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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오후 2시 기자회견…대표직 수행할까?

    김종인 오후 2시 기자회견…대표직 수행할까?

    ‘셀프공천’ 논란을 빚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오후 2시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대표직을 수행할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가 최근 사태에 대해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하자 대표직 사퇴를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김 대표를 만나 사퇴를 만류한 데 이어 비대위원들도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입장을 전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김 대표가 전격적으로 정상적 당무 수행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김 대변인도 “김 대표가 계속 회의도 하고 찾아오는 분들도 만나고 있다”며 “지금은 정상적 당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은 현재 김 대표를 비례대표 순위 2번에 배치하는 명부를 마련해 김 대표에게도 보고한 상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명부 추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와 함께 비례대표 2번 수용 여부, 비대위원의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알파고 인기…올해 소프트웨어학과 뜰까?

    알파고 인기…올해 소프트웨어학과 뜰까?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 학과들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지원 기대 속에 올해 경쟁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소프트웨어학과는 대부분 기존 컴퓨터공학과에서 전공을 세분화해 신설된 사례가 많다. 성균관대는 2011학년도에 특성화학과로 소프트웨어학과를 개설해 높은 경쟁률로 인기를 끌었다. 중앙대는 2015학년도에 소프트웨어 특성화 전공을 신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업무협약을 맺고 파격적인 혜택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한국항공대도 항공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항공전자 및 정보통신공학부로부터 분리해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했다. 숭실대도 2015학년도에 소프트웨어학부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는 등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특성화학과로 육성돼 장학금 혜택과 대기업과의 산학 협력,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매해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입시업체인 유웨이 중앙교육은 23일 이와 관련 “최근 스마트 폰 보급을 계기로 소프트웨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원자가 늘어났다”며 “올해는 알파고에 대한 관심으로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올해 초 “향후 몇 년간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고급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라며 “전공이 아니더라도 인문 사회 예체능 계열 학생들도 소프트웨어를 필수 교양 과목으로 지정된 대학도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소프트웨어 학과의 인기는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려면 꼭 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해야 할까. 유웨이 관계자는 “유사학과에 진학해 소프트웨어를 전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면 우선 적성과 흥미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소프트웨어 개발은 창의적인 발상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야 하므로, 평소 창의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연계열 학생이라면 지원할 만 하다. 또한 소프트웨어 학과는 공학계열이므로 공학 및 과학에 대한 흥미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제반 지식과 기능을 다루기 때문에 기계에 흥미가 있어야 하고 컴퓨터 다루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무성 “유승민 공천해야”…최고위는 결론 못내

    김무성 “유승민 공천해야”…최고위는 결론 못내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의 공천 문제와 관련해 “유승민 의원으로 공천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 측에서 불출마 또는 탈당을 압박해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누리당 내 갈등이 커지는 조짐이다. 김 대표는 총선후보 등록 하루 전인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유 의원의 공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 때 한 이야기는 밖에 얘기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그동안) 얘기하지 않아 왔다”면서 “유승민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했었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이재오 의원이 낙천한 서울 은평을을 비롯한 일부 지역구에 대해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의결을 요구해온 데 대해서도 “당규에 위배된 사항에 대해서는 ‘나는 표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비례대표 명단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례대표 공천이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공천 심사를 마친 서울 은평을(유재길)과 송파을(유영하), 경기 화성병(우호태), 대구 동갑(정종섭), 대구 달성(추경호) 등 5개 지역에 대한 공천 심사도 다시 하도록 의결했다. 다만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는 여전히 결론 내리지 못했다.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의원 안건에 대해서는 어제(22일)까지 공관위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면서 “최고위는 공관위가 논의해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종대 첫 베트남 교수 “꿈 이뤄 행복”

    세종대 첫 베트남 교수 “꿈 이뤄 행복”

    세종대에 베트남 출신 첫 교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건설환경공학과의 키엔(Duc Kien Thai, 사진) 교수. 키엔 교수는 세종대 건설환경공학 박사 취득 후 건설환경공학과 연구중점교수로 임용돼 이번 학기부터 세종대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대학강사로 재직하던 그는 2011년 인터넷을 통해 세종대 외국인 장학생 제도로 한국에 왔다. 지도교수인 김승억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에서 3년 6개월 동안 모두 7건의 논문을 학술지 등에 등재하고 박사과정을 끝마쳤다.박사학위를 따고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 지 1년이 지나 김 교수에게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중점교수 채용공고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다시 세종대로 돌아온 그는 교수를 지원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 연구중점교수로 일한다. 연구중점교수제란 연구력이 뛰어난 교수에게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다. 강의가 적은대신 모두 6건의 논문을 써야 한다. 키엔 교수는“베트남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날보다 산업현장에 나가있는 날이 더 많았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연구에도 집중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근무환경이 좋은 세종대에서 퇴직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세종대는 전체 학생 중 외국인 학생이 약 1400명이고 그 중 베트남 학생이 150명에 이른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교조 ‘세월호 교과서’ 찾아나선 교육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자체 교재를 마련해 계기교육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교육부가 우려를 표명했다.교육부 관계자는 23일 “전교조가 내용이 적법하지 않은 교과서를 만들어 계기교육을 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교재를 입수해 내용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열리는 시도교육청 계기교육 담당자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관련 지침 준수를 당부할 예정이다. 앞서 전교조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초등용과 중등용으로 나눠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내고 이를 전국 학교의 계기수업에 쓰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한 ‘기억과 공감’,‘진실 찾기’,‘정의 세우기’,‘약속과 실천’ 등 네 단원으로 구성됐다. 계기교육은 특별한 사안에 대해 교육과정에 없는 내용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계기교육을 할 때는 학교운영위원회,교육과정운영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해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의당 비례 1번에 신용현, 오세정 서울대 교수 2번 확정

    국민의당은 23일 신용현(55·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과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비례대표 1, 2번에 배치한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18명 명단을 확정했다. 천근아 비례대표추천위원장은 이날 마포당사에서 이런 내용의 최고위원회의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천 위원장은 1번을 받은 신 원장에 대해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판 과학기술표준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자, 상향식으로 서울대 총장 후보로 선출된 바 있는 한국기초과학계 수장으로 불리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측근인 박주현(52·여) 변호사가 3번, 이상돈(64) 공동 선대위원장이 4번을 받았다. 이어 박선숙(55·여) 전 환경부 차관, 채이배(41) 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팀장이 6번에 배치됐다. 천 위원장은 “당선권을 6번으로 생각하고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총선 정당 득표율이 10% 초반대를 기록할 경우 6번까지 당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선이 어려울 수 있는 7번에는 청년여성 디자인벤처 창업가인 김수민(30.여)씨, 8번에는 안 대표 최측근인 이태규(52) 선대위 전략홍보본부장, 9번에는 김삼화(53.여) 변호사, 10번에는 김중로(65) 예비역 육군 준장이 배치됐다.당선권 배정이 예상됐던 4성 장군 출신 이성출 안보특별위원장과 김근식 통일위원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김경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본인들이 고사했다”고 했다. 다만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성출 위원장은 정말 앞 순위에 모셔야 했는데 조건이 쉽지 않게 돼 모시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은 아래와 같다.  1. 신용현(55)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2. 오세정(63)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3. 박주현(52) 변호사 4. 이상돈(64) 중앙대 명예교수 5. 박선숙(55) 전 환경부 차관,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 6. 채이배(41)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7. 김수민(30) 브랜드호텔 대표 8. 이태규(52)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홍보본부장 9. 김삼화(53) 변호사 10. 김중로(65) 예비역 육군 준장 11. 장정숙(65) 전 서울시 시의원 12. 이동섭(59) 서울시 태권도연합회 회장 13. 최도자(61)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회장 14. 임재훈(49) 국민의당선거관리위원회 조직사무부총장 15. 김임연(48) 대한장애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16. 정중규(58)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공동대표 17. 이미현(56) 이화여자대학교 특임 교수 18. 김현옥(51) 의사, 국민의당 부산시당위원장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종인 대표직 유지, 비례 2번도 그대로…“고민 끝에 당 남아”

    김종인 대표직 유지, 비례 2번도 그대로…“고민 끝에 당 남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고민 끝에 이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혔다. 비례대표 2번 배정에 대해서는 “당을 끌고 가려면 필요했기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민주가 아직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봤다”며 “제가 여기 남아 무슨 조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 상황에서 나의 입장만 고집해 우리 당을 떠나면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에 나름대로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고 당에 남는 이유가 더민주를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총선이 끝나고 대선에 임할 때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약속한 바대로 모든 힘을 다해서 이 당의 방향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결심하고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한 비례대표 명부를 추인할지에 대해서는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비례 2번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을 끌고 가기 위해 필요했기에 선택한 것이며,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의원직을 사퇴한다는 각오도 하고 있다”고 수용을 시사했다. 전날 비대위원들이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는 “어제 얘기를 처음 들었다. 좀 더 생각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문제로 소란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핫뉴스] “백미러 접어라”…운전기사 발로 찬 재벌3세 ▶[핫뉴스] 오세훈 여동생, 더민주에 비례 신청했다 돌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슈퍼 히어로’ 배트맨·슈퍼맨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슈퍼 히어로’ 배트맨·슈퍼맨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의’에 대한 가치관의 충돌 실사 영화서 사상 첫 꿈의 대결 “또 다른 영웅 암시 단서 있어 DC의 미래 엿보는 기회 될 것” ‘어둠의 기사’(다크 나이트)와 ‘강철의 사나이’(맨 오브 스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상 초유의 꿈의 대결이 펼쳐진다. 80년 가까이 슈퍼 히어로 세계를 양분해 온 두 남자가 격돌한다. 그래픽노블과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에선 처음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다. 슈퍼맨이 한 살 위다. 슈퍼맨은 1938년 처음 등장했고, 배트맨은 이듬해 세상에 왔다. 둘 모두 슈퍼 히어로 양대 산맥 중 하나인 DC코믹스 출신이다. 스크린 진출은 배트맨이 먼저다. 배트맨은 4년 만에 실사 영화가 나왔다. 슈퍼맨은 1948년이 처음이다. 배트맨은 초능력이 없어 표현하기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영화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장편영화가 본격화한 것은 1970년 후반부터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 4부작(1978~1987)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배트맨은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가 바통을 이은 4부작(1989~1997)을 거쳐 크리스천 베일의 ‘다크나이트’ 3부작(2005~2012)으로 정점을 찍으며 되치기를 했다. 슈퍼맨의 경우 브랜던 라우스의 ‘슈퍼맨 리턴즈’(2006)나 헨리 카빌의 ‘맨 오브 스틸’(2013)이 나왔지만 배트맨을 압도하지 못했다. 기어코 성사된 이번 맞대결에선 벤 애플렉이 새로 가면을 썼다. 카빌이 재차 빨간 망토를 둘렀다. 심판은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더 감독. DC 사상 최강 듀오의 만남은 맞수 마블코믹스를 향한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DC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 ‘그린 랜턴’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 등을 해마다 두 편씩 쏟아낼 예정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솔로 영화까지 보탤 가능성이 높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어벤저스’ 시리즈 등을 앞세워 승승장구해 온 마블에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이번 영화에는 분량은 작지만 원더우먼이 나오고 또 다른 영웅의 등장을 암시하는 단서들이 있다”며 “DC의 미래를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잠깐.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를 물리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같은 편에 설 것 같은 두 남자는 도대체 왜 싸우는 걸까? 그간 나온 원작들을 보면 이들은 절친이면서도 자주 불화를 일으킨다. 슈퍼맨의 초인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 정의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 등이 주된 갈등 요소다. ‘루터’에서 렉스 루터는 슈퍼맨이 인류를 지키는 데 회의를 느끼고 결국 적이 될 거라며 두려움을 자극한다.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에선 조커의 계략에 빠져 가족을 잃은 슈퍼맨이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미명 아래 압제자가 돼 가면서 배트맨과 갈라서는 과정이 그려진다. 둘의 대결은 프랭크 밀러의 기념비적인 작품 ‘다크나이트 리턴즈’가 단연 백미다. 이번 영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줬다. 쉰 살이 넘어 범죄와의 전쟁을 재개한 배트맨과 이를 저지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슈퍼맨이 마주 선다. 그저 인간에 불과한 배트맨은 치밀한 전략과 다양한 장비·무기로 슈퍼맨과 대적한다. 영화에 나오는 배트맨의 투박한 강철 슈트는 바로 이 작품에서 비롯됐다. 슈퍼맨은 정신 공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또 다른 인기작 ‘허쉬’에선 악녀에게 세뇌당해 배트맨과 싸우기도 한다. 최근 DC는 위에서 언급한 작품을 포함해 열두 작품을 영화 관람 전 필수적으로 참고해야 할 작품으로 선정했다. 시공사는 이 가운데 ‘저스티스리그: 탄생’ ‘원더우먼: 피’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 ‘슈퍼맨/배트맨: 공공의 적’ 박스 세트를 출간했다.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허쉬’를 국내에 소개했던 세미콜론은 단편집 ‘배트맨: 야간순찰’을 새로 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독자의 소리] 서울 25개 자치구, 25개 테마파크로/조성명 한백미래포럼 명예회장

