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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약이행 우수 지방의원 표창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공약이행과 정보공개에서 모범을 보인 지방의원을 발굴해 격려하는 ‘2011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시상식’을 열어 광역의원 26명과 기초의원 38명을 시상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달 12일간 전국 지방의원 3649명(광역 680명, 기초 2888명)을 대상으로 약속대상 공모를 실시했다. 약속대상 신청서와 공약이행 자체평가표를 받아 두 차례에 걸쳐 심사위원단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평가기준은 공약이행도(70%)와 정보공개(30%)를 기준으로 했으며, 유권자에게 제시했던 선거공약과 공약이행 자체평가표가 일치하는지를 별도로 평가했다. 강희용, 김선갑, 남재경, 허광태 서울시의원과 손상용 부산시의원, 안재홍·이숙연·정인훈 종로구의원, 박삼례 광진구의원, 백인기 서대문구의원, 장상기 강서구의원, 김영섭 금천구의원 등이 대상을 받았다. 또 오금남 종로구의원, 장우윤 은평구의원, 서정순 서대문구의원, 고기판 영등포구의원, 장현수 관악구의원, 강성길 서초구의원 등이 최우수상을, 이미재 용산구의원, 박성연 광진구의원, 류은무 금천구의원 등은 우수상을 받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영화프리뷰] ‘뱅뱅클럽’

    [영화프리뷰] ‘뱅뱅클럽’

    1994년 퓰리처상 사진부문의 영광은 사진기자 케빈 카터에게 돌아갔다. 카터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에서 굶주림에 지쳐 무릎 꿇고 엎드린 소녀의 뒤로 독수리 한 마리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을 채집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사진으로 수단 국민이 겪는 끔찍한 현실이 전 세계로 타전된다. 덕분에 구호의 손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논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카터는 사진을 찍은 뒤 독수리를 쫓아냈다고 주장했지만, 사진을 찍기보다는 소녀를 구했어야 한다며 비난하는 여론이 끓어오른 것. 카터는 퓰리처상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목숨을 끊었다. 새달 2일 개봉하는 ‘뱅뱅클럽’은 1990년대 초반 아프리카 내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피사체에 달려든 보도 사진 작가의 실화를 다뤘다. 영화의 배경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넬슨 만델라를 석방한 1990년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1978~89년 보타 대통령 집권 시절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정책)는 수그러들었지만 혼란은 이어졌다. 만델라 석방에 대한 백인 우파 세력의 반발은 비등했다. 게다가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주축이지만 흑인 중 소수인 코사족과 흑인 주류인 줄루족 간의 갈등과 보복, 살육은 극에 달했다. ‘더 스타’ 지에 소속된 켄 오스터브룩과 케빈 카터, 주앙 실바는 내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진기자들이다. 이들 틈에 끼지 못하던 신출내기 그레그 마리노비치는 베테랑들도 꺼리는 줄루족의 근거지로 들어간다. 죽을 뻔했지만 운 좋게도 줄루족이 만델라 지지 세력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덕분에 마리노비치도 멤버로 받아들여진다. 마리노비치는 또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서 셔터를 누른다. 살아 있는 사내의 몸에 불을 붙여 흉기로 난도질한 ANC 추종자들의 사진을 찍은 것. 전 세계 언론의 1면을 장식한 것은 물론 퓰리처상을 받는다. 카터가 찍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스티븐 실버 감독은 포토저널리즘이 품고 있는 딜레마적 상황을 묻는다. 폭력과 살육, 기아, 분쟁 등 광기가 지배하는 현장을 제3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일일까. 아니면 눈앞에서 고통받는 생명을 하나라도 구하는 게 옳은 일인가. 결론을 내놓지는 않는다. 분쟁 현장을 누비는 종군기자만큼 머리가 아닌, 몸으로 고민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터.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대신 감독은 또 다른 ‘제3자’로 사진기자들의 헌신과 인간적인 고뇌를 채집하고 드러낸다.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과 더불어 최근 캐나다에서 주목받는 실버 감독의 연출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눈앞에서 동료가 총에 맞는 순간에도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종군기자들의 삶은 어느 이야기꾼의 솜씨보다 울림이 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의 나쁜 남자로 이름을 알린 라이언 필립은 마리노비치 역을,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 테일러 키치는 카터 역을 맡아 그동안의 가벼운 이미지를 털어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타이거맘 자녀 ‘고양이’ 된다?

    타이거맘 자녀 ‘고양이’ 된다?

    엄격한 훈육과 주입식 교육을 앞세운 중국식 양육법으로 지난해 전세계에 논란을 일으킨 ‘타이거 맘’에 맞서 아이의 자율성과 행복을 중시하는 ‘안티 타이거 맘’교육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타이거 맘은 중국계 2세인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교수가 호랑이 엄마처럼 무섭게 두 딸을 키운 양육경험을 쓴 책 ‘타이거 마더’에서 비롯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7일(현지시간) 타이거 맘의 자녀들이 또래보다 자존감이 낮고, 좌절감과 불안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이거 맘 교육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티 타이거 맘’ 교육법에 앞장선 이는 데지레 바올리안 진 미시간주립대 조교수다. 공교롭게도 그녀 역시 중국계 미국인으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다. 진 교수는 곧 출간될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국계 미국인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인 학생들에 비해 학교 성적이 높을수록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계 학생들에 비해서도 학업과 관련해 부모로부터 훨씬 시달림을 당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할지, 어느 학교에 갈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사사건건 부모의 간섭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진 교수는 “조사 대상자 가족의 절반 이상이 교육 문제를 가장 중요한 가정사로 여기고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이 나쁠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적으로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응답이 나왔다.”면서 “부모들은 경쟁심 유발과 동기부여를 위해 자녀를 남들과 비교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자부심이 떨어지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의 안티 타이거 맘 교육법은 아이를 아이처럼 키우는 것이다. 학교 성적에 매몰돼 자녀가 느끼는 행복의 가치를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릴 때 중국에서 인자한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자라나 하버드대에 진학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자녀 양육에서 학교 성적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과 사회성 발달 등의 요소 또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美 10대들, 中소년 몰매 동영상… 인종차별 논란

