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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년만에 선보이는 獨오페라 ‘마탄의 사수’ 연습현장

    38년만에 선보이는 獨오페라 ‘마탄의 사수’ 연습현장

    지난 4일 늦은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연습실. 오페라 ‘마탄의 사수’ 피날레 장면을 재연하는 남녀합창단의 우렁찬 합창에 마룻바닥이 진동했다. 한참동안 심각한 얼굴로 지켜만 보던 벽안의 연출가가 벌떡 일어서 박수를 터뜨린다.“아주 잘 하고들 있어요. 다음주에 한번 더 연습하기로 합시다!” ●세계적 연출가 볼프람 메링 이름만으로도 화제 22일부터 26일까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파 오페라의 전형을 창조한 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의 대표작. 독일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볼프람 메링이 연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연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무대다. 세계 곳곳을 돌며 꾸준히 연기 및 연출 워크숍을 열어온 메링은 연극학도들에게는 ‘걸어다니는 교과서’쯤으로 통하는 인물.“오페라 무대들이 보통 음악에 치중하게 마련인데, 메링은 마치 연극처럼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묘사에 큰 공을 들인다.”는 게 현장 스태프들의 얘기다. 이쯤되면 정작 목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오페라 배우들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피날레 장면에 이어 2막 첫 장을 연습할 때도 그랬다. 메링은 여주인공의 손 동작 하나하나, 표정 변화까지 일일이 바로잡아줄 정도였다. ●여주인공 손동작·표현변화까지 지도 “전형적인 독일 오페라”로 ‘마탄의 사수’를 압축해 표현한 메링은 “문화와 시간을 초월해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표현하는 데 연출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메링은 196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연극 ‘보이체크’, 오페라 ‘오텔로’‘카르멘’‘예브게니 오네긴’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탄의 사수’는 독일의 옛 전설을 바탕으로 1821년 베를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사냥대회에서 1등을 해야만 사랑하는 여인 아가테를 얻을 수 있는 남자 막스는 백발백중하는 ‘마탄(魔彈)’을 얻고자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막스의 영혼을 악마에게 대신 팔아넘기려는 카스파의 계략에 빠지고만 것이다. 3막의 선굵은 남성합창 ‘사냥꾼의 합창’으로 유명하면서도 정작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작품이기도 하다.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초연한 이후 전문단체가 공연하기는 근 40년 만이다. 카스파 역의 함석헌(국립오페라단)씨는 “노래로만 채워지는 이탈리아 오페라들과는 달리 독일 오페라는 중간중간 대화가 섞인다.”면서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배우층이 약한 것도 공연이 뜸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의 배우들은 연기연습만큼이나 연출자에게서 발음교정을 받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인다. ●아가테 역에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헬렌 권 공연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대목. 현재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프리마 돈나인 세계적 소프라노 헬렌 권(권해선)이 여주인공 아가테를 맡는다. 함부르크 오페라단 관객들이 뽑는 최고 인기 성악가로 해마다 선정돼 온 그는 콜로라투라에서 리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내는 소프라노로 손꼽힌다. 귀국 이튿날인 8일부터 연습에 합류하며, 첫날 22일과 25일 두 차례 무대에 선다. 연출가의 의도대로 철학적 메시지가 깊은 무대미술을 감상하는 재미도 클 듯하다. 주요 공간인 숲을 초자연적 극의 소재, 인간내면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링은 “나무의 단면을 잘라 벽에 깔고 뿌리는 밖으로 돌출시켰는데,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장치”라고 말했다. 아가테 역에 더블캐스팅된 소프라노 이화영을 비롯해 박지현·오미선(엔헨), 테너 하석배·김경여(막스), 바리톤 함석헌·이요훈(카스파), 베이스 김인수·이재준(에레미트) 등이 출연한다. 박은성 지휘로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합창은 국립오페라합창단.3만∼15만원.(02)586-528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美버지니아주 ‘예술가의 요람’ 토피도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美버지니아주 ‘예술가의 요람’ 토피도

    |알렉산드리아(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포토맥 강을 건너 버지니아주(州)로 넘어온 뒤 ‘조지 워싱턴 파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달리면 알렉산드리아라는 유서 깊은 도시가 나타난다. 알렉산드리아에서도 400년 전에 조성된 옛 시가지는 포토맥강을 끼고 화랑과 레스토랑, 공원 등이 이어진 예술의 거리로 불린다. 이 거리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3층 건물이 버지니아주 예술가들의 요람인 토피도 센터이다. 토피도 팩토리 아트센터는 20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 예술적 영감을 교환하고 창의력을 북돋워주는 ‘예술의 용광로’같은 곳이다. 또 많은 관람객과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때문에 버지니아의 ‘아트 벤처 밸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관람객 질문에 언제든 작품 설명 토피도 센터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모두가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관람객들이 찾아오면 언제라도 작업을 멈추고 작품에 대해 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층 메인 로비 옆의 29호 스튜디오에서 만난 리 토핑은 진흙으로 만든 새 모양의 조각을 다듬고 있었다. 그러나 토핑의 작품은 진흙 조각이 아니라 유리 공예라고 한다. 진흙 조각을 완성하면 이를 석고로 떠서 틀을 만들고 거기에 유리 조각을 가열해 만든 액체를 부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4일. 작품은 주로 벽을 장식하는 데 쓰인다. 토핑은 1974년 센터가 문을 연 이후 줄곧 이 곳에서 작업하고 있다.30년이란 세월만큼 이 센터와 예술가들, 그리고 토핑 자신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표현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토핑은 그러나 관람객들의 취향이 바뀌었는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낙 다양한 배경을 가진 관람객이 이곳을 찾고, 그들의 관심사는 늘 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핑은 센터의 장점이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영감(inspiration)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포토맥 강이 바라보이는 3호 스튜디오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던 페그 브룬은 기자가 들어가자 먼저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10년 전부터 이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는 섬유 예술가 로이스 브라리트와 함께 사용 중이다. 일주일을 반으로 나눠 브라리트가 사흘을 나오고, 브룬이 나흘을 나온다. 브룬은 오일과 아크릴로 풍경을 주로 그리지만 풍경 자체보다는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그녀의 그림에는 붉은색이 많이 사용돼 강렬한 느낌을 준다. 브룬은 “다른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이 곳의 장점”이라면서 “특히 다른 화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작지 않은 기쁨”이라고 말했다. ●아트 스쿨엔 은퇴한 ‘백발 학생’ 많아 브룬은 관람객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집중하고 싶어서 창가에 다락방처럼 올린 공간을 만들어 그 곳에서 작업을 한다. 또 브룬은 센터 내의 아트 스쿨에서 강의도 한다. 브룬에게 그림을 배우는 사람은 젊은이들보다 은퇴한 뒤에 그동안 감춰뒀던 예술혼을 되살리려는 ‘실버 헤어’들이 많다고 한다. 낯익은 동양화가 가득 걸려 있는 8호 스튜디오는 중국 출신 헨리 우의 작업실이다. 우는 1927년 광둥(廣東)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지만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생 때까지 운동선수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친지들이 “운동선수는 평생직업이 될 수 없으니 차라리 화가가 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우는 69년에 홍콩으로 옮겨 작품 활동을 하다가 75년 그의 그림을 높게 평가한 미국 화가들의 초청으로 이 센터에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토피도 센터에 자리잡은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예술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술은 매우 닮은 점이 많다.”면서 “나의 그림도 기본적으로 동양화이지만 이제는 미국적인 것이 많이 가미됐다.”고 밝혔다. 우는 한국과 일본의 회화에도 관심을 표명하면서 “이 곳에서 세 나라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市가 예술가에게 준 최고의 선물” 223호 스튜디오의 주인은 ‘그림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다.’는 머니 켈러허다. 켈러허는 주로 실내, 그 가운데서도 가구, 그 중에서도 의자를 즐겨 그린다.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는 켈러허는 “방안에 놓인 의자에서 동양의 도자기가 풍기는 정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켈러허는 초상화는 “젊게 그려달라.”는 주문이 싫어서, 풍경화는 사진을 의식하게 돼서 잘 그리지 않는다고 했다. 실내에 놓인 가구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재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켈러허는 토피도 센터가 “알렉산드리아시가 예술가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켈러허는 이 센터의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싸다면서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때문에 시로서도 손해날 것이 없다.”고 밝혔다. ■ 토피도 센터는 |알렉산드리아 이도운특파원|토피도 센터는 지난 1974년 버지니아주(州) 북부 지역에 모여든 예술가와 알렉산드리아 시가 공동으로 만든 작업장 겸 전시장이다. 센터 안에는 6개의 갤러리와 84개의 스튜디오가 들어서 있고 미술학교도 설립됐다. 스튜디오마다 1∼3명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회화와 조각, 도예는 물론 섬유, 유리공예, 보석세공, 스테인드글라스, 벽 장식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200여명이 모여 있다. 대부분이 미국 예술가들이지만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등 외국에서 온 예술가 25명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매년 3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해 이곳에 입주하려는 예술인들을 심사한다. 그러나 떠나는 예술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사를 통과해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한다. 센터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관람객은 아무 스튜디오나 들어가 작업 중인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곳을 찾는 관람객은 1년에 80만에서 100만명에 이른다. 토피도 센터라는 이름은 이 건물이 1918년 해군의 어뢰(토피도) 공장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2차대전이 끝나면서 어뢰 생산이 중단됐고 1969년 알렉산드리아시가 건물을 사들였다. 현재도 건물은 시 소유이며 센터의 운영은 입주한 예술가 협회가 맡고 있다. 센터의 1층 중앙홀은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결혼 피로연이나 댄스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유대인들의 신년 행사도 개최된다. 가장 떠들썩한 파티는 ‘게이들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빅 밴드를 동원해 밤새도록 파티를 벌인다는 것. 그러나 토피도 센터는 벽이 두터워 어지간한 소음은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 반 다이크 센터장 인터뷰 |알렉산드리아 이도운특파원|트루디 반 다이크 토피도 센터장은 예술가와 관람객간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토피도 센터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토피도 센터를 한마디로 자랑한하면. -예술과 교육이 결합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창조하는 작업이 대중 앞에서 이뤄진다. 관광객도 많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오기도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되나. -관람객이나 학생들이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보면 대답을 해준다. 예술가와 관람객이 창작의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작품을 판매하는 데도 도움이 되나. -관람객이 예술가와 직접 대화하고 공감을 느끼게 된다면 작품을 구입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센터가 판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보다는 창작력이 모이는 곳으로 봐야 한다. 그래도 마케팅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그것이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 상공회의소나 관광 관련단체, 예술품 구입상들과 접촉하고 있다. 또 TV 광고와 소형 책자 및 안내 비디오 제작 등 우리 센터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곳에 입주한 예술인들은 개별적으로 각자의 작품을 홍보한다. 특별전을 개최하는 방식 등을 말한다.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하는 공간이 관람객에게 주는 장점은 무엇인가. -이런 표현은 하기 싫지만 마치 쇼핑몰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다.2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관람객들에게는 매우 편리하다. 도자기를 사러왔다가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예술 분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들을 갖는다. 섬유를 이용한 장식품이라든가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공예, 벽을 장식하는 조각도 인기가 있다. 또 자녀의 초상화나 자기가 사는 집을 그려달라는 구체적인 주문도 많다. 향후 계획은. -토피도 센터를 좀더 국제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워싱턴에 주재하는 각 국 대사관 및 홍보원들에게 한번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각 국의 예술작품을 우리 센터에서 함께 전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dawn@seoul.co.kr
  • [마니아] 뭔가에 푹~ 빠진 노인들