    오랫동안 전국시대를 경험하며 지방자치에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의 지역개발 메커니즘은 놀랍다. 구마몬이라는 까만 곰 캐릭터를 예로 들어 보자. 구마몬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구마모토현은 평범한 지방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구마몬을 대표 캐릭터로 삼고 다양한 지역 행사와 문화유산 등과 연계시키면서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구마모토현만의 얘기가 아니다. 온천 도시, 수상 도시 등 각 지역마다 고유의 축제를 개최하고 독창적인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서울만 보더라도 1000만명이 사는 거대 도시임에도 자치구마다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만 인기 있으면 따라하기 바빠 개성도 재미도 없다. 그 결과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은 2박3일 정도의 짧은 관광 이후 다시 찾지 않아도 되겠다는 의견을 쏟아 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서울시를 중심으로 25개 자치구가 서로 협의해 고유의 테마를 갖는 형태로 장기 개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자치구만의 테마를 확립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근대화는 피해야 한다. 일본 쓰키지어시장의 사례처럼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부 핵심 시설만 현대화해 원형은 훼손하지 않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서울시 자치구가 개성을 살린다면 25개의 테마파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조성명 한백미래포럼 명예회장
  • 신용카드 범죄 백서… 알면 당하지 않는다

    신용카드 범죄 백서… 알면 당하지 않는다

    국내 신용카드 범죄 분야 1인자로 통하는 저자의 신용카드 범죄 백서다. 국내외 신용카드 부정사용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저자는 20년간 전국 신용카드 범죄 현장을 누볐다. 1994년 전남 목포에서 일어난 카드 배송 중 분실사건처럼 단순 사건부터 2006년 카드 가맹점의 포스(POS)단말기 해킹을 통한 신용카드 복제·도용 사건, 지난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복제 장비 부착 사건 등 첨단 범죄까지, 현장에서 범죄 전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여러 범죄를 직접 마주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다뤄 관련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서적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범죄 유형을 비롯해 범죄가 왜 발생하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신용카드 범죄를 둘러싼 모든 것을 고찰했다. 특히 국내외 신용카드 부정사용 유형을 분석한 부분이 백미다. 저자가 직접 사건 초기부터 범죄 현장을 발로 뛰며 범죄가 일어난 경위, 범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범죄 유형을 열거한 게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생동감 있게 입체적으로 다뤄 읽는 재미도 더한다. 저자는 카드사 직원이지만 전문성을 인정받아 경찰수사연수원, 경찰교육원, 해양경찰교육원 등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의 ‘신용카드 수사매뉴얼’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신용카드 범죄를 정확히 꿰뚫고 대처한다면 사전에 범죄를 막을 수 있거나 범죄가 발생했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섬’ 산에 빠지다, 능선 물결 속에

    ‘섬’ 산에 빠지다, 능선 물결 속에

    섬 산행은 뭍의 산을 오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바다 위를 거니는 듯, 발아래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고도를 높여 가는 맛이 그만이다. 물론 반론도 있겠다. 등산 한 번 하자고 뭍의 유명산 다 제치고 섬까지 가랴. 한데 섬 산행은 긴 여정 자체가 여행이다. 뭍의 막다른 곳에 항구가 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 북부의 네 섬에서 명산으로 꼽히는 곳은 두 개다. 암태도의 승봉산(356m)과 자은도의 두봉산(364m)이다. 둘 다 빼어난 조망을 가진 산이긴 하나, 높이와 풍경의 깊이 등에서 두봉산이 반 발짝 정도 앞서는 형국이다. 자은도 사람들은 두봉산을 말봉산, 암태도 사람들은 승봉산을 되봉산이라 각각 부른다. 여기엔 전설이 깃들었다. 오래전 바닷물에 잠겨 있던 이 지역에 한 말(斗)가량의 땅이 솟았다. 세월이 흘러 점점 바닷물이 줄면서 한 말의 땅이 산으로 바뀌었는데, 이게 두봉산(斗峰山)이다. 승봉산(升峰山) 이야기는 대충 짐작이 된다. 한 말보다 작은 한 되(升)가량의 땅이 솟아 승봉산이 됐을 터다. 지금도 두 산의 꼭대기에서 조개껍질이 발견된다고 하니 전설이 마냥 황당한 건 아닌 듯하다. ●갈 길 바쁜 외지인은 ‘대율재 코스’ 적합 두봉산은 신안 전체에서도 전망 좋은 산으로 꼽힌다. 암릉지대에 오르면 ‘천사(1004) 섬’이라 불리는 신안의 여러 섬들이 줄곧 발아래 펼쳐진다. 주변 산들보다 월등히 높고, 정상부가 암릉으로 이뤄져 뱃사람들이 두봉산을 곧잘 이정표로 삼았다고 한다. 산행 코스는 세 개로 나뉜다. 구영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도명사~정상~대율재~구영저수지를 돌아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자은초등학교를 출발해 무선기지국~성재봉 봉화대터~대율재~암릉지대~정상~도명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얼추 4시간을 잡아야 한다. 갈 길 바쁜 외지인에게 적합한 코스는 대율재 코스다. 줄곧 오르막만 이어지는 자은초등학교 구간을 지름길로 통과한 뒤 대율재와 암릉지대를 거쳐 정상을 찍고 원점회귀한다. 보폭을 빨리하면 2시간 30분 안쪽에 오갈 수 있다. 들머리는 구영리(舊營里)다. 조선시대 수군영(水軍營)이 있던 곳이다. 현재 자은초등학교 자리가 당시 병사들의 훈련장이었다고 한다. 구영리에서 대율재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이층집이 나온다. 산행의 실질적인 들머리다. 등산로는 집 왼쪽의 산자락을 따라 나 있다. 여기서 콧잔등에 땀이 맺힐 정도의 비탈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대율재 안부다. 자은초등학교에서 출발한 등산로도 이곳에서 합류된다. 대율재부터 첫 번째 암릉지대까지 능선길과 바위지대가 번갈아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 10여분 정도 고도를 올리면 한순간 하늘이 열리고 쉬어 갈 만한 암릉지대가 나온다. 여기부터 약 1㎞ 구간이 두봉산 산행의 백미다. 쉴 틈 없이 빼어난 풍경들이 몰아친다. 멀리 자은도 둔장해변 등이 한눈에 담기고, 코앞으로는 두봉산 정상부의 암릉들이 우뚝 솟았다. ●명나라 장수 살린 사랑과 은혜 ‘자은’ 놀라운 건 고도를 높여 만나는 암릉 구간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는 거다. 암릉 등에 가려졌던 풍경들이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철봉을 잡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으로 ‘1004’개에 이르는 섬들이 물결친다. 그야말로 섬들의 파도다. 오른쪽으로 해남반도와 진도, 하의도 등이 아련하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에 속한 팔금, 안좌, 암태, 도초 등도 눈에 잡힌다. 왼쪽으로는 임자도와 사옥도, 증도, 무안의 해제반도까지 볼 수 있다. 두봉산은 정상보다 바로 아래 암릉의 전망이 더 낫다. 맑은 날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그런 행운은 없었다. 원점회귀가 아닌 경우 정상 삼거리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둘이다. 중국의 장수 두사춘이 머물렀다는 굴, 천혜방(天惠房)을 지나는 유천리 코스와 도명사로 내려가는 코스다. 두사춘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따라 참전한 병사다. 남의 나라에 와서 싸우다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던 두사춘은 탈영을 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전전하다 자은도까지 왔다. 섬에 도착한 그는 난세에 생명을 보전할 수 있게 섬이 베푼 사랑(慈)과 은혜(恩)를 못 잊어 했고, 섬 이름도 자은도(慈恩島)가 됐다는 속설이 있다. 면소재지가 있는 구영리로 가려면 도명사 방면이 무난하다. 초반부터 급경사 지대를 통과하는 등 다소 험하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글 사진 신안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매혹의 백조 vs 무희의 매혹

