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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심장마비/문소영 논설위원

    백수 탈출을 위해 고혈을 짜던 20대의 어느 여름날 아침 친구 A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아노 전공으로 몇 주 뒤 미국 유학을 떠난다며 기대에 차 있던 친구 C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며 발인 날짜와 시간을 알려왔다. A는 “C가 어젯밤 피곤하다며 맥주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고 했…”라며 말을 끝내지 못하고 수화기 너머에서 울었다.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일 때서야 비로소 경험하는 감각이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인식이 되지 않았던 탓에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멍하게 대꾸가 없는 내게 A는 시간에 늦지 말고 발인 장소에 오라고 했다. 그 발인에 가지 않았다. 햇빛이 강렬한 날이면 친구 C와 ‘심장마비’를 떠올렸다. 후배 기자가 이탈리아 출장길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경악할 소식을 저녁에 듣자마자 누군가를 위로해야 했는데 그냥 잠을 잤다. 평소보다 4시간이나 이른 시각이었다. 그가 페이스북에 찍어 올린 베네치아의 풍광 사진들에 ‘좋아요’를 아침에 눌렀는데, 12시간 만에 기가 막힌 소식이 아닌가. 직면한 현실은 재능 있는 인물을 상실했고 다시는 그와 그의 글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심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어딘가에 있을 비범한 돌을 찾아

    어딘가에 있을 비범한 돌을 찾아

    주먹만 하고 울퉁불퉁한 돌이 날아와 뒤통수를 때린다. 뒤를 돌아보면 돌은 툭 하고 떨어져 바닥 위를 구르고 있다. 날아온 돌에 맞은 머리는 잠시 얼얼하더니 곧 ‘띵’ 하는 느낌과 함께 개운해진다. 이강백 작가의 신작 ‘날아다니는 돌’ 이야기다. 이 작가는 세상 어딘가에 날아다니는 돌이 있다며 이를 찾아보라고 한다. 돌이 잠자리처럼 제자리에서 날기도 하고 북을 치기도 한다는 짓궂은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돌이 어디 있냐며 눈에 불을 켜고 찾을 필요는 없다. 어디선가 휘휘 날아온 돌에 뒤통수를 맞고서야 알싸한 깨달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돌’은 이 작가 특유의 우화이자 수수께끼다. 오로지 돈만 좇으며 살아온 30대 청년 이기두(이명행)는 임종을 앞둔 숙부(오현경)의 부탁으로 날아다니는 돌을 찾으러 강원도 산골로 향한다. 그 돌을 가지고 있다는 박석 선생(한명구)도, 그 돌을 건네줬다는 숙부도 날아다니는 돌의 정체를 속시원히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주먹만 하고 날개가 없다” “피아노 건반 위를 날며 ‘월광 소나타’를 연주한다” 같은 허무맹랑한 단서만 흘리더니 “이 돌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이기두를 혼란스럽게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스무고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숙부가 임종을 맞이하면서 날아다니는 돌은 손쉽게 이기두의 손에 들어온다. 들판에 널린 돌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돌은 그러나 “감동받는 연습을 하라”는 박석 선생의 말에 비로소 특별함을 획득한다.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눈 앞에서 돌은 날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력, 가진 것을 놓을 줄 아는 여유 등 현대인이 잊고 있었던 가치들이 평범한 돌에 날개를 달아 준다. 숙부와 박석 선생의 입에서 가볍게 내던져진 대사들은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머릿속에서 가지를 뻗어 간다. 이들의 대사를 몇 번은 곱씹어야 비로소 들판에 널린 돌멩이가 날아다니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논하는 것 같지만 연극은 유쾌하다. 노년의 배우 오현경은 다음 생애에 여자로 태어날 것이라며 여장을 한다. 이명행은 각종 효과음을 직접 내는가 하면 소품을 옮기는 스태프과 얽히기도 한다. 고속도로와 주택가 골목길, 사각형의 원룸 등 다양한 공간을 소품 몇 개와 조명으로 구현해 내는 연출은 깔끔하다. ‘봄날’ ‘즐거운 복희’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이성열 연출(극단 백수광부 대표)은 난해한 수수께끼일 수도 있는 극을 간결하고 아기자기한 한 편의 웹툰처럼 그려냈다.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전 석 3만원. (02)889-3561~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고 뻘쭘해진 사자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고 뻘쭘해진 사자

