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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중동건설 붐 현장을 가다] (1) 현대건설

    [제2 중동건설 붐 현장을 가다] (1) 현대건설

    “한국업체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브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BNPP)를 뺏긴 유럽이나 일본업체는 물론 중동 인접국까지 세계가 우리의 공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UAE 아부다비에서 만난 권오혁(57) 현대건설 UAE BNPP 현장 소장의 얘기이다. 현대건설이 제2중동붐을 타고 해외건설의 명가(名家)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46억 달러를 수주, 시공능력 평가 1위 업체로서 체면을 구겼지만 올해는 곳곳에서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에만 벌써 30억 달러가량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목표 100억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게 현대건설 해외부문 본부장의 얘기다. 지난달 말부터 10여일 동안 중동 현지를 돌며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현장 세 곳을 둘러봤다. ●우려와 달리 원전 공사 진행 빨라 중동에서 가장 대표적인 현대건설의 공사 현장은 다름 아닌 UAE 원자력발전소다.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국내 업체가 따낸 이 공사의 규모는 모두 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시공부문 총금액은 56억 달러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몫은 30억 8000만 달러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3배쯤 되는 1250만㎡(380만평)의 부지에 1400㎿급 원자력 발전기 4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공기는 2010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22개월. 이 중 1호기는 201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당초 이 공사는 한국업체가 맡으면서 ‘제대로 공사를 수행할 수 없을 것’, ‘공기 준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등 경쟁업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됐지만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권 소장은 “원전의 안전성 때문에 공사에 과속은 금물이지만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해 공사 일정을 4개월가량 앞당겨 시공하고 있다.”면서 “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대건설은 이미 국내에서 원전 설계에서 시공, 시운전까지 3개 과정을 다 해본 업체”라면서 “브라카 원전을 제대로 시공해 세계 원자력 발전의 모범 현장이자 국내 원전 시공 인력 양성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국내 21기의 원전 가운데 13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브라카 원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한국에 건설된 신고리 3, 4호기를 그대로 옮겨온 한국형 원전인 만큼 자재도 한국 것을 많이 사용한다. 권 소장은 “주요 자재의 경우 현재 70%는 한국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주변 중동국가들의 원전 시장 진입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 700조원 규모의 원전 신규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보여 UAE 원전 건설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추가 수주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진국 따돌린 가스처리 공장 아부다비에서 모래바람을 뚫고 140㎞쯤 달리자 사막 한가운데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합샨 가스 유틸리티 공사(IGD-5)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2009년 7월 착공,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이 현장은 현대건설이 아부다비 국영가스공사(GASCO)로부터 17억 200만 달러에 따냈다. 가스처리에서부터 전기 생산, 가스 및 물 배관망 건설 등을 수행하는 복합공사다. UAE에선 가장 규모가 크다. 이곳에서도 현대건설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었다. 현대건설 외에 다른 시설은 일본의 JGC와 이탈리아 테크니몽 등이 맡고 있지만 이들은 공기를 맞추는데 버거워하고 있었다. 특히 테크니몽의 경우 현대건설에 비해 공기가 3~4개월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를 끝으로 테크니몽은 UAE EPC(설계·구매·시공 일괄 수행) 시장에서 퇴장했다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했다. 김 소장은 “현재 공기는 1개월가량 앞당겨진 상태로 다른 회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공사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발주처로부터 “벡텔이나 플루어, 테크닙 등이 공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현대건설은 전혀 차질이 없다. UAE 현장 중에 현대건설만 한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효자 현장 카란 올 봄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현장에서 14억 9000만 달러 상당의 알루미늄 처리 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를 따낸 데에는 숨은 일화가 있다. 발주처인 마덴사는 수주에 앞서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인 아람코에 ‘현대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람코는 주저 없이 “현대건설에 맡기면 믿을 수 있다.”고 답했고, 결국 이 공사는 경쟁업체가 1억 달러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에 돌아갔다. 현대건설에 대한 아람코의 신뢰는 어떻게 쌓인 것일까. 지난 2006년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발주한 8억 900만 달러 규모의 쿠라이스 가스처리 공사를 따냈다. 당시 아람코는 현대건설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거의 완벽하게 마무리지어 아람코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장정모(53) 현대건설 사우디 지사장은 “당시 쿠라이스 공사를 현대건설이 제대로 해내면서 국내 업체들이 사우디 EPC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됐다.”면서 “현대건설 또한 이를 계기로 카란 현장 공사에 이어 마덴 알루미늄 공장 건설공사까지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와 바레인 국경 근처에 있는 알코바에서 2시간가량 달리자 거의 공사가 마무리된 카란 현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공정률은 99%로 이미 1, 2단계는 완공해 발주처에 넘겼고 3단계는 시운전을 하고 있었다. 양희창(53) 상무는 “적정 이윤을 남기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 하고 발주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현대건설에 대해 발주처도 만족해하고 있다.”면서 “마덴 알루미늄 공사 수주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장 지사장은 “앞으로 사우디에서만 2030년까지 6000억 달러의 공사가 쏟아질 것”이라며 “올해의 경우 선별 수주하더라도 수주 목표 22억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글 사진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연합) 카란(사우디아라비아)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패스트푸드 즐겨먹는 사람, 우울증 가능성 ↑”

