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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cup] 지성, 유령처럼 자리이동… ‘계획된 대반전’

    [World cup] 지성, 유령처럼 자리이동… ‘계획된 대반전’

    |라이프치히(독일) 박준석특파원|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이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3일 아프리카 토고와의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다양한 용병술로 대역전극을 연출한 데 이어 19일 새벽 우승후보인 ‘레 블뢰’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도 막판 과감한 전술 변화로 극적인 동점을 이뤄내며 한국축구의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것. 토고와의 1차전에서 스리백→포백→스리백으로 포메이션을 바꾸는 ‘삼색 용병술’로 역전극을 이뤄냈다면 프랑스전에서는 초반 포백을 바탕으로 한 4-3-3 포메이션으로 개인기가 앞선 프랑스의 파상 공세에 맞서다 후반 들어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뒤 체력으로 밀어붙여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프랑스전 전·후반의 전술 변화는 ‘아드보식’ 용병술의 백미. 전반 프랑스가 스위스와의 1차전 무승부를 만회하기 위해 공세로 나올 것을 예상, 수비에 치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전반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이호(울산), 김남일(수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 미드필드진은 실뱅 윌토르(리옹)와 플로랑 말루다(리옹) 등 프랑스 미드필드진과의 맞대결에서 밀리며 자주 돌파를 허용했다. 하지만 전반 8분 티에리 앙리(아스널)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맞대결보다 가급적 수비에 치중한 건 후반 체력전을 염두에 둔 전술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서며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을용을 빼고 설기현(울버햄프턴)을 투입,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섀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시켜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후반 27분에는 ‘비장의 카드’ 안정환(뒤스부르크)을 이천수(울산) 대신 투입하는 등 토고전과 같은 강수를 뒀다. 특히 안정환의 추가 투입은 초반부터 원톱으로 활동하던 조재진(시미즈)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박지성을 다시 사이드로 이동시킨 이른바 ‘박지성 시프트’로 공격에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9분 만에 동점골이 터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대반전이 들어맞은 것. pjs@seoul.co.kr
  • 검찰청사 습격사건

    “나도 입을래요.”“이번에는 내 차례예요.”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는 검은색과 보라색의 검사복을 서로 먼저 입겠다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문제의 주인공들은 검찰과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 초등학생들. 검찰은 2일 대검,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과 각각 자매결연을 맺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입석리, 경기 가평군 하면 상판리, 경기 영평군 지제면 일신2리, 경기 화성시 서산면 백미리 초등학생과 보호자 등 200여명을 초청,‘오픈하우스’를 열었다. 이들은 조를 나눠 대검 마약·유전자감식실에서 과학수사장비를 체험하기도 했고 대법원에서는 대법정과 법원사 전시실 등을 둘러봤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정상명 검찰총장과 초등학생과의 대화. 정 총장은 “미래를 책임지는 큰 손님들을 맞이했다.”면서 말문을 열었지만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날카로운 질문이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장호(13)군은 “검찰 청사 정문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은 뭔가요. 총장 아저씨 대단히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정 총장은 “우리 검찰이 하는 일에 대해 그 처리가 잘못됐다는 걸 온몸으로 호소하고 바르게 처리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는 저렇게 하면 안되고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와서 해달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나도 면 소재지의 자그마한 초등학교를 나왔다. 시골에 있다고 기죽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도 힘든 결정을 할 때는 사심없고 순수했던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가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오~ 필승 코리아”

    월드컵 열기가 부쩍 달아올랐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 꼬마 붉은악마 유치원생, 당당한 청년, 현역장병, 바닷가의 어민, 청각 장애인…. 마니아가 아니라 모두가 즐기고 응원하는 월드컵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마음이 광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풀뿌리 응원 캠페인에 가장 앞장선 기업은 KTF다.KTF는 최근 불협화음으로 유명한 개그그룹 ‘고음불가’를 캐스팅하면서 모두 즐기는 월드컵으로 방향을 잡았다.유석오 KTF 홍보실장은 “월드컵의 키워드는 ‘즐기자’이다.”며 “누구든지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강원도 묵호항의 어민편. 어민들의 순박하지만 열정적인 응원 모습을 통해 응원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깃배를 타는 아저씨와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처음 듣는 응원가를 쉽게 배우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민들 스스로가 붉은악마가 됐다. 당시 촬영 스태프들은 ‘바로 이것이 풀뿌리 응원’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풀뿌리 응원의 백미는 육군 백마부대의 꼭짓점 댄스이다. 장병들이 절도 있게 응원가를 부르며 구보하던 중 갑자기 꼭짓점 댄스를 선보였다. 딱딱한 군인 이미지가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청각장애인의 수화 응원도 인상이 깊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국민이고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하는 열정적인 붉은악마임을 보여주고 있다.‘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당신을 응원합니다.’는 카피는 풀뿌리 응원 광고 중 가장 열정적이고,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문근영의 2차 국민체조편. 응원복을 입기 위한 뱃살빼기, 골인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장 튼튼 체조, 오랜 시간 서서 응원하기 위한 하체 강화,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기 위한 숙면 돕기 체조를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KTF의 이동국, 삼성생명의 홍명보 훈련편은 축구라는 본질적인 소재에 좀더 충실하다. 한국팀의 맏형인 홍명보 코치를 통해 태극전사의 피와 땀, 노력을 담고 있다. 다른 광고와는 차별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경운기 사고 조심!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경운기 안전사고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안전벨트와 방향지시등·뒷거울(백미러) 등이 없는데다, 넓은 회전 반경으로 신속한 대응 능력이 떨어져 추돌사고나 추락시 곧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22일 경남도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농기계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5일 ‘농기계 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도는 농민 안전교육 강화는 물론 주요 사고 발생 지점에 주의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마을별로 방송을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농협은 뒷거울이나 태양열 방향지시등을 설치해 주고 있으며, 경찰도 야광 모자와 반사지 부착 등 사고 예방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오후 8시5분쯤 창원시 대산면 가술리 농공단지 앞에서 밭일을 마친 정모(65)씨가 경운기를 몰고 가다 트럭에 받혀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남해군 고현면에서 박모(76)씨가 몰던 경운기가 뒤집혀 뒤에 타고 있던 부인 하모(70)씨가 숨지고, 골절상을 입은 운전자는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농기계 조작 미숙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도내 농촌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창원 이정규기자jeong@seoul.co.kr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로버트 카파 지음

    전설적인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인 보도사진 에이전시 매그넘(MAGNUM)의 창시자인 로버트 카파.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조국 헝가리에서 좌익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돼 독일로 건너간 그는 사진을 배운 뒤 18년에 걸쳐 다섯 차례의 전쟁(스페인 내전, 중일전쟁,2차대전, 중동전쟁, 인도차이나전쟁)을 취재한다. 전장에서 병사보다 더 적진 가까이 다가가 촬영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1954년 41세의 나이로 인도차이나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아 폭사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철한 기자정신을 일컫는 ‘카파이즘(Capaism)’이란 말까지 낳으며 그는 보도사진계의 신화가 된다.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필맥 펴냄, 원제 Slightly Out Of Focus)는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본명 엔드레 에르노 프라드만)의 2차대전 종군기다. 카파의 사진철학은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같은 철학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바로 1936년 스페인내전 당시, 어느 병사보다도 더 적진에 바싹 다가가 찍은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이다.“삶과 죽음의 확률이 반반이라면 나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길을 택하겠다.”고 한 카파. 전쟁사진의 백미로 꼽히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을 비롯한 60여점의 사진이 카파이즘의 극치를 보여준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城큼城큼 다가온 수원 화성