    매혹의 백조 vs 무희의 매혹

    봄을 알리는 발레 향연이 시작됐다. 한국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각각 대표 작품을 들고 나와 올 발레 시즌 막을 연다. 국내 대표 발레단들의 자존심을 건 시즌 첫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어느 발레단의 무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는 23일부터 고전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위)로 기선 제압에 나선다. ‘백조의 호수’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로 꼽힌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189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키로프 극장의 전신)에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제자 레프 이바노프의 안무로 초연한 ‘마린스키 버전’이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백조 ‘오데트’와 강렬하고 고혹적인 흑조 ‘오딜’의 1인 2역이 백미다. 흑조 오딜이 남자 주인공 ‘지그프리드 왕자’를 유혹하면서 펼치는 연속 32회전 춤은 단연 압권이다. 18명의 발레리나가 푸른 달빛이 일렁이는 호숫가에서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추는 군무도 ‘발레 블랑’(백색 발레)으로 불리는 명장면이다. 황혜민-엄재용, 황혜민-이동탁,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강민우, 중국 출신 예 페이페이와 뮌헨 바바리안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막심 샤세고로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세묜 추딘과 예카테리나 크리사노바 등 여섯 커플이 출연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지난해 다소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려 한다”며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발레 입문작 ‘백조의 호수’로 클래식 발레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1만~10만원. (070)7124-1737. 국립발레단은 30일부터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라 바야데르’(아래)로 반격에 나선다. ‘라 바야데르’는 회교사원의 무희를 의미한다. 고대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간교한 공주 ‘감자티’ 사이의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을 그린 고전발레다. 120여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의상이 동원돼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연출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33년간 이끈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국립발레단의 특성을 살려 일부 안무를 직접 다듬은 ‘국립발레단 버전’이다. 2013년 초연 당시 92%의 판매율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듬해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취임 첫해 첫 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흥행에 성공하며 국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강 단장은 “단원들의 기량과 연기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지난해 공연했던 고전발레의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 ‘지젤’을 뒤로하고 ‘라 바야데르’를 시즌 첫 공연작으로 택했다”고 밝혔다. 김지영, 이은원, 박슬기, 김리회, 이영철, 정영재, 김기완, 이동훈 등 국립발레단 대표 무용수들과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프리드만 보겔이 출연한다.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8만원. (02)587-6181.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영화 多樂房] ‘헝거’, 자유 향한 투쟁, 그 서슬 퍼런 신념

    [영화 多樂房] ‘헝거’, 자유 향한 투쟁, 그 서슬 퍼런 신념

    ‘신념’, 유구한 역사를 추동해온 이 단어는 아마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이자 방패일 것이다.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어떤 신념은 때로 타인을 무기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공포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신념이라면-비판이나 논쟁은 가능하되-그 누가 더 고결한 잣대로 정죄할 수 있을까. ‘셰임’(2011)과 ‘노예12년’(2013)을 연출한 스티브 매퀸의 강렬한 데뷔작, ‘헝거’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수감 중 감행했던 저항운동을 통해 신념의 본질과 그 논쟁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수감자뿐 아니라 교도관과 신부의 입장까지도 관철시키는 영화의 태도는 이 정치적 사건을 보다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시킨다. 현대에도 빈번히 목격되고 있는 ‘정치적 몸’에 대한 이슈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유령처럼 고스란히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는 영국으로부터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IRA의 주요인물로서, 14년형을 선고받아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는 IRA 조직원들의 정치범 대우를 요구하며 불결투쟁에 앞장선다. 샤워를 거부하고 배설물을 벽에 발랐다는 역사책의 서술은 스크린에서 즉물적으로 묘사되어 경악할 만큼 큰 충격을 안긴다. 수용실은 그 어떤 짐승도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불결한 환경으로 보이지만, IRA 조직원들에게는 몇 문장으로 그들의 신념을 묵살해버리는 대처 수상의 연설이 더 역겹게 다가오는 듯하다. 수년간의 불결투쟁과 1차 단식투쟁은 실패로 끝나지만 IRA 조직원들의 사기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보비 샌즈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2차 단식투쟁을 시작하기 전, 보비는 도미니크 신부(리엄 커닝햄)와 독대하게 되는데 이들이 마주 앉은 역광의 투샷은 무려 16분간의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보비와 신부 사이의 논쟁, 상반된 정치철학 및 신념이 응축된 이 장면은 두말할 것 없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백미다. 이 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영화는 이전까지 대사를 자제하면서 투쟁과 폭력의 상황을 음향효과 및 분절된 음성들로 처리했다. 저항의 함성, 둔기를 휘두르는 소리, 전술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 무자비한 구타와 비명은 사육제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는 신부가 읽어주는 성경 말씀조차도 수감자들의 잡담과 소음에 묻혀 사라진다. 이런 무질서한 사운드 끝에 듣게 되는 보비와 신부의 대화는 비록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에도 비로소 인간답게 들린다. 지난한 논쟁을 끝낸 후, 영화는 마지막 투쟁의 고요함 속으로 다시 침식한다. 얇은 살가죽이 불거져 나온 뼈를 겨우 덮고 있는 몸으로 보비는 신념의 순결함을 입증한다. 그의 바람처럼 이 사건은 아일랜드 독립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목숨과 자유, 신념에 대한 보비의 대사가 알량한 양심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작품이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7] 좋은 식습관이 정말 암을 예방해줄까

    암을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줄곳 회자되는 금언이 바로 ‘좋은 식습관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고, 좋은 식습관을 체화하기 위해 고민들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생겨난 새로운 풍조를 반영해 ‘힐링 푸드(Healing Food)’나 ‘웰빙 푸드(Well-being Food)’ 같은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헷갈리는 일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암은 타고난 기질, 즉 유전적인 소인이 문제라는 인식입니다. 많은 저명 학자들이 유전학적·분자생물학적 근거와 함께 이런 논지를 폈습니다. 이런 논리를 의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합니다. 암은 발현 통로가 어디든 유전적인 소인이 유력한 발병 원인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암 관련 자료나 정보에는 어김없이 ‘가족력’이라는 게 거론됩니다. 간단하게 말해 ‘당신의 가족 중에 누군가가 특정 암을 앓은 전력이 있다면, 당연히 당신도 그 암의 위험군에 포함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진단 과정에서부터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혈통을 따라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찰·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료 소비자들은 이 대목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좋은 식습관이 암을 예방해 준다고 해서 좋다는 것만 골라 먹었는데, 헛물만 켠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좀 막연하지만 “좋은 식습관이 유전적 소인까지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꺼야”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혼란을 일소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대한암예방학회(회장 김나영)의 결정과 권고를 근거로 쓴 것임을 밝힙니다. 또, 광범위한 암을 모두 다룰 수 없어 음식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대장암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참고로, 대한암예방학회는 1996년에 설립된 전문 학회로, 암 예방과 관련된 기초 및 임상과 관련된 연구자들이 모인 공신력 있는 단체입니다. ‘암 예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미션(Mission)만 봐도 이 학회의 정체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식습관이다” 에둘러 갈 것 없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미국 하버드 의대는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70% 이상의 대장암이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는 이어 2009년에 ‘대장암 예방 모델연구 결과,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여성은 생활습관이 좋은 여성에 비해 대장암에 노출될 위험성이 4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장암 발병군에서 70%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미국 대장암 환자 10명 중 7명은 환자 자신의 가족력과 상관없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나머지 3명이 유전성에 따른 불가피한 발병이었음을 인정(물론 연구 결과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한다 하더라도 대장암 예방에 있어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게 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미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대장암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이며, 대장암 연구 분야에서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임상 실적으로 가진 나라입니다. 우리가 대장암을 말할 때 위험요인으로 자주 거론하는 ‘서구식 식생활’이란 바로 미국인의 일반적인 식생활을 의미합니다. 즉, 과다한 붉은 살코기 섭취,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높은 의존도, 권고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당분 및 나트륨 섭취와 지나친 흰 밀가루 사용 등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암 연구 및 진단·치료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나라이기도 합니다.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식습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꿔서 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를 개조하는 그런 큰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는 음식(섭취한 총열량)에 비해 크게 부족한 운동량을 늘리라거나 식사나 수면 패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는 정도이니까요. 미국 등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출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나친 상업주의의 폐해일 수도 있고, 일단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은 하나 같이 너무 비싸니까요.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엄두가 안 나서 뻔히 보이는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좋은 식습관의 기본인 ‘좋은 음식’을 두고 더러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호사”라고 시덥잖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추나 시금치, 토마토만 해도 그렇습니다. 생산자는 생산 원가도 못 받는다고 아우성인데, 소비자들은 비싸서 못 먹겠다고 볼멘 소리들입니다. 이유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유통 마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거 돈 좀 되겠다 싶으면 유통업체들이 과점을 한 뒤 비싼 이문을 붙여 시장에 푸는 것이지요. 그래서 ‘직구’라는 방식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유통 혁명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 유통 단계도 줄이고, 지나친 유통 마진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기에도 ‘자유’나 ‘자본주의’의 논리가 개입되는 모양입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자유’를 ‘내 맘대로’라고 해석하고, ‘자본주의’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으로 아니까요. 하지만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유통마진이 쏙 빠진 ‘꽤나 좋은 식재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주거지에서 가까운 둔촌동 재래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양평 재래장 등을 자주 갑니다. 요새는 대형 마트에 밀려 갈수록 규모가 줄고, 그래서 거래되는 품목도 제한적이지만 철 바뀔 때마다 당기는 체철 식재료는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대형 마트라도 다 같지는 않습니다. 거기도 들여다 보면 ‘번개 세일’ 등 틈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도리없는 일입니다. 당장은 좋은 음식을 위해 좀 더 많은 수고를 할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암을 이기는 좋은 식생활이란 대한암예방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대장암을 이길 수 있는 식생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과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식 자체가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없지만, 과식이 비만을 초래해 대장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과식을 경계하라는 뜻이지요. 다음은, 밥의 문제입니다. 밥은 한국인의 주식이지만, 최근에는 이런 전통 주식 패턴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빵과 패스트푸드 등 밀가루 제품이 밥의 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최소한의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주식 원료는 고탄수화물식이어서 자칫 혈당의 변화를 초래하기 쉽고, 이런 혈당 문제는 당뇨병으로 이어져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니까요. 따라서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백미 대신 현미나 잡곡을 먹는 게 좋습니다. 현미밥이나 통밀빵을 먹는 방식인데, 이런 음식은 식감이 떨어지지만, 확실히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여 주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려줍니다. 이런 섭생을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 섭취’라고 합니다. 당지수란, 탄수화물을 섭취한 뒤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감안해서 당질의 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입니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혈당 수치를 빠르게 올려 2차적으로 대장암 발병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채소와 해조류, 버섯류를 자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짜지 않게 조리한 야채를 자주 먹으면 양질의 식이섬유와 비타민, 칼슘을 비롯한 무기염류 섭취량이 늘어나 장 건강은 물론 인체 대사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과일도 대표적인 권장 식품이므로 매일 적정량을 먹어줘야 합니다. 단, 과일은 생과일 상태로 먹는 것이 좋으며, 한 번에, 한 가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채소와 과일의 경우 대장암과의 연관성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대장암 예방에 나쁠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질환에서 이런 식료품이 보이는 유효성을 감안할 때 과일과 채소가 유익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바람직한 섭생을 말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가능한 쇠고기·돼지고기와 햄·베이컨·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닭고기와 생선·두부 등을 먹으면 육류 섭취 제한에 따른 단백질 부족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습니다. 육가공식품의 문제는 붉은 살코기를 많이 먹는다는 생각조차 없이 많이 섭취하게 하기도 하지만, 가공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이 들어갈 뿐 아니라 착색제와 보존제, 합성 향료 등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근 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전 세계 육가공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만, 그 발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붉은 살코기를 아주 안 먹고 살 수는 없는데, 적당한 양을 먹더라도 먹는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 가능하다면 숯불로 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타지 않게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단백질을 비롯한 육류는 고온에서 탈 때 발암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땅콩이나 호두, 잣 등 견과류를 매일 조금씩 먹어주면 좋습니다.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각종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견과류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지혈증이 심해지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영양학이 정립되기 전에도 견과류는 좋은 식품으로 꼽혔습니다. 특정 영양 성분을 생각했던 건 아니고, 껍질이 딱딱한 과실류는 땅의 정기를 한껏 품어서 먹으면 기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지요. 어느 새 대장암 위험국가가 된 한국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았던 위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0년 전국 암 발생률을 보면 남성 암의 경우 위암에 이어 대장암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여성 암도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3위에 오를만큼 빈발합니다. 이런 대장암의 위험인자로는 고지방·고열량식과 육류가 꼽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식이 대장에 좋은 섭생이 아니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반면, 한식은 고섬유식이어서 대장암의 발생 빈도를 낮춰주는데, 문제는 갈수록 한식의 식탁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많은 건강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서구형 식단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겠지만, 대장암은 대표적인 서구형 암이었습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임상 사례가 많지 않아서 우리 나라에서는 대장암 연구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희귀했는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암에 들어있으니, 그동안 우리의 먹거리와 섭생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장암은 무엇을 먹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전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거론한 식생활과 대장암의 밀접한 관련성을 이로써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개최된 대한암예방학회에서 이정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영양학 측면에서의 대장암 예방을 주제로 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장암 발생율을 높이는 확정적인 요인으로는 붉은 살코기와 가공육, 복부비만과 남성의 음주를 들었고,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는 여성의 음주를 꼽았습니다. 반대로 대장암의 발생율을 낮추는데 유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으로는 마늘과 우유, 칼슘을 명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 분석에서도 앞서 거론한 문제는 거듭 확인이 됩니다. 밥이든, 빵이든 다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이지만, 이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필요한 반찬류에는 채소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빵과 함께 먹는 식품은 주로 치즈, 버터 등 유제품이나 단 맛이 강한 잼류이지요. 같은 탄수화물 창고이면서도 밥과 빵을 달리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건강 상의 관점에서는 빵보다 밥이 우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빵류는 밥보다 간편하게 식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당하게 가미해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습니다. 빵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더 편하고 싶고, 입맛 당기는 대로 음식을 취하려는 현대인의 취향이나 욕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 현상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나라에서 치솟고 있는 대장암 발생율이 당장 떨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우려하는 식생활의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먹고 싶은 것만 먹어서는 곤란합니다. 먹어줘야 되는 것을 먹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고요?” 만약 누군가가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야”라고 반문한다면, 정답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있다고 설명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실천의 문제일 뿐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서 서구형 식단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를 서양 사람들이 먹는 모든 음식이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곤란합니다. 거기에도 틀림없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게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겨 먹습니다. 그 쪽의 문제는 이런 각성이 일어나기 전의 식단을 말하는데, 그런 식단은 채소류에 비해 기형적으로 육류가 많고, 짤 뿐더러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의존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런 식단의 문제를 간파한 뒤 서구인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입니다. 붉은 살코기의 양을 최대한 줄인 대신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 과일, 발효식품과 올리브유가 어우러진 식단인데, 이런 추이를 반영해 개선·개량한 식단이 ‘DASH(Dietary Approaches Stop Hypertension diet)’입니다. 또 미국 정부에서도 따로 ‘미국 건강식사 지표(Healthy Eating Index)’라는 걸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육류 섭취량의 제한 및 저지방 육류 섭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의 저감, 채소와 과일 섭취량 확대, 패스트푸드와 지나친 당류 섭취 제한 등입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수 없이 많은 웰빙 식단이 만들어 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개가 상업적 이해와 관련이 있어 선뜻 취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좋은 식단을 만드는 수고를 감내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음식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사실,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암을 예방하는데 있어 좋은 식단의 순기능이 확인된 마당에 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좋은 식단이 꼭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도 아닙니다.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붉은 살코기를 어떤 식품으로 대체해도 상대적으로 경제적입니다. 또 야채나 과일도 비싼 것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과의 때깔이 좋다고 맛까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품질 등급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영양 분석이 아니라 겉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불량식품만 아니라면, 그래서 모든 식품을 백화점에서만 구입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지만 않는다면 쌀과 밀가루의 구입 비용을 적절히 줄이는 대신 이를 유효성이 검증된 다른 식품 구입에 사용하게 되는만큼 식단을 바꾼다고 당장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요. 암은 무섭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방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상적으로 암의 공포감에만 주목해 스스로 위축되고 주눅 들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수용해 건강을 얻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강조하는 결론을 다시 한번 짚습니다. ‘좋은 음식을 바로 먹는 좋은 식습관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장암이 그렇지만, 다른 암에도 두루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jeshim@seoul.co.kr
  • 한림민속오일시장, 색다른 로컬푸드로 제주여행객들에 ‘손짓’

