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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土파라치/육철수 논설위원

    특정 용어나 표현은 세월을 잘 만나거나 사용한 사람의 유명세에 따라 순식간에 유행어로 자리잡기 일쑤다. 파파라치도 그 중 하나다.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란 뜻인데, 유명 인사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몰래 사진을 찍어 돈벌이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파파라치는 8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애인과 함께 있던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해서 지구촌 사람들에게 ‘찰거머리처럼 귀찮게 구는 인간’이란 인식을 심어놨다. 국내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각종 신고포상금제와 만나 언제부턴가 ‘전문신고꾼’이란 의미로 둔갑했고 쓸모없는 합성어를 숱하게 쏟아냈다. 카파라치(교통법규 위반자 신고인), 쓰파라치(쓰레기 투기자 〃), 담파라치(담배꽁초 투기자 〃), 봉파라치(1회용 봉투 미사용자 〃), 식파라치(유해음식 판매자 〃), 세파라치(탈세자 〃), 성파라치(성매매 〃)….50개쯤 되는 ‘파라치’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니 가히 ‘저인망 감시사회’라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겠다. 심각한 언어오염에다, 양산되는 유사어에 거부감이나 역겨운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핵심 글자 하나씩을 맨앞에 척척 갖다 붙이니 편리하고 의미 전달력도 그럴 듯해 보인다. 건설교통부가 내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이용의무 위반자를 신고한 사람에게 50만원 이상의 포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토(土)파라치’가 즉각 등장했다. 예전에 토지불법전용자 신고인을 포상할 때 ‘땅파라치’란 말이 쓰였으니까 실은 그 말이 그 말이다. 카파라치·식파라치 등 포상금을 비교적 타기 쉬운 ‘업종’에는 아마추어급까지 몰려들고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업으로 뛰어든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직업을 파라치로 정한 백수도 부지기수다. 요즘엔 수강료를 받고 전문 파라치를 길러내는 요상한 학원까지 생겼다니, 세상 참…. 파라치를 신경쓰지 않으려면 완벽하게 질서정연한 준법사회여야 하는데, 사람 사는 곳에서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 불법을 고발시켜 시민정신을 한껏 드높이고 포상금을 남발한 결과, 우리가 언제 정의사회를 구현한 적이 있던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뉴올리언스 재난과 태풍 ‘나비’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 ‘나비’가 오는 6∼7일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상청이 어제 예보했다. 예보에 따르면 ‘나비’는 최대풍속이 초속 46m, 영향 범위가 반경 550㎞를 넘는 초대형 태풍이다. 따라서 그 위력은 2002년의 태풍 ‘루사’보다 강하고 2003년의 ‘매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루사’와 ‘매미’의 강습 때 백수십명의 인명피해가 생기고 재산피해가 4조∼5조원대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나비’가 우리땅을 비껴 지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이번만큼은 태풍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해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태풍이 오기까지는 아직 사나흘 남았으므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휴무일과는 상관없이 비상대책을 세우고 현장을 점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보수해야 할 시설물에 대해서는 군병력을 포함한 가동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서둘러 보완하는 등 긴급조처를 취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도 강한 바람과 호우에 취약한 점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하겠다. 지금 미국은 뉴올리언스시의 80%가 물에 잠기고 사상자가 수백, 수천명을 헤아리는 재난을 겪고 있다. 시장 스스로가 ‘도시 포기’를 언급할 정도로 최악인 국가 재난에 대해 그 원인이 인재(人災)에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는 실정이다. 자연현상을 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일은 역시 인간의 몫이다. 우리도 태풍 ‘나비’가 지나간 뒤 ‘천재(天災)보다는 인재’라는 한탄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새영화] 오늘개봉 ‘게스 후?’

    [새영화] 오늘개봉 ‘게스 후?’

    2일 개봉하는 케빈 로드니 설리반 감독의 영화 ‘게스 후?’(Guess Who)는 흑인과 백인간의 신경전과 화해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이다. 흑인 집안에 백인 사위가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미디로 녹였다. 결혼 25주년을 앞둔 중년의 흑인 남자 펄시 존스(버니 맥)는 혼기가 꽉 찬 딸의 사윗감으로 소박한 조건을 지녔다. 그저 멀쩡한 직업에 운동을 조금 하면 되고, 제시 잭슨 목사나 빌 코스비처럼 미국 사회에서 모범적인 흑인이면 더욱 좋다. 어느 날 딸 테레사(조 살 다나)가 사윗감 사이먼(애시톤 커처)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순간 펄시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얼굴 색깔이 검은색이 아닌 것. 게다가 운동에 ‘운’자도 모르고, 직장도 잃은 ‘백수’다. 펄시는 사이먼이 영 마뜩지 않다. 결국 펄시는 사이먼을 쫓아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속에는 흑인 장인과 백인 사위간의 미묘한 갈등이 잘 버무려져 있다. 관객의 배꼽을 잡아빼는 대사와 행동, 잔잔한 감동을 주는 상황설정 등은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그러나 극 초반의 긴장감은 뒤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것이 흠. 흑-백 커플간의 밀고 당기는 얼개가 뒤로 갈수록 성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다양하게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충분한 재미로 다가온다.12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중국의 새로운 고민 ‘컨라오쭈’

    왕옌(王燕·25·여)은 베이징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사회에 나와 국유기업 비서직과 중소기업 사무직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1년도 못돼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상태다. 왕옌은 오전 내내 컴퓨터 채팅으로 소일하다가 오후에는 베이징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자오양취(朝陽區) 타이핑양(太平洋) 백화점에서 2000위안짜리 화장품 세트를 신용카드로 구입했다. 물론 부모의 카드를 사용했다. 저녁에는 또래 친구들과 카페촌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거나 때론 나이트 클럽에서 신나게 몸을 흔든다.그녀는 “한달에 1500∼2000위안의 월급을 받으며 미래가 없는 회사에서 인생을 썩히고 싶지 않다.”며 화려한 백수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최근 중국에서 실업자 급증과 함께 부모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컨라오쭈( 老族)’들이 확산되고 있다.‘‘부모를 파먹고 산다.’는 의미가 더 정확하다. 이런 컨라오쭈들이 중국 경제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난징(南京)대학 노령과학연구센터가 최근 밝혔다.컨라오쭈들은 1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이 크다.7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샤오황디(小皇帝) 세대’들이 주력이다. 외동인 까닭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독립심도 없는 잉여인간으로 길러졌다는 지적이다. 컨라오쭈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만족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비자발적 실업자’나 회사 적응에 실패해 스스로 직장을 떠나는 ‘비회사형 인간’들도 적지않다.화둥(華東) 사범대학 심리상담센터 예빈(葉斌) 주임은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컨라오쭈들은 결국 인생을 향한 동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자금의 출처를 차단하고 단호하게 굶기면서 자립 의식을 키워야 한다.”며 강력한 처방을 내린다. 중국 사회 전체로 보면 컨라오쭈들의 확산은 중국의 노령화를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인구의 30%가 놀고 먹는 상황에서 컨라오쭈들은 부모들의 노후 연금마저 ‘파먹는’ 극한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컨라오쭈를 ‘중국 가정의 일급 파괴자’라고 부른다.oilman@seoul.co.kr
  • [깔깔깔]

    ●남자다운 남자 어느 여자가 바람둥이로 소문난 부인을 만났다. “부인, 또 남편이 바뀌었다는데 이제 세 번째던가요?” “자존심 상합니다. 다섯번째죠.” “이번에도 백만장자이신가요?” “아뇨, 백수건달이에요.” “예? 어찌 된 거예요?” “뭐, 그 사이 돈은 모을 만큼 모았으니까 이제 남자다운 남자를 고르는 게 당연하잖아요?” ●의견 일치 두 소년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빠가 네 아빠보다 더 낫다고!” “아니야!” “우리 형이 네 형보다 나아!” “아니야!” “우리 엄마가 네 엄마보다 훨씬 더 나아!” 다른 아이가 잠시 머뭇거렸다. “음…, 그건 네가 맞는 것 같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3)묘청은 ‘정감록’의 숨은 뿌리였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3)묘청은 ‘정감록’의 숨은 뿌리였다