    美 10대들, 中소년 몰매 동영상… 인종차별 논란

    미국 시카고에서 중국계 학생이 또래 학생 6명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인종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에는 17세인 동양계 남학생이 후드티 등으로 얼굴을 가린 다른 학생 6명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던 중국인 학생은 중국어로 “때리지 마, 때리지 마.”라고 애원했지만 가해 학생들은 “내가 중국어로 말해야 하냐?”고 조롱하며 더 심한 폭행을 가했다. 가해 학생들 중 한명은 백인인 것으로 보였지만 나머지는 피부색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입술이 찢어지고 심한 멍이 들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가해 학생들의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들이 시카고 시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시카고 경찰은 때린 학생들이 돈을 빼앗으려 했을 뿐 인종 차별적 동기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동영상에는 가해 학생이 인종 차별적 비속어를 내뱉는 장면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처
  • 美10대 7명, 동양인 소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美10대 7명, 동양인 소년 집단폭행 ‘일파만파’

    7명의 청소년이 한 동양인 소년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미국 내에서 일파만파로 번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이라 하듯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에는 7명의 청소년들이 가방을 멘 동양인을 몰아 집단 폭행 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들은 눈이 쌓인 바닥에 동양인 소년을 쓰러뜨리고 주먹과 발로 공격했다. 심지어 동양인 소년의 신발로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겨우 추스르고 서서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하나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결국 동양인 소년은 도주를 하는데 성공한다. 소년은 지갑과 180달러의 현금도 탈취 당했다. 당초 7분 동안 자행된 공격은 3분 30여초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올려졌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다른 사용자가 동영상을 다시 올리며 그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영상은 쇼셜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 경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시카고 트리뷴지 보도에 의하면 문제의 동영상은 일리노이 시티의 브리지포트 밸리에서 촬영된 것이며, 구타를 당한 피해자는 17세의 중국계 소년으로 밝혀졌다. 소년은 입술이 찢어지고,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가해 소년들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만 한명의 백인 소년의 얼굴이 정확히 노출되었고, 유튜브에 이들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경찰은 가해 소년들을 체포했다. 17일(현지시간) 경찰은 간단한 브리핑을 통해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한 공격은 아니다.” 라며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1)‘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1)‘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나는 프랑스인입니다.” 파농이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문장이다. 비록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 섬에서 흑인 노예의 후손이었던 아버지와 흑백 혼혈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중산층 집안에서 전형적인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란 파농이 스스로를 프랑스인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1939년 로베르 제독이 이끄는 함대와 1만명의 군대가 마르티니크 섬에 도착한다. 조국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위풍당당한 함대는 자랑스러웠다. 다른 친구들처럼 파농도 그 함대와 군인들을 열렬히 환호하고 환영했다. 그러나 군인은 “자랑스러운 우리 프랑스 군인들”이 아니었다. 섬에 상륙한 프랑스 군인들은 호텔에서 창녀촌까지 모든 건물을 몰수했고, 공공시설에 흑백의 인종을 철저히 구분하는 칸막이를 쳤고, 조금이라도 항의를 하는 흑인들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팼다. 노골적인 점령군의 행태!! 대부분의 마르티니크 흑인 주민들은 모욕을 느끼고 동시에 공포를 느꼈다. ●지배층 교육받은 흑인… 나는 누구인가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프랑스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진정한 프랑스인이라면 인종주의적인 ‘나치즘’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가출을 감행하여 도미니카로 건너가 군사훈련을 받고, 자유프랑스군에 자원한다. 그러나 1944년 출정식 당일, 자부심에 가득찼던 마르티니크의 자원병들은 어떤 환송의식도 없이 밀항자나 나병환자들처럼 한밤중에 전함에 태워진다. 예전의 흑인 노예가 그랬던 것처럼. 배에서 내린 후의 상황은 더 처절했다. ‘자유프랑스군’ 제5대대는 철저히 피부색에 따라 위계화되어 군수품의 배급부터 의복, 야영시설까지 차별을 분명히 했다. 이 피라미드의 맨 위는 유럽의 백인 병사, 맨 아래는 세네갈 원주민 병사였다. 그럼 흑인이면서 프랑스 국적이었던 파농은? 소위 앤틸리스 제도의 의용병은 ‘유럽인’으로 분류되었다. 아프리카 출신 의용병들은 원통형의 모자를 썼지만, 파농은 유럽의 백인 병사와 같은 등급의 베레모를 썼다. 만약 베레모를 쓰지 않고 유럽인 막사를 출입하면 “호되게 엉덩이를 걷어 차였다.” 유럽인이되 늘 ‘모자’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2등 유럽인, 하지만 아프리카의 흑인들과는 다른 우월한 흑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상황은 참전 내내 계속되었고 마침내 파농은 처절하게 깨닫는다. 자신은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것을. 당시 파농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우리 아들은 대의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는 식의 말로 위안을 삼지는 말아주십시오. 어리석은 정치인들의 방패일 뿐인 그런 거짓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우리를 환히 비춰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에 저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쟁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파농에게 남은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뿐이었다.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지만, 결코 백인이 될 수 없는 ‘검은’ 피부색을 온몸으로 경험했지만, 파농은 ‘검은색은 아름답다.’는 네그리튀드의 사상에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온전한 흑인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아프리카 전통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전쟁이 끝난 후 고향을 떠나 파리로 온 파농은 “파리에는 흑인이 너무 많아.”라며 파리를 떠나 리옹으로 향한다. 육체적 고향인 마르티니크를 떠나고 정신적 고향인 파리를 떠나면서 백인도 흑인도 될 수 없었던, 아니 되지 않기로 했던 파농의 최종 선택은 정신의학이었다. ●정신분석은 정치적이다 파농이 보기에 식민지배란 단순한 총칼의 지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백인 식민주의자들은 흑인들을 ‘비코’(새끼염소), ‘부뉼’(깜둥이), ‘라통’(쥐새끼), ‘믈롱’(멜론)으로 부른다. 물론 백인들이 흑인들을 우호적으로 대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때조차 그들은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흑인은 “피부색 때문에” 경멸당한다. 검은 것은 모두 ‘후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피부색’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 흑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타자는 백인이다. 그러나 백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타자는 결코 흑인이 아니다. 백인의 타자는 백인이다. 흑인의 거울은 백인인데 백인의 거울은 흑인이 아닌 상황. 이런 완벽한 비대칭성에서 흑인은 사라진다. 그는 아무렇게나 던져진 물건에 불과하다. 파농은 마르크스의 ‘소외’와 ‘사물화’를 이런 상황으로 이해했다. 정신착란은 이런 사물화의 한 극한이다.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긴 자들의 유일한 쉼터.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자들의 유일한 자유의 공간!! 정신분석은 미친 자를 정상인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은 단순한 주권의 회복이 아니다. 무의식조차 식민지배자들에게 저당 잡힌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갇힌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 타자들이 서로에게 말을 거는 타자들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 파농에게 이것은 정신의학의 과제임과 동시에 정치적 과제였다. 1953년 정신의학자가 된 파농은 또 다른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에 지배적이었던 두 가지 정신분석 담론과 대결한다. 하나는 “무의식은 역사가 없다.”는 프로이트의 보편주의 정신분석학이다. 그러나 파농이 몸으로 체득한 바, 프로이트는 틀렸다. “무의식은 역사가 있다.” 흑인들의 무의식은 식민 지배라는 역사와 식민 통치라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또 하나는 “정상적인 아프리카인은 전두엽 절제수술을 받은 백인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인종주의적 정신분석. 그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었고 정력적으로 일했다. 그리고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앤틸리스의 아프리카인’ 등 쓰는 글마다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그를 백안시하는 동료 의사, 그를 미심쩍어하는 알제리 간호사들을 설득하여 정신병원-수용소라는 제도 자체를 변혁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다른 좌파 정신분석학자들과 함께 그가 사용한 ‘제도 요법’은 환자들을 좀 더 인간적으로 대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광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함께 협력하여 환자가 광기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스스로 삶의 준거를 다시 찾게 하는 일. 자기가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유럽과 결별하라! 당시 알제리는 민족해방운동이 활활 타오르던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의 메카였다.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투사들이 식민 통치자들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몸을 숨기기에 정신병원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또 있었을까? 그들의 대의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이미 몇몇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파농은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그들을 숨겨주기도 하고, 다친 투사들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파농의 병원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빨치산의 소굴’로 지목받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시각각 파농에게도 탄압의 손길이 뻗쳐왔다. 그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알제리의 정신병원을 떠난 것은 단순한 탄압 때문은 아니었다. 파농이 보기에 그의 동료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좌파 정신의학자들에게는 식민지 문제가 부차적이었다. 그들은 식민지 상황과 개인의 광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진정으로 무지했다. 아니 무의식적으로 무시했다. 그 점은 사르트르도 마찬가지였다. 파농은 사르트르가 알제리 혁명과 관련하여 단호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프랑스인들과 파농은 결코 같은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유럽과 결별하라!” “프랑스인으로서의 ‘나’와 영원히 결별하라!” 파농은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유럽을 흉내 내고, 유럽을 따라잡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는 조건이 그것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알제리를 떠나 튀니지로 가고 그곳에서 알제리 혁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는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기관지에서 기사를 쓰기도 하고, 알제리 임시정부의 외교관 자격으로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과의 연대투쟁을 조직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러나 투쟁의 과정은 동시에 시련과 갈등의 과정이었다. 그 자신이 프랑스 제국주의자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일은 오히려 부차적이었다. 그는 알제리 민족해방운동 안의 수많은 분파투쟁을 목도했고, 자신이 사랑하던 동지들이 적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동지들에 의해 처형되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시련의 한복판에서 파농은 ‘백혈병’ 으로 서른 여덟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브리태니카 인명사전에 그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사회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파농이 평생 프랑스인이라는 그 호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죽어서 다시 프랑스인이 되어 버렸다는 그 사실은 역사의 어떤 아이러니, 어떤 ‘비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투쟁은 실패했는가? 그러나 그가 원한 것은 프랑스인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떤 것이든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사는 한 파농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이희경(문탁네트워크)
  • 8세 소녀 산 채로 태워죽인 아마존 부족

