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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기른情’ 미운情으로 갚다니…/ 양아들이 팔순노모 봉양 외면 법원 “친자 아니다” 인연 정리

    한국전쟁 직후 데려다 키운 혼혈아 양아들로부터 버림받은 80대 노모가 50년 만에 모자 인연을 끊었다. 북한에 살던 권모(81·여)씨 부부는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아들을 홀로 친척집에 맡겨두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남편은 춘천 육군부대 이발사로 일하게 됐지만,북에 두고온 아들 생각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53년 4월 권씨는 부대 근처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버려진 아기를 발견,집으로 데려왔다. 6년 뒤 부부는 이 백인 혼혈아를 친생자로 입양했다.77년 10월 남편 이씨가 사망하자 성장한 아들은 아버지의 호주를 승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권씨는 아들이 선교활동에만 열중하고 부모 부양에 관심을 쏟지 않자 못마땅해졌다. 지난해 7월 아들이 결국 미국으로 떠나자 권씨는 “양아들이 50년동안 키워준 은혜를 갚지 않는다.”면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서울지법 가사5단독 양범석 판사는 “양아들이 부모를 저버린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은주기자 ejung@
  • 바비인형 동호회 엿보기 / 바비네 집 놀러오세요

    인형 하나를 살 때마다 생기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인해 지구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는지 아느냐고 딴죽을 걸지도 모르겠다.인형과 함께했던 순수한 시절의 꿈과 희망을 기억할 수 없다면….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플라스틱 인형의 대명사 ‘바비(Barbie)’의 인기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오히려 마니아를 늘려 이젠 소녀뿐만 아니라 연령과 성(性)을 뛰어넘어 남녀 성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한 친구가 친척이 사준 거라며 바비를 보여줬는데 치아를 보이며 웃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정말 못생겼더라고요.바비는 다 그런 줄 알았죠.근데 중학교때 우연히 진열된 바비를 보게 됐는데,어찌나 아름답던지….” 첫만남은 별로였지만 강렬한 바비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는 임주민(33·여)씨는 푼푼이 용돈을 모아 하나 둘씩 수집한 바비가 300개가 넘는다. 아름다운 바비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즐겁지만 많아진 바비를 둘 곳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우연히 대문에 붙은 한복대여점 전단지를 보고는 바비를아이들에게 빌려줄 수도 있겠다 싶어 지난해 4월 동네에 조그만 바비 대여점 ‘Doll(인형)네’를 열었다.3000원에 옷 두 벌과 함께 바비를 2박3일간 빌려준다.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비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끔씩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면 학원 보내고 과외시키기에 바빠요.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라고 하지요.어떤 아이는 ‘인형을 그냥 머리맡에 두고 만지지도 못하고 가져왔다.’며 아쉬워하죠.조금은 아이들을 풀어줘도 될 텐데….” 정미란(39)씨는 고교시절 삼촌이 미국에서 사온 바비를 보고 홀딱 빠져버렸다.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바비가 무려 600여개.바비에 대한 정보 교환의 장으로 바비 동호회 ‘바비클럽’(cafe.daum.net//barbieclub)도 만들고,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바비 오픈 카페’도 열었다. “너무 아름다운 바비가 있었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인형 뒤통수만 쳐다보고 왔다는 한 고등학생의 말을 듣고는 보다 많은 사람이 바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어요.바비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동심의 세계가 느껴지거든요.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랐죠.” 정씨의 바람처럼 카페는 이제 바비 마니아들의 세상이 됐다.동호회 아지트로,바비 관련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비가 여성만을 위한 것일까.현재 1200개의 바비를 소유해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사람은 30대 영국남자. 그보다 많은 바비를 가진 사람이 바로 한국남자 박찬(35·영상디자이너)씨다.그는 지난 1995년 미국 벼룩시장에서 바비와 처음 만났다. “중고 바비를 사와 집에 있던 자투리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죠.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운 바느질 솜씨를 부려봤는데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바비의 완벽한 체형 덕분에 옷이 아름답게 표현되더라고요.” 취미삼아 옷을 만들어 입히면서 모은 것이 무려 1500개.바비를 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집까지 옮겼을 정도다.8년 동안 그의 재봉 솜씨와 디자인 감각도 부쩍 늘었다.그가 만든 옷이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에게 바비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워준 은인이다.그는 진짜 무대의상에 도전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갈 예정이다.바비 때문에 인생의 항로가 바뀌게 됐다. 이현진(30·여)씨는 지난해 5살 딸아이와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우연히 인형옷을 만드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바비 의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그는 바비를 수집하는 취미에 대해 “단순히 어린 시절 추억에 빠져 산다든가,유아스럽다든가,8등신 미녀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인형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지요.아이들이 인형을 갖고 노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아이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인지,아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또 인형은 어른에게는 어릴 적 동심을 일깨워주기도 하고,잠시나마 고민을 잊게 해 주기도 하지요.” 인형이라는 것이 단순히 ‘장난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일 게다. 글 최여경기자 kid@ 사진 이언탁기자 utl@ ■바비인형의 모든 것 ‘미국 출신의 44살 8등신 미녀.외모는 태어날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20대.물론 여동생 셋과 남자 친구,여자 친구 등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독신주의자라는 설도….’ 1959년에 처음 출시된 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형으로 대접받는 ‘바비인형’의 신상명세서이다. 미국 장난감 회사 ‘마텔’의 공동설립자 루스 핸들러가 딸 바브라가 종이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창안한 것이 바로 바비.현재 150개국에서 1초당 2개가 판매되고 있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연간 매출이 22억달러나 된다..또 브랜드 가치는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바비는 크게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레귤러바비(일명 핑크박스바비)’와 수집용으로 모으는 ‘컬렉터바비’가 있다.특히 컬렉터바비는 크리스챤 디올,캘빈 클라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바비 옷을 디자인하면서 세계 여성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다.오드리 헵번,마돈나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77년에는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기호(icon)’로 인정받아 2076년에 오픈하게 될 ‘타임캡슐’에 포함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2001년에는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너트 크래커’가,2002년에는 ‘바비의 라푼젤’ 동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4만 4000여명의 네티즌이 바비에 관한 정보를 서핑하고 있다. 그러나 8등신 미인으로 대표되는 바비는 여성에 대한 미적 기준을 왜곡하고 백인지상주의 문화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여성운동가와 제3세계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90년대 초 선보인 ‘말하는 바비’가 “수학은 골치 아파.”라고 말했을 때 여성계는 ‘여성비하’라며 거세게 비난했는가 하면 공주 이미지를 뒤집는 ‘악령 바비’ ‘노동착취공장 바비’ 등으로 맞불을 놓는 ‘안티 바비’도 생겼다. 또 칼럼니스트 애너 퀸들렌은 ‘40·18·31’이라는 이상적인 신체 사이즈를 가진 바비의 플라스틱 가슴에 은침을 찔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동양인,흑인,임산부,의사,변호사,우주비행사,뉴스앵커,랩가수,야구선수 등 인종·직업을 넘나드는 모습으로 지금도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 히스패닉·흑인 입대 유도하는 美軍/EBS다큐 ‘전쟁터가는 아이들’ 신분상승 미끼 이민자위주 파병