    조선 광해군 때였다. 술관 이의신이 상소하여, 경기도 교하현(현재는 파주군 교하)으로 서울을 옮기자고 주장했다. 한양의 지기가 쇠했기 때문이라 했다. 당파싸움과 청나라 세력의 등장으로 골치아파하던 광해군은 이의신의 천도론에 솔깃해 했다. 그러자 예조 판서 이정구는 이의신의 천도론을 거세게 공격했다. 풍수설은 유교 경전과 거리가 먼, 한낱 방술(方術), 아무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거였다. 이 때 이정구는 멀리 고려 때의 일을 들먹였다.“요승 묘청(妙淸)이 음양가의 설을 빌려 임금을 현혹했습니다.‘송경은 왕업이 이미 쇠하였는데, 마침 서경에 왕기가 있으니 도읍을 옮겨야 한다.’고 하여 서경의 임원역(林原驛)에 새로 궁궐을 짓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변란이 일어났던 것입니다.”(실록, 광해 4년 11월 15일 을사) 이정구의 이 같은 주장으로 이의신의 천도론은 무너졌다. “요망한 승려” 묘청을 연상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한국 역사상 묘청만큼 천도문제를 개혁과 맞물려 철저하게 내세운 이는 없었다. 그는 국정을 쇄신하고 종속적인 기왕의 대외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방편으로 천도론을 폈다. 잘 따져 보면 묘청의 천도론은 ‘정감록’과 일맥상통한다. 정감록의 주요 골자는 계룡산에 도읍해 세 세상을 열자는 것인데, 묘청의 생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예언가 묘청의 비극 묘청은 서경(평양)의 승려다. 그는 인종 5년(1127) 검교소감(檢校少監) 백수한의 천거로 조정에 알려졌다. 서경의 천문 지리 관계 분사(分司)를 이끌던 백수한은 묘청의 제자였다. 이후 8년 동안 묘청은 인종의 신임을 받으며 국정을 좌우하다시피 했다. 그 무렵 내외정세는 무척 혼란했다. 권신이 날뛰고 북방의 금(金)나라가 압력을 가해오는 상황이었다. 인종은 수도 개경 출신의 귀족들을 억제할 생각이 없지 않았다. 혹시 금나라가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야만 되었다. 묘청은 인종의 이런 고민을 잘 헤아렸다. 묘청이 제시한 해결책은 서경천도였다. 인종7년(1129) 묘청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서경에 신궁이 낙성되었다. 이 기회를 빌려 묘청 일파는 칭제건원(稱帝建元 황제를 칭하고 연호를 세움)을 주장했다. 금나라에 대한 선제공략도 건의했다. 실로 국가의 명운을 건 과감한 시책이었다. 인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묘청은 풍수지리설을 비롯해 여러 도참설을 이용하였다. 신비한 이적을 조작하기도 했다. 예컨대 인종이 신축된 서경의 궁궐에 처음으로 자리를 잡는 순간 공중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고 허풍을 친 일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서경 한 가운데를 흐르는 대동강에 상서로운 기운이 나타났다고 야단이었다. 신룡(神龍)이 침을 토해 강물에 오색빛깔이 영롱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신이한 현상에 대해 묘청 측은 위로 천심에 따르고 아래로 인망을 잃지 않은 결과라며 장차 고려는 동북아 최강의 패자로 급부상하던 금나라도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공중에서 풍악소리가 저절로 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환청 같은 것에 불과했다. 대동강물에 서기가 비친 것도 역시 조작된 것이었다. 묘청 등은 남몰래 큰 떡을 빚어서 속을 빼내고 볶은 기름을 채운 뒤 구멍을 뚫었다. 그런 다음 이 떡을 대동강에 가라앉힌 것이었다. 떡에서 나온 기름방울이 햇빛에 비쳐 오색을 뿜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고려사’, 권 127) 처음에 인종은 묘청의 개혁안에 적극 찬동하였다. 그러나 왕은 결국 묘청과의 약속을 배반했다. 본래 왕의 성격이 우유부단한데다 개경의 구 귀족들이 벌인 반대공작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묘청과 대립한 개경파의 거두는 김부식이었다.‘삼국사기’의 저자로도 유명한 김부식은 문무를 겸전한 인물이었다. 그는 개경의 구 귀족 세력을 결집시켜 우선 인종과 묘청을 이간시키고, 이어서 묘청을 비롯한 서경파를 완전히 제거할 생각이었다. 인종13년(1135) 묘청은 더 이상 인종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력으로 개혁을 추진하기로 결심해 평양에 새 나라를 세웠다. 국호를 대위(大爲)라 정하고 연호를 천개(天開)라 했다. 묘청의 군대는 천견충의군(天遣忠義軍, 하늘이 보낸 충의로운 군대)이라 불렀다. 그러나 김부식이 이끌던 고려군의 전술적 능란함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묘청은 한 때 그의 충실한 부하였던 조광에게 암살되었다. 이로써 묘청의 개혁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조선말까지도 유학자들은 묘청을 단죄해 왔다. 앞에 예로 든 이정구처럼 유학자들의 눈에 비친 묘청은 한갓 요망한 승려에 불과했다. 예언과 이적을 빌려 나라를 망치려 든 역적이란 것이다. 이런 악평을 처음으로 뒤집은 이는 아마도 단재 신채호(1880~1936)일 것이다. 그는 묘청과 김부식의 대결을 한국사에 있어 자주노선과 사대노선이 격돌한 일대사건으로 보았다. 신채호에 따르면, 묘청의 실패는 한 개인의 패망이 아니라 한민족의 주체성이 외세의존적인 세력에 완전히 무릎을 꿇고만 중대사건이었다. 나는 신채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묘청의 행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예언가 묘청은 개혁의 웅지를 품었던 역사상의 일대 거인이었기 때문이다. ●서경 궁궐터와 36국 조공설 ‘정감록’을 신봉하는 이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정씨가 계룡산에 도읍하면 나라의 수명은 6백 년이요,36국의 조공을 받게 된다. 사실상 세계 통일 정부가 한반도에 출현할 시운이 오는 것이다.” 지리산 청학동 골짜기에 있는 어느 신종교의 본부 건물에 부착된 주련(柱聯)에도 비슷한 구절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세계의 운이 돌고 돌아 이제 동방의 작은 나라로 들어오리라.”는 것이다. 36국이라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36이란 숫자는 자연수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인 지리 관념에 따르면 이 세상은 동, 서, 남, 북의 4방으로 나뉜다.4통8달이란 말도 있지만 4방은 다시 여럿으로 세분화된다.12 간지를 모방해 지관의 나침반에서 보듯 4방은 다시 12로 나뉜다. 이것이 36으로 더욱 미세하게 갈라지기도 한다. 요컨대 36은 온 세상을 포괄하는 상징적 표현이다. 장차 한국이 36국으로부터 조공을 받게 된다는 말은, 다시 말해 한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등장한다는 뜻이다. 물론 세상 모든 나라가 한국에 굴복할 거라는 기대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다시피 고대로부터 중국대륙에는 강대한 정치세력이 연이어 들어섰다. 그들 나라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엔 독특한 세계 질서가 형성되었다. 조공체제란 것이다. 한 편엔 당연하다는 듯 조공을 받는 문명한 큰 나라가 있고, 다른 한 편엔 조공을 바칠 의무를 걸머진 여러 개의 미개한 나라들이 있다고 보는 위계적인 세계관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여진과 유구 등 몇몇 나라의 조공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남의 나라에 조공을 바쳐야만 되었던 경우가 좀더 많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언젠가 다른 나라들에서 조공을 받는 날이 오기를 꿈꾸게 되었다. 근원을 헤아려 볼 때 ‘정감록’ 신봉자들이 36국 조공설을 주장하는 것은 민중의 오랜 갈망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조공 자체에 비중을 둔 것 같지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새 국가의 건설을 바랐던 염원으로 봐야 옳지 않을까 한다. 36국 조공설을 처음으로 편 사람은 다름 아닌 묘청이었다. 그것도 서경천도론을 펴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인종 6년(1128) 고려 수도 개경의 인덕궁과 남경(뒷날의 한양)에 있던 궁궐이 연이어 화재를 입었고, 이 무렵 묘청은 이렇게 주장했다.“서경에 있는 임원역의 지기를 살펴 보았습니다. 이 곳이 음양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대화세(大華勢)입니다. 만약 그곳에 궁궐을 세우고 수도를 옮기신다면 천하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금나라가 조공을 바치게 되고 저절로 항복해올 것입니다.36국이 모두 조공을 바치게 될 것 입니다.”(‘고려사’, 권 127) 이 말에서 보듯 묘청은 한국의 지세를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체로 인식했다.“대화(大華)”란 대화(大花)다. 국토를 한 그루의 나무로 볼 때 가지마다 크고 작은 꽃이 핀다. 이것이 각지의 길지 또는 명당이다. 이들 명당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명당이 큰 꽃이다. 그 자리가 평양 임원역에 있으므로, 그곳에 궁궐을 지으면 나라가 가장 융성하게(大華) 된다는 것이다. 인종은 묘청의 36국 조공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동안 개경의 귀족들에게 억눌려 지내온 자신의 처지를 일거에 개선하고, 나아가 쇠약해진 국운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왕은 묘청의 건의에 따라 서경에 궁궐을 지은 뒤, 개혁의 꿈을 이렇게 담아냈다.“해동 선현(海東先賢 옛날의 어진이들 즉, 예언가들)이 말하기를,‘대화세(大華勢)에 궁궐을 창립하여 나라의 운명을 연장할 것이다.’고 했다. 이제 이미 그 터를 잡아 새로 궁궐을 지었다. 나는 때때로 그곳을 순회하여 은혜와 덕택이 안팎에 고루 미치게 하려 한다. 이를 기념하여 죽을죄를 범한 자는 감하여 유배형에 처하고, 유배 형 이하의 죄를 지은 자는 모두 용서하겠다.”(‘고려사’, 권 16) 인종이 내린 글에서 보듯, 묘청은 ‘대화세´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앞 시대의 예언서에서 찾아 놓고 있었다.‘해동선현’이 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런 예언이 묘청 일파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어쨌거나 인종은 서경에서 발견된 대화세 명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당시 조정 대신들 가운데서도 문공인과 임경청 등 일부 인사들은 묘청을 추종했다. 그들은 묘청을 “성인(聖人)”이라며 떠받들었다. 묘청의 제자 백수한 역시 그들에겐 존경의 대상이었다. 문공인 등은 왕에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모든 국가의 일을 묘청과 백수한 두 사람에게 일일이 자문한 뒤에 시행하십시오. 그들의 견해를 따른다면 나라가 다스려져 평안할 것입니다.”(‘고려사’, 권 127) 이 말대로 인종은 한동안 묘청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좇았다. 