    얼룩말 사냥에 실패한 사자의 허탈해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웃음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공개된 해당 장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벌어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백수(百獸)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가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는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얼룩말 무리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고 있다. 잠시 후 뭔가 천적의 낌새를 느낀 얼룩말들은 하나 둘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얼룩말들이 놀라며 일제히 달아난다. 암사자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얼룩말 무리 앞에 등장한 암사자는 한 마리를 타깃으로 정한 채 전광석화 같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목표물이 된 얼룩말 역시 달아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결국 사자는 앞서가는 얼룩말을 따라잡지 못한 채 이내 포기하고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얼룩말의 꽁무니만 바라볼 뿐이다. 잠시 후 사막 한 구석에서 위엄 있는 자태로 앉아 있는 이 암사자는 또 다시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 있다. 새로운 목표물을 물색하는 사자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영상=유튜브, Bernhard Bekke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뉴스 분석] 고용보조지표 개발한다는데… 현실과 괴리 좁힐까

    [뉴스 분석] 고용보조지표 개발한다는데… 현실과 괴리 좁힐까

    서울에 사는 강모(28)씨는 대학 졸업 뒤 2년이나 지났지만 평소 컴퓨터 게임에 파묻혀 사는 ‘백수’다. 그러나 그는 공식적인 ‘실업자’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난 9월 실업률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강씨 등과 같은 사례가 빠지면서 허수(虛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체감실업률을 파악할 수 있는 고용지표를 이달부터 내놓기로 한 이유다. 그러나 조사 방식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한 현실과의 괴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0차 국가통계위원회에서 “고용지표가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달 12일부터 실업률과 함께 노동 저활용 동향을 반영한 세 가지의 고용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발표되는 기존 실업률은 우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농림어업과 자영업 비중이 높고,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짧아 실업률이 3% 초반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8월 실업률(계절조정 기준)은 7.3%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실업률인 3.5%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따지는 OECD 기준 9월 우리나라 고용률은 65.7%로 미국(68%)·일본(72%)·독일(73%) 등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고용률은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해 계산한다. 반면 실업률은 ‘실망실업자’ 등 스스로 취업을 포기한 사람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본다. 실제보다 실업률이 적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신고자는 1950만명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는 2424만명이다.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에 포함시키는 등 취업자 기준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10월 고용동향’부터 발표되는 고용 보조지표에는 ▲실제 취업시간이 35시간 이하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가능성도 있는 시간 관련 불완전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가능성이 없는 취업 불가능 구직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자나 구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취업을 희망하고 가능성도 있는 자 등이 포함된다. 현재 실업률 설문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지난 1주간 주로 한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ILO 방식대로 ‘지난주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어 노동력의 상태를 처음부터 판별하거나 취업 희망 여부 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ILO 방식으로 서울지역 20대 청년들의 잠재실업률을 조사해 보니 21.2%로 현행 방식(4.8%)보다 4배 넘게 높았다”면서 “조사 방식의 개선 역시 장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고 입맛만 다시는 사자 ‘뻘쭘’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고 입맛만 다시는 사자 ‘뻘쭘’

    얼룩말 사냥에 실패한 사자의 허탈해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웃음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공개된 해당 장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벌어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백수(百獸)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가 얼룩말 사냥에 실패하는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얼룩말 무리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고 있다. 잠시 후 뭔가 천적의 낌새를 느낀 얼룩말들은 하나 둘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얼룩말들이 놀라며 일제히 달아난다. 암사자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얼룩말 무리 앞에 등장한 암사자는 한 마리를 타깃으로 정한 채 전광석화 같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목표물이 된 얼룩말 역시 달아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결국 사자는 앞서가는 얼룩말을 따라잡지 못한 채 이내 포기하고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얼룩말의 꽁무니만 바라볼 뿐이다. 잠시 후 사막 한 구석에서 위엄 있는 자태로 앉아 있는 이 암사자는 또 다시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 있다. 새로운 목표물을 물색하는 사자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영상=유튜브, Bernhard Bekke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자, 거대 비단뱀 공격했다가 황천갈 뻔