    한림민속오일시장, 색다른 로컬푸드로 제주여행객들에 ‘손짓’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주 이주, 제주여행이 큰 관심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를 대표할 새로운 먹거리 브랜드가 개발돼 화제다. 한림민속오일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단장 이시화)와 제주 1호 조리기능장인 문동일 셰프가 공동 개발한 ‘한림 조끄뜨레 로컬푸드’가 그 주인공. 제주도 먹거리의 특별함과 독창적인 레시피가 조화를 이룬 ‘한림 조끄뜨레 로컬푸드’는 제주오일장 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한림오일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메뉴들이다. 한림 조끄뜨레 로컬푸드는 이미 지난 1월 24일과 2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한림오일장에서 품평회를 진행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림민속오일시장 상인회(회장 이춘생)와 함께한 품평회에서는 한림 지역의 식재료와 독특한 레시피가 어우러진 다양한 메뉴들이 첫 선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제주도 향토음식인 메밀빙떡을 젊은층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야채메밀빙, 제주 쉰다리와 한림 특산품인 백년초를 이용해 만든 선인장 쉰다리, 백년초와 망고 등을 재료로 만든 선인장 망고주스가 인기를 끌었다. 품평회를 진두지휘한 문동일 셰프는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신선하면서도 이색적인 메뉴와 먹거리를 대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메뉴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림오일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식대첩 제주대표이자 제주 1호 조리기능장인 문동일 셰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품평회를 찾았던 상당수 방문객들이 메뉴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림문광형사업단과 문동일 셰프는 꾸준한 메뉴 개발을 통해 제주를 대표하고, 한림오일장을 대중화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화된 메뉴 개발과 브랜드 런칭으로 제주 먹거리 알리기에 나선 한림문광형사업단의 노력이 한림오일장 성장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캐나다 로키의 속살을 만나다 쿠트니 로키