    城큼城큼 다가온 수원 화성

    선부(先父) 사도세자의 능제를 위해 화성(수원)으로 가던 정조대왕의 어가행렬이 야트막한 고개를 만나 잠시 멈춰섰다. 저멀리 사도세자의 능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자 정조는 나지막이 탄식했다.“아버님께 가는 길이 왜 이리 더딘가(遲遲)?”그때부터 이름붙여진 것이 지지대(遲遲臺)고개. 오늘날 경기도 의왕시와 수원시의 경계가 되는 고개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효(孝)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곳이기도 하다. 참배를 마치고 환궁할 때도 정조는 이 고갯마루에 멈춰서서 오랫동안 선친의 묘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조의 효심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원시 화성 또한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배어있는 곳. 화성을 세운 명분 중 하나가 바로 현륭원(사도세자의 묘)의 보호였기 때문이다. 화성을 기반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반대했던 노론세력을 누른 다음, 정치개혁을 이루려고 했던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효의 달. 정조가 갔던 길을 따라 가족들과 함께 화성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유적을 둘러보며 효의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 바로 수원의 화성이다. 글 사진 수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렇게 돌면 편해요 주차장이 마련된 화성행궁이나 동장대 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화성행궁은 ‘대장금’등의 TV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일본과 중국 등의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무예24기 시범, 장용영 수위의식 등의 다양한 상설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화성행궁 뒤편은 팔달산. 얼마전 화재가 났던 서장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화성 전경을 둘러본 다음 동장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무난하다. 성곽을 모두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노약자와 함께라면 화성열차를 고려해 볼 만하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팔달산 강감찬 장군 동상앞에서 출발해 동장대가 있는 연무대까지 운행한다. 어른은 1500원, 어린이는 700원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과 우천시엔 운행하지 않는다. 문의는 (031)228-4422. ●문화해설사를 활용하자 : 70여명의 문화해설사들이 화성 각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모두 자원봉사자들. 예약을 하면 지역별 문화해설사들과 동행하며 화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수원 화성사업소 (031)228-3064. ●가는길 승용차:경부고속도로 신갈IC→동수원사거리→중동사거리→팔달문 로터리→종로사거리→화성행궁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창룡문사거리→종로사거리→화성행궁 1번국도 동수원사거리→중동사거리→팔달문 로터리→화성행궁 ●시설물이용요금 화성: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수원시민은 무료. 화성행궁: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효원의 종 타종:1000원. 국궁체험:1회 5발 1000원. ■ 정조대왕 효심·정약용 실사구시·선조들의 낭만 # 화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화성은 5.7㎞에 이르는 성곽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성곽에 딸린 50여개 부속시설물은 물론 유·무형의 주변 문화유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1793년 수원도호부가 화성유수부로 승격되면서 얻은 행정명칭을 이르기도 한다. 화성의 중심건물은 화성행궁. 편전인 봉수당을 비롯해 장락당, 낙남헌 등 570여칸에 달하는 조선시대 최대의 행궁이다. 화성행궁을 아우르는 성곽에는 장안문, 팔달문 등의 4대문과 군사조련장인 서장대 등 50여개의 부속시설물들이 갖춰져 있다. 화성내 모든 건물의 이름은 사서삼경중 시경(詩經)에서 따왔다. 우진각이나 팔작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지붕양식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는 것도 볼거리. # 화성은 왜 만들었나? 화성축성 예산은 25만냥. 실제 투입금액은 87만냥. 당시 집 한 채가 15냥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화성축성에 투입됐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절에 정조가 굳이 군사시설물인 성곽을 쌓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조의 승하 이후 보위에 오른 정조는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최대의 약점인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개혁정치를 힘있게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조가 추구한 개혁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노비제도의 완전한 혁파. 신분해방을 통해 평등사회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위에 오르기 전 수차례 죽을 위기를 겪을 만치 정조의 정치적 기반은 허약했다. 최대의 정적이었던 할머니 정순왕후, 그리고 노론 벽파 등과 대립각을 세우던 정조는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줄 정치적인 배후도시와 개혁적인 인물이 필요했다. 사도세자의 능이 있던 수원은 모든 면에서 가장 적합한 도시. 수원도호부를 화성유수부로 승격시킨 정조는 초대 유수로 좌의정 채제공을 내려보낸다. 노론 몫의 영의정이 공석이었던 당시에 좌의정은 그야말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 화성에 대한 정조의 애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화성이 건설되면 자신은 왕위를 이양하고 군통수권과 사법권, 인사권을 쥔 상왕(上王)으로 물러나 화성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즉 자신이 새로 조성한 신도시 화성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것이다. # 축성과정은? 남양주에 있던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지금의 병점)으로 옮긴 정조는 1792년 다산 정약용에게 화성의 설계를 명령했다. 화성을 실용적인 성곽으로 축조하기 위해 젊은 실학자에게 설계를 맡긴 것. 1794년 10년내 완공을 목표로 시작된 공사는 2년9개월 만인 1796년 완공되었다. 거중기, 녹로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축성장비들이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축성과정에서 사망자가 없었던 것도 특이한 점. 부상자는 의원에 누워있어도 임금의 50꽭?지급해 주기도 했다. 기록을 보면 당시에도 ‘농땡이’치는 인부들이 있었다고 한다. 대충 일하고 돈만 챙겨가는 인부들이 늘자, 조정에서는 정해진 양을 모두 채운 인부들에 한해 돈을 지급하는 규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화성은 원래 원형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사를 가야 하는 백성들의 고충을 고려한 정조의 뜻에 따라 현재의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조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공사중 예산이 부족해지자 화서문 앞에 주막을 차려놓고 인부들이 마시고 지불한 돈을 다시 공사비용으로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 정조는 어떤 인물? “성리학적 가치체계를 온몸으로 실천하려 했던 국왕”이란 것이 김준혁(39) 화성사업소 학예사의 주장이다. 김 학예사는 정조의 인간적인 매력에 흠뻑 빠져 화성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화성지킴이’. 그의 말에 의하면 정조는 지극한 효심을 몸소 실천한 국왕이었다. 여색을 멀리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국왕 중 유일하게 문집을 남긴 정조의 ‘홍재전서’에 따르면 “나의 굄을 받은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정비인 효의왕후와의 사이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후궁이었던 원빈 홍씨나 수빈 박씨 등은 모두 노론쪽 정치세력의 딸들이었다. 최초로 안경을 쓴 국왕이자 ‘골초’이기도 했다. 노론 등과의 대립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었다는 것. 술은 멀리했지만, 한번 마시면 폭음을 했다고 전해진다.‘불취무귀(不醉無歸)’. 같이 술을 마신 신하에게 대취하지 않았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단다. 또 음식이 남으면 싸서 신하들에게 줄 만큼 자상한 임금이기도 했다. ■ 수원까지 왔는데 여기도 둘러봐요 ●융·건릉 정조는 효심이 각별했던 임금. 왕위에 있는 동안 보여준 지극한 효심은 백성에게까지 추앙을 받았다. 비운에 숨져간 선친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긴 정조. 자신도 사후에 선친의 능옆에 묻혔다. 수원시 교외 약 8㎞쯤에 자리잡은 융건릉(隆健陵)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묻혀 있는 곳. 사도세자 장조와 혜경궁 홍씨를 모신 융릉(隆陵)과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를 모신 건릉(健陵)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융릉은 화산의 서남쪽, 건릉은 서북쪽 기슭에 들어 있어 모두 서향. 해질녘이면 더욱 그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융건릉 주변의 소나무숲과 상수리나무숲은 역사교육과 산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 숲속 오솔길을 다 돌아보는데 1시간정도 걸린다. 어른 1000원, 학생 500원. 문의 (031)222-0142. ●용주사 사도세자의 위패가 봉안된 원찰. 백성들의 모금으로 지어진 절이기도 하다. 융건릉에서 1.7㎞정도 떨어져 있다. 병자호란때 소실돼 폐허가 된 절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시면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낙성식날 밤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꿔 용주사(龍珠寺)란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대웅전 옆 잔디밭에는 정조가 이 절을 중건할 때 하교했다는 10개항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새긴 탑비가 서있다. 대웅전 후불탱화는 김홍도가 그린 걸작. 최초로 서양기법인 원근법과 음영법이 도입된 명화다. 정조대왕이 심었다는 회양목은 수령이 200년이 넘는다. 천연기념물 제264호. 범종각의 동종도 역시 손꼽히는 걸작. 국보 제120호다. 문의 (031)234-0040,www.yongjoosa.or.kr ■ 김준혁 학예사가 추천하는 수원화성 절경 베스트3 1.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화성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화홍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문. 수문에 누각이 있는 유일한 시설물이기도 하다.“화홍문 누각에 앉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원천의 물줄기와 버드나무를 보면 정조시대 사람들이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김 학예사의 감상이다. 선조들의 도시경관에 대한 고민이 한껏 나타나 있다는 것. 화홍문 수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쾌한 물보라와 아름다운 주위환경은 예로부터 ‘화홍관창’이라 불릴 만큼 명승이었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좇고 버드나무를 따라가는 정자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누각. 서장대처럼 전투지휘소로 만든 건물이었지만 실제로는 쉼터로 많이 이용됐다. 정조는 이곳에서 자주 수원의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누각의 돌출된 부분에 정조의 어좌가 있었다고 한다. 방화수류정 앞의 용연은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해서 수원8경의 하나인 곳. 용연에는 여러개의 달이 뜬단다. 하늘에 뜬 달이 용연과 술잔에 비치고, 다시 그 달들이 연인의 눈동자에 뜬다는 것. 2.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화서문은 화성으로 들어오는 4대문중의 한곳. 보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문주변에 항아리 모양의 옹성을 두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공심돈이란 성곽주변을 감시하고 유사시엔 적의 동향의 살피기 위해 만든 망루. 정조의 아이디어로 우리나라 성곽 건축물 중에서는 처음으로 화성에 선보였다. 특히 서북공심돈은 전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공심돈 외벽에 나있는 구멍들은 총과 대포를 쏘기 위해 만든 것. 3. 팔달산과 서장대 화성의 전경은 물론, 사통팔달의 수원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화성행궁에서 도보로 약 20분정도 걸린다. 정조가 장용영 군사들에게 야간 군사훈련을 시키던 서장대가 이곳에 있다. 얼마전 술주정꾼의 방화로 불에 타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 “몰래 구워먹던 밀맛 그립나요”