    햄버거나 피자등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페인 라스 팔마스 대학(University of Las Palmas de Gran Canaria)연구팀은 “케익, 도넛과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아예 먹지 않거나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51%나 더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6개월 동안 총 8,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이중 493명은 우울증에 걸렸거나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사람이었다. 연구팀을 이끈 알무데나 산체스-빌레가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패스트푸드가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서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싱글이거나 덜 활동적이고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공중보건영양학(the Public Health Nutrition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하리하라의 과학 24시(이은희 글, 김영호 그림, 비룡소 펴냄)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저자가 현대 과학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햄과 주스를 통해 본 가공식품의 문제점, 환경호르몬, 엘리베이터 안의 폐쇄회로(CC)TV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지 등의 쟁점을 다룬다. 1만 3000원. ●토닥토닥 말싸움(GIMG, DPS 글·그림, 한솔수북 펴냄) 구름빵 캐릭터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그림동화책으로 만들었다. 의견이 달라 갈등하는 아이들이 서로 양보해 의견을 조율하고 행복하게 논다. 1만원. ●나무 심으러 몽골에 간다고요?(김단비 글, 김영수 그림, 푸른아시아 감수, 웃는돌고래 펴냄) 봄마다 황사로 고생하는 한국은 매년 몽골에 나무 심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힘찬이가 몽골에 가서 수태차도 마시고 몽골식 햄버거도 먹으며 초원에서 말달리기를 한다. 1만 1000원. ●장화가 사라졌어요(이다 예센 글, 한나 바르톨린 그림, 앤서니 브라운 영역, 오미숙 옮김, 현북스 펴냄)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 코끼리 형제가 장화를 신고 나갔는데 진흙 웅덩이 속으로 장화가 사라졌다. 어떻게 장화를 구해낼까. 1만 500원.
  • 은평 어린이 신체활동 늘리기 인기

    은평구는 건강관리 프로젝트인 ‘렛츠 플레이(Let’s play) 어린이 신체활동 늘리기’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구 보건소에서 주도해 지난해 8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20개 어린이집으로 넓혔다. 맞벌이 부부 급증으로 많은 미취학 어린이들이 라면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는 바람에 비만으로 숱하게 고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아체육을 쉽게 여기지만 막상 교육을 시작하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지도하기가 애매해 맞춤형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신체활동 늘리기 프로그램은 어린이 신체계측 및 체력검사, 어린이집 주 1회 생활체육지도자 지원, 신체활동 교구대여, 보육교사 역량강화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구는 시범사업 이후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감안해 확대했다. 보건소에서는 지난 22일 지역 보육시설에 훌라후프와 폼볼 등 8종의 건강 교구를 전달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현장의 보육시설 원장과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신체활동 늘리기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사업을 통해 어린이 건강실천과 비만예방에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근절대책’ 쏟아질 때 여전히 활개친 일진들

    #강원지역의 중학교에 다니는 P(16)군은 두 달 전까지 쉬는 시간이 두려웠다. 같은 학교 친구 C(16)군 등 7명이 복도, 화장실 가릴 것 없이 따라와 놀이를 빙자해 때렸기 때문이다.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차례차례 올라타는 ‘햄버거 놀이’는 예사였다. 구석에 세워 놓고 압박하는 ‘몰아넣기’나 ‘달려와 부딪치기’를 당하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수업시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사가 필기를 하려고 뒤돌아설 때면 친구들의 협박에 못 이겨 바닥을 기는 시늉을 했다. 동물 흉내를 내거나 억지로 춤도 춰야 했다. 단지 왜소하고 어리바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폭력과 가혹행위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가까이 지속됐다. 강원 평창경찰서는 C군 등 7명을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전국 초·중·고교생 558만명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중이거나 수사를 끝낸 13건 가운데 하나다. 서울신문이 26일 입수한 경찰청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수사 사건’ 현황에 따르면 놀이를 가장한 지능적 폭행부터 옷 벗기기 등 성추행까지 다양한 피해사실이 접수됐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교폭력이 이슈화됐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도 학교폭력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교과부 및 경찰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부터 교과부에서 넘겨받은 설문 조사 결과 중 가해자 정보, 시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고 사법처리를 검토할 만큼 사안이 심각한 13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P군의 경우 설문조사 직후 며칠간 아들이 우는 모습을 본 부모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확인, 지난 2월 6일 경찰서를 찾으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사건 현황(중복 2건 포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지역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부산이 2건씩, 광주와 경북이 1건씩이다. 유형별(중복)로 보면 ▲폭행 8건 ▲금품갈취 8건 ▲성추행 1건 등이었다. 강원지역 한 중학교의 경우 지난 1월 전모(15)양이 또래의 남녀 6명이 뒤섞여 있는 자리에서 강모(15)양의 하의를 강제로 벗기기도 했다. 전양과 친구들은 같은 달 노래방 등에서 “마음에 안 든다.”며 강양의 몸을 수십 차례 손과 발로 마구 때려 전치 2~3주의 상처를 입혔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11월 장모(15)군을 포함한 5명이 장모(15)군 등 3명에게 돈을 모아 오라고 강요, 수사대상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 유정현(무소속) 의원은 “순찰활동 강화 같은 근절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학교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청소년 지도사, 상담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경·홍인기기자 white@seoul.co.kr
  • [유통플러스] 고보습 세레브 퓨어 알로에

