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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지난 10년은 ‘모순의 시대’

    미국의 지난 10년은 ‘모순의 시대’

    미국 언론들 2010년대 자국 평가에 부정적경제와 군사력은 증대, 사회는 실질적 쇠퇴폴리티코, 백인우월주의 부활·사생활의 종언WP “미국민, 세계 안정에 드는 비용에 지쳐”복스 “반월가시위로 부자 보는 시각 달라져” ‘백인우월주의·양극화·포퓰리즘·사회분열·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학교총기난사….’ 2010년대가 저무는 가운데 미국 언론들이 자국의 지난 10년을 정의한 문구다. 인종·남녀·빈부 등 사회계층의 분열은 심화됐고, 미국의 세계적 지위는 흔들렸다. 경제 상황과 군사력은 회복됐는데 실질적으로 사회는 쇠퇴한 소위 ‘모순의 시대’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100년 후 역사책에 2010년대를 어떻게 기술할지’를 23명의 역사학자에게 물었다. 마르샤 샤틀랭 조지타운대 미국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능숙하게 인종 분열을 부추기고, 분열된 언론 지형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겼다. 미국인들은 (허위 사실 유포 등) SNS를 통한 인종차별주의자의 급진화를 두려워한다”며 백인우월주의가 다시 힘을 얻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테러 위협으로 용인된 개인정보 수집이 SNS·인공지능(AI) 비서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사생활이 사라진 시대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보건 혁신 및 맞춤형 서비스를 무기로 빅데이터가 부지불식간에 사생활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 정치, 언론, 학계를 이끌던 엘리트들이 무역 갈등, 이민 행렬, 기존 질서 붕괴 등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고, 이에 한편으로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시민들의 반발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26일 흐트러짐·나눔·불안·불협화음·쇠퇴 등의 단어로 2010년대를 정의했다. SNS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 나눔(공유)의 장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했지만 정치인 등이 뿌리는 허위 정보의 온상이 되면서 외려 사회계층을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은 “역사학자들이 지난 10년에 대해 미국인들이 세계 질서를 만드는 데 피로감을 느낀 시기였다고 기술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많은 미국인이 세계의 안정을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은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겠지만 세계를 ‘지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2011년 일어난 반(反)월가 시위가 비도덕적 방법으로 차지한 부유함에 대한 저항을 일깨워 줬다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만들어 줬지만 음악인들의 수입을 줄였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공격받는 현상도 언급했다. 또 지난해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이 거의 30건에 육박해 2012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검은 산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검은 산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리는 산타클로스는 흰 수염 만큼이나 흰 피부를 가진 백인이다. 황색이나 검은색 피부를 가진 산타가 등장하는 콘텐츠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사는 비비안 워커(48) 역시 7년 전인 41살 때까지 단 한 번도 ‘검은 산타’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봤을 뿐, 그 어떤 크리스마스 행사에 가도 그저 ‘하얀 산타’만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아들이 ‘흑인 산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 역시 흑인 산타를 직접 조우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는 7년 전 난생 처음으로 검은 산타를 만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왕복 8시간 되는 거리를 오갔다. 오로지 검은 산타를 만나기 위한 긴 여정이었고, 이후 그녀의 삶이 달라졌다. 워커는 2016년부터 ‘블랙 산타 디렉토리’라는 이름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약 1900명의 회원이 있으며, 이들은 산타가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게만 존재하는 이벤트라는 사실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워커와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지한 우즈 박사는 “우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때부터 인종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흑인 산타를 만나는 일 등은) 아이들의 긍정적인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커에 따르면 현재 뉴햄프셔와 메인, 알래스카 등 미국 내 10개 주에서는 검은 산타가 주최하는 공개 행사가 전무하다. 그러나 올 한 해에만 약 300개의 행사 주최 측이 그녀가 이끄는 ‘블랙 산타 디렉토리’를 통해 검은 산타를 초청했다. 워커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산타가 있다. 인종과 관계없이 흑인이나 아시안, 라틴 산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길 권장한다”면서 “블랙 산타도 산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성탄 이틀 전 은행 턴 흰수염 강도 돈 뿌리며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 이틀 전 은행 턴 흰수염 강도 돈 뿌리며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 이틀 전 은행을 턴 강도가 돈을 허공에 흩뿌리며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흰 수염을 기른 나이 지긋한 백인 남성이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점심 무렵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아카데미 은행 앞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행인들을 향해 돈 세례를 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목격자 디온 파스칼레는 콜로라도 11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은행을 털고 나오더니 그가 온 사방에 돈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돈을 꺼내 던지기 시작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더라”고 말했다. 덥수룩한 이 용의자는 근처 스타벅스 커피점을 기웃거리더니 들어가 앉아 체포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축제처럼 즐거운 반응을 보였던 행인들은 돈을 주워 모아 은행에 돌려줬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경찰은 용의자의 이름이 데이비드 웨인 올리버(65)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은행 창구 직원에게 옷 안에 총을 숨기고 있다고 위협해 돈을 챙겨 은행을 걸어나와 이같은 짓을 벌였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돈이 강탈됐고 회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올리버는 1만 달러 보석과 함께 엘파소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성탄 다음날 첫 재판에 출두하게 된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비판 복음파 잡지 편집자 잇따라 물러나 든든한 ‘뒷배’ 균열?

