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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미러’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미러’

    ‘미러’는 한국영화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다.‘거울 속으로’에서는 원한에 사로잡혀 백화점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한국 귀신이 등장했지만,‘미러’는 아이디어만을 가져가 할리우드 스타일의 악령 이야기로 바꿔 버린다. 전직 경찰 벤 카슨은 화재로 폐허가 된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를 서다가 끔찍한 것을 보게 된다. 거울 안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한 카슨은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려 하지만 거울 속의 악령은 카슨의 주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거울에는 뭔가 신비한 구석이 있다. 서양의 뱀파이어는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거울이 귀신을 퇴치하는 도구로 쓰인다. 중고생들에게 떠도는 속설에서는 한밤중에 칼을 물고 거울을 바라보면, 미래의 연인이 보인다고도 한다. 거울은 실재하는 존재를 그대로 비치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미러’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내가 고개를 돌렸는데 여전히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거울 속의 내가, 전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존재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거울 속의 나는, 정말 나인 것일까? ‘미러’의 악령에게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카슨에게도, 이전의 경비원에게도 그들의 목적을 수행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원한 같은 것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선과 명확하게 대비되는 악의 존재다. 인간을 괴롭히고, 무고한 사람을 살육하는 존재. 카슨이 악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한을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악령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미러’는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처럼 출발해서 현대판 좀비물처럼 일종의 액션 공포영화로까지 나아간다. 그런 급격한 변화가 안정적이진 못하지만 ‘미러’가 꽤 무서운 영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월애’,‘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미러’까지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역시 아이디어 때문이다.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다.‘미러’도 마찬가지다. 거울 속의 존재에서 출발해 뒤집혀진 세계의 악몽으로 이끌어 내는 발상은 훌륭했다. 다만 그 탁월한 아이디어를 전혀 흥미진진하게 풀어 내지 못했을 뿐. 그건 ‘거울 속으로’만의 약점이 아니라, 지금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 美언론, 박찬욱 ‘박쥐’에 관심… “전국개봉 기대”

    美언론, 박찬욱 ‘박쥐’에 관심… “전국개봉 기대”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유니버설 픽처스가 박찬욱 감독의 ‘박쥐’(영어명 THIRST)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영화에 대한 해외언론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북미지역 연예매체들은 국제 영화제를 통해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미국 전역에서 개봉되는 것과 관련, 벌써부터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투자 계약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의 포커스 피처스가 북미지역 배급권을 갖게 됐기 때문. 영화사이트 ‘슬래시필름’(slashfilm.com)은 “가장 유명한 한국 감독”이라고 박찬욱 감독을 소개하며 “경이적인 작품 ‘올드보이’로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한 그의 영화가 포커스 피처스에 의해 북미에 배급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영화에 투자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라며 “박찬욱이라는 한국 최고의 감독을 통한 도박도 괜찮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영화비평 사이트 ‘Joblo.com’은 ‘유니버설은 목마르다’(Uni is Thirsty)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사이트는 “유니버설의 투자는 곧 DVD가 아닌 북미지역 극장들에서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화팬들의 기대를 부추겼다. 또 “2009년에 영화제를 순회하고 일반 극장에 개봉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칸(Cannes)의 냄새가 난다.”고 덧붙였다. 박쥐의 투자유치 소식은 아시아에서도 중요한 뉴스로 다뤄졌다. 홍콩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비롯해 쿠웨이트 영자지 ‘아랍 타임즈’, 인도 유력신문 ‘더 힌두’ 등은 박쥐의 투자유치 과정을 자세히 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달 말 크랭크업을 목표로 촬영 중인 박쥐는 한 신부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뒤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면서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송강호, 신하균, 김옥빈 주연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진=Joblo.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언론 “배트맨 신작에 ‘박찬욱’ 보인다”

    美언론 “배트맨 신작에 ‘박찬욱’ 보인다”

    “‘다크나이트’에서 박찬욱이 보인다.” 미국의 한 지역지에서 배트맨 시리즈 신작 ‘다크나이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상에 ‘박찬욱 스타일’이 엿보인다는 독특한 리뷰를 내놓았다. 뉴욕 지역지 ‘타임스 헤럴드-레코드’(Times Herald-Record)는 지난 주 다크나이트 리뷰 기사에서 “이 영화는 영웅과 악당이 싸우는 평범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다.”라며 “마치 마틴 스콜세지의 복잡한 드라마와 한국 영화감독 박찬욱의 독특한 시각의 영상이 합쳐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거론된 이유는 그가 소위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무거운 영상을 담아내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한 언론에서는 ‘피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신문은 “이 영화에는 특유의 난폭함이 있다.”며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자극제들과 갑작스러운 결말을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슈퍼히어로 영화로서 만족을 준다.”고 설명했다. 개봉 당일 6640만 달러 수입을 올리며 현지 개봉일 최대 흥행기록을 새로 세운 영화 다크나이트는 다음달 6일 국내에 개봉한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현재 영화 ‘박쥐’(제작 모호필름)를 촬영하고 있다. 김옥빈, 송강호 주연의 뱀파이어 영화로 내년 초 개봉 예정이다. 사진=다크나이트(위쪽 사진), 올드보이 스틸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5편 영화 뭐부터 볼까?

    205편 영화 뭐부터 볼까?