그러나 의심 많고 나약한 왕은 결국 묘청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왕은 신하들이 “성인”이라 추앙하는 묘청의 종교적 카리스마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훗날 조선조의 중종이 개혁파 조광조를 중용하다가 겁을 내어 처단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려 인종은 본래 자기의 적이었던 송경의 귀족들을 앞세워 묘청을 제거했다. 묘청의 죽음과 더불어 36국 조공설은 끝장났다. 하지만 그 꿈은 민중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묘청이 죽은 지 900년 가량 지난 오늘날에도 ‘정감록’ 신도들은 여전히 36국 조공설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묘청의 팔성당과 십승지 묘청이 국토를 한 그루의 나무로 인식했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말했다.‘대화세´로 집약되는 묘청의 풍수 이해 가운데서 나는 ‘정감록’에 언급된 십승지의 원형을 본다. 이런 짐작은 인종9년(1131) 묘청이 인종에게 올린 글에서 더욱 뚜렷이 확인된다. 그는 궁궐 안에 “팔성당”(八聖堂)을 설치하자고 제안하였다. 국토의 수호신인 여덟 성인을 위해 사당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이들 여덟 성인은 풍수지리와 관계가 깊었다. 동시에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팔성”에 관한 묘청의 말은 이랬다. “첫째는 호국(護國) 백두악(白頭嶽 백두산) 태백선인(太白仙人)인데 실체는 문수사리보살(文殊舍利 菩薩)입니다. 둘째는 용위악(龍圍嶽 금강산으로 추정) 육통존자(六通尊者)로 실체는 석가불(釋迦佛), 셋째는 월성악(月城嶽 경주 남산으로 추정) 천선(天仙)으로 실체는 대변천신(大變天神), 넷째는 구려(駒麗) 평양선인(平壤仙人)으로 실체는 연등불(燃燈佛), 다섯째는 구려(駒麗) 목멱선인(木覓仙人 목멱은 남산)으로 실체는 비파시불(毗婆尸佛), 여섯째는 송악(松嶽) 진주거사(震主居士)로 실체는 금강색보살(金剛索菩薩), 일곱째는 증성악(甑城嶽 속리산으로 추정) 신인(神人)으로 실체는 륵차천왕(勒叉天王), 여덟째는 두악천녀(頭嶽天女 이른바 지리산 聖母)로 실체는 부동우파이(不動優婆夷)입니다.”(‘고려사’, 권 127) 묘청의 주장은 ‘정감록’의 십승지설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가 거론한 지명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백두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주요 마디가 중시되었다. 백두산, 금강산, 속리산 및 지리산을 비롯해 송악산과 서울 및 경주의 남산 등이 언급되었다.‘정감록’에 언급된 길지들이 이들 여러 산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 얼핏 보기에 ‘정감록’과 전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전국 8대 명산의 실체를 도교의 신선이자, 불교의 불보살로 인식한 점이다.‘정감록’에는 이런 종교적 관점이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없지는 않다. 부안의 변산이나 보은 속리산처럼 미륵불교의 성지가 십승지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례로 ‘정감록’의 핵심 예언서에 해당하는 ‘감결’을 살펴보더라도 불교 최고의 성지 금강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불교의 성지가 바로 최고의 명당이요, 국가의 운명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 이런 믿음이 풍수지리사상과 결합해 팔성당이나 십승지라는 관념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후기에는 불교의 위세가 많이 위축되었다.‘정감록’에는 불보살의 존재가 그저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더욱이 ‘정감록’을 전국에 전파시킨 술사들이 유교적 교양을 갖춘 평민 지식인들이고 보니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묘청이 팔성당의 건립을 주장했을 당시만 해도 사정은 아주 달랐다. 왕은 화공을 시켜 팔성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당대 최고의 명문장 정지상은 팔성의 덕을 이렇게 찬양했다.“오직 천명(天命)만이 만물을 제어할 수 있고 오직 땅의 덕(土德)만이 사방에 왕 노릇을 하게 돕는다. 이제 평양 한 가운데 대화(大華)의 지세를 골라서 궁궐을 새로 짓고 음양의 이치에 순응하여 팔선(八仙)을 모시노라. 백두산을 받들어 우두머리로 삼으니 밝은 빛이 어리누나.” 묘청은 한국 풍수지리의 비조(鼻祖) 도선국사의 정맥(正脈)을 이었다고 했다. 도선의 후예답게 그는 팔성당 이론을 폈고, 이는 훗날 십승지설로 다시 피어나게 될 운명이었다. ●묘청의 새 상원(上元)과 후천개벽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정감록’의 이면에 간직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사상도 실은 묘청에 기원을 두었다는 점이다. 인종10년(1132) 왕이 반포한 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옛 가르침(예언서)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천지가 생긴 뒤 수만 년이 지나면 반드시 동지(冬至)가 갑자일이 되리라. 그때가 되면 해와 달 그리고 수화목금토 다섯별이 모두 정북(正北,子)에 모여든다. 이 때를 상원(上元)으로 삼아 일력의 출발점을 삼으라. 천지가 열린 뒤 성인(聖人)의 도(道)가 이때부터 행해질 것이다.’(‘고려사’, 권 16) 하늘을 수놓은 일곱 개의 주된 별이 정북에 모이는 동짓날이 되면 후천이 개벽된다는 예언이었다. 이런 예언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묘청이었다. 그는 그해 동짓날을 기점으로 후천개벽이 시작된다며 왕에게 정치의 혁신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왕은 결국 묘청의 제안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건 그랬지만 한국 민중은 묘청이 한 번 싹을 틔운 이상세계의 꿈을 끝내 접지 않을 것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알림 지난 18일자에 게재된 정감록 32회 기사중 경북 울진 ‘불영사’의 한자 표기는 ‘不影寺’가 아닌 ‘佛影寺’이기에 바로잡습니다.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방혜자전-9월7일까지 갤러리 현대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빛’. 재불화가 방씨는 육안으로 보는 빛에 머물지 않고 깊숙한 내면, 마음으로 보는 빛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뇌가 담겨있다.(02)734-6111. ■ 육심원전 예쁜 척하는 여자, 새침떼는 여자 등 한결같이 귀엽고 깜찍한 여자만 그리는 육심원의 4번째 개인전. 만화같이 예쁜 그림들이어서 하나쯤 방에 걸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다음달 30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에이엠. (02)733-4455. ■ 유미수전 일상 공간을 소재로 일상성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또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담고 있다.30일까지 관훈동 갤러리수. (02)733-5454. ■ 美식가전 인간의 욕구중 하나인 식욕. 강용면 고낙범 김종학 김준 등 15명의 작가가 나서 잃어버린 예술적 미각을 북돋우고 있다. 다음달 16일까지 청담동 카이스갤러리 (02)511-0668. ■ 윤영주전 동양의 산수가 추상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재탄생. 한지에 물감을 스며들게 하여 캔버스에 얹히게 하는 작업을 반복, 은은한 동양의 관념산수의 느낌을 준다.30일까지 인사동 노암갤러리.(02)720-2235. 어린이 ■ 꼬방꼬방 2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전래동화로 엮은 극단 사다리의 놀이음악극.(02)382-5477. ■ 뽀롱뽀롱 뽀로로 9월11일까지 롯데월드예술극장. 호기심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기.(02)543-6706. ■ 가루야 가루야 28일까지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밀가루를 활용한 놀이체험극.(02)569-0696. 클래식■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술관 음악회로 유명한 실내악간, 화음을 모태로 한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지난 10년 돌아보는 의미에서 갖는 기념 음악회다.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던 작품 위주로 연주된다.(02)780-5054. ■ 박수진 피아노독주회 2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02)3436-5929. ■ 권수미 유지수 듀오 연주회 2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02)3436-5929. ■ 오페라 갈라 콘서트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18-7343. ■ 신정아 귀국 피아노독주회 28일 금호아트홀. (02)581-5404. 뮤지컬아이다-27일부터 LG아트센터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그리고 매력적인 장군 라다메스의 운명적인 삼각사랑을 그린 디즈니 뮤지컬. 팝의 황제 엘튼 존의 감칠맛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옥주현 문혜영 배해선 출연.1588-7890. ■ 돈키호테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삽입곡 ‘더 임파서블 드림’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성기 류정한 강효성 출연.(02)501-7888. ■ 뱃보이 무기한 신시뮤지컬극장. 박쥐소년의 인간세상 적응기를 그린 컬트뮤지컬. 샘 비브리토 연출, 김수용 슈 출연.1544-1555. ■ 풋루스 10월16일까지 연강홀. 반항과 억압, 사랑과 고통 등 분출하는 젊음의 열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다. 서지영 이한 출연.(02)766-8551. 연극블랙 햄릿-27~9월16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59년 역사의 극단 신협이 새롭게 각색한 햄릿. 철저하게 조작된 게임속에서 음모와 복수의 먹이사슬이 펼쳐진다. 전세권 연출, 이명호 이혜진 출연.(02)2253-7537. ■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9월1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백혈병을 앓는 소년 오스카와 장밋빛 가운을 입은 할머니의 감동적인 우정.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작·김동수 연출, 백수련 왕지연 출연.(02)764-6979.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9월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작품. 임영웅 연출, 박정자 정세라 출연.(02)334-5915.