    고보습 세레브 퓨어 알로에 김정문알로에가 고보습 라인 ‘세레브 퓨어 알로에’를 출시했다. 정제수를 사용하는 일반 화장품과 달리 보습 강화 성분인 ‘알로에24’를 사용해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준다.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젤크림 등 5종으로 나왔다. 기초 3종 세트 기준 가격은 10만 9000원. 어린이음료 ‘뽀로로 보리차’ 팔도가 집에서 끓인 보리차처럼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어린이음료 ‘뽀로로 보리차’를 출시했다. 국산 보리를 사용했으며, 현미와 옥수수를 첨가해 맛을 더했다. 220m, 1200원. 간편한 봉지라면 ‘렌지 뽀글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봉지라면을 전자레인지로 가열해 끓여 먹을 수 있는 전용 조리 용기 ‘렌지 뽀글이’를 선보였다. 용기에 라면과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3분 30초간 조리하면 컵라면 면발과 다른 쫄깃한 면발의 맛을 즐길 수 있다. 400원. 맵고 담백한 ‘핫크리스피버거’ 롯데리아가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핫크리스피버거’를 내놨다. 바삭하게 튀겨낸 통닭가슴살에 양상추, 토마토를 곁들여 신선함과 영양을 높였으며, 멕시코산 하바네로 고추향을 가미해 담백하게 매운맛을 선사한다. 4200원. 레스모아 마스코트 펠리 인형 신발 편집매장 레스모아가 자사의 마스코트인 ‘펠리’를 인형으로 출시해 판매한다. 대·중·소 세 가지 크기로 나왔으며, 9000~2만 9000원이다. 레스모아는 인기 모바일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 인형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4000~1만 7000원.
  • 코오롱FnC ‘착한패션’ 실험

    코오롱FnC ‘착한패션’ 실험

    자라나 유니클로 등 제조와 유통을 일괄하는 SPA 브랜드들은 유행과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1~2주 내 옷을 지어 내다 팔아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석에서 소비하는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에 빗댄 것이다. 최대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부분 저급 소재 사용이 필수다.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져 한 시즌 입고 버리고 또 사는 소비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 옷은 합성섬유라 재활용이 어려워 결국 소각되는데, 엄청난 탄소 배출로 지구환경에 유해하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빅3’ 패션업체인 코오롱FnC가 이런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실험’을 벌인다.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소각되는 의류들을 새로운 의류, 소품으로 탈바꿈시킨 브랜드인 ‘래코드’(RE; CODE)를 출범한 것. 국내에서 에코파티메아리나 리블랭크 등 헌옷을 재활용하는 디자이너그룹들이 있긴 했으나 대기업이 이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기업 입장에서 돈이 되는 사업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3년차 재고 의류들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소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오롱의 경우 전체 23개 브랜드의 재고 의류를 처리하는 데만 연간 약 40억원이 든다. 21일 강남 사옥에서 만난 코오롱FnC의 한경애 이사는 “‘래코드’는 이렇게 버려지는 옷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SPA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요즘 옷을 만드는 자들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남성·여성복뿐 아니라 텐트 등을 활용해 만든 원피스, 재킷, 가방, 쿠션 등 희소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제품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래코드는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작업활동도 기부와 연결돼 있다. 재고 의류 해체 작업은 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가 맡았다. 유망한 독립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홍보물 제작은 사회 환원을 표방하는 홍보업체 ‘우디’를 거친다. 브랜드 정착의 관건은 바로 가격. 티셔츠·가방 10만원대, 바지 20만원대, 재킷류는 50만원대다. 아무리 새옷이라지만 재고에서 나온 제품치고는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저항이 만만찮게 뒤따를 수 있다. 제품의 특성상 대량생산은 어려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도 적다. 한경애 이사는 “래코드는 재활용 개념이 아니라 재해석”이라며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100%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래코드는 5월 초 팝업스토어를 열고 하반기부터 본격 매장을 열 계획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즉시연금보험 잘 팔려요

    즉시연금보험 잘 팔려요

    은퇴가 코앞인데 준비해 둔 노후 자금이 없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즉시연금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수입보험료 2008년보다 7배 ↑ 즉시연금보험은 1000만~3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맡기면 가입 다음 달부터 연금형태로 생활비가 나오는 상품이다. 소득이 있을 때 미리미리 노후 자금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등 목돈 지출이 많은 베이비부머 직장인에겐 버거운 일이다. 은퇴 후 손에 쥐는 것이라곤 약간의 퇴직금뿐인 이들에게 즉시연금보험은 노후 생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즉시연금보험 가입은 지난해 크게 늘었다. 20일 생명보험협회가 즉시연금보험을 판매하는 11개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를 집계한 결과 2008년 3306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조 3798억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은퇴 시점에 들어선 50~60대를 중심으로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즉시연금보험 가입고객의 연령대는 65세 이상이 전체의 42.7%, 55~64세가 32.4%로 은퇴 시작 시점인 55세 이상 고객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다리지 않고 가입한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즉시연금보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 연금보험처럼 연금을 받으려고 거치기간을 둘 필요가 없다. 또한 연금 지급이 안정적이다. 납입한 보험료가 공시이율(연 4.7~5.1%)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다. 운용 수익률이 낮으면 원금을 까먹고, 지급기간도 줄어드는 월지급식 펀드와 비교할 때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의 또 다른 특징은 연금 지급 형태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종신연금형은 목돈을 맡기고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나눠 받는 형태다. 상속연금형은 일정기간(10, 15, 20년) 매달 이자만 연금으로 받다가 사망 시 원금을 상속할 수 있다. 확정연금형은 일정기간 원금과 이자를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공시이율 적용… 연금 지급 안정적 예를 들어 60세 남성이 퇴직금 3억원을 즉시연금보험에 넣을 경우 공시이율 4.7%가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평생 138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중도에 사망하더라도 최소 20년 동안은 유가족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20년간 연금 형태로 받을 경우 매달 99만원이 나온다. 20년 뒤에는 원금을 상속자금 등으로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즉시연금보험은 최저금리를 ‘10년 이내 연 2.5%, 10년 이후 연 1.5%’ 식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제로금리 시대로 가더라도 일정부분 연금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또한 즉시연금보험을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노후 자금이 부족할 경우 즉시연금보험에 많은 돈을 묻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치료비 등으로 갑작스레 목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시연금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그동안 면제받은 이자소득세를 반환해야 하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일본통신] 이대호 ‘홈런 스윙’으로 돌아가야 할 때

