하던 1980년대 화이트워터 지역에서 발생한 토지개발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클린턴 부부는 2000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스타 전 특검은 백악관 인턴 직원 르윈스키(당시 25)와의 성 추문을 파헤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절체절명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일종의 별건 수사였던 셈인데 그가 입수한 녹음테이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하고 위증을 종용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르윈스키가 린다 트립이란 동료에게 털어놓았는데 트립이 몰래 녹음하고 있었다. 이 테이프 내용이 공개된 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해야 했다. 르윈스키가 얼마나 많은 심적 고통을 안고 괴로워했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스타 전 특검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감정의 회오리를 겪지 않았을까? 그녀는 1998년 특검 조사 과정에 몇 시간씩 심문을 받고 협조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라고 겁박을 받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클린턴 탄핵 심리에 공화당측 증인으로 불려나와 증언하는 곤욕도 치렀다. 그런데 원수라 해도 무방할 스타 전 특검의 부고를 접한 르윈스키는 트위터에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데 켄 스타에 대한 내 생각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를 사랑한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상실이란 점을 상상하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적었다. 허핑턴 포스트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일일이 옮겼는데, 대체로 “이렇게 대인배인줄 몰랐다” “생각이 깊은 사람인줄 예전에 몰랐다”는 놀라움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시킬 뻔하는 과정에 “공적으로 까발려지고 모든 관계가 단절됐다(ostracized)”고 털어놓았던 그녀는 더 세월이 지난 뒤에는 종종 그 일을 농담 소재로 삼았다. 2018년 잡지 배너티 페어에 가족과 외식을 하다 스타 전 특검과 마주친 일화를 들려줬다. “그의 품행은, 거의 목가적인데, 아재(avuncular)와 소름끼침(creepy) 사이 어디쯤이었다. 그는 내 어깨와 팔꿈치를 계속 만져대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2015년 TED 강연을 통해선 “수치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며 온라인 혐오 퇴치 운동에 나선 계기를 설명했다. 고인 역시 ‘경멸, 클린턴 수사 회고록’을 통해 “수사 과정의 르윈스키 대목을 떠올리면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난 여전히 20년 지나서도 그렇게 보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어떤 대안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회고록을 더 들춰보자. “모니카가 비명을 지르고 울어댔다. 입을 삐죽거렸다. 소위 친구라 믿었던 트립의 덫에 빠진 것을 신랄하게 불평했다. 검사들이 겁을 주고 어머니까지 검사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강권했지만 그녀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모니카는 어머니를 이겨먹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을 궁지에 모는 것보다 스스로 칼 위에 쓰러지려고 했다. 순진하고 스타병에 걸린 젊은 여성이라 금세 협조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과소평가한 것이란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모니카는 숙련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풍부한 경력의 검사들로 이뤄진 팀이 대부분의 나날을 초조하게 엄지만 빙빙 돌리게 만들었다.” 그는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 버넌에서 태어나 샌안토니오에서 성장했다.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듀크대 로스쿨에서 학업을 마친 뒤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워런 버거 연방대법원장의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30대부터는 법률가로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워싱턴 DC 항소법원 연방판사로 임명됐고,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1989년 법무부 차관이 됐다. 보수적인 공화당원이었던 고인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시카고 법률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가 ‘화이트워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으로 1994년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1998년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에 이어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두 번째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고인은 특검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캘리포니아주 페퍼다인대 교수, 세계 최대 규모 침례교 대학인 텍사스주 베일러대 총장 등을 지냈다. 베일러대 총장이던 2016년에는 필라델피아 토론회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베이비붐 세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정치인”으로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그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그를 지원하는 법률 조직에 변호인으로 몸담기도 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AP에 “켄은 미국을 사랑했고, 헌신하려는 마음과 탁월한 태도로 봉직했다”며 “그는 법조계와 공직 사회에서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 [제인 구달 단독인터뷰] “존중받는 동물은 훌륭한 친구… 인간, 자연 대하는 방식 달라져야”

    [제인 구달 단독인터뷰] “존중받는 동물은 훌륭한 친구… 인간, 자연 대하는 방식 달라져야”

    “동물과 자연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인간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침팬지의 어머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88) 박사는 지난 12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6월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 기획 ‘2022 유기동물 리포트: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의 후속으로 구달 박사로부터 동물권에 관한 심도 있는 견해를 들었다. 아울러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 인수공통전염병의 대유행(팬데믹)과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기후 변화의 원인인 환경 파괴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60년 넘게 자연을 관찰해 온 구순의 석학은 확고한 신념으로 동물권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환경 운동을 시작하신 이후로 참 많은 강연과 인터뷰를 해 오셨습니다.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그동안 인간이 숲을 베고 환경을 오염시킨 결과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됐고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빈도와 규모로 태풍, 폭염, 홍수 등의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비좁고 청결하지 않은, 열악한 공장식 농장에 살고 있어요. 야생동물이 함부로 사고팔리면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옮겨오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죠. 인류가 직면한 위기는 결국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경시해 온 탓입니다. 지금껏 우리가 동물과 자연을 대해 온 방식과 관점 자체가 달라져야 해요.” 1980년대부터 전 세계를 돌며 환경 운동을 펼쳐 온 그는 ‘제인 구달 생명의 시대’, ‘희망의 이유’ 등 자신이 쓴 책을 통해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알려 왔다. 매년 수백만명의 청중을 줌(화상 회의 플랫폼) 등으로 만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와 공존하는 데 일조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동물이고, 다른 동물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언제부터 침팬지 연구를 꿈꾸셨나요. “동물도 성격이 제각각이고, 인간처럼 모든 감정을 느낀다는 걸 ‘러스티’로부터 배웠어요. 어린 시절을 함께한 강아지입니다. 제게는 자연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자 친구이기도 했죠. 정말 영특했어요. 물론 그전부터도 마당에 사는 다람쥐, 새, 거미 등을 온종일 관찰했어요. 제가 태어났을 때는 TV나 핸드폰이 없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면 꼭 아프리카로 가 동물과 함께 살면서 그들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침팬지만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구달 박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2년 내한해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인지도가 높아진 그 종이다. 제돌이는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수년간 쇼에 이용됐다. 당시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구달 박사와 제돌이의 만남을 주선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제인구달연구소(JGI·1977년 설립)를 통해 132개국의 세계인들이 제돌이 방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체험형 동물원이나 동물카페, 농장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수족관에 돌고래를 가두는 것처럼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사람의 놀이 도구로 여기는 일은 잔인합니다.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이 제공되지 않을뿐더러 동물이 사람과 떨어져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어린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갇혀 겁에 질린 채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을 보면서 뭘 배울 수 있을까요? 영국에도 예전엔 그런 시설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큰 관심사인 반려동물 이슈에 대해 물었다. 특히 개물림 사고나 개 식용 문제 등 동물학자에게는 민감할 법한 질문을 꺼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잇단 개물림 사고로 인해 일부 반려인과 비(非)반려인 간 갈등이 커졌습니다.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을까요. “미국에서도 과거 개물림 사고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주인에게 조금이라도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물고 방어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쇄적인 거죠.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제가 침팬지 연구를 오래 한 나라인 탄자니아에선 사람들이 “개는 집을 지키는 동물인 만큼 사나운 성격을 유지해야 하니 다정하게 대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JGI에서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이나 탐지견 등 개가 사람을 어떻게 돕는지 소개합니다. 사람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은 개는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기분을 감지하죠. 반려인이 슬퍼할 때 위로도 해 주고요.” -지난해부터 한국 정부는 개 식용 종식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을 우려해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돼지나 소, 닭은 거리낌없이 먹는데 개만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대 의견이 많습니다. “저는 개고기만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육식 자체를 반대하죠. 물론 개는 인류사에서 인간과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특별하기는 하지만요. 육식은 그 과정에서 행복, 슬픔, 좌절, 화, 고통 등 모든 감정을 느끼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게 됩니다. 육식을 꼭 해야 한다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사육과 도축이 이뤄져야 합니다. 예전에는 개를 도살하기 전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야 맛이 좋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죽였다고 들었어요. 여전히 그 방식으로 도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끔찍합니다. 육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비욘드 버거(미국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미트의 주력 상품)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맛이나 영양에 차이가 없다면 육식을 할 이유가 없는 거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등 서구권에서는 종종 아시아의 개 식용 문화가 야만적이라 비하하기도 합니다. “정말 어리석은 겁니다. 육식을 하는 이상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는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실제로 돼지는 개만큼이나 굉장히 지능이 뛰어난 동물입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입니다. 제가 과거에 소, 돼지 고기를 먹는 걸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듯 말이죠. 개 식용 종식은 다른 문화권과는 관계없이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외부의 시선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에 의존해서만은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구달 여사가 멘토나 롤모델이라고 언급합니다.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설득하는 비결이 있으실까요.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려야 해요. 제 어머니께서 (생전에) 누군가 만나면 일단 처음엔 귀를 열고 들으라고 가르치셨어요.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 뒤에 서로 대화할 만한 공통점이 있는지 찾습니다. 손주가 있다거나, 나무를 좋아한다거나 공통점은 무엇이든 될 수 있죠. 그다음엔 스토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이성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마음을 움직이려는 거예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에 작은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 제인 구달은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 196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가 10여년간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인간 외에 다른 영장류도 도구를 사용하고,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침팬지 행동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전 세계 20여개국에 야생동물 연구를 위한 제인구달연구소(JGI)를 설립했으며, 1991년에는 환경과 동물, 이웃을 돕는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인 ‘뿌리와 새싹’을 제안해 62개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책을 사는 것, 읽을 시간도 사는 것…책과 사는 것, 어떻게 사느냐 결정[김언호의 서재탐험]