    사자, 거대 비단뱀 공격했다가 황천갈 뻔

    사자가 거대 비단뱀에게 물려 목숨을 잃을뻔 한 영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유튜브에 게시된 이 영상은 엄청난 크기의 비단뱀과 사자가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에서 사자는 비단뱀에가 다가가 먼저 공격을 시도한다. 그러자 비단뱀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반격을 시도한다. 뱀은 사자의 얼굴 부위를 물고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한다. 사자는 온갖 발버둥을 치며 빠져나오려 하지만 비단뱀의 힘이 워낙 강해 여의치 않다. 그래도 ‘백수의 왕’ 사자는 역시 달랐다. 엄청난 울부짖음과 함께 몸부림을 치면서 결국 뱀을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 자칫 비단뱀의 먹이가 될 뻔했던 사자는 그대로 줄행랑을 친다. 영상= Nat Geo Attack/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믿고 보는 이 남자… 30일 개봉 ‘나의 독재자’ 주연 설경구

    믿고 보는 이 남자… 30일 개봉 ‘나의 독재자’ 주연 설경구

    그는 배우다. 1989년 이후 26년째 오로지 배우로만 살고 있다. 연극 ‘심바새매’에서 간드러진 호모였을 때도, 뮤지컬 ‘지하철 1호선’(1996)에서 얼떨결에 운동권 대학생 행세를 하며 청량리 창녀촌에 빌붙어 살 때도, ‘박하사탕’(2000)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김영호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울부짖을 때도, ‘실미도’(2003)에서 버림받는 북파공작원일 때도, 단순 무식한 경찰 강철중으로 ‘공공의 적’(2008)을 무식하게 때려잡을 때도, 그는 늘 배우였다. 설경구를 버리고 연극 또는 영화 속 그 인물로 살았다. 얼핏 진창 없이 잘 닦인 길만 걸어온 듯 보인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배우 설경구(46) 역시 자신의 배우 인생에 대해 “운이 좋아 잘 풀렸다”고 말했다. 근데 30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독재자’ 얘기를 꺼내면서는 약한 모습을 덤덤히 밝혔다. “마치고 나니 허전해요. 영화만 20년 넘게 했는데 요즘 자꾸 흔들려요. 기술자라면 장인이라도 됐을 시간인데 저는 더 이상 꺼내 보여줄 카드가 없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의 역할은 배우다. 그냥 배우가 아니라 변변한 배역은커녕 무대에 서지도 못했던 무명배우다. 또한 이십수년이 흘렀건만 아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겨운, 실패한 아버지 역할이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배우 설경구가 영화 속 무명 배우의 설움을 몸으로 이해했을까. 그는 “대학 졸업 직전 몸담았던 대학로 극단 시절은 매일같이 포스터 붙이고, 표 팔고, 손수레 끌고 극장 와서 무대 사진 찍으면 하루가 저무는 나날이었다”면서 “한 선배가 ‘너는 배우가 안 맞는 것 같다, 스태프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얘기했을 때 속으로 욕하고 얼마 뒤 호기롭게 ‘프리’를 선언하며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말이 근사해서 프리랜서였지, 아무런 전망도 계획도 없었다. 그냥 ‘대학로 백수’였다. “그 당시 사실 딱히 특별한 목표나 꿈도 없이 그냥 대학로에 있었어요. 막연히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열망만 있었죠. 그 시절의 설움이 컸었죠.”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었다. 설경구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극단 ‘학전’에서 포스터에 풀을 바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학전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잘나가는 배우로 접어드는 시작이었다. 설경구가 생각하는 ‘나의 독재자’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존재도 없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찌들어 살아온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자식에게 군림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자식에게 뜯어 먹힌 세대”라면서 “영화 속 김성근과 같은 우리의 아버지들을 계속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성근은 무대 위 조명 속에서 덜덜 떨며 대사를 까먹는 추레한 리어왕의 광대이거나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가짜 김일성’이다. 일생일대의 최대 배역을 맡았지만 이것마저 정상회담 무산에 따라 없어져 버리고, 22년 동안 현실을 부정한 채 과대망상증에 걸리고 마는, 평생에 걸쳐 실체가 없는 배우다. 하지만 김성근이 인정받고 싶은 진정한 관객이 있다. 아들 태식(박해일)이다. 영화 후반부에 성근은 인생 최대의 연기를 선보이는 곳에서 김일성 역할을 마쳤고, 덤으로 가슴 깊이 응어리졌던 단 한 명의 관객, 아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웠던 기억까지 모두 털어낸다. 아들 앞에서 드디어 진짜 배우, 진짜 아버지로 거듭나게 된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부담이 아주 컸어요.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으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고….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저절로 눈물이 흘렀는데, 이해준 감독이 갑자기 대본상 두 줄 앞에서 눈물을 흘리라고 요구하더라고요.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던 상태라 짜증을 부리기도 했죠. 허허.” 훌쩍 커 버린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권위 있는 척 연기하며 살아왔던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에게 설경구가 바치는 내용이다. 또 잘나가는 배우로서 세상 모든 무명 배우들의 삶을 껴안아 주는 뜨거운 포옹이기도 하다.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줄 아는 배우는 단순한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슬며시 깨닫게 해 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포토]들소떼에 혼자 포위된 사자, 결국엔…