    [마니아] 뭔가에 푹~ 빠진 노인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하루평균 30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찾는다. 이곳에 오는 어르신은 대부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한다. 하지만 최근 좀더 특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생을 즐기려는 분들이 크게 늘어가고 있다. 센터에서도 이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강사를 초빙하거나 장소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여념이 없다. 한글배우기, 컴퓨터, 전통춤, 탁구·배드민턴 등 운동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동아리에 든 노인들에게는 주말도 따로 없다. 지난 26일 토요일 오전,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동아리 활동에 ‘푹 빠진’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르신들은 “우리도 마니아”라고 입을 모았다. ●한글동아리 ‘해바라기’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한글같아. 받침은 왜 이리도 많은지, 그냥 소리나는 대로 하나로 쓰면 안 되나.” 머리를 긁적이며 지청구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영락없이 한글을 배우는 초등학생 모습이다.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한 ‘해바라기’동아리의 한글배우기가 11시가 넘도록 진행되고 있었다.‘해바라기’는 한글을 익히지 못한 노인들이 모여 한글을 공부하는 동아리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다른 지역의 노인센터보다 남성비율이 월등히 높아 대부분의 동아리도 할아버지들 위주로 꾸리고 있다. 하지만 ‘해바라기’만큼은 할머니들이 꽉 잡고 있다. 사실 이같은 현상은 여자들을 교육시키지 않았던 구시대의 악습이 낳은 결과지만 ‘해바라기’에 모인 할머니들은 “그 딴거 따져 뭐해.”라며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한다. 선생님은 센터에 나오는 노인 가운데 고등학교 교감 출신인 장인석(67) 할아버지가 맡고 있다. 일종의 자원봉사다. “현직에 있을 때도 어린 학생들이 질문을 별로 하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우리 어르신들도 마찬가진 것 같아.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 하소연만 해.(웃음)” 장 할아버지는 “나이들어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수업시간 빼먹지 않고 숙제 꼬박꼬박 해오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고 ‘할머니 학생’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해바라기’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동아리 회장이 아닌 반장이 있다. 반장인 박의저지(75) 할머니는 “수업시작할 때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고 외치는 것이 가장 재밌다.”고 말한다.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녀서 그런가봐요. 이렇게라도 그 한(恨)을 푸는 거지 뭐.” 박 할머니는 ‘해바라기’에 가입한 지 벌써 1년이 넘고 있어 선배축에 낀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교재를 알려주거나 ‘개근’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모두 박 할머니 몫이다. 수업에 두번째 나왔다는 이강임(63) 할머니는 “후배가 선배의 말을 잘 들어야죠. 안 그럼 혼나지.”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에 열중하는 장연화(70) 할머니는 집 근처에 노인센터가 있는데도 굳이 이곳을 고집한다. “의리를 저버릴 수가 없잖아. 그리고 이곳에 친구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고 또 배우던 것도 끝까지 마무리지어야지.”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2001년 4월1일 개관해 햇수로 5년째를 맞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실버센터’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옛 통계청연수원 건물에 들어선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인근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에 따라 이곳을 떠나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노인복지센터는 또 노인들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곳에 머물지 않고 노인들에게 자원봉사나 재취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노인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는 노인들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위해 대형 스크린과 노래방 시설을 갖춘 영화관람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샤워실과 이·미용실, 인터넷 등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컴퓨터교실, 수지침을 교육하는 한방교실 등이 열린다. 모든 시설 이용이 무료다. 5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에는 러닝머신과 자전거운동기, 마사지의자를 설치했다. 노인들이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이와 함께 건물 옥상에는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인조 잔디를 깔아 넓고 트인 공간을 확보했다. 노인들끼리 모여 조직한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2001년 8월에 취임한 지완 스님이 현재 관장을 맡고 있다. 문의 (02)739-9501~3.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장수춤 동아리 ‘장수한량무’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장수춤’마니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다.‘장수춤’은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서 개발한 노화방지 춤이다. 주말 이른 오전인데도 2층에서 가장 큰 강당에는 30여명의 어르신들이 사뿐사뿐,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 ‘장수한량무’동아리 회원들이다. “손끝이 돌아가는 품새가 멋지지 않나요. 우리 동아리는 장수춤에 관한 한 전국 제일이라고 자부해요.”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순호(74) 할아버지는 “각종 경연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도 거뒀고 또 여기저기 노인센터에서 공연요청도 들어온다.”면서 동아리 자랑부터 했다. 김 할아버지는 “한·일 월드컵이 있던 해에 잘 뛰는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몸을 멋지게 움직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이가 많으니까 구기(球技)보다는 센터에서 하는 장수춤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언뜻 봐도 춤 동작들이 다양하고 몇몇 동작들은 어려워 보였지만 열을 지어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노인분들은 틀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장수한량무’에서 85세로 최고령인 황의선 할아버지도 ‘70대 젊은이’ 못지 않게 춤사위가 구성지다. “나이들수록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여야 해. 그런 점에서 볼 때 장수춤이 최고야.” 센터에서 동아리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김현미(25)씨는 “‘장수한량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동아리”라고 귀띔했다. “지금은 연습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모두 평상복 차림이지만 정식으로 공연할 때는 도포, 갓 등을 갖추게 돼요. 그러면 춤이 더 멋있어 보이죠. 아무래도 다른 어르신들도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컴퓨터 동아리 ‘P&P’ ‘컴도사’를 꿈꾸는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컴퓨터동아리 ‘P&P’의 교실 분위기는 다른 곳에 비해 사뭇 진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칠판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 죄다 영어고, 용어들도 어려워서 선생님 말씀을 한 번만 놓치면 그 날 수업은 공치기 때문이다. ‘P&P’는 people(사람)과 peace(평화)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평화로움을 전하자는 거창한 의미를 갖고 만들었다. ‘P&P’활동을 오래한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도 어려워하는 홈페이지도 척척 만들어 낸다.‘P&P’에서는 백발이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홈피’ ‘카페’ ‘싸이월드’ 등 젊은이들이 쓰는 단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이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P&P’에서 서해용(72)·김분이(70) 부부 어르신이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나이든 어르신들도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면서 “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호기심때문에 접근하지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고비만 넘기면 ‘홈페이지’정도는 거뜬하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인준(68) 할아버지는 인터넷 다음에 ‘계수나무’라는 카페까지 개설해 운영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요새는 저작권 때문에 카페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할 수 없는 게 제일 큰 불만이야.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도 없고….” 황 할아버지는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다는 컴퓨터 마니아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려는 목표도 세워 놓았다. “나이 먹어서도 뭔가 한가지에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노인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는 마니아가 되는 것이 좋아.”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Anycall 프로농구] 존스 원맨쇼… SBS 8연승 신바람