    트럼프 비판 복음파 잡지 편집자 잇따라 물러나 든든한 ‘뒷배’ 균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로 여겨지는 복음주의 교단을 대표하는 잡지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천 포스트’의 냅 나스워스 정치부문 편집자가 회사를 떠난 데는 교단 지도자들의 일치된 트럼프 지지가 작용했다고 영국 BBC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나스워스는 23일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어려운 결정에 내몰렸다”며 “발행인이 스스로를 팀 트럼프의 일원으로 만드는 논조를 채택했다. 이런 논조로는 잡지 편집을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퇴사의 변을 밝혔다. 정치 부문 에디터로 10년 가까운 경력의 그는 트위터 해시태그로 #트럼프는 안돼(Never Trump)를 사용했다.BBC가 게티 이미지스 사진을 쓴 것이 눈길을 끈다. 여러 종파 지도자들로부터 성탄 축원을 받는 장면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으로 기용한 것이 복음주의 신도들의 표를 그러모으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말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또하나의 복음주의 대표 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의 마크 갈리 편집장은 사설 가운데 “대통령은 정적 중 한 명을 괴롭히고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국 지도자를 강압하는 데 정치적 권력을 사용하려 시도했다”며 “이는 헌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심각하게 부도덕하다는 것”이라고 밝히며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퇴직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진 갈리는 대놓고 트럼프가 대통령의 품위 기준을 떨어뜨리고 여성들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시인했다고 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잘못된 표현과 거짓, 비방의 연속이라며 도덕적으로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의 완벽한 예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많은 복음주의자에게 ‘당신이 누구이고 누구를 섬기는지 기억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저명한 복음주의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56년 발간한 잡지로, 이 매체에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집권당인 공화당의 근간이자 스스로 ‘미국의 주인’임을 자부하는 세력으로, 미국의 개척과 번영을 이룬 ‘미국 정신’의 원류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지난 3월 조사 때 78%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무역 장벽 강화, 동성애와 낙태 반대, 반 이슬람 행보를 보인 것은 이들을 의식한 행동이란 해석을 낳았다. 그런데 나스워스와 갈리의 트럼프 탄핵 주장은 트럼프의 뒷배에도 상당한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를 가져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복음파들이 당장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신도 가운데 3분의 2는 공화, 3분의 1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민주당 역시 낙태권 때문에 분열돼 있어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첫판서 탈락해도 7200만원… ‘돈 잔치’ 총성 울린 호주오픈

    첫판서 탈락해도 7200만원… ‘돈 잔치’ 총성 울린 호주오픈

    탄생 초기엔 백인 상류층만의 ‘귀족 운동’이었던 골프와 테니스는 그 밖에도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개인 스포츠인 데다 선수들이 각 대회마다 걸린 상금을 챙기는 ‘투어’ 형식으로 열린다는 점도 같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함께 참가하는 ‘오픈대회’가 있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상금의 분배 방식도 비슷하다. 총상금은 출전 선수들에게 차등 분배되는데, 비율은 보통 20%를 성적이 가장 좋은 1위 혹은 우승자가 가져가고 2위부터는 차등 분배된다. 막연한 선입견과는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테니스 대회는 골프 대회보다 상금이 훨씬 더 많다. 4대 메이저 종목으로 얘기를 옮기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지난 6월 제118회 US오픈 골프 챔피언십에 걸린 총상금은 1250만 달러(약 145억 5000만원)였다. 이에 견줘 올해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마지막으로 열린 US오픈 테니스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약 4.6배 늘어난 5723만 달러(약 667억원)이다. 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올해 가장 상금이 많았던 US오픈 총상금이 2010년의 750만 달러(약 87억원)보다 불과 1.6배 증가한 1250만 달러(약 146억원)였던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테니스 메이저대회 상금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지 않았다. 2010년 US오픈 상금은 2362만 달러로, 우리 돈 약 275억원이었다. 10년 새 2.5배 가까이 늘었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호주오픈 등 나머지 대회들도 거의 같은 비율로 총상금이 늘어났다. 역사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던 나라들이 개최하는 데다 100년 이상씩의 대회 역사를 다투는 만큼 자존심 경쟁이 심하다. 또 골프에 견줘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수도 훨씬 많고 따라서 중계권료도 비싸다. 올해 호주오픈에는 대회 기간인 2주일 동안 연인원 11만여명이 대회장인 멜버른 파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는 이가 많으면 돈이 두둑한 후원사가 몰리기 마련. 이 대회에는 롤렉스 시계와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16개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해 대회의 덩치를 키웠다. 후원사의 입장에서 보면 테니스 메이저대회는 남자부, 여자부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는 이점도 있다. 테니스 메이저대회의 총상금 경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역시 총성은 첫 메이저대회 주자인 호주오픈 측에서 먼저 울렸다. 내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이 대회 조직위원회는 24일 “2020년 대회 총상금은 7100만 호주달러(약 570억원)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대회보다 13.6%가 오른 규모”라고 발표했다. 남녀 단식 우승자는 똑같이 412만 호주달러(약 33억 2000만원)를 가져간다.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해도 우리 돈 7200만원에 해당하는 9만 호주달러를 챙길 수 있다. 설령 예선 1회전에서 패하더라도 2만 호주달러(약 1600만원)를 만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먹튀 방지법’도 생겨났다. 2017년 11월 4대 메이저대회 조직위원회의 모임인 ‘그랜드슬램보드’는 이른바 ‘50-50’ 규정을 신설했다. 1회전 시작 전 기권하면 상금의 50%만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대기 순번 ‘러키 루저’에게 준다는 규정이다. 불성실한 경기로 1회전 기권을 선언하고 상금만 챙겨 가는 ‘꼼수’를 막겠다는 고육책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수괴 사망에도 굴하지 않는 IS

    수괴 사망에도 굴하지 않는 IS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주 큰일이 방금 일어났다!”고 적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 소식이었다.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이 미군 작전으로 사망한 뒤로도 9·11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알바그다디의 사망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IS는 곧바로 아부 이브라힘 알 하셰미 알쿠라이시를 공식 후계자로 발표했고, 서방 국가들은 이들의 보복 테러에 대비해 경계수위를 높였다. 유엔전문가그룹은 리비아가 IS의 새로운 근거지가 되고 있다며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 IS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에는 영국 런던브리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연관됐던 인물이 대낮에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반사회적 테러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지만, 정작 희생자의 가족들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보복이 아닌 갱생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호소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반(反)서구 테러리즘의 반대편에서는 지난 3월 뉴질랜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 사건 등 반이슬람·극우주의 세력의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글로벌테러리즘인덱스(GTI)에 따르면 서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에서 3년 연속 극우 테러리즘이 증가해 2018년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52% 증가했고, 올해는 9월 말 현재 7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GTI는 지난 4년간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등 테러리즘 자체의 강도는 약해지는 추세지만, 2018년 기준으로 71개국에서 최소 1명 이상이 테러로 사망하는 등 테러 발생 국가는 오히려 늘어나며 테러리즘이 여전히 확산·증가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화마당] 사랑의 조건/송정림 드라마 작가