    [일본통신] 이대호 ‘홈런 스윙’으로 돌아가야 할 때

    “외국인 타자는 홈런을 쳐야 한다.” 이 말은 홈런타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키야마 코지(현 소프트뱅크 감독)가 갖고 있는 외국인 타자에 대한 지론이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안타는 자국 선수(일본)가 칠테니 홈런은 외국인 타자의 몫이라는 뜻과 같다. 실제로 토종 거포가 사라져 버린 일본야구에서 외국인 타자에 대한 기대치는 타율이 아닌 홈런이다. 과거 랜디 바스(한신), 로베르토 페타지니(야쿠르트)와 같은 선수들은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겸비했던 선수들이지만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나 터피 로즈(오릭스)는 홈런타자의 전형을 보여줬던 무시무시한 슬러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선수들이 타율이 낮았던 건 아니다. 랜디 바스는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타율(.389) 기록 보유자이고 야쿠르트 시절의 페타지니는 1999년 3할-40홈런을 기록했었다. 특히 바스는 외국인 선수로서는 최초로 2년연속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과 1985년엔 54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왕정치에 이은 이 부문 역대 2위 기록을 보유했었던 타자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타자는 쉽게 찾아낼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타격능력만큼은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고 일본에서의 ‘성공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줬다. 카브레라와 로즈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바스나 페타지니에 비해 정교함은 다소 떨어지는 선수였지만 전매특허였던 홈런생산 능력 만큼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선수들이었다. 이 둘은 약속이나 한듯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타이기록인 55 홈런을 기록했었다. 로즈가 2001년,그리고 카브레라는 이듬해인 2002년 5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려 왕정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비록 로즈는 나이때문에 일본야구를 떠났지만 카브레라는 아직까지도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브레라가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에서 뛰고 있는 것은 한방 능력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토종 선수들의 빈약한 홈런 생산 능력에 비교하면 지금의 카브레라면 홈런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이점이다. 자신은 타율과 타점에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외국인 타자는 홈런이 주 목표여야 한다. 시범경기 들어 타율 .182(22타수 4안타)와 홈런1개에 머물고 있는 이대호는 아직 일본야구에 적응이란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일본의 보편적 외국인 타자에 대한 시선을 생각해 보면 좀 더 많은 홈런이 필요하다. 에버리지가 높은 타자는 팀내에도 많기 때문이다. 이대호에 앞서 일본에 진출했던 김태균(당시 지바 롯데)의 사례만 보더라도 외국인 타자에 있어 홈런이 얼만큼 중요한지를 알수 있다. 2010년 전반기 동안 김태균은 리그 홈런 3위(18개) 타점 1위(73)에 오르며 ‘김치버거’가 QVC 마린필드 매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태균의 홈런이 터질시 평소 400엔에 팔았던 김치버거는 50엔의 헐값이었고 이것은 구단의 마케팅 차원에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손꼽힐만한 전략이었다. 비록 그해 후반기 김태균의 부진으로 인해 김치버거 열풍은 사그라 들었지만 야구에서 홈런이 의미하는 특히 외국인 타자에게 있어 홈런은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여실히 증명해줬던 일화였다. 국내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까지만 해도 슬라이더와 커브를 못 던지는 투수는 투수가 아니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좋은 신체조건을 지닌 타자는 한눈에 봐도 ‘홈런타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 정교함을 먼저 생각했던 건 아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겸비한 선수들의 출현이 빈번(?)해진 건 사실이지만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할때 기대했던 것은 정교함 보다는 장타력이다. 실제로 오릭스엔 사카구치 토모타카를 위시해, 고토 미츠타카 등 상위타선에서 3할을 기대할수 있는 선수들은 많다. 그렇기에 중심타선에 배치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대호나 T-오카다는 타율보다는 홈런이 우선시 돼야 한다. T-오카다, 아롬 발디리스를 제외하면 홈런을 쳐줄 선수가 부족했던 오릭스가 올 시즌 이대호를 영입했던 것도 이러한 홈런생산 능력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또한 카브레라의 예를 보더라도 정교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한방능력만 갖추면 오랫동안 일본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 오릭스의 목표는 우승이다. 비록 현실성 없는 기대치라고는 하지만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계약기간이 올해로써 종료된다. 오카다 감독이 이대호를 그토록 원했던 것도 이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일은 오는 30일이다. 그동안 일본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투수들의 공을 관찰했던 이대호지만 이제부터는 본연의 스윙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윤석구 일본야구통신원 http://hitting.kr/
  • 근저당 설정비 환급 법정서 가린다

