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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억 유로 목표” 강경화, 코로나19 기금마련 화상회의

    “75억 유로 목표” 강경화, 코로나19 기금마련 화상회의

    5일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4일 개최된 ‘코로나19 글로벌 대응 국제 공약 화상회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진단제품을 개발해 적정 가격으로 폭넓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목표 모금은 75억 유로(약 10조 488억 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주도로 개최된 이 회의에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유럽국가 20여 개국을 포함한 40개 공여국, 국제연합(UN)·세계보건기구(WHO)·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참여했다. 강 장관은 국내 진단키트 생산 역량과 해외 수요 국가들에 대한 공급, 국내 기업·연구소의 백신·치료제 개발 노력, 화상 세미나 등을 통한 우리 방역 경험‧기술 공유, 국제 보건 기구 및 단체들에 대한 우리 기여 등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백신·치료제·진단과 관련 국제 보건 기구와 단체들에 해마다 5000만불을 기여 했다”며 “올해부터는 감염병혁신연합에 대한 기여를 시작하고 관련 보건 기구와 단체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렘데시비르의 목표 물질 확인, 코로나19 정복 앞당길까? (연구)

    렘데시비르의 목표 물질 확인, 코로나19 정복 앞당길까? (연구)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19 치료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약물은 본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실패한 렘데시비르(Remdisivir)다. 렘데시비르가 실제로 코로나 19 환자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에 대한 연구는 사실 이제 시작 단계다. 과학자들은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현재 테스트 중인 치료 약물의 작용 기전을 밝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과학원 산하의 SIMM(Shanghai Institute of Materia Medica) 연구소가 이끄는 중국 연구팀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약물이 SARS-CoV-2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기전을 연구했다. 렘데시비르가 동물 모델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집중한 것은 렘데시비르의 목표 물질인 RNA 의존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 약자 RdRp)다. 렘데시비르는 본래 범용 RNA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로 주사제로 투여하면 체내에서 활성 물질인 GS-441524로 대사된다. 이 물질은 아데노신(Adenosine)과 유사한 물질로 RNA 바이러스의 중합효소와 결합해 정상적인 바이러스 증식을 방해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RNA 의존 RNA 중합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증식을 억제한다. 연구팀은 저온 전자현미경 (Cryo-EM)을 통해 이 과정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46일만에 여러 개의 단백질 서브 유닛으로 구성된 RdRp 복합체의 3차원적 구조와 렘데시비르가 결합하는 과정을 확인하고 이를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사진 참조) 렘데시비르가 실제로 코로나 19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의 주요 목표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와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중합효소인 RdRp이다. 렘데시비르의 의의는 RdRp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다만 바이러스 증식을 일부 억제한다고 해도 환자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렘데시비르 단독 요법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만약 렘데시비르가 회복을 조금 빠르게 할 뿐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렘데시비르보다 더 효과적으로 RdRp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하거나 ACE2 수용체처럼 다른 목표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해 같이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작용 기전이 다른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동시에 사용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 19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코로나 19는 여전히 큰 위협이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인류는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美 6월에는 하루 3000명씩 죽는다는데도 경제 재개”