    “내 딸은 전쟁터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대학에 가고 싶었을 뿐입니다.”(이라크전에 파병된 딸을 가진 한 어머니) 올해 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전세계 여론의 비판을 산 원인 중의 하나는 그 파병군인 구성비였다.파병군인의 상당수가 미국 사회의 주구성원인 백인이 아닌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이민자 출신이었던 것.23일 방송되는 EBS ‘시사다큐멘터리’의 ‘전쟁터로 가는 아이들’편은 이민자 출신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다.영국 BBC가 만든 ‘미국의 학생병정들’을 바탕으로 했다. 모병제 국가인 미국은 입대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하는데,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 장학금이다.그리고 미국은 주니어 ROTC(이하 JROTC),즉 고등학교 군사훈련단을 운영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신병들을 모집한다. 반짝이는 제복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는 빈민가 출신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신분상승’의 기회다.그러나 이러한 입대 유도 지원책들은 미국 사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아이들’은 JROTC를 운영하는 ‘브론즈빌’‘패러거트’등 시카고의 군사학교(고등학교 과정) 두 곳을 중심으로 이러한 논쟁을 살펴본다.JROTC의 ‘명분’은 군과 사회전반에 걸친 지도자 양성.그러나 ‘…아이들’은 “진짜 목표는 빈민 거주지역을 타깃으로 한 병력 모집 제도”라고 비판한다.실제로 시카고의 군사학교 일곱개는 모두 빈민 거주지역에 자리잡고 있고,특히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인 히스패닉 거주지역에 몰려있다. 미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아들을 둔 히스패닉계 이민자 헤수스씨는 “일단 안타깝기는 하지만,그래도 자식이 길거리에서 빈둥대는 것보다는 낫지 않으냐.”고 묻는다. 시민운동가 제니퍼 빙-카너씨는 “군사학교의 진짜 목표는 좋은 직업을 얻을 기회가 거의 없는 하층계급 출신 아이들을 제복과 대학등록금으로 유혹해 쉽게 신병을 모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여기에 부시 행정부는 올해초,국가의 지원을 받는 군사학교에는 의무적으로 군 입대 담당관을 두도록 하는 교육법 개정안을제출해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EBS ‘…아이들’은 미국의 군사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교육받고 있는 두 자매를 통해 지원병 모집에 자원한 이민자 가족이 겪는 갈등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보여준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임영숙 칼럼] ‘희망돼지’는 어디로 갔나

    지난 90년대 말 도리스 해덕(당시 89세) 할머니가 ‘선거자금 개혁’이란 글자가 쓰여진 노란 깃발을 들고 미국 대륙을 도보횡단할 때 미 언론은 이 아름다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그러나 미국의 고비용 구조 정치개혁을 촉구한 할머니의 2년에 걸친 대륙횡단이 결실을 맺은 것은 2002년이었다.공화·민주 양당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의원들이 엔론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엔론 추문’으로,여론의 질타를 받은 정치권이 그제서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마지못해 개정한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희망돼지 저금통’은 선거혁명의 불씨가 된 것으로 평가 받았다.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깨끗한 돈의 정치권 유입은 한국판 도리스 해덕 할머니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 ‘희망돼지’는 불신의 대상이다.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 시티 자금 수수의혹이 대선자금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희망돼지’의 모금액수는 민주당 관계자가 입을 열 때마다 달라지고 일각에서는 ‘대 국민 사기극’으로 이를 비판하기도 한다. 사실 정 대표의 검찰 출두 거부와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기,이에 대한 청와대의 적절치 못한 초기 대응과 민주당의 검찰 압박 등 서민의 땀과 눈물이 밴 돈을 사기친 굿모닝 시티 비리가 정치권 전체로 번져가는 모습은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송두리째 버리게 했다. 급기야 ‘참여정부’의 존립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희망돼지’가 실종할 위기에 처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하고 나섰다.청와대는 여야 모두 대선자금의 모금과 집행 내역을 고해성사하듯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그에 따른 법률적 문제는 여야 합의에 따라 특별법을 만들어 면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귀신 작전’이라며 즉각 거부했다.정치권에선 지금까지 대선자금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제안이 여·야 정치공방 끝에 유야무야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궁지에 몰린 여당이 야당을 끌어들여 대선 자금에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으로 여당부터 먼저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대선자금의 고해성사 발상은 소수 백인에 의한 다수 흑인 통치가 종식된 남아공에서 1995년 제정된 ‘진실과 화해법’을 연상시킨다.백인 정권이 흑인들을 상대로 자행한 인권유린과 그에 맞선 흑인의 대항폭력을 모두 대상으로 한 이 법의 핵심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진실로 뉘우치고 인정하면 사면의 길이 열리며 피해자에 대해선 국가가 배상한다는 것이다. ‘여 야 대선자금 공개’제안이 물타기나 꼼수가 아니라면 여당부터 진솔한 고해성사를 하고 야당도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다만 특별법을 만들어 고해성사한 대선자금을 면책해 주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다. 검찰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더 국민정서에 가까울 듯싶다.고해성사를 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면책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일이다.우리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검찰수사 후 기소 유예도 가능하다. 27년간의 감옥살이 끝에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법’에 서명하면서 “오직 진실만이 과거를 편안히쉬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지금 우리 정치인들도 이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그렇게 해야만 ‘희망돼지’는 되돌아 올 수 있다.‘희망돼지’는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다.돼지 저금통을 깨서 대선자금으로 내놓은 국민들의 깨끗한 정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길은 정 대표의 즉각적인 검찰 출두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얼핏 보면 극도의 혼란으로 비친다.그러나 이 혼란은 우리 정치가 투명화되어가는 과도기의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것이 바로 희망이었다. 주필 ysi@
  • 책 /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