    더블클러치 레이업슛을 막기 위해 함께 뜬 수비수들의 발이 차례로 코트에 떨어졌지만 그의 발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힘껏 솟구쳐 오른 뒤 서서히 뒤로 멀어지며 던지는 페이드어웨이슛은 ‘백발백중’이었다. 송곳 같은 비하인드 노룩패스에 팀 동료들조차 깜짝깜짝 놀랐다. 은퇴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한국 무대에 온 듯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SBS의 대체 용병 단테 존스(30·194㎝). 한국농구 용병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존스가 SBS를 시즌 최다연승 기록인 8연승으로 이끌었다.SBS는 20일 오리온스를 107-85로 대파하고 단독4위를 지켰다. 3쿼터까지만 뛴 존스는 39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한국에 온 뒤 치른 8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복덩이’ 존스 효과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슛 찬스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양희승과 김성철 등 토종 슈터들은 존스의 빼어난 패스와 리바운드 덕택에 완전히 살아났다. 존스 영입 이후 SBS는 팀 평균 득점 10점, 리바운드 3개, 어시스트 6개가 상승했다. 오리온스는 김승현(26점)과 김병철(31점)의 소나기 3점포로 2쿼터 중반까지 근소한 리드를 지켰으나 이후 공수에서 ‘북치고 장구친’ 존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SBS는 3쿼터 후반 존스의 연속 11점과 김희선의 3점슛 2개로 86-55까지 앞서며 승부를 갈랐고,4쿼터에서는 존스와 주니어 버로를 빼고도 여유있게 승리를 지켰다. 한편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살얼음판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삼성과 SK는 각각 KCC와 LG를 힘겹게 따돌리고 공동6위를 유지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새광고] 꼬부랑 할머니가~♬

    ●SK텔레콤 투모로우팩토리 캠페인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휴대전화를 통해 길 안내를 받으며 외국인을 데리고 자신도 가보지 못한 목적지를 자신있게 찾아준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열사묘역 못간 자오쯔양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자오쯔양(趙紫陽)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의 장례식이 사망 13일째인 29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北京) 근교의 바바오(八寶)산 혁명열사 공묘(公墓)에서 거행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중국의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과 허궈창(賀國强) 정치국 위원, 왕강(王剛) 당 중앙 판공청 주임 등 100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장례절차 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자오의 화장된 유골을 혁명공묘에 안치하지 않고 베이징 자택으로 옮겨와 유골처리는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바바오산 혁명열사 공묘 입구에 이르는 1㎞ 도로변에는 1000여명의 정·사복 요원들이 배치,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60대로 보이는 남녀 30여명은 ‘자오쯔양 애도’라는 완장을 두르고 “자오의 영혼은 살아있다. 우리는 부패와 싸울 것이다. 우리는 자오를 위해 울 것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입장을 제지당한 한 시민은 “공안들이 우리들에게 말도 못하게 하고 정문에서 300m나 떨어지게 했다. 우리는 우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 나라는 법치가 없다.”고 울먹였다. 바바오산 공묘 정문 입구 주변에서는 일부 외국 취재진들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공안들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카메라와 필름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은 예당(禮堂)에서 간단한 영결식을 시작으로 2시간만에 끝났다. 자오의 유해는 공산당기에 덮여 꽃 속에 묻혀 있었고 짙은색 남방에 털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고 홍콩언론들이 전했다. 예당에는 ‘자오쯔양 동지를 침통하게 추모한다(沈痛悼念趙紫陽同志)’는 대형 현수막이 9개 걸렸고 그 아래 백발에 남방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이 걸려있었다. 조문객들은 2줄로 예당에 입장,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5명씩 자오의 유해에 작별을 고했다. 현수막 아래에는 당중앙·국무원 판공실과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상무위 위원장, 룽이런(榮毅仁) 전 국가부주석 등 당원로들의 조화가 목격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자오의 생애를 소개하면서 “개혁개방 초반에 중요한 영도 직무를 맡았고 당·인민을 위한 사업에서 유익한 공헌을 했다.”면서 “1989년 봄과 여름이 교체되는 시기의 정치풍파(톈안먼 사태) 중에 엄중한 과오(嚴重錯誤)를 범했다.”고 공(功)과 과(過) 모두를 소개했다. 한편 관영 CCTV는 이날 정오와 7시 뉴스 등에서 처음으로 자오 장례식을 화면없이 간단하게 보도했다. oilman@seoul.co.kr
  • 극사실주의 대가 이상원화백 러시아서 초대전