    “美 6월에는 하루 3000명씩 죽는다는데도 경제 재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국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다음달 1일쯤이면 하루 20만명과 3000명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하루 2만 5000명 안팎인 신규 확진자는 8배로 급증하고, 하루 1750명 안팎인 사망자는 거의 곱절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5대호 주변, 남부 캘리포니아, 남부 및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CDC는 전망했다. NYT는 “미국의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나빠진다고 예상하는데도 정작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완화하고 경제활동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차원의 공식 자료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저드 디어 부대변인은 “백악관 자료도 아니다. 코로나19 TF에 보고되거나 관계부처 간 분석을 거친 자료도 아니다”며 “해당 데이터는 TF 차원의 어떤 분석모델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은 연방정부 내 최고 보건·감염병 전문가들의 동의를 거친 과학적인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폭스뉴스와 가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더 치명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 10만명까지 사망자가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망자가 7만 5000명, 8만명부터 10만명 사이에 이를 것”이라며 “매우 끔찍한 일이다. 더 이상 한 사람도 더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이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한 가지 말하겠다. 우리는 옳은 일을 했고, 나는 정말 우리가 (미국인) 150만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학교와 대학이 올가을에는 수업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안전할 수 없다고 믿는다고 AP는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까지는 백신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백신 개발에 12∼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 내년 1월까지 수억개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고 일정을 앞당겨 제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5일 오전 8시 26분(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7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357만 8301명, 사망자는 25만 1059명인 가운데 미국은 117만 890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그 가운데 6만 8689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10만명 사망 예측이 아주 보수적으로 잡혔음은 물론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고3 등교하는 13일 전까지 안심방역체계 완비해야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등교수업이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6월 1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고 교육부가 어제 밝혔다. 두 달 반 만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한 만큼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자 교실의 책상 배치, 급식 시간, 등하교 시간 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앞서 그제 정부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들어선다고 공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45일 만인데, 오는 13일이면 고3학생부터이지만 학교로 돌아간다고 하니 일상의 복귀가 현실로 느껴질 정도다. 현장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공직자, 국민 모두의 노력과 협조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장병들의 휴가도 8일부터 정상적으로 시행한다. 정세균 총리가 그제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밝히며 “솔직히 방역을 책임지는 중대본부장으로서 두려운 마음이며 희망만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을 때 많은 국민이 공감했다. 코로나19의 치료제도 백신도 아직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단기간에 종식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제시한 개인방역 5대 기본수칙을 반드시 개개인이 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면 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라는 원칙이 지켜지려면 사회적으로 공고한 합의가 필요하다. 개근상이 가장 중요한 1970~80년대가 아니지만 관행상 병가를 쓸 때 눈치를 보다가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2m 이상 거리두기, 30초 손 씻기, 매일 2번 이상 환기와 주기적 소독 등은 지난 1월 20일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부터 지켜왔던 원칙인 만큼 어렵지 않게 지켜질 것으로 본다. 특히 지하철·버스에서 2m 거리두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법무부는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무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강제출국을 걱정해 음지로 숨어든다면 코로나 방역의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한 결정으로 늦었지만 환영한다. 싱가포르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병했었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특히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결정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방역의 작은 빈틈이라도 찾아 고3학생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방역을 완비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이호왕 박사와 ‘헬조선’/김미경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이호왕 박사와 ‘헬조선’/김미경 정책뉴스부장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을 취재·보도하는 정책뉴스부를 맡은 지 두 달도 안 돼 폭풍처럼 맞닥뜨린 코로나19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마스크도 필수품 1호가 됐다. 1월 20일 첫 확진환자 발생 후 한동안 급증하는 환자 수와 동선, 사망자 수 등을 체크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신천지발 대구·경북 집단감염 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2월 말 하루 신규 확진환자가 900명을 넘어서자 가슴이 철렁했다. 매일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몇 개 면씩 쏟아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하다 보니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떨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대 교수 친구가 응원차 찾아와 점심식사를 했다. 급한 마음에 백신·치료제 개발 등에 대해 캐물었다. 돌아온 답변이 흥미로웠다. “모든 게 의지 문제야. 세계 최초로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해 직접 진단법과 백신까지 만든 이호왕 박사님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 이호왕(92)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1976년 직접 한탄강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발견해 한탄바이러스로 명한 뒤 비슷한 바이러스를 묶어 한타바이러스라는 ‘속’이 생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어 한타박스라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에 44년 전 바이러스를 직접 발견하고 백신까지 만든 박사가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을 듣기 위해 서울신문은 이 명예교수를 직접 만났고 그의 인터뷰를 4월 초에 전했다. 이 명예교수는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정부와 의료계의 전폭적 지원과 관심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방역당국의 진단검사·역학조사·격리 등 적극적 조치와 의료진의 헌신적 치료,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의 효과로 하루 신규 확진환자는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우리나라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전 세계 국가들이 이제는 ‘K방역’을 부러워하며 노하우 전수 및 진단키트 수입 문의가 쇄도한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거리가 멀지 않은 한국을 ‘슈퍼바이러스’처럼 여기던 미국·유럽 등 외국 지인들은 요즘 두려움에 떨며 SNS를 통해 이렇게 털어놓는다. “우리는 식당도 슈퍼도 다 닫았다. 몇 달째 집에 갇혀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국이 부럽다.” “하루에 수백명씩 죽어나가는데 많이 안 아프면 병원이 포화상태이니 오지 말라고 한다. 확진 확인도 7~8일이나 걸린다.”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이 그렇게 잘 돼 있는지 몰랐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언제부터인가 일각에서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을 종종 듣는다.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말이라고 한다. 최근 열이 많이 나서 병원으로 옮겨져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한 지인은 7시간 만에 음성 판정을 받은 뒤 “헬조선에 살고 있다고 불평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모든 것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누구나 보건의료시스템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면 적어도 헬조선은 아니다. 헬조선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하는 면이 있다면 K방역 덕분에 디스카운트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우리 스스로가 헬조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국민의 집단면역이 생기지 않았고 백신·치료제 개발에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의료진의 노력을 바탕으로 제2·제3의 이호왕 박사와 같은 의지의 한국인이 나온다면 헬조선은 잊을 수 있으리라. chaplin7@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빛나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자 그 대가라도 치르듯 코로나19가 형체도 보이지 않는 귀신처럼 우리 삶을 잠식했다. 이 시대에도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어땠을까.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싸움이었다. 무수한 생명을 역병에 내주던 그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했다.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볼 수 있듯 초월적인 존재, 신령한 힘에 기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의 권능에 기대려면 역시 눈에 보이는 신이 필요했다.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이 대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면 형태를 갖춘 신이 믿고 의지하기에는 더 매력이 있었다.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미술의 힘이다. 치유와 역병 억제를 기원하며 만든 대표적 불교미술로 관음보살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한 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다른 손에 감로수가 들어 있는 정병을 들고 있는 양류관음은 가장 인기가 높았다. 불교경전에는 버들가지를 이용한 상세한 의식 설명이 있다. 치통이면 치통, 두통이면 두통, 구체적인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주문과 의식법을 서술할 정도이다. 양류관음을 만드는 전통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꽤 오래 지속됐다. 하라다 나오지로(原田直次?ㆍ1863~1899)의 ‘기룡관음’(騎龍觀音)도 그중 하나이다. 다만 전통 동양화가 아니라 유화라는 점이 다르다.진한 녹색의 용을 타고 선 관음보살은 왼손에 물병을,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세상을 굽어본다. 화면은 매우 단순하다. 중앙의 관음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흰옷을 입은 관음과 배경의 어두운 하늘을 대비시켰다. 시꺼먼 먹구름이 낀 하늘은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을 암시하며 관음보살은 혼탁한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뻗으러 내려온다. 이 주제는 최소한의 색과 명암 대비, 단조로운 구도에서 더욱 강조된다.얼핏 보면 꼭 하얀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처럼 보이는 관음이 지그시 속세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머리에 쓴 황금색 보관과 목걸이, 이마 한가운데 찍힌 붉은 점은 마리아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관음 발아래, 천하를 호령할 것같이 기세 좋은 용은 뜻밖에도 맑고 초롱한 눈동자를 지녔다. 순정하기 그지없다. 비스듬히 선 관음의 사실적인 자세와 옷의 묘사, 얼굴과 목, 손에 보이는 음영 처리는 전통적인 관음보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동양적인 주제를 서양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화가 하라다 나오지로는 독일로 그림 유학을 간 ‘최초기’ 일본 서양화가이다. 유럽의 종교화를 그리듯 일본 불화를 재해석한 ‘기룡관음’을 제3회 내국권업박람회에 출품했으나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이 그림처럼 최초기 일본 유화는 서양화법의 원근법과 음영묘사를 받아들이고 어두운 색조를 썼다. 메이지 시대 일본은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내세우며 서양 기독교에 대응하는 고급 정신이자 사상으로서의 불교를 강조했다. 19세기의 동도서기는 서양의 발달한 물질문명을 경원시하며 만든 말이었지만 21세기,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밝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이다.
  • “젊은이들, 코로나 이겨내 듯 어떤 일도 극복할 인재 될 것”