    경기도 부천에서 ‘영화 한마당’이 펼쳐진다. 제1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an 2008)가 18∼27일 부천시민회관과 부천시청을 비롯해 복사골 문화센터,CGV 부천점 등 11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이 기간 동안 39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205편(장편 125편, 단편 80편)이 상영된다. 한상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는 관객 입장에서 영화의 성격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장르를 좀 더 세분화한 만큼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하이브리드’(혼종).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스라엘 작품 ‘바시르와 왈츠를’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돼 호평받은 영화이다. 이스라엘 작품이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자본 합작으로 제작됐다. 폐막작 곽재용 감독의 ‘사이보그, 그녀’도 한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다.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액션에서 멜로까지 아우르며 여기에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요소까지 더한 작품이다. 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섹션에서는 왕따 소년이 뱀파이어 소녀와 친구가 되는 ‘렛 미 인’(스웨덴),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공포·악몽을 주제로 만든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어둠 속의 공포’(프랑스), 초인적 힘을 지닌 슈퍼 영웅들의 전투를 그린 ‘오파파티카’(태국), 정신이상 살인마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소녀의 탈출극인 ‘TBS’(네덜란드) 등이 상영된다. 오는 8월7일 개봉 예정인 한국 공포영화 ‘고死:피의 중간고사’도 관객들을 미리 만난다. 장르영화 신작 30편을 상영하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은 청소년들의 살인 내기라는 끔찍한 실화를 소재로 한 ‘세븐 데이 선데이’(독일), 남미형 범죄 스릴러물 ‘사타나스:살인자의 초상’(콜롬비아), 살해당한 사람이 연예 스타로 환생해 복수를 한다는 ‘옴 샨티 옴’(인도) 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품들로 유쾌한 영화적 체험이 되기에 충분하다. 가족 관객을 위한 ‘패밀리 판타’ 섹션에서는 판타지 어드벤처 ‘다란:하얀 기린의 모험’(네덜란드), 소년과 유령의 가슴 찡한 우정을 그린 ‘유령친구 부트나스’(인도), 유치원생의 줄다리기 대회를 소재로 한 ‘으으 드림팀’(태국)이 있다. 흑백영화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작품들도 상영된다. 한국영화 회고전인 ‘코드네임 도란스’는 한국과 일본, 홍콩을 배경으로 한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수용 감독의 첩보극 ‘동경특파원’, 영화배우 박노식이 연출한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영화 8편이 선보인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오구리 슌 ‘여자 변신’에 日네티즌 깜짝

    오구리 슌 ‘여자 변신’에 日네티즌 깜짝

    ”여자보다 예쁘죠?” 드라마 ‘전차남’, ‘꽃보다 남자 리턴즈’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오구리 슌(小栗旬)이 한 CF에서 섹시한 여성으로 ’체인지’해 화제다. 오구리는 3일 소니에릭슨의 새 휴대전화 발표회에 참석해 자신이 찍은 광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를 콘셉트로 찍은 이번 광고에서 그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등 총 10가지의 캐릭터로 분장한 모습을 일반에 공개했다. 특히 메이크업에만 무려 6시간이 걸린 오구리의 ‘여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구리는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했다. 그의 모습을 본 네티즌 역시 “(연인인) 야마다 유(山田優)보다 예쁘다.”, “여자로 태어났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감탄했다. 한편 지난 5월 공식적으로 교제를 선언한 야마다 유와의 관계에 오구리는 “그녀와의 연애는 순조롭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IT media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철 기자 kibo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70년 도전사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70년 도전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진출은 먼 꿈이었다. 하지만 한국 배우들은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라는 문화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성장했고 미국에서도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할리우드 진출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도전사 아시아계 최초이자 한국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처음 활동한 배우는 재미교포 필립 안(1905~1978)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남인 필립 안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영화와 드라마 180여 편에 출연해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이 보존되어 있다. 70년 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시리즈 ‘쿵후’에서 주인공 사부로 활약한 그는 존 웨인, 게리 쿠퍼, 록 허드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공연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교포가 아닌 한국 출신 배우의 첫 할리우드 진출은 1998년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에 출연한 박중훈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영어구사에 능한 박중훈은 2002년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서도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박중훈에 이어 가장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는 ‘로스트’의 김윤진이다. 영화 ‘쉬리’와 ‘밀애’를 통해 스타 배우로 떠오른 김윤진은 미국으로 건너가 신인으로 오디션을 거치며 당당히 배역을 따내 한국 배우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는 위쇼스키 남매 감독의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를 치뤘고 이어 차기작인 ‘닌자 어쌔신’ 에서도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다. god 출신의 박준형도 ‘스피드 레이서’에서 단연으로 출연해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할리우드에 도전했고 블록버스터 ‘드래곤볼’에서 주요 인물인 야무치 역에 캐스팅 돼 두 편 연속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하정우는 한미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 받았고 미국 배우 조합에도 가입된 상태다. 현재도 장혁, 장동건, 이병헌, 송혜교 등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다. 장혁은 한국ㆍ미국ㆍ싱가포르 최초합작 영화인 ‘댄스 오브 드래곤’에서 주인공인 권태산 역을 맡아 세계적인 아시아 스타 제이슨 스콧 리와 싱가포르 톱스타 범문방과 함께 연기 대결을 펼친다. 전지현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영화화 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서 뱀파이어와 맞서는 소녀 사야로 출연해 하반기 영화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모습을 선보인다. 아시아 스타 장동건은 할리우드 첫 진출작인 ‘런드리 워리어’에 출연해 할리우드 신예 스타 케이트 보스워스, 제프리 러쉬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고 있다. 연말 개봉 예정인 ‘런드리 워리어’는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 100억원 규모에 선 판매돼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류스타 이병헌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G. I 조’에서 한국인 무사 ‘스톰 섀도’역을 맡아 촬영 중에 있다. 미국 독립 영화 ‘패티쉬’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송혜교는 오우삼 감독의 차기작인 ‘1949’(가제)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올해 말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강혜정이 한국계인 크리스틴 류 감독이 연출할 계획인 미국 영화에 출연을 놓고 협의 중에 있다. 이처럼 한국과 아시아에서 성공한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 시장에 발 맞춘 연기력과 영어 실력만 갖춘다면 한국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비, 하정우, 전지현, 이병헌, 장혁, 장동건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찬욱이 ‘찍은’ 필리핀 女배우 칸서 인기