    책을 사는 것, 읽을 시간도 사는 것…책과 사는 것, 어떻게 사느냐 결정[김언호의 서재탐험]

    ●이른 새벽에 검찰에 연행됐다 1992년 10월 29일 새벽. 네 명의 검찰 수사관이 집으로 밀어닥쳤다. 출판인 장석주는 곧장 서울지검으로 연행돼 갔다.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이미 연행돼 와 있었다. 검찰은 마 교수가 그해 써낸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규정했다. 검찰권력은 마 교수와 책을 펴낸 청하출판사 장석주 대표를 ‘음란문서 제조 및 반포’ 혐의로 몰아 그날 저녁 8시에 전격 구속했다. 두 사람은 포토라인에 세워졌고 언론들은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그날 밤 텔레비전 9시 뉴스는 두 문화인의 구속을 난리가 난 듯이 보도해댔다. 검찰은 작가와 출판인을 이미 6개월 전부터 수사하고 있었다. 국무총리 현승종은 “어찌 이런 야한 내용이 공공연하게 출판될 수 있느냐”면서 화를 냈다는 것이었다. 뒷날 검찰총장이 되는 김진태가 담당 검사였고, 이건개가 서울지검 검사장이었다. 두 ‘공범’은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끌려다니다가 두 달 만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진보적인 이념으로 민주화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80년대에 마 교수는 단독자로 성(性)담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청하출판사에서 이미 ‘상징시학’,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 ‘마광수 문학론집’을 펴냈다. “그는 독특한 유형의 천재였습니다. 솔직하고 유쾌한 성정의 사람이었습니다.” 검찰권력이 들이댄 문학의 잣대는 그 작가와 그 출판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사건이 됐다. 마 교수는 재직하던 연세대로부터 추방당했다. 법정 싸움을 통해 해직과 복직을 반복해야 했다. 결국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심약하고 고립된 예술가에게 이 사회는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한 문학가를 우리 사회 전체가 공모해서 죽인 것입니다. 빈센트 반고흐의 자살도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듯이, 마 선생의 죽음도 자살의 형식을 빌렸지만 우리 사회가 타살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를 ‘변태’라고 몰아세워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출판인 장석주에게도 ‘즐거운 사라’ 사건은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그해 12월 30일 ‘석방’됐지만, 1993년 1월 3일 새해를 맞아 서귀포로 가서 한 달을 머물며 고민했다. 결국 출판을 접기로 했다. 청담동의 사옥과 대치동의 집을 팔고 출판사를 정리했다. 1억원이 남았다. 의왕시로 가서 30평형 아파트를 세 얻었다. 책 만들기 13년 만이었다. 나름 개성 있는 책들을 기획해 냈다. 베스트셀러를 여럿 펴냈다. 서정윤의 시집 ‘홀로서기’(1987)는 200만 부의 슈퍼셀러였다. 몇만 권씩 읽히는 ‘니체전집’ 10권도 여느 출판사가 펴내지 못하는 기획이었다. 장 그르니에 선집을 펴냈고 인문과학시리즈 ‘청하신서’를 펴냈다. 1979년 고려원에 입사해 3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다가 1982년 청하출판사를 창립해 500종 이상을 출간했다. 책에 대한 장석주의 헌신은 개성 있는 출판사 청하의 이미지를 출판계에 각인시켰다. “출판사명 ‘청하’(淸河)는 아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아들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책을 만들자는 소박한 생각을 했습니다.”●정독도서관, 청소년 시절의 책 읽기 그가 펴낸 책들과 작가들이 그를 말한다.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32세에 자살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독일 시인 파울 첼란도 센강에 투신자살한다.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태양의 돌’과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퐁주의 ‘사물시편’이 그의 정신의 한 내면일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실존의 문제가 그의 가슴에 내재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온몸으로 온정신으로 책 읽고 행동하는 시대, 그 혁명적 정조(情調)의 시대에 출판인 장석주의 책 만들기는 인간의 본성탐구 그것이었을 것이다. 1955년 충남 논산의 농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장석주는 10세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 왔다. 아버지는 가난한 목수였다. 서울에서 장석주가 만난 책의 세계는 ‘문화충격’ 그것이었다. 책은 무한의 총체였다. 학급문고와 친구들과 형들이 읽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독서가 장석주의 탄생이었다. “청운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서 빌려 온 오영수 전집을 단숨에 읽고는 제 안의 노스탤지어가 폭발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김소월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원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수업보다 정독도서관에서의 책 읽기가 그의 모든 것이었다. 1970년대 박정희의 권위주의 권력은 학교를 병영화시켰다. 그는 책의 세계로 도피했다. 저항의 몸짓 같은 것이었다. 정독도서관은 독서로 구현되는 피안의 세계였다. 황순원·김동리·손창섭·이제하·김승옥·이청준·박태순·이문구·박상륭·황석영·최인호 같은 한국소설가들, 고은·김종삼·김수영·김지하·황동규·신경림·김영태 같은 한국시인들, 카프카·카뮈·헤세·헤밍웨이 같은 국외 소설가들, 니체·바슐라르·사르트르·프로이트·융 같은 철학가와 사상가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미술사·성서고고학을 탐독했다. 노트했다. 정독도서관 시절의 이 노트들과 습작들이 1979년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시와 평론의 기초가 됐다. “저는 정독도서관에서 동과 서, 어제와 오늘의 책들을 두루 찾아 읽으면서 청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깨 너머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던 정독도서관 열람실에서의 책 읽기는 잊을 수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희망 없는 내일과 궁핍이 의식을 옥죄었지만, 날마다 책 읽는 것으로 그 고통을 견디어 냈습니다.” 그토록 책 읽기에 매달린 것은 책이 그를 새로운 의미의 존재로 이끄는 충만한 세계이기 때문이었다. “책은 심오한 통찰로 이루어진 위대함, 무한한 사유와 창조를 이끄는 촉매제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주 샛길로 빠져 엉뚱한 영역에서 헤맸지만, 그 자체가 경이로웠습니다. 그 일탈의 경험은 또 다른 사유와 무한한 형태의 창조적 진화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지요. 책의 권능이었지요. 저는 독서를 즐거움의 수단으로 삼았지만, 이 즐거움이야말로 제 안의 ‘혁명’이자 ‘결단’이었습니다.” 20대 초반에 그가 읽은 다양한 문학이론서들. 프랑스의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들, 김우창과 김현의 비평서들이었다. 문학의 내재적 가치에 눈뜨고 나름의 방법론을 세웠다. 문학비평으로 가는 길이었다. 책 읽기는 그의 삶의 대안이었고, 사유의 모든 것이었다. 책 읽기로 시인이 됐고, 평론가가 됐고, 저술가가 됐다. “시와 철학은 오성(吾性)을 향하는 길에서 방법론적 차이를 가질 뿐 한 혈통입니다. 시는 상상력을, 철학은 사유를 방법론적 매개로 삼습니다. 시는 자명함을 배제함으로써 자명함에 닿고, 철학은 의미를 배제함으로써 의미에 닿습니다. 철학은 상식·대화·지혜 너머로 나아가려는 사유 속에서 뜨겁게 달아올라 빛을 내는 행위입니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장석주에게 가장 진실한 명제일 것이다. 읽음으로써 그는 현실 속에서 실체를 구현해 내는 것이었다. 독서가 장석주! ●니체와의 만남 “제 인생 철학책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니체의 철학은 벼락처럼 제 머리에 꽂혔습니다. 니체의 책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는 인식욕을 채워 주는 한편 제 절박한 내적 필요에 응답했습니다. 