    “추억의 ‘밀서리’를 아시나요.” 보릿고개를 넘긴 50∼60대 세대들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조금 덜 익은 밀을 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입가에 묻은 검댕을 서로 놀리며 웃었던 추억의 밀서리 행사가 오는 28일 경남 합천군 초계면 택리에서 열린다.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지역본부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밀밭 산책과 밀서리를 비롯한 문화한마당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행사의 백미는 밀서리. 우리 밀밭을 거닐며 꺾은 밀을 모닥불에 구워 먹는다. 손바닥으로 비벼 불에 탄 껍질을 벗겨 먹던 구수한 밀맛도 기대되지만 책보따리를 메고 뛰놀았던 어린시절의 기억도 덤으로 떠올릴 수 있다. 주최 측은 참석자 전원에게 우리밀 국수를 점심식사로 제공한다. 또 우리밀로 만든 전과 술빵·뻥튀기·막걸리 등 추억의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지역본부 김석호 본부장은 “우리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면서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재배농가에 대한 맥류안정기금 지원 등 정책적인 뒷받침과 소비자들의 사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愛니메이션의 물결 새달 24~28일 ‘SICAF 2006’

    5월말에 또 한번 애니메이션이 밀려온다. 바로 다음달 24∼28일 동안 열리는 제1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6). 이번에는 전시와 영화제를 구분했다. 16가지 주제로 분류된 전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다 몰아넣었다. 눈길을 끄는 전시는 단연 일본 만화작가 그룹 ‘클램프’의 ‘클램프 인 원더랜드’,SF소설의 선구자 쥘 베른과 관련된 삽화를 전시하는 ‘프랑스 만화 속 쥘 베른의 상상세계’, 박수동 화백의 만화인생을 볼 수 있는 특별전 등이다. 뭐라해도 페스티벌의 백미는 163편의 작품이 본선에 오른 영화제. 이번 출품작 수는 지난해에 비해 41%나 증가했다. 장편·일반단편·학생단편 부문 등에서 ‘니타보’(리옹아시아영화제 최우수상)·‘Brothers Bearheart’(라이프치히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관객상 등)·‘아빠가 필요해’(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 등의 수작들이 선보인다. 매년 8월에 열리던 페스티벌이 5월에 열리는 것은 해외바이어들의 편의를 위해서다.‘비즈니스’에도 신경 좀 쓰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센터를 따로 만들고, 콘퍼런스도 조직했다. 해외 배급·투자 관계자들을 직접 초청, 이들 앞에서 프로젝트 설명회를 열도록 하는 ‘프로젝트 Competition’ 코너도 있다.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놓칠 수 없다. 샌드 애니메이션의 대가 페렝 카코,‘빨강머리 앤’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애니메이션 작가이자 인형 미술가 가와모토 기하치로, 일본 만화작가 집단 ‘크램프’, 네덜란드 애니메이터 마이클 두덕 드 비트 등이 한국을 찾는다. 자세한 일정 등은 홈페이지(www.sic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올해 개막작은 프랑스의 명작 ‘아스테릭스’의 극장판,‘아스테릭스와 바이킹’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상품]