    박찬욱이 ‘찍은’ 필리핀 女배우 칸서 인기

    박찬욱 감독이 촬영중인 ‘박쥐’(영어명 ‘Thirst’)에 전격 발탁된 필리핀 신인 여배우 메르세데스 카브랄(Mercedes Cabral)이 제61회 칸 국제영화제의 스타로 떠올랐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필리핀 영화 ‘Serbis’(Service)의 출연진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카브랄은 동남아시아 여성의 신비한 매력으로 사진기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필리핀 ABS-CBN방송은 “카브랄이 프랑스 체류 기간 동안 파파라치에 시달렸다.”며 자국 여배우의 유명세를 보도했다. 이어 “그녀는 칸이 선택한 명장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을 앞두고 있다.”며 “카브랄은 계속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브랄은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실시한 ‘칸 영화제를 빛낸 글래머 여배우’ 온라인 투표에서도 페넬로페 크루즈, 나탈리 포트만 등과 함께 후보에 올라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핀 예술학교에 재학중인 ‘학구파’ 여배우 카브랄은 몇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다가 지난해 필리핀 TV·라디오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지난 2월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 캐스팅되며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편 카브랄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으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프랑스와 그리스 등 유럽 4개국에 선판매됐다. 영화 ‘박쥐’는 송강호, 신하균, 김옥빈 등이 출연하는 뱀파이어 영화로 현재 부산에서 촬영중이다. 사진=rocketfuel.wordpress.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해리포터’ 롤링 잇는 스타작가 탄생

    ‘해리포터’ 롤링 잇는 스타작가 탄생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해리 포터 시리즈의 J K 롤링을 잇는 또 한명의 스타 작가가 탄생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주인공은 미국 전업주부 출신의 소설가 스테프니 메이어(34).10대 소녀와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은 현재 3편까지 나왔고 오는 8월 4편이 출간된다. 예약주문을 받고 있는 4편은 벌써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명단 8위에 올라 있다. 트와일라잇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메이어의 책은 지금까지 모두 530만부가 팔렸고, 최근 1년새에만 400만부가 팔렸다. 특히 지난해 해리포터 마지막 편이 출간된 직후 발표된 3편은 해리포터를 제치고 각종 베스트셀러 명단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라고 타임은 전했다. 모르몬교도로 세 아들의 엄마인 메이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소설가가 됐다.2003년 6월1일 젊은 여성이 뱀파이어인 잘생긴 남성과 사랑에 빠진 꿈을 꾸었다. 꿈이 너무나 생생해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는 못배겨 석 달 만에 밤을 새워가며 500페이지 첫 책을 완성했다. 갓난 아이를 왼손으로 안고 얼르면서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렸다. 이 같은 설정들이 해리포터의 롤링을 연상케 한다. 타임이 꼽은 롤링과 메이어의 공통점은 현재를 배경으로 판타지를 그린다는 것이다. 롤링은 마법사를 통해, 메이어는 뱀파이어를 각각 통해서다. 또 이들의 팬들은 소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생활한다. 마법사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고, 팬클럽을 결성하듯, 뱀파이어 복장을 하거나 붉은 색 컬러렌즈를 끼고 모이는 메이어 팬클럽에는 2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돼 있다. 팬사인회가 열리면 수천명의 팬들이 줄을 서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메이어의 소설들은 롤링의 해리포터와 달리 줄거리가 복잡하게 꼬여있지 않고 단선적이다. 해리포터가 영국식 절제미가 있다면 메이어의 소설에는 감정의 표현이 풍부하다. 트와일라잇은 오는 12월 영화로 제작돼 개봉된다. 현재까지는 해리포터가 간 길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kmkim@seoul.co.kr
  • ‘경축! 우리 사랑’서 첫 주연 맡은 김해숙