    [포토]들소떼에 혼자 포위된 사자, 결국엔…

    아무리 약육강식이라고 하지만 ‘백수의 제왕’ 사자라고 해서 초식동물을 무조건 위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식동물들은 나름대로 집단생활과 그에 따른 대규모 개체 수를 활용해 스스로를 방어한다. 초원에서 일어난 사자떼와 버펄로(들소)떼의 공방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 2월 유튜브(youtube.com)에 올라온 5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사자 8마리가 푸른 초원에 죽어 있는 버펄로 한 마리를 에워싸고 있다. 죽은 지 얼마 안된 버펄로를 사자들이 막 뜯어먹기 시작한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사자떼의 평화로운 식사는 잠시 후 나타난 수많은 버펄로들로 인해 중단된다. 버펄로떼는 마치 스크럼을 짜듯 서로 밀착시켜 벽을 쌓아 사자들을 자기들의 구역에서 밀어내려 애쓴다. 머릿수로 상대가 안되는 것을 자각한 사자들이 일제히 줄행랑을 치지만 유독 한 마리는 꿋꿋하게 남아 확보해 둔 먹이를 지키려 안간힘이다. 충분히 겁을 줬다고 생각한 듯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사자를 노려보던 버펄로들은 곧 돌아서서 갈 길을 간다. 그러자 잠시 몸을 숨겼던 사자들이 다시 돌아와 못다먹은 버펄로를 맛있게 뜯어먹는다. 사진·영상=youtube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산수연(傘壽宴)/오승호 논설위원

    당나라 시인 두보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다고 했다(人生七十古來稀).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1960년대에는 남자 51세, 여자 54세였다. 1970년대에도 남자 58.6세, 여자 65.5세에 불과했으니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 가운데 환갑(還甲) 잔치의 비중이 가장 컸다. 국가통계 포털을 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수명은 10년마다 4.6세가량씩 늘어났다. 2011년에는 남자 77.6세, 여자 84.4세다. 일흔 살이 되는 해에 베푸는 생일잔치인 고희연(古希宴)도 옛말이 된 장수시대다. 환갑잔치는 그만두고, 팔순잔치(산수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어른들의 소망이 이뤄졌다고 할까. 지난주 어머니의 팔순을 맞아 가족들이 조촐한 식사를 대접한 뒤 모처럼 노래방을 찾았다. 어머니는 노래 서너 곡을 연달아 불러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형이 지정한 노래가 나오자 “내가 부르려 했던 곡”이라고 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백세시대라 했던가. 산수연의 희소가치가 사라지고 88세의 미수연(米壽宴), 90세의 졸수연(卒壽宴), 99세의 백수연(白壽宴)이 일반화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연극 ‘월남스키부대’서 노인 역 열연 이한위 “아들이 세살인데...”

    연극 ‘월남스키부대’서 노인 역 열연 이한위 “아들이 세살인데...”

    “3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노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 이한위가 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연극 ‘월남스키부대’ 프레스콜에 참석해 본인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입만 열면 ‘뻥’을 쏟아내는 허풍의 달인 김노인(이한위, 서현철, 심원철 분)이 물건을 훔치러 들어왔던 도둑들에게 화려한 입담을 선보이며, 허당 오지랖 도둑들(손종범, 진태이 분)이 난데없이 이들의 가족사에 휘말리게 된다는 허풍 충만 코미디다. 김노인 역의 이한위는 “낯선 장르의 캐릭터지만, 재기 넘치는 연출자가 쓴 대본대로 잘 수행한다면 김노인 역을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와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한위와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의 달인 서현철이 출연한다. 또 개그맨 출신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과 연기를 모두 맡고 있는 심원철이 주인공 김노인 역을 분했다. 김노인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매회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한위는 “다른 배우들이 공연하는 것도 봤는데 뭔가 다르더라. 왜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답게 연기를 했다”면서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재원과 손종범이 각각 대책 없는 백수 아들과 오지랖 넓은 허당 도둑 역을 맡아 열연하며, 진태이, 이상혁, 이시훈, 이석, 노수산나, 김나미 등 대학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지난 5일을 시작으로 내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연극 ‘월남스키부대’ 연출 심원철 “참전용사 아픔 담고 싶어”