    [문화마당] 사랑의 조건/송정림 드라마 작가

    배우 연운경 선생님 초대로 연극을 보기 위해 서울 대학로로 향했다. 혜화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뺨에 무언가가 와 닿았다. 첫눈이었다. 첫눈의 응원을 받으며 친구들을 만나, 제목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깊은 사유를 던져 준 연극이었다. 연극의 제목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말처럼 행복한 고백이 또 있을까. 사랑은, 마음에 품고만 있으면 상대의 마음에 가서 닿지 못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바람 부는 세상에서 털옷처럼 따뜻하고, 피곤한 몸을 감싸는 하얀 홑이불처럼 부드럽다. 강풀이 지은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의 주인공들은 젊지 않다. 네 명 모두 노인이다. 성격 까칠하고 입담 거친 우유 배달부 김만석 할아버지는 새벽 배달 길에 파지 줍는 할머니 송씨와 마주친다.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사람 모두를 깨우며 우유 배달을 다니는 괴팍한 김만석 할아버지와 이름도 없이 칠십 평생을 ‘송씨’로 불리며 살아온 송이뿐 할머니. 그들은 서로 걱정하고 생각하는 사이가 된다. 김만석 할아버지는 골목길 모퉁이 어디쯤에서 불쑥 나타나 송씨 할머니에게 우유 한 통을 건네곤 한다. 그리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송씨의 리어카를 잡아 주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시작한다. 이웃집에는 장군봉 할아버지 내외가 살고 있다. 주차장 관리인인 장군봉 할아버지의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다. 그는 아내가 길을 잃을 것이 두려워 밖에서 대문을 잠그고 다닌다. 자주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자식들 대신 아내를 돌보며 하루하루 지내던 장군봉 할아버지는 아내가 위암 말기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아내를 혼자 저 하늘로 보낼 수가 없다. 아내 없이 살아갈 자신도 없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마지막 길을 걸어간다. 마지막 길을 애틋하게 동행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길을 차마 볼 수 없는 사랑도 있다. 송이뿐 할머니는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 김만석 할아버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어렵게 찾아온 행복을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이 갈라 놓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란 고백을 평생 처음 들었던 순간의 행복을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난 후 친구들과 막걸리 집으로 가서 창밖의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사랑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름답고 젊고 잘나가는 시절에 같이 있어 주는 것은 쉽다. 쉬운 것은 사랑이 아니다. 단지 매혹일 뿐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젊음은 사라지고 주름살이 늘어가고 어느 날 갑자기 병이 찾아온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질병의 그림자. 그것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온다. 그러면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사람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사랑, 아주 작은 구름에도 흐려지는 사랑, 거짓은 아닐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일은, 억겁의 인연을 통과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그 인연을, 그 사랑을 보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은, 함께 고통과 아픔의 세월을 넘어서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아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수없이 말하고 수없이 알아듣는 무언의 고백인지도 모른다. 사랑에도 조건과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 줄 수 있는 마음이다. 아플 때, 어둠 속에 있을 때, 나락에 빠져 있을 때 그의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함께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이 사랑이다. 비로소 그가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왔을 때 환한 꽃다발을 안겨 줄 줄 아는 그 마음이 사랑이다.
  • 美 유명 MC 제이 레노, 반려견 사진보고 “한식당 메뉴” 막말 파문

    美 유명 MC 제이 레노, 반려견 사진보고 “한식당 메뉴” 막말 파문

    지난 9월 시각장애와 자폐를 가진 한인 3세 코디 리(22)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은 미국 NBC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이하 AGT) 시즌 14 녹화 현장에서 NBC 진행자 제이 레노가 한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미국 대중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4월 AGT 녹화에 참여한 레노가 해당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인 사이먼 코웰의 사진을 두고 도를 넘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NBC 유명 프로그램 ’투나잇쇼‘를 이끌었던 간판 MC 레노는 이날 녹화에서 복도에 전시된 코웰의 사진 속 반려견들을 놓고 “한식당 메뉴 같다”라는 막말을 내뱉었다.현장에는 사이먼 코웰을 비롯해 코미디언 하위 맨델, 전 미식축구 선수이자 영화배우인 테리 크루즈, 영화배우 가브리엘 유니온과 줄리안 허프 등 다른 심사위원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극소수지만 아시아계 스태프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레노는 말을 가려 하지 않았다. 아시아계 스태프들은 레노가 아시아인을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인종으로 보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배우 가브리엘 유니온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유니온은 제작진에게 레노의 농담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NBC 인사부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연히 레노의 발언은 인사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다. 다만 8월 6일 방송분에서 레노의 해당 발언은 편집됐다. 제이 레노에 반기 든 여배우 가브리엘 유니온 돌연 하차 하지만 5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모든 방송분이 나간 이후 NBC 측은 갑작스레 프로그램에서 가브리엘 유니온을 하차시켰다. ’버라이어티‘ 측은 NBC가 유니온의 잇단 문제 제기를 불편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니온은 레노의 개고기 발언 외에 오디션 참가자들의 인종차별적 무대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참가자 중 한 백인 남성이 손을 흑인처럼 칠하고 나와 특유의 흑인 말투를 따라 하며 가수 비욘세를 흉내 냈을 때도 제작진에게 무대를 중단시키고 참가자 명단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니온의 인종차별 지적에도 AGT 측은 무대를 강행시켰다.유니온과 또 다른 여성 심사위원이었던 줄리안 허프에 대한 청중들의 외모 지적도 문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청중들은 여배우들에게 머리카락 색깔과 화장법, 의상 등 신체 및 외모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유니온은 “머리카락 색깔이 너무 검다”라는 매우 구체적인 비판을 최소 6번 이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온이 레노의 개고기 발언을 비판하고, 인종차별 및 성차별적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하차당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NBC 측은 “호스트는 순환 출연이 일반적이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상시적 교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의 보도 이튿날 가브리엘의 남편이자 농구선수인 드웨인 웨이드는 “아내가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는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내 아내가 우리 공동체와 문화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의혹을 증폭시켰다.아시아계 단체, NBC 측에 제이 레노 퇴출 촉구 논란이 일자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미디어 행동 네트워크(The Media Action Network for Asian American, MANAA)는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제이 레노를 NBC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NBC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해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남발한 제이 레노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라고 촉구했다. MANAA 가이 아오키 회장은 “10년이 넘는 기간 MANAA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미국 언론 연합’(APAMC) 회원들이 NBC 경영진과 만나 레노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레노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상습범이었다. 아시아인의 개고기 식용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레노는 2002년에도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을 모욕했다. 당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올림픽 주관 방송사였던 NBC에서 ‘투나잇쇼’를 진행한 그는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 및 편파 판정 논란을 두고 노골적으로 오노 편을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한국인 차가 나를 못 가게 하겠다는 듯 안으로 끼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오늘 올림픽에서도 일어났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한국 선수의 반칙에도 불구하고 오노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고속도로에서도 똑같이 ‘꺼져’라는 말로 한국인 차를 쫓아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또 “그 한국인(김동성)은 화가 났을 텐데,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찬 다음 아예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조롱했다. 한편 논란이 된 AGT(아메리카 갓 탤런트)측은 지난해 시즌 13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을 초대해 오프닝 축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수납원이 총리 되는 멋진 나라” 최연소 총리의 품위 넘친 ‘한 방’