    ‘경축! 우리 사랑’서 첫 주연 맡은 김해숙

    ‘국민 엄마 배우’ 김해숙(53)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영화 ‘무방비도시’에선 소매치기 대모로 면도날을 씹더니,‘경축!우리 사랑’(제작 아이비픽처스·9일 개봉)에서는 21살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캐릭터를 꿰찼다. 차기작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 뱀파이어와 불륜에 빠진 며느리의 시어머니로 출연한다. 안방극장의 온갖 채널들을 섭렵하며 팔색조 모성을 펼쳐온 중견배우 김해숙.‘어머니’의 익숙한 이미지를 호기롭게 털고 지천명이 넘어 스크린에서 파격적 캐릭터를 구사한 배우에겐 짙푸른 욕심이 돋아나고 있었다. ● “저보고 산삼 먹냐고들 해요”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4기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안방극장에 주로 머물렀다.1980∼90년대의 영화이력은 그래서 가난하다. 스크린에서 다시 그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가문의 영광’ 이후부터. “저희 땐 드라마가 더 활성화돼 있었어요.‘벗는 영화’도 많았고요. 아이도 어리고 나이도 젊어 제약이 많았는데 지금은 달라졌죠. 드라마에서는 중견 배우가 폭발적인 열정을 보여 주기엔 한정된 역할이 많은데 영화로 와보니 우리도 앞장설 수 있는 캐릭터가 있더라고요.” 지난 1일 새벽 5시까지 드라마 촬영을 하고 그가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하루 일정을 묻자 가는 한숨부터 새어 나왔다.“사람들이 주위에서 물어본대요. 쟤는 뭘 먹냐고. 산삼 먹냐고.”(웃음) 드라마에 영화 일정이 겹치는 요즘 같은 때는 하루에 한두시간 눈을 붙인다. 뒤늦게 발동 걸린 연기사랑이 그에겐 원동력. 드라마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6∼7편씩 제의가 들어오고, 영화 시나리오도 4∼5편씩 받아 두고 있지만 이번 영화는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 “시나리오 받은건 3년 전… 한국판 ‘데미지´라고 생각했죠” ‘경축!우리 사랑’의 봉숙씨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엄마다. 노래방과 하숙집을 하는 중산층 가정. 남편(기주봉)은 동네 미용실 여자랑 바람이 났고, 백수 딸은 하숙하는 청년 구상(김영민)과 연애질이다. 퉁퉁 불어터진 얼굴로 엎어진 밥상처럼 너절한 일상을 이어가던 엄마 봉숙. 여기까지는 ‘왼발’로도 할 수 있을 익숙한 역할이다. 그를 사로잡은 건 이쯤해서 불쑥 틈입한 황당한 설정. 딸이 결혼하려던 애인을 두고 가출을 한다. 술에 취해 동네 전봇대에 토하는 청년을 엄마는 들쳐 업는다. 그런데 업힌 청년의 입김에서 그만 가슴이 떨리고 만다. “충격적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다뤄 보지 않은 소재였고, 시나리오를 받은 건 3년 전이라 ‘가족의 탄생’이 나오기도 전이었거든요. 발상 자체가 신선했죠. 한국판 ‘데미지’가 아닌가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는 바로 해볼 만한 역이다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의 결심을 듣고 28·29살인 두 딸은 막 웃더란다.“엄마, 미쳤어?” 그런 반응에 더 오기가 났다. 하지만 문제는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딸들의 얘기를 듣고선 이게 보통 사람의 시선이라 생각하니 ‘아, 이제부터는 내 책임이구나.’ 싶었어요. 추한 욕정으로 비춰질까봐 굉장히 조심스러웠죠.” 촬영 중 그는 상대 배우 김영민을 15번이나 업었다. 온통 구토물로 얼룩진 옷을 벗기다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후에는 붕어빵을 사들고 청년의 손에 쥐어 준다. 아이스크림을 ‘너 한입, 나 한입’ 나눠 먹으며 봄바람결에 수줍게 웃어도 본다.“아이스크림 나눠 먹는 게 얼마나 닭살스럽고 웃겨요. 그렇지만 만약 지금 그런 사랑이 온다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아기까지 가지는 봉순. 굳은살 배긴 아줌마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번진다. 그때부터는 남편도 딸도 보이지 않는다. 봉순이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이유는 뭘까. “굳이 딸과 연적이 되면서까지 아기를 지키려는 부분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봉순이를 생각해 보니 이 여자는 사랑보다도 자신이 여자라는 걸 잊고 있다가 그때 처음 여자라고 느낀 거였어요. 아이를 지키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었죠.” ● 박찬욱 감독 ‘박쥐’출연…“꿈에도 박쥐가 날아 다녀요”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세상 엄마들을 위한 응원가다. 구상은 남편의 사주를 받은 동네 아저씨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외친다.“저는 봉순씨를 사랑합니다.” 일순, 아저씨들 눈이 커진다. “뭐?봉순이가 누구야?” 웃음과 눈물이 뒤섞일 페이소스 넘치는 이 장면은 이름을 잃어 버린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요즘 세상이 변해서 여자들이 편해졌다곤 하지만 엄마들은 아직도 똑같아요. 가족, 아이들을 위해 사랑은 사치나 꿈인 채 살아 가잖아요. 여자이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영화 속 초반 봉순이처럼 사셨던 분들이라면 여자임을 다시 확인하세요.” 그는 두달 전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 캐스팅됐다. “원래 박 감독님의 팬이에요. 정말 존경하는 감독인데 캐스팅 소식에 멍해 있었더니 딸이 왜 그러냐고 묻대요. 그 박쥐가 내 박쥐가 될 줄은 몰랐지. 꿈에도 박쥐가 날아 다녀요.” 다시, 국민엄마로 돌아온 그의 웃음이 화사했다. 엄마의 파격은 대체 어디쯤에서 멈출까.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어떤 영화 찍고 있나요?

    어떤 영화 찍고 있나요?

    2008년은 스타 감독들의 ‘회귀본능’이 유난히 힘을 발휘하는 해가 될 듯하다. 박찬욱, 김지운, 강우석, 이준익, 김기덕 감독이 새 영화로 스크린에 귀환한다. 뱀파이어 영화에 꼴통형사 강철중의 복귀까지…. 각기 다른 취향과 정서를 지닌 다섯 감독들의 작업 진행 상황과 영화의 얼개를 들어본다.“감독님, 지금 무슨 영화 찍으세요?” #박찬욱 감독 영화에 ‘뱀파이어’가 나온다? 박찬욱 감독이 ‘뱀파이어 영화’를 만든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제작 모호필름)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남자가 유부녀와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내용의 치정극. 송강호가 뱀파이어로 변하는 상현 역을, 그와 사랑에 빠지는 태주 역은 김옥빈이 맡았다. 신하균은 김옥빈의 남편 강우, 중견 연기자 김해숙은 김옥빈의 시어머니로 나온다. 영화는 새달 둘째주 촬영에 들어가 8∼9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개봉은 올 하반기나 내년 초쯤으로 잡고 있다.‘박쥐’ 제작진은 “기존의 전형적인 뱀파이어 영화가 아닌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 불륜과 치정의 드라마를 담았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정서를 담은 독특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다기리 조와 김기덕 감독의 교감은? 김기덕 감독의 ‘비몽’(제작 김기덕필름·스폰지)은 칸 영화제 출품으로 지난주 완성된 프린트가 나온 상태다.‘비몽’은 오다기리 조와 이나영이 ‘연인’으로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김 감독의 15번째 영화. 한 남자(오다기리 조)가 교통사고에 관한 꿈을 꾼다. 사건 현장에 찾아가 보니 실제로 사고가 나 있고, 한 여자(이나영)가 관련돼 있다. 몽유병에 걸린 여자는 남자가 꿈꾸는 대로 행동한다. 꿈을 꿀수록 사건은 더욱 확대되고 여자는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비몽’의 송명철 프로듀서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배우와 감독의 교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영화를 100여개 관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전작 ‘나쁜 남자’‘해안선’ 등은 80만∼100만명이나 들 정도로 흥행이 잘 됐다. 이번 영화 또한 한결 보기 편하고 한·일 톱배우가 나와 충분히 흥행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개봉은 5∼6월. #이준익 감독의 전쟁멜로라면? 이준익 감독도 7월 중순 신작 ‘님은 먼 곳에’(제작 타이거픽처스·영화사 아침)를 들고 영화팬과 만난다. 이 감독은 지난 7일 태국 칸차나부리에서 현지 촬영을 마쳤다. 현재 90% 정도 편집을 마친 상태다.70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만든 ‘님은 먼 곳에’는 이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대작이라 할 만하다. 1971년, 안동의 순이(수애)는 3대 독자 아들 상길(엄태웅)과 결혼한 새색시. 그러나 남편은 다른 연인을 두고 아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베트남전에 지원해 전장으로 떠나자 순이는 베트남 위문공연단 가수 써니가 되어 남편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제작사 타이거픽처스의 조철현 대표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투 장면은 네 장면,10분 이내의 분량만 등장한다.”면서 “이 감독이 ‘왕의 남자’ ‘황산벌’ 등에서 그려온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총체적으로 다룬 한 평범한 여자의 휴먼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면 대박 날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제작 바른손·영화사 그림)은 연초부터 국내 영화 흥행 기상도에서 빠지지 않는 영화다.7월10일 개봉할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은 제작비 100억원을 넘긴 웨스턴 블록버스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쟁쟁한 배우가 버티고 있는 작품이다. 1930년대 법과 질서가 사라진 만주. 열차털이범 태구(송강호)는 열차를 털다 정체불명의 지도를 발견하고, 돈이면 뭐든 잡아채는 사냥꾼 도원(정우성)과 살인청부업자이자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 역시 지도를 손에 넣기 위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놈놈놈’ 제작진은 지난 1월 9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현재 두 달째 편집 중이다. 김지운 감독은 주말도 없이 막바지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강우석 감독 지휘, 장진 감독 각본이라면 강우석 감독은 ‘강철중:공공의 적1-1’(제작 K&J엔터테인먼트)로 돌아온다. 개봉은 6월 중순.‘공공의 적’의 3편 격인 이번 영화는 2편이 아닌 1편의 속편이다. 강철중(설경구)은 여전히 강동서 강력반의 꼴통형사다. 어느날 서울 인근 도축장에 한 사내가 칼에 찔린 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후에는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살해당한다. 죽은 학생의 지문이 도축장에서 발견된 칼에 남겨진 지문과 일치한다. 강철중은 두 사건의 배후에 거대 조직 거성그룹의 보스 이원술(정재영)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장진 감독의 각본 작업과 어리숙한 역할만 주로 맡아오던 정재영의 악역 변신이 주목된다. 강우석 감독은 29일 3개월여간의 촬영을 모두 마무리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전지현 ‘눈빛배우’ 되고 싶어