    연극 ‘월남스키부대’ 연출 심원철 “참전용사 아픔 담고 싶어”

    8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연극 ‘월남스키부대’의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공연 시연 후 연출자와 출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질의응답 순서가 마련됐다. ‘월남스키부대’는 입만 열면 구라를 쏟아내는 치매 노인의 월남전 영웅담과 그 속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을 다룬 휴먼코미디로 심원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심 감독은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정치적 색채 보다 그저) 순수하게 월남전 참전용사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다. 아픔이 있을수록 허풍을 떠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여러분은 어떠한가’라고 묻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작품을 만든 의미를 전했다. 2012년부터 약 3년간 전국의 많은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온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미 영화 판권이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와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만날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한위와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의 달인 서현철, 또 개그맨 출신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과 연기를 모두 맡고 있는 심원철이 주인공 김노인 역을 분했다. 김노인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매회 다양한 분위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3년간 이 작품을 연출해 온 심 감독은 “이한위, 서현철 선배님 같은 대가를 만나면서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개선됐다. 이전 공연과 느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극이 훨씬 풍부해졌다”라고 출연진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최재원과 손종범이 각각 대책 없는 백수 아들과 오지랖 넓은 허당 도둑 역을 맡아 열연하며, 진태이, 이상혁, 이시훈, 이석, 노수산나, 김나미 등 대학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지난 5일을 시작으로 내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연극 ‘월남스키부대’서 노인 역 열연 이한위 “아들이 세살인데...”

    연극 ‘월남스키부대’서 노인 역 열연 이한위 “아들이 세살인데...”

    “3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노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 이한위가 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연극 ‘월남스키부대’ 프레스콜에 참석해 본인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입만 열면 ‘뻥’을 쏟아내는 허풍의 달인 김노인(이한위, 서현철, 심원철 분)이 물건을 훔치러 들어왔던 도둑들에게 화려한 입담을 선보이며, 허당 오지랖 도둑들(손종범, 진태이 분)이 난데없이 이들의 가족사에 휘말리게 된다는 허풍 충만 코미디다. 김노인 역의 이한위는 “낯선 장르의 캐릭터지만, 재기 넘치는 연출자가 쓴 대본대로 잘 수행한다면 김노인 역을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와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한위와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의 달인 서현철이 출연한다. 또 개그맨 출신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과 연기를 모두 맡고 있는 심원철이 주인공 김노인 역을 분했다. 김노인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매회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한위는 “다른 배우들이 공연하는 것도 봤는데 뭔가 다르더라. 왜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답게 연기를 했다”면서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재원과 손종범이 각각 대책 없는 백수 아들과 오지랖 넓은 허당 도둑 역을 맡아 열연하며, 진태이, 이상혁, 이시훈, 이석, 노수산나, 김나미 등 대학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지난 5일을 시작으로 내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세월호’이후 연극계 변화의 바람… 시대 아픔을 보듬다