    극사실주의 대가 이상원화백 러시아서 초대전

    화단의 원로 이상원(70) 화백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가다. 보풀 한 올까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 극도의 세밀한 붓터치는 ‘사진 그 이상’이란 평을 듣는다.‘하이퍼 리얼리즘의 거장’ 이상원 화백이 리얼리즘 회화의 본고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트레차코프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트레차코프미술관 최초 한국인 작품전 개막일인 25일에는 발렌친 로디오노프 트레차코프미술관장, 김재섭 주 러시아대사, 현지 미술평론가 등 1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구 소련 시절 문화부 차관을 지낸 로디오노프 관장은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최근엔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소개하고 있지만 한국 작가가 이 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 화백의 사실적인 작품은 근대 이후 리얼리즘 전통이 강한 러시아에서도 호소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2월1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시간과 공간’‘막(膜)’‘동해인’‘연(緣)’‘영원의 초상’ 시리즈 가운데 대표작 55점이 나와 있다. 특히 헝클어진 백발에 논두렁처럼 깊게 팬 주름살이 인상적인 노인의 표정을 담은 작품 ‘동해인’에는 유난히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한 이 작품에서 지나간 신산한 세월의 흔적을 읽어낸 것일까. 배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풍년’도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서구 리얼리즘 끝에 선 수묵의 날카로움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혹시 사진을 찍어 확대한 것 아니냐.”며 이 화백의 극사실주의적인 붓질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동양의 수묵과 서구의 리얼리즘이 어떻게 한 데 어우러져 그처럼 담백하고 강렬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화백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젊은 시절 영화간판과 인물 초상화를 그리다가 불혹의 나이에 순수미술의 길로 들어선 입지전적인 작가다. 그야말로 무사자통(無師自通)인 셈이지만 이 화백은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등 공모전에 잇따라 입상하면서 순수화가로 인정받았다. ●산업사회 이후 전통에 대한 향수 표현해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애정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땅속 깊이 팬 타이어 자국이나 바닷가의 폐그물, 온갖 폐수와 곰팡이로 뒤덮인 수막, 너덜너덜해진 마대, 평범한 촌로나 어부의 고단한 삶…. 이런 것들은 모두 작가의 심오한 존재론적 성찰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과 찬가로 승화된다. 러시아 미술평론가 페트르 푸르도프스키는 “이상원은 어부나 해녀들의 이미지 묘사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회화의 예술적 본질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항상 고향의 전통에 충실해 왔다.”면서 “그의 그림은 산업사회 혹은 후기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밀려난 전통적인 세계에 대한 향수라는 주제를 가장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화백은 지난 30여년의 화업을 통해 10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네덜란드 화가 고흐가 소품까지 포함해 800여점의 작품을 그린 데 비하면 대작 위주의 작업을 하는 이 화백은 단연 다작(多作)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않았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고가에 작품을 사겠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그동안 작품을 팔아왔다면 이같은 전시가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훗날 미술관을 지어 나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화백은 오는 4월쯤에는 자신의 작품활동 여정과 그림을 담은 자서전 ‘바람의 초상’(가제)도 펴낼 예정이다. 모스크바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레차코프미술관은 19세기 러시아의 부호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차코프 형제의 소장품으로부터 출발한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에르미타주미술관, 러시언미술관, 푸슈킨미술관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1856년에 설립된 트레차코프미술관은 1892년 모스크바 시의회에 기증된 뒤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state gallery)으로 거듭났다. 트레차코프미술관의 소장품은 고대 러시아 성화에서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종다양하다. 러시아 미술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있는 세계 미술의 보고다. 레핀, 말레비치, 칸딘스키, 샤갈 등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통의 작품과 아방가르드 작품 등 13만여점이 소장돼 있다.11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작품은 라브루쉰스키의 트레차코프미술관에,20세기 현대 미술은 주로 크림스키에 위치한 트레차코프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레핀의 ‘이반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이바노프의 ‘그리스도의 출현’, 페로프의 ‘도스토예프스키’, 수리코프의 ‘유형지로 끌려가는 마리조바 여인’ 등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 이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하나인 샤갈의 ‘유대인 극장-패널화’는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예술작품의 보존과 수복, 교육 등을 통해 명실공히 러시아 학문과 예술의 중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
  • [눈에 띄네~ 이 얼굴] ‘레모니 스니켓‘의 짐 캐리

    변신의 귀재, 짐 캐리(43)가 물을 만났다.28일 개봉하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서 완벽한 1인3역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그가 맡은 역은 의문의 화재사고로 졸지에 부모를 잃은 보들레어가 삼남매의 먼 친척, 올라프 백작. 호시탐탐 삼남매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변장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덕에 정체가 탄로날 때마다 ‘샴 선장’‘스페타노 박사’등으로 변신하며 끊임없이 삼남매를 괴롭히지만 번번이 아이들에게 당하고 만다. 한편의 영화에서 외모, 목소리, 행동 등 전혀 다른 세명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올라프 백작역에 짐 캐리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 듯싶다. 고무공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얼굴 표정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던 ‘마스크’, 실감나는 바보연기로 실제 IQ를 의심케 했던 ‘덤 앤 더머’,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킨 ‘트루먼쇼’까지 그는 매번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극중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창백한 얼굴에 백발, 긴 손톱과 발목 문신까지 마다하지 않은 짐 캐리. 다음 영화에서 그가 보여줄 변신이 벌써 궁금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깔깔깔]

    ●철학 시험 한 학기 내내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선한 것이 선한 것이냐?’ 등의 아리송한 명제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신 백발의 우리 철학 교수님. 기말고사로 딱 한 문제만을 출제하셨다. ‘용기에 대해서 논하라.’ 오픈북 시험이었기 때문에 강의실 안은 한숨 소리 반과 책 넘기는 소리 반으로 채워져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안된 시간에 강의실 저편에서 한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고 당당히 나갔다. 당연히 조교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완전히 포기했나 보군. 뭐라도 좀 쓰지.’ 나중에 그 학생에게 성적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A학점을 받았다는 게 아닌가. 그 때 쓴 답은 딱 한 줄. ‘바로 이런 것.’
  • [일요영화]

    [일요영화]

    ●더 헌팅(SBS 오후 11시45분) 엘레노어(릴리 테일러 분)는 11년 동안 병든 어머니를 돌보며 세상과 격리돼 지내지만, 어머니가 죽자 갈 곳 없는 신세가 된다. 막막해하는 엘레노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의 목소리는 심리학 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구하는 신문광고를 보라고 알려준다. 광고는 수면장애를 가진 실험 대상자를 구하는 내용으로, 힐 하우스라는 대 저택에서 1주일을 지내면 900달러를 준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실험은 매로 박사(리암 니슨)가 공포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연구하기 위한 것. 엘레노어 외에도 자기도취가 심하지만 용감하고 매력적인 테오(캐서린 제타존스), 돈을 벌기 위해 실험에 참여한 냉소적인 루크(오웬 윌슨)가 중세식 저택 힐 하우스에 모여든다. 세 사람이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박사는 집에 얽힌 이상한 얘기를 들려주는데, 갑자기 박사의 조수 메리가 피아노 줄이 끊어져 눈을 다치는 사고를 당하는 등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른다. 이때부터 악령의 집에 도사린 원혼이 불청객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드라큘라 백작의 트란실바니아성을 연상케 하는 고딕식 건물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집안의 장식품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도 섬뜩하다. 하지만 특수효과를 너무 남발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리 잭슨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1963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영화를 ‘스피드’‘트위스터’의 얀 드봉 감독이 1999년에 리메이크했다.125분. ●선샤인 보이스(EBS 오후 1시50분) 허버트 로스 감독의 1975년 작. 앨 루이스(조지 번스)와 윌리 클락(월터 매튜)은 기억도 오락가락하고 거동도 느릿느릿한 백발노인이지만, 왕년엔 환상의 콤비로 이름을 날린 코미디언들이다. 옛날 무대에서 티격태격하며 배꼽을 쥐게 했지만, 실제로는 사이가 좋지 않다. 앨의 은퇴로 명콤비가 해체되면서 거의 앙숙이 돼 오랫동안 말도 안 나누고 지내온 상태. 쇼프로 감독인 윌리의 조카 벤(리처드 벤저민)은 특집방송을 앞두고 앨과 윌리의 재결합을 위해 동반출연을 제의하지만, 리허설에서 둘은 서로 트집만 잡다 사이만 더 나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에 들어간 두 사람. 앨은 윌리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윌리는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불만을 쏟아내다 심장마비로 쓰러진다.125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여운택옹 끝나지 않은 ‘투쟁’