    전지현 ‘눈빛배우’ 되고 싶어

    큰 키에 자그마한 얼굴, 전지현은 꽤 낙천적이고 여유로웠다.10년차 여배우로서의 부담감이나 흥행에 대한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쌓인 공력과 노련미가 그 자리를 메웠다. TV CF속에서나 간간이 얼굴을 볼 수 있던 그녀가 2년 만에 대중앞에 들고 나온 작품은 휴먼드라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자신이 한때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이라고 믿고 남을 돕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한 남자(황정민)와 그에게 점차 동화되가는 휴먼다큐 PD의 이야기다. “하루하루 바쁜 삶에 찌들어 살다보면 잊고 지내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 작품은 우리가 잊어 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예요. 감독과 상대배우에 대한 신뢰도 컸지만, 무엇보다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좋아 출연했어요.” ‘슈퍼맨’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억지 눈물과 동정심에 호소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신물이 나버린 3년차 방송프로덕션의 PD. 영화속 전지현은 짧게 자른 앞머리에 잡티까지 고스란히 보이는 맨얼굴, 시시때때로 담배를 꺼내무는 폼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화장 좀 할 걸 그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진실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여유도 생겼고, 기존의 ‘자연스러움’에 색깔을 입혀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고요. 그래서인지 찍은 후에 확실히 덜 창피하던걸요?” 광고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수년간 ‘CF퀸’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그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직도 배우보다는 ‘CF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 역시 스크린보다 CF에 익숙하다보니 매너리즘 아닌 매너리즘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전 앞으로 계속 배우로 살아갈거고, 이번 작품만 하고 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이번 작품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이것도 제가 앞으로 연기를 점점 더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스타들이 쏟아져 나오는 연예계 현실상 때론 위기감에 휩싸일 법한데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 여배우로서 나이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배우는 어차피 표현하는 직업인데, 살면서 감정의 깊이가 더해지면 연기도 더욱 성숙해지지 않겠어요? 그 나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며 살고 싶어요.” 최근 한 지인에게 ‘네가 무엇을 하면서 행복한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그녀. 하지만, 자신이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 10년여간 톱스타로서의 자리를 유지한 비결이 읽히는 대목이다. “처음엔 재미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어요.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도 열심히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렸어요. 노력은 하되 마음은 계속 비워내려구요.” 궁극적으로는 ‘눈빛으로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녀는 올 상반기 또하나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홍콩, 일본, 프랑스 합작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 “언어, 연기, 주어진 캐릭터. 무엇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동시에 소중한 경험이자 도전이었죠.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을 체험하면서 영화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곧 미국에서 개봉할 텐데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연쇄 살인마’가 어린이용 달력에?

    ‘연쇄 살인마’가 어린이용 달력에?

    축제 그림 속 연쇄살인마를 찾아라? 독일에서 만든 어린이용 관광 홍보 달력에 희대의 연쇄살인마 그림이 삽입돼 논란이 되고있다. 독일 하노버시 관광청은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홍보 달력을 제작했다. 이 달력에는 캐롤을 부르는 어린이들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나무등 도시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그려져 있다. 이 달력이 도마에 오른 것은 나무 뒤에 숨어 한손에 도끼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의 그림 때문. 그림 속의 남성은 1920년대 하노버시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살인범 프린츠 하르만(Fritz Haarmann)이다. ‘하노버의 뱀파이어’라고도 알려진 프릿츠 하르만은 14세부터 20세 남성들을 살해해 인육을 판매한 엽기적인 희대의 살인마로 1925년 사형 당했다. 피해자의 피를 마신 것으로 밝혀져 ‘뱀파이어’라고 불리게 됐으며 수백건의 살인이 의심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24명의 살인에만 유죄가 인정됐다. 하노버시 관광청의 한스 크리스티안 놀테(Hans-Christian Nolte)는 “프릿츠 하르만도 우리 시 역사의 한 부분” 이라며 “관광 가이드들은 이미 그의 이야기를 (관광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nanova.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산국제영화제] 강한 그녀에 매료되다