  • [20&30] 고달픈 ‘젊은날의 초상’

    [20&30] 고달픈 ‘젊은날의 초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있으면 도둑). 가정과 회사를 위해 젊음을 다 바쳐 일한 40·50대의 절망을 희화화한 단어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꼭 40,50대들에게만 절망을 주는 것은 아니다.‘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삼팔선’(38세 퇴출)이란 말이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치열한 경쟁 속에 힘겨워하는 2030들이 겪는 고통은 무엇인지 통계를 통해 들여다본다. ■ 통계로 본 2030의 삶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야 할 20대 초반에는 대학등록금이 걱정이다. 인생을 설계해야 할 20대 중·후반에는 직장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하고, 가정을 꾸릴 30대 초반에는 곤궁한 경제사정이 목을 죈다.30대 후반의 든든한 사회기반은 꿈꾸지 마라. 이때쯤이면 퇴직의 불안이 시작되니까. 밝은 보름달도 곧 기울듯 2030의 ‘희망’ 밑에는 ‘현실’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자리한다. 청년실업, 조기퇴출이 우리사회의 평범한 현상으로 굳어지면서 그늘은 더욱 길어지고 짙어졌다. 최근 6개월간 취업전문 업체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런 힘겨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숨 막힐 듯한 입시경쟁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20대 젊은이들은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로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15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분의1이 넘는 35.5%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부채규모는 500만원.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빚이 1000만원 이상인 대학생이 10명 중 2명꼴인 17.6%나 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빚을 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학비였다. 빚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의 88%는 학비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리게 됐다고 답했다. 대학과 학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학기 300만∼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한번에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학 4년 동안 진 빚을 자력으로 갚을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취업뿐이다. 빚 있는 대학생의 60.2%가 대출금 상환을 졸업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졸자들에게 취업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대학생들이 한해에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사교육비가 평균 161만원이라는 조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취업 사교육비 年161만원… ‘바늘구멍´ 입사 대학생 701명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치열한 취업경쟁을 뚫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현실은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학교 안밖에서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취업의 문은 멀기만 하다.20대 중·후반의 대졸 구직자 38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이 2명 중 1명은 자기 진로를 결정하기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겨우겨우 마친 대학생활이 취업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구직자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 35.3% ▲직장 업무에 대한 경험부족 30.6% ▲대학교육과정에 취업과 직업에 대한 정보부족 20.2% ▲지도교수가 학생취업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 11.3%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조사 대상자의 64.8%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해야 하는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감은 적성이나 미래 가능성에 대해 생각없이 무턱대고 일자리부터 얻고 보자는 ‘묻지마 취업’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입사 후 회사생활의 갈등 요인이나 조기퇴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30대 직장인 중 자기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1명뿐이었다. 전국 남녀 직장인 13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만족도 조사를 보면 현재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직장인들이 겪는 주요 스트레스는 ▲과중한 업무 40% ▲경제적 어려움 28.4% ▲자신의 무능력 14.4%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중 1명만 “행복”… 76% 만성 질병 특히 직장인들의 행복에 경제적 능력이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 수준별로 직장인의 행복도를 살펴보면 연봉 5000만∼7000만원인 직장인이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은 31.8%인 반면 3000만∼5000만원은 19.9%,2000만∼3000만원 13.5%,2000만원 미만 8.6%로 연봉규모에 비례했다. 직장인들의 건강 상태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직장인 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7%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만성 질병을 얻었다고 했다.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위궤양, 속쓰림, 변비, 설사 등 소화기 장애(35.9%)였다. 이어 ▲스트레스 질환 26.4% ▲근골격계 질환 17% ▲두통 5.6% ▲우울증 5.6% ▲호흡기 질환(기침·가래 등) 1.9% ▲당뇨·고혈압 1.9%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는 30대 회사원들이 이직과 퇴직을 고민케 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경력 5년 미만 직장인 595명의 설문조사에서는 65.7%가 만약 명예퇴직을 권고받는다면 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드시 명예퇴직을 신청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22.9%나 됐다. 반면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은 34.3%였다. 퇴직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로는 ‘다시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에’가 58.3%로 압도적이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9월1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우동 한그릇’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극단 김동수컴퍼니의 신작으로, 백혈병을 앓는 소년 오스카와 장밋빛 가운을 입은 할머니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렸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작·김동수 연출, 백수련 왕지연 김현정 출연.(02)764-6979. ■ 머더 18일∼9월4일 인아소극장. 가족붕괴의 참상을 섬뜩하게 그려낸 공포극. 정세혁 작·연출, 이규성 김훈 출연.(02)912-9169. ■ 셜리 발렌타인 9월11일까지 우림청담시어터. 중년여성의 자아찾기 여정을 그린 배우 손숙의 모노드라마.(02)569-0696. <뮤지컬> ■ 돈키호테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세르반테스의 명작을 뮤지컬로 본다. 삽입곡 ‘더 임파서블 드림’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김성기 류정한 강효성 출연.(02)501-7888. ■ 뱃보이 무기한 신시뮤지컬극장. 박쥐소년의 인간세상 적응기를 그린 컬트뮤지컬. 샘 비브리토 연출, 김수용 슈 출연.1544-1555. ■ 밑바닥에서 21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물.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세미 뮤지컬로 각색. 왕용범 연출·박용전 작곡, 황태광 이창욱 출연.(02)745-2124. ■ 루나틱 21일까지 시어터일. 정신병원을 무대로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그린 코믹뮤지컬. 김태웅 연출, 주원성 김선경 출연.(02)3674-1010. <미술> ■ 여름예찬 백자풍경전 ‘마치 달을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 옛 선비들과 오랜 풍상을 견뎌온 사문필통·연적 등 문방용품, 제사때 쓰인 제기 등 조선시대 백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또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김익영, 권대섭, 이영호, 정연택 등 4명의 도예가들의 현대백자도 함께 전시돼 과거와 현재의 백자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에서 18∼29일까지.(02)399-1151. ■ 김유정 프레스코전 이동이 가능한 포터블 형태의 대형 회벽면과 다수의 도자위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회화를 제작한 평면과 입체 작품 15점이 전시.31일까지. 갤러리인데코(02)511-0032 ■ 한·중 현대 수묵전 수묵화의 전통을 어떻게 하면 현대의 문화에 맞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 온 한·중 두 나라 현대 수묵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회. 등샤오밍 리화성 통중다오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 70여점, 서세옥 유근택 송수련 등 한국 작가 50여점이 선보인다. 다음달 18일까지. (02)2124-8800. ■ 하늘천 따지전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 문화,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 조선 최고의 서예가 석봉(石峯) 한호(韓濩·1543∼1605)의 작고 4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 다음달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02)580-1300. <클래식> ■ 장한나&베를린 필하모닉 신포니에타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젊은 거장으로 성숙한 첼리스트 장한나와 세계 정상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베를린 필하모닉 신포니에타의 콘서트. 하이든과 차이코프스키, 파가니니 등의 첼로 협연과 함께 하이든 심포니, 모차르트 심포니 등 수준높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내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02)751-9606. ■ 일본 지바현 유스 오케스트라 한국투어 20일 고양어울림누리 대극장,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751-9606. ■ 예술의전당 여름 실내악 19일까지(02)580-1300. ■ 한일 청소년음악회 18일 충무아트홀(02)2230-6624. ■ 김성려 바이올린 독주회 24일 금호아트홀(02)497-1973. ■ 허현 바이올린 독주회 21일 금호아트홀(02)583-6295. <어린이> ■ 똥벼락 21일까지 연우소극장. 농촌체험과 연극놀이를 결합한 극단 민들레의 전통연희극.(02)3663-6652. ■ 마법전사 미르가온 21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마법세계를 구하러 떠나는 어린 전사들의 모험담.(02)764-8760.
  • [6일 TV 하이라이트]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9시50분)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상은. 시처럼 섬세한 가사, 독특한 멜로디로 구성된 그녀의 음악은 ‘이상은 스타일’이라는 코드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상은은 어떤 이론이나 개념에 구애되지 않은 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느낌을 여과 없이 투영해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든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20분) 케이크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됐다. 특별한 날의 마스코트 케이크에서부터 어여쁜 꽃송이가 내려앉은 생화케이크, 취향따라 분위기따라 골라먹는 각양각색 조각케이크의 끝없는 변신까지 화려한 외모로 분위기를 띄워주고, 달콤한 맛으로 입 속 기분까지 상큼하게 살려주는 케이크의 유혹 속으로 빠져본다. ●자매바다(MBC 오전 9시) 석구가 노름으로 애들 학비를 다 날렸다는 것을 안 순영은 어떻게 믿고 애들을 맡겨놓겠냐고 다그치고, 석구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믿어달라고 애원한다. 순영이 계속 화를 내자 어느 순간 석구도 격분해 자식들 버리고 자기 인생 챙기겠다고 떠난 사람이 누나 아니냐며 대든다. ●해변으로 가요(SBS 오후 9시45분) 태풍을 기다리느라 애가 탄 소라는 태현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간다. 어설프게 발을 맞추던 두 사람은 점차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 소라에게 사과할 기회를 노리던 태풍은 빨래하는 소라를 도와주려고 갔다가 ‘킹카’를 만나게 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한다. ●TV소설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형주는 우연히 영실과 학수가 피복공장 앞에서 같이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재규가 국회의원 공천을 부탁한 사람이 다름 아닌 학수임을 떠올린다. 한편, 옥분의 일로 마음이 아픈 대출은 인표와의 술자리에서 잃어버린 딸 순님의 존재에 대해 말을 꺼내고…. ●슬픔이여 안녕(KBS2 오후 7시55분) 서영은 도진이가 정우의 험담을 늘어놓자 화를 내면서 연심이 정우를 반대할까 걱정한다. 진희의 가출에 충격받은 금실은 일호의 비밀을 흘리고, 여진은 일호가 성민을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 더욱 의심을 한다. 연심은 도진에게서 정우가 백수나 다름없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다.