    마이크 마커시 지음 / 차익종 옮김 당대 펴냄 미국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했던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흑인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열세 살 되던 해,동네 깡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일랜드계 경찰에게 권투를 배운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18세의 나이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땄다.그러나 금의환향해 들른 고향의 백인전용 식당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그는 분노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딴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렸다.이후 프로로 전향해 22세에 소니 리스턴을 누르고 세계헤비급 챔피언이 된 뒤 1980년 38세로 은퇴하기까지,헤비급 사상 최초로 세 차례나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이 ‘가장 위대한 헤비급 챔피언’은 미국 역사에 누구보다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알리,아메리카를 쏘다’(원제 Redemption Song,마이크 마커시 지음,차익종 옮김,당대 펴냄)는 알리를 단순한 프로 권투 영웅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무하마드 알리와 1960년대 정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책은 ‘저항의 시대’로기록되는 60년대 미국의 정세 속에서 알리가 갖는 상징성과 의미를 살핀다.역사의 물줄기를 좇다보면,역사가 한 개인과 만나 폭포처럼 분출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사람들은 그런 역사적 개인들을 천재 혹은 시대의 창조자라고 부른다.그런 점에서 볼 때 알리는 당당한 시대의 창조자다.경기장 안팎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본명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이 책은 현란한 말솜씨의 떠버리 챔피언으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의 신념이 무엇인지,왜 할 말이 많았는지,무슨 말을 했는지,그리고 왜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꿨는지 그 의구심을 풀어준다. 알리를 제대로 알려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1960년대는 무엇보다 흑인 시민권운동이 급격하게 분출한 시대였다.이전까지 윌리엄 두보이스 등 소수의 진보적인 흑인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흑인운동은 마틴 루터 킹의 등장과 함께 대중적인 시민권운동으로 발전했다.경찰과 군대,KKK 등은 투옥·살인·린치 등 온갖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투쟁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점차 여론의 호응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인 시민권운동이 대중화되면서 노선 갈등이 일어났다.마틴 루터 킹의 대척점에는 이슬람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가 있었다.흑인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네이션(Nation of Islam)’의 대변인 격이었던 말콤 엑스는 기존의 흑백차별 철폐운동은 백인의 동정을 구걸하는 중산층운동이라고 공격,마틴 루터 킹이 주도하는 비폭력 무저항 방식의 투쟁을 비판했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흑인 대표자의 길로 알리에게 저항의 아우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부터다.그의 개종은 흑인됨을 자부하는 몸짓이었다.저자는 알리의 공개적인 개종은 “시대를 비웃는 예상 밖의 충격이었으며,두려움과 희망 양편에서 사람들의 시야를 열어준 사건”이라고 평한다.알리와 ‘이슬람네이션’의 관계가 공식화되면서 미국은 알리에게서 링이라는 무대를 앗아갔고,알리는 점점 정치적인 발언을 하게 됐다.베트남전 반대,인종차별 철폐,범아프리카주의 등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알리는 자신이 정치적인 인물이 되는 것을 꺼렸다.알리는 일찍이 “구호를 들지 않겠다.”고 공언했고,말콤 엑스의 입장이 점차 공격적이고 정치적이 되자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이 책은 알리를 정치지도자나 운동가 혹은 이데올로기로 묘사하지 않는다.실제로 알리는 지도자 노릇이나 행동주의,이데올로기 따위를 혐오했다.정치참여에 반대했고 자신에게 ‘인종의 대표’라는 굴레를 씌우려는 흑백평론가들의 시각도 거부했다.그러나 그는 시대상황과 인물이 연금술처럼 뒤섞이듯,정치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갔고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흑인의 대표자가 돼 갔다.그러나 오늘날 알리의 정치적 색채는 사뭇 퇴색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미국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흑인 스포츠 스타의 상품화 문제에 대해서도 일갈한다.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클 조던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미디어를 스스로 ‘이용’한 알리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길을 헤쳐나갔지만,조던는 처음부터 스포츠자본과 손을 잡은 ‘걸어다니는 상표’요 ‘아메리카의 세일즈맨’이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알리 역시 미국의 기업 엘리트나 미디어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1977년 알리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판화 모델로 나섰다.이로써 그는 마릴린 몬로,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앤디 워홀이 그린 아메리카 ‘초상’의 반열에 들었다.워홀의 초상화작업은 알리를 상업적 기호로 이용하고,갈등의 상징에서 화합의 존재로 변화시킨 시발점이었다.아무런 가치상의 차별성도 없이 교환가능한 존재가 된 것이다.저자는 미디어산업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기업과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 알리를 이용했다고 지적한다.알리의 신화는 해체되고 ‘상품’으로 통용되고 있다.알리는 또 하나의 ‘아메리칸 아담’,곧 ‘순결과 비극의 인물상’을 창조한 셈이다.저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특히 문화자본의 탐욕성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은 되지 않겠다” 마이클 오리아드 같은 스포츠 저술가는 알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스펙터클의 시대에서는 더이상 나올 수 없는 영웅”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개인적인 도덕성과 지구적 연대의식의 모범을 보인 알리의 삶은 단순히 60년대의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미국의 전방위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저항의 당위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알리의 외침은 지금도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1만 5000원. 글 김종면기자 jmkim@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3일간의 자유 그 대가는 목숨이었다

    3일간의 자유 - W E B 뒤 보아 지음 18세기 독립혁명 이래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은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을 대표하는 근대 국가로서 그 이미지를 만들어오고 있다.그러나 ‘자유와 꿈의 나라’ 미국에는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과오가 남아 있다.미국은 인디언 학살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고 노예무역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건설된 국가라는 사실이다.미국으로 팔려간 노예들은 ‘인간’이 아닌 ‘도구’에 불과했다.하지만 한편으론 노예에게도 인간적인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양심적인 백인들의 목소리도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존 브라운(1800∼1859)이다. ●美 노예해방 운동가 존 브라운의 삶 ‘3일간의 자유’는 미국의 노예제도 폐지론자인 존 브라운의 노예해방을 향한 고독한 장정을 그린 전기다.노예해방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들은 보통 온건파 도덕론자들이다.노예로 태어나 링컨의 고문을 맡은 프레드릭 더글러스나 ‘엉클 톰스 캐빈’을 지은 해리엇 스토 부인,링컨 등이 그들이다.그러나 남북전쟁 직전의 노예제 폐지론자들 중엔 ‘광신적인’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급진적 도덕론자인 브라운은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그렇지만 철학자 에머슨은 그를 “진실하고 선의로 가득찬 이상주의자”로 인정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탓에 정식 학교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늘 성경을 끼고 다녔던 소년 브라운은 열두살 때 한 흑인 노예소년이 이유없이 학대당하는 것을 보면서 “노예에게 자유를 주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다.이후 그는 측량기사,우체국장,목재판매상,양모업자 등의 직업에 종사하며 노예해방운동의 배후에서 활동했다.사우스캐롤라이나 노예봉기 시도(1822년),시러큐스 노예제 폐지론자 대표자대회 참석(1855년),블랙잭 전투와 오사와토미전투 (1856년),미주리 습격(1858년)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하퍼스페리 습격’ 주도… 교수형 당해 당시 미국은 노예에게 자유를 준 자유주(북부 16주)와 노예주(남부 15주)로 나뉘어 있었다.하퍼스 페리 무기고가 있는 버지니아주는 브라운의 활동지역인 오하이오주(자유주)와 인접한 첫번째 노예주.브라운은 1859년 22명의 대원과 함께 이 주의 대표적인 무기고인 하퍼스 페리를 습격,무기를 빼앗고 노예를 모은 뒤 남쪽 노예주로 진군한다는 내용의 ‘노예해방전선’을 구상하고 있었다.그러나 작전 수행과정에서 온건파들과의 연대가 깨지면서 공격은 사흘만에 실패로 끝났다.무기고에 이르는 엘러게이니 산맥에서 브라운과 대원들은 며칠동안 머물며 직접 헌법을 만들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했으며,그 정의를 노예들과 나누기 위해 하퍼스 페리로 내려갔지만 그 꿈은 무위로 돌아갔다. ‘미국의 100대 명장면’에 꼽히는 하퍼스 페리 습격을 주도한 브라운은 결국 붙잡혀 교수형을 선고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그러나 “노예해방은 피흘림없이 불가능하다.”는 급진적 해방론자 브라운의 ‘사흘천하’는 양심적인 미국인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남북전쟁의 도화선으로 살아났다.‘모비딕’의 저자 허먼 멜빌은 브라운을 “남북전쟁의 계기를 마련해준 인물”이라고 평했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미시간로스쿨 ‘입시불평등’ 판결 / 美 ‘소수민족 우대’ 합헌판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대입 심사과정에서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합헌이라는 미 대법원의 23일 결정은 개인보다는 사회 전체의 평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진보적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부 백인사회에서 힘을 얻던 백인에 대한 ‘역차별’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으며 헌법상 ‘평등 보장의 조항’에 대한 미 법조계의 논란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그러나 미시간대학이 특정 소수계 지원생들에게만 20점씩의 가산점을 주던 제도는 ‘위헌’으로 판정했다. ●“다양한 사회 위해 유색 학생 우대 필요” 판결 대법원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자질있는 모든 인종과 민족에게 확연히 열려 있을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대학내 인종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것은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해석이다.그러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으로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보장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시간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3명의 백인 학생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는 ‘현실 절충형’이기도 하다.미시간대 학부가 흑인과 히스패닉,아메리칸 인디언 등에게 무조건 20점의 가산점을 준 것은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그러나 미국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 대학이 많지 않아 위헌 판결을 내리더라도 큰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합헌 판정을 받은 미시간 법학대학원의 경우 소수민족이라고 똑같은 가산점을 주지는 않았다.소수계 비율이 적을 경우에만 자격을 갖춘 특정 지원생들에게 혜택을 줬다.현재 다른 대학들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갖춰 여기에 위헌판결을 낼 경우 미 전역에서 입학취소 재심청구소송이 봇물을 이룰 게 뻔하다는 현실감이 작용했다. 물론 이번 판결의 밑바탕에는 사회·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백인들의 우월적 지위가 남아 있으며 흑인 등의 소수계가 상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고등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음을 반영한다. ●추후 재소송 여지는 남아 대법원은 대학내 인종적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 소수민족 우대정책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우대정책을 ‘일몰조항(sunset provision)’으로 정해 25년마다 우대정책의 타당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25년 일몰조항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며 인종의 다양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측정할지 여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예컨대 소수계 전체가 백인을 압도할 경우 우대정책이 존립할 근거가 있는지,각 대학이 지원생 개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검토할 능력과 인원을 갖췄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입학을 위한 최저 기준으로 고등학교 성적이나 대학수능시험을 제시하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결정은 비공개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입학이 거부된 학생들이 인종적 다양화가 이뤄졌다며 입학심사 과정의 공개와 재고를 요구할 경우 역차별 주장이나 소송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사립대에도 파장 미칠 듯 이번 판결의 효과는 주립대 등 국공립대학에만 한정된다.그러나 사립대도 ‘인종의 다양화’를 필수적으로 명시한 대법원의 결정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입학 심사과정이 대대적으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소수민족에 대한 고등교육의 기회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나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미칠 영향은 불분명하다.장기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소수민족이 늘면 그만큼 각계각층에서의 사회진출도 활발하겠지만 당장 기업이 대학입학과 같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은 적다. 부시 대통령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인종문제가 미국생활의 현실이나 미국이 진정으로 ‘피부색에 연연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해 역차별의 폐해를 두둔하는 인상을 보였다.부시 행정부는 앞서 미시간대의 두 지 우대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헌 판결은 5대4로 결정났다.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올 가을 퇴임하는 진보성향의 오코너 대법원 판사 후임에 보수적인 인물을 지명할 경우 대법원의 다수를 보수파가 차지하게 돼 소수민족 우대정책의 근간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ip@
  • 말말말˙˙˙