20대 때 저는 광대의 역할을 떨치고 일어나 사자의 심장을 갖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니체는 제게 속삭였습니다. ‘나는 너의 미로다’라고. 저는 굶주린 자가 젖과 꿀에 탐닉하듯이 니체 철학의 정수를 정신없이 들이켜며 철학이 건네주는 황홀과 도취 속에서, 부정의 정신에서 긍정의 정신으로 돌아섰습니다. 어느 순간 삶에 얽힌 매듭들이 주르륵 풀렸습니다. 더는 삶을 버거워하며 우울감에 빠지거나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장석주가 그동안 읽고 모은 책들이 3만 권이 된다. 온갖 책들의 섭렵이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이 물경 5000권이나 된다. 소설이 수천 권이 될 것이다. 문학이론·인문서·예술서들이 또 얼마나 될까. 이렇게 다양한 책들을, 때로는 여러 번씩 읽다 보니 100권이 더 되는 책을 저술해 냈다. 장석주는 자신을 ‘산책자’ 겸 ‘문장노동자’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그를 ‘인문학 저술가’라고도 부른다. 책의 내용을 널리 알리고 책 읽기를 권하는 ‘독서교사’가 됐다. 세상의 친구들에게 책의 가치를,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작업이란, 책과 책 읽기를 사랑하고 스스로 출판해 낸 그에게는 운명 같은 일이다. 그가 북리뷰해서 써낸 책들이 열 권을 넘어서고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책의 가치와 즐거움을 이야기해 주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행복하다. 그가 써낸 책들이 우리 현대문예사의 한 장르가 돼 가고 있다. 첫 시집 ‘햇빛사냥’으로부터 가장 최근의 시집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등 18권의 시집을 냈다. 문학을 통해 본 현대한국의 사회문화사인 ‘20세기 한국문학의 탐구’(전 5권), ‘일상의 인문학’, ‘이상과 모던뽀이들’, 이광수에서 배수아까지의 작가론인 ‘나는 문학이다’, ‘풍경의 탄생: 한국시의 이미지 계보학을 위해’, 동양철학에서 우리 시를 읽는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 ‘은유의 힘’ 등이 그것이다.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가 기억에 남는 한 권의 책이다. ●생의 고비마다 책이 있었다 보르헤스는 말했다. “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다”라고. 한두 권의 책이 아니라, 수많은 책들 속에서, 그 책들의 내면을 탐험하면서 그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낸다.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보면 항상 중요한 국면마다 책이 있었습니다. 아직 뼈가 약하고 살이 연할 때 저를 키우고 단련한 것도 책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스스로 낙오자가 되어 시골로 내려와 쓸쓸한 살림을 꾸릴 때, 힘과 용기를 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평생을 책과 벗하며 살아왔으니, 제가 읽은 책들이 곧 내 우주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안에 다정함이나 너그러움, 취향의 깨끗함, 투명한 미적 감수성, 올곧은 일에 늠름할 수 있는 용기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모두 책에서 얻은 것입니다.” 독서가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 수많은 책들이 합창하면서 창출해 내는 그의 정신의 한 풍경일 것이다. “저는 늘 책을 삽니다. 책을 사들일 때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싶다면 서점에 나가 책을 사십시오. 그래야 비로소 책을 읽을 시간도 얻습니다.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로컬소싱’은 ‘현지 조달’로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로컬소싱’은 ‘현지 조달’로

    이번 새말모임에서 다듬을 새말 후보는 로컬소싱(local sourcing), 빅스텝(big step)이었다. 쏟아지는 새로운 용어로 국민들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 새말모임 위원들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이 중에서 위원들이 먼저 다듬기로 한 말은 ‘로컬소싱’이다. 2002년 12월 10일 디지털타임스 기사에서 언급됐던 만큼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용어이긴 하다. 그러나 최근에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어느 외국계 햄버거 회사가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새 메뉴를 개발한다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창녕 갈릭 버거’의 출시에 이어 전남 보성의 돼지 농가와 구매 계약을 체결해 ‘보성 녹돈 버거’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상품을 제작하거나 생산할 때 국내에서 만들어진 물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일컫는 ‘로컬소싱’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물품의 구매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해 공급받는 전략인 ‘글로벌소싱’(global sourcing)에 대비되는 말이다. 세계화와 함께 ‘글로벌소싱’이 널리 적용되다가 최근 여러 가지 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점 해당 국가 안에서 원료나 부품을 해결하려는 추세로 바뀌며 ‘로컬소싱’이 떠오르게 된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소재의 경우가 그런 사례다. 2019년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했고, 코로나19로 운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첨단제조업계의 후방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장 싸게 공급받기 위해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를 제작하는 국내 기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렇게 해외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적은 국내에서 해결하는 전략이 바로 ‘로컬소싱’이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이해 2030 세대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건강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유전자 변형이 이뤄지지 않은 순수 자연식품이나 농약과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 식품, 유통 과정을 최소화한 지역 음식 등을 건강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에서 비용 절감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 등에 ‘로컬소싱’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는 ‘로컬소싱’을 우리말로 바꾸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위원들은 ‘글로벌’에 대응하는 ‘로컬’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해 집중해 논의했다. 먼저 ‘글로벌소싱’의 ‘국외 조달’에 대응하는 ‘국내 조달’이 나왔다. 그러나 만약 미국 현지 법인이 한국에서 로컬소싱을 한다면 ‘국내 조달’이 안 어울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후보로 채택되지 않았고 ‘역내 조달’과 ‘현지 조달’이 다듬은 말 후보로 채택됐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현지 조달’이 90.6%라는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다듬은 말로 최종 선택됐다.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옛말이 있다. 뿌리내리고 사는 땅의 음식과 제철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도 했다. 가까운 곳의 물자를 사용하게 되면 요즘 화두가 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지역 안의 물자와 음식을 사용해 우리 몸의 건강도 챙기고, 쉬운 우리 말을 사용해 알권리와 정신건강도 챙겼으면 좋겠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고마운 불법주차?”…제주 태풍 속 히어로 된 덤프트럭 [포착]