    캐나다 로키의 속살을 만나다 쿠트니 로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캐나다의 로키가 아니다. 과거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모인 캐나다 골드러시의 중심지였던 쿠트니 로키는 이제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독특한 겨울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00년이 넘은 알파인 마을들에서 로키의 속살을 만났다. 캐나다의 동서를 잇는 기찻길이 만나다 쿠트니 로키 여행은 크레이겔라히Craigellachie에서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동서를 잇는 기찻길,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anadian Pacific Railway는 1885년 이 작은 도시에서 완성됐다. 각각 동쪽과 서쪽에서 출발한 기찻길이 바로 이 도시에서 만난 것이다. 크레이겔라히에 오기 위해 밴쿠버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만에 켈로나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야 크레이겔라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나 먼 길을 왔지만 여전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였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캐나다를 동서로 잇는 기찻길이라니 그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180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골드러시 시대에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채굴된 각종 광물들을 옮기기 위해 설치된 이 기찻길은 아직까지도 캐나다의 주요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철로의 마지막 못이 박힌 장소는 ‘라스트 스파이크Last Spike’라는 이름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화물열차가 지나는 기찻길 옆에서 마지막 못을 박는 기념사진을 찍고, 기찻길이 지나는 모든 캐나다 주州의 이름이 적힌 기념비도 구경한다. 100년이 지나도록 수많은 이야기를 대륙을 가로질러 운반했을 기찻길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Revelstoke레벨스톡 인간과 자연이 만나 역사를 만들다 기찻길이 완성되었다는 도시를 지나 기찻길 덕분에 생겨났다는 또 다른 도시를 찾았다. 레벨스톡은 1880년대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PR가 개통되면서 형성된 도시로 도시의 이름 역시 자금난을 겪던 CPR을 구제하고 선로를 개통시킨 영국의 귀족, 레벨스톡경의 이름에서 따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열차와 광산업으로 도시가 성장했지만 레벨스톡의 자연환경은 사람들에게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겨울에는 1m가 훌쩍 넘게 쏟아지는 눈 때문에 눈을 털어내기 쉬운 양철지붕을 고집해야만 했고 높은 산에서 일어나는 눈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게 이 산간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자연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법을 점차 터득했다. 현재 레벨스톡에는 캐나다눈사태협회 본부가 설치되어 전국의 눈사태를 예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눈이 많은 환경을 적극 활용해 겨울 스포츠의 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인간과 자연이 만나 함께해 온 도시에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과자집 사이를 걷는 달달한 산책 레벨스톡은 100년이 훌쩍 넘은 도시이기에 다운타운 역시 그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여느 알파인 타운과 마찬가지로 뾰족한 지붕을 가진 과자집 모양의 주택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레벨스톡을 상징하는 그리즐리 베어의 동상이 우뚝 서서 방문객을 환영한다.마을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레벨스톡 박물관에 가보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작은 박물관은 오래된 우체국 건물을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32년째 레벨스톡에서 살고 있다는 아담한 체구의 캐시 할머니가 안내해 주시는 박물관에는 처음 미 대륙의 서부를 탐험하며 컬럼비아강을 따라 지도를 그렸던 데이비드 톰슨David Thomson의 발자취와 1920년대 캐나다의 스키점프 챔피언인 넬스 넬슨Nels Nelson의 활약상도 담겨 있다. 박물관을 나와 다운타운의 메인 거리를 걷다 보면 작은 로컬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눈이 많은 산악 마을인지라 따뜻한 커피 혹은 런던 포그London Fog 한 잔이면 차갑게 얼어붙은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런던 포그는 홍차에 거품을 많이 낸 따뜻한 우유를 넣고 바닐라 시럽을 첨가한 달달한 음료로 이 지역 커피숍에서는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저녁에는 이 지역의 로컬 맥주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레벨스톡에서 잘 보이는 커다란 설산, 마운틴 벡비Mt. Begbie의 이름을 딴 맥주는 100% 천연원료로 만드는 이 지역의 맥주이다. 빙하에서 녹아 내려온 물을 사용해선지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산악 마을에서의 식사 메뉴로는 엘크 혹은 바이슨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로컬 와인과 함께 생전 처음 먹어 보았던 스테이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레벨스톡 박물관315 First Street West, Revelstoke, BC V0E 2S0 월~금요일 10:00~17:00, 토 11:00~17:00, 일 휴무일반 CAD5, 60세 이상 & 청소년 CAD4, 가족 CAD12(12세 이하 무료)+1 250 837 3067 www.revelstokemuseum.ca Woolsey Creek Bistro600 Second St West, Revelstoke, BC V0E매일 17:00 오픈바이슨 CAD27, 엘크스테이크 CAD29www.woolseycreekbistro.ca ▶Theme Park놀라움이 가득한 유령마을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Three Valley Ghost Chateau 유령마을. 이름만 들어도 오싹해진다. 챙 넓은 카우보이모자에 가죽점퍼를 입은 백발노인이 마을 입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더욱 무서울 것이다. ‘세 개의 계곡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이름이 붙여진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는 사실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고 서 있는 3성급 호텔이다. 하지만 호텔보다 더욱 유명한 것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스트타운이다. 1800년대 후반 이후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자 번성했던 광산타운들은 유령도시가 됐다. 지역의 유지이자 유명한 수집광이었던 고든 벨Gordon Bell은 사라지는 유산들이 안타까워 크고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건물까지 수집하기에 이르렀다고. 각 지역에서 오래된 교회, 상점 건물들을 하나씩 옮겨 와 골드러시 당시의 마을을 복원하여 테마파크처럼 만들었다. 기찻길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이기에 북미에서 가장 크다는 기관고와 6개의 열차도 수집했다. 20여 개의 올드카가 시대별로 차고를 가득 채우고 있고 각각의 건물 안에는 당시에 사용되던 숟가락부터 오래된 가구까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컬렉션이 가득하다. 혹시라도 이 소중한 공간에 화재가 일어날까 염려되어 아예 타운 내에 소방서까지 마련해 둔 이 수집가의 열정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쓰리밸리 고스트 샤토 4월 중순~10월 중순 성인 CAD12, 청소년(12~17세) CAD7, 어린이(6~11세) CAD5, 가족 CAD30(5세 이하 무료) +1 250 837 2109 www.3valley.com 가이드였던 백발노인 셰인은 수집가의 오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그는 옛 기차역을 복제하여 만든 고스트타운의 입구 앞에서 나무로 만든 투박한 피리로 기차 경적 소리를 들려주었다. 달리지 않는 기차가 머무는 고스트타운의 경적 소리가 사방으로 겹겹이 둘러친 로키 산맥까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여유롭게 만나는 로키의 속살 마운트 레벨스톡 국립공원Mount Revelstoke National Park는 국립공원치고는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주변 산세와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을 따라 자리 잡은 레벨스톡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191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역사도 벌써 100년이 넘었다. 잘 관리된 도로가 산 정상까지 놓여 있어 누구나 레벨스톡에서 차를 타고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정상을 5분 정도 남겨 놓은 지점부터는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개인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한다. 그 때문에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타고 올라가거나 20분 정도의 트레킹을 해야만 했다. 바늘같이 뾰족하게 솟은 침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촘촘하게 뻗어 있는 사이로 짧은 산책을 했다. 아침의 공기가 갓 떠 놓은 약수처럼 아삭했다. 코로 한껏 들이마시니 겨울 냄새가 났다. 곧 하얗게 눈이 덮일 것만 같은 느낌. 해발 1,933m의 정상에 올라가니 산불을 관찰하기 위한 작은 관망대가 있다. 레벨스톡산 정상에서 보는 로키 산맥은 평평하고 넓으며 각 산맥의 봉우리들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해발 2,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에는 천년만년 녹지 않는 빙하가 있다. 또 다른 국립공원인 글래시어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의 새하얀 봉우리가 레벨스톡산 정상에서 바라다보인다. 빙하를 따라 시선을 조금만 내려 보면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고스란히 땅을 드러내고 있는 알파인 그리고 침엽수들이 대부분인 서브알파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쿠트니 로키 지역은 고산 초원지대Alpine Meadow가 많아 가파른 코스를 피해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따뜻한 계절에는 초원 가득 피어나는 야생화가 아름다워 세계 각지의 하이커들과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마운트 레벨스톡 국립공원 국립공원은 1년 내내 개방하지만, 몇몇 구간과 안내시설은 눈이 많은 10월에서 5월 사이는 운영하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매일 업데이트되는 홈페이지의 트레일 컨디션 리포트Trail Condition Report를 확인하자. 어른 CAD7.8, 어린이 CAD3.9, 가족(최대 7인) CAD19.6 +1 877 737 3783 www.pc.gc.ca(‘Mount Revelstoke National Park’ 검색) ●Nelson넬슨 깊은 산 속 작은 샌프란시스코 “곧 미니사이즈의 골든게이트브릿지가 보일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말 ‘금문교’가 나타났다. 호수가 좁아지는 길목을 연결하는 커다란 오렌지색 다리는 크기도, 색깔도, 모양도 샌프란시스코의 그것과 닮았다. ‘커다란 오렌지색 다리Big Orange Bridge’를 줄여 ‘밥B.O.B’이라고 불리는 이 다리는 넬슨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히피들의 성지라는 별명을 가진 넬슨은 쿠트니 로키에서 가장 젊고 예술적인 도시로 유명하다.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찾고 싶어질 넬슨의 다운타운에는 크고 작은 아트숍, 캐나다의 현대 팝이나 포크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 중고 책이나 음악CD 등을 판매하는 오래된 서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는 넬슨을 가장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전거 투어. 그냥 자전거보다는 오르막길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핸들의 버튼만 눌러도 앞으로 쌩 나가고 오르막길에서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니 타는 재미가 있다. 넬슨 자전거 투어의 백미는 호수를 따라가는 자전거 길이다. 넬슨의 랜드마크인 밥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푸른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는 캐나다 가족도 만나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카약 등 수상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넬슨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다. 예술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넬슨은 독특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두 베이커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베이커 스트리트의 한 카페에서 발견한 빙고게임이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설명해 준다. 길 쪽으로 난 테라스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며 빙고판에 적힌 장면을 볼 때마다 체크해서 빙고를 만드는 게임이다. 빙고판에는 요가매트, 머리를 묶은 남자, 깃털귀걸이, 음악페스티벌 입장권 팔찌 등 지극히 히피스러운 장면들이 담겨 있다. 쿠트니 로키에 살고 있다는 가이드 앤디에게 이 빙고판을 보여 주자 넬슨의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며 웃는다. 넬슨은 넬슨만의 매력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도 존중받을 수 있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매력. ▶Hotel유령과 함께하는 파티의 밤 흄 호텔Hume Hotel 넬슨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으스스한 매력이다. 지하묘지가 있다는 소문부터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는 오렌지색 다리를 건너자마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흄 호텔로 이어진다. 무려 1898년에 만들어져 100년이 넘은 호텔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물론 보수와 개조를 거쳐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는 않지만, 벽돌로 만들어진 벽난로와 오래된 엘리베이터, 미로처럼 뻗어 있는 비밀통로들이 세월을 드러낸다. 이러한 호텔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흄 호텔에서는 가끔 손님들을 위해 호텔 곳곳에 숨겨진 비밀의 방들을 둘러보는 유령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숫가를 따라 운행되는 오래된 트램은 1년에 한 번 핼러윈 때가 되면 유령 트램으로 변신한다. 넬슨에서 활동하는 ‘초자연적현상연구회’는 핼러윈마다 넬슨 시내를 돌아다니며 각 명소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령 투어를 진행한다. 흄 호텔 422 Vernon Street, Nelson, BC V1L 4E5 +1 250 352 5331 www.humehotel.com ●Heli-skiing & Cat-skiing차원이 다른 겨울스포츠의 천국 쿠트니 로키의 겨울스포츠는 차원이 다르다. 잘 다져진 스키 슬로프와 곤돌라가 아닌, 아무도 없이 고요한 설원 한가운데, 자연이 만들어 놓은 슬로프를 따라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쿠트니 로키는 캐나다에서도 헬리스키Heli-skiing와 캣스키Cat-skiing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슬로프 없는 곳에서 내려오는 백 컨트리 스키가 더욱 일상적인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하얀 설산, 헬리스키 헬리콥터를 타고 설산을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헬리스키는 모든 스키어의 로망이다. 처음 헬리스키에 대해 상상했을 적엔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에서 본 것처럼 헬리콥터에서 직접 뛰어내려야 하나 하고 걱정을 했지만 그건 오해였다. 아직 스키 시즌이 아니라 헬기투어만 하고 돌아왔지만,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로키 산맥 사이를 날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실제 헬리스키를 하게 되면 소복하게 쌓인 눈 위로 헬리콥터가 착륙할 때 날리는 눈보라의 장관도 멋지지만 헬리콥터에서 내린 후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다가 헬리콥터가 사라지면서 찾아오는 설산의 고요함을 만나게 된단다. 쿠트니 로키에는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헬리스키 코스가 있다. 망설여지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그룹의 크기별로 다양한 헬리콥터가 있어서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단다. 신개념 스키여행, 캣스키 캣스키는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로 캣Cat이라고 불리는 설원용 전동차를 타고 산을 올라 백 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것이다. 최대 14명 정도의 스키어가 탈 수 있는 이 전동차 내부에는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캣스키의 장점은 한 번 나가서 여러 코스를 돌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한 번 출동하면 코스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3~4회 정도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캣스키의 가장 큰 장점은 헬리스키처럼 자연의 설산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 더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할 수 있기에 금액을 나눠서 부담하기도 좋다. 다른 코스로 이동하는 시간에 차 안에서 따뜻한 음료도 즐길 수 있으니 더욱 좋다. ▶Tip쿠트니 로키에서 스키 즐기기 뭉치면 더 즐거운 스키 타기쿠트니 로키에는 스키 리조트가 많고 각각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다. 차를 렌트한다면 이동이 어렵지 않으니 일정 내내 하나의 리조트에 있기보다는 여러 개의 리조트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슬로프를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헬리스키나 캣스키를 탈 때는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과 그룹을 만드는 것이 좋다. 실력이 비슷해야지만 그에 알맞은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모두 함께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가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이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스키를 떠나기 전 가이드와 원하는 일정과 코스를 충분히 상의하자.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노천온천 쿠트니 로키는 겨울스포츠만큼이나 노천온천도 유명하다. 낮에는 설원에서 겨울을 만끽하고 밤에는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스키 리조트 근처에는 온천 리조트가 있으므로 둘 중 한 곳에 묵으면서 오고가면 된다. 