  •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수영 빨라졌다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수영 빨라졌다

    한국 수영 중흥의 시대가 열리는가. 한국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에서 28일 현재까지 한국신기록 5개와 타이기록 1개를 수립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아직 세계 수준과 거리가 멀지만 대부분 10대 꿈나무들의 자맥질에서 한국신기록이 쏟아진 만큼 희망과 활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세계선수권서 한국 신기록 5개 한국신기록 행진은 경영 첫날인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유승현(21·한국체대)이 남자 평영 100m 예선에서 1분02초86으로 8년 묵은 종전기록(1분02초94·이하 표참조)을 갈아치우면서 시작됐다. 이어 박태환(16·경기고) 정슬기(17·서울체고) 유정남(22·상무)이 뒤를 이어 신기록을 헤엄쳤고, 가장 어린 14세의 백수연(본오중)이 여자 평영 100m에서 한국 타이 기록을 보탰다. 급기야 28일에는 배영 50m에 출전한 ‘여고 신입생’ 이남은(16·효정고)이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첫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남은의 기록은 28초95. 한국신기록을 0.1초 앞당기면서 세계에서 7번째 빠른 선수로 단 8명만이 겨루는 결선에 당당히 진출했다. ●‘맞춤 전략’-야외 훈련과 쿤밍 특훈 2년에 걸친 ‘맞춤 훈련’의 위력이 결국 빛을 발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사이판의 옥외수영장에서 한 달간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실외 수영장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를 체험한 것. 이 경험은 역시 옥외에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고스란히 값진 경험으로 살아났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회를 앞두고 중국 쿤밍에서 가진 고지대 훈련도 몸과 마음을 탄탄하게 했다. 해발 1800m에 위치한 쿤밍은 극도의 심폐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톤 선수들이 즐겨찾는 훈련코스. 대회가 열리기 4개월 전 대표팀은 쿤밍으로 날아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력까지 다졌다. 올 초 대표팀 사령탑에 앉은 유윤겸(56) 감독의 꼼꼼한 지휘 스타일도 한 몫했다. 한국수영연맹 관계자는 “유 감독이 선수들의 개인 기록과 소소한 일정까지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마인드 컨트롤’ 프로그램을 마련해 큰 무대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토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魔의 1분50초’ 박태환 깼다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이 쏟아졌다. 한국 남자 수영의 기대주 박태환(경기고)은 26일 캐나다 몬트리올 장드라포파크 야외수영장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9초70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95명 가운데 20위.16명이 나서는 준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박태환은 자신이 지난 5월 국가대표 공인기록 평가회에서 세운 1분50초05의 한국 기록을 0.35초 앞당겼다. 앞서 3월 한규철의 한국 신기록(1분50초54)을 0.13초 앞당긴 것을 시작으로 불과 4개월 만에 세 차례나 기록을 갈아치우며 마침내 ‘마의 1분50초 벽’을 돌파했다. 백수연(본오중)과 나란히 여자 평영 100m 예선에 출전한 정슬기(서울체고)는 1분10초71로 골인, 지난 1998년 해군참모총장컵대회에서 변혜영(당시 대전여중)이 세운 해묵은 기록(1분10초72)을 0.01초 앞당기며 한국 신기록을 새로 썼다. 백수연도 변혜영의 종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한편 남자 평영 100m 결승에서는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브랜든 핸슨이 세계기록(59초30)에 약간 못미치는 59초37에 터치패드를 찍어 59초53을 기록한 일본의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일요영화]

    ●피크닉(KBS1 오후 11시30분) ‘피크닉’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다면 마릴린 먼로의 ‘버스정류장’(1956)이나 전쟁 로맨스 ‘남태평양’(1958)을 떠올려 보라.‘피크닉’의 감독은 남녀 사랑물에 일가견이 있는 조슈아 로건이다. 윌리엄 인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해, 동명 연극을 연출했던 로건이 영화에서도 메가폰을 잡았다. 등장인물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사브리나’(1954),‘콰이강의 다리’(1957),‘와일드 번치’(1969)의 명배우 윌리엄 홀덴이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금발 미녀 킴 노박의 전성기를 보는 것도 즐거움. 특히 ‘피크닉’은 코카콜라와 얽힌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개봉 2년 뒤 한 홍보 연구가가 이 영화 필름의 한 프레임에 ‘팝콘과 코카콜라를 마시라.’는 문구를 삽입했다고 밝힌것. 관객들의 무의식에 대한 이 실험으로 콜라 판매율이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홍보효과를 노린 해프닝이라는 설도 있다. 대학동창 앨런(클리프 로버트슨)을 만나기 위해 캔자스로 간 백수건달 할(윌리엄 홀덴)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할은 앨런과 함께 마을 피크닉에 참가한다. 그러나 앨런의 여자친구 매지(킴 노박)와 춤을 추는 바람에 앨런과의 사이에 금이 가게 된다. 할과 매지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앨런은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엇갈린 사랑 때문에 온 마을은 술렁이게 되고….1955년작,113분. ●새(EBS 오후 1시40분) 여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들을 골라 보는 것도 더위를 가시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히치콕은 독특한 연출과 편집으로 관객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를 교묘하게 유도해 서스펜스·스릴러 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새들에게 쫓겨 새장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새를 공포의 대상으로 변신시켜 섬뜩함을 전달한다. 히치콕 감독과 영화음악 콤비를 이루는 버나드 허만의 음향효과가 스산한 분위기를 돋운다. 부유하고 천방지축인 아가씨 멜라니 다니엘스(티피 헤드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변호사 미치 브레너(로드 테일러)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미치의 어린 여동생 캐시(베로니카 카트라이트)에게 줄 생일 선물로 잉꼬 한쌍을 사서 미치를 찾아가는 멜라니. 캐시의 야외 생일파티가 열리는 도중 난데없이 갈매기들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수백마리의 참새 떼가 벽난로 굴뚝으로 쳐들어오는 일이 생기는데….1963년작.11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떠나자. 바쁜 일상 탓에 영화와 드라마로 평소의 여가를 대신하는 도시민들에게 영화 촬영지는 한번쯤 가보고 싶픈 여행지. 화면을 통해 보던 멋진 풍경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트장을 돌아보며 잠시 영화 속으로 빠져도 좋고, 주인공 기분을 내도 좋다. 올초 개봉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파도’는 영화의 재미만큼이나 경치가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펼쳐진 해안선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파도는 가상의 섬. 지도를 아무리 훑어봐도 찾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전남 고흥 앞바다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에서 촬영됐다. 섬은 아니지만 섬보다 더 멋진 해안선을 뽐내고 있는 영화 속의 그곳, 마파도의 절경 속으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보자. 글 사진 영광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아담하고 깔끔한 해수욕장 개펄을 끼고 펼쳐진 해안도로 주변 어느 곳에 가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지만, 그래도 가마미해수욕장과 모래미해수욕장이 가장 좋은 피서지다. 해수욕장을 거점 삼아 2∼3일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좋다. 가마미해수욕장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로 알려진 곳. 병풍처럼 넓게 드리워진 솔숲에서 낮잠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깨끗한 백사장과 바닷물 등 깔끔한 것이 최대 장점. 시골 인심이 살아 있어 바가지도 없다. 주차료 2000원만 내면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정에 관계없이 쉬다 갈 수 있다. 물론 별도 입장료도 없다. 해수욕장에는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널찍한 숙박용 텐트 30동이 해변과 마주하고 있으며 4인 가족이 묵기에 충분하다.1일 숙박료는 2만원,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은 성수기 3만원이다. 가마미해수욕장 관광협의회(356-1020). 즐길거리도 많다. 밤마다 매주 3차례씩 백사장에서 무료 영화가 상영된다. 해변에서 바나나보트(1회 1만 2000원)와 플라이피시(2만원)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원전홍보 전시관을 무료로 둘러보며 원자력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모래미 해수욕장은 아담한 해수욕장. 해안선은 길지 않지만 해안선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곱디고운 모래와 아직 때묻지 않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다소 작은 것이 흠이다. 촬영지에서 멀리 보이는 송이도에는 멋진 조약돌 해수욕장이 있다. 섬 전체 모양이 사람의 귀처럼 생기고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송이도는 납작하고 매끈한 하얀 조약돌이 넓게 깔려 아름답다. 길이가 2㎞나 되며 맨발로 밟고 다녀도 전혀 아프지 않다. 계마항에서 하루 1차례 배편이 있으며,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마파도를 찾아 영광 동백마을로 ●엽기 할매들의 보금자리 마파도로 향하는 길은 즐겁다. 영화 속의 코믹한 장면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160억원짜리 로또 당첨권을 들고 잠적한 여자를 찾아 마파도에 잠입한 비리형사(이문식 역)와 모범 건달(이정진 역), 마파도 다섯 할매의 코믹 연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서울을 떠난지 3시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읍을 거쳐 백수해안도로에 들어서자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른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뻗은 해안도로를 달리자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다. 해안도로는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시작해 동백마을을 거쳐 원불교 성지까지 총 16.3㎞에 이른다.