    “젊은이들, 코로나 이겨내 듯 어떤 일도 극복할 인재 될 것”

    미국 영화배우 톰 행크스(64)가 ‘코로나19’가 창궐한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화상 연설을 통해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3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행크스는 전날 미국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 연극무용영화학과 가상 졸업식에서 동영상으로 졸업생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행크스는 졸업생에게 교육 환경과 창의적 열망 등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며 축사의 첫마디를 꺼냈다. 그는 “기질과 교육, 규율, 꿈을 실현하려는 창의적 열망들, 이런 것들이 여러분 모두의 가슴속에 들어 있다. 이런 것들은 도전적 과제를 모두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여러분이 이런 다양한 소양을 통해 선택받았기 때문에 ‘선택된 사람’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들은 코로나19와 싸워 이긴 만큼 모두 성공했다”며 “치료를 잘 받거나 의심하지 않고 남들을 사랑함으로써 성공했고 선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행크스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교와 가정에서 배우고 경험한 모든 일들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당신들은 힘든 시간에 대단한 희생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경도 헤쳐 나왔다”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어떠한 사람들보다 앞날에 힘든 일이 닥쳐도 극복해 나갈 인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일을 축하하고, 당신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끝맺었다. 한편 행크스와 리타 윌슨 부부는 지난 3월 초 호주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회복했다. 이후 ‘코로나’(Corona)라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한 호주의 소년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혈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反백신 단체’까지 가세한 美 봉쇄 해제 시위

    ‘反백신 단체’까지 가세한 美 봉쇄 해제 시위

    미국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극단적으로 백신접종 자체를 꺼리는 ‘반(反)백신 운동 단체’가 가세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있었던 봉쇄 완화 요구 시위의 배후에 백신접종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프리덤 에인절스’가 있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백신 반대 단체 회원은 이곳뿐 아니라 뉴욕과 텍사스 등지의 시위에도 참여했다. 보수진영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권리를, 반백신 운동은 예방접종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지만 둘 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봉쇄 완화 시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나 보수주의를 주창하는 ‘티파티’ 단체 등이 주도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을 불신하는 단체가 시위에 가세하자 보건 전문가들은 감염 예방에 대한 시민들의 과학적 이해에 자칫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인체 주입’을 코로나19 치료법처럼 발언한 이후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던 것처럼 ‘안티 백신’ 운동이 또 다른 ‘코로나 인포데믹’(잘못된 정보)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홍역이 확산한 이유 중 하나로 백신에 대한 잘못된 불신으로 접종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백신 행동을 연구한 루팔리 리마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이들은 어떤 과학이 올바른지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자녀들의 접종 여부도 판단한다”면서 “향후 이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방해한다면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감염병 대응 인력 확충 법안 꼭 발의”

    “감염병 대응 인력 확충 법안 꼭 발의”

    “의료방역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소신 있게 일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민의당 최연숙(60) 당선자는 4일 인터뷰에서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최 당선자는 38년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사로 근무한 의료 전문가다.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일은 그가 어릴 적부터 꿈이자 평생을 바친 간호사를 잠시 내려놓고 국회에서 두 번째 꿈을 펼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절정이던 지난 3월 하루 수십 명씩 밀려드는 확진환자와 적응하기 힘든 낯선 환경은 베테랑인 그에게도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었다.●레벨D 방호복 입은 간호사 쓰러지기도 “모의훈련 때나 입어 봤던 레벨D 방호복과 고글을 실제로 착용하고 일하다 보니 환자를 돌보다 구토하는 경우도, 쓰러지는 간호사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또 다음 타임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진료실로 들어가야 했죠.”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최일선에 서게 된 최 당선자는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최 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면 감염병 대응 인력 확충과 지역 단위 거점병원 지정 의무화 등 현장 경험을 녹인 법안을 1호로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규모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흐름에 맞춰 체계적인 대응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진단키트·백신·방호장비 등의 개발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원할 수 있게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을 희망하고 있다. ●탈이념·탈진영 정치 실현 힘 보태겠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을 달고 국회에 진입했지만 소속 정당 의석이 3석에 불과한 것은 향후 활동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최 당선자는 “각자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진심을 다해 일하면 안철수 대표가 지향하는 탈이념, 탈진영 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는 같은 간호사 출신으로 노동운동계에서 내공을 쌓아 온 더불어시민당 이수진 당선자를 다음 초선 버킷 챌린지 후보로 지목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코로나로 죽다 산 영국 총리, 여섯째 아이 의사이름 붙여