    “고마운 불법주차?”…제주 태풍 속 히어로 된 덤프트럭 [포착]

    초강력 태풍 제11호 ‘힌남노’가 지나간 5일 제주도에서 덤프트럭들이 가게 앞에 밀착 주차하며 바람막이를 자처한 모습이 포착돼 훈훈함을 안겼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화물트럭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덤프트럭이 건물에 바짝 붙은 채 주차된 사진 여러 장을 게시한 뒤 “진정한 바람막이 효과”라고 설명했다. 사진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2층짜리 건물 앞 인도에 1층 높이의 트럭이 건물을 완전히 가로막은 채 주차돼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도 집채만 한 트럭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와 햄버거 가게 앞을 점령한 모습이다. 트럭에 가로막혀 건물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작성자는 “비상시에는 이렇게 주차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제주 화물기사님들 화이팅”이라고 응원했다.네티즌들은 “히어로 변신”, “좋은 아이디어다”, “사진 보고 울컥했다”, “불법주차를 했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다”, “인류애 충전”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47m로 5일 밤 11시 제주도를 가장 가깝게 지났다. 지난 3일 자정부터 6일 새벽 5시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제주 윗세오름이 1004mm에 달했다. 6일 오전 7시 10분쯤 태풍이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오전 9시 20분을 기해 대전과 세종, 충남 일부(계룡, 청양, 부여, 금산, 논산, 공주, 천안)에 내려진 태풍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 “실제 게이머 집에 TV 놓고 의견 반영… 자유로운 휘어짐·높낮이 디테일 탄생”

    “실제 게이머 집에 TV 놓고 의견 반영… 자유로운 휘어짐·높낮이 디테일 탄생”

    “‘플렉스’는 기획 단계부터 실제 게이머들과 함께 개발한 TV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화면 곡률을 원하는 만큼 조율하며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호응이 컸죠. TV와 PC를 버튼 하나로 한번에 오갈 수 있는 스위칭 기능에 대해선 이런 것까지 고민해 줄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이었습니다.” LG전자가 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2’에서 처음 공개한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 ‘플렉스’에 대해 백선필 TV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세밀한 부분까지 반영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버튼 하나로 TV·PC 전환 기능에 감탄 2020년 말부터 기획에 들어간 ‘플렉스’는 게임과 일반 TV를 넘나드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뿌리를 냈다. 백 상무는 “영화를 볼 땐 두 사람 이상이 시청할 경우 왜곡이 될 수 있어 커브드가 안 맞지만 게임을 할 때는 좌우가 다 보여야 하니 커브드가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게임할 때 쓰기 편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 게이머들에게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발팀은 실제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의 유명 게이머들을 초청해 기존 48인치 게이밍 TV의 불편한 점과 요구 사항을 꼼꼼히 들었다. 제품을 게이머들의 집까지 직접 가져가 책상에 올려놓고 써 보게 하며 실제 게임할 때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 그 결과 크기는 책상에 놓고 쓰기 좋은 42인치로 맞추고, 최대 900R(반지름 900㎜ 원이 휜 정도) 범위 내에서 화면을 20단계로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펴 곡률을 조정하면서 사용자가 일반 콘텐츠를 볼 땐 평평한 화면으로 보다가 게임을 할 땐 몰입감을 한껏 느끼도록 했다. 화면을 위아래로 최대 15도까지 기울일 수 있게 하고 화면 높낮이 조절은 최대 14㎝까지 가능하게 한 인체공학적 설계도 게이머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게이머들이 개선을 요구한 빛 반사나 화면 비침 현상도 크게 줄였다. 백 상무는 “이번 IFA에서도 ‘플렉스’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타사 전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제품을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올레드로 가능한 혁신적인 폼팩터(제품 크기와 형태)를 통해 고객들에게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계속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100형 넘는 올레드 TV 출시 없다” 한편 백 상무는 이번 IFA에서 처음 선보인 97형(대각선 길이 246㎝) 올레드 TV 이후에는 100형이 넘는 올레드 TV를 내지 않을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백 상무는 “97형도 운송하기가 어려워 사실은 버거운 상황”이라며 “70형대가 주력 제품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100형 이상의 초대형 TV가 나온다면 모듈형으로 만들어 조각으로 운송하고 집에서 조립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TV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추석 코앞인데… 생활물가·공공요금 무섭게 오른다

    추석 코앞인데… 생활물가·공공요금 무섭게 오른다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다음달 전기·가스·택시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가계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가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갔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이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외식 물가인 음식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8.8% 올라 지난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갈비탕(13.0%), 짜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품목 대부분이 인상됐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서민 부담과 직결된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 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 4442원이었다. 월평균 가처분소득(93만 9968원) 대비 지출 비중이 식료품·비주류음료 26.4%, 식사비 15.4%로 먹거리 관련 지출 비중이 41.8%에 달했다. 여기에 라면 등 가공식품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가스요금은 다음달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에서 2.30원으로 0.4원 인상되고 전기요금도 킬로와트시(㎾h)당 4.9원 오를 예정이다. 더욱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가스·전력 도매가격이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장중 1370원을 돌파하는 고환율 국면이 유지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할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 中항모 잡는 美미사일 대만으로… 바이든, 11억 달러 무기 수출

    中항모 잡는 美미사일 대만으로… 바이든, 11억 달러 무기 수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지난달 초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미국이 대만에 11억 달러(약 1조 4960억원) 상당의 첨단 무기를 추가로 판매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대만에 대한 여섯 번째 무기 판매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11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기로 결정했으며 미 의회의 승인 절차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민주·공화당 모두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매진하고 있어 통과는 확정적인 분위기다. 이번 무기 수출 규모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지난 다섯 번의 총무기수출액(11억 7300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항공모함에 대응하는 3억 5500만 달러(4828억원) 상당의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60기, 발사 후 표적을 바꿀 수 있는 8560만 달러(1164억원) 규모의 AIM-9X 블록Ⅱ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100기가 포함됐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로라 로젠버거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CNN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에 공군과 해군 배치를 강화하고, 대만해협의 현상 변화를 시도하는 등 대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함에 따라 우리는 대만에 자위 능력 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지나친 긴장 고조는 경계했다. 반면 주미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중미 관계는 물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매우 위태롭게 한다. 무기 수출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대만 국무부는 미국의 무기 수출 승인을 환영했다. 또 3일에는 중국 드론의 침입에 대응해 교란총(전자 교란장치) 등을 동원하는 모의 훈련 장면도 공개했다. 대만은 지난 1일 중국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자국 통제 해역에서 처음으로 격추했다.
  • 27세 세계 2위도 강서브에 무릎… 41세 세리나 빅스텝은 계속된다