    ●㈜LG생활건강은 헤어 케어 브랜드 더블리치에 헤어 왁스 등을 보강한 스타일링 전문 토털 헤어 케어 ‘더블리치 맥스 루미넌트’를 내놓았다. 주 성분인 피토콜라겐은 효소 발효법을 통해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 성분이다. 수분 보유 능력이 뛰어나 머리를 감았을 때 보습감을 높여주고 윤기와 부드러움을 더한다는 회사측의 설명이다. 샴푸·린스(600㎖·7200원), 트리트먼트(200㎖·4800원), 헤어왁스(80㎖·6900원), 스타일메이커(200㎖·1만 900원)이다.(080)023-7007.●애경은 국내 클렌징 화장품의 원조 브랜드인 포인트에서 발아현미·발아흑미·백미·녹차 등의 유기농 원료로 만든 훼이셜 폼 4종을 출시했다.4종은 피부 타입별로 사용 가능하다. 가격은 포인트 라이스 발아현미 모이스춰 훼이셜 폼·박아흑미·백미가 각 175g에 1만 5000원선이고, 포인트 녹차眞 포어 클리어 훼이셜 품은 175g에 1만 1000원.(080)024-1357●동화약품공업㈜는 키토산 함유 소금 ‘칸솔트 120 80’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 중이다. 생리활성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키토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국산 천열염으로 특허받은 방법으로 제조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제품은 일반 소금과 마찬가지로 조리시 적당량을 사용해 섭취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1만원선.(080)023-1897●하이네켄코리아는 기존의 맥주병보다 길이가 2㎝ 길어진 새로운 디자인의 ‘XLN(Xtra Long Neck)’ 병맥주 패키지를 다음달부터 선보인다. 맛과 향은 변함이 없다. 각종 제품이 슬림화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젊은 층의 감각에 맞춰 스타일리시하게 디자인 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한국맥도날드는 다음달 말까지 전국 매장에서 세계 각국의 버거 맛을 선보이는 월드버거투어를 시작했다. 첫번째 제품은 ‘이탈리안 버거’. 맥도날드 특유의 순 쇠고기와 신선한 토마토, 양상치에 모짜렐라치즈와 토마토소스를 더한 것이다. 단품은 3600원이며 세트는 4900원.   ●㈜한국액센은 MP3P,PMP,DMB 등 휴대용 미디어 기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신형 이어폰 ‘XE-920’을 내놓았다. 제품은 뛰어난 음질 재생과 함께 일자형 플러그를 채택해 이어폰과 미디어 기기간의 연결부분을 자연스럽게 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였다. 플러그를 순금으로 도금 처리해 음전도율이 향상됐다.1만원선.(02)501-1520●레인콤은 홍콩의 전자·부품전 ‘차이나 소싱 페어(China Sourcing Fair) 2006’에 출품했던 ‘아이리버 E10’을 시장에 내놓았다.6GB 하드디스크(HDD) 타입인 아이리버 E10은 음악 1500곡이 담을 수 있다.1.5인치 컬러 TFT-LCD 화면을 내장했다. 제품은 음악파일 재생 외에도 동영상 재생,FM라디오, 플래시 게임, 음성녹음, 이미지뷰어(슬라이드 쇼 포함) 기능을 갖췄으며, 기기 전면부에 위치한 4개의 내비게이션 버튼으로 메뉴를 선택해 작동하는 단순하고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채택했다.●해태음료가 ‘썬키스트 스무디N’ 2종을 출시했다. 사과 과즙, 우유, 허브 추출물, 비타민, 콜라겐이 든 ‘릴렉스앤참’과 바나나, 파인애플 과즙, 우유,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누트리션 블렌드’다. 우유가 부드러운 맛을 낸다.250㎖ 들이 1200원,180㎖는 900원.●한국야쿠르트는 설탕 대신 자일리톨을 넣은 어린이 캐릭터 음료 ‘볼로볼로’를 선보였다.‘볼로볼로’는 올록볼록한 용기모양을 본 따 만든 이름. 자체 개발한 동물 캐릭터 10가지 모양의 용기가 어린이의 눈길을 끌만하다.240㎖, 가격은 800원.●두산 종가집이 인공화학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고 정통의 맛을 살린 ‘봄내음 향긋한 달래된장’과 ‘시골밥상 강된장’을 출시했다.3∼5분만 끓이면 돼 간편하다.‘봄내음 향긋한 달래된장’은 130g에 1180원(3∼4인분),‘시골밥상 강된장’은 150g에 1180원(3∼4인분)이다.
  •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해마다 이때쯤 서해안은 파닥파닥 생기가 돈다. 곳곳에서 해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릴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다. 바지락이 출하되기 시작하고, 새조개가 식도락가들을 유혹한다. 겨울부터 나온 간재미는 제맛을 한껏 자랑한다. 봄바다 맛의 진수는 충청남도 당진의 실치회. 아주 잠깐동안 담백하고 쫄깃한 제 몸맛을 알려주고는 금세 사라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는 또 어떤가.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함을 준다. 주변에 즐비한 관광명소들을 들러보는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풍성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서해안. 가족과 함께 1박2일 나들이코스로 제격이다. 글 당진·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충남 당진 장고항 # 실치는 실치의 원래 이름은 뱅어. 지역에 따라서는 복숭아꽃이 필 때쯤 나온다고 해서 도화뱅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어가 되어도 길이가 10㎝를 채 넘지 못할 만큼 작아 생선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크기. 특히 5㎝가 넘지 않는 크기의 뱅어를 실오라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살아 있을 때는 몸빛깔이 투명하지만 죽으면 흰색으로 변한다. 매년 3월쯤 되면 충남 당진의 장고항 등에 실치가 비치기 시작한다. 이때의 길이가 2∼3㎝정도.3월 중순에는 4∼5㎝정도로 커지고,5월 초순을 넘으면 10㎝ 크기의 성어로 자란다. # 실치의 주무대 장고항 충남 당진의 장고항은 예전부터 실치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 농사지어서는 못시켰던 자식교육을 실치를 잡아서 시킨다고 할만큼 이 지역 어민들의 주수입원이었다. 겨우내 한적했던 이곳에 3월하순부터 ‘당진 8미(味)’실치를 찾는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장고항의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실치요리집. 그중에서 가장 먼저 실치회 요리를 시작했다는 용왕횟집(041-353-0255)을 찾았다. 손녀딸을 등에 업은 채, 외지인을 맞은 사람은 주인 김기순(50)씨. 요리장(?)을 겸하고 있다. 손님들이 주문한 실치 회무침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이유가 궁금했다.“실치가 싱싱허니께 많이들 찾는 거지유. 아, 어장이 코앞인디 얼매나 싱싱허것슈?”실치 어장은 장고항 선착장에서 배로 2∼3분 거리. 실치가 떨어질 때쯤되면 배타고 나가 ‘뺑뺑이’라는 그물속에 잡힌 실치를 걷어온다. 횟수는 손님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하루 4∼5차례.“실치란 놈이 얼매나 성질이 급한지, 물밖에 나오면 채 30분밖에 살지를 못혀유.”그래서 장고항이 살아 있는 실치회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 설명이다. # 다양한 실치요리 실치는 3∼5월 사이에 반짝 먹을 수 있는 계절음식. 요즘이 딱 제철이다. 대표적인 실치요리는 각종 야채와 곁들여 먹는 실치회무침이다. 보릿고개에 배고픈 어부들이 실치 한사발을 떠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비벼먹었던 데서 시작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갓 잡아온 실치를 쑥갓과 배, 당근, 미나리, 오이 등을 초고추장에 버무린 양념야채에 곁들여 먹는다. 특히 쑥갓과 배는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그만이다. 3월 중순쯤 처음 잡히는 실치는 너무 연해서 회로 먹기는 어렵다. 횟감으로 적당한 크기와 육질을 가진 놈들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은 4월초순부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뒷맛이 산뜻하다. 실치 자체가 씹힐 것이 없고 부드럽기 때문에 입에서 녹아드는 듯하다.3∼4명이 먹을 수 있는 한접시에 2만원. 실치를 아욱과 함께 끓여낸 된장국, 부추나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부쳐 먹는 실치전도 별미다. 5월중순쯤 성어가 되면 뼈가 억세지고 쓴맛이 강해져 회로는 먹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는 말려서 먹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뱅어포. 씹히는 맛이 부드러워 특히 안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기순씨에 따르면 뱅어포에 얽힌 사랑얘기도 많았단다. 뱅어포를 만들기 시작하는 초봄이면, 항구주변에 사는 처녀총각들 사이에 애정행각(?)이 끊이질 않았다고. 로맨스의 무대는 바닷가 보리밭. 실치를 널어 놓는 곳 바로 뒤편이다.“이 마을엔 노총각 노처녀가 없었슈. 실치를 널겠다고 나와서는 공공연히 연애질이었다니께. 보리밭에 들어갔다가 한참만에야 나오는 애들도 봤슈.” # 봄철 해변 영양식 뱅어포에 양념 발라 구워내면 밑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특히 풍부한 것이 칼슘.“하루 두 장 정도만 먹으면 칼슘 보충에 따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실치는 단백질과 지방이 적은 반면,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통째로 먹기 때문에 뼛속의 칼슘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옆에서 실치회무침을 먹고 있던 김옥자(67·충남 예산)씨는 한술 더 뜬다. 자칭 ‘실치박사’.“칼슘의 왕 멸치보다도 칼슘이 10배가 더 많은 것이 실치”란다. 과장도 심하시다. 설마 그렇게 칼슘의 양이 많을까만, 아무려면 어떤가. 제철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또다른 별미 간재미 실치와 함께 장고항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간재미다. 사철 잡히긴 하지만 살이 여물어진 겨울부터 지금까지가 제철이다. 서해안 중남부 지역에서 잡히는 가오리과의 심해어.‘갱개미’라고도 불린다.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격은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쫄깃한 살점과 무른 뼈가 어우러져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꼬리뼈가 세 개인 것이 수컷, 하나인 것이 암컷이다. 특히 수컷은 ‘스태미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방법은 회나 찜, 탕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요리는 회무침. 단단한 육질을 유지하기 위해 막걸리로 씻은 다음, 배·미나리·무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것이다. 미식가들이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간재미의 간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를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대산방향으로 진행. 석문방조제를 지나 615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5㎞ 정도 직진하면 오른쪽이 장고항.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041)350-3121∼3. ■ 충남 안면도 자연 휴양림 #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 실치회로 입안 가득 봄의 미각을 채웠다면, 이젠 솔향기 맡으며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맑게 씻어줄 차례. 다소 헐렁거린다 싶을 만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안면송이 가득찬 휴양림속에서 삼림욕을 즐겨보자.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원인은 소나무를 비롯한 초목들이 풍기는 그윽한 향기.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초목들이 자신을 해치는 미생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내뿜는 독한 냄새가 인간에겐 더없이 고마운 향기가 된다.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정도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숲.77번 국도변에 넓게 펼쳐져 있는 이 소나무 숲 한가운데 안면도 자연휴양림(anmyonhuyang.go.kr)이 자리잡고 있다.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안면송이 가장 큰 자랑거리. 안면송 군락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2005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우수산림 경영사례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수령은 100년 내외. 중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부러진 소나무와는 달리 늘씬한 자태를 자랑한다. 예로부터 귀한 목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이곳의 소나무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 소나무 천연림의 면적은 430㏊에 달한다. 휴양림에 들어서자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가 이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오르다 보니 창기리 출신의 시인 채광석의 시비가 세워진 둔덕이 나왔다. 소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 네살배기 아들과 산책을 하던 류광희(35·충남 태안)씨는 “저멀리 바다와 함께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철쭉을 함께 볼 수 있는 요맘때가 안면도 휴양림이 가장 예쁠 때.”라며 만족한 표정이다. 류씨는 또 “전망대에서 보는 탁트인 서해바다의 모습이 장관”이라며 “동남쪽으로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도 빼놓지 말고 감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안면송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은 다음 77번국도를 가로질러 가면 수목원이 나온다. 연못위의 정자가 인상적인 한국정원과 야생화 꽃길, 철쭉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또다른 장점은 주변에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는 것. 아름다운 낙조로 널리 알려진 꽃지 해수욕장이 자동차로 불과 10분거리에 있다. 실치로 유명한 마검포, 철새들의 천국인 천수만, 그리고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홍성의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축제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바다낚시터 또한 지천이다. 낚싯대 하나에 새우미끼 한통이면 감성돔까지 노려볼 만하다. 연륙교 아래와 황도 등이 유명 포인트. #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서산A,B방조제→안면도 이용시간 : 휴양림-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숲속의 집-오후 3시∼다음날 낮 12시까지. 요금 : 숲속의 집-2만원∼7만원, 휴양림-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주차료 :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숲속의 집 이용객은 입장료와 주차료 면제. 문의 : (041)674-5019. # 석문방조제도 가봐요 충남 당진의 석문방조제는 길이만 10.6㎞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방조제다. 도대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치 길다. 교통신호 하나 없는 방조제옆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이 7.8㎞에 달하는 대호방조제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드라이브 벨트’를 이룬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서해안 드라이브의 백미다. 방조제 옆 서해 갯벌에는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굴 등의 해산물을 직접 캘 수도 있고, 어민들이 채취한 것들을 살 수도 있다.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IC로 나온다.38번국도를 타고 대산방면으로 25㎞정도 직진하면 석문방조제.
  • 3집 ‘나이스 드림’ 들고 돌아온 ‘러브홀릭’