스키를 타지 않아도 괜찮아, 헬리투어 꼭 스키를 타야지만 헬리콥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봉우리 가까이로 다가가 빙하를 구경할 수 있는 헬리투어는 쿠트니 로키의 아름다운 광경을 하늘 위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겹겹이 둘러싼 산맥 사이로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맑은 호수와 작은 마을들은 마치 장난감 세상을 둘러보는 듯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파일럿이 전해 주는 산 봉우리에 얽힌 전설이나 마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30~4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travel info AIRLINE쿠트니 로키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알버타주, 그리고 미국과 경계가 맞닿아 있다. 밴쿠버 혹은 캘거리에서 켈로나 혹은 크랜브룩으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넬슨을 방문하고 싶다면 밴쿠버에서 캐슬가로 가는 방법이 제일 가깝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에어캐나다가 인천-밴쿠버 직항편을 운행 중이다. TRANSPORTATION캐나다횡단고속도로Trans-Canada Highway 1번이 캐네디언 퍼시픽 레일웨이CPR: Canadian Pacific Railway를 따라 쿠트니 로키를 지나간다. CPR은 화물열차로만 운영되고 있어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며, 적설량이 많을 때를 제외하면 도로 사정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카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캐나다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루트라 이용이 쉽고 가격도 무료다. CAFE오소 네그로Oso Negro커피 로스터이자 카페인 오소 네그로는 이 커피맛을 찾아 쿠트니 로키 곳곳에서 원두를 사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 독특한 구조의 정원과 건물 장식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단델리온 라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료로 민들레 가루를 넣은 라떼다. 604 Ward Street, Nelson, BC osonegrocoffee.com/cafe 에스프레소 CAD2, 민들레라떼 CAD2.75 HELI-TOURS하이 테라인 헬리콥터High Terrain Helicopters넬슨의 외곽에 비행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코카니 빙하Kokanee Glacier와 발할라 마운틴Valhalla Montain 투어를 할 수 있다. 4인승 작은 헬리콥터부터 10인승의 헬리콥터까지 여러 대를 구비하고 있으며 벌써 25년째 운영 중인 베테랑이다. 3인부터 탑승이 가능하며 가격은 30분 투어에 1인당 CAD199부터다. www.htheli.com SKI RESORT레벨스톡 마운틴 리조트Revelstoke Mountain Resort레벨스톡 시내와 가깝고, 가장 최근에 생긴 편이라 신식 시설을 갖춘 스키 리조트다. 52면의 스키 슬로프가 존재하고 가장 긴 슬로프는 15.6km에 달한다. 해발 1,713m까지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는 데다 산을 둘러싸고 내려오는 완만한 슬로프가 있어 초보자도 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레벨스톡에서는 거의 2,000km2에 달하는 대지에서 헬리스키나 캣스키를 즐길 수 있다. 2950 Camozzi Rd, Revelstoke, BC +1 250 814 0087 www.revelstokemountainresort.com HOT SPRING할씨온 핫스프링 Halcyon Hot Springs로키 산맥과 호수를 비경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노천온천은 굉장히 로맨틱하다. 온수 자쿠지가 두 개, 냉수 자쿠지가 하나 있으며 커다란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온천을 즐길 수 있으며 탈의실과 샤워실도 크고 넓다. BC-23, Nakusp, BC +1 250 265 3554 www.halcyon-hotsprings.com 아인스워스 핫스프링Ainsworth Hot Springs산 중턱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인스워스 리조트의 온천은 동굴이 있어 독특하다.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동굴 속에 온천을 만들었기에 스팀이 빠져나가지 않아 더욱 따뜻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1회 입장권 혹은 하루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3609 Highway 31. Ainsworth Hot Springs, BC +1 250 229 4212 www.hotnaturally.com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윤지민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keepexploring.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③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두 타이완 기록자의 일기③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그 남자의 일기 골목길 위에서 다시 만난 타이완 벌써 몇 번째 타이완 여행인지? 그럼에도 또다시 타이완으로 향한 이유는 새로운 기대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타이완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는 골목길을 만났다. ●옛 거리 타이완의 북쪽에 위치한 수도 타이베이. 17세기부터 유입된 한족들이 18세기 초 단수이강을 중심으로 터전을 잡고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1875년 타이중에 있던 타이완부臺灣府를 타이베이로 옮기면서 타이완 제1의 도시가 되었다.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타이베이의 100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 그 모습을 만나기 위해 ‘따시 라오제’와 ‘싼샤 라오제’를 찾아갔다. 100년 전 흔적 속을 걷다 따시 라오제Daxi Old Street 따시 라오제는 타이베이 인근 타오위안에서 가장 먼저 발전한 따시라는 지역에 형성된 100여 년 역사의 옛 거리다. 무역으로 번성했던 시절을 반영이라도 하듯 바로크양식의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긴 세월 동안 거리의 상점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겠지만 건물 건축 당시에 상부에 새긴 간판은 100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참 독특하다. 이곳의 특산물은 말린 두부 ‘또우깐’으로, 거리 곳곳에 두부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또 예로부터 목각인형 산업이 발달한 곳이어서 장난감 가게도 많다. 음식점, 기념품, 장난감 가게가 주를 이루는 골목 끝에 다다르면 100년 전 무역항의 역할을 했을 강변을 따라 카페들이 자리해 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타이베이역에서 열차를 타고 타오위안역 하차. 버스터미널에서 ‘츠후慈湖선’ 또는 ‘샤오우라이小烏來선(휴일에만 운행)’을 타고 따시 라오제에서 하차 매력이 철철, 늘 붐비는 옛 거리 싼샤 라오제Sansia Old Street 싼샤 라오제는 청나라 때 형성된 타이완의 대표적 옛 거리. 이곳 역시 강을 통한 무역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바로크양식의 지붕을 얹은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이 거리는 이색적이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타이완의 영화, 드라마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길이 뻗은 모양이 마치 활처럼 굽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청나라 때의 번화가나 시장 거리는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직선보다 곡선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약 100개의 상점이 과거 모습 그대로 아직도 영업 중이다. 각종 먹거리, 기념품, 전통 소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늘 많은 인파로 붐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찐니우자오金牛角’라는 황소 뿔 모양의 빵.지하철MRT 징안景安역 하차. 908번 버스로 갈아탄 뒤 싼샤에서 하차 ●문화의 거리 타이베이에는 아직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의 거리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두 곳이 ‘잉꺼 도자기 마을’과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줄 만한 곳들이다. 타이완의 도자기 굽는 마을 잉꺼 도자기 마을Yingge Ceramics Town 타이완 도자기의 본고장이자 최대의 도자기 마을이다. 오래전부터 도자기를 굽던 마을로 잘 정비된 거리 곳곳에 도자기 전문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생활용품, 기념품, 예술품, 장식품, 골동품 등 다양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여럿이다.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할 만큼 볼거리, 살거리, 체험거리가 풍부하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옛날 도자기 가마 또한 이색적인 볼거리다.타이베이역에서 열차를 타고 잉꺼鶯歌역 하차 오래된 창고에 예술가들이 모였다 화산1914창의문화원구Huashan 1914 Creative Park 1914년에 지어져 1987년 문을 닫기까지 타이완 최대의 양조장으로 운영되었다가 수년간 방치되었던 공간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실, 카페,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오래된 건축물과 최신 트렌드의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 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메인광장에선 시시때때 문화 공연들이 펼쳐지고, 골목 곳곳에서도 거리 공연들이 벌어진다. 오래된 창고 건물이 주는 독특한 건축미 때문에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지하철MRT 중샤오신셩忠孝新生역 ●야시장 외식을 즐기는 타이완 사람들의 습관에서 시작한 야시장 문화는 시내 곳곳에 수많은 야시장을 형성했다. 타이완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야시장 투어는 타이완 여행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시장은 보통 해가 떨어지면 좌판이 깔리기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영업을 한다. 타이완 최대 야시장의 위엄 스린 야시장Shilin Night Market 타이베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시장. 타이완에서도 최대의 야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넋을 잃고 다니다간 길을 잃기 십상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미로처럼 복잡하다. 수많은 갈래의 야시장 골목길에는 값싸고 다양한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스린 야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닭튀김 ‘지파이’, 파인애플파이 ‘펑리수’, 큐브스테이크, 치즈카스테라 등이다. 지하철MRT을 타고 젠탄劍潭역에서 하차 현지인들이 더 좋아하는 야시장 라오허제 야시장Raohe Street Night Market 타이베이에서 스린 야시장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야시장이다. 관광객들이 많은 스린 야시장과 달리,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현지인이다. 스린 야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밀조밀한 골목 사이로 빽빽하게 늘어선 좌판이 그야말로 야시장 본연의 모습이다. 이곳의 유명 먹거리는 ‘화덕만두’. 화덕만두를 사기 위해 선 줄이 시장 입구를 막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버터소보루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스린 야시장의 대표 메뉴인 지파이, 큐브스테이크를 이곳에서도 맛볼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타이완 전통 야시장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스린 야시장보다 라오허제 야시장이 더 적합하다. 지하철MRT을 타고 쑹산松山역 하차 ●젊음의 거리 타이베이에도 서울의 명동, 홍대입구 같은 젊음의 거리가 있다. 타이완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을 만날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 타이베이의 명동 시먼딩Ximending타이베이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번화가다. 유명 브랜드 매장은 물론 맛집과 각종 숍들이 즐비하다. 일본 식민지 시절인 1908년에 지어진 타이베이 최초의 극장 ‘시먼 홍로우’도 이곳에 자리해 각종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먼딩에 갔다면 ‘핫스타 지파이’의 닭튀김, ‘아종면선’의 곱창국수, ‘삼형제빙수’의 망고빙수는 꼭 맛봐야 한다. 지하철MRT 시먼딩西門町역 하차 아기자기한 찻집이 빼곡 중산Zhongshan 카페거리 타이베이 교통의 요충지인 중산역 인근은 골목골목 카페가 빼곡한 ‘타이완의 삼청동’이라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예쁜 찻집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중심에 자리한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에는 타이완 버블 밀크티의 원조로 통하는 타이중의 ‘춘수당’ 분점이 자리하고 있다.지하철MRT 중산中山역 하차 딘타이펑 본점이 이곳에 융캉제Yong Kang Street 타이베이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맛집이자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 중 하나인 ‘딘타이펑’. 그 본점이 바로 융캉제 거리에 자리해 있다. 딘타이펑 본점은 식사시간만 되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밖에도 타이완의 3대 망고빙수집 중 하나인 ‘스무시하우스’와 파인애플파이 ‘펑리수’가 맛있기로 유명한 ‘선메리베이커리’도 자리하고 있다. 지하철MRT 똥먼東門 역 하차 딘타이펑 본점 타이베이 융캉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레스토랑 ‘딘타이펑’은 젓가락으로 쿡 찔러 구멍을 내면 좌르르 흐르는 육수와 함께 간장에 살짝 담근 생강채를 올려 먹는 ‘샤오롱바우’가 유명하다. No. 194, Section 2, Xinyi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평일 10:00~21:00 주말 9:00~21:00 +886 2 2321 8928 www.dintaifung.com.tw ▶travel info Taiwan 자유여행자의 든든한 친구, 내일투어 금까기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정을 자유여행으로 꾸민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유’롭지만 동시에 수많은 체크리스트를 모두 직접 채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체크리스트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다! 모두가 자유여행을 꿈꾸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모든 일정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고, 일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어려워서다. 엉망진창의 일정으로 여행을 망쳐 버릴 수는 없는 법. 내일투어의 자유여행 브랜드인 금까기를 선택한 것은 이번 여행의 신의 한 수였다. 여행자마다 따라 붙는 여행 코디네이터는 한 명 한 명의 일정을 고려해 예약을 도와주고, 일정을 추천해 준다. 인터넷 창을 수십개 띄워 놓고 항공가와 호텔가를 비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 추천일정은 그야말로 추천일정이니 여행자의 마음대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전문가의 조언이 있으니 자신감이 붙는 건 당연지사. 금까기 홈페이지에서 현지투어를 미리 선정해 놓으면 예약 시간에 맞춰 미팅 장소에 나가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도 갖췄다. 타이완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투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까기 페이지에서 모든 여행의 모든 구색을 맞출 수 있다. 02 6262 5000 www.naeiltour.co.kr AIRLINE타이완 국적 저가항공사LCC인 ‘브이에어V Air’는 2015년 8월 말 부산-타이베이 노선에 신규취항했다. 현재 주 4회(월·수·금·일요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타이베이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화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등이 운항 중이다. FOOD푸항또우장Fu Hang Dou Jiang타이완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또우장’은 일종의 콩국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맛이 아주 담백하고 고소하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또우장 식당인 ‘푸항또우장’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실제로 2층에 있는 식당까지 이어진 줄이 1층까지 이어져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다림 끝에 맛본 또우장과 화덕에 구운 빵 ‘허우빙’, 길쭉한 튀김빵 ‘요티아오’의 맛은 감동이었다. No.86-108, Section 1, Zhongxiao East Roa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886 2 2392 2175 05:30~12:30, 월요일 휴무 또우장 TWD25, 요티아오 TWD22부터, 허우빙 TWD28부터 HOTEL가오슝 앰버서더Ambassador Hotel Kaohsiung아이허강과 바로 인접한 앰버서더는 가오슝에서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호텔로 유명하다. 객실에 들어서면 유유히 흘러가는 아이허강과 멀리 가오슝 항구가 내려다보인다. 장점은 결국 아이허강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노곤한 아이허강의 밤 분위기에 흠뻑 취해도 횡단보도만 건너면 호텔이니 느긋하게 취기를 즐길 수 있다. 202 Min Sheng 2nd RD., Kaohsiung City +886 7 211 5211 www.ambassadorhotel.com.tw 타이베이 시티호텔Taipei City Hotel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비교적 저렴한 숙박요금에 비해 객실과 조식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호텔 맞은편에는 대형마트가 있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닝샤 야시장이 위치해 있다. 모든 객실에서 무료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 No.172, Sec. 2, Chongqing N.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886 2 2553 3919 www.taipei-hotel.tw/ko-kr 홈호텔Home Hotel클럽, 바, 레스토랑이 밀집한 신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호텔에서 두세 블록 거리에 영화관과 백화점도 있다. 위치는 100점이지만 방음시설은 50점이다. 밤늦게까지 클럽 소음이 울려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다. No. 90, Songren Rd, Xinyi District, Taipei City +886 2 8789 0111 www.homehotel.com.tw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차민경 기자, Travie writer 김봉수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000타이완관광청 www.taiwan.net.tw, 브이에어 www.flyv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겨울이 시샘할까 봄 마중 가는 길