    27세 세계 2위도 강서브에 무릎… 41세 세리나 빅스텝은 계속된다

    41세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세계 2위를 제압하고 ‘은퇴 무대’의 제3막을 열어젖혔다. 세리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아네트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1(7-6<6-4> 2-6 6-2)로 제쳤다. 세리나는 예브게니야 로디나(러시아)를 2-1로 제친 아일라 톰랴노비치(46위·호주)와 3회전을 치른다. 세리나는 이달 초 공개된 미국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를 즐기지만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공식적으로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받아들였다. 1회전에 이어 이날도 타이거 우즈,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유명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아 세리나의 ‘은퇴 투어’가 이어지길 바라며 뜨겁게 응원했다. 같은 시대를 풍미한 우즈는 세리나가 1세트를 따내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불끈 쥔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하기도 했다. 27세로 기량이 한창인 데다 세계 2위를 꿰찬 콘타베이트는 14살이나 많은 윌리엄스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였다. 승패를 예측하는 ‘IBM 파워 인덱스’는 경기 전 콘타베이트의 승률을 79%로 훨씬 높게 봤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세트 세리나가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내 게임 5-4로 앞서 나갔지만 콘타베이트가 곧바로 다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맞췄다. 그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으로 세리나를 괴롭힌 끝에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지만 결국 세리나의 강서브 앞에 무너졌다. 세리나는 2세트를 속절없이 내줬지만 3세트 3-0으로 일찌감치 앞서 나간 뒤 강력한 포핸드를 좌우로 뿌리며 콘타베이트의 실수를 유도했다. 상대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잡아내며 승기를 틀어쥔 세리나는 여덟 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장식하면서 32강행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세리나는 “내 경기력에 의문부호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 상대는 더 어렵겠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에이스에서 11-5로 콘타베이트를 압도했고, 최고 시속은 192㎞로 1회전의 188㎞를 웃돌았다.
  • 세리나 윌리엄스, 세계 2위 제압하고 은퇴 무대 제3막

    세리나 윌리엄스, 세계 2위 제압하고 은퇴 무대 제3막

    41세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세계 2위를 제압하고 ‘은퇴 무대’의 제3막을 열어젖혔다.세리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아넷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1(7-6<6-4> 2-6 6-2)로 제쳤다. 세리나는 예브게니야 로디나(러시아)를 2-1로 제친 아일라 톰리아노비치(46위·호주)와 3회전을 치른다. 세리나는 이달 초 공개된 미국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를 즐기지만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공식적으로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받아들였다. 1회전에 이어 이날도 타이거 우즈,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유명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아 세리나의 ‘은퇴 투어’가 이어지길 바라며 뜨겁게 응원했다. 같은 시대를 풍미한 우즈는 세리나가 1세트를 따내자 마치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불끈 쥔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하기도 했다.27세로 기량이 한창인 데다 세계 2위를 꿰찬 콘타베이트는 14살이나 많은 윌리엄스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였다. 승패를 예측하는 ‘IBM 파워 인덱스’는 경기 전 콘타베이트의 승률을 79%로 훨씬 높게 봤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첫 세트 세리나가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잡아내 게임 5-4로 앞서나갔지만 콘타베이트가 곧바로 다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맞췄다. 그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으로 세리나를 괴롭힌 끝에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지만 결국 세리나의 강서브 앞에 무너졌다.세리나는 2세트를 속절없이 내줬지만 3세트 3-0으로 일찌감치 앞서나간 뒤 강력한 포핸드를 좌우로 뿌리며 콘타베이트의 실수를 유도했다. 상대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잡아내며 승기를 틀어쥔 세리나는 8번째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장식하며 32강행을 확정했다. 경기를 마친 세리나는 “내 경기력에 의문부호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 상대는 더 어렵겠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에이스에서 11-5로 콘타베이트를 압도했고, 최고 시속은 192㎞로 1회전의 188㎞를 웃돌았다.
  • 전국 혁신 청년 모아 창업 교육… 제주다운 소재 살려 ‘내일’을 열다[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전국 혁신 청년 모아 창업 교육… 제주다운 소재 살려 ‘내일’을 열다[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제주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제주의 자연에 반한 이들뿐 아니라 제주에서 혁신을 실행하려는 청년들이 모이고 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창업이 제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배경에는 3년 전부터 청년에게 월 150만원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준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있다. 김종현(49)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은 2004년 카카오로 통합된 다음이 제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일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김 센터장은 지방 이전을 고민하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에게 고향으로 옮겨 갈 것을 제안했고, 2009년에는 넥슨 그룹의 제주 이전을 맡았다. “큰 기업의 제주 이전을 진행하다 보니 청년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오랫동안 했어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당선 이후 청년이 정치 이슈로 떠오르면서 도의 청년정책을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란 요청에 내일센터를 만들게 됐죠.” 제주 바다가 보이는 건물에 자리잡은 내일센터 사무실에는 ‘청년의 가능성을 제주의 내일로 연결하다’란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다. 이 센터에 지원해 뽑힌 ‘탐나는 인재’는 2년간 월 150만원의 생계 지원금을 받게 된다. 6개월은 전일제 교육을 받고 이후 취업이나 창업 가운데 진로를 선택한다. 자격은 15~34세 청년으로 연간 150명을 뽑는데 이 가운데 75%는 제주도민, 25%는 비제주 출신을 선발한다. 제주도민 기준도 1년 이상 제주에서 살면 된다. 이번에 선발되는 교육생들은 7기생으로 1기생의 경우 70%는 창업에 성공했고, 전체 90% 이상은 자기 진로를 찾았다. 지자체에서 이처럼 파격적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내일센터의 예산은 모두 제주도에서 나오는데 지방예산으로 외지에서 온 청년까지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센터장은 제주가 청년창업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음의 제주 이전과 함께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되면서 예산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의 이전을 시작으로 혁신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제주에 몰리기 시작했고, 관광지인 제주의 특성 때문에 외지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쉽게 수용해 이들이 혁신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관광객이란 제주의 특수한 소비자들이 현지인들보다 훨씬 빠르게 혁신을 흡수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거기다 원 전 지사에 이어 현재 오영훈 도지사까지 청년 정책에 관심 많은 정치인도 한몫했다. 창업 트렌드도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에만 쏠리지 않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창업도시 제주에 도움이 됐다. 김 센터장은 자신을 ‘로컬 크리에이터의 시조새’라고 소개했다. 넥슨을 그만두고 내일센터를 만들기 전까지 제주 특산품을 이용한 식당과 카페를 운영했다. 그가 개발했던 한라산 모양의 빙수는 큰 인기를 끌었고, 내일센터를 졸업한 탐나는 인재들 가운데서도 제주적인 색채를 살린 창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말고기 초밥과 전국 최초의 말고기 소시지를 파는 식당, 제주 자연의 소리로 아기 잠재우기를 돕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탐나는 인재들의 인기 창업 아이템이다.말고기 초밥을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식당 ‘말고기연구소’를 운영하는 황대진(38)씨는 나이 덕에 막차를 타고 내일센터 1기를 졸업했다. 요리를 좋아했던 황씨는 말고기 맛에 빠져 7년 전 제주 바닷가에 말고기 김밥집을 열었다. 해변 경치에 반해 식당을 냈던 곳은 버스가 다니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이 오지 않았고, 말고기 요리법 개발을 위해서는 수백번 이상의 실험이 필요했다. 몸도 좋지 않아 식당을 폐업하고 쉬던 참에 내일센터의 연수생으로 선발된 황씨는 처음으로 창업자가 가져야 할 소양을 배울 수 있었다. 황씨는 “내일센터의 6개월 교육과정은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일주일에 사업계획서를 하나씩 작성해야 하는 과제로 군대에서의 생활처럼 힘들었다”며 “밤새는 일이 허다했지만, 치열한 토론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려면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공부하면서 돈을 받을 수 있었던 내일센터의 교육과정은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문을 연 지 1년이 조금 넘은 ‘말고기연구소’ 방문자는 15만명이 넘는다. 그의 목표는 말고기가 맛있고 영양가도 좋다는 것을 널리 알려 제주 말고기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스스로 ‘연쇄창업가’라고 표현한 황씨는 “말고기 하몽, 햄버거, 라면, 구이전문점 등을 제주에 다양하게 열어 말고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내일센터가 배출한 ‘탐나는 인재’들의 제주다움을 담은 창업이 지역을 바꾸고 있다.
  • “엄마=애미? 저급하네” 맘스터치 ‘마이애미 사진전’ 마케팅 논란