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자 ‘마파도 촬영지’라는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표지가 크지 않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마을엔 주차할 곳이 없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좁은 샛길을 따라 100여m를 걸어 내려가자 17가구가 모여 사는 아담한 시골마을인 동백마을이 나타난다. 봄이면 홑동백꽃이 아름답게 피는 마을이다. 해변 마을이지만 동글동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은 마치 섬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파도(麻婆島)라는 이름은 영화 속의 소재인 대마(大麻)와 노파(老婆)에서 만든 합성어다. 마을을 지나 해변에 이르자 언덕 위에 폐허 같은 허름한 흙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마파도 세트장. 집 앞에서 머뭇거리자 마을 주민 정병양(61)씨가 다가와 “거기가 촬영지여, 들어가서 봐요.”라면서 “저 집이 할매들이 살던 집이고, 언덕 위의 저것이 일용엄니(할매역을 맞은 김수미)가 기도하던 사당이니까 천천히 돌아봐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정씨는 “이 동네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영화를 6개월 찍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영화 시사회 때 동네사람을 모두 초청해서 봤는데 우리마을이 나오니까 신기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지은 집은 모두 다섯채. 바다를 내려보는 밭뙈기 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어 가상의 섬을 탄생시켰다. 안으로 들어가자 항아리며, 가구며, 절구, 우물 등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세트장의 담벼락에는 관광객들이 써놓은 낙서들이 눈길을 끈다. 집 안에서는 마치 “이놈들아 뭐하는 거여!”라며 소리치는 할매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특히 세트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과 바다를 연결한 한적한 길이 눈에 익는다. 산등성이를 넘어 꼬불꼬불 이어진 길에서는 갯내음과 풀내음이 마파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영화 속 이 장면만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율무밭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경 촬영지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연결된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평지가 많은 서해안답지 않게 높은 해안 절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솔길 정상에 있는 백암해안전망대에 오르자 광활한 개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송이도와 안마도, 칠산도 갈매기 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7개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데 묶은 칠산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 389호)로 지정돼 있다. 전망대에서 가파른 절벽길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가자 갯내음이 상쾌하다. 바닷물이 만나는 해안에는 거북이 모습의 거북바위와 어머니와 아들이 껴안고 있는 형상인 모자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솟아 있다. 개펄은 진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물 빠진 개펄 위로 차를 몰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한 게 특징. 개펄을 호미로 헤집으면 백합과 바지락, 맛 등 각종 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관광지로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와 숲쟁이 꽃동산을 비롯해 원불교 영산성지, 소태산 박중빈 생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등을 만난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는 정유재란 때 부인들이 왜군으로부터 화를 면하기 위해 서해바다에 투신, 순절했던 곳으로 이 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공기가 맑고 시원한 공원이 조성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생가는 잠시 쉬어가는 맛이 있다.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 불갑사와 함께 해변을 끼고 있는 나무 데크가 예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도 둘러볼 만하다. 불갑산 기슭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로 백제 불교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먹을거리로는 영광의 대표 음식인 굴비백반을 비롯해 백합죽, 덕자찜 등이 유명하다. 백합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백합죽은 각종 약재를 넣어 따뜻하고 맛깔스럽다. 갖은 양념에 맛좋게 익힌 덕자찜은 영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다. 굴비백반과 굴비구이를 파는 음식점이 많지만 굳이 백반을 시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기본 반찬으로 굴비구이가 나온다. 고두섬의 절경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는 고두섬 횟집(352-0001)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합죽(7000원)과 백합탕(2만 5000원)을 비롯해 자연산 활어(5만원) 등 각종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영광굴비는 기본 반찬으로 맛볼 수 있다. 민박도 겸하는데, 최성수기에도 4인가족 기준으로 3만∼5만원이면 숙박이 가능하다. 이 집은 마파도 촬영팀 일부가 촬영기간 중 민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법성포에 가면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영광 굴비를 만날 수 있다. 음력 3월경 칠산앞바다에서 잡은 산란 직전의 조기를 법성포에서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맛이 독특하고 영양이 풍부한 영광 대표 특산품이다.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300여개의 굴비 판매점이 즐비하다. 크기에 따라 50만∼70만원짜리 굴비세트부터 3만∼5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굴비특품 사업단(356-5667). 이 중 천연 옥물에 담가 굴비의 비린맛을 없앤 옥굴비(356-5002)가 맛있다.20마리짜리 굴비세트가 5만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절반가격에 좋은 품질의 영광 굴비를 살 수 있다. 가는 길은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나와 영광읍 방향(22번 국도)을 타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안양·안산·성남·이천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되며 3∼4시간 소요된다. 영광읍에서 가마미해수욕장까지 군내버스가 운행되는데 30분 걸리며 요금은 1900원이다. 영광터미널(351-3379). 영광군청 문화관광과(061)350-5208.
  • [깔깔깔]

    ●그것이 알고 싶다*MT 간 첫날 밤늦게까지 방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화장실 가기가 귀찮아서 맥주병에 오줌을 쌌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두 빈 병뿐이다. 도대체 오줌이 어디로 갔지?*어떤 씨름 선수는 힘이 세지라고 쇠고기만 먹는다는데 왜 나는 생선을 많이 먹는데도 수영을 못할까?*오랜만에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를 먹다가 콧잔등이 가려워 스푼으로 긁었다. 그랬더니 마누라가 그게 무슨 짓이냐며 나무랐다. 그럼 포크나 나이프로 긁으라는 걸까?*마누라가 외출한다고 온갖 정성을 들여 눈화장을 하더니 갑자기 선글라스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공중 화장실은 온통 신사용과 숙녀용으로만 구분해 놓았으니 도대체 나 같은 백수나 아이들은 어디서 일을 봐야 하는가?*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사랑하겠냐는 주례 선생님. 도대체 대머리인 나에게 뭘 어쩌라고 저렇게 쳐다보는 걸까?
  • [옴부즈맨 칼럼] 젊은층에 다가서라/김동률 KDI 초빙연구위원

    신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세상의 수많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신문은 특정한 지리적인 환경 또는 조건 속에서 장사를 한다. 삼성전자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갈 수 있고 현대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의 몽고메리시에서 대접 받아가며 싼타페나 쏘나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헤어 드라이어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또한 멕시코나 말레이시아에 분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생산품도 똑같은 이치다. 현대자동차가 차를 폴란드에 팔 수도 있고, 인도에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신문은 다르다. 신문이 생산해 내는 뉴스와 광고는 본래 신문이 존재하던 시장에서 모아지고 또 거의 대부분 그 곳에서만 팔린다. 그래서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처럼 신문만이 가지는 독특한 성격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바로 독자라는 시장이다. 불행하게도 신문이 살아남을지 망할지 번창할지는 신문 지면 자체보다는 주어진 시장이 가진 기본적인 환경에 달려 있다. 신문사의 지면을 책임지는 간부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장, 즉 독자들의 변화다. 오늘날 신문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독자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변덕스럽고 까다롭기까지 하다. 인터넷에 매달려 하루가 다르게 신문에서 멀어져 간다. 신문은 그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의 일부 기사는 젊은이들을 ‘타자화(他者化)’ 하고 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 감성이 기사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7월14일자 5면에는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부산 민생투어를 통해 대졸자 취업을 위해 11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실렸다. 젊은 백수, 이른바 ‘이태백’의 눈으로 보면 이는 어마어마한 뉴스다. 그러나 뉴스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젊은이들의 반응도 물론 없었다. 젊은이들이 이러한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으면 인터넷 기사의 대글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대글을 통해 그들의 원망과 욕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사 바로 옆에는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짧게 실렸다. 