    [부산국제영화제] 강한 그녀에 매료되다

    추석 연휴 남자들의 눈물이 극장가를 적시더니 10월 들어 강한 여자들의 유혹이 시작됐다. 자기 나라 대통령을 부끄럽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미국 컨트리 그룹 딕시 칙스, 애인을 잃고 난 뒤 사회 정의를 위해 총을 든 라디오 진행자 에리카 베인이 섬세한 근육을 뽐내는 이들이다. ●닥치고 노래나 하라고? 그렇겐 못해! 우리에겐 낯설지만 딕시 칙스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3인조 여성 컨트리 그룹.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터진 2003년, 이들은 AP나 AFP 등 외신에서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됐다.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가수들을 언급할 때마다 항상 이들의 이름이 올랐던 것. 대표적인 저항음악인 록이나 랩도 아닌 우리나라로 치자면 ‘흙에서 살리라’ 같은 한가한 노랫말을 읊조리는 컨트리 그룹이 부시 비판이라니. 당시 고개를 갸우뚱했던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음악다큐멘터리 ‘딕시 앤 칙스:셧 업 앤 싱’이 지난 3일부터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로 자리를 옮긴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 중이다. ‘셧업 앤 싱(shut up and sing)’은 영화 속에서 라디오 DJ가 “이제 그만 닥치고 노래만 했으면 좋겠어요.”하는 데서 따온 것이다. 이들의 가시밭길은 이라크전 발발 직후 런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메인 보컬 나탈리 메인스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인 게 부끄럽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된다. 당시 부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표현의 자유가 가장 너그럽다는 미국에서 그 파장은 심각했다. 기의 상황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멤버들의 우정과 스태프들이 나누는 사랑은 흐뭇한 광경이다.12세 관람가. ●죄보다 미운 건 사람…그에게 총을 겨누다 지적인 여배우 조디 포스터 주연의 ‘브레이브 원’은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할 수 없다.’는 명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영화다. 대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설을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여성의 이야기다. 길거리 불량배들의 잔인한 폭력에 애인을 잃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일상에서 걷어올린 소리와 함께 뉴욕 곳곳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라디오 진행자였다. 애인이 저세상으로 간 지도 모른 채 사경을 헤매다 3주 만에 깨어난 에리카의 육체와 정신은 모두 만신창이. 이제 어둡고 비열한 도시의 이면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그녀는 복수를 위해 직접 총을 든다. 그리고 법망의 사각지대를 활보하는 범죄자들을 하나씩 처단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악인은 죽어 마땅한가라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통쾌함을 던져 준다. 이는 전적으로 조디 포스터의 열연 덕이다. 에리카를 쫓으면서 지지하는 형사 숀 머서(테렌스 하워드)처럼 어쩔 수 없이 에리카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크라잉게임’‘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유명한 닐 조던 감독의 작품이다.11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美버라이어티 “한국스타들이 세계무대 노린다”

    美버라이어티 “한국스타들이 세계무대 노린다”

    ”한국 스타들, 세계를 무대로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류(韓流)의 주역들에 주목했다. 버라이어티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일본 열도를 뒤흔든 ‘욘사마’ 배용준과 ‘대장금’의 이영애, 영화 ‘스피드레이서’로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비를 인용하며 “한국 스타와 기획사는 세계화에 발맞춰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시아시장을 넘어서 세계 무대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어떤 한국 스타와 기획사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세계무대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며 관련된 치밀한 전략을 소개했다. 버라이어티는 그 구체적인 예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모티브가 된 홍콩·프랑스 합작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감독 오이시마모루)에 출연 중인 전지현과 현재 한·불 합작 영화 ‘아이 컴 위드 더 레인’(감독 트란 안 홍)에서 홍콩 암흑가의 두목 ‘수동포’로 출연하고 있는 이병헌의 예를 들었다. 아울러 한국 스타의 할리우드행 이유를 상당부분 내수시장 불황에서 찾으며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와 김태희 주연의 ‘중천’이 스타중심의 영화 마케팅에 상당한 회의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유명 기획사들이 중국내에 지사를 오픈한 이유는 중국에서의 한국 스타들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며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해외시장과 제휴, 협력하는 것은 중류(中流)가 불어닥칠 때 대비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미드, 제작사 알면 재미 두배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90년대 이후 사라졌던 ‘미드’(미국 드라마)가 다시 안방극장을 점령했다.‘프리즌 브레이크’‘CSI 과학수사대’‘E.R’등 수많은 미드가 다양한 소재와 재미를 주고 있다. 하지만 각자 색다른 드마라를 만드는 제작사들의 성격을 잘 살펴보면 미드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NBC “가족드라마가 강점” 미 NBC의 TV 시리즈는 지상파 방송답게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드라마들이 많다.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초원의 집’과 의사 빌 코스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코스비 가족’ 등은 이러한 NBC의 색깔을 잘 드러낸다. 1980년대 당시 말하는 자동차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전격 Z작전’과 파충류 외계인의 출연으로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브이’도 NBC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의학 드라마의 ‘바이블’이 된 ‘ER’와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미드 가운데 하나인 ‘프렌즈’, 백악관 내 인물들의 애환과 우정을 다뤄 노무현 대통령도 즐겨 본다고 밝힌 ‘웨스트 윙’ 등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CBS “전문적 소재로 승부” ‘CSI 과학수사대’가 말해주듯 CBS는 다양한 소재와 전문적 영역의 어려운 이야기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특기가 있다. 70년대 ‘원더우먼’,80년대 ‘환상특급’과 ‘머나먼 정글’등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미국 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제시카의 추리극장’과 ‘내 사랑 레이몬드’ 등 개성이 강한 TV 시리즈들도 CBS의 작품들. 최근에는 ‘CSI 과학수사대’를 중심으로 범죄수사물에 집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ABC “변신에 변신을 거듭”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미드라 할 수 있는 ‘맥가이버’에서 알 수 있듯 예전 ABC 드라마들은 대중적이고도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많았다. 브루스 윌리스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블루문 특급’역시 ABC의 작품. 하지만 최근 ABC는 자사의 기존 틀을 깬 새로운 소재의 작품들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김윤진이 출연 중인 ‘로스트’는 세계 180여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위기의 주부들’과 ‘그레이 아나토미’ 등도 이러한 ABC의 변신을 잘 보여준다. ●폭스TV “탄탄한 스토리 구조” 우리나라 미드 열풍의 진원지인 ‘프리즌 브레이크’로 알 수 있듯 폭스TV는 다양한 장르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에서는 마니아 드라마에 불과했던 데이비드 듀코브니 주연의 ‘엑스 파일’이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모았던 것처럼 국내 미드 폐인들의 취향과 잘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90년대 최고 TV 시리즈였던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이나 로맨틱 코미디물 ‘앨리의 사랑 만들기’, 대통령 암살 음모를 그린 ‘24’ 등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를 갖추고 있다. ●HBO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미국 내 유료 드라마 채널인 HBO는 막대한 제작비와 철저한 역사적 고증으로 ‘대작’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국내 DVD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전쟁영화 ‘밴드 오브 브러더스’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일대기 ‘로마’ 등 초대형 TV 시리즈가 HBO의 대표작이다. 특히 1998년 방영된 12부작 미니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는 미국의 달 탐사 도전의 배경이 됐던 1960년대 시대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해 지금까지도 드라마의 수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된장녀 신드롬’을 일으켰던 ‘섹스 앤드 시티’도 HBO의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TV “청소년 성장기 다뤄” 워더브러더스TV는 주로 청소년의 성장기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다. 슈퍼맨의 학생시절 이야기를 다룬 ‘스몰빌’과 뱀파이어 사냥꾼이 된 여고생이 주인공인 ‘미녀와 뱀파이어’ 등이 대표적. 하지만 최근에는 ‘서머랜드’,‘저스트 리갈’등 다양한 계층을 겨냥한 드라마도 제작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케이블 채널의 반란?