    코로나로 죽다 산 영국 총리, 여섯째 아이 의사이름 붙여

    보리스 존슨(55)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털어놨다. 영국 내각은 존슨 총리의 사망을 대비해 비상계획까지 세울 정도였다. 존슨 총리는 3일자 ‘더 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존슨은 처음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관저에서 자가격리를 할 때 병원으로 옮기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영상 연결로 회의를 하는 등 계속 일을 하고 있었기에 입원을 거부했는데,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그때 병원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가기 싫었다. 그렇지만 그들(참모들)은 매우 단호했고, 돌이켜보면 그들이 나를 입원시킨 것은 옳은 일이었다” 존슨은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지난달 5일 입원해 산소공급장치를 통해 계속 산소를 공급받다가 상태가 악화해 다음 날 중증치료병상(중환자실·ICU)으로 옮겨졌다. ICU에서 집중치료를 받을 때는 한때 상태가 더 악화해 의료진이 기관 내 삽관 등 침습적 인공호흡 방식을 논의하기도 했다. 존슨은 “기관 내 삽관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의사들의 의견이 50대 50으로 갈라지는 나쁜 순간이 찾아왔다”며 “그들이 ‘스탈린 유고’와 비슷한 시나리오를 세웠다”고 털어놓았다. 내각이 총리 유고 시 비상계획을 마련한 것을 두고 구소련을 철권통치했던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 사망 당시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존슨은 사흘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뒤 총리 지방관저인 체커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지난달 27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업무 복귀 이틀 뒤 태어난 아들에게는 자신의 치료를 담당한 세인트토머스 병원 중환자실 의사 닉 프라이스와 닉 하트의 이름을 따 니컬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존슨이 약혼녀 캐리 시먼즈(32)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정식 이름은 윌프레드 로리 니컬러스 존슨이다. 한편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가 2만 8446명으로 이탈리아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2만 8710명이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봉쇄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생활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면서 “예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의 즉각적인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23일부터 슈퍼마켓 및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 중단, 2명 이상 모임 금지, 필수적인 경우 외 이동금지 등의 봉쇄조치를 시행중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무명의 헌신과 희생/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무명의 헌신과 희생/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100일을 넘겼다. 코로나19는 습자지에 물이 번지듯 순식간에 공동체를 파고들었다. 초기의 낯섦은 당혹으로, 이내 공포로 변했다. 방역당국 통계를 보면 국내 확진환자 100명 가운데 2명 이상이 숨졌다. 고령자는 치명률이 더 높다. 70대는 10%, 80대는 24%를 웃돈다. 빈자도 부자도, 권력자도 서민도 예외가 아니다. 발 빠른 바이러스의 위세에 ‘사회적 동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희생자 통계에 가슴을 졸인다. 방역당국의 표현대로라면 ‘국난(國難) 상황’이다. 그렇게 100일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상용되기까지는 1년, 2년, 아니면 수년이 걸릴지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국내 신규 확진환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방역당국은 물론 어느 전문가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길 꺼린다. 오히려 제2, 제3의 파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장기화의 그늘 속에 일상생활의 모든 기준과 척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테다.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상을 시민들은 하릴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국내 상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자 해외에서는 ‘K방역’ 모델을 주목한다. 감염병 진단기법과 선별진료소 운영시스템 등 ‘검사·확진’, 모바일 자가격리관리앱 등 ‘역학·추적’, 생활치료센터 운영과 확진자 디지컬로그 공유 등 ‘격리·치료’의 3단계 대응 체계를 말한다. 하지만 방역시스템만으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역체계가 골목골목, 가가호호, 드러나지 않고 잠복한 사각지역까지 온전히 스며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을 맡고 있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로나19 브리핑을 할 때마다 언급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국민들의 이해와 참여,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 병원에서 청소와 소독 업무에 애써 주시는 미화원분들, 매일 밤낮으로 의료폐기물을 수거하고 소각하는 청소업체 종사자 등의 노력과 참여가 코로나19 안정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대의식, 공동체를 지켜 내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과 희생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어떤 대가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전염병 창궐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와 싸울 이유는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그렇다고 굳이 기억되거나 칭송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의 자유의지가 코로나19 상황을 억제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김 차관의 소회이자 ‘K방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다. 가는 봄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공동체의 역할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단순히 개인과 바이러스의 싸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를 지키고 살려 내기 위한 우리 모두와 바이러스의 싸움이다. 내 몸이 탈진하고 방전돼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내기 위해 밤낮없이 분투하는 선의의 의지, 그게 없다면 상흔은 깊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에서 나만 살아남겠다는 탐욕과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심만 남을 테다. 굳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무명의 시민들, 그들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희망이요, 존재 이유다. 봄이 간다. 다시 찾아올 봄에도 우리의 터전에는 싹이 트고 꽃이 필 테다. ckpark@seoul.co.kr
  • 헬스장·박물관 문 연다… 교육부, 2부제·격일제 고려