    “일본에서 2년 동안 일한 대가가 우동 한 그릇 값도 안 됩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여운택(82·서울 강동구 암사동)옹은 지난해 11월 일본 사회보험청에서 ‘후생연금 3421원’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서 ‘후생연금 반환요청’을 한 뒤 일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여옹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양국 정부의 주장을 뒤집는 사례이다. 그렇지만 여씨가 돌려받은 돈은 광복 이후의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액수였다. 17일 서울 신문로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여옹은 지난 60년 동안 가슴에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어놓기가 벅찼던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자 그는 거대한 일본 기업과 홀로 싸워온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943년 6월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일본제철주식회사에 운전사로 취직했지만 월급 50엔 모두 후생연금보험과 가계저축 명목으로 떼갔다.”면서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50엔이었는데 316엔이면 소 여섯 마리는 살 수 있는 돈인데도….”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광복 직후 회사측에 후생연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지만 ‘한국에 가 있으면 곧 부쳐주겠다.’는 회사쪽 약속만 믿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옹의 법률 의뢰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사회보험청이 여옹에게 후생연금을 지급한 것은 국내의 수많은 후생연금 가입자들도 반환 신청을 내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후생연금 반환금액 산정 기준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최소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액수는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1944년 당시 후생연금 가입자는 844만명에 이르고 당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은 강제로 후생연금에 가입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옹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일본대사관을 찾아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보상의 책임을 수십년 동안 미루고 있는 일본 정부는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외쳤다.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를 일부 공개했지만 일본측의 전면 보상과 사죄가 선행되지 않은 40여년 전 ‘미완의 협정’은 백발이 성성한 징용 피해자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남아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늙음’ 바라보는 8개의 시선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한국인 평균수명은 남자 73.4세, 여자 80.4세. 며칠전엔 세계적 비누회사의 새 모델로 96세 할머니가 발탁됐다는 뉴스가 외신란을 장식했다. 바야흐로 본격 노년사회를 살고 있음이다. ● ‘장수시대’ 발빠른 기획 눈길 황금가지에서 펴낸 소설집 ‘소설, 노년을 말하다’(김윤식·김미현 엮음)는 그런 맥락에서 발빠른 기획이 눈길을 붙들어매는 책이다.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 현역작가 8명이 노년 소재의 단편을 각각 한편씩 써 묶었다.8편의 신작 단편들은 그러니까 ‘소설’이라는 외피를 둘러쓴, 노년사회를 향한 작가 저마다의 ‘발언’인 셈이다. 소설집에 참여한 이는 한승원(66) 홍상화(65) 이청해(57) 한정희(55) 이순원(48) 하성란(38) 한수영(38) 이명랑(32).‘늙음’이라는 텅빈 거푸집 같은 기호 쪽으로 여덟 개의 시선들이 일제히 쏠려 있다. 늙음의 현현(顯現)이 에누리없이 까발려진 작품은 하성란의 ‘712호 환자’다.30대 후반에 맹장염 수술 도중의 마취사고로 21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온 남자가 주인공. 어느날 깨어보니 백발의 노인으로 변해버린 남자는 ‘현재의 몸’으로 ‘과거의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늙음이 싸목싸목 기척을 내며 오는 게 아니라 삽시간에 다가오는 것이란 은유가 직설적인 설정이다. 주인공 남자가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발견하고 당혹해하는 대목들은 적나라하기 그지없다. 거울에 비친 남자는 “오촌 당숙뻘쯤 되는 노인의 얼굴”이었다가 “얇고 흰 머리카락이 실오라기처럼 환풍기 바람에도 날린다.”거나 “수분을 잃은 살갗에는 하얗게 살비듬이 일어 옷을 갈아입을 때면 먼지처럼 날린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 노인문제를 독자들 사유공간으로 하성란의 주인공이 노년의 좌표를 인정하지 못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현재를 치열하게 긍정하는 캐릭터도 있다. 한수영의 ‘벽’에 등장하는 칠순의 아버지에겐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빚을 갚고 집을 고치는 이상한 벽(癖)이 있다. 노인은 빚을 갚거나 집을 다 고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명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승원의 ‘태양의 집’에 나오는 노인은 손자를 통해 생을 확장시키려는 순수한 열망을 가졌다. 빚에 몰린 사위 때문에 외손자를 떠맡게 된 71세의 노인은 허름한 시골집에 어울리지 않게 ‘태양의 집’이란 현판을 단다. 어린 손자의 기사회생을 바라며 마치 제의처럼 현판을 단 노인, 거기에다 작가는 유년시절 아버지보다 더 짙은 그늘이 돼주었던 할아버지의 정을 오버랩시킨다. 작가 개개인의 색채를 음미하게 하는 소설은 아니다. 더는 부정할 수 없는 노인문제를 소설독자들의 사유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선의(善意)가 돋보이는 공모(共謀)의 소설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신인작가 천명관씨 ‘고래’ 출간

    천명관(40)은 입심이 보통이 아닌 신인작가다. 모르긴 해도 문단의 어느 누구에게도 입담으로는 기가 꺾이지 않을 성싶다.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프랭크와 나’로 등단한 그가 첫 장편소설 ‘고래’(문학동네)를 냈다.‘고래’는 지난 여름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아 문단의 관심이 쏠렸던 화제작. 생초보 작가가 구사하는 서사에는 툭툭 정맥이 불거진 팔뚝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스토리 텔링의 힘이 대단한, 그는 작가라기보다는 소재가 바닥날 일 없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고래’는 장편다운 장편이다.421쪽이나 되는 묵지근한 책은 독자들에게 최근 소설들에서 기대할 수 없던 ‘줄거리의 맛’을 되돌려준다. 3부로 나뉘어진 작품 속 주인공은 흥미롭게도 모두 여자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등 세 여인이 섞바뀌어 등장해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엮는다. 워낙 기구한 운명들이라 이네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수난사’에 가깝다. 1,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장하는 여자 금복의 일대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천하 박색으로 한을 품고 죽은 국밥집 노파의 사연이 얼기설기 끼어든다.3부도 구성형식은 엇비슷하다. 정신박약아인 금복의 딸 춘희가 이야기의 중심. 감옥에서 나와 폐허가 된 벽돌공장(엄마 금복이 일궜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온 그녀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담겼다. 소설의 흥미 포인트는 곳곳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은 최근 국내소설에서는 좀체 만날 수 없는 것들이다.120㎏의 거구로 뱀을 날로 먹어치우는 춘희, 코끼리를 기르는 쌍둥이 자매, 벌떼를 몰고 다니는 백발의 애꾸눈 여인(국밥집 노파의 딸) 등은 소설이 팬터지의 영역까지 욕심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만큼 맥락은 장황하건만 농담과 유머의 너스레로 긴장의 나사를 조이는 재주 또한 묘미다. 기승전결의 반듯한 틀거리를 빌리지 않고도 긴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 작가는 보여 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서사틀에 세 여주인공이 번갈아 왔다갔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상황을 이어 주는 해설문은 무성영화의 변사투나 판소리 사설을 닮았다. 소설가 은희경은 “이 소설이 의도하는 게 정련된 글의 구조물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의 잔치”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 스스로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줄거리를 끌어가는 힘과 캐릭터를 그려가는 에너지만 봐 달라는 듯 작가는 작품의 시간배경은 끝까지 공백으로 남겨 둔다. 번역체의 거친 문투가 좀 거슬린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유화해 가는 최근 소설 경향에 불만인 독자라면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고 단숨에 읽어낼 재미 만점의 소설이다. 작가는 영화 ‘총잡이’‘북경반점’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싱글녀들의 파자마 talk talk