    3집 ‘나이스 드림’ 들고 돌아온 ‘러브홀릭’

    # 꿈 하나 “낙원처럼 아름다운 숲이에요. 맑은 호수도 있죠.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 언제나 그곳을 찾아가죠.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 차라의 숲이에요.”-지선(보컬) # 꿈 둘 “칠흑같이 어두운 밤입니다. 담 너머 동산에 오르면 초록색으로 빛나는 잔디밭이 펼쳐지죠. 두 팔을 날개 삼아 저으면 몸이 점점 떠올라요.”-강현민(기타) # 꿈 셋 “어∼, 전 현실적인 것밖에 없는데…(머리를 긁적이며)시험을 본다든가…뭔가 쫓기는 듯한 그런 꿈요…”(멤버들 웃음)-이재학(베이스) 1년 8개월 만에 새 앨범인 3집 ‘나이스 드림’을 품고 돌아온 3인조 모던록 밴드 러브홀릭. 사랑에 대한 중독 증상을 퍼뜨리던 그들이 이번엔 꿈이라는 마법을 들이댄다. 꿈은 누구나 간직할 수 있는 휴식 같은 공간. 자신들의 노래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안식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선이 중학교 때부터 꿈속에서 찾아갔다는 차라의 숲처럼…. 밴드 결성 당시 600대1 이상 경쟁률을 거쳐 ‘찜’당했다는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더욱 그 매력을 발산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목소리에서부터 몽환적, 신비스러움을 거쳐 성(性)적 매력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지선의 보컬은 다양한 꿈을 맛보게 한다. 지선은 오히려 “노래 느낌에 맞게 편하게 불렀어요. 힘을 빼고 불렀더니 자연스럽고 느낌이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보컬뿐만 아니다. 전체적인 짜임새에 있어서도 “어깨의 힘을 뺐다.”는 자평을 내놨다. 그런데 외려 앨범은 진수성찬이다. 처음 시도한 트럼펫 등 브라스와 스트링은 음악을 더욱 윤기나게 만들고, 아프리카 토속 악기인 카림바와 시타, 만돌린, 벤조 등이 귀를 즐겁게 한다. 사실 셀프 타이틀 1집을 내놓고 ‘러브홀릭’,‘놀러와’ 등 상큼한 트랙들을 히트시켰을 땐 예쁘장하기만 한 아이돌 밴드가 나왔다는 느낌이었다.2집 ‘인비지블 띵스’에선 한 템포 늦추며 무게감을 더했고, 이 바람에 기존 팬들은 서운했을 터이나 팬층을 두껍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러브홀릭의 자랑하는 드라마틱 팝 록은 바야흐로 이번 앨범에서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있는 것 같다. 상큼한 ‘일요일 맑음’,‘차라의 숲’부터 귀 기울이다 보면 담백한 ‘화분’,‘원 러브’ 를 거쳐 리드미컬한 기타 인트로가 인상적인 ‘달의 축제’, 해외 팝송처럼 느껴지는 ‘신기루’ 이 두 곡에서 지선은 빼어난 작곡 실력을 뽐내고 있다-까지 13곡 가운데 어느 한 곡도 놓칠 수 없다. 강현민이 아이리시 휘슬을 불고, 이재학이 보컬을 입힌 애시드 풍 ‘녹색소파’와 지선과 강현민이 노래를 주고 받으며 파격적인 뮤지컬 형식을 띠고 있는 ‘인어, 세상을 걷다’도 3집의 또 다른 백미다. 실제 꿈결에 들어보면 더욱 분위기가 날 것 같아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원 러브’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가, 꿈 속에서는 차라의 숲을 찾아가 걸어다니는 인어도 보고, 녹색 소파에 앉아 화분도 감상한 뒤 일어나서는 맑은 일요일을 맞았으면…”하고 지선의 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몽땅 들어달라는 욕심이지만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앨범 전체가 꿈결 같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깨고나면 새록새록 귓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적 거동언어’ 백미를 본다

    ‘한국적 거동언어’ 백미를 본다

    무용가 최승희의 예술적 후계자인 김백봉(서울시무용단장) 경희대 명예교수의 팔순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이 마련된다.13일(오후 7시30분)과 14일(오후 4시·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김백봉의 옛 작품 ‘만다라’ 등의 영상자료 상영을 시작으로 김백봉 원작을 재현한 주요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행사의 예술총감독을 맡은 김말애 경희대 무용학부장과 김백봉 단장의 딸인 안병주 경희대 교수, 제자인 정진한 동덕여대 교수가 ‘화관무’‘녹음방초’‘타의 예’‘선의 유동’‘광란의 제단’‘부채춤’ 등을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김백봉은 한성준에 이어 최승희·조택원에 의해 본격화된 신무용 시대를 중흥시킨 인물. 한국무용의 독특한 훈련법과 창작법을 도입해 기본동작을 만드는 한편 부채춤·장구춤·화관무 등 대표적인 신무용 레퍼토리를 정립한 신무용의 살아있는 역사다.1927년 평양 출생으로 최승희를 사사, 그의 수제자로 인연을 맺었고 월남 후에는 경희대에 몸담으면서 평생 후진양성과 공연활동을 통해 철저한 예인의 길을 걸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말애의 창작 ‘굴레’‘태권무’와 김영임 명창의 ‘회심곡’등 특별 무대도 준비돼 있다. 입장권 2만∼10만원.1588-789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나라 ‘얼차렷’ 수련회

    한나라 ‘얼차렷’ 수련회

    “4명이 한 방…치약은 1㎜씩만 짜서 쓰고…비누는 세 번만 문지를 수 있다…꾸벅 졸았다간 교장 선생님의 불호령…술, 담배는 꿈도 꾸지 마.” ‘웰빙당’ ‘부자당’이란 비판을 들어온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옥훈련’을 자처했다. 빡빡한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강원 원주의 가나안 농군학교에 30일 입소,1박2일 동안 위탁교육을 받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농군학교의 지침에 따랐다. 연찬회의 백미인 토론시간은 대폭 줄였고, 음주를 곁들인 친교시간은 아예 없앴다. 대신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을 의식해 양성 평등교육을 받기로 했다. 농장에서 일하고, 새벽 5시부터 일어나 구보·체조하는 일정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군대식으로 구령을 붙여가며 점호도 한다. 안경률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일단 입소하면 술·담배는 당연히 안 되고, 커피·간식도 일절 금지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다. 의원들이 묵을 숙소는 군대 침상처럼 생겼고,4명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다만 단체생활에 익숙지 않은 박근혜 대표만 1인실에 묵을 예정이다. 꽉 짜인 일정의 수련회는 성추행 파문과 ‘황제테니스’ 논란 등 잇따라 터져나온 악재를 다잡기 위한 것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집체훈련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원내 한 관계자도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시절,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1995년 말∼1996년 초에도 사무처 당직자가 농군학교에서 훈련받고 정신 재무장에 성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만도 나왔다. 술·담배를 금지하고 열외 없는 빡빡한 일정표를 전해들은 이규택 최고위원은 “그런 것들로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그럴 바엔 안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벤트 한번 한다고 느슨해진 당 기강이 바로잡힐지 의문”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WBC] 세계가 홀린 ‘SUN의 매직’

    ‘각각 다른 투수들이 쏟아져 나오니 릴리스포인트를 못 맞춰 타격감을 잃게 된다.’(미국 1루수 테셰이라)‘한국 투수진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ESPN 칼럼니스트 닐) 한국 드림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고의 ‘짠물피칭’(방어율 1.33)을 앞세워 6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종주국 미국과 숙적 일본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원동력은 역시 ‘지키는 야구’. 김인식(59) 감독이 총지휘를 하지만 마운드 운용에 관한 한 재량권을 가진 선동열(43) 투수코치의 작품이다. 선 코치는 ‘지키는 야구’의 신봉자다. 감독으로 데뷔한 지난해 고참들의 반발과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 팀컬러를 완전히 뜯어고쳐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방망이는 기복이 심하지만 마운드와 수비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야구관이다. 이번 WBC에서 선 코치의 마운드 운용은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곧 선발로만 뛰었던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마무리로 돌린 것도 그의 작품. 뒷심이 약한 한국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하고 뱃심 좋은 박찬호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족집게처럼 들어맞았다.‘소방수’ 박찬호는 1라운드 타이완, 일본전 그리고 8강 조별리그 멕시코전까지 3세이브로 뒷문을 잠갔다. 선 코치는 또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김 감독에게 건의해 16일 일본전에 박찬호를 선발로 원대복귀시킨 것. 역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박찬호는 5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선 코치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반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선(SUN)의 매직’이란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다. 오른손-왼손-잠수함 등 완전히 다른 전형의 투수를 번갈아 내보내 상대 벤치와 타자들의 대응을 원천봉쇄했다.‘감’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내린 판단이 척척 맞아떨어진 것.14일 미국전에서 치퍼 존스(애틀랜타)가 서로 다른 4명의 투수를 상대하게 만든 장면은 투수교체의 백미였다. 선 코치는 “나도 30년을 마운드에 섰기 때문에 투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안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도 선수들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번 WBC는 ‘국보급 투수’였던 선 코치가 ‘세계 명장’의 반열에 서는 무대가 됐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요리 서툰 ‘커리어 예비신부’를 위하여!