    빌을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러나 만델라가 자신을 수십년간 감옥에 가둔 백인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한 번 해 보겠다고 생각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백악관 시절의 회고록 시판을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용서한 이유를 설명하며-
  • [씨줄날줄] 혼혈 고백

    10여년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소아과병원을 운영하던 동포의사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그는 당시 선천성심장병을 앓는 한국 어린이들을 초청,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는데,한국인들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의식 때문에 여러 차례 민망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의사들이 수술을 전후해 한국 어린이들에게 친절하게 질문을 하면,어린이들은 물론 보호자들까지 겁먹은 표정을 짓고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라는 것이다.그는 그러면서 백인 이외 유색인들에 대한 막연한 비하의식이나,배타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게 세계화의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탤런트 이유진(26)씨가 며칠전 자신이 혼혈인이라고 고백했다.스페인계 주한미군이던 아버지가 세살때쯤 미국으로 가버렸고 자신은 외할아버지의 딸로 등재돼 외가에서 살았으며,서류상 어머니는 지금도 언니라고 한다.이씨는 일부 스포츠신문에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자꾸 거짓말하기가 싫어 공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연예계 데뷔 후 176㎝의 큰 키와 서구적 외모때문에 혼혈이 아니냐는 물음이 많았지만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무서워 부인해 왔다.”는 이씨의 고백은 수많은 혼혈인들의 아픔을 대변하며,우리사회의 전근대적인 인권침해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공한 혼혈인 가수 윤수일씨는 지금도 “어렸을 때 피부색이 다른 채로 사는 것보다 다리 한쪽이 없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한다.펄벅재단이 2년전 혼혈아 184명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혼혈아들은 냉대와 가난 속에 대부분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다.이들의 중학교 중도 탈락률은 17%(일반 중학생 1%),초등학교 탈락률도 9.4%나 된다.집단 따돌림을 극복하고 학업을 마쳐도 취업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다는 얘기다.게다가 “혼혈의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10명중 7명이 결혼까지 기피한다고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며,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를 차별한다.누가 무슨 권한으로 같은 한국인에게혼혈인지를 묻는지 되묻고 싶다.엄마를 언니로 적으며 커야 했던 이유진씨에게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라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인철 논설위원
  • 프로야구 / 소총 vs 대포

    SK의 속사포냐,삼성의 대포냐. 선두 SK와 2위 삼성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문학구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주말 4연전(31일 연속경기)을 벌이게 돼 벌써부터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삼성 현대가 주춤거리는 사이 SK가 6연승으로 창단 이후 정규리그 첫 선두에 나서고,부진했던 기아도 6연승으로 치고 올라와 프로야구 선두 각축이 극심한 혼전 양상이다.선두 SK와 4위 기아의 승차는 불과 3경기.따라서 SK-삼성의 이번 맞대결에서 어느 한 팀이 연패를 당할 경우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데다 4강 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돼 두 팀은 사활을 건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올시즌 두 팀간 성적은 2승2패. 최근 투타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는 SK는 이진영(23)을 축으로 한 폭발력이 압권이다.이진영은 26일 현재 141타수 57안타로 타격(타율 .404)과 최다안타 선두.게다가 갈수록 방망이가 불을 뿜어 투수들의 ‘경계 대상 1호’다.최근 5경기 타율이 무려 5할(.522)을 넘을 만큼 무서운 상승세다.프로야구 원년인 82년 백인천이 기록(.412)한‘꿈의 타율’ 4할 달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톱타자 조원우-정경배-이진영-디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불꽃 타선은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견줘 ‘라이언 킹’ 이승엽(27)을 축으로 한 삼성의 클린업트리오는 국내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이승엽은 지난 24일 기아전에서 시즌 17번째 홈런을 쏘아올려 라이벌 심정수(현대)를 3개차로 제치고 홈런 선두를 질주했다.이승엽은 38경기째 17호 홈런을 뽑아 2.2경기당 홈런 1개씩을 터뜨리고 있다.이같은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올 60개 안팎이 가능할 정도로 페이스가 가파르다. 이승엽-마해영(13개)-양준혁(8개) 클린업트리오의 홈런은 모두 38개,타점은 95개나 된다.일순간 홈런포로 승부를 가르고 막판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기 일쑤여서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김민수기자 kimms@
  • 로모카메라 즐기는 사람들 / 百寫百色 마술의 셔터