    “수납원이 총리 되는 멋진 나라” 최연소 총리의 품위 넘친 ‘한 방’

    “수납원 출신이 총리가 되는 핀란드가 자랑스럽다.” 정치적 힐난에 이보다 멋지게, 품위있게 ‘한방’을 먹일 수 있을까? 세계의 현역 총리 가운데 최연소인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를 이웃 나라 에스토니아의 70대 내무장관이 ‘여점원’(sales girl)이라고 조롱했다가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했다. 발트해 건너 핀란드를 마주 보는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 마르트 헬메(70)는 마린 총리와 연립정부를 꾸린 정당의 지도자 등 넷이 모두 35세 이하 여성인 점을 들어 직무능력에 의문을 표했다. 극우성향인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EKRE)의 당수인 헬메는 15일 당 라디오 토크쇼에 나와 “이제 우리는 한 젊은 여점원이 총리가 되고 다른 거리의 활동가들과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이 내각에 합류한 걸 본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스스로 불우한 여건에서 자랐다고 말해왔다. 싱글맘 밑에서 성장했는데 사실은 동성 부부였다는 말이 있다. 가족 중에 최초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현금 수납원으로 일해 돈을 모아 공부를 했고,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헬메 장관의 모욕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트위터에 “난 핀란드를 엄청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여기선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공부해서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이룰 수 있다. 가게의 현금 수납원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같은 여성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해 사과하려는 자신의 뜻을 마린 총리 내각에 전해 달라고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는 블루칼라 노동자(육체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난 모든 종업원, 상인, 기업가들이 하는 일을 매우 존중한다”고 덧붙였다.에스토니아 야당은 16일 헬메 장관이 핀란드 지도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총리가 장관 해임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문화와 언어에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지만 2008년 러시아와 옛 그루지야(지금은 조지아)를 놓고 핀란드 대통령이 에스토니아 대통령에게 ‘옛 소련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헬메 장관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자신은 “열심히 노력하면 낮은 사회적 신분에도 정치권의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들고 싶었는데 일부가 오해를 했다고 둘러댔다.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은 총선에서 17.8%를 득표해 연립정부 안에 들어갔는데 “순혈 에스토니아인”을 보호하겠다고 표방할 정도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낸다.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아들 마르틴과 함께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뒤집은 백인 우월주의 손가락 제스처를 따라 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러 볼쇼이 극장 “흑인 무용수 쓰라”는 비판에도 “140년 이상 해왔는데 뭘”

    러 볼쇼이 극장 “흑인 무용수 쓰라”는 비판에도 “140년 이상 해왔는데 뭘”