    헬스장·박물관 문 연다… 교육부, 2부제·격일제 고려

    밀집시설 중단 행정명령서 권고로 전환 모임·행사 방역지침 준수 전제로 허용 실내 분산시설 우선적으로 개장한 이후 스포츠 관람시설·공연장·복지관도 허용 황금연휴發 잠복기 지난 이후 등교 결정 입시·취업 준비 앞둔 고3부터 순차 실시정부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45일 만이다.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들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모임과 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초중고교 등교 수업과 어린이집 개원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종교시설과 체육시설, 학원, 유흥시설 등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운영을 하되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운영 자제 등 행정명령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동안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민간기업에서는 정상근무로 복귀할 채비에 나서는 등 ‘뉴 노멀’을 위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3일 브리핑에서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공공시설도 모두 방역지침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공원과 실내 체육생활시설, 미술관, 박물관과 같은 실내 분산시설부터 준비가 되는 대로 우선적으로 개장할 것”이라며 “이후 스포츠 관람시설과 같은 실외 밀집시설과 국공립 극장, 공연장, 복지관 같은 실내 밀집시설이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생활방역은 생활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방역체계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불린다. 백신·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완전한 종식이 힘든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어려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나온 절충안인 셈이다. 생활방역의 핵심은 사회·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속에서 개개인이 일상에서 ‘셀프방역’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하면서 자율적 실천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실천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정부는 방역체계 전환에 발맞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지침을 확정했다. 개인방역 5대 기본수칙은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 손 씻기·기침은 옷소매에, 매일 2번 이상 환기와 주기적 소독,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이다. 박 차장은 “각 개인 수칙이 간단해 보이지만 방역당국이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 요령을 핵심적으로 추려내 구성한 수칙”이라며 실천을 당부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팔 간격을 유지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소규모 사업장,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적어도 1m 거리두기를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박 1차장은 “(지침을) 직접 시행해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식당 등 점주들은 실천하기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여러 조언을 주시면 탄력적으로 적용해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초중고교 등교 개학의 시기 및 방식과 관련해선 19일 이후 고3부터 순차 등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황금연휴가 끝나는 5일부터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나야 재확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고3은 등교를 더 미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19일 고3 개학이 현실화될 경우 12일로 예정된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4월 학력평가)도 추가 연기될 수 있다. ‘2부제 등교’, ‘격일 등교’ 등으로 학생들을 분산시키는 한편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도쿄올림픽 전에 백신 개발돼도 정상 개최 어려울 가능성”

    “도쿄올림픽 전에 백신 개발돼도 정상 개최 어려울 가능성”

    내년 도쿄올림픽 개막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올림픽 정상 개최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서 종식돼도 미국·아프리카서 종식 못할 수도”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게이오 의대 초빙교수이자 세계보건기구(WHO) 자문 패널인 스가야 노리오 교수는 “내년 여름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미국, 아프리카 대륙, 브라질 등의 지역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야기해 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쇼와대학의 전염병 초빙교수인 니키 요시토도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전염병을 제압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면서 내년 올림픽을 강행한다면 관중의 경기장 입장을 막아야 하고, 선수들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올림픽 개막 최소 한달 전에는 일본에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온 올림픽 참가자들을 대사응로 한 광범위한 코로나19 검사와 격리는 올림픽 수송, 숙박 등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가 수반된다. “백신 개발, 가난한 나라까지 도달하는 데 3년” 두 전문가는 코로나19 백신이 적시에 개발되더라도 가난한 나라까지 도달하는 데엔 최소 3년이 걸리며 안전 효능을 검증하는 데에도 1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글로벌 보건학과장인 데비 스리다 교수도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도쿄올림픽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백신 없는 올림픽은 비현실적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7월 23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을 경우, 재연기 없이 대회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지운의 시시콜콜] 스웨덴의 실험

    [이지운의 시시콜콜] 스웨덴의 실험

    스웨덴 남부 도시 룬드가 가톨릭의 성 발푸르가(Sanit Walburga)가 성인이 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축제에 ‘닭똥’ 1t을 뿌리기로 했다는 외신이 떴다. 당국의 축제 참여 자제 요청에도 이 축제에만 3만 명은 모일 것으로 예상되자, 채택된 아이디어가 공원에 닭똥 냄새를 풍겨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스웨덴은 영국과 함께 ‘집단 면역’을 채택하려 했다. 사망자가 엄청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난에 두 나라 모두 집단 면역을 포기했지만, 스웨덴은 약간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이동 제한이나 영업 정지, 국경 폐쇄 등 엄격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집단 면역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이유다. 의혹이 심해지자 레나 할례그렌 스웨덴 보건사회부 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스웨덴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집단면역을 만들어낼 전략은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스웨덴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생명을 구하고 공공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스웨덴은 확실히 ‘느슨한 방역’을 해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제성이 없다. 이웃 덴마크, 노르웨이보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사망자가 3배~6배쯤 높은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스웨덴은 봉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오늘 기준 그 곳에서 2462명이 숨졌다. 이웃국인 노르웨이(207명), 핀란드(206명), 덴마크(443명) 보다 훨씬 높은 수� 굡箚� 비난했다. 스웨덴의 방역 책임자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그 배경을 설명했는데, “스웨덴의 접근법은 대중의 자제력과 책임감에 호소하는 것이고,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허용해 사회적 백신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집단 면역’을 목표로 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고 스웨덴이 무작정 집단 면역을 시행해온 것 같지는 않다. 스웨덴의 방역 책임자 안데르스 테그넬(Anders Tegnell)은 여러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리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지속 가능한 방법을 위해 고안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고등학교는 문을 닫지만, 유치원~9학년은 학교를 가고 70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집에 머물도록 하는 식이다. 가능한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시키면서 대다수 상업시설의 문은 열어두었다. 전염 확산 정도에 따라 요양원 방문 금지, 50명 이상 모임 금지, 비필수 국내 여행 금지 조치 등도 내려졌다.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봉쇄령 없이 사람들 스스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했다.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전문가들은 특히 올 가을이후 닥칠 ‘2차 유행’을 대비하고 있다. 이 2차 유행에서는 국민들이 얼마나 면역력을 갖고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봉쇄’에만 집중한 나라들은 면역력 형성 정도가 낮아 또 다시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이 치를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지운 논설위원 jj@seoul.co.kr
  • 중국 넘어선 10國, 코로나19 지형이 달라졌다