    싱글녀들의 파자마 talk talk

    싱글 여성들이 호텔방에서 밤을 새우며 벌이는 파자마 파티에서는 과연 어떤 얘기가 오갈까. 프라자호텔에서 일하는 호텔리어 최난주(27), 정유진(28), 조규현(25)씨는 하루에 한번씩은 꼭 만나 연애상담을 해주는 친한 동료사이. 삼총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올해를 집대성하는 수다대전을 펼쳤다. 최난주 점심시간에 소개팅까지 하면서 ‘심하게’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잘 안 됐네. 올해 (남자친구) 만들어서 내년에는 꼭 결혼하려 했는데…. 정유진 점심시간에 소개팅하면 부담이 없고, 맘에 안 들어도 잠깐 한시간만 보면 되니깐 되게 좋은 거 같아. 난주는 여자 3:남자 20 미팅도 한적 있잖아.(일동 잠시 기절) 최 요즘 미팅에서는 혈액형이나 형제관계 맞히기 놀이를 많이 하는데 남자들도 좋아하더라. 정 올해 ‘B형 남자’가 유행이었잖아. 역시 연애는 바람둥이 기질이 많은 B형 남자랑, 결혼은 세심한 A형과 하는 게 좋을거 같아. 조규현 O형이랑 결혼하면 너무 털털해서 열받는다고 하던데.AB형은 묘해서 심심하진 않을 거 같아. 최 연애할 때 여성들도 ‘던지기의 기술’을 발휘해야할 거 같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남자가 2∼3번 보내면, 여자는 1번 보내는 게 적당하지. 정 요즘엔 남자도 약아서 여자에게 목숨을 안 걸더라. 정열도 부족하고 몇번 하다 안 되면 그냥 말아버리지. 남자들도 피곤해하는 것 같아. 최 내년 직장생활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승진이지. 그동안 2년 가까이 영어와 회계 등을 공부해 왔거든. 정 연말에 모범사원상을 받아서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모조리 상쇄된 것 같아. 무슨 일만 하면 동료들이 모범사원이라 그렇다고 놀려서 힘들긴 하지만. 조 올해 처음 후배가 들어오긴 했는데 나이들이 많아서 후배같진 않았어. 내년엔 대학원에 입학할 계획이고. 최 올 크리스마스에도 24일에는 야근하고,25일에는 호텔에서 소년소녀 가장을 초청하는 잔치 때문에 일해야 할 거 같아. 정, 조 호텔리어의 비애지.(일동 웃음으로 마무리) ■ 백발백중 작업법 파티다. 그런데 난? 함께 보낼 변변한 남자 하나 없다. 그렇다고 한숨만 내쉴 수는 없는 일! 화려한 솔로는 싱글 파티에서 직접 남자를 건진다. 내 눈동자에 쏙 들어온 그 남자, 유혹하는 4단계 전략. ●1단계:외모로 매력을 발산하라 먼저 시각에 민감한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만남에 첫인상이 중요하듯 옷차림도 중요하다. 꼭 노출로 몸매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튀거나…. 자신의 매력을 뿜어낸다. 길고 고운 머리칼이나 올린 머리에 길게 늘어뜨린 귀고리, 깔끔하게 기른 손톱 등 남자들이 할 수 없는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서 어필한다. ●2단계:추파 보내기 사랑에 빠지고픈 남자를 포착했다면 자주 시선을 마주쳐라. 그가 무엇을 하든 계속 바라보면서 눈빛을 마주한다. 아주 짧게 그를 바라보고, 자신있는 옆모습이나 눈웃음, 함박웃음 등 무엇이든 좋은 매력적인 모습을 남기고 돌아선다. 단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째려보는 것은 금물. 차라리 유혹하듯 서글픈 눈매가 낫다. 자신을 자꾸 쳐다보는 여자, 남자들은 분명 의식한다. ●3단계:자연스러운 대화 걸기 바의 한구석에서 홀로 와인 잔을 들이켜는 여자, 무척 예쁘거나 잘 빠지지 않으면 물고기가 몰려들지 않는다. 파티는 즐겁게 놀기 위한 것이므로 여자가 먼저 말을 건다고 해서 이상하게 볼 사람 없다.“파티 분위기 어때요?”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접근한 뒤 취미나 시사문제, 가벼운 영화 이야기 등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자신감 있으면서 부드러운 말씨는 필수. 혼자 떠들지 말고, 상대의 말에 “어머, 그렇군요.” 정도나 화사한 미소로 호응한다. ●4단계:유혹하기 당신이 지나친 ‘폭탄’이 아닌 이상 여기까지 관심을 보이면 남자는 설렌다. 이럴 때 적절히 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남자는 ‘어라? 나한테 관심 있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경쟁상대에 대해 불타오른다. 단 약간의 음식을 건네는 식의 관심인지 친절인지 아리송한 행동은 당신이 찍은 한 남자에게만 보여라.50% 이상 당신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유혹하되 애태우기, 남자를 끌어당기는 확실한 전략이다. ■ 여성포털 ‘젝시인러브’ 콘텐츠팀 조현규 팀장(anny@mail.xy.co.kr) ■ 백전백승 작업장 싱글들이여, 파티에서의 ‘작업’으로 외로움을 날려 보자. 연말연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티 중에 싱글들이 갈 만한 곳을 엄선했다. 특히 겨울철 비수기에 각 호텔들이 10만∼20만원대에 싸게 내놓는 윈터 패키지는 친구들끼리 파자마 파티장으로도 좋다. ●프라자호텔 메리크리스마스 패키지(310-7710) 서울 광장의 성탄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객실에서 낭만적인 휴일을 즐길 수 있다.19만원부터.24일 뷔페식당 ‘프라자뷰’에서는 산타마을에서 찍은 사진 액자를 증정하는 ‘눈내리는 산타마을 파티’가, 프라자펍에는 타로점·배꼽춤 등이 펼쳐지는 ‘미스티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조선호텔 파자마 패키지(080-317-0404) 연말에 친구들끼리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호텔방에 파자마, 와인, 과일, 치즈안주 등이 준비된다. 아침 뷔페, 저녁 칵테일, 헬스·수영장도 이용가능하며 수다 떨다 늦잠자도 걱정없도록 오후 3시까지 체크아웃이 연장된다. 값은 23만 5000∼31만원. ●우바 크리스마스 파티(2022-0333) 현재 서울에서 가장 ‘힙’한 곳으로 디카족들의 촬영지 명소로 사랑받는 W호텔에서도 성탄절 파티가 열린다.W서울 워커힐 우바에서 24,25일 양일간 오후 8시∼오전 4시에 영국의 퍼커셔니스트 나키샤와 유명 DJ 마크 밤박의 공연이 펼쳐진다. 입장료는 3만원, 음료수 한잔이 제공된다. ●쌈지 빅스타 쇼쇼쇼(338-7624) 4시간 동안 한국 록의 심장 ‘언니네 이발관’,‘슈가도넛’ 등 일곱 밴드의 공연이 스탠딩으로 벌어진다.25일 5시부터 홍대입구 쌈지 스페이스 바람홀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예매하면 2만원, 현장에선 2만 5000원. 공연 시간 동안 1층에서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 수다파티 이런 요리 어때요 친구들끼리의 ‘수다파티’에도 음식이 없다면 섭섭하다. 하지만 한사람이 음식 준비를 한다면 좀 부담스럽다. 이럴 땐 자신있는 요리 한가지를 들고 가자. 푸드칼럼니스트 이혜정씨는 “모두에게 환영받으면서 어떤 음료와도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돼지고기 케첩조림과 오코노미야키, 컵샐러드가 무난하다.”고 제안했다. 소파에 기대 앉아서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인 것도 공통된 장점이다. ■ 도움말 필앤라이프(02-523-8054) ●돼지고기 케첩조림 재료 돼지 갈비 1㎏, 간장·청주 3큰술씩, 녹말가루 4큰술, 케첩·설탕 1컵씩, 두반장·콩소스 1작은술씩, 고추 기름 3큰술 만드는 법 (1)돼지 갈비는 기름기 적은 것으로 골라 5∼6㎝ 길이로 토막내 찬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뺀 다음 깨끗이 헹군다.(2)(1)을 간장, 청주, 녹말가루에 주물러 3시간 정도 재어둔다.(3)160도 저온에서 서서히 튀긴 다음 온도를 높여 속까지 완전히 익힌다.(4)토마토 케첩에 설탕을 같은 분량으로 넣고, 고추 기름을 조금 넣어 골고루 젓는다.(5)(4)에 콩소스와 두반장을 섞어 프라이팬에서 중불에 서서히 끓인다.(6)설탕이 녹고 소스에 끈기가 생기면 튀겨서 기름뺀 갈비와 잘 버무린다. ●컵샐러드 재료 파프리카 2개, 양파 1개, 적채 (@)개, 만두피 1통,양념 마요네즈·겨자·식초 1작은술씩, 설탕·소금 조금씩 만드는 법 (1)만두피는 오븐에 구워낸다.(2)파프리카와 양파, 적채는 가늘게 채썬다.(3)양념 재료를 입맛에 맞게 섞어 머스터드 소스를 만든다.(4)구워낸 만두피 속에 야채와 소스를 버무려 담아준다. ●오코노미야키 재료 오징어 한마리, 칵테일새우 200g, 양배추 반개, 부침가루, 소금, 오일, 돈가스 소스, 마요네즈 만드는 법 (1)오징어는 가늘게 채썰어 준비한다.(2)새우도 손질하고, 양배추도 가늘게 채썬다.(3)볼에 부침가루와 물을 섞고 손질해둔 야채와 해물을 섞는다.(4)팬에 오일을 두르고 부쳐낸다.(5)(4)위에 마요네즈와 돈가스 소스를 뿌려 완성한다. ■ 선물로 그녀의 마음을 사볼까 연인이나 친구들과의 선물에도 웰빙바람이 불고 있다. 지갑, 벨트, 라이터가 주종을 이루던 예년과 달리 아로마 램프, 토피어리 화분, 기르는 팬시화분 등이 인기다. 또 직접 손으로 만드는 퀼트, 테디베어, 손뜨개, 비즈공예 액세서리 등도 좋다. 아로마 램프세트는 도자기 발향기와 천연 아로마 오일, 티라이트(향초)10개가 기본. 숙면을 돕는 라벤더향이 여성들에게 인기다.(2만 5000원대) 산세베리아 화분은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로는 가장 탁월하고 음이온을 방출한다. 연인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방에 하나쯤은 필수(4만원대). 곰 토피어리는 곰인형에서 토피어리라는 식물이 자라나는 인형이다. 자연 식물로서 실내의 공기정화는 물론 가습 효과가 있어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인에게 잘 어울린다(4만원대). 커플눈사람 스탠드는 예쁜 원형 모양의 스탠드. 스탠드 위에 커플 눈사람이 달려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해준다(2만원대). 이밖에 다이어트 다이어리, 건망증 다이어리, 패션 다이어리 등 다양한 다이어리(2만원대)도 신선한 선물아이템이다.
  • [이진의 섹스&시티]백발의 남친