대학생 61%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잘못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에 대해 49.0%가 경기침체와 청년실업문제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취업문제로 얼마나 상처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청년실업난의 이유로 무려 66.7%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가슴이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고 마른 장작처럼 타들어가는데 지면은 단지 ‘그랬다더라.’ 하는 식으로만 전한다. 중요한 사실은 신문이 18세에서 24세의 연령층을 독자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언젠가 고사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울신문뿐만 아니라 오늘날 많은 한국의 신문들은 젊은 층에 매력을 줄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지면은 대체로 가장이나 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동산 구매, 교육, 재테크 등에 대한 정보를 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은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는 시기를 20대 후반이나 30대로 미루고 있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은 세대에 아파트 경매니 학군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컴퓨터 게임 등 젊은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독자들이 “신문을 읽을 시간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인터넷 등 다른 매체들과 비교해서 신문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따져보았을 때 신문을 읽을 시간이 없어.”라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지면이 독자시장의 변화라는 도전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세대가 매력을 느끼도록 지면을 채우는 것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지만, 이것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눈길 끄는 지면을 위해 더욱 고달프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김동률 KDI 초빙연구위원 yule21@empal.com
  • [데스크시각] 아일랜드의 개혁서 배워야/구본영 정치부장

    얼마전 대입을 앞둔 조카가 교대를 지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소 차분한 성격에 매무새도 단정한 데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누이동생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속사정을 듣고 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고교에서 ‘교대 열풍’이 분 지가 오래라는 것이다. 교대 지망생의 평균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이 이른바 SKY대 웬만한 학과의 그것을 웃돌 정도라는 얘기다. 이쯤되면 ‘서울대 망국론’이라는 괴이쩍은 논리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인상이다. 우수 고교생이 교대로 몰리는 게 자신의 적성과 교육자상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고시 열풍이 상징하듯 ‘철밥통’에 대한 ‘집단적 선호’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진취적 기상으로 각 분야에서 세계일류를 꿈꾸어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는 데만 급급해서야 나라의 백년대계는 누가 책임지겠는가. 물론 ‘개별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교대 선호는 극히 합리적 선택인지도 모르겠다.‘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청백전’(청년백수의 전성시대) 등 씁쓸한 신조어가 난무하는 요즈음에 말이다. 더욱이 버젓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놔둔 채 다시 교대나 의대에 들어가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국가 전체로 보면 낭비이겠지만, 당사자들이야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여생을 감안한, 일종의 손절매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아일랜드 하면 학창시절에 배웠던 민요 ‘Oh,Danny boy’(아, 목동아!) 정도 이외에는 솔직히 별반 아는 게 없었다.“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퍼지고….”라고 번안된 노랫말이나 가락은 언제 들어도 애잔하다. 최근 아일랜드를 다녀온 친구로부터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영국이라는 ‘공룡’을 옆에 두고 전쟁·기근으로 수백년간 질곡에 시달리던 아일랜드가 최근 10년간의 급성장으로 유럽의 모범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영국과 달리 켈트족의 아일랜드는 수백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49년에 가까스로 독립했다. 국토 면적이 남한의 5분의4쯤 되는 가톨릭교의 나라 아일랜드는 뜻밖에 우리와 닮은 점도 많다. 성공회가 다수인 북아일랜드와 분단된 아픔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만 해도 3만 9000달러였다. 최근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에서 아일랜드를 ‘올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았다. 기자가 생뚱맞게도 아일랜드 얘기를 끄집어낸 것은 무엇보다 청년 실업을 극복한 모범 사례라는 점 때문이다.1980년대만 해도 아일랜드의 국제공항에선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가는 젊은이들을 붙들고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흔했다고 한다. 그런 애달픈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로 떠난 사람들이 되돌아오고 있는 사연을 우리네 당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유럽의 변방국 아일랜드가 일등국으로 부상하게 된 까닭이 ‘더블린대 무용론’이나 복수차관제로 늘어난 고위직 때문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청년실업 사태를 현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당면한 경제난이 지난 정권들의 누적된 모순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역시 책임은 현 정부의 몫이다. 특히 개혁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일을 그르치고 있지나 않은가 되돌아볼 일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참여정부 들어 부쩍 늘어난 고위직의 증가다. 현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에 잔뜩 포진한 중하위직을 빼고도 전임 정부에 비해 장·차관급만 22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고위직을 늘리는 것은 민간 부문의 난조를 공공 부문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발상이다. 이는 국민 부담만 가중시켜 다시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기 십상이다. 한판 승부에 인생 전부를 거는, 벤처정신이 충만한 청년들을 길러내지 못하는 개혁이라면 그 방향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개혁의 방향이 청년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가 신바람을 낼 수 있는 쪽이라면 여권이 수의 정치에 매달릴 필요성도 적어진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우선순위에 국민이 정말 공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굳이 “연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되뇔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7) 獅子吼(사자후)

    儒林 (364)에는 ‘獅子吼’(사자 사/어조사 자/으르렁거리는 소리 후)가 나온다. 이 말은 원래 부처님의 위엄있는 설법(說法)을 가리킨다.字意(자의)로 본다면 ‘사자가 咆哮(포효)하여 百獸(백수)를 놀라게 한다.’는 말로 ‘크게 열변을 토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 ‘嫉妬心(질투심)이 강한 여자가 男便(남편)에게 암팡스럽게 辱說(욕설)을 퍼붓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獅’자는 意符(의부)에 해당하는 ‘ ’(견)과 音符(음부)인 ‘師’(스승 사)가 결합된 形聲字(형성자)다. 여기서 은 ‘犬’(견)의 變形(변형)인데 개의 象形(상형)이다. 이 들어있는 글자는 대부분 개와 비슷한 짐승,野獸的(야수적)인 性質(성질)이나 行爲(행위), 또는 사냥과 관련이 있다.‘獅’의 用例(용례)에는 ‘獅子舞(사자무:악귀를 쫓고 복을 맞아들이는 놀이로 사자 같은 분장을 하고 춤을 춤),獅子奮迅(사자분신:사자가 성낸 듯 그 기세가 거세고 날램) 등이 있다. ‘子’는 어린아이를 그린 象形. 본 뜻인 ‘아기’ 외에도 ‘자식, 열매, 남자, 선생님, 그대’와 같은 여러 뜻이 있다.‘子誠齊人(자성제인:견문이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이름),亂臣賊子(난신적자: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君父를 죽이는 악인),諸子百家(제자백가:춘추전국 시대의 여러 학파)’ 등에 쓰인다. ‘吼’는 ‘口’(구)와 ‘孔’(매우 공)이 결합된 글자로 ‘짐승이 성내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본래의 뜻이며,‘요란한 소리를 내다’라는 뜻이 派生(파생)되었다.用例에는 ‘吼怒(후로:성내어 으르렁거림),吼號(후호:소리를 높여 부르짖음),叫號(규호:큰 소리로 울부짖음)’ 등이 있다. 宋(송)나라 道源(도원)이 편찬한 景德傳燈錄(경덕전등록)의 記錄(기록)에 의하면,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天上天下 唯我獨尊(천상천하 유아독존:우주 속에 나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이라 하면서 獅子吼(사자후)를 내었다고 한다. 또 空(공)의 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維摩詰所說經(유마힐소설경)에 의하면 석가모니 說法(설법)의 威嚴(위엄)은 마치 사자가 부르짖는 것과 같고, 그 解說(해설)은 雨雷(우뢰)와 같아 聽衆(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宋(송)나라의 陳季常(진계상)이라는 사람은 중국의 대표적인 恐妻家(공처가)에 속한다. 그는 天性(천성)이 착하고 친구들과 즐겨 어울리며 술과 歌舞(가무)를 즐겼다. 그런데 그의 아내인 柳氏(유씨) 앞에서는 주눅이 들곤 하였다. 그녀는 남편이 손님을 초대하여 술상을 벌이는 중에도 몽둥이로 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 雰圍氣(분위기)를 망쳐놓기 일쑤였다. 때마침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蘇東坡(소동파)는 陳季常의 處地(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가련하구나, 용구(진계상)의 삶이여(龍丘居士亦可憐)/밤을 지새우며 佛法(불법)의 진리를 논하였네(談空說有不眠)/갑자기 들려오는 아내의 앙칼진 고함소리에(忽聞河東獅子吼)/넋을 잃어 손에 잡은 지팡이마저 놓치네(柱杖落手心茫然)”라고 읊었다. 여기에서 由來(유래)하여 獅子吼는 ‘질투심이 강한 여자가 체면 불구하고 남편에게 고함을 지른다.’는 뜻으로도 쓰였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열정과 사랑으로 휘감는다. 생명과 환희로 빚어낸다. 시원(始原)은 흥얼거림이다. 즉흥적이지만 틀을 깨며 희로애락을 넘나든다. 고요인가 싶더니 폭포수처럼 토해낸다. 맞다. 작곡이라는 개념을 벗어던진다. 국악 시 가요 재즈를 끌어들여 온갖 고생으로 살아온 몸과 마음에 절인다. 