    은행들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근저당권(담보권) 설정비 환급 결정에 불복, 결국 법정에서 환급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은행도 연합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예정이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소비자원 “소비자 1만명 소송 참여 예상” 소비자원 관계자는 16일 “지난달 분쟁위가 총 7건 6개 금융기관에 대해 근저당 설정비 환급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현재까지 저축은행 1곳을 포함해 6건 5개 금융회사가 불복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나머지 1개 금융회사도 조만간 이의를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사법적 권한이 있는 분쟁위의 결정은 당사자 모두 승복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지만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지난달 말부터 상담센터를 통해 근저당 설정비 피해구제 신고를 받고 있으며, 소송 참가자도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2만 6645명이 상담을 받았으며, 1772명은 소송에 참가하기로 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소비자원은 자문 변호인단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오는 23일 접수가 완료되면 1만명 정도가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소 시 1억원가량을 대출받은 사람은 45만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소비자원이 소송 지원에 나서면 금융회사들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패소할 경우, 유사 소송이 줄지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막대한 부담을 지기 때문이다.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전체의 환급 대상 금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1조~2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대형 은행도 버거운 비용이다. 소비자원과 별도로 법무법인과 시민단체도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태산은 지난달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는 소비자 490명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3054명을 모아 근저당 설정비 51억 2400만원을 환급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은행들, 은행연합회 중심 공동 대응키로 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근저당 설정비를 아예 받지 않고 있으며, 이를 소급적용해 과거 실행된 대출에 대해 환급하라는 소비자원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 시 고객이 근저당 설정비 부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던 만큼, 되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임주형·오달란기자 hermes@seoul.co.kr
  • [커버스토리] 美 연예계 양극화 ‘상상초월’

    미국은 유명 연예인이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만큼 무명 연예인과의 ‘빈부격차’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8월 ‘포브스’ 발표에서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연예인으로 선정된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8)가 2010년 5월~2011년 5월 벌어들인 수입은 7700만 달러(약 856억원)였다. 지난 2009년 별세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같은 톱스타는 대저택에서 살고 전용기로 이동하며 경호원과 비서, 요리사, 주치의 등을 거느리는 등 웬만한 국가원수 못지않은 삶을 누린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업이라 할 만큼 부의 범위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 무명 연예인들은 집세와 공과금 납부 등 생계를 걱정하면서 불안한 삶을 산다. 짐 캐리는 무명시절 중고차에서 자고 햄버거 한 개로 하루 끼니를 때웠다. 명배우 알 파치노는 성공하기 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창(男娼)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비욘세는 스타덤에 오르기 전 어머니가 경영하던 미용실에서 청소하며 용돈을 벌었다. 몇 해 전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팬티 차림으로 노래를 부르며 관광객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생활하는 젊은 남성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의 꿈은 ‘인기 가수’였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한달간 4차례에 걸쳐 원로 사학자인 최문형 선생의 특강을 들었다.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였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 올바른 역사 인식의 저해 요인은 역사 연구의 쇄국화에 있다. 원인과 결과를 따로 분리해서 기술하면 그 역사는 이미 가치를 잃게 된다.”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제사적 시점에서 역사를 보아야 한다는, 한국 사학계에 주는 고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지막 강의에서 노학자는 물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가 ‘병합’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왜 5년이란 세월이 걸렸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평생 학문 연구에 천착해 남다른 업적을 쌓은 석학의 일갈(一喝)이 죽비소리처럼 미몽을 깨운다. 의병의 줄기찬 저항 때문이었다는 한국 사학계의 통설은 진정한 원인이 아니었다.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막을 힘이 없었다거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영·일동맹을 맺은 후 미·영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용인했다는 우리의 통념도 틀린 것이었다. 당시 만주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려 한 러시아는 일본에 여전히 버거운 존재였다. 만주 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미국도 일본의 독식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일제가 한반도를 집어삼키는 데 5년이나 걸린 이유는 만주 이권을 둘러싸고 러·미와의 갈등 해소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은 열강에게 만주에 대한 문호 개방과 기회균등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수표에 불과했다. 열강은 일본의 만주 지배를 막기 위한 카드로 한국을 이용했다. 우리는 외교권을 빼앗겼지만 1906년 러시아 총영사로 부임한 플란슨은 신임장을 일왕이 아닌 고종황제에게 제정했다. 포츠머스 조약에서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보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 병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논거였다. “대한제국의 주권 불가침을 인정하며 국제사회에서 이를 밝힐 수 있도록 대표를 초청한다.” 1907년 니콜라이 2세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우리 대표를 초청했다. 그러나 그해 6월 넬리도프 러시아 대표는 본국의 훈령에 따라 우리 특사의 회의장 입장을 거부했다. 왜냐하면 몇 달 사이에 러시아의 대유럽정책이 독일과 보조를 맞추던 것에서 영·불과 협력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일본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주에서의 이해가 일본과 합치한 러시아가 수수방관하자, 일제는 고종을 폐위하고 ‘정미7조약’을 강박해 내정 관할권까지 강탈해 갔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대놓고 한국을 삼킬 수 없었다. 일본의 만주 지배를 반대하는 미국이 걸림돌이었다. 미국은 1909년 태프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만주 침투에 박차를 가해 ‘만주 제철도 중립화안’을 내걸고 러·일 두 나라의 만주 분할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의 포석에 위협을 느낀 것은 일본만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1910년 7월 제2차 러일협약을 맺어 일본의 한국 ‘병합’을 허용했다. 독일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했던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의 동맹국 러시아와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만주에 일본과 같은 사활이 걸린 이해를 갖고 있지 않았던 미국은 대일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으며 그럴 능력도 없었다. 대한제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그때 열강 중 어느 하나 우리 편은 없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러시아도 자국의 국익을 위주로 우리를 이용했을 뿐이다. 침략할 능력이 있거나 없을 뿐 제국주의에 선악(善惡)은 물론 최악(最惡)·차악(次惡)도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화기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장기 지속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은 열강의 이해가 엇갈리는 세력 각축장이라는 점이다. 주변국의 동향에 대한 위정자들의 오판과 무지가 어떤 참극을 빚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가 우리의 진로를 비추는 등대로 다가서는 오늘. 우리가 찾을 ‘징전비후’(懲前毖後)의 교훈은 자력 없이 남의 힘을 이용하는 책략만으로는 다시 돌아온 제국의 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견실한 자강만이 우리의 번영을 지키는 방패일 터이다.
  • ‘무게 6.8kg·1만 8000칼로리’ 일명 ‘짐승 버거’ 출시