    ‘난 커서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 민정이.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좋아 그냥 한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또래의 남자친구를 몇명 사귄 다음부터 ‘이제는 연상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자기한테는 비슷한 연배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이 더 맞을 것 같다나요. 이런 민정이가 하루는 새 남자 친구를 공개하겠다고 하더군요.‘그 사람은 날 이해하고 공주처럼 대하는 데다가 섹스까지 대만족이야!’라며 거의 날아갈 것 같은 말투로 얘기하더군요. 민정이는 좀처럼 남자친구 자랑을 하지 않는 타입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압구정의 한 웨스턴 바에서 민정이를 먼저 만나 함께 남자친구를 기다렸습니다. 그때 백발의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설마, 저 사람이 민정이 남자친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흰머리 신사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닙니까. 당황한 나를 의식했는지 민정이는 ‘내 남자친구야.’라고 얼른 소개를 하더군요. 나이차는 무려 25살. 남자친구의 나이가 ‘조금’ 많다고는 얘기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저는 평소 띠동갑이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12살 안팎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5살이라니 너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회춘을 바라는 노인네가 꿍꿍이를 가지고 민정이를 만나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도 좋지 않았죠.‘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의 싱싱함·섹스를 돈으로 맞바꾸는 것?’ ‘이 사람 유부남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습니다. 둥근 얼굴을 가진 민정의 남자친구는 백발 탓에 실제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습니다. 일 때문에 결혼은 한번도 한 적 없고 부모가 돼 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고 했습니다. 민정이와는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민정의 친구인 저에게 ‘점수’를 따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자신이 이뤄놓은 것들에 대해 열심히 얘기하더군요. 결국 자신에게 없는 것은 젊음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민정이를 위해선 모든 것을 맞추겠다며 아낌없는 애정 표현도 했죠. 민정을 만나 삶의 활력을 얻고 있고 생각도 젊은 사람처럼 하게 돼 사는 게 즐겁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민정이와 백발 신사는 사랑에 빠진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전 이 만남을 회춘을 바라는 노인네와 섹스를 매개로 경제적 도움을 바라는 어린 여자의 결합으로 의심했던 거죠. 물론 세상에는 원하는 것이 있어서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정이 커플을 보면서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남녀관계에,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얘기를 오늘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당] 가을과 시인/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얼마 전 예순이 넘은 원로시인과 대담을 한 적이 있다. 한평생 시만 쓰면서 고고하게 살아온 시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다소 긴장하면서, 또 상당히 가슴 설레면서 약속장소인 시내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 백발의 노시인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오후의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 깊어 가는 가을의 풍경과 어우러진 그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너무도 아름다워 한동안 먼발치에 서서 그 모습을 황홀하게 지켜보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때 문득 돌아가신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 책임’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선생이 그 말을 할 때에는 연세가 이미 회갑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하는 선생의 얼굴은 너무도 맑고 티 없는, 마치 홍안 미소년의 얼굴과 같았다. 존경하는 분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 줄 알고 있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세파에 전혀 찌들지 않고, 그야말로 한평생 맑고 깨끗한 것을 추구해 온 분만 지닐 수 있는 그런 기품과 인품을 선생은 늘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멋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이 있다.‘멋있다’와 ‘추하다’는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얼굴을 비롯한 신체 전반에 걸친 특성에 의해 결정될까. 그렇지 않다고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님은 분명하다. 황순원 선생과 원로 시인을 생각하면서,‘멋있다’와 ‘추하다’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또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기를 치는 사람은 사기꾼의 분위기를, 도둑질을 하는 사람은 도둑놈의 분위기를 풍길 것이다. 이와 달리, 일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은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지닐 것이고, 늘 좋은 책을 읽고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는 사람은 또 그 사람만의 분위기를 지닐 것이다. 어디 40대 이후만 그러하겠는가.40대 이전의 얼굴도 자기책임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탤런트처럼 생긴 학생도 만나게 되고, 그저 평범하고 수수하게 생긴 학생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보기에는 수수하고 평범하게 생겼지만 귀엽고 예쁘게 느껴지는 학생이 있다. 그런 학생은 배움에 대한 열기로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심성도 곱다. 반면 외모는 탤런트 뺨치게 생겼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겉치장에만 신경 쓰는 학생의 경우 어쩐지 하는 짓마다 밉게만 보인다. 원로 시인과의 대담을 마칠 때 시인은 자신의 시집을 한 권 선물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즉석에서 시집을 펼쳤을 때 책 속에는 이제 막 떨어진 듯한 싱싱한 노란 은행잎이 하나 곱게 담겨 있었다. 은행잎과 시집과 백발의 노시인. 참으로 행복한 가을이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정말 멋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나의 지금의 모습은 멋있을까, 아니면 추할까. 훗날 나이가 들어 나도 노시인처럼 아름다운 분위기를 지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철 안의 사람들을 찬찬히 훑어보는 순간,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이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얼마간 옆에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또 다른 젊은 여성을 보았다. 아마도 이래저래 올가을은 내 삶에 있어서 잊지 못할 또 다른 한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 공포 2배 프레디 VS 액션 2배 제이슨

    지난 80년대를 풍미했던 공포영화의 대표 아이콘인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공포영화의 팬이라면 흥미로운 설정일 수도 있지만,아이디어가 부족한 할리우드에서 짜낸 묘수 같아서 왠지 어설픈 잡탕 호러물은 아닐까라는 선입견부터 생겼다. 하지만 영화 ‘프레디 vs 제이슨’(Freddy vs.Jason·27일 개봉)은 오히려 정통 슬래셔 무비에 가깝다.둘의 대결보다는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공포에 떠는 청소년들에게 초점을 맞춰 보다 강력한 공포를 창출해낸 것. 아이들을 제물로 삼았던 프레디는 꿈 속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다.이미 잊혀진 존재가 된 그는 죽은 제이슨을 깨워내 다시금 마을에 공포심을 모락모락 지핀다.공포에 휩싸인 아이들이 악몽을 꾸면서 죽는 것이 그의 목표.프레디에 의해 깨워진 제이슨은 파티를 벌이던 로리(모니카 키나)의 집에서 한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영화는 한동안 유행했던 ‘스크림’류의 청춘 호러물처럼 하나둘 희생되는 아이들과 실마리를 풀어가며 이에 맞서는 몇몇 중심 캐릭터를 큰 축으로 전개한다.더 공포스러운 건 잠이 들면 프레디가,깨어나면 제이슨이 이들을 조여오기 때문.현실과 꿈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초현실적인 장면과 피 튀는 잔혹함을 적절히 배합한 연출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둘의 싸움이 전개되는 후반부는 평범한 액션영화 같다.어차피 잘 죽지도 않는데 칼날 휘두르며 싸워봤자 긴박감 대신 잔인함만 더할 뿐이다.마을을 폐쇄한 채 이를 은폐하려는 경찰과 마을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별 설명없이 흐지부지 종결시켜 아쉽다.‘나이트메어’시리즈의 로버트 잉글런드가 오랜만에 프레디로 복귀했고,제이슨은 새로운 연기자 켄 커징거가 맡았다.감독은 ‘백발마녀전’‘51번째 주’의 로니 우.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문학평론가 유종호씨 첫 시집·산문집 나란히 출간