    겨울이 시샘할까 봄 마중 가는 길

    겨울철, 추운 날씨에 꼼짝하기 싫다. 볼거리도 빈약하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 그저 을씨년스러운 풍경들이 전부다. 그렇다고 겨우내 구들장만 지고 있으랴. 이럴 때는 걷기가 최고다. 운동량이 부족한 겨울에 딱이다. 서너 시간 걷다 보면 정신도 맑아진다. 한국관광공사에서 2월에 걷기 좋은 길 10곳을 추천했다. 전체 코스는 관광공사 걷기안내 사이트(koreatrails.or.kr)에 잘 나와 있다. ●‘소나무 숲길’ 북한산둘레길 1코스(서울 강북구) 소나무 숲길로도 불린다. 전체적으로 완만해 트레킹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우이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시작한 길은 맑은 약수 흐르는 만고강산을 지나 1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는 솔밭근린공원에 이른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신령스럽기까지 한 소나무가 즐비한 이 구간에 들어서면 강렬한 송진 향이 온몸을 감싼다. 거리는 우이령 입구부터 3.1㎞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시설과 둘레길운영팀 (02)900-8085. ●갈대밭·호수 따라…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대전 동구) 갈대밭과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다. 마산동 삼거리에서 신상동 오리골까지 12.5㎞ 정도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6시간 남짓. 마산동 삼거리 ‘할먼네집’ 쪽에서 길을 시작해 추동 방면으로 500m 걸어가다가 샛길로 들어서면 너른 호수가 펼쳐진다. 이어 S자 모양의 갈대밭이 펼쳐진다. 4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가래울마을의 추동습지공원, 주산동의 송기수 사당, 신선바위, 황새바위 등도 볼거리다. 대전마케팅공사 개발사업팀 (042)869-5163. ●‘영남알프스 핵심’ 하늘억새길-1코스 억새바람길(울산 울주군) 배내골을 중심으로 재약산, 천황산, 신불산, 영축산 등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핵심을 모아 놓은 대표적인 길로 간월재, 신불평원, 사자평 등의 억새 명소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총 4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그중 대표 코스가 1구간 억새바람길이다. 거리는 4.5㎞,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간월재를 출발해 신불산과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까지 간다. 영남알프스의 주능선을 걷는 코스다. 울주군 산림공원과 (052)229-7872~5. ●평창 자연 즐기며… 효석문학100리길 1코스 ‘문학의 길’(강원 평창) ‘효석문학100리길’은 가산 이효석(1907~1942)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허생원 일행의 여정을 따라 아름다운 평창의 자연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전체 5개 코스 가운데 1코스 ‘문학의 길’에 이효석의 문학적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장돌뱅이와 성씨 처녀가 정을 나눈 물레방앗간, 이효석생가마을 등을 둘러본다. 2월이면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얀 메밀꽃은 없지만 설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1코스 거리는 7.8㎞,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평창군관광안내센터 (033)330-2771. ●해안선 따라… 대부해솔길 1코스(경기 안산) 대부도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전체 길이 74㎞ 가운데 방아머리에서 돈지섬안길까지 이어진 1구간이 특히 인기다. 해변을 따라 걷다 야트막한 북망산에 오르면 영종도, 인천대교, 송도신도시, 시화호 등이 펼쳐진다. 바다 위로 샘솟는 구봉약수터에서 샘물을 마시고 걷다 보면 바다와 갯벌이 연이어 펼쳐진다. ‘개미허리 다리’로 연결된 ‘낙조전망대’에선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1구간 길이는 11.3㎞. 4시간쯤 걸린다. 안산시 관광과 (031)481-3406~9. ●남녀노소 오가기 쉬운 ‘산막이옛길’(충북 괴산)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4㎞를 걷는다. 한 시간쯤 걸린다. 옛길엔 대부분 목재데크가 깔렸다. 괴산댐 주변을 휘휘 돌아가기 때문이다. 된비알이 없어 오가기도 쉬운 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산막이 마을이 있는 칠성면 사은리 일대는 예부터 유배지였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었다. 지금도 댐 주변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아 싱그러운 바람과 맑은 물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괴산군 문화관광과 (043)830-3451~6. ●전해오는 전설 들으며… 구불길 8코스 고군산길(전북 군산) 구불길은 모두 11개 코스로 나뉜다. 비단강길, 구슬뫼길, 탁류길 등 대부분은 뭍에 있는 데 반해 고군산길은 선유도에 조성돼 있다. 고군산군도의 빼어난 자연을 감상하고 선유도, 대장도, 무녀도에 전해지는 전설을 들으며 걸을 수 있다. 8코스의 전체길이는 14㎞다. 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들머리는 선유도 선착장이다. 오룡묘를 지나 대봉전망대에서 고군산군도 전경을 감상한 뒤, 대장도와 장자도를 거쳐 다시 선유도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군산시 관광진흥과 (063)454-3336. ●‘해안절벽 백미’ 금오도-비렁길 1코스 (전남 여수) 금오도는 여수에서 불과 25㎞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도 절해고도의 풍모를 지닌 섬이다. 특히 웅장한 해안절벽이 백미다. ‘비렁길’은 이 같은 금오도의 숲과 바다, 기암절벽을 따라 걷도록 설계됐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다. 군데군데 높낮이는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비렁길 전체 길이는 18.5㎞다. 이 가운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1코스는 5㎞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함구미 마을을 출발해 미역널방, 신선대를 거쳐 두포마을로 나온다. 여수시 관광과 (061)690-2036. ●‘블루로드’ 해파랑길 21코스(경북 영덕) 영덕블루로드 B코스라고도 불린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동해안을 따라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 길이의 걷기길이다. 각 지자체에서 조성한 길과 겹치는 구간이 대부분인데, 그 가운데 영덕에서 조성한 ‘블루로드 B코스’에 해당되는 구간이 해파랑길 21코스다. 돌미역이 유명한 노물항, 낚시로 이름난 경정리, 대게원조 마을 등 걷는 내내 빼어난 풍경이 따라온다. 해파랑길 21코스 길이는 12.3㎞로 4시간 30분쯤 소요된다. 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514. ●해안 풍경 한눈에… 제주올레길 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제주 서귀포) 제주올레의 여러 코스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 길이다. 제주에서도 해안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지역을 따라 걷는다. 시흥초등학교를 출발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손에 잡힐 듯하고, 조각보를 펼친 듯한 들판과 바다도 한눈에 들어온다. 종달리 옛소금밭, 성산일출봉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광치기해변에서 다음 코스로 바통을 넘긴다. 1코스 전체길이는 15㎞다.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주올레 콜센터 (064)762-2190.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한국쌀 중국 가던 날… 군사작전 같았던 150일간의 뒷이야기