    요리 서툰 ‘커리어 예비신부’를 위하여!

    올해는 음력으로 치면 입춘이 두 번 있는 ‘쌍춘년’(올 2월4일, 내년 2월4일)이라고 한다. 쌍춘년에 결혼을 하면 좋다는 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 저기서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신부들의 한숨 소리도 들린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집안일을 배우지 못한 예비 신부들은 근심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혼수 가전업체들은 ‘커리어 신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옛날 주부들이 ‘오래쓰고 튼튼한’ 가전을 선호했다면, 신세대 주부들은 일손을 줄여주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상품을 찾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방·가전용품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단순히 조리 시간을 줄여주는 상품뿐만 아니라 음식이 익었는지 알려주는 냄비부터 원하는 온도만큼만 달궈지는 커피 포트까지 각양 각색이다. 독일 주방용품 기업 휘슬러코리아는 요리가 서투른 초보 주부들을 겨냥해 음식이 익은 정도를 알려주는 신제품 ‘인텐자’를 출시한다.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자동 열 알람 센서 ‘써모 스타’를 썼다. 뚜껑을 열지 않고도 요리의 진행상태를 알 수 있고, 뚜껑 여는 횟수를 줄어주기 때문에 맛과 영양도 높일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가격은 3종 세트가 78만원,5종 세트가 110만원. 밥맛 조절에 서툰 주부들을 위해 밥맛을 세분화시켜 조리해주는 밥솥도 나왔다. 웅진쿠첸의 ‘황동IH압력밥솥’은 백미 5단계, 현미 3단계의 밥맛 조절 기능을 갖췄다. 현미, 꽁보리밥, 흑미 혼합 등 8가지 건강밥과 약식, 영양찜 등의 3가지 요리 기능도 갖췄다. 가격 30만 9000원. 바쁜 직장인 부부에 맞게 원하는 온도만큼만 물을 끓여주는 주전자도 있다. 테팔의 ‘비테스S’ 원하는 온도에 맞춰 물을 끓여주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녹차를 원할 때는 80도, 커피는 100도에 맞추면 돼 물을 끓였다가 식힐 필요가 없다.1ℓ들이 제품의 가격은 8만 3500원. 지능형 냉장고는 부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들을 유혹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 지펠’에 달린 10.4인치 LCD 화면은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일정 확인, 식품 관리를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보관 중인 식품 목록과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메모지에 유통기한을 적어 놓을 필요가 없다. 특히 설거지할 때에는 LCD 패드를 떼어 씽크대에 세워놓고 TV나 라디오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은 470만원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오븐’은 식품 포장지의 바코드를 통해 조리법을 인식해 자동으로 조리해 준다. 별도 조리 시간을 입력할 필요도 없이, 제품 오븐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즉석식품, 반조리 식품을 주로 이용하는 맞벌이 부부나 초보 주부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동양매직의 ‘클림’은 움푹하게 파인 한국식 그릇 세척이 잘 안되는 식기세척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크기는 6인용으로 아담하지만 곰 솥 등도 닦아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격은 38만 5000원정도. 이 밖에 예쁘게 과일 깎는 일마저도 어렵게 느끼는 초보 주부들에게는 ‘과일 깎이’도 꾸준히 인기다. 지지대에 사과나 배 등 과일을 고정시키고 손잡이면 돌리면 깔끔하게 껍질이 벗겨진다. 가격은 1만 6000원.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국내 첫 서간체 장편소설 ‘이상한’ 낸 김다은

    국내 첫 서간체 장편소설 ‘이상한’ 낸 김다은

    작가의 개인 편지를 문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소설가 김다은( 44·추계예대 교수)은 단호하게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사신(私信) 중에서도 특히 연애편지는 문학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양에선 유명 작가의 사후 서간집 출간은 물론 생전에도 연서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만 한국에선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서랍 밖으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프랑스 작가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영국 리처드슨의 ‘파멜라’같은 서간체 소설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바로 이런 사회 분위기 탓이 클 것이다. 58편의 편지글로 구성된 독특한 형식의 서간체 장편소설 ‘이상한 연애편지’(생각의나무)는 작가 스스로 ‘연애편지의 문학성’을 입증하기 위한 낯설지만 매혹적인 시도이다. 소설은 편지 축제가 열리는 프랑스 고성에서 한 통의 가짜 연애편지로 인해 벌어진 독살사건을 추리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 각자가 수십편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얽히고 설키는 과정은 일반적인 서사구조의 소설을 읽는 맛과는 다른 재미를 안긴다. 그가 서간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작품 낭송회때 어느 시인이 문예지에 발표한 자신의 연애편지를 읽더란다. 편지가 시, 소설과 나란히 문학의 한 장르로 대접받는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가 익명의 대중에게 불러일으키는 감동의 진폭에 더욱 흥분했다. ‘작가의 연애편지를 찾아보자!’. 때마침 월간지 편집위원을 맡게 된 그는 작가들에게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원고를 청탁했다. 그러나 3개월동안 단 한통의 편지도 수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거절의 변은 늘 똑같았다.‘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편지는 못 내놓겠다.’ 소설가 함정임이 물꼬를 텄다. 이어 시인 정끝별이 자신이 받은 연서를 공개했고, 소설가 이제하, 서영은, 박상우 등이 줄줄이 편지를 넘겼다. 그는 “처음엔 한사코 거절하던 문인들이 가상의 연서를 비롯해 다양한 감정과 깊이있는 사색의 편지글들을 보내오는 걸 보면서 매번 사랑하는 이에게 연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2년 넘게 연재됐던 작가들의 연서 코너는 지난 연말 그가 편집위원을 그만두면서 사라졌다. 서양은 물론 에도시대부터 개인 서신을 문학적 글쓰기로 받아들인 일본과 달리 한국과 중국은 왜 작가의 편지에 무관심했을까. 그는 “두 나라에선 편지가 정치적 소신을 펼치는 상소문 형태로 많이 쓰였고, 작가의 편지라 하더라도 정치적·철학적 해석에 역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공개를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가의 서신을 문학텍스트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보들레르가 남긴 4편의 작품 가운데 2편이 서간집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문학의 절반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문학의 다양성을 위해, 또 작가의 내면을 이해하는 자료적 가치만으로도 편지의 문학성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지금 제주에선] ‘제주 방문의 해’ 잔칫상 푸짐…“혼저 옵서예”

    [지금 제주에선] ‘제주 방문의 해’ 잔칫상 푸짐…“혼저 옵서예”