    아마존을 터전으로 삼고 생활하는 부족간의 끔찍한 살인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한 부족은 부족 전통에 따라 8살된 소녀를 산 채로 매달아 태워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와족(Awa)이라 불리는 이 부족은 오랫동안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생활을 해 왔으며 현재 약 60여 명이 브라질 북동부의 마라냥 지역의 깊은 우림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부족은 침입자들에게 경계심을 주려는 목적으로 아이를 나무에 매단 뒤 산 채로 불태웠으며, 희생된 소녀는 역시 마라냥 지역 인근에서 외부와 접촉을 거의 하지않는 다른 부족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피해 소녀의 부족의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소녀는 단 한번도 백인을 본 적이 없을 만큼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왔다.”면서 “와라족이 소녀를 태워 죽인 뒤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카톨릭 계통의 토착선교협회(CIMI)는 불에 탄 소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CIMI의 관계자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최소 450명의 원주민이 타 부족에 의해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의 인디안문제센터의 대변인은 “정부가 나서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내일이 오면(SBS 토요일 밤 8시 40분) 작은 케이크를 들고 은채의 신혼집에 찾아간 일봉과 보배. 온통 술병으로 가득 찬 방 안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일봉도 쓰러져 있는 은채를 보고 놀란다. 손도 안 댄 음식과 술병이 가득한 냉장고를 본 보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봉에게 은채를 업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은채의 옷가지들을 챙겨 집으로 향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인류문명의 보고인 이집트. 그 명성답게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과 유물이 많지만 역시 이집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피라미드가 아닐까. 교과서에서 봤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상보다 더한 크기와 생생함, 그리고 역사와 함께 사는 이집트 사람들의 순수한 웃음을 따라간다.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창식에게 뺑소니 범인이 백인호라는 사실을 듣게 된 복자는 충격을 받는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갑년은 자은을 손자며느리 대하듯 예뻐하며 태희와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한다. 태범은 혜령을 만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차수영이라고 얘기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아모레미오(KBS2 일요일 밤 11시 25분) 1985년 해창(정웅인)이 가짜 대학생임을 들킬 뻔한 순간, 해창의 정체를 알고 있는 민우(김영재)가 등장한다. 한편 수영(김보영)은 해창에게 호감을 느낀다. 해창은 결국 같이 하숙하는 한국대 학생인 영식의 학생증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다시 학교를 찾는다.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10분) 상큼한 참다래와 자연의 맛 취나물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에 송천참다래마을이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못 잊는 그때 그 사건. 순진한 새색시가 마음 졸인 사연과 한평생 고생만 시킨 남편이라도 다시 돌아오면 잘해주겠다는 세 여자의 애교 대결까지, 물 맑고 인심 좋은 이곳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5시) 신년 프로젝트 제1탄. 사상 최강의 킬러들이 온다. 소리 없이 잠입한 킬러 4인의 정체는 바로 김성수, 이천희, 지진희, 주상욱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런닝맨을 전격 제거하라.’는 것. 치밀한 작전과 기습, 런닝맨을 유린하는 킬러들의 파상공세, 그리고 숨겨진 엄청난 반전으로 승부는 미궁에 빠진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인삼로드 2부(OBS 일요일 오후 6시 45분) 조선 인삼은 세계로 전파되며 국부의 중요한 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인삼으로 부를 거둘수록 견제도 커져간다. 조선이 인삼으로 돈을 챙길 무렵 유럽 출신 선교사들은 북미 지역에서 자생하는 인삼인 북미삼을 찾아낸다. 조선인삼은 저가의 중국 삼, 북미 삼과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 섬유 한 올· 머리카락 한 가닥…19년전 ‘그날 밤’ 기억해냈다