    크기와 열량 모두 최대인 일명 ‘짐승 버거’가 등장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버거로 기록된 이 버거의 이름은 ‘미트 더 비스트’(Meet The Beast). 무게가 6.8kg, 열량 1만 8000칼로리로 한끼에 1주일치 권장 칼로리를 모두 해결할 만큼 이름처럼 짐승급 버거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도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다. 3.1kg의 쇠고기와 베이컨 및 치즈 9조각을 주재료로 건강(?)을 위해 3개의 토마토와 양상추도 듬뿍 들어가 있다. 가격은 40파운드(약 7만원)로 이번주 내에 판매될 예정이다. 레스토랑 업주인 바스 헤로도투는 “인터넷을 뒤져 이 버거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면서 “굶주린 미식가들에게는 최고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단골고객들에게 이 버거를 먹어보라고 연락을 했다. 한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스타도 몸치!

    경기 도중 초인적인 능력을 뽐내는 스포츠 스타들이 일상생활에서도 민첩한 움직임으로 위기를 피할 수 있을까. 사슴 고기를 운반하다가 목뼈가 부러져 티타늄판과 나사못 9개로 지지해야 했던 선수, 냉동 햄버거를 떼내다 손을 다친 선수, 컴퓨터 게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는 야구 천재 등등. 보통 사람보다 훨씬 민첩할 것으로 여겨지는 스포츠 스타들이 일상에서 당한 어수룩한 사고들을 AP통신이 13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 양키스의 구원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재활용 상자를 집 바깥으로 내놓다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발을 다쳐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몇 차례 건너 뛰었다. 그는 “내 집 계단에서 굴렀다고 하느니 차라리 클럽 하우스에서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고 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하소연했다. AP는 야구 선수만으로도 종합병원 응급실 하나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훈련 도중 수건으로 목을 닦다가 목 경련이 일어났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제레미 에펠트는 냉동 햄버거를 떼내다가 손을 다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투수 조엘 주마야는 컴퓨터 게임 ‘기타 히어로’를 너무 오래 해서 팔목 관절이 부어 3경기를 결장했다. 신시내티 레즈의 포수 조 올리버는 식기건조기에서 그릇을 꺼내다 칼에 베였고, 새미 소사는 재채기 두 번에 등근육 인대를 다치기도 했다. 2년 전 로스앤젤레스 1루수 캔드리스 모랠리스는 그랜드슬램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동료들과 축하파티를 하다가 발목뼈를 부러뜨린 경우.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레스토랑에서 깨진 유리를 밟아 1년이나 코트에 서지 못했다. 전국체육트레이너협회(NATA)의 마저리 J 앨봄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는 것도 인생의 일부이고 그들도 보통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진실은 이안에 없다” 한국 법정영화의 현실

    “진실은 이안에 없다” 한국 법정영화의 현실

    법정영화가 매력적인 까닭은 사회적 약자들이 법을 무기로 불의와 맞서는 데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1999), 스티븐 소더버그의 ‘에린 브로코비치’(2000) 등에서 법정은 진실이 구현되는 공간이다. 항상 진실이 승리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화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는 진실을 주장할수록 멀어지는 법의 한계를 드러낸다. 충무로의 사정은 어떤가. 돌처럼 굳어버린 배심원의 마음도 녹여버리는 변호인의 활약을 그린 상업영화들이 번성한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흥행과 비평 모두 신통치 않았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1991)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1998) ‘인디언썸머’(2001) 등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있었다. 그런데 피상적인, 혹은 지나치게 딱딱한 접근으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배심원제가 도입되지 않았던 데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에 제약된 현실이 영화 소재로는 매력적이지 못했던 게다. 하지만 1997년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 용의자에 대한 재수사를 12년 만에 이끌어낸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 실화 영화들이 만들어지면서 관객들은 물론, 사회적 반향을 끌어냈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한국 법정영화의 어떤 경향: 진실은 이 안에 없다’ 기획전은 최근 한국 법정영화의 결을 살펴볼 기회다. ‘이태원살인사건’과 ‘의뢰인’(2011), ‘도가니’(2011), ‘부러진 화살’(2011) 등 4편이 상영된다. 4편 모두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진실이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 이후 고조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24일에는 ‘의뢰인’의 손영성 감독, 25일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상영 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와 시네토크가 마련된다. (02)741-9782.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패션과 금융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 거리. 이곳에 최근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바로 푸드트럭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곳으로 세계의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긴 푸드트럭이 즐비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푸드트럭은 바로 비빔밥을 모티브로 한 비빔밥 버거를 팔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백태웅을 만나러 간 금주(김유리). 아픔을 달래기 위해 술을 달고 살았던 태웅의 지난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끼는 금주는 밀려드는 죄책감에 괴롭기만 하다. 날로 쇠하는 양조장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복희의 발걸음이 무겁다. 서울로 올라온 복희는 어쩐 일인지 기다리는 영미사 식구들은 잊은 채 백구 사무실을 먼저 찾아간다. ●메디컬 스토리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폐암 환자 대부분은 기침과 같은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오인하고 있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98%는 이미 수술조차 하기 힘든 상태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폐암을 발견한 47세의 윤씨. 속병 한 번 앓아본 적 없을 만큼 건강했기에 폐암이라는 진단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속 코너, ‘풀하우스’는 좁디좁은 단칸방에 사는 아홉 남매를 소재로 웃음을 주고 있다. 과연 ‘풀하우스’의 가족이 실제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21년 전, 경헌씨와 미순씨는 열 살 차이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남다른 자식 사랑으로 낳고, 또 낳다 보니 어느새 무려 아홉 남매의 부모가 되어 있었는데….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스위스는 4000m 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일 년 내내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체르마트는 자연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 자동차와 마차 등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교통수단만을 허용한다.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슬로프 탱크’로 알려져 있는 제설차를 타고 스위스 대자연의 위대함을 함께한다. ●명불허전(OBS 밤 10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 교수와 함께한다. 수많은 책을 읽은 독자이며 다양한 책을 쓰는 저자이기도 한 최 교수. ‘명불허전’에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책들을 공개한다. 아울러 15년간의 미국 유학시절과 자연사박물관 이야기 등 재치 있는 화법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 車, 욕망을 선물하다