    ‘세월호’이후 연극계 변화의 바람… 시대 아픔을 보듬다

    “유쾌한 공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사는 게 힘든데 연극을 통해 더 힘든 이야기를 보겠냐 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유쾌한 이야기들이 돈이 되니 진지하고 무거운, 돈 안 되는 작품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그가 연출한 연극 ‘이혈’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연극계에 상업화의 파도가 몰아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이후 시대와 사회를 성찰하는 연극에 대한 요구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28일 막을 내린 연극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입소문만으로 관객이 몰려 60여석 소극장에 보조석까지 마련됐다. 한 노부부가 지난 세월을 돌이키며 나누는 대화 속에 한국전쟁과 산업화, 대구지하철 참사까지 현대사의 아픈 상처가 겹겹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비수기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사회의 아픔을 보듬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남북 분단, 산업화와 도시 빈민, 노사갈등까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연극들이 올가을 줄줄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지난 26일 개막한 ‘이혈(異血):21세기 살인자’(다음달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공간 SM)와 18일 개막한 ‘빨간시’(다음달 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다음달 9~26일 대학로 뮤디스홀)는 위안부 피해의 아픔을 반복되는 비극의 악순환 속에서 조명한다. ‘이혈’의 주인공인 만화가 강준은 자신을 ‘괴물’로 묘사한 유작을 남긴 채 자살하는데, 그의 가족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치유되지 못한 위안부 피해의 상처가 있다. 박장렬 연출은 “인류의 역사에 비극이 되풀이되는 근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빨간시’는 여배우 성상납 문제와 위안부 피해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성상납을 강요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배우 사건을 목도했던 한 일간지 기자가 저승에서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의 삶과 마주한다. 그가 기억하는 아픈 사건들은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이라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 놓인다. 2011년 초연 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선정돼 초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창신동’(다음달 4~19일 대학로 정보소극장)도 다시 찾아온다. 영세한 봉제가게가 빼곡한 창신동을 배경으로, 가난을 대물림해 온 도시 빈민들의 팍팍한 삶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그린다. 단칸방에 살며 희생에 익숙한 삶을 사는 주인공 연주와 그에게 집착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배다른 오빠, 그의 몸을 탐하는 동네 남자들까지 한국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 ‘창신동’의 박찬규 작가와 김수희 연출은 ‘공장’(다음달 2~11일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원청·하청 간의 차별이 가져오는 노사갈등과 노노갈등, 그 안에서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갈등을 극대화하기보다 노동자 개개인의 삶에 천착한 것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연에서 호평을 받은 ‘이인실’(다음달 17~2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은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병원 2인실을 함께 쓰다 뇌사상태에 빠진 탈북자 지룡의 비밀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백수 남녀의 이야기로, 탐욕으로 뒤틀린 인간 본성과 탈북자의 시선에서 포착된 한국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대법 판결 앞둔 어느 해사 교관의 ‘잃어버린 3년’

    대법 판결 앞둔 어느 해사 교관의 ‘잃어버린 3년’

    “민간인도 군인도 아닌 경계인이라 취직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지난 3년이 정말 악몽 같습니다.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25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김모(32) 중위의 바람이다. 2009년 6월 학사장교로 입대, 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그는 희망에 부풀었다. 국사 교사가 될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도 줄여 가며 강의노트를 만들었다. 열정은 부메랑이 됐다. 전역이 1년도 남지 않은 2011년 6월 군 검찰은 그를 국가보안법 및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강의노트에 해방 후 북한 역사와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세력의 독립운동을 적어 놓은 부분이 문제가 됐다. 입대 전 야간 촛불집회에 참여한 전력도 보태졌다. 그해 11월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듬해 7월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학문의 자유를 인정해 국보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형을 유지했다. 진짜 시련은 이때부터였다. 군 검찰이 기소와 함께 군인사법에 따라 ‘기소휴직’을 명령한 게 굴레가 된 것. 확정판결 때까지 군인 신분은 유지한 채 직무에서 배제되는 신세가 됐다. 매달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의 절반인 49만 8000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군인 신분이라 취직도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대법원 선고도 기약이 없었다. 김 중위는 무려 3년이 넘게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채로 살아야 했다. 군대 내 기소휴직 제도는 피의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상급자 명령에 따라 실행돼 기소된 군인들은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상소하지 않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자정 이전 야간시위 금지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하고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려 김 중위는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파기환송을 거쳐 확정되려면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나마 나은 경우다. 만약 유죄판결이 나오면 이미 예정됐던 전역일을 2년 이상 넘겼음에도 기소휴직 시점부터 남은 복무 일수를 마저 채워야 한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봉급도 배상받을 길이 없다. 제주도가 고향인 김 중위는 현재 대학원 선배들의 도움으로 학교 근처 연구실에 거주하고 있다. 생활고로 지인들에게 상당한 빚을 지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빚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스스로 위축되고 수치심마저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원광대 법학연구소 박정일 연구원은 “기소휴직 제도가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군대의 특수성을 가장, 기본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잦아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전문계고 ‘백수 졸업생’ 13년간 3배 늘어