    귀엽고 깜찍한 최신형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디카가 장착된 휴대전화가 쏟아지고 있다.이 와중에도 검고 네모진 구닥다리 모양이 있으니,바로 로모(Lomo) 카메라다. ●“환한 배경 찍어보니 노을장면이 됐네” 실제인지,사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디카가 정교하게 사진을 찍어낼 때 로모는 가끔 ‘내가 이렇게 찍었나.’할 정도로 허술하지만 특이한 그림을 담아낸다.환한 배경을 찍었지만 사진을 인화하면 노을지는 장면을 찍은 듯 주변이 어둡다.믿을 수 없지만 이것이 로모의 매력이다.피사체를 허술한 듯 하면서도 개성있게,평범한 듯 하면서도 특별하게 연출한다. 하나의 피사체를 놓고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사진이 나온다.핸드메이드(수작업) 제품이어서 카메라마다 차이가 있고,이 때문에 같은 장면을 같은 구도로 찍어도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로모는 내 손에 맞게 길들여야 한다.로모를 아무리 많이 다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카메라로는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바꿔 말하면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이다.마치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처럼. 로모는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에 바랜 듯한 색감 등을 내기도 한다.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로모의 장점은 중심부는 밝고 주변부를 어둡게 하는 터널 임팩트(Tunnel Impact) 효과.일반 카메라에서 빛 조절을 잘못했을 경우 생기는 현상을 로모는 멋스럽게 표현해낸다. ●‘중심부 밝게, 주변부 어둡게’ 최대장점 “로모를 갖고 의기양양 사진을 찍어댔는데 인화해보니 생각한 대로 나온 것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처음에는 잘못 찍은 줄 알았는데 계속 그렇게 나오니까 ‘사진에 소질이 없나 보다.’라며 의기소침했죠.로모의 매력을 몰랐던 거죠.” 입문 3년차 박승혜(26) 씨는 로모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절망’,‘좌절’이었다면 지금은 ‘성취’,‘희열’이라고 말한다. 학교 선배한테 선물로 로모를 받았다는 김신애(20·학생) 씨도 “일반 카메라나 디카는 의도한 대로 나오지만 로모는 의외의 사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거든다.사진을 찍고나서 현상하고,인화하기까지의 과정이 기다려질 정도라나. 로모의매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파고든다.로모카메라 동호회들의 첫 연합모임이 있었던 지난 5월 중순,남성수(54·자영업) 씨와 딸 소민(10·계성초등 3년) 양은 로모속에 공원의 모습을 담느라 쉴 틈이 없다. “인터넷으로 마땅한 취미를 찾던 중 로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딸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동호회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남성수) “로모로 사진 찍는 게 좋아요.아빠랑 사진 찍고 현상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하고요,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보기도 해요.너무 재미있어요.”(소민) ●일반카메라와는 다른 의외사진 만들어 로모 마니아들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카메라 속에 세상을 담는다.당연히 에피소드도 많다.사전 동의 없이 사진을 찍다가 혼쭐이 나는 것은 부지기수.사진을 찍다가 불법주차를 한 운전자가 ‘카파라치’로 오인하는 바람에 카메라를 뺏긴 적도 있다.물론 이런저런 설명 끝에 필름을 사수하긴 했다고. “언젠가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생선파는 할머니를 찍었다가 배부르도록 욕을 먹었죠.부산 할머니 말투,정말 무섭잖아요.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아저씨들과 술 한잔 기울이기도 했죠.” 새벽시장의 모습을 좋아하는 성동훈(21·대학생) 씨가 촬영에 얽힌 일화를 술술 풀어놓는다. 1만 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일임팩트’(www.styleimpact.com)와 ‘로모 ABC’(cafe.daum.net/lomoabc)를 운영하는 배지환(27·SIDT 대표)씨는 이렇게 말한다. “로모는 특정 부류의 소장품이 아닙니다.내가 원하는,좋아하는,담고 싶은 세상을 표현해주는 도구죠.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요.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화창한 날,작은 로모 하나 손에 들고 나만의 특별한 세상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여경기자 kid@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 ■로모 카메라는? 로모 카메라(KGB 카메라)는 옛 소련 레닌그라드 광학연구소 라디오노프 박사가 개발한 35㎜ 기계식 자동카메라다.한때 스파이가 쓰던,소위 ‘첩보용 카메라’라며 로모의 신비감이 극대화되기도 했다.하지만 군사용으로 쓰였을지는 몰라도 첩보용이라는 것은 낭설이라고.그만큼 정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옛소련서 개발… 100% 수작업 제조 세계적으로 ‘로모그래퍼’라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기도 했다.1998년 국내에 로모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사용자들이 스스로를 로모그래퍼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요즘은 꽤 보편화된 편이라 ‘로모 유저’라는 말을 더욱 많이 쓴다.로모는 플래시를 쓰지 않고 밤에 사진을 찍을 수 있다.오히려 플래시를 쓰면 로모의 장점으로 꼽히는 터널 임팩트(Tunnel Impact)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고 해 플래시 사용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로모로 더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비싼 필름을 써야 한다? 천만에.로모를 이용해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한 관건은 로모를 얼마나 손에 익혔고,얼마나 길들였느냐다.사진찍기를 취미로 삼는 것은 비싸고 성능 좋은 카메라를 사야 하고 필름도 갈아끼고 현상·인화를 해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들어 간다고 한다.하지만 로모라면,좀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로모를 잘 다루게 되면 싸구려 필름으로도 좋은 연출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래시없이 밤 촬영 가능 로모가 환상적인 표현을 해내는 ‘마법의 카메라’라고 기대한다면 실망이 더 클 수 있다.로모는 아무리 초점을 잘 맞추고,색상 연출을 잘 하고,구도를 잘 잡아도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하루에 하나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외국에서 구입하기도 하고,중고품을 살 수도 있다.하지만 이럴 경우 A/S를 받을 때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로모코리아(www.lomo.co.kr)가 국내 배급사.250g,24만 4000원. 최여경기자
  • 50년후 美선 영어가 제2외국어?

    |로스앤젤레스 연합|미국에는 멕시코인을 비롯한 라틴계 불법이민자만 한해 30만명이다.이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미국 인구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나고 비라틴계 백인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영어는 뚜렷한 지배 언어가 되지 않는다. 20일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이같이 전망하면서 라틴계를 비롯한 이민의 급증으로 각종 선거나 운전면허시험,시민권 선서식까지 수십여종의 언어가 사용되는 현 상황을 우려해 미국이 이민을 억제하고 각급 학교의 이중 언어교육 중단과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어니스트 러피버 인종ㆍ공공정책연구소(EPPC) 선임 연구원은 이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기고한 ‘용해되지 않는 인종’에 대처하기”란 제하의 글에서 날로 증가하고 융화되지 않는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영어 공용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통제되지않은 이민은 현대 미국 정치의 파멸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오는 이민의 유입으로 언젠가 미국이 각종 언어별로 나뉘어져 캐나다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19세기 한국은 크지않는 어린아이 일본은 백인으로 가는 나라