    섬유 한 올· 머리카락 한 가닥…19년전 ‘그날 밤’ 기억해냈다

    ‘한 가닥의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섬유 한 올, 그리고 숨겨진 혈흔’ 말 없이 진실을 품었던 세 가지 증거가 인종차별자에게 살해당한 원혼의 한을 19년 만에 풀어줬다. 1993년 영국 사회에 인종차별과 법 정의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던 ‘스티븐 로런스 살인사건’은 3일(현지시간) 피의자 2명이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4일 흑인 청년 로런스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개리 돕슨(36)에게 최소 15년 2개월형을 선고했고 공범인 데이비드 노리스(35)에게는 최소 14년 3개월형을 선고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법원 배심원단은 전날 두 사람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평결 순간 법정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로런스의 어머니 도린은 “기쁨의 눈물이 결코 아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기쁘겠는가.”라면서 “범인들은 여전히 잘못을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살해피의자에 15년형 로런스 가족의 비극은 1993년 4월 22일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18세이던 로런스는 사건 당일 밤 런던 남부 엘덤 버스정류장에서 또래인 백인 청년 갱단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사건 발생 다음 날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용의자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손쉽게 끝날 듯했다. 경찰은 곧바로 백인 청년 5명을 체포해 2명을 구속했다. 로런스의 친구 듀웨인 브룩 등은 목격자로 나서 자신이 지켜본 광경을 전했다. 범인들이 “뭐야? 깜둥아.”라고 조롱하며 칼로 로런스를 두 차례 찔렀다는 등의 구체적 증언이 뒤따랐다. 하지만 붙잡힌 용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풀려났다. ●백인 용의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묻힐 뻔했던 ‘그날 밤의 진실’은 부모의 끈질긴 추적과 성난 여론 덕에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아버지 네빌과 어머니 도린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돕슨과 노리스 등 피의자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997년 신문 1면에 용의자 5명의 이름을 실명으로 적은 뒤 “만약 당신들이 무죄라면 우리를 고소하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 논란이 들끓자 영국 정부는 1997년 맥퍼슨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과 수사 과정을 전면 재조사했다. 조사를 이끈 윌리엄 맥퍼슨은 “경찰이 제도적 인종차별에 빠져 수사상 기본적 임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발표했다. 또 법의학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증거들을 찾았다. 돕슨의 재킷에 묻은 미세한 혈흔에서는 로런스의 DNA가 검출됐고 노리스의 바지에서는 로런스의 머리카락을 찾았다. 증거물로 압수한 두 피의자의 옷가지에서 로런스가 입었던 옷의 섬유도 검출했다. ●1993년 인종차별논란 들끓자 재조사 로런스의 희생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졌고 의회는 경찰 등 모든 공공기관이 어떤 인종이든 공평히 대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로런스의 죽음을 목격했던 친구 브룩은 평결 이후 트위터에 “정의가 아주 조금은 실현됐다.”는 글을 올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신한류의 중심, 나는 장근석(KBS2 일요일 밤 10시 35분) 일본, 중국을 넘어 아시아를 매료시킨 한류스타 장근석.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배우지만, 한류스타로서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한류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배우, 청춘스타에서 한류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일본에서의 성공비결 등 스물다섯 청년 장근석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본다. ●2011 KBS감동대상(KBS1 토요일 밤 10시) ‘광개토태왕’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탤런트 김정화와 조우종 아나운서, 그리고 엄지인 아나운서가 감동대상의 MC로 나섰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과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감동의 주인공들을 만나 본다. 더불어 그들이 꿈꾸는 2012년의 희망메시지는 뭔지 함께 들어 본다.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창식은 뺑소니 범인이 백인호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자은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창식은 결국 복자에게 이사 가자는 얘기를 한다. 복자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하는데…. 한편 태희는 가족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공표한다. 그렇게 태희와 자은은 쑥스럽고 떨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 ●2011 MBC 가요대제전 1, 2부(MBC 토요일 밤 9시 50분)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가요계 축제의 장이 열린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 포미닛, 애프터 스쿨, 투피엠, 백청강, 비스트, 소녀시대, 김범수, 아이유, 원더걸스, 동방신기 등의 가수들이 출연해 2011년 마지막 밤을 장식한다. ●인삼로드 1부(OBS 일요일 밤 6시 45분) 근대 이전의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동남아시아, 아라비아, 유럽에 이르기까지 고려 인삼을 통한 경제교역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고려인삼이 전해졌던 무역로의 현대적 의미도 정립해 본다. 또 인삼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세계로 뻗어나간 인삼로드를 발굴·복원한다. ●SBS 스페셜 만사소통 1부(SBS 일요일 밤 11시 10분) 어느 광고 문구처럼,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한국인이 바라는 이상적인 소통방식은 ‘이심전심’이다. 하지만 ‘이심전심’을 바라는 우리의 현실은 ‘동상이몽’일 때가 많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해를 낳고,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게 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지역, 버뮤다 삼각지대. 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한편 1915년, 쿠바 세계 권투 헤비급챔피언 타이틀전.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 채 맞기만 하는 선수가 있었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 김승현 첫 친정 나들이 웃었다