    “엄마=애미? 저급하네” 맘스터치 ‘마이애미 사진전’ 마케팅 논란

    맘스터치 이벤트 명칭 ‘마이애미’ 뭇매어머니를 낮춰 부르는 방언 ‘애미’ 사용맘스터치 “어머니 사진 캡처해 팔로우시 선물”네티즌 반응 싸늘…어머니 낮춰 불러 희화화“어느 자식이 엄마보고 애미라고 하나” 비판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마케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선착순으로 ‘스낵볼’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 명칭이 공개했는데 어머니를 낮춰 부르는 ‘어미’란 단어를 영어와 합성어로 붙여 이벤트에 활용한 데 대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31일 맘스터치는 이날부터 10월 16일까지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행사를 연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어머니의 프로필 사진을 캡처한 뒤 맘스터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해시태그 등과 함께 올리면 선착순 900명에게 스낵볼을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맘스터치는 “엄마 손길이 가득 담긴 맘스터치만 할 수 있는 이벤트”라며 어머니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멋진 모습을 자랑하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맘스터치는 매주 진행되는 인기 투표 우승자는 꾸까 꽃다발과 맘스터치 지류 상품권을 제공하고 1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이 경품인 왕중왕전 투표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벤트명인 ‘마이애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맘스터치 측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애미는 경남지방에서 사용되는 ‘어미’의 사투리를 활용한 표현”이라고 했다. 행사의 ‘마이애미’란 표현이 영어에서 ‘나의’를 의미하는 ‘MY’(마이)와 ‘애미’를 합성해 ‘나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애미는 맘스터치의 설명대로 ‘어미’의 방언이지만 어미는 어머니의 낮춤말로 알려져 있다. 네티즌 “마미나 엄마 같은 단어 두고”“맘스터치를 애미터치로 상호 바꿔야” 소비자들은 고객의 어머니를 낮춰 부르면서까지 희화화한 표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을 중심으로 “저급하고 선을 넘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어느 자식이 엄마보고 애미라고 하냐”면서 “누가 ‘애미’를 아무 데나 갖다 붙이냐. 별 이상한 마케팅을 다 본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네티즌들도 “마미나 엄마 같은 단어 놔두고 굳이 ‘애미’라고 쓰는 수준”, “누가 치즈볼 하나에 애미라고 쓰는 이벤트에 본인 엄마 사진을 올리겠냐”, “사투리면 다 되는 줄 아냐”, “검수하는 사람이 없냐” 등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애미손길’· ‘애미터치’로 상호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실제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미, 아비’는 ‘어머니, 아버지’의 낮춘 표현이다. 따라서 방언인 ‘애미’도 어머니를 낮춰 부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 네티즌은 “경남에서도 애미는 엄마를 낮춰 부를 때 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애미야’ 할 때나 쓴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면 내가 우리 엄마를 낮춰 부르는 꼴이 된다”면서 “무슨 이런 기획을 하느냐”고 분노했다.
  • 제주도에 말이 아니라 창업가 청년들이 왜 모일까

    제주도에 말이 아니라 창업가 청년들이 왜 모일까

    제주에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제주의 자연에 반한 이들뿐 아니라 제주에서 제주스러운 혁신을 실행하려는 청년들이 모이고 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창업이 제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바탕에는 3년 전부터 청년에게 월 150만원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준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있다. 김종현(49)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은 2004년 지금은 카카오로 통합된 다음이 제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일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김 센터장은 지방 이전을 고민하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에게 고향으로 옮겨갈 것을 제안했고, 2009년에는 넥슨 그룹의 제주 이전을 맡았다.  “큰 기업의 제주 이전을 진행하다 보니 청년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오랫동안 했어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당선 이후 청년이 정치 이슈로 떠오르면서 도의 청년정책을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란 요청에 내일센터를 만들게 됐죠.”  백화점이 없다는 제주의 유일한 단점을 보완하는 대형 의류 매장 위층에 있는 내일센터 사무실에는 ‘청년의 가능성을 제주의 내일로 연결하다’란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다. 내일센터에서 현재 7기를 뽑는 ‘탐나는 인재’는 2년간 월 150만원 생계 지원금을 받게 된다. 6개월은 전일제 교육을 받고 이후에는 취업이나 창업 가운데 진로를 선택한다.  탐나는 인재는 15~34세의 청년을 연간 150명 뽑는데 이 가운데 25%는 비제주 출신으로 선발한다. 제주도민 기준도 1년 이상 제주에서 살면 도민으로 인정한다. 탐나는 인재 1기의 70%는 창업에 성공했으며, 90% 이상은 자기 진로를 찾았다. 지자체에서 이처럼 파격적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내일센터의 예산은 모두 제주도에서 나오는데 지방예산으로 외지에서 온 청년까지 지원하는 정책은 제주 말고는 없다. 김 센터장은 제주가 청년창업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뿌리로 대한민국 최초의 포털사이트 다음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가능해진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꼽았다.  다음의 이전을 시작으로 혁신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제주에 포진하기 시작했고, 관광지라는 제주의 특성 때문에 외지인과 같은 혁신의 촉진제가 쉽게 수용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관광객이란 제주의 특수한 소비자 집단이 현지인들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혁신을 흡수했다고 덧붙였다. 거기다 원 전 지사에 이어 현재 오영훈 도지사까지 청년 정책에 관심 많은 정치인도 있었다.  다음이 18년 전 제주로 옮긴 것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처럼 창의적 인재는 휴양지와 같은 근무환경을 선호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언제 어디서든 일하는 노마드 근로자나 일과 휴가가 결합한 워케이션 시대가 올 것이란 미래 전망도 있었다. 마침 창업의 트렌드가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에만 쏠리지 않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삶의 방식을 파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창업도시 제주에 도움이 됐다. 김 센터장은 자신을 ‘로컬 크리에이터의 시조새’라고 소개했다. 넥슨을 그만두고 내일센터를 만들기 전까지 제주 특산품을 이용한 식당과 카페를 운영했다. 그가 개발했던 한라산 모양의 빙수는 큰 인기를 끌었고, 내일센터를 졸업한 탐나는 인재들 가운데서도 제주다운 것을 살린 창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말고기 초밥과 전국 최초의 말고기 소시지를 파는 식당, 제주 자연의 소리로 아기 잠재우기를 돕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탐나는 인재들의 인기 창업 아이템이다.  말고기 초밥을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식당 ‘말고기연구소’를 운영하는 황대진(38)씨는 나이 덕에 막차를 타고 내일센터 1기를 졸업했다. 요리를 좋아했던 황씨는 말고기 맛에 빠져 7년 전 제주 바닷가에 말고기 김밥집을 열었다. 해변 경치에 반해 식당을 냈던 곳은 버스가 다니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이 오지 않았고, 말고기 요리법 개발에는 수백번 이상의 실험이 필요했다. 몸도 좋지 않아 식당을 폐업하고 쉬던 참에 내일센터의 인턴 프로그램 탐나는 인재에 선발된 황씨는 처음으로 창업자가 가져야 할 소양을 배울 수 있었다.  황씨는 “내일센터의 6개월 교육과정은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일주일에 사업계획서를 하나씩 작성해야 해서 군대만큼 힘들었다”며 “시청 근처 24시간 운영 카페에서 밤새는 일이 허다했지만, 치열한 토론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려면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공부하면서 돈을 받을 수 있었던 내일센터의 교육과정은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문을 연 지 1년이 조금 넘은 ‘말고기연구소’ 방문자는 15만명이 넘는다. 그의 목표는 말고기가 맛있고 영양가도 좋다는 것을 널리 알려 제주 말고기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스스로 연쇄살인마에 빗대 ‘연쇄창업가’라고 표현한 황씨는 “말고기 하몽, 햄버거, 라면, 구이전문점 등을 제주에 다양하게 열어 말고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내일센터가 배출한 ‘탐나는 인재’들의 제주다움을 담은 창업이 지역을 바꾸고 있다.
  • “수제버거가 과소비?” 기재부, ‘무지출 챌린지’ 이어 ‘가심비’ 콘텐츠도 논란