    이번 작품은 각기 다른 매력의 다섯 여자(최정윤·채민서·전혜진·고다미·신소미)가 그동안 감춰지기만 했던 여자들의 연애, 성, 삶에 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국판 ‘섹스앤드시티’를 내세우고 있다. ●tvN ‘로맨스 헌터´ DTN ‘넌센스´ 방영 영화전문채널 ‘OCN’에서는 다음달 중순부터 16부작 코미디 드라마 ‘키드갱’을 시작한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21권이 발간된 동명만화 ‘키드갱’(신영우 글·그림)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갱스터들(손창민·이종수·임주환)이 우연히 젖먹이 아기를 맡게 되며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코믹물.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2006년,KBS2), 영화 ‘댄서의 순정’(2005년, 박건형·문근영 주연)의 박계옥 작가와 드라마 ‘연애의 재구성’(2007년·드라맥스)의 조찬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 전문채널 ‘DTN’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청춘시트콤 ‘넌센스 시즌2’를 방영한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는 ‘넌센스 시즌3’을 시작한다. 넌센스는 대학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실제 대학생의 관점에서 다룬 창작물로, 충북 청원군 주성대 학생들이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해 자체 제작했다. 이밖에 드라마 전문채널 ‘드라맥스’에서는 ‘연애의 재구성’(3월 종영, 안상태·정시아 주연)을 통해 고시생과 호스티스의 사랑, 이혼녀와 옛 사랑의 만남 등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연애상담 코너에 등장한 사연을 드라마화해 인기를 얻었다. OCN은 4명의 젊은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16부작 드라마 ‘썸데이’(2006년 12월 종영, 배두나·김민준·이진욱·오윤아 주연)에 45억원을 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C의 케이블채널 ‘MBC 드라마넷’도 코믹드라마 ‘빌리진 날 봐요’(2월 종영, 이지훈·박희본 주연)를 선보였고,‘채널CGV’는 5부작 ‘프리즈’(2006년 10월 종영, 이서진·박한별·손태영 주연)에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색다른 주제를 다루기도 했다. ●YTN스타, 서세원 토크쇼 등 오락물 제작 케이블 채널의 자체제작 붐은 드라마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연예전문채널 ‘YTN스타’는 지난달 26일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토크쇼 ‘서세원의 生쇼’‘불량주부’(박미선·조갑경·김지선·김종림 진행)‘랭크쇼! 거룩한 계보’(조원석·최국 진행) 등 7편의 자체제작 오락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기존 방송중인 연예뉴스 프로그램을 포함할 경우 자체제작비율이 53%에 이른다. 중앙방송 ‘Q채널‘도 YTN스타와 공동제작한 16부 작 아마추어 격투 프로그램 ‘리얼격투, 스트리트파이터’를 지난달부터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무술도장들이 합기도, 쿵푸, 태권도 등 각자의 전문무술로 이종격투기를 벌여 최종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性·연애 등 과감히 다뤄 케이블채널의 콘텐츠 자체제작 붐은 다매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콘텐츠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채널CGV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다 보니 케이블 채널에서 성·연애 등 지상파에서 깊이있게 다루기 어려운 내용을 과감히 다루게 된다.”며 “흔히 케이블채널에서는 시청률이 1%를 넘기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인기있는 자제 제작물들은 시청률이 2%에 육박하기도 해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온미디어 관계자도 “자체제작 콘텐츠는 여러 수익사업에 활용하는데 아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일요영화]