    김승현 첫 친정 나들이 웃었다

    빨간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시절을 보낸 김승현(33)이 20일 파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찾았다. 김승현과 김동욱을 주고받는 트레이드 후 지난달 4일 삼성과 오리온스가 만났지만, 당시는 김승현이 몸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벤치만 지켰다. 김승현이 프로데뷔 후 10년 만에 ‘적’으로 오리온스를 찾은 것. 경기장도 대구에서 고양으로 바뀌었고, 함께 뛰었던 선수도 별로 없는 어린 팀이지만 김승현의 ‘친정팀 첫 나들이’란 자체에 관심이 쏠렸다. 김승현에게 오리온스란 ‘애증’이다. 2001~02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을 석권하며 오리온스를 챔피언에 올려놨고 이후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이후 허리 부상, 이면계약과 법정소송, 임의탈퇴 후 복귀까지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단, 첫 친정팀 방문에 마냥 즐길 여유는 없었다. 경기 전까지 삼성과 오리온스는 나란히 순위표 맨 밑(5승22패)에 자리잡고 있었다. 향후 꼴찌탈출에 분수령이 될 ‘단두대 매치’인 셈. 3쿼터까지는 삼성이 7점(63-56)을 앞섰다. 그러나 4쿼터 초반 전정규의 연속 5점과 김동욱의 3점포가 터지면서 경기종료 7분 57초를 남기고 오리온스가 64-63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 시소게임. 경기종료 2분 25초 전 이시준의 3점포와 이어진 김승현의 슈팅을 합쳐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결국, 삼성이 오리온스를 87-80으로 꺾었다. 삼성은 9위(6승22패), 오리온스는 10위(5승23패)가 됐다. 김승현은 11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승현 때문에 떠밀리듯 오리온스로 이적한 김동욱은 팀 최다득점(19점 9어시스트 6리바운드)을 올렸지만, 승리를 이끌기엔 부족했다. 전주에서는 LG가 KCC를 89-80으로 물리쳤다. 4연승. 애론 헤인즈가 28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앞장섰고, 변현수(18점·3점슛 3개)·백인선(17점)·문태영(16점)이 골고루 터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영국 인종차별 ‘막말녀’ 이어 ‘하이킥녀’ 등장

    영국 인종차별 ‘막말녀’ 이어 ‘하이킥녀’ 등장

    최근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인종차별적 욕설을 하는 ‘막말녀’ 동영상이 영국사회에 분노를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하이킥녀’도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유튜브에 게재된 이 동영상은 1분 13초 분량으로 런던 버스에서 한 백인 여성이 흑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갖은 욕설을 하던 중 하이킥을 날리다 넘어지는 장면을 담고있다. 이 영상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금발의 한 여성은 런던 시내의 버스 안에서 한 남성에게 인종 차별적 욕설을 한다. 여성은 “네가 흑인인지 카리브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난 위대한 백인” 이라며 “너는 누구냐?” 라고 소리지른다. 이에 남성이 “나는 영국 사람” 이라며 역시 거칠게 응수하자 여성은 “네가 누군지 어떻게 아느냐. 내가 영국사람” 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한다. 이어 여성은 분노한 듯 남성에게 발길질을 날리다 균형을 잃고 그만 바닥에 넘어진다. 결국 남성과 여성은 격렬한 몸싸움을 시작했고 승객들의 요청으로 버스는 멈췄으며 여성은 버스 밖으로 쫓겨났다. 이 영상은 지난 7월 승객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으로 최근 ‘막말녀’ 사건의 영향으로 뒤늦게 올라온 것으로 보이며 현지 경찰 측도 이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말 남부 런던 트램(노면 전차)안에서 인종 차별적 막발을 퍼부은 여성은 지난 5일 체포됐으며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리차드 기어도 사로잡은 ‘사찰음식’, 도심에서 만나다