    중국 넘어선 10國, 코로나19 지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세계 확진자 330만명 넘은 가운데중국→유럽→미국→중동→러시아·브라질 등집중 피해 지역 옮겨가며 세계 곳곳 휩쓸어트럼프 “우한 연구소에서 발원한 증거 봤다”대선 경쟁 의식한 듯 연일 반중 발언 이어가브라질·러시아 합쳐 인구만 3억 6000만명신규확진 치솟으며 새로운 위험지역 급부상유럽은 신규확진자 꺽였지만 치명률 10%↑K방역 배우고 집중치료실 늘린 독일은 선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선 국가가 10개로 늘었다. 중국이 제대로 피해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코로나 지형’이 크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중국보다 유럽 국가들의 피해가 심했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미국의 독주가 진행 중이고, 막 중국을 앞선 브라질, 러시아 등이 우려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330만명을 넘은 가운데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도 당분간 힘든 상황에서 전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하거나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1일(한국시간 오전 10시 기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확진자는 109만 5023명, 사망자는 6만 385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중국의 확진자가 8만 2874명, 사망자가 4633명인 점을 감안하면 두 분야 모두 약 13배나 많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실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는 주장까지 동원하며 중국을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코로나19 터널의 막바지에 진입한 중국이 경제 회복에 기치를 올리는 가운데 미국은 피해가 훨씬 심각해 경제 재개를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부과까지 언급했는데 이런 공격적 태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정국에서 맞수인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서로 상대가 ‘친중 인사’라고 공격하며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확진자 수 2~6위는 모두 유럽국이다. 스페인 23만 9639명(사망자 2만 4543명), 이탈리아 20만 5463명(2만 7967명), 영국 17만 1253명(2만 6771명), 프랑스 16만 7178명(2만 4376명), 독일 16만 3009명(6623명) 순이다. 이들 국가들은 신규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면서 부분 봉쇄완화에 들어가고 있지만 독일을 제외하면 여전히 치명률(확진자수 대비 사망자 비율)이 10%를 넘어 우려는 여전히 크다. 영국의 치명률이 15.6%로 가장 높고 프랑스는 14.6%, 이탈리아는 13.6%다. 반면 독일의 치명률은 4.1%에 불과해 중국(5.6%)보다 낮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달 20일 “한국에서 (빠르고 강도높은 대응을) 배웠다”고 말한 것처럼 적극 대응을 유지하고 있고, 집중치료 병상을 확충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확진자수 7~10위는 터키(12만 204명), 러시아(10만 6498명), 이란(9만 4640명), 브라질(8만 7187명)이다. 이슬람 성지 집단 방문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이란은 집단 종교행사를 막았고, 터키는 지난 라마단에 공동 만찬을 못하게 하는 등의 노력으로 신규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은 신규확진자가 치솟고 있다. 특히 브라질 인구는 약 2억 1000만명, 러시아 인구는 약 1억 5000만명에 이른다.러시아의 경우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날 신규확진자(7099명)가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섰다. 브라질은 일일 신규확진자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6000명을 넘어섰다가 이틀간 3600명 정도로 줄었지만 이후 3일간 연속 6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브라질은 검사 능력도 충분치 않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어짜피 언젠가 우리 모두 죽는다.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이 작은 독감 같은 병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발언을 하며 방역보다 경제 정상화에만 올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또 최근에는 브라질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기”라고 반문한 바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311만명 넘게 감염됐고 21만명 이상이 죽었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세계 최대 감염국 미국에서는 폭동을 염려하며 총기류를 앞다퉈 사재기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살균제 인체 주사를 언급한다. 중동 어느 나라에선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소독용 알코올을 마셔 525명이 숨졌다. 주요 2개국(G2)을 자처하는 중국은 최초 바이러스 확산 국가라는 혐의를 떨치려 음모론을 제기하며 미국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 묵시록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상황의 연속이다.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화성 이주를 계획하는 대명천지 21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실이다. 인류의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겨낼 만한 관심사는 없었다. 그런데 또 다른 뉴스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 보도가 출발점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21대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 저녁 돌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지라시’(정보지)가 진짜 방아쇠였다. ‘김정은 수술 중 뇌사, 후계 구도, 중국 움직임…’ 등이 담겼다. 선거의 불리함을 느낀 정당 쪽에서 판을 흔들어 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졌기에 별 파장은 없었다. 그런데, 그 지라시를 참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거의 흡사한 내용으로, CNN이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큰 수술을 받았고 수술 이후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고 보도하자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국내 언론들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모든 신문, 방송은 확인되지 않는 뉴스를 쏟아냈다. 한반도 정세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구시대적 냉전과 대결을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 이들이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쓴 글은 100건이 넘는 기사로 재인용됐다. 그가 ‘1980년 5월 광주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버젓이 확산시킨 전력이 있는 TV조선 진행자였다는 사실은 애써 감춘 채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20년도 더 된 직함을 기사에 내세웠다. 또 주영국 북한 공사 출신의 탈북자로서 서울 강남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태영호(58)씨는 “혹시나 모를 급변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김여정은 애송이”, “숙부 김평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연일 반복했고 언론은 이 또한 수백 건의 기사로 받아 썼다. 또 다른 탈북자 출신 비례대표 당선자 지성호(38)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확인해 봤는데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며 김 위원장이 다시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고 현재는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국,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정부 모두 여러 차례에 걸쳐 “특이사항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정했음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와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 컸다. 그 사이 뇌사설, 식물인간설, 단순 수술설, 코로나19 감염 혹은 피신설 등 ‘아니면 말고식’ 기사 또는 ‘급변 사태 시 핵무기 선제 확보’, ‘평양 생필품 사재기 극성’ 등 어지간한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추측 기사들까지 난무했다. 한반도 평화 반대 세력의 안보 상업주의에, 무작정 기사 조회수를 늘리고자 하는 선정적 상업주의까지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 최고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죽음과 부활’을 반복해 왔다. 1986년 11월 16일 ‘김일성 피격 사망’은 국내 언론 역사상 대표적인 오보로 꼽힌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어떤 반성도 없었다. 최근의 북한 관련 뉴스 역시 언론이 ‘소셜 미디어’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아닌 ‘소설 같은 기사’를 쓰는 ‘소설 미디어’로 전락했음을 절감시켜 줄 따름이다.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구더기) 하는 대중의 조소는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고, 그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도출해 내고, 사회의 변화 방향을 전망하는 지식산업의 한 축을 맡은 언론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부정될 수 없다. 한반도 관련 뉴스야말로 더욱 엄정히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소설적 상상력’이 아닌, 좀더 차분하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대 섞인 호들갑도, 불필요한 비관도 필요하지 않다. youngtan@seoul.co.kr
  • 렘데시비르 효과 확인에… 세계경제 변곡점 ‘청신호’