    전문계고 졸업생 중 취업자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 진학자를 앞질렀다. 하지만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백수 졸업생’의 비율도 같은 기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4월 1일 기준 특성화고·마이스터고·종합고(전문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이 44.2%로, 대학 진학률 38.7%를 5.5% 포인트 앞질렀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전년(40.9%)보다 3.3% 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전년(41.6%)보다 2.9% 포인트 줄었다.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01년 48.4%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2년 취업률(45.1%)이 대학 진학률(49.8%)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이후 취업률이 곤두박질을 치면서 2009년 16.7%까지 추락했다가 13년 만에 대학 진학률을 앞질렀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의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 사업’을 전문계고 취업률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마이스터고 지정에 따라 전문계고 전반에 취업률 증가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전국 681개의 특성화고는 과거 실업계고, 전문계고로 불렸던 직업교육 전문고교를 뜻한다. 마이스터고는 ‘기술장인’을 육성하고자 2010년부터 특성화고 가운데 지정하며, 현재 41개교가 있다. 올해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은 45.3%, 마이스터고는 90.6%에 이르렀다. 인문 계열과 전문 계열이 함께 있는 전국 172개 종합고의 평균 취업률이 23.9%에 불과해 전문계고 전체 취업률을 깎아내렸다. 취업도 하지 않고 대학 진학도 하지 않은 이들이 2002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은 2002년 전체의 5.1%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9.8%로 늘었고 올해는 17.1%로 껑충 뛰었다. 실제로 2002년 백수 졸업생이 1만 1886명이었으나 올해 2만 1743명으로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졸업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짐승돌 버리고 JYP형 색 빼고 작정하고 놀았죠”

    “짐승돌 버리고 JYP형 색 빼고 작정하고 놀았죠”

    아이돌 그룹 7년차는 절대 만만한 지점이 아니다. 신인의 풋풋함으로 승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갑자기 아이돌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도 애매하다. 올해로 데뷔 7년차 ‘고참 아이돌 그룹’ 2PM은 이 딜레마 사이에서 꽤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지난 15일 4집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소속사 대표인 박진영이 아닌 2PM 멤버 준 케이가 작사·작곡한 ‘미친거 아니야?’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왔다. “제가 쓴 곡이 타이틀곡이 되고 나서 엄마랑 통화하는데 눈물이 다 나더군요. 망설임 없이 쓴 곡이고, 사람들이 놀 때 ‘자, 달리자~’ 하는 분위기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죠. 가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어체를 많이 썼고요.”(준 케이) 앨범의 셀프 프로듀싱에 처음 도전한 이들은 그룹 2막을 열었다는 생각에 기대 반, 설렘 반이다. “처음 (박)진영이 형의 품을 떠나 만든 앨범인데 멤버들 각자의 색을 많이 넣어 새로운 문이 열린 것 같아요. 그만큼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크죠.”(택연) 데뷔 초 ‘10점 만점에 10점’, ‘어게인 앤 어게인’, ‘하트 비트’ 등에서 내세웠던 섹시하고 강인한 ‘짐승돌’의 이미지도 버렸다. 2PM 멤버들의 입에서는 “공감”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다. “그동안은 퍼포먼스를 주로 하다 보니 각 잡힌 ‘짐승돌’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힘을 빼고 함께 무대를 공감하고 즐기는 데 중점을 뒀어요.”(준 케이) “심각한 음악으로 우릴 봐달라고 하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해피 바이러스가 되어 우리가 먼저 다가가고 싶었죠. 이젠 좀 내려놓고 어떤 룰에 갇히지 않은 자연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우영) ‘미친거 아니야?’는 바운스 디스코와 하우스 장르를 기반으로 한 신나는 댄스곡. 멤버들이 함께 추는 오토바이 안무를 제외하고는 짜맞추지 않은 막춤이 특징이다. 동선을 미리 짜지 않아 서로 부딪혀도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뮤직비디오에서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개구쟁이처럼 코믹 댄스를 추는 등 여기저기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에 ‘백수’ 콘셉트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자유분방함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 의상으로 항상 다니고 싶을 정도로 몸의 움직임이 편하더군요.(웃음) 오토바이춤도 일본 투어 공연 때 대기실에서 놀다가 나온 아이디어죠.”(택연) 더 이상 자신들이 불편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들은 지나온 세월만큼 부쩍 성숙해졌다. 지난 3집 앨범의 성적 부진에 대해서도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오히려 배운 건 많았다. 이번 앨범은 잘돼야 한다.(웃음) 음악방송이나 음원에서의 성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에게 민감한 공개 연애에 대해서도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팬들에게는 예민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오래하려면 솔직한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인기만 좇는다면 절대 행복한 삶이 될 수 없을 겁니다.” 한류 열풍이 주춤해진 일본에서도 현지화 전략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군대는 언제 가고, 다녀온 뒤 어떻게 다시 뭉칠까 등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팀워크가 좋다. 이들의 목표는 장수 그룹으로 오래오래 함께하는 것. “2PM은 여전히 새롭게 보여드릴 모습이 많아요.”(준케이) “함께 오래오래 무대에 서려면 건강과 자기관리가 제일 중요하겠지요.”(택연) “저희들이 30대 중반쯤 됐을 때도 2PM 하면 유쾌한 그룹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나서도 팬들과 음악으로 추억을 함께 엮을 수 있으면 좋겠고요.”(우영)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한국표준협회장에 백수현씨