    리차드 기어도 사로잡은 ‘사찰음식’, 도심에서 만나다

    12월 6일 방영된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서는 사찰음식의 대가 대안 스님이 출연해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사찰음식에 반했던 사실을 전했다. 또한 리차드 기어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사찰음식이라고 꼽을 만큼, 사찰음식과 불교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처럼 세계 속에서 불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백인 스님으로 유명한 현각스님,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 등 세계 저명 인사들이 하나 둘 불교 신자라는 것을 밝히며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불교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수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불교는 생활 전반에서 생명존중사상을 실천한다. 이는 불교의 식생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스님들의 식사법을 일컫는 발우공양은 음식물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적인 식사법이자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으로 불교의 문화, 한국의 문화로 알려졌다. 사찰음식은 채식식단의 대표주자로 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웰빙 및 로하스적인 식생활로 다이어트식, 육식을 벗어나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특히 생선류, 육류,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양파)를 비롯하여 인공조미료, 합성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식단으로 차려지는 사찰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식단 그 자체다. 무치고 찌고 굽는 요리법은 채소의 담백한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주며 본연의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동물성 기름을 배제한 저지방, 저염, 저당을 추구하는 사찰음식은 건강에 좋은 웰빙식단으로 손색이 없다. 채식주의자들에게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사찰음식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권하고 있다. 단, 불교라는 종교적 색깔 때문에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종교의 색채를 덜어내고 식사로서의 사찰음식을 정갈한 코스요리로 내놓는 사찰요리전문점에서는 편안하고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 중 도심에서 사찰요리를 접할 수 있는 명동 사찰요리 전문 레스토랑 ‘고상’은 연잎밥, 곤드레밥, 인삼두유, 각종 나물류 등 전통 사찰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정숙한 분위기로 조찬회의, 상견례 장소로도 적합하며 특히 외국인 바이어나 채식주의자를 접대하는 장소로도 좋다. 육류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을 그대로 담은 정갈한 음식을 선보이는 명동 이색맛집 ‘고상’의 송수미 대표는 “사찰요리는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조미료에 길든 입맛을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다국적 체인점 KFC가 중국에서 제품의 판매가격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기로 하였다. 중국의 급성장과 도시화로 지역별로 점포 임대료 등 영업환경의 차이가 커짐에 따라, 지역조건에 맞춰 가격을 차별화하기로 정하였다고 한다. KFC는 대도시 중심부나 공항 매장은 제품 가격이 비싸겠지만 소도시나 농촌 지역 점포의 제품 가격은 저렴해진다고 강조하는 반면, KFC가 편법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피셔프라이스사의 ‘인형의 집’ 장난감을 인형의 피부색에 따라 차별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백인 가족 인형을 사려면 흑인 인형보다 50%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이런 가격차별 정책은 가격차별의 정당성 여부 이전에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하였다. 흑인 인형을 싼값에 책정한 것은 명백한 흑인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쇼핑몰이 백인 소비자를 더 착취하는 셈이니 오히려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해외명품업체들이 같은 명품브랜드라도 미국·유럽 등지에서의 판매가격과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가격차별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이론적으로 명품에 붙는 관세가 줄어들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인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국내 판매가 차이가 20% 정도인 ‘덤터기’ 가격을 책정하였다는 것이다. 양쪽 주장을 들어보면, 애초에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을 정하기는 그야말로 애매하다. 가격차별은 시장이 분할되고 수요자가 분할된 시장 간의 이동이 어려울 때, 주로 독점공급자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분할시장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량도 높이고 소비자 잉여도 최대로 흡수하고자 하는 경영전략이다. 가격차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독과점 지위에 있는 기업이 이러한 수단을 통해 경쟁 사업자의 경쟁능력을 저하시키거나 소비자 잉여의 흡수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여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궁극적으로 헌법과 법률 질서의 근간인 평등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차별은 주로 다량구매할인이나 2부가격설정과 같이 공급조건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여, 단일 가격에서는 구매할 수 없었던 낮은 수량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다. 반면, 공급자가 수요의 가격탄력성 등 수요조건에 기초하여 가격을 차별,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소비자들이 높은 소비자들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때 위법성이 발생할 수 있다. 가격차별이 사회적 총 잉여를 증가시킬지 감소시킬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독과점기업의 이윤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가격차별행위의 적법성을 따질 때, 경쟁사업자 간 수평적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수평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이 수직적 경쟁제한에 미치는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건설업계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인한 경영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잔여 부동산을 종전의 분양가보다 20~30% 정도 낮은 금액으로 할인하여 분양하거나, 같은 분양시점에서도 미계약분을 기획부동산업자 등에게 다량구매를 조건으로 현격히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할인 전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크며, 할인 후 가격탄력성이 높은 소비자들은 투기적 수요자이거나 부동산사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할인가로 분양되어 기획부동산 등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임대시장에서도 낮은 임대료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여 수직적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격차별은 도처에 존재한다. 단순히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며 기업의 공급조건 변화로 판단하기에는 이중삼중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좋은 가격차별과 나쁜 가격차별을 구분하는 애매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엘 클라시코 전술 리뷰] 바르사는 예측 불허 카멜레온