    한국쌀 중국 가던 날… 군사작전 같았던 150일간의 뒷이야기

    “실사단 5분 내 도착.”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2시 13분. 농림축산식품부 대중국 쌀 수출 추진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의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카톡’ 신호음이 울렸다. 팀원들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는 광복영농조합의 쌀 가공공장에 집결해 있었다. 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중국 쌀 수출의 마지막 관문인 중국 실사단의 가공시설 현지 실사를 앞뒀기 때문이다. 남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지만 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을 넘어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살펴봅시다.” 전병순 광복영농조합 대표가 채근하자 15명의 직원은 잽싸게 공장 구석구석을 다시 살폈다. 정확히 5분 뒤 중국 실사단이 도착했다. 이들은 TF 팀원과 직원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공장 안으로 직행했다. 실사단 3명은 공장 안을 그야말로 ‘이 잡듯이’ 뒤졌다. 조합 직원 최성현씨는 “군대 시절 군사령관 부대 방문 준비, 그 이상이었다”며 “실사 직전 청소하다가 창틀을 닦으면서 직원들과 ‘설마 여기까지 보겠느냐’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는데, 실사단 한 명이 진짜 창틀을 손으로 문질러 보더라”고 말했다. 실사단은 공장을 샅샅이 뒤진 뒤 나락이 브랜드 계량 시스템, 진동체 선별기, 자동 현미기 등을 거쳐 백미와 현미로 분류되고 다시 포장돼 운반 로봇을 이용해 옮기는 모든 과정을 확인한 후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 대표와 직원들, TF팀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전 대표는 “중국 실사단이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이 시스템도 함께 수출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봤다”며 “그전에 세 번이나 국내 점검단과 모의고사를 치렀지만 긴장감을 떨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전국 6개 쌀 가공공장에서 모인 중국 수출용 쌀이 전북 군산항에서 처음으로 선적된 29일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리 쌀의 빠른 수입 허용을 요청한 지 정확히 150일째 되는 날이다. 일본 쌀의 중국 수입 허용에는 5년이 걸렸다. 그것도 수출용 가공공장 지정은 단 한 곳에 그쳤다. 중국과의 농식품 수입 검역 협상이 어렵고 기준도 까다롭다는 뜻이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노규진 주무관은 “중국은 우리와 달리 쌀 수입을 ‘농산물’이 아니라 ‘식품’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통념과 달리 중국 측은 식품에 대해 아주 높은 수준의 검역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9년째 넘지 못하고 있는 만리장성 같은 중국과의 검역 협상과 기준 통과를 위한 4개월은(검역 절차가 완료된 것은 지난 13일이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우리 정부는 2009년부터 중국 측에 쌀 수입을 허용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검역 당국 간 수차례에 걸친 협의, 양국 농업장관회의 및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수입 허용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뒤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2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의 쌀 수입 허용 요청에 화답하고 난 뒤 중국 쪽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면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관심 사항이 되고 난 뒤 소극적으로 ‘튕기기’를 반복했던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다음달이었던 지난해 10월 15일 중국이 먼저 ‘쌀 수출 검역 기본 요건(안)’을 제시하며 같은 달 31일에 열릴 관계 장관급 회담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고 제안해 왔다. 6년 넘게 애만 태우게 했던 중국의 태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달 만에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쌀 수출 작전’이 시작됐다. 시 주석은 ‘대국적 풍모’를 보였지만 실제 중국 협상단이 제안한 검역 요건은 까다로웠다. 기존에 수입을 허용한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검역 요건과 비슷한 안을 들고 와서 우리 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수출 전 30일 동안 병해충 발생 예찰(예비검사) 등 수출 경작자나 쌀 가공공장에서 이행이 어려운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마라톤협상으로 중국을 끌고 들어갔다. 10월 21일부터 2박 3일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실무진 협상은 서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매일 저녁식사를 거른 채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당시 협상팀은 “쌀을 수출하겠다면서 저녁밥도 못 먹다니…”, “밥도 못 먹고 협상하는데, 중국이 반드시 우리 쌀로 밥을 짓게 해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결국 다른 나라보다 완화된 요건을 관철시켰다. 그 결과 정미만 수출할 수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현미, 정미, 절미(낟알이 깨져서 토막 난 쌀)까지 중국에 수출하게 됐다. 또 우리는 일본이 매주 실시해야 하는 가공시설 해충 예찰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훈증제 침투가 가능한 통기성이 있는’이라는 복잡한 조건의 포장재를 써야 하지만 우리는 그저 ‘깨끗한’ 포장재만 쓰면 된다. 이와 함께 일본은 수출 직전 검역을 중국 검역관에게 받았지만 우리는 우리 검역관이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10월 31일 장관급 회담에서 이런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양보를 거듭했던 중국 측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품목의 수입을 허용할 때는 해당 농산물을 선별, 가공, 포장하는 시설을 지정하고 승인하는 것을 수출국의 검역 당국에 맡기고 수입국은 그 결과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중국 검역 당국은 수입하는 쌀을 가공, 보관하는 시설을 직접 현지 점검한 뒤 최종 승인하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MOU 체결 직후 TF팀을 꾸리고 쌀 수출 가공공장 선정, 무역·유통업체에 수출 절차 안내, 상표 붙이기 작업 등 사전 수출 준비에 돌입했다. 전국 각지의 60개가 넘는 쌀 가공공장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6군데 업체가 선정됐다. TF팀은 올해 1월 수출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6개 공장 전원 지정·승인을 목표로 세운 뒤 서둘러 움직였다. 탈락하는 공장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중국 측에 “상대평가를 하지 말고 양국이 합의한 검역 요건을 이행하는 데 적합한지를 절대평가로 하자”고 수차례 요청해 예봉을 꺾었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공장 진입로나 주변 조경 개선을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탰다. 세 번의 자체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실사 전까지 개선 및 보완을 끝냈다. 실제 실사와 비슷한 예행연습도 했다. TF팀은 중국 측에 제공하는 모든 자료를 중국어로 작성하고 브리핑 역시 중국어로 했다. 콧대 높은 중국 측도 이런 세심한 배려에 “감명 깊었다. 최대한 신속히 승인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사 과정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 TF팀 및 6개 공장의 ‘카톡망’도 구축했다. 결국 중국 검역 실사단은 모든 공장을 돌며 “유즈”(優質·최상)라는 감탄사를 연신 퍼부었고 6개 공장이 모두 지정·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29일 군산항에서 열린 합동 수출식에 참가한 전 대표는 “이번에 나가는 쌀은 5t이지만 50t, 500t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며 “농촌이 힘들고 벼농사가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힘들고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야 할 길의 첫 발걸음을 뗀 날이 오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선적된 우리 쌀은 중국인들이 주로 먹는 ‘훅 불면 날아가는 쌀’인 안남미나 중국 동북 지방에서 생산되는 쌀 가격의 3~5배에 달하는 고급 제품이다. 값은 비싸지만 중산층 이상을 주요 타깃으로 중국의 백화점과 현지 롯데마트, 알리바바 등 온라인몰, TV 홈쇼핑 등을 통해 팔리게 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서대문구 연희맛길

    [서울 핫 플레이스] 서대문구 연희맛길

    다양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매력적인 거리가 있다. 평범한 주택가로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 찾는 이의 취향을 저격하는 장소가 숨어 있다. 여기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맛길’이다. 연희맛길은 요즘 떠오르는 데이트 코스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품격이 있는 핫플레이스로 빠르게 소문을 타고 있다. 예전에는 각종 모임과 회식에 적합한 식당 몇 곳이 전부였지만 다양한 종류의 맛집과 카페, 옷가게, 공방 등이 모여들며 방문객도 ‘아저씨’에서 ‘아가씨’로 바뀌고 있다. 연희동은 1970년대 초부터 주택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평지에는 고급주택이, 고지대에는 시민아파트가 세워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모이게 되면서 평창동, 한남동, 성북동 등과 함께 부촌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식당들이 하나둘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작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각종 카페가 터를 잡으면서 골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조용한 동네를 원하던 일부 주민들은 이 때문에 떠나기도 했지만, 상권이 살아나며 환호하는 주민들이 더 많다. 연희새마을금고의 정혜연(81) 이사장은 이 같은 연희동의 변화상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그는 연희동에서만 50여년을 살며 서대문구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만난 정 이사장은 “논밭이었던 곳에 주택가가 들어서고 이젠 상권이 형성돼 젊은이들이 찾으니 ‘상전벽해’를 느낀다”면서 “20~30년 전부터 서대문구청을 중심으로 호화판의 신식 건물 짓기가 아닌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이 추진됐는데, 이것이 연희동만의 특색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연희동의 상권 형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다만, 질 낮은 상업지역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특색과 품격, 정(情)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희맛길은 대로변 안쪽 800m 구간의 맛집거리와 그 뒷골목의 카페거리로 이뤄져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연희맛길에는 한·중·일식 등 99개의 음식점과 52개의 카페, 제과점, 옷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합하면 150여곳에 이르지만, 그중 소위 ‘그저 그런’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 있는 맛집과 이색적인 식당,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주를 이룬다. 단순한 도심 번화가와 달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종로 삼청동 같은 ‘느낌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희맛길에는 그 이름만큼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연희 칼국수’는 초창기 연희동 상권을 조성한 식당 중 하나다. 식당은 커졌지만 담백한 맛은 그대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던 꼬마 손님들이 옛 맛을 잊지 못해 성인이 되어 다시 아이들을 데려온다. ‘거북이집’, ‘한씨옥’ 등 한정식 음식점들은 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을 식당으로 개조, 연희동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화교들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곳곳에 형성된 중식당들도 연희맛길의 명성을 더한다. 레몬닭고기가 유명한 ‘이화원’,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목란’ 등이 있다. 연희맛길 사이사이에 난 작은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작은 옷가게와 공방,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테이블 3~4개로 규모는 작지만 속은 알차다. 눈길을 끌 만한 독특한 소품과 옷들이 많다. 백미는 역시 카페다. 저마다 개인이 직접 연구, 개발해 선보이는 독특한 식음료와 디저트를 자랑한다. 커피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마호가니’와 ‘메뉴팩트 커피’, 서구 유학파 1세대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웅장한 건물의 ‘에스프레소 하우스’, 떡볶이를 파는 이색 카페 ‘구띠몽’ 등이 있다. ‘더 플레이트’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고품격 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호텔 15년 경력의 VIP 디저트마스터 정상균 셰프가 직접 개발한 특별한 디저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꼽는 명소는 따로 있다. 연희맛길 중앙에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다. 세련미 없이 투박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이름에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이곳은 40여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현대식 건물로 재정비했지만, 내부에는 여러 물건을 쌓아놓고 저렴하게 파는 정겨운 풍경이 남아있다. 연희동의 또 하나의 명물, 베이커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러가 쇼핑센터 옆 골목에 있는 ‘독일빵집’은 50년이 넘은 동네의 터줏대감이다. 기본에 충실한 한결같은 빵 맛으로 과거의 향수를 일으킨다. 1978년부터 이어져 온 ‘피터팬 빵집’은 다양한 수제 건강 빵들로 손님들의 발길을 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크루아상 맛집 ‘루엘드파리’도 이곳에 있다. 구는 연희맛길의 차별성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희동의 맛집들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거리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수나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도 많았다. 구는 우선 2011년 0.5m 폭의 인도를 3m로 넓히는 보도 확장공사를 진행했다. 2014년엔 하수관 교체사업을, 지난해부턴 거리청소와 주차단속 및 계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공영주차장을 늘려 방문객 편의를 증대시키고, 지역주민과 상인 등이 참여하는 ‘연희동 지역발전협의체’(가칭)도 구성할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연희맛길은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잠시나마 여유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라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특별함을 줄 수 있는 서대문의 명소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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