    한국표준협회장에 백수현씨

    한국표준협회는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백수현(65) 동국대 전자전기공학부 석좌교수를 제23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백 신임 회장은 현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적합성정책위원회(CAB)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추석 선물 특집] KGC인삼공사-가을 타는 김차장, 홍삼 먹고 맘 잡게나

    [추석 선물 특집] KGC인삼공사-가을 타는 김차장, 홍삼 먹고 맘 잡게나

    KGC인삼공사는 추석을 맞아 세대별 맞춤 홍삼제품과 선물세트로 선물시장 공략에 나섰다. ‘화애락퀸’(15만원)은 40~50대 여성을 위해 홍삼과 백수오를 결합한 복합 건강기능식품이다. 6년근 홍삼을 기본으로 중년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백수오와 속단, 당귀 등의 다양한 식물성분을 배합했다. 중년 남성을 위한 ‘홍천웅’(15만원)은 6년근 홍삼농축액과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홍경천을 비롯해 구기자, 황기, 복분자, 오미자, 녹용 등을 담았다. 추석 선물로 수년간 단일 품목 1위를 차지한 정관장은 고급 뿌리삼인 지삼(地蔘)을 함유한 ‘홍삼정리미티드’, 홍삼정 성분을 그대로 담은 ‘홍삼정타브렛’, 프리미엄 환 제품 ‘황진단’으로 구성한 고품격 선물세트 ‘현-기품을 드리다’ 세트(45만원)를 새롭게 출시했다. 다음달 14일까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추석의 마음-당신께만큼은 정관장’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구매금액 10만원 이상은 5%, 30만원 이상은 10%, 50만원 이상은 15% 할인해 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정관장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20만원당 1만원을 깎아 준다. 또한 국민·삼성·롯데카드로 가두점에서 20만원, 40만원, 60만원 이상 결제하면 각각 1만원, 2만원, 3만원씩 청구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1588-2304.
  • 삼성전자·반올림 보상 논의 급진전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6차 협상 만에 보상 논의에 진전을 보였다. 양측은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6차 협상에서 그동안 팽팽하게 맞섰던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논의에서 한발 나아갔다. 협상에 참여하는 반올림 측 피해자와 가족 8명 가운데 5명이 “우리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우선 진행하자”며 “필요하면 실무 협의도 별도로 가질 수 있다”고 삼성전자에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의견이 갈려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협상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가능하다면 나머지 가족 3분도 함께 논의에 참여해 보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협상 참여자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를 한 다음 보상 기준과 원칙을 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반올림은 산업재해 신청자 전원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맞서 왔으나 협상단 일부가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반올림 측 교섭단장인 황상기씨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소속 회사, 질병 종류, 재직 기간 등 6개 항을 기준으로 보상 원칙을 마련하자고 제시하기도 했다. 반올림은 그간 밝히기를 꺼렸던 산업재해 신청자 33명의 명단을 삼성전자에 전달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길섶에서] 108배/문소영 논설위원

    장안에서 가장 비싸다는 수업료를 내고 사립대학을 다녔으나 백수였던 20대 중반. 세상에 패배했다고 낙심해 머리 깎고 절에나 들어갈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시달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물정은 훨씬 잘 파악했던 동생이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폐쇄된 집단이라 세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해 흐지부지됐다. 불교 신자가 아니면서 그 무렵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꽤 오랫동안 했다. 절하는 자세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려는 노력인 하심(下心), 또는 집착을 일으키는 여러 인연을 놓아버리는 방하(放下)에 닿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교만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던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던 시절이었던 것도 같다. 그 몇 년 뒤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일반인 대상의 5박6일인가 ‘짧은 출가’를 보냈는데, 여름날 산사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도량을 돌고 예불로 108배를 할 때 몸에 익숙한 그 절을 하면서 참으로 속이 편했던 것 같다. 요즘 비뚤어진 마음이 아니라 살찐 몸을 교정하기 위해 절을 권한다고 한다. 20대의 싱싱한 무릎도 아닌데 마음이 좀 어지러워 108배를 시작해볼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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