    러시아 볼쇼이 극장이 미국의 흑인 발레리노로부터 거센 비판을 들었는데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 검정색 분장을 한 백인 무용수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2015년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첫 여자 수석 무용수로 임명돼 새 역사를 쓴 미스티 코플랜드는 지난주 이 극장이 ‘라 바야데르’ 작품을 기획하면서 인종차별적인 무용수 기용 때문에 두 백인 무용수가 온몸을 검정색으로 칠한 채 리허설에 임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녀는 나중에 트위터에다 “발레계에서 아주 민감한 주제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을 얘기하라고 하지 않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많은 유명 발레 극단들이 유색인종 무용수를 기용하지 않고 대신 검정얼굴을 분장하게 하는 일들을 강행하는 사실은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연 기획에 참가한 적이 없었던 코플랜드는 14세 러시아 무용수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수많은 욕설 댓글이 달리는 바람에 삭제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을 다시 올렸다. 그러자 6만 4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고 수많은 응원의 글이 쏟아졌다.그러나 블라디미르 우린 볼쇼이 극장장은 현지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레극 ‘라 바야데르’는 러시아와 해외에서 수천 번이나 같은 식으로 공연해왔다. 볼쇼이 극장은 이런 식의 논란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딱잘라 말했다고 영국 BBC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발레 무용수들과 전문가들도 이 나라의 흑인 무용수 숫자가 워낙 적어 검정색 분장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린 극장장은 “이런 종류의 심각한 중상이 이뤄지는 것을 보는 일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누구도 우리에게 불만을 제기한 적도 없고 이렇게 바라본 적도 없었다. 이건 존경심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꾸짖었다. 러시아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카로바 역시 모스크바 24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대목에서 이상한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보통 일이다. 이런 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희가극적 비극이다. 187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볼쇼이 극장에서 처음 공연됐을 때부터 검정 분장을 한 무용수들을 기용해왔다. 코플랜드는 늘 발레계의 다양성 부족과 인종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미국 안에서 목소리를 높여 온 인물이다.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발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신동 취급을 받았는데 발레를 시작한 지 여덟달 만에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클라라 역을 연기할 정도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시론] 미국 정치의 풍경과 한반도의 온도/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시론] 미국 정치의 풍경과 한반도의 온도/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미국 정치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탄핵의 시간이 가고 선거의 시간이 온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부결되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정사상 어느 때보다 정당 내 이념 동질성이 높고 정당 간 정책 이질성이 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치는 유권자의 당파 정렬을 촉진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공론을 거의 정확히 양분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유권자 비율이 약 48%이고 반대하는 비율이 약 46%로 나타난다. 정당 및 유권자의 양극화 속에서 2019년 성탄절을 전후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대통령 탄핵 시계가 한 바퀴 돌고 나면, 2020년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1월 3일 투표일까지 미국 정치는 온통 대통령 선거의 색깔로 물들 것이다. 누항(陋巷)의 공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탄핵 위기와 재선 필요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협상에 속도를 내고 성과를 올릴 유인이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가상 대결 결과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 포인트 격차를 허용하며 패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보면 여론의 불리함을 뒤집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분석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대선에서는 전국 단위에서 측정한 여론조사 결과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대선은 주 단위로 할당한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도록 짜여 있고, 상당한 수의 주는 이미 민주당이 우세한 ‘블루주’이거나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주’로 분류돼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렵지 않다. 결국 미국 대선의 향방은 민주당 텃밭주도 공화당 텃밭주도 아닌 이른바 ‘퍼플주’ 혹은 ‘격전(激戰)주’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것이 상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쟁취했던 격전주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으로는 1988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던 위스콘신주와 1992년 이후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패배하지 않았던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2004년을 제외하고 1988년부터 한 번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했던 아이오와주 등이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전통적 민주당 텃밭주인 네 곳에서 예상에 반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결과다. 네 곳의 민주당 텃밭주는 공교롭게도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 및 탈산업화의 충격으로 쇠퇴를 거듭한 미국 중서부 및 대서양 연안지역인 이른바 ‘러스트벨트’와 정확하게 중첩된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공화당 지지로 돌아섬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격전주에서의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전국 단위 결과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7% 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4% 포인트, 아이오와주에서 4% 포인트로 각각 바이든 후보를 따돌리고 승기를 잡고 있었고 위스콘신주에서만 바이든 후보에게 1%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뒤처져 있을 뿐이었다. 요컨대 러스트벨트 격전주 세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게 크게 앞서 있고, 한 곳에서는 치열하게 경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의 민심 지도와 러스트벨트 격전주의 여론 판세 가운데 2020년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신호’는 후자에 숨겨져 있다. 러스트벨트 격전주의 민심 풍향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양보해 북미 협상의 교착을 돌파하려는 유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중론에 따르면 이들의 민심을 움직인 중요 쟁점은 경기 회복을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성적이지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한 외교 치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력 수위를 높여 지지세력의 결집 효과를 노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긴장은 선거 악재보다는 호재에 가까운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2020년 외교적 교착 혹은 군사적 대치 속에서 한반도의 온도가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 [시론] 미국 정치의 풍경과 한반도의 온도/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시론] 미국 정치의 풍경과 한반도의 온도/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미국 정치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탄핵의 시간이 가고 선거의 시간이 온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부결되는 데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정사의 그 어느 때보다 정당 내 이념 동질성이 높고 정당 간 정책 이질성이 큰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대치는 유권자의 당파 정렬을 촉진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공론을 거의 정확히 양분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약 48%이고 반대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약 46%로 나타난다. 정당 및 유권자의 가파른 양극화 속에서 2019년 성탄절을 전후해 그렇게 예정된 수순에 따라 대통령 탄핵 시계가 한 바퀴 돌고 나면, 2020년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1월 3일 투표일까지 미국 정치는 온통 대통령 선거의 색깔로 물들 것이다. 누항(陋巷)의 공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탄핵 위기와 재선 필요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협상에 속도를 내고 성과를 올릴 유인이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가상대결 결과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 포인트 격차를 허용하며 패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미국 유권자 민심을 살펴보면, 여론의 불리함을 뒤집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분석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대선에서는 전국 단위에서 측정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대선은 주 단위로 할당한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도록 짜여 있고, 상당한 수의 주는 이미 민주당이 우세한 ‘블루주’이거나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주’로 분류돼 선거 결과의 예측이 어렵지 않다. 결국 미국 대선의 향방은 민주당 텃밭주도 공화당 텃밭주도 아닌 이른바 ‘퍼플주’ 혹은 ‘격전(激戰)주’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것이 상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쟁취했던 격전주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으로는 1988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던 위스콘신주와 1992년 이후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패배하지 않았던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그리고 2004년을 제외하고 1988년부터 한 번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했던 아이오와주 등이 있다.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전통적 민주당 텃밭주인 네 곳에서 다수의 예상에 반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결과이다. 이 네 곳의 전통적 민주당 텃밭주는 공교롭게도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 및 탈산업화의 충격으로 쇠퇴를 거듭한 미국 중서부 및 대서양 연안지역인 이른바 ‘러스트벨트’와 정확하게 중첩된다. 저학력 백인노동자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공화당 지지로 돌아섬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격전주에서의 가상대결 결과를 살펴보면 전국 단위의 결과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7% 포인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4% 포인트, 아이오와주에서 4% 포인트로 각각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여유 있게 승기를 잡고 있었고 위스콘신주에서만 바이든 후보에게 1%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뒤처져 있을 뿐이었다. 요컨대 러스트벨트 격전주 세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앞서 있고, 한 곳에서는 치열하게 경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의 민심 지도와 러스트벨트 격전주의 여론 판세 가운데 2020년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신호’는 후자 속에 숨겨져 있다. 러스트벨트 격전주의 민심 풍향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양보해 북미 협상의 교착을 돌파하려는 유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과 같은 도발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력 수위를 높여 지지세력의 결집 효과를 노릴 것이다. 2020년 외교적 교착 혹은 군사적 대치 속에서 한반도의 온도가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 美육사-해사 생도들 짜기라도 한 듯 백인우월주의 손가락 사인

    美육사-해사 생도들 짜기라도 한 듯 백인우월주의 손가락 사인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풋볼 경기에 참가한 생도들이 “화이트 파워”를 의미하는 듯한 손 제스처를 취해 군 당국이 경위를 조사한다고 AP 통신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웨스트포인트와 해사 생도들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링컨 파이낸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풋볼 경기를 응원했다. ESPN 리포터 리스 데이비스가 경기 시작 전 생도들 틈바구니에 들어와 리포트하는 중 웨스트포인트의 한 생도가 이런 손가락 제스처를 취했다. 그 뒤 뒤쪽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른 생도가 검정색 장갑을 낀 채 이런 손가락 모양을 취했다. 그 뒤에도 적어도 두 차례 더 이런 손가락 사인이 나왔는데 한 번은 데이비스의 머리 바로 위에서였다고 허핑턴 포스트는 전했다. 해사 생도들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모습들은 곧바로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다. 두 학교 간부들은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두 학 교 학생들이 미리 짜고 이런 행동을 벌였는지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특히 이날 경기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찾아 생도 대표들을 앞에 앉혀두고 경기를 지켜봤으며 생도들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뉴욕에 있는 웨스트포인트 대변인 크리스 오파르트 중령은 “그들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의 알라나 가라스 대령은 “우리는 알고 있으며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WSJ의 코멘트 요청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이 손가락 사인은 “OK”라고 할 때의 손가락 모양을 뒤집은 것인데 명예실추 반대 연맹(ADL)은 애매모호할 수 있어 극단주의자들이 최근 들어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해안경비대의 한 요원이 텔레비전 생중계되는 가운데 이런 손가락 모양을 취했다가 견책 징계를 당했다. 물론 생도들이 이런 백인 우월주의 시각을 드러낸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는 데 흥분하고 개탄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생도들이 “서클 게임”을 한 것이라고 편을 들었다. 놀이에 참가한 이들이 허리 아래에서 이런 손가락 동작을 취하는데 누군가 이를 보면 어깨를 한방 먹이는 놀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새 규제 내놓는 유튜브 ‘표현의 자유 VS 적절한 통제’