    ‘혼저 옵서(어서 오세요.), 하영봅서(많이 보세요.), 쉬영갑서예(쉬다 가십시오.)´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제주 방문의 해’이다. 강원·경기에 이어 세번째다. 제주도는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지로 발길을 돌린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며 범 도민적인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 어느 해보다 싸고 풍성한 볼거리로 ‘다시 찾고 싶은 특별한 제주’를 만들겠다며 도민들이 한 목소리로 ‘혼저옵서, 하영봅서, 쉬영갑서예’를 외치고 있다. ●문턱 낮아진 제주여행 제주 관광의 발목을 잡아온 교통비 부담이 올해는 확 줄어든다. 제주도가 출자한 제 3민항인 ‘제주항공’이 오는 6월부터 기존 항공사 요금의 70% 수준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서울~제주 등 4개 노선에 1일 50회를 운항, 싸고 편리하게 여행객들을 수송하게 돼 제주의 문턱이 한결 낮아지게 된다. 더구나 청주~제주를 오가는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최근 기존 항공사의 50% 수준으로 요금을 내리자 대형 항공사도 덩달아 30% 정도 요금을 할인하는 등 항공료 할인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제주도는 제주민항이 본격적으로 발진하면 그동안 관광객 유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교통비가 비싼 곳’이라는 제주관광의 이미지가 확 바뀌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제주도와 한국철도공사 씨월드고속훼리(목포~제주)가 연계 수송협약을 체결,7월부터는 KTX를 이용해 제주를 오가면 최고 50% 할인해 준다. 고속철을 이용해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KTX티켓을 제시하면 여객선 승선료의 30%를, 되돌아갈 때는 여객선 승선권을 제시하면 주중 30%, 주말 20% 싸게 KTX를 이용할수 있다. 성산일출봉, 만장굴, 산방산, 천지연폭포, 비자림 등 유명 관광지 13개소도 입장료를 20∼30% 낮췄다. 제주도 관계자는 “3억 2800만원에 달하는 관람료 인하 혜택이 고스란히 관광객에게 돌아간다.”면서 “유명 사설 관광지에도 관람료를 낮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성한 볼거리, 다양한 이벤트 1946년 도로 승격한 제주도는 그해에 태어나 올해 만 60세가 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 환갑잔치’를 벌인다. 전국적으로 8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환갑인구와 가족들에게 3월부터 7월까지 항공료와 여객선 승선료의 40%를 지원해 준다. 호텔업계와 협의를 거쳐 환갑잔치 여행상품 구매자에게 객실료를 할인해주고, 잔치상도 풍성하고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제주 관광에 재미를 더해주는 축제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관광지에 은닉한 보물(경품권)을 관광객들이 찾는 ‘Wow 보물섬 제주’ 경품이벤트(4∼6월)가 벌어져 행운도 잡고 어린시절 소풍가는 날 보물찾기의 추억도 되살려 준다. 천연기념물 98호인 만장굴은 매월 음력 보름을 전후해 5∼7일간 야간에도 동굴을 개방,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웰빙 관광족을 위해 마라톤과 수영, 원드서핑, 낚시, 인라인 해변 자전거타기, 철인 3종경기 등을 한데 모은 제주 웰빙축제(6∼9월)도 마련했다. 제주만의 특별한 것을 느낄수 있는 유채꽃 축제(4월), 이호 테우축제(멸치잡이 전통어로 문화 재연,7월말∼8월초) 도새기(돼지)축제(5월), 주 마(말)축제(10월), 제주감귤 축제(11월), 한라산트레킹 축제(10월) 등 올해 48개 축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이어진다. ●제주발 한류바람도 점화 한류의 주인공인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세트장 유치로 ‘제주 방문의 해’는 한류라는 순풍을 만났다. 세트장이 들어설 북제주군 구좌읍 묘산봉에는 벌써부터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등 대박을 터트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이 세트장과 연계해 기존의 드라마 찰영지인 섭지코지(올인)성읍 민속마을, 산방산(대장금) 등을 묶어 20여만의 한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4월 15일부터 내년 4월까지 1년간 한류스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한류 엑스포’가 열려 제주발 한류에 날개를 달아준다. ●‘관광 리콜제´ 도입 제주도는 불친절과 바가지 관광 근절을 위해 ‘관광리콜제’를 도입했다. 관광객이 구입한 토산품, 렌트카 및 여행사 불편사항, 구매강요 상품 등에 대해 신고를 하면 현장확인후 환불요청과 함께 피해금액에 따라 문화상품권을 차등 지급해 준다. 관광 리콜제를 통해 덤핑과 바가지·불친절을 추방, 제주 관광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드시킨다는 각오다. 제주도는 올해 지난해보다 40여만명의 관광객을 추가로 유치하면 고용창출 6500여명, 관광수입 증대 1900억원, 생산파급 효과 267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 방문의 해를 계기로 제주의 관광 인프라와 문화가 한단계 높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허니문 메카’ 부활 작전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잔칫상을 차려놓았지만 신혼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제주도는 답답하기만 하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신혼여행객이 50여만명에 달해 ‘신혼여행의 메카’로서 명성을 날렸지만,90년대 중반부터 해외 신혼여행 바람이 불면서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제주 신혼여행객은 92년 54만여명을 최고조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2000년도 초에는 10만명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요즘은 입도 관광객 통계에서 아예 신혼여행객 수치 항목이 빠져버렸을 정도다. 더 이상 국내 신혼부부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평범한 여행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갈수록 동남아 등지의 휴양지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떨어져 국내 신혼부부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신혼여행객들을 바라보며 속만 태우고 있던 제주도는 올해 해외허니문 시장 개척에 눈길을 돌렸다. 국내 신혼부부들의 해외 신혼여행 추세를 반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 대신 일본과 중국의 신혼부부 유치에 올인하고 나선 것. 지난 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 웨딩페스티벌’을 여는 등 올해 시범적으로 중국에서 300쌍 600명의 신혼부부를 유치키로 하고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한 호텔은 ‘레인보우 채플’을 완공, 일본 신혼부부의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가 하면 여행사들은 앞다투어 한류와 연계한 웨딩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와 연계한 고급 웨딩상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벌이면 해외 허니문시장 개척도 해볼 만하다.”면서 “해외 신혼부부들의 제주 발길이 잦아지면 국내 신혼부부들의 생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김태환 제주지사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셔서 마음껏 구경하시고 푹 쉬다 가십시오.”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가 도로 승격된지 6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면서 “‘제주 방문의 해’를 통해 제주의 신비와 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제주민들의 열린 마음이 한데 뭉쳐 손님맞이 준비가 끝났다.”면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올해 제주를 찾는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는 탐라천년의 역사를 지닌 독특한 문화가 주민들의 생활 속에 원색적으로 살아 있다.”면서 “이는 제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지사는 오는 6월 제주도가 출자한 제주항공이 기존 항공사의 운임료 70% 수준에서 운항을 시작하면 제주 여행의 발목을 잡았던 ‘교통비가 비싼 곳’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의 청주∼제주간 초저가 항공사에다 제주항공이 추가로 뜨면 국내 대형 항공사도 자연스럽게 요금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제 제주는 비싼 교통비 부담을 걱정하지 않고 부담없이 편리하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제주에서 2시간 이내의 비행거리에 인구 500만 이상의 도시가 18개나 있어 여전히 제주 관광의 미래는 밝다.”면서 “올해 관광객 540만 유치로 성공적인 ‘제주 방문의 해’를 만들어 21세기 ‘관광수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제주 여행의 백미는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3무의 이상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던 제주사람들의 열린 마음과 교감하는 것”이라며 “제주의 신비와 자연도 놓칠 수 없는 명품이지만 주민들의 넉넉하고 열린 마음에도 푹 빠져 보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넌 꽃을 보니? 난 비벼 먹어