    렘데시비르 효과 확인에… 세계경제 변곡점 ‘청신호’

    파우치 “코로나 환자 회복 기간 31% 줄여” 美연준 “경제 안정 위해서 제로금리 유지” 美 GDP 증가율 마이너스에도 기대감 커 다우존스 2% 반등·WTI 6월물 20% 급등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세계 경제에 변곡점이 왔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치료제로 기대를 모아 온 렘데시비르가 실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점쳐져서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도 경기가 정상화될 때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경기 회복 기대에 힘을 보탰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렘데시비르로 코로나19 입원환자를 치료하면 회복 기간이 31% 줄어들었다. 꽤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가 아니어서 아쉬울 수 있지만 그래도 아주 중요한 결과다. 이 치료제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NIAID에 따르면 이 연구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68개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들은 회복에 평균 11일 걸렸고, 쓰지 않은 환자는 15일이 걸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렘데시비르가 ‘특효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환자들을 위한 치료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렘데시비르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허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긴급 사용 승인 약품의 경우 공식 승인 전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렘데시비르는 본래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다. 이번 NIAID의 발표로 렘데시비르는 추후 특별한 부작용만 보고되지 않는다면 FDA가 승인하는 첫 ‘코로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백신이 내년쯤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때까지 세계 의료계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도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공공보건 위기가 경제활동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경제가 최근 상황을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지금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적자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렘데시비르 기대감과 연준 발표 등에 힘입어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32.31포인트(2.21%) 오른 2만 4633.86에 장을 마쳤다. 미 상무부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8%를 기록해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도 20% 넘게 급등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공성 강화가 관건… 방역·고용·사회 안전망 갖춰져야”