    [엘 클라시코 전술 리뷰] 바르사는 예측 불허 카멜레온

    엘 클라시코 전술 배틀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났다. 바르사는 11일 새벽(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2012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상대전적에서 앞선 바르사는 한 경기를 덜 치른 레알을 체지고 리그 1위 탈환에 성공했다. 경기 후 레알 측은 한 목소리로 “운이 없었다.”고 자평했지만 이날 엘 클라시코 더비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변화에 얼마만큼 능동적으로 대처 했는가.”였다. 엘 클라시코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실점을 한 바르사는 경기 도중 과감한 전술 변화를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그것이 실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면, 레알의 전술은 너무도 예측 가능했다. ▲ “승리하고 싶었던” 무리뉴의 선택 유럽 언론 대다수는 무리뉴 감독이 홈에서 바르사를 상대로 트리보테(알론소, 라스, 케디라/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가동)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레알은 지난 달 발렌시아 원정(3-2 승)에서 트리보테 시스템을 가동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리뉴는 레알의 기본 포메이션인 4-2-3-1을 선택했다. 케디라 대신 메수트 외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사비 알론소와 라스 디아라가 홀딩 역할을 맡았다. 아마도 무리뉴 감독은 홈에서 ‘진짜’ 승리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근 레알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라 판단한 것이다. 무리뉴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전반 초반까지는 말이다. 시작과 동시에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결국 22초 만에 카림 벤제마의 선제골이 터졌다. 크리스타아누 호날두가 결정적인 찬스를 공중으로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2-0까지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고 레알은 바르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 과르디올라의 시작은 4-3-3 모두들 레알 만큼이나 바르사의 전술을 궁금해 했다. “4-3-3을 사용할까? 아니면 3-4-3으로 변화를 줄까?” 이 물음에 대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대답은 “4-3-3”이었다. 그렇다. 분명 바르사의 시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4-3-3 포메이션이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바르사의 시스템은 조금씩 달라졌다. 사실 바르사의 시작을 4-3-3이라고 확실히 말하기도 어렵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좌측에, 알렉시스 산체스가 중앙에(한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가 우측에 위치했지만 이니에스타의 경우 윙포워드 보다는 측면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메시까지 후방으로 자주 내려오며 바르사의 포메이션은 4-4-1-1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바르사는 전반 15분쯤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다. 우측 풀백인 다니엘 알베스가 미드필더 지역까지 올라갔고 카를레스 푸욜이 알베스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센터백으로 내려와 헤라르드 피케와 호흡을 맞췄다. ▲ “4-4-1-1? 3-4-3?” 카멜레온 바르사 바르사의 수비수 피케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본래 스리백으로 레알을 상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리백으로 전환하기까지 1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바르사의 전술 변화는 스리백 기반의 3-4-3임을 인정했다.(*아마도 레알의 초반 압박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3-4-3으로 시작할 경우 더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르사의 실제 움직임은 스리백을 가장한 포백 같았다. ‘멀티맨’ 부스케츠 때문이다. 분명 바르사는 수비시에 부스케츠가 후방으로 내려오며 포백을 형성했다. ‘푸욜-피케-부스케츠-아비달’ 순으로 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바르사가 볼을 소유할 때는 부스케츠가 다시 전진하며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후반에는 파브레가스가 수비적인 임무를 맡으며 3-4-3보다는 4-4-1-1(메시가 처진 위치의 ‘1’을 수행하는)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처럼 이날 바르사의 모습은 한 가지를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4-3-3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3-4-3으로 변화했고 이는 4-4-1-1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과르디올라의 바르사는 축구 역사상 스리백과 포백을 가장 자연스럽게 오가는 팀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생명의 窓] 누비이불의 미학/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누비이불의 미학/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자연세계에 ‘회색’이라는 색깔이 있다. 이 색깔을 두고 사람들은 묻는다. “이것은 흑인가, 백인가?”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것은 흑이야!”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것은 백이야!” 하지만 자연의 실재(實在)는 외친다. “아니야, 나는 ‘회색’이야. 회색이라고!” 비극은 사람들에게 있다. 아무도 그 색깔을 ‘회색’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데 우리 시대의 아픔이 있다. 자연의 세계는 다채로움의 향연이다. 색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오만 가지 색채가 각각 자기 색깔을 뽐내는 가운데 이 모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렇거늘, 유독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흑과 백만 존재하는 듯이 경색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회색만 입장이 난처한 것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로 대표되는 색의 스펙트럼 전체가 그 풍요로움을 잃고 흑백의 냉혹하고도 초라한 체제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요즈음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각변동을 넘어 아예 새판짜기 수준이다. 정치 패러다임이 바뀔 형국이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다.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다. 차제에 대혁신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흑백논리가 아니라 스펙트럼 논리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그리하여 각계각층의 견해와 이권을 최대공약수로 담아낼 수 있는 정당문화가 새롭게 기반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끼여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장차 통일을 이뤄 이 양국의 무등을 타고 세계를 호령할 날이 오리라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있다. 그 대전제가 정치발전이며 다채로운 국민 저력의 소통과 융합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너무도 크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뿐인데, 1990년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한 제시 잭슨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접하게 되었다. 순간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밀려 왔다. “나의 경쟁자 듀카키스의 양친은 의사와 교사였고 나의 부모는 하인이요 미용사였으며 경비원이었습니다. 듀카키스는 법률을, 나는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종교와 인종의 차이, 경험과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의 진수는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듀카키스의 부친은 이민선을 타고, 나의 선조는 노예선을 타고 미국에 왔습니다. 우리들의 앞 세대가 무슨 배를 타고 미국에 왔든지 간에 그와 나는 지금 같은 배를 함께 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 가지 실, 한 가지 색깔, 한 가지 천으로 만든 이불이 아니라 누비이불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년시절 어머니께선 털 헝겊, 실크, 방수천, 부대자루 등 그저 구두나 간신히 닦아낼 수 있는 조각천들을 모으셨습니다. 어머니는 힘찬 손놀림과 튼튼한 끈으로 조각천들을 꿰매어 훌륭한 누비이불을 만드셨습니다. 그것은 힘과 아름다움과 교양을 상징합니다. 이제 우리도 이른바 ‘누비이불’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근 20년이 지난 오늘의 미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희망사항을 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신선한 영감을 주는 발상이었다. 거의 완벽한 짜임새와 철학으로 우리에게 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의 ‘차이’를 뽐내고 있다. 이는 ‘경험’과 ‘관점’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우리의 소명은 그것들로 ‘누비이불’을 만드는 것이다. 누비이불은 ‘힘’과 ‘아름다움’과 ‘교양’의 상징이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말에 공감이 간다. 누비이불은 ‘힘’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들이 연합하여 시너지를 분출하는 대자연의 다이내믹이다. 누비이불은 ‘아름다움’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들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예술의 극치다. 누비이불은 ‘교양’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는 관용의 발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다름들’이 미결의 과제로 턱하니 태산처럼 가로막고 있다. 이 다름들을 꿰매어 누비이불로 만들 줄 아는 정치공학은 언제 우리 것이 될 것인지가 자못 기대되는 것이다.
  • 관리·매뉴얼 무시… ‘도심 고속철’ 안전의식은 완행

    관리·매뉴얼 무시… ‘도심 고속철’ 안전의식은 완행

    심야에 운행 중인 열차가 선로에서 보수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들이받아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0시 31분쯤 공항철도(서울역~인천국제공항) 인천 방면 마지막 열차(3157호)가 계양역에서 1.3㎞ 떨어진 선로 위에서 동결 방지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을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리를 다쳤다. 사고 지점에서 10~20m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던 다른 근로자 2명은 참화를 면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코레일공항철도 협력업체인 코레일테크 소속 계약직 선로 보수원들로, 지난 7일부터 선로 동결을 예방하기 위해 선로 아래에 배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날이 마지막 작업 일이었다. 기관사 김모(39)씨는 경찰에서 “80여m 전방에서 허리를 숙이고 작업하던 인부들을 발견하고는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열차가 서지 못해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80㎞로 달리던 열차가 급제동을 하더라도 200m가량은 전진한다는 것이 공항철도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선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막차가 종착역인 검암역에 도착하고 난 뒤인 0시 50분 이후인데, 근로자들이 작업을 빨리 진행하려고 0시 25분쯤 선로에 들어갔다.”고 사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본래 근로자들은 0시 50분부터 오전 4시까지 작업을 하도록 승인받았다. 코레일공항철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작업을 승인받은 뒤에 관제실에 보고하고 선로에 들어가는데 이들이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피한 근로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선로 동결 방지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미리 선로에 들어갔다.”면서 “작업에 열중하느라 열차 시간을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열차는 인천국제공항 방면 막차로, 서울역을 0시에 출발해야 하지만 이날은 승객 편의를 위해 5분 늦은 0시 5분에 서울역을 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는 코레일공항철도가 위험 지역인 선로에서의 작업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의 문제점은 ▲8명의 근로자가 예정 시간보다 25분이나 일찍 작업 중이었는데도 회사 측이 알지 못했고 ▲작업 관리자나 책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선로 출입 열쇠를 모든 작업자가 지니고 있었고 ▲작업자들이 형광작업복조차 입지 않고 작업했을 정도로 관리가 소홀했던 점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열쇠를 한 사람이 단독으로 관리하지 않고 모두 가지고 다니며 선로에 진출입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생존 근로자들과 코레일공항철도 직원 등을 불러 조사를 마친 뒤 공항철도 측에 안전 관리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김학준·한상봉기자 kimhj@seoul.co.kr ■사망 ▲백인기(55) ▲이화춘(59) ▲정승일(43) ▲추성태(55) ▲정덕선(53)
  • 버지니아텍서 또…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8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교 경찰관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졌다. 사건은 이날 정오 직후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소재한 학교 캠퍼스 내에서 발생했다. CNN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공대 교내 매코머스홀 인근 주차장에서 대학 경찰관이 한 차량을 검문하는 순간 검문과 관련이 없는 남성이 다가와 이 경찰관에게 총격을 가했다. 범인은 이후 인근 주차장으로 달아났다. 학생들의 신고로 출동한 다른 대학 경찰관이 범인이 달아난 주차장에서 수상한 용의자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경찰관이 현장에 접근했을 때는 총상을 입고 숨진 한 백인 남성만 발견됐다. 미 언론은 이 남성 주변에서 총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일단 이 남성이 범인이며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 직후 학교 측은 “모든 사람은 실내에 머물고 외부 문을 잠그는 한편 창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트위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학교 캠퍼스는 사건 직후 완전 폐쇄됐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등 관련 기관 요원들이 대거 출동해 범인 추적 작업을 벌였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4시간 남짓 만에 비상경계령을 해제했다. 버지니아공대는 2007년 한국계 학생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당시 33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던 곳이다. 버지니아공대는 2007년 총격 사건 당시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학생들에게 경보를 제때 발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만 5000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하버드大 입학 위해 亞 출신 숨겨야 했다”