    새 규제 내놓는 유튜브 ‘표현의 자유 VS 적절한 통제’

    유튜브가 협박, 인신공격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한다. 한 언론인이 보수 유튜버로부터 인종차별 및 동성애 혐오에 시달렸지만, 유튜브가 해당 영상을 내리지 않아 물의를 빚은 지 6개월 만이다. ‘표현의 자유’와 ‘적절한 통제’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들은 11일(현지시간) 유튜브가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 등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모욕하는 영상은 삭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은연중이고 암시적인 위협’도 포함된다. 영상 뿐 아니라 댓글도 규제 대상이다. 괴롭힘 방지 규정의 선을 반복적으로 넘으면 수익 활동을 정지당할 수 있다. 새 기준은 소급 적용 돼 이를 어긴 과거 영상이나 댓글들도 삭제된다. 하지만 해당 게시자가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 이슬람 혐오 등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난다는 비판이 나오자 유튜브는 지난 6월 수천개의 채널을 삭제한 바 있다. 하지만 3개월 뒤인 9월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는 수십개의 우월주의자, 극단주의자의 채널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극우 논객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븐 크라우더의 유튜브 동영상도 논란이 됐다. 400만 독자를 보유한 크라우더는 인터넷 매체 복스의 비디오 프로듀서로서 동성애자이자 쿠바인인 카를로스 마자를 “화난 꼬마 게이”라며 비하했다. 이에 유튜브는 크라우더의 영상을 조사했지만 혐오발언으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난이 이어지자 유튜브는 크라우더의 영상에 대해 혐오발언으로 보고 해당 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보수 유튜버에게 유독 노락딱지가 붙는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란딱지는 유튜브 약관에 위배된 콘텐츠에 붙이는 노란색 달러 아이콘으로, 이게 붙으면 광고로 창출되는 수익이 적어지거나 없어진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튜브 노란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며 유튜브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초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광고주의 뜻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며 1차 선별은 AI(인공지능)가, 2차는 구글 직원이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보수 유튜버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초등학생의 꿈 1위가 유튜버 크리에이터일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과 도덕적 통제 사이에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블랙 퀸’ 시대 활짝…美 미인대회 모두 휩쓴 흑인 여성들

    ‘블랙 퀸’ 시대 활짝…美 미인대회 모두 휩쓴 흑인 여성들

    미국 미인대회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났다. 8일(현지시간)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 조지비니 툰지(26)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스 USA, 미스 틴 USA, 미스 아메리카에 이어 미스 유니버스까지 미국 주요 미인대회 왕관이 모두 흑인 여성에게 돌아갔다. 지난 5월 미스 USA에 등극한 첼시 크리스트(28)와 4월 미스 틴 USA에 선정된 칼리그 개리스(18), 지난해 9월 미스 아메리카에 뽑힌 니아 프랭클린(25) 모두 흑인이었다. 미스 유니버스까지 4개 대회가 같은 시즌 나란히 흑인 우승자를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7년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자넬 페니 컴미송이 미스 유니버스 사상 최초의 흑인 우승자가 된 이후로는 42년 만의 일이다.성폭력 예방 활동가인 툰지는 “허물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경계들이 계속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피부색, 나와 같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는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이런 흐름은 오늘로써 끝내야 할 때”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신을 보며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툰지의 우승은 결코 개인의 승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선 3개 대회 우승자들과 함께 미국 미인대회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블랙 퀸’ 시대의 막을 열었기 때문이다.미국 미인대회에서 역사가 가장 긴 미스 아메리카는 1921년 창설 당시 ‘백인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따라 흑인 여성의 출전이 제한됐다. 1970년 출전 제한이 풀렸지만 첫 흑인 우승자가 나오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스 아메리카는 1983년에야 비로소 첫 흑인 우승자 바네사 윌리엄스를 배출했다. 1952년부터 치러진 미스 USA에서는 1990년에야 첫 흑인 우승자 캐롤 앤-마리 기스트가 나왔으며, 같은 해 시작된 미스 유니버스는 1977년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자넬 페니 컴미송이라는 여성을 최초의 흑인 우승자로 지명했다. 1983년부터 시작된 미스 틴 USA의 첫 흑인 우승자는 1991년 당선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자넬 비숍이었다.이처럼 오랜 기간 백인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의 미인대회에서 흑인 여성의 비중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달라진 미의 기준과 흑인 여성의 위상을 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흑인 여성의 잇따른 선전이 미국인들의 미적 기준이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으로 얼룩진 과거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올해 미스 틴 USA 우승자인 자넬 비숍은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손질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했지만,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블랙 걸 매직’(#BlackGirlMagic) 운동 등 SNS를 중심으로 흑인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블랙 걸 매직이라는 해시태그는 2013년 6월 카숀 톰슨이라는 흑인 여성이 의류 사업을 하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흑인 여성의 곱슬곱슬한 머리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의미로 쓰던 태그는 점차 흑인 여성의 미적 아름다움과 힘, 업적을 바로 보자는 의미의 운동으로 전개됐다. 이런 움직임에는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도 힘을 싣고 있다. 오바마 여사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4개 미인대회를 휩쓴 흑인 여성들의 소식을 전하며 블랙 걸 매직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다.흑인 여성의 미인대회 진출과 함께 미인대회의 다양성 확보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유니버스조직위원회는 2012년부터 트랜스젠더 여성의 대회 참가를 허용했으며, 미스 아메리카는 지난해부터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미스 블랙 아메리카’ 출신 애슐리 엔카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인대회 우승자 중 아시아 여성, 플러스 사이즈 여성은 없다”면서 “여전히 유럽인 중심의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꼬집었다. 오랫동안 미인대회를 연구해온 힐러리 레비 프리드먼 브라운대학교 초빙교수 역시 “대회의 다양성은 아직 많은 집단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미스 유니버스 2019’ 남아공 대표 우승…美 미인대회 흑인 싹쓸이