    넌 꽃을 보니? 난 비벼 먹어

    # 새싹꽃밥 재료:허브, 새싹채소, 고추장이나 양념장. 만드는법:(1)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놓는다.(2)새싹채소를 깨끗하게 씻고, 허브도 어린 순과 꽃, 부드러운 잎을 다듬는다.(3)밥 그릇 아래에 새싹채소를 깔고 그 위에 다양안 허브 순과 꽃, 잎을 모양 좋게 담는다.(4)꽃밥에 고추장이나 양념장을 넣어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해산물 야채샐러드 만들기 재료:새우 6마리, 홍합·꼴뚜기 각 100g, 새싹채소, 양상추 3장, 양파, 올리브 오일 소스(올리브 오일 1/2컵, 곱게 다진 마늘 1큰술, 곱게 다진 양파 1/2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큰술, 식초 1큰술, 레몬즙 약간). 만드는 법:(1)새우를 다듬어 끓는 물에 소금과 청주를 약간 넣어 데친다.(2)홍합과 꼴뚜기도 살짝 데쳐 소금과 올리브 오일로 가볍게 간을 한다.(3)양상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접시에 올린다.(4) 새싹채소, 새우, 홍합, 꼴뚜기를 먹기 좋게 잘라 놓는다(3) 위에 올린다.(5)올리브 오일 소스를 뿌려 낸다. ●새싹 바게트 샌드위치 만들기 재료:바게트 2개, 버터 100g, 머스터드소스 30g, 양상추 2장, 새싹채소, 양파, 토마토 1개, 새우 3개 만드는 법:(1)양상추는 따뜻한 물에 씻으면 흐물거리므로 찬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토마토는 5㎜ 두께로 동그랗게 썰어둔다.(2)새우를 다듬어 익힌 뒤 반으로 잘라 놓는다.(3)바게트를 길게 반으로 잘라 부드러운 부분에 버터를 바른다. 야채에서 나오는 물기가 바게트에 스며들지 않아 눅눅해지지 않는다.(4)바게트 위에 양상추 한 장을 얹은 후 익혀서 준비한 재료를 얹는다.(5)머스타드 소스를 뿌려 나머지 반쪽 바게트를 얹으면 완성. ●허브 샌드위치 만들기 재료:식빵 4장, 햄, 치즈, 오이, 사과 허브, 생크림 1/2컵(설탕 1큰술, 레몬즙 1작은술) 만드는 법:(1)생크림은 설탕과 레몬즙을 넣어서 단단하게 거품을 낸다.(2)식빵 사이에 넣을 오이와 사과, 햄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허브는 꽃잎을 한 잎씩 떼어 물에 씻어서 물기를 닦는다.(3)생크림 거품 낸 것에 오이, 사과, 허브를 넣고 섞어서 빵에 도톰하게 펴 바른뒤 식빵 한 장을 덮는다.(4)다른 식빵에 생크림 거푼 낸 것을 펴바르고 햄과 치즈를 넣는다.(5)(3)(4)위에 도마를 잠시 올려 놓아 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다.(6)빵위에 보기 좋게 허브로 장식한다. ●새싹 김밥 만들기 재료:김밥용 김, 백미밥, 햄, 게맛살, 우엉, 단무지, 당근, 셀러리, 새싹채소, 달걀 2개, 참기름과 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1)백미로 꼬들거리게 밥을 지은 후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간해 버무려 식힌다.(2)햄과 우엉, 당근은 길게 썰어 각각 팬에 살짝 볶아 둔다.(3)달걀 2개를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시켜 거품이 나지 않게 풀어 소금간을 하고 지단을 부친다. 식으면 길게 썰어 놓는다.(5)게맛살과 단무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다.(6)물기를 뺀 새싹채소를 반으로 길게 자른 김 한쪽에 적당량 얹어 돌돌 말아 김 끝을 참기름이나 밥풀을 이용해 붙여둔다.(7)김 한 장의 2/3정도 공간에 밥을 얇게 고루 펴고 햄과 단무지 등 각종 속을 가지런히 얹는다.(8) (6)을 얹어 손으로 꼭꼭 쥐어가며 단단하게 만다.(9)김이 바삭할 때 썰면 김밥이 터질 수 있으니 살짝 눅눅해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낸다. ■ 도움말 계경원(92food.com)·상수허브랜드
  • 수입쌀 2만 2257t 이달말부터 식탁에

    수입쌀 2만 2257t 이달말부터 식탁에

    이달말부터 시민들의 밥상에 오를 수입쌀이 시중에 판매된다. 외국산 쌀 가운데 미국산 칼로스가 가장 먼저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1일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 관련 후속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달말부터 지난해 의무수입물량 22만 5575t의 10%인 2만 2257t을 판매하기로 하고, 공매 참가업체의 자격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시판용 수입쌀은 백미 20㎏과 10㎏ 단위 포장으로 판매된다. 시판되는 수입쌀의 원산지는 중국 1만 2767t, 미국 5504t, 태국 3293t, 호주 993t이다.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가공용과 시판용을 포함해 24만 5922t이며 오는 2014년에는 40만 8700t으로 늘어난다. 농림부는 유통의 투명성 확보와 원활한 공매를 위해 시판용 수입쌀의 공매에 참가할 수 있는 국내 유통업체의 자격을 지난해 연간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농산물 도소매업체나 법정 양곡도매시장 내에서 거래실적이 10억원 이상인 중도매인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할인점과 백화점, 급식업체 등 90여개 업체가 공매 참가 자격을 갖게 된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자치센터 탐방/신길7동 신청사] 동사무소가 예술의 전당?

    [자치센터 탐방/신길7동 신청사] 동사무소가 예술의 전당?

    ‘지하 2층, 지상 6층에 연면적 798평. 헬스장·노인정·청소년독서실…. 지난 17일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 7동 동 청사는 ‘동사무소’라기보다는 ‘동네 예술의 전당’에 가까웠다. 개관 다음날이라 건물은 풍선으로 한껏 치장한 상태다. 오봉환 동장은 “편의시설이 다양해 주민들이 축하할 겸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오 동장의 안내로 옥상부터 지하까지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6층 옥상에는 주민 쉼터와 예비군 동대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 의자에 앉아 녹차 한잔을 마시며 이웃들과 수다떨기에 좋을 듯 싶다. 저 멀리 산자락이 보여 시원하다. 창문으로 둘러싸인 계단을 타고 5층으로 내려오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청소년 독서실과 새마을 문고가 바로 그것이다. 문고에는 소설, 수필, 동화 등 1만권이 진열돼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토·일요일에는 쉰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오후 1시에도 문을 닫는다. 연회비는 2000원이고, 대출기간은 7일. 연체하면 하루에 100원씩 내야 한다. 한번에 2권까지 빌릴 수 있다. 신간을 매달 구입해 볼 만한 책이 많다. 현재 회원은 3100명. 청소년 독서실은 남녀로 분리돼 있다. 남학생 71명, 여학생 67명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11시에 닫는다. 입장료는 500원. 독서실을 관리하는 이미연씨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칸막이 책상이 나란히 놓인 독서실은 밝고 조용했다. 책상은 1m 정도로 넓었다. 책장과 스탠드가 갖춰져 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정해 앉으면 된다.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옆방에 따로 마련됐다. 공부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몇시간씩 앉아서 게임 등을 할 수는 없다. 4층은 다목적자치센터와 소회의실. 동이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한글서예, 한문서예, 생활과학, 종이접기, 영어교실, 풍물교실 등이 마련된다. 회의실 중간에 이동벽을 만들어 필요하면 두 공간으로 나눠 사용토록 설계했다. 장애인 화장실이 눈에 띈다. 동사무소가 있는 3층을 거쳐 2층으로 내려왔다. 건물이 비스듬한 내리막에 건설된 터라 한쪽에선 2층으로, 다른쪽에선 1층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오가기가 편해 노인정을 만들었다고 오 동장이 설명했다. 어르신 30여명이 바둑을 두거나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이면 하나둘씩 모여 오후 6시까지 머문다. 점심도 제공한다. 할아버지·할머니 공간을 따로 만들었지만, 함께 지내는 것이 좋다며 한곳에서 생활한다. 라태연(73) 할아버지는 “깨끗하고 따뜻하다.”며 만족해했다. 부엌 살림도 일품이다. 양문 냉장고에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김치냉장고까지 갖췄다. 냉장 공간이 넓어 30명 밥상도 뚝딱 만들어낼 듯싶다. 임간난(70) 할머니는 “가전제품도 다 있고, 따뜻한 물이 ‘콸콸’ 나와 밥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백미는 헬스장과 다목적실이 자리한 1층. 다목적실에는 54인치 텔레비전이 놓여 있다. 주부가요 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구입한 최신식 노래방 기계다. 방음시설도 완벽하게 갖췄다. 이날은 어린이들이 모여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주부 여럿이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러닝머신에서 걷거나 사이클을 타고 있었다. 벨트 마사지기로 허리근육을 이완하기도 했다. 입구에 신장·체중 자동측정기가 놓여있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가볍게 머리를 ‘통’쳐서 키와 몸무게를 알려준다. 경직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기구가 독특하다. 주부들이 거꾸로 누워 편안한 자세로 근육을 이완하고 있었다. 운동기구는 35대. 그러나 월 이용료는 2만원에 불과하다. 폭발적인 인기로 정원 200명은 이미 찼고,100명이 대기 중이다. 김정희(57)씨는 “집 주변에 깨끗하고 저렴한 헬스장이 생겨 너무 좋다.”면서 “낮시간에 오면 한가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 탈의실에는 옷장과 샤워실이 마련돼 있다. 운동복과 운동화는 제공되지 않는다. 운영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 다음달부터 오후 10시로 연장한다. 신길 7동 청사는 영등포구(구청장 김형수)가 2004년부터 추진하는 동청사 현대화 계획의 첫 결실이다. 낡은 동청사 9곳을 고쳐 주민편의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예산 375억여원이 들어간다. 신길 7동 청사는 삼환아파트가 기부채납한 토지에 구가 48억여원을 들여 완공했다. 지하 1,2층은 기계실, 발전실, 전기실과 주차장으로 이용된다. 1,2층은 주민체육시설·노래교실·노인정으로,2층은 동사무소로,4,5층은 다양한 자치프로그램이 운영될 다목적자치센터와 소회의실·독서실·문고 등으로 설계됐다. 영등포구는 “동청사가 앞으로 민원서비스와 문화서비스를 고루 갖춘 주민생활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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