    “수제버거가 과소비?” 기재부, ‘무지출 챌린지’ 이어 ‘가심비’ 콘텐츠도 논란

    기획재정부가 ‘무지출 챌린지’ 홍보로 비난을 산 데 이어 ‘프리미엄 소비’를 설명한 콘텐츠도 잇따라 입길에 올랐다. 지난 30일부터 해당 게시글에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24일 블로그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프리미엄화가 불러온 나비효과’라는 주제의 콘텐츠를 게시했다.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에는 수제버거의 프리미엄화 역사와 소비자의 심리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은 25일 게재된 ‘카드뉴스’에서 촉발됐다. 게시자가 전체 내용을 요약하며 “조금 비싸도 줄서서 먹는 수제버거 vs 거품 뺀 가격으로 대형마트에서 싸게 나오는 햄버거. 당신의 소비 트렌드는?”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는 카드뉴스에도 그대로 담긴 내용이었다. 논란이 된 대목은 “강남에서 세 시간 기다려 드디어 햄버거 겟. 다리 아픔, 더움, 그래도 행복함”이라는 문구다. 또 “샴푸 떨어진 김에 떨이로 필요한 것 다 삼. 나 살림 좀 잘하는 듯. 내돈내산, 이월상품, 합쳐서 3만원, 쇼핑중독”이라는 사례가 나란히 제시됐다. 그러나 네티즌 사이에서 이 콘텐츠가 부적절한 사례를 제시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국민의 과소비에 대한 가스라이팅이 시작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심지어 “수제버거가 사치라는 클래스”, “소비자가 소비하고 싶은 걸 소비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소비하지 말라고 하는가”, “국민들에게 가스라이팅하지 말고 사치품 관리하라”는 등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외환위기 당시 소비 절제를 유도하던 메시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9일 같은 플랫폼들을 통해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를 게재했다가 소비 억제 캠페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재부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논란이 커지자 결국 콘텐츠를 삭제했다. 무지출 챌린지는 소비를 줄여 일정 기간 지출 0원에 도전하자는 내용이었다.
  • “그릇값도 포함됐나”…이 정식은 ‘1만2000원’입니다

    “그릇값도 포함됐나”…이 정식은 ‘1만2000원’입니다

    푸드코트 보쌈정식 1만2000원“그릇값도 포함됐나”vs“물가 오른점 감안” 외식메뉴 가격이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식당의 1인분 식사 메뉴의 가격이 적절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판매 중인 1인 보쌈 정식’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돼지고기 수육 일곱 점과 김치, 마늘 등이 담긴 접시가 있고, 흰 밥과 콩나물국, 쌈장, 소량의 쌈 채소가 놓인 한 상이다. 사진은 주문자가 음식을 받은 직후 손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메뉴의 가격은 1만2000원이라고 한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은 “금가루라도 뿌린 건가”, “가격에 비해 부실해”, “식판 받자마자 깜짝 놀랐다”, “물가 무서워서 사먹겠나”등 반응을 보였다. 다만 “요즘은 1만원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최근 물가가 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온라인상에서 음식 가격을 두고 논란이 빚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스팸 구이·계란후라이·공기밥으로 구성된 정식을 1만2000원에 판매하는 식당이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해당 이미지는 연출일 뿐, 실제 음식과는 다르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때도 네티즌들은 “사진 속 그릇값도 포함한 가격이냐”며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는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과한 가격이 아니다”며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공육·식용유·햄버거 등 줄줄이 ‘도미노 가격 인상’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식 물가 지수는 지난해 누계 대비 6.7% 상승했다. 식품·외식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잇따라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에서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산업계에 원가절감 노력을 당부하고는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압박을 이유로 도미노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업계에선 연말까지 라면과 과자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계속 나오는 분위기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밀, 옥수수, 쌀 등 곡물의 수입단가는 2분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단가 지수가 식용의 경우 2분기보다 15.9%, 사료용은 16.6% 각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 농산물 가격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69.6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3% 하락했으며, 4분기에도 3분기보다 1.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글로벌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의 상승률이 2분기에는 13%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절반 수준 이하인 5.5∼6%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신호에 대해 업계에선 물가안정에 긍정적 신호는 맞지만, 러·우 전쟁이나 이상 기온 등 대외적인 변수가 여전히 많아 안심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내년에 밀과 옥수수의 글로벌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등에 오히려 내년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 육아 편한 서울… ‘엄빠VIP존’ 줄줄이 연다