    ‘미스 유니버스 2019’ 남아공 대표 우승…美 미인대회 흑인 싹쓸이

    2019 미스 유니버스의 영예는 미스 남아공에게 돌아갔다. CNN 등은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타일러 페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2019 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로 참가한 조지비니 툰지(26)가 전 세계 90여 명의 참가자를 물리치고 왕관을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툰지는 1978년 마가렛 가디너, 2017년 데미레이 넬 피터스에 이어 남아공이 배출한 세 번째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다. 가디너와 넬 피터스 모두 백인이었던 관계로, 남아공 출신 흑인으로서는 툰지가 최초 우승자다. 이로써 미스USA와 미스 아메리카, 미스 틴 USA에 이어 미스 유니버스까지 올해 미국에서 벌어진 대회의 최고 미인 자리가 모두 흑인 여성에게 돌아갔다.툰지는 미스 멕시코, 미스 푸에르토리코와 함께 톱3 후보에 올라 경쟁을 펼쳤다. 이후 멕시코의 소피아 아라곤이 3위로 결정되고 푸에르토리코의 매디슨 앤더슨과 함께 발표를 기다리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훔치며 기뻐했다. 성폭력 예방 활동가인 툰지는 “허물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경계들이 계속 무너져내리고 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녀는 “나와 같은 피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들이 자신의 모습에 비추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한편 이번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 참가자가 눈길을 끌었다. 미스 미얀마 스웨 진 흐텟(21)은 자신이 미스 유니버스 최초의 동성애 참가자라고 밝힌 뒤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표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이연주 씨와 일본, 중국 대표 모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며, 9년 연속 준결승 진출국이자 지난해 우승자를 배출한 필리핀 역시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무대 공포증에 일반고 진학한 소녀, 미국 메이저 오페라 첫 여성 음악감독

    무대 공포증에 일반고 진학한 소녀, 미국 메이저 오페라 첫 여성 음악감독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칠 때 저는 항상 무대 공포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그만두고, 동시통역사를 꿈꾸며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했죠. 그런데 제가 피아노 치는 것을 보신 음악 선생님이 ‘무대 공포증이 있다면 작곡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신 게 오늘의 저를 만든 시작이 됐네요.”늘 이름 앞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지휘자 김은선(사진·39)의 대답치고는 다소 의아했다. 무대 위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꿈을 접었던 소녀가, 지금은 ‘백인·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도 늘 최고의 무대를 ‘여성 최초’로 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3대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가 그를 신임 음악감독으로 발표했을 때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동양 여성’의 사상 첫 미국 메이저 오페라단 음악감독 임명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SFO처럼 중요한 메이저 오페라단의 수장이 된 여성 지휘자는 김은선이 유일하다. 그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언론이 김은선의 ‘새 역사’를 앞다퉈 전하고 있을 때, 그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즌 마지막 공연을 지휘하고 있었다. 공연을 마친 그를 9일 이메일(e-mail)로 만났다. 김은선이 클래식 ‘금녀의 벽’을 처음 깬 건 2010년 스페인 무대다. 그는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Teatro Real)에서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랑스로 가는 여행’을 지휘했다. 1858년 이사벨 여왕 2세 때 창립한 이 극장에서 여성이 지휘봉을 잡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2년 만에 그가 이룬 성과다. 김은선은 유럽과 미국 클래식계에서 ‘동양 여성’인 자신을 향한 시선을 편견과 선입견보다는 ‘호기심’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첫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엔 호기심의 눈길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제가 한국에 있는데 어떤 서양사람이 와서 제게 한국 전통음악과 문화에 대하 설명한다고 하면 저도 비슷한 호기심 혹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더는 성별이나 인종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다. 함께하는 단원들과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하느냐’에만 집중하게 된다. 음악의 힘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2017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가진 미국 데뷔 무대는 가장 가슴 벅찬 공연으로 남아있다. 미국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하비’가 휴스턴을 할퀸 직후였다. 당시 허리케인 ‘하비’는 휴스턴에 최고 1520㎜의 물폭탄을 쏟아부으며 시가지 대부분을 삼켰고, 수십만명의 이재민을 냈다. 오페라 극장도 물에 잠겨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김은선과 오페라단은 시즌 개막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이 예정됐던 극장은 다른 건물의 공간을 빌려 간이무대를 설치했고, 지역 주민들은 수해 복구 중에도 무대를 찾아 잠시나마 수마에 젖은 현실을 잊었다. 김은선은 “‘오페라에 위로받고 감동 받아 다시 삶의 활력을 얻었다’, ‘취소하지 않고 공연을 진행해줘 고맙다’ 등의 반응을 받으면서 정말 기뻤고, 다시 한번 음악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느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미국 오페라에서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SFO 음악감독 취임은 그의 음악 여정에 있어 새로운 출발점이다. 쏟아지는 축하와 찬사에 잠시 취할 법도 하지만 그는 다음 작품 공부에 빠져 있다. 당장 2020년 1월부터 4월 사이 미국 시애틀과 샌디에이고, 오리건에서 교향곡 연주가 잡혀 있고 LA와 휴스턴에서 오페라 연주가 이어진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객원지휘자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들이 SFO 음악감독을 수행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지금 그의 바람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인임을 한번도 잊어본 적 없고, 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을 더 긍정적으로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겠지요.” 세계 무대에서도 ‘김은선’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여성’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극복 대상이 아닌 ‘음악가 김은선’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양분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해리스 고려할 수도” 발언에…美 대선 러닝메이트 벌써 관심