    “공공성 강화가 관건… 방역·고용·사회 안전망 갖춰져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일상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대면 문화가 등장했다. 우리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과제’를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5일까지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종일(이하 유) 그동안 정부가 전력으로 대응을 해 왔다. 지금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이 됐는데 출구전략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경제활성화와 방역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한 발씩 나아가야 한다. 장덕진(이하 장) 코로나19는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초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만 해도 세 차례 유행이 있었다. 국민들에게 무조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지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가 한 예다. ‘재생산 지수가 1을 넘겼으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좀더 강화하자’ 이런 식으로 정부가 지침을 밝히고, 시민들은 여기에 협조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차상균(이하 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코로나19가 후진국 등으로 계속 퍼질 것이고 더욱 심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경고했다. 그가 백신 개발이 우리 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릴 유일한 수단이라고 밝힌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백신이 나와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삶을 맞이하게 될까. 차 오히려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고 혁신해야 한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이다.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확보된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쓰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디지털 뉴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유 독감을 앓듯이 코로나19도 매해 찾아올 거다.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힘들다. 정부가 큰 위험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고, 우리도 일상생활로 복귀하면 그게 바로 ‘코로나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부자 나라, 부자 도시일수록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걸 발견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회가 안전과 더 거리가 멀다는 역설이 드러났다. 자본과 생명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 가치 체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전 세계에서 ‘K방역’ 전수 요청이 들어온다. 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질본)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 본부장이 질병예방센터장으로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 나갈 수 있었고 K방역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개인이 큰 역할을 했다. 장 우리 역사상 최초의 기회가 온 거다. 구한말 이후 외세침략과 식민지, 분단과 전쟁으로 고통을 받았고 1970년대에는 세계 질서 속에서 ‘그 정도면 잘했다’ 소리만 들어도 우쭐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 프랑스 같은 강대국도 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고 있다. 오히려 세계가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성공사례가 생겨날 테고 한국이 전 세계의 관심을 독점하지는 못할 거다. 지금까지 쌓아 온 성공사례를 단단하게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다. -장 교수께 다시 묻겠다. 그러면 한 달 동안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장 국가의 성격에 관한 부분이다. 지금 세계 상황을 보면 한국형, 중국형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의 방역 모델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한 범주로 묶여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그 나라가 가진 국가역량에 따라 결국 확산을 막는 나라와 대책 없이 포기하는 나라로 다시 나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 낸 유능하고 민주적인 국가의 모습은 이것이고, 우리가 제시하는 민주주의는 이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세계가 따라오는 모델이 된다. 중국의 권위주의식 방역과 우리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 유 데이터 수집·관리·공유 부분이다. 메르스 때 데이터도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는 걸로 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방역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장 동의한다.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은 적극적으로 했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건 반 걸음 정도 늦는 것 같다. 확진자 동선을 다 찾아냈지만 아직 전산 시스템에 입력이 안 돼 있는 걸로 안다.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국제 학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차 사실 정부부처 간에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제각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복지부나 질본이 방역에 바쁘면 과기부라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중국 데이터는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한국 데이터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개인의 인권과 집단의 안전, 무엇이 우선되는지도 화두에 올랐다. 유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안전은 상충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국민들이 집단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정보를 사용해도 좋다고 이해하는 듯하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치, 경제 권력이 개인정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않는다는 걸 국민들에게 잘 확인시켜 줘야 한다. 앞으로도 이 사안은 긴장감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국민들이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장 싱가포르를 보자.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 500명이 모여 사는 곳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됐다. 이 바이러스는 부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옮겨 갔다. 바이러스 앞에서는 한 개인이 자신을 지키려고 해 봤자 무력할 뿐이다.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사회 같은 건 없다”고 말했지만, 사회가 없으면 문제해결이 안 된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 우리 모두 공공성을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유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방역, 고용, 사회 등 세 가지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방역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고용 부문은 상상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반면 유럽은 보호망이 잘돼 있어서 충격을 흡수할 듯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장 앞으로 감염병을 비롯한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이번 기회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감염병 대응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정부 성격도 이에 발맞춰 여러 면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기부, 복지부의 위상과 역할이 기획재정부에 못지않게 커질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가 효율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사람 목숨 구하는 게 비용보다 중요한 시대가 왔다. 어떤 정권이든 여기에 발맞추지 않으면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다. 차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비대면 기술을 광범위하게 채택하는 계기가 됐고, 디지털 뉴딜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국가가 중심이 돼 새로운 인재를 많이 키우고,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을 디지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뉴딜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세계인들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과 동료,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자가격리자가 되고 확진자,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해 각국이 펼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에 큰 불편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멀어진 인간관계로 정신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예측이 안 되니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실직과 생활고 등 앞으로 닥칠 경제적인 어려움에는 더 큰 고통과 두려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1930년대의 세계적인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세계인의 얼굴에서 웃음과 미소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웃음을 통해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긍정과 부정의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부정적인 신호는 비웃음뿐, 모든 웃음은 기쁨과 즐거움, 긍정의 신호로 통한다. 소리 없이 웃는 미소는 간혹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는 것 외에도 미소와 색감 등으로 많은 신비로움을 준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왼쪽 입술은 일자로 다물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입술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무표정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보인다.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절묘하게 그려진 입술 모양에만 있지 않다. 어두운 듯 침침한 모나리자 주변의 색감 등으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가에서 미소는 깨달음의 의미로 통한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마하가섭이란 제자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연꽃은 탁한 연못에서 피어나는데 꽃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즉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진리를 마하가섭은 깨달았고, 석가는 불교의 진리를 전했다. 오직 미소로서 깨달음을 전하고 알아챈 것이다. 바로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일화이다. 우리에겐 어떤 미소가 있을까. ‘백제인의 미소’로 알려진 충남 서산의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과 얼굴무늬 수막새에 남아 있는 ‘신라의 미소’가 있다. 마애삼존불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지극히 친근한 불상의 얼굴과 더불어 햇빛에 따라 바뀌는 본존불과 좌우 협시불의 미소는 천오백년의 긴 시간을 건너뛰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백제인들의 소탈한 미소를 보여 주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 11월 기와로는 처음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국립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동그란 얼굴에 두 눈과 오뚝한 코, 도드라지는 볼, 웃음기 띤 입이 인상적이다. 최근 윤병렬 홍익대 교수가 얼굴무늬 수막새를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기상천외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방식”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악한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 게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한껏 담아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윤 교수는 “이 미소에는 적대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하겠다는 따뜻함이 함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라의 미소’는 역병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니 흥미롭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쯤이 될지 불투명하다. 미중은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올겨울 다시 유행할 수도 있고, 퇴치까지는 앞으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되고 우리는 잃어버린 웃음과 미소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나 요사스런 귀신마저도 웃음으로 이겨낸 신라인의 미소처럼, 세계인들도 여유로운 미소로 코로나 퇴치에 합심했으면 한다. 온 나라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미소를 찾는 묘약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도 티없이 밝게 웃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못하리라 믿고 싶은 시절이다. yidonggu@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백신은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사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백신은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사

    연초 코로나19가 중국을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4월 중순이나 5월이 되면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까지 오래 지속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5월 종식은 희망에 그칠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도 여름이 되면 확산세가 잠시 주춤했다가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이전 감염병들과는 달리 한 번 걸렸더라도 항체가 생기지 않아 재감염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면역반응이 생길 것이라는 가정하에 집단면역 시험을 한 스웨덴도 환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서 백신은 최적의 무기입니다. 그런데 백신으로 감염병 차단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가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공중보건역학부, 전염병·백신학부, 계산생물학센터,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의대, 프린스턴대 환경연구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학부, 인도 질병역학·경제학 및 정책센터 공동연구팀은 백신접종이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네이처 30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06~2018년에 저소득국가와 중진국으로 분류된 국가 중 항생제 내성이 큰 나라 18개국을 선정해 인구통계건강조사(DHS)와 복수지표집단조사(MICS) 데이터를 바탕으로 5세 이하 영유아들에 대한 항생제 처방과 백신접종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중진국 이하 국가 영유아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과 장염을 막아 줄 수 있는 폐렴구균과 로타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18개 국가들에서 영유아에게 처방한 항생제 중 호흡기 질환 24.8%, 장염 21.6%가 폐렴구균과 로타바이러스 백신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병원균 때문에 유발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백신 접종을 받은 영유아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19.7% 낮고 설사병에 걸릴 가능성은 11.4% 낮은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연구를 이끈 조셉 루냐드 UC버클리 교수는 “폐렴구균과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면 각각 연간 2380만건, 1360만건의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게 돼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발생 가능성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대확산은 많은 사람에게 과학의 중요성과 백신의 필요성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과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쉽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백신 반대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치료를 위해 살균제 주입이나 자외선 활용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과학기술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가장 황당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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