    육아 편한 서울… ‘엄빠VIP존’ 줄줄이 연다

    서울에 사는 백모(35)씨는 세 살 아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크고 작은 불편을 겪는다.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갖춰져 있지 않아 차 뒷좌석에서 기저귀를 갈아 본 경험이 수두룩하다. 백씨는 “아이가 아직 혼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데, 남자아이를 데리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편의 공간이 잘 조성된 대형몰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 육아가 버거울 때마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문화생활을 포기한 지 오래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아이와 함께 외출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었다. 아기쉼터 등을 갖춘 ‘서울엄마아빠VIP존’이 오는 10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첫선을 보인다. 영유아 동반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족 화장실’도 올해 안으로 한강공원 등을 중심으로 들어선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앞서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하나로 양육 친화공간을 곳곳에 조성한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엄마아빠VIP존은 기저귀 교환대, 수유실, 휴식공간 등을 갖췄으며 2026년까지 66곳에 들어선다. 1호는 고척스카이돔 지하 1층에 조성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 만들어진다. 오는 11월 재개관하는 세종문화회관 내 라바키즈존에도 ‘VIP존’이 마련된다. 라바키즈존은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가 공연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도록 공연 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 주는 공간이다. 가족이 많이 찾는 북서울꿈의숲, 용산가족공원을 비롯해 한강공원 등에는 가족화장실이 조성된다. 시는 2026년까지 169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노키즈존’(영유아·어린이 제한 공간)이 확산되면서 양육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을 때 심리적 위축감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한 남성이 비행기 안에서 아기가 운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아이의 방문을 환영하는 ‘서울키즈오케이존’을 추진한다. 2026년까지 식당·카페 등 700곳을 지정한다. 또 24개월 영아를 둔 가구는 이르면 내년부터 연 10만원의 포인트를 받아 ‘서울엄마아빠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오 시장은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설계하면서 인프라 개선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손자를 둔 할아버지이기도 한 오 시장은 각 부서마다 육아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양육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애인父 폭행‧살해 후 “사고사” 거짓말…‘국대 출신’ 권투선수의 최후

    장애인父 폭행‧살해 후 “사고사” 거짓말…‘국대 출신’ 권투선수의 최후

    뇌병변장애를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한 뒤 사고라고 주장하다가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국가대표 출신 전직 권투선수가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권투선수 A(22)씨에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당시 55세)씨를 수십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해 귀가한 뒤 아버지에게 쌓인 불만을 참지 못하고 주먹과 발로 B씨를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아버지가 숨졌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B씨는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며 사고사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5개월간 내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검거했다.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사실이 없다. 갈등이나 불만도 없어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2020년 9월부터 B씨와 단둘이 지내며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 병변으로 장애가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는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A씨는 B씨에게 밥 대신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을 주로 먹였으며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B씨를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씻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고,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법의학자 3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계단에서의 낙상, 주거지에서의 추락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 사건 손상은 타인의 폭행 등 가해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피해자가 접촉한 사람은 A씨뿐”이라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A씨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2018년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전국 복싱 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 기념 메뉴 선보여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 기념 메뉴 선보여

    롯데리아가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을 맞아 한국적 K-버거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지난 2월 ‘불고기 4DX’ 출시에 이은 두 번째 출시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 2종은 기존 ‘한우불고기버거’를 더 푸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우 패티 2장으로 구성한 ‘더블 한우불고기버거’와 양송이버섯 원물 약 40% 및 트러플 오일 크림소스를 가미한 ‘한우 트러플머쉬룸버거’다. 이들 제품은 기존 한우불고기버거와 클래식치즈버거 메뉴에 적용되는 저온 12시간 발효한 통밀 효모를 사용한 브리오쉬 번을 기본 번으로 사용했다. 또한 한우협회 인증 마크인 ‘한우 불 도장’을 번에 각인해 특별함을 더 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을 신제품 모델로 한 신규 TV CF를 공개했으며, 지난달에는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한우불고기버거를 무료로 주기도 했다. 이달부터는 한우 트러플머쉬룸버거를 점심 메뉴 프로모션인 ‘든든점심’ 품목으로 추가 운영한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올해 K-푸드 메뉴인 불고기 테마 시리즈를 출시해 한국 전통 QSR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번 한우 신제품 역시 국내산 한우를 패티 원료로 한 롯데리아 브랜드만이 가능한 혁신적인 메뉴”라고 전했다.
  • 탁상행정에 죽은 전주 옛 도심 상권… 재정비 여론 비등

    전북 전주시의 탁상행정으로 옛 도심 상권이 쇠락해 하루빨리 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주시는 민선 8기에 시장이 바뀌자 전임 시장의 정책적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절차가 복잡해 언제 시행될지 미지수다. 22일 전주시에 따르면 ‘가장 인간적인 도시 전주’를 만든다며 2016년 3월 전주 4대 부성 역사도심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과제를 선정했다. 이어 2018년 4월 30일 옛 도심 151만 6000㎡를 역사도심지구로 설정하고 관리 방안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결정·고시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전주한옥마을 주변 중앙동·풍남동·노송동 일원 옛 전주부성 터와 주변 지역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혈세 8억 1500만원을 들여 만든 이 계획은 건물 높이, 층수는 물론 상가 건물의 용도까지 지나치게 제한해 전주시의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커피숍, 제과점·제빵, 햄버거·도넛 등 패스트푸드점은 입점할 수 없도록 제한해 도심 상권이 텅텅 비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일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꼬치구이점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시설 등 일반적인 업종까지 들어설 수 없어 상권이 쇠퇴한 것이다. 한때 전주시 최고 중심 상권이었던 관통로 사거리 4개 코너 가운데 3개 코너 건물이 비어 있을 정도다. 역사도심 지구단위계획 시행 수개월 뒤부터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전주시는 그대로 밀고 나갔다. 소상공인들이 “지나친 업종 제한으로 상가는 비어 가고 관광객은 오지 않는다”며 “사람이 없는 도심은 유령도시나 다름없다”고 반발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민선 8기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역사도심 지구단위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면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례 개정 등 절차가 복잡해 재정비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옛 도심 상인들은 “전주시의 엉터리 행정으로 무너진 상권이 언제나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근시안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을 입안하고 시행한 전주시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뚱뚱하면 코로나 더 잘 걸리고 더 아프다”

    “뚱뚱하면 코로나 더 잘 걸리고 더 아프다”

    뚱뚱하면 코로나19에 걸리기 쉬울 뿐 아니라 증상도 심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국내에서 발표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2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18%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 비만자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기고한 논문 ‘비만과 코로나19 연관성’에서 “코로나19는 비만한 사람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미국에서 코로나 입원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고도 비만이면 중환자실 입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임 교수는 논문에서 “비만은 코로나19의 위험 요인”이며 “비만하면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면역 체계에 악영향을 미쳐 비만 합병증을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한 사람은 ‘T세포’ 등 면역 세포에 대한 반응이 약해져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난다. 비만하면 백신 접종 성공률이 낮아지는 것도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비만한 사람이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면역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 해” 실제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병원이나 중환자실 입원 후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비만자의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또 고령과 심혈관질환·당뇨병 등 비만과 흔히 동반되는 질환도 코로나19의 중증도를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만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배달 음식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고, 건강식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 메뉴론 피자·햄버거·프라이드 치킨·가당 음료 등 패스트푸드가 많다. 이런 음식은 가정에서 조리한 건강한 음식보다 비만 유발 가능성이 더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지역사회 보건 센터·체육관·수영장·공원 등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휴관하거나 사용 금지된 것도 비만율을 높인 요인이다. 비만한 사람은 코로나19 유행 도중 금연·절주 등 더 건강한 생활 양식과 식생활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임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 기침·가래·발열이나 급격한 혈당 상승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비만 환자는 평소 복용하던 비만 치료제·당뇨병약·ACE 억제제나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와 같은 고혈압약·스타틴 등 고지혈증약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도 안 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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