    “해리스 고려할 수도” 발언에…美 대선 러닝메이트 벌써 관심

    WP, ‘경선 포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로 극찬후보 약점 보완 효과...차후 ‘주연’될 수도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선 레이스에서 이탈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러닝메이트 후보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에서 유력한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후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의 위상이 과거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오피니언면에서 “해리스 의원은 거의 모든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적인 부통령 경쟁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해리스 의원이 ‘백인 남성’ 후보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흑인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칼럼은 해리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 1순위로 꼽으며 “정치적 능력과 카리스마, 지성, 미디어 능력 등에서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양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모두 호감도가 낮다보니 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당시 공화당에서 인디애나 주지사 마이크 펜스를 러닝메이트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트럼프 당시 후보가 “국정과 의회 경험이 있는 인물”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미 정치계 이단아인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부족한 정치 경험을 채워줄 수 있는 잔뼈 굵은 러닝메이트가 필요했고, 결국 펜스 당시 주지사가 낙점됐다. 당선과 동시에 탄핵 얘기가 나오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트러블 메이커’ 트럼프이지만, 내년 대선에서 이에 맞설 민주당의 후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초 유력주자였던 바이든 전 부통령도 레이스가 계속되자 곧바로 1위 자리를 위협받을 만큼 약점이 많은 후보로 평가됐다. 앨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트 시장 등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후보들도 언제든지 순위가 내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런 의원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부티지지 시장은 너무 젊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이때문에 미 정가에서는 대선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러닝메이트에 더욱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달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의회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번에는 이들과 같은 여성인 해리스 의원이 경선 포기와 함께 러닝메이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러닝메이트로서 해리스 의원을 극찬하는 경우는 바이든뿐만이 아니다. 부티지지 시장도 “러닝메이트 이름을 지금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해리스는 계속해서 이 나라에 위대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워런 의원은 최근 “러닝메이트가 (자신과 같은) 여성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해 정·부통령이 모두 여성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나아가 대선후보 옆에 선 ‘조연’이 차후 ‘주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러닝메이트를 더욱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젊은 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했던 ‘나이 든 백인’ 바이든은 부통령 경험을 바탕으로 유력 대선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셈이 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英최고의 문제적 작가 제이디 스미스 다문화에 대한 혐오의 최격전지 런던 경제적 성공 좇는 서로 다른 네 인종 브렉시트 전후 영국인의 고민 담아내 오늘의 런던을 읽는 두 가지 콘텐츠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제이디 스미스가 쓴 소설 ‘런던, NW’다.‘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 런던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난민, 아시아계 등이 집결해 아직도 혐오와 차별에 허덕이는 격전지다. 영국 문예지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 제이디 스미스가 그린 런던은? 다문화주의를 넘어 강고한 신자유주의로 넘어가는 복판에 있다. NW는 런던의 북서부 지역을 의미하는 우편 기호라고 한다. 이 소설은 NW의 저소득층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네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공통된 꿈을 좇는 모습을 추적한다. 리아, 내털리, 필릭스, 네이선은 런던 북서부의 저소득층 주택 단지 ‘콜드웰’에서 자랐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낭만적인 성격의 백인 리아 한월은 미래를 위해 쾌락을 보류하는 대신, 모든 시절의 유행을 마음껏 즐기며 성장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프랑스 출신의 흑인 미용사 미셸과 결혼했지만, 이들의 동상이몽은 점입가경이다. “프랑스에서라면 내가 아프리카인인지 알제리인인지 아무도 관심 없어.(중략) 거기에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여기서는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52쪽) 미셸은 호언장담하지만, 리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남편과 침대 위 쾌락에만 집중할 뿐 왜 사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도대체 어느 쪽이 앞인지에 대해서는 반문한다. 미셸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크고 좋은 집을 구하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책으로 배운 투자로 번번이 실패하는 한편, 리아는 몰래 피임약을 복용한다. 한편 4인방 중 유색인인 내털리는 보란 듯이 성공해 법정 변호사가 됐다. 리아가 마리화나에 빠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색인인 내털리는 도서관에서 독학해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내털리는 상류층 인사들이 가득한 자신의 파티에 리아 부부를 초대하고, 리아 부부는 파티에 섞이지 못한 채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화려한 저택과 든든한 인맥,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삶. 이 모든 것은 그간 열심히 노력한 내털리가 누려 마땅한 보상일까, 혹은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의 시작일까. 소설의 첫머리를 장식한 글귀 하나. ‘아담이 밭을 갈고 이브가 베를 짜던 시대에는 누가 귀족이었을까?’ 14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사상가이자 농민 반란 지도자인 존 볼의 말이다. 거의 ‘태초에 귀족이 있었다’ 수준이다.‘라스트 크리스마스’ 이후의 세계는 ‘런던, NW’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은, 어찌 보면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자신의 인종적 처지에 따라 내몰린 경향이 있고, 그 결과는 자식들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하게 부유하거나 고통스럽게 전진하기, 행복한 빈민이 되거나 불행한 귀족이 되거나. 브렉시트 전후의 영국 구성원들의 고민을 담은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북 리뷰’가 꼽은 최고의 책 10권, ‘월스트리트저널’과 ‘타임’이 뽑은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되었다. 본인 자신도 자메이카 이민자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디 스미스는 지금 현재 영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흑인女대통령 꿈 꾼 해리스, 흑인들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흑인女대통령 꿈 꾼 해리스, 흑인들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을 포기한 것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자금력 부족을 이유로 밝혔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 사회가 아직 흑인 여성 대통령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소위 ‘빅3’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럴 의향이 있다. (해리스 의원은) 언젠가 대통령, 부통령이 될 수 있고 대법관, 법무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해리스의) 포기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고 뒤섞인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일류 지식인이자 진짜 경쟁자였다”고 말했다. 해리스 의원이 지난 6월 1차 민주당 TV토론회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겪은 어린 시절의 차별을 언급하며 백인 남성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녹다운시켰던 것을 감안하면 그도 해리스 의원의 잠재력을 인정한 셈이다. 해리스 의원은 인도계 어머니, 자메이카계 아버지, 여성 정치인, 올곧은 검찰 등의 이미지로 세몰이를 했다. 흑인 여성 중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역임했고, 두 번째로 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검찰총장 시절 다국적 조직폭력단을 기소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율은 떨어졌다. 해리스 의원은 불출마 변으로 “난 억만장자가 아니다”라며 자력으로 선거 캠페인을 이끌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1차 TV토론회의 선전으로 하루 만에 약 200만 달러(약 24억원)의 후원금이 모이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저조했다는 것이다. 소위 ‘돈의 전쟁’으로 불리는 미국 대선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한 셈이다. 폴리티코는 이날 해리스 의원이 흑인 표심을 얻지 못한 것도 한계로 꼽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흑인 표가 집중됐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조차 부진했다는 것이다. 해당 주의 조니 코데로 민주당 블랙코커스(흑인의원모임) 의장은 “흑인 후보는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중요한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특히 일부 흑인 유권자는 흑인 여성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회적 수용성이 흑인 여성 대통령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편 해리스 의원은 이날 흑인 여자아이를 안고 ‘언젠가 대통령에 도전할 거니?”라고 묻는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번 경선 중단이 도전의 끝은 아님을 시사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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