    래냐 옴스테드는 타이완 출신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인종적으로 그녀는 반은 백인, 반은 타이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하버드대 입학지원서에 자신을 ‘백인’이라고 썼다. 어머니가 “입학심사 과정에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성적대로면 아시아계 점령” 위기 미국 명문대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이 평균적으로 높은 아시아계의 과다한 입학을 제한하자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학지원서의 ‘인종’란을 공란으로 비워 두거나 백인(부모 중 한 명이 백인일 경우)이라고 기입하는 ‘전략’으로 차별을 피해 합격을 꾀하고 있다고 A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他인종보다 SAT 50점이상 높아야 교육열이 남다른 아시아계는 다른 인종에 비해 평균 SAT 점수가 높다. 때문에 SAT 점수로만 뽑으면 미 명문대가 아시아계로 뒤덮일 것이라는 시각까지 있다. 실제 입학지원 시 인종을 묻지 않는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에서는 입학생의 3분의1이 아시아계다. UC버클리대는 인종 명시를 금지한 법률 시행 이전엔 아시아계가 20%였으나 지금은 40%를 넘는다. 이렇게 되자 대다수 명문대에서는 내부적으로 아시아계 입학생의 몫을 정해 놓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른 인종 합격자에 비해 SAT 점수가 높은 아시아계 학생이 불합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토머스 이스펀셰이드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가 1997년 이후 명문대 입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1600점 만점(논술 제외)에 아시아계는 합격선이 평균 1550점인 데 비해 백인은 1210점, 흑인은 1100점이었다. 스티븐 흐수 오리건주립대 물리학 교수는 “입학 전형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통계가 있다.”면서 “학교기금 모금자들이 ‘캠퍼스에 아시아계가 넘쳐나면 졸업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인종’란을 공백으로” 한때 예일대 입학 전형에 참여했던 카라 밀러 현 메사추세츠주립대 교수는 “아시아계는 다른 인종에 비해 SAT 점수가 50~100점 더 높아야만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학이 SAT 점수대로 뽑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사회봉사활동 등 입학 심사 항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일대에는 연간 1300명이 입학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가 자신을 아시아계라고 밝히고 있다. 15%는 2개 이상의 인종을 기입하고 10%는 ‘인종’란을 공란으로 비워 놓는데, 이들 중 상당수도 ‘아시안 핏줄’로 추정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타이거 JK, LA타임즈 1면 장식…”한국의 거대 래퍼가 왔다”

    타이거 JK, LA타임즈 1면 장식…”한국의 거대 래퍼가 왔다”

    지난 2일, 미국 LA에서 타이거 JK와 윤미래 등 정글 엔터테인먼트가 이끄는 ‘M-Live by CJ 정글콘서트 in LA’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가운데, LA 최대 유력 매체인 ‘LA타임즈’가 한국의 래퍼인 타이거 JK의 일대기를 1면으로 상세히 다루며 한국 힙합의 미국 진출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LA타임즈는 현지 시간으로 12월 2일자 신문 1면에 “한국의 거대 래퍼 타이거 JK가 이끄는 ‘정글 레이블’이 미국 관객들을 사로잡으려 LA로 향하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의 출생부터 음악배경, 한국에서의 활동 내역 등을 두 면에 걸쳐 게재했다. LA에서 보낸 유년시절, 백인과 흑인 친구들 사이에서 겪은 문화적 차이를 힙합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던 그의 음악 일대기는 물론, 한국에 진출해 거둔 성공과 아내이자 래퍼 윤미래와의 가족사 등도 자세히 소개됐다. 윤미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한국의 제이 지(Jay-Z)와 비욘세 커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타이거 JK가 이끈 ‘M-Live by CJ 정글콘서트 in LA’는 LA의 유서깊은 공연장이자 랜드마크로 통하는 ‘윌턴’(Wiltern)에서 개최돼 현지에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CJ E&M 측은 “지난 5년 간 지속해 온 해외 공연을 통해 극장 측과 쌓은 협업 관계가 유효했다.”면서 “현지 매체와의 긴밀한 접촉 및 안정적인 마케팅, 장소 및 물류 협찬 등 LA에 거점을 둔 CJ 인프라의 다방면에 걸친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공연 개최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M-Live by CJ 정글콘서트 in LA’는 K-POP의 안정된 성장과 업계 상생을 목표로 기획된 CJ E&M 글로벌 콘서트 M-Live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타이거 JK를 비롯해 윤미래, 리쌍, 정인, BIZZY로 구성된 정글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힙합 레이블 최초로 해외 합동 공연을 성사시켰다. 사진=CJ E&M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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