    문학평론가 유종호씨 첫 시집·산문집 나란히 출간

    백발이 성성,고희를 눈앞에 둔 문학평론가 유종호(69·연세대 특임교수)씨가 첫 시집을 냈다. 평단에만 머물기를 고집한 지 47년 만에야 선을 보인 노작(勞作)은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민음사).비평의 칼날을 세워 맵짜게 헤집던 ‘텍스트’ 행렬 속으로 스스로 쓰윽 걸어들어간 셈이다. 시를 ‘함부로’ 쓰고 발표하는 일을 꺼렸던 그가 첫 시집에 대한 변(辨)을 무심히 맺는다.“책이 나오기 전에 만사 제쳐 두고 동유럽을 일주일간 둘러보고 왔다.”며 근황을 전하더니 “시가 삶의 첫정이었다.”고 말을 건넨다.문학청년을 꿈꾼 중학시절에 맨먼저 긁적였던 글줄이 시였다. “두 번 다시 내지 않을 것 같다.”는 시집에는 그래서일까.해를 묵혀 곰삭혀온 속엣말들이 지금 이때라는 듯 분방하다. 신산한 삶을 진득한 서정으로 돌아보는 노(老)작가의 여유는 1부에서 빛이 난다.“한 열흘 활짝 열려 있기 위하여/한두 이레 선짓빛 되다 말기 위하여/그러다 별 수 없이 꽃 누더기 되기 위해/삼백예순 날을 기다렸다/말하지 말라//…흔들리며 보채는 먼발치 아지랑이/헐벗은 갈대며 나뭇잎의 술렁임/한겨울 눈맞이의 떨리는 설레임을/어찌 너희가 안다 하느냐/속 터지는 온몸의 외침이 다가 아닌 걸”(작가의 추천작이기도 한 ‘자목련 아래서’) 평론가적 안목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낸 작품들도 군데군데서 별미를 안긴다.2부 ‘시인의 꽃’편.“…/山茶花가 어떤 꽃이냐 여쭈었더니/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소리랑 글자가 좋아 썼을 뿐/산다화를 거푸 노래한/시인 김춘수 선생은 말하였다/소설가 이호철은 허허 사람 좋게 웃었고/…” ‘둥굴레차’‘고추잠자리’‘반딧불이’ 등 일상의 정물들을 서정주의 화법으로 그려낸 1부와 달리 2부는 냉엄한 현실주의 작풍으로 색깔을 바꾼다.“13층 아파트가 강변 도로변에 서 있소/아파트 101호에는 제약회사 사장이 살고 있소/아파트 201호에는 제과회사 사장이 살고 있소/…/제약회사 사장은 가족에게 자기 회사 약품을 먹지 못하게 하오/제과회사 사장은 가족에게 자기 회사 과자를 먹지 못하게 하오/…”(‘오감도 88호’) ‘시는 죽었다’편에서는 마구잡이로 쓰여지는 시의 운명을 풍자하고 경계하기도 한다.“詩는 죽었다/神은 죽었다/함부로 허락되고 백죄/아무렇게나 시가 되나니//여치야/번지 없는 풀섶에서/밤을 새는 여치야/인마/이제 너흰 죽었다!/이제 우린 죽었다!” 실린 시는 모두 41편.“나이 60줄에 들어 여기(餘技)로 써모은 것들”이라고 작가는 겸사를 한다. 그런데 고민없이 소일삼은 글쓰기는 분명 아닌 듯하다.1940∼1949년 “영양부족으로 누구나 부스럼을 앓아 조고약과 이명래고약이 방방곡곡에서 매상을 올리던” 유소년기를 산문집 ‘나의 해방 전후’(민음사)에 담아 나란히 내놨다.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배려한 살가운 ‘사회사 증언’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儒林(156)-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56)-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공자가 찾아가고 있는 사람은 이렇듯 바로 라오시오스 즉 노자인 것이다.전설에 의하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80년간이나 들어있었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백발로 그래서 이름도 ‘늙은 자식’이라 불렸다는 노자.이 노자를 공자는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대충 헤아려보면 공자가 노자를 만나러 갈 무렵에는 노자가 공자보다 나이가 20∼30세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 무렵 노자의 나이는 80세에 가까운 노인이었을 것이다. 노자는 공자와는 달리 ‘유가’를 형성하여 제자를 키우거나 학문을 가르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하였으므로 공자가 노자에게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 주나라로 구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마음속으로 노자를 존경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존경하였던 인물로는 주의 노자,위(衛)의 거백옥,제의 안평중,초(楚)의 노래자(老萊子) 등이다.” 공자가 위대한 정치가인 안평중,즉 안영을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기록한 바가 있다. 그러나 공자가 존경하였던 인물 중 첫 번째로 노자가 등장하고 있음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인 것이다.사기에 의하면 노자가 평생 동안 공식적인 벼슬을 했던 것은 주나라의 수장실(守藏室)의 기록관인 사(史)가 고작이었다.수장실이라 하면 왕실 서고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로 말하면 중앙도서관을 지키는 사서였던 것이다.아마도 노자의 그 웅대하고 심오한 사상은 수장실을 지키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사색함으로써 완성되었겠지만 이미 그때 전국시대 최고의 대학자이자 사상가였던 공자가 수천 수만리의 먼 길을 무시하고 오직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은자(隱者)를 찾아가는 것만 보더라도 공자의 열정적인 학구열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배움에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공자의 태도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들에게서 좋은 점을 가려서 따르고 좋지 못한 점은 거울삼아 고치기 때문이다.(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라고 말함으로써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모든 일이 그가 배울 스승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자를 보면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반성한다.(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라고 말함으로써 배움에 있어서 몰두하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논어의 첫 장도‘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유명한 말로 시작하고 있는 공자였으므로 공자가 ‘공야장’편에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은 공자가 얼마나 배움에 철두철미하였던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열 집이 있는 고을이라면 반드시 충성과 신의에 있어서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겠지만,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공자는 죽을 때까지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웠다.이는 조금 안다고 해서 자신의 학문이 완성되었다고 착각하는 오늘날의 변설가들이 심각하게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덕목이다.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는 노자의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죄악이며 무서운 범죄행위인 것이다.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 노자를 만나러 간 공자는 노자에게 특히 예에 대해 묻고 싶었던 것 같다.왜냐하면 사마천은 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으므로. “남궁 경숙과 함께 주나라로 간 공자는 노자를 만나 예에 대해서 물었다.”
  • ‘노익장 만세’ 인천실버악단

    ‘노익장 만세’ 인천실버악단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인천시 남구 주안동 시민공원(옛 시민회관 자리)에서는 이색적인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백발에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돋보기 안경까지 쓴 할아버지·할머니 17명이 색소폰·트럼펫·플루트·기타·오르간·드럼 등으로 ‘메기의 추억’‘저 하늘 별을 찾아’‘장미꽃 한송이’ 등을 멋들어지게 연주하자 길가던 사람들은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었다.유명한 악단에 견줘 전혀 뒤질 게 없는 솜씨였기 때문이다. 악단원 가운데 60대의 한 할아버지가 ‘추억의 소야곡’과 ‘인생무상’ 등을 불러대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구경하던 노인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마치 흥겨운 잔치마당 같았고 관객들의 박수는 연주 내내 수없이 이어졌다. 이날 무대를 달군 사람들은 지난해 1월 창단된 ‘인천실버악단’.구성원들은 50∼70대의 노인들이다. 육군 군악대 출신이며 KBS ‘가요무대’ 고문인 김점도(69)씨가 만든 이 악단은 왕년의 밤무대나 군악대 등에서 이름만 대면 통했던 베테랑 연주자들로 이뤄졌다.공군 군악대에서 30여년간 색소폰을 연주해온 최고령의 이은옥(72)씨를 비롯해 미8군 악단장 출신의 이관섭(70)씨,밤무대에서 전자기타로 명성을 떨쳐온 박복동(58)씨 등이 그들이다. 김 단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평생을 끼고 살아온 악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면서 “지역예술 발전을 꾀하고 사회에 봉사하자는 취지에서 악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악단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가요와 재즈·팝송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해내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단원들이 30∼40년의 연주경력을 지녔기에 가능하다. 단원들의 실력은 입소문을 통해 인천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50여회나 공연을 가졌다.사회복지시설 위문공연,종합문화예술회관 금요무대,경찰과 구치소 공연 등 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최근에는 50∼60대 여자 가수 3명과 남자 가수 2명이 악단에 합류,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단원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악단 사무실에 모여 4시간씩 연습을 하는 등 ‘왕년의 실력’을 더욱 갈고 닦고 있다. 박복동 총무는 “악기를 다룰 때는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목표가 있으면 삶에 대한 의욕이 생기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최고”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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