    ●겟 오버 잇(SBS 밤 1시05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현대판으로 재구성한 10대 코미디 영화다. 첫사랑의 두근거림과 상큼하고 풋풋한 10대들의 사랑이야기가 뮤지컬과 맞물려 펼쳐진다. 배우들의 참신하고 감각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며 커스틴 던스트의 상큼 발랄한 모습도 눈길을 끈다. 로맨틱한 연애소동이 흥겨운 뮤지컬로 진행돼 독특한 매력을 이끌어낸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실제로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재미를 더해 준다. 커스틴 던스트, 셰인 웨스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풋풋하고 참신한 옛모습도 감상 포인트. 포레스트 선생님 역을 맡은 마틴 쇼트의 코믹하고 생뚱맞은 표정연기는 시종일관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며, 주인공 벤 포스터의 순진한 연기도 눈길을 잡는다. 앨리슨(멜리사 세이지밀러)과 소꿉친구인 버크(벤 포스터)는 앨리슨이 이사를 가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 어느 날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1년이 지난 후 앨리슨은 버크와의 관계에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고 이별을 선언한다. 이어 팝가수 출신의 같은 학교 친구 스트라이커(셰인 웨스트)와 사귀게 된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충격을 받은 버크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앨리슨에게 집착한다. 학교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한여름밤의 꿈’ 뮤지컬 공개 오디션을 연다. 앨리슨과 스트라이커가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하자 버크는 오디션에 동참한다.2001년.87분 ●젠틀맨리그(채널 CGV 오후5시20분) 시공간을 초월한 세기의 액션 히어로 7인, 그들이 세상을 구원한다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평화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전쟁무기 판매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장악한 팬텀은 이에 반하는 계략을 꾸미게 된다. 정상회담을 위해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베니스 전체를 함락시켜 세계를 아비규환으로 만들려 하는 것. 이에 영국 정보국 첩보원인 M은 마스터 헌터 알란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7명의 슈퍼 히어로들을 모아 팬텀에 맞서 싸운다. 마스터 헌터 알란을 리더로 하여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뱀파이어 미나, 스파이 톰, 불사신 도리안, 할로우맨 로드니, 캡틴 네모, 야수 지킬앤하이드.2003년,111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책꽂이]

    ●어린 예수(앤 라이스 지음, 이미선 옮김, 비채 펴냄) 예수의 잃어버린 유년기를 복원한 미스터리 소설. 예수의 생애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그의 삶을 유추해낼 수 있는 기록인 복음서들에는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예수의 탄생에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까지 30년 동안 예수의 행적에 대한 유일한 기록은 예수가 마리아, 요셉과 함께 예루살렘을 방문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3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흡혈귀를 색다르게 해석해 화제를 모은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자인 저자는 일곱살의 어린 예수가 가족과 함께 이집트를 떠나 고향 나사렛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9900원.●파리의 보헤미안 아폴리네르(이진성 지음, 아카넷 펴냄) ‘미라보 다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평전. 아폴리네르는 ‘초현실주의’라는 용어의 창작자이자 피카소, 브라크, 쥘 로맹, 앙드레 브르통 등 당시 문단과 화단의 전위파들과 교우하며 예술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이론가이기도 하다.1911년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 도난사건 연루 혐의를 받아 상테 감옥에 수감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1만 8000원.●워싱턴 스퀘어(헨리 제임스 지음, 임정명 옮김, 책세상 펴냄) 미국 뉴욕 태생의 작가 헨리 제임스의 묘비명엔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해낸 사람’이라고 씌어져 있다. 이처럼 그는 전통을 자랑하지만 부패한 구세계(유럽)와 순진한 신세계(미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양자의 갈등과 충돌을 작품의 주제로 삼은 영미문학의 거장이다. 이 소설은 딸의 사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딸과 아버지의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과 비교되곤 한다.6900원.●내 친구(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호루스 펴냄) 평생 소외받는 사람들을 주인공 삼아 글을 쓴 프랑스 소설가의 대표적 장편. 파리의 칙칙한 싸구려 셋방에서 살아가는 상이군인 빅토르 바통을 주인공으로 밑바닥 인생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 작가는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문학적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문학은 삶의 힘을 통해 이룩되기 때문이다. 발자크,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가 아니다. 그들은 글을 위해 글을 쓴 사람들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1만원.●조연현 평전(박종석 지음, 역락 펴냄) 문학평론가 조연현(1920∼1981)의 문학적 성과를 조명. 경남 함안 출신인 조연현은 해방 직후 조선문학가동맹의 좌익 문학운동에 대항해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최태응 등과 함께 한국청년문학가협회를 만들었다. 평생 ‘순수문학의 옹호자’로 자처한 그는 1948년 ‘문예’,1955년 ‘현대문학’ 등을 창간하며 신진 작가들을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1만 5000원.
  • 배경이 아름다운 영화 ‘사랑해, 파리’·‘미스 포터’

    ‘배경으로 전락하다.’라는 말은 영화의 주요 인물이나 설정이 제 구실을 못했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배경은 언제나 주인공을 떠받치는 부차적 대상. 그러나 도시나 자연공간이 주인공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사랑해, 파리’와 ‘미스 포터’가 바로 그런 영화다. 전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후자는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동화책 ‘피터 래빗’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베아트릭스 포터의 실제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해, 파리’는 감독 20명에다 주인공만 33명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구미를 당긴다. 코엔 형제, 구스 반 산트 등 유명 감독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줄리엣 비노쉬, 엘리야 우드, 나탈리 포트만 등 명배우들의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파리의 힘’이다.18편의 이야기가 몽마르트 언덕, 차이나타운, 마레지구, 센 강변, 바스티유 등 파리 곳곳을 누비며 펼쳐진다. 파리를 구석구석 훑는 카메라 덕에 마치 여행하는 듯 눈요기가 쏠쏠하다.14번째 이야기 ‘핏빛 사랑’이 전하는 것처럼 파리에선 뱀파이어와의 사랑도 가능하다는 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2월1일 개봉. ‘미스 포터’는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가 4년 만에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는 영화. 이완 맥그리거가 베아트릭스의 동화책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출판 사업가이자 사랑에 빠지는 상대역 노만으로 나온다. 1920년대 영국은 일하는 독신 여성에 대해 안쓰럽게 생각하고 경멸하는 분위기였다.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 짓기에 남다른 재주를 타고난 베아트릭스는 멋 없는 귀족남 대신 토끼, 오리, 고슴도치들과 사랑에 빠진 독특한 노처녀다. 사회와 집안의 무시에도 동화책 작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녀는 자신의 책을 출판한 노만과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노만의 죽음을 맞게 되고 실의에 빠진 그녀에게 새로운 기운을 부여하는 곳은 ‘레이크 디스트릭트’다. 노만의 죽음 이후 영화는 다소 힘에 부치는 인상이다. 이를 메우는 것은 베아트릭스가 런던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민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풍광. 그림엽서에나 나올 법한 푸른 대지와 호수가 자주 스크린을 채운다. 개발 광풍에 맞서 사재를 털어가면서 이곳을 지킨 그녀의 헌신 덕에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100년이 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는 실제로도 이곳에서 촬영됐다.25일 개봉.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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