    車, 욕망을 선물하다

    포디즘, 그러니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생산물을 올려놓고 시간단위로 제품을 찍어내는 거대 공장은 어떤 이미지인가. 영화팬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릴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해야 하는 포디즘의 비인간성을 풍자했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여기다 한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포디즘을 비판한 채플린도 빨갱이로 몰렸지만, 포디즘을 만든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빨갱이로 몰렸다는 점이다. 노동자 일당이 평균 2.34달러이던 시절, 무려 5달러나 줬기 때문이다. 여기다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고, 기숙사를 제공했다. ‘가장 늦게 채용되고 가장 빨리 해고되는’ 흑인, 장애인, 여성까지 채용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노동할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찮은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퍼주다보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은 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저주가 그때라고 왜 없었겠나.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정작 포드 자신은 철저한 마초스타일의 우파였다는 사실이다. 생산해낸 차도 오직 기계적 단순함이라는 남성적 스타일만 강조했다. 이는 나중에 GM에 역전당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고립주의, 반유대주의를 고집했고 노조를 혐오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격찬받은 미국인은 포드가 유일했고, 1938년 히틀러는 제3제국 최고의 훈장 독일독수리최고대십자장을 수여하기까지했다. 포드는? 감사히 받았다. 다음 해에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런 포드가 왜 노동자들을 후하게 대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차를 사야 시장이 커진다. 그럴려면 주머니에 돈도 좀 찔러주고, 과도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어야 주말 드라이브라도 나갈 것 아니겠나. 포드 차를 타고 말이다. 포디즘은 합리적 생산방식으로 주목받는데, 사실 더 주목 받아야 할 대목은 여기다. 대량생산 제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대중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드 스스로도 빨갱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했다.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기 전에 낮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야 한다. 대중시장은 얻기 쉬운 열매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자동차를 다루되 무엇보다 ‘대중의 욕망’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포디즘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쭉 읊는데, 단순한 산업사라기보다 도시문화사나 미국문화사로 읽힌다. 건축, 도시, 지리학 등을 기초로 문명사를 다루는 루이스 멈포드, 데이비드 하비가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뉴욕의 불도저’ 로버트 모제스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동차산업의 발달이란, 곧 도로의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생태계의 변화, 그 결과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포괄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외곽타운화, 고립, 단절, 보수화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포디즘의 영향은 강력했다. 바우하우스 초대 교장인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1923년 조립식 주택을 만든다. 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린 것이다. 이는 교외의 대단위 주택 건설로 이어진다. 1947년 부동산업자 윌리엄 레빗이 조립식 주택으로 이뤄진 대단위 거주지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오늘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외 풍경이 속속 생겨난다. 이들은 ‘레빗 타운’이라 불린다. 교외사는 사람들의 도심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거대 도시를 장식하는 리본’이라 불리는 복잡한 고가도로들도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와 도로가 팽창하면서 햄버거가게 맥도날드, 실용적 모텔 체인 홀리데이인, 그리고 대형 쇼핑몰, 스타벅스가 흥행에 성공한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자동차란 적혈구를 타고 도로라는 혈관을 따라 미국 전역에 흘러든 것이다. 욕망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급속한 교외화로 인해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슬럼화된다. 슬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기존 거주자들에게 혹독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재개발)은 도시 빈민들을 다시 외곽으로 밀어낸다. 어렵지 않게 뉴타운, 용산사태 같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에도 기여한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랜 시간 차를 몰고 통근해야 하는 백인들에게, 보수적 독설로 가득찬 라디오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독설가 러시 림보와 글렌 벡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처음에는 대중시장을 통한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 자동차가, 오늘날 민주주의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벼운 서술이어서 문화적 논쟁 못지 않게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지식도 재미있다. 가령 GM은 왜 창업자 이름을 본뜨지 않고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General Motors)라는 이름을 택했을까. 최초의 로드무비는? 고급승용차를 뜻하는 세단(Sedan)의 유래는? 히틀러의 아우토반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4년 영화 ‘제임스 본드 - 골든 핑거’에 등장해 최초의 간접광고(PPL)로 꼽히는 차는? 토요타가 내놓은 크라운, 코로나, 코롤라라는 자동차 이름의 공통점은? 책 속에 답이 있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어린이 85% 과일섭취 부족… “라면은 주 1회 이상” 70%