    일그러진 근대 박지향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만일 아일랜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영국인들은 아마도 아일랜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이 말은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아일랜드를 타자로 설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속성을 이성,근면과 자조,점잖음과 체통으로 규정한 반면 아일랜드인들에 대해서는 그와 정반대로 자리매김했다.그들은 개인은 개인대로 민족은 민족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타자를 필요로 했고,그러한 역할을 할 타자가 없을 때에는 종종 타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요즘 지식사회의 화두는 단연 ‘타자(others)’ 혹은 ‘타자성(otherness)’이다.예컨대 제국주의가 소외시켜온 식민지 같은 것이 타자로,지금까지 알던 역사의 주객을 한번 바꿔 보거나 다른 눈으로 보자는 것이다.다원주의 사회의 도래와 함께 역사주체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를 요구한다.남성중심·엘리트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타자’로 분류됐던 여성이나 노동자,소수인종 등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시대의 요청이기도 하다.그러나 국내 역사학계에서 타자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이나 연구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100년전 영국인·서양 관점에서 본 韓·日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가 쓴 ‘일그러진 근대’(푸른역사 펴냄)는 ‘역사 속 타자 읽기’라는 관점에서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서로를 타자화하고 주변화했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저자는 100년 전 영국,일본,한국이 서로 만나는 과정에서 쏟아져나온 수많은 이야기와 장면들을 통해 일그러진 근대의 모습을 살핀다. 타자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근대의 얼굴을 대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저자는 비록 편견과 오해로 얼룩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우리’의 사고에서 벗어나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참모습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이 동양에 대해 시도한 ‘오리엔탈리즘적 기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된 문명과 야만의 담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영국인들은 ‘근대적 서양’과 ‘전근대적 비(非)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 속에서 일본과 한국의 본질을 전근대성으로 규정했고,동양이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서양의 이미지를 부과했다.이른바 ‘거리두기’와 ‘타자만들기’를 통해 근대성을 유럽 고유의 것으로 남겨두려 했던 것이다. 1928년 한국에 와 2년동안 경성제국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영국의 소설가 드레이크의 말은 인종적 오만으로 가득찬 전형적인 영국인의 견해를 대변한다.“어떤 민족이 강압적으로 통치받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 내부에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멸망한 민족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져야만 한다.조선이 악의 무고한 희생자들이라고 심약하게 동정해서는 안된다.” 19세기 후반 영국인 혹은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인식은 극도로 부정적이었다.그들은 한국을 ‘문명퇴화의 본보기’‘영원히 클 수 없는 어린아이의 나라’‘미개하고 우스꽝스러운 나라’‘세상에서 가장 잘못 통치되고 있는 나라’ 등으로 생각했다.무엇보다 한국인들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었다.아무튼 서양인들의 눈에 한국은 인종적 위계질서의 하위에 놓인 민족이었고,생존할 가치가 없는 나라였으며,강제로라도 문명화돼야 하는 민족이었다.저자는 이 지점에서 역사의 불행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반성하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그래야만 마르크스가 이야기한대로의 역사,즉 첫번째는 비극으로 그리고 두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되풀이되는 역사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문명퇴화의 본보기” 로 여겨 일본은 19세기 후반 비서양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로 독특한 근대성을 보여줬다.일본의 근대화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위기의 순간에 메이지 지도자들이 사생결단의 의지로 추구한 길이었다.그러나 급속한 서구화 속에서 일본인들은 전통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의 충돌을 겪었고 대외적으로는 포위되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일본은 근대성의 전범으로 인식됐던 영국에 대해 흠모와 애증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갖게 된다.20세기 들어 일본 지도자들의 입장은 마침내 ‘탈아입구‘에서 입아탈구(入亞脫歐)’로 반전한다. ●일본인에 대해선 우호적으로 묘사 저자는 서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욕구는 이성 그 자체에 대한 반항으로 표출됐고,‘근대의 초극’은 결국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현상을 낳았다고 주장한다.나아가 ‘아시아 대 일본’‘아시아 속의 일본’이라는 양자택일 구도가 여전히 일본인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있으며,‘아시아에 있지만 아시아가 아닌’ 일본의 정체성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그러한 자기분열증세가 치유되지 않는 한 과거청산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본과 주변 국가들의 관계는 결코 정상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영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견해를 가졌다.일본을 ‘인형의 집’으로 본 영국인들은 일본인에 대해 백인은 아니지만 “백인이 되어가는 사람들”로 간주했다.그렇다고 오리엔탈리즘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영국인들이 오늘날 그러한 부정적 인식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저자는 근대 이래 서양이 자기와 타자를 바라보고 이론화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하지만 그것이 서양을 타자화하는 ‘역(逆)오리엔탈리즘’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것은 19세기 영국인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며,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비교사적 시각에서 접근한 이 책은 우리 역사학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음반리뷰 / ‘드라켄스버그합창단 베스트’

    한국합창단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드라켄스버그 소년합창단이 조금은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켄스버그(Drakensberg)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악지역에 있다.백인들에게 끝까지 저항했던 줄루족의 근거지 콰줄루-나탈주(州)다. ‘드라켄스버그합창단 베스트’(사진·시샵뮤직)는 지난 15년 동안 이 합창단의 주요 공연 내용을 한데 모은 음반이다.이 합창단 학교엔 12∼17살 남자만 들어갈 수 있다.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의 흑·백인 비율은 4대 6쯤이라고 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내건 ‘바흐에서 프레디 머큐리(그룹 퀸의 보컬)까지’라는 구호가 과장이 아닐 만큼 레퍼토리는 폭이 넓다.이 음반에도 보이스 소프라노가 부르는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에서부터,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어린이재단을 후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에 이르기까지,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노래가 담겼다. 이 음반에서 남다른 가치가 느껴진다면 아프리카의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음반에 실린 케냐 노래 ‘미사 루바’는 백인들의 식민지 선교 활동의 결과이고,나미비아의 ‘부루사’는 토속언어와 서양음악이 혼합된 평화의 기도다.소토족의 ‘차바 차바 로나(우리는 책보를 끼고 언덕 너머 학교로 간다네)’는 아프리카인들이 교육에 눈을 떠가는 상황을 보여준다.남아공에서 ‘제2의 국가(國歌)’로 불려진다는 ‘쇼숄로자’는 아파르트헤이드(백인정권의 흑인차별정책) 아래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금광 노동자들이 기차를 타고 일하러 가는 모습을 담았다. 전체 26곡 가운데 아프리카 민요가 12곡이다.기독교를 이념으로 하는 학교인 만큼 서양음악을 연주할 때의 발성은 정통적이다.그러나 민요를 노래할 때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방식으로 소리를 꾸며주는 ‘시김새’가 살아있다.1992년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 소년 합창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들이 빈소년합창단을 외면하고,이 합창단에 우승컵을 건네준 이유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난 데다,뛰어난 기교까지 터득했다지만 우리 합창단에 가장 부족한 것은 역사와 전통을 담아내는 것은 아닐까.이 음반에 실린 남아공의 짤막한 자장가‘툴라 툴라(조용히 조용히)’ 한 곡만 들어보아도 필(feel)이 온다. 서동철 기자 dcsuh@
  • 책 / 오만과 편견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구의 근대 시민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他者)화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자유·평등·박애라는 서구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됐고,결과적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는 제국의 오만을 모방한 편견으로 이어졌다.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 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근대적인 정체성이 어떻게 선을 긋고 경계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해 왔는가를 추적한다.책은 그 논의의 실마리를 한·일 두 지식인의 대담이라는 색다른 형식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은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사카이 나오키 미국 코넬대아시아연구과 교수.한국의 민족주의에 내재된 폐쇄성과 억압성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발표해온 임 교수는 ‘당대비평’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일상적 파시즘’ ‘탈민족주의’ 같은 생소한 담론들을 공론화시켜왔다. 사카이 교수는 문화이론가 가라타니 고진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상가.서구중심적인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내셔널리즘의 일본적 특수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년 동안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서울과 도쿄,뉴욕에서 모두 10차례의 대담을 나눴다.이 책은 그 고단한 과정의 산물이다.이들은 ‘인종’ 내지 ‘민족’이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하나씩 허문다. ●21세기 美 헤게모니 방식 한·일 삶에도 침투 임 교수는 먼저 사람이 사람을 타자화하는 과정은 근대 국민국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특별히 부각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그는 서기 169년 비잔틴을 정복한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가 흑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로마제국의 ‘관용적인’ 시민권 정책 탓도 있지만,흑인이 로마황제가 됐다는 것은 인종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경계가 그만큼 단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고대 그리스의 경우 ‘바르바로이(Barbaroe)’는 원래 야만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사람을 뜻했다.이 말이 ‘야만인’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은 페르시아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이처럼 고대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즉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페르시아라는 타자를 매개로만 가능했다. 사카이 교수 또한 국민국가의 형성이란 관점에서 인종과 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한다. 19세기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그리고 아일랜드인은 백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스스로의 사회적 저항 과정을 통해 흑인을 타자화하고 흑인이라는 범주를 변형시킴으로써 자신들을 백인화하고 백인지상주의를 내면화해갔다는 게 그의 견해다. 책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의 세계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2001년 9·11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미국 헤게모니 작동방식은 19세기 유럽의 사회제국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저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는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만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범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일상적 삶 속에도 미시정치의 방식으로 침투해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보편적 존재로서의 남성,타자화되는 여성’이라는 제목 아래 젠더(gender)의 문제도 다룬다.“‘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자연적인 차이에 기초하기보다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근대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이러한 가부장제는 더욱 강화됐다.가부장제를 전근대의 산물로 보는 시각에서 자본주의 임노동체계의 성립과 관련된 근대의 산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이해방식이 필요하다.”(임 교수) ●상품 고급화에도 백인‘기호’가 필요한 시대 사카이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을 지적한다.“인종의 위계질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식민지 관계를 통해 학습돼왔다.그러나 오늘날은 욕망의 상품화를 통해 학습되는 방식으로 변했다.상품이 고급스럽다는 것을 호소하려면 반드시 인종의 위계질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급 레스토랑은 백인 여성을 모델로 써야 하고,고급 승용차의 경우는 철두철미하게 ‘백인’이라는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이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국내 책 기획에 해외의 필자를 끌어들여 출판기획의 시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젊은이 광장] 캠퍼스의 인종차별