반주라야 북이나 피아노, 하지만 절묘한 생동감의 조화를 이룬다.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있고, 장아찌같은 맛깔스러움으로 다시 듣고 싶어진다. ●박자틀 깬 특유의 창법 “하얀 찔레꽃/순박한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밤새워 울었지/아, 노래하며 울었지/아, 춤추며 울었지/아, 당신은 찔레꽃”(장사익 시·곡 ‘찔레꽃’) ‘국민소리꾼’ 장사익(57)씨. 전직 카센터 직원, 독서실 운영, 가구점 총무, 전자회사 직원, 보험회사 직원…. 방랑과 고난의 길에서 느즈막한 마흔여섯에 ‘찔레꽃’으로 정식 가수가 됐다. 이후 특유의 창법으로 ‘장사익 류(類)’라는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구축하면서 ‘이 시대의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에는 더욱 절정의 소리를 토해낸다. 속도경쟁의 무한시대를 비웃듯 ‘느림의 미학’으로 팬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다. 오라는 곳도 많고 갈 곳도 많다. 돈이 되든 안되든 ‘뒤풀이’자리를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기립으로 노래를 따라하니 이보다 더 아니 좋을 수 있으랴. 장씨는 올해로 국악에 입문한 지 25년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에서 만났다. 갈옷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집앞까지 마중 나왔다. 원래 바쁜 일정으로 인터뷰를 사양했다. 또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은 가파른 북한산 자락에 떡하니 걸터앉은 듯했다.10여평의 잔디마당에 들어서자 바람의 종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학교종이 땡땡땡’을 비롯, 절간 처마밑에 달린 풍경(風磬) 등 10여개가 마당 한켠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손님을 맞았다. 장씨는 “이놈들은 가끔 오케스트라처럼 반주역할을 한다.”며 웃는다. 이때 참새 몇마리가 휙 날아간다. 세숫대야 크기의 물받이 돌그릇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저긴 참새들이 목마를 때 잠시 들렀다 가는 놀이터”라고 했다. 또 마당 한가운데에는 높이 1m가 채 안되는 ‘토(土)장승’이 몇개 있었다. 노래부르는 장씨 자신의 형상도 있었다. ●북한산자락서 신선처럼 여유 이어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통유리의 벽이었다. 시골집 대문짝이 바닥에 고즈넉하니 놓여 있었다. 응접용 테이블이었다. 앉자마자 눈앞에 인왕산이 병풍처럼 쫙 펼쳐진다. 문득 이보다 더 좋은 집터가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쪽은 인왕산 정상으로 뻗는 바위능선이지유. 코끼리 콧잔등처럼 생겼시유. 매일 만나지유.” “인왕제색도가 따로 없군요.” “호텔비 내고 살아유. 집은 (죽을 때)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잖아유. 섬이나 마찬가지예유.” “저걸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소리가 나오겠습니다.” “편하게 잠만 자지유.” “경치가 워낙 좋아 부부싸움도 안하시겠네요.” “왜유, 계속 해유.” 이때 병풍에 쓰인 ‘백년가약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하늘 고완선(부인 이름)과 땅 장사익은 금후(今後) 100년 동안 항상 사랑하고 존경하고 늘 행복함을 유지시킨다는 약서(約書)를 씁니다. 단,100년후에는 영원(永遠)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합니다.’부부의 자필사인도 새겨져 있었다. 러브스토리를 물었더니 “우리 집에는 TV도 없다.”고 동문서답이다. “저 콧잔등 바위는 몇수억년됐지유. 여기 앉아 있으면 (자연의)소리와 풍경이 들려오는 것 같아유. 우리가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유. 나무들을 보세유, 사람은 더우면 이동하지만 나무들은 서로 싸움을 안해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겨울이 되면 옷을 홀랑 벗더라도 그대로 서 있지유. 나무와 풀들이 바로 저한테 선생이예유.(사람들은)마음이 오염되면 흰 것을 희게 보지 않아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집착을 버려야 일이 되는 것 같아유.” 서울을 떠난 지 40년이 됐어도 순도 100%의 고향사투리는 여전히 버리지 않고 품고 있었다.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지나온 과거가 생각났던지 “빗자루로 쓸면서 걸어왔다.”고 했다. 처음부터 노래를 하려고 욕심을 냈으면 아마 오늘날의 자신과는 많이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노래는 듣는 사람이 공감해야 자신의 소리를 스스로 평가해 달라고 하자 “기쁨과 슬픔,(노래를)들었을 때 ‘아, 그거 내 얘기야.’라는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대신했다. 요새 다들 빨리 가지만 느림속에서 거꾸로 가자, 박자 같은 걸 해체하고, 틀에 박힌 것보다는 정서속에서 삶의 진실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첫소절 중 ‘헤일 수 없이∼’에서 ‘헤’를 길게 강약을 주면 단어 하나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장씨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삼봉마을에서 7남매중 맏이로 태어났다. 위로 누님 한명, 남동생 둘, 여동생 셋이 있다. 소리의 기질이 많은 부친은 당시 소문난 장구잡이였다.5일시장 등을 다니며 장사를 했지만 7남매 식구들을 겨우 키워낼 정도의 평범한 농가였다. “지가유, 초등학교 5학년때 웅변을 했시유. 동네 뒷산에 올라 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버릇이 됐지유.5년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소리가 터졌다고 하데유. 가수 남일해 남인수 박재란씨의 가요도 많이 불렀지유.” 웅변할 때는 정치가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곧 ‘밥만 먹고 살자.’로 선회했다. 그래서 1965년 상경해 선린상고에 진학했다. 전 프로야구 선수 김우열씨와 동기동창이다. 역도부 학생들이 입장권을 주며 야구장으로 몰아내는 바람에 야구 구경도 많이 했다. 고 3때 종로 화신백화점 근처의 고려생명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이때 인근 낙원동 음악학원에 다니며 노래연습을 했다. 직장생활 3년후 군입대를 했다. 공병주특기였지만 소리솜씨가 좋아 31사단 문선대에서 근무했다. 나훈아 배호 신중현 등의 노래를 워낙 잘 불러 문선대의 대표가수로 활약했다. 72년 제대후에는 가수의 길로 나서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또 장남의 도리를 할 겸 직장을 구했다. 작은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74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실직했다. 여기저기 직장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전자회사 영업사원도 해보고 노점상도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 야간대학에 다녔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쪼들림의 연속이었다. ●단소,·피리 등 대부분 독학으로 익혀 10여년 방랑끝에 84년 서울교대 뒤쪽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사업의 길로 들어선다.2년 후에는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곧 문을 닫아 다시 백수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던 90년 매제의 도움으로 카센터에 취직했다. 직책은 ‘사무장’이었지만 오는 손님들한테 커피를 타주고 말을 걸어주는 ‘시간땜방’이었다.3년을 그렇게 보냈다. 92년말이었다.‘이모양 이꼴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듬해 국악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실 80년부터 국악에 입문해 공부를 계속해 왔던 터였다. 처음 1년동안 단소를 배웠고,5년 동안 피리를 익혔다.86년에는 태평소를 배웠다. 스승에게 사사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독학이었다. 93년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때마침 그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공주농악’으로 장원에 뽑혔다. 또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결성농요’로 대통령상을 탔다. 이듬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도 ‘금산농악’으로 장원에 올랐다. 94년 11월 주위의 권유로 서울 신촌에서 첫공연을 했다.100석규모의 극장에는 3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1집앨범 ‘하늘가는 길’을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엄청 고생했시유. 다 말로 표현할 수 있남유. 울며 웃으며 예까지 왔지유. 한국적인 된장냄새로 삶의 진실과 정직을 담아내야지유.” 아들 둘은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피리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1949년 충남 홍성 출생 ▲ 68년 선린상고 졸업, 고려생명보험 입사 ▲ 70년 육군입대 ▲ 72년 문선대 활동후 제대, 무역회사 입사 ▲ 80년 국악입문. 정악피리와 태평소·대금산조 등을 배움 ▲ 84∼86년 독서실 운영 ▲ 90∼92년 카센터 근무 ▲ 93년 사물놀이와 농악활동 ▲ 94년 장사익 소리판 ‘하늘가는 길’로 가수 데뷔 ■ 음반 하늘가는 길, 기침(98년), 허허바다(2000년), 꿈꾸는 세상(2003년) ■ 공연활동 96년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장사익소리판 하늘가는 길’ 공연 이후 국내 및 해외공연 60여차례. ■ 상훈 전주대사습놀이 ‘공주농악’장원(93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결성농요’로 대통령상 수상(93년), 전주대사습놀이 ‘금산농악’ 장원(94년),KBS국악대상 ‘뜬쇠사물놀이’ 대통령상(95년),KBS국악대상 ‘뿌리패사물놀이’금상(96년)
  • 105세 前 전남지사 53년만에 ‘출근’

    105세 된 이을식 전 전남지사가 오는 11일 도지사를 떠난 뒤 53년만에 전남도청을 방문한다. 이옹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2월17일 51세로 제 3대 전남지사로 부임, 휴전협정을 맺은 53년 11월22일까지 2년 남짓 도백으로 일했다. 초대 도지사(이남규)가 여·순 사건으로 부임 두 달만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독립운동 당시 친분을 쌓은 이승만 대통령의 권고로 지사에 임명됐다. 지사를 마친 이후 강원도로 가 석회석 광산에 손을 댔고 지금도 이 광산을 갖고 있다. 백수를 넘긴 이옹은 전화통화 중에도 옛일을 모두 기억하는 등 남다른 기억력을 과시했고 알아듣는 데 조금 불편할 뿐 발음도 아주 또렷했다. 이옹은 지사 재임 때 “화학비료 대신 퇴비증산에 힘쓰도록 직원들을 독려했던 일이 새롭다.”고 회고했다. 건강비결에 대해 “5살 때부터 일평생 잡곡밥만을 먹는다. 맘 편하게 먹고 밥 잘 먹는 게 건강을 지켜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옹은 지금도 역대 전남지사들의 모임인 ‘지우회’ 회장을 맡고 있고, 건강을 염려한 외손자(30·정시채 전 전남부지사의 아들)의 차편으로 광주에 온다. 이번 나들이는 현 박준영 지사(34대)가 역대 도지사를 초청해 도청에서 도정 보고회를 하면서 이뤄진다. 그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살고 있고 슬하에 3남 5녀를 뒀으며,86년을 함께 산 부인과는 15년 전 사별했다.. 한편 전남지사 34명 가운데 생존자는 16명이고 이들 중 14명이 이번에 참석한다. 참석자는 16대 김재식,18대 고건,19대 장형태,21대 김창식,22대 전석홍,23대 문창수,24대 송언종,25대 최인기,26대 백형조,27대 이효계,28대 이균범,30대 조규하,31·32대 허경만 지사 등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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