    우리나라 어린이 10명 중 8명이 과일 섭취 권장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7명은 채소를 권장량보다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 섭취량은 여전히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만 10~11세) 1만명을 대상으로 주요 식품의 섭취 빈도를 조사한 결과 84.5%가 권장량보다 과일을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어린이의 과일 섭취 권장량은 하루 2회로, 사과 1개나 귤 2개가 기준이다. 과일을 하루 2회 이상 섭취하는 어린이는 15.5%에 불과했고 하루에 1번 과일을 먹는 어린이는 24.5%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영양학회와 공동으로 지난해 6~7월에 전국 123개 중소도시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채소 섭취량도 부족했다. 채소는 70g씩 매일 5회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어린이는 30.8%에 불과했다. 매일 1번만 먹는다고 답한 비율도 28.8%나 됐다. 권장량보다 채소를 적게 먹는 어린이가 10명 중 7명이고 채소를 편식하는 학생이 10명 중 3명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반면 패스트푸드의 섭취 빈도는 높았다. 프라이드 치킨을 일주일에 1번 이상 먹는 어린이가 41.6%, 피자는 28.6%, 햄버거는 22.8%였다. 또 라면이나 컵라면을 주 1회 이상 먹는다고 답한 학생도 69.2%나 됐다. 특히 11.7%는 이틀에 1번 이상 라면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1회 이상 과자나 초콜릿을 먹는 비율은 77.8%, 탄산음료는 69.2%였다. 식약청 관계자는 “어린이의 패스트푸드 섭취 빈도는 높아지는 반면 성장기에 꼭 필요한 과일, 채소 등은 권장 섭취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성장기 때 끼니를 거르는 것은 발육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서민들 기름값 원성 계속 외면만 할 건가

    비싼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위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의 태도로 볼 때 당장 뾰족한 대책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엊그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빗발치는 유류세 인하 요구와 관련,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초과하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명시돼 있다.”며 지금 당장 유류세 인하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두 장관의 이런 시각은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 인하 효과보다는 세수(稅收)만 줄게 만든다는 지난 2008년 3월의 경험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러나 홍 장관과 박 장관의 입장은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안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서민들은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외부영향 탓만 하며 나몰라라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유류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느니,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느니 하는 주장은 서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뿐이다. 지금의 기름값은 서민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엊그제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이 ℓ당 1993원을 넘어섰고, 서울 지역은 2074.21원을 기록하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ℓ당 2200~2300원을 받는 서울시내 주유소도 한두 곳이 아니다. 서민들 입에서 “기름 넣기가 무섭다.”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 감소 운운만을 되뇌는 것은 과연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유류세 인하는 정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시민모임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전년보다 1조원 가까이 유류세를 더 걷은 것으로 되어 있다. 원유가나 출고가가 오르면 세금도 오르는 구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최대 수혜자는 정부였던 셈이다. 서민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최소한 더 걷힌 세수만큼이라도 되돌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 서민들의 원성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 문병권 중랑구청장 “뉴타운 재정비 서두르고 자녀교육탓 이사 없게…”

    문병권 중랑구청장 “뉴타운 재정비 서두르고 자녀교육탓 이사 없게…”

    10년 전만 해도 상습침수의 대명사였던 중랑구가 환골탈태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한 3연임 단체장인 문병권 구청장은 임기 동안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수해예방 사업에서 재미(?)를 본 것과 서울시 청렴평가 결과 7년 연속 최우수구에 선정된 것이라고 21일 인터뷰에서 꼽았다. →수해 방지 노력이 최근 열매를 얻는 것 같다. -2002년 구청장에 당선된 뒤 가장 자존심 상하고 안타까웠던 게 바로 ‘상습침수구역’이라는 불명예였다. 구 이미지를 깎아먹는 데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지장을 줘 안타까웠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게 빗물펌프장 증설이다. 용마산과 망우산 등 동쪽 지역 산들이 주택지대로 일시에 무너져 내리니까 빨리 물을 뿜어 내지 않으면 물난리 나기 십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묘지공원 주차장에 3만t 규모의 저류조를 만들었다. 망우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일시 저장해서 분산시켰다. 세 번째, 망우산과 용마산, 신내동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망우 사거리에 집중돼 조금만 비가 와도 넘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망우산과 용마산에서 내려오는 빗물 하수관을 봉우재길로 우회시켰다. 면목빗물펌프장 쪽으로 직관을 뚫어 분산시켰다. 관을 대형으로 바꾸고 상시 준설도 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큰 비에도 거의 피해가 없었다. 2005년, 2006년만 해도 피해가 없다고 보고를 하면 서울시에서 거짓말로 알았다. 주민들이 뿌듯해하니 보람 있다. →청렴 평가 최우수구에 7년 잇달아 올랐다. -취임 이후 청렴에 역점을 뒀다. 성공적인 구 행정엔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려면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 깨끗한 행정이 신뢰를 높인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덕에 ‘청렴 자치구’라는 영예를 안았다. 구청장들끼리 만나면 다들 중랑구를 부러워하더라. 주민 신뢰도 높아졌다. 공무원들도 자랑스러워한다. 아무리 제도를 만들고 억제대책을 내놓아도 공무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천이 어려운데 직원들 덕분에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고마울 따름이다. →내리 3선 해 보니 느낌이 어떤가. -행정 노하우란 몇 년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으면서도 어딜 가나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키고 목표를 잡으면 힘차게 추진하려고 애쓴다. 반대 입장은 직접 만나서 접목시키려고 한다. 행정엔 경륜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겐 일하기 좋고, 뒤처지는 사람에겐 버거운 구청장이 되려고 한다. →올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남은 임기를 가닥이 잡힌 뉴타운 도시재정비 촉진 등 지역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데 힘쓰겠다. 교육발전에도 역점을 두겠다. 교육에 열심히 투자한 결과 2~3년 전부터 교육 탓에 다른 구로 이사 간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 같은 명예를 지킬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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