    필리핀인 영어강사 P씨는 한국에 온 지 벌써 7년째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고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도 있지만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P씨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필리핀’이라는 국적이다. 물론 몇몇 학원에서 강의할 기회도 있었다.하지만 학원 관계자는 매번 ‘필리핀계 미국인’ 혹은 ‘캐나다인’이라고 국적을 속일 것을 종용했고,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P씨는 필리핀인임을 밝힐 때마다 묘하게 일그러지는 학생들의 표정을 감수해야 했다.영어강사의 피부색이나 국적이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P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외국인 노동자 차별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 속에도 아이러니가 존재한다.같은 노동자라 해도 이란 등 백인계통 노동자의 구타상담은 거의 없다.또한 월드컵 등 국제행사 때마다 종종 보도되는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외국인 인터뷰의 취재원은 언제나 백인이다.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사람은 친절한지를 평가 받아야 할 대상은 언제나 유럽인이나 미국인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외국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우리가 선망하고 호의를 베풀어야 할 대상과 무시하거나 차별해도 상관없는 사람.지독히도 이중적인 잣대는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와 이방인을 낯설어하는 사회 분위기나 사람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여기에는 철저한 사대주의가 더 큰 몫을 차지한다.급격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역할모델로 서구,특히 미국을 설정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동경하고,그들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다. 시어머니에게 고된 시집살이를 당한 며느리가 훗날 며느리에게 똑같은 식으로 대하듯 제3세계 국민을 지저분하고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인의 편견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비판적 학자들은 이를 내재된 식민지성이라고 설명한다.영화나 TV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된 서구 중심의 가치관은 제3세계 구성원이 자신도 착취의 울타리에 있는 ‘주변인’이라는 점을 간파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깨닫고 서방 사회의 횡포에 함께 맞서기보다 그들 안에서 차별과 반목을 만든다.이 같은 식민지성은 소수자에게 관대하지 못한 한국형 ‘패거리주의’와 맞물려 더 가혹하게 변한다.암묵적인 차별은 존재해도 법적인 차별은 엄격히 금지하는 서구사회와 달리,우리 사회는 힘없는 이방인을 인간적 대우도 받지 못하는 혹독한 ‘왕따’로 만들어 버린다. 70년대 간호보조원이나 광부로 독일에 다녀온 한국인은 그곳에서 사회적 차별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전한다.반면 나의 파키스탄인 채팅 친구 자자(zaza)는 오늘도 나에게 물어온다. “한국인이 우리나라 사람을 험악하게 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지?” 떨리는 손으로 그건 몇몇 어글리(ugly)코리안의 반인권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자판기를 두드리지만 그녀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 속의 외침이 남아있다.사실은 아직 딛고 일어서지 못한 우리 안의 열등의식 때문이라고. 장서 윤 한국외대 신문사 교육부장
  • 스크린 명대사

    #“총은 쏘라고 주는 게 아니라 도망가는 범인의 뒤통수에 던지라고 주는 것이다.” -‘와일드 카드’에서.감찰반이 자꾸 총기 과잉수사를 추궁하자 오형사가 비아냥 조로 형사 수칙에 그렇게 적혀 있느냐며. #“꿈의 세계를 넘본 대가는 혹독했고,그 짐을 딸애가 지게 됐죠.” -‘파 프롬 헤븐’에서.흑인 정원사가 백인 캐시와의 사랑때문에 딸이 따돌림 당하자.
  • 코비 브라이언트-트레이시 맥그레이디 / 이제는 내가 황제

    ‘황제의 빈 자리 내가 채운다.’ 20년간 미국프로농구(NBA)를 지배한 마이클 조던이 은퇴하자 ‘포스트 조던’을 노리는 후계자들이 할거하는 모습이다. 20∼4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NBA 스타들은 전세계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 현재 갈수록 열기를 더하는 02∼03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로 볼 때 전국시대를 평정할 새로운 영웅호걸로는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와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올랜도 매직)가 먼저 꼽힌다. 지난달 17일 끝난 정규리그에서 화끈한 득점 경쟁으로 코트를 달군 이들의 플레이는 포스트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팀에서 샤킬 오닐과 ‘원투 펀치’를 이루는 브라이언트는 숙적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경기마다 30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올랜도의 영웅’ 맥그레이디도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31.7점을 넣으며 팀의 1회전 탈락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득점왕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들을 주목하는 것은 조던과 많은 점에서 닮았기 때문이다.둘은모두 슈팅가드로 조던처럼 코트를 호령하는 ‘야전사령관’과 팀의 주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빼어난 어시스트와 호쾌한 슬램덩크까지 갖춰 팬들은 조던이 빼앗아간 허전한 가슴 한 구석을 이들의 플레이로 채우고 있다. 브라이언트와 맥그레이디의 라이벌 관계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지존의 자리를 놓고 경쟁한 ‘80년대 맞수’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를 떠올릴 만큼 숙명적이다. 브라이언트의 키는 201㎝이고,맥그레이디는 203㎝로 장신가드 시대를 열고 있다.몸무게는 95.3㎏으로 똑같다.78년생 브라이언트와 79년생 맥그레이디는 고교를 졸업하고 막바로 NBA에 뛰어들어 96∼97시즌부터 ‘고졸의 반란’을 이끌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월에 9경기 연속 40득점 이상을 올렸다.윌트 체임벌린(14경기) 조던(9경기)에 견줄 만한 대기록이었다.1월엔 한 경기 최다 3점슛(12개) 신기록을 세웠으며,3월에 최연소 1만득점 기록도 갈아 치웠다. 지난 올스타전 팬투표에선 브라이언트가 147만표를 얻어 최고 인기를 확인했다.맥그레이디는 131만표를 차지해 2위에올랐다. 맥그레이디는 정규리그에서 한경기 평균 32.1점으로 브라이언트를 제치고 사상 최연소 득점왕에 올랐다.그는 토론토 랩터스 시절 먼 친척인 ‘덩크왕’ 빈스 카터의 그늘에 가렸으나 00∼01시즌 올랜도로 옮기면서 팀의 1인자로 올라섰다.평균 득점도 99∼00시즌부터 15.4점,25.6점,32.1점으로 해다마 높아져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이 NBA를 평정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위기에 빠진 팀을 극적으로 구출한다거나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카리스마’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득점기계’가 아닌 팀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두 스타 모두 안고 있는 셈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최고 NBA 스타 계보 수많은 별이 명멸한 미프로농구(NBA) 57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가 최근 선정한 NBA 역대 ‘베스트 5’를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USA투데이는 각종 기록을 분석해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워싱턴 위저즈) 매직 존슨(LA 레이커스·이상 가드) 줄리어스 어빙(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이상 포워드) 윌트 체임벌린(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센터)을 선정했다.조던이 149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고,센터를 1명만 뽑는 바람에 베스트 5에서는 빠졌지만 빌 러셀(보스턴)이 116점으로 전체 3위에 올랐다. 50∼60년대 NBA는 장신센터 체임벌린(216㎝)과 러셀(210㎝)이 양분했다.지난 99년 사망한 체임벌린은 62년 뉴욕 닉스와의 경기에서 1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그의 라이벌 러셀은 60년대 10시즌 가운데 9시즌에서 팀을 챔프에 등극시켰고,슛블록의 전형을 완성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70년대 이후에는 대형 스타가 줄줄이 배출됐다.버드,존슨,자바는 역사가 일천한 NBA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리그 가운데 하나로 업그레이드시켰다.자바의 통산 최다득점(3만 8387점)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보스턴의 황금기를 주도한 버드는 ‘백인의 희망’으로 추앙받았다.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됐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존슨은 ‘포인트가드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들이 이어온 불멸의 스타 계보는 지난달 은퇴한 ‘농구황제’ 조던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창구기자
  • 문명의 이름으로 저지른 ‘인간사냥’ 백인들은 야수였다?

    야만의 역사 김남섭 옮김 /한겨레신문사 펴냄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석기시대 종족인 북아프리카의 관체족(Guanches)은 유럽의 팽창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족 또한 유럽 팽창기에 절멸당했다.15세기 말 500만명에 이르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백인의 이주로 인해 1891년에는 5%인 25만명만이 살아 남았다.1898년 수단의 옴두르만 전투에서는 1만1000명의 수단인이 살해됐다.이에 반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인의 희생은 48명에 불과했다.전투의 승리로 영국은 수단을 점령하고,나일강의 해상운송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백인들의 ‘야만’ 사례가 어디 이뿐이랴.독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 17세기 ‘30년 전쟁’처럼 서구 국가들간의 살육도 상상을 초월했지만,백인들의 비(非)서구지역에 대한 잔혹성은 야수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 대학살 스웨덴 출신의 작가이자 진보적 저널리스트인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야만의 역사’(김남섭 옮김,한겨레신문사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19세기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인종대학살,그 참혹한 기억의 흔적을 한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여행기 형식을 빌려 비극적인 인종 말살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공간적 여행과 역사 속의 시간 여행,그리고 저자의 기억 속 내면 여행이 겹쳐지는 복합적인 구조를 띤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면서 경유지마다 얽힌 역사적 사연들을 되짚어간다.과거 유럽인들의 잔학상을 떠올리며 역지사지의 사유를 시도한다.내가 인간사냥의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느꼈을까.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일종의 ‘회개를 위한 순례’이다. 이 책은 폴란드 태생의 영국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 나오는 한 문구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책의 원제이기도 한 ‘모든 야수들을 절멸하라(exterminate all the brutes)’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저자는 유럽인들이 비서구에 대해 가졌던 태도의 핵심,즉 ‘야수(비서구인)의 절멸이야말로 최선’이라는 유럽인들의 ‘학살주의’의 사상 계보를 상세히 들춰낸다.무기를 제외하고 기술과 자원이 부족했던 유럽은 16세기부터 학살이나 강탈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그런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요구됐던 것이 학살주의 이데올로기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유례없는 폭력 경험은 그들의 뼛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나아가 ‘인권’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 그들이 감히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하는 인종주의로 구체화돼 있다.저자가 유럽인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학살행위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의 직접적인 선례가 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완전히 일탈한 사건으로 보려하거나,기껏해야 구소련의 강제수용소나 대숙청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하는 것은 유럽인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은폐하려는 기도일 뿐이라는 얘기다.저자는 이와 관련,‘나치의 유태인 말살은 유일한 것인가.’라는 이른바 ‘역사가들의 논쟁’을 촉발한 독일의 우익 역사가 에른스트 놀테의 예를 든다. 놀테는 제3제국에 의한 유태인 말살은 독창적 행위가 아니라 반작용이나 왜곡된 모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1930년대 소련에서 있었던 쿨락(kulak,부농)들의 절멸과 스탈린의 숙청을 히틀러가 모방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소련에서의 부르주아 계급학살은 나치에 의한 인종대학살의 논리적·사실적 선례라는 게 그의 견해다. ●19세기 백인의 잔혹성 꼬집기 이 ‘역사가들의 논쟁’에서는 누구도 히틀러의 어린 시절,남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독일인에 의한 헤레로족 말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프랑스인,영국인,미국인들에 의해 자행된 이와 비슷한 학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학살주의 시대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셈이다.저자는 이 지점에서 “‘역사가들의 논쟁’에 참여한 모든 독일 역사가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즉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성이라는 주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종속이론의 대가인 안드레 군더 프랑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과 문필가들이 이를 연구했다.그들은 ‘지리상의 발견’ 이래 약탈적으로 이뤄져온 유럽의 팽창은 다름 아닌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 책은 이러한 기초적 사실을 토대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만남을 시도한다.서구 열강에 의해 자행된 학살의 역사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죄의식에 대한 고해성사도 곁들인다. 역사의 진실은 종종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바로 그 ‘진실의 이면’에 존재한다.저자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희망의 박세리/ 국민 어려울때마다 낭보

    세리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실의의 순간마다 국민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한 ‘골프여왕’박세리(26·CJ)의 쾌거를 많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하지만 ‘기적’은 없다.“도전을 즐긴다.”는 그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우러진 대가일 뿐.세리가 국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어쩌면 ‘승리’가 아니라 ‘도전’인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30면 지난 1998년 5월 17일,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듀폰CC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L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파5인 16번홀에서 세리는 “안전하게 3온을 노릴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5번 우드로 그린을 직접 공략한 뒤 2퍼팅으로 무난히 버디를 낚았다.이 버디로 2위 그룹을 3타차로 밀어내며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었다.마지막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온그린시킨 뒤 세리는 갤러리의 환호와 박수에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린까지 ‘챔피언 행진’을 했다. 작은 동양인 선수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백인들의 전유물인 메이저대회 골프장에서 까무잡잡한 무명의 동양처녀는 신비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같은 해 7월 6일,이번에는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GC.시즌 세번째 메이저인 US오픈 18홀 연장전이 치러지고 있었고,남은 두 선수는 박세리와 제니 수와지리폰.18홀 연장전을 통해 아직도 명화의 명장면처럼 팬들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는 ‘맨발의 사투’를 벌이고도 모자라 연장 두번째 홀까지 치른 끝에 세리는 또 웃었다. 당시 세리의 우승은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온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 넣은 ‘IMF 환란’으로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근심과 걱정,답답증을 한 순간이나마 말끔히 날려 버린 청량제였다.연이은 메이저 제패와 승전보는 가슴뭉클한 감동,그 자체였다.어깨가 축 처진 국민들은 ‘일어 설 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이후 5년이 흐른 28일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의 이글스랜딩골프장에서 치러진 칙필A채리티챔피언십 연장전.그동안 19개의 LPGA 우승컵을 움켜쥐며 월드스타로 거듭난 세리는 그녀만의 저력을 다시 한번 뽐냈다.셰이니 와(호주)와의 통산 네번째 연장전.연장전에서는 단 한번도 져 본적이 없는 세리는 피 말리는 혈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네번째홀에서 활짝 웃었다.전날까지 선두에 3타나 뒤진 어려움을 딛고 기어이 거머쥔 우승컵은 세리가 국민들에게 바치는 저력의 상징인 